[뉴스분석] '탁상공론 해결책'에 신도대교서 반년만에 또 어선 추돌

입력 2024-05-02 20:38 수정 2024-05-02 21:04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5-03 1면

어민 부주의 탓하는 인천시·시공사 '안전불감증'


같은 지점서 상판 부딪히는 사고
밀물에 물살 빨라 인명피해 될뻔

건설비 아끼려 영종쪽에 '주항로'
어촌계 형하고 확보 요청도 묵살
'만조시 주항로 돌아가라' 반복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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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전 신도대교에 부딪친 안강망 어선 원자호(9.77t). 어선 그물 인양 기둥이 쓰러진 채 김포 대명항에 정박해있다. 2024.5.1 /독자 제공

인천 영종도와 신도 사이 해상에 놓인 대교 상판에 어선이 부딪친 사고가 같은 지점에서 6개월 만에 다시 발생했다. 둘 다 밀물이 가득 차고 물살이 빨라졌을 때 발생한 사고로, 자칫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했다. 하지만 인천시는 '어민 부주의'만 탓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첫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뉘늦게 경인일보 보도(3월18일자 1면 보도=신도대교 상판에 부딪칠라… 만조기 뱃길 '아찔한 어선들')로 알려지자 인천시는 시공사(한화건설 컨소시엄)·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협의해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안전항로 표지는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지난 1일 만조(오전 9시31분)를 한 시간 정도 지난 오전 10시40분께, 조업을 마치고 김포 대명항으로 복귀 중이던 안강망 어선 원자호(9.77t)가 신도대교 상판에 부딪쳤다. 승선 인원은 4명으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어선에 설치된 그물 인양 기둥이 신도대교에 부딪치면서 뿌리째 뽑혀 나갔다.

선주 김동형 김포어촌계장은 "레이더를 비롯한 각종 장비가 손상돼 7천만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며 "수리비도 문제지만 조업이 한창일 때 사고가 나 눈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30일에도 같은 유형의 사고가 있었다. 한 안강망 어선(7.93t)이 김포 대명항에서 출항해 조업을 나가다가 신도대교에 추돌하면서 그물 인양 기둥이 훼손됐다. '출항로' '입항로' 등 어선이 신도대교에 부딪친 방향만 다를 뿐 같은 뱃길에서 6개월 만에 또다시 사고가 난 것이다.

사고가 난 지점은 대명항 어선들이 수십년간 이용하고 있는 '신도수로'다. 인천시는 신도대교 건설 비용을 낮추기 위해 어선들이 다닐 '주항로'를 신도 앞 신도수로가 아닌 영종도와 가까운 쪽에 마련했다. 주항로는 해수면이 높아지는 만조 때 선박이 지날 수 있도록 충분한 형하고(교량 상판과 해수면 사이 공간)가 확보돼야 하는데, 영종도에서 시작되는 도로의 높이가 신도 쪽보다 높아 주항로를 만들기 쉬웠을 것으로 보인다.

김포어촌계 등은 지난 2021년 신도수로 구간에 15m 이상 형하고를 확보해 달라고 인천시종합건설본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첫 사고가 발생한 이후인 올해 2월에도 김포어촌계는 어선이 오가는 시간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신도수로 인근에 계도선박 등을 배치해 달라고 했지만, 인천시종합건설본부는 "만조 시 어선은 (영종도 쪽) 주항로를 이용하라"는 답변뿐이었다.

어민들은 이 같은 답변이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한다. 신도수로에서 영종도 쪽 주항로로 돌아가는 길은 암초가 많고 수심도 얕아 안전 항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시종합건설본부는 만조 때 수심이 깊어 어선이 우회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도대교 사업을 추진한 인천시 도로과 관계자도 "주항로가 아닌 곳으로 다녀 그런 일(사고)을 당한 것"이라며 "듣기로는 시공사에서 (신도수로 쪽에) 통항금지 표지를 붙인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도대교 전 구간에서 법적으로 어선들의 통항이 금지된 항로는 없다.

인천시종합건설본부가 '주항로로 돌아가라'는 말만 반복하는 사이 어민들은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김동형 김포어촌계장은 "해무가 끼거나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더 큰 사고가 나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어민의 안전을 무시하는 인천시에 법적 대응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시종합건설본부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인천해수청으로부터 '만조 때 해수면 높이를 표시하는 형하고 제한 표지를 설치하라'는 문서를 받았다"며 "어선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만조 시 주항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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