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로 일사병 사고가 인천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민이 여름철 폭염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오후 1시께 남구 주안동의 한 주택에서 이모(77·여)씨가 탈진 증세를 보이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이웃이 발견, 119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이씨의 체온은 39.2도에 달했으며, 현재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낮 12시11분께는 서구 공촌예비군 훈련장에서 작업을 하던 군인 이모(21)씨가 더위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2개월간 인천지역에서 열 탈진이나 경련 등 폭염 관련 증세를 보여 치료받은 환자는 12명이나 된다. 인천시민은 폭염을 자주 겪지 않아 찜통더위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고 한다. 인천시민들이 폭염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국립기상연구소에 따르면 인천의 기온이 36℃로 올라가면 인천시민 1천만명 가운데 23.6명(1991~2005년 사망자 통계와 기상관측자료로 추산)이 평소보다 더 사망한다. 이는 서울(19.8명)과 부산(12.2명) 등 6대 도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런 산출 방식을 '임계기온으로부터 추정한 초과사망률 증가 회귀식'이라고 하는데, 초과사망자가 많다는 것은 폭염에 대한 기후순응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과사망자 수가 가장 적은 곳은 폭염 빈도가 높은 곳으로 유명한 대구(6.9명)였다. 폭염을 자주 겪는 도시 사람들은 기후순응도가 높은 것이다.
국립기상연구소는 대구 등 남부지역에 비해 인천이 폭염빈도가 낮다 보니 폭염에 대한 개인의 인식과 사회적 시스템이 미흡해 기후순응도가 낮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립기상연구소 응용기상연구과 이대근 연구원은 "바꿔 말하면 대구나 부산 등 눈이 적게 오는 지역은 조금만 눈이 많이 와도 교통마비가 일어나는 것과 같다"며 "미국의 동일한 연구 결과를 봐도 남부 플로리다의 폭염사망률이 오히려 북부지역보다 낮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폭염시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물과 염분을 많이 섭취할 것을 주문한다. 길병원 가정의학과 김경곤 교수는 "체온 조절 능력을 벗어나면 땀 배출이 되지 않고 체온이 계속 올라가 문제가 된다"며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는 외출을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야외활동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햇볕을 가리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민재·홍현기기자
'사람 잡는 더위' 인천은 무방비도시
36℃땐 초과사망자 6대도시 중 최고… 기후순응도 낮은 탓
입력 2012-08-01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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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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