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쿠웨이트 여자 ┃수아드 알 사바 지음, 장세원·이동은 옮김, 아시아N 펴냄, 167쪽, 1만2천원
"시는 한 영혼에서 다른 영혼으로 주행하는 재빠른 빛과 같습니다. 나는 여기서 쿠웨이트의 갈매기가 되어 한국의 강둑으로 날아갑니다. 한국은 걸출한 작품을 지어낸 진지하고도 빛나는 문화인을 낳은 멋진 나라입니다. 부디 내 사랑을 받아 주시기를…." 지난해 만해대상 문학부문 수상자인 쿠웨이트의 여류시인 수아드 알 사바(71)의 시집이 한글로 번역돼 출간됐다.
쿠웨이트의 시집이 한글로 번역돼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
쿠웨이트의 왕족이며 경제학자이기도 한 수아드 알 사바 여사는 지난 2011년 쿠웨이트 '알아라비 매거진' 포럼에서 아시아언론인 관련 온라인매체인 아시아엔(The AsiaN) 이상기 발행인을 만나 그에게 시집을 전해주면서 한국과 문학적 인연을 맺게 됐다.
이상기 발행인은 이후 수아드 알 사바 여사의 시를 아시아엔에 '아랍의 시향(詩香)'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고, 지난해 수아드 여사가 만해대상을 수상하자 이를 기념해 이번 시집을 발간했다.
'쿠웨이트 여자'는 지난 1986년에 발간된 '여자 부스러기'와 '내 아들 너에게' 등 2권의 시집을 합본해 나온 시집으로 전쟁과 이데올로기를 딛고 선 '걸프문학'의 세계를 독자들에게 펼쳐보인다. 특히 수아드 여사는 시를 통해 쿠웨이트의 여성문제와 사회적 모순 등을 다뤄온 대표적 여성 문인이라는 점에서 이번 한글 시집 발간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그녀는 세계적인 명사들과 최고 전문가를 선정하는 후즈 후(Who's Who)에도 이름이 올랐으며, 시 '그대는 알고 계십니까'로 2001년 아랍시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각종 문화훈장은 물론, 아랍연맹이 주는 '카이로문화예술 최고인' 명칭을 받아 '노벨문학상에 근접한 중동의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번역을 맡은 이동원(한국외대) 교수는 "수아드의 시 세계는 페미니즘, 모성, 조국애로 대표되는데 이번 번역으로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쿠웨이트 문학의 숨결이 투명하고 강렬하게 모습을 드러냈다"고 소개했다.
/박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