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훈作, GN Drive, Mixed Media.
오랜 옛날에 돌을 깨서 간단한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인간은 경험과 지혜를 쌓아가면서 점차 복잡한 '기계'를 만들기 시작한다.

여러가지 장치들이 역학적으로 결합돼 인간에게 필요한 동작을 하는 기계들은 힘든 노동을 대체하면서 인간생활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킨다.

이같은 기계를 만들어가면서 인간은 '창조자'가 되는 기쁨을 누렸고, 이렇게 탄생된 기계들은 어느덧 인간사회의 일부분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 기계는 단순한 도구의 영역을 넘어 하나의 예술품이자 생명체에 근접한 존재로 발돋움했다. 기계들이 생명을 꿈꾸는 것은 공상과학영화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 됐다.

▲ 장재록作, Another Landscape-Bentley
경기도미술관(관장·최효준)이 5일부터 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하는 '기계, 생명을 꿈꾸다'는 이처럼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스스로 진화해온 기계를 새로운 눈으로 살펴볼 수 있는 독특한 전시다.

전시는 '기계의 순수함' '인간:기계=1:1' '기계의 독립'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순수한 도구에서 시작해 점차 아름다움을 갖게 된 기계,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교감해온 기계, 그리고 인간의 종속물에서 벗어나 새로운 꿈을 꾸는 기계라는 전시의 내용은 마치 기계의 과거·현재·미래를 보는 듯하다.

첫 주제인 '기계의 순수함'에서는 문명의 발달을 통해 기계가 입게 된 여러 심상(心想) 중에서 '아름다움'을 살펴본다.

기계가 갖는 '아름다움'이라는 심상은 시각, 후각, 청각, 그리고 미적 감각을 종합한 인간 감각의 결정체라는 사실을 작품들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박종영作, Marionette 7
두번째 주제인 '인간:기계=1:1'은 기계 운동장치의 구동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요소인 인체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인간과 기계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다룬다.

특히 관객들의 움직임과 상호작용하며 움직이도록 만들어진 작품들은 인간과 기계간의 '소통'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세번째 주제인 '기계의 독립'에서는 마치 생명을 가진 것처럼 표현된 기계들과 이런 기계들을 표현한 드로잉 작품들이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본 듯한 모습의 작품은 마치 기계의 미래를 보는 듯하다. 전시는 17명의 작가가 내놓은 회화, 설치, 조각, 영상작품 60여점으로 구성됐으며, 9월 22일까지 계속된다.

이와함께 미술관 1층 프로젝트 갤러리에서는 '프로젝트 갤러리-기계 모형전'이 오는 25일부터 개최된다.

/박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