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 관점 '캄보디아 이해'
진랍(眞臘)은 지금의 캄보디아를 이르는 옛 한자어로, 이 책이 쓰였던 13세기에는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크메르 제국을 지칭하였다. 크메르 제국은 원나라에 굴복하지 않고 주권을 지켜나간 노대국이었다.
쿠빌라이 사후 원 제국은 주변국과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할 필요가 있었는데, 주달관이 1296년부터 1297년까지 캄보디아를 방문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 책은 주달관이 1년간 캄보디아에 체류하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은 국내를 비롯해 다양한 언어로 번역됐다.
최병욱의 '진랍풍토기'는 이전의 국내 번역서와는 다른 특징과 강점을 갖고 있다.
우선 역자 최병욱은 원전을 번역하는 것을 넘어 원전 번역의 두 배가 넘는 해설을 달았다. 국내는 물론 국외 번역서에도 없었던 최초의 시도이다.
두 번째, 동남아 역사 전공자에 의한 국내 최초의 원전 번역이다. 최병욱은 베트남-캄보디아 관계사 논문을 쓰기도 했으며, 현재는 남부베트남 내 소수민족으로 남아 있는 크메르인 공동체의 역사 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중이다.
셋째 최병욱의 '진랍풍토기'는 한국인의 시각으로 읽는 방법을 독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 주달관이 중국인 유학자이기 때문에 중화주의적 시각을 갖고 캄보디아의 문화를 재단한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역자는 혹시 독자들이 저자의 편견에 경도되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하고 있다.
한편, 이 책에는 단 한 장의 사진도 싣지 않았는데, 텍스트에 충실하고자 하는 의도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실학박물관 실학학술사업 연구총서 '고지도의 우주관과 제도원리의 비교연구'┃정기준 지음. 경인문화사 펴냄. 411쪽. 3만원

경기문화재단, 정기준 교수의 '실학연구총서' 발간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은 동아시아의 다양한 고지도를 비교분석한 실학연구총서 '고지도의 우주관과 제도원리의 비교연구'를 발간했다.
이 책은 마테오리치의 한역(漢譯) '곤여만국전도(1602)'부터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까지 17~19세기 제작된 다양한 고지도를 계량적·수학적으로 비교한 연구서로서 지금까지 시도된 바 없는 연구 성과다.
저자 정기준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특히 땅 모양을 평면에 그리는 지도제작 방식에 있어 당시의 우주관이 지도 제도(製圖)에 끼친 영향을 수학적 구조 분석을 통해 면밀히 고찰했다.
정 교수는 계량경제를 전공한 경제학자이지만, 2011년 실학박물관의 '만국전도, 1708' 복원작업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다양한 고지도 속에 나타난 당시 사람들의 우주관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제작된 지도제도 원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실학박물관 김시업 관장은 "경제학자의 눈으로 본 고지도의 제작원리와 밑바탕이 된 당시 우주관과의 상관관계를 흥미롭게 볼 수 있다"며 "실학박물관은 앞으로도 독창적이고 심도있는 실학 연구사업과 실학연구총서 간행을 계속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도현·민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