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당한 집단 따돌림으로 자퇴해 정신질환이 생긴 학생에게 교육청과 가해 학생이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인천에 사는 A(21)씨는 2010년 인천 모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같은 반 학생들에게 ‘왕따’를 당했다.

가해 학생 4명은 A씨를 심심하다는 이유로 때리거나 억지로 게임에 참여시켜 벌칙을 빌미로 폭행했다. 급식시간에 배식을 받으러 줄 서 있으면 “비켜라”고 밀쳐내는 것은 물론 담배를 피우는 곳에 데려가 망을 보게 했다.

운동화를 빼앗고 침을 뱉기도 하는 등 A씨에게 이들은 동급생이 아닌 ‘악마’였다.

이를 빤히 지켜보고 있던 다른 친구들은 침묵했다. A씨는 결국 1학기를 마친 2010년 8월 자퇴했고, 이후에도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 심리적인 고통을 겪다가 2012년 6월 정신 분열증의 일종인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인천지법 민사13부(부장판사·김동진)는 A씨가 가해학생 및 학부모 11명과 인천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에서 “원고는 공동으로 1억6천4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집단괴롭힘이 A씨에게 더 이상 학업을 진행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적인 충격을 주었음이 명백하다”며 “가해 학생들의 부모도 보호·감독 의무를 태만히 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어 “장기간에 걸친 집단 따돌림을 예측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학교폭력 예방활동을 벌인 인천시교육청도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학교 측이 학교폭력 예방에 대해 간단한 설문조사만 실시하는 등 형식적으로 대처한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