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과정에서 여야가 모두 진통을 겪기는 했으나 한나라당이 '인재 영입' 케이스로 입당시킨 황준기(54) 전 여성부 차관을, 민주당은 지역에서 오랜 정치 활동을 해온 이재명(45) 변호사를 각각 시장 후보로 내세우면서 선거는 '현 정권 인사' 대 '범야권 인사'의 대결로 압축되는듯 했다. 국회의원 4명 모두가 한나라당일 만큼 여당 지지가 강세를 보여와, 황 후보의 우세가 점쳐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공천 탈락에 반발해 온 이대엽(75) 현 시장이 전격적으로 무소속 출마하면서 한나라당 표의 이탈 및 잠식이 불가피해진 반면, 이재명 후보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등과의 협의 끝에 야권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판세는 말그대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초접전 양상으로 급변했다.
한나라당 황준기 후보는 행정고시 합격후 30여년간 성남시와 경기도, 행안부, 청와대 등 지방·중앙 요직을 두루 거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 지자체 중 최고의 재정 규모를 자랑하는 성남시를 명실상부한 '특급 도시'로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포부다. 황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차별화된 행정 능력'은 그가 표방하는 '정책선거'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국방부의 고도제한 완화 발표 직후에는 발빠르게 소외지역에 대한 지하 공간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지역경제 회생과 일자리 창출, 여성 관련 공약 등 각종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반면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번 선거를 8년간에 걸친 한나라당 지방 정권에 대한 심판과 시민 목소리 대변으로 규정하면서, 무료 변론과 노동인권 보호 활동 등 '인권 변호사' 활동 외에 민주당 부대변인으로서 성남지역 각종 현안에 활발한 목소리를 내온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수년간 국회의원 선거와 시장 선거에 잇따라 출마, 황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인지도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성남·광주·하남 통합 무산 등 '한나라당 심판론'을 책임질 야권 단일 후보임을 강조하고 있다.
무소속 이대엽 후보는 한나라당의 전략 공천을 '시민을 무시한 행태'라고 비난하며 '친박'을 내세워 3선 고지에 도전하고 있다. 국회의원 3선, 시장 재선 등 현역 경력만으로도 20여년에 달하는 기간동안 활동하며 구축한 탄탄한 조직과 기반이 최대 장점이다. 영화배우 출신에 오랜 정치활동으로 지명도도 높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성남시장 선거는 황준기, 이재명 등 두 여야 후보간 치열한 선두 다툼에 현시장인 무소속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동안 한나라당 황 후보는 타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인지도의 향상과 여권 표심 결집이, 민주당 이 후보는 야권 단일화의 효과 극대화가 각각 승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대엽 후보는 무소속의 핸디캡에 고령과 호화 청사 건립 비난여론 극복이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