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정운기자]'무감독 시험'의 전통을 만들어낸 제물포고등학교의 초대 교장인 고(故)길영희 선생의 27주기 추모제가 1일 오전 제물포고등학교에서 열렸다.

'길영희선생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한 이날 추모제는 선생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과 선생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하는 제물포고등학교 동문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김실 기념사업회 회장은 "길영희 선생님은 성장하는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선생님이 내세웠던 유한흥국(流汗興國·땀을 흘려야 나라가 발전한다)의 커다란 뜻이 인천과 대한민국에서 널리 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물포고를 졸업하고 40여년만에 모교의 교장으로 부임한 이순통 교장도 추념사에서 길영희 선생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는 "선생님을 직접 모시지는 못했지만, 중학교 다닐때 선생이 강연했던 모습이 기억난다"며 "선생님처럼 훌륭한 선생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지만, 학생들을 실력있게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선생님 앞에서 약속드린다"고 다짐했다.

고 길영희 선생의 생전 연설을 경청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30여년 전에 녹음돼 잡음이 많이 있었지만, 고인의 힘있는 육성과 의지는 그대로 전달됐다. 참석자들은 숨을 숙이고 고인의 가르침을 경청했다.

기념사업회는 학교를 빛낸 이석현·윤재광(3학년) 학생에게 장학금을 수여하며,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당부했다.

이날 기념사업회는 지난 2년동안 사업회를 이끌었던 김실 회장에게 감사패를 수여하며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다. 새 기념사업회 회장에는 김학준 전 동아일보 사장이 선출됐다.

이날 제물포고 본관 1층에는 길영희 선생의 활동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돼, 추모제를 찾은 동문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 곳에는 선생의 사진과 글, 선생과 관련된 사진과 신문기사 등이 전시됐다.

길영희 선생은 1900년 평안북도 희천군에서 태어나, 1919년에 3·1운동에 참가해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1956년 제물포고등학교를 설립하고, '무감독 시험'의 전통을 만들었다. 1961년 정년퇴임 이후, 충남 덕선면에 '가루실 농민학교'를 설립하며 평생 교육자의 길을 걸었다. 1984년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