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후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린 '내 생에 첫번째 공연' 오디션에 참가한 오민구(20)씨가 이탈리아 가곡을 부르고 있다. /김선회기자

"성악과 교수보다 더 훌륭한 무대였습니다. 좋은 노래 감사드립니다."

성남에서 온 정병학(75)씨가 가곡 '내 마음의 강물'을 열창하자 심사위원들이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25일 오후 경기도문화의전당 아늑한 소극장에서는 비록 작은 규모이지만 의미있는 오디션이 열렸다. 야식배달부에서 성악가로 거듭나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첫 공연을 치른 김승일씨처럼, 예술적 재능과 실력이 있음에도 경제적, 환경적 이유로 꿈과 희망을 이루지 못한 도민들을 위해 '내 생애 첫 번째 무대 vol. 2'에 오를 주인공을 모집한 것.

총 33명이 참가한 이번 오디션은 요즘 봇물처럼 쏟아지는 TV오디션과 다르게 조용하고 작은 규모로 치러졌다. 하지만 아마추어 성악가들의 꿈과 희망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간절했다.

김포에서 온 김금옥(38)씨는 백두산 민속예술단으로 활동했던 새터민으로 "한국에 혼자 와서 정착하느라 무척 힘들었는데, 앞으로 노래를 계속 불렀으면 좋겠다"며 가곡 '임진강'을 불러심사위원들을 감동시켰다.

수원 출신의 진난수(35)씨는 가톨릭대 성악과 재학중 근육의 힘이 빠지는 희귀병에 걸려 성악가의 꿈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는 "공연 무대에 꼭 올라 장애인들과 환우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인천에서 분식 배달을 하는 이성진(41)씨는 "호세 카레라스의 곡을 수 백번 따라 부르며 독학으로 발성을 공부했다"며 이탈리아 가곡을 멋지게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도 자녀가 ADHD로 고생하는데 엄마로서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었다는 참가자, 뇌출혈로 수술을 받고 우울증으로 고생했었는데 노래를 부르며 완치가 됐다는 주부, 아마추어 성악대회에서 입상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음대 진학을 포기하고 전공을 바꿔야 했던 대학생 참가자 등 오디션에 참여한 사람들은 저마다 기구한 사연을 갖고 있었다.

오디션의 심사를 맡은 김재창 지휘자는 "순수 아마추어 성악가를 발굴해 공연 무대에 설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으며, 앞으로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이런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오디션 합격자들에게는 2개월간 전문가에게 성악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혜택과 오는 10월 생애 첫번째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한다.

/김선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