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정규직화' 실적 챙기면서
업체 임금·퇴직금 떼먹고 잠적하자
"계약주체는 일선 학교" 대책 손 놔
일각 "협의 안돼 예견된 사태" 비난

경기도내 학교에 시설 당직원을 파견한 경비용역업체 2곳이 돌연 잠적하면서 80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가운데(9월 6일자 9면 보도) 경기도교육청이 용역업체와의 계약 주체가 일선 학교라는 이유로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어 논란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실적은 챙기면서 체불임금과 퇴직금 등 실질 소득 관련 지원은 학교와 시설 당직원이 알아서 하라는 모양새다.

17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하남, 광주, 광명, 이천, 고양 등 5개 지역의 학교 80여곳에 시설당직원을 파견한 용역업체 2곳이 근로자에게 임금을 주지 않고 잠적했다.

학교 1곳당 1명씩 피해자는 총 80여명으로, 이들은 2~5개월 치 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적한 업체는 정규직 전환에 따라 고용 계약이 해지된 피해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지만 이마저도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교육청은 사건이 공론화된 이달 초부터 전수 조사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정확한 피해 금액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 학교에 시설당직원을 파견한 업체가 총 몇 곳인지, 이번에 드러난 피해자 외 임금 체불 사례가 있는지 등 추가 피해 사례 조사에 대해서도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미리 예견된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비난의 화살은 도 교육청에 집중되고 있다.

도내 한 일선 학교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도교육청으로부터 시설 당직원 파견용역업체와의 계약을 올 1년이 아닌 8월까지 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시설당직원 파견을 주업으로 삼고 있는 업체는 하루아침에 모든 근로자를 잃게 됐는데, 협의를 통해 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대책 또는 준비기간을 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대략적인 피해 규모는 조사됐지만, 정확한 금액이 아니라 공개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정부의 방침이기에 늦출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