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나쁜 선례로 남지 않았으면

김성호

발행일 2019-09-24 제23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2019092301001586000077991
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수행평가 문제가 잘못됐다며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한 학생이 결국 자퇴서를 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적잖이 놀랐다.

평소 공부를 열심히 했고, 학생회 활동도 했던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갑자기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결정을 내린 데는 무언가 가슴속에 깊은 상처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학교를 계속 다니면 그 상처가 아무는 것이 아니라 더 깊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학교를 그만둔다는 것'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거치며 내가 고민을 해보거나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게 어떤 어려움인지 내가 짐작조차 하지 못한 결정을 내려야 했던 그 학생이 어른으로서 걱정됐다. 학부모 측은 자퇴서를 내게 된 이유가 교사로부터 직·간접적인 압박을 받아서였다고 주장했다. 학생은 자퇴서에 "저의 이름을 물으며 꼭 기억하겠다는 말을 들은 후 공포스러운 마음에 하루도 맘이 편한 날이 없었다"고 써냈다.

평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학생이 입에 담아선 안 되는 말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그러한 행동이 학생이 해선 안 될 것이라는 건가. 어쨌건 교사는 학생을 품지 못했고, 학생은 맘고생을 겪고 학교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 인천시교육청 고등학교 학업성적관리지침을 보자. "일정 기간을 정해 성적에 대한 학생들의 이의 신청 기간으로 운영한다","학교 학업성적관리규정에 지필평가·수행평가의 이의신청에 대한 세부 절차를 마련하고 이의 신청이 있을 때에는 면밀히 검토해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학생과 학부모의 문제 제기는 지극히 정당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학교와 교사, 어른들의 몫이다. 부디 이번 신송고 사태가 해야 할 말을 했음에도 불이익을 당하는 '나쁜 선례'로 남지 않았으면 한다.

/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ksh96@kyeongin.com

김성호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