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상 디아스포라영화제 프로그래머. 2021.5.23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
"사회 비주류 이야기 들려줄 공간 필요
영화제가 그런 역할 해야 한다고 생각"
제9회 디아스포라영화제가 23일 3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혁상 디아스포라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디아스포라영화제가 더 많은 시민, 대중과 함께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영화제를 총평했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그동안 열렸던 인천아트플랫폼을 잠시 벗어나 지난 8회에 이어 올해에도 CGV인천연수 상영관과 스퀘어원 실내외에서 열렸다. 코로나19 때문에 영화제도 늘 열리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임시로 자리를 잡아야 하는 디아스포라의 운명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이혁상 프로그래머는 "인천아트플랫폼에서 개최할 때는 일부러 찾아오는 '고정 팬'이 대부분이었다면 이곳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보니 가족과 함께 시간을 즐기러 왔다가 영화제에 참석한 분들도 많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면서 "관객들이 이런 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 내년 영화제 개최 장소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그가 고민하는 부분은 영화제를 인천아트플랫폼과 정식 상영관을 활용해 두 곳에서 동시에 개최하는 '이원화'다. 아무래도 전문 상영시설이 아닌 인천아트플랫폼보다는 전문 상영관의 관람환경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그는 "내년은 특히 10회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행사인 만큼 진지하게 고민할 부분"이라고 했다.
올해 영화제 중 '디아스포라 인 포커스' 섹션의 주제는 '성 소수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였다.
이혁상 프로그래머는 "변희수 하사를 비롯해 최근 3명의 성 소수자들이 목숨을 끊어야 했다. 또 지난해 코로나 확산기간 남성 동성애자가 이용하는 클럽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이 (좋지 않은 방식으로) 이슈가 됐다. 국제사회에도 성 소수자 난민이 생기고 있다"면서 "국제 사회와 한국 사회가 보내는 '정상성'에 대한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 이를 짚어볼 필요가 있어 잡은 주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영화제기간 성 소수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을 목격했다. 또 혼자 극장을 찾아 눈시울을 붉히며 영화를 감상한 관객도 다수 보았다.
그는 "성 소수자들을 포함해 우리 사회에 주류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들려줄 공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디아스포라영화제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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