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바둑'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극 중 주인공인 문동은(송혜교 분)은 바둑에 대해 "침묵 속에서 죽을 힘을 다해 싸우는 게 좋다"고 표현했다.
현명덕(68) (사)대한장애인바둑협회장은 바둑의 이러한 매력을 한눈에 알아본 인물이다. 소아마비 장애를 갖고 있는 현명덕 협회장은 어린 시절 접한 바둑을 통해 세상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바둑 용어 중에 '세사기일국(世事棋一局)'이라는 말이 있다. 바둑 한 판은 한 사람의 삶과 같다는 뜻"이라며 "바둑은 어려움 속에서도 길을 개척해가는 우리의 인생과 닮았다"고 했다.
이어 "바둑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정말 적합한 스포츠다. 눈으로 보고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가능하다"며 "다른 장애인들에게 바둑을 전파해 일상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장애인바둑협회를 창립했다"고 덧붙였다.
13년간 복지관 등서 재능기부 활동
대가없는 봉사에서 삶의 의미 찾아
비장애인 상관없이 협회 찾아오길
현 협회장은 지난 1999년 대한장애인바둑협회의 문을 열고, 24년째 협회를 이끌고 있다. 2003년 문화체육관광부에 사단법인으로 정식 등록된 대한장애인바둑협회는 인천이 협회 본부다. 이를 중심으로 전국 12개 시도에 지부를 뒀다. 대한장애인바둑협회는 인천의 옛 지명을 딴 '미추홀배 전국장애인바둑대회'도 매년 개최하고 있다.
현 협회장은 "방에만 있던 장애인들이 바둑대회에 나오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재미를 함께 얻는다"며 "뜻이 맞는 분들이 모이고, 후원도 생기며 전국적인 대회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현 협회장은 지난 13년간 복지관 등에서 아이들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바둑교실을 운영해 재능기부를 해왔다. 지금까지 그를 거쳐 간 학생들만 무려 4천600명이 넘는다.
그는 "장애인으로서 나는 세상에 보탬이 되는 게 아닌 짐만 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며 "대가 없이 장애인이나 노약자,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바둑을 가르쳐주면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희망을 얻은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현 협회장은 더 글로리로 커진 바둑에 대한 관심이 오래 지속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사람들이 '바둑'하면 복덕방이나 골방에서 노인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는데, 바둑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예술적이고 전략적인, 아주 매혹적인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인·비장애인 상관 없이 바둑을 배우고 싶으면 저희 협회로 찾아오시라. 무료로 알려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