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 송모(40대·여)씨가 양육비 지급명령 관련 자료를 설명하는 모습. 2023.6.1 /김산기자mountain@kyeongin.com |
전국 최초로 양육비 미지급 피해 혐의로 형사 고소됐던 사건이 재판에 오르지도 못한 채 종결(5월31일 인터넷 보도=10년 넘도록 양육비 1억원 미지급 '나쁜 아빠 1호 형사처벌 사건' 기소유예)되자 사건 당사자는 물론 다른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의 공분이 이어지고 있다.
1일 화성시에서 만난 송모(40대·여)씨는 "10년 넘도록 미쳐 있던 내 인생은 누가, 어떻게 책임지냐"면서 울분을 토했다. 지난 2010년 송씨와 이혼한 전 남편 A씨는 13년 동안 미성년 자녀 2명에 대한 양육비 1억4천1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아 왔다. 그동안 송씨는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수시로 법원을 드나들었고, 홀로 키워낸 4살 아들, 5살 딸은 어느새 어엿한 고등학생으로 자라났다.
민사 소송으로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받았지만, A씨는 올해 초까지도 1억원이 넘는 미지급액을 내놓지 않았다. 참다못한 송씨는 지난해 10월 A씨를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 사건은 2년 전 양육비 미지급자가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개정된 뒤 처음으로 접수된 '1호 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A씨의 형사처벌 여부는 법정의 판단도 못 받고 끝을 맺게 됐다. 검찰은 전날 "수사가 이뤄지자 뒤늦게나마 양육비 전액을 지급한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이 사건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실제 A씨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이달 초, 송씨의 계좌로 1억원 상당의 미지급액을 한 번에 송금했다.
이에 송씨는 "아이가 어려 양육비가 시급할 때는 '죽은 사람'처럼 아무 소식 없더니, 홀로 다 키워놓은 마당에 이자도 없는 원금만 내놓는다고 처벌이 면제되는 것이냐"면서 "10년 넘도록 일상을 전부 포기하고 쏟았던 시간과 비용, 정신적 고통을 무시하는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3년간 1억원 넘게 양육비 안줘… 수사 착수하자 이달 한 번에 송금
檢 "늦게라도 지급" 기소유예… "정신적 고통 무시한 결정" 항고 예정
이처럼 첫 형사 고소 사건이 재판에 오르지도 못하고 마무리되면서 다른 미지급 피해자들 사이에서 파장도 커지고 있다.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 사이트 '배드파더스'(현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 대표 활동가 구본창씨는 "민사 소송으로 도저히 받아낼 방법이 없어 최후의 수단으로 형사 고소를 취하는 실정인데, 그마저도 처벌까지 이르기 어려울 거라는 선례로 남았다"고 말했다.
양육비 미지급을 자녀에 대한 아동학대로 보고 처벌을 강화했던 법 개정 취지와도 반대되는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육비이행법이 개정된 배경에는 고의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행위가 미성년 자녀들에 대한 방임이자 학대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런 점에 대해 판단 없이 지급 유무만으로 처분이 정해졌다는 것이다.
송씨를 법률대리한 민승현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첫 형사처벌 사건에서 범죄 혐의와 처벌 가능성 자체를 인정했다는 의의는 있지만, 아동복지 관점에서의 책임 여부 등을 감안하면 약식명령이 되더라도 기소가 되는 것이 마땅하다"며 "검찰에 항고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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