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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Pick] 약해진 지구, 피할 곳 없는 취약가구

반지하·옥탑방 가구 직접적 피해
입력 2023-11-02 20:12 수정 2024-02-06 15:43
지면 아이콘 지면 2023-11-0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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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수원행궁 어울림센터에서 다산인권센터,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동주관으로 열린 '기후위기와 주거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2023.11.2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수원지역 반지하 주택에서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강모씨는 빗소리만 들으면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지하 빗물 침수와 역류를 방지하는 모터가 있지만, 비가 많이 오면 먹통일 때가 빈번하다. 그럴 때마다 주방과 세탁기로 냄새 가득한 오수가 새어 들어와 살림도 제쳐 두고 치우느라 고역을 치른다. 강씨는 "배우자는 공황장애를 겪어 잠도 잘 못 자고, 아이들은 짜증을 내거나 우울하기를 반복한다"고 했다.

차상위계층 나모씨는 더는 옥탑방은커녕 건물 꼭대기 방조차 쳐다보지도 않는다. 3층 건물 옥상 방에서 2년 동안 거주했던 나씨는 여름에 참을 수 없이 덥고, 겨울은 물을 떠 놓으면 금방 얼어버릴 정도였다고 한다. 특히 겨울에는 물을 살짝 틀어놓지 않으면 수도가 모두 얼어 버리기에 십상이었다. 나씨는 "매달 난방비는 20만~30만원씩 지출되는데도 따뜻하게 살아본 기억이 전혀 없다"고 했다.

다산인권센터, 수원 주거취약 조사
'30가구' 일상·건강에 악영향 분석


기후위기는 주거 취약계층에 더 가혹한 피해를 안긴 것으로 드러났다. 다산인권센터(이하 센터)는 2일 수원시 행궁동어울림센터에서 제2회 경기공익활동포럼 '기후위기와 주거권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수원지역 주거 취약계층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센터는 지난 6~7월 기후위기 전문가와 시민조사단을 모집해 주거환경이 취약한 수원지역 30가구를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해 기후변화가 이들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가구들은 기후위기로 일상 속 피해는 물론 건강에 미친 악영향도 상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 가구 중 73.4%(22가구)가 폭염으로 인해, 56.7%(17가구)가 한파로 인해 일상에서 영향이 있었다고 답했다. 미세먼지(66.7%·20가구)와 코로나 등 감염병(70%·21명)으로 인한 영향을 겪었다는 답변도 모두 절반을 넘었다.



장애인가구 강모씨는 조사에서 "집에서는 기어 다닐 수밖에 없는데 겨울이면 방바닥이 차가워 다리가 얼고 강직 현상이 심해져서 전기 매트 위에서 살아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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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속 주거취약계층들의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다. 사진은 수원지역 내 한 쪽방. /경인일보DB

절반 넘게 폭염·한파 등에 '고통'
'공공임대 확대' 해법 최다 꼽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센터 측은 기후위기에 취약한 주택들이 ▲주거환경 ▲주거비용 적절성 ▲주거안전성 ▲접근성 ▲관계성 측면에서 공통적으로 열악한 특성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주거권 향상을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공공임대주택 확대(19가구·65.5%)가 가장 많이 꼽혔다고 밝혔다. 현행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전을 희망하는 가구들은 대기 기간이 너무 길거나 생활반경에서 너무 멀어 이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조사 발표 뒤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기후위기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등이 모여 수원시가 추진 중인 주거정책의 방향성과 대안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토론자로 나선 고호 수원시 도시재생과장은 "수원시가 추진 중인 주거복지 정책에 오늘 나온 의견들도 잘 참고해 안정적인 주거를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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