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치 예산 스캔 정보공개 청구 등
8월 기준 2565건 달해 '행정력 낭비

인천시의회, 해법 모색 전담팀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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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공직사회가 정보공개청구 등을 빌미로 한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악성 민원은 악의적 민원 제기로 공무원이 정상적으로 업무 등을 처리할 수 없게끔 방해하는 행위를 뜻한다. 담당 공무원에게 폭언·욕설을 한다거나, 반복적으로 같은 내용의 민원을 청구해 행정력 낭비를 불러오는 식이다.

인천 A구청은 B씨의 지속적인 정보공개청구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는 최근 5년 치 특정 분야 예산과 집행 내역을 직접 스캔해서 파일로 달라고 요구했다. 담당 공무원은 이 민원을 처리하는 데만 꼬박 한 달이 걸려 나머지 업무는 거의 손도 못 댔다고 한다.

A구청이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처리한 정보공개청구 민원은 2천209건에 달한다.

구청 관계자는 "현행법상 정보공개청구는 국민의 권리여서 공무원은 악의적 정보공개청구여도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같은 내용의 반복적인 전화 민원 제기도 공무원들을 힘들게 하는 악성 민원 중 하나다. C구청 관계자는 "매뉴얼에는 민원인과의 통화가 30분이 지나면 전화를 종료할 수 있지만, 연속해서 전화가 와 3번 이상 같은 민원을 응대한 적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구청은 물론 인천시청과 인천시교육청 등에도 악성 민원이 빗발친다. 지난해 인천시청과 각 군·구청이 접수한 민원 중 악성 민원으로 분류한 민원은 1천276건으로, 올해 들어선 8월 기준 2천565건에 이른다.

이 같은 악성 민원은 공직사회의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인재 이탈 등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악성 민원이 20·30대 공무원 이탈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돼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20·30대 공무원에게 악성 민원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조리일 수 있고, 퇴사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부당한 행위에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인천시는 올해 8월 '민원 업무 담당 공무원 등 보호 조례 시행규칙'을 마련했다. 각 군·구에 안전요원과 폐쇄회로(CC)TV를 배치하고 민원 업무 담당 공무원에게 휴대용 영상음성기록장비를 지급했다. 이들 조치는 욕설과 폭력 등에 대응하는 효과가 있지만, 악의적 정보공개청구 등에는 무용지물이란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의회는 22일 악성 민원 사례를 파악·분석하고 공무원 보호 방안을 논의하고자 '민원처리 제도 개선 전담팀' 첫 회의를 개최했다.

전담팀은 시의원, 시청과 시의회 사무처 공무원 등 11명으로 구성됐다. 전담팀 단장을 맡은 이명규(국·부평구1) 의원은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막고 악성 민원 피해를 방지하겠다"며 "시의회와 인천시 집행부가 유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응 체계를 구축해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경욱·이상우기자 bee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