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정부 난임대책에 여성건강권은 '무신경'… 또다른 '저출산 대책' 지적

입력 2024-02-19 19:53 수정 2024-02-19 20:41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2-20 6면

본인부담·비급여 지원 25회 확대

과배란주사 합병증 등 부작용 경험
치료 휴가 관련법 아직 국회 계류
전문가, 관리 독립기구 필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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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자체가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난임시술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시술과정에서 여성이 겪을 수 있는 부작용 등에 대한 치료와 회복을 위한 휴가 보장 등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진은 19일 인천의 한 여성병원 난임센터. 2024.2.1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정부가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고자 난임시술 지원을 확대한 가운데 시술 부작용을 겪는 여성들의 건강문제를 돕기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달부터 보건복지부는 난임시술 중 체외수정할 경우 배아 종류(신선배아 9회, 동결배아 7회)에 따라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해 지원하던 것을 폐지하고, 구분 없이 총 25회(체외수정 20회, 인공수정 5회)로 늘렸다.



이에 인천시도 지난 13일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항목 지원 횟수를 25회로 늘린다고 밝혔다.

또 난임부부의 자연 임신을 돕기 위해 한의학 치료도 지원하기로 했다(2월14일자 3면 보도='난임부부 시술 지원' 허들 낮춘 인천시).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난임시술 비용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시술 과정에서 여성이 겪을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선 마땅한 지원책이 없는 상황이다.

난임시술 과정에서 여성들은 배란유도제와 호르몬제 투약 등으로 인한 부작용을 경험한다.

체외수정을 준비하고 있는 이모(39)씨는 "과배란을 유도하는 주사를 맞고 나서 두통·구토는 기본이고 배가 붓고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무기력함이 들었다"며 "다행히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주사로 인한 부작용이 줄었지만 처음에는 출근은 물론이고 밥을 먹거나 잠을 자지도 못했다"고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9년 발간한 '난임치료 확대 등 난임 지원을 위한 실태 및 제도 개선 방안'을 보면 2017년 체외수정(신선배아) 시술을 중단한 1만1천648명 중 20.4%(2천381명)는 난소과자극증후군(OHSS)을 진단받았다.

난소과자극증후군은 과배란을 유도하기 위해 투여한 호르몬과 관련된 합병증으로, 난소가 과도하게 커지고 구토·복수가 발생하며 심한 경우 호흡곤란이 올 수 있다.

난임시술 비용뿐만 아니라 치료와 회복을 위한 휴가 보장 등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법적으로 정해진 난임 치료 휴가는 연간 3일(1일 유급) 이내다.

지난해 8월 난임 치료 휴가를 30일로 늘리고 치료를 위한 휴직 기간을 연간 60일로 정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난임시술을 받고 있는 양모(36)씨는 "난임시술이나 각종 치료를 위해 병원에 방문하고, 또 부작용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기간도 있는데 법적으로 정해진 3일 휴가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보통 개인 연차를 사용해야 하지만, 중소기업 등 연차 사용이 자유롭지 않은 여성들은 아픈 몸을 이끌고 일해야 한다"고 푸념했다.

산모나 태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35세 이상 여성이 반복적으로 난임시술을 할 경우 건강에 미치는 위험이 크다.

더욱이 난임시술 여성의 연령 제한이 폐지되고 지원되는 시술 횟수도 늘어나 난임시술의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정부가 안전성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전승주 교수는 "의학적으로 가임력이 떨어진다고 보는 35세가 되지 않았거나 기타 질병 등이 없어 당장 시술이 필요하지 않은 이들도 시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부분의 여성은 비용이나 시간을 투자할 여력이 된다면 임신이 될 때까지 난임시술을 받는다. 합병증이 생길 수 있는 고위험 여성이거나 시술을 여러 번 진행해 힘들어하는 여성인데, 본인이 원한다고 해서 시술을 진행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문한나 선임연구원은 "난임시술을 선택하는 이들에게 시술 부작용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는지, 여성과 아이의 건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술이 이뤄지는지 관리하는 독립적인 기구나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난임부부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임신과 출산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야 한다"고 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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