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도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첩첩이 싸인 규제때문에 지역에 별 득이 될 것이 없다며 일부 지자체들은 도입 자체에 회의적이었던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의 발표는 수질오염총량제 도입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도내 지자체들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수질개선이 목적, '개발'이라는 당근의 한계
수질오염총량관리제는 지자체별로 목표 수질을 정한 뒤, 이를 달성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오염물질의 배출 총량을 관리하는 제도다. 환경부가 지난 1998년 물관리종합대책의 하나로 한강수계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했으며, 지자체가 배출 총량을 정해 환경부에 시행계획서를 제출하면 환경부가 이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시행 지자체는 오염물질 관리에 필요한 오수·폐수 처리장 설치비 등을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고, 축산시설과 같이 환경정책기본법에 의해 규제되는 행위 제한의 일부가 완화된다.
환경부가 해마다 하수처리장 증설과 오염원 관리 등 오염총량관리제의 이행 여부를 평가하며 현재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섬진강 수계) 수계에서 시행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시화호·마산만·광양만·부산연안·울산연안 등 5개 해역을 특별관리해역으로 정해 확대 시행한다는 계획에 있다.
당초 수질오염총량관리제는 한강 등 해당 수계에 있는 관련 지자체를 대상으로 전면 시행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관련 지자체들의 반대에 부딪히며 자발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제도의 특성상 개발보다는 수질 개선이 목적이다보니 이를 또다른 규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지자체가 자신이 정한 오염물질 배출량을 초과하면 해당 지역의 개발이 제한되지만, 반대로 배출량을 줄여 수질을 개선하면 그만큼 개발이 허용된다는 이점도 있었으나 많은 지자체들은 이를 이른바 '물 그린벨트'라며 회의적 입장을 취했다.

# 전국 최초 시행 광주시, 2단계 시행 돌입
지난 2004년 7월 경기도 광주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이 제도를 실시하고 나섰다. 수질관리체계만 마련되면 일정 부분에 대한 개발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 광주시측의 복안이었다. 그 결과 광주시는 문화예술회관·도서관·실내체육관 등 공공시설과 아파트 8천가구를 추가로 건립할 수 있게 됐다.
광주시 관계자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실시되면서 개발에 제한을 받다보니 소규모 개발 위주로 이뤄져 사실상 체계적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하지만 제도 도입으로 그나마 숨통이 트여 계획적이고 일정 수요도 충족할수 있는 개발이 가능했던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광주시는 1단계 수질오염총량제를 마치고 2단계 수질오염총량관리계획(2008~2012년)안을 마련, 환경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일정이 지연되면서 개발을 준비하던 많은 사업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터뜨렸다.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서 몇 년을 계획한 공사의 추진 자체가 힘들게 되자 조속한 추진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시의 2단계 관리계획안은 2006년 기준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이 4.5㎎/ℓ인 경안천 하류의 수질을 2012년까지 4.0㎎/ℓ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단계 수질오염총량계획이 이뤄지면 10여년 넘게 답보상태에 있던 지구단위계획 수립 등 각종 개발사업이 가능해져 광주지역에 아파트 2만9천여가구를 추가로 지을 수 있을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 도입을 망설이는 지자체들
광주시는 적극적으로 제도를 받아들였지만 아직도 많은 지자체들은 도입을 머뭇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강수계에 있는 7개(가평·광주·남양주·양평·여주·용인·이천) 지자체 가운데 광주와 용인·남양주 일부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시·군은 도입을 검토 또는 진행중일 뿐 아직 시행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중에서도 이천시만 제도를 시행키로 방침을 정하고 지난 9월 계획안을 마련해 환경부와 협의중이다.
도입을 망설이는 지자체들의 입장은 이렇다.
수질오염총량관리제를 통해 가능한 것은 기존에는 건립이 금지됐던 800㎡ 이상의 공동주택·유통센터·종합병원 등의 조성 뿐이다. 아직도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여 대기업이나 관광단지 신·증설이 금지되고 대학 신설·이전 금지, 공장 신·증설 금지 등 겹겹의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를 도입해봐야 여전히 규제장벽이 높다는게 이들의 입장이다.
인하대 지리정보공학 김계현 교수는 "수질오염총량관리제는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목표 수질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도록 오염배출량을 관리해 하천수질을 개선하는 제도지만 몇가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지자체들의 주장대로 한강수계의 지자체들은 규제로 인해 지역발전이 더딘 만큼 규제를 철폐한 후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오염배출량 계산에 있어 선진국이 각 오염원에 대해 오랜기간 현장 모니터링으로 측정된 오염배출계수를 사용해 오염배출량을 산정하는 반면 우리는 오염원의 분류가 개략적이고 현장 모니터링을 통한 측정값이 별로 없다고 꼬집었다.
다음으로 제도 운영 절차가 까다롭고 관련 지침이 난해한 것도 지적사항으로 꼽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자체들은 외부 연구용역으로 시행계획을 수립, 예산 소요가 크고 전담인력 확보도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정진섭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현재 수질오염총량제 시행 지자체는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 수계에 있는 52개 지자체에 달하지만 관리공무원들에 대한 교육은 미미한 실정"이라며 "수질오염총량과 관련해 3~4명이 수년간 그 업무를 담당해도 아직까지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하고 전문기관에 의탁하는 수준에 불과한 만큼 제도가 완벽하게 연착륙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 기대감 높인 정부 대책, 약발 받을까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달말 내놓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토 이용효율화방안'은 수질오염총량관리제를 실시중이거나 준비중인 도내 지자체들에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 발표를 요약하면, 수질오염 총량 관리 실시지역의 경우 현재 6만㎡이내로 제한되던 도시 및 지역개발 사업 허용범위를 도시지역은 10만㎡이상으로, 비도시지역은 10만~50만㎡로 확대한다. 또 6만㎡를 넘지 못했던 관광지조성 사업 규제도 상한이 폐지된다.
규제 개선을 실행하기 위해 환경부는 내년 3월까지 수도권자연계획법 시행령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도권에서 대규모로 진행되는 도시개발이나 지역개발사업이 제한을 받아왔다"면서 "이번 개선으로 오염총량제를 실시하는 지자체는 규제가 많이 풀려 개발에 나설 수 있는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논란이 됐던 오염총량제 의무화 시행방안을 이달까지 확정하고 관련 입법을 내년 4월까지 추진한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지자체 관계자는 "사실 이번 대책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관련 지자체들은 제도 도입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해왔다"며 "이번 대책 발표가 제도 시행에 어느 정도 속도감을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