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동남극 테라노바베이/송현수기자]대륙기지 정밀조사단이 10일 테라노바베이를 끝으로 남극 제2기지(일명 남극대륙기지) 유력 건설 후보지인 서남극 케이프벅스(Cape Burks)와 동남극 테라노바베이(Terra Nova Bay)에 대한 정밀조사를 모두 마쳤다.
케이프벅스와 테라노바베이에 대한 정밀조사 결과는 오는 3월 5일 정밀조사 활동 보고 및 전문가 공청회에 이어 3월 10일 '남극 제2기지 건설 민관협의회'에서 종합적으로 비교 평가하게 된다.
남극 제2기지 건설 후보지는 두 곳에 대한 비교 평가를 토대로 확정하게 된다.
지난 2006년 시작된 남극대륙기지 사업이 5년여만에 결실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극지연구소 대륙기지건설추진위원회(위원장·김예동)에 따르면 극지연구소는 2008년 5월 예비 후보지 자체 평가 결과, 케이프벅스를 유력 건설 후보지로 선정했다. 하지만, 당시 결과는 인공위성 자료 등에 기초한 도상조사에 주로 의존했고 테라노바베이는 비교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케이프벅스와 테라노바베이에 대한 정밀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정밀조사단내에서는 절대 비교평가에서 테라노바베이가 케이프벅스보다 입지 여건이 단연 앞선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테라노바베이가 건설지로서 유력시되고 있다.
그러면 왜 테라노바베이인가.
같은 남위 74도상에 걸쳐 있지만 케이프벅스는 서남극에, 테라노바베이는 동남극에 각각 자리하고 있다.
테라노바베이는 기후 여건이 혹독한 케이프벅스보다 바람이 약하고 결빙일수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또, 접근성과 함께 부지면적, 건설비용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상대적으로 탁월한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이다.

정밀조사단으로 참여중인 충남대 최재용 교수(산림자원학과)는 테라노바베이에 대해 "자재운송·보급루트 등 운송로가 굉장히 좋다. 10㎞ 떨어진 곳에 길이 10㎞ 이상인 활주로가 확보돼 있는데다 작은 만(灣)을 끼고 있어 바지선이 접안하기에도 좋다"면서 "아울러 테라노바베이 주변에는 멜버른산이 있어 미적 가치면에서도 탁월하다"고 호평했다.
테라노바베이는 건설부지만도 6만6천㎡에 달한다. 케이프벅스의 10배가 넘는 광활한 부지를 확보하고 있다. 지면 경사도 완만하다. 반면 케이프벅스는 지면의 기복이 심하다. 건설기간도 연간 90일 정도로 케이프벅스(40일)보다 배 이상 여유가 있다.
김예동 대륙건설추진위원장은 "테라노바베이는 12월 중순부터 선박이 들어와 3월말까지 운행되는 등 연간 90일 정도 바다 통행이 가능하지만 케이프벅스는 연간 40일 정도에 불과해 제약성이 있다"며 케이프벅스에서는 2년안에 기지를 완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테라노바베이 일원인 로스해 해저분지는 석유 등 부존자원 확보 측면에서도 국제적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테라노바베이는 동남극 대륙으로 들어가는 루트가 이미 확보돼 있어 대륙 중심으로의 진출이 용이하다. 지질학적으로는 고생대는 물론 중생대, 신생대(활화산)까지 다양한 지층이 분포돼 있다. 생물 다양성면에서도 해표와 스쿠아(도둑갈매기), 황제펭귄 등 생물자원의 보고로 평가받고 있다.
정밀조사단 일원인 배제대 손호웅 교수(건설환경철도공학과)는 테라노바베이의 경우 ▲노출 암반이 많아 지반이 안정돼 있는데다 ▲주변에 미국·호주 등 외국 기지가 많아 헬기 수단을 이용한 이동이 용이하고 ▲주변에 여름철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크기의 담수호가 존재하고 있으며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주변국과의 국제공동연구 프로젝트가 활성화돼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테라노바베이는 지구 온난화 및 해수면 상승 요인인 빙하 연구는 물론 운석 연구에도 최적지로 꼽힌다. 극지연구소 이종익 책임연구원은 "테라노바베이는 200㎞ 반경 이내에 운석지대가 있어 우주 연구의 최적지로 꼽을 만하다"고 말했다.
반면 케이프벅스 일대는 기후 변화가 심해 지구 온난화 연구의 최적지로 꼽힌다. 다른 나라의 상주기지가 없어 연구 주도권 확보 등 상징적인 의미는 있다.
하지만, 주변이 빙하로 둘러싸여서 생태계 연구에 제약을 받는 등 상대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김예동 극지연구소 대륙기지건설추진위원장
"ATCM 건설동의 필수… 빨라도 2014년께 완공"

김 위원장은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극 제2기지 완공 목표 연도가 현재까지는 공식적으로 2012년이지만 2009년 정밀조사 지연, 예산 문제 등으로 1~2년 정도는 불가피하게 연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향후 남은 절차와 관련, "오는 3월 10일 열리는 민관협의회에서 남극 제2기지 건설지가 확정되면 오는 4월에 의향서(Information Paper)를 차기 남극조약협의당사국회의(ATCM)에 제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기지를 건설하려면 국제사회 즉, ATCM의 건설 동의 획득이 필수적이다"며 "동의를 획득하면 첨단 극한지 공법 및 친환경 기술 등 신개념 공법을 적용한 과학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올해 12월까지 ATCM에 제출할 환경영향평가서(CEE) 초안 작성을 완료하고 CEE 초안 공고 및 국민의견 수렴 등 절차를 거쳐 내년 ATCM이 열리기 120일 전인 내년 2월에 CEE 초안을 ATCM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내년 5~6월께 열리는 ATCM에서 기지 건설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논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CEE 초안이 당해 ATCM을 바로 통과하기는 어렵다. 초안 보완·수정작업을 거쳐 이듬해 ATCM에서 통과되는 것을 전제로 할 경우 우리나라는 2012년 하반기에 제2기지를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