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김명래기자]'그림 그리는 기관사' 2명을 지난 1일 오전 인천지하철 예술회관역 기관사대기실에서 만났다.
38살 동갑내기 기관사 문순생, 권수현씨는 최근 전국의 근로자 수천여명이 회화, 서예, 공예, 사진 등 4개 부문에서 실력을 겨루는 '제31회 근로자미술제'에서 각각 대상(대통령상)과 금상(국무총리상)을 수상해 화제가 됐다.
문순생, 권수현 기관사는 서로 공통점이 많다. 둘은 어렸을 적부터 미술을 좋아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미대에 진학하지 못했다고 한다. 문 기관사는 대학에서 전기공학, 권 기관사는 금속공학을 전공한 공대생 출신이지만 그림 그리는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문 기관사는 대학 4년 동안 '그림 영글터'란 미술동아리에서 활동했고, '취업 3수생' 시절에도 미술학원 취미반에 등록해 그림을 그린 '열혈 미술 청년'이었다. 2007년에는 홍익대학교 사회교육원에 등록해 미술교육을 받기도 했다. 권 기관사는 "예부터 마음 속에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기관사가 되고 나서 3~4년이 지난 30대 초반부터 동네 문화센터에 등록한 뒤 지금껏 '배우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이들은 "그림을 그릴 때가 너무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간은 지하철 운전실에서 보낸다. 열차 운행 시간에는 다른 일을 하지 못하고, 승객 안전에 집중해야 한다. 일이 끝나면 문 기관사는 계양구 박촌동 집의 작은방에서, 권 기관사는 귤현동 아파트 베란다에서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집이 가까워 서로 자주 만나 서로의 그림을 평가하고, 가끔씩 함께 자전거를 타고 '소재 찾기'에 나서는, 미술로써 사귄 벗이다. 화풍은 정반대다. 문 기관사가 상상속의 사물을 화폭에 '정직하고 밋밋하게' 그린다면, 권 기관사는 '강렬하고 거친' 색감을 좋아한다.
지하철 기관사들은 미술 활동을 통해 회사 분위기를 화사하게 꾸미는 노력도 했다. 귤현동 차량기지 화장실에는 문 기관사가 손바닥만한 크기로 그린 풍경화가 벽에 걸려 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문 기관사는 '칭찬합시다 1호 직원'이 됐다. 또 2명의 기관사가 그린 그림은 예술회관역 기관사 대기실을 꾸미고 있다.
근로자미술제를 주최한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7~12일 서울메트로 미술관에서 수상작품 전시회를 열고, 수상자들에게 연말에 중국문화체험 기회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