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장관 부적절 발언 '비난'
"근저당 확인… 중개인도 한통속"
국토부 "예방 중요 맥락" 해명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 기자들과 '전세 사기' 관련 차담회를 열고 있다. 2024.5.13 /연합뉴스 |
최근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세입자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세를 얻는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을 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등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속칭 '건축왕' 남모(62)씨 일당의 피해자인 A(44)씨는 "4년 전 전세계약할 때 집에 설정된 근저당권에 대해 부동산 중개인에게 여러 차례 안전한지 물었고, 당시 집주인과 한통속이었던 것으로 확인된 그 중개인은 안심하라고 설득했었다"며 "재계약 당시엔 건물 하자가 너무 많아 하자보수 책임을 세입자에게 묻지 않는다는 특약사항까지 계약서에 넣었는데 덜렁덜렁 계약을 했다고 볼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건축왕 피해자 B(29)씨는 "혹시라도 전세보증금 8천만원을 잃을까 최대한 알아보고 엄격한 정부의 저리 대출심사도 통과해 계약을 했다"며 "젊은 사람들이 잘 알아보지 않고 계약해서 사기를 당한 것이 아니라 건축주, 바지 집주인, 공인중개사까지 작정하고 속이는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당할 수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장은 "지난해 말 취임한 국토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며 "피해자들은 죽어나가고 있는데 국토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전세사기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고 피해자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을 했다.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16일 국토부 대변인은 경인일보와의 통화에서 "(장관이)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임대인에 대한 정보를 임차인이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안심전세앱'(국토부의 전세계약 정보 확인 애플리케이션) 등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하며 예방이 중요하다는 맥락에서 말한 것"이라며 "전세사기가 피해자 개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의도는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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