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참성단]추신수, 신세계 구단, 그리고 인천

아무래도 올해 프로야구판에서 화제의 중심은 인천이 될 모양이다. 지난달 26일 전격적인 SK 와이번스 인수 발표로 야구계를 충격에 빠트린 신세계그룹이, 이번엔 메이저리거 추신수 영입으로 야구 팬들을 놀래켰다. 추신수 영입을 발표한 23일 신세계그룹은 SK 와이번스 주식 100%를 인수하고 KBO(한국야구위원회)에 회원 가입을 신청했다. 신세계그룹은 프로야구 역사의 첫페이지를 '추신수 뉴스'로 장식한 셈이다. 유통 대기업다운 화려한 미디어 플레이다.추신수는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타자로는 독보적인 족적을 남겼다. 투수로서 박찬호가 누린 명성을 타자로서 만끽한 유일한 선수다. 2001년 부산고 재학 시절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한 뒤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갔다.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씹은 뒤 2005년 빅리그에 데뷔했고, 2013년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간 1억3천만 달러라는 초대박 연봉계약을 터트렸다.통산 1천652경기에 출전해 아시아 출신 타자 최다 홈런(218개), 최타 타점(782점), 최초 사이클링 히트, 현역 최다 52경기 연속 출루 등 화려한 기록을 제조했다. 추신수는 자신이 야구를 시작한 조국에서 야구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로 만 39세. 야구선수로는 절정을 지나 야구인생을 정리할 나이다. 연봉 27억원은 KBO리그 역대 최고라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의 뿌리에서 화룡점정을 찍어 야구인생의 서사를 완결하려는 의지가 컸을 터이다. 연봉 중 10억원을 사회에 기부한다는 계약 내용에서 그의 진정성이 보인다.추신수가 고향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 대신 신세계그룹 구단에 입단한 건 순전히 SK 와이번스의 지명권 때문이다. 짓궂게도 자이언츠는 신생 신세계그룹 구단의 처녀 경기 상대라고 하니 팬들의 관심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추신수를 바라보는 부산과 인천 팬들의 반응이 궁금하다.프로야구는 구단, 선수, 연고지 3박자가 어우러져야 한다. 이중 하나가 빠지면 반신불수가 된다. 인천 야구 팬들은 연고 구단의 잦은 교체로 마음의 상처가 깊다. 신세계그룹 구단과 빅리거 추신수의 결합 스토리가 철저하게 인천 중심이어야 할 이유다. 추신수의 프로정신과 신세계그룹의 연고 의식이 인천과 인천 사람들에게 녹아들기를 바란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1-02-24 윤인수

[참성단]'최재형 선생' 고손자 '초이 일리야'

최재형 선생은 러시아와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다. 상해임시정부를 후원한 것은 물론이고, 1908년 독립운동단체인 동의회를 설립하고 산하에 연추 의병을 창설해 일본군과 무장투쟁을 벌였다. 연추 의병의 참모중장이 바로 안중근. 최 선생은 안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직접 지원했다. 대동공보를 인수해 항일 언론 투쟁을 벌였고, 연해주 한인마을엔 학교를 세웠다. 상해임시정부 재무총장과 블라디보스토크 대한국민의회 외교부장이기도 했다. 1920년 일제는 연해주 토벌 작전을 벌여 최 선생을 즉결 처형했다.최 선생 순국 이후 유족들의 행적은 처참했다. 최 선생은 4남 7녀를 두었는데 소련의 고려인 강제 이주 정책으로 중앙아시아 일대에 뿔뿔이 흩어졌고, 피의 숙청이 난무했던 스탈린 시대에 희생당한 자식들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하늘도 무심하지 않았는지 장손의 혈통만은 끊기지 않았다. 최 선생의 장남 초이 표트르(최운학)는 최 선생보다 먼저 사망했지만 초이 인노겐티를 남겼고, 그의 아들 초이 세르게이는 또 초이 일리야 세르게예비치(19)를 남겼다.초이 일리야는 현재 인천대학교에서 유학 중이다. 인천대가 순국선열의 후손에게 조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주자는 뜻을 밝혀 성사된 유학이다. (사)최재형기념사업회가 일리야의 국내 후원을 대리했다. 그런데 일리야가 지난 설 연휴에 갑자기 병원에 입원했다. 신장 기능이 약해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데 의료보험이 안돼 수술비 걱정이 컸던 모양이다. 이런 걱정이 경인일보 보도(2월17일자 6면 '의료보험 혜택 못받는 독립운동가 후손')로 알려지자 바로 해결됐다. 수술비 전액을 인천시와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이 분담하기로 했다. 덩달아 일리야와 기념사업회에 대한 후원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니 흐뭇하다.광복회는 지난해 12월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에 이어 지난 1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 '최재형상'을 수여하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기념사업회가 버젓이 운영 중인 최재형상을 광복회가 가로채 여권 인사에게 수시로 남발한다는 비판이었다. 일리야를 포함한 전 세계 최 선생의 유족들은 기념사업회의 '최재형상'을 지지했다고 한다.일리야로서는 자랑스러운 독립운동가인 고조 할아버지가 이런 논쟁에 휘말리는 것이 어리둥절했을 터이다. 그래도 할아버지 최재형을 기리는 조국의 민심이 자신을 든든히 받쳐주고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1-02-23 윤인수

[참성단]의사협회 총파업

정부는 지난해 의대 정원을 늘리고 공공의대를 신설하기로 했다. 의사 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열악한 지방 의료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여론 조사에서 국민 절반 이상이 긍정적으로 봤다. 의사들은 오히려 의료의 질이 나빠질 것이라며 개악(改惡)이라고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의사들이 2차례 집단휴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코로나19로 국민들이 고통받는 와중에 의사들이 진료를 거부하자 비난 여론이 번졌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집단행동을 한다'는 거다. 반면 '코로나 시국에 의사들을 자극하는 민감한 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비판도 나왔다. 파업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부는 팬데믹이 안정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겠다며 의협과 협약을 맺었다. 의사들의 집단 강경투쟁에 굴복한 셈이다.의협이 다시 총파업을 예고했다. 의료법 개정에 반발하면서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의사가 일반 범죄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의협은 형사법으로 처벌받은 범죄행위로 면허까지 빼앗기는 것은 이중처벌이라고 비판한다. 개정안을 '면허강탈 법안'이라 규정하면서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이다.정부·여당은 의료인의 위법행위를 예방하고 안전한 의료 환경을 조성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변호사·공인회계사·법무사 등 다른 전문 직종도 범죄 구분 없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경우 면허를 취소한다며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집단 휴진하면 법에 따라 강력 대처하겠다고 했다.정부와 의협은 사사건건 맞선다. 2018년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는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가 서막이다. 지난해 의대 정원 확대로 재점화된 갈등 양상이 다시 고조되는 분위기다. 의협은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면 총파업하겠다고 공언했고, 정부는 엄벌하겠다고 경고한다.코로나로 민생이 허덕이는데 선전포고를 한 정부와 의협을 두고 답답하고 한심하다는 반응들이다. 상위 1%라는 기득권층이 왜 파업을 하는지, 정부·여당은 이 시점에 개정안 처리를 강행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거다. 정부와 의협의 궁합이 별로라는 건 알겠는데, 서로 다투면 불편하고 힘든 건 국민들이다. 다들 짜증을 넘어 화가 난다고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

2021-02-22 홍정표

[참성단]툰베리의 화성 탐사 비판

식민 행성이나 위성으로 이주하는 인류는 SF영화의 단골 소재다. 인류가 더 이상 살기 힘든 황폐해진 지구가 서사의 시작이다. 하지만 SF적 발상으로도 인류 전체를 지구에서 탈출시킬 방법을 찾긴 힘든 모양이다. 2016년 개봉한 '패신저스'에서 우주선 아발론은 식민행성 홈스테드2로 향한다. 냉동수면 상태로 120년을 여행 중인 탑승객은 단 5천명이다. 한국 최초의 우주 SF 영화인 '승리호'엔 우주개발기업 UTS가 위성궤도에 건설한 인공도시가 등장한다. 여기에 거주할 수 있는 지구인은 5% 정도다.최근 인류의 화성 탐사 열기가 절정에 달했다. 미국이 발사한 화성탐사선 '퍼서비어런스'(인내)가 지난 19일 화성에 무사히 착륙해 임무수행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아랍에미리트와 중국도 화성 탐사선 '아말(희망)'과 '톈원(天問)-1호'를 연달아 화성궤도에 안착시켰다. 탐사의 목적은 인간의 화성 거주 가능성이다. 인류가 인내와 희망으로 우주(하늘)에 그 가능성을 물어보는 화성탐사 경쟁을 벌이는 스토리는 SF가 아니라 현실이다.하지만 실제로 지구가 거주 불가능한 죽은 별이 되고 화성 이주가 현실이 된다면, 인류는 전대미문의 불평등에 직면할 것이다. 77억명 중 지구를 탈출할 수 있는 인간은 극소수일테니 말이다. 누가 남고 누가 우주선에 오를지 누가 결정한단 말인가. 90분 우주체험에 수억원, 3일 우주정거장 체류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민간 우주여행 상품 예약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일론 머스크는 2050년까지 화성에 100만명을 보내겠다고 호언한다. 회의적이지만 실제가 된다 해도 인류의 0.00013%에 불과하다.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퍼서비어런스 화성 착륙을 겨냥해 '1%'라는 제목의 화성 홍보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화성이 인류의 미래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반전이 있다. 그래봐야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는 인류는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1%'는 실제의 숫자가 아니라 '극소수'라는 의미일 것이다. 즉 엉뚱한데 돈 쓰지 말고, 전체 인류를 위해 기후위기를 막는데 돈을 쓰자는 메시지다.전 세계 지도자를 향해 기후 위기 해소를 위해 "당장 행동하라"고 일갈했던 소녀 툰베리가 올해 18세 성인이 됐다고 한다. 퍼서비어런스의 화성 탐사 보다, 툰베리의 활약에 더욱 관심이 가는 건, 화성 이주 대상이 될 자신이 없어서인가. /윤인수 논설실장

2021-02-21 윤인수

[참성단]노박 조코비치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노우에서 파리 생제르맹(PSG)과 바르셀로나 FC가 맞붙었다. 지난 17일 '2020~202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 1차전에서다. 신성(新星) 킬리안 음바페(23)와 '인간계를 떠난'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34)가 양 팀 간판이다.생제르망 음바페가 해트트릭 맹활약으로 메시를 압도했다. 절묘한 감아 차기로 상대 키퍼의 얼을 뺀 세번째 골이 환상이었다. 자신이 왜 메시와 호날두(36·유벤투스)로 상징되는 유럽 축구 골잡이 계보를 이을 황태자인지 확실히 보여준 장면이다. 메시는 PK로 선제골을 넣었으나 내내 무기력했고, 음바페의 해트트릭과 팀의 1-4 완패를 지켜봐야 했다.지난 8일 개막한 '2021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4강이 가려졌다. 노박 조코비치(33·세르비아), 아슬란 카라체프(27·러시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1·그리스), 다닐 메드베데프(24·러시아) 선수다. 세계랭킹 114위 카라체프는 21년 만에 이 대회 예선을 거쳐 4강에 오른 선수가 됐다. 조코비치 선수를 제외하면 열성 팬조차 낯선 신예들이다. 프로테니스 4대 천왕 로저 페더러(40)와 라파엘 나달(34), 앤디 머레이(33)는 보이지 않는다. 왼손의 달인 나달은 카라체프에 충격의 역전패를 당해 짐을 쌌다. 2-0으로 앞서다 체력 저하로 무너졌다.여자 단식은 일본이 자랑하는 오사카 나오미(23)가 백전노장 세리나 윌리엄스(39·미국)를 제압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윌리엄스는 마거릿 코트(은퇴·호주)가 보유한 메이저 대회 남녀 단식 최다 우승 기록(24회)과 동률을 이룰 수 있었으나, 다음 기회로 미뤘다.체력과 기량을 겸비해야 하는 스포츠 세계에 세대교체는 순리(順理)이고, 숙명이다. 노쇠한 스타가 떠난 자리를 패기 넘치는 후배가 이어받는다. 팬들은 늘 새로운 별에 목말라 한다. 그렇더라도 올 들어 프로스포츠계의 얼굴 바뀜이 예사롭지 않다. UFC 간판 코너 맥그리거(33·아일랜드)는 지난 달 더스틴 포이리에(32·미국)에 TKO 패했다. 7년 전에는 맥그리거가 일방적으로 두들긴 상대다. 조코비치는 호주 오픈 3연패, 통산 9회 우승을 정조준 한다. 라켓을 내던지는 불꽃 투혼으로 팬심을 흔든다. 30대 노장의 '세기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홍정표 논설위원

2021-02-18 홍정표

[참성단]북한의 백신 해킹

지난해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 수역에서 사살된 후 소각됐다는 군 발표로 대한민국 여론이 들끓자 북한은 통일전선부 통지문을 통해 '사살'은 인정했지만 시신이 사라졌다며 '시신 소각'은 부인했다. 소각한 것은 사망 공무원이 표류 내내 의지했던 부유물인데 "국가 비상 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는 것이다.북한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직후 국경을 완전히 봉쇄하고 무단 월경자에 대해 사살을 경고했다. 태양(김일성)과 광명성(김정일)의 정기를 이어받은 김정은도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엔 속수무책이었던 모양이다. 국경 봉쇄의 대가가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평양 주재 외교관들의 전언에 따르면 밀가루·식용유·설탕 같은 기본 식료품은 물론 약품·의류 등 생필품을 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공화국 1등 시민들이 사는 평양이 이 정도라면 지방 사정은 더 끔찍할 것이 확실하다.그래도 봉쇄 덕분인가. 북한은 공식적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고 선전한다. 실제로 북한 매체들은 마스크 없이 진행된 주요 당행사에 참석한 김정은의 모습을 공개해왔다. 지난달 8차 당대회를 기념해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벌인 열병식이 압권이다. 대규모 밀집대형으로 열병한 북한 군인들은 노 마스크였다. 바이러스도 어쩌지 못하는 견고한 세습체제의 실상을 보여준 장면이었다.하지만 북한의 코로나 확진자 '0' 주장을 증명할 통계는 없다. 반대로 북한의 코로나 감염 실태가 심각하다는 소식통들의 '진짜 뉴스'는 넘쳐난다. 최근 북한이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기술 탈취를 위해 국내외 제약회사에 대한 해킹을 시도했다는 국내외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국회도 최근 국정원 보고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 사실이라면 북한의 코로나 감염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반증이다.북한 사이버부대의 글로벌 해킹은 악명 높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전 세계 방산기업을 상대로 군사정보 획득을 위한 해킹을 시도하고, 암호화폐 업체를 해킹해 최근 2년간 3억 달러 넘는 돈을 빼냈다고 한다. 이도 모자라 이제 코로나 극복을 위해 제약업체들도 해킹하고 나섰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북한에 여러 차례 코로나 방역 지원 의사를 전달했지만 무시당했다. 북한은 다 계획이 있는데, 우리 정부만 그걸 몰랐던 모양이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1-02-17 윤인수

[참성단]'분당 맹꽁이'의 반격

도롱뇽 서식지를 보호해달라며 소송을 낸 적이 있었다. 천성산 도롱뇽 사건이다. 정부가 경부고속철도를 건설하면서 2001년 울산광역시 천성산에 터널을 뚫으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정부는 공사 전 실시한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보호해야 할 동식물이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비구니 지율 스님에게 딱 걸렸다. 내원사의 천성산 지킴이였던 지율은 산을 누구 보다 잘 알았다. 실제로 천성산엔 꼬리치레도롱뇽 등 환경부 지정 법적 보호종이 30종 넘게 서식하고 있었다.지율은 단식농성과 3천배 시위 등으로 터널공사를 가로막고 나섰다. 정부가 2003년 공사를 강행하자 곧바로 공사중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지율은 소송 당사자에 도롱뇽도 포함시켰다. 대법원은 2006년 도롱뇽은 자연물이라며 사건 당사자가 될 수 없고, 터널공사가 천성산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정부 손을 들어주었다. 결국 천성산 터널은 2008년 완공 목표를 넘겨 2010년 개통됐고, 현재 공식 명칭은 '원효터널'이다. 사건 이후 환경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했지만, 지율은 여전히 4대강 사업 등 정부의 대형 토목사업을 반대하는 소신을 지키고 있다.그런데 최근 '분당 맹꽁이'가 제대로 정부의 뒤통수를 쳤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0일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주민 536명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제기한 서현공공주택지구 지정 취소 소송 판결에서 주민 편에 섰다. 이번에도 환경영향평가가 문제가 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문제의 땅에서 '맹꽁맹꽁' 울면서 살고 있는 맹꽁이가 없다고 했고, 국토부는 이를 근거로 지구지정을 허가했다. 하지만 있는 것이 없을 리 없다. 주민들이 직접 400여마리의 맹꽁이를 찾아냈다. 보호해야 할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이다.이번 판결로 국책·공공사업을 명분으로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남발해 온 정부와 공공기관 행태에 급제동이 걸렸다. 비슷한 환경문제로 정부 주도 개발을 반대하는 시민들에겐 청신호다. 과천시민들은 정부청사 유휴지 개발을 반대하고, 성남시 신흥동 주민들도 복정2지구 공공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수도권 일대 3기 개발 과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어물쩍하다간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천성산 도롱뇽의 실패를 만회한 분당 맹꽁이의 반격이 예사롭지 않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1-02-16 윤인수

[참성단]쿠팡의 '아메리칸 드림'

방송인 신동엽이 따귀를 맞는다. 뭔 수작을 했는지 모르나 화가 잔뜩 난 여성의 강스매싱이 사정없이 강타한다. 입속 분비물이 튈 정도로 강력한 충격을 받으면서도 신동엽은 싫지 않다는 표정이다. 오히려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더 때려달라고 뺨을 내민다. 영상에는 '싸다구'란 자막이 반복 노출된다. 수년 전,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 기업 쿠팡은 신동엽이 신이 난 표정으로 처맞는 파격 광고를 선보였다.업계는 쿠팡의 성장 가능성을 비관했다. 싸다는 것만으로 통할 수 있겠느냐는 거다. 천문학적 자본이 투입되는 유통망 확충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은 등 비즈니스 전략에 경쟁력이 없다고 봤다. 예상대로 악전고투하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두 차례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됐고, 국내 1위 온라인 유통업체로 성장했다.설 연휴에 쿠팡이 한국 기업 최초로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 절차에 착수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기업 가치가 55조원으로 평가됐다. 사업 무대는 한국이지만 미국 법인 쿠팡INC가 한국 쿠팡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쿠팡이 미국 기업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한국 대신 미 증시에 주식을 상장하는 것은 이상할 게 없다.관련 업계는 '한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쿠팡이 서울을 패싱하고 뉴욕을 택한 속사정은 다르다고 본다. 우선 국내 증시의 까다로운 상장 조건이다. 쿠팡 같은 만년 적자기업은 상장이 사실상 막혀있다. 누적 적자 4조원을 넘는다. 미국 증시는 적자 기업이라도 발전 가능성을 본다. 미국과 달리 국내 증시에는 '차등의결권'이 없다. 쿠팡은 뉴욕증시 상장을 위해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의장의 보유 주식에 보통주 29배의 차등의결권을 부여했다고 한다. 지분 2%로 56%의 의결권을 확보하게 된다.네이버 라인은 2016년 국내가 아닌 일본과 미국 증시에 동시 상장했다. 사업 영역은 일본과 동남아였다. 게임회사 넥슨은 2011년 도쿄 증시에 상장했다. 본사는 일본이지만 매출은 한국과 중국이 대부분이었다. 회사 측은 '더 많은 기회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한다.쿠팡도 '아메리칸 드림'을 택했다. 유망 기업이 외면하는 국내 증시는 활력을 잃는다. 손흥민 같은 스타 선수들이 해외 무대로 대거 빠져나간 K리그는 관중석이 썰렁하다. 증시도 다를 게 없다./홍정표 논설위원

2021-02-15 홍정표

[참성단]과거에서 도망칠 수 없는 세상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에게 자베르는 숙명의 동반자다. 자베르는 장발장을 범죄자이자 탈옥수였던 과거에 가두어 놓고 그의 평생을 그림자처럼 뒤쫓는다. 미리엘 신부 덕분에 개과천선한 장발장이 선행을 쌓아 한 도시의 시장이 됐어도 자베르의 추적을 피하진 못한다. 자베르는 장발장에게 지울 수 없는 과거인 셈이다.설 연휴 직전에 터진 이재영-이다영 자매 배구 스타의 '학교 폭력' 가해 논란이 진정될 기미가 안 보인다. 학창 시절 피해자의 폭로에 나란히 사과문까지 발표했지만, 연휴 끝 무렵에 또 다른 피해자의 폭로가 이어졌다. 배구계에게 퇴출하라는 청와대 청원에 동참하는 여론도 늘고 있다. 이들 자매와 슈퍼스타 김연경까지 보유한 흥국생명은 드림팀은커녕 악몽에서 허우적대고 있다.TV조선 인기 프로그램인 '미스 트롯2'에 출연했던 진달래도 무명의 터널에서 벗어나려던 찰라 학폭 논란에 눈물을 뿌리며 도중 하차했다. "저의 어린 시절 철없는 행동이 아직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으셨다는 말에 가슴이 찢어지게 후회스럽고 저 스스로가 너무 원망스럽다." 그녀의 참회는 진심일테지만 너무 늦은게 문제였다.이재영-이다영 자매와 진달래뿐 아니다. 학교 폭력 가해란 과거로 현재가 무너지는 예체능 스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사회적 논란도 대립적이다. 한 사람의 현재를 과거에 연좌시켜 판단하는 것이 맞느냐는 주장과 치유되지 않은 과거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라는 반박이 부딪힌다. 이재영-이다영의 사과를 받은 피해자는 "허무하다"고 했다. 가해자는 몇 줄 사과문으로 사과할 수 있겠지만 피해자의 피해엔 회복할 수 없는 누적된 세월이 박혀 있다는 뜻일테다.장발장은 시민군에 붙잡혀 죽을 지경에 놓인 자베르를 구해준다. 자베르는 그제서야 장발장의 선한 현재를 인정하고, 강물에 투신한다. 자베르의 목숨을 구해주고서야 장발장은 과거에서 벗어난 것이다.SNS 자체가 자베르인 시대다. 과거의 흔적을 지울 수 없는 세상이고, 과거의 조국이 현재의 조국을 저격하는 시간의 연좌제가 일상적이다. 피해자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는 한 개과천선이 그만큼 어려운 시절이라는 얘기다. 장발장만큼의 인내와 선행이 아니고선 과거의 악행을 지우기 어렵다. 과거에 발목 잡힌 현재의 사람들이라면 레미제라블을 일독해보길 권한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1-02-14 윤인수

[참성단]'코로나 설날'의 단상

경기도가 도민 1천명에게 물었더니 응답자의 85%가 이번 설에 고향을 찾지 않겠다고 답했단다. 연휴 기간 중 어떤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라는 사람도 64%나 됐다. 온라인에는 명절 귀향을 고집하는 시댁을 고발해달라는 며느리들의 분통이 터지고, 쪼개기 귀성 등 각종 묘안이 백출한다지만 정부의 5인 이상 집합금지로 '집콕 명절'이 대세가 된 모양이다.설 대목을 고대했던 전통시장 상인들은 울상이다. 귀성 행렬이 없으니 차례상과 명절 밥상이 간소해졌고, 장을 보는 주부들이 사라졌다. 명절 선물도 대형 온라인 쇼핑몰의 택배 서비스가 독점하니, 대목을 노리고 선물용 재고를 쌓아놓은 전통시장 상인들만 폭탄을 맞았다. 명절 선물로 들어온 고기와 음식으로 식비를 아꼈다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도 올해는 직접 고기를 사드셔야 할 듯 싶다.음지가 있으면 양지도 있는 법. 제주도와 강원도 해안도시 숙박업소들은 빈 곳이 없단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도 여행객들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마침 자영업 영업시간이 오후 10시까지 늘어났으니, 여행객 지갑에 생계를 매달고 있는 관광지 자영업자들은 반짝 호황이 반가울테지만, 아무래도 코로나 호황은 아슬아슬하다. 9시 규제에 계속 묶여 눈물의 '점등 시위'에 나선 수도권 자영업자들에 견주면 황송한 설 특수이겠다.가족 모임이 흩어지다 보니 명절 단골뉴스였던 가정폭력과 명절이혼도 확 줄어들겠다. 명절 밥상에서 케케묵은 가족사가 몸싸움으로 번져 파국에 이르는 가족, 명절 갈등으로 파경에 이르는 부부가 적지 않았다. 아예 안 모이니 갈등도 없을 터, 이러다가 비대면 명절이 문화로 굳어질지 모르겠다. 코로나 이후 세대 간 명절문화 전쟁이 불가피할 듯하여 심란하다.그래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같은 이가 있어 스산했던 설 풍경이 따뜻해졌다. 재산의 절반인 5조원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혔다. 자선이 아니라 사회의 갈등구조를 해결해 전체의 공익을 실현하는데 쓰겠다고 한다. 빌게이츠 재단에 착안한 듯싶다. 통 큰 명절 선물이다."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김 의장이 애송한다는 에머슨의 시구란다. 집콕 명절에 조용히 새겨 볼 만하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1-02-09 윤인수

[참성단]아웅 산 수치의 추락

아웅 산 수치는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인물이다. 프랑스의 뤽 베송 감독은 2012년 그의 역정을 주제로 영화 '더 레이디(The Lady)'를 제작했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영국에서 평범하게 살다 고국에 돌아와 민주 역정에 뛰어든 이력을 담았다. 주연을 맡은 배우 양자경의 외모가 수치와 닮았다고 해 화제가 됐다.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미얀마 군부 독재가 종식됐다. 배우자가 외국인이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헌법조항 때문에 대리인을 내세우고 외무장관을 지냈으나 이후 군부와 적당히 타협하는 태도를 보여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군부가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탄압하는데도 적극 제지하지 않아 국내외 비난을 샀다. 노벨상을 취소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돌았으나 노벨재단은 유감을 전하는 선에 그쳤다. 2017년에는 아일랜드의 록 밴드 U2의 리더가 그를 향해 '역겨움이 느껴진다'며 국가자문역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U2는 2000년 'Walk On'이라는 곡을 만들어 수치에 헌정한 바 있다.수치 여사가 11년 만에 다시 가택 연금됐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세력에 의해서다. 2020년 미얀마 총선에서 NLD가 압승한 이후 군부의 쿠데타 설이 돌았다. 군부는 대법원에 대통령, 선관위원장 자격을 무효화 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군 최고사령관은 '선거 부정과 불공정을 지적했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군 대변인은 "군부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정권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도 역시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쿠데타를 예고하는 대담한 발언이다.미얀마 정국은 안갯속이다. 시민 저항운동은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최대도시 양곤과 수도 네피도는 NLD 상징인 빨간색으로 뒤덮였다. 쿠데타 친위대는 '군부 독재를 원하지 않는다'는 시위대에 총부리를 겨누지는 않았으나 유혈 충돌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다.수치는 조국의 민주화를 쟁취했으나 온전히 지켜내지 못했다. 군부와의 불안한 동거로 이미지가 바랬다. 눈치를 보며 소수 민족 탄압을 방관하다 체면을 구겼다. 영국과 프랑스의 명예 시민권을 박탈당했고, 국제엠네스티의 '양심대사상'과 광주시의 '광주 인권상'이 철회됐다. 동남아 민주화 운동의 대모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홍정표 논설위원

2021-02-08 홍정표

[참성단]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에 제출한 투자의향서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투자의향서에서 텍사스주에 20년간 8억550만 달러(약 9천억원)의 세금감면 혜택을 요구했다. 천문학적 세금감면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이유는 어마어마한 투자규모와 이에 따른 막대한 경제파급 효과 때문이다.투자의향서에 밝힌 삼성전자의 총 투자액은 170억 달러(약 19조원). 이중 50억6천900만 달러는 6천500만㎡ 규모의 공장과 부동산에, 99억3천100만 달러는 파운드리 설비와 장비 구매에 투자한다는 청사진이다. 공장 건설로만 직접비용 40억5천500만 달러(약 4조5천억원)가 건설사와 설계사 등 텍사스주 제조업 매출에 유입되고, 유통·물류·소비 등 간접적인 파급효과까지 감안하면 총 89억 달러(약 10조원)의 경제활동이 발생한다고 한다. 2만개 가까운 공장 건설 일자리는 덤이다.이뿐 아니다. 공장이 가동할 경우 향후 20년간 86억 달러의 경제효과가 발생하고, 3천개 가량의 정규직이 73억 달러의 봉급을 챙길 것으로 전망했다. 오스틴시는 20년간 세금과 소비로 챙길 수 있는 순수익만 12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텍사스주의 높은 세금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삼성전자의 요구를 외면하기 힘들다.반도체 파운드리 산업은 설계자의 요구대로 반도체를 위탁생산해주는 사업으로 글로벌 시장규모가 900억 달러나 된다. 전체 시장의 절반을 점유한 대만의 TSMC가 독보적인 1위 업체다. 삼성전자는 2위라곤 하지만 1위와의 격차가 크다.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TSMC를 제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평택에 10조원대의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인텔 등 대형고객을 의식해 미국 투자에 나선 배경이다.하지만 삼성의 미국 투자가 확정된 건 아닌 모양이다. 텍사스 오스틴시뿐 아니라 애리조나와 뉴욕, 한국 등을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도 유치경쟁을 벌일 법 하건만 조용하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유치만 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데 말이다.글로벌 세계경제에서 투자 유치는 모든 국가가 사활을 걸고 경쟁하는 분야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170억 달러짜리 삼성 투자를 맥없이 해외에 내 보낼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1-02-07 윤인수

[참성단]대법원장의 사과

"현실을 보면 세상의 모든 권력과 금력, 인연 등이 우리를 둘러싸고 우리를 유혹하며, 우리를 바른길에서 벗어나도록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만약 내 마음이 약하고 내 힘이 모자라서 이와 같은 유혹을 당하게 된다면 인생으로서의 파멸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법관의 존엄성으로 비추어 보아도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이 법관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가인은 대한민국의 사법 독립을 위한 초석을 다진 인물로 평가된다. 이승만 대통령과 정권에 맞서 사법부에 대한 압력과 간섭을 물리쳤다. 신념과 사명감으로 사법권의 독립과 재판의 독립성을 지켜냈다. 이 대통령이 사표를 종용하자 목발에 의지해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등원할 정도로 강직했다.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과 관련, 김명수 대법원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5월 임 판사가 사표를 내자 국회 탄핵을 이유로 반려했는지를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면서다. 김 대법원장은 탄핵을 거론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입장이 궁색해졌다.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사표 수리, 제출 그런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한다"며 "국회에서 탄핵하자고 설치고 있는데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고 했다.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는 말도 한다.법원 내부는 물론 정치권의 비판이 거세다. 대법원장이 법치주의가 아닌 정치 논리로 판단한 행위라며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후배를 탄핵으로 떠미는 모습까지 보인 대법원장은 후배들에게 창피하지 않으냐'는 질책도 있다. 야당 유력 정치인은 "후배의 목을 뇌물로 바쳤다"고 개탄했다.김 대법원장은 취임하면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했다. 언행 불일치요,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녹취록이 공개되자 '국민께 죄송하다'고 사과했으나 파문은 가라앉지 않는다. 독립과 중립, 공정을 지켜내야 할 사법기관의 수장이 벼랑 끝에 섰다. 대법원장의 거짓말은 가벼울 수 없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부장판사가 국회에서 탄핵 소추됐다. 대한민국 법원사에 유례없는 위기다./홍정표 논설위원

2021-02-04 홍정표

[참성단]홍 부총리의 '지지지지(知止止止)'

삼국지연의에 비운의 곳간지기 왕후가 등장한다. 연합군을 이끌고 원술 정벌에 나선 조조에게 곳간지기 왕후가 군량미가 떨어졌다고 보고했다. 조조는 군량미 배급을 줄일 것을 명한다. 당연히 군사들이 반발했다. 조조는 즉시 왕후를 불러 참수한 뒤 그에게 군량미 횡령죄를 덮어씌웠다. 왕후의 목 하나로 자신의 책임을 면한 건 물론이고 군율의 엄정함을 보여줌으로써 군사들을 독려해 전쟁에서 이겼다. 나관중은 정사에 없는 가공인물 왕후의 에피소드로 간웅 조조의 면모를 보여준다.대한민국 곳간지기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SNS에 "지지지지(知止止止)의 심정"을 올려 화제다.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뜻이라고 하니, 관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귀거래사로 보여서다. 홍 부총리는 지난 연말엔 실제로 사표를 던졌다가 대통령이 반려하자 곧바로 직무에 복귀한 적도 있다.지난해 코로나19 국난 이후 홍 부총리는 여권 대선주자들과 끊임없이 설전을 벌여왔다. 국가부채 걱정 말고 돈을 풀자는 대선주자들의 요구에, 홍 부총리는 적자재정의 한계를 들어 번번이 반대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지급으로 국가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을 선도했다. 홍 부총리는 선별지원을 강조하며 맞섰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자영업자 손실보상법 법제화를 추진하자,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수준 낮은 자린고비(이재명)", "이게 기재부의 나라냐(정세균)"라는 비판의 칼날이 시퍼랬다.급기야 이낙연 민주당 대표마저 선별과 보편 지원을 모두 포함한 4차 재난지원금 추경 편성 의지를 밝히자, 홍 부총리는 보편지원과 선별지원 동시 실시는 힘들다며 '지지지지의 심정'을 밝힌 것이다.홍 부총리는 여권 실세들과 설전을 벌였지만 결과는 늘 실세들의 요구가 관철됐다. 이 때문에 '홍두사미', '홍백기'라는 별명마저 얻었다.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권력 앞에, 예산편성권으로 행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호령하던 기재부가 한없이 작아지고 있다. 아무리 유능해도 권력의 크기가 알량하면 욕먹고 내쳐지기 십상인 것이 곳간지기의 운명이다.홍 부총리가 이번엔 '지지지지의 심정'을 배수진 삼아 나라 곳간을 지켜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1-02-03 윤인수

[참성단]안타까운 'KBS 논란'

영국 국영방송 BBC는 전 세계 공영방송의 롤모델이었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BBC 직원들의 파업 시위현장을 뉴스 속보로 보도하고, 극우정당 당수의 BBC 토론 출연 반대시위도 보도하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송 덕분이다. 포클랜드 전쟁 때는 '우리 군' 대신 '영국군'으로 객관화시킬 정도였다. 이런 BBC도 정파적 시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2015년 집권한 보수당은 BBC가 노동당에 우호적이라고 공격했다. 2017년 BBC의 자율적인 관리감독 권한이 정부기구로 넘어간 배경이다.공영방송 KBS가 수신료 인상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KBS 직원 60% 이상이 연봉 1억원이고, 연봉 1억원 직원 중 2천여명이 무보직이라는 야당 의원의 주장이 발단이 됐다. KBS는 즉각 과장이라며 공식 현황을 공개했는데, 무보직 1억원 연봉자의 규모가 놀랍기는 도긴개긴이다. "우리 직원들 욕하지 말고 능력되고 기회되면 우리 사우님 돼라." KBS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온라인에 게시한 조롱이 기름을 부었다. KBS 수신료 인상 명분에 '평양 지국 개설'이 포함됐다는 주장도 논란을 더하고 있다.KBS의 한 아나운서가 20여건의 보도를 임의적으로 첨삭해 방송한 것도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기자가 현장에서 생산한 보도를 권한 없이 자기 기준으로 첨삭했다면 명백한 왜곡이라서다. 노동조합의 내부 지적이라 더욱 뼈 아프다.문재인 대통령 생일날 방영된 열린음악회에서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Song to the moon)를 선곡했다는 시비엔 심사가 어지럽다. 대통령 지지자들은 문(Moon) 대통령을 '달님'으로 부르며 따른다. 야당의 한 당협위원장은 '달님은 영창으로'라는 추석 현수막을 걸었다가 달님 지지자들과 여당의 공격을 받았다. 총선을 앞두고 역풍을 우려한 국민의힘은 당협위원장직을 박탈했다. 푸른하늘 은하수에 하나여야 할 '달님'의 정서는 당파로 조각났으니 서글프고,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로 정파성을 의심받는 공영방송의 현실은 애달프다.이 모든 KBS 논란이 수신료 인상을 계기로 터져 나왔다.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은 중립성과 공정성이 의무이자 생명이다. 국민이 정파를 초월해 공영방송 KBS를 보편적으로 지지하고 사랑했다면 수신료 인상 문제가 이처럼 정치적으로 번지진 않았을테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1-02-02 윤인수

[참성단]'차례는 생략, 세배는 온라인'

지난해 추석은 명절답지 못했다. 귀성객은 눈에 띄게 줄었고, 공원묘지는 진입로부터 차단했다. 조상묘 벌초는 대행업체에 맡겼고, 차례·성묘는 생략하거나 간소화했다. '조상님은 어차피 비대면, 코로나 걸리면 조상님 대면'이란 말이 소셜네트워크에 돌았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이동을 자제하라고 권했다. 시골 마을에 '불효자는 옵니다'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코로나19가 바꾼 명절 풍속도다.올해 설은 더 민망하게 됐다. 정부가 이동 권고보다 더 강력한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을 적용하기로 한 때문이다. 공공도서관에 '설 연휴, 찾아뵙지 않는 게 '효도'입니다'란 대형 걸개가 내걸렸다. '직접 방문은 자제하고, 세배는 온라인으로!'라는 부제가 달렸다. 직계 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를 경우 설날에 다섯 이상 모였다 적발되면 과태료 10만원을 물어야 한다. '차례·성묘는 생략, 세배는 비대면'이 대세일 듯하다.본가를 찾은 아들, 손주, 며느리가 어르신 모시고 옹기종기 만두를 빚는 건 명을 거역하는 행위다. 둘러앉아 떡국을 함께 나눌 친척과 이웃도 부를 수 없다. 아이들의 세뱃돈 주머니도 아쉽게 됐다. 축의·조의금과 마찬가지로 세뱃돈도 온라인 송금이 유행할 조짐이다. 자식도 손주도 오지 않는 고향 어르신들의 낭패감은 어찌해야 하는가.더 큰 걱정은 이 땅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다. 집합금지와 밤 9시 이후 영업 금지 연장에 한숨이 커진다. 2개월째 이어지는 방역 강화에 이미 초주검들이다. 명절 대목이 악몽이 될 판이라고 하소연이다. 다들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정부는 집단면역을 위해 지속 가능한 방역을 강조한다.바이러스가 종식되지 않으면서 K-방역에 대한 의문이 커진다. 숨 막히는 출·퇴근 지하철은 괜찮은데 식당에서는 거리를 둬야 하는지 궁금해한다. 태권도 발차기는 되는데 복싱 어퍼컷은 왜 안 되는가. 바이러스 창궐을 차단한다는 방역 대책의 과학적 근거는 무엇인가. 의문부호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명절 연휴 관광지 숙박시설은 예약이 힘들다고 한다. 인파가 몰려도 9시 이후 상가 문을 닫으면 바이러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가. 총리는 '민생을 위해 설 전에 단계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자영업자가 일상처럼 가게 문을 여는 설 연휴가 됐으면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

2021-02-01 홍정표

[참성단]조류인플루엔자와 '산안농장' 사태

기자 출신 저술가 앤드루 니키포룩은 '바이러스 대습격'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를 "세계화의 산물"이라며 "간단하게 말해서 이 엄청난 닭 유행병의 원흉은 산업적 방식으로 생산된 싸구려 고기를 탐닉하는 걸신들린 인간의 식욕"이라고 단정했다. 저자가 2006년 이 책을 펴냈을 때 이미 세계는 2억마리 이상의 새를 땅에 묻었다. 물론 대부분 양계 닭이다.이 책에 등장하는 미국 양계업계의 거물은 "모진 인간이 있어야 부드러운 닭고기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AI가 공장형 양계산업이 초래한 후천적 전염병이란 인식은 확고해졌지만, 여전히 양계산업은 공장형을 지향한다. 전통적인 친환경 사육방식으로는 닭고기와 달걀 수요를 맞출 수 없어서다.지난 2016~2017년 겨울, 정부는 AI 방역을 위해 3천800만마리를 살처분했다. 공장 닭과 달걀 공급이 줄자 난리가 났다. 가격이 배 이상 오른 달걀은 1인 1판으로 판매가 제한됐고, 파리바게뜨는 달걀이 많이 들어가는 빵 출하를 정지하는 등 에그플레이션 소동이 발생했다. BBQ가 치킨값을 올렸다가 세무조사 압박에 꼬리를 내린 것도 이때였다. 2천만마리가 살처분 된 올 겨울에도 공장형 양계산업을 비판하는 인도적 인간과, '공장 닭'에 의존하는 인간의 시장과 식욕이 공존하는 모순은 반복되고 있다.하지만 양계농가의 인식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밀집 사육 대신 친환경 사육으로 건강한 닭을 길러 AI를 극복하려는 농가들이 생겨난 것이다. 최근 방역당국의 일방적인 살처분을 거부한 화성 '산안농장'과 같은 동물복지 농장들이다. 친환경 축산은 가축전염병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AI 발생 원점을 기준으로 한 정부의 예방적 살처분 규정은 행정편의적이자 '모진 인간'의 발상이다."친환경적으로 동물권을 존중해가며 농장을 운영하는데 아무런 이점이 없으면 억울하지 않겠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판단이 상식적이다. 도 차원의 기준을 만들어, 예방적 살처분 위주의 AI 방역행정이 바뀌길 기대해 본다.19세기 독일 병리학자인 루돌프 피르호는 '환경이 아무리 끔찍해도 습관화되면 참아낼 수 있는 것이 인류에겐 최악의 저주'라고 했다. 조금만 신경 쓰면 막을 수 있고 줄일 수 있는 양계 닭 대량 살처분이 관행적으로 참아낼 일인지, 생각이 많아진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1-01-31 윤인수

[참성단]'왕자를 낳은 후궁'

숙종의 아들인 경종은 희빈 장씨 소생이다. 영조는 경종의 이복동생으로, 후궁 숙빈 최씨 소생이다. 비운의 사도세자는 영조와 후궁 사이에서 태어났다. 순조 역시 아버지 정조와 후궁의 소생이다. 조선 후기 왕들은 대체로 정실인 왕비가 아닌 후궁들의 자식이다.왕자를 낳은 후궁의 위세는 정실과 자리바꿈할 정도였다. 숙종은 인현왕후를 폐해 서인(庶人)으로 강등하고 희빈 장씨를 왕비로 책립(冊立)했다. 이런 변고로 10년 넘게 이어진 서인의 권력이 남인으로 넘어갔다. 정실로 등극한 희빈은 분에 넘는 권세에 취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다 사약을 받고 스러졌다.왕자 씨를 낳은 후궁이라고 죄다 유세를 떤 건 아니다. 정조의 후궁인 수빈 박씨는 바라던 아들을 낳았다. 세자에 책봉돼 훗날 왕위에 오른 순조다. 정조의 총애에도 수빈은 현명하고 겸손했다. 원자를 낳은 후에도 왕비인 효의왕후를 극진히 섬겼고, 혜경궁 홍씨 등 윗분들에게 예의를 다했다. 궁 안팎에서 어진 현빈이라는 칭송을 들었고, 평온한 삶을 살다 남양주 휘경원(徽慶園)에 잠들었다.여의도 의사당에 뜬금없이 '조선의 후궁'이 소환됐다. 여야 여성의원들에 의해서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을 향해 "후궁이 왕자를 낳았어도 이런 대우는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고 의원이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는 점을 비꼰 것이다. 앞서 고 의원은 "광진을 주민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했다"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출마를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의원과 여권은 물론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고 의원은 '광진구민들을 모욕하는 발언'이라며 모욕죄 혐의로 고소장을 냈다. 40명 넘는 민주당 의원들은 조 의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기자회견문을 돌렸다. '도를 넘는 막말이자 시대에 남을 망언'이라며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다.조 의원은 사과했으나 여진은 가라앉지 않는다. 21대 국회 들어 여의도의 입들이 더 사나워지는 양상이다. 어지간한 막말은 놀랍지도 않게 됐다. 얼마 전, 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두고 여당 의원이 미싱(재봉틀)을 보내겠다고 했다. 입을 꿰매려 했는데, 생각보다 비싸 실행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국회에 미싱 하나 갖다놔야겠어요'라는 국민이 많을 것 같다. /홍정표 논설위원

2021-01-28 홍정표

[참성단]'사과' 뒤에 남겨진 '현실'

연초부터 여권발 사과(謝過)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주거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한 국민들에게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자신있다"던 2019년 국민과의 대화 발언은 무색해졌다. 하지만 송구하다는 대통령의 사과가 '낙심한 국민'들의 현실을 바꾸지는 못한다. 무주택 서민들은 폭등한 전·월세 가격에 울고 청년들은 제집 갖기를 포기한 채 영혼을 끌어모아 주식시장에 열중하고 있다.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실체가 없었던 검찰의 계좌추적을 사실로 단정한 잘못에 대해 "정서적 적대감에 사로잡혔고 논리적 확증편향에 빠졌다"고 자아비판했다. 그러나 유 이사장이 계좌 사찰 당사자로 지목했던 한동훈 검사장은 아직도 '채널A 검·언 유착' 사건 피의자다. 중앙지검 수사팀이 한 검사장 무혐의 결재를 올렸지만 이성윤 지검장이 외면한다고 한다.국가인권위원회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여비서 성추문 의혹에 대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직권조사 결과를 밝히자 더불어민주당의 사과가 폭주했다. 피해 여성을 '피해호소인'으로 격하한 남인순 의원은 "깊이 사과 드린다"고 사과문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낙연 당대표도 "피해자와 가족들께 깊이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청년 최고위원 박성민은 "2차 가해와 민주당의 부족한 대처로 상처받은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한 대통령의 사과는 부동산 대란에 표류하는 국민에겐 공허하다. 유시민의 사과는 '정서적 적대감'과 '논리적 확증편향'의 대상이었던 윤석열과 한동훈을 비켜가는 바람에 화려한 수사만 남았다.민주당 지도부의 사과가 6개월 지연되는 동안 피해여성은 집단적인 2차 피해를 감수했고 '박원순 살인자'로 고발될 처지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듯 사과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피해자에게 사과했지만 친문진영의 2차 가해엔 침묵한다. 남 의원의 육성 없는 사과문은 온몸으로 2차 가해를 견뎌 온 피해자에게 가혹할 정도로 건조하다.민주당은 정의당 성추행 사건이 벌어지자 "충격을 넘어 경악"이라며 "무관용 원칙으로 조치를 취하라"는 논평을 냈다. 권인숙 의원은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자기 당 논평을 사과했다. 새해 여권발 사과 퍼레이드에서 유독 권 의원 사과만 가슴에 남는 건 왜일까. /윤인수 논설실장

2021-01-27 윤인수

[참성단]'SK 와이번스' 인수한 신세계

신세계그룹과 SK텔레콤이 26일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를 1천352억원에 100% 인수하기로 매매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전날 깜짝 발표에 이은 전격적인 가계약 체결에 구단과 선수는 물론 연고지인 인천 야구팬들 모두 '멘붕'이다. 신세계그룹의 새 인천 프로야구단의 모기업은 이마트다. 이마트는 인천 연고를 유지하고 현 SK 구단 프런트와 선수단 전원을 고용 승계한다. 대신 모기업 정체성이 변한만큼 'SK 와이번스'라는 구단 명칭은 사라질 것이 확실하다.인천 프로야구는 이로써 6번째 주인이 바뀌게 됐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 창단 이후 1985년 청보 핀토스-1988년 태평양 돌핀스-1996년 현대 유니콘스-2000년 SK 와이번스를 거쳐 2021년 이마트 시대가 열렸다. 이중 재창단 형식이었던 SK 와이번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구단 매각 방식이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6번 있었던 구단매각 중 4번이 인천에서 벌어진 것이다.연고 구단과 팀의 잦은 교체를 지켜본 인천 야구팬들의 연고팀을 향한 애증의 역사도 장강대하 같다. '삼·청·태(삼미 슈퍼스타즈·청보 핀토스·태평양 돌핀스)' 시절엔 저조한 성적으로 연고지의 자존심을 구겼다.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가 18연패를 끊던 날 인천 팬들은 우승만큼이나 기뻐했다. 현대 유니콘스가 1998년 인천 연고팀 최초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하자, 인천 팬들은 애정으로 만년 꼴찌의 역사를 응원해 온 세월을 보상받은 감격에 눈물을 흘렸다.하지만 현대가 2000년 연고지를 수원으로 옮기면서 사달이 났다. 현대가 빠진 자리에 해체된 쌍방울 레이더스 선수로 팀을 꾸린 SK 와이번스가 연고팀으로 왔지만 팬덤은 분열됐다. 인천야구의 영혼이 '삼·청·태'를 이은 현대 유니콘스에 있다는 팬들과, 새 연고팀 SK 와이번스를 응원하는 팬들로 나뉜 것이다. 하지만 이후 현대 유니콘스는 해체돼 사라졌고, SK 와이번스는 한국시리즈를 네 번 제패하면서 인천 야구의 자존심이 됐다.신세계그룹이 인수하는 SK 와이번스는 인천시와 시민의 정체성이 녹아있는 유서 깊은 문화이자 역사다. 문화 감수성이 높은 경영인으로 유명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구단 명칭, 유니폼, 팀 컬러 등을 교체한 뒤 새로운 이마트 프로야구단이 탄생하겠지만 "인천 야구의 헤리티지를 계승하겠다"는 약속은 영원해야 한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1-01-26 윤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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