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참성단]전 세계 '기생충' 열풍

리처드 리브스의 '20 VS 80의 사회'(민음사 간)는 상위 20%가 미국 사회를 어떻게 망치고 있는지 조목조목 비판한 책이다. 저자는 '상위 1%가 나머지 99%를 지배하고 있다'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상위 20% 중상류층의 위선적인 태도와 불공정한 행위가 불평등한 세상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 책이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모은 이유는 미국 내에서도 불평등이 심각한 사회문제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예를 든 불평등의 사례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다. 우리와 너무도 닮아서다. 저자는 '온실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보통의 아이들과 다른 경로로 간다'든가, '주택시장과 교육시장은 중상류층에게 유리하게 조작되고 있다'는 자극적인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많은 인턴이 연줄이나 특혜를 통해 들어오고' 심지어 '부유한 학생들에게 학비를 할인해 주기 위한 용도로 성적 장학금이 활용된다'며 마치 조국 사태로 구속된 정경심씨의 공소장을 보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기생충'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에서 3개로 시작한 개봉관이 461개로 또 603개로 급격하게 늘어나고, 흥행 수익도 11일 현재 1천127만8천976달러(131억391만원)로 올해 북미 개봉 외국어 영화 중 최고 수입을 기록 중이다. 프랑스, 베트남, 인도네시아, 호주, 뉴질랜드, 러시아 등에서도 역대 개봉한 한국영화 흥행 1위를 달성했다. 뉴욕타임스가 '공포, 풍자로 그 어디에도 존재하는 계급 투쟁에 관련한 날카로운 교훈을 전달한다'고 호평하는 등 모든 언론마다 칭찬 일색이다.지난 5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직후 기자회견에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은 '한국적인 영화'"라고 했다가 영화를 본 외신기자들이 '보편적인 불평등을 다룬 영화'로 전 세계에 타전하자 "엄살을 좀 떨었다"며 말을 바꿔야 했다. 불평등이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적을 초월하는 공통 관심사라는 것을 봉 감독이 잠시 잊은 것이다. 공교롭게 올해 전 세계 최고의 흥행작 '조커' 역시 계급 사회의 불평등을 다룬 영화다. 불평등한 사회는 이제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칠레에서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으로 민심이 폭발했듯,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불평등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이다. '기생충'은 이 점을 명쾌하게 꿰뚫어 봤고 전 세계인들이 이에 공감하고 있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11-14 이영재

[참성단]4인제 배구

스포츠 취재를 담당하는 한 기자에게 '현장에서 취재할 때 구기 중 어느 종목이 가장 재밌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정확히는 'TV를 통해 경기를 관람하는 것과 실제로 경기장에서 느끼는 재미를 비교할 때, 재미의 격차가 가장 큰 종목이 무엇이냐'는 게 질문의 요지였다. 당연히 축구나 야구 같은 인기 종목을 꼽으리라는 예상과 달리, 돌아온 대답은 '배구'였다. 리시브에서부터 스파이크에 이르기까지 공의 움직임에 대한 몰입도가 TV로 시청할 때와는 비교가 안된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이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받고, 때리고, 막는' 과정의 연속인 경기 특성으로 볼 때 상당 부분 공감이 갔다.이처럼 박진감 넘치는 배구의 매력에 이끌려 많은 이들이 코트를 찾는다. 인천만 해도 배구동호회 수가 4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생활체육 동호인들 사이에서 아쉬움 또한 많은 스포츠가 배구이기도 하다. V리그를 비롯해 국제대회는 6인제로 치러지지만 거의 모든 국내 아마추어 배구대회는 9인제 배구를 채택하고 있다. 신장이 작은 아시아인에게 적합하고 6인제보다 규칙도 단순해 생활체육에 적합하다는 게 9인제 배구의 장점이다. 반면 많은 인원이 경기에 투입되다 보니 경기 중에 한 번도 공을 만져보지 못한 플레이어가 나오기도 하고, 동호회 규모에 따라서는 시합을 앞두고 팀을 꾸리는 것조차 벅찰 때도 있다. 9인제 배구의 '옥에 티'인 셈이다. 달리 표현하면 생활체육 활성화를 가로막는 진입장벽이기도 하다.이런 가운데 진입장벽을 확 낮춘 신개념의 배구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인천에서 갓 출범한 '4인제 배구'다. 인천시배구협회는 오는 16~17일 인천송림체육관 등에서 '전국생활체육 4인제 배구대회'를 연다. 지난해 초·중등부를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대회를 열었는데 올해 고등부와 교육대학부, 클럽 3부까지 대상을 확대했다고 한다. 주최측은 동호인들의 호응에 힘입어 내년에 별도의 '4인제 배구연맹'을 꾸릴 계획이다. 또 선수들이 많이 움직이며 유기적인 플레이를 해야 하는 만큼, 이에 특화된 전용 공을 개발하는 방안도 구상중이다.'길거리'(?)에서 저변을 넓힌 3×3 농구의 경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국제적인 스포츠로 성장했다. 4인제 배구 또한 생활체육을 넘어 세계인의 스포츠로서, 새역사를 쓰기를 기대해 본다. /임성훈 논설위원

2019-11-13 임성훈

[참성단]'샘터'의 기적

답답한 세상에 모처럼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렸다. 경영난으로 이번 12월호, 통권 598호를 끝으로 휴간키로 했던 월간 '샘터'가 그 결정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내년이면 창간 50주년이고 통권 600호 발간을 눈앞에 둔 샘터의 휴간 소식이 많은 이들을 몹시 슬프게 했던 모양이다. 전국에서 성원이 답지했다.샘터는 가난했던 시절, 글로서 국민에게 '희망'을 준 잡지였다. 피천득과 오천석, 법정 스님, 소설가 최인호, 이해인 수녀, 동화작가 고 정채봉 등 '샘터'의 간판 필진의 글을 읽으면서 잠시 고단한 삶을 접어뒀던 기억을 누구나 한 번쯤 갖고 있을 것이다. 특히 고 최인호 선생은 1975년부터 35년간 '가족'을 400개월을 연재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법정 스님은 '산방한담'을 120회를 연재하며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일깨워 주었다. 고 장영희 서강대 교수의 글도 빼놓을 수 없다. 월전, 운보, 산정, 남정 등 동양화계 원로들과 장우성, 김기창, 서세옥, 장욱진, 천경자 등 서양화계 거장들 대부분이 샘터에 헌정하듯 표지화를 그렸다. 제호는 당대 최고의 명필 소전 손재형 선생이 썼다. '샘터'는 작지만 강한 잡지였다. '담배 한 갑의 가격을 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초창기 가격이 100원에 불과했으나 가치는 그 열 배, 아니 백배 이상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를 표방한 샘터를 읽으며 독자는 '삶 속의 작은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미국에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샘터'가 있었다. 모든 게 메말랐던 1970년대 샘터는 한국인의 교양을 무한 확장한 마른 땅의 '샘물'같은 존재였다. '샘터'는 한때 월 50만 부가 팔린 적도 있었지만, 최근엔 2만 부로 부수가 뚝 떨어졌다. '샘터 가족은 하루 한쪽 이상의 책을 읽습니다'는 메시지가 무색하게 정치에는 관심을 가져도 책을 외면하는 세상 때문이다. 이에 따른 매년 3억 원의 적자는 큰 짐이 됐다. 그렇다고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에서 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샘터'의 휴간은 수치가 아닐 수 없었다. 언론을 통해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에서 샘터의 추억을 가슴에 담고 있었던 과거의 독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덕분에 샘터에 다시 물이 솟기 시작했다. 분노가 일상이 돼버린 시대, 샘터의 회생 소식에서 우리는 한 줄기 희망을 본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11-12 이영재

[참성단]급등하는 '이재명 주가'

정치권을 주식시장에 비유하면 지금은 상장 종목들의 치열한 시세조정으로 요동치는 등락장의 형세다.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은 공천 여부에 따라 상장 유지 여부가 결정된다. 차기 대선정국을 지배할 대장주들도 총선을 거치면서 시세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특히 진보 아이콘으로 여권의 유력한 대장주로 주목받았던 조국이 상장폐지 되면서 여권의 대장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양상이다.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관심종목으로 떠올라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발은 지난달 28일 이 지사가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김경수 경남지사와 함께한 수원 만찬이다. 문재인 대통령 복심 두 사람이 비문으로 낙인찍혔던 이 지사와 원팀을 외치고 형제애를 나눴다. 이 지사는 다음날 수원에서 열린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한 문 대통령을 향해 "모친께서 위중한 상황임에도 대통령으로서의 소임을 다하시는 모습을 대하며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그 책임감에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고 최상의 예의를 표했다. 그날 저녁 대통령은 모친상을 당했다.이해찬 대표도 지난 8일 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경기지역화폐 등 이 지사의 정책을 당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며 '이재명 띄우기'에 동참했다. 급기야 11일 경기도지사 후보 당내 경선에서 뜨겁게 맞붙었던 문재인 복심 전해철 의원 마저 이 지사와 수원 만찬을 갖고 "우리는 하나다", "이재명 파이팅"을 외쳤다고 한다. 오늘은 이 지사와 이 대표가 귀여운 돼지탈을 쓰고 돼지고기 소비 캠페인을 벌인다니, 여권 전체가 이재명 주가관리에 나선 형국이다.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문의 복심 전 의원과 척이 져 친문진영의 비토에 시달린 점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전 의원의 탄원서에 힘입어 대법원 관문만 잘 통과하면 이 지사는 관심종목을 넘어 여권의 새로운 대장주로 몸집을 키울 가능성도 높다. 아쉬운 건 "문프(문 대통령)께 모든 권리를 양도"한 공지영 작가처럼 여전한 친문진영의 이 지사를 향한 반감이다.정치시장 역시 보이지 않는 손, 국민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만은 주식시장과 다르지 않다.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맞아 요동치는 정국은 가변성이 크다. 이 지사가 시장의 주인인 국민의 마음, 민심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11-11 윤인수

[참성단]윤정희와 알츠하이머

알츠하이머는 유대계 독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1906년 학계에 보고하면서 그 존재가 드러났다. 뇌 신경질환으로 입원했지만, 남들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이다 사망한 여성의 뇌 조직을 관찰하다가 대뇌 피질이 갈색 덩어리의 끈적끈적한 섬유농축제로 덮여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알츠하이머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데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레이건은 1994년 자신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고 고백하면서 "내 생애의 황혼으로 이끌어 갈 여행을 시작한다"고 말해 충격을 주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노벨상 수상작가 가브리엘 마르케스, 맨부커상 수상자이자 영국의 지성 아이리스 머독도 알츠하이머로 힘든 말년을 보냈다. '사랑에 대한 영화 중 가장 오래 기억될 걸작'이라는 타임스의 호평을 받은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는 알츠하이머가 불러온 삶의 변화를 다룬 영화다.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던 음악가 출신 80대 노부부 조르주와 안느. 어느 날 안느가 치매 증상이 보이면서 그들의 삶은 하루아침에 달라진다. 조르주는 안느를 헌신적으로 돌보지만, 하루가 다르게 몸과 마음이 병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갈등에 빠진다. 마침내 고통스러워하는 아내 안느를 베개로 질식사시킨 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관객들은 '폭풍 눈물'을 쏟았다.배우 윤정희가 10년째 알츠하이머로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그는 2010년 이창동 감독 영화 '시'에서 알츠하이머 초기 증세를 겪는 미자 역을 맡아 청룡영화상은 물론 대종상 여우주연상과 LA 비평가협회상 여우 주연상을 받았다. 아마도 이 영화를 촬영할 즈음 알츠하이머가 찾아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19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던 윤정희는 1976년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와 도피하듯, 파리로 건너가 결혼식을 올려 큰 화제가 됐다.평생 영화를 찍었던 배우들도 이처럼 '영화 같은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는 영화처럼 모나코 왕비로 살다가 차 사고로 비극적 죽음을 맞았다. 20세기 할리우드 최고의 글래머 스타로 꼽히는 리타 헤이워드는 1980년대 초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고 힘든 투병생활을 보냈다. 윤정희 역시 '여배우와 피아니스트'라는 한 편의 영화 같은 삶을 살았다. 슬프고 안타까울 뿐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11-10 이영재

[참성단]베를린 장벽 붕괴 30년

역사는 수다를 떨지 않는다. 역사적인 사건은 언제나 조용히 찾아온다. 객관성과 냉철함, 통찰력이 빛났던 앙드레 모루아는 역저 '프랑스사'에서 '프랑스 혁명'부분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프랑스 혁명은 폭동이 아니라 목가적인 분위기로 시작되었다…7월 14일 온종일 사냥을 하느라 고단하게 잠들었던 국왕은 다음 날 아침 리앙쿠르 공에게 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 "반란인가?"라는 루이 14세의 물음에 그는 "혁명"이라고 대답했다.' 하긴 1950년 6·25 전쟁도 모두 잠든 일요일 새벽 4시에 발발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남침이었다.베를린 장벽 붕괴도 조용히 찾아왔다. 동독 공산당 공보비서 귄터 샤보브스키가 주민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여행 자유화 조치를 발표했던 그 날, 한 기자가 여행 자유화가 언제부터냐고 물었고, 그는 우물쭈물하다 "지금, 즉시"라고 말했다. 이 장면이 동독 주민에게 그대로 전파됐다. 사실 확인을 위해 많은 동베를린 시민들이 베를린 장벽으로 몰려들었다. 이에 놀란 국경 수비대는 우왕좌왕하다가 국경 문을 열었다.내일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장벽은 1961년 8월 13일 새벽, 동베를린에서 서베를린을 오가는 통행로가 브란덴부르크 문을 기점으로 철조망으로 차단되며 만들어졌다. 장벽에서 100m 이내 건물이 모두 철거되고 사람 없는 '죽음의 지대(Death Strip)'가 만들어졌다. 1965년에 여기에 다시 콘크리트 벽이 세워졌고, 1975년에 장벽이 세워졌다. 이토록 견고했던 장벽이 하룻밤에 무너진 것이다.당시 헬무트 콜 서독 총리는 통일이 손에 잡히는 근거리까지 왔음에도 낙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통일이라는 말을 값싸게 함부로 남발하거나 남용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며 측근의 입을 조심시켰다고 한다. 불면 꺼질까, 만지면 깨질까 봐 마치 무슨 보물단지 다루듯 통일 문제를 취급했다. 들뜨지도 서두르지도 흥분하지도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조용히 통일을 이룩했다. 통일 후에도 게르만 민족이 우수해서 통일이 이뤄졌고, 자신이 통일을 위해 노심초사했다는 자화자찬식의 어휘는 일절 배제했다. 1990년 10월 2일 통일 전야, 콜 총리는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연설했다. "독일이 하나가 된 것은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결단 덕분이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언제 DMZ 철망을 걷어내고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 /이영재 논설실장

2019-11-07 이영재

[참성단]생존왕

축구에 '승강제'가 도입된 계기는 좀 불순(?)하다. 영국에서 풋볼리그가 출범할 당시, 영국에는 이미 FA컵이라는 축구대회가 있었다. 풋볼리그 창시자들은 리그가 더 성장하려면 리그 창립 멤버가 아닌 팀도 리그에 참가하게 해서 언젠가 최상위 리그로 승격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 그러면 경쟁리그가 출범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리그를 독점하기 위해 일종의 '열린 시스템'을 도입한 셈이다. 승강제의 도입 배경이 그리 순수하지 않은 이유다. 그런데 '대박'이 났다. 시즌 막바지까지 팬들에게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사하면서 승강제는 팬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2013년 국내 프로축구에 승강제가 도입된 이후, 매 시즌 최하위권을 전전하다 막판에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하는 팀이 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생존왕'이다. 바로 인천유나이티드로, 매 시즌 '짜릿한 잔류 성공기'라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쓰고 있다. 대표적인 드라마가 2016년 11월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경기다. 시즌 내내 최하위권에 머물며 부진을 면치 못했던 인천은 리그 최종전이었던 이 경기에서 수원을 누르면서 10위를 기록, 강등권에서 탈출했다. 비록 꼴찌들의 경기였지만, 이 경기는 결승전을 능가하는 빅매치로 기록된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고 나서는 구름처럼 몰려나온 팬들과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오죽하면 경기장 밖을 지나다 함성 소리에 놀란 시민들이 '결승전이 벌어지는 줄 알았다'고 했을까.올해에도 역시 인천은 잔류와 강등의 갈림길에 서 있다. 단 두 경기만을 남겨둔 올해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다. 인천(10위), 경남(11위), 제주(12위) 등 세 팀의 승점 차가 3점으로 좁혀지면서 치열한 생존 경쟁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은 조금만 삐끗해도 강등이 확정되는 12위, 또는 2부리그 승강플레이오프 승자를 이겨야 잔류가 가능한 11위로 추락하게 된다. 세 팀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이들의 경기를 따로 묶어 '경·제·인 리그'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실 승강제는 '잔인한' 스포츠 시스템이다. 하위팀에게 경기장은 정글이나 다름없다. 정글에 최적화된(?) 인천의 생존DNA를 믿는 시민주주의 한사람으로서 구단에 한마디 전한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이다!' /임성훈 논설위원

2019-11-06 임성훈

[참성단]'코세페'를 아시나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블프)는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부터 시작된다. 실제 가격의 반값 이하로 살 수 있는 물건이 허다하다. 일부 업체의 경우 1년 매출의 약 70%를 이 때 팔아 치운다. 품질 좋고 저렴하니 소비자들은 전날부터 백화점 앞에 텐트를 치고 기다린다. 서로 사려고 다투다 총격전까지 벌이는 경우도 있다.중국에서는 11월 11일을 '광군제(光棍節)'라고 부른다. '광군'은 배우자나 애인이 없는 독신을 뜻한다. 혼자를 상징하는 '1'이라는 숫자가 4개나 겹치는 날이라 잊으려 해도 잊을 수가 없다. 날을 제대로 잡은 셈이다. 2009년 첫 광군제 행사에는 27개 브랜드가 참여해 하루 5천200만위안(약 8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행사에는 18만개 이상 브랜드가 참여해 하루 2천135억위안(약 35조원)을 팔아 치웠다. 폭발적인 성장 배경의 이유는 단 하나다. 상품도 다양하고 값까지 싸다.'코리아 세일 페스타(코세페)'가 지난 1일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소비자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코세페'가 뭔지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홍보 부족 탓도 있겠지만, 추수감사절과 겹치는 '블프'와 독신자를 위해 시작한 '광군제'와 달리 '코세페'는 소비자를 끌어들일 매혹적인 스토리가 없는 것이 치명적이다. 비록 일부지만 '떨이'라는 인상을 줄 만큼 상품 구색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올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할인행사 시 유통업체가 행사비의 50% 이상을 부담하도록 하는 지침 개정을 예고하면서 백화점 업계가 코세페 보이콧 방안을 검토했다가 철회하는 등의 혼란이 찬물을 끼얹었다.코세페는 올해가 네 번째다. 그동안 참담한 흥행참패를 겪었다. 그래서 올해는 민간 주도로 바꾸고, 행사기간도 11월로 옮기면서 기간도 오는 22일까지 2배로 늘렸다. 그런데도 흥행몰이를 못 하고 있다. 유통업체 입장에선 제조업체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하고 가격 결정권도 가져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가격을 낮출 수가 없는 것도 문제다. 이왕 불황을 타개하겠다고 만들었으면 다양한 상품에 파격적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 소비자가 감동 할 때는 '폭탄 세일'이란 느낌을 '왕창' 받을 때다. 그리고 또 하나, 정부의 참견을 최소한 줄여야 한다.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수록 흥행 실패 확률도 높아진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11-05 이영재

[참성단]다문화 정치인

대한민국 최초의 귀화인 국회의원으로 유명한 이자스민 전 의원이 정의당에 입당하자 뒷말이 무성하다. 19대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15번으로 공천받아 국회에 입성한 이자스민 의원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포용력을 보여주는 정치적인 상징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보수당인 새누리당의 이자스민 공천은 진보정당인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의표를 찔렀고, 그 덕분인지 전체 300석 중 152석을 차지하는 승리를 거머쥐었다.이민자들이 가장 강력한 기득권 집단인 정치분야에서 성공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지나가기 만큼 어렵다. 한국계 미국인 김창준이 최초의 미 연방 하원의원(공화당)에 당선된 때가 1992년이다. 1903년 1월 13일 한국 이민 선구자들이 하와이 호놀룰루 제2부두에 첫발을 내디딘지 한세기에 이를 무렵이다. 김창준이 2000년 4선 도전에 실패한 뒤 지난 2018년 선거에서 민주당으로 출마한 앤디 김이 간신히 입성했다. 공화당의 영 김 후보는 막판 우편투표에서 역전당해 한국계 연방 하원의원 2명 당선 신화가 깨져 아쉬움이 컸었다.유럽의 대표적인 혼혈국가인 프랑스에선 한국계의 각료입각이 두드러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입양아 출신 플뢰르 펠르랭(한국명 김종숙)과 장뱅상 플라세(한국명 권오복)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올해 이민 2세대인 세드리크 오(37·한국명 오영택)를 입각시켰다. 최초의 한국계 장관인 플뢰르 펠르랭은 한국계를 상기시키는 한국 언론들에게 "나는 프랑스인"이라고 강조해 머쓱하게 만들기도 했다.이자스민 전의원도 바늘구멍은 통과했지만 20대 총선에선 공천을 받지 못한 채 잊혀졌다. 정의당이 그녀를 입당시키자 뒤늦게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에서 탄식이 흘러나온다. 이자스민은 다문화가정 뿐 아니라 우리사회 소외계층을 대변할 수 있는 상징성이 여전하다. 21대 총선을 앞둔 여야 정당들 입장에선 포용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였다.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다문화가정 인재영입 경쟁을 벌일지도 모르겠다. 그나물에 그밥인 토박이 한국인들의 적대적 정치문화를 생각하면, 우리사회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다문화가정 출신 국회의원들이 늘어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11-04 윤인수

[참성단]공무원 증원

관료조직의 비대화를 비판한 학자로 영국의 해군사학자 노스코트 파킨슨을 꼽는다. 그는 1958년 출간한 '파킨슨의 법칙'에서 '일이 많아서 사람을 더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많아서 일자리가 더 필요해지는 상황'이라며 공무원 조직을 꼬집었다. 특히 '공무원의 수는 해야 할 일의 경중, 때로는 일의 여부와 관계없이 상급 공무원으로 출세하기 위해 부하의 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일정한 비율로 증가한다'는 '관료조직의 자기 증식성'을 수학적 법칙으로 증명해 관심을 끌었다.파킨슨은 업무량과 관계없이 공무원 수가 늘어나는 근거를 두 가지로 꼽았다. 첫째가 '부하 배증의 법칙'으로 '공무원이 과중한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 동료에게 도움을 받아 경쟁자를 늘리는 방법보다 자신의 부하 직원을 늘리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다음이 '업무 배증의 법칙'. '부하 직원이 늘어나면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부하 직원에게 지시하고 보고받는 등의 과정이 파생되어, 결국 서로를 위해 계속 일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파킨슨은 이외에도 '예산심의에 필요한 시간은 예산액에 반비례한다'거나 '각종 위원회에 이르기까지 정원은 5명 이내로 한정시켜야지 20명 이상의 위원회는 운영불능'이라는 유명한 말도 남겼다. 60년 전 주장인데도 전혀 낯설지가 않다.내년도 공무원 채용 규모가 국가직 (1만8천815명), 지방직(1만5천명) 등 3만3천815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를 포함 2022년까지 17만4천명의 공무원이 증원된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에 따라서다. 정부는 청년 실업난 해소, 대국민 서비스 향상 등 사회적 편익 때문에 공무원 증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문제는 재원이다. 국회 예산 정책처의 발표로는 공무원 17만4천명을 증원할 경우 앞으로 30년간 자그만치 327조7천847억원의 인건비(9급 기준·공무원연금 부담액 제외)가 필요하다.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의 공무원 조직에 대한 발언은 더 자극적이다. 그는 '공무원 조직은 외압에 의해 파괴되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자기 증식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며 '몸이 불어난 만큼 덩칫값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은 한번 뽑으면 임금과 연금을 포함해 적어도 60년간 혈세가 투입돼야 한다. 마구잡이 공무원을 늘리다 재앙을 맞은 베네수엘라, 그리스의 길을 걷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11-03 이영재

[참성단]삼성전자 창립 50주년

시작은 초라했다. 1969년 허허벌판이던 수원시 매탄동에 '삼성전자공업(주)'가 문을 열었다. 처음엔 일본 산요전기와 합작해 흑백 TV와 선풍기를 생산했다. 하지만 금성사(현 LG전자)에 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적자가 지속됐다. 1974년엔 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이 한국 반도체를 인수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말이 많았다. TV도 제대로 못 만들면서 첨단으로 가는 게 가당키나 하냐는 거였다. 1983년 2월 73세의 호암이 전 재산을 내걸고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도쿄 선언'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국내외 반응이 차가웠다. 인텔은 호암을 가리켜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호암의 선택이 '신의 한 수'였음을 증명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83년 64K D램을 처음 개발했다. 당시 인텔과의 기술격차는 4년 반이었다. 그 격차가 1989년에 없어지고, 1992년 64메가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이 분야의 1위로 올라섰다. 지금은 후발기업도 범접할 수 없을 '초격차(超格差)'로 벌려놓았다.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이제 삼성전자는 시가 총액 300조원, 브랜드 가치 611억달러로 애플, 구글 등에 이어 세계 6위의 기업이 되어 한국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삼성전자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온갖 수모를 참아가며 선진기술을 배우고, 여기에 창의성을 가미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일궈 낸 연구진, 좀 더 좋은 제품을 더욱 싸게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땀 흘린 근로자들의 공이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업이 적자를 내고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큰 죄를 범하는 것"이라며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며 인재중시와 사업보국을 기치로 '한국판 산업혁명'을 일으킨 호암 이병철 회장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1995년 품질 결함이 있던 애니콜 휴대전화를 불태우며 삼성 스마트 폰 신화를 만든 이건희 회장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오늘, 삼성전자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 부회장은 3년간 재판을 받고 있고, 중국은 삼성전자를 잡기 위해 '반도체 굴기'를 선언했다. 이 부회장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위기극복 리더십과 함께 바이오와 전자장치산업 같은 신산업에서 미래 먹거리의 성과를 내는 것도 이 부회장의 몫이다. 대내외 어려움을 극복하고 삼성전자가 초일류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10-31 이영재

[참성단]잊힐 권리

"어린 날/물수제비뜨기의/가뭇없이 가라앉은/조약돌인 듯/후미진 마을의 오두막/홀로 조는/등잔불인 듯 …중략 …나/ 그렇게/ 없어진 있음으로/조용히/지워지고 싶어."故 이가림 시인(1943~2015)의 '잊혀질 권리'란 시다. 살다 보면 이따금 이 시에 공감하는 순간과 맞닥뜨리곤 한다. 현실속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잊힐 권리'를 주장한 이는 '마리오 곤살레스'란 스페인 변호사다. 그는 2010년 자신의 이름을 구글로 검색하다 빚 때문에 집이 경매에 부쳐진 과거의 기록을 발견하고 "검색 결과를 지워달라"며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어 2014년 재판부가 곤살레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잊힐 권리'(the right to be forgotten)는 '인터넷 이용자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포털 게시판 등에 올린 게시물을 지워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이 판결의 여파로 우리나라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가 2016년 '자기 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당연히 잊힐 권리는 스페인의 변호사처럼 살아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20년 전 숨진 인천 중구 인현동 화재참사의 희생자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 잊힐 권리에 목말랐을지 모른다. 호프집에 갔다는 이유 하나로, 세상 사람들 눈에 그들은 단지 '불량 청소년'이었다. '숨진 여학생 중에 속옷도 안 입은 여학생이 있었다'거나 심지어 '임신한 여학생이 있었다'는 식의 유언비어는 어린 영혼들을 더욱 슬프게 했을 것이다. 당시 사건을 취재한 기자에게 든 확신은, 그들이 동네에서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학생들이었다는 것이다. 반에서 1~2등을 다투던 모범생도 있었고, 다른 아이들을 도와주다 변을 당한 학생도 있었다. 다행히 화재참사 20주년을 맞아 유족회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추모준비위원회'가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고, 어른들의 잘못을 되돌아보며 공공기록물을 만드는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고 한다. 이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불쌍한 영혼들이 더 이상 '잊힐 권리'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들을 기억해주길 바라지 않을까 싶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귓가를 맴도는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엄마'라고 적힌 리본을 달고 추모식장 한 편에 서 있던 조화가 자꾸 눈에 밟히는 하루다. /임성훈 논설위원

2019-10-30 임성훈

[참성단]군견

개는 고대 시대부터 인간과 함께 전투를 벌였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에서 로마군이 게르마니아 정벌에 셰퍼드와 전쟁을 치르는 장면이 나온다. 개가 군에 조직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때다. 이 때부터 전 세계적으로 독일산 셰퍼드가 군견(軍犬)으로 사용됐다. 최근에는 셰퍼드보다 체격은 작지만, 책임감이 강하며 악천후에도 잘 적응하는 벨기에산 말리노이즈종을 선호한다.2011년 5월 2일 미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이 빈 라덴의 은신처를 공격할 때 '카이로'라는 이름의 말리노이즈종 군견이 투입됐다. 카이로에 2천만원을 호가하는 적외선 카메라와 특수 제작된 방탄·방수 조끼를 입혔다. 빈 라덴 제거 작전에 군견이 투입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은신처 주변에 설치되어있을지 모를 부비트랩을 개의 뛰어난 후각을 통해 확인하는 게 첫 번째고, 또 하나는 개를 불결한 동물로 여기는 이슬람문화를 고려해 빈 라덴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빈 라덴 작전 후 오바마 대통령은 '카이로'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직접 간식을 수여했다. 빈 라덴 작전처럼 이번 이슬람 국가(IS)의 수장 알 바그다디 사살작전에도 군견이 투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군견의 사진과 "대단한 일을 해낸 훌륭한 개!"라는 글을 함께 올렸다. 이번 군견 역시 말리노이즈종으로 몸에 부착한 최첨단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 상황이 백악관에 중계됐다. 군견에 쫓기며 도망치다 막다른 지하터널에 몰린 바그다디는 결국 '자살 조끼'를 터트렸다. 상황을 지켜 본 트럼프 대통령이 "알 바그다디는 자폭해 죽기 직전까지 도망치는 내내 훌쩍대고 울부짖고, 비명을 질러댔다"고 허세를 부린 걸 보면, 바그다디는 군견으로 인해 극심한 공포를 느끼며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인다.보통 군견으로 발탁되면 인간의 나이 65세쯤 되는 8~9세까지 활동하다 퇴역한다. 이때쯤이면 후각이나 탐지, 추적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늙은 군견은 살처분되거나 의료 실습용으로 제공돼 최후를 맞는다. 지난 8월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소속 군견인 수컷 셰퍼드 '달관'이가 10일 동안 실종됐던 여학생을 찾아내 국민적 관심을 끈 적이 있다. 당시 '달관'에게 1계급 특진과 훈장을 주라는 국민의 의견이 빗발쳤지만, 특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공을 대신했다. 현재 우리군은 1천300마리의 군견을 관리하고 있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10-29 이영재

[참성단]"교통방송 주인이 누굽니까?"

미국 주요 언론들은 대통령 선거 때 지지후보를 공개한다. 지난 대선에선 57개 주요 언론이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고, 트럼프 지지를 밝힌 건 이름 없는 지방지 2개뿐이었다. 특히 뉴욕타임스(NYT)는 사설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이유'를 밝혔다. NYT를 비롯한 미국 주류 언론에 대한 트럼프의 저주도 본격화 됐다. "망해가는 NYT"의 뉴스는 모두 "가짜"라고 몰아붙였다. 최근엔 연방정부·기관이 NYT와 워싱턴포스트 구독 중단을 검토중인 모양이다.한달 전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NYT 발행인이 참다못해 장문의 칼럼을 통해 트럼프가 집권후 트위터에서 600번 가량 '가짜 뉴스'를 언급했다며 "사실에 근거한 비판을 하는 저널리즘을 가짜뉴스로 몰아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트럼프의 '가짜 뉴스' 주장이 다른 나라 지도자들에게 전염되는 상황도 우려했다. "취재를 해보니 최근 들어 세계 50개국의 총리 등 지도자들이 '가짜 뉴스'라는 말을 사용하며 언론 자유 억압을 정당화하고 있었다"는 것이다.트럼프의 '가짜 뉴스' 타령을 따라한 건 아닐테지만, 국내에서도 여권 인사를 중심으로 가짜 뉴스 논란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조국사태를 관통하면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대변인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은 조국일가에 대한 비판, 추적보도를 가짜 뉴스로 낙인찍었고, 대통령은 구체적인 사례도 없이 언론의 자기성찰을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주류 언론으로부터 외면받는 트럼프와 달리, 체감상 친여 성향이 압도적인 국내 언론 지형을 감안하면, 가짜 뉴스의 폐해를 강조하는 여권의 주장은 엄살 같아 보인다.그런데 최근 '김어준의 뉴스뵈이다'에 출연해 위험천만한 언론관을 드러낸 박원순 서울시장에 비하면 여권인사들의 가짜 뉴스 시비는 귀여울 정도다. 그는 '교통방송 사장 임명권자인 자기도 5번 밖에 못나왔을 정도'라며,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공정함을 강변했다. 그 과정에서 "교통방송이 누구거냐"고 물었고, 김어준은 "박원순 시장이라고 해줘야 돼"라고 관객을 부추겼다. 시민 혈세 300억원을 쓰는 공영언론이 처한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장면이다.박 시장은 핀셋으로 뽑아내고 싶은 언론이 있는 모양이지만, 서울 시민들은 박 시장의 언론 철학을 의심하게 됐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어 박 시장에게 다시 묻는다. "교통방송 주인이 누굽니까?" /윤인수 논설위원

2019-10-28 윤인수

[참성단]최장수 총리

우리 헌법은 국무총리의 역할을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부를 통할한다'고 명시한다. 또 다른 조항엔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적고 있다. '책임총리'의 근거조항이다. 그러나 1948년 건국 이래 배출된 41명의 총리는 막강한 대통령제하에서 그저 내각의 상징적인 존재에 불과했다.대통령 선거 때만 되면 후보들은 이구동성으로 '책임총리제'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운다.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국무총리 역할을 강화해 '대독총리', '의전 총리'의 위상을 헌법 정신에 걸맞게 하겠다고 공언한다. 하지만 당선 후엔 언제 그랬냐는 듯, '바지 총리'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삼봉 정도전은 '재상을 잘 뽑아서 그와 모든 국정을 논하는 게 바로 군주의 권한'이라며 '군주는 국가적인 대사만 협의할 뿐 다른 정사는 모두 재상에게 맡겨야 한다'는 혁명적인 '재상론'을 펼치다 '왕권'을 들고 나온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했다. '재상의 재상'인 총리는 말 못할 고민도 많다. 총리를 두 번 지낸 JP(김종필)는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상선여수(上善如水·물과 같이 순리에 따라 산다)', '종용유상(從容有常·무슨 일이 있어도 어긋나지 않게 산다)' 등의 고사성어로 허울뿐인 이인자의 심경을 전했다.이낙연 국무총리가 오늘로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 총리는 2017년 5월 31일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로 임기를 시작해 오늘로 재임 881일째를 맞아 직전 최장수 총리인 김황식 전 총리(880일)의 기록을 넘어섰다. 그 뒤를 고건(816일), 황교안(694일), 이해찬(624일) 전 총리가 잇는다.대통령제에서는 후반기로 갈수록 언로가 차단되고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민심이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그럴수록 총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교롭게도 이 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직 총리가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 1위 자리를 장기간 지키는 전례가 없다. 그래서일까. 자기 색깔이 없고, 개혁정신이 부족한 이 총리에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할 말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 내 대권 주자들이 대부분 낙마한 터라 그 요구는 앞으로도 점점 커질 것이다. 과연 이 총리는 그럴 수 있을까. 역대 최장수 총리의 변신이 주목된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10-27 이영재

[참성단]대통령의 연설

처칠이 정적들과 싸우면서도 전쟁의 공포에 떨던 영국 국민들을 무난히 이끌었던 것은 탁월한 연설 덕분이었다. 처칠의 지도력은 연설에서 나왔다. 처칠의 연설은 전쟁터에서뿐만 아니라 정치판에서도 강력한 무기로 작용했다. 정치적 공세 속에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처칠은 연설로 불안에 떠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고, 사기가 꺾인 군인들의 용기를 북돋았다. 처칠의 연설은 그 자체가 영국의 힘이었다.처칠은 연설문을 직접 썼다. 한 지도자가 연설문을 직접 쓰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에 감정이 투입되게 마련이다. 듣는 사람의 감동도 배가된다. 만일 처칠이 위대한 연설로 기록되는 1940년 5월 13일 연설문을 남에게 맡겼다면, 오늘날 영국 국민들은 독일어를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연설이 없었다면 독일의 침략을 막아 낼 수 없었으며 영국은 한때나마 독일의 속국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게리 올드만의 신들린 연기가 일품인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는 '덩케르크 작전'을 결정하기까지 긴박했던 당시 위기의 상황을 3번의 연설을 통해 극복한 처칠의 진가를 보여주는 영화다."여러분은 묻습니다. 당신의 정책은 무엇인가. 나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하늘에서, 땅에서, 바다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신께서 내려주신 그 모든 힘과 능력을 총동원하여 저 극악무도한 독재자에 대항하는 것입니다. 그 어떤 음험하고 개탄스런 범죄도 능가하는 포악한 전제에 맞서 싸우는 것입니다. 우리는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처칠의 연설을 듣고 국민은 눈물을 흘렸고, 처칠에게 영국의 미래를 맡겼다. 처칠의 연설은 독일 앞에서 풍전등화 같은 영국을 하나로 단결시켰다.22일 문재인 대통령 시정 연설의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도 대통령이 연설하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정시 확대'로 교육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조국사태로 분열된 국론을 수습할 좋은 기회였지만, 경제성과에 대한 자화자찬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조차 비공감(49.6%)이 공감(45.8%)보다 더 컸다. '연설의 달인'이라는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국민을 일깨우고, 상처난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이성적이면서도 감성 어린 언어로 국민이 역사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미래를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를 역설했다. 무미건조했던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그래서 못내 아쉽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10-24 이영재

[참성단]판소리 명창과 복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이유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이 있다. 강남스타일이 우리 국악을 기반으로 한 곡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강남스타일의 음원 파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국악의 휘모리장단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박상진 동국대 한국음악과 교수는 이를 토대로 음악적 보편성과 독창성을 강남스타일의 인기 비결로 꼽는다. 세계인들이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 요소와 우리나라에만 있는 휘모리 장단, 즉 다른 나라에는 없는 독창성이 세계인을 사로잡았다는 설명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이유다. 물론 강남스타일의 작곡자가 휘모리장단을 염두에 두고 곡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작곡자에게 한국인 특유의 문화적·예술적 DNA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부연한다. 얼마 전 한국인으로서, 그 DNA를 조금이나마 체감할 기회가 있었다. 경인일보가 창간 74주년을 맞아 마련한 김경아 명창의 심청가 판소리 완창 공연에서다. 장장 5시간의 심청가 완창을 듣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본격적인 공연에 앞서 김경아 명창이 관객들과 함께 단가 '이산 저산'을 부를 때 입도 벙긋하지 못할 정도로 판소리 문외한이었으니 오죽하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눈꺼풀 내려가는 게 멈추더니 심봉사 눈뜨는 대목에서는 어느덧 눈과 귀가 무대를 향해 활짝 열려 있었다. 악보도 없이 5시간 동안 완창을 하는 명창의 초인적인 능력에는 경외감마저 들었고 고수의 북소리 또한 경이로웠다. 중모리, 자진모리 등 우리 고유의 장단은 물론, 왈츠에서부터 보사노바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모든 리듬이 고수의 북에서 재생되는 듯했다.경험이 관심으로 이어졌나 보다. 지난 주말 '판소리복서'라는 영화를 봤다. 사실 심청가 완창을 관람해보지 않았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영화다. 관객 동원 측면에서 보면 '폭망'했다고 할 수 있는 영화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여운이 남는다. 휘모리장단에 맞춰 "번개같은 주먹 병구주먹, 천둥같은 장단 은지장단~"으로 시작되는 영화 속 판소리 한 소절은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판소리와 복싱이라는 이질적 소재를 접목한 이 영화는 '판소리 복싱'이라는 미완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무모한 도전에 나선 한물간 복서의 이야기를 담았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 멋진 소리꾼과 멋진 복서를 만났다. /임성훈 논설위원

2019-10-23 임성훈

[참성단]엘 클라시코

스포츠에는 국가 대항전이건, 자국 프로리그건 전통적으로 라이벌전이란 게 있다. 우리의 축구 한·일전이, 프로 야구의 롯데와 기아 전이 그런 경우다. '엘 클라시코(El Clasico)'는 스페인 프로축구 라 리가 소속으로 카탈루냐 민족을 상징하는 FC바르셀로나와 스페인 왕실의 후원을 받는 레알 마드리드의 라이벌전을 말한다. 1902년 첫 경기를 시작해 올해 117년을 맞는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 선수로 뛰었을 때 FC 바르셀로나 간판 리오넬 메시와의 '엘 클라시코'는 전 세계축구팬의 최대 관심사였다. 바르셀로나 주도인 카탈루냐는 1714년 9월 스페인에 병합됐다. 그러나 카탈루냐인들은 오랜 시간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면서 독립의 열망을 키웠다. 설상가상으로 1939년부터 3년간 계속된 스페인 내전에서 승리한 프랑코 정부는 카탈루냐 자치 정부를 해체하고 카탈루냐어 사용을 금지했다. 당시 카탈루냐 주민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프랑코 정권에 항의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FC 바르셀로나 구장 '캄푸 누'였다. 이곳에서 '엘 클라시코'가 열리면 경기시작 17분 14초에 모든 관중이 일어나 "독립!"을 외친다. 치욕의 1714년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다. 프랑코 사후 다시 자치권을 얻었지만, 캄푸 누에는 지금도 '카탈루냐는 스페인이 아니다'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동북부의 4개 주로 구성되어 있다. 스페인 영토의 6%에 인구는 750만명에 불과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은 스페인 전체의 20%를 차지할 만큼 부유하다. 독립이 가능한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셈이다. 지금도 절반 이상의 주민이 아직도 스페인어가 아닌 카탈루냐어를 사용하고 있다. 문화 수준도 꽤 높다. '건축의 수도자' 안토니 가우디와 전설적인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도 카탈루냐 출신이다. 카탈루냐 독립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점차 격화되면서 오는 26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릴 예정인 '엘 클라시코'가 12월 18일로 연기됐다. 라 리가 사무국이 경기를 다른 곳으로 옮겨 치르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두 팀이 모두 거부했다고 한다. 최악의 상황에도 전통의 '엘 클라시코'는 중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1932년 이후 '엘 클라시코'의 역대 전적은 96승 51무 95패로 FC 바르셀로나가 앞서고 있다. 온갖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엘 클라시코'의 전통이 그저 부러울 뿐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10-22 이영재

[참성단]유시민의 언론 품평

1985년 창립된 국경없는 기자회((RSF)는 해마다 전세계 180개 국가의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언론자유 지표로 인정받는다. 언론의 다원주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자기검열 수준, 제도적 장치, 취재 및 보도의 투명성, 뉴스생산구조 등 6개 항목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순위를 결정한다.짐작했겠지만 북한은 지수발표 첫해인 2002년부터 5년 연속 꼴찌를 차지했다. 공산당에 장악된 북한 언론은 수령체제를 최일선에서 보위하는 당 선전조직이다. 언론자유 운운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런데 이런 북한마저 머쓱하게 한 나라가 있다. 에리트레아라는 아프리카 신생독립국인데, 국가안보를 이유로 민영언론사를 모두 폐쇄해 2007년부터 10년간 북한을 제치고 언론자유지수 꼴찌 국가의 영예(?)를 누렸다. 북한은 2018년 꼴찌의 영광(?)을 되찾았는데, 올해 다시 독재국가 투르크메니스탄에 내주고 말았다. 올해 백마 탄 김정은을 찬양한 북한 언론이 내년에 꼴찌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거리다.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주로 만족스러운 상황인 40위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 31위로 최고점을 찍었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70위권까지 떨어졌지만, 올해는 41위로 복귀했다. 특히 43위를 기록한 지난해에는 RSF가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면서 10년 동안 개선된 한국 언론자유지수를 극찬하기도 했다. 작년과 올해 한국 언론자유지수는 언론의 나라 미국보다 앞섰다. 트럼프의 선별적인 언론대응 결과인듯 싶다.한국 언론은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불가피하게 진영대결에 갇혔다. 조국과 정권 지지를 기준으로 대중은 언론을 양분해 소비했다. 언론보도는 진영의 입장에서 해석돼 지지받거나 비난받았다. 언론이 전하는 사실의 근거와 진위는 모두 해석된 '의도'에 가려졌다. 급기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특정 언론을 직접 거명하며 조국 사태 보도 경향을 품평하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주로 진보진영의 기대를 받았던 방송, 신문사들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였다.범진보 어용 지식인과 유튜브 언론인을 자칭한 유 이사장이 언론을 품평하고 압박하는 언론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내년도 한국 언론자유지수가 슬며시 궁금해진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10-21 윤인수

엠넷, '프로듀스X101' 수사 중 10대 보컬 경연 '십대가수' 론칭

현재 '프로듀스X101' 조작 논란 관련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엠넷이 내년 초 10대 지원자를 대상으로 보컬리스트를 뽑는 경연 프로그램 '십대가수'를 선보인다.엠넷은 내년 초 '10대가 부르고 10대가 직접 뽑는' 경연 프로그램 '십대가수'를 선보이기 위해 21일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지원자를 모집한다. 아마추어나 일반인도 실력으로 주목 받을 기회를 제공, 음악에 대한 열정과 풋풋함을 간직한 실력 있는 10대 보컬들의 등용문 역할을 한다는 계획이다.'프로듀스 엑스(X) 101'을 비롯해 엠넷 일부 오디션 프로그램이 투표 조작 논란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중인 상황이지만 오디션 장르를 포기할 수는 없는 시장 상황에서 '정면 돌파' 전략을 택한 것으로 읽힌다.심사위원 역시 10대들로 채워 10대 취향과 기준에 맞게 방송을 만들 예정이다.엠넷은 "기성세대와는 확연하게 다른 10대들만의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으로 기존의 틀에 박힌 심사평을 벗어나, 신선하고 창의적인 심사평도 쏟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은 10대는 노래를 부르는 영상과 함께 '십대가수'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은 지원서를 '십대가수' 공식 메일 계정(teensinger@daum.net)으로 보내면 된다./편지수기자 pyunjs@kyeongin.com십대가수 /연합뉴스=엠넷 제공

2019-10-21 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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