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참성단]군 면제와 평발

'공포의 삼겹살' 김형곤은 1980년대 '유머일번지'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탱자 가라사대' 등의 풍자 개그로 대중스타가 됐다. 2006년 3월 화장실에서 쓰러져 46세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의료계는 무리한 운동으로 120㎏이던 체중을 90㎏까지 감량한 게 화를 부른 것 같다고 했다.그가 스무 살 되던 해 징집영장이 나오자 살을 찌워 군(軍)에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한동안 죽기 살기로 먹어댔다. 평소에도 과체중이던 몸이 110㎏을 웃도는 뚱보가 됐다. 역시나 신체검사에서 바라던 면제 처분을 받았다. 돼지처럼 먹고 마시고, 잠만 잔 보람이 있었다. 사람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던가.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판정관의 면제사유는 엉뚱한 데 있었다. 평발 때문이란다. 그가 TV 대담 프로그램에서 밝힌 유머러스한 군 면제 사연이다.비만과 평발(편평족), 시력 관련 병역판정 신체검사 기준이 완화됐다. 뱃살이 파도를 치고, 돋보기를 쓰는 지독한 근시라도 군 생활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평발도 완전무장을 하고 구보를 뛰어야 한다. 호랑이에 독수리, 코브라 뱀으로 온몸을 도배했어도 현역 판정을 받게 됐다. 국방부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 규칙'을 입법 예고했다. 진단 및 치료 기술의 발달 등 의료환경 변화에 따라 신체등급의 판정 기준을 개선해 병역 판정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높였다는 게 국방부 설명이다.입영 문턱을 확 낮춘 찐 사정은 자원부족 때문이다. 지금 기준은 2015년 현역병 입영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 잣대로는 적정 병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예측에 따라 5년만에 2014년 이전 기준으로 되돌리게 됐다.당장 군 전력이 약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관심 병사만 늘게 생겼다고 걱정한다. 예비 당사자들은 불만에, 실망스런 반응이다. '이참에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해 직업군인들이 병역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 평등 말만 하지 말고 여성들도 병역의 의무를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불과 수년 전, 35만명이던 징병대상 연령자가 2022년 이후 22만명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외국 용병이라도 수입해야 할 처지다. 저출산이 국방을 흔들고 있다./홍정표 논설위원

2020-12-03 홍정표

[참성단]여당의 말폭탄

이런 일이 앞으로 또 있을까 싶다. 여당이 스크럼을 짜고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작금의 현상은 전무후무하다. 아무래도 윤석열 총장의 캐릭터를 오판한 탓이 크다. 예전 총장들 중엔 개인비리를 흘리기만 해도, 임명권자의 불신임으로 받아들여 자진사퇴했다. 그런데 윤 총장은 인사권을 빼앗기고,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하고, 처가를 향한 재수사와 기소에도 버틴다. 정치권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검찰총장이다.그래서일까, 윤 총장을 향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쏟아내는 말폭탄의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황운하 의원은 역사와 왕조시대를 소환해 "역사의 법정에서 '대역죄인'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을러댔다. 김용민 의원은 윤 총장을 '대한민국의 트럼프'라고 조롱했다. 김남국 의원은 "대권 욕심에 눈이 멀어 검찰조직과 대한민국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고 가세한다. 검찰이 업무용으로 수집했다는 판사세평을, 김태년 원내대표는 '검찰의 불법사찰'이자 '직권남용·불법행위'로 단정했다. 김두관 의원은 윤 총장을 아예 전두환급으로 격하했다.여당 의원들이 말폭탄에 담은 핵심적인 메시지는 '정치검사 윤석열'인 듯하다. 그래서 대역 죄인이자 트럼프이며, 대권 욕심에 불법사찰을 자행한 전두환 같은 사람이라는 얘기다. 윤 총장이 정말 미워서 한 말이고, 정치적 수사일테다. 하지만 과장이 과도하고 논리가 뜬금없으면, 메시지 전달은 실패한다. 황운하 의원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혐의로 현실의 법정에 서야 할 피고인이고, 김남국 의원이 윤석열 정국에 판사 참전을 요청했다는 대목에 이르면 더욱 그렇다. 북한이 정부나 대통령을 비난하는 막말 담화를 쏟아내 봐야, 말 같지 않고 말 주인이 북한이라 무시당하는 이치와 같다.만화는 대사를 말풍선에 가둔다. 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정권 전체가 들고 일어난 현 정국이 만화 같고, 만화 같은 정국에 여권 인사들의 말풍선이 가득하다. 추미애 장관과 여당이 정치검사로 낙인찍는 말풍선을 쏟아낼 때마다, 윤 총장의 차기 대선 지지도가 올라가니 이 또한 만화 같다.총장직에 복귀한 윤석열에 대한 법무부 징계 절차가 개시되면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까 걱정이다. 여당이 말폭탄을, 서울행정법원 결정문에 버금가는 법치의 언어로 바꾸었으면 한다. 그래야 정권의 품격을 지킬 수 있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0-12-02 윤인수

[참성단]국토의 막내 '서해5도'

" 장백(長白)의 멧부리 방울 튀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중략) 지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청마 유치환이 읊은 '울릉도'다. 문학 속에서 섬(島)은 대개 소외와 고립의 상징으로 은유되고 그리움과 동경의 발원이자 대상이다. 하지만 청마 시절 서정의 끄트머리엔, 뭍에서 떨어진(落) 바람에 형편없었던 낙도(落島) 사람들의 팍팍한 삶이 매달려 있었다.이제는 섬을 향한 관념적 서정도 메마르고, 섬사람들의 생활도 훨씬 나아졌다. 섬과 뭍을 꼼꼼하게 이어주는 연륙교 덕분이다. 지난해 개통된 전남 신안군의 '천사(千四)대교'가 압권이다. 목포와 연륙교로 연결된 압해도와 암태도를 이어 붙였다. 암태도엔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 자라도가 연륙교로 매달려 있었다. 5천800억원 짜리 천사대교로 연륙된 섬들은 수백만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고, 1만명이 채 안 되는 섬사람들의 삶은 달라졌다.전라남도뿐 아니다. 부산 경남에도 수많은 연륙교가 섬을 육지로 만들었다. 1조4천억원 짜리 거가대교는 거제도를 부산 생활권으로 만들었고, 부산 가덕도는 신공항 혜택까지 받을 모양이다. 연륙교의 대부분이 전남과 부산·경남에 집중된 걸 보면, 정권을 탄생시킨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결과인 듯 하나 단정할 순 없는 노릇이다. 울릉도에도 2025년에 공항이 생긴다니, 청마의 애틋한 시정(詩情)이 여객기 소음에 묻힐 날도 머지않았다.청마가 애달파한 국토의 막내라면, 이젠 서해 5도(백령·대청·소청·연평·우도)가 유일하지 싶다. 북방한계선 바다에 흩어진 서해 5도는 정서적으로 행정적으로 여전히 낙도다. 백령도 앞바다에서 천안함이 침몰당했고, 연평도는 북한 포사격으로 불바다가 됐으며, 중국 해적어선들이 어장을 독차지한 서해 5도 국민의 삶은 전쟁이다. 그런데 보상이 없다. 백령도 공항은 지지부진하고, 연평도 포격피해 보상 특별정책자금 9천억원은 절반도 못썼다. 연평도 주민이 온라인 쇼핑을 하려면 전국에서 가장 비싼 배송비를 지불해야 한다."조기를 담북잡아 기폭을 올리고/ 온다던 그배는 어이하여 아니오나/ 수평선 바라보며 그이름 부르면/ 갈매기도 우는구나 눈물의 연평도." 연평도 공영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노래비다. 1964년 히트한 옛 가요란다. 서해 5도는 여태 이 시절에 갇혀있다. 애달픈 국토의 막내들이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0-12-01 윤인수

[참성단]K리그 멤버 수원FC

2016시즌 K리그에서 수원 삼성과 수원FC가 맞붙었다. 이른바 '수원 더비'다. 서울FC와의 '슈퍼 매치'에 구름 관중이 몰리는 전통의 명가 수원 삼성과 새내기 수원FC 더비는 일방적일 것이란 예상을 깨고 매 경기 치열했다. 수원 FC는 전반기 1-2, 0-1로 연패했으나 후반기 첫 경기에서 5-4로 첫 승을 거뒀다. 비록 마지막 경기를 2-3으로 내줬으나 4게임 모두 1점 차 박빙이었다. 전력차이를 비웃는 라이벌전의 묘미다.프로축구단 수원FC가 2021시즌 K리그에서 팬들과 다시 만난다. 수원FC는 지난 2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경남FC와의 K리그2 플레이오프에서 1대1로 비겼다. 무승부일 경우 정규리그 우선 순위팀에게 어드밴티지를 주는 리그 규정에 따라 수원FC가 극적으로 승격했다.후반 인저리 타임에 극장 골이 터지는 드라마 장면이 연출됐다. 수원은 전반 27분 상대 수비수 최준의 오른발슛이 굴절되면서 선제골을 허용했다. 파상 공세가 번번이 막히고 오히려 수차례 결정적 위기를 넘긴 수원은 후반 시간이 다 지나고도 만회 골을 넣지 못해 패색이 짙었다. 주심이 시계를 보는 순간 상대 진영에서 크로스 볼을 다투던 수원의 정선호 선수가 넘어졌고, VAR 판독 결과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올 시즌 리그 득점왕 안병준이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오른쪽 골네트를 갈랐다. 5년 만에 1부리그로 승격하는 순간이었다.수원FC는 2003년 수원시 소속 실업팀으로 창단한 수원시청축구단이 전신(前身)이다. 2008년 재단법인으로 재출범해 2012년 프로로 전환했다. 2015년 플레이오프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꺾고 1부리그인 K리그 클래식 승격에 성공했다. 2016년 10승 9무 19패로 리그 최하위로 밀리면서 다시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다.팬들은 벌써 2021시즌 삼성 블루윙즈와 수원FC가 맞서게 될 '수원 더비' 장면을 그려본다. 영국 맨체스터시의 맨유와 맨시티 더비와 같은 명물 라이벌전을 기대하는 거다. 김도균 감독의 지휘 아래 강팀으로 도약한 수원의 전력은 1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란 평가다. 팬들도 '5년 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벼른다. K리그의 명품'슈퍼 매치'에 '수원 더비'까지. 수원 축구의 '르네상스'를 알리는 신호탄이 쏘아졌다. /홍정표 논설위원

2020-11-30 홍정표

[참성단]중국의 '김치 침공'

김장철이 한창이다. 전통적인 겨울맞이 통과의례인 김장문화는 지난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한국 문화의 정수이다. 지난 22일은 제1회 '김치의 날'이었다. 올 2월 김치산업 진흥법 개정으로 탄생한 법정기념일이다. 김치 소재 하나하나(11월)가 모여 22가지(22일)의 효능을 나타낸다는 의미를 담았다는데, 김장철이 한창인 때니 금상첨화다. 첫 기념일인 만큼 대형 김장축제도 있을 법했지만, 코로나19 탓인지 밋밋하게 넘어간 건 아쉽다.한국인과 김치는 떼려야 뗄 수 없다. 방금 무쳐낸 겉절이로 입맛을 돋우고 묵은지 김치찌개로 미각을 충전한다. 배추김치는 기본이고, 각종 무 김치에 갓김치, 파김치 등 재료와 숙성 정도에 따라 염장한 모든 채소는 김치가 될 자격이 있다. 한국인에게 김치는 영혼이다. 즐기지 않아도 김치 빠진 식탁은 미완성이니, 김치는 한국인의 영혼이다. 누구도 김치에서 소외되면 안 된다. 동네 전체가 김장 품앗이를 하고, 어려운 이웃에 김장김치를 나누어 주는 이유다. 김장 품앗이로 이룬 김치 공동체다.어제 중국 환구시보 뉴스가 기막히다. 중국이 김치산업 국제표준국이 됐다는 것이다. 중국이 상임이사국인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지난 24일 중국이 제안한 김치제조 국제표준을 승인했다는데, 한국을 조롱하는 부연 설명이 뼈 아프다. 한국은 김치무역 적자국이며, 한국 김치 소비량의 35%를 차지하는 수입 김치의 99%가 중국 김치라며 '김치 종주국의 굴욕'이라고 보도했다.국내 반응은 대체로 차분하다. 민간기구인 ISO의 인증이 김치무역을 규제할 국가간 표준도 아니고, 표준 명칭도 '김치(kimchi)'가 아닌 '파오차이(paocai)'라서다. 파오차이(泡菜)는 절임 채소를 통칭하는 단어다. 한국 김치를 '파오차이'로 부르던 그대로 국제표준으로 올려놓고 김치 표준 운운한 것이다. 한국 김치는 중국이 파오차이로 둔갑시킬 수 없는 정체성이 뚜렷한 음식이다. 하지만 한복, 판소리, 아리랑을 자국의 변방문화로 종속시키려는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도발이 김치에까지 이른 점은 경계해야 마땅하다.1인 가구 증가와 품앗이문화 쇠퇴로 공장김치 유통이 늘면서, 저가 중국 김치의 침략이 거세진 건 사실이다. 김치 종주국의 위엄을 지켜낼 국제적인 문화교류와 김치산업 표준 제정이 시급하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0-11-29 윤인수

[참성단]'축구 영웅' 마라도나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1986년 멕시코월드컵 8강전. 후반 6분, 잉글랜드 문전에서 골키퍼 피터 쉴튼과 공중볼 경합을 벌인 마라도나 선수가 선제 헤딩골을 넣었다. 쉴튼은 신장 185㎝, 마라도나는 165㎝. 더구나 골키퍼는 손을 쓸 수 있어 헤딩슛은 불가능해 보였다. 비디오 판독 결과 마라도나가 손을 쓴 장면이 확인됐다. 세계를 뒤흔든 '신의 손' 사건이다.'악마의 골'을 넣은 마라도나는 5분 뒤 중앙선부터 수비수 6명을 따돌리고 질주한 끝에 골키퍼까지 제치고 골네트를 흔들었다. 당시 외신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골과 가장 추한 골이 동시에 나왔다"고 평했다. 잉글랜드는 게리 리네커가 만회 골을 넣었으나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결승에서 서독을 3대 2로 누르고 FIFA 컵을 차지했다. 대회 5골을 넣은 마라도나는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가 25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외신이 전했다. 앞서 지난 3일 두부 외상 후에 출혈이 생겨 뇌수술을 받고, 1주일만인 11일 퇴원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즉각 3일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마라도나는 펠레와 함께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힌다. 펠레는 '축구 황제'라는 명예로운 별명을 얻었지만, 그는 '축구 악동'이라 불렸다. 거침없는 언행과 플레이로 팬들의 사랑과 미움이 엇갈렸다.1960년 10월 30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3남 4녀의 첫째로 태어났다. 빈민가에서 성장했으나 천부적 축구 재능을 인정받아 16살 때 프로에 데뷔했다. 아르헨티나의 명문 보카 주니어스를 거쳐 FC 바르셀로나, SSC 나폴리, 세비야 FC에서 뛰었다. 마라도나를 영입한 이탈리아 나폴리팀은 1987년 사상 첫 리그 정상에 올랐다. 1989년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 1990년 리그 우승 등 전성기를 보냈다.현역 은퇴 이후 대체로 불운했다. 약물 복용과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모국의 국가대표팀과 프로팀 감독을 지냈으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취재 기자에게 총을 쏴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그래도 축구 팬들은 그의 마법 같은 플레이를 그리워한다. 때론 신(神)으로 추앙한다. 하느님도 어떤 신인가 궁금해 때 이르게 부른 듯하다. /홍정표 논설위원

2020-11-26 홍정표

[참성단]'그래미' 노크한 'BTS'

코로나19와 후진 정치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 방탄소년단(BTS)은 해피 바이러스다. BTS가 어제 또 한 번 낭보를 전해왔다. '그래미 어워즈' 후보로 선정된 것이다.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그래미 어워드는 알려진 대로 가장 권위있는 음악시상식이다. 클래식부터 대중음악을 망라하는 시상분야도 압도적일 뿐 아니라, 2만장 이상의 음반과 트랙이 참여할 만큼 수상 경쟁도 치열하다. 시카고 교향악단 지휘자인 게오르그 솔티가 클래식 음반으로 31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받아 최다 수상의 영예를 지키고 있지만, 아무래도 그래미의 백미는 대중음악 분야 시상이다.전세계 대중음악 뮤지션들이 그래미의 축음기 트로피를 염원하는 건, 철저히 음악성만 따져 수상자를 가리기 때문이다. 우선 심사위원인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 1만3천여명들 자체가 아티스트, 제작자, 녹음전문가 등 쟁쟁한 음악 전문가들이다. 팬들의 투표와 지지에 바탕한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나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는 질적으로 다른 이유다. 그래미 수상은 동시대의 뮤지션들의 인정을 받은 아티스트로 공인받는 통과의례인 셈이다.BTS가 지난 9월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한 뒤 그래미상 수상을 희망하는 소감을 밝힌 것도, 그래미의 가치를 잘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미도 아카데미 영화상과 마찬가지로 백인과 미국 중심 시상으로 '화이트'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영국 백인 아델이 미국 흑인 비욘세를 누르고 수상했을 땐 '너무 하얀 그래미'라는 팬들의 비난이 일었고, 일부 흑인 아티스트들은 그래미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AP, 로이터의 대서특필은 BTS의 그래미 후보 선정이 얼마나 대단한 사건인지 보여준다. 특히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본상 후보에 지명됐어야 했다며 "BTS가 주요 그래미상 후보를 강탈당한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본상이 아닌 팝 분야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그친 걸 비판한 것이다.하지만 아시아 뮤지션에겐 철옹성이던 그래미의 문화적, 인종적 장벽을 허물고 수상 후보에 오른 것만 해도 BTS의 성취는 대단하다. BTS의 노크가 당당하다. 그래미가 상냥하게 문을 여는 일만 남았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0-11-25 윤인수

[참성단]'노무현 국제공항'

'가덕도 신공항'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총리실 검증을 명분으로 김해 신공항 사업을 백지화하고 부산 가덕도 신공항을 기정사실로 밀어붙일 때만 해도, 논란의 주제는 여당의 선거 '포퓰리즘'이었다. 그런데 난데 없이 국민의힘 부산 출신 의원들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발의를 선수치고 나서면서 '야당 무용론'으로 번지더니,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대구·광주신공항 특별법까지 제안하고 나섰다. 오거돈의 성추행으로 인한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문지른 '선거 램프'에서 신공항들이 쏟아져 나오는 나비효과라니, 넋이 나갈 지경이다.지도에서 가덕도를 아무리 유심히 살펴봐도 동남권 관문공항의 입지로는 부족해 보인다. 접근성에서 김해 신공항을 이길 도리가 없다. 부산 시민 상당수도 김해 공항 이용이 수월한 형편이다. 입지상 부산 남부공항이나 다름 없다. 가덕도 신공항이 가능하다면, 경기남부 신공항은 벌써 개항했어야 한다. 경기남부 대도시와 충청권 중소도시의 배후 인구 730만명의 수요와 인천·김포공항 보조 기능만으로도 공항신설 조건은 차고 넘친다.역대 정권이 순전히 표를 구걸하려고 설치한 지방 국제공항이 즐비하다. 하지만 애초에 항공수요는 도외시한 정치공항들이니 유령 공항으로 전락한 게 태반이다. 항공사들은 취항을 사양했고, 빈 공항은 예산만 잡아먹었다. 지금은 사정이 좀 나아졌지만 무안공항 활주로에 고추 말리던 시절도 있었다. 정치공항에 대한 야유와 조롱이 쏟아졌다. 백미는 유령공항에 대통령 이름 붙이기다. '노태우공항'(청주공항), '김영삼공항'(양양공항), '김대중공항'(무안공항)은 국민혈세를 표로 바꾼 실책에 대한 은유다. '김중권공항'(울진공항), '유학성공항'(예천공항)도 있다.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가덕도 신공항 명칭을 '노무현 국제공항'으로 짓자고 제안했다. 좋은 생각이다. 진보진영에겐 '성인' 반열에 오른 노무현 전 대통령 이름을 붙일 정도라면, 가덕도 신공항의 성공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반증일 테다. 반대로 천영우 전 청와대경제수석 말대로 멸치나 말리는 공항이 된다면, 실패가 뻔한 사업에 '노무현' 이름을 붙인 만용은 두고두고 반성의 거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노태우'·'김영삼'·'김대중'을 공항 명칭으로 사용했다면, 가덕도 신공항을 함부로 밀어붙이는 일도 없겠기에 하는 말이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0-11-24 윤인수

[참성단]'연평도 포격' 10주년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0분께, 북한군이 연평도에 포탄 170여 발을 퍼부었다. 검은 연기와 시뻘건 화염에 휩싸인 섬마을은 순식간에 전쟁터로 변했다. 해병대는 즉각 대응사격을 가했고, 국군은 서해 5도에 이어 전군에 '진돗개 하나'를 확대 발령했다. 해병대원 2명이 전사했고, 중경상 16명, 민간인 사망자 2명, 중경상 3명의 인명 피해와 각종 시설·가옥이 파괴됐다.고(故) 서정우 하사는 이날 휴가를 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G20 행사 등으로 미뤄졌던 군 생활 마지막 휴가를 떠나는 길이었다. 전역을 꼭 30일 남긴 시점이었다. 배에 오르기 전 포격이 시작됐다. 서 하사는 동료들과 함께 부대로 복귀하던 중 북한의 포격으로 전사했다. 현장에는 그의 해병대 모표가 박힌 소나무가 남았다. 쓰고 있던 모자에 부착된 모표가 포격의 충격으로 떨어지면서 소나무에 꽂혔다고 한다.'연평도 포격'은 휴전 협정 이후 북한군이 대한민국 영토를 직접 타격해 민간인이 사망한 초유의 사건이다. 국제 사회가 공분했으나 북한은 정당한 군사 대응이었으며 오히려 책임은 남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국군과 미군의 육·해·공군 연합 호국훈련을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위협을 실행하는 구실로 삼은 거다.연평도 포격은 같은 해 3월 천안함 폭침과 함께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후계 세습을 굳히기 위해 저지른 만행이다. 당시 북한은 김 위원장을 '포병 술의 대가'로 선전했다. 포격을 지휘한 김격식 4군단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인민무력부장으로 파격 승진했다.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무차별 공격한 북의 태도는 10년이 지나도 변한 게 없다. 최근에는 민간인인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사살했다.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의 권력교체기를 맞아 북이 기습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경고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를 뒤흔들 카드로 활용할 것이란 분석에서다.포격 직후 이명박 정부는 북에 대한 대규모 응징작전을 구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클린턴 국무장관의 설득에 밀려 실행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북한이 대한민국 영토와 국민을 상대로 다시 군사 도발을 감행한다면 우리 정부는 어찌 대응할까. 비록 불발에 그쳤으나 '반드시 응징하겠다'던 결기 만큼은 꽉 붙들었으면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

2020-11-23 홍정표

[참성단]'윤성여씨'의 명예회복

유대인 프랑스군 포병대위인 알프레드 드레퓌스는 독일 스파이 누명을 쓰고 군사법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2년 뒤인 1896년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진범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재심요구는 거부당했다. 당대의 지성 에밀 졸라가 총대를 멨다. 1898년 대통령에게 드레퓌스 구명을 요구하는 공개편지 '나는 고발한다'를 '로로르'(L'Aurore, 여명)에 게재했고, 프랑스를 비롯한 전세계 지성이 드레퓌스 구명에 뛰어들었다.프랑스 군부는 생사람 잡은 '유죄'를 집요하게 회피했다. 재심을 열었지만 날조된 증거와 위증을 근거로 드레퓌스의 무기형을 10년으로 줄여주는데 그쳤다. 전세계에서 프랑스 보이콧 운동이 벌어졌다. 에밀 졸라도 나섰다. 다급해진 프랑스 군부는 무죄 대신 사면을 제안했다. 드레퓌스가 이를 수용했다. 그러자 그를 위해 구명에 나선 지식인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무죄 투쟁을 포기하고 사면 제안을 받아들인 드레퓌스에게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그러나 하루라도 빨리 지옥 같은 감옥에서 벗어나고픈 드레퓌스의 간절함도 이해 못할 건 아니다. 당시 그는 감옥 생활로 심신이 피폐해진 상태였다고 한다. '드레퓌스 개인이 아니라 정의로운 조국을 위한 투쟁'이라는 지식인들의 명분은, 하루 하루가 악몽이었던 그에겐 '지적 허영'이거나 '감당할 수 없는 사명'에 불과했을 수 있다. 분명한 건 죄 없이 생매장 당한 사람의 심정은 당사자 아니면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점이다.지난 19일 수원지법 법정에서 검찰은 한 피고인의 무죄를 구형한 뒤, "검찰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피고인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사건의 범인으로 조작돼 20년 동안 감옥에 갇혔던 윤성여씨의 재심 공판에서 벌어진 장면이다. 윤씨는 2009년 출소했지만, 지난해 진범 이춘재가 자백하기 까지는 살인·강간 전과자였다. 시국사건 희생자도 아니니, 드레퓌스식 정치·사회적 구명운동은 아예 가능하지도 않았다. 윤씨가 자신을 범인으로 만든 경찰들마저 용서할 뜻을 밝히고, 모든 걸 '운명' 탓으로 돌린 까닭일 것이다.하지만 윤씨에 대한 국가폭력 범죄는 명백하다. 검찰의 사과만으론 부족하다. 12월 17일 결심공판에서 나올 법원의 입장이 주목되거니와, 국가 차원의 사과도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0-11-22 윤인수

[참성단]호텔 개조 임대주택

2000년 이후 중국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요우커(遊客)가 급증한 2010년대 초반, 수도권과 제주 등지는 숙박시설이 절대 부족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모텔까지 동원했으나 태부족이었다. 눈치 빠른 부동산 업자들이 숙박업 사업에 뛰어들었다. 호텔 운영에 따르는 위험부담을 피하려 수익형 모델을 장착했다. 투자자가 객실을 구분 등기할 수 있고, 운영사가 매월 임대수입을 주는 구조다.객실이 부족한 데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자 투기꾼이 몰렸다. 순항하던 호텔 업계는 2014년 사스가 유행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2017년 중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민의 단체관광을 금지했다. 이후 3년간 요우커가 30% 급감했다. 지난해 회복세이던 관광업계는 올 초 시작된 코로나 19로 다시 치명상을 입었다. 전국 관광호텔 상당수가 극심한 운영난에 숨만 붙은 '좀비' 상태다.이낙연 더불어 민주당 대표가 전세난을 말하면서 호텔 객실을 활용하겠다고 언급했다. 지난주 관훈 토론회에서 부동산 대책 관련 질문에 답하면서다. 이미 국토부가 엠바고(보도 유예)로 예고한 내용을 미리 흘린 것이다. 어설픈 누설이다.반응은 더 실망스럽다. 전국에서 지탄이 쏟아졌다. 야권은 비판을 넘어 어린아이 놀리듯 조롱한다. 야당 대변인 입에서 '초등학교 학급 회의 수준의 대책'이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전세 난민에서 월세 난민으로 밀려난 국민에게 호텔을 개조해 전셋집을 만들어 준다는 정부는 국민을 '일세 난민'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서울시가 숭인동 호텔을 개조한 청년 주택은 난방과 창문 구조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숙박용과 주거용 건물의 차이를 간과한 때문이다. 입지 여건도 썩 좋지가 않다. 입주자들은 주변보다 임대료가 월 10만 원 정도 싸다는 것 외에는 장점이 없다고 불평한다.국토부가 19일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전세난 타개를 위해 2022년까지 전국 11만 4천 가구, 수도권 7만 1천 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뭇매를 맞는 숙박시설 활용 방안이 버젓이 포함됐다. 나중이야 어찌 되든 성난 민심을 달래고 보자는 정부의 다급한 처지가 딱하다. /홍정표 논설위원

2020-11-19 홍정표

[참성단]백령도공항과 동남권신공항

'공기수송'은 어떤 대중교통 수단이 이용하는 승객이 거의 없는 상태를 표현하는 조어다. 사람이 아니라 공기를 실어나른다는 얘기다. 지금 세계 항공업계는 노선과 운항편수를 대폭 감축하고도 텅 빈 비행기를 띄우는 바람에 경영 위기에 몰렸다. 돌발적인 코로나19의 기습으로 1년 가까이 공기수송을 이어 온 탓이다.하지만 공기수송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익과 국익을 위한 교통수단이 적지 않다. 국토균형발전이란 명분으로 개설된 공기수송 도로가 전국에 널려있지만, 불가피한 국책사업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의 숙원사업인 백령도 공항이다. 건설비용 1천700억원대의 소형공항이지만 서해5도의 고립을 풀어 군사·외교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국익뿐 아니라, 접경도서 국민들의 응급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공익이 큰 공항이다. 이를 정부는 경제성, 즉 공기수송을 이유로 막아왔다.최악은 수요예측에 실패해 '공기수송'으로 조롱받는 교통수단이다. 인근 농민들이 활주로에서 고추를 널어 말렸다는 무안국제공항이 그랬다. 양양공항, 청주공항도 한동안 공기만 수송하는 유령공항이라는 오명을 썼다. 역대 정권 마다 깃대 공약으로 지방공항 건설을 앞세웠다. 여객수요 보다는 지역 표를 겨냥해서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항들이 대부분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엊그제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을 백지화했다. 부산 가덕도에 동남권 신공항을 추진하기 위해 걸림돌을 뽑아버린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은 이명박 대통령 때 백지화됐고, 박근혜 대통령 때 프랑스 업체의 용역에 따라 동남권신공항 대신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결론났다. 당시 용역 결과 가덕도는 입지여건이 경남 밀양에도 뒤지는 것으로 판단됐다. 실제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려면 김해공항 확장사업비보다 6조나 더 들고, 접근성이 떨어져 여객수요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한다. 대다수 언론이 부산시장 보궐선거용 공항으로 보는 이유다.백령도 공항은 비용 대비 편익이 압도적이고 국익과 공익을 다 만족시키는 저비용 소형공항이다. 정부는 이를 경제성을 따져 오랜 세월 막아왔다. 그런 정부가 이미 확정된 국책사업을 폐지하고 6조를 더 들여 부산 앞바다 섬을 메워 신공항을 건설하는 일엔 전광석화다. 아무리 표가 중해도 이건 아니지 싶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0-11-18 윤인수

[참성단]'현각'과 '혜민'의 야단법석

고승대덕들이 남긴 법문들의 결론은 대체로 무소유에 이른다. 소유에 대한 집착이 불성(佛性)을 방해한다는 이유일테다. 평생 누더기 승복 한 벌로 지낸 성철 스님은 "밥은 죽지 않을 정도로만 먹고 옷은 살이 보이지 않을 정도면 된다"며 "사람들은 소중하지 않은 것들에 미쳐 칼날 위에서 춤을 추듯 산다"고 탄식했다. 속세의 대중들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성철의 법문엔 무릎을 칠지언정, 막상 '소유'를 포기하라는 실천행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법정 스님은 난초를 향한 집착과 각성을 통해 무소유의 화두를 깨달았다. 죽어서도 자신의 글에 자신이 갇히고, 사부대중이 자신의 글에 집착하는 걸 꺼렸던 걸까, 죽음을 앞둔 법정은 그의 '사유(思惟)' 마저 버리고 갔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모든 출판물의 '출판 금지'를 유언으로 남긴 것이다. 백석의 영원한 연인 김영한은 법정의 무소유에 감복해 요정 '대원각'을 시주했지만, 시주에 성공하기 까지 10년이 걸렸다. 법정은 결국 그 시주를 받아 길상사를 열었다. 속세는 천문학적인 시주에 놀랐지만, 정작 그녀에게 대원각은 "백석의 시 한 줄만도 못한" 티끌이었다. 그 스님에 그 보살이 탄생시킨 '무소유의 명장면'이다. 불교는 여러 선사들이 남긴 무소유 만행(萬行)의 흔적에 의지해 명맥을 유지하는지 모른다.최근 현각 스님과 혜민 스님이 한바탕 야단법석을 피웠다. 혜민의 호화로운 거처가 방송된 것이 발단이었다. 현각은 혜민을 향해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모르는 도둑놈"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팔아먹으며 지옥으로 가고 있는 기생충"이라고 일갈했다. 혜민은 즉시 "참회한다"며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수행정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현각은 이튿날 "혜민은 내 영원한 도반"이라고 바로 화해의 메시지를 남겼다. 비판과 참회와 화해가 너무 돌발적이라, 두 스님의 대화가 과연 깨달음을 향한 불교적 논쟁인 '법거량'에 해당하는지 헛갈리고, 비판 여론도 많다.그래도 미국 국적에 하바드 동문인 두 스님이 부처님 말씀을 중심으로 전광석화 같은 일갈과 주저없는 참회를 주고 받는 장면이 선사한 돈오(頓悟)의 쾌감도 적지 않다. 문제의 본질을 제쳐두고 티끌에 집착해 거짓과 비난의 악순환에 갇힌 세상 탓일 게다. 벽안의 스님과 한국계 미국인 스님의 한바탕 소동이 여러 화두를 남겼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0-11-17 윤인수

[참성단]소래포구와 새우타워

소래포구는 연간 300만명이 찾는 명물 어시장이다. 일제는 인근에서 소금이 나자 1930년대 수원·인천을 잇는 협궤열차를 부설해 소래역을 만들었다. 한국전쟁 이후 월남민들이 정착하면서 새우젓 집산지가 됐다. 1970년대 새우 파시가 열리면서 수도권 대표 어시장으로 부상했다. 꽃게가 잡히는 5~6월과 김장철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소래포구는 유난히 화재가 잦다. 2017년 1월 좌판상점 332개 중 220개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됐다. 일반 점포 41개 중 20개도 불탔다. 2010년 1월에는 좌판상점 25곳이, 2013년 2월에는 36곳이 화재로 피해를 봤다. 불에 약한 비닐 천막에 마구잡이로 끌어다 쓴 전선 줄이 도화선이다.소래포구가 화마의 악몽을 떨치고 새 얼굴로 손님맞이 채비 중이다. 핵심 사업인 어시장 신축공사 공정률이 90%를 넘어섰다. 사업비 181억원으로 연 면적 4천500㎡, 지하 1·지상 2층 신축 건물을 짓는 중이다. 1층은 어시장 상인들의 점포가 입점하고, 2층은 어시장 운영과 상권 활성화를 위한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선다. 옥상에는 전망대 등 휴게 공간도 만들어진다.지난주에는 포구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새우타워'가 개장했다. 대표 특산물인 새우의 모습을 본떠 만든 조형 전망대로, 옛 5부두에 높이 21m 규모로 조성됐다. 주변에는 2.5㎞ 길이의 산책로가 마련돼 인근 카페와 쉼터를 찾는 관광객들의 접근성을 높였다고 한다.그런데 막상 일반에 공개되자 예상치 못한 반응들이다. 일부 방문객은 과자 '새우깡'을 연상시키는 모습과 초라한 형태를 꼬집으면서 '흉물이 될 것'이라고 혹평한다. "10억원을 들였다는데 어디에 썼는지 모르겠다, 세금 낭비다"는 비판도 있다.한때 소래포구엔 '바가지 상술'이란 꼬리표가 달렸다. 제철 해산물을 사고 맛보는 명소이면서도 부정적 이미지가 각인된 거다. 지자체와 시장상인들은 화려한 부활을 꿈꾼다. 새우타워와 현대식 어시장은 야심 차게 준비한 새 병기다. 하지만 바가지라는 인식을 바꾸지 못한다면 수백억원 사업비도 무용할 뿐이다.'소래포구' 하면 싸고, 편리하고, 깨끗하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걱정할 게 없다. 뛰어난 접근성에 볼거리까지 갖춘 어시장을 소비자들이 외면할 까닭이 없다. /홍정표 논설위원

2020-11-16 홍정표

[참성단]조두순 포비아

오는 12월 13일 조두순 만기출소를 앞두고 나영이(가명) 가족이 결국 안산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12년전 조두순에게 회복불능의 심신장애를 당한 나영이 가족 집에서 1㎞도 안 떨어진 곳에 그가 되돌아온다고 하자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나영이 아버지는 조두순에게 제발 안산으로 오지 말라고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조·두·순' 이름 석자가 공포인 나영이와 가족들에겐 그를 마주칠 수 있다는 상상 자체가 악몽이다. 그 곳이 어디든 그가 없다면 천국일테다.나영이 가족뿐 아니다. 조두순이 거주할 예정인 안산시와 동네는, "조두순이라는 범죄자가 안산으로 돌아오는 것 자체가 공포"라는 윤화섭 시장의 말 그대로 패닉 상태다. 안산시는 조두순 거주지를 중심으로 CCTV 71대를 설치하고, 24시간 순찰을 맡을 무도실무관급 청원경찰 6명을 채용했다. 하지만 조두순이 거주할 아파트 주민들의 피해는 이미 현실인 모양이다. 조두순과 한 곳에서 거주하는 심리적 불안감에 재산상 피해도 심각하단다. 아파트 평판이 나빠지면서 매매, 전세 거래가 끊긴 탓이다.한 범죄자의 만기출소가 빚어낸 불안한 소란의 원인은 아무래도 죄에 비해 터무니없는 벌을 내린 법원이지 싶다. 조두순은 나영이 사건 이전에도 강간과 살인 등 전과17범이었다. 강간죄로 3년을 복역했지만 살인죄로는 주취감경돼 2년만 살았다. 조두순이 8살 나영이에게 저지른 18번째 죄는 글로 옮기기 혐오스러울 정도로 끔찍한 악마의 폭행이었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주취감경을 적용해 12년을 선고했다. 악마가 술에 취했다는 이유였다.조두순 사건 이후 아동 성폭행 방지를 위한 각종 제도가 생겼지만, 웬일인지 음주감경 규정은 그대로다. 인사사고를 낸 음주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윤창호법이 시행 중인 마당에 중범죄자의 음주감경이 여전히 가능한 건 어색하다. 완화된 음주감경 규정을 아예 폐지하자는 '조두순 방지법'이 연내에 처리될지 주목된다.너무 일찍 풀려난 조두순 때문에 스무살 나영이는 피난(?)을 떠났고, 교화 여부가 불투명한 조두순과 함께 살아야 할 시민들은 불안해한다. 하지만 조두순 역시 '소셜 파놉티콘(사회적 원형감옥)'에 수감될 형편이다. 전 사회적 시선이 그를 주목해서다. 감옥과 출옥 중 무엇이 나은지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 된 것이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0-11-15 윤인수

[참성단]광군제와 코세페

'1초당 구매량이 58만 건까지 치솟았다. 개장 30분 만에 매출 62조를 기록했다'. 중국 최대 쇼핑시즌인 광군제(光군節) 열기를 매 순간 숨 가쁘게 전한 인터넷 언론의 헤드라인이다. 2009년 시작된 광군제는 매년 11월 11일 중국 최대 이커머스 회사인 알리바바가 개최한다.알리바바는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티몰, 타오바오 등 자사의 여러 플랫폼에서 총 4천892억 위안(약 83조7천972억원)의 거래가 이뤄졌다고 12일 발표했다. 지난해 42조5천억원을 2배가량 뛰어넘는 사상 최고 실적이다. 회사 측은 올해 통계를 산출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겨 지난해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지만 경이로운 수준인 건 부인하지 않는다.2위 업체인 징둥닷컴도 지난 1~3일 사전행사 때 2천억 위안(약 34조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두 회사에서만 110조원을 가볍게 넘어선 것이다. 외신은 "코로나로 억눌렸던 중국 소비자의 보복소비 심리가 광군제 거래액 신기록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지난 1일부터 22일까지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열린다. 국내 유명 백화점과 대형 유통업체들이 참여했다. 정부는 내수 진작을 하겠다며 행사 직·간접비로 48억여원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그런데 소비자 반응이 영 시원치 않다. '오프라인 우수 중소기업 상품 판매전'이 열리는 현대백화점 판교점 지하 1층 대행사장은 방문객이 적어 썰렁하다. 상인들은 '장사가 너무 안 된다'고 울상이다.코세페 할인율은 평균 10~20%에 불과하다. 일반 할인행사도 30% 정도는 기본이다. 백화점들은 업체로부터 매출액의 2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가격을 더 낮출 수 없는 구조다. 행사 자체를 모르는 소비자도 많다. 흥미를 끌 만한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광군제 기간 지난해 수준을 넘어서는 매출을 올렸다. 국내 기업들은 코세페를 패스하려 한다. 올해 광군제는 유력 인사 300여 명이 라이브 방송 판매를 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10만 채가 팔린 아파트는 80만 호가 매물로 나왔다. 참신한 기획 아이디어에 코로나 바이러스도 비켜섰다. 해마다 30~40%씩 성장하는 세계 최대 할인행사가 내년에는 또 어떤 기록을 세울지 궁금해진다. 반면 코세페는 어찌 될지, 존폐가 걱정된다. /홍정표 논설위원

2020-11-12 홍정표

[참성단]'윤석열 신드롬'

윤석열 검찰총장이 어제 공개된 여론조사(한길리서치· 쿠키뉴스)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도 1위에 올랐다. 지난 2일 발표된 여론조사(리얼미터·오마이뉴스)에서 3위로 치솟은지 10일도 안 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독점하던 차기 대권 판세가 무너진 것이다.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검사였고, 브라질 차기 대권후보로 부상한 세르지오 모루는 판사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변호사였고 이회창, 이인제 등도 법조 출신 대통령 후보였다. 하지만 모두 법조 출신일 뿐 정치인으로 전향하기 위해 다양한 정치, 행정적 이력을 쌓았다. 윤 총장처럼 현직 검찰총장이 차기 대통령 후보로 주목받는 건 유례가 드문 현상이다.대검찰청 국정감사 직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윤 총장을 향한 적개심은 노골적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 이후 아예 총대를 메고 윤 총장 찍어내기에 전념했다. 검찰인사, 수사권지휘, 총장 측근과 가족수사 지시, 감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고 급기야 특활비 까지 털었다. 하지만 윤 총장에게 날린 부메랑은 번번이 여권으로 선회한다.추 장관과 민주당의 협공은 집요하지만 명분은 빈약하다. 적폐사정의 영웅 윤석열을 반정부 정치검사로 일구이언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대통령의 당부대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것을 비난할 수 없자, '정치하려면 옷 벗고 하라'고 합창했다. 그 결과 윤 총장은 마법처럼 대권후보 1위에 올랐다. 동화 같은 반전이다. 대안이 없던 정권 반대여론에겐, 정권의 집단적 핍박에 시달리는 윤 총장이 신데렐라로 보인 듯싶다. 사주풀이 검사 진혜원이 '나이트(클럽)'라고 조롱하며 비웃은 '대검'이 정치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윤석열 대선후보 3위 여론조사에 대해 "검찰이 당연히 해야 할 검찰 직무와 관련돼 국민에게서 특별한 기대를 받는다는 게 사실은 슬프면서도 웃긴 일"이라고 말했다. 탁월한 식견이다. 윤 총장의 살아있는 권력수사를 묵인했다면, 다수의 '마속'을 잃을지언정 정권은 명예의 전당에 올랐을지 모르고, 윤석열은 그저 '칼'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런데 그 칼이 때리면 때릴수록 단단해지면서 생물로 진화하고 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 정말 무서운 생물이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0-11-11 윤인수

[참성단]코로나 졸업앨범

그제 경인일보에 실린 작은 기사가 뒤통수를 때렸다. 인천 한 초등학교가 졸업앨범 제작을 두고 고민 중인데, 110쪽 짜리 졸업앨범을 채울 사진이 부족해서란다. 코로나19의 악행이 민생을 도탄에 빠트린 것도 모자라 초등학생들의 학창시절 추억 마저 지워버린 현실에 탄식이 절로 터졌다. 1년 내내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오락가락한데다 소풍, 체험활동, 운동회 등등 학사일정이 모두 취소됐으니 급우들과의 단체사진이 있을 리 없다.학교는 학부모와 상의한 끝에 학생 개인 사진들을 짝꿍끼리 붙여주는 식으로 편집해 앨범에 싣고, 남는 여백에는 아이들의 졸업소감을 담은 롤링 페이퍼로 채우기로 했단다. "함께 한 시간이 짧았다. 추억은 졸업하고 만들어가자", "마스크야 우리 내년에는 보지 말자", "마스크 꼭 버리고 중학교 갔으면···" 롤링 페이퍼에 남긴 아이들의 글들이다. 2020년 코로나 애사(哀史)로 부족함이 없으니, 오히려 더 짠해진다.586세대가 기억하는 초·중·고교 졸업식 풍경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잘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재학생과 졸업생이 졸업가를 주고 받으며 눈물바다를 만들던 엄숙한 시대의 통과의례는 '라떼는' 시절의 흑백사진에 박제됐다.대신 신세대는 새로운 졸업문화를 만들어 즐긴다. 의정부 고등학교의 패러디 코스프레 졸업사진은 해마다 언론이 주목하는 뉴스토픽이 됐다. 졸업시즌은 전국의 학교들이 선보이는 톡톡 튀는 콘텐츠 경연장이 됐다. 반면에 건조한 장면도 있다. 개인정보 노출을 꺼려 졸업앨범 사진 촬영과 게재를 거부하는 선생님과 학생도 드물지 않아서다. 높아진 인권의식 만큼 학창시절의 추억이 흐려진듯 싶어 웃프다. 아무튼 신세대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졸업의 의미를 새기는 것이니, 기성세대의 기억으로 탓할 일은 아니다.졸업앨범이 문제가 아니라 올해는 졸업식 자체가 열릴지 말지 장담할 수 없다.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 졸업식 자체가 전면 취소될 수도 있다. 수많은 동기동창들이 동시대의 공감각을 확인할 추억과 기억을 삭제당한다면 그만한 불행이 없다. 코로나 졸업앨범은 올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길 바랄 뿐이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0-11-10 윤인수

[참성단]'서리'와 절도

김유정의 소설 '만무방'은 벼를 스스로 도둑맞는 가난한 농부의 슬픈 현실을 담았다. 소설 속 '응오'는 순박하고 성실한 모범 농군이자 가장이다. 찌들게 가난해 피땀 흘려 농사를 지어도 삭초와 도지, 그리고 장리벼를 제하면 남는 것이 없어 빚만 늘어난다. 그는 지주의 착취에 맞서 논의 벼를 베지 않는다. 그런데 수확도 않은 벼를 닷 말쯤 도둑맞는다. 그의 형인 응칠은 전과자라는 자격지심에 누명을 벗고자 도둑을 직접 잡기로 한다. 밤샘 기다림 끝에 현장에서 괴한을 잡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주인인 응오가 범인이다. 빚더미에서 벗어날 길이 없자 자작극을 벌인 것이다.경기도의회 행정감사에서 농정해양위 김봉균 의원이 농작물 절도에 대한 당국의 대책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곳간을 털거나 재배 중인 작물을 가져가는 사례, 농기계 절도 등 질이 안 좋은 범죄가 많다"고 했다. 감시가 소홀한 주말농장은 온 가족이 땀 흘려 지은 농작물을 싹쓸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남양주의 농촌 마을에는 '애써 키운 농작물 절도에 농부의 마음이 멍들어 가고 있습니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농작물 절도범들에 안타까운 농심(農心)을 전해보려는 고육책이다. 경찰도 바빠졌다. 가을철 내내 농축산물 절도 예방활동에 나서야 하는 실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2017년 540건이던 전국의 농작물 절도 사건이 지난해 847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경기도는 560건(남부 425건·북부 135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66.11%) 것으로 집계됐다.시골에서 나고 자란 중·장년층에 '농작물 서리'는 동심을 소환하는 그리움이다. 한여름에는 참외 수박이, 가을철에는 사과 배가, 겨울에는 닭과 오리가 수난을 당했다. 밭과 과수원, 농장주들은 불청객을 막기 위해 원두막을 짓고, 숙식을 해결하며 작물을 지켜야 했다. 그래도 막상 서리꾼을 붙잡으면 따끔하게 야단을 치는 게 고작이었다.서리는 '떼를 지어 남의 과일, 곡식, 가축 따위를 훔쳐 먹는 장난'인 정도를 말한다. 그러니 주인들도 너그럽게 봐주는 거다. 하지만 계획적으로 남의 작물을 대량으로 훔치는 것은 범죄행위다. 6년을 기다린 인삼을 하루 저녁에 싹쓸이한다. 주인은 다 키운 자식을 잃은 심정이라고 한다. 농촌에 서리가 사라지고 대신 범죄가 들어섰다. /홍정표 논설위원

2020-11-09 홍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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