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시인의 꽃]노랑제비꽃

노랑제비꽃 하나가 피기 위해숲이 통째로 필요하다우주가 통째로 필요하다지구는 통째로 노랑제비꽃 화분이다반칠환(1964~)흔히 팬지라고 불리는 노랑제비꽃은 4~5월에 개화하며 꽃말은 '수줍은 사랑'이다. 이 꽃은 제비꽃과의 여러해살이 식물로서 들판이나 야산에 서식하는데 오랑캐꽃이라고도 한다. 이유는 옛날에 제비꽃이 필 무렵 식량을 구하기 위해 오랑캐들이 쳐들어 왔다고 해서, 앙증맞고 예쁜 모양과 다르게 붙어진 이름이다. 풀숲에서 수줍게 꽃대를 올린 노랑제비꽃은 연약해 보이지만 이 꽃 '하나가 피기 위해' 거기에 맞는 흙과 햇살 그리고 공기와 물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자연에서 존재하는 것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구성되며 하나라도 버릴 것이 없다. 작은 것은 작은 대로, 큰 것은 큰 것대로의 의미를 가지며 그것들은 서로 얽히고설키어 교환되며 숲을, 지구를, 우주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또 그것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 인공적으로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에 따라 순환되는 것. 마찬가지로 우리도 그냥 생겨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으며 그것은 그것대로 의미를 가지며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 자연은 고유한 부분들을 모아 놓은, 이른바 '통째'로 있는 것들의 집합소로서 모두를 자행하게 하는 '우주의 화분'이다. 거기서 한줄기 연약한 목숨 줄을 달고 있는 당신도 생명의 소중함을 알아야 할지니.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0-09-28 권성훈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낙화유수(落花流水)

가는 봄의 풍경 묘사한 뜻으로남녀 간 사모하는 정 의미하기도패티김 '사랑은 생명의 꽃'숭고한 사랑이 고귀한 생명으로가득 찬 꽃과 같다니 벅차오른다낙화유수(落花流水)는 떨어지는 꽃잎이 흐르는 물에 떠다닌다는 뜻으로 가는 봄의 풍경을 묘사한 말이다. 하지만 남녀 사이에 서로 사모하는 정을 의미하는 경우에도 많이 사용한다.패티 김이 부른 '사랑은 생명의 꽃'(작사·조운파, 작곡·박춘석)은 낙화유수의 본질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노랫말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바람은 고요히 잠들고/강물은 잔잔히 흘러가는데/그대의 가슴에 기대어/가만히 눕는 숨결/사랑의 기쁨이 넘치네'. 지금 화자는 열애 중인 연인과 함께 있다. 좋아하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연인이 곁에 있으니 얼마나 행복할까 싶다. 단언컨대 개인 행복지수가 최고점에 이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불고 있던 '바람'도 이제는 멈추고 '고요히' 잠들어 있다. '강물'은 소리 없이 '잔잔히' 흘러가고 있다. 바람과 강물은 순수 자연을 대표하는 상징어이다. 이러한 원시 태고의 숨결을 배경으로 화자는 연인의 '가슴에 기대'고 있다. 그리고 아무런 말없이 누워 고귀한 숨결을 느낀다. 굳이 눈결을 마주치지 않아도 연인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생생한 숨결을 음미하는 자태를 상상해보자. 그것은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명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인공 베르테르가 로테에게서 느끼는 사랑의 환희와 환호일 듯싶다.이어서 화자는 이렇게 나지막이 읊조린다. '나는 새가 되고 싶어요/나는 별이 되고 싶어요/나는 아름다운 꽃이 되고 싶어요'. 새는 화자의 현재 심정을 대신 전달하는 매개체로 사용된다. 전래동화 '견우와 직녀'에서 직녀는 자신의 마음속에 견우를 사모하는 심정을 간절히 표출한다. 이때 까막까치가 오작교를 만들어 두 사람에게 사랑의 끈을 이어준다. 이와 마찬가지로 화자는 연인에게 새가 되어 사모와 사랑의 인연을 더욱 공고히 하고 싶어 한다. 별은 이상과 그리움의 상징이다. 빛나는 별처럼 빛나는 연인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애틋한 이상을 담고 있다 하겠다. 꽃은 겸손과 영화로움 그리고 경사스러움을 상징한다. 화자는 꽃 중의 꽃인 '아름다운 꽃'이 되고 싶어한다. 자신의 연인에게 웃음꽃이 흐드러지게 만개하는 경사스러움을 주고 싶은 화자의 소망을 전달하고자 하는 듯 싶다. 이제 화자는 자신의 연인을 '사모하는 임'으로 지칭한다.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임'이 앞으로 자신을 '영원히' 사랑해주기를 간구한다.곡명 '사랑은 생명의 꽃'의 후반부는 화자의 사랑과 그리움의 간절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랑은 생명의 꽃이요/미움은 절망의 불꽃이라오/그대의 사랑은 언제나/나에게 희망을 주지만/미움은 고통뿐이라오'. 주지하다시피 생명은 대단히 소중하다. 생명을 잃으면 모든 것을 상실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화자는 사랑을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꽃'과 등식화한다. 숭고한 사랑이 고귀한 생명으로 가득 찬 꽃과 같다니 이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사모하는 임'의 사랑은 화자의 가슴에 늘 활기찬 '희망'을 선사하는 게 아닐까 싶다. 반면에 화자에게 있어서 '미움'은 실의와 좌절과 '절망의 꽃'으로 간주된다. 절망은 삶의 목표를 상실하는 것이다. 당연히 희망의 등대 불빛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절망의 꽃'의 의미는 심장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비관과 체념의 불꽃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후렴 부분에서 화자는 자신의 '임'에 대한 고백과 사모 그리고 사랑의 맹세를 다짐한다. '나는 가진 것이 없어요/나는 드릴 것도 없어요/오직 그댈 사랑하는 마음 하나뿐/나 항상 그대 위해 살리라'. 그는 가진 게 없다. '임'에게 줄 것도 없다. 그가 가진 유일한 것은 '임'을 사랑하는 헌신적 마음뿐이다.사랑은 영원처럼 불가사의하다. 또한 재 속에서 불사조처럼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나폴레옹은 불멸의 연인 조세핀에게 연서를 보낸다. '달콤한 연인이여,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당신, 도대체 내 심장에 어떤 신비한 효력을 불어넣었던 말이오'. 나폴레옹이 조세핀에게 뜨거운 사랑을 맹세하듯이 곡목 '사랑은 생명의 꽃'의 화자도 불멸의 '임'과 함께 영원히 살아갈 것을 서약한다. 낙화유수 사랑은 곧 생명의 꽃이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20-09-27 고재경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휴영익겸: 찬 것을 이지러트리고 겸손한 곳에 더해준다

동양철학에서 이야기하는 섭리의 가장 크고 근본적인 원형은 천지이다. 사람의 일이나 귀신의 조화를 이야기할 때 늘 선행하는 것이 천지의 조화이다. 천지가 이러이러하니 사람이나 귀신도 그러하다는 식의 논리를 펴곤 한다. 역에서는 사람들에게 권유하는 특별한 미덕이 아홉 가지가 있다. 그중에 가장 간단한 원리임에도 하기 힘든 것이 겸손이라고 하여 군자의 마지막 단계라고 하였다. 겸손을 권유하는 논리는 채움과 비움이다. 채움과 비움에 대해서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하늘에 떠 있는 달이다. 달을 보면 세월이 가면서 차고 비우는 일을 반복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보름이 되면 꽉 차고 차면 다시 비우면서 그믐달로 향한다. 그믐으로 텅 비우면 다시 초생달로 시작해서 채워가기 시작한다.자연에서 보여주는 이런 반복적인 현상은 사람의 심리와 화복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았다. 심리적으로 사람들은 교만한 사람을 싫어하고 겸손한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경향은 바로 천지의 조화와 동일한 흐름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화복을 좌우하는 개념으로 사용되는 귀신도 예외가 아니라서 교만하면 화를 주고 겸손하면 복을 준다고 하였다. 그런데 굳이 귀신이나 남들의 시선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겸손하면 자신에게 이롭고 교만하면 자신에게 해롭다는 것은 자명하다. 겸손은 음양의 이치로 보면 어느 한 편으로 궁극에 이르는 것을 경계하는 논리이다. 양이 음을 바라고 음이 양을 바라는 것은 자기에게 상대가 없음을 알기 때문인데 교만하면 자기에게 부족한 대상을 인식하지 못하고 무시하게 되어 손해를 자초하게 된다. 자연이 보여주는 차고 비우는 현상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반복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9-23 철산 최정준

[생활법무카페]생애 최초 주택 구입시 취득세 감면?

행정안전부가 2020년 7월10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에 따라 8월 12일부터 신혼부부가 아니더라도 연령과 혼인여부에 관계없이 일정 요건을 갖추면 최초로 구입하는 주택에 대하여 취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첫째, 주민등록표에 등재된 세대원 모두 주택 소유 사실이 없는 경우, 그 세대에 속한 자가 해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세대주의 배우자'는 주민등록표에 같이 기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같은 세대에 속한 것으로 보고 주택 소유 여부를 판단합니다.둘째, 주택의 범위는 단독주택 또는 공동주택(아파트, 다세대, 연립주택)이며 오피스텔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셋째, 맞벌이 여부를 구분하지 않고 주택을 취득하는 자와 그 배우자의 소득이 7천만원 이하인 경우에 혜택을 적용합니다. 소득 확인 서류인 근로소득, 사업소득 자료의 귀속연도는 주택을 취득하는 연도의 직전 연도입니다.넷째, 1억5천만원 이하 주택은 취득세 전액 면제, 1억5천만원 초과~3억원 이하(수도권 4억원) 주택은 취득세 50%를 경감합니다. 별도 면적요건을 제한하지 않아 자녀 양육 세대 등을 고려하여 범위를 확대하였습니다.다섯째, 2020년 7월 10일 이후 주택을 취득한 경우부터 적용되므로, 7월 10일~8월 11일(법 시행일 전날) 사이에 주택을 취득하여 취득세를 이미 납부한 경우에는 환급됩니다. 환급신청 기간은 법 시행일로부터 60일 이내입니다. 다만,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은 대상자는 취득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전입신고를 하고 실거주해야 합니다. 취득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추가로 주택을 취득하거나, 실거주 기간이 3년 미만인 상태에서 매각, 증여, 임대하는 경우에는 추징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유의하시길 바라며, 감면 혜택이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세 부담 완화 및 주택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주영민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주영민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

2020-09-22 주영민

[시인의 꽃]꽃

전란이 나면 내 마음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서로가 포탄의 말을 쏘아대면 저 꽃 어디에 소용이 될까 발돋움하는 사랑의 마음들은 얼마나 아플 것이며 그래서 칼과 총이 거리를 지나가면 폭격기가 하늘을 천둥치면 누더기 달을 허공에 두고 우리 꽃과 마음은 죽으리.고형렬(1954~)순수한 의미에서 공생은 자연의 신비 중에 하나로 먹고 먹이는, 이른바 먹이사슬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생명체를 반복적으로 요구하며 그로 인해 생명을 연장한다는 점에서 모든 살아 있는 존재의 생성에 필요조건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배고픈 사람에게 꽃이 채소로 보일 뿐이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욕구이지만 그 스스로 동물성을 내보이는 것이다. 여기서 동물적 본능으로부터 육식성은 활성화 되고, 인간의 위대함은 파기되며 동물과 인간의 차이 역시 상실된다. 먼저 꽃을 꽃이라는 아름다움으로 보기 위해서는 정서적 반응과 동시에 미적 감각을 동반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무엇을 추구하는가는 누구에게나 중요한 가치다. 따라서 매 순간 자연이 베풀어주는 세계라는 축제의 현장에서 오랫동안 공생하기 위해, 순리에 반하는 전쟁이라는 파괴로부터 스스로를 구원해야 한다는 것. 오로지 그것만이 그 모든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작게는 '서로가 포탄의 말을 쏘아대'는 것에서 '사랑의 마음'을 가질 때 '우리 꽃과 마음'도 언제까지나 살아 있지 않겠는가.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0-09-21 권성훈

[김나인의 '생활관상']그늘속 감춰진 삼백안(三白眼)의 또 다른 가치에 국가 명운을 걸다

동공이 좌우와 위나 아래로 드러나대체로 눈망울 돌출된 사람에 많다포악·욕망 발톱 숨기고 산다지만 쓰임새 따라 영웅이면 나라구할상대통령 용안도 처음엔 그랬는데…눈은 마음의 창이요, 마음을 담은 그릇이며 그 사람의 기운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정신기(精神氣)가 모여있는 주체적 자아가 자리하고 있는 부위이다. 눈으로 인사한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을 만나 대면할 때 제일 먼저 마주치는 부위가 바로 눈이다. 백안(白眼)이란 흰자위로 가득한 눈이란 뜻으로 평소에는 가려져 있더라도 격한 감정으로 사람을 째려보거나 눈을 내리깔고 경시하는 듯 바라보면 당연히 흰자위가 돌출된다.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고 삐딱하게 흘겨본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 이런 시선으로 상대방을 바라본다면 느낌도 좋지 않을뿐 아니라 무시당한다는 생각도 들 것이고 섬뜩한 느낌도 받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동공의 좌우로 펼쳐진 이백안(二白眼)인데 삼백안, 사백안의 눈을 가진 사람도 종종 있다. 삼백안 중에서 흰자위가 위로 드러나는 경우를 '상삼백안(上三白眼)'이라 하고 아래로 드러나는 경우를 '하삼백안(下三白眼)'이라 하며 좌우까지 드러나게 되면 '사백안(四白眼)'이라고 한다. 여하튼 삼백안의 눈을 보면 대체로 눈망울이 돌출된 사람이 많으며 보기에도 두렵고 거부감마저 드는 것은 사실이다.관상학에서는 이런 형상의 눈으로 상대방을 바라보기 때문에 성정이 난폭하고 간사하고 고집이 세며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무슨 짓이든 다하는 사람으로 삼백안을 설명하고 있다. 성격이 포악하고 제 명대로 살기 힘들다고도 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삼백안의 눈을 갖고 있어도 검은 자위가 칠흑같이 빛나고 광채가 있으며 눈동자는 바르고 시선이 흩어지지 않고 눈썹이 수려하고 눈꼬리까지 길게 이어져 눈을 잘 감싸고 밝게 빛나면 눈의 정기를 보듬어 끌어안은 형상이니, 공명이 하늘 끝까지 닿은 사람이고 준두(콧등의 끝부분)가 코 뿌리까지 이어져 이마에까지 솟아있으면 부귀 또한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우니 대부호의 상이라고 볼 수 있다. 좋은 눈을 가진 사람도 음흉하고 사특한 마음을 감추고 사는 사람도 있고 이처럼 삼백안의 눈을 갖고 있어도 성정이 바르고 어진 사람도 많이 있다. 삼백안이라 하여 무조건 남을 무시하고 깔보며 잔인한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올바른 판단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도 화가 나거나 감정이 격해지면 눈을 부라리게 되고 동공에서는 불을 뿜으며 눈동자의 '상하부위(上下部位)'가 흰자위로 차오르게 된다. 누구라도 삼백안의 눈의 형상을 품고 살아간다는 말이다. 이백안의 눈을 가진 사람도 잔혹하고 냉정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많다. 삼백안의 눈을 가진 사람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길이라면 부모 형제도 팔아먹는 아주 냉혹한 사람이라 단정 짓는 것은 지나친 편견이기에 올바른 관상법의 접근이 아니다. 사람의 욕망과 욕심은 눈동자의 형상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욕망의 발톱을 숨기고 더럽고 추악한 행동은 숨어 행하면서 의롭고 자비로운 사람인 양 자신의 실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진짜 삼백안이다. 관상을 통해 사람의 얼굴을 살피고 판단하는 일은 짜임새가 어떤지를 묻는 일이 아니라, 그 생김새의 틀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느냐를 묻는 쓰임새의 통변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볼품없는 녹슨 칼 한 자루도 백정이 들고 있으면 소 잡는 일에 쓰이는 것이고 잘 갈고 닦아 영웅의 손에 들리면 나라를 구하는 데 쓰이는 것이다.문재인 대통령도 처음에는 그랬다. 동공은 약간 돌출했으나 이는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행복한 삶을 향한 적극적이고 지극한 관심의 표상이라 보기에 충분했고, 용안(龍眼)을 닮은 맑고 밝은 정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눈빛은 세상을 다스리는 참된 지도자로서 국민의 지지를 받는데 충분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삼백안이라 하여 무조건 나쁘고 문제 있다 하는 것은 지극히 잘못된 편견이라고 광화문 대선 생방송 콘서트에 출연하여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할 자신이 없다. 세상의 변화와 흐름을 파악하고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며 판단하는 기운은 마음의 창인 눈빛에서 생겨나는 것이고 눈빛의 변화는 마음의 여분일진대, 그때의 용안이 지금에 와서 낭안(狼眼)처럼 비춰지는 것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한가위 만월(滿月)에 거는 기대감이 위태롭기만 하다./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

2020-09-20 김나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선미후득: 먼저는 혼미하고 뒤에는 얻는다

선후는 선배 후배나 선수 후수 등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다. 중국 주나라의 창업자인 문왕은 글을 쓰면서 자신의 처지를 곤괘에 빗대기도 했다. 새롭게 창업은 했지만 아직 은나라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 여전히 임금과 신하의 관계에서 신하의 처지에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순한 암말처럼 행동해야 유리하다고 판단하였다. 또 지금은 비록 앞길이 불투명하지만 나중에는 목적한 바를 얻을 수 있다고 예측하였다. 그렇게 예측을 함에는 근거가 있었다. 서남에 위치한 주나라는 지지자들이 많이 몰려오면서 세력이 불어나는데 동북에 위치한 은나라는 현명한 지지자들이 모두 떠나가는 상황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정고함을 지키면서 불안해하지 않으면 결국 길한 일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문왕은 이런 이야기를 곤괘에 기록하여 자신의 이야기일뿐 아니라 자기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도리라고 보았다. 현대사회에서 이 말은 후천 여성 상위시대의 의미로도 읽을 수 있다. 전통사회에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여성들이 지금은 오히려 남성의 지위와 권위를 앞서는 시대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의 활약상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그런데 종국적으로는 남녀 가릴 것 없이 옛날보다는 여러모로 살기 좋은 시대가 도래하리라는 희망이 더 의미 있어 보인다. 예전 어른들이 말씀하셨던 살기 좋은 시절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9-16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나도수정초

변방의 음습한 땅 근본도 모르는 꽃함부로 잎 핀 것들 이름을 호명할 때평생을 햇볕 그리며사는 한을 아느냐불구의 생 견디는 외눈박이 유령의 꽃몸과 맘 둘 데 없어 알몸을 내보인 채화두를 안고 서 있는고행의 뜻 묻지 말라한 뼘의 자존 강한 오만한 요정의 꽃텃새들 이야기 속 남은 봄 다 보내고마침내 적멸을 위해산 하나를 흔들었다오종문(1960~)누구에게나 이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생겨나고 명명된다. 그 무엇도 아닌 것이 그 무엇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순간 수많은 것들 속에서 하나로 지칭되며 그것으로 정체성을 가진다.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가 이름을 가지게 되면서 존재의 고유성은 그것에 예속되며 분별 되는 것. 이것은 보석같이 반짝이며 눈을 뜬 아기에게 부모님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아갈 채비를 해 주는 것. 음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 '나도수정초'는 고운 이름과 같은 꽃을 4~5월에 피어 올린다. 수정과 같이 맑고 깨끗한 이 꽃은 양지에 나가지 못하고 '평생을 햇볕 그리며' 살아가는 운명을 지녔다. 세상에 나가지 못하는 나도수정초는 '숲 속의 요정'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불구의 생 견디는 외눈박이 유령의 꽃'으로 '몸과 맘 둘 데 없어 알몸을 내보인 채' 눈을 감고 명상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것도 '한 뼘의 자존 강한' 크기로 '화두를 안고서 고행'을 하는 것처럼 피어나 '마음 산 하나'를 발견하게 해 준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0-09-14 권성훈

[조성면의 '고서산책']고서로 우리의 현재를 톺아보다

중동은 조선 중심의 中·日 지칭현채가 발췌 번역 '청일전쟁 기록'121년 전의 역사적 고서지만한반도 지정학적 위상 지금도 같아軍전략 평화중심 동아시아로 넓혀야고서의 효용은 무엇인가. 사료적·골동적 가치 이외에도 심미적 만족감을 줄 수 있다. 또 비대면 시대 코로나 블루와 무료함을 달래는 방편이 된다. TV·혼술·산책도 있지만 고서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SNS나 전자책의 편리성을 부인할 수 없지만, 고서점이나 도서관의 서가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책과 직접 만나 책장을 들출 때 영감이 솟고 새로운 차원의 사고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십년 전쯤 단골 고서점에 방문했다가 귀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중동전기(中東戰紀)'라고 제목만 알던 책이었다. 책에 대한 내력을 대충 알고 있었지만 짧은 순간 엉뚱한 생각들이 명멸했다. 흔히 중동이라면 아랍지역인데, 이런 책을 광무 3년(1899)에 황성신문사에서 펴낼 리는 없고, 그러면 중동이란 말은 무엇인가.유럽인들의 기준으로 보면 한·중·일이 동쪽의 맨 끝 곧 극동이라면, 아랍은 가운데 있는 동쪽 국가들 곧 중동이 된다. 그러니 아랍 국가들을 중동이라 하는 관행은 유럽 중심적인 말이다. 우리 입장에서 중동은 중간에 있는 서양, 곧 중서(中西)에 해당한다. '중동전기'도 이와 유사한데, 중국을 기준으로 보면 일본은 극동(極東)이요, 조선은 중국과 일본 사이의 중동(中東)이 된다. 또는 동쪽 끝의 나라 즉 일본(東)과 중국(中)의 전쟁이란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말이 낯설어 의미론적 생소함은 있지만, 우리식으로 말하면 '중동전기'는 한국에서 벌어진 중국-일본 간의 전쟁에 대한 기록, 곧 청일전쟁(1894~1895)의 전모와 경과를 정리한 책이다.'중동전기'는 상하 2권으로 애국계몽기의 사학자 현채가 '중동전기본말'을 발췌, 번역한 책이다. '중동전기본말'은 미국의 선교사 임락지(林樂知, 본명 Young J. Allen)가 중국의 재야학자인 채이강과 공동으로 번역, 저술한 책으로 1897년 상해 광학회에서 출판되었다. 청일전쟁의 본말과 관련 외교문서 등이 집대성돼 있는데, 바다를 통한 방어, 즉 해방(海防)의 중요성을 강조한 장패륜과 일본의 부상과 조선의 상황을 동환(東患)이라고 표현한 이홍장의 상소에서 중국의 고민과 우려가 무엇이었는지 읽을 수 있다. 1592년에 발발한 임진왜란을 중국에서는 왜국에 맞서 조선을 도운 전쟁, 곧 항왜원조전(抗倭援朝戰)이라 하는데, 302년 만에 또 다시 일본과 전쟁에 직면한 중국은 한반도를 일본의 공세를 막아내는 완충지대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청일전쟁은 동학농민운동(갑오농민전쟁)을 핑계로 조선의 지배권을 놓고 격돌한 청과 일본 간의 전쟁이다. 서해의 풍도·안성·평양 등을 거쳐 여순에 이르는 광범한 지역에서 접전을 벌였으며, 전투 결과, 중국의 북양함대는 궤멸하고 이를 계기로 일본은 제국주의적 확장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1900년 당시 고종폐위운동을 벌이다 감옥에 수감돼 있던 청년 이승만은 '중동전기'를 '청일전기'란 이름으로 번역, 1917년 하와이에서 출판했다.'중동전기'는 121년 전의 역사적 기록물이지만,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상은 전혀 달라진 바 없다. 항상 우리의 발목을 붙드는 분단체제도 그렇고, 격화하는 미-중 패권 경쟁에, 개헌과 재무장의 길을 노리는 일본 등 국제관계는 시계 제로다. 한반도를 염두에 둔 우리 군사전략의 중심을 이제는 동아시아 지역 전체를 고려한 적극적 평화전략으로 이동시킬 필요가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우리의 시민운동과 문화운동도 시야를 넓혀 동아시아 차원으로 확장하는 한반도발(發) 평화담론의 구축을 향해 나가야 한다. '중동전기'는 남의 나라 일을 타인이 기록한 케케묵은 고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역사적 기록물이며 과거를 통해 지금의 우리를 비춰보고 톺아보는 좋은 참고자료요, 거울이다./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지혜샘도서관 관장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지혜샘도서관 관장

2020-09-13 조성면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무음양지: 그늘과 볕이 없는 땅

인도에서 말하는 하늘은 33천이다. 가장 높은 왕이자 불교 수호신으로 자리잡은 제석천왕은 모든 권능을 가지고 좌우하지만 자기도 가지지 못한 것이 세 가지가 있다고 깨달음을 얻은 여인에게 실토한다.그 세 가지를 자기에게 주면 자신이 그 외의 원하는 모든 것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 세 가지란 그늘과 볕이 없는 땅 한 조각과 뿌리 없이 서서 자라는 나무와 소리 질러도 메아리가 없는 계곡이다. 그늘과 볕은 광음이 흘러가는 한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현상이다.한번은 음지가 되고 한번은 양지가 되는 것이 땅의 숙명이다. 한번은 즐겁고 한번은 괴로운 것이 인간의 심리적 윤회이다. 이걸 벗어나게 해달라는 것이다. 나무의 뿌리는 근본이라 뿌리가 있는 한 나무는 베어내도 계속 나와 자란다. 인간에게 탐진치라는 근본무명이 사라지지 않는 한 번뇌는 끊이지 않고 계속되니 이걸 근원적으로 없애 달라는 것이다.계곡에서 소리를 지르면 그대로 되돌아오니 이건 인간행위의 인과적 현상을 말한다. 선악화복의 인과를 초탈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하늘을 주재하는 최고의 신도 이 세 가지야말로 최고의 보물이라고 실토해준다. 해탈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9-09 철산 최정준

[생활법무카페]지분 상속등기

6남매의 아버지는 1972년에 사망하고 어머니는 1999년에 사망하였다. 아버지의 상속재산인 대지 약 426㎡(129평)는 1980년에 어머니와 6남매 앞으로 상속등기하고 동시에 장남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장남 앞으로 이전 등기한 사건이다. 즉, 협의분할 상속등기를 하지 않고 지분 상속등기를 하고 같은 날 동시에 이전등기를 한 사건이다. 그렇게 2건으로 처리하는 이유는 상속인 중 미성년자가 있을 경우 특별 대리인을 선임해야 하는데 그 기간이 3개월 이상 걸리고 특별대리인의 인감을 요구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피하기 위해 이런 우회적 절차를 거친다. 1980년 당시 어머니는 농협에서 대출받기 위해 8년을 미루던 상속이전등기를 위와 같은 형식으로 장남 앞으로 등기했다.그런데 등기부에 자신들의 이름이 올랐었다는 걸 최근 알게 된 일부 동생들이 매매계약서에 날인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으로 장남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미성년자 상속인 때문에 협의분할 상속 등기를 하지 못하고 지분 상속을 거쳐 등기부에 상속인 전부 이름이 남았기 때문이다.필자는 매매의 형식을 빌려 이뤄진 단독상속등기라고 차남 등에게 설명했지만 오히려 필자가 공정하지 못하고 장남 편만 든다는 이유로 항의를 받았다. 그 뒤에도 차남 등에게 등기가 완료된 지 30년이 넘어 증거가 없고, 1999년에 사망한 어머니가 등기를 신청했기 때문에 장남을 상대로 한 소유권 이전등기말소소송은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지만 계속 소를 진행했다. 결국 1심에서 패소했고 다행히 항소하지는 않았다.정상적으로 미성년자에 대한 특별 대리인을 선임해 협의분할 상속등기를 처리했다면 문제가 없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고, 장남을 제외한 모든 상속인이 법원에 상속 포기신청을 하고 그 결정을 받아 장남 앞으로 상속등기하는 방법도 있었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상속 포기신청의 경우 어머니가 함께 신청하면 어머니는 미성년자 자녀의 특별대리인 선임 없이 직접 법정대리인으로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이상후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이상후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

2020-09-08 이상후

[시인의 꽃]목련나무 빨랫줄

누추한 속옷 내걸린 목련나무 빨랫줄꽃이 어느 시간 속을 이동해 사라지는 것처럼축축해진 옷을 입은 사람의 시간도 말라 간다빨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받아먹는야생 고양이 한 마리의 시간도.박서영(1968~2018)모든 존재는 시간 속에 시작되어 시간으로 나아가며 시간에서 끝난다. 살아있다는 것은 저마다 공간에서 지금 시간을 공유하는 것인 바, 거기에 머물지 못하는 존재는 살아있지 않은 것이 된다. 겨울을 견뎌온 목련나무가 피어 올린 한 송이 꽃처럼 꽃이 피고 지는, 봄이라는 짧은 시간에 걸쳐있는 것. 가지 끝에서 언제 떨어질 줄 모르는 위태로운 모습으로 중심을 잡고 있는, 순결을 상징하는 목련꽃을 보라. 매일같이 빨아 입지만 더럽혀지기 쉬운 '누추한 속옷'같은 인생이 '어느 시간 속을 이동해 사라지는 것처럼' 그렇게 육신이라는 '축축한 옷을' 잠시 입고 있을 뿐. 어쩌면 산다는 것은 속옷을 하루하루 말리듯이, 삶이라는 수분이 빠져나가는 시간과 죽음이 자라는 속도가 비례하는 것. 또한 '사람의 시간'은 목마른 '야생 고양이'가 '빨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라도 받아먹으려고 치욕을 구부려가며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목련꽃같이 치장을 하고 아침을 여는 당신도 세상이라는 어느 골목 낭떠러지를 붙잡고 살고 있지 않던가.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0-09-07 권성훈

[권순대의 '대사 한 줄로 읽는 연극']무슨 빛깔이노

"할머니는 무채색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는 빨갛고 노랗다." 다큐멘터리 '황보출, 그녀를 소개합니다'(지민 감독, 2007년)의 내레이션이다. 그 무렵 황보출은 일기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가슴에 있는 말을 나는 못한다. 그래서 입이 쓰다. 참고 참고 또 참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나도 내 말을 하겠다. 가슴에 있는 말을 하겠다." 2016년, 황보출은 시집 '가자 뒷다리'(도서출판 돋보기)를 간행한다. 연극 '화전가'를 보면서 황보출을 떠올린 것은 아마도 그 빛깔 때문일 것이다.지난 8월6일부터 1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화전가'(극작·배삼식 극작, 연출·이성열) 공연(2월28일 초연 예정이었으나 8월6일 초연, 23일까지 공연 예정이었으나 18일까지만 진행)이 있었다. 1950년 4월의 경북 안동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연극 '화전가'는 여러 면에서 독특한 작품이다. 그 독특함은 이야기를 구성하는 전략으로 생략과 부재의 기법을 활용한 결과로 보인다.거대 사건이 없다. 작품의 제목과 달리 화전놀이가 펼쳐지지도 않는다. 환갑을 맞은 김씨를 찾아온 식구들이 밤을 새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시대극에 나올 법한 거대 서사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한국전쟁 두 달 전으로 설정한 배경이 사건을 촉발하는 힘으로 작동하지도 않는다. 극적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중심 사건을 만들지 않는 이 전략으로 인해 이 작품은 일상의 시간과 삶에 특별한 무게감을 부여한다. 거대 서사를 중심으로만 삶이나 역사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이라도 하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남성이 없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아홉 명은 모두 여성이다. 중심인물 김씨, 딸 셋(금실이, 박실이, 봉아), 며느리 둘(장림댁, 영주댁), 고모 권씨, 독골할매와 그의 딸인 홍다리댁, 독립운동을 하던 남편은 20여 년 넘게 소식이 없다. 장남은 4년 전 병으로 죽고 차남은 감옥에 있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이는 남성 부재의 인물 설정은 거대 서사의 생략과 함께 이 작품이 소소한 이야기만으로도 극적 긴장을 유발하도록 한다.잔칫날 사람이 모이면 이야기가 쏟아지게 되어 있다. 보통이라면 그 시간이 무르익을 무렵 사건이 터진다. 떨어져 있던 시간의 두께만큼 이야기뿐만 아니라 거기에 더해 묻어두었던 사연이 폭발하여 큰 사달이 나는 것이다. 그런데 '화전가'는 그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한 사건 다음에 이어질 다음 사건을 궁금하게 하는 전략이 아니라 한 인물 다음에 이어지는 다음 인물을 궁금하게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저마다의 시간을 소소하게 이야기할 뿐이다.밤은 이야기의 시간이다. 낮이 물러가고 밤의 시간이 열리자 속내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온다. 하지만 '화전가'는 이야기가 모이는 방식이 아니라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 시간은 어느 한 인물에게 집중하거나 어느 한 사건으로 정점을 만들기 위한 시간이 아니다. 그 시간은 저마다에게 주어진 자신의 리듬과 호흡을 찾아가는 시간이다. 그렇게 그들은 그 밤의 시간을 이야기한다.김씨의 환갑잔치를 위해 딸들이 친정으로 오면서 시작한 연극은 그들이 돌아가면서 끝난다. 화전놀이나 화전가 한 번 부르지 않고 끝난 연극의 제목을 화전가라고 한 까닭을 물어야 하는 것은 이제 관객의 몫이다. 그것은 아마도 아홉 명의 인물 하나하나에 주목하라는 표지일지도 모른다. 저만치 떨어진 산중을 가리키며, "무슨 빛깔이노"라며 김씨가 제안했던 화전놀이는 떠나지 못한 것이 아닌 것이다. 어쩌면 이야기의 시간인 밤 내내 흘려보낸 그 속내가 저마다의 색깔로 만든 화전가일지 모른다. 그것은 "많은 언어들이 존재하는 세계는 마치 색색의 꽃들로 가득 찬 들판 같아야 한다. 색깔, 혹은 모양 때문에 한층 더 꽃다운 꽃은 없다"고 응구기와 시옹오가 말한 것처럼, 이 세계가 단일한 하나의 고정된 중심으로만 돌아간다고 믿는 시선으로는 보이지 않는 빛깔일지 모른다./권순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권순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020-09-06 권순대

[시인의 꽃]히스테리아

캔버스를 뚫고 나온 해바라기가 발목을 휘감기 시작한다//밖에서 문을 닫아거는 소리가 났다개들이 시끄럽게 짖어댔고온 방을 뒤덮을 만큼 거대해진 해바라기가입을 벌린 채 나를 내려다본다//나를 어디로 실어가려는 것입니까 이 방은누구의 몸속에서 출렁이는 기억입니까//화염을 뚝뚝 흘리면서 녹고 있는//나는 얼음처럼눈동자가 갈라지는 소리를 들었다//눈앞에는 텅 빈 캔버스가 있다안희연(1986~)8~9월에 개화하는 해바라기는 태양처럼 뜨거운 열정이 담긴 영혼의 꽃으로 동경과 숭배, 신앙과 의지 등의 꽃말이 있다. 이처럼 사람마다 마음이라는 캔버스에 그리는 해바라기가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동경하는 것이 된다. 또한 의지와 맞물려 스스로 비추는 거울같이 자신 내부를 향해 작동되기도. 그러나 내가 비추는 것이 비춰지는 것에 비하여 클 경우 마찰이 생기면서 갈등이 빚어지게 되는 것. 말하자면 내가 소망하는 것이 나를 초과하여 나타날 때 '얼음처럼' 현실적 균열이 생기며 '눈동자가 갈라지는' 심리적 분리로 나아간다. 그것은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의 '캔버스를 뚫고 나온 해바라기가 발목을' 잡는 가위눌림과 같이. "온 방을 뒤덮을 만큼 거대해진 해바라기가 입을 벌린 채 나를 내려다본다" 이때 제어할 수 없는 자신의 '몸속에서' 있는 나는 누구인가. 그건 '텅 빈 캔버스'에 나만의 방식대로 만들어낸 것이지만, 반대로 숭배해온 '욕망의 재단'에 바쳐진 자신이라는 것.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0-08-31 권성훈

[손경년의 '늘찬문화']미래세대에 대한 의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상 감염이 커지는 '비상사태'절망보다는 새 규범 필요 시기말러 8번교향곡 초연 협력의 절정'더 멀리 가려면 함께…' 돌파구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방역지침을 잘 준수하면 큰 일 없겠지'라는 마음이었는데 이제 늘 다니던 일상 공간에서의 감염 가능성이 커지다 보니 반년 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더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주어진 24시간을 넋 놓고 살 수는 없다. 여전히 잠자고, 먹고, 마시고, 걷고, 청소하고, 생각하고, 긁적이고, 두드리고, 여닫아야 한다. 동시에 폭우와 태풍, 더위를 이겨내려고 애쓴다. 그렇지만 최근의 위기감은 몇 년 전의 것과 다르게 다가온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코로나19'라는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와 세계 곳곳에서의 이상 기후는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그동안 인간이 쌓아온 삶의 열정이나 원칙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인가, 라는 질문은 그래서 회피하기 어렵다.최근에는 지구 곳곳에 코로나뿐만 아니라 대형 화재, 홍수, 지진, 해양 산성화, 동식물의 생화학적 변화 등의 기사를 더 많이 접하게 된다. 그렇지만 '코로나19'처럼 일상에서 강하게 맞닥뜨리지 않으면 지구의 이상징후는 예민한 사람들의 두려움일 뿐, 우리는 마치 아무 이상이 없는 듯 하루하루를 사는 정도의 감수성을 유지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가 '비상사태'를 맞이했다는 것이며 이런 경우 그동안 적용해 온 공동체의 규정이나 조건은 효력을 잃게 된다. 예컨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은 이전의 규정이 아니다. 또 기존의 규정이라면 공연장이나 전시장은 공연과 전시를 수행하면서 관객과 관람객에게 문을 열어야 한다. 그러나 방역차원에서 무관중 공연 혹은 온라인 방식의 전시와 공연이 요구된다. 다중이 사용하는 시설을 이용할 경우 개인 정보를 반드시 남겨야 한다. 이 또한 개인정보보호가 우선인 이전의 방식과는 다르다. 비상사태 속에서는 실존적인 것이 규범적인 것을 앞선다. 왜냐 하면 규범은 '정상 상태' 또는 '정상적 상황'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상사태'의 대응은 '뉴노멀(New Normal)시대'에 맞는 정책과 제도, 생활양식의 변화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정상적 상황'이었던 이전의 우리 모습은 어떠했는가. 경제성장을 위해 경쟁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성과주체'로서의 자신을 지독하게 강요하면서 번아웃 상태까지 이르렀으며 배우고, 실험하고,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꿈꾼 것을 생산하는 방식이 아닌 '더 빨리 더 많이' 소비하는 쪽으로 달려온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적어도 지금의 '비상사태'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절망하기보다 '뉴노멀(새로운 규범)'을 위한 기존과 다른 삶의 패러다임을 깊이 생각하는 계기를 삼을 수 있으며 그나마 쓸만한 유산을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천인 교향곡(Symphony of a Thousand)'이라는 별칭을 가진 구스타프 말러의 8번 교향곡은 그의 아내 알마에게 헌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10년 9월 12일 뮌헨에서 초연을 할 때 858명 코러스와 171명의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함으로써 압도적인 규모로 강렬한 인상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가장 섬세한 실내악으로부터 가장 웅장한 합창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소리들은 복잡함과 강렬함, 순수함을 표현함으로써 말러의 창조성과 그것을 구현해 낸 코러스와 오케스트라의 협력을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말러의 8번 교향곡은 협력이 가져다주는 최고의 결과를 음악으로 드러냈으며 노벨 평화상 수상자 앨 고어가 수상연설에서 인용한 '더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더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은 인류의 협력이 '비상사태'의 현재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택지라는 것을 일깨운다.'인간은 초협력자들이다'라고 말한 마틴 노왁의 말처럼 우리는 내일의 문제 훨씬 너머까지 관심의 지평을 넓힐 필요가 있으며 아직 태어나지 않은 존재들에게까지 돌봄의 의무를 연장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더불어 사는 수많은 사람과 협력함으로써 지구의 유산을 미래세대에 전해주어야 할 의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이것이 곧 삶의 지속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믿는데 주저함이 없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前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前 대표이사

2020-08-30 손경년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도유장궁: 도는 활을 당기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는 세계대회를 치를 때마다 활쏘기분야에서 1위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옛 어른들 말씀에 동이(東夷)의 夷자를 풀어보면 대궁지인(大弓之人)이 되니 큰 활을 지니고 다녔던 사람들이란 의미가 들어있다. 그래서 동이족을 묘사한 중국의 문헌에도 활에 관한 이야기는 들어있다.활을 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관혁(과녁)을 맞추는 데 있다. 그러자면 두 가지 요소가 갖추어져야 한다. 한 가지는 거리의 문제이다. 화살이 날아간 거리가 관혁을 지나쳐 날아가도 안되고 관혁보다 못 미쳐도 안 된다. 그러자면 당기는 힘 조절이 필요하다. 힘이 남으면 좀 줄이고 힘을 덜 주었으면 좀 더 주어야 한다.또 하나는 높낮이와 좌우의 중심을 겨누는 각도의 문제이다. 각도가 위 아래로 빗나가거나 좌우로 빗나가도 관혁을 맞출 수 없다. 그래서 노자는 천도의 작용이 꼭 활쏘기와 같다고 비유했다. 천도는 높은 것은 누르고 낮은 것은 들어 올리며 남으면 덜고 부족하면 보태준다는 것이다. 하늘의 도는 이러한데 사람들의 도는 그렇지 않아서 부족한 곳에서 덜어서 남는 곳을 봉양한다는 것이다.성인들이 가리키는 곳은 늘 조화와 균형이라는 점에서 유불도는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참고로 공자의 경우는 활쏘기에 대해 관혁에 맞추지 못했을 경우 그 원인은 활쏘기한 사람의 자세 여하에 달려있기 때문에 바람이나 기후 탓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일깨워준다는 점을 높이 샀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8-26 철산 최정준

[생활법무카페]사망자에 사실혼관계존부확인訴 가능?

사실혼이란, 당사자 간에 혼인 의사가 있고 사회적으로 정당시 되는 실질적인 혼인생활을 공공연하게 영위하고 있으면서도 그 형식적 요건인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상 부부로 인정되지 않은 남녀의 결합관계를 말하므로, 주관적으로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합치되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 상 가족 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이라고 인정할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해야 한다(2000도4942판결).사실혼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사실혼 관계에 있으면서도 당사자 일방이 혼인신고를 원하지만 다른 일방이 이에 협력하지 않아 혼인신고를 할 수 없을 때에 소를 통해 사실혼 관계에 있음을 확인받아 혼인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인정된 제도다. 다만, 사실혼 관계에 있던 당사자 일방이 사망한 경우 혼인신고를 위한 목적으로 본소를 제기하는 것은 사망한 자와 혼인신고를 할 수 없으므로 실익이 없지만, 일방이 사망했더라도 현재적 또는 잠재적 법적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는 한, 그 사실혼관계존부확인청구에는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본다(94므1447판결).대표적인 예로 유족연금 등 사회보장급여의 수령자격을 인정받기 위해 망인이 사망한 이후에도 사실혼 관계의 존재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았으며(2016드단2235판결), 더 나아가 중혼에 해당하는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배우자가 법률상 배우자와 장기간 별거하는 등으로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었던 경우에는 사실혼 관계에 대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며, 사실상 배우자에게 유족연금 수령 자격을 인정한 바도 있다(2015드단6476판결).근로기준법,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사립학교 교직원법, 연금법, 선원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도 유족인 배우자에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자를 포함시키고 있으므로 당사자는 그 사망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검사를 상대로 본소를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다./주영민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주영민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

2020-08-25 주영민

[시인의 꽃]유혈목이의 책장

당신은 풀잎 위에 누워 돌을 떨어뜨리고 있었어요 나는 당신 귀밑머리에 매달린 하얀 박쥐들을 떼어냈고요 우리의 책은 폭설을 쏟아내고 있었지요 마른 혀도 꽃이 될 수 있을까요 그때 바람이 입 속으로 들어왔어요 당신은 은어 떼 헤엄치는 수박 향기로 반짝였지요 당신이 흘러든 풀섶에서 유혈목이가 기어 나와 내 품을 파고들었어요 책장엔 진달래꽃 피어났고요 알몸을 포갠 우리는 따뜻한 무덤이 되어갔지요이병철(1984~)사실상 한 권의 책은 저자가 발견한 그 무엇을 나름대로의 형식으로 기록한 것에 불과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운명적인 저자와의 만남은 독자를 통해 읽혀지고 자각되며 새롭게 태어난다는 관점에서 재현되는 에센스의 발견이며 사건이다. 책장에 그러한 책이 쌓여갔다는 것은 매번 다시 태어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책의 미혹에 언제든지 빠져들게 하는 증거물인 것. 그러한 사유에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혈목이의 책장'에는 당신을 인식의 풀잎 위에 눕혀 놓고, 생각을 떨어뜨리며, 기억을 떼어낸 지난날들. 여기에 다른 인식을 쏟아내며 주입하고 있는, 이른바 미지수의 n차 감염인 것. 마치 그것을 '따뜻한 무덤'이라고 믿는 당신에게 꽃뱀의 '마른 혀'가 '언어의 풀섶'에서 당신의 가슴을 노리듯이. 그러나 없어도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있는 것은 아무것도 버릴 것이 없듯이 그러한 '대지의 책장엔' 알면 알수록 당신의 봄을 기다려온 '진달래꽃'이 만발해 있지 않던가.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0-08-24 권성훈

[주종익의 '스타트업']유지율이 답이다

고객 유지비용이 신규유치보다 저렴애플 못이기는 삼성, 충성고객 때문대표이사 방 벽면에 현황판 만들어매일 15~30분정도 스탠딩 미팅해야 확실한 유통망 채널 5~6개 관리를대표이사가 신경 쓰고 관리하여야 하는 경영 요소들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회사란 최대의 매출과 수익을 내고 존경받고 인류에 공헌하는 지속가능한 성공을 거두는 것이 그 존재 이유다.이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경영 활동은 수도 없이 많다. 우수 인재는 물론 좋은 제품도 있어야 하고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혁신 활동도 지속적으로 수행하여야 하며 효율적인 마케팅 활동과 도전적 조직문화와 긍정적 마인드 세트 등등 이루 다 나열하기도 벅차다.그래도 핵심 지표 한 가지를 정하라고 하면 유지율 관리를 이야기하고 싶다. 유지율이 중요한 이유는 첫째, 기존 고객 유지 비용이 신규고객 유치 비용보다 훨씬 적다. 둘째, 재방문 재구매 없는 기업은 망한다. 셋째, 평생 고객 가치가 고객 유치 비용의 4배 이상이면 제품 고객궁합이 달성되었다고 보아도 된다. 넷째, 유지율 곡선이 스마일 곡선(양쪽 끝이 올라간 스마일 모양)이 되면 대박 난다. 다섯째, 잡은 물고기를 놓치는 것은 바보다. 여섯째, 유지율은 충성고객이다(단골손님). 삼성이 애플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충성고객 때문이다.통상 SNS 유지율은 80~90% 이상이고 쇼핑몰은 20~30% 이상은 되어야 한다. 한가지 예로 방문자 유지율을 생각해보자. 1월1일 총방문자 수가 100명이었는데 1월31일 동일인 명단을 조사해보니 40명밖에 남아있지 않았다면 월간 유지율은 40%다. 유지율은 시간이 지나면 감소하게 돼 있다. 그러나 그 감소하는 모양은 모두 다르다. 어느 시점에서 유지율이 수평을 유지하도록 관리를 하여야 하고 더 바람직한 것은 스마일 모양이 되는 일이다.유지율을 분석하려면 주/월/분기/년 단위로 지속적 정기적으로 코호트 분석(특정 대상을 지속적으로 추적 분석하는 것)을 하여야 한다. 유지율을 계속 추적하면 어디에 문제점이 있는지 금방 찾아낼 수 있고 어떻게 하면 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지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와 개선책들을 이벤트나 A/B 테스트 등으로 시험해보고 가장 최적의 방법을 알아내어 실행하게 되면 아래로 내려가던 유지율이 다시 개선될 수 있다.유지율을 관리하려면 전담 조직을 두고 대표이사 방의 한쪽 벽면에 200인치 정도의 큼지막한 대시보드(현황판)를 만들어 매일 관련자들과 15분에서 30분 정도 차를 마시는 스탠딩 미팅을 할 것을 권한다. 대표이사의 절대적 관심이 성공의 핵심이다. 관리항목과 지표들은 마케팅 책임자와 대표이사가 선정하여 지수분석을 전문적으로 하는 담당자에게 만들도록 하면 된다. 대표이사가 직접 하면 더 좋다.활용 소프트웨어는 자체에서 개발하거나 전문 외주업체에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쓰든지 아니면 지수관리 전문업체에 관리를 의뢰하는 방법도 있고 자금 여력이 부족하거나 아직 초기 시작단계라면 구글 애널리틱스 무료 버전이나 유료 버전을 사용하다가 변경하여도 상관없다.유지율 관리의 첫 번째는 채널 관리이다. 채널은 쉽게 말하면 고객과의 연결 통로를 만들어 이들이 회사의 매출을 잡아끄는 견인력(traction)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채널은 회사에 따라 그 테스트하는 숫자가 10개, 20개, 30개도 될 수 있다. 이는 마치 빗물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물 받는 깔때기의 면적을 넓히면 되는 원리와 같다. 깔때기가 한없이 넓어 관리 능력을 벗어나면 의미가 없다. 채널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확실한 유통망 채널 한 개면 된다. 그러나 위험하기도 하고 하나로 다 될 수는 없으니까 검증을 통해 효율적인 채널 5~6개를 선정 관리한다.채널의 종류는 e메일, 블로그, 홈페이지, SNS, 검색 엔진(SEO, SEM), 이벤트, 전시회참가, 커뮤니티, Viral(입소문), 캠페인, 판촉 행사, 각종 유료 홍보 매체, 신문/잡지 기사, 체육/연예인 지원, 자선활동, 무료 교육 등이 있다.유지율은 사업의 형태와 사용 목적에 따라 계산법이 다를 수 있다. 목적에 맞는 계산법을 잘 설계하여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특히 조심하여야 한다./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

2020-08-23 주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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