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조성면의 '고서산책']전국의 주요 고서점들

대형서점·인터넷서점 공세…시민 무관심에 고서점 고사 위기책바보들 충정만으론 지탱 어려워헌책방도 문화라는 인식전환과유관기관들의 정책적 지원 절실책에 미쳐 사는 바보들―곧 간서치(看書痴)들이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 자기 집 서재와 헌책방이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전철도 책바보들에게는 최적화한 독서 공간이다. 적당하게 흔들려주는 전철 안에서, 졸거나 스마트폰 외에는 딱히 할 일도 없는 시간 동안의 책읽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다. 집중을 요하는 고도의 독서를 하고자 할 때 전철 독서를 적극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기실 독서는 자기만족을 위한 도락이면서 동시에 자기완성과 세상을 위한 실천이기도 하다. "한 선비가 책을 읽으면 혜택이 사해에 미치며 그 공이 만세에 드리운다(一士讀書 澤及四海 功垂萬歲)"는 연암 박지원(1737~1805)의 독서론은 독서에 숨겨진 참의미를 일깨워주는 경책 같은 선언이다. 그러나 팍팍하고 고단한 인생살이와 세상의 시비 다툼 속에서 살다 보면 연암 유의 경세적 독서보다는 마음 가는 대로 책 보고 헌책방 순례하는 일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지금은 괜찮은 인터넷 고서점들이 많아서 온라인 순례도 가능해졌지만, 그래도 직접 책방을 찾아다니는 즐거움에 비할 바 못된다. 전국 도처에 유서 깊은 헌책방 또는 고서점들이 있다. 우선 인사동 고서점의 명맥을 잇고 있는 통문관과 승문각 그리고 화봉문고와 동양문고가 대표적이다. 또 부산 보수동 거리의 헌책방들을 비롯해서 삼례의 호산방, 인천의 아벨서점, 신촌의 공씨책방, 수원이 자랑할 만한 남문서점과 오복서점, 화성시 팔탄면의 고구마, 천안의 갈매나무 서점과 뿌리서점, 대구의 합동서점과 월계서점 등은 책바보들이 즐겨 찾는 탐방처다. 이 밖에도 방방곡곡에 좋은 서점들이 즐비하나 일일이 소개하는 것이 요령부득이라 생략한다.최근에 다녀온 서점 중에서는 오산의 명물 아사달 서점이 머리에 남는다. 오산역에서 북쪽으로 5~10분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중원 사거리 지하차도 옆에 자리한 작은 서점인데 눈대중으로 따져 10만 권은 돼 보이는 헌책들이 빼꼭히 쌓인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전공자나 수집가들에게는 양에 차지 않을지 몰라도 인정이 넘치는 곳이다. 모든 책 가격이 거의 다 1천원이라 저 돈을 받고 어떻게 서점이 유지될까 염려될 정도로 값이 헐하다. 책을 팔기보다는 책을 나누는 곳에 가까울 만큼 헐한 책값도 놀랍지만, 이영열 사장님의 인품이 보살이다. 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책을 나누는 것이다. 노모를 모시며 의정부에서 오산을 오가는 효성과 노고를 십수 년째 다하면서 찾아오는 손님마다 드링크를 나눠주고, 여러 권을 사면 1천원짜리 책값에서 가격을 더 빼준다. 그러나 정작 놀라운 일이 따로 있다. 주인장의 풍부한 독서량도 그렇지만, 그는 엄연한 현역 작가―장르문학 전문가다. 단편소설 '어느 세기의 대마술사 이야기'(1996)로 등단하여 최근에는 장편소설 '나는 김구다: 치하포 1896, 청년 김구'(2017)를 발표했다. 백범의 재해석, 재조명이 흥미롭다. 책은 그 나라, 그 민족의 수준과 역량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또 문화의 중핵이다. 180여 개의 고서점이 밀집해 있는 도쿄의 '간다 고서점가', 베이징의 유리창(琉璃倉)거리, 옥스퍼드 · 피렌체 · 마드리드 · 파리 등 대도시에 산재해 있는 유럽의 고서점들과 그곳에서 취급되는 고서들은 그 나라의 문화역량과 도서문화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얼마 전 서울의 미래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한 공씨책방이 높은 임대료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신촌을 떠나 성수동으로 이전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들의 공세 그리고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지금 우리의 고서점들은 고사의 위기를 겪고 있다. 책바보들의 높은 충성도 만으로는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렵다. 고서는 물론 헌책방도 하나의 문화라는 사회적 인식 전환과 함께 유관기관들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 팀장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 팀장

2018-07-15 조성면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일언상방: 말 한마디로 나라를 망하게 한다

말은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 마음이 진실하다면 그 말에는 그 마음이 담겨있다. 그러므로 모든 성현들이 말을 중요하게 여겼다. 말은 마음에 담고 있는 말도 있고 입 밖으로 나온 말도 있다. 본질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사회성을 띠기 때문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또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사회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논어에는 그런 대표적인 사람을 임금으로 보았다. 지금으로 치면 국가의 정책을 만드는 일에 결정적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한 번 입 밖으로 의사를 표출하면 그것이 법이 되고 국민의 삶을 결정한다.그런데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말도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 말은 결국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말이란 결국 그 사람의 마음이요 의지요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자는 정공(定公)의 '한 마디 말'에 관한 질문에 마음의 차원에서 대답을 하였다. 임금의 마음에 들어있는 한마디는 나라를 망하게도 하고 흥하게도 하는데 그것은 곧 마음이다. 나라를 흥하게 하는 한마디란 '위군난(爲君難)'이요 나라를 망치는 한마디는 '막여위(莫予違)'이다. 임금 노룻이 어려운 것이라는 뜻의 '위군난(爲君難)'은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이고 내 말에 어기는 자들이 하나도 없다는 뜻의 '막여위(莫予違)'는 나만 생각하는 독재의 마음이다. '막여위(莫予違)'를 품고 정치하면 망하는 지름길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7-11 철산 최정준

[권순대의 '대사 한 줄로 읽는 연극']"우리는 같이 있고 가치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시간이 갖는 절망의 무게가 얼마인지그 순간에 사로잡힌 청소년들그 시간 스스로만 버텨야 한다면 대체 사회란 무엇이란 말인가지난 6월 15일부터 7월 1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죽고 싶지 않아' 공연이 있었다. '죽고 싶지 않아'는 2015년 안무가이자 연출가인 류장현과 8명의 청소년이 '자유를 위한 몸의 낙서'를 주제로 함께 작업한 워크숍에서 출발하여 2016년 국립극단 청소년극으로 초연한 작품이다. 이번 2018년 공연은 청소년 17명이 예술교육 활동, 워크숍, 그리고 오픈 리허설을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결과물이다. 팸플릿에 소개한 17명의 생생한 기록은 공연에서 본 배우의 에너지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짐작하게 한다.연극 '죽고 싶지 않아'는 좌절의 시간을 건너는 법에 관한 청소년의 보고서이다. 청소년에게 우리 시대의 교실은 무엇일까. 어느 초등학교 교문 위에 "6학년 목숨 걸고 공부하는 기간"이란 문구의 현수막을 거는 사회에서 말이다.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의 기간도 모자라 초등학교에서부터 경쟁으로 내몰리는 사회에서 교실은 학생들에게 어떤 말을 전달하고 있을까. 승자독식의 경쟁을 부추기며 "견뎌라, 견뎌라, 대학에 가면 천국이 열리리라"라는 말이 유예하는 시간 동안 청소년들은 그 시간을 어떻게 건너고 있을까. 막상 대학에 가면 그 문장은 다음과 같이 바뀌는 사회에서 말이다. "견뎌라, 견뎌라, 취직을 하면 천국이 열리리라."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또 어떤 다른 문장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덮어두자.팸플릿에 소개한 어느 청소년이 전하는 말은 단지 오픈 리허설을 함께한 소감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이 놓인 지점을 적확하게 짚고 있다. "바다에 있어야 할 물고기들이 땅에서 펄떡거리는 느낌", "심장이 멈춰서 죽는 게 아니고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지 못할 때의 죽음"이라는 그들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할 대상은 청소년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말은 "너희에게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라는 담론을 향해 있다. 그 담론이 유예하는 시간 동안 현재의 권리를 독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향해 있다. 연극 '죽고 싶지 않아'와 함께한 17명의 청소년은 "우리는 같이 있고 가치 있다"라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말을 걸고 있다. 일인칭 대명사인 '우리'를 청소년들로만 한정할 필요도 없고, 한정해서도 안 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연극 '죽고 싶지 않아'를 보는 동안 겹쳐 보이는 영화 한 편이 있었다. 8 마일(8 Mile, 2002년, 에미넴 주연). 영화 8 마일은 미국 자동차공업의 중심지였던 디트로이트가 1980년대 후반부터 쇠락한 이후의 디트로이트 8마일 로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디트로이트 8마일 로드는 이 도로를 경계로 북쪽에는 백인이, 남쪽에는 흑인이 주로 거주하고 있어 분리의 선이기도 하다. 백인 래퍼(에미넴)가 8마일 로드 남쪽에서 흑인들과 랩 배틀을 펼쳐 래퍼로 성공한다는 이야기는 성장 플롯의 전형에 속한다. 그러므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에미넴이 랩 배틀을 펼치며 상대를 물리치는 절정의 장면이 아니다. 오히려 에미넴이 좌절의 시간을 건너는 정적이며 서정적인 장면들이다. 그 장면들 중 하나가 에미넴이 황폐한 디트로이트 도시를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이다. 창밖 풍경을 보던 에미넴이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메모를 한다. 접혀 있던 종이를 두 번 펼친다. 바랬고 고깃고깃하다. 그런데 그 종이에는 이미 다른 메모로 빼꼭하다. 메모의 방향이 제각각이다. 빼곡한 종이의 여백에 또 다른 메모를 하는 짧은 순간은 얼마나 긴 시간을 말하고 있는가. 연극 '죽고 싶지 않아'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메모와 목소리가 결코 짧거나 가늘지 않은 이유다.출구가 보이지 않는 시간의 지속이 갖는 절망의 무게가 얼마인지를 그 시간에 사로잡힌 청소년들만이 재야 한다면 대체 연극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 지속의 시간을 청소년들 스스로만 버텨야 한다면 대체 사회란 무엇이란 말인가. 연극 '죽고 싶지 않아'는 청소년과 어른이 함께 봐야 하는 청소년극이다./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

2018-07-08 권순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인심난제: 사람의 마음은 제어하기 어렵다

동물원에는 조련사들이 있다. 하늘을 나는 새나 달리는 짐승이나 심지어 물속에 사는 돌고래와 같은 동물까지 훈련을 시켜서 제어를 한다. 어찌 보면 제어라기보다는 길들인다는 표현이 어울릴 수도 있겠다. 조련사가 아니라도 사람은 살아가면서 어떤 대상을 제어하고 싶은 경우가 있다. 내가 관계하는 상대를 나의 목적대로 움직이게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게 쉽게 되지 않는데 부모와 자식 사이나, 부부의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 자식이 이러이러하게 움직여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고 그렇게 하라고 해보았자 그렇게 되질 않는다. 그러고는 자기 목적대로 안 되면 화를 내곤 한다.자기가 아닌 남을 진정한 의미에서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지난한 일이다. 다른 사람은커녕 자기 자신조차 제어하기란 무척 힘들다. 남을 제어한다는 것은 순서상 자기 자신을 제어할 수 있을 때나 생각해볼 일이다. 내가 나를 제어한다는 것은 결국 내 마음을 제어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 그러나 꼭 해야만 하는 문제이다. 사람이 지니고 있는 저마다의 마음이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의 출발처이자 해결처이기 때문이다. 제어하기 어려운 마음을 제어하기 위한 시작은 반성이다. 반성은 외부로 향하는 일상적 시선을 거꾸로 확 돌이켜 나를 비추어보는 일이다. 이런 일은 하루에 단 십분이라도 필요하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7-04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강복객기: 객기를 내려 복종시켜라

사람들은 평소에 기타령을 많이들 한다. 전해오는 말에도 기가 살면 살고 기가 죽으면 죽는다고 하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 기(氣)는 다양한 차원에서 이야기가 되지만 본질적이고 주체적이고 바른가의 문제의식을 지니고 볼 수도 있다. 바른 기운이 주인으로서의 본래적 정기(正氣)라면 그렇지 않고 분수를 벗어나는 여러 가지 마음을 추동하는 기운을 객기(客氣)라고 한다. 자연의 세계도 객기(客氣)가 찾아들면 자기답지 않은 기후와 날씨를 연출한다. 예를 들어 겨울엔 마땅히 춥고 여름엔 더운 것이 정상적인 기후인데 겨울인데도 눈도 내리지 않고 얼음도 얼지 않고 개울물이 흘러가면 그것을 객기의 포토데스크 인천항 사일로 기네스 등재 도전소치로 본다. 봄여름가을겨울이 다 마찬가지이다. 인간도 자신에 내재한 정기를 잘 보존하지 못하고 객기를 부리면 자신의 분에 맞지 않는 언행이 튀어나온다. 객기를 부리면 그 폐해가 한둘이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탓에 주인 격인 정기(正氣)가 작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운은 마음과 직결되어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기를 쓰는 것은 곧 마음을 쓰는 것이기도 하다. 마음에서 나온 기가 거꾸로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에 기를 조절하는 것은 심신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더운 여름철 건강관리의 첫 번째는 객기를 내려 항복받는 일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6-27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봉선화

비 오자 장독대에 봉선화 반만 벌어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손톱에 꽃물들이던 그날 생각하시리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 주던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지금은 꿈속에 본 듯 힘줄만이 서노나. 김상옥(1920~2004)봉숭아라고도 불리는 봉선화는 4~5월에 씨를 뿌리면 6월에 꽃이 피기 시작한다. 이 꽃은 우리 민족과 친숙한 꽃으로 대대로 손톱을 물들이는데 사용해 왔다. 붉게 물들인 손톱이 그 해 첫눈 오기 전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순정을 표상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봉선화에 관한 '세세한 사연'들을 모두 펼칠 수는 없지만 저마다 '손톱에 꽃물들이던 그날 생각' 하나쯤 있을 것이다. "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이 사라질까 두려웠던 기억들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라는 봉선화의 꽃말과 같은 순애보가 아닐 수 없다. 비록 한여름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 주던' 꽃물은 지워지고 없지만 봉선화 피는 6월이 되면 그 생각 속에서 당신의 첫사랑도 '힘줄'같이 선명하게 살아난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6-25 권성훈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쇄소응대: 물을 뿌리고 비질을 하며 윗사람의 부름에 응답하는 일

쇄소응대의 쇄(灑)는 마당을 쓸기 전에 먼지나지 않게 물을 뿌리는 일이고 소(掃)는 마당을 쓰는 일이며 응대(應對)는 어른이 부르면 호응하여 대답하는 일인데 '소학'에서 어린이들을 교육시키던 방법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이 돼서도 필요한 공부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논어'에 보면 공자의 제자인 자하(子夏)와 자유(子遊)가 교육방법에 이견을 보이는 대목이 나온다. 하루는 자유(子遊)가 자하(子夏)의 교육방법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하의 제자들은 물을 뿌리고 마당을 쓸고 응대(應對)하고 나아가고 물러남에 당해서는 괜찮다고 할 수 있으나 그런 것들은 지엽적인 것이고 근본적인 것은 없으니 어찌하겠는가?" 본말(本末)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일상의 청소하고 응대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한 것이다. 그러자 자하(子夏)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군자가 교육을 행함에 있어 어느 것이라고 하여 먼저 전할 것이며, 어느 것이라고 하여 게을리 하겠는가?" 자유가 일상의 생활습관이나 예절은 근본적인 것이 아니라고 비판하자 자하가 도(道)란 형이상학의 본말에 일관된 것으로 일상과 괴리되지 않음을 강조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야할 길은 고원하고 멀리 떨어져있지 않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6-20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꽃 단상(斷想)

꽃은 영감 속에 피며마음을 따라다닌다사람이 외로우면사람과 한방에 같이 살면서 외롭고사람이 슬프면사람과 같이 가면서 슬프다이런 꽃은 꽃 속에 꽃이 있고사랑이 있고 하늘이 있지만그 이야기를 함부로 하지도 않고누구에게나 그 속을 좀처럼 보이지도 않는다김광섭(1905~1977)우리 마음속에 자신을 닮은 꽃나무 한그루씩 있다. 그 꽃은 누구에게나 피어 있는, 피어나고 있는, 언제 필줄 모르는, 사람마다 다른 모양과 빛깔과 향기를 가졌다. 그렇지만 그 꽃의 봉오리가 가슴 속에 있어서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느낄 수 있는, "꽃은 영감 속에 피며/마음을 따라다닌다". 이처럼 마음을 떠나서 살 수 없는 '마음 꽃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외로울 때 같이 외롭고, 슬플 때 함께 슬퍼한다는 것을 탐미할 수 있다. 외롭고 슬픈 이들에게 꽃이 된다는 것 또한 이와 다르지 않겠는가. 그런 당신이라는 "꽃은 꽃 속에 꽃이 있고" 꽃 밖으로 몸을 내민 '꽃 중의 꽃'이 되며 '사랑'과 '하늘'을 품고 있다. 그럴수록 "그 이야기를 함부로 하지도 않고/누구에게나 그 속을 좀처럼 보이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게 된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6-18 권성훈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구혼구왕: 짝을 구해서 가라

우리나라 각 지역을 책임감 있게 다스리고 이끌어갈 인물을 뽑는 선거가 끝났다. 모든 일은 목적이 분명할수록 효과를 낸다. 출마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차적으로 선거의 목적은 당선에 있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그 인물을 통한 제대로 된 경륜이다. 주역에서는 경륜하는 방법에 대해 한 가지 훈수를 두고 있다. 경륜(經綸)이란 글자를 유심히 보면 둘 다 실 사(絲)가 들어가 있다. 경이 세로의 실이라면 륜은 가로의 실로 경륜을 통해 옷감 등을 조직(組織)하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옷을 사람들에게 몸을 보호하기 위해 입으라고 나누어주는 것이 경륜의 목적이다. 좋은 옷을 만드는 과정을 조직이라 하듯 경륜은 조직을 잘 짜야 한다. 주역에의 수뢰둔괘(水雷屯卦)에서 그 방법을 말해주었다.예전에는 지금의 지방자치장들에 해당하는 자리를 대신(大臣)의 자리라 불렀는데 그 자리의 인물에게 '구혼구왕(求婚구往)'이라 하였다. 남녀의 혼인을 통해 가정을 조직하듯 정치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그 자리에서 제대로 조직하기 위해서는 혼자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짝을 구해서 경륜을 해나가야 한다. 둔괘(屯卦)는 천지가 만물을 창생하는 초창의 시기에 비견될 만큼 어려운 시절을 의미한다. 당선된 그 자리에서 자기의 독선과 아만을 버리고 지역의 인재를 등용하여 함께 경륜해 나가길 바란다. 오만하면 덜리고(滿招損) 겸손하면 보태지는 법이라(謙受益) 하였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6-13 철산 최정준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지부작족(知斧斫足)

월드컵 한국사령탑 신태용호에게지부작족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팬들의 마음 매우 간절하기만2002년 열기의 재현 기원하며축구 대표팀 아자! 아자! 아자!지부작족(知斧斫足)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뜻이다. 신뢰하고 있던 사람에게서 도리어 배신당할 때 비유적으로 사용한다. 권력욕의 화신인 로마 시저가 양자 브루투스로부터 암살당한 것은 지부작족의 전형적인 예이다. 이와 같이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경우는 특히 남녀 연인 사이에 무수히 발생한다. 걸그룹 베이비복스가 부른 '배신'(작사:양재선 작곡:김형석)의 노랫말에서 지부작족의 예를 살펴보자: '너 없는 세상도 눈부신 걸 알아/더 이상은 너만을 바라보던 내가 아니야'. 화자는 연인으로부터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상황에 처해 있다. 그는 과거에 오직 한마음으로 연인만을 애모한 인물이다. 그러나 어느덧 세월이 흘러 현재 그녀는 이별의 종착역에 다가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연인을 지난날처럼 더 이상 연인으로 부를 수 없고 의지할 수도 없다. 즉 연인에게 '줄 수 있는 마음'조차 연기처럼 사라지고 있다. 그녀가 선택한 것은 연인을 영영 '떠나는 일 뿐'이다. 더 나아가 그녀는 '고맙게도 떠나는 날 잡지 않을 너'라고 빈정거리며 연인을 신랄히 조소한다.화자에게 있어서 연인은 '사랑했던 나'와 '함께한 우리 기억 따윈' 없는 존재라고 잘라 말한다. 다시는 '나를' 돌아보지 말고 '기억'을 모두 잊으라며 허탈한 심경을 숨기지 못한다. 또한 자신을 완전히 아름다운 옛 추억 속에서 지워달라고 배신한 연인을 힐난한다. 헤어짐의 문턱에 서있는 지금 이 순간 화자는 애처롭게 이렇게 자조하며 말한다: '돌아서면 그만인 이별까지 아름다울 필요는 없잖아'. 이제 그는 '믿지 못할 사랑의 끝'조차 슬프게 느끼지 않는다. 더 나아가 연인과 사랑을 나누었던 지나간 박제된 기억들이 현재 자신을 비웃으며 조롱한다. 철석같이 믿었던 연인에게 발등 찍힌 화자의 무기력한 상황이 왠지 모르게 처량하기만 하다.문희옥이 부른 '발등이 찍혔네'(작사/작곡:홍세기)의 노랫말은 지부작족 사용 주체인 남성에 대해 지부작족 대상 객체인 여성의 눈물 어린 후회를 애잔하게 담고 있다. 곡목 '발등이 찍혔네' 가사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별', '조심', '위로', '눈물' 등의 단어가 등장한다. 이 문구들이 시사하듯이 마음 놓고 믿었던 남자에게 발등 찍힌 여인의 처지는 배신감과 상실감 그 자체이다. 가사 도입부에 등장한 여인의 마음은 '호수'처럼 조용하고 넓다. 평온한 마음의 호숫가에 어느 날 남자가 혜성처럼 멋지게 나타난다. 그 후 그녀는 마음속에 사랑의 남자 '배'를 띄운다. 그리고 그 연인을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던 어느 날 배신의 암초인 '돌풍'을 만난다.어떠한 상황이든 돌풍은 예상치 못하게 순식간에 일어나는 법이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회오리바람이 몰아치자 여인은 '순진하고 약한 맘' 때문에 어쩔 수없이 이별의 정류장에서 괴로워한다. 또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고 자신뿐만 아니라 연인을 원망하기도 한다. 여인은 뒤늦게 지부작족의 배반감을 뼈저리게 통감하며 후회막급의 자괴감에 빠져든다: '돌다리처럼 두드려보고 건너갔는데/조심조심 건너갔는데'. 그녀는 자신의 연인을 대할 때마다 '조심조심'한다고 다짐하곤 했다. 그러나 사랑에 눈이 멀어 신중한 판단력을 잃은 그녀는 배신의 늪에 헛디뎌 '풍덩' 빠진다. 그리고 헤어나올 수 없는 심연의 수렁에서 '속고 속는 내 삶'을 뒤돌아보며 탄식과 절망의 눈물을 흘린다.1979년 10월 26일 대통령 박정희가 최측근 김재규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도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예이다. 이번 주 6월 14일부터 한 달 동안 열릴 FIFA 러시아 월드컵 경기에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 대표팀 사령탑인 신태용호에게 지부작족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팬들의 마음이 매우 간절하기만 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전 국민을 뜨겁게 달구었던 열기의 재현을 다시 한 번 기원한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아자! 아자! 아자!/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8-06-10 고재경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인백기천: 남이 백 번에 능통하면 나는 천 번을 한다

자기가 원하는 어떤 일을 단 한 번에 이루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이 세상에서 보기 힘들다. 희대의 천재로 알려진 고운 최치원 선생은 10대 어린 나이에 중국으로 유학을 가서 빈공과에 장원급제를 한다. 이후 고국인 신라로 돌아와 임금에게 올린 글인 '계원필경(桂苑筆耕)'의 자서에 보면 12세에 중국으로 유학하러 갈 당시 학문으로 성공을 이루기 전에는 돌아오지 말라는 엄한 아버지의 한마디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술회하였다. 남들이 백 번에 가능한 일을 자기는 천 번에 걸쳐 가능하도록 만들었다고 하였다(人百之己千之). 이 말은 '중용'에서 유래한 말로 원문에는 '남이 한 번에 되면 나는 백 번을 해보고 남이 열 번에 되거든 나는 천 번을 해본다.(人一能之己百之,人十能之己千之)'라고 하였다. 무엇이든 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한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태도를 말한 대목이다. 인간의 재능은 타고나는 면도 있지만 자기의 노력에 의해 잠재된 것이 발휘된다. 재능 가운데 요긴한 것이 현명함(明)과 강건함(强)이다. '중용'에서는 이런 태도로 하면 어리석음을 떨치고 현명해질 수 있고 유약함을 극복하고 강건해질 수 있다고 하였다. 현명해져야 갈 길을 제시할 수 있고 강건해야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데 그 둘 다 불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노력을 강조하는 것은 동서양 천재들의 인터뷰내용 가운데 공통점인데, 천재가 아닌 우리 같은 범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정진(精進)이 없이는 그 어떠한 목적에도 도달할 수 없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6-06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꽃과 천사

아주 아득했다//꽃과 천사가한마을에 살았다//사랑이 구름 같은 꽃은'사랑'이란 말을 하게 되었고//눈물이 많은 천사는파도처럼 울다가눈물이란 말을 못 찾고 말았다//그때부터말하는 꽃은 천사가 되고말을 못하는 천사는꽃이 되었다황금찬(1918~2017)신화는 있을 법한 이야기를 있는 것처럼 보여준다는 점에서 있었던 사실보다 더 초극적이다. 이것은 모든 만물의 기원을 마치 있었던 것처럼 찾아주기도 하면서 인류 보편적인 심상을 발견하는 원형으로서 작동된다. 또한 현실에서 '있어야 할 것'과 '있는 것'과의 '조화'를 이루면서 '있어야 할 것'을 통해 '있는 것'을 수정하는 형태로 형상화되기도 한다. 이 시처럼 아주 아득한 옛날 한마을에 꽃과 천사가 살았는데, "말하는 꽃은 천사가 되고/말을 못하는 천사는/꽃이"되었다. 꽃은 '사랑'이란 말을 찾았지만, 천사는 '눈물'이란 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꽃이 된 천사는 또다시 '사랑'이라는 말을 찾거나, 누군가 찾아주어야 한다. 그래서 말 못하는 꽃을 위해 '꽃말'이라는 것이 생겨나지 않았겠는가. 꽃의 특징을 중심으로 국가나 민족, 시대에 따라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꽃말이 생겨난 것처럼, 우리 주변에 말 못하는 누군가의 말을 찾아주는 것은 신화를 창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6-04 권성훈

[김나인의 '생활관상']인생의 출발선이 어떠한지를 묻고 싶거든 이마를 보라

이마는 하늘의 형상이니높이 솟고 둥글고 원만하며밝고 윤택하고 맑아야 귀격인데부모 조상 덕의 유무를 보고초년운이 어떤지를 알 수 있다관상을 볼 때는 얼굴의 형태와 더불어 각각의 부위에 생겨나는 색깔의 변화 즉, 기색을 잘 살펴야 올바른 진단을 내릴 수있다. 관상을 볼 때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여 살피게 되는데 하나는 얼굴의 생김새인 체형을 보고 판단하며, 또 하나는 얼굴 부위에 생겨나는 기색(氣色)의 형상을 보고 그 사람의 명운과 건강 등을 판단하게 되는데, 얼굴 형체가 바르고 잘 생겼어도 기색이 탁하거나 어두우면 좋은 명운(命運)이라 보기 어려우며, 얼굴 모습이 조금은 부족한 듯 보여도, 기색이 선명하고 밝으면 명운이 좋다 말할 수 있다.오늘은 관상학에서 주로 살피는 12궁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12궁이란 얼굴을 이마에서 턱 부위까지 세로로 12부분으로 나눈 것을 말하는데, 명궁 관록궁 부모궁 형제궁 처첩궁 남녀궁 전택궁 천이궁 노복궁 질액궁 재백궁 복덕궁이 그것이다. 그중에서 이마, 코, 턱 부위 등을 중심으로 설명(說明)하기로 한다.이마는 하늘에 비유하고, 코는 산악에 비유하며 턱은 땅에 비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마는 하늘의 형상이니 높이 솟고 둥글고 원만하며 밝고 윤택하고 맑아야 귀격이라 볼수 있는데, 부모 조상 덕(德)의 유무(有無)를 보고, 초년운이 어떤지를 알 수 있다. 이마가 작고 낮으며 밋밋하고 살집도 빈약하고 움푹 패어 있거나 주름이 어지럽고 기색마저 탁하고 어두우면 좋은 집안의 출신이라 보기 어렵고, 초년 고생을 하는 경우가 흔한 일인데, 한마디로 말하면 인생(人生)의 출발선이 어떠한지를 묻는 일이다. 초년운이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사람인지, 아니면 꽃길을 걸어가는 사람인지는 이마의 형체와 형상을 보면 알 수 있다. 관상학에서 눈은 해와 달의 형상이니 광채가 있어 밝게 빛나야 하고, 코는 중앙의 산악이니 중후하고 우뚝 솟아 무게가 있어야 하며, 턱은 땅으로 형상화하고 있으니 넓고 원만하며 기름지고 윤택해야 귀격이며 입은 창고이고 바다로 비유하니 넓고 풍륭하고 두툼해야 좋은 것이고, 입술은 창고의 문(門)이고 수문(水門)과도 같으니 단단하고 두툼하고 바라야 귀격이라 볼 수 있으니 어느 한 부위만 잘 이루어졌다 해서 좋다 말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균형 있게 골고루 발달해야 귀한 상이라 보는 것이다.12궁 중 중요한 부위 중 하나가 바로 재백궁이라 칭하는 코 부위이다. 코는 관상학(觀相學)에서 41세부터 50세까지의 中年의 운을 주관하고 있으며 주로 그 사람의 경제력과 성정 그리고 배우자의 운(運)을 알아보는 부위이다. 코는 얼굴의 중심에 우뚝 솟아있는 부위로서 살집이 넉넉하고 콧대는 바르며 풍성하고 콧구멍이 코를 두툼히 잘 감싸고 있어야 부귀를 얻게 되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게 된다. 옛말에 귀 좋은 거지는 있어도 코 좋은 거지는 없다 했듯이, 주로 그 사람의 경제적 능력 빈부의 기준은 주로 코를 기준하여 판단하고 있다. 코에 대한 별칭도 많이 있는데, 들창코 빈대코 납작코 메부리코 등이 그것이다.사업가나 경제계의 인물, 대부호의 코를 보면 콧망울이 코를 잘 감싸고 코뿌리까지 길게 뻗어 양 눈을 거쳐 이마에까지 시원하게 이어진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12궁 중 턱은 노복궁이라 하는데 인생의 말년(末年)의 명운을 보고, 수하자나 자손 등의 운(運)을 보는 중요한 부위이다. 턱은 땅으로 비유하니 기름지고 윤택하며 단단하고 둥글고 원만해야 말년에 이르기까지 편안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턱이 밋밋하고 뽀족하거나, 상처가 있고 푹 꺼져 있거나 너무 짧고 볼품없으면 초중년에 부귀 공명을 이루었다 해도 말년에 이르러 물거품처럼 사라지니 자손과의 인연이 끊기고 노년의 삶이 힘겹게 이어지는 것이다.12 궁중 중요시하는 부위 중 하나가 두 눈썹 사이인 명궁(命宮)인데,인당으로 20대 후반 운을 주관하고 있다. 명궁 역시 기색이 맑고 밝으며 광채가 은은히 돋아나면 현재 운기가 좋다고 보며 시험 취업 학업 문서운 등에 좋은 길이 열리지만 인당이 오톨도톨 튀어나오거나 오목하게 움푹 패어있고 주름이 어지러이 널려있으며, 붉그레한 좀살이 돋아있거나 검은 반점이나 사마귀가 생겨나고 어둡고 탁한 기색으로 채워져있으면 운(運)이 막혀있는 것이니 현재 곤고하고 고단한 상태라 볼 수 있는 것이다./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

2018-06-03 김나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동동왕래: 자주자주 가고 온다

우리나라의 남북을 통틀어 보면 맨 꼭대기에 있는 산이 백두산이다. 우리나라의 등줄기를 백두대간이라 하듯이 산수의 정기를 발출하는 근원에 해당하는 산이다. 백두산에는 천지라는 못이 있는데 그것을 염두하여 상징화하면 산위에 못이 있는 山上有澤의 형상이다. 주역에서는 산위에 못이 있는 형상을 한 괘가 있는데 택산함(澤山咸)이라는 괘이다. 함(咸)은 느낀다는 뜻과 '전부'나 '다'라는 뜻을 지닌 글자이다. 산과 못의 정기가 통하면서 서로 느껴 한 몸이 되니 전체를 다 느낀다는 의미이다. 사람으로 치면 한참 감성이 발달한 소녀와 소남이 서로의 정을 통하면서 느끼며 일체를 이루는 상황에 해당한다. 예전에 우리나라의 백두산을 불함산(不咸山)이라 했다는데 이는 상하 남북이 서로 통해 느껴 하나가 되지 못한다는 역사의 의미로도 보지만 느낌표를 찍어 不咸!이라 하면 '어찌 느끼지 못하겠느냐'의 반어적 표현이다. 통일에 관한 염원을 담은 풀이이다.함괘에 남녀가 서로 느껴 한 몸이 되면서 일체를 이루기 위해 자주자주 왕래를 한다는 구절이 있다. 동동왕래(憧憧往來)란 일차적으로 남녀가 애정을 나누며 교합하는 절정을 묘사한 구절이기도 하지만 역의 이치는 그런 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개인으로서의 남녀뿐 아니라 남남북녀란 말이 있듯이 우리나라의 남북도 마찬가지이다. 서로가 마음을 소통하여 일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주자주 오가야 한다. 주역에서는 자주자주 오가야 상대가 너의 뜻을 따른다고 하였다. 세상사 모든 禮를 행하는 모습은 한번 가면 한 번 온다는 왕래로 나타난다. 반세기 넘는 분단의 상황을 하나로 통하기 위해서는 자주자주 오가며 진실하게 서로를 느껴야 할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5-30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할미꽃

이른 봄 양지 밭에 나물캐던 울 어머니곱다시 다듬어도 검은 머리 희시더니이제는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 서러움도 잠드시고이 봄 다 가도록 기다림에 지친 삶을삼삼히 눈 감으면 떠오르는 임의 모습그 모정 잊었던 날의 아 허리 굽은 꽃이여하늘 아래 손을 모아 씨앗처럼 받은 가난긴긴 날 배고픈들 그게 무슨 죄입니까적막산 돌아온 봄을 고개 숙는 할미꽃조오현(1932~2018)인간에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죽는 것과 변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다만 세월의 흐름 속에서 나이가 들고 있다는 것으로, 늙어가고 있다는 현상을 통해 노년으로 죽음에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만 감지될 뿐. 산과 들판의 양지쪽에서 자라는 할미꽃은 흰 털로 덮인 열매의 덩어리가 꼬부라진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 같아서 그와 같은 이름이 생겼다. "이른 봄 양지 밭에 나물캐던 울 어머니"의 젊음도 "곱다시 다듬어도 검은 머리 희시더니" 결국 사랑의 배신, 슬픈 추억이라는 꽃말을 가진 할미꽃같이 삶은 죽음을 배신하고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 서러움도 잠드시고"야 만다. 불가와 세속을 넘나드는 '그 모정'으로 '가난'한 자를 보살피며 허리가 굽어 가며 운명하신 조오현 스님도 "이 봄 다 가도록 기다림에 지친 삶"에 "삼삼히 눈 감으면 떠오르는 임의 모습"이 되지 않았던가. 한동안 그가 보여준 적막산 속에서 우리는 또 얼마나 헤매야 할까.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5-28 권성훈

[조성면의 '고서산책']고서 수집의 도(道)

물유각주(物有各主)라고모든 물건에는 다 주인이 있는 법실력·운 따르는 수집가 되기위해선열심히 공부도 해야 하지만인성과 끈기도 갖춰야 한다책은 정신문화의 보고이다. 인류문명과 사상의 발전도 책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오래된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중요하고 귀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 속에는 인류의 역사와 사유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의 원재료가 되는 종이 곧 페이퍼는 나일강변에 자생하던 종이 대용품 파피루스(papyrus)에서 나온 말이다. 그 파피루스를 이어 붙여 두루마리로 만든 책을 '비블로스'라고 하는데, 성경을 가리키는 '바이블'이 여기서 나왔다. '청사(靑史)에 길이 남는다'는 말도 대나무책과 깊은 관련을 갖는다. 죽간은 대나무를 세로로 자른 다음 불에 쬐어 말리고 여기에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 끈이나 가죽으로 이어 만든 귀중한 물품이었다. 그 귀한 죽간에 기록된다는 것은 미증유의 업적이나 위인을 의미하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종이와 인쇄술이 등장하기 이전 중세 유럽에서 책을 만드는 주재료는 양피지였다. 당시 성경책 한 권을 만드는데 무려 200마리 이상의 양가죽을 필요로 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책에 기록되는 것은 동시대와 동시대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용들일 수밖에 없다. 신성로마제국시대 수도원을 배경으로 삼은 움베르토 에코의 세계적인 걸작 추리소설 '장미의 이름'을 보면 수많은 수도사들이 미로처럼 복잡한 도서관에서 필사하고 책을 만드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유명한 대형 수도원일수록 책을 필사하고 제작하는 공간인 '스크립토리움' 곧 필사실을 갖추고 있었다. 이처럼 책은 특별한 권위와 위상을 가진 보물이었던 것이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책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 지구의 허파라는 아마존 유역의 원시림의 희생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귀한 책들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가를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지구의 귀한 자원을 투입해서 만든 책들이 냉혹한 시장의 논리와 독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 폐기물로 처리되거나 중고시장과 헌책방으로 쏟아져 나온다. 우리처럼 고서점과 헌책방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수집가나 독서와 책에 미친 간서치(看書癡)들이야말로 정신자원 재활용업자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정신자원 재활용업자들이 책을 고르고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첫째는 유명한 작품이나 저작물, 둘째는 절판본이나 희귀본, 셋째는 지명도가 높은 저자의 책, 넷째는 귀한 자료로 재조명될만한 책, 다섯째는 책의 상태이다. 책 상태는 상품 가치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중요하다. 표지·책등·판권(간기)·내용 등이 온전히 남아 있는 책과 초판본인 경우에 더 귀한 대우를 받는다. 물론 남아 있는 것 자체가 아주 희귀한 경우라면 초판, 재판이나 책 상태를 따질 것이 없다. 그밖에 저자의 친필 서명이 들어가 있으면 몸값이 더 높아진다. 또 외국서적보다는 국내서적이, 한적본의 경우에는 대개 필사본보다는 목판본이, 목판본보다는 활자본이 더 비싸다. 헌책방에서 고서는 "까만 거"라는 은어로 통칭된다. "까만 거"를 살 때 투자가치가 있거나 필요하다면 일단 따지지 말고 사 두는 편이 좋다. 좋은 책과 자료가 항상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구하는 책이 있다면 에둘러 말하지 말고 솔직하고 정확하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편이 좋다. 지금은 인터넷이 보편화하고 고서에도 대략적인 가격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옛날처럼 저렴한 가격에 눈먼 책을 사는 시대는 지나갔다. 물유각주(物有各主)라고 모든 물건에는 다 주인이 있는 법이며, 실력 있고 운이 따르는 수집가(주인)가 되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도 해야 하지만 인성과 끈기도 갖추어야 한다. 교산 허균(1569~1618), 육당 최남선(1890~1957) 등 같은 대시인이자 학자들도 역대급 수집가들이었으며, 국어학자였던 방종현(1905~1952) 교수는 고서 수집을 위해 아예 헌책방을 차릴 정도였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고서 수집에도 지극한 정성이 필요하며, 도(道)가 있다./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 팀장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 팀장

2018-05-27 조성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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