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이상견빙: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된다

요즈음의 우울한 세계상황은 새삼 작은 것들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작은 것들은 숨어있고 미세하기 때문에 들추어내고 확대하지 않으면 볼 수가 없다. 작고 크다는 것이 상대적이긴 하지만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바이러스는 확실히 작은 것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것들이 이 큰 세계를 뒤흔들고 있으니 영향력은 작고 큼에 달려있는 것은 아니다. 작은 세계로 들어갈수록 오히려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원자나 양자나 유전자나 바이러스는 다 작은 것들이다. 주역에서 작은 것에 대한 생각은 모두 괘의 가장 처음에 해당하는 초효(初爻)에 들어있다. 그 중에 땅을 상징하는 곤괘(坤卦)에 맨 처음이자 맨 아래에 있는 초효(初爻)에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된다고 하였다. 절기로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 되면 땅에 서리가 내린다. 그 서리를 계속해서 밟고 지나가면 나중에는 얼음처럼 견고해져서 어찌하기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서리 내리는 계절이 얼음이 어는 계절로 바뀌려면 거쳐 온 시간이 있고 한 순간에 갑자기 그리 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겪는 좋지 않은 일도 한 순간 갑자기 된 것은 드물고 뒤져보면 그리 될 만한 연유가 있다. 인류가 지금까지 겪어온 재앙을 두 가지 종류로 구분할 때 하나는 재(災)이고 하나는 생()이다. 재(災)는 자연적인 재앙이고 생()은 인간이 자초한 재앙이다. 자연적인 사이클에 의한 재앙은 어쩔 수 없다지만 인간이 자초하는 재앙은 줄여나갈 수 있다. 생태적 차원에서 보면 작은 미물도 우주에 참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이 자기들 위주로만 마구 개발하면서 그들의 처소를 침범하는 등 함부로 다루면 대가가 따른다. 작은 것일수록 그것들과 관계함에 있어 향후 그 미치는 파장에 대해서도 고민하면서 다루어야 할 것이다. 한 티끌 속에도 시방세계가 들어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4-01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산벚꽃

재잘대며 흐르는 시냇물 따라 / 산기슭이다 산기슭 위로 /벚나무들 한데 어울려 / 무데기로 무데기로 꽃 피우고 있다 //꽃수레를 타고 찾아가야 하는 / 꽃대궐이 여기인가 /입 벌려 놀랄 틈도 없이 / 하르르 불어오는 바람… //순간 산벚꽃 꽃잎들 / 떨어져 내린다 흐르는 시냇물 위 /갓 태어난 나비 떼들 / 새하얀 날개 파닥거린다 //연분홍 복사꽃잎까지 / 꼬리치며 떨어져 뒤섞이고 있다 /흐르며 흔들리는 세상 / 황홀하다 잠시 여기가, 정토인가.이은봉(1953~)3월에 개화하는 화려한 벚꽃은 그 생김새에 따라서 다양한 꽃말을 가지고 있다. 숲속에서 볼 수 있는 산벚나무는 고상함을, 강가 부근에 피는 수양벚나무는 은총을, 거리에 일렬로 서 있는 왕벚나무는 순결을, 여러 장의 꽃잎이 겹쳐 피는 겹벚나무는 교양을 통해 우리에게 '정신의 아름다움'을 가르친다. 말도 없이 제 자리를 지키며 흰색, 분홍색, 보라색 등으로 마중 나와 여기저기 우리의 마음을 물들인다. 그것도 "벚나무들 한데 어울려 무데기로 무데기로 꽃 피우고" 있는 힘을 다해 땅으로 뿌리를 내리면서 하늘을 흔들고 있지 않던가. 그러다가 저 멀리 불어오는 바람에 '입 벌려 놀랄 틈도 없이' '황홀하게' 떨어져 내리는 '산벚꽃 꽃잎들'을 바라보면 추운 겨울을 앙상하게 버틴 것들의 침묵을 알게 한다./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0-03-30 권성훈

[김나인의 '생활관상']코는 사물을 분별하고 판별하는 '심변관'

코는 온갖 사물이나 물질의 냄새를 분별하여 각각의 형체와 형상을 규정짓고 판별하는 일을 한다고 해 '심변관'으로 칭하고 있다. 코는 얼굴 한가운데 산 봉우리처럼 우뚝 솟아 가장 눈에 먼저 띄는 부위인데, 숨을 쉬고 음식의 냄새를 맡는 감각기관으로 정신작용을 이끄는 물질적 자아가 거하는 자리라 말할 수 있다.코는 41세부터 50세까지의 운을 지배하고 있는데, 경제적 능력과 기세(氣勢) 그리고 배우자의 운을 보는 중요한 부위로서 우뚝 솟아 무게가 있고 살집이 두툼하고 콧대가 바르고 콧방울이 두툼해 코를 잘 감싸고 콧구멍은 가려져 적당히 숨겨져 있어야 좋은 코라 말할 수 있다.관상학에서는 쓸개를 매달아 놓은 듯, 대나무를 쪼개 놓은 듯, 복주머니를 꽉 묶어 놓은 듯한 코를 귀격이라 말하고 있는데, 이런 코를 가진 사람은 세상을 주름잡는 대부호의 상이다. 코는 오행상(五行上) 토성(土星)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풍륭해 기름지고 두툼하며 살집이 꽉 차 있어야 좋은 것이다. 또 콧구멍을 정위 난대라고 하는데, 창고를 여닫는 문으로 두툼하며 살집이 꽉 채워져 있어 코를 잘 받쳐줘야 재물운이 좋은 것이며, 귀 좋은 거지는 있어도 코 좋은 거지는 없다는 말은 여기에서 나온 것이니, 코의 형체와 형상이 좋으면, 부(富)를 이루는데 한치의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코의 형체만 좋다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기색 역시 중요하니, 아무리 코의 형상이 좋아도 주름이 생기거나 좀살이 돋는 등 기색이 탁해지면 일순간에 재물이 먼지처럼 흩어지게 되는 것이니, 후천적 결과로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또 코를 재백궁이라 해 이 부위가 두두룩하고 깨끗하고 바르면 평생 돈이 떨어지지 않는다. 콧대가 빈약하며 비뚫어지고 기색이 어두우며 상처가 있으면 재물이 모이지 않으며 있는 재산도 다 날리게 된다. 콧구멍이 뻥 뚫려 하늘을 보듯이 훤히 들여다보이면 재산을 탕진하며, 콧방울인 정위 난대가 약하면 창고의 문이 부실해 늘 열려있는 것이니 이런 사람은 사치와 소비를 즐겨하며 도박으로 패가망신 하는 경우가 허다함이 수많은 고객의 임상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코뼈가 솟아 이마까지 이어지고 좌우 관골이 코를 감싸듯 안고 있고, 콧방울이 코를 잘 감싸주면 나라의 큰 부자가 돼 그 부귀의 끝을 헤아릴 수 없게 된다고는 하나, 끝없는 욕심에 악행을 멈추지 않고 악업을 쌓아나간다면, 현생의 과보가 그대로 음덕문인 와잠부위와 코에 나타나게 되니, 이에 응해 코에 없던 주름이나 좀살이 생겨나거나 검은 먹구름 같은 흑기(黑氣)가 코에 가득하게 되니, 부귀영화가 일순간에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하니 콧대가 휘어지고 코끝이 가냘프고 코에 살집이 없어 뼈만 앙상하고 콧등이 계단처럼 패여있고 콧방울이 뻥 뚫리고 콧구멍과 콧방울이 너무 작고 얇아 없는 듯하고 얼굴에 비해 코가 너무 작거나 코만 크면 이와 같은 코를 흉상이라 해 부모의 덕이 없어 초년고생이 심하고 물려받을 재산도 없을뿐 아니라 재물 모으기가 어려우며 세상살이에 장애가 많다 하나, 어느 순간부터 음덕문에 선명한 빛이 들고 눈빛이 맑아지며, 코의 기색이 밝고 선명하게 빛나면 운기가 좋아진다는 암시이니 재물복이 좋아져 날로 곳간이 풍성하게 채워지게 되는 것이다.코의 형체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 수 있는데, 코가 두툼하고 바르고 높이 솟아있고 코뿌리가 인당을 지나 이마까지 뻗치면 세상에 알려진 부자가 되며, 계단처럼 깎여있으면 성격이 포악하고 잔인하며, 콧구멍이 훤히 들여다보이면 사치 도박 유흥을 즐기는 사람이며, 코가 너무 작으면 소심하고 여리나 마음이 착한 사람이며, 콧대가 바르지 않으면 심성도 바르지 않고, 코에 흑기가 들어오면 손재나 질병으로 고생하는데, 눈빛마저 흐릿하면 생명까지 위험하다. 국부(國富)도 이와 같아서 대통령의 코 형체와 형상이 좋으면 국가경제가 좋아지니 국고(國庫)가 늘고 국민들의 삶도 좋아지겠지만, 코의 형체가 아무리 잘나고 좋아도 어느 순간부터 코에 먹구름이 몰려들어 기색이 어둡고 탁하며 주름이 자리하면 국부는 고갈되고 경제는 파탄나며, 국민의 삶은 빈궁해지는 것이니, 통치자의 코가 국가경제는 물론 국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대통령의 코는 지금 이 나라의 경제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대변하고 있다는 말이다./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

2020-03-29 김나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상하적응: 위 아래가 적대적으로 응한다

주역에 응(應)이란 단어가 있다. 말 그대로 상응하거나 호응하는 관계를 지칭한다. 그런데 이 상응과 호응은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조건이 맞아야 가능하다.그 일정한 조건이란 서로 상하나 내외에서 대등한 위치에서 상응하여야 한다. 예컨대 정상회담을 하면 한 나라의 정상과 다른 나라의 정상이 서로 만나서 더부는 것과 같다.그 아래 비서들끼리 만나면 그 또한 동등한 라인에서의 호응이라 할 수 있다. 이 호응이 잘되면 관계가 좋아 도움도 받고 영향도 미친다. 반면 이 호응이 잘 되지 않으면 도움은 커녕 적대적으로 바라보며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그림으로 그리면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며 손을 잡는 것이 제대로 된 호응이라면 두 사람이 서로 등을 지고 정 반대의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 잘못된 호응이다. N극과 S극이 만나는 것과 그 반대의 경우와 같다. 전자를 정응(正應)이라 하고 후자를 적응(敵應)이라 한다. 이치상 정응과 적응은 모두 필요하다.이는 태양계도 행성들이 서로 인력과 척력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행성간 거리를 유지하며 자기활동을 하는 것과 같다. 현대는 세계가 일가라서 서로 교역을 하며 살아가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호간 밀접한 교류가 필요하다.그런데 이번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인해 '거리두기'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냉정히 물리적으로만 보면 그동안에 세계에서 그동안 작용한 인력과 상반하는 힘이 갑자기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차제에 상호 저지하고 통제하고 밀쳐내는 가운데 정반대로 서로를 필요로 하며 끌어당기는 욕구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확인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3-25 철산 최정준

[생활법무카페]계속적 거래관계에서 소멸시효 기산점

의뢰인은 'A'라는 사람에게 몇년 전부터 물품을 납품하면서 물품대금은 수시로 결제받는 형태로 거래를 해 왔다.작년부터 'A'는 자금악화를 이유로 차일피일 대금결제를 지연하여 부득이 더 이상의 납품을 중단하고 'A'에게 대금지급을 요구하였더니 느닷없이 'A'는 납품한 물품대금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남은 물품대금의 변제를 거부하였다고 상담을 요청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우 'A'에게 물품을 납품한 것은 1회성 납품이 아니라 계속적인 납품이었는데도 'A'의 주장처럼 소멸시효에 걸리게 되는지, 'A'에 대한 물품대금의 소멸시효기간의 기산점은 어느 시점으로 보아야 하는지가 관건입니다.소멸시효와 관련하여 상법 제64조에 의하면 '상행위로 인한 채권은 상법에 다른 규정이 없는 때에는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그러나 다른 법령에 이보다 단기의 시효의 규정이 있는 때에는 그 규정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민법 제163조에서는 생산자 및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 및 상품의 대가에 대한 채권은 3년의 소멸시효에 해당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이에 상품판매 채권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인 채권발생일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경과되면 채권이 소멸되어 물품대금청구를 할 수 없게 됩니다.다만 위 예와 같이 동일거래처에 대한 계속적 반복적 거래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거래종료일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물품을 납품한 날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실제 납품한 날짜를 기준으로 이미 3년이 경과한 물품대금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김종철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김종철 법무사·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수원지부

2020-03-24 김종철

[시인의 꽃]산수유

세상에,갓 태어난 아기 울음 그치는가 싶더니무명천 안개 자락에 지리는 배냇똥살얼음 헛디디며 몇 만리를 흘러왔는지반가부좌 엉덩이마다 환하게 피는 봄깨금발로 지나쳐간 내 사랑의 뒤란에 샛노랗게 반짝이는 등불 한 송이 윤향기(1953~)탄생은 인류가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이듯이 모든 존재하는 것들도 불변의 이치이긴 마찬가지다. 여기서 사라지고 생겨나는 것들은 서로 유사한 동질성을 지니고 있지만 차별된 것이며 독립된 개체일 뿐. 그것은 봄이 되면 새롭게 탄생하는 생명들의 축제 속에서도 경이롭게 발견되는데, 다 같은 꽃처럼 보이지만 유심히 관찰해보면 꽃 하나 하나의 피어남이 다르듯이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 3월에 개화하며 '지속'과 '불변'이라는 꽃말을 가진 산수유 꽃은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 울음'으로 제각기 피어 있다. 그것도 '무명천 안개 자락에 지리는 배냇똥'처럼 바람이 허공에 배설을 한 것같이. 얼어붙은 반가부좌 자세로 참선을 끝낸 겨울이 환하게 봄으로 환생해 있지 않던가. 거기서 사랑을 잃어본 당신도 그 생각 속 뒤란에서 사랑과 유사한 '샛노랗게 반짝이는 등불 한 송이' 그리움을 찾을 수 있는 것.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0-03-23 권성훈

[조성면의 '고서산책']'부국원 월보'에 대하여

농업중심지 수원에 1907년 창업한 종묘사 잡지서울 소공로 지점… 종자·묘목취급철도·우편을 통해 영업'고서의 역사적기억' 사료 가치황석영의 소설 '오래된 정원'에 이런 말이 나온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조용한 보통의 날들"이라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문장이다. 나이가 드니 백 가지 좋은 일보다 한 가지 나쁜 일이 없는 것이 더 좋고 좋은 일이 생기는 것보다는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편이 백 번 천 번 낫다. 코로나19로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삶과 일상이 정지되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불평불만이 많았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또 인류가 한 가족으로 살아야 하는 지구촌 시대에는 나만, 우리나라만 괜찮으면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절감한다. 이럴 때 고서 타령이 조금 한가해 보일 수도 있겠으나 답답한 일상에 작은 위로와 잠깐의 기분전환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개인 소장 자료를 이용한 소규모 전시 준비를 하느라 서가를 뒤지다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 작은 팸플릿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조선농림원예요람'이라는 '부국원 월보(富國園月報)' 제35권 6호인데 발행일자는 1942년 6월 10일이다. 부국원(富國園)은 일제강점기에 설립된 동명의 종묘회사 건물로 2017년 국가등록문화재 제698호로 지정되었으며 수원시 팔달구 향교로에 위치해 있다. 이 근대건축물은 식민지 수탈정책과 긴밀히 연결돼 있는 슬픈 역사적 기억물, 이른바 그리프 투어리즘(Grief Tourism)의 대상이겠으나 역사적 교훈을 되새길 수 있는 장소로서 유의미하다. 뿐만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부침과 역사적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기념물로서 그 가치도 크다. 부국원의 존재는 1923년에 출판된 사카이 마사노스케의 '수원'이라는 책을 통해서도 확인되니 최소 백년의 역사를 지닌 건축물이다. 해방 후 1950년대에는 수원법원과 검찰 임시청사로 활용됐고 나중에는 수원시 교육지원청, 공화당 청사, 수원예총 사무실로도 사용됐다. 종자·종묘·비료 등 농업과 관련된 주식회사 부국원이 수원에 들어선 것은 수원의 역사와 긴밀히 호응한다. 수원은 개혁의 상징도시, 요컨대 조선후기 국가의 역량과 정조의 정치 철학이 집중된 신도시요, 농업의 중심지였다. 미국이 농업 국가이듯(미국은 첨단 군수산업과 금융 중심의 국가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거대 농업국가이다) 수원도 농업의 중심도시였다. 정조 시대에 조성된 관개시설로 축만제와 만석거가 있으며 대유평과 서둔이란 이름이 이를 뒷받침한다. 통감부 시대인 1906년 권업모범장이 들어섰고 1962년 농촌진흥청이 설립됐으니 수원은 가히 한국 농업의 메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농촌진흥청이 완주로 이전하면서 그 의미가 많이 약화하였지만 수도권의 균형발전과 지역 정체성 유지를 위해 그 역사성을 잘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 '부국원 월보'를 살펴보니 창업연대가 35년 전 그러니까 1907년인 것으로 소개돼 있다. 이로 미루어 부국원이 권업시험장의 설립과 함께 그 역사가 시작된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정해 볼 수 있다. 본사는 경기도 수원읍 궁정 93번지 지금의 수원시 팔달구 향교로 130번지에 있었으며 지점은 경성부 명치정 22정목으로 현재 서울시 중구 소공로에 설치되어 있었던 것으로 나온다. 각종의 종자와 묘목 등을 취급했으며 철도와 우편을 통한 영업을 전개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고서는 역사적 기억을 간직하고 있으며 소장자의 안목과 태도에 따라 쓰임새와 팔자가 달라질 수 있다. 탐구심과 진정성이 없으면 고가의 고서도 그냥 낡은 책이요, 반대로 아무리 허접한 작은 책자라도 쓰임에 따라 귀중한 역사적 자원이 될 수 있다./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지혜샘도서관 관장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지혜샘도서관 관장

2020-03-22 조성면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오세재윤: 5년에 두번 윤달이 든다

올해 2020년은 윤달이 있는 해이다. 음력으로 4월이 있고 다시 윤4월이 들어있다. 윤4월은 양력으로 5월 중순에 들어서 6월 중순에 끝난다. 윤달은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며 한 해를 이루는 시간과 달이 12번 해와 만나 합삭이 이루어지는 시간의 길이가 달라서 만들어진 제도이다.대략 5년에 2번 8년에 3번이라지만 정확히는 19년 동안 7번 윤달이 들면 음력과 양력의 날수와 절기가 꼭 들어맞는다. 그래서 윤달에 태어난 사람은 19년마다 자기가 태어난 날의 음력과 양력이 부합되는 현상이 되풀이된다.현대에서는 모든 일정을 잡고 계획을 세울 때 양력을 주로 쓴다지만 아직도 음력이 꼭 필요한 경우도 많다. 전통적으로 해안가에 사는 어부들은 배를 띄워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기 위해서 택일을 하는데 이때는 음력을 봐야만 한다. 윤달은 이장이나 공사 등 결정하기 쉽지 않은 대사를 치를 때도 사용한다. 매년 윤달이 든 해에는 이장의 횟수가 대폭 늘어나는 것이 통계로 드러난다. 윤(閏)은 천문학적으로 해의 운행속도와 달의 운행속도의 차를 조절하는 중용의 의미가 있다. 글자를 보아도 門에 王이 앉아있는 형상이다. 門은 해와 달이 출입하는 문이며 王이란 조절하는 자이다. 무언가 좌우의 균형이 치우쳐있거나 조절을 하지 못했던 일이 있으면 이번 윤달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윤달이 지나면서 코로나19도 조절이 됐으면 좋겠다. 동지에 떨쳐 나온 놈이니 하지에는 고개를 숙여야하지 않는가.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3-18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먼, 분홍

윤이월 매화는 혼자 보기 아까워 없는 그대 불러 같이 보는 꽃생쌀 같은 그대 얼굴에 매화 한 송이 서툰 무늬로 올려놓고 싶었다 손가락 두 마디쯤 자르고 사흘만 같이 살아보고 싶었다혼자 앓아누운 아침 어떻게 살아야 매화에 닿는가 꽃이라는 깊이 꽃이라는 질문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배가 고팠다 매화는 분홍에서 핀다 분홍은 한낮의 소란스러움을 물리친 색 점자처럼 더듬거리다 멈춰서는 색새벽의 짐승처럼 네 발로 당신을 몇 번이나 옮겨 적었다 분홍이 멀다먼, 분홍 서안나(1965~)가끔 자연 속에서도 예상치 못하게 시작되는 것들이 있다. 물론 그것마저도 인간이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이겠지만, 먼저 온다는 것은 빨리 기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 것. 이를테면 기다림보다 앞서 와 오히려 기다려주는 2월에 피는 매화 꽃. 혼자 보기에는 '아까워 없는 그대 불러 같이 보는 꽃'이 아닐까. 원래 매실나무에 '생쌀 같은 그대 얼굴'처럼 피는 매화는 3월에 만개하며 지난한 겨울을 지나온 봄의 표상이다. 이런 매화는 색깔에 따라서 꽃말이 다른데, 백매라고 불리는 흰색은 고결과 기품을, 홍매라고 불리는 붉은 색은 결백과 충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이 시 분홍을 피워낸 홍매는 '한낮의 소란스러움'을 뒤로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자국을 멈추게 하는 '색'이 아닐 수 없다. 매화에게 다가갈수록 허물 많은 우리는 '먼, 분홍'으로부터 시련을 깨끗이 잊고 눈가와 입가가 활짝 개화한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0-03-16 권성훈

[권순대의 '대사 한 줄로 읽는 연극']봄이 온 줄도 모르고

탐욕 눈먼채 중요한 가치 못보는 가족 이야기 다룬 '터널구간'지혜롭게 빠져 나오기 위해선마땅히 경계할 행동 중요하지만터널 연장 않도록 하는게 더 중요지난 2월 7일부터 1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연극 '터널구간'(이상례 작·오유경 연출) 공연이 있었다. 이 작품은 삶의 은유를 길과 계절에서 가져오고 있다. 길은 출생과 죽음의 과정이며 계절은 그 과정에서 순환하는 리듬이다. 연극은 한 가족이 터널구간에 갇혀 "봄이 왔는데 봄이 온 줄도 모르고" 있는 상황을 다루고 있다. 물론 터널구간과 봄은 관객이 풀어야 하는 은유이다.여기 한 가족이 있다. 건물주인 아버지의 칠순 잔칫날이다. 비혼인 딸과 아들이 골칫거리인 아버지가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믿는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여자를 준비한다. 잔치 음식이 식기 전에 결혼을 하라고 명령한다. 대체로 이야기가 잔치 장면에서 시작하면 장례 장면으로 끝나는 것처럼 이 연극은 아버지가 계단에서 굴러 사망하고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10층 건물이 빚으로 쌓아올린 모래성이었던 것이다.터널 비전(tunnel vision)이라는 말이 있다. 터널 속으로 들어갔을 때 터널 안만 보이고 터널 밖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주변을 보지 못한 채 시야가 극도로 좁아지는 현상을 뜻한다.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것을 인식하지 못해 생긴다고 한다. 연극 '터널구간'은 탐욕에 눈먼 시선으로 삶을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삶을 오로지 돈으로 재단함으로써 정작 더욱 중요한 가치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터널 비전에 갇힌 사람은 어떻게 그 터널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친 테세우스의 이야기에서 그 열쇠를 찾아볼 수 있다.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치기 힘겨운 이유는 그 괴물이 미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번 들어가면 되돌아올 수 없는 미궁에서 테세우스 이전에는 살아나온 사람이 없었다. 그 미궁에서 테세우스가 괴물을 물리치고 밖으로 무사히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실타래 덕분이었다. 미궁에 들어갈 때 풀어놓았던 실타래를 따라 되돌아온 것이다. 아리아드네가 건네준 실타래가 지혜의 실이라 불리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터널구간'의 가족에게 지혜의 실타래가 있었다면 조금은 달랐을까. 아리아드네의 실은 여러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지만 미궁 바깥으로 이어주는 통로이자 연결이라는 점에서 바깥 세계를 망각하지 않게 하는 징표이다.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래서 돌아가야 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가리키는 기호이다. 삶의 가치를 돈으로만 바라보는 터널 비전에 사로잡힌 '터널구간'의 가족에게도 삶의 길에서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있었을지 모른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과 돈으로 사서는 안 되는 것까지 돈으로 사려 했던 순간부터 실타래는 그들의 손에서 멀어져 간 것이 아닐까."봄이 왔는데 봄이 온 줄도 모르고 있었구나"라는 자탄은 그들에게도 실타래가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삶의 길에서 터널이 겨울이라면 터널의 바깥은 봄이다. 그들에게도 봄이 있었고 봄을 만끽할 줄 알았던 것이다. 돈이라는 미노타우로스에게 사로잡히지만 않았다면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이나 미래형으로 봄을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터널을 지혜롭게 빠져나오기 위해서 우리가 마땅히 조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연극 '터널구간'은 말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 미궁에 들어갔으나 그들은 되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그 자신이 미궁과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미궁과 하나가 되었다는 것은 괴물과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다. 물리쳐야 하는 괴물과 동일화한 그는 이제 미궁 그 자체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마땅히 경계해야 하는 것은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한 행동이 터널을 연장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못해서 비록 터널 바깥에 나온 것처럼 보일지라도 터널 안에서 진 빚을 갚아야 한다면, 그래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한다면 진정으로 터널구간이 끝났다고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만난 봄이 어찌 봄이겠는가. 저만치 봄이 와 있는 길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저마다의 손에 알맞은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아닐까./권순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권순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020-03-15 권순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진래혁혁: 우레가 치니 놀라고 놀란다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상황이 찾아오면 누구든 놀라기 마련이다.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보면 여러 가지가 있다. 두려움과 공포의 상황과 심정을 주역에서는 벼락이 칠 때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태와 느끼는 심정으로 비유하였다. 들판에서 비바람이 몰아치고 번개가 번쩍거리면서 우레가 치는 상황을 겪으면 누구든 무서워하면서 놀란다. 이런 종류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 우레가 치는 상황에서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우레가 지나가고 나면 가슴을 쓸어내리며 "휴 살았구나!" 안도할 뿐이며, 이 순간 자신의 과오여부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두려움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성찰의 대상이다. 왜 하늘은 인간에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을까? 바로 양심의 존재에 대한 깨우침이다. 벼락이 칠 때 두려워할 줄 아는 것은 생존본능에 대한 생물학적 반응일 뿐만 아니라 "죄짓고는 살 수 없구나!"하는 자기성찰의 양심이라고 볼 수 있다. 중용이라는 고전에서도 두려워할 줄 아는 마음이야말로 자신을 경계하고 삼가는 방법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중용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삼가고 들리지 않는 것에 대해 두려워할 줄 알라고 하였다. 하늘에서 치는 벼락은 눈으로 보이고 귀에 들리는 두려움이며 그 순간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는 두려움을 동시에 경험하니 그것은 바로 양심에 대한 두려움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3-11 철산 최정준

[생활법무카페]계약금 지급후 '시세상승' 매도인 해약 원해

수원의 A아파트를 갑과 을이 2020년 1월15일 5억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즉시 계약금 7천만원을 을이 갑에게 지급하고 중도금은 2월15일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그런데 수원 아파트 시세가 급상승하면서 5억이었던 것이 8억이 되자 갑은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의 배액인 1억4천만원을 을에게 지급하겠다며 받지 않을 시 공탁하겠다는 내용증명서를 2월10일 을에게 보냈고, 을이 계좌번호를 알려주지 않자 2월14일 1억4천만원을 공탁했다. 그러나 을은 2월13일 갑의 계좌로 중도금을 이미 이체했다. 민법 565조 1항은 매매계약당시에 일방이 금전을 계약금 등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해약금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갑이 해약금(계약금의 배액)을 공탁하기 전에 을이 갑에게 중도금을 지급하여 이행에 착수한 이상 갑의 약정해제권행사로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다.대법원은 이행기(중도금지급기일)약정이 있더라도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매도인이 민법 제565조에 의하여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를 하고 일정한 기한까지 해약금의 수령을 최고하며 기한을 넘기면 공탁하겠다고 통지한 경우 매수인이 매도인의 계약해제권을 소멸시키기 위해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위와 같은 경우는 중도금 지급기일은 매도인을 위하여서도 그 기한의 이익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다시 사안으로 돌아와, 갑이 을에게 1억4천만원을 공탁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한 이상 을은 자신의 중도금지급을 이유로 매매계약의 유효를 주장할 수 없다. 요즘 부동산시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과거에는 흔하지 않은 약정해제권 행사가 심심찮게 자주 발생하는 이유다./김정준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김정준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

2020-03-10 김정준

[시인의 꽃]산수유꽃

논둑에 앉아 산수유를 바라봅니다얕은 구릉에 무리져 핀 산수유가논바닥 웅덩이에 비칩니다빛이 꽃 그림자에서 피어납니다저쪽에서부터 농부가 황소를 몰고생땅을 갈아엎고 있습니다논바닥 웅덩이가 흔들립니다땅에서 향내가 솟구칩니다소발굽에서 물집 잡힌저 산수유꽃 그늘이런 아침에 당신 생각이 더 간절해집니다산간마을의 봄빛이 저만큼 깊습니다박형준(1966~)우리의 일상은 도처에 위험과 공포에 노출되어 있다. 언제 어떻게 닥칠 줄 모르는 인재와 재해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재난 앞에 인간은 무기력한 존재일 뿐이다. 그렇지만 일상을 바꿔버린 '사회적 거리' 속에서도 봄은 여지없이 기다려주지 않고 오는 것. 겨울처럼 찬기로 가득 찬 당신의 창 너머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까지 온기를 뻗치면서 피어나는 꽃. 다른 꽃보다 먼저 노란 표정으로 춤을 추듯이 소담스럽게 고개를 내밀고 '얕은 구릉에 무리져 핀 산수유'를 보라. 비탈진 언덕 너머 비친 '꽃 그림자' 속에서 '농부가 황소'를 몰고 오듯이 고즈넉한 전원의 풍경이 떠오르지 않는가. 땅의 새살을 돋기 위해 '생땅을 갈아엎'어야만하는 자연의 순리를 '땅에서 솟구치는 향내'로 발견하게 한다. '저 산수유꽃 그늘' 아래에서 '봄빛이 저만큼' 깊어갈수록 퍼지는 간절한 그리움이 있다면 분명 '당신 생각'의 땅에 묻어놓은 봄이 움트고 있기 때문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0-03-09 권성훈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생명의 기운을 고스란히 간직한 봄의 선물 '고로쇠나무'

'뼈에 이로운 나무'란 뜻미네랄성분 물보다 30~40배 많아여성·노인·어린이 면역력 강화이뇨작용 좋아 노폐물 배출 효과재질 단단 운동기구·악기등 용도대동강도 풀린다는 우수와 삼라만상이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도 지나 이제 산과 들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남녘으로부터 매화나 복수초의 개화소식이 들려오고 부지런한 산수유나무나 생강나무는 가지마다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으며 아직 준비가 덜된 나무들은 꽃과 잎 틔울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렇게 나무들은 봄맞이 준비에 한창이지만 우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활동 중단과 생계에 대한 위협 등 모든 게 멈춰 있어 계절의 변화조차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은 모두 함께 힘을 모아 확산차단에 집중해야 할 시기지만 잠시 가까이 있는 나무와 숲에서 삶의 여유와 마음의 안정을 찾으며 일상을 유지하면 면역성을 높여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요즘은 봄과 함께 찾아온다는 '봄의 전령사' 고로쇠나무 수액이 제철이다. 하루가 다르게 부드러워져 가는 바람 속에서 맛보는 한잔의 달착지근한 고로쇠 수액은 직접 가지 않아도 숲속의 봄기운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로쇠나무는 '뼈에 이로운 나무'란 뜻이다. 통일신라 말의 승려이자 고려 왕건의 스승인 도선국사가 전남 광양 백운산에서 기나긴 수행 끝에 도를 깨우치고 일어나려 했을 때 오랜 좌선으로 무릎이 굳어져 마침 앞에 있던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서려 했으나 가지가 부러지는 바람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때 부러진 가지에서 수액이 흘러나왔고 그걸 받아마셨더니 신기하게도 무릎이 펴지고 원기를 회복했다고 해서 골리수(骨利樹)나무라고 부른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고로쇠나무는 고로실나무, 오각풍, 수색목, 색목 등으로 불리며 지역에 따라 명칭이 다양하다. 우리 조상들은 고로쇠나무 외에도 다래나무, 자작나무, 거제수나무, 층층나무 등에서 수액을 채취해 마셔왔다. 경칩이 다가오면 나무에 상처를 내고 수액을 마시는 풍속이 이어져 왔는데 수액을 마시면 몸에 병이 생기지 않으며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여겼다. 한방에서는 이러한 수액을 풍당(楓糖)이라 하고 위장병이나 신경통, 관절염 환자에게 효험이 있다고 했다. 나무가 주는 천연 약수인 고로쇠 수액에는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영양소인 미네랄 성분이 보통 물에 비해 30∼40배 정도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비타민과 에너지 공급원인 과당 등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맛이 뛰어나고 흡수가 빠른 천연 이온음료라고 할 수 있다. 뼈가 약한 여성이나 노인들, 성장기 어린이들이 마시면 면역력 강화에 효과가 있으며, 이뇨작용도 있어 운동 전후에 마시면 몸속에 축적된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도 좋다. 고로쇠 수액은 지역별로 맛이 조금씩 다른데 울릉도에서 생산되는 우산고로쇠 수액에는 고로쇠 수액보다 당분 함량이 2배가량 높고 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어 쌉싸름한 인삼의 맛과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수액 채취는 모든 나무에서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른 가슴높이의 직경이 적어도 10㎝ 이상 되는 나무에 드릴로 1∼3개 정도의 구멍을 뚫어 호스를 연결해 채취한다. 고로쇠 수액은 해발고도가 높고 일교차가 큰 곳에서 채취할수록 단맛이 강하다. 아침저녁 기온이 영하3℃ 내외, 낮 기온이 7℃ 정도로 기온차가 10℃ 정도 될 때가 채취 적기이다. 수액은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고 바람이 심한 날에는 생산량이 적고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날에는 생산량이 많다. 이제는 채취작업시 최신 자동설비로 항균 필터에 자외선 살균작업까지 거쳐 위생적이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과의 잎이 지는 넓은잎 큰키나무다. 전국의 산지에서 자라며 중국과 일본, 사할린섬에 분포한다. 계곡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라며 생장이 빠른 편이다. 우리나라에 자라는 단풍나무과 나무 중 가장 굵고 높게 자라는데 높이 20m까지 자라며 수액도 가장 많이 생산한다. 잎은 마주나고 손바닥처럼 5∼7갈래로 갈라져 있는데 잎끝이 뾰족하고 톱니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4∼5월에 황록색 작은 꽃이 잎보다 먼저 위를 향해 핀다. 9∼10월에 익는 열매는 프로펠러 같은 날개가 있으며 90도 내외로 벌어져 달린다. 나무껍질은 회색으로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다. 목재는 재질이 곱고 매우 단단해 운동기구, 가구, 악기 등 그 용도가 다양하며, 앞으로 고가품으로 개발할 가치가 높은 나무이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기획전략상무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기획전략상무

2020-03-08 조성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천약개상: 하늘이 만약 떳떳함을 고친다면

명심보감에 '天若改常(천약개상)이면 不風卽雨(불풍즉우)요 人若改常(인약개상)이면 不病卽死(불병즉사)니라'하였다. 직역하면 '하늘이 떳떳함을 고치면 바람 불지 않으면 비가 오고, 사람이 떳떳함을 고치면 병들지 않으면 죽는다'이다. 날씨를 겪어보면 좋은 날이 있고 궂은 날이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누구든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를 반기지 않는다. 사람의 일생도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장수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병들어 괴로움을 당하기도 하고 불의의 사고로 일찍 죽기도 한다. 정상적인 마음이라면 누구든 병들거나 죽는 것을 반가워할 리 없다. 명심보감에서는 그 불행의 탓을 개상(改常)으로 돌린다. 상(常)이란 정상적인 도리나 항상한 도리인 상도(常道)를 의미하는 글자이다. 정상의 반대는 이상이나 이변이다. 하늘이나 인간이 정상적인 도리를 고친다는 것은 정상적인 도리를 이탈하는 이상기후나 이상행동을 한다는 뜻이다. 자연계의 風雨(풍우)나 인간계의 병사(病死)는 당연한 음양적 현상인데 명심보감에서는 이상이나 이변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의 지구 기후변화와 인간의 건강 관계를 직관해보면 이해가 간다. 생태계에 속한 존재는 작든 크든 각자 정상적인 생명활동의 패턴이 있기 마련이다. 이 패턴이 어떤 이유로 변이가 발생하면 이에 대응하는 좋지 않은 양상을 띠는데 변이의 발생이 개상(改常)이라면 좋지 않은 양상이 이상적인 병사(病死)이다. 사람도 키가 작을 뿐 하늘이라는 오랜 관념에 따르면 하늘에 이상이 포착되면 그것이 바로 사람에게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현대사회의 이상질병들도 이런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3-04 철산 최정준

[손경년의 '늘찬문화']'심각'할수록 구석구석 살펴봐야 할 때

예술인복지재단, 법 적용코로나19 피해 예술인 위해복권기금 180억원으로특별융자 한시적 운영한다니그나마 한숨 돌릴수 있을지…알다시피 14세기부터 18세기까지 전 유럽의 유행병으로 기억하고 있는 흑사병은 쥐에게 붙어있는 벼룩을 통해 인간에게 옮기는 박테리아의 일종인 페스트균이 원인이었다. 최초 진원지는 히말라야 지역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몽골제국 성립으로 아시아와 유럽의 접촉이 빈번해지는 새로운 변화에 따라 점차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움베르토 에코의 '중세'에 의하면, '1347년에 제노바의 식민지인 카파를 포위한 타타르족이 흑사병에 전염된 시체들을 석궁에 매달아 도시 내부에 버렸고, 포위를 피해 탈출한 자들이 몸에 있던 병원균을 콘스탄티노플과 해안 도시들을 통해 서유럽 전역에 옮겼다'는 증언이 있다. 이 시대의 자료에 따르면, '흑사병을 신의 재앙 또는 비그리스도교 신자들의 범죄행위로 해석', 사람들은 '흑사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종교 행사, 순례, 채찍질을 하거나 집단 히스테리와 특정 인종의 학살도 자행'했다고 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과학적인 설명을 위한 노력과 예방적 차원의 지침들도 있었다'고 한다. 21세기에 들어서서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까지 전 지구적 대응이 요구되는 질병을 '자주' 겪다 보니, 1348년에 시작된 흑사병이 떠올랐다. 물론 현대의 질병관리 수준이나 삶의 환경 자체가 달라서 유사한 경우로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에 '코로나19'의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 정부는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1월 27일 '경계' 그리고 2월 23일에는 '심각'으로 상향하였다. 3월 1일 기준으로 중국을 포함, 51개국 8만3천명 이상의 확진자가 확인된 상태이다. 이 전염병은 모든 사람에게 위협적이기에 퇴치는 당연히 인류 공동의 목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전염병의 발생 원인, 감염경로, 안전망 확보 등은 사회 시스템 수준에 따라 적절한 조처를 취해야 하나, 감염에 대한 긴장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노 등의 격렬한 감정폭발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감각의 강화에서 오는 '혐오'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혹시라도 14세기의 '자신의 보호' 방식과 닮아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우리나라는 '코로나19'의 '경계' 단계에서 문화예술 행사나 공연 등의 실시 여부는 지역특성과 상황에 따라 자율적 대처를 취했으나, '심각' 단계에서는 모든 사업의 취소 또는 연기를 하도록 했다. '코로나19'의 강한 전염성의 특성 탓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운영은 아무래도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안전을 우선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나 식당, 전통시장, 쇼핑몰 등의 이용도가 떨어지다 보니 소상공인들의 생업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마찬가지로 문화·예술계의 경우도 사업실행 시점에 전면 중단이나 연기를 함에 따라 소규모 예술단체나 예술인들의 생계 문제도 함께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에 시간과 힘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해서 정신이나 육체 따위가 지쳐서 고단'할 때 우리는 '피로하다'고 말하며, 이러한 피로는 수고와 노동 속에 있다. 피로가 위험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사람들이 이를 감내하는 이유는 결과의 성취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소수를 제외하면 금전적 보상이 그리 많지 않은 직종으로 이해되는 문화·예술인들의 활동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연극, 뮤지컬, 오케스트라 등의 공연 한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3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며, 분야별 예술인들이 모여 기획, 연습 그리고 실행의 과정을 오롯이 거쳐야만 관객과 만남이 이루어지는 결과가 나온다. 그 과정을 보면 참여한 예술인의 땀을 요구하는 노동이 있고,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의 고단함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들이 수고를 통한 피로를 피하지 않고 기꺼이 정면으로 맞는 이유는 삶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세계 속에 자신을 귀환시킴으로써, 예술을 통한 삶의 성장을 갈구할 때 생기는 허기를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활동이 곧 삶인 예술인들에게 있어서 예술인복지재단이 '예술인복지법 제 10조 6'에 의해 '코로나19'의 피해 예술인을 위해, 복권기금 180억원을 기반으로 2020년 3월부터 특별융자를 한시적으로 운영, 지원한다고 하니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20-03-01 손경년

[풍경이 있는 에세이]50세 서 부장

47세때 처음 내집을 갖게된 독신녀집들이친구들 반응 대단해 축하해근데 너 곧 퇴직? 대출금은 어쩌니조카 챙기는것도 노후걱정 타박해삶이 멋진데… '오지랖시선'은 그만서 부장은 한국 나이로 50세가 되었다. 집을 산 건 3년 전이다. 수도권의 30평대 아파트였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또래보다 집 장만이 늦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담하게 벌인 집들이 날, 친구들의 반응은 달랐다. "뭐야, 완전 멋져. 네가 집을 사다니. 너무 놀랐잖아!""정말 대단해. 내 친구지만 진짜 기특하다. 축하해."서 부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방대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온 후 한 번도 쉬어본 적 없이 직장엘 다녔다. 그리고 마흔일곱 살이 되어 서울도 아닌, 작은 위성도시에 아파트를 샀는데 왜들 이렇게까지 놀라는 것일까. 서 부장은 고추잡채와 유부전골을 식탁에 날랐다. 맞춤제작을 한 아카시아나무 식탁은 아무리 봐도 색이 고왔다. 마음에 들었다. "결혼 안 하고 혼자 산다 할 때 걱정 많이 했는데, 이렇게 잘 사는 거 보니 내가 다 기분이 좋네. 집도 너무 예쁘고.""그런데 너도 곧 회사 나올 때 되지 않아? 대출금은 어떡해?"아하, 그제야 서 부장은 친구들의 반응이 이해되었다. 결혼하지 않은 47세의 독거여성의 노후를 지금 걱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서 부장의 친구들은 예의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사심 없이 집들이에 참석한 따뜻하고 다정한 친구들이었다. "대출은 없어. 회사는 언젠간 그만두게 되겠지. 이후에 뭘 할는지는 고민 중이고."대출이 없다는 말에 더 눈이 동그래진 친구들 앞에서 서 부장이 말했다. "아이고, 별걸 갖고 다 놀라네. 한 사람 월급 갖고 세 식구 살고 두 사람 월급으로 네 식구가 사는 거랑 한 사람 월급 갖고 한 사람이 사는 거, 어느 편이 낫겠어? 이 간단한 계산법이 어려워?"서 부장에게는 조카가 둘 있다. 조카들이 어릴 땐 자주 만나 소고기도 먹이고 그랬지만 이제는 제법 컸다고 이모 집에 오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소고기를 먹이는 대신 옷을 사보내고 가방을 사주고 운동화를 사준다. 학원비를 내줄 때도 있고 연수를 떠날 때 비용을 내주기도 했다. 그럴 때면 친구들이 타박을 했다. "그런다고 걔들이 나중에 이모한테 효도할 것 같아? 네 앞길이나 챙겨. 100세 시대야. 노후 준비 제대로 못 하면 끝장이야. 돈 아껴."한 달에 조카들 사교육비로 100만원, 200만원을 내주는 것도 아니고 이모가 생색 좀 내는 일에 무얼 그리 걱정을 하나, 생각했는데 나이 든 독거여성을 안쓰럽게 생각하는 시선은 참말 고칠 요량이 없다. 그래도 친구들이니 '안쓰러운' 정도이지 낯 모르는 사람에 이르자면 숫제 패배자 취급이다. 아이고, 불쌍해라. 나이 들어 새끼 하나 없이 외로워 어쩌나. 그들은 표정을 숨기지도 않았다. 서른 살엔 예쁘고 좋았지? 마흔 살만 해도 자유롭고 좋았지? 그런데 쉰 살 되니 너도 두렵지? 고독사할까 봐 겁나지? 그런 시선에 살이 따가울 때가 많다. 한 마디 한 마디 대꾸하기 싫어 그냥 하하 웃고 말지만. 서 부장은 우리 옆집에 산다. 가끔 나와 맥주를 마시고 고추잡채를 만들어준다. 서 부장 언니의 고추잡채 솜씨는 정말 끝내준다! 언니네 회사에서 만든 화장품을 늘 공짜로 갖다 주고, 사실 나는 과일을 살 필요가 없다. 언니가 박스째 사서 나에게 언제나 넉넉히 나누어주기 때문이다. 30대 독신들이 40대 독신으로 자라고 또 50대 독신으로 무럭무럭 자라 대한민국 세금의 한 축을 만든다는 걸 깨치고, 늦게라도 좋은 짝 만나 노후 편하게 보내라는 오지랖 따위 부리지 않는 그런 세상이 얼른 왔으면 싶다. 서 부장은 멋지다. 이대로 쉰 살이 되어서 더욱 멋지다./김서령 소설가김서령 소설가

2020-02-27 김서령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위방불입: 위태로운 나라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논어에 '위태로운 지역인 곳에는 들어가지 않고(危邦不入) 혼란한 지역에도 거주하지 않는다(亂邦不居)'고 하였다. 물리적 공간인 일정한 지역에 대해서 기피한다는 것이다. 위태로움을 주는 이유는 다양하다. 정치를 잘못해서 그 나라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거나, 경제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져 생존이 위협받거나, 전쟁이 발발해 목숨과 재산을 잃을 지경에 있거나, 지진이나 가뭄이나 홍수 등의 천재지변도 모두 위태로운 지경에 해당한다. 이 외에도 향후 가장 위협적인 것이 고인들이 이야기한 괴질(怪疾)인데 이것이 다름 아닌 신종 바이러스이다. 중국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진 이번 신종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가 흔들리고 있다. 처음에는 세계의 시선이 발생지역에 국한되어 집중되었다. 그래서 세계에서 초기에는 중국의 우한(武漢)을 위태로운 지역인 위방(危邦)이라 여겨 그 지역에 들어가고 그 지역에서 나오는 것을 꺼려 출입을 금지시켰다. 그러다가 전염된 사람들이 점점 다른 나라로 확산되면서 해당 나라들을 위방(危邦)이라 여겨 역시 출입에 제한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어느덧 세계 다른 나라에서 위방(危邦)으로 지정하여 재외 한국인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방관한다면 전 세계의 모든 나라는 예외 없이 피차간에 위방(危邦)으로 지정될 것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위태로운 지역인 곳에는 들어가지 않고(危邦不入) 혼란한 지역에도 거주하지 않으려(亂邦不居) 한다. 어느덧 지금 한국에서 들어오는 사람을 꺼리고 한국에서 나가기를 바라는 심리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2-26 철산 최정준

[생활법무카페]부동산경매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는

부동산 경매는 일반 매매와 달리 매도인과 중개업자가 없어서 매수에 하자가 발생해도 대부분 본인이 그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컨설팅 업체에 미혹돼 고액의 보수를 주고 사건을 의뢰했다가 사고를 당해 큰 손해를 보기도 한다. 부동산 경매에서 위험요소로는 소유권 상실의 위험과 추가 부담의 위험, 사용제한 등의 위험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소유권 상실의 위험과 추가부담의 위험에 대해 살펴보겠다. 소유권 상실의 위험은 두 가지 경우에 대한 대처방안만 알고 있으면 된다. 최선순위 소유권이전금지 가처분과 최선순위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는 최근의 실무상 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경매절차를 정지하고 있고 최선순위 환매권도 환매금액을 지불해야 하므로 매수인에게 손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인수 조건부 전 소유자에 대한 가압류는 인수하는 금액만큼 입찰가를 낮추어 대위 변제하고 말소하면 된다. 주의해야 하는 경우는 독립성이 상실된 구분건물의 취득이다. 독립성이 상실된 구분건물은 매각대금을 납부하더라도 매수인은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다(2009마1449결정). 따라서 매각공고나 감정서에 이와 같은 내용이 있으면 층 전체의 일괄매각이 아닌 한 일단 입찰을 보류하는 것이 맞다. 법원의 업무 관행도 통일적이지 못하고 언제 문제가 불거질지 법원도 모르고 이해관계인들도 모르기 때문이다. 추가 부담의 위험을 없애려면 최선순위 임차인들이나 전세권자들의 선순위 보증금을 차감하고 입찰가를 정하면 된다. 단 유치권의 성립 여부와 부담에 관한 판단은 완전한 분석이 어렵다. 점유의 적법성과 점유자와 점유시기, 공사비 잔액과 변제기 등을 파악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유치권 신고가 있거나 유치권 성립 가능성이 있을 때는 입찰 전에 소유자 등과 협의가 안 되면 유치권 성립 가능성이 없거나 성립 가능성이 있어도 부담금액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만 입찰가에서 위험부담 액수를 차감하고 입찰에 참가된다./박재승 법무사·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성남지부박재승 법무사·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성남지부

2020-02-25 박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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