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종성편계: 종소리가 법계에 두루 퍼진다

일반적으로 악기의 종과 달리 사찰에서 종을 치는 것은 종을 쳐서 종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런데 종소리는 새날이 밝아옴을 일깨워 경종(警鐘)의 의미이다. 불가에서는 범종을 만들어 사찰에 달아놓고 중생이 잠에 드는 밤 10시면 하늘의 별 28수를 상징하여 편히 잘 자라고 28번을 치고, 새벽 4시면 인생어인(人生於寅)으로 그날의 활동을 시작하라는 의미에서 종을 33번 울린다. 33번을 치는 것은 불가에서 말하는 삼십삼천 세계에 이 종소리가 널리 울려 퍼지기를 기원하는 의미이다. 삼십삼천이란 사방에 각각 여덟의 하늘을 합한 32의 하늘의 가운데에 있는 하나의 하늘을 더해 33의 하늘로 이루어져 있는 곳을 말하는 것이고 제석천(帝釋天)이라는 신이 이곳을 다스린다.지금도 새해 첫날이 밝는 자시(子時) 정각에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재야의 종 33번을 쳐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한다. 종로의 종(鍾)은 '모일 종'하여 사방 (네거리)의 기운이 모인다는 뜻(모여야 힘차게 종소리가 퍼져 나옴)도 있고 '쇠북 종'하면 종소리가 네거리를 통해 사방으로 울려 퍼지는 뜻도 있다. 사찰에서는 모든 중생의 고통을 구제하길 바라는 마음을 더해 그 의미를 해석한다. 대표적으로 범종은 본래 대중을 모으고 때를 알리기 위하여 쳤으나 점차 조석예불이나 의식을 치를 때 치게 되었다. 산사에서 들리는 종소리는 중생의 영혼을 일깨우는 의미가 중하다고 할 수 있다. 힘들고 지칠 때 청량한 울림과 공명해보면 어떨까.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1-01-27 철산 최정준

[생활법무카페]부담부증여와 증여의 차이점

부담부증여와 증여는 채무를 부담하고 주는지, 아니면 채무 없이 주는지에 따라 차이를 나타냅니다. 즉, 증여하려는 재산에 담보부 채무나, 타인에게 임대한 임대보증금이 없는 경우 '일반 증여'고 있는 경우는 이를 수증자에게 넘기면서 주는 '부담부증여'입니다. 다만 증여자의 일반채무나 제3자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경우에는 부담부증여의 채무 범위에 속하지 않습니다. 부담부증여는 취득세, 증여세와 별도로 채무금액에 대해 증여자가 양도소득세를 납부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부담부 채무의 넘겨주는 것도 소득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만약 15억원 재산에 8억원의 임대차보증금이 있다고 가정하면 7억원은 무상증여를 받은 것으로 수증자가 증여세를 납부하게 되고, 8억원 전세금은 증여자가 자신의 채무 상당의 이득을 보아 이득을 본만큼 양도소득세를 지불하게 됩니다.부담부증여를 할 경우 주의해야 할 점은 부담부 채무 즉, 부채는 반드시 수증자가 상환해야 합니다. 부채가 수증자를 통해 상환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채무로 인정된 채무는 과세관청의 부채 사후관리대장에 등재해 1년에 2회씩 사후관리를 받으며 부채가 변제된 경우에는 변제된 자금 원천을 추적해 수증자가 자력으로 변제하지 않고 제3자로부터 증여받은 금전으로 변제한 경우에는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으며 부담부증여로 취득세를 감면받은 경우 해당 지자체에서 채무 인수 등이 실제 이루어지는지 확인한 후 추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부담부증여가 증여보다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인수되는 부채에 과세되는 양도소득세의 세율과 증여세의 세율이 별 차이가 없거나 추후 거액의 재산이 상속되는 경우, 양도세가 더 커서 증여세보다 양도소득세가 더 커지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따라서 부담부증여 또는 일반증여로 등기할지 고민하신다면 세무사·법무사 등과 상담하신 후 안전하고 합리적 비용으로 결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주영민 법무사·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수원지부주영민 법무사·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수원지부

2021-01-26 주영민

[시인의 꽃]나무에 걸린 은유

내 안의 꽃이 다 지고 난 후에야비로소 꽃이 보인다만발해 너울거리는 자태보다잔바람에 떨어져 낡아가는 꽃잎들이 먼저 보인다하, 저 꽃잎들은전영관(1961~)꽃을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은 꽃을 꺾질 않는다. 나무에 걸린 꽃은 그 자체로 무엇인가 보여 주려고하는 숭고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데서 온다. 피어남과 지는 것 모두가 하나의 꽃이 되는 과정이며 그것은 하나의 세계를 완성시키는 일이다. 거기에 누군가 개입한다는 것은 꽃의 메시지에 제동을 거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세상을 보지 않고 보여주는 대로 세계를 인식할 뿐이다. 자신도 한낮 전체에서 부분을 보여주고 있는 피조물이라는 사실에 대한 표명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가지기 위해 덜 가진 약자들을 쉽게 소유하려고 하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아무리 강한 자라고 해도 시간 앞에서는 무기력하게 지는 꽃처럼 빛을 바래며 소멸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삶일수록 본질적으로 '내 안의 꽃이 다 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꽃이'보이는 것. 그때서야 '잔바람에 떨어져 낡아가는 꽃잎'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 인간의 신체도 뼈로 채워져 몸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니. '저 꽃잎들은' 살 속에 숨어 있던 뼈 조각들이 허공에 날리는 은유라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1-01-25 권성훈

[김나인의 '생활관상']코털 삐져나오면…금전유출 징후이나 손실 의미만은 아니다

콧구멍은 재물창고를 여닫는 문콧대 바르고 정위난대는 단정해야그러나 코는 형체만 봐서는 안되며얼굴의 기색 변화를 잘 살펴야 마음가짐이 운명을 바꾸기 때문41세부터 50세의 중년 운을 주관하는 코는 얼굴의 한가운데 우뚝 솟은 부위로, 관상학에서는 재물창고로 보며 콧구멍은 창고를 여닫는 문으로 보기 때문에 콧방울로 불리우는 정위 난대는 튼실하고 단단하며 코를 잘 감싸고 있어야 창고를 튼튼히 지킨다는 의미이니 모은 재물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코가 구부러지거나 움푹 패여 있고 계단처럼 층을 이루고 있거나 콧방울이 하늘을 향해 있어 훤히 들여다 보이거나 너무 얇아 부실하면 모두가 창고문이 부실한 형상이니 돈을 벌어도 늘 새나갈 곳이 생겨 제대로 모을 수가 없는 것이다.콧대는 바르고 정위 난대는 단정하고 두툼하게 코를 잘 감싸야 귀격이다. 준두의 살집 또한 튼튼하고 건실해야 경제력은 물론 명예운도 좋고 배우자 운도 좋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코가 작고 짧고 뾰족하며 콧머리가 볼품없으면 사람됨이 옹졸하고 그릇이 작은 사람이니 뜻은 크나 이루어지는 일이 없다. 콧등에 결함이 있으면 재물이 모아지지 않고 배우자 운 또한 좋지 않으며 건강에도 이상이 생긴다. 이마 관골 턱부위는 모두 낮은데 코만 홀로 크게 솟아 있으면 외로운 봉우리가 홀로 솟아있는 모습이니, 高峰一(고봉일력)이라고 한다. 이런 코는 부모·형제의 덕이 없으며, 아무리 노력해도 재물이 모여지지 않으며 있는 재물도 다 날라가니 부모에게 유업을 받거나 때로는 재물을 모았다 해도 일순간에 다 말아먹고 변변한 집 한 칸 없는 거지 신세가 된다.코가 거무튀튀하고 그 검기가 먹물을 발라 놓은 듯하면 파산하며 생명에까지 위험이 생긴다. 잿빛 같은 코를 갖고 돈벌이에 나서는 것은 산에 가서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과 같다. 코가 짧고 콧대가 빈약하면 가난하게 살아가니 빈천한 상이다. 코 중간부위인 연수상(年壽上)에 가로, 세로 주름이 생기면 재물 손실이 크다. 코는 만물을 배양하는 흙과 같은데 주름이 생긴다는 것은 토양이 썩어서 초목이 씨앗 하나 남기지 못하고 말라 죽게 되는 것이니 파산한다. 현재 그 사람의 경제적 여건은 코 중앙의 연수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윤택하고 황명하면 금전적으로 윤택한 생활을 하며 기색이 어둡거나 흉이 있으면 힘든 생활을 한다. 준두에 검은 기색이 침범하면 재물에 큰 어려움이 생긴다. 준두와 연수상이 붉으면 관재이며 검으면 질병이요 백기(白氣)가 돋으면 상(喪)을 당한다.코는 토(土)로 보기 때문에 목(木)의 기(氣)인 푸르스름한 청색이 들어오면 폐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재물로 인한 관재 구설에 시달리게 된다. 코 부위에 불그레한 기색이 들어와 박히면 반드시 구설 쟁투 손재가 생기며, 불그레한 기색이 황명한 자색으로 변하면 화생토(火生土)가 되어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된다. 코 부위에 어둡고 탁한 구진기(句陳氣)로 가득 차면 법적 문제가 생기거나 큰 손재를 당하며, 물안개와 같은 현무기(玄武氣)가 콧방울로 들어가는 듯한 형상은 파산 부도의 징후이다.무역업 유통업을 하는 사람은 코와 옆 이마인 천이궁(遷移宮)을 함께 살펴야 진가를 알 수 있다. 코 부위에서 검고 탁한 연기가 솟으며 인당으로 뻗치면 파산선고를 당한다. 연상수상 옆 부위가 좌신·우신이라하는데, 이 부위에 검은 반점이나 좁쌀같은 불그레한 기색이 들어오면 도둑이 금고를 터는 형상이니 사기당하거나 도둑맞는다. 흔한 현상이지만 코털이 삐져나오면 손재수가 생긴다 하나 이는 옳다고만 볼 수 없다. 금고문을 뚫고 재물이 나온 형상이니 지출할까 말까 고민할 때도 마음이 이에 응하니 코털이 콧구멍 밖으로 새어 나온다. 이는 움켜쥐지만 말고 의미있게 양심적으로 돈을 쓰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재물을 지출한다는 것은 손재는 분명하나 의미 있고 당당하게 내어준다면 이 또한 선업으로 복을 쌓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를 볼 때는 코의 형체만 살펴서는 안되며 시시각각 얼굴에 생겨나는 기색의 변화를 잘 살펴야 한다. 코의 형체 자체가 그 사람의 운명을 바꾸고 삶을 지배하고 다스려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에 담겨진 성정이나 마음가짐이 운명을 바꾸고 삶을 변화시키는 가장 온전한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만상불여심상(萬相不如心相)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다./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

2021-01-24 김나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금성옥진: 쇠로 소리내고 옥으로 떨친다

맹자는 공자에 대한 평가를 음악을 가지고 하였다. 맹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자 같은 분을 집대성(集大成)이라고 하다. 집대성은 음악을 연주할 때 쇠로 만든 악기를 쳐서 소리를 내고, 옥으로 만든 악기를 쳐서 소리를 떨치는 것이다. 쇠로 만든 악기를 쳐서 소리를 내는 것은 음악을 조리 있게 시작하는 것이고, 옥으로 만든 악기를 쳐서 떨치는 것은 음악을 조리 있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조리 있게 시작하는 것은 지혜에 속하는 일이고, 조리 있게 마무리하는 것은 성스러움에 속하는 일이다." 집대성은 모아서 크게 이룬다는 말이다. 맹자는 당시 이 세상에 인간이 출현한 이후로 공자 같은 성인은 없었다고 극찬할 정도로 공자를 존경하였다. 맹자는 맑은 성인인 백이와 책임감 있는 성인인 이윤과 조화에 능한 유하혜라는 성인의 뛰어난 점을 이야기한 후 시중(時中)을 행하는 공자야말로 집대성한 성인이라고 여겨 찬탄한 것이다. 조리라는 말도 평소 자주 쓰는 단어인데 맹자는 그것을 화살 쏘기에 비유하였다. 활을 쏘아 과녁에 적중하는 것은 지혜이고 그 과녁까지 날아가게 만드는 것은 힘이다. 공자는 이런 두 가지를 모두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조리에서 조(條)는 나무의 가지를 뜻하는 글자이다. 나무의 가지가 뻗어서 마치고 다시 뻗어서 마치듯이 그 마치고 시작하는 것을 잘 조절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서 금이니 옥이니 하는 것은 악기의 재료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금(金)은 종(鐘)이고, 옥(玉)은 경(磬)이다. 음악에서 팔음(八音)을 합주(合奏)할 때 먼저 종(鐘)을 쳐서 그 소리를 베풀고 마지막에 경(磬)을 쳐서 그 운(韻)을 거두어 주악(奏樂)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조리가 있다는 것은 음악이나 글을 쓸 때 문장 등의 시작과 끝이 조리가 있게 연결되는 것을 뜻하는데 맹자는 이것을 가지고 지(智)와 덕(德)이 갖추어 있는 상태를 비유하였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1-01-20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포인세티아

잎을 꽃이라고 스스로 속고 서 있는 그대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머리채 가는 허리 붙들고다 헛것이라고, 헛것이었다고그래야만 하듯이웃자, 웃자 깔깔깔 바닥에 휙휙 내던지는 무수한 살점들 한성례(1955~)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 때문에 오히려 그 본질이나 실상을 놓칠 때가 있다. 그것은 보여주는 사물 표면에 가려져 이면에 있는 더 많은 것을 관찰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한 시선이 실제와 다르게 고정될 때 된 진실을 거짓으로, 거짓을 진실로 믿게 되는 것. 따라서 사물의 이치를 아는 것은 그 본성에 다가서는 것으로 이때 시선이 아닌 응시를 요구하게 된다. 마치 '축복'과 '불타는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진 포인세티아가 그러하다. 포인세티아의 붉은 부분은 꽃이 아니라 꽃처럼 생긴 불염포로서 '잎을 꽃이라고' 오인하기도 한다. 불염포는 꽃이 생기면 그 꽃을 보호하기 위해 감싸는 큰 잎을 뜻하는 것으로 언뜻 보기에는 꽃과 유사하다는데 있다. 그러한 시선 속에서 '스스로 속고 서 있는 그대'도 '헛것'을 쫓고 있는 건 아닌지. 이로써 '헛것'에 대한 응시가 가능하다면 거짓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무수한 진실의 살점들'을 보게 될 것이니. 때로는 '불타는 마음'이 축복이 아닌 진실의 눈을 가릴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1-01-18 권성훈

[조성면의 '고서산책']활자와 책의 나라, 한국-손보기 '한국의 고활자'

44종의 우리 활자 표본을 한지로 영인해 첨부한 귀한 업적단 300부만 인쇄 희귀 한정본그중 화성성역의궤 인쇄 정리자,계미자·갑인자·병진자 이목 끌어세계문화사에 빛나는 우리의 발명품으로 '한글'에 '금속활자'를 꼽을 수 있다. 금속활자가 등장하기 이전인 11세기 중반 흙에 아교를 섞어 구운 중국 송나라 필승(畢昇)의 진흙활자도 나왔지만, 고려에서 만든 금속활자에 비할 바 못된다. 단 하나 아쉬운 것은 이 뛰어난 '발명'이 문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명'으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영향력의 부재이겠으나 금속활자의 등장이 인류 문화사의 대사건임을 부정할 수 없겠다.우리 고서 내지 고문헌연구와 관련한 중요인물들로는 '한국서지'의 모리스 쿠랑·'고선책보(古鮮冊譜)'의 마에마 교사쿠(前間恭作)를 비롯하여 천혜봉, 손보기, 윤병태, 안춘근, 류탁일, 이종학 등의 교수 혹은 재야학자들이 있다. 고활자 분야로 국한시켜 놓고 본다면 파른 손보기(1922~2010)의 업적이 독보적이다. 파른의 '한국의 고활자'(1971)와 '금속활자와 인쇄술'(1977)이 바로 그것인데, 이 역저들 덕택에 필자도 우리 고서와 활자에 대해 까막눈을 면하고 약간의 이해라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한국의 고활자'는 44종에 이르는 우리의 활자들의 표본을 한지로 영인하여 첨부해둔 귀한 업적이다. 더구나 이 책은 한정본으로 단 300부만 인쇄된 희귀자료다. 국회도서관은 300부 한정판 가운데서 169번을 소장하고 있다. 필자는 300부 한정본에 포함되지 않은 '별쇄본'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 별쇄본은 한정본과 달리 소프트 커버에 '한국의 인쇄술'이란 논문이 빠져있고 고활자에 대한 해제와 표본만 정리해둔 책이다.그러나 이 책은 손보기 선생이 윤병태 선생께 헌정한 책으로 저자 사인이 들어가 있는 세상에 단 한 권만 있는 자료여서 필자가 애지중지하는 소장 자료 가운데 하나다. 유의미한 고서가 표지와 판권을 갖추고 내용이 온전히 보존되어 있으면서 저자 서명까지 들어가 있다면, 고서시장에서는 특급대우를 받는다.'한국의 고활자'에 수록된 고활자들 중에서 필자의 이목을 끈 것은 1403년에 주조된 계미자(癸未字), 한국 고활자를 대표하는 갑인자(甲寅字, 1435), 조선의 제7대왕 세조가 수양대군으로 개봉(改封)되기 이전인 진양대군(晉陽大君) 시절에 쓴 글자를 자본(字本)으로 삼은 병진자(丙辰字, 1436), 그리고 '화성성역의궤'를 인쇄할 당시에 사용한 정리자(整理字, 1795) 등이다.병진자는 세조의 학문적 깊이와 필력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며 정리자는 '사고전서'의 강희자전체를 글자본으로 한 생생자(生生字)를 본으로 대자(大字) 16만자, 소자(小字) 14만자를 제작, 조선후기 인쇄문화의 꽃을 피운 활자로 특별한 관심이 간다.그 외 다양한 목활자(木活字)에 도자기를 구워 만든 도활자(陶活字)도 있었고, 심지어 박을 파서 만든 포활자(匏活字)도 있었으나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이처럼 책과 활자에 관한 한 우리는 세계적인 국가이다. 병인양요 당시 강화도에 상륙한 프랑스군이 허름한 민가에서도 책을 소장하고 있는 것을 보고 매우 놀라워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우리는 지금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길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가족도, 친구도, 사회활동과 레저 생활도 제약을 받은 상황에서 팬데믹 블루를 이겨낼 마음의 방역은 무엇인가. 산책, TV보기, 바둑, 혼술, SNS도 있지만 책(독서와 고서 감상)도 있다. 정치적·정서적 곤경에 처한 채 땅끝마을 해남에서 은거하던 윤선도가 고독을 달래기 위해서 연시조 '오우가'를 읊으며 수·석·송·죽·월이란 다섯 벗과 함께 생의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갔듯 우리도 코로나 블루를 이겨낼 각자의 오우(五友)가 있어야 한다./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지혜샘도서관 관장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지혜샘도서관 관장

2021-01-17 조성면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통공역사: 공을 교통하고 일을 교역한다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직업의 종류가 많기 때문에 분류하여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는 그저 사농공상이라는 말로 직업을 구분하였다. '관자'에 보면 백성들을 사민(四民)으로 나누어 농사상공(農士商工)으로 이야기하였다. 역사적으로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그 성격에 따라 이름을 붙이게 되었는데 점점 고도화되는 면을 표현해주고 있는데 지금 우리가 4차 산업이라 부르는 것이 그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먹고 사는 일이 가장 기본인데, 임금은 백성을 하늘처럼 여기고 백성을 이 '식(食)'을 하늘처럼 여긴다는 말처럼 '식(食)'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맹자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백성들에게 생존의 중요성이 더 절실했을 수 있다. 그래서 맹자는 늘 백성이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인 항산(恒産)을 강조하였다.하지만 맹자는 먹고 사는 '식(食)'과 함께 건강한 인문환경을 만들기 위한 건전한 '심(心)'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한 사상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식(食)'을 창출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사회적으로 건전한 '심(心)'을 형성하는 일도 말 그대로 일로 보았다. 사(事)가 각각의 중요한 분야의 관점에서 말하는 일을 뜻한다면 공(功)은 그 일을 통해 구현한 실제적 효과를 말한다. 어느 분야에서 하는 일과 그 일의 효과는, 다른 분야의 일과 그 일의 효과와 서로 교통하고 교역해야 한다는 것이 맹자의 생각이었다. 맹자 이전에 이미 관자는 "옛적의 왕들은 농부와 선비와 상인과 장인 네 직업의 백성이 각기 노력을 하여 그 결과물을 서로 바꾸게 해서 한 해가 끝났을 때 이익이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도록 했다"고 하여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현대사회는 어느 때보다 교통과 교역을 통한 융합이 필수적인 사회이다. 합리적인 분업과 융합을 통한 경제적 사회적 안정을 이루는 것이 과제인 사회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1-01-13 철산 최정준

[생활법무카페]개정 상가임대차법, 계약 갱신요구권

임차인 A씨는 2013년 11월1일에 건물주 B와 상가건물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웨딩업을 시작한 뒤 1년 단위로 계약이 갱신돼 왔으며 2018년 11월1일이 5년째 갱신된 임대차의 종기입니다. 그런데 2018년 10월16일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임차인의 10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개정법 10조 2항은 시행 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부터 적용한다)이 시행되자 2018년 11월1일(1개월 전에 갱신청구는 한 상태임)에 A는 자신의 갱신요구권은 10년이 보장돼야 한다고 B씨에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A씨는 2018년 11월1일에 임대차가 종료할까요?상가임대차법은 제10조 제1항과 제3항의 규정에서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하면 제1항 단서에서 정하는 사유가 없는 한 갱신을 거절하지 못하고 전 임대차와 같은 조건으로 재계약된 것으로 보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개정 상가임대차법은 갱신요구권에 대해 10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그 부칙 제2조는 '제10조 제2항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부터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 시행 후 갱신되는 임대차'에 대해 대법원은 "개정 상가임대차법이 시행되는 2018년 10월16일 이후 처음으로 체결된 임대차 또는 2018년 10월16일 이전에 체결되었지만 2018년 10월16일 이후 그 이전에 인정되던 계약 갱신 사유에 따라 갱신되는 임대차를 가리킨다고 보아야 하므로 개정 법률 시행 후에 개정 전 법률에 따른 의무임대차 기간이 경과해 임대차가 갱신되지 않고 기간만료 등으로 종료된 경우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위 대법원판례에 따르면 A씨는 B씨에게 10년의 계약갱신청구권을 요구할 수 없어 결국 2018년 11월1일자로 임대차계약은 종료된다 할 것입니다./김정준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김정준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

2021-01-12 김정준

[시인의 꽃]지상에 없는 잠

어젯밤 꽃나무 가지에서 한숨 잤네 // 외로울 필요가 있었네 // 우주에 가득 찬비를 맞으며 // 꽃잎 옆에서 자고 깨보니 // 흰 손수건이 젖어 있었네 // 지상에서 없어진 한 꽃이 되어 있었네 // 한 장의 나뭇잎을 서로 찢으며 // 지상의 입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네 // 저물녘 마른 껍질 같아서 들을 수 없는 말 // 나무 위로 올라오지 못한 꽃들은 // 짐승 냄새를 풍겼네 // 내가 보았던 모든 것과 닿지 않는 침대 // 세상에 닿지 않는 꽃가지가 좋았네 // 하늘을 데려다가 허공의 아랫도리를 덮었네 // 어젯밤 꽃나무에서 꽃가지를 베고 잤네 // 세상과 닿지 않을 필요가 있었네 // 지상에 없는 꽃잎으로 잤네최문자(1943~)내가 나로 있게 하는 것은 자신만의 특이성에서 오는 것 같지만 차별성에서 비롯된다. 이 차별성은 스스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와 타자로부터 생겨나는 것으로 그것은 각자의 다름에 있는 것. 따라서 나와 너는 고유한 너와 나의 집합체로서 공동체라는 관계망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꽃으로 말하자면 서로의 '꽃잎'을 매달고 있는 '우리'라는 '꽃나무'인 것. 때문에 우리는 우리에 갇혀 오히려 자신의 민낯을 볼 수 없다는 것인데 때로는 그것을 알기 위해 '외로울 필요'가 있다. 요컨대 꿈을 꾸듯이 자신을 벗어나 '지상에서 없어진 한 꽃'으로 지상에 있는 자신을 바라보면 '한 장의 나뭇잎을 서로 찢으며 지상의 입들로 짐승처럼 싸우고' 있지 않던가. '세상에 닿지 않는 꽃가지가' 있다면 그러한 꽃은 '지상에 없는 꽃잎'으로 꿈을 꾸는 꽃잎인 것. 여기서 '세상과 닿지 않을 필요가' 있는 사람을 말하고 있는데 말하자면 꿈을 꾸는 '시인'으로서 바로 그 존재 이유를 물을 수 있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1-01-11 권성훈

[권순대의 '대사 한 줄로 읽는 연극']사랑에 빠진 표정

교양연극 '에볼루션 오브 러브'는사랑의 담론에 관한 보고서사랑을 하는 사람이 듣고싶은 말 "사랑해"라는 말의 대답으로 충분한 말은 "사랑해"이기 때문연극 '에볼루션 오브 러브'(연출·이영은, 1월8~17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는 사랑에 관해 말하고 있다. 본격 교양연극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작품은 사랑에 관한 주석에 가깝다. 모두 열 두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무대는 수많은 참고 문헌을 인용하며 사랑에 관해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사랑의 담론에 관한 보고서이다.열 두개의 장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열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독립된 장면으로 구성된 열개의 장은 사랑의 기원, 사랑 찾기. 너무 많은 사랑, 사랑의 고통, 인공적 사랑, 사랑과 가족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셰익스피어와 라신의 작품에서 대사를 인용하기도 하고 사랑에 관한 사회문화적 의미를 탐구하기도 하며 심리학과 생물학에서 말하는 사랑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그렇게 이 보고서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이 보고서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사랑에 빠진 표정'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행동이며 사랑은 행복이 아니라 희열이라고 보고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반복적으로 보고라는 말과 보고서라는 말을 쓰는 까닭은 이 작품은 사랑을 주제로 한 인물 사이의 사건을 다루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랑에 빠진 표정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말할 뿐 사랑에 빠진 인물의 이야기는 없다는 말이다.아무튼 '사랑에 빠진 표정'이라는 말에는 묘한 그 무엇이 있다. 여기 사랑을 하는 사람과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리고 사랑을 하는 사람이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고 하자. 여기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사랑에 빠진 표정을 볼 수 있을까. 당연히 볼 수 없다. 사랑을 하는 사람의 사랑에 빠진 표정은 사랑을 하는 사람 자신이 볼 수 없다. 그 표정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사랑을 받는 사람이다. 사랑을 하는 사람은 사랑을 받는 사람의 표정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표정은 사랑하는 사람 자신의 표정이 아니다.나르시스와 에코의 이야기에 유사한 장면이 나온다. 나르시스가 수면에 비친 나르시스를 잡으려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그 모습을 멀리서 에코가 지켜보고 있다(여기서는 나르시스보다 에코가 중요하다). 에코는 나르시스를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다. 에코는 벌을 받아서 스스로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누군가가 한 말을 따라서 할 수는 있다. 다만 끝 부분만 따라 할 수 있다. 에코가 메아리라는 뜻인 까닭이다.수면 위의 나르시스를 바라보며 나르시스가 말했다. 나르시스는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잡으려 한다. 하지만 잡으려고 손을 뻗으면 사라지고 만다. 아무리 반복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르시스가 말했다. "사랑해." 그 장면을 지켜보던 에코가 이때다 싶어 따라서 말했다. "사랑해." 에코가 얼마나 하고 싶었던 말이던가.그런데 실상은 이렇다. 나르시스가 한 말은 "Why do you fly from me"였다. "왜 도망가니"정도로 옮기자. 그러니까 "사랑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라고 하자. 에코가 그토록 간절하게 하고 싶었던 그 말이다. 에코가 따라서 말했다. 에코는 다른 사람의 말을 다 따라서 할 수가 없으니 끝 부분만 따라서 말했다. "Fly from me"라고. "가버려", "꺼져", "꺼지란 말이야"라는 말로 바뀌어 버렸다. 아마도 에코는 "사랑에 빠진 표정"을 보았을 것이다. 비록 그 표정이 자신을 향한 것은 아니었을지라도.사랑을 하는 사람이 사랑을 받는 사람에게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사랑해"라는 말에 대한 대답으로 충분한 말은 "사랑해"라고 장-뤽 낭시는 말했다. "사랑해"라는 대답으로 충분한 까닭은 '사랑의 의미란 말하는 그 순간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며 '그 표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말'이 바로 "사랑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연극 '에볼루션 오브 러브'가 보고하는 사랑의 의미를 모두 암기하더라도 '사랑에 빠진 표정'을 볼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사랑해"라는 말이 필요할 뿐이다./권순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권순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021-01-10 권순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여중락악: 대중과 함께 음악을 즐긴다

맹자가 활동하던 시대는 합종연횡의 전국시기였다. 진나라에서는 법가인 상앙을 등용하여 왕의 권력과 백성의 통제를 강화했다. 초나라와 위나라에서는 오기를 등용하고 제나라에서는 손빈과 전기를 등용하여 군사력을 강화하던 시기였다. 맹자는 당시 왕들에게 인정(仁政)을 펼치기를 권하였지만 당시 왕들은 그 말이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여겨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럴 때 맹자가 사용한 대화법의 구체적 내용은 '함께 즐김'이었고 이를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하였다. 음악도 그중의 하나였다.어느 날 제나라의 신하에게 왕이 자기는 음악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맹자에게 전하자 맹자는 왕이 음악을 좋아하면 나라는 잘 다스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후일 왕을 직접 만나서 왕이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노라고 이야기하자, 왕은 겸연쩍게 말한다. "나는 그저 세속의 음악을 좋아할 뿐입니다." 그러자 맹자가 이야기한다. "왕께서 음악을 좋아하심이 심하면 제나라는 거의 다스려질 것입니다. 세속의 음악이 곧 선왕의 음악입니다." 그러자 왕이 의심스럽게 묻는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에 대해 맹자는 '함께 즐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음악을 혼자 들으며 즐기는 것보다 사람들과 함께 들으며 즐기는 것이 더 즐겁다는 인간의 상정(常情)을 꺼내 든다. 당시 학정에 백성들은 굶주림에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고대 궁실에서 혼자만 음악을 즐기게 되면 백성들은 그 음악을 즐거워하지 않는다. 거꾸로 백성들이 굶주리지 않는 정치 환경이라면 그 음악소리를 듣고 즐겁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것이 맹자의 함께 즐김이다. 왕이 선왕의 음악을 혼자 즐기는 것보다 세속의 음악을 백성과 함께 즐기는 것이 진정한 즐거움이라는 맹자의 철학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1-01-06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사람이 꽃이다

걸어서 입까지 왔다 / 입 속에 꽃이 피었다면 / 그건 말랑말랑한 혀의 품성 덕분이겠지 / 붉은색이 더 붉어진다면 / 입 속 어딘가 홍등 심지를 올리는 기계가 있겠다 / 작년의 꽃씨와 또 그 전 해에 묻은 꽃씨들이 / 때론 썩고 때론 싹 트면서 / 생긴 꽃밭의 소슬한 면적 때문에 / 혀가 혀 위에, 그 밑에 다시 혀가 뒤엉킨 / 화류항(花柳巷)의 질투는 번지는 거지 / 베체트병도 꽃의 언어가 우울해지면서 시작되었어 / 입 속의 잎을 따서 끼니 끓이는 원경(遠景)도 / 내 입 속에서 꾸미는 일, / 혀를 만든 이가 / 강철 꽃잎을 사용했다면 / 혀는 수백 번 꽃의 그늘에서 수런거리지만 / 꽃에게도 혀를 닮은 벌레가 있어 / 암술과 수술이 근심하며 독대(獨對)하는 거라지 / 짐승의 몸을 빌리는 꽃의 노래는 힘들어 / 꽃을 완성해야 하는 혀의 노래도 힘들어 송재학(1955~)우리는 말로 살고 말로 죽는다. 그만큼 말은 각자 살아 있음을 서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준다. 거기에 서로 만나고 헤어지는 일상성 속에서 입은 말을 담고 있는 무한한 그릇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사람에게 꽃과 어울리는 것이 있다면 검은 입속에 혀가 아닐까. 각자 검은 속내를 감추고 있지만 입을 여는 순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혀 꽃'이 피어나지 않던가. 따라서 '입 속에 꽃이 피었다면 그건 말랑말랑한 혀의 품성 덕분이'가 되는 것, 서로의 만남으로 즐거움이 배가 된다면 혀의 '붉은색이 더 붉어진다'는 것으로 꽃이 되고 꽃밭이 되는 것. 그것은 마치 '입 속 어딘가 홍등 심지를 올리는 기계가' 작동하는 것처럼. '혀가 혀 위에, 그 밑에 다시 혀가 뒤엉킨' 상태로 마주 보게 되는 것은 '내 입속의 말이라는 잎새를 따서' 건네는데 '내 입 속을 꾸미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오늘도 말을 하고 살아가는 당신의 '혀는 수백 번 꽃의 그늘에서 수런거리면서' 피어나는 것이니. 그 아름다운 입으로 '짐승의 노래'를 하지 말라.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1-01-04 권성훈

[손경년의 '늘찬문화']일상의 새로운 재편을 이끄는 문화정책 소망

새해도 '일상의 비일상'시대 계속그런데 문체부 예산항목을 보면방식에 대한 근본물음, 알길이 없다비대면시대 사회 관계망·집단 연결소통방식 등 공공역할 더 섬세하게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아침잠을 깨우면, 서둘러 세수하고 밥 먹고 옷을 차려입고 일터로 나갔다. 사람을 만나서 의견을 나누고 쉴 새 없이 발생하는 일거리에 대해 나름의 해석, 제대로 된 판단과 결정을 위한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하루가 고단하다고 투덜거렸다. 일이 끝나면 맛있는 음식점에서 친구와 식사를 하고 좀 더 이야기하고 싶으면 커피 한 잔도 했다. 주말에는 각기 따로 사는 가족들을 만나거나 공연장을 가기도 하고 전시를 보거나 등산을 하기도 했다. 이런 일상은 너무 당연하면서도 소소하여 굳이 낱낱이 기억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2020년 초, 당연하고 소소한 일상이 '코로나19'로 인해 느닷없이 멈추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물리적 거리두기'와 함께 '코로나가 누그러지면 그때 만나자'라는 말로 '마음의 거리두기'까지 하도록 만들었다.우리는 2020년 한 해의 마지막 날까지 계획의 지연과 무너진 기대, 그리고 지속되는 '일상의 비일상' 상황에서 2021년의 첫날을 여유 없이 맞이하게 되었다. 답답하지만 올해 일상의 회복을 맞게 될지 혹은 새롭게 재편해야 할 일상이 될지 여전히 알기 힘들다. 집합에 대한 우려 탓으로 시민의 생활문화 참여와 예술가의 창작활동 위축으로 인한 어려움은 다른 산업영역이나 소규모 자영업자의 고통과 비견하여 절대로 모자라지 않는다. 삶의 양태, 조건, 지형의 변화가 이렇듯 극심한데 정부의 문화와 예술영역에 대한 인식과 비전,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정책은 어떤 방향인지 궁금하다.작년 12월2일 국회에서 심의·확정된 2021년도 문체부 예산은 6조8천637억원이었다. '코로나19'에 지친 국민의 안전한 문화생활을 위한 예산의 확대와 문화예술·콘텐츠·관광·체육 등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피해 업계의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반영하였다고 한다. 전체 예산 중, 문체부 소관의 한국판 뉴딜 예산은 2천967억원이다. 뉴딜 예산은 크게 세 분야로 나누어져 있다. 디지털 뉴딜 예산은 2천536억원(스마트관광 활성화, 예술창작지원, 온라인 미디어 예술활동 지원,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지원, 음악산업 및 대중문화산업 육성, 실감형 콘텐츠산업 육성, 문화기술 연구개발, 저작권 보호 및 이용활성화 기술개발, 융복합 관광서비스 사업화 지원 등)이며, 그린 뉴딜 예산은 356억원(공공문화시설 에너지 저감화, 국민체육센터 건립지원)이다. 그리고 안전망 강화 예산은 75억원(예술인 고용보험 도입, 만화산업 육성, 국립장애인도서관 운영)이 반영되었다.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다양한 방식의 비대면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신규사업으로 스마트 박물관 미술관 구축(67억원), 온라인 문화예술교육 지원(20억원), 재외문화원 한국문화제(80억원), 인공지능 연계 콘텐츠 확산기반 조성(43억원), 온라인 실감형 케이팝 공연 제작 지원(265억원), 교육용 게임콘텐츠개발(60억원), 스마트기술 활용 종목단체 활성화(100억원), 비대면 스포츠시장 육성(39억원), 관광한국 실감콘텐츠 제작(12억원), 지역특화형 숙박시설 조성(20억원) 등이 있다. 문체부는 "모든 국민이 문화와 행복을 누리고, 문화·체육·관광 분야 미래먹거리를 마련하며, 문화콘텐츠·관광·스포츠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국가경제를 선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발표했으며 "올해 세출 예산의 70% 이상을 상반기에 배정, 효율적 예산 집행을 통해 경제활력 조기 회복을 뒷받침할 예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이전의 일상과 코로나 이후의 삶의 양태가 변화할 수밖에 없는데, 문체부 예산 항목을 보면 참여·체험과 관광의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하여, 미즈노 가즈오의 '보다 멀리, 보다 빠르게'라는 경제전략을 '보다 가깝게, 보다 천천히'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처럼, '코로나 소용돌이'는 성장동력으로 여겼던 '규모의 경제학'을 다시 살펴보고 '사회적 거리'를 두어야 하는 비대면에 대해 어떠한 시·공간적 조건에서 사람들이 이웃과 협력하는지를 이해하는 정책을 요구하고 싶다. 다시 말해 2021년에는 사회적 관계망의 형성과 집단 간의 연결, 소통의 방식을 찾기 위한 공공의 역할을 더욱 더 섬세하게 담아내는 문화정책을 소망한다./손경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손경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

2021-01-03 손경년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아송득소: 아와 송이 제자리를 찾았다

논어를 살펴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내가 위나라에서 노나라로 돌아온 후에 음악이 바루어져서 아와 송이 각각 제자리를 찾았다." 공자가 위나라에서 노나라로 돌아온 시기는 공자의 나이 68세 때로 추정되는데 공자의 주유천하가 끝난 해이기도 하다. 후대에 이 구절을 두고 당시 노나라에 상대적으로 예(禮)는 잘 보존되어 있었지만, 악(樂)은 흐트러져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 공자가 여러 나라를 주유하면서 다양한 노래와 가사의 자료들을 접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공자가 시경(詩經)을 정리하면서 시와 악을 각기 내용과 종류에 따라서 분류했다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시경'을 내용에 따라 풍(風), 아(雅), 송(頌)으로 나눈다. 풍은 민간에서 유행하는 민요이다. 아송(雅頌)에서 아(雅)는 주나라 왕실에서 연주하던 악곡, 송(頌)은 종묘에서 제사 지낼 때 쓰던 무악이다. 풍이 대부분 서정적 내용이라면 아와 송은 주로 서사적인 내용이다.묵자가 음악을 비판한 것에 비해 순자는 음악을 극찬했다. 그는 음악의 효과를 내세우며 묵자를 비판한다. 묵자의 경우 자신이 무언가 비판할 때 그 근거로 '성인도 그랬다'는 식의 논법을 사용한다. 묵자는 음악은 성왕들이 부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순자는 정반대의 주장을 한다. 묵자가 성왕들이 음악을 부정하였다고 하였으니 성왕들의 음악에 대한 내용 중 먼저 '아송(雅頌)'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선왕들은 어지러움을 싫어했기 때문에 아송(雅頌)의 음악을 제정한 것으로 보았다. 그 아송의 소리는 즐거우면서도 악한 데로 빠지지 않게 한다. 그 가락과 장단으로 사람의 선한 마음을 감동시켜 삿되고 더러운 기운이 가까이 할 수 없게 한 것이 바로 선왕들이 음악을 정립한 이유인데 묵자가 이를 부정하였으니 크게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은 때를 벗어나서 생각할 수 없으니 지금의 음악을 가지고 옛날의 음악을 왈가왈부하기 힘들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12-30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복사꽃 물결

안개 같은 외로움을 나는 보았다진한 담홍색의 울음이 마을의 한가운데부끄러운 허리끈 풀고 있는 것을복사꽃의 어지러움이그대 빈혈의 강을 건너 물결친다앞가슴 애틋하게 조여 오는 물빛 어린 아지랑이를봄 햇살 속에서 넋 놓고 보았다이따금 부는 바람에도 담홍색 파도는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복사꽃으로 문지른 나의 몸 위로진한 그리움이 하염없이 물결친다고광식(1957~)언어의 한계는 이것을-그것으로 모두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에서 온다. 그만큼 하나의 단어로는 사물의 능력이나 작용에 비하여 특징을 살리지 못하고, 담지 못하기 때문에 대체할 수 있는 표상들이 필요한 것. 그러한 제한적인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파생된 것이 바로 꽃말 같은 것으로 그것만이 가진 고유성을 보조적으로 부여하는 데 있다. 따라서 꽃말은 꽃이 거느리고 있는 여러 가지 의미를 대리 표현하는 상징적인 기호로서 말하자면 복숭아꽃, 도화라고도 불리는 '복사꽃'도 마찬가지. 4~5월에 '안개 같은 외로움'으로 개화하는 복사꽃은 희망, 용서, 사랑의 노예 등의 꽃말을 가진다. 이 꽃은 '진한 담홍색의 울음이 마을의 한가운데' 희망으로 피어나기도 하고, 누군가에는 '앞가슴 애틋하게 조여 오는' 용서로 다가오기도 하며, 때론 오로지 한 사람을 위해 '봄 햇살 속에서 넋 놓고' 있는 사랑의 노예가 되기도 한다. 이른바 '복사꽃 물결'은 누군가 '문지른 나의 몸 위로' 나 아닌 자신을 주관하는 '진한 그리움'의 다른 말이 되는 것이다. 지금도 당신 안에서 '하염없이 물결치는'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이 있다면 그것이 형언할 수 없는 또 다른 '사랑의 꽃말'로 자라나고 있다는 증거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0-12-28 권성훈

[주종익의 '스타트업']메타버스

시공 초월한 '가상 세계' 연결매트릭스 파란약·서태지 교실이데아인간이 인공지능을 만드는 이유?신·영혼·우주 형이상학의 영역향후 20년내 가장 핫한 분야 될 것세상이 혼란스럽고 더는 기대할 것이 없으면 무언가 환상적이고 자극적인 판타지 세상을 동경한다. 이제까지 내가 살던 세상보다 더 재미있고 행복하고 진실한 세상은 어디에 없을까?현실의 세계 저 너머 내가 직접 가볼 수 없는 세계를 지금 여기에서 체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인간의 꿈이었다. 과학자들은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 XR(확장현실)과 같은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연결하고 체험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으며 이러한 복잡한 용어들을 뭉뚱그려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또 만들어냈다.메타(Meta)라는 말은 무엇을 넘어서라는 뜻이다. 메타피직스(형이상학), 메타버스(초월세계), 메타데이터(데이터의 데이터), 메타심리학(초월 심리학) 등은 이러한 의미를 포함한 분야들이다. '메타버스'란 'Meta+Universe'로 현실 세계를 넘어선 가상 또는 초월의 세계를 통칭하는 말이다. 우리 현실의 세계에는 시간과 공간이 내가 존재하는 곳에 한정되어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세계를 입체적으로 보거나 창조하려면 가상의 세계를 상상하는 수밖에 없다. 왜 우리는 신이 보이지 않고 영혼이 어디 존재하는지 모를까? 인간의 시간과 공간 영역에 들어오지 않기(존재) 때문이다.만일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지금의 장소에서 마음대로 가상의 세계를 통하여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면 그 또한 환상적인 일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주인공 네오에게 빨간약과 파란약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요구한다. 빨간약은 진실의 세계이고 파란약은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가상의 세상을 의미한다. 네오가 사는 파란약의 세계를 인간들은 진실의 세계라고 믿고 있지만, 누군가 깨어 있는 사람이 나타나 이들을 깨우쳐 주기를 바라는데 그 사람이 바로 네오다. 당연히 네오는 빨간약을 선택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 인간들은 이 파란약의 세상을 만들겠다고 인공지능을 열심히 만들어 가고 있는지 모른다.현실보다 더 진짜 같은 짜릿한 세상을 살기 위해 오늘도 우리 인간들은 백방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테스형(소크라테스)은 2000년 전에 우리 인간은 쇠사슬에 발목이 묶인 채 동굴에 갇히어 동굴 벽에 비친 그림자를 보며 진짜 세상인 줄 알면서 살고 있다고 했다. 저너머 진짜의 세상인 이데아의 세계가 있다고 하는 이원론을 말했다. 저 하늘 어딘가에는 천당이라고 생각되는 진리의 세상이 있을 것 같고 무지개 저 너머엔 황금이 뒹굴고 꿈이 이루어지는 행복한 곳이 있을 것만 같다는 상상을 했다. 서태지는 교실 이데아라는 노래에서 지금의 학교는 입시 위주의 가짜학교이고 인성을 가르치는 진짜 학교를 우리는 원한다고 노래했다.철학자들은 그 진짜의 세계가 무엇인지 찾겠다고 열심히 주먹질하듯 자기 생각이 옳다고 다툰 것이 2천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이때 형이상학이란 단어가 등장했으며 통상 존재론을 형이상학이라 불러왔다. 형이상학을 영어로 '메타피직스'(Metaphysics=Meta+ Physics)라고 한다. 형이상학은 우리 손으로 만져지는 물리적 세계를 넘어선 저너머 정신적인 사유의 세계에 존재한다. 우리는 "영혼이 있다/없다", "마음이 있다/없다"라는 말을 아무 생각하지 않고 쓰고 있지만, 영혼이 어디 존재하는지 마음이 어디 있는지를 밝히려고 무단히 애를 쓴 학문이 존재론이다. 신, 영혼, 우주 등은 우리의 감각의 세계를 넘어선 형이상학의 3대 영역이라 할 수 있다.메타버스는 향후 20년 이내 가장 핫한 분야가 될 것이다. 새로 이사 갈 집의 인테리어와 가구 배치 등을 미리 구성해 본다든가 오늘 저녁 식사를 할 횟집의 위치는 어디이고 예약한 방의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고 오늘 먹을 회는 얼마나 신선하게 관리되는가를 알 수 있는 정도는 초보단계이며 이미 일상이 되었다. 당연히 스타트업 경영자들은 멀리 보고 내일의 먹거리가 될 메타버스 분야를 깊이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달려들어야 할 듯하다./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

2020-12-27 주종익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출입무질: 나가고 들어옴에 질병이 없다

24절기를 보면 낮이 제일 긴 때가 하지이고 밤이 제일 긴 때가 동지인 것은 대부분 알고 있는 상식인데 이 가운데 고인들은 유독 동지를 중요시 여겼다. '주역'의 복(復)괘에 그 인문학적 의미가 들어있다. 주역은 64개의 괘(卦)라는 부호체계를 기본으로 구성되어 있다. 괘는 태극기에 있는 괘들처럼 삼층의 구조로 이루어진 8괘와 6층의 구조로 이루어진 64괘로 구분되는데 64괘는 8괘가 위아래로 중첩되어(8×8=64) 만들어진 것이다. 3층이나 6층을 구성하고 있는 한 층을 획(화)이라고 하는데 6층 구조인 6층 집을 지을 때 1층부터 지어 올리듯이 괘를 그릴 때도 맨 아래 획부터 그어 올라간다. 획은 두 가지 종류인데 하나는 한 일자로 이어진 모습( )과 한 일자의 가운데가 끊어진 모습( )인데, 이어진 부호를 양(陽)이라 하고 끊어진 부호를 음(陰)이라 한다. 양은 볕 양자로 밝고 따뜻한 낮에 해당하고 음은 그늘 음자로 어둡고 추운 밤을 상징한다.64괘는 사람이 거주하는 6층 건물로 비유하면 6층 전체가 불이 켜져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건괘(乾卦)도 있고, 6층 전체가 불이 꺼져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곤괘(坤)도 있다. 복괘(復卦 )는 사람이 거주하는 6층 건물로 보면 맨 아래 1층만 불이 켜져 있고 나머지 5층은 모두 불이 꺼져있는 모습이다. 원래는 6층이 모두 불이 꺼져 깜깜한 모습의 곤괘(坤卦 )였는데 1층에 다시 첫 불이 켜진 것이다. 이렇게 6층 건물에 모두 불이 꺼져 있다가 처음으로 1층에 불이 다시 켜진 모습은 계절의 기후로 보면 음적인 기후가 지극해진 상태에서 다시 양적인 기후가 처음으로 시동을 건다는 의미이다. 밝고 따뜻함을 처음으로 회복하는 때로 양명한 기운을 회복하여 질병이 없는 건강한 상태를 확충시켜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건강으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는 지금 동지의 기운이 절실하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12-23 철산 최정준

[생활법무카페]파산면책후 누락 채권자가 소송제기

A씨는 2004년경 파산 신청하여 2007년 10월경에 면책 결정을 받아 확정됐으나 실수로 파산 당시의 채권자 B파산채권자를 목록에 누락하였고, B씨는 A씨를 상대로 2011년에 소송을 제기해 확정된 이행권고결정을 받아 2020년에 A씨의 통장에 압류를 진행하였습니다. 이 경우 A씨는 구제방법이 없을까요?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면책 결정이 확정되면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파산절차에 의한 배당을 제외하고 모든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전부에 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됩니다. 파산채권은 그것이 면책신청의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않는 한 면책의 효력으로 그 책임이 면제됩니다(2015다71177). 다만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은 책임이 면제되지 아니합니다(파산법 566조). 보통 파산절차에서 채권자를 일부 누락하는 채무자들은 경황이 없고 채무가 오래되어 과실로 누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채무자가 단순한 과실로 파산절차에서 누락하였고 누락된 채권자가 권리행사를 한다면 채무자는 '청구이의 소' 또는'면책확인의 소'로써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위 사안에서는 A씨는 B씨를 상대로 청구이의 소를 제기하여 파산절차에서 B씨의 채권을 누락한 경위에 대하여 소명하여야 합니다. 만일 B씨가 가지고 있는 것이 '집행력 있는 판결정본'이라면 A씨가 구제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판결의 경우 집행력을 배제하기 위한 청구이의 사유는 위 판결의 변론종결 이후의 사유만 가능하기 때문에 A씨는 면책 이후 B씨가 제기한 소송절차내에서 적극적으로 면책의 효력을 주장하였어야 합니다. 확정된 이행권고결정이 아닌 확정된 지급명령이나 집행증서를 받게 된 경우에도 해결방법은 위와 동일합니다./김정준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김정준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

2020-12-22 김정준

[시인의 꽃]혀가 꽃 핀다

혀가 꽃 핀다 / 손가락이 시를 쓰는 동안 //딱 달라붙은 입술 / 안에서 / 혀가 꽃 핀다 //손가락이 똥꼬를 헤집는 동안 / 혀가 꽃 핀다 //거품이 꽃 핀다 //죽어 벌어진 피조개껍질 / 닫히지 않는 입술 //벌려도 벌려도 벌어지지 않는, //죽어도 죽어도 죽어지지 않는, //장옥관(1955~)인간 정신은 하나로 구성되어 있지 않듯이 다양한 감정들이 모순적 요소로 얽히고 설켜 있다. 말하자면 동일 대상에 상반된 것이 함께 지니고 있는 성질을 양가적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이른바 양가감정이 생겨난다. 양가감정은 애증(愛憎)과 같이 애정과 증오가 반대되지만 두 감정이 동시에 있는 경우로서 역설적인 측면에서 고통과 쾌락이 공존하는 것과 같다. 많은 시인들이 한편의 시를 고통 속에서 피는 꽃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는 고통을 동반하는 쾌락으로 연결되면서 '딱 달라붙은 입술 안에서 혀가 꽃'을 피우는 것, '죽어 벌어진 피조개껍질'을 보라. 단단함 속에 감추어진 부드러움의 '닫히지 않는 입술'을 내밀고 있지 않던가. 이 입술은 시어가 통과하는 세계를 향한 '모순의 입술'로서 '벌려도 벌려도 벌어지지 않는' 진실과 '죽어도 죽어도 죽어지지 않는' 거짓이 함께 공속 되어 있다는 것. 거기에 그 모든 것들이 피워내는 것은, 한낱 실체가 없는 '거품이 피워 낸 꽃'에 불과하다는, 공백의 자명성을 일깨워 준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0-12-21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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