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포인수유: 물거품은 물로 인해 있는 것이다

불가의 경전인 금강경에 보면 어떤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한강의 모래알 숫자만큼 세세토록 보시를 하는 복덕보다 금강경의 게송을 깨달아 들려주는 것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하였다. 사람마다 가장 소중한 것이 자신의 목숨인데 어째서 한 게송을 제대로 설하여주는 것이 사람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목숨을 한량없이 보시하는 것보다 더 크다고 했을까? 이는 불가의 세계관 때문이다. 금강경에서는 세계의 참모습은 가거나 오는 것이 없이 如如하게 움직이지 않으니 이 세계의 모든 현상을 꿈과 같고 환영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고 이슬과 같고 번개와 같은 것으로 관찰하라고 하였다.바다의 물거품을 관찰해보면 순간 일어났다 사라지고 다시 또 일어났다 사라짐이 끝이 없다. 그 수많은 물거품이 중생이 겪어온 생멸에 해당한다. 잘 보면 그 물거품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다. 그저 大海가 만들어내는 현상일 뿐 大海 그 자체는 어디서 오거나 간 적이 없다. 거품은 끊임없이 생멸을 하지만 대해는 생멸이 없다. 그러므로 거품이 중생이라면 대해는 如來이다. 거품을 아무리 많이 보시한들 大海를 통째로 깨닫게 해주는 보시의 공덕과 비교할 수 있을까? 금강경에서 말하는 보시(布施)는 한 물거품에 머물지 않고 大海를 통째로 선물하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인데 그런 보시를 하는 분들이 부처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5-23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삼백 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찬란한 슬픔의 봄을김영랑 (1903~1950)5월에 개화하는 크고 화려한 모란꽃은 부귀와 명예를 상징하며, '꽃 중의 왕'이라고 하여 '화중지왕(花中之王)'으로도 불린다. 누구에게나 모란꽃처럼 불꽃으로 타올랐던 화려한 날들이 있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그 환희의 순간 뒤에 찾아오는 공허함과 허탈감은 어디서, 어떻게 오는가. 이 시는 봄날 뒤에 찾아오는 안타까움을 모란꽃에 비유하면서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에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겨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을 맞이하는 정경을 그리고 있다. '여윈 봄'을 있게 한, '오월 어느 날'의 지금쯤 '떨어져 누운 꽃잎'들이 시들어가는 현장에서 우리는 기쁨이 클수록 슬픔도 비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모란이 피기까지" 일 년을 기다려야 하는 마음에 떨어진 꽃잎은 '찬란한 슬픔의 봄'이 되고, 슬픔도 찬란할 수 있다는 '언어적 모순'을 통해 '실제적 진실'에 가닿게 한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5-21 권성훈

[권순대의 '대사 한 줄로 읽는 연극']이제 나도 당신의 자리에 있어요

'처의 감각'을 보고 우리 사회가극장은 누구를 위해 있는가라는물음에 다시 답해야 할 때다둔감함 아닌 민감성 촉수를 지닌주인공인 여자의 감각으로극장은 누구를 위해 있는가. 이 물음에 매력적인 답을 제출한 건축가가 있다. 한스 샤로운(Hans Scharoun). 그는 당시까지 일반적이던 프로시니엄 극장이 아닌 원형 극장으로 음악당을 설계한다. 1963년의 일이다. 독일 시민의 세금으로 짓는다면 그 극장은 마땅히 시민의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 이 감각의 차이가 지금의 베를린 필하모닉 음악당을 만들었다. 카라얀이 지휘를 했던 바로 그곳이다.극장 건축에서 프로시니엄은 무대를 지탱하는 기둥을 뜻한다. 프로시니엄 무대는 프로시니엄을 기준으로 무대와 객석이 분리된다. 무대를 이상적으로 관극할 수 있는 자리는 객석 중앙에 위치하게 된다. 최고 권력자의 자리이다. 원근법의 원리에 따라 설계된 프로시니엄 극장은 객석의 위치에 따라 무대를 보는 시선에 차이가 발생한다. 반면 원형 극장은 무대와 오케스트라를 중앙에 둔다. 중앙에 위치한 무대를 객석이 원형으로 둘러싸고 있는 구조여서 사각이 발생하지 않는다. 한스 샤로운은 음악당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가 시민 모두에게 골고루 전해지기를 바랐던 것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한 극장이 개관한다. 남산 중턱에 위치한 드라마센터. 1962년의 일이다. 원형 극장을 응용한 돌출무대로 설계된 드라마센터는 정부로부터 불하받은 땅에 록펠러재단의 기금을 주로 해서 세워지게 된다. 그러나 1년여 만에 재정난으로 운영이 중단된 후 학생들의 실습전용무대로 사용하게 된다. 2009년부터는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매년 10억원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운영하고 있다. 지금의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이다.지난 4월 12일 '처의 감각'(고연옥 작·김정 연출)을 남산예술센터에서 관람했다. 굳이 신화적 상상력을 작동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의 이야기로 충분히 치환할 수 있는 무대였다.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여자는 "이제 나도 당신의 자리에 있어요."라고 말한다. 그 자리는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다가 남김없이 빼앗기고 쫓겨나야 했던,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사람"이 선 곳이다. "세상에서 제일 약한 사람"이 된 여자는 그곳에서 다시 길을 찾는다. 이번 '처의 감각' 공연은 두 가지 단상을 남겼다. 하나는 도시의 삶이 주는 둔감함에 관한 것이다. 한때 곰의 아내였던 여자는 동굴을 떠나 도시에 와서 살게 되지만 그녀에게 도시의 문법은 버겁기만 하다. 여자는 도시에서 밀려난 자이다. 도시의 리듬이 요구하는 둔감함을 유지하지 못하는 여자의 감각은 말해지지 않는 말에 예민하고 전해지지 않는 냄새에 민감하다. 짐멜의 말처럼, 둔감함의 본질이 "사물의 차이에 대한 마비증세"라면 여자는 길들여지지 않은 날것의 감각을 지닌 것이다. '처의 감각'이 말하고 있는 것은 현대 사회가 상실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이의 민감성과 그 회복이 아닐까. 다른 하나는 극장의 공공성에 관한 것이다. 공연을 관람한 날 남산예술센터에서는 '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공개토론회'가 마침 열렸다. 5월 14일에는 2차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계약 만료 기간이 다가오는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를 공공극장으로 정상화하기 위한 토론의 자리였다. 드라마센터의 공공성은 그 설립 과정뿐만 아니라 극장의 구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드라마센터를 통해 한국 연극의 "후진성을 극복하여" "연극을 세계적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싶어"했던 유치진의 바람도 그와 다르지 않았으리라. 우리 사회가 극장은 누구를 위해 있는가라는 물음에 다시 답해야 할 때이다. 둔감함이 아닌 민감성의 촉수를 지닌 '처의 감각'의 주인공인 여자의 감각으로./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

2018-05-20 권순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성유호우: 비를 좋아하는 별도 있다

우리가 천체라고 부르는 저 하늘의 별들은 어느 것 하나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이 없다. 이론상 몇 억 광년이 지나야 가 볼 수 있는 별들이 부지기수이다. 그런 것과 비교해보면 태양이나 달은 지구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태양과 달은 자기 나름의 규율을 따라 운동할 뿐이다. 그러나 아득히 멀리 있는 별들은 자기 자리가 거의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예전에 천문을 관찰할 때는 해나 달이 어떤 별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 모양에 대해 해나 달이 '어느 별자리에 있다'는 표현을 썼다. 천문에 대한 관찰을 통해 지구에서 일어나는 氣候현상이 저 하늘의 별들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런 생각과 증험이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서경>에서는 달이 어느 별에 있느냐에 따라 비나 바람 등의 기후현상에 영향을 준다고 보아서 그것을 의인화하여 별의 기호(嗜好)로 표현했다. 별이 저마다 바람이나 비 등을 좋아하는 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달이 어느 별에 있는지를 알면 비나 바람의 영향을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나 한국에서는 묘(昴)나 필(畢)이라는 별을 비를 좋아하는 대표적인 별로 여겨왔다. 수많은 별은 저마다의 기호와 욕구를 지닌 대중을 뜻하고 달은 정치인과 국가 관료를 뜻한다. 중요한 것은 달이 해당 별의 욕구를 파악해 따라 와줘야만 비가 내린다는 점이다. 6월 선거를 앞두고 선거전이 한창인데 별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달이 출현하길 바란다. 그래서 시민들에게 단비를 뿌려주길 바란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5-16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민들레꽃

요란하지 않아서 좋다화려하지 않아서 마음이 놓인다평범해서 정이 간다평범하고 요란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아서평안하다//민들레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씨가 머무는 곳에서강하게 강인하게 피어난다//피어나서요란하지 않아서 좋다화려하지 않아서 좋다수줍어하며 수줍어하며나를 안아 주어 편안하다//민들레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씨가 머무는 곳에서강하게 강인하게 피어난다조병화(1921~2003)아무도 가꾸지 않아도 어느 곳에서나 자리 잡고 사철 꽃을 피우는 민들레 꽃. 솜뭉치 같은 열매 뭉치에 200여개의 씨앗을 품고 있다가, 바람 불면 허공을 날아 어디든지 간다. 산과 들판이 아니더라도 틈을 보인 땅과 햇빛 있는 곳에 정착하여 불평 없이 저 홀로 서식한다. 작고 초라해 보이는 가난한 사람같이 '민들레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 주변에 '씨가 머무는 곳에서' 자리를 내어주지 않아도 '강하게 강인하게 피어난다' 아무것도 없기에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이 식물의 꽃말은 행복이다. 이 행복은 "요란하지 않아서 좋다 화려하지 않아서 마음이 놓인다 평범해서 정이 간다 평범하고 요란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아서 평안하다" 그렇지 아니한가. '수줍어하며 수줍어하며' 한 없이 '나를 안아 주어 편안'한 '민들레 사람'이 당신 곁에 있거나, 저 멀리서 '민들레 홀씨'되어 당도하고 있으니, 외로워 말라.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5-14 권성훈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지치근용: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용기에 가깝다

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둘로 나누면 나와 남이다. 고전에서는 나를 己나 身이라 부르고 남을 人이라 부른다. 修身이나 修己라는 말들을 자주 하고 治人이란 말도 종종 사용한다. 나와 남이 별 허물없이 모두 다 잘 되면 그게 곧 천하가 잘 되는 것이니 이것이 平天下이다. 언제나 출발점은 나에서부터이니 修己나 克己나 修身등은 모두 그런 뜻을 지니고 있다. '중용'에서는 나에서부터 시작해나가는데 필요한 세 가지 마음의 덕이 있다고 보았다. 바로 지혜와 사랑과 용기이다. 배움을 좋아함은 지혜에 가깝고(好學近乎知) 힘써 실천함은 사랑에 가깝고(力行近乎仁) 부끄러움을 앎은 용기에 가깝다(知 近乎勇). 이 지혜와 사랑과 용기를 진리에 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세 가지 덕이라 한다. 이 중에 나의 나태함을 일깨우고 분발하게 만드는 덕은 부끄러움을 아는 용기이다. 똑 같이 사람의 모양을 하고 사는데 왜 사람답게 살지 못할까하는 부끄러움이 바로 진정한 용기의 추동력이다. 참회라고 하건 회개라고 하건 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진정으로 부끄러움을 안다면 곧 실천할 날이 멀지 않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5-09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해당화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 합니다.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 그려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한용운(1879~1944)장미과에 속하는 해당화는 무려 높이가 1.5m되고, 꽃은 지름 6∼9㎝로 5월에 홍자색으로 개화한다. 봄의 끝에서 피어난 해당화는 그 크기와 빛깔만큼 양귀비꽃처럼 매혹적인 향기가 난다. 그리움, 원망, 미인의 잠결이라는 꽃말을 가진 이 꽃은 오지 않는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다 붉게 피어나는 것이다.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라는 기다림과 그 뒤에 "야속한 봄바람"에 떨어질 때 까지 오지 않는 사랑에 대한 원망이 뒤섞여 있다. 시들어가는 사랑을 생각하며 시든 여인의 입술과 같은 꽃잎에 '너는 언제 피었니'라는 물음은 뒤돌아 갈 수 없는 연정을 아프게 물들게 한다.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되지만 셋도, 둘도 될 수 없는 혼자만의 '독백의 꽃'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5-07 권성훈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위법자폐: 자기가 만든 법에 자기가 폐해를 보다

상앙의 변법으로도 유명한 중국 전국시대 상앙은 원래 위(衛)나라 사람이었다. 진(秦)나라 효공(孝公)에게 신임을 얻어 기존의 여러 가지 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강력한 법을 만들었다. 상앙의 변법에 힘입어 진나라는 부국강병의 길을 가게 되었다. 그러나 그만큼 법이 지키기 어렵고 무서운지라 날이 갈수록 백성들의 원망을 얻게 되었다. 더욱 옥죄기 위해 일벌백계의 본보기로 태자의 죄를 대신해 태자를 보좌하고 가르친 죄로 공자건(公子虔)과 공손가(公孫賈)에게 묵형(墨刑)을 가하기도 하였다. 결국 백성과 기득권세력의 원망이 쌓여 모함을 받게 된 상앙은 도망을 치다 어느 여관에 머무르러 들어갔다. 그러나 주인은 신분이 불확실한 사람을 숙박시키면 연좌죄를 범하게 되어 자기가 형벌을 받는다며 거절하였다. 연좌제는 상앙이 만든 법이었다. 이에 상앙은 "법을 만든 폐해(爲法自弊)가 나에게 미치는구나" 한탄하였다. 결국 상앙은 사지를 찢겨 죽이는 거열형에 처해져 죽었다. 남을 잡으려고 자기가 만든 법이고 규칙인데 거기에 자기가 걸려들 줄은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5-02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진망공처: 참과 거짓이 함께 있는 곳

어느덧 벚꽃이 다 지려한다. 꽃이 나고 지는 현상을 영상으로 찍어서 시간을 천배 정도 느리게 필름을 돌리면 그것이 우리 인생이 나고 지는 시간과 엇비슷할 것이다. 짧은 시간도 길게 보면 길고, 길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순간인 것이 무상한 세월인가 보다. 바다의 포말(泡沫)을 느린 속도로 보아도 그럴 것이다. 꽃은 왜 피며 왜 질까? 이런 질문은 생물학적인 질문이 아니라 철학의 근본문제인 생사의 질문이다. 생멸에 관한 물음이다. 불교 선종의 육조 혜능은 '내'가 태어나는 문제에 대해 두 가지로 답하였다. 먼저 내적 원인으로 생념(生念)을 들었는데 생념(生念)이란 나오고자 하는 생각이다. 태어남은 나오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하나는 외적 인연인 생연(生緣)을 들고 있다. 이렇게 생념(生念)과 생연(生緣)이 갖추어지면 '나'라는 존재로 여기는 의식(意識)이 갖추어져 생명활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래 생멸이 없는 진아(眞我)와 그것을 잊고 생멸에 끌려 다니는 가아(假我)가 함께 있는 곳을 마음(心)이라 하였다. 인간이 끊임없이 생사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며 고민하는 추동력도 이 때문일 것이다. 참과 거짓이 함께 있는 곳, 우리네 마음에 관한 성찰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4-25 철산 최정준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지독정심(지犢情深)

지독정심(지犢情深)은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는 정이 깊다는 뜻이다. 이처럼 자녀에 대한 어버이의 사랑은 지극히 맹목적이고 헌신적이다. 더 나아가 어버이의 애정은 바다처럼 깊고 넓고 위대하다. 바비킴이 부른 'MaMa'(작사/작곡:하광훈) 노랫말에는 곡목이 시사하듯이 어머니의 사랑이 깊이 배어 나온다. 'MaMa'에 등장하는 화자는 성인이 된 인물이다. 어렸을 때 어머니의 따뜻한 '품'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어느새 훌쩍 자라서 어른이 되었지만' 항상 어머니의 포근한 '무릎'을 필요로 하는 '작은 아이'에 불과하다. 그가 가끔 삶의 방향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길을 잃고 방황할 때가 있다. 그러한 위기 때마다 '문득 뒤를' 돌아보곤 한다. 그러면 어머니는 항상 미소를 머금고 화자의 '그림자'를 품에 안은 채 화자의 인생 길라잡이가 될 뿐만 아니라 영원한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그 곳엔 언제나 당신이 웃고 있었죠/내 그림자를 안고서'.만약 자녀가 정상 궤도를 탈선해 뜻하지 않은 불행한 사건에 연루되면 어머니의 마음은 어떨까 싶다. 숨이 끊어질 듯 몹시 애통해하고 깊은 상심에 잠길 듯싶다. 마찬가지로 'MaMa' 속 화자는 '힘들고 지쳐 쓰러져 울고' 싶은 심정이었을 어머니의 눈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진심어린 속마음을 이렇게 솔직하게 고백한다: '미안해요 고마워요/이제는 내가 기다릴게요/'. 어머니의 지독정심 사랑의 위대함에 그는 가슴이 울컥하며 새롭게 마음의 다짐을 한다. 만약에 비가 내리면 어머니가 올 때까지 기다리며 '우산'을 들고 자신이 서 있겠다고 굳게 맹세한다. 그 동안 어머니가 자신을 안아주며 무한대 사랑을 베풀었던 것처럼 그도 어머니를 포옹해주겠다고 서약한다: '내가 안아 줄게요/하늘에 뜨거운 저 태양도/밤하늘에 수많은 저 별도/당신 앞에선 그저 작은 이야기뿐일걸'.포천 출신의 인순이가 부른 '아버지'(작사/작곡:이현승) 가사는 아버지에 대한 잔잔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곡목 '아버지'에서 아버지는 '그대'라고 묘사된다. 화자에게 '그대'는 '한 걸음도' 바싹 다가가기엔 부담스런 존재이다: '한 걸음도 다가설 수 없었던/내 마음을 알아주기를/얼마나 바라고 바래왔는지'. 화자에게 비친 아버지의 모습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즉 화자와 아버지의 관계는 사랑과 증오의 관계이다. 노랫말 도입부에서 화자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드러낸다. 아버지가 화자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아버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화자의 가슴에서 멀어져간다. 그리고 쓸쓸히 '뒷모습'을 보인 채 자신 곁을 떠나는 아버지를 지켜보며 그렁그렁 차있는 화자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륵 주륵 흘러 내린다.화자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이중 감정 병존의 감정이 교차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애증의 감정이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 세차게 북받쳐 오른다: '서로 사랑을 하고/서로 미워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때로는 화자를 그 어떤 사람보다도 따뜻한 애정으로 '아껴주던' 사랑의 전도사이자 지독정심의 실천가이기도 하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문득 밀려오면서 아버지를 보고 싶다는 간절함에 뼈저리게 사무친다: '누구보다 아껴주던 그대가 보고 싶다/가슴속 깊은 곳에 담아두기만 했던'.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을 모른 채 아버지를 미워했었던 자신의 과거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긴 시간이 지나도 말하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한 절대적 사랑을 재확인하며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 내가 사랑했었다'.부모와 자녀의 친밀도가 예전만 못한 요즘이다. 세월이 가도 부모의 한결같은 사랑과 은혜는 가로 세로 깊이 넓이 모두 다 무한대 사랑이다.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있다. 어버이날을 맞이해 지독정심의 깊은 뜻을 다시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8-04-22 고재경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복연선경: 복은 선한 인연을 통한 경사이다

주위를 둘러보면서 고민하게 만드는 화두 가운데 하나는 정말 '착하게 살면 복을 받을까'라는 문제이다. 복이란 화의 상대어로 화복(禍福)은 인간이 겪는 모든 일을 두 종류로 잘라 말한 것이다. 누구든 복을 바라지 화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선이란 악의 상대어로 선악(善惡)은 인간이 행하는 모든 행동을 두 종류로 윤리적 관점에서 나누어 말한 것이다. 교육적 차원에서 누구든 선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배운다. 복(福)을 바라는 인간의 마음엔 거의 예외가 없다. 반면 선을 행해야 한다는 당위적 가르침에는 그렇지 않다. 善이 무엇인지에 관한 고민은 차치하더라도 '윤리적 행위가 과연 현실적 화복을 좌우하는 것일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여기에서의 善이란 윤리적 행위의 원천과 기준은 인간의 보편적 양심이다. 자신이 어떤 행위를 하게 되면 그 행위에 대한 양심의 평가가 내부에 축적된다. 그 양심의 평가가 善하다고 내려지면 그 인연을 따라 복을 불러드린다. 반대로 惡하다고 내려지면 그 인연을 따라 禍를 불러들인다. 因果란 틀림없는 법칙이다. 다만 씨앗이 因이라면 열매가 果인데 씨앗을 심는다고 다 곧바로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듯, 사람의 善한 인연과 福의 열매도 마찬가지이다. 어째든 중요한 것은 봄에 선한 씨앗을 뿌려야 가을에 복의 열매를 거둔다는 점이다. 개인이든 사회든 선한 인연을 만나고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4-18 철산 최정준

[김나인의 '생활관상']얼굴은 삶의 가치를 담고있는 정보의 보고

관상(觀相)이란 상(相)을 본다는 말이다. '상을 본다'는 말은 어느 부위를 기준해 보느냐에 따라 족상, 수상, 관상 등으로 구분 짓는다. 여기서는 사람의 얼굴을 통해 보는 관상을 말하고자 한다.현대인에게 상을 보는 일은 더 이상 관상가나 성형외과의사 등 특수관계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관심을 갖고 살피는 일이기에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일상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거울 앞으로 다가가 밤새 탈은 없었는지, 얼굴에 무슨 변화라도 없는지 안부를 묻고 보살펴야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관상을 보는 일이 왜 중요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얼굴은 시선이 집중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얼굴은 가릴 수 없는 부위이고, 늘 노출돼 있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을 받게 된다. 단지 남의 시선을 받는 것으로 끝나면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원하든 원치 않든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든 평가를 받는 일이기에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그렇다면 관상을 볼 때 어느 부위를 주로 봐야 할까. 그것은 평소 거울을 통해 자주 접하며 관심 갖는 부분이 중요한 부위가 된다.사람의 얼굴은 8가지 형체로 구성되어 있다. 이마, 눈썹, 눈, 코, 관골, 귀, 입, 턱 부위 등이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또는 가족, 친구나 동료, 지인의 얼굴을 보면서 나름의 평가를 하게 되고 누군가로부터 평가를 받게 된다. 이마가 시원시원하게 생겼다든지, 눈이 초롱초롱 맑다든지, 얼굴에 비해 코가 너무 크거나 작다든지, 입은 큰데 입술이 너무 얇다든지, 귀가 잘생겼다든지, 뒤로 벌렁 뒤집어져 있다든지 하는 말들을 자주 하게 되는바, 이 8가지 부위를 보고 그 사람의 명운 흐름을 판단하고 건강상태를 알아보게 된다. 얼굴은 자신의 인생에 가치를 부여하는 중요한 의미가 들어있는 '정보의 보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관상을 볼 때는 각 부위의 생김새와 더불어 그 부위에 나타나는 색깔의 변화, 즉 기색을 잘 살펴야 한다. 상이 아무리 좋아도 기색이 어둡거나 탁하면 운이 왔다가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며, 건강한 사람도 오장 육부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신체리듬에 변화가 생겨 질병이 생기게 되는 것인 바 세심히 살펴야 올바른 진단을 내릴 수가 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년이라는 기간도 사계절의 흐름에 따라 환경이 변하듯이, 사람의 상도 이와 마찬가지로 바뀌고 변화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가짐과 처해있는 환경에 따라 상은 반드시 변화하게 된다. 사람은 아름답고 예쁘고 멋진 얼굴을 갖고 싶어 하며 이를 위해 많은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성형을 통한 시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성형을 해서 관상이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명운까지 바뀐다 보긴 어려울 것이다. 단순히 코가 낮아 콧대를 높인다거나 코뼈를 깎아낸다거나 하는 식의 성형만으로는 보긴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명운의 흐름까지 바꿀 수는 없다. 관상을 볼 때는 어느 한 부위의 단면만 보고 결정해서는 안된다. 그 사람의 직분이나 현실적 환경과 마음속 품은 뜻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청격인지 탁격인지를 정확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청격(淸格)'이란 얼굴을 마주 대할 때 얼굴의 기색이 윤택하고 맑고 밝으며 선명하고 눈에 광채가 은은히 새어나오면 청격을 지녔다 할 것이다. 얼굴 빛이 어두우며 눈빛이 어둡고 눈동자는 불분명하고 얼굴 기색이 어두우면 '탁격(濁格)'이라 할 수 있다. 말소리가 우렁차고 앉은 자세가 바위처럼 단단하고 걸음걸이가 활기차면 자신의 인생을 이끌어갈 충분한 자질이 있는 사람이다. 반면 말소리가 기어들어가고 걸음걸이가 흔들거리며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은 성공은 고사하고 재난을 피하기 어렵다.좋은 관상은 '이런 것이다'라는 확실한 근거 규정은 없다. 그 사람의 환경과 가치기준에 따라 달리 지기 때문이다. 어떤 상이 좋은 것이며 또는 어떤 상이 좋지 않은 상인지 보편타당한 기준에 맞춰 얼굴 속에 감춰진 인간의 명운과 건강 등의 문제를 관상을 통해 짚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보다 발전적이고 밝은 미래를 설계하는데 관상이 귀중한 도구로 활용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

2018-04-15 김나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목퇴토승: 목기가 물러나고 토기가 때를 타고 있다

인체도 우주의 자율적 법칙에 영향을 받고 그 자율적 법칙에는 오행의 이론도 속해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계절의 기후는 중요하다. 오행으로 계절의 기운을 볼 때 꽃잎이 허공에 날리는 늦봄이 되면 목퇴토승(木退土乘)으로 木氣가 지나가고 土氣가 발동해 木土의 기운을 겸하게 된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土와 水에 해당하는 인체의 부분이 특히 스트레스를 받게 되니 주의해서 관리를 해주면 좋다. 우리 몸의 장부중 육부로만 말하면 위(胃)와 방광(膀胱)에 특히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인체의 장부는 표면의 일정부위와 긴밀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데 그 일정부위를 자주 만져주는 것도 간단한 건강관리 방법이다. 오행상 土에 해당하는 위(胃)의 경혈(經穴)은 얼굴의 눈 바로 아래 승읍(承泣)이란 혈자리에서부터 시작해서 둘째 발가락 바깥쪽 끝인 여태(려兌)란 혈자리에서 마친다. 오행상 水에 해당하는 방광(膀胱)의 경혈(經穴)은 눈곱이 끼는 자리인 정명(睛明)이란 혈자리에서 시작해서 새끼 발가락 바깥쪽인 지음(至陰)에서 마친다. 습관적으로 자주 만져주면 좋은 자리들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4-11 철산 최정준

[조성면의 '고서산책']고서 수집의 '즐고움'

학자 진계유(陳繼儒) 말대로 독서와 고서 수집은 "아무리 오랫동안 계속해도 싫증나지 않는 일"로서 헤어 나오기 싫은 즐거운 일이다.옛날 학자들의 꿈은 자기 책을 내는 것과 장서를 갖추는 일이었다. 책(冊)은 죽간이나 나무 등을 실이나 가죽으로 꿰맨 것을 형상화한 글자이고, 책을 뜻하는 불어 리브르(livre)는 권위 있는 고전을 지칭하거나 금화의 단위로 쓰일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던 단어였다. 그런 만큼 유럽에서 중세와 근대 초까지만 해도 책은 귀족들의 품위와 교양의 상징이었다. 한국은 책을 아끼고 숭상하던 책의 나라였다. 1970년대 들어 한국은 전집류 같은 월부 책들이 호황을 누렸다. 보릿고개를 넘기고 고도성장을 거듭하자 너 나 할 것 없이 거실의 벽면을 책으로 채우는 것이 대유행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서점과 인터넷과 공공 도서관이 책으로 차고 넘치건만, 독서의 열기는 확실히 예전만 못하다. 책이 흔해지고 독서량은 늘었으나 독서가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독서 인구는 줄어들었다. SNS나 웹 검색을 통해서 고전과 베스트셀러에 대해 얻은 인스턴스 지식이 진중한 진짜 독서를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공위성이 높이 뜰수록 문화의 수준은 떨어진다는 말대로 출판부수가 늘어나면 날수록 읽는 사람만 읽고 독서 인구는 적어지는 독서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 같다. 독자가 떠난 빈터를 '엄지족'과 '스몸비'들이 차지하고 있다. 시대환경이나 시장 여건에 따라 독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외곽으로 흘러나오는 책들이 바로 중고도서와 고서 시장을 형성한다. 주머니가 가벼웠던 문학청년기와 대학원생 시절 우리 동기들의 일과는 도서관을 드나들며 시간 날 때마다 헌책방들을 순례하는 일이었다. 시장 밖으로 밀려난 헌책방의 책더미들 속에서 우리는 전공서적이나 논문과 강의를 통해서 얻을 수 없는 살아있는 지식과 귀중한 절판본을 염가에 만나는 기쁨을 누렸으며, 옛 책을 통해서 그 시대의 지적 흐름과 문화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면 옛 책과 재고도서와 고서의 차이는 무엇인가. 고서연구회의 정의에 따르면, 고서는 1959년 이전에 출판된 책들을 말한다. 반면 재고는 팔리지 못하고 창고에 쌓여있던 책을, 옛 책은 과거에 나온 오래된 책을 지칭하는 편의상의 용어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인류역사에서 책이 등장하자 숱한 독서가와 장서가들 그리고 일화들이 생겨났다. 가령 명대 주대소(朱大韶)라는 애서가는 책사랑이 지나쳐 고서와 자신의 애첩(愛妾)을 주저 없이 바꾸는 엽기적이고 황당한 선택을 했을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독서가 사고의 힘과 언어능력을 길러주고 글쓰기의 자양분이 되며 지식과 정보를 얻고 큰 기쁨을 준다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나만의 고서 컬렉션을 갖는 것도 독서 못지않은 보람과 기쁨이 있다. 그러면 고서 수집을 위해서는 어떤 요령, 어떤 비법이 있는가. 수집에도 오계명이 있다. 첫째는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 둘째는 분명한 목표의식과 방향, 셋째는 자문을 받을 만할 멘토 혹은 신뢰할만한 단골 고서점의 확보, 넷째는 필요한 경우의 망설임 없는 투자, 다섯째는 지극한 정성이다. 여기에 더해 적절한 행운과 재수도 따라줘야 한다. 물론 수집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시간과 경제적 소모가 분명하고, 퀴퀴한 냄새를 맡고 책 먼지를 먹는 일을 피할 수 없으며 집안의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 수집가들치고 부부관계가 원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그래도 명대의 학자 진계유(陳繼儒) 말대로 독서와 고서 수집은 "아무리 오랫동안 계속해도 싫증나지 않는 일"로서 헤어 나오기 싫은 즐거운 일이다. 폐일언하면, 독서와 고서 수집은 즐겁지만 고통도 뒤따르는 괴로운 즐거움―곧 '즐고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삶의 풍요를 위해 한번 가져볼만한 취미다./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 팀장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 팀장

2018-04-08 조성면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군자삼계: 군자가 경계할 세 가지

요즈음 눈 만 뜨면 들리는 '미투'는 이성으로 표현되는 '색(色)'에 관한 문제이다. 한편으로는 이전에 경계하지 않았던 것들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경계는 조심하고 챙기는 마음이다. 계(戒)란 글자에서도 그런 뜻을 볼 수 있다. 계(戒)는 두 손을 상징한 공( 卄)과 무기의 일종인 창을 뜻하는 과(戈)로 합성된 글자이다. 글자를 보면 무기를 들고 보초를 서면서 외적에 대비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나를 포함한 소중한 이들의 목숨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마음과 행위가 경계이다. 그런데 적은 밖에서 쳐들어오는 것보다는 내부에서 일어나는 적이 더 무서운 법이다. 왜냐하면 가까운 것은 보이지 않고 예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전에서는 이런 것들에 대한 경계가 많다. 공자는 연령대별로 경계할 것을 세 가지로 압축하였다. '논어'에 보면 청소년기(少)와 장년기(壯)와 노년기(老)에 해당하는 경계할 것이 제시되어있다. 청소년기(少)에는 이성교제(色)를 경계하고 장년기(壯)에는 다툼(鬪)을 경계하고 노년기(老)에는 획득하려는 마음(得)을 경계하라고 하였다. 청소년기(少)에는 아직 혈기(血氣)가 안정되지 않은 시기라서 남녀관계를 조심해야 하고, 장년기(壯)에는 혈기(血氣)가 강해지기 때문에 다툼(鬪)을 경계하고, 노년기(老)에는 혈기가 쇠약해지기 때문에 지나친 탐득을 경계해야만 한다고 하였다. 결국 누구든 세월이 흐르면서 혈기(血氣)라는 기질의 상태변화를 겪는데 이에 따라 사회활동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함을 말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4-04 철산|최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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