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기)

[인터뷰…공감]교수에서 산업현장 해결사로…주영창 차세대융기연구원장

# 교수 생활 20년·원장 취임 6개월학교와 다른 현장 체감 "새로운 언어 배우는 기분""짧게 손만 대고 멈추면 똑같은 문제 다시 생겨나"소·부·장 산업은 '긴 호흡' 필요… 꾸준한 지원 역설# 원천 기술 개발하지만 핵심은 연결연구원이 직접 장비·특허·포트폴리오등 문제 해소화학물질 승인 중기 부담… 누구나 와서 실험 가능경기도 유일 공공 R&D 지원기관으로서 책무 강조지난해 7월 일본은 반도체 관련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전 세계 생산량의 90%가 일본에서 생산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 그리고 70%가 일본에서 생산되는 에칭가스 등 3가지가 대상이었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등에 영향이 불가피했다. 특히 다수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가 소재한 경기도엔 직격탄이 예상됐다. 도가 3개 품목을 비롯해 대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제조하는 기업 전반에 지원을 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경기도형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사업의 시작점이었다.재료공학 전문가인 주영창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를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하 융기원) 원장에 선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융기원은 지방자치단체 연구기관 중 기업의 R&D 지원에 특화돼 있는 거의 유일한 기관이다. 그런 융기원이 이른바 소·부·장 국산화 지원을 이끌게 된 가운데 선두엔 재료공학 전문가인 주 원장이 서게 됐다.반년이 지난 지금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이슈 등에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공분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대한 관심도 한풀 꺾인 상황이다. 소·부·장 개발은 긴 호흡이 필요하지만 모처럼 붙은 불씨가 꺼져버릴까 우려의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주 원장 역시 인터뷰 내내 꾸준한 지원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소재·부품·장비, 긴 호흡 필요올해 초까지 그는 서울대 교수였다. 국내 최고로 꼽히는 대학에 20년 넘게 몸담으며 많은 논문을 쓰고 기술을 개발하는데 기여했지만 늘 갈증이 있었다. "결국 기술은 사람을 위해 만드는 것인데 학교엔 그 기술을 직접 쓰는 사람, 현장이 없었다. 괴리감을 많이 느꼈다"던 주 원장은 "원장이 된 지 6개월이 됐는데 당연히 학교와 현장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완전히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그런 그가 원장으로 부임한 후 가장 주력해왔던 게 경기도형 소·부·장 국산화 지원 사업이다. 재료공학 전문가인 그가 이곳 원장으로 온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재료공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소재·부품·장비 산업이 유명해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온 국민이 '소부장'이라는 말을 쓰게 됐다. 그런 점에선 아베 전 총리에 감사해야 할까"라며 웃은 주 원장은 "반도체도, 자동차도, 가전도 모두 1등인데 왜 그 안에 들어가는 소재·부품·장비는 우리 손으로 만들지 못했을까 생각해보면 사실 우리나라의 관련 산업 역사가 짧다. 소재·부품 제조 기업 중 세계적으로 가장 큰 기업이 독일의 바스프라는 곳인데 설립한 지 150년 가량 됐다. 우리나라는 그때 조선 시대였다. 그런 역사를 단기간 따라잡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소재나 부품 등은 다른 나라에서 사다 쓰면 됐고 그동안 제품 생산에 문제가 없었으니까 중요성을 크게 인지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이번 수출 규제를 통해 공급 체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것도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 점이 가장 뜻깊다"고 말했다.그러면서도 "계기가 생긴 것은 의미가 있지만 짧게 손만 대고 멈추면 똑같은 문제가 다시 생길 것"이라며 "반도체나 자동차 등 완성품은 인력을 투입하면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런데 소·부·장은 긴 호흡으로 끌고 가야 한다. 모처럼 국산화 기회가 생겼는데 '1년이나 됐는데 이것밖에 못 했어?', '아직도 소부장이야?'라고 볼까봐 걱정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핵심은 '연결'…과학기술도 '공정'이 중요융기원은 경기도내 17개 기업의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작업을 돕고 있다. 단순히 비용만 지원해주는 게 아니라 문제가 무엇인지 살피는 게 핵심이다. 주 원장은 "원천기술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핵심은 연결"이라며 "좋은 소재나 부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은 있는데 도중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해 하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그러면 연구원들이 '문제해결사'로서 직접 해당 기업을 찾아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피고 관련 전문가를 연결해주거나 절차를 알아봐 준다"고 설명했다.어떤 장비를 써야 하는지, 소재를 제대로 만든 것인지, 특허는 어떻게 내야 하는지, 대기업에 납품하려면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작성해야 하는지 등 작은 기업들이 혼자선 풀기 어려운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주는 것이다. 융기원 차원에서 포럼을 열어 대기업이 지금 필요한 소재나 부품 등이 무엇인지 직접 설명하는 장도 만든다. 중소기업들이 이를 듣고 맞춤형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지난 9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포럼에 참석해 앞으로의 디스플레이 개발 구상을 설명했다.27일 개소한 오픈 랩(개방형 실험실)도 경기도형 소부장 국산화 지원의 한 축이다. 다양한 물질을 결합해 소재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 각종 실험이 필요하지만 이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전전긍긍했던 중소기업들을 위한 곳이다. 주 원장은 "역량은 있는데 가지고 있는 기본 자원에 차이가 있어 이를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는 게 중소기업의 현실"이라며 "대기업은 장비도, 안전 설비도 갖추고 있는데 작은 회사에선 그렇지 못하다. 안전 문제 때문에 화학물질을 취급하려면 그때마다 일일이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도 중소기업으로선 큰 부담이다. 융기원이 이번에 만든 오픈 랩은 이미 중소기업이 취급하려는 화학물질 다수에 대해 승인을 받았고 안전하게 실험할 수 있는 장비 등도 모두 갖췄다. 누구나 와서 실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결국 '공정'의 가치와 맞물려있다는 게 주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과학기술이 경제를, 세상을 바꾸는 주된 요인이 됐는데 그동안 과학은 특정 우수 집단만이 다루는 것으로 치부돼 왔다. 그렇다 보니 과학기술을 자본력을 가진 소수가 독점하기 쉬운 구조가 됐다"며 "지금은 플랫폼을 가진 소수가 이익을 독점하지 않나. 과학기술 역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인프라, 플랫폼이 중요한 만큼 이를 토대로 얻어진 이익을 특정 소수만이 누린다. 인력과 자금을 오랜 기간 꾸준히 투입해야 하는 소·부·장은 특히 그렇다"고 언급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초고속 성장을 이룬 점도, 소재·부품·장비 원천기술을 가진 일본이 수출규제라는 카드를 꺼내 든 점도 과학기술의 이런 특성과 맞물려 있다는 얘기다.이 때문에 과학에도 공정, 기회의 평등을 구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원장은 "과학기술 부문에서도 누구나 기회를 공정하게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공공의 힘이 필요하다. 융기원은 그런 공공 차원의 플랫폼을 마련하는 기관이다. '공정'을 앞세운 경기도의 정책 기조와도 맞물려 있다"며 "경기도의 유일한 공공 R&D 지원 기관으로서 융기원이 '과학의 공정'을 실현하기 위해 더욱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글/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사진/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주영창 원장은?# 학력1965년생1987년 서울대 졸업1995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 MIT 대학원 재료공학 박사# 경력1999년 ~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2017년 2월 ~ 2019년 2월 대학기술산업지원단(UNITEF) 박사2020년 3월 ~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원장# 수상1987년 포스코 철강상2004년 신진학술상2010년 해동학술상2012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공로상2015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 LS-Nikko 학술상주영창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원장은 "지방정부는 더욱 현장과 가깝다. 경기도가 소재·부품·장비 자립화에 나선 이유"라며 경기도 지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사진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현판 앞에 서있는 주 원장./아이클릭아트

2020-10-27 강기정

[사람사는 이야기]임인선 대림대 교수·발달장애인 무용단 '필로스하모니' 창립자

2005년 장애아동무용교실 처음 열어성인된 단원들 중 강사·지도자도 탄생국제공연 다수… 예술학교 설립 꿈꿔"무용은 예쁜 몸매와 예쁜 얼굴을 가진 사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대림대학교 스포츠지도학과 임인선 교수는 무용을 전공했지만 본인보다는 발달 장애인을 무대에 세우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대림대(총장·황운광) ACE봉사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필로스하모니의 창립자이자 이사장인 임 교수는 박사 논문으로 '다운증후아동을 대상으로 한 무용요법의 효과'를 통해 무용이 장애아동의 신체기능 악화를 막을 수 있음을 확인하면서 장애아동을 위한 무용 교육에 뛰어들었다.지금은 연극과 특수체육단이 별도로 있지만 필로스하모니의 시작은 무용이었다.그에게 연구 주제가 현실에 적용된 것은 지난 2005년 안양시와 대림대 도움으로 문을 연 '장애아동무용체육교실'에서 였다.장애아동무용교실은 수업 1년이 지나자 신규 수요가 넘쳐 대기순번을 받을 정도로 인기(?)여서 임 교수 혼자 가르치기에 여력이 되지 않았다. 결국 1기를 수료시키고서야 새로운 친구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정도였다. 이후 1기 수료 학생과 학부모들이 임 교수를 찾아와 "평생 쫓겨나지 않고 배울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요청하게 됐다.이처럼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 무용단 '필로스하모니'는 지난 2007년 3월27일 장애아동 부모들의 소원으로 탄생했다. 14년이 흐르는 동안 장애아동들이 무용단원으로서 활동하며 성인이 됐다. '평생교육'을 원했던 부모와 학생이 아직도 단원으로 무용을 배우고 있다. 그 사이 발달장애인 무용강사도 탄생했다. 장애인문화예술지도자 과정을 수료한 발달장애인 두 명이 지도자 자격으로 후배 단원을 교육하기도 한다.그런 저력으로 필로스하모니는 여러 무대에 올랐다. 장애인·노인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은 물론 각종 병원과 교도소, 하나원 등의 특수시설까지 공연을 다녔다. 지난 2018년 초엔 평창동계패럴림픽대회 무대에 섰고, 10월10일에는 필로스하모니가 43회 미국유타주 아시아페스티벌을 통해 전 세계인에게 소개되기도 했다.필로스하모니가 주는 감동은 정교한 춤사위가 아니다. 예쁜 몸매와 예쁜 얼굴을 가진 사람이 무대에서 선보이는 우리가 아는 그 발레의 감동과는 다르다.국립소록도병원에서 한 할머니가 말했듯이 그들이 추는 춤은 사회적 편견과 물리적 어려움을 이겨낸 '승자'가 전해주는 감동이다.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에게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좌절의 시간을 인내한 자가 전해주는 감동이다.임 교수는 "공연이 끝나면 항상 눈물바다가 되곤 한다"며 "안양 샘병원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공연에서는 끊임없이 우는 환자에게 단원 중 하나가 다가가 '울지마세요' 위로를 건넸다. 울음은 더 커졌다"고 많은 이야기 중 한 토막을 전했다.그는 발달 장애인들을 위한 예술학교를 설립하는 꿈을 꾼다. 김 교수는 "무용이, 예술이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그 효용성에 걸맞게 발달장애인을 위해서도 예술학교가 있어야 한다"며 "그래서 어느 재력가를 만나면 그는 필로스하모니의 정신을 설파하고 예술학교를 세우도록 후원해 달라"고 설득하고 있다. 어느 아름다운 사람이 그의 손을 잡아 발달장애인을 위한 예술학교가 대한민국 사회에 세워지길 그려본다. 안양/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발달장애인을 무용으로 치유하는 것을 연구하다 스스로 장애인 교육의 길로 들어선 대림대학교 임인선 교수는 훗날 발달장애인을 위한 예술전문학교를 세우고 싶다고 밝혔다. 안양/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2020-10-26 이석철·권순정

[FOCUS 경기]시흥시 K-골든코스트

월곶~시화MTV 이르는 40리길 연결연구·레저·첨단산업 벨트 구축 추진국가어항 월곶항, 준설 등 개발 나서서울대 시흥캠, 4차 산업혁명 시너지배곧 경기경제자유구역 '배후 경제축'해안·거북섬… '해양 관광명소' 부각시흥시의 해안가 벨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시화(시흥~화성)호 해안가를 따라 펼쳐진 40여리길에 형성된 연구, 레저, 첨단산업시설 구축 청사진이 현실화되는데 따른 관심이다. 대한민국 해양레저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월곶~시화MTV를 연결하는 미래 먹거리 조성계획이 바로 'K-골든 코스트'다.시화 MTV내에 최근 개장한 세계 최대 인공서핑장 '웨이브파크'를 시작으로, 월곶 국가어항, 오이도 지방어항, 거북섬 해양생태과학관 등 대규모 사업들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시흥배곧서울대병원(가칭), 경기경제자유구역, 배곧생명·한울공원, 오이도 지방어항, 시흥스마트허브, 스마트시티 등의 인프라도 여기에 가세해 한 축을 형성한다.서해안 명품 낙조를 품은 황금 해변이 있는 시흥권에서 신성장동력을 가진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벨트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시흥 시화호 중심의 'K-골든코스트'의 탄생 국가어항인 월곶항은 K-골든코스트의 시작점이다. 왜소한(?) 월곶항에 예산(국비 300여억원)을 들여 부족한 어항 용지 확보는 물론, 준설을 통해 선적 입항이 가능한 체계적인 관광 어항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2025년 완공 예정인 월곶~판교선이 완성되면 서울과의 접근성이 용이한 수도권 대표 관광명소로서의 가치 상승도 기대된다. 인접해 4차 산업 혁명을 이끌 신산업의 요람인 서울대 시흥캠퍼스의 역할도 프로젝트의 핵심이다.서울대 시흥캠퍼스는 현재 스마트관과 교육동, 미래 모빌리티 연구동, 대우조선해양 시험수조연구센터, 교직원 및 대학원생 숙소가 완공된 상태다. 지능형 무인 이동체 연구동 1단계 사업 완료 시점에서 내년 의료바이오 헬스 융합단지 중심의 2단계 조성사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예비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 800병상 규모의 시흥배곧서울대병원과 치과병원(가칭) 등이 오는 2025년 준공될 경우 '바이오메디컬 생태계 조성'이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골든코스트 배후의 신(新) 경제 축 형성골든코스트를 뒷받침할 지역경제 배후의 핵심은 경기경제자유구역과 육·해·공 무인이동체 연구센터 유치로 압축된다.지난 6월 배곧지구가 수도권 최초의 경기경제자유구역(88만㎡)으로 지정되면서 오는 2027년까지 무려 약 1조6천681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육·해·공 무인 이동체' 연구단지와 글로벌 교육·의료 복합클러스터 등 첨단산업의 집합체 태동을 바라보는 기대감이 충만한 이유다. 무려 5조286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만6천여명의 고용 유발효과가 기대된다. 육상 자율주행 미래모빌리티센터, 대우조선해양 시험수조연구센터, 공중 무인이동체 연구까지 육·해·공을 넘나드는 입체적 혁신기술의 집합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7개 대학, 8개 기관, 55개 기업 등이 참여해 대한민국의 무인체 기술 개발 중심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문화와 휴양시설이 넘치는 힐링벨트권역골든코스트로 연결되는 해안선을 따라 곳곳에 드러난 지역 명소는 독특한 문화와 여가 제공기회를 주기에 충분하다.특히 배곧한울공원 해수체험장은 서해안을 바라보며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이국적 느낌의 힐링 공간이다. 여기에 시흥의 랜드마크로 상징되는 빨강등대의 오이도와 연결된 해안선 또한 명소로 손꼽히고 있다. 어항과 관광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해안 기능을 갖춘 지방어항으로 지정돼 준설작업(2027년 완공)과 갯벌 매립이 완성될 경우 관광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어촌뉴딜 300사업'에 선정된 오이도는 정부 지원 아래 '명품 어항'으로 재탄생될 것으로 보여 기대가 된다.여기에 대한민국 해양레저를 선도할 시화MTV 거북섬이 골든코스트의 방점을 찍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세계 최대 규모 인공서핑장 '시흥 웨이브파크' 개장했다. 16만6천㎡ 규모에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4계절 인공서핑장이 탄생되면서 시흥시가 해안선 시설로 강조하고 있는 핵심 라인에 편입됐다.아쿠아펫랜드, 해양생태과학관 역시 시흥 해안권의 자랑거리다. 국내 최초 관상어 생산·유통단지가 들어설 '아쿠아펫랜드'는 오는 2022년 12월 개장될 예정이다. 전체는 해양교육 홍보시설과 해양동물 구조·치료센터, 해양생물 R&D 센터 등 해양생태계의 보고로 자리잡게 된다.■ 미래첨단화를 통한 경제적 가치 실현개발의 한 축에는 시흥 스마트허브의 체질 개선이 진행 중이다. 창조·혁신적 산업단지화를 위해 오는 2022년까지 2천여개의 스마트공장을 보급하고 지역기술을 제조공법 기초로, 지역 공급기반을 갖춘 시스템 완성이 목표다. 일대 약 668만2천㎡ 규모가 재생사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노후된 기반시설 정비·확충, 업종 재배치, 복합용지 등으로 재편돼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2022년까지 계획된 정왕동 중심의 사물인터넷(IoT) 기반 연구개발 기술과 서비스를 실증하는 리빙랩(Living-Lab)도 관심거리다. 도시 전체를 빅데이터 기반화해 새로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첨단도시로의 탄생을 예고했다. 정부의 '제3차 스마트도시 종합계획'을 반영한 '시흥형 스마트도시계획' 수립에 내용이 포함돼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핵심 거점 시설 계획이 완성될 경우 골든코스트는 경제, 휴양, 바이오 등이 총망라된 대한민국의 핵심 명소로 새롭게 태어날 것으로 기대된다.임병택 시장은 "시흥의 미래 100년을 이끌어갈 동력이자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원이 될 골든 코스트 개발이 완료되면 시흥시는 첨단 일자리, 관광, 주거가 어우러진 강소 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면서 " 안산시, 화성시와 더불어 시화호를 세계 최대 관광호수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흥/심재호기자 sjh@kyeongin.com■ K-골든코스트란?시흥의 미래 먹거리 산업 거점을 연계할 15㎞(직선거리 10㎞) 시화호를 연결하는 거점시설과 관광자원 등을 총칭한다. 레저와 관광, 문화, 의료 등 미래 먹거리 산업과 첨단산업 등이 해안을 낀 관광명소와 함께 경제발전을 이끌 신산업 선도지로서의 개발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만들어졌다. 대한민국의 미래산업을 이끌 해안 벨트화 조성 의지를 담고 있다./아이클릭아트서울대 시흥 캠퍼스의 완성 조감도.미래 먹거리산업을 이끌 미래 신산업 아이템의 보고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흥시 제공월곶항은 골든코스트를 연결하는 해안권의 중요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사진은 월곶항의 야경 모습. /시흥시 제공이국적 해안가를 연상시키는 한울공원의 해수풀장. 낙조와 어우러진 풍경에 많은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있는 명소가 되고 있다. /시흥시 제공시흥 천혜의 자원으로 상징되고 있는 갯골생태공원. /시흥시 제공

2020-10-25 심재호

[이슈&스토리]코로나 장기화…위협받는 정신건강

국민 10명중 4명은 불안감·우울감 경험여성·노년층일수록 '사회적 고립' 위험트라우마센터, 의료진 심리치료 의견도코로나 이후 '자살예방 전화' 78.6% 증가정부 민관협력 '정신건강복지 계획' 추진지원법률따라 5년마다 수립… 연말 발표코로나 19가 장기화 되면서 '코로나 블루'의 위험성이 대두 되고 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19와 우울증(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사람들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격리 피로'가 쌓인 데다 스트레스를 풀 곳이 제한돼 있어 내면의 에너지가 분노로 분출되고 있다. 정부도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른바 '코로나 블루'가 확산되자 잠재적 위험성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쏟아 내고 있고, 문화계에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심리방역 행사를 잇따라 진행하고 있다.■ 정신건강의 경고등, 코로나 블루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최근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20~65세 이하 성인 남녀 1천3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국민 10명 중 4명은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 또는 불안감,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려대 KU마음건강연구소(소장 최기홍 심리학과 교수)가 지난 5월, 7월, 9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실시한 '코로나19 관련 국민 정신건강 추적 연구'에서도 응답자 10명 중 4명꼴로 경도 이상의 우울·불안을 경험하고, 5명 중 1명가량은 자살 고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또한 수면·식사·운동·대인관계·교육 활동을 포괄하는 '활력지수' 조사에서는 여성의 활력이 남성보다 최소 5% 가량 뒤지는 것으로 조사돼 여성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고, 아울러 노인의 사회적 고립감과 우울증에 대한 우려는 더욱 높았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통계청 통계를 분석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코로나 블루'의 전체 우울척도(CES-D) 평가 평균은 17점인데 비해 60대 남성은 20.6점, 70대 여성은 19.6점으로 전 연령대보다 높은 평균 우울증 의심증세를 보였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의 경우 감염의 우려로 요양보호사의 방문을 꺼리거나 요양보호사가 감염 우려로 돌봄 일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노인 돌봄의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인데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최소 5개월 이상 휴관했던 노인복지관은 전국 394개소 중 97.5%, 경로당은 6만7천여개소 중 76.5%로 조사됐다.그 만큼 노인들의 경우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 등 집합 여가 활동 등의 금지로 사회적 고립이 깊어지고 우울증 및 치매 증가의 우려 또한 커지고 있는 것이다.정춘숙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노인집단은 확진 시 높은 치명률로 위험에 노출돼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 형성의 어려움으로 심리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 19 최전방을 지키는 의료진은 코로나 방역 스트레스와 의료계 총파업 등으로 겪은 핵심인력 공백으로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자살 위험성과 우울증 증상이 나란히 40%(국가트라우마센터의 조사)를 넘어서면서 방역 최전방 의료진 2명 중 1명이 '코로나 블루'의 위험성에 심각하게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트라우마센터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트라우마센터의 소진관리 프로그램 사전 설문조사에 응한 319명 중 49.5%(158명)가 자살 위험성을 보였다. 우울증을 겪은 비율도 41.2%(132명)에 달했다.이에 따라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재난이나 사고로 인해 충격을 받은 환자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응을 지원하는 기관인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의료진에 대한 전문적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정부에 낸 상태다.■ 백신도 없는 '코로나 블루', 사회적 관심 필요 코로나 19에 대한 우울·공포·불안감으로 인한 국민들의 심리적 고통이 심화 되고 있다. 이에 '코로나 블루'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데 실제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0일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인한 국민들의 심리상담 건수가 51만 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아울러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살예방 상담전화 통화 건수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예방 상담전화를 찾은 통화 건수는 한 달 평균 9천217건이었으나 올해 1월부터 8월까지는 월평균 1만6천457건으로 78.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종식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는 국민들이 많아지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에서 1단계로 조정하는 '코로나 블루' 해소 카드를 집어 들었다. 다만 정부는 개인 방역 수칙 준수를 법적 의무화했다. 정부는 다음달 13일부터 대중교통, 의료기관 등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큰 곳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어기면 당사자에게 최고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코로나 우울 극복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정신건강복지 기본계획'을 추진하고, 민관 협력 강화에 나선다.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는 국가 기본계획으로, 정부는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실효성 있는 기본계획을 마련해 오는 12월 발표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고령화 등 사회 구조적 원인과 더불어 코로나19 우울 확산에 따라 사회 전반에 걸쳐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며 "국가의 책임과 역량을 확대하는 실효성 있는 기본계획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20-10-22 김종찬

[이슈&스토리]심리방역, 문화예술계가 나섰다

경기아트센터·보육진흥원 '비대면 공연' 협약도지자체와 문화·예술계 등은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코로나 블루' 극복에 동참하고 있다.우선 경기도는 코로나19로 지친 도민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다채로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도는 다음달 8일까지 백두산, 바나나쏭의 기적, 빌리 엘리어트, 나의 아들 나의 어머니, 겨울왕국2, 나만 없어 고양이, 아이스, 아들에게 가는 길 등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잇따라 선보인다. 또 다음달 22일까지는 '평화'를 주제로 사물놀이, 택견, 연극, 설치예술 등 다양한 형태의 공연·전시를 선보이면서 도민들의 심신을 달랜다. 일선 지자체도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한 다양한 심리방역 행사를 개최한다. 구리시는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한 시민응원 캠페인, 심리상담 서비스 등 다양한 심리방역을 진행하고, 성남시 역시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한 응원의 책을 시민들에게 추천받아 책을 올해의 책으로 발표해 책 읽기 문화 확산과 함께 시민들의 유대감 향상을 노린다. 또 부천시는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했던 아이들의 '코로나 블루' 치료를 목적으로 통학로와 학교 내부를 벽화처럼 그려내는 사업인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이천시청소년육성재단은 코로나 19로 인해 대외활동이 제한된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정신건강 등의 문제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마음 키우기'워크북을 제작·배포한다.이 밖에 경기아트센터는 최근 한국보육진흥원과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코로나19와 직무 스트레스로 우울감과 어려움을 겪는 보육교사를 위한 비대면 공연 콘텐츠를 제공한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지난 15일 경기아트센터 회의실에서 경기아트센터와 한국보육진흥원이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2020.10.22 /경기아트센터 제공

2020-10-22 김종찬

[인터뷰…공감]카누대회 출전까지 넘보는 이은진 여사의 '무한도전'

운동신경은 평범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호기심손녀와 시작 " 물위서 보는 송도 풍경 아름다워"체험용 카약 성에 안차 시합용 K-1 감독에 부탁강습 3일째 끝끝내 완주 6일째 시원한 물살 갈라안전문제 고려 최대한 감독이 직접 레이스 챙겨올해 대회 신청 놓쳐… 섬투어링 계획 '대리만족'"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여러분, 도전하면 행복해져요. 그리고 물 위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경은 더더욱 아름답죠. 도전을 두려워하지 마세요."일흔의 나이를 바라보는 한 인천 할머니의 '카누' 도전기가 주변 생활체육 동호인들 사이에서 화제다.카누 경기에 쓰이는 K-1 카약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라면 열이면 열, 균형을 잡지 못해 물에 풍덩 빠지기 마련이다. 운동 좀 한다는 젊은 사람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배우기가 만만치 않다는 종목이 바로 카누다.지난 13일 찾아간 인천 송도국제도시 카누 훈련센터.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송도 달빛공원에서 송도2교(컨벤시아교) 아래로 걸어 내려가면, 길게 뻗은 하천을 따라 레이스를 펼치는 인천시청 직장운동경기부 소속 카누팀 선수들을 만날 수 있다. 카누 동호인들이 휴일에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화제의 주인공인 이은진(69)씨는 집 근처 공원에 나갔다가 우연히 K-1 카약 강습을 받는 동호인들을 보게 됐다. 평소 다니던 수영장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자 답답한 마음에 바람이라도 쐬려고 자전거를 끌고 송도2교 주변 산책로를 지나던 차였다. 호기심이 생긴 이씨는 재능기부로 카누 동호인들을 가르치고 있던 이에게 다가가 한참 귀를 기울이다 용기를 내서 자신도 배울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강진선 인천시청 카누팀 감독이었다.그 인연으로 이씨는 지난달 초 연수구 카약동우회에 가입해 손녀딸과 함께 초보자를 위한 체험용 카약을 타봤다. 이씨는 "물 위에서 보니까 송도의 풍경이 더욱 멋졌다"며 "타 보지 않은 사람은 이 말의 의미를 절대 모른다"고 말했다.하지만 뭔가 성에 차지 않았다는 그는 강 감독을 다시 찾아가 시합용 K-1을 배우고 싶다고 졸랐다. 이씨의 부탁에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강 감독은 '연세가 있으신데 한두 번 해보다가 힘들어서 그만두시겠지'라는 생각에 못 이기는 척하고 이씨의 부탁을 들어줬다. 이씨는 "하도 조르니까 감독님이 '제가 오늘 포기시켜드리겠다'고 하시더라고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강 감독은 일흔을 앞둔 이씨가 강습 중 혹시 모를 사고라도 당하면 어쩌나 싶어 일찌감치 그만두게끔 하려고 이런저런 궁리를 했던 거였다.이씨는 예상대로 중심을 잡지 못해 배에 제대로 올라타지도 못하고 숱하게 물에 빠졌다. 하지만 강습 3일째 되던 날 그가 송도1교에서 2교로 이어지는 2.5㎞ 코스를 딱 두 번만 물에 빠지고 끝끝내 완주하자 강 감독은 깜짝 놀랐다. 아이로 치면 걸음마를 뗀 셈이다. 강 감독은 "이 코스에서 K-1을 타고 혼자서 스스로 끝까지 와야 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카누 입문 6일째쯤 되던 날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는 이씨의 레이스가 촬영된 휴대전화 동영상에는 자전거를 타고 쫓아가며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그렇지! 과감하게! 좋아!"라고 외치는 강 감독의 육성이 담겨 있어 웃음을 자아냈다. 누구보다 신이 났던 강 감독이었다. 이씨는 "처음에는 몸 여기저기에 멍이 들 정도로 넘어지고 빠지면서 고생을 했다. 노력한 끝에 완주해서 정말 행복했다"며 "물 위에서도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무척 신기했다"고 소감을 전했다.'왕 누님'으로 통한다는 이씨의 도전에 체험용 카약을 즐겼던 동우회의 젊은 회원들도 자극을 받았는지 K-1에 속속 도전장을 내고 있다. 이씨는 "도전은 행복을 가져다준다"며 "내 자식도 취미 활동을 함께 못 해주는데, 카누에 도전한 덕분에 이 나이에 젊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게 돼 정말 행복하다.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추석에 아들에게 블로그를 배워 카누 동호인으로서의 행복한 삶을 기록해 나가고 있다.이씨는 자신도 여느 평범한 할머니들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시집 간 딸의 육아를 돕기 위해 예순 즈음에 인천에서 운영해 왔던 학원을 정리하고 스스로 정년을 맞이했다고 한다. 또 스포츠에 남다른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이에 비해 운동신경이 뛰어나다고 스스로 믿는 것도 아니다.이씨는 "코로나19가 돌기 전까지 취미로 인천시(체육회)가 운영하는 수영장 등을 다니던 정도였고, 그런 체육시설들이 모두 문을 닫게 되면서 거의 집에서만 생활했다"며 "아픈 무릎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운동 삼아 집 근처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시대에 내가 즐길 수 있는 취미 활동을 찾다가 카누가 갑자기 눈에 들어온 것 같다. 그전까지는 집 앞에 큰 공원이 있어도, 카누를 타는 사람들이 보여도 관심을 두지 못했다"고 했다.이씨는 요즘 마실 다니듯 송도2교 카누 훈련센터를 찾는다. 그의 기량도 하루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강 감독은 안전 문제를 고려해 가능하면 자신이 지켜보는 중에 이씨가 레이스를 펼치도록 하고 있다. 이씨를 여사님으로 부른다는 강 감독은 "젊은이들에게 도전 정신을 몸소 보여준 여사님의 용기와 열정에 크게 감동 받았다"며 "카누 대중화와 저변 확대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씨는 강 감독을 졸라 내년 전국생활체육카누대회에 출전시켜 주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냈다. 올해 대회는 참가 신청 기간을 놓쳤다고 한다. 최근 동우회 임원들과 홍천에서 카누를 즐기고 온 이씨는 또 한 번의 도전을 앞두고 있어 무척이나 설렌다고 했다. 그는 강 감독이 올해 안에 카누 동호회원들을 이끌고 갈 인천 앞바다 섬 카누 투어링에 함께 가기로 한 것이다. 이씨는 "상상만 해도 신난다"며 활짝 웃었다.글/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인천 송도국제도시 달빛공원에서 걸어갈 수 있는 송도2교(컨벤시아교) 아래 '인천시 카누훈련센터'.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젊은 사람들도 배우기 어렵다는 카누에 도전해 주변 생활체육 동호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이은진(69)씨는 이곳에 매일같이 나와 길게 뻗은 하천에서 물살을 가르며 카누를 즐기고 있다.

2020-10-20 임승재

[이슈&스토리]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 '연료전지'… 경기도 발전소들 호재와 악재 사이

수소·산소 화학반응 일으켜 '전기 생산'환경오염·손실 적고 최고 수준의 효율경기도, 국내 공급량 40.4% '전국 1위'한전·SK건설등 건립·투자 활발 '호재' MCFC 방식 판권가진 美 퓨얼셀에너지포스코에너지와 갈등… '계약 해지' 우려해지땐 운영업체에 '스택'공급 못해 낭패"지원뿐 아니라 운영사 피해 정부 대책을"화성지역 일반가정 전력사용량의 약 48%, 수원 호매실지구와 화성 남양·뉴타운·봉담지구 아파트 단지 중 약 2만 가구.이곳엔 일반 화력발전소나 열병합발전소 등이 아닌 최근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는 연료전지 발전소를 통해 생산된 전력이나 열원이 공급된다.국내 최대 규모로 7년 전부터 화성 발안산업단지 내에 가동되고 있는 경기그린에너지의 58.8MW 규모 연료전지(MCFC·용융탄산염형) 발전소에서다.이외에도 경기지역엔 한국전력공사나 대기업의 발전 자회사부터 중견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발전업체들이 MCFC를 포함한 PAFC(인산형 연료전지)·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 등 3가지 방식으로 총 149MW(2019년 기준) 규모에 달하는 연료전지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발전용 연료전지가 전체 에너지원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지만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으며 정부 지원과 발전업체 투자가 늘어나는 등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 '연료전지'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 화학반응을 일으켜 연소과정 없이 전기와 열을 생산해 내는 차세대 발전설비로서 기존 화력·석탄 발전의 대체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화학에너지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다 보니 다른 발전 방식이 만들어 내는 에너지 규모와 비교했을 때 손실이 훨씬 적어 최고 수준의 발전 효율을 가지고 있다. 또 쉼 없이 365일 24시간 동안 안정적 발전이 가능한 데다 무엇보다 공간 효율성이 좋아 입지 제약을 거의 받지 않는 친환경 분산 전원이란 게 가장 큰 장점이다.기존 화력발전소는 대기오염 발생 등 특성 탓에 대부분 해안지역에 위치해 있어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내륙이나 도심지로 전달하기 위한 송전탑과 송전선 설치가 불가피했다. 이 때문에 수백kV 이상 대규모 전력을 운반하는 송전탑과 송전선이 도심지를 가로질러 이로 인해 전자파 노출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이 집단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이는 지역 주민들의 피해 우려로 인한 해당 에너지원에 대한 신뢰도 하락뿐만 아니라 송전탑·송전선로 공사 등을 시행하는 관계기관의 공사 계획 지연 등으로 추가 비용마저 발생시킨다.반대로 연료전지 발전소의 경우는 기존 에너지원에 비해 환경 오염이 적고 상대적으로 좁은 부지에서도 시설 설치가 가능해 도심지에서도 활용 가능한 대체 발전시설로 주목받는다.■ 최대 연료전지 발전 중심지 발돋움 경기도경기도는 이미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연료전지 에너지를 만들고 있을 만큼 발전용 연료전지 중심지로 자리 잡은 상태다.지난 2018년 기준 전국 연료전지 발전량 174만1천800MWh 중 70만3천900MWh(40.4%)가 경기도내 연료전지 발전소에서 생산돼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추후 발전시설 규모 역시 현재 149MW(2019년)에서 오는 2030년 1천MW(1G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단일 연료전지 발전소 규모로도 경기도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화성 발안산업단지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경기그린에너지의 연료전지 발전소는 단일 발전 규모만 58.5MW에 달한다. 대부분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 중 일부에 연료전지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고 단일 연료전지 발전소라 해도 5~20MW에 그치는 수준이 대부분이다.그런데 한국수력원자력이 470억원을 출자하고 포스코에너지와 연료전지 발전설비 공급·유지(LTSA) 계약을 맺어 지난 2013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경기그린에너지는 단일 발전 규모만 58.5MW다.2.8MW 규모 연료전지 총 21기 발전설비로 한 해에 최대 42만3천MWh의 전력을 생산한다. 이는 화성시 일반가정이 사용하는 전력의 약 48%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외에도 한국전력공사의 발전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과 SK건설이 신규 연료전지 발전소(19.8MW)에 공동 투자해 최근 상업 운전이 시작되는 등 지역 내 연료전지 발전소 건립과 투자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부 '뉴딜정책' 따라가지만 발전방식 따라 엇갈리는 희비 정부가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내고 관련 부처도 분산형 에너지 확산 내용을 담은 '그린 뉴딜' 계획을 발표하면서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태양광·풍력과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확산기반을 구축해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가속화 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전폭적인 지원과 업계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발전용 연료전지 업계가 순탄한 길을 걷고 있진 않은 모습이다.발전용 연료전지는 발전 방식에 따라 MCFC·PAFC·SOFC 등 3가지로 나뉘는데 해당 발전 원천기술에 대한 완전한 국산화를 이뤄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특히 국내 MCFC 연료전지 판권을 미국 퓨얼셀에너지란 원천기술 보유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보유한 포스코에너지와 고객사인 전국 곳곳의 연료전지 발전소 운영업체들은 최근 뉴딜 정책으로 인한 수혜는커녕 당장 발전소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다.다른 연료전지 방식과 MCFC의 경우 포스코에너지와 퓨얼셀에너지의 계약 관계 해지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서다.계약이 해지될 경우 아직 퓨얼셀에너지로부터 스택(연료전지 핵심설비)을 조달하는 포스코에너지가 고객사에게 이를 제때 공급하지 못하게 돼 고객사의 연료전지 발전소는 가동을 멈출 가능성이 커진다.문제는 최근 양측 갈등이 국제 소송전까지 치닫고 포스코에너지가 지난해 설립한 연료전지 전문 자회사는 정부 인가를 안 거쳐 징계조치를 받을 위기까지 놓였다는 점이다.■ 정부가 연구지원뿐만 아니라 발전운영사 피해 우려되는 부분까지 중개 나서야 산업통상자원부는 관련 예산과 산하 연구기관 등을 통해 매년 수백억원 규모의 연료전지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업체 등에 연구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아직 완전한 국산화를 이뤄내지 못해 위와 같이 발생하는 문제 등을 막고 국내 신재생에너지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서다.하지만 포스코에너지와 퓨얼셀에너지 간 갈등은 물론 이로 인해 현재 전국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연료전지 발전소가 떠안을 피해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연구 지원은 하고 있지만 민간발전업체와 발전소 사이의 문제에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이유 등에서다. 이에 전국 곳곳에서 MCFC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발전업체들은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통해 이익에만 몰두한 민간업체와 고객사 간 중개에 나서 피해를 최소화해주길 바라고 있다.한 연료전지 발전업체 관계자는 "연료전지 발전 원천기술을 갖고 국내에 시장 규모를 늘리려는 해외업체와 원천기술을 국산화해 이익을 내려는 국내 업체 간 싸움이 갈수록 심해지는 데 정부는 불구경만 하고 있다"며 "연구 지원만 할 게 아니라 머지않아 발생할 수도 있는 전국 곳곳의 발전소 운영사의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판 뉴딜 정책으로 그린뉴딜을 추진하면서 발전용 연료전지 산업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파산 위기까지 몰렸었지만, 정부의 관련 산업육성 성장 기조에 힘입어 지난 6월 정상가동을 시작한 화성시 향남읍 소재 경기그린에너지. 2020.10.15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2020-10-15 김준석

[인터뷰… 공감]법정에 선 '배드파더스' 열혈 자원봉사자 구본창씨

"가족들에겐 내가 배드파더"수능참고서 저자·영어강사로 이름 날려유학 딸 따라 필리핀행 코피노맘 만나아빠와 대신 담판… 말로 해선 안 통해"3분의2가 틀니… 맞아서 다 부러졌다"3년전 한국 피해자들도 손 내밀어'배드파더스 원조' 코피노 사이트 운영"지급의사 확인한후 운영자에 전달 역할"신상공개 혐의 재판 회부됐지만 1심 무죄사실적시 의한 명예훼손 위헌 심판 진행사실적시 명예훼손, 모순적인 죄목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배드파더스(Bad Fathers)의 자원봉사자 구본창(57)씨는 양육비 책임을 저버린 '나쁜 아빠'들과 싸우고 있다.지난 9일 수원법원종합청사의 조형물 '정반합(正反合)' 한가운데 그가 섰다. 그는 애초에 코피노(Kopino) 아빠 찾기 운동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법의 테두리에 갇힐 생각이 없었다. 구씨는 형사 처벌도 피하려 하지 않았다. 차라리 (현재 재판 중인) 검찰의 300만원 벌금 약식기소가 받아들여져 벌금을 낸 뒤 털어버리고 하루라도 빨리 다시 코피노 지원 활동을 하고 싶었다는 사람이다."나는 배드파더스의 대표도 운영자도 아니다. 자원봉사자일 뿐이다.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에 따른 보복을 두려워한 엄마들 대신 중간에서 고의로 양육비를 안 주는 사람의 지급 의사를 확인하고 운영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주범 없는 공범인 셈이다."배드파더스 대신 구씨가 법정에 섰다. 법원은 지난해 5월 검찰의 구씨에 대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약식기소를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일반적인 명예훼손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밤을 꼬박 새우며 배심원들은 구씨에 대해 전원 무죄 평결했다.검찰의 항소로 구씨는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형법상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위헌 여부 결정이 난 뒤에 재판을 재개하기로 했다. 위헌 결정이 나면 구씨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항소심에도 영향을 끼쳐 혐의를 벗을 수 있을 전망이다."벌금 내고 치워버리고 싶었기 때문에 1심 선고할 때 무죄를 받았는지도 몰랐다. 새벽에 끝나고 법정 밖을 나와서 환호 소리를 듣고 그제야 알았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하지 않은 것이 무죄 판결의 이유라고 하더라."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함께 거론되는 디지털교도소를 두고 구씨는 배드파더스와 가장 큰 차이로 '신상공개의 근거'를 들었다. 배드파더스에 공개되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은 법원의 양육비 부담조서 또는 지급명령 등 합법적 테두리에서 법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다.디지털교도소는 강력범죄자를 신상공개로 응징한다는 목적이지만,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사람의 신상도 공개했다가 인격 살인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배드파더스는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확실한 문서를 가지고 돈을 줄 것인지 안 줄 것인지 미지급자에게 물어본 뒤에 일주일에서 길면 한 달 동안 회신을 기다리다 신상을 공개한다. 무턱대고 무고한 사람까지 신상을 공개한 디지털교도소와는 차이가 있다."한국의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이 구씨에게 손을 내민 시점은 2017년 겨울이다.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 '코피노' 아빠 찾기를 하는 신상공개 사이트를 운영하는 그에게 현재 배드파더스의 운영자들이 먼저 다가왔다."처음엔 당신(배드파더스 운영자)들이 보복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나도 두렵고 처벌받고 싶지 않아 거절했다. 그런데 한국으로 간 코피노 아빠들을 상대로 양육비 지급 소송을 해서 승소하더라도 양육비를 받아줄 방법이 없더라. 필리핀에 있는 남자랑은 싸워서라도 받아줬다. 법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배드파더스를 도왔다."구씨는 2010년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필리핀으로 떠났다. 수능참고서 저자이자 재수생 전문 영어강사로 이름을 날렸던 구씨다. 학원 강사 12년, 원장 8년, 도합 20년을 사교육 시장에 몸담으며 살 만큼 돈도 벌었다. 이제 은퇴를 하고 편하게 살기 위해 유학 중인 딸들과 아내가 있는 필리핀으로 떠났다."정말 우연한 계기로 코피노맘을 만났다. 한국 남자가 임신을 시켜놓고 돌아오지도 않고 연락도 안 된다는 안타까운 사정을 들었다. 양육비를 주지 않은 코피노 아빠를 찾아다녔다. 그 패거리들과 싸움도 피하지 않았다. 말로 해선 통하지 않았다. 주먹을 쓸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구씨는 유도 7단이다.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경험 탓에 당당하게 양육비를 달라고 옛 배우자에게 말도 못하는 여성을 대신해 배우자를 만나 담판을 짓기도 했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가정폭력과 맥을 같이 하고 있었다."무책임한 놈들이 싫었다. 의협심 같은 건 없었다. 학원장 하다 온 양반이 알고 보니까 조폭이었다는 소문도 막 돌았다. 아내는 이제 편하게 사나 싶었는데, 남편이 싸움하고 다니니까 많이 속상해했다. 3분의2가 틀니다. 맞아서 다 부러졌다. 언제 또 어떤 일이 있을지 몰라서 임플란트는 정말로 은퇴하면 하려고 한다."필리핀 교민 사회에선 그를 헐뜯고 깎아내렸다. '원래 조폭이었다', '코피노 피를 빨아 돈을 벌어 먹는다'는 등 온갖 구설에 올랐다. 밥 굶는 아이들을 도와주려다 유학 중인 딸들과 뒷바라지를 하러 온 아내에게 오히려 뒷말 무성한 '배드파더'가 됐다.구씨는 시민단체 WLK(We Love Kopino)를 만들었다. 필리핀에 머무는 코피노 아빠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Kopinofather )도 운영했다. 신상이 공개된 '코피노 파더'들이 양육비를 지급하면 사진과 개인정보를 사이트에서 내렸다. 구씨의 코피노 아빠 찾기가 배드파더스의 모태로 꼽히는 이유다."한국에 있는 동안에도 필리핀의 아이를 두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코피노 아빠들을 찾아다니면서 양육비를 받아주고 있다. 사람들이 한결같이 돈이 없다고 한다. 추석처럼 명절이 양육비 받으러 가기 가장 좋다. 이번 추석 때는 '양육비 무책임자'한테서 금팔찌, 금목걸이 80돈을 받아왔다. 2천400만원짜리를 몸에 두르고 다니면서 굶는 아이 양육비 줄 돈은 없다는 거다."그는 아슬아슬하게 법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그의 선한 의도와 상관없이 잘못하면 업무방해, 협박 등 형사 처벌 소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구씨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법을 통해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처벌하고 강제력을 부여할 때까지 기다렸다간 아이들이 굶어 죽는다는 게 그가 선을 넘는 이유다."OECD 국가 중에 유일하게 한국만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처벌하지 않는다. 양육비는 그냥 돈이 아니고 생존의 문제다. 양육자가 생계와 양육을 동시에 하다가 힘들다고 아이를 버릴 수 있는가? 양육비를 미지급하는 사람은 정말 무책임하고 잔인한 짓을 하면서도 심각성을 잘 모른다."그간의 노력이 하나씩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 5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양육비 채무자의 운전면허 정지 처분이 가능해졌다. 나아가 배드파더스를 대체할 공적인 신상공개 제도를 만들어 양육비 지급을 유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염원이다."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아이는 굶어 죽는다. 동물보호법에 동물에게 고의로 사료나 물을 주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다. 양육비 미지급도 아동학대로 처벌해야 한다. 성범죄자처럼 신상도 공개하고 여권 제한을 둬 출국금지도 가능하게 법을 바꿔야 한다."코피노 아빠들과의 험난했던 무용담을 웃으며 말하던 그는 '아이들이 굶고 있다'는 문장을 입 밖에 내뱉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참 숨을 고르기도 했다. 배드파더스의 친구, 구씨가 사는 이유는 '굶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서다.글/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사진/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지난 9일 수원법원종합청사 조형물 '정반합' 앞에 선 배드파더스 자원봉사자 구본창씨. 세개의 직육면체로 이뤄진 조형물 정반합의 하부는 다각형으로 지면에 들려져 있다. 고착되지 않는 열린 생각을 표현했다는 게 작가의 작품 설명이다. 구씨는 은퇴한 뒤 필리핀과 한국에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는 현실에 분개하며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0.10.14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2020-10-13 손성배

[사람사는 이야기]윤범선 남양주 조아육가공 대표, "기부는 조건없는 나눔… 이웃사랑 담긴 우리 전통"

조안면 카페 직원 70% 지역주민 채용지난 추석 2천만원 상당 우족등 성품경영 어려워도 뜻 굽히지 않아 '감동'"기부라는 용어보다는 나눔이라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나눔에는 조건이 없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일부 아무 조건 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칭찬받을 일이 아니라며 인터뷰를 수없이 거절했던 (주)조아육가공 윤범선(51) 대표를 남양주시 조안면 상봉리 카페 '대너리스'에서 어렵사리 만났다.윤 대표의 첫 마디는 "나눔문화는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로 다 함께 하는 봉사, 즉 품앗이의 일종입니다. 내가 시작하면 또 다른 사람이 하고 그렇게 지역사회는 이웃사랑이란 문화가 정착되는 것입니다"라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육가공업체를 운영하는 윤 대표는 지난 2018년 말 남양주시 조안면에 카페를 오픈했다. 카페를 열자마자 제일 먼저 시작한 일도 지역 이장과 협의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 즉 나눔봉사를 시작한 것이었다. 경영이 힘들어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의지는 그가 운영하는 카페 대너리스의 직원 27명 가운데 70%가 지역주민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이번 추석에도 윤 대표는 마스크 6천장과 우족·사골·소꼬리(8㎏) 200세트(시가 2천만원)를 조안면과 남부희망케어센터에 기부했다.윤 대표는 지난 2006년 회사 설립 후 지금까지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평소 말이 없는 윤 대표는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이다.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마을을 비롯해 그가 기본적으로 하는 곳만 수십 곳에 이른다. 그래서인지 회사에서 퇴직한 직원까지 명절 때면 꼭 챙기고 있다고 직원들이 귀띔해 줬다.윤 대표의 기부행위는 어떤 기준을 정하고 기부를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해마다 횟수나 금액, 품목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원칙만큼은 한결같다.평소 복지재단 운영을 생각할 만큼 지역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은 윤 대표는 코로나19로 힘든 지역사회 소외가정이나 어려운 이웃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올 연말에는 우족과 사골·소꼬리(8㎏) 5천세트를 기부할 예정이라며 환하게 웃었다."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나눔 그 자체에 만족하고 자신은 기업인인 만큼 본업에 매진하겠다"며 "수익금에서 먼저 기부할 몫을 떼어내고 나머지로 지출을 합니다. 회사나 카페 운영비 지출이 점점 늘어난다고 기부액을 줄일 수는 없습니다. 지출하고 남은 것을 기부하는 것은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으니까요"라는 윤 대표의 말이 기부의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 곱씹게 한다.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카페 대너리스에서 만난 (주)조아육가공 윤범선(51) 대표는 회사의 수익과 관계없이 지역사회에 기부하고 있다. '지출하기 전 기부부터' 원칙을 세우고 횟수와 금액을 따지지 않는 그의 기부활동에서 기부의 의미를 곱씹게 된다. 2020.10.12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2020-10-12 이종우

[FOCUS 경기]코로나 시대 힐링 관광지로 각광 '가평 자라섬'

남도 11만㎡ 꽃정원, 18일까지 개방… 입장료 5천원 백일홍등 아름다운 자태·밤 9시까지 야간경관 운영 국제규격 맞춘 캠핑장·국제 페스티벌등 '즐길거리'미개발된 동도, 원시림 식물 이용 '산책공원' 조성 가평 자라섬이 올해 한국관광공사의 '야간경관-여름 야간 산책하기 좋은 코스 100선'에 선정됐다.낮에는 아름다운 꽃 정원과 신비로운 트릭아트가, 밤에는 레이저조명이 빠르게 움직이고, 고보조명과 투광조명, 보안등 등 여러 형태의 빛들이 자라섬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특히 가을꽃들로 물든 자라섬 남도에는 지난달 재개장 이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최근 보름간 4만5천여명의 방문객이 찾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 힐링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가평 자라섬, 침수·코로나19 확산 등 악재 속에도 꽃동산 조성 랜드마크로 우뚝경기북부의 랜드마크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평 자라섬은 요즘 만개한 가을꽃들로 뒤덮이면서 마치 호수 안에 떠 있는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하고 있다. 지난 8월 역대급 폭우로 인한 침수와 코로나19 등으로 폐쇄됐던 자라섬이 40여일 만에 제 모습을 찾으면서 시민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실내외 시설 등의 이용을 제한함에 따라 자라섬은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였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 등 일상생활 복귀를 위한 온 국민의 노력에 부응해 자라섬에 대한 부분적 개방이 이뤄지는 등 가평군의 관광산업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군은 지난해부터 야심 차게 추진해 온 자라섬 꽃동산에 올 3월 꽃양귀비와 유채꽃, 수레국화를 식재하는 한편 가을꽃인 백일홍과 해바라기, 코스모스 등 13종을 보식 관리해 왔다.이 같은 가평군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최근 자라섬 남도에는 11만여㎡의 꽃 정원에 백일홍과 코스모스, 해바라기, 핑크뮬리, 구절초 등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또 포토존과 스탠드, 전망대, 꽃다리, 경관조명 등 다양한 시설물을 설치함에 따라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해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중국섬으로 불리던 자라섬자라섬은 지난 1943년부터 중국인들이 농사를 짓고 살았다는 설로 인해 '중국섬'으로 불리다가 1986년 현재의 이름이 붙여졌다. 모래 채취 등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내릴 때마다 물에 잠겼으며, 이 때문에 개발에서 소외되고 주민들조차 섬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그러다 북한강 수계 댐들의 홍수 조절로 물에 잠기는 횟수가 크게 줄면서 자라섬 발전 방안 등이 제시됐다.이 발전 방안이 바로 자라섬 국제 페스티벌이다. 이때가 2004년 9월이다. 북한강과 재즈가 어우러진 자라섬은 이내 대중의 시선을 모았고 현재까지 17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 이후 2008년에는 세계캠핑캐라바닝대회 유치를 통해 국제규격에 맞춘 캠핑장 시설을 갖추면서 자라섬이 캠핑의 대명사로 떠오르기도 했다.지난해부터는 남도 등에 꽃동산이 조성되고 있다. 또 자라섬 수변 생태관광 벨트 사업이 경기도 정책 공모에 선정되면서 오는 2022년까지 다시 한 번 탈바꿈을 시도한다.# 꽃동산 자라섬 남도,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 지침 속에 개방가평군이 올해 야심 차게 준비했던 '자라섬 남도 가을꽃 축제'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취소됐다. 지난해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 예정됐던 가을꽃 축제가 취소됐지만 일정 기간 자라섬 꽃동산을 개방, 10월 한 달여 간 8만여명이 찾는 등 인기를 끌었다.군은 올해 자라섬 남도에 다양한 꽃들을 식재, 봄·가을 축제를 추진했으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 부득이하게 행사를 취소했다.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축제를 취소했지만 지난달 26일부터 오는 18일까지 23일간 자라섬 남도 꽃 정원을 일반인에게 유료 개방하고 있다. 군은 군민들의 장기간 단절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수해 및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일일 관람료는 5천원으로 가평사랑상품권으로 교환된다. 가평군민 및 3세 미만 유아는 무료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일몰 후부터 밤 9시까지는 고보조명, 레이저조명, 블라드 등 야간경관(빛의 공원)도 운영된다. 이 기간 자라섬은 개방기간 종합안내소 운영, 화장실 및 주차시설, 쉼터조성, 푸드마켓, 문화관광해설사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제공한다. 특히 군은 또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방역조치를 강화했다.# 서도, 중도, 남도에 이어 동도도 개발자라섬은 동·서·중·남도 등 4개 섬으로 이뤄졌으며 면적은 61만4천710㎡다. 군은 남도·서도·중도를 각각 꽃길·꽃동산의 에코힐링존과 캠핑레저존, 축제·페스티벌 아일랜드존으로 꾸민 가운데 그동안 미개발지역으로 방치된 동도도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특히 에코힐링존에는 야간경관 활성화 사업으로 숲을 이용한 프로젝션 맵핑을 비롯해 레이저조명, 투광조명, 볼라드조명 등을 선보인 데 이어 45m 구간 18그루 수목에 경관조명 원형구 54개도 설치해 강과 섬이 어우러지는 빛의 향연을 선사하고 있다. 동도(6만6천390㎡)의 활용방안 밑그림도 나왔다. 군은 그동안 미개발 지역으로 방치된 동도의 원시림 식물과 곤충이 보전된 특성을 활용해 다양한 생태 자연자원을 체험할 수 있는 힐링 산책공원으로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또 남도에서 줄배와 부교 등의 이동로 설치를 통해 관광객과 방문객 등에게 이동의 즐거움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미개발 그대로 방치된 자라섬 동도마저 그 가치를 찾는다면 4개의 섬이 각각 다른 테마를 제공함으로써 색다른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해 지역경제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가평/김민수기자 kms@kyeongin.com자라섬 남도 꽃정원을 찾은 여행객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0.10.11 /가평군 제공

2020-10-11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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