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멀어진 세대와 잊힌 이산가족 상봉 설문조사서 81년생 이후 "필요하지 않다" 더 많아쓰레기풍선 vs 확성기방송 北 '통일 삭제' 헌법 개정남북 '갈등의 골' 한반도 평화 유례없는 위기상황2018년 상봉이 마지막… 고령자 시간 얼마 남지않아"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통일이여 어서 오라 통일이여 오라."학창시절 한 번쯤 불러봤거나 들어봤을 통일을 염원하는 동요 '우리의 소원'의 가사다. 한반도의 평화 통일은 남북한이 갈라선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오랜 숙원사업이었지만, 여전히 통일의 길은 요원하기만 한다. 올해 통일연구원 조사 결과,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52.9%로 제3차 남북정상회담과 9·19 평양공동선언이 이뤄진 2018년의 70.7%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 더욱이 1981년 이후 출생 세대에서는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필요하다 보다 우세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더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어느 때보다 남북한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남북군사합의는 지난해 북한의 파기 선언과 우리 정부의 효력 정지로 사실상 폐기됐다. 북한은 올해 스무 차례 이상 남한에 쓰레기풍선을 살포하고 이에 맞서 우리 군도 6년 만에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오는 10월 7일 열리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대한민국을 제1적대국으로 규정하고 통일을 삭제하는 헌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33년 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 또한 파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통일부는 밝혔다.한반도의 평화가 유례없는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통일을 마음 깊이 바라 마지않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고향·가족과 생이별을 맞이한 이산가족들이다. 마지막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 2018년 금강산에서 열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이지만, 작금의 엄중한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빠른 시일 내에 성사되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현재 대한민국 이산가족신청자 중 생존자는 3만7천여 명이며 대부분 고령임을 생각하면 이들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당장은 어렵게 다가올지 모른다. 하지만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고 아이들에게 안전한 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해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엉킨 실타래를 풀 해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 글·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임진각 평화누리공원 바람개비 언덕에서 한 아이가 평화의 바람개비를 바라보고 있다.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찾은 관광객들이 흐릿한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를 바라보고 있다.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옛 임진강철교의 교각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임진각 자유의 다리에 통일을 염원하는 글이 쓰인 수많은 리본이 매달려 있다.기약 없이 이산가족을 기다리는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이산가족 화상상봉장에서 관계자가 통신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똘똘 뭉쳐 우승까지 '첫 전국제패'… "아이들 꿈, 차근차근 이뤄가는 중" 전남 광양출신 장신 공격수… '무릎' 발목잡혀 29살에 내려놓은 선수생활10년 넘게 유소년 가르치며 '지도자의 조언 받아들이는 태도' 적극 강조"K리그 유스팀 활성화에 현대 축구 끊임없이 공부… 유망주 배출 도움"대한축구협회(KFA)는 우리나라 축구의 미래인 유소년 선수들을 육성하고자 2009년부터 '전국 초중고 축구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토너먼트 대회의 일정 성적 이상을 요구하는 입시 요강 탓에 어쩔 수 없이 창의적인 축구 대신 이기기 위한 전술을 펼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꾸어 나가기 위해서다. 전국 초중고 축구리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K리그 유스팀과 고교, 클럽 64개 팀은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에 참가해 고등 축구팀의 최강을 가린다.지난 8월 경북 안동에서 열린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에선 인천유나이티드 U-18팀인 인천대건고등학교 축구부가 결승에서 평택진위FC U-18을 1-0으로 물리치고 왕좌에 올랐다. 인천대건고 축구부 최재영(41) 감독은 최근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의 간절함과 절실함이 하나로 뭉쳐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인천대건고가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과 2018년 이 대회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최재영 감독은 "이전 대회 성적이 좋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해보자'고 다짐했다"며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나 코칭 스태프가 하나의 팀으로 똘똘 뭉쳐 우승이라는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최재영 감독은 전남 광양 출신이다. 그는 광양제철초·중·고를 차례대로 졸업하며 이른바 '전남드래곤즈 성골 유스'로 성장했다. 대학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쳐 K리그 팀인 부천SK(현 제주유나이티드) 입단까지 성공했으나, 그의 프로 생활을 녹록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좋지 않았던 무릎은 선수 생활 내내 그를 괴롭혔고, 공격수인 최재영 감독의 최대 장점인 스피드를 빼앗아 버렸다. 실업리그 선수로 뛰면서 재기를 노렸지만, 4번째 무릎 수술을 받은 최재영 감독은 29살이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축구화를 벗을 수밖에 없었다.그는 "무릎이 너무 아팠던 데다, 장점마저 사라진 선수였기 때문에 현역으로 더는 활동할 수 없게 됐다"며 "인천남고등학교 코치 자리가 공석이라는 얘기를 듣고 2012년부터 이곳에서 유소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인천에 자리잡게 됐다"고 했다.인천남고에서 성실한 태도를 인정받은 그는 이듬해부터 인천유나이티드 U-12팀 코치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는 생각도 했지만, K리그 유소년팀의 시스템을 배워보고 싶어 코치를 맡게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이 결정은 최재영 감독의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됐다. 3년 간 U-12팀 코치를 역임한 그는 2017년부터 인천대건고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했고, 2021년 감독으로 부임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최재영 감독이 10년 넘게 유소년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지도자들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키가 190㎝가 넘는 장신 공격수였지만, 지도자들이 나에게 매번 적극적으로 가르치던 헤딩은 기피하는 선수였다"며 "당시에는 헤딩을 잘 못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프로 무대에 와서 보니 나의 착각이었고 선생님들의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어 "키가 큰 탓에 나를 데려가는 팀은 적극적인 공중볼 경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며 "학창시절에 제대로 연습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었고, 프로 무대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담담히 설명했다.이 때문에 최재영 감독은 아이들이 강점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더 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고, 선수 생활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기술은 반드시 익혀 성장할 수 있게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인천대건고에서 뛰었던 김보섭·민성준(인천유나이티드)이나 이호재(포항스틸러스), 천성훈(대전하나시티즌), 정우영(FC 유니온 베를린) 등은 모두 지도자들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춘 선수들"이라며 "처음에는 하기 싫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이고 이를 수정할 수 있어야만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를 토대로 그는 프로에서 제대로 적응할 수 있는 선수를 만들기 위해서도 애쓰고 있다. 획일화된 전술 속에 아이들을 뛰게 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도태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재영 감독은 "유소년 단계에선 비슷한 나이 대의 선수들끼리만 실력을 겨루지만, 프로 무대에선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뿐 아니라 외국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내야만 감독의 선택을 받아 시합에 나설 수 있다"며 "감독이 요구하면 어느 포지션에서도 뛸 수 있는 선수를 만들기 위해 고교 축구에서 최대한 다양한 포지션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인천대건고 축구부는 K리그 유스팀 소속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K리그 유스팀이 활성화하면서 양민혁(강원FC)이나 윤도영(대전하나시티즌) 등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선수들도 프로 무대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최재영 감독은 "K리그 유스팀이 활성화하면서 지도자들도 항상 새로운 전술이나 기술에 대해 공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현대 축구를 따라가면서 아이들을 육성하다 보니, 뛰어난 선수들이 배출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인천대건고 축구부에도 이준섭이나 한가온 선수는 앞으로 프로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앞으로의 꿈'을 묻는 질문에 최재영 감독은 "거창하게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는 매일 정해 놓은 것을 달성하면서 차근차근 성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프로에 입단했을 때만 하더라도 커다란 목표가 있었지만, 결국에는 하나도 이루지 못하고 선수 생활을 마쳤다"며 "우리 아이들에게도 매일 최선을 다해 노력하다보면 마지막에는 최종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항상 강조한다"고 했다.최재영 감독은 "구단 등 여러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인천대건고 축구부의 첫 '전국제패'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좋은 성적과 함께 아이들과 필드 위에서 더 나은 경기를 해 나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글/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 우승을 차지한 인천대건고등학교(인천유나이티드 U-18) 최재영 감독은 "앞으로 더 좋은 시합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볼거리·즐길거리 가득한 생태하천 이야기 6개 지방하천·23개 소하천 핏줄처럼 연결황톳길·해바라기 군락 등 '핫플'로 인기중랑천 발물쉼터, 주말 버스킹 공연 열려도시하천 28㎞ 구간 걷고 싶은 길로 조성스트로브 잣나무길 등 특색있는 명소 발굴"하천서 계절별로 달라지는 자연 누리길"벼농사를 짓기도 하고, 때론 공연장이 되기도 한다. 청보리, 수레국화, 메밀꽃, 해바라기 등 사시사철에 맞는 아름다운 군락지를 보면서 휴식을 즐길 수도 있고, 아침 저녁 운동과 산책을 할 수 있어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바로 의정부시의 하천 이야기다. → 위치도 참조의정부시는 어느 동네에 살든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물이 있는 배산임수(背山臨水)를 경험할 수 있는 자연 친화적 도시다. 원도봉산·수락산·천보산·부용산·사패산·홍복산 등 크고 작은 산들이 도시를 감싸고 있으며, 중랑천·부용천·민락천·백석천·회룡천·호원천 등 6개 지방하천과 23개의 소하천이 핏줄처럼 도시 곳곳을 지난다. 의정부가 보유한 천혜의 자연환경 중에서 시민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 하천이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둔치를 따라 걷기만 해도 마음의 위안이 되고, 건강해지는 하천은 의정부의 자랑이자 큰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민선 8기 의정부시정은 이런 하천의 가치를 살리고, 시민들이 더욱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사업과 정책을 펼치고 있다.■ 맨발로 황톳길 걷고, 익어가는 벼를 보는 의정부 하천최근 의정부시에서 주민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있는 명소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하천 옆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민락천 황토건강길과 부용천 신곡새빛정원(해바라기 군락지), 발물쉼터와 중랑천 벼농사 체험장 등 각각의 명소들은 저마다의 개성으로 시민들을 끌어당기고 있다.먼저 민락천 제1인도교~궁촌교를 잇는 700m 구간에 조성된 민락천 황토건강길은 맨발걷기 열풍에 맞춰 맨발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곳이다. 황톳길을 맨발로 걸을 때 발끝으로 느껴지는 시원하고 부드러운 촉감은 중독성이 있어 '한 번도 안 걸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걸은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황톳길을 걷고 흙이 묻은 발은 민락천 징검다리에 앉아 개울물에 씻는 것이 이곳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라고 한다.노란 해바라기 군락이 장관을 이뤄 SNS에서 포토스팟이자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신곡새빛정원도 부용천을 걷다보면 만날 수 있다. 의정부시는 과거 쓰레기산으로 불렸던 이곳을 정비해 정원으로 만들었는데, 계절별로 피는 꽃밭 풍경에 갈수록 방문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가을에 만개하는 해바라기 군락은 신곡새빛정원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저녁 노을이 질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시는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더욱 이곳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하천을 따라 대왕참나무흙길과 소공원, 쉼터를 조성할 예정이다.중랑천 호암교 인근에 위치한 '발물쉼터'는 커다란 버드나무 아래 쾌적한 휴식처로 인근 주민들이 즐겨 찾는다. 발 아래 물이 흐르는 휴식처라는 뜻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에 앉아있으면 졸졸졸 중랑천이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 살랑거리는 바람을 느낄 수 있는데, 자연을 느끼는 힐링공간으로 이만한 곳이 없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용자가 많아지는 주말 발물쉼터에선 수시로 버스킹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열리는 공연에 호평이 이어지자, 시는 겨울에도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대형 천막을 설치해 '난로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시민이 직접 모를 심은 벼농사 체험장도 중랑천 볼거리 중 하나다. 체험장의 벼들은 곧 추수를 앞두고 있는데, 시는 마찬가지로 벼베기도 시민들과 함께 나설 예정이다. 하천 한편에 마련된 벼농사 체험장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겐 생태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성인과 노령층에겐 추억을 회상하는 매개체로 역할을 한다.■ "하천을 걷고 싶고, 머물고 싶은 힐링 공간으로"의정부시가 어려운 재정상황 속에서도 하천 공간 조성에 열중하는 데에는 김동근 시장의 남다른 철학이 녹아있다. 시장이 되기 전부터 의정부 곳곳을 걸어다니며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하면 더 괜찮은 도시를 전할 수 있을까', '현 세대가 의정부를 더 맘껏 즐기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는 그는 의정부가 보유한 자연환경을 활용해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의정부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문밖을 나서면 바로 자연을 누릴 수 있는 도시. 자동차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고, 문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생태도시를 구현하면 자연스럽게 인구가 모이고 경제가 활성화한다는 것이 김 시장의 소신이다.이런 배경에서 의정부에서 시민들이 가장 쉽고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곳이 하천이고, 문화와 상권을 연계하기도 가장 좋은 통로도 의정부를 관통하는 하천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시가 하천 정책에 공을 들이는 이유를 알 수 있다.시는 앞으로도 시민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하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도시하천 28㎞ 구간을 대상으로 '걷고 싶은 길' 조성을 계속하면서, 스트로브 잣나무길·도심 속 담수욕장·음악정원·생활환경숲 등 다양하고 특색있는 명소를 발굴하고 조성해나갈 예정이다. 경기도와 함께 경기북부 일맥삼통하천길조성사업, 경기북부 저탄소 수변공원화사업, 맨발길 조성사업 등도 추진한다.김동근 시장은 "의정부의 모든 하천을 시민이 걷고 싶고, 머물고 싶은 안전한 힐링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시민들이 하천에서 계절별로 달라지는 자연을 누리고 삶의 활력과 여유를 찾을 수 있도록, 또 그것이 의정부의 자랑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의정부 부용천 옆 신곡새빛정원에 해바라기가 만개해있다. /의정부시 제공의정부 중랑천 둔치에 마련된 발물쉼터에서 시민들이 공연하고 있다. /의정부시 제공김동근 의정부시장이 민락천 건강황톳길을 시민들과 걷고 있다. /의정부시 제공
"단순해보여도 어린이 성장 교과서… 글·그림의 조화 잃지말길" 韓유리천장에 日대학원 새길 개척… 귀중서 접하며 심도있는 공부 '전환점'출판사 '시공사' 고문·파주 '네버랜드 픽처북 뮤지엄' 등 저변 확장에 애써군포 '그림책꿈마루' 1周 관여…"이곳서 '한국 원화' 순회전 마무리 하고파"그림책은 통상 아이들이 읽는 책 정도로 여겨진다. 비교적 가볍게 치부됐던 그림책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은 1994년 책 '그림책의 세계'가 출간된 게 영향이 컸다. 그림책의 발전사와 좋은 그림책의 개념 등을 망라한 책으로, 그림책을 학문적으로 접근해 풀어낸 국내 도서는 사실상 처음이었다. 해당 책은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에서 강연 중인 신명호 교수가 유학 시절 자신의 석사 논문을 토대로 써낸 책이다. 논문을 기반으로 국내 상황에 맞게 설명을 덧붙였다. 이전엔 그림책의 개념이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분석한 연구 자료가 마땅히 없었던 터라, 신 교수의 책은 그림책을 알고 싶고, 펴내고 싶어하는 많은 이들에게 훌륭한 교본이 됐다. '그림책의 세계'가 출간된 지 꼭 30년이 된 지금, 신 교수는 한·일 양국에서 그림책을 연구하고 알리는데 분주하다. 전국 유일 그림책 복합문화공간인 군포 '그림책꿈마루'가 개관 1주년을 맞이한 때, 신 교수를 그림책꿈마루에서 만났다.그림책의 매력을 '커뮤니케이션'으로 꼽은 신 교수는 각종 예술이 그림책을 만들고 읽는 행위에 집약된다고 말한다. 빠르게 성장해 온 한국 그림책 시장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지적했다.■국내에 처음으로 펼쳐낸 '그림책의 세계'신 교수가 그림책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1985년 무렵 덕성여대 재학시절이었다. 미술학도였을 때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로 유명한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가 유럽에서 가져온 그림책들, 일러스트들을 보게 된 게 계기가 됐다. 대학 졸업 후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게 됐지만 여성의 사회 활동이 지금처럼 쉽지 않았던 시기였던 만큼 유리천장을 절감했다.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일본으로 향했다. 한국보다 그림책 산업이 앞서있던 일본, 그것도 일본 내에서 그림책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던 무사시노 미술대학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은 게 전환점이 됐다.신 교수는 "무사시노 미술대학은 당시 외국인 유학생이 매우 드물었어서, 학교 측이 한국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내용들을 모두 수강할 수 있게 배려해줬다. 도서관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귀중서도 직접 손으로 펼치며 볼 수 있게 해준 덕분에, 외부인이 절대로 만질 수 없던 책들을 보며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쌓은 지식을 논문으로 정리했다. 그림책 자체가 연구가 많이 이뤄졌던 분야가 아니라, 논문을 쓸 때 참고가 되는 이렇다 할 논문도 없었다"며 "논문을 낸 후 한국 그림책이 '없다시피 하다'는 데 문제 의식이 생겼다. 그래서 논문으로 정리했던, 1680년대부터 1910년대에 만들어진 세계의 그림책을 소개하는 전시를 처음으로 열었다. 당시 서울 남산 쪽에 있던 국립중앙도서관이 서초구로 이전했는데, 새로 문을 여는 것을 기념하는 전시회격으로 진행했다. 그때만 해도 국내에선 그림책에 대한 인지도나 관심이 낮을 때였어서 관람객 자체가 많진 않았지만, 그 와중에도 이억배 작가나 정승각 작가 등이 전시를 봤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이후에도 신 교수는 국내 그림책 산업 성장기 곳곳에 발자취를 남겼다. 출판사 '시공사'에서 본격적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펴낼 때 고문을 맡아 각 책마다 어떤 의미가 있는 책인지, 어린이가 왜 읽어야 하는 책인지 등을 일일이 적어 삽지로 넣었다. 그림책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2000년대에 들어선 그림책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미술관 등이 하나둘 생겨났다. 가장 처음 조성된 공간은 파주 '네버랜드 픽처북 뮤지엄'이다. 건물 설계부터 초창기 전시 기획까지 모두 신 교수의 손을 거쳤다. 원로 그림책 작가인 홍성찬 작가의 원화전을 열어 한국에도 내로라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있음을 각인시키는가 하면, 국내에선 처음으로 세계적인 어린이 도서전인 '볼로냐 도서전'에서 수상한 작품들의 원화를 전시하며 그림책의 저변을 넓히는 데 애썼다. ■한국 그림책 시장, 내실 키워야 할 때…그림책꿈마루, 소프트웨어 잘 갖췄으면신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그림책들을 각각 일본어와 한국어로 번역해 양국에 소개하는 일도 여러 번 했다. 지난해만 해도 이시카와 에리코의 '책방 고양이', 곤도 구미코의 '슬픔의 모험' 등을 한국어로 번역했다. 그 스스로도 그림책 출판 작업에 참여하다보니 그림책에 대한 고찰이 더욱 깊어진다고 했다. 신 교수는 "그림책의 주 독자는 어린이다. 또 글과 그림이 각각 뛰어나면서도 조화를 이뤄야 하는 복합 예술이다. 독자의 속성을 고려하면, 어린이들이 성장하는 시기에 접하는 책이라 그림책에서 배운 내용이 오래 각인될 가능성이 커서 프로파간다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그림만 멋진 그림책, 작가의 메시지만 일방적으로 담긴 그림책이 과연 어린이들에게도 좋은 그림책일지는 의문"이라며 "한국의 그림책 시장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이런 오류에 빠진 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비주얼은 뛰어난데 이야기와 그림이 조화되지 않아 해외 시장에선 외면받는 작품들도 있다. 독자를 잃어버린 그림책들이 적지 않다. 외적으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그림책은 무엇인지, 어때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하며 내실을 키워야 하는 게 현재 한국 그림책 시장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그런 의미에서 군포 '그림책꿈마루'가 "그림책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한다"는 게 신 교수의 바람이다. 그간 그림책을 주제로 한 다수의 공간, 전시를 설계하고 기획해 온 신 교수는 그림책꿈마루 개관 전부터 깊이 관여해왔다. 개관 1주년 기념 특별전 '그림책, 문학과 예술의 하모니-안데르센 인어공주전'의 총괄 기획도 신 교수가 맡았다. 이에 대해 그는 "기존 문학에 삽화가 더해지면서 예술로 거듭난 그림책의 매력을 안데르센의 '인어공주'가 가장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여겼다. 안데르센이 완전한 문학인 '인어공주'를 썼다면, 이후의 인어공주는 시각적 이미지가 더해진 그림책으로 거듭나며 하나의 '예술'로 뻗어나갔다. 이번 전시는 그런 '인어공주'를 소개함으로써 문학, 예술, 그림책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의미가 있다. 그림책꿈마루의 정체성인 물과의 연관성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이야기라고도 생각했다"고 말했다.현재 신 교수는 일본에선 한국 그림책 작가들의 원화를 소개하는 순회 전시를 열고 있다. 요코스카 시립 미술관, 오카야 시립 이루후 동화관 등에서 진행했는데 내년엔 주일한국대사관에서 전시를 예정하고 있다. 순회전의 마지막을 그림책꿈마루에서 장식하고 작가들에게 원화를 돌려주는 게 신 교수의 구상이다. 그는 "국내에서도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림책을 다루는 공간들도 늘어나고 있다. 모두 하드웨어적으로는 매우 멋진데 중요한 점은 소프트웨어를 충실히 갖추는 것"이라며 "그림책꿈마루는 정말 좋은 시설을 갖춘 곳이다. 이런 공간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잘 만들어보고 싶다. 이번 특별전을 보는 분들이 그간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그림책의 여러 면을 느끼는 계기를 만든다면, 국내 그림책 전시의 방향도 사뭇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글/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신명호 교수는?▲덕성여자대학교 산업미술학과 졸업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 시각전달디자인 석사, 일본 도쿄대학 표상문화론 박사과정 수료 ▲1985~1992 리빙뉴스·일본 창미기획·KORAD 디자이너 근무 ▲1992~1995 '시공사' 어린이 그림책 출판기획 고문 ▲2000~현재 무사시노 미술대학·사가미 여자대학 강사 ▲2002~2007 일본대학 법학부 한국어 강사 ▲2009~2012 홍익대 대학원 메타디자인학과 강사 ▲한국 KBBY 운영위원, 일본 JBBY 위원■주요 저서·번역서▲1994 그림책의 세계(2009년 개정판 출판) ▲2002·2003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한국편 ▲2005 그림책은 작은 미술관 ▲2019 두꺼비가 간다 ▲2022 토끼와 고슴도치의 오늘도 좋은 날, 이파라파 냐무냐무, 우로마 ▲2023 책방 고양이, 슬픔의 모험군포 '그림책꿈마루' 개관 1주년 특별전을 위해 한국을 찾은 신명호 교수가 지난 5일 그림책꿈마루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그림책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하며 내실을 키워야 하는 게 한국 그림책 시장의 상황"이라고 발언하고 있는 신 교수의 모습.신명호 무사시노 미술대학 교수가 전국 유일 그림책 복합문화공간인 군포 ‘그림책꿈마루’에서 경인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신명호 무사시노 미술대학 교수가 전국 유일 그림책 복합문화공간인 군포 ‘그림책꿈마루’에서 경인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친구들 마음·생명 지키는 일… 자부심·기쁨 갖게돼" 아침 등굣길 생명존중 캠페인 펼쳐정부 생명사랑 프로젝트 중학교 유일삼성생명 지원 등 전문 훈련 과정도안양 부안중학교(교장·박점숙) 학생들의 등굣길. 현관에서 커다란 팻말을 든 학생들이 등교하는 친구와 선배들을 맞는다.'앞으로 함께 할 네가 필요해', '소중한 당신을 지켜주세요'.학생들은 친구들에게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활짝 웃는다.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볼펜에는 '너 지금 괜찮니?'라고 새겨져 있다. 등교하는 학생들도 이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함께 활짝 웃는다. 아침 등굣길은 이렇게 사랑과 웃음으로 채워진다.부안중학교 동아리 '생명 사랑 라이키(Life-Key)'는 우울하거나 고민이 있는 학생들을 곁에서 지켜주는 든든한 지킴이다.생명 사랑 라이키는 삼성금융네트웍스·한국생명의전화·교육부가 지난해부터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생명사랑 라이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지난해 3곳의 학교들로 첫 출발을 했는데, 부안중학교는 중학교로는 유일하게 선정돼 첫 활동을 시작했다. 부안중 라이키는 올해 각 반마다 2명씩 총 12명의 1학년 학생들(윤서연(회장), 이채령(부회장), 정수빈, 김서원, 양하윤, 이나겸, 정세아, 고현우, 채정호, 김예은, 이지은, 이예나)로 구성됐다. 이들은 삼성생명과 대학생 멘토들의 지원을 받으며 전문적인 마음·생명 지킴이 훈련과정을 소화하고 있다.지난 7월11일에는 그동안 받은 마음·생명 지킴이 훈련을 바탕으로 각 교실들을 찾아 '마음보호지킴이 훈련'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이달 6일에는 국회자살예방포럼 출범식에 초청 받아 국회의원들을 만나는 뜻깊은 자리를 갖기도 했다. 라이키 학생들은 자살 예방을 위해 국회가 더욱 노력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퍼포먼스를 선보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이어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2일에는 등굣길 생명존중 캠페인을 펼치고, 각 교실을 찾아 '마음 훈련'을 지원하는 활동도 펼쳤다.윤서연 부안중 라이키 회장은 "친구들의 마음과 생명을 지키는 의미있는 활동이어서 12명의 라이키들 모두 자부심과 기쁨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부모님과 친구들도 라이키 활동을 응원해주고 있어 더 힘이 난다"고 말했다.김미연 지도교사(전문상담사)는 "라이키 학생들이 열심히 훈련을 소화하면서 마음보호훈련 강의 완성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을 볼 때 대견하고 뿌듯함을 느낀다"면서 "마음보호훈련 강의에 학급 학생들이 잘 호응하는 것을 보며 생명지킴이 역할을 잘 해낼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안양 부안중학교 '생명 사랑 라이키' 학생들이 등굣길 '생명 존중 캠페인' 활동을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4.9.23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안양 부안중학교 ‘생명 사랑 라이키’ 학생들이 등굣길에 ‘생명 존중 캠페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FOCUS 경기] K-water, 한강유역 13곳 내년 '인공지능' 변신 에너지·설비시스템 등 자율적 감시 조절아프리카 정상들, 화성정수장 기술 확인자국 물 문제 해결 위한 협력 등 요청도수도권 2천500만 주민들에게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는 한강유역 광역정수장들이 첨단 '인공지능(AI) 정수장'으로 거듭난다. 2022년 세계 최초로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 'AI정수장'으로 변신에 성공한 화성정수장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경기도 내 10곳의 광역정수장을 포함한 한강유역 총 13곳의 광역정수장이 첨단 AI정수장으로 변신해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첨단 AI정수장 시대 활짝'AI정수장'은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첨단 디지털 물관리 기술을 적용한 정수장이다. 사람이 분석하고 판단해 운영하는 정수장에서 벗어나 빅데이터와 AI기술이 정수장의 시스템을 자율적으로 감시하고 조절한다. 스마트 에너지관리 시스템(EMS), 설비 예지보전 시스템(PMS), 지능형 영상감시 시스템 등 차세대 기술들이 융합돼 시스템의 안정과 효율을 높이고, 고품질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미래형 정수장이다.정부가 수립한 '제1차 한강유역물관리종합계획'의 이행계획에는 국가수도기본계획으로 '수돗물 생산·공급 전 과정 스마트 관리체계 구축' 과제가 포함됐다.이를 토대로 한강유역 13개 전체 광역정수장에 대한 AI정수장 구축 계획이 수립돼 추진중이다. 고양, 일산, 파주, 덕소, 와부, 성남, 수지, 시흥, 반월, 화성 등 경기도내 10개 광역정수장과 충주(충북), 송전, 황지(강원) 정수장이 AI정수장 구축 대상이다.이중 화성정수장은 시범사업을 통해 이미 AI정수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나머지 12곳은 올해까지 AI기술 도입 작업을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AI정수장 시대를 활짝 연다.■ 복잡한 수돗물 생산과정 '혁신'수도권은 인구 만큼이나 매일 엄청난 양의 수돗물을 필요로 한다. 경기·서울·인천 대부분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국내 최대의 수도시설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관리하는 '수도권 광역상수도'다. 이곳에서는 하루 평균 약 509만㎥의 수돗물을 공급하는데, 우리나라 전체 수돗물 공급 실적의 약 54.5%에 해당하는 양이다.수도권 광역상수도의 수돗물 공급 첫 단계는 취수원인 한강에서 원수를 취수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팔당취수장을 비롯한 한강의 취수원에서 끌어들인 원수는 관로와 가압장 등으로 이뤄진 복잡하고 방대한 관망을 통해 정수장으로 보내진다(도수과정). 복잡한 취·도수 과정은 한국수자원공사의 '한강 통합수도운영센터'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전체 공급량에 대한 조절과 통제기능이 없는 각 정수장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원수 공급과 수돗물 생산을 조정·분배하는 중요한 역할이다.정수장에 안정적으로 원수가 공급되면 수돗물 생산이 시작되는데, 원재료가 되는 원수의 수질에 따라 신속하고 정확한 대처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급변하는 기후위기로 인해 수질 변동성이 커지면서 조류 발생이나 고탁도 원수 유입 등 이상수질 발생도 빈번해지고 있다. 이때 정수장들은 정수처리공정을 신속하게 변경해 대처해야 하는데, AI가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조절하는 AI정수장은 이 같은 대처를 빠르고 정확하게 함으로써 고품질 수돗물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AI정수장화성·평택 일대에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화성정수장이 세계 최초로 AI정수장으로 재탄생한 것은 물관리 기술의 혁신이었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화성 AI정수장은 전 세계 물관리 시설 최초로 '글로벌 등대'로 선정되며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화성 AI정수장의 기술과 가능성은 지난 6월5일 아프리카 정상들의 방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마다가스카르 공화국, 모리셔스 공화국의 대통령 일행이 화성 AI정수장을 찾아 시설과 운영시스템 등을 살피고 돌아갔다. 아프리카 정상들은 이상기후로 인해 안정적인 물 공급과 먹는 물 품질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국의 물 문제 해결에 AI정수장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한국수자원공사에 협력을 간곡히 요청하기도 했다.이처럼 대한민국의 첨단 AI정수장은 깨끗하고 안정적인 물관리의 중심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한 경기도의 광역정수장들은 'AI정수장 시대'의 가장 선두에서 혁신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인터뷰]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본부 오승환 본부장 "인적 오류 줄여 고품질·고효율 수돗물 생산"수도권 광역상수도 공급계통 AI 도입'설명가능' 인공지능 XAI 자체 개발도"기존의 정수장은 주로 사람의 경험과 지식에 의존해 수동으로 운영합니다. 일부 자동화시스템이 도입된 곳도 있으나 주요 의사결정과 설비조작은 여전히 사람에 의해 이뤄지는데, 여기서 사람에 의한 오류와 설비운영의 효율성 문제가 발생합니다."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본부는 우리나라 물 관리와 공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만큼 우수한 기술과 시설을 운영하면서 고품질·고효율의 수돗물 생산체계를 유지해야 한다.오승환 한강유역본부장이 'AI정수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오 본부장은 "AI정수장은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자동으로 정수처리공정을 최적화한다. 운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적 오류를 크게 줄이고 설비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정수장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강유역 13개 광역정수장에 AI정수장을 구축하는 사업 뿐만 아니라, 복잡하고 방대한 수도권 광역상수도 공급계통에도 AI기술을 전면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오 본부장은 "수도권 최대 취수원인 팔당취수장과 공급시설인 판교가압장에 AI기술이 적용되면, 수도권 용수공급계통의 안정적 운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돗물 공급 전 과정에 AI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세계 최초의 사례로서, 다시 한 번 초격차 물관리 기술을 세계에 과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AI기술이 도입되면 운영 효율성은 향상되지만, AI가 내리는 결정의 근거를 알 수 없다는 점이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한강유역본부는 설명가능한 인공지능인 XAI(eXplainable AI)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도입할 계획"이라고 AI 기술의 '빈틈'에 대응하는 기술도 소개했다.마지막으로 오 본부장은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물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한강유역본부가 신뢰할 수 있는 물 공급의 중심 역할을 앞에서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석철·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세계 최초의 AI정수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화성 AI정수장'을 소개하는 개념도. /한국수자원공사 제공한국수자원공사의 '한강 통합수도운영센터'는 복잡한 원수 공급 과정과 수돗물 생산을 조정·분배하는 컨트롤타워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마다가스카르공화국 안드리 라주엘리나 대통령(사진 왼쪽) 일행이 지난 6월5일 한국수자원공사 화성 AI 정수장을 방문해 윤석대 사장(가운데)의 안내로 첨단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오승환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본부장.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쓰레기통 가득 버려진 덕질… '팬심의 민낯' 연예인 포토카드만 챙기고 정작 제품 버리는 경우 많아환경문제 유발… 불건전 소비 행태·습관 형성 우려도과도한 증정 마케팅에 전문가 경고… 팬덤문화 부작용 마케팅 효과를 위한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Pop-up Store·임시 매장)가 성행하고 있다. 화장품, F&B 등 프랜차이즈와 엔터테인먼트는 물론 해외 명품 브랜드까지 나서 소비자 이목을 끌려는 다양한 팝업 스토어 경쟁을 펼친다. 하지만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효과와 함께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문제점도 공존하는 실정이다. '단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경인일보 2기 학생기자단'이 이 문제를 직접 취재했다.그 결과 아이돌 등 유명 연예인의 포토카드나 캐릭터 상품과 같은 증정품만 챙기고 정작 구매 제품은 쓰레기통으로 향한다든지, 거꾸로 해당 증정품이 무더기로 버려지기도 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로 파악된 건 기업들에 커다란 수익을 안겨주는 이러한 소비 행태가 청소년들에게 불건전한 정체성 확립이나 소속감을 안길 우려가 컸다는 점이다.■ "대부분 버려지는데…사회문제 고려 않는 듯"학생기자단은 직접 현장을 찾아 청년들이 생각하는 팝업 스토어와 관련 마케팅 방식 등에 대해 물었다. 지난달 판교의 한 백화점에 열린 팝업 스토어에서 만난 고민성(22)씨는 "행사장에서 받는 증정품은 실생활에 필요한 게 아니면 선호하지 않아 주변에 나눠주거나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증정품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걸 보기도 하는데 팝업 스토어 주최 기업들이 필요 이상으로 행사를 연다는 생각도 해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 홍모(24)씨는 "기업들이 근본적으로 환경문제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은 마케팅 전략에 몰두한 것 같아 아쉽다"는 의견을 나타냈다.실제 이날 백화점 내 여러 팝업 스토어 주변의 쓰레기통들은 무료로 제공된 수많은 부채들이나 팸플릿으로 가득찬 모습이었다. 기업 입장에선 매출 증대에 효자 역할을 하는 증정품 제공 방식의 마케팅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송씨는 "팝업 행사에 관심이 없다가도 증정품을 나눠준다고 하면 사람들이 몰려든다"며 "기업 입장에선 신제품을 출시할 때 팝업 스토어만한 마케팅 전략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모(22)씨는 "일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증정품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익인 것 같다"고 전했다.■ 포토카드 한장 얻으려… 앨범 다량구매하지만 이 같은 마케팅이 과도해지면 소비자 심리나 청소년 정신건강에 부적절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K-Pop 시장을 중심으로 한 '피지컬 음반(디지털이 아닌 실물 음반)' 업계에서 특히 이 같은 우려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업계에선 아이돌 피지컬 앨범을 한 장 구매할 때마다 연예인 포토카드를 한 장씩 무작위 제공하는 마케팅을 일반적으로 진행하는데, 각 앨범과 포토카드 종류 그리고 그 안에서 또다시 무작위로 제공하는 등의 비율을 점차 늘리는 구조다.이를 통해 팬들의 앨범 다량 구매를 유도하려는 전략이지만 경제관념과 소비습관이 미성숙한 청소년 팬들에게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소비를 유도하는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아이돌 팝업 스토어 이용 경험이 많다는 윤모(21) 씨는 "아이돌 기업들이 경제관념이 부족한 낮은 연령대 소비자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은 고려하지 않고 매출만 생각해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한 아이돌 그룹 열성 팬인 정모(21) 씨는 "브랜드 행사 포토카드나 증정품 마케팅이 환경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봤다"면서도 "컬래버레이션 등으로 주는 아이돌 증정품은 평소 개인적으로 구하기 힘든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이란 착각이 들고, 그게 과소비로 이어졌던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돌 팬 유튜버 "재미와 만족감 커"앨범 판매량을 높이기 위한 아이돌 기업들의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앨범 판매처별 팬 사인회를 개최하고 팝업 스토어를 통해 앨범 구매를 유도한다. 팬 사인회에 응모하기 위해서는 해당 앨범 유통사에서 구매해야 하는 등의 방식도 활용된다. 아이돌 팬 유튜브 채널 '독고와제갈'을 운영 중인 유가희(29)씨는 "팬 사인회에 가기 위해 구매해야 하는 앨범 수가 팬들 사이 암암리에 알려져 있는데 그 개수가 상당하다"며 "앨범 대량 구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그러면서 이를 위해 형식적 목적으로만 구매하다 보니 정작 해당 앨범들을 타인에게 되파는 현상도 일어난다고 했다. 그는 "앨범을 대량 구매한 사람들이 처리하기 곤란해 재판매하거나 폐기, 나누는 일이 빈번하다"며 "팬이 아닌 사람들이 구매 후 돈을 덧붙여 파는 상황도 쉽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다만 유씨는 기업의 이러한 앨범 판매 마케팅이 꼭 부정적 측면만 가지는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에 대해 "앨범을 사고 포토카드를 모으려고 교환, 양도하는 게 일종의 팬덤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다"며 "팬들은 이런 행위 자체에서 큰 재미와 만족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들의 구매 유도 마케팅이 일부 사회적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규제한다면 서운하고 아쉬워 할 팬들이 상당할 것"이라며 "팬들은 앨범 구매와 그 후 행위들을 일종의 팬덤 문화와 놀이로 인식하고 자신의 재미를 위한 적절한 소비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 전문가 "올바른 정체성 인식 해쳐선 안돼"문제는 한창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꿈을 키워야 할 청소년들이 자칫 일시적인 소속감과 경쟁심 탓에 그릇된 정체성은 물론 소비 습관까지 갖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연세대 대학원 사회학 박사)는 "현대 사회는 파편화돼 인간과 인간 사이 공유하는 것들이 줄어들고 일체감을 느낄 대상도 적어 자기 정체성 확립이 어렵다"며 작은 요소도 정체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현대 사회의 특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예인이 그 대상이 되기 쉬워 팬덤과 앨범 구매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김 교수는 또 "쉽게 일체감을 느낄 대상이 연예인인데 '나만 좋아한다'라기보다 '다른 누군가도 같이 좋아한다'는 개념에서 비롯된다"며 "그게 소속감으로 발전하는 걸 넘어 소속된 그룹 내 경쟁심도 유발하는데 우위를 다투는 수준까지 이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인간은 인정 욕망이 커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서고자 하는데 외모, 학력 그리고 특히 돈과 관련해 '내가 이만큼 더 구매할 수 있다'는 우월감을 가지려 할 수 있다"고 앨범 다량 구매 현상과 연관지어 설명했다.그러면서 이 같은 앨범 다량 구매 등의 형태로 청소년들에게 다가가는 소비 습관이 아직 제대로 발현 못한 정체성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다량 구매의 원인은 경쟁심과 협동심에 있다고 보는데, 모두 소속감을 바탕으로 이뤄지며 밑바탕엔 개인의 정체성을 발현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팬 활동 이외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해소할 다양한 탈출구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민·백은빈·안지민·정진영·김정민(단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경인일보 2기 학생기자단),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지난 8월 판교의 한 백화점에서 열린 팝업 스토어에서 주최 측으로부터 받은 캐릭터 증정품이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다. /단국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학생기자단지난 8월 판교의 한 백화점에서 열린 팝업 스토어를 방문객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단국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학생기자단지난 8월 판교의 한 백화점에서 열린 팝업 스토어에서 주최 측으로부터 받은 캐릭터 증정품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단국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학생기자단
36년의 참혹했던 일제 치하, 광복을 가슴에 안고 희망과 혼란이 공존했습니다. 전열을 가다듬을 새도 없이 벌어진 잔혹한 내전, 깊은 상흔만 남은 채 폐허가 된 한반도. 20세기가 시작된 후로 장장 반세기를 헤어나올 수 없는 절망과 그럼에도 피어오르는 가느다란 희망이 교차되는 시대였다고 할 수 있죠. 감히 가늠해보건대 1950년대는 결국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런 시대였습니다. 그랬던 시대에 평택국제중앙시장은 유일하게 눈과 귀와 코를 사로잡는 공간이었습니다. 1958년에 '중앙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출범한 평택국제중앙시장은 1952년 오산공군기지가 송탄에 건설되면서 미군 주둔지가 형성됐고, 이들 미군을 상대로 한 상점들이 들어서며 시작됐습니다. 그때는 모두가 헐벗던 시절이었죠. 유일한 소비자였던 미군을 잡기 위해 미군부대 앞 가게들이 하나둘 생기고 송탄역 철로길을 넘어 사람들이 모여들고 자연히 소비 공간도 커졌습니다. 그렇게 시장이 형성되자, 점차 보통의 우리도 하나둘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생필품을 구하기위해 오는 큰 상권이면서도, 사실 이때부터 평택국제중앙시장을 찾는 일은 놀거리 볼거리 하나 없던 흑백시절에 '컬러TV'를 구경하는 일과 같았다고 볼 수 있죠. 여기 오면 다 구할 수 있어요 오랫동안 국제중앙시장에서 장사를 해온 정창무 평택국제중앙시장 상인회장의 기억도 그랬습니다. “미군기지가 생기면서 신장쇼핑몰이라고 해서, 미군을 상대로 한 상점들이 하나 둘 늘어난 거리가 생겼어요. 그땐 우리가 워낙 못 살때잖아요. 그런 경제규모로 비교해보면, 주한미군 씀씀이가 (우리한텐) 엄청나니까 정말 좋은 상권이었죠. 오죽하면 그때 이 시장을 부르는 별명이 '달러박스'였어요. 그렇게 물건들이 넘치고,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내국인을 상대로 한 중앙시장이 같이 생겨났구요. 그땐 아무것도 없을 때잖아요. 근데 여기에 오면 다 구할 수 있으니, 그때 규모가 엄청 컸어요. 지금이랑 크게 달라진 게 없을 정도로." '다양성'의 상징… 원조 식당들 즐비 수제 햄버거·피자 1세대들 모였던 곳 미군 양장점 인기… 혼수 이불도 구매 민웅기 경인일보 기자는 평택사람입니다. 평택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인 그의 어린 기억에, 지금은 매우 흔한 '버거킹 햄버거'는 아버지를 떠올리는 추억이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전화국에 다니셨어요. 한번씩 미군부대에 전화 관련 업무를 위해 출입을 하시곤 했는데 그런 날엔 꼭 아버지가 버거킹 햄버거를 사서 포장해오셨어요. 그땐 한국에 버거킹이 공식적으로 들어오지 않았을 때였기도 했고, 전국 미군기지 중에서도 버거킹이 입점한 데는 별로 없었거든요. 지금이야 햄버거가 흔하지만 그때 버거킹 햄버거는 다 못먹을 정도로 너무 크고, 맛있는데 미국음식이 그렇듯 너무 짜고, 그래도 신기해하면서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민 기자의 추억처럼 당시 송탄은 유일하게 한국에서 햄버거와 피자를 맛볼 수 있는, '세련된' 동네였습니다. 한국에 버거킹, 피자헛 같은 미국 햄버거와 피자 프랜차이즈가 90년대 들어 하나 둘 공식적으로 매장을 내기 한참 전부터 수제 햄버거와 수제 피자가 성행했던 곳이기 때문이죠. 정창무 회장도 피자를 굽는 그 냄새를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가 들은 기억에는, 대한민국에서 피자를 처음 구운 1세대들이 여기에 다 있었어요. 처음 이 곳에서 피자집을 시작하신 (지금은 작고한) 분께 들은 건 김포공항에 미군이 처음 들어왔을 때 피자 굽는 기술을 배우셨대요. 첫 피자집 사장님 직원으로 일하며 피자굽는 기술을 배우신 분들이 또 주변에 피자가게를 차렸구요. 미군기지 내부에 도미노피자가 있었지만 또 이렇게 수제 피자들이 맛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피자 프랜차이즈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주춤해졌죠." 반대로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햄버거들은 지금도 '수제'의 맛을 잘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미스진버거' '미스리버거'가 당시 평택 미군부대 햄버거의 원조격으로 지금도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죠. 양상추와 토마토에 얇은 고기패티를 넣는 요즘 햄버거들과 달리, 잘게 썰은 양배추에 두툼한 고기패티를 넣은 게 특징입니다. 먹을거리 뿐 아니라 패션도 앞서나갔습니다. 맞춤 양복을 제작하는 양장점이 큰 인기를 끌었거든요. “미군들이 수제 의류를 정말 좋아했어요. 출장오거나 훈련왔을 때 여러벌을 맞춰가고, 가족 옷까지 맞춰가는 경우도 많았어요. 처음부터 양복 제작기술이 좋았다기보다, 이때 양장점을 창업한 1세대들이 영어를 말할수 있는 분들이 꽤 있었어요. 영어로 소통하면서 (필요에 맞게) 양복을 제작하고 기술이 늘면서 장사가 잘되니 직원들이 늘고, 그 직원들이 기술을 배워 양장점을 차려 운영해서 2세대까지 이어졌죠. 아직까지 2세대들은 옛날 그대로 운영을 하고 있어요." 중앙시장에서 오랫동안 이불가게를 해온 정남주 동신이불 사장도 달러박스라고 불리던 그때 그 '호시절'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내가 여기서 장사한 지 57년 됐거든. 송탄이 쑥고개로 불릴 때, 아무것도 없을 때 맨손으로 와서 장사를 시작했어요. 환전소를 그때는 미군달러박스라고 불렀는데 이 지역이 (미군 통해) 외화획득이 잘 되다보니 상인들에게 면세를 해줬어요. 그만큼 모든 수입원이 미군들한테 나오던 시절이 있었지. 예전엔 미군들이 본국에 부치는 소포들이 엄청 많았어요. 가게들 문 앞마다 미국에 부칠 소포가 한가득 쌓여있을 정도로. 이불도 인기품목 중에 하나였어요. 미군들이 직접 사기도 하고, 여기서 미군하고 만나 국제결혼하는 사람들이 혼수로 사가기도 많이 했지. 우리는 그걸 '한식이불'이라고 불렀는데 예단으로 많이 해갔어. 처음엔 미싱 하나 놓고 하나하나 다 수작업으로 수를 놓았는데, 너무 장사가 잘 돼서 2층에 미싱 대여섯대 놓고 직접 원단 사다가 수놓고 이불을 만들어 팔았지." 관광특구 지정 후 새벽 4시까지 운영 수원·천안서 찾아와… 주말은 북새통 나이키 등 패션브랜드 최초 입점도 한국사회 보수적 기조 볼 수 없던 곳 주말이면 서로 어깨를 부딪히고 걸어야 했어요 70~90년대 평택국제중앙시장은 밤새도록 놀고 싶은 청춘들의 탈출구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관광특구'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는데요. 관광특구라고 해서 별것은 없습니다. 특별히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거나 정부가 정책지원금을 더 주는 것도 아니었죠. 하지만 노는 것에 엄격했던 그때 그시절을 감안하면, 이 곳은 유일하게 '시간'을 구애받지 않고 놀수 있다는, 엄청난 혜택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예전엔 통금이란 것도 있었고 또 90년대까지도 유흥업소는 밤 12시까지만 영업을 하도록 했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관광특구로 지정이 되면서 새벽4시까지 영업이 가능했거든요. 위로는 수원권역에서, 아래로는 천안권까지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놀기 위해 이 곳에 왔어요. 자기들 동네에서 먹다가도 시간이 끝날 쯤 여기로 넘어와서 술을 먹고 놀았죠. 지금은 시장 초입에 삼보데파트 건물이 사실은 예전에 '삼보극장'이에요. 젊은 사람들이 워낙 많이 오니까 장사가 잘 됐죠. 그때는 주말이면 서로 어깨를 부딪히고 걸어야 할만큼 사람이 몰렸어요." 인근 지역의 젊은이들이 몰려든 건 비단 시간의 자유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이 곳은 한때 가장 인기가 많은, 외국의 패션브랜드들이 공식 진출을 하기 전에 매장들이 줄지어 있던 곳이기도 했죠. “국내에 나이키가 본격 진출하기 전에 먼저 나이키 매장이 문을 연 곳이 이 곳입니다.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나이키 매장일거에요. 시장 한 라인이 전부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의류 브랜드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어요. 여기는 당시에 보수적인 사회분위기로 통용 안 되는, 이를테면 탱크탑 같이 노출이 좀 있거나 아방가르드한 의류들도 먹힐 만큼 자유스러웠어요." 유행에 민감하고 새로운 볼거리에 도전하고 싶은 청춘에게 평택국제중앙시장은 당시 주변에선 찾아볼 수 없는, 가장 놀기 좋은 놀이터였던 셈입니다. 2000년대 다양한 국가 문화 접목돼 주차·간판 등 고쳐야할 부분도 존재 이국적 분위기, 세대를 잇는 '레트로' 지금도 여전히 500여개의 점포가 평택국제중앙시장에서 운영 중입니다. 규모도 변하지 않았고, 상당수 점포들도 수십년째 그 명맥을 이어가며 다양성의 전통을 잇고 있습니다. 미스진과 미스리 버거가 이어온 송탄 햄버거의 맛은 송스버거 같이 청년 창업자들이 요즘의 맛을 잘 섞어 송탄을 오게 만들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부터는 동남아, 유럽 등 현지인들이 직접 시장 안에 자국 음식을 선보이는 가게를 창업하며 여전히 평택국제중앙시장만의 '다양성'을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야성 같던 인기는 예전만큼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정창무 회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상권, 그래서 '레트로'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관심이 가끔 속상하다고 했습니다. “창업1세대들이 은퇴를 하고 젊은 사람들이 요즘은 새롭게 창업도 많이 하는 분위기이지만, 1세대들이 했던 그 환경 그대로라는 게, 속상해요. 우리끼리 뭔가 우리 시장만의 특색을 좀 더 만들어보려고 벽화사업도 해보고 하지만 보도블럭, 간판 하나 모두 옛날 거 그대로이니 변하지 않는 상권에 누가 오겠어요. 가끔 시장 찾는 옛날 분들이 '레트로'해서 좋다고 하는데 차 하나 대기도 어려운, 사람들이 오기 불편한 시장에 오지 않습니다. 우리 상인들이 젊은 세대의 소비지향을 읽으려고 노력해도 투자가 없으니 쉽지 않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시장의 특징은 내국인 상권과 외국인 상권이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재미를 주는 건데 기본적인 환경이 좀 갖춰지면 좋겠습니다." 정말 시장을 한바퀴 돌아보니, 이 곳은 이국적인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독특한 시장이었습니다. 강산이 7번을 변해도 그 색깔이 죽지 않고 여전히 진한 바탕으로 남아있는 것이 소중하다고 느낄만큼. 옛 손님들에겐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레트로한 정취를, 새로운 손님들에겐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시장으로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길 바랍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성공 공식·소통 중요성 등 강조 28년간 인상에 남는 굵직한 광고를 제작해 온 김한석 위트프로덕션의 대표가 마케팅의 필요성을 소개하며 효율적인 매체와 타이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한석 대표는 11일 오후 수원 파티움하우스에서 열린 미래사회포럼 제12기 강연자로 나섰다. 이날 김 대표는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진행하며 마케팅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역설했다.그는 250여 편의 눈길을 사로잡는 TV광고로 광고업계에서 성공한 인물이자 미래 산업과 관련한 다수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제작자이기도 하다.김 대표는 "본인 업적의 객관화를 통한 조직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마케팅이 필요하다"며 "짧고 굵은 메시지를 통한 외부와의 소통과 외부의 반응에 따른 경영철학을 검증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특히 그는 "마케팅에선 펠리컨적 사고는 위험하다"면서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의 마케팅은 매체사를 위한 자선사업"이라고 지적했다. 또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강의한 김 대표는 리더인 마인드를 비롯해 성공의 공식,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등을 강연하기도 했다."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한순간으로 감동을 주는 리더의 모습"이라는 김 대표는 "리더는 대표, 사장, 회장이란 호칭보다 전문가로 불려야 하며 짧고 굵게 핵심을 이야기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면서 "학문적, 문화적 소양으로 주제를 다양화해 대화를 이끌어야 우수 인력을 모이게 하는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한편 김 대표는 지난해 연극 '영원한 동문들'의 연출을 맡아 또 다른 방식으로 대중을 만난 바 있다. /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11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파티움하우스에서 열린 미래사회포럼에서 김한석 위트프로덕션 대표가 마케팅의 필요성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2024.9.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김동연의 소신 큰 공감… 2년여 뒤 대선 좋은 경쟁자 될것" '노무현' 키워드로 정치 동반자 손 잡았지만 "캠프 합류까진 아냐"민정수석·행안부장관 등 행보… 아직 이루지 못한 '도지사 꿈' 밝혀민주당 여러 목소리 듣길 당부… 문 前 대통령 수사는 정치보복 비판"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년여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서 선의의 경쟁을 할 좋은 후보자라고 본다."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정수석, 문재인 전 대통령의 '3철'인 전해철이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선택했다. 김 지사가 임기 후반기 들어 친노·친문 인사를 기용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 입지가 부족한 김 지사가 친노·친문 세력에 손을 내미는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였는데, 지난달 26일 있었던 전해철 전 의원의 '영입'은 그 화룡점정이었다.전해철 경기도정자문위원장은 당시 위촉식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지사를 정치적으로 함께 하거나 후원하는 역할임을 전혀 부인하고 싶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2년여 뒤 있을 대선과정에서 김 지사를 돕겠다는 의미다. 그 '도움'의 의미를 확인하고 선택의 배경을 듣고 싶었다. 인터뷰는 지난 6일 안산의 법무법인 해마루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전해철과 김동연… 그리고 노무현전해철 위원장은 '선택의 이유'를 묻자, "중장기 의제에 대해 힘이 되고 싶다"며 '정치개혁'을 꼽았다. 그는 "김 지사는 (새로운물결 대선후보로 정치에 등장할 때) 정치개혁 의제를 강하게 던지며 출발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소신이 지금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김 지사는 22년 대선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하며 분권형 대통령제·책임총리·실질적 삼권분립을 포함하는 개헌, 연동형비례대표제 등을 주장한 바 있다.전 위원장 역시 21대 국회의원 시절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을 발족한 다선의원 중 한명으로서 선거제 개혁을 주도한 바 있다. 득표율이 의석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의사를 밝혀 왔고, 전원위원회에서는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만큼은 시행하자고 주장했다. 21대 후반기, 500인 토론, 국회의원 전원위원회 등을 거치며 어느때보다 선거제도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됐지만 결과는 위성정당이었다. 거대 양당은 정치개혁을 외쳤으나, 의석수 이해득실을 따지고는 결국 뒷걸음질쳤다. 전 위원장은 당시 상황을 상기했다. 이어 "정치개혁이 옳다면서도 이해관계가 있을 때에는 늘 타협하고 뒷전으로 물러나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어 "김 지사는 지금까지 정치를 시작할 때, 도지사 할 때도 그 부분에 대한 입장이 일관돼 좋다"며 "민주당의 좋은 자산이다. 그런 김 지사가 도정을 잘해야 하고, 잘하길 기대한다"고 했다.김 지사는 지난달 말 노무현 재단 초청 특별대담을 갖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케미가 제일 잘 맞았다' '노 전 대통령은 경제의 가치와 철학을 세운 분'이라며 스스로를 노무현 정신의 적자로 내세웠다. 이 기획도 전 위원장과 사전 논의가 된 것인지 궁금했다. 전 위원장은 고개를 가로젓고, '비전2030전략보고서' 제작에 김 지사가 실질적인 역할을 했다는 데 깊은 감화를 느낀 듯 그를 추어올렸다."비전2030전략보고서는 참여정부가 2030년의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중장기 계획을 담은 문서다. 아직도 그 보고서의 수치를 인용할 정도로 가치가 높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문서를 만드는데 실질적 역할을 한 이가 김 지사다. 참여정부 당시에는 몰랐으나 뒤에 김 지사가 이를 주도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확인해 알았다"면서 "(김 지사는) 참여정부에 기여했다. 애정도 있다. 노무현 재단의 요청에도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역할을 해주고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전 위원장은 김 지사의 도정에도 후한 점수를 줬다. 특히 의제설정에 깊이 공감하는 듯 했다. 얼마전에 있던 기후위기 행사에 대해 "아주 좋은 행사"라며 "비전 2030에서 현재 해야 하는 일로 지목된 '탄소중립 로드맵', 그 세부 계획이 미흡한데 가장 큰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가 선도적 실천적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주요 의제에 대해서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도 공감도가 높은 영역이다. 전 위원장은 6년 전 경기도지사 경선 후보로서 이재명 후보와 경쟁할 당시, 경기북도에 UN기구를 유치하고 평화특구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전 위원장은 "경기남부와 북부가 서로 여건이 너무 다르다. 남부는 경제산업적으로 유리한 반면 북부는 환경보호·군사보호로 규제가 많다. 둘이 한데 묶여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 북도의 소외를 경기도 전체가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분도(分都)에 힘을 실었다. 이어 "이 문제를 2년째 김 지사가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어서 긍정적이고, 도와드리고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두 정치인이 '노무현'을 키워드로 손을 잡았다. 전 위원장의 '새로운 정치적 동반자'는 정치적 운명공동체로 묶인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전해철 위원장과는 또 다른 관계다.전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나섰던 두 번의 대선에서 모든 것을 바치고 했다"면서 "지금 개인적으로 김 지사의 대선 행보를 함께 하거나 캠프에 합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맞손의 강도를 가늠했다. 그러면서 "지금 해야 할 일은 윤 정부의 실정을 강하게 문제제기하고 궁극적으로는 정권교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좋은 경쟁자인 김 지사를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못다 이룬 '도지사' 꿈민정수석, 행정안전부장관, 3선 국회의원 등을 거쳤지만 그는 보다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뜻을 감추지 않았다. 최연소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비교적 어린 나이에 권력의 심장부에서 정치를 시작한 그는 아직도 더 가야 할 목표가 있는 듯 했다. 22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것도, 경기도지사 도전의 여정도 그에겐 아쉬움과 함께 새로운 도전의 과제를 안고 있었다.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에 출마하시냐'는 질문에 “아직 이루지 못한 경기도지사의 ‘꿈’이 있다”고 답했다. 2018년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여전히 경기도 광역자치단체에서 도정을 펼치고 싶다고 했다.안산에 해마루의 분사무소를 만들고 노무현 변호사를 영입해 해마루가 '법무법인'이 되면서, 그는 안산에서 5번의 선거를 치렀다고 했다. 십수년 의정활동을 하면서 광역자치단체의 역할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 그 배경에서 도지사에 출마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는 "정치 상황을 보고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고, "도정자문위원장과 경기지사 도전이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도 선을 그었다.민주당에 대해서도 물었다. 특히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85.4%의 득표율을 얻은 데 대한 의견을 구했다. 전 위원장은 다양한 의견 전개와 외연확장이 민주당에 필요하다고 꼽고, 이런 노력 없이는 "민주당이 한계에 봉착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김경수, 김부겸, 김동연 등이 목소리를 내고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다양한 의견으로 공존해 민주적 방향성을 갖지 못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그 지점에서 김동연 지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마지막으로 문재인의 남자, 전해철 위원장에게 검찰의 문 전 대통령 피의자 적시 및 수사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그는 지금까지의 웃음과 여유를 뒤로한 채 몸을 앞으로 기울여 매우 단호한 어조로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전 위원장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 보복이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나 윤석열정부에 좋지 않은 여론을 덮기 위한 의도"라고 직격했다.이어 "윤 대통령이 여러 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수사받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인데, 또 한편으로는 전직 대통령을 표적으로 수사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전 위원장은 "법률적으로 보더라도 문 전 대통령이 기소될 수 없다"며 "검찰은 왜 국민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제한하려 하는지, 그 여론이 왜 높은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기소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거듭 힘줘 말했다.글/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노무현'에 대한 애정으로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한 전해철 경기도정자문위원장. 지난 6일 안산 법무법인 해마루에서 만난 그는 "지금 김 지사에게 필요한 것은 여러 사람이 아니라 김 지사가 당과 '다른 의견'을 낼 때 힘이 되어줄 원내 인사"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