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기)

[이슈&스토리]천주교 인천교구 역사관 개관

천주교, 인천 통해 한반도로… 곳곳 역사적 인물·장소김대건 신부 등 순교인 소개… 병인박해 '형구돌' 전시일제강점기 사회 헌신, 전학준 신부 등 외국인 사료도3~5전시실, 1960년 이후 대중과 함께한 '운동사' 다뤄인천서 교육사업 공헌한 '장기빈 선생 일가' 특별관도"신자뿐 아닌 시민들에게 훌륭한 역사 전달 공간으로"인천은 국내 천주교 역사에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도시다. 오랜 기간 서울의 관문이자 무역의 거점 역할을 해온 인천은 국내 천주교 유입의 중요한 지점이기도 했다. 1800년대 초반부터 인천 곳곳에는 천주교 신앙 공동체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천주교 전파를 위해 조선으로 향한 선교사들은 인천을 통해 한반도 땅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중국에서 출발한 선교사들은 서해5도 백령도와 인천항 등을 거쳐 입국했다. 1795년 우리나라에 들어온 최초 선교사 중국인 주문모(周文謨) 신부를 시작으로 국내에 첫 대규모 선교단을 파견한 '파리외방전교회'의 사제단 등이 개항 직전인 1880년까지 이 경로를 이용했다. 이렇게 인천은 천주교와 관련한 역사적 인물과 장소를 어느 곳보다 많이 간직하고 있는 도시다. 한국인 최초의 영세자인 이승훈(李承薰·1756~1801)의 묘역과 답동성당, 제물진두(순교터)성지, 갑곶성지, 강화성당, '신유박해(辛酉迫害)' 때 '황사영 백서'를 써 중국 베이징의 주교에게 전하려다 발각돼 처형당한 황사영 생가터, 천주교인들에 대한 고문이 자행됐던 관청리 형방 등이 있다.인천 천주교의 역사를 담은 '천주교 인천교구 역사관'이 지난달 17일 문을 열었다. 역사관은 1800년대 초부터 인천 시민과 함께해온 천주교의 발자취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 역사관(지상 3층, 연면적 970.2㎡ 규모)은 인천의 첫 천주교 성당인 답동성당에 있는 옛 주교관을 보수한 것이다.지난 13일 오후 천주교 인천교구 역사관을 둘러봤다. 이곳은 18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의 인천 천주교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7개 전시실로 구성돼 있었다.1전시실에 들어서자 "나는 하느님을 위해 죽게 됐습니다. 이제 나를 위해 불멸의 생명이 시작되려 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교 사제인 김대건(金大建·1821~1846) 신부가 남긴 말이다. 김대건 신부는 '병오박해(丙午迫害)'가 일어난 1846년 백령도와 연평도 해역 인근에서 어업 활동을 하는 중국 어선을 이용해 서양 성직자들이 국내에 잠입할 수 있는 해로(海路)를 개척하다가 백령도 인근의 순위도(巡威島)에서 붙잡혀 처형당했다.1전시실에는 천주교가 종교로 인정받기 이전 시기 순교한 교인들을 소개하고 있다. 김대건 신부를 포함해 신유박해 당시 참수당한 이승훈, '가톨릭 신앙의 증거자'로 불리는 '박순집(朴順集·1830~1911)' 등이 있었다. 강화도 출신인 박순집은 천주교 박해 때 성직자와 평신도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교회 법정에 나와 박해로 숨진 순교자들에 대해 증언한 인물이다.이곳에는 '병인박해(丙寅迫害)' 당시 천주교 신자를 처형할 때 사용하던 '형구돌'도 전시돼 있다. 형구돌은 천주교 신자들을 구멍 앞에 세워 목에 밧줄을 걸고 반대편 구멍에서 이를 잡아당겨 죽이는 잔혹한 교수형 도구다. 역사관이 세워진 소식을 접하고 이를 보관하고 있던 고불선원(충북 충주시) 석암 스님이 흔쾌히 기증했다고 한다.2~3전시실에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으로 고난의 시기를 보내던 인천 시민에게 헌신한 성직자들의 사료가 전시돼 있다. '푸른 눈의 프랑스 신부' 전학준(全學俊·1873~1947) 신부는 인천교구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전학준 신부는 박문학교를 설립하고 해성보육원과 해성병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미국인 최분도(1932~2001) 신부는 인천에서 30년, 이 가운데 덕적도 등 섬에서 14년을 머물렀다. 낡은 미군함정을 병원선으로 개조해 의료봉사 활동을 벌이고, 김 양식 방법을 보급했다.3~5전시실에는 1960년 이후 민주화와 노동 운동 과정에서 인천 시민들과 함께한 천주교 인천교구 역사에 대해 다루고 있다. 1965~1968년에 강화도에서 발생한 '심도직물 사건'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1965년 9월 강화성당에 부임한 미국인 전미카엘(1929~1989) 신부는 밤샘 작업에 시달리는 여공들의 현실을 바꾸고자 노력했다. 그의 취임 이후 강화성당에는 심도직물 여공들이 참여하는 가톨릭 노동청년회(가노청)가 만들어졌고, 1967년 5월14일에는 심도직물에 처음으로 300명이 참여하는 노조가 탄생했다. 이듬해 심도직물 사측은 '무단결근'을 이유로 당시 노조 박분양 분회장을 해고했다. 또 심도직물을 비롯한 강화도에 있는 21개 직물회사는 '가노청 회원을 절대 고용하지 않겠다'고 결의하기도 했다. 주교단은 1968년 2월9일 '사회정의와 노동자의 권익을 옹호한다'는 제목의 공동 성명을 내놓으며 노동자를 지지했다. 결국, 심도직물이 속한 강화 직물업자협회는 가노청 회원을 고용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철회하고 해고자 복직을 약속했다.천주교 인천교구는 국내 최초로 '노동사목'을 만들어 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1973년 준공된 6층 규모의 인천가톨릭회관은 유신헌법 반대운동, 5·3민주항쟁, 6월민주항쟁, 7·8월 노동자 대투쟁까지 시민들과 노동·사회운동단체들의 집회 장소로 사용되기도 했다.6전시실에는 초대 인천 교구장을 지낸 나길모(1926~2020) 주교와 최기산(1946~2016) 2대 교구장을 소개하고 있다. 이 장소는 나길모 주교와 최기산 주교가 실제 생활하던 장소라고 한다. 특별전시관에는 '장기빈(1874~1959)' 선생 일가를 주제로 한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장기빈 선생은 인천 근대 계몽운동과 교육 사업에 헌신하고, 천주교 인천교구에 초석을 닦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특별전시관에는 장기빈 선생의 아들인 장면(1899~1966) 박사 등과 관련된 유물이 전시돼 있다.역사관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1층에 있는 김대건 신부와 '기해박해(己亥迫害)' 당시 순교한 '로랑 조제프 마리위스 앵베르(1797~1839)' 주교, '피에르 모방(1803~1839)' 신부, '샤스탕 야고보(1803~1839)' 신부의 유해다. 앙베르 주교와 모방 신부, 야고보 신부는 천주교 박해가 극심하던 1830년대 조선을 찾아 열성적으로 목회 활동을 벌인 선구자들이다. 전시된 유물을 모두 둘러보고 이들의 유해 앞에서 기도를 드리며 관람을 정리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고 역사관 관계자는 설명했다.총 108점의 유물과 서한, 공문서 등을 보관하고 있는 역사관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현재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관람 인원을 20명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주 3차례(화·금·일)만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열고 있으며, 사전에 예약한 사람만 역사관을 둘러볼 수 있다.역사관 정윤정 학예사는 "역사관은 천주교 인천교구가 신앙생활로서 시민들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알려주는 좋은 장소"라며 "역사관이 인천지역 천주교 문화유산을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인천 시민에게도 훌륭한 역사를 전달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1800년대 초부터 인천 시민과 함께해온 인천 천주교의 역사를 담고 있는 천주교 인천교구 역사관이 지난달 17일 문을 열었다. 천주교 인천교구는 과거 주교들이 생활하던 답동성당 옛 주교관을 보수해 역사관을 만들었다.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천주교 인천교구 역사관 정윤정 학예사가 인천의 첫 천주교 성당인 답동성당 모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소사성당의 역사와 함께한 제대. /천주교 인천교구 역사관 페이스북 캡처인천교구 초대교구장 나길모 굴리엘모 주교의 주교좌. /천주교 인천교구 역사관 페이스북 캡처

2021-04-15 김주엽

[인터뷰…공감]'서수원 최초 종합병원' 화홍병원 개원 1년 앞둔 전덕규 명인의료재단 이사장

건설업 수익으로 '이웃 사랑' 힘써… 의료 낙후지역으로 눈돌려코로나 급격하게 확산… 초창기 병원 운영 어려워 힘든 한해 보내국민안심병원 지정·24시간 응급 대처… 모든 공간에 음압장비도"의료시설이 낙후된 서수원에 최고의 서비스를 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서수원 최초의 종합병원으로 개원한 화홍병원이 다음 달 개원 1주년을 맞는다. 화홍병원은 40대의 젊고 패기 있는 전문의들로 구성, 16개 과목에서 진료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개원한 화홍병원은 평소 종합병원을 목표로 추진해왔던 전덕규 명인의료재단 이사장의 끈기와 열정으로 일군 병원이다. 전 이사장은 건설업을 해오다 의료계에 발을 디뎠다. 건설과 의료기관, 어찌 보면 맞지 않는 조합이지만 전 이사장은 평소 꿈꿔왔던 종합병원을 마침내 실현했다.13일 화홍병원에서 만난 전 이사장은 보자마자 대뜸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5월18일 서수원지역에 처음으로 종합병원을 개원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병원의 운영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여파가 경제계는 물론 의료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게다가 초창기 종합병원의 운영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종합병원 이미지 구축과 지역 의료 서비스를 위해 매달렸고 최근에는 지역민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사람이 병원을 찾고 있다.전 이사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 병원을 개원해야 하는 부담이 컸다. 코로나19가 줄어들기는커녕 급격하게 확산했고 초창기 병원이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대처 방안이 없어 임직원들이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종합병원의 면모를 갖추기보다 운영하는 데 급급할 정도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고 평가했다.그러나 전 이사장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평소 지역민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펼쳐온 전 이사장은 건설업을 통해 얻은 이익을 교원단체, 청소년문화센터와 함께하는 노인 무료급식 봉사활동 지원에 힘써왔고, 그럴 때마다 낙후된 지역에서의 의료서비스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주변에 돈이 없어 병원을 찾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을 많이 봤다. 처음에는 건설업에 뛰어들면서 생활하기에 바빴는데, 병원을 운영해보겠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며 "지역 사회의 의료사각지대에서 힘들어하는 분들을 보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편안한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병원을 개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처음에는 조그마한 병원을 설립해 운영해 보려고 했지만 서수원 지역의 의료서비스가 낙후됐다는 소식을 듣고 종합병원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현재 작은 병원이지만 점차 규모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종합병원은 지역민들뿐만 아니라 지금처럼 코로나19의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서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화홍병원이 서수원뿐만 아니라 수원 서남부지역에서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화홍병원은 최상의 의료시스템과 최고의 의료진을 구축하고 있다.전 이사장은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위해 최첨단 의료 장비를 갖추는 데 정성을 다했다. 특히 화홍병원은 5대 특화센터를 구성한 새로운 형태의 종합병원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고난도 척추 수술 및 재수술, 절개 없이 작은 구멍으로 척추 내시경 클리닉을 오랫동안 운영한 실력파 척추외과 의사인 최선종 병원장을 필두로 10년 이상 함께 진료해 온 서울대, 연세대 출신의 분야별 우수한 의료진들이 모여 5대 전문 센터를 구성해 환자의 이용·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전 이사장은 "화홍병원은 최첨단 건축공법을 통해 생활 편의를 극대화한 친환경적이며 아름다운 병원 건물을 갖췄다"며 "'세상에 없던 새로운 더 좋은 병원'을 좌우명으로 최 병원장과 함께해온 젊고 유능한 의료진들이 모여 혁신적인 유기적 진료 협진 체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이 같은 방안에 따라 화홍병원은 ▲척추·관절센터 ▲소화기센터 ▲뇌신경·정신건강의학센터 ▲인공신장센터 ▲소아청소년센터 등 5개의 특화센터와 건강검진센터, 응급의료기관으로 구성, 환자에게 더 정확한 진료를 보장한다.지상 8층, 지하 2층 규모로 지어진 화홍병원은 2층에 외래진료공간과 특화센터가 있고 수술실(5개)과 음압병실을 갖춘 중환자실, 병상간격 2m의 쾌적한 입원실(4~7층·400병상) 등을 갖췄다.전 이사장은 "화홍병원은 세계적 영상진단 업체 GE의 MRI 3.0T 2대와 CT 128채널 2대, 골밀도 검사기 등 각종 첨단 의료장비를 보유해 환자들의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면서 "화홍병원만의 차별화된 의료서비스를 환자들께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미래의 병원은 대학 중심의 병원이 아닌 지역의 종합병원이 지역민들과 함께 건강을 증진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일 것"이라면서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화홍병원은 25명의 전문의료진이 16개 진료과목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365일 24시간 응급의학과 전문의(6명)들이 최상의 시스템을 통해 응급상황에 대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화홍병원은 코로나19 장기화와 겨울철 호흡기 질환의 동시 유행에 대비해 병원 1층에 '호흡기 전담 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전 이사장은 "호흡기 전담 클리닉은 진료실 및 대기실과 영상촬영이 가능한 X레이실뿐 아니라 검체실 등 모든 공간에 음압 장비 시설을 설치해 감염 예방과 호흡기 환자를 위해 운영하게 된다"며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받아 운영하는 만큼 주간과 야간에도 호흡기 질환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밝혔다.이어 "호흡기, 발열 등의 증상 환자가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도록 호흡기 전담 클리닉을 운영하게 됐다"며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병원 진료를 꺼리는 환자분들도 이제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전 이사장은 "누구에게나 신뢰받는 병원,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환자 및 직원 모두가 행복한 병원을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최고의 의료지식 및 기술과 최첨단 우수 의료 장비로 고객 만족을 실천하는 병원을 만들겠다"면서 "우수한 의료진과 전 직원은 더 매진해 서수원 지역 거점 병원을 넘어 전국 최고의 병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글/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 사진/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전덕규 이사장은?△ 2000년 9월 (주)풍산종합건설 대표이사△ 2003년 10월 (주)명인종합건설 대표이사△ 2009년 9월 (주)티엔에스산업개발 이사(사장)△ 2016년 4월 케이티주식회사 대표이사△ 2019년 11월 의료법인 명인의료재단 화홍병원 이사장△ 2011년 경기도지사 봉사상전덕규 명인의료재단 이사장이 화홍병원 개원 1주년을 앞두고 "누구에게나 신뢰받는 병원,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환자 및 직원 모두가 행복한 병원을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2021-04-13 신창윤

[사람사는 이야기]박태영 장애인장학회 경기도협회 총괄사업본부장

불편한 아버지둔 개발자가 총판 맡겨양평 두물머리에 1기 시범설치하기도"특수학교 교사 딸 당부 마음에 새겨""나머지 생은 장애인을 위해 살려고 합니다. 진심이 여러 사람에게 전해져 장애인의 계발에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한국장애인장학회 경기도협회 총괄사업본부장 박태영(56)씨는 요즘 고체배터리를 이용한 일체형 태양광 가로등(SST-SL300)을 소개하러 사방팔방을 다닌다. 지난 2일에는 양평군에 다녀왔고, 그보다 앞서 여주·이천·파주 등 조금이라도 안면을 트고 설명을 들어줄 수 있는 공무원이 있으면 직접 기름값을 내고 운전해 방문한다. 그가 일체형 태양광 가로등을 팔기 위해 애를 쓰는 이유는 장애인 아버지를 둔 개발자가 총판을 맡기면서 그 수익을 장애인 장학금의 종잣돈으로 쓰고자 했기 때문이다. 박 본부장은 "개발자가 가로등을 저희에게 맡기고 드디어 두 발 뻗고 잤다고 한다. 지금 많이 쓰는 중국산 액체배터리 태양광 가로등과 비교해 국산이고, 수명이 훨씬 긴 고체배터리이며 태양광판과 가로등, 배터리가 하나로 모여 있어 생김이 더 단순하다. 저전류 저전압으로 충전해 10W 전류로 50W 수준의 빛을 낸다"며 제품에 대한 자랑이 끊이지 않았다.장애인장학회는 교육부 소속, 유일한 사단법인으로 설립된 지 25년이 흘렀다.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에 사무실을 둔 경기도지회 겸 안양시지회는 지난 2020년 5월 문을 열었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도, 기부금 모금도 어려웠지만 장애인 가족돕기, 노인대상 무료급식소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해 왔다.장애인장학회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박 본부장은 공공기관을 방문할 때마다 서러움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그는 "장애인을 위한 기부금을 못 낼망정 물건을 팔아 생기는 수익으로 장학금을 마련하겠다는 데도, 공무원 스스로 제품이 좋다고 말하면서도, 사람을 장사꾼 취급하듯 대한다"며 "성능 증명을 위해 시범 삼아 장학회 돈으로 몇 기 설치할 테니 기회를 달라는 데도 듣는 척도 안 한다"고 서러움을 토로했다.다행히 최근 양평군에서 시범으로 두물머리에 1기를 설치해 성능을 확인하겠다고 해서 박 본부장은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고 있다. 그는 "딸이 특수학교 교사다. 딸이 '비장애인들은 어떻게든 살지만 장애인들은 누구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한다'고 했다. 딸의 당부를 마음에 새기고 있다"고 말하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박 본부장의 사무실 한편 일정표에는 '4월30일 석00씨 이사'라고 적혀있다. 간판에 '장애인'이라 적힌 걸 보고 찾아온 석씨는 그날 이사를 도와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박 본부장과 장애인장학회 경기도협회 식구들은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안양/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박태영 한국장애인장학회 경기도협회 총괄사업본부장은 "나머지 생은 장애인을 위해 살려고 한다. 진심이 여러 사람에게 전해져 장애인의 계발에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1.4.12 안양/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2021-04-12 이석철·권순정

[FOCUS 경기]사회적 거리두며 '힐링'…부천둘레길·문화둘레길을 가다

부천의 지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경기도의 '심장' 위치이고 지도 모양 역시 '심장' 모양으로 보인다. 경기도의 '심장'인 부천에는 부천둘레길과 부천문화둘레길이 있다.부천둘레길은 부천의 경계를 5개 구간으로 해 산, 공원, 들판, 하천 등을 테마로 연결한 외곽선 둘레길로 총 길이는 마라톤 코스와 같은 42.195㎞다. 총 길이 31㎞인 부천문화둘레길은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던 다양한 생태, 역사 문화를 연결한 도시의 내면을 잇는 길이다. 문화둘레길의 시작은 지역을 대표하는 문학인을 중심으로 지역주민이 걷고 싶은 길과 지역에 전해 내려오며 들려주는 이야기 있는 장소, 지역상권 활성화 등을 위해 전통시장 등을 연결하는 코스로 구성됐다.코로나19 여파로 문화행사와 축제 등의 행사가 축소 또는 취소되면서 새로운 관광 트렌드로 야외에서 활동하는 둘레길 걷기 등이 각광받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면서 나 홀로 또는 가까운 벗과 걸을 수 있는 새로운 힐링 장소로 떠오른 문화둘레길 속으로 들어가 본다.# 괴안·범박·옥길지역의 '도시숲길'목일신공원·범안로 사진거리, 변화과정 '한눈에'도시 안에서 산·하천 만나는 공간 '매력적'우선 제일 먼저 개발한 범박권의 도시숲길이다. 도시숲길은 범안동 행정복지센터 근처에 있는 목일신공원에서 시작해 웃고얀공원, 범박산, 역곡천, 신도시로 발전한 옥길동 지역을 돌아보는 길이다.아동문학가인 목일신 선생은 범박동에서 26년간 살았다고 한다. 목일신공원과 그 주변에는 따르릉 자전거 노랫말과 자전거 조형물이 설치돼 있으며 범안로 사진거리에는 범박동과 옥길동의 과거, 변화과정을 만날 수 있다.이어 웃고얀공원으로 가면 잣나무와 소나무 숲길, 봄철 벚꽃이 아름다운 길이 있다. 얼마 전까지 농촌 마을이었던 옥길동은 현재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나지막한 범박산 산책길과 자전거 도로 및 산책로가 잘 정비된 역곡천 주변은 도시 안에서 산과 하천을 만날 수 있는 도시숲길이 잘 꾸며져 있어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주요 코스는 목일신공원~범안로 사진거리~웃고얀공원~카페거리~범박산벚꽃길~역곡천~잎들수변공원~버들공원~산들역사문화공원~가로수길이다. # 고강지역의 '마을이음길''논개' 지은 변영로 시인 고향집과 선사유적공원푸른·황금색 물결 넘치는 고강들판 '볼거리'두 번째 개발한 마을이음길은 고강동 지역을 걷는 길이다. 고강동은 부천에서 가장 먼저 마을이 형성된 곳이라는 의미로 고리울이라고 불렸다고 한다.'논개'를 지은 변영로 시인의 고향이기도 한 고강동 지역은 변영로 시인의 호인 수주에서 이름 지어진 수주로가 있으며 고향집과 변씨 후손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선사유적이 발견돼 보존되고 있는 고강선사유적공원에서 시작해 이름도 선사시대 같은 고리울동굴시장을 지나면 부천 향토문화재 1호인 변종인 신도비 주변에 변영로 시인 고향집 기념석이 있다. 이 지역은 김포공항과 가까워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자주 본다. 지역주민과 한국공항공사에서 설립한 고리울청소년문화의 집인 '꾸마'는 청소년들이 맘껏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곳이며, 고강원종지역에서 제일 큰 부천제일시장은 고강제일시장과 원종제일시장이 합쳐진 전통시장이다.고강들판은 부천의 북쪽에 있는 너른 들판으로 현재까지 벼를 재배하는 곳으로 여름에는 푸른 물결, 가을에는 황금 물결이 넘치는 들판을 둘러보는 코스로 하늘과 땅, 과거와 오늘, 사람과 사람, 도시와 자연을 이어가는 길이다.주요 코스는 고강선사유적공원~고리울동굴시장~고리울가로공원~삼변묘역~고리울청소년문화의집~부천제일시장~수주어린이공원~고강들판이다.# 송내·심곡본·소사본지역의 '소사내음길'산골공원 복숭아 조형물·펄벅기념관 위치총 거리 8.9㎞ 가장 길어… 3·1운동 현장도세 번째 송내동, 심곡본동, 소사본동을 잇는 소사내음길이다.이곳은 부천의 원도심 지역으로 1899년 경인철도 개통과 함께 도시로 발전을 시작하게 됐다. 예전 복숭아로 유명했던 부천의 복숭아밭이 있던 송내 산골공원에는 복숭아 조형물이 있는데, 이곳에서 소사내음길을 시작해 도롱뇽이 사는 송내공원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제례를 지내고 있는 깊은구지 손자나무를 지나 펄벅 여사의 박애정신을 기념하며 지역주민이 개발한 숲이 우거져 산책하기 좋은 길인 무지개길로 간다.무지개길을 지나 펄벅기념관에서 펄벅 여사의 업적을 둘러보고 기념물을 감상하며 부천활로 유명한 성무정, 부천에서 3·1운동이 벌어졌던 옛 계남면사무소 장소인 현재의 경원여객, '향수'로 유명한 정지용 선생이 거주했던 소사동의 정지용길 등을 지나 소사본동을 지켜주고 있는 오래된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를 보고 소사삼거리에서 일정을 마무리하는 코스다. 총 거리가 8.9㎞로 문화둘레길 중에서 제일 긴 코스다.주요 코스는 산골어린이공원~송내공원~깊은구지 손자나무~성주산 무지개길~펄벅기념관~성무정~옛 계남면사무소(경원여객)~정지용길~소사본동 느티나무~소사3거리다.# 심곡·소사·원미지역의 '원미마실길'원미산 정상에서 市 전체 내려다 보는 쾌감 만끽원미동사람들 소설속 공간… 전통시장서 맛있는 간식마지막으로 원미권역 원미마실길은 8.4㎞로 부천역 마루광장에서 시작해 젊음의 거리인 부천대학로, 도심 속 생태하천으로 새로운 부천의 명소가 된 심곡 시민의강, 전통 깊은 소명여자고등학교를 지나 아직도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사우촌 계단을 올라가면 도심 속에 있는 사찰인 석왕사를 볼 수 있다.문화둘레길 중에 산 정상을 가는 코스로 원미산을 향해 가야 하는데 소규모 공연이 가능한 원미문학동산을 지나면 아기자기한 산책로가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올라가면 원미산 정상까지 조금은 숨 가쁜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원미산 정상 원미정에서 부천시 전체를 내려다보고 잠시 쉬다가 내려오면서 호국영령이 있는 현충탑을 지나면 원미동 사람들의 배경이 된 원미동으로 향하게 된다. 소설에서 나오는 강노인의 밭. 현재는 은행공원이 됐다. 부천북초등학교 북쪽 담장에는 지역주민이 꾸며놓은 자원순환의 거리가 조성됐다. 원미동의 전통시장인 원미종합시장과 부흥시장에서 맛있는 간식으로 허기를 채우고 부천역까지 가면 원미마실길을 다 돌아보는 것이다.주요 코스는 부천역 마루광장~부천대학로~심곡 시민의강~소명여고~사우촌 계단~석왕사~원미문학동산~원미정(원미산 정상)~현충탑·원미도서관~원미동 사람들 거리~자원순환의 거리~원미시장~소신여객이다.장덕천 시장은 "부천시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문학창의도시로 부천의 문화둘레길은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 과정을 통해 재미를 느끼는 길"이라며 "코로나19 이후에는 다양한 문화행사 개최 등을 통해 많은 사람이 찾는 새로운 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천/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장덕천 부천시장.도시숲길.소사내음길. /부천시 제공원미마실길. /부천시 제공

2021-04-11 이상훈

[이슈&스토리]SK 빈자리에 '쓱' 안착… SSG랜더스 '야구판 지각 변동' 예고

지역 라이벌 구도속 올해로 '프로야구 40년'SK-kt '통신사 수인선 더비'는 역사속으로올해부터 롯데와 유통사 대결 판도변화 주목삼미·청보 등 '인천 주인' 자주 바뀌어 아픔'택진이형' 마케팅 정구단주 바통 이어받아'용진이형 상' 등 직접 팬들에 즐거움 선사서울 창단식 아쉬움… 지역 끌어안기 필요 '용진이형~인천 야구판이 왜 이래'.올 시즌 프로야구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프로야구 인천을 연고로 한 SK 와이번스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야구판에 퇴장한 뒤 SSG 랜더스가 상륙하면서 인천의 야구 열기를 전국으로 몰아갈 태세여서 그렇다. 야구장 판도의 변화는 '통신사 대결'(SK-kt)에서 이번에는 '유통사 대결'(SSG-롯데)로 번지는 모양새다. 특히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거 추신수를 영입한 SSG는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야구판에 '용진이 형' 열풍까지 만드는 등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구도(球都) 인천'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인천의 프로야구단 흑역사에 가깝다. 구단들이 잇따라 역사 속에 사라지면서 인천의 프로야구는 이제 새로운 주인을 맞고 있다.# 40년 중년의 프로야구지난 1982년 3월27일은 한국 야구에 역사적인 날이다. 당시 야구의 성지였던 서울 동대문야구장(현재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MBC 청룡과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 경기로 한국프로야구는 시작됐다.프로야구는 묘한 인연을 통해 구단이 창단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역 라이벌이었다. 인천과 경기·강원을 아우르는 삼미 슈퍼스타즈(현 SSG)를 비롯 서울을 본거지로 한 MBC 청룡(현 LG), 부산·경남을 본거지로 한 롯데 자이언츠, 대구·경북을 연고지로 한 삼성 라이온즈, 광주·전라도를 잇는 해태 타이거즈(현재 KIA), 대전과 충청도를 본거지로 한 OB 베어즈(현 두산 베어스) 등 6개팀이 경기를 치렀다. 이후 OB는 대전에서 서울로 연고지를 옮겼다.한곳에 연고지를 마련한 야구팀이 수차례 주인이 바뀐 것은 인천이다.인천을 연고로 한 삼미는 청보 핀토스로 변경됐고 1988년에는 태평양 돌핀스로, 1995년에는 현대 유니콘스가 인수해 구단을 꾸렸다.그 사이 1986년 대전과 충청을 연고로 빙그레 이글스(한화 이글스)가 나타났고 1991년에는 전북을 연고로 한 쌍방울 레이더스가 프로무대에 진출한 뒤 해체했다.2000년에 이르러 인천을 연고로 한 SK 와이번스가 창설돼 쌍방울 레이더스의 빈자리를 대신했고 2011년 창원을 연고로 하는 NC 다이노스가, 2013년에는 수원을 연고로 하는 kt wiz가 창설됨으로써 현재 프로야구단은 모두 10개가 됐다.양대 통신사인 SK와 kt는 수인선 라이벌전을 비롯 통신사 마케팅 대결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이동통신사 기업답게 경기장을 최첨단으로 탈바꿈시켰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2021년 SK 와이번스가 SSG 랜더스에 인수되면서 야구판을 떠났고 올해부터는 통신사 대결에서 유통사 대결로 야구 판도가 바뀌었다.# 용진이 형의 등장올 시즌 프로야구 판도를 바꿀 주연배우는 단연 SSG를 꼽을 수 있다. 이름처럼 SK를 '쓱' 인수하더니 갑자기 유통 전쟁으로 쓱 마케팅을 펼친다. 그러면서 '용진이 형'으로 친밀감을 더해 야구팬의 마음을 움직이려 하고 있다.그러나 NC의 김택진 구단주가 '택진이 형'으로 친화적인 마케팅을 통해 변화를 먼저 이끌었다. 그는 개막전 구단 유튜브 채널에 '공룡들의 팬 맞이 준비' 영상 끝에 깜짝 등장했다. 해당 영상에 차례로 등장한 NC 주축 선수들과 스태프들은 관중석과 바닥 청소, 그라운드 정비 등을 하며 팬 맞이 준비를 했고 김 구단주가 등장해 테이블을 닦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평소 자사 게임 광고 등 미디어에 자주 등장해 친근한 이미지를 쌓은 김 구단주는 지난해 NC의 통합 우승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봤다.김 구단주를 부러워하듯 이번엔 정 구단주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보란듯이 자신의 이름을 딴 '용진이형 상'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1호 수상자들에게 상장과 한우를 선물했다. 상장 문구도 재밌다. '위 선수는 2021년 개막전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SSG 랜더스 창단 첫 승리를 견인하였기에 '용진이형 상'을 수여하고 매우 매우 칭찬합니다'라고 썼다.구단 인수 후 정 구단주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대부분 뒷선에서 최종 의사결정에만 관여하는 구단주들과는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구단의 명칭과 상징색 등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려 관심있는 팬들에게 힌트를 줬고 창단식 전에는 자신이 직접 유니폼을 입고 뒷모습을 게재할 정도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다.이제는 정 구단주의 홍보·마케팅이 시즌 마지막까지 어떻게 이어질지 야구팬이 기대하는 상황이다.# 인천 프로야구 흑역사인천은 '야구 도시'로 손꼽힌다. 인천 개항과 동시에 미국 선교사들로 인해 지금의 제물포고 자리인 '웃터골'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야구의 동이 트기 시작했다. 대통령기·봉황대기·청룡기 제패 등 아마추어 고교야구의 명성을 이어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에 이르기까지 110년의 야구역사를 꾸려왔다.하지만 프로야구만큼은 아픈 상처가 많다. 해당 지역에서 가장 많은 야구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삼미 슈퍼스타즈-청보 핀토스-태평양 돌핀스-현대 유니콘스의 아픈 과거가 있고, 2000년 SK 와이번스가 창단하면서 명문구단의 위용을 보여주는 듯했지만, 하루아침에 SSG가 인수하는 등 또 한 번 인천 야구팬들의 마음을 혼란케 했다.신세계 그룹의 탄탄한 지원을 받아 SSG는 한 계단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최근 행보로 도마에 올랐다. 인천을 연고로 새로 출범하는 첫발을 다름 아닌 서울에서 했기 때문이다. 정 구단주는 창단식에서 "명문팀 SK 와이번스 매각으로 상심이 크실 텐데, 인천 시민들은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셨다"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인천이 아닌 서울에서 창단식을 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과거 현대 유니콘스는 서울 목동 진출을 꿈꾸다 수원에 비상 착륙한 탓에 수원팬들로부터 외면받았다. 특히 현대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한 뒤에도 팬들과의 우승행사를 수원이 아닌 서울에서 치러 또 한 번 배신감을 주기도 했다.이번 시즌 SSG의 캐치프레이즈는 '한계 없는, 놀라운 랜더스'(No Limits, Amazing Landers)다. 새로운 출발을 응원해 준 팬들에게 '끝을 모르는 열정과 한계 없는 상상력으로 놀라운 야구 경험을 선물하겠다'는 약속을 캐치프레이즈에 담았다. 또 경기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과 두려움을 모르는 패기로 팬들에게 승리의 감동을 전하겠다'는 의지도 표현했다.SSG도 인천팬들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도 좋지만, 지역 팬들을 끌어안는 여유도 필요하다. /신창윤·김영준기자 shincy21@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성옥희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프로야구 인천 SSG 랜더스가 올 시즌 야구판에 상륙하면서 인천의 야구 열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인천은 구단들이 잇따라 역사 속에 사라지면서 SSG를 새롭게 맞이하고 있다. 사진은 SSG 창단식 모습. /연합뉴스프로야구 인천 SSG 랜더스가 올 시즌 야구판에 상륙하면서 인천의 야구 열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인천은 구단들이 잇따라 역사 속에 사라지면서 SSG를 새롭게 맞이하고 있다. 사진은 개막전에서 승리한 SSG 모습. /연합뉴스

2021-04-08 신창윤·김영준

[인터뷰…공감]초저예산 '인천스텔라' 만든 백승기 영화감독

'인천스텔라' 등 4편 제작비 1억도 안돼… 기간제 교사 일하며 충당영사실에서 본 '황비홍2' 잊을 수 없어 '주성치 비디오' 닳도록 시청'인천 내항' 단골 배경… 희로애락 함께한 풍경 관객과 나누고 싶어각자 삶의 터전이 '최고의 할리우드' 흥행 도전·다작 감독 사이 '고민'2014년 영화 '숫호구' 500만원, 2016년 '시발, 놈: 인류의 시작' 2천만원, 2019년 '오늘도 평화로운' 1천만원, 최근 개봉한 인천스텔라 6천만원 등. 백승기(39) 감독이 넉넉하지 못한 상황에서 찍은 초저예산 영화들의 제작비다. 7년 동안 4개의 장편에 투입된 제작비를 다 합쳐도 1억원이 넘지 않는다. 백승기 감독이, 맞대결 대신 '자매품 영화'라고 홍보하는 전략을 택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의 제작비 1억6천500만 달러(1천886억원)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만큼 터무니없이 적다. 제작비를 벌기 위해 기간제 미술교사로 일하면서도 정말 고집스럽게 영화를 찍어온 백승기 감독이다.최근 전국 100여개 상영관에서 일제히 개봉한 로맨틱 우주 활극 '인천스텔라'를 만든 백 감독을 인천 중구청 인근의 카페 '낙타사막'에서 만났다. 그는 "웰메이드(well-made)를 해야 하는데 '왜?메이드'를 하고 있다"면서 "지금 그 고집이 사람을 잡고 있다"고 웃었다. '여유로운 창작 환경도 아닌 상황에서도 왜 계속 영화를 찍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힘든 점도 많지만, 기쁨이 크기 때문에 (영화를) 계속 찍을 수밖에 없다. '영화' 그 자체가 너무 좋다"고 답했다.그는 언제부터 영화에 빠지게 됐을까? 그가 극장에서 처음 접한 영화는 초등학교 시절에 본 '황비홍2'였다고 한다. 그것도 객석이 아닌 영사실에서였다. 지금은 사라진 화평동 인천극장 영사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네 형을 따라 나섰다 그는 그때 평생 잊지 못할 신세계를 경험했단다."뤼미에르 형제의 영화 '열차의 도착'을 인류가 처음 경험했을 때의 그 충격, 느낌이 그때의 제가 받은 그것과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그때 영사기에서 쏜 빛이 스크린에 펼쳐지던 그 모습, 영화라는 그 자체가 신기했어요."이후로 극장은 자주 가지 못해도 '비디오'로 영화를 즐겼다. 동네 친구들과 배우 주성치의 영화를 비디오테이프가 닳도록 봤다. 어제 본 영화를 오늘 보며 또 웃었다. 이후 인천예고 1학년에 다니던 때 만난 영화 '타이타닉'은 정말 경이로웠고 충격 그 자체였다."IMF 이후 '금 모으기'가 한창이었어요. 저 영화를 보면 외화가 그대로 해외로 빠져나간다고 해서 보지 말라던 영화였죠. 너무 궁금해서 그 영화를 보러 갔어요. 좋아하던 여학생과 볼 생각으로 배다리에 있던 피카디리 극장에서 영화표 두 장을 예매했죠. 그런데 여학생이 나타나지 않았어요. 자리 두 개를 차지하고 혼자 앉아서 봤죠. 옆 사람이 아닌 영화에만 집중했어요. 그야말로 경이롭다는 말 밖에….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지는 거대한 배, 연기라고 믿기 힘든 사람들의 모습,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어요. 정말 '영화는 인간이 펼칠 수 있는 최고의 창작 활동'이라는 생각을 그때 했어요."백 감독의 영화는 인천에 없는 곳을 빼고는 모두 인천에서 촬영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저예산으로 만들다 보니 자신이 잘 아는 동네의 인프라를 활용했다. "어차피 우리는 잘 못 만든다. 가진 것도 없고 기술도 없고, 인맥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어차피 우리가 못 만들 바에는 차라리 세상에서 제일 못 만들자. 그만큼 부담을 갖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제작 환경 안에서 우리가 뽑아낼 수 있는 최대한 매력적인 영화를 만들자는 것이 목표였어요. 동네를 기반으로 많은 단편을 만들어 냈고, 급기야 저예산으로 장편도 만들고 운이 좋게도 극장 개봉까지 이어지게 된 거죠."원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발, 놈: 인류의 시작'을 제외하곤 마치 서명처럼 그의 영화마다 꼭 등장하는 인천의 모습이 있다. 자유공원 광장에서 바라본 인천 내항의 모습이 그렇다. 배우가 자유공원 광장 난간 앞에 서서 인천항을 바라보는 모습이 거의 모든 영화에 나온다. 또 공자상 옆 계단에 앉아서 배우들이 인천항을 바라보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 또 홍예문 위를 걷는 장면 등도 그가 꼭 담아내는 그림이다.백 감독은 "제가 생각하는 인천의 아름다운 장소인데, 인천이 이탈리아 나폴리 못지 않은 미항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릴 적엔 잘 몰랐지만, 작품으로 재해석하면서 더 좋아진 장소들인데, 제가 힘들 때나 기쁠 때 바라본 풍경들이다. 그 감성을 관객과 같이 나누고 싶어 꼭 등장시킨다"고 설명했다.그는 각자 사는 삶의 터전이 최고의 '할리우드'라고 강조했다."영화판을 이야기할 때 아직도 '할리우드로 진출해야지', 혹은 '충무로로 가야지'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인천에서 영화 만드는 백승기도 충무로로 보내는 기자분들도 계시고요. 하지만 지금은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창작집단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충무로가 아니라 인천의 화도진로, 홍예문로 정도가 되겠죠. 저는 화도진로 시네마, 홍예문로 시네마를 펼치고 싶습니다."그는 아직은 매번 '완성' 그 자체를 목표로 영화를 찍고 있지만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놓여 있음을 깨닫는다고 했다. 그래서 여러 고민이 있다."상업적 감독으로서의 성취감도 이루고 싶어요. 현재 상업적인 성공에 주력하거나, 아예 포기하고 다음 세대 관객을 위해 '한국에 저예산으로 수십 편의 다작을 남긴 이런 감독이 있었다'는 식의 외롭고 쓸쓸한 목표에 도전을 해야 할지 갈림길에 있는 것 같아요. 저뿐 아니라 같이 참여해주시는 분들에게도 언제까지 '그저 즐겨 주세요. 돈 없이 합니다' 이럴 수는 없겠더라고요. '의미 있었어'라고 제 입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말은 나중에 사람들이 평가해주는 것이지 저 스스로 입에 담을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마지막으로 영화감독으로서의 목표를 물었다. 그는 "임종 직전까지 그 순간에도 카메라와 노트북이 놓여 있다면 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백승기라는 장르의 영화를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글/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백승기 감독은?1982년 출생. 주변의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 세계를 구축해 첫 장편영화 '숫호구'를 시작으로 '시발, 놈: 인류의 시작', '오늘도 평화로운', '인천스텔라'까지 연출한 4편의 작품이 모두 부천영화제에 초대되면서 부천의 총아로 불리고 있다.▲ 2012 '숫호구' 장편 Super Virgin (feature) 제1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후지필름 이터나상, 제27회 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 초청▲ 2016 '시발, 놈: 인류의 시작' 장편 Super Origin (feature) 제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 2019 '오늘도 평화로운' 장편 Super Margin (feature)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 2020 '인천스텔라' 장편 Super Nova (feature)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장편배급지원상, 제7회 춘천영화제 춘천의 시선상지난 3월25일 전국 100여개 극장에서 일제히 개봉한 '메이드 인 인천' SF영화인 로맨틱 우주 활극 '인천스텔라'를 연출한 백승기 감독을 최근 인천 중구청 인근에 있는 카페 낙타사막에서 만났다. 백 감독은 "임종하는 순간까지 카메라와 노트북만 곁에 있다면 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백승기라는 장르의 영화를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2021-04-06 김성호

[사람사는 이야기]'꿈꾸는 여주' 작사가 김응혜 시인

기존 작곡가 김동진 친일 탓에 개정18년째 여주서 생활 '고향 같은 곳'꾸준히 시 공부… 114편중 최우수상"황학산의 맑은 바람 황포돛배 띄우고, 세종대왕 뜻 이어서 세계로 향해, 역사의 주인으로 뻗어 나가는 여주…."여주시의 시가(市歌)가 새로 탄생했다. 기존 시가인 '여주의 노래'의 작곡가 김동진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며 여주시는 2019년 2월부터 노래 사용을 중단하고 개정사업을 추진했다. 시에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응답자 중 93%가 '여주의 노래' 개정에 찬성했으며 75%가 새로운 곡에 맞는 새로운 노랫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지난해 새롭게 시가가 된 '꿈꾸는 여주'는 시민 누구나 쉽고 즐겁게 그리고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로 거듭나고 있다.여주의 희망찬 내일을 노랫말로 담은 시가 작사가인 김응혜 시인을 만나봤다."마음의 고향같이 포근하고 청정한 여주,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여주, 세월이 흘러도 늙지 않고 언제나 젊은 여주,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가 되어 도전하는 여주, 오늘보다 내일이 더 발전하는 미래지향적인 여주를 시가(市歌)에 담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18년 전 목회자 남편을 따라 여주에 온 김 시인에게 여주는 이제 평안한 고향 같은 곳이다. 한번 들으면 눈앞에 여주가 그려질 수 있고 누구나 편안하게 부를 수 있도록 노랫말에 여주를 표현했다. 김 시인은 수학을 전공하고 수학 강사로 활동하다 뒤늦게 시를 만났다. 평소 집 근처에 있는 황학산을 즐겨 오르며 사색에 잠기기를 좋아한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대해 고민하던 5년 전 어느 날, 친숙한 나무들이 늘 제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고맙고 사랑스러워 '나도 늘 변치 않고 제자리를 지키는 나무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나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고 싶다'라는 시를 쓰면서 시 공부를 시작했다.매일 시간을 정해 꾸준히 시를 공부하기를 몇 년. 그의 노력은 지난해 개최된 여주의 노래 전 국민 가사 공모전에서 '꿈꾸는 여주'가 총 114편 응모작품 중 최우수상을 받으며 결실을 맺었다. 김 시인에게 시는 일상을 공유하는 오랜 친구 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고 사랑받는 시, 여주를 많이 녹여 낸 시 쓰기를 꿈꾼다."'꿈꾸는 여주'가 행사 때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여주시민이 즐겨 부르고 사랑받는 시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가사에 좋은 멜로디로 날개옷을 달아주신 김현성 작곡가님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김 시인의 바람대로 '꿈꾸는 여주'가 여주시민에게 사랑받는, 진정한 의미의 '여주의 노래'가 되길 바라본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여주시 시가(市歌) 작사가인 김응혜 시인은 "'꿈꾸는 여주'가 행사 때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여주 시민들이 즐겨 부르고 사랑받는 노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1.4.5 /여주시 제공

2021-04-05 양동민

[FOCUS 경기]기초지자체 첫 '대북지원사업자'…관계개선 정책 선도하는 고양시

일산TV내 '평화의료 클러스터' 조성… 감염병 공동대응·의료통합대비 인력양성일산대교~파주시계까지 6.8㎞ 철책선·2개 소초 제거 '생태·역사 관광벨트' 추진 김대중 前 대통령 사저 '평화와 인권 공간'으로 재탄생… 일산동구 꽃전시관 눈길지난해 3월 기초지자체 중 최초로 '대북지원사업자'로 선정된 고양시가 올해에도 '지방정부 차원의 평화 정책'을 천명했다.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그동안 중앙정부 중심으로 진행됐던 평화정책에서 탈피해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함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움직이는 효율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얽힌 실타래를 풀 때 강한 힘으로 잡아 당기기 보다는 작은 매듭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것이 핵심"이라며 "중앙정부의 힘 있는 평화정책도 중요하지만 지방정부의 신속하면서도 실질적인 정책으로 작은 사안부터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도 평화정책추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고양시는 지난 2019년 4월 경기도가 주도하는 남북평화협력 지방정부협의회를 시작으로 지난해 11월에는 (사)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사장·임종석)과 남북 도시 간 교류협력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2월에는 (사)동북아평화경제협회(이사장·이해찬)과도 개성일일관광 등 남북 교류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한 보건·의료 협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를 되찾기 위해 올해 일산테크노밸리 내 '평화의료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평화의료 클러스터' 올해 본격 추진…보건·의료에서 남북이 하나로'보건·의료협력'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시킬 유력한 계기로 꼽힌다. 대북제재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그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할 최적의 도시 중 하나는 고양시다. 108만 대도시에 걸맞은 6개의 대형병원과 다수의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양시는 보건·의료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시킬 카드로서 '평화의료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제시했다. 평화의료 클러스터는 개성과 불과 60㎞밖에 떨어지지 않은 일산테크노밸리 부지 안에 설치된다. 이곳에는 '한반도 평화의료교육센터', '신항암치료연구센터' 등을 유치할 계획이다.'한반도 평화의료교육센터'는 남북감염병 공동대응체계, 시뮬레이션 기반의 첨단의료교육 및 원격 커뮤니케이션 등의 남북 의료통합대비 인력양성 및 교육개발, 연구 기능 등을 갖춘 복합시설을 갖춘다.'신항암치료연구센터'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 차세대 진단·치료기술과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시설로 암빅데이터센터, 신항암연구소, 바이오뱅크 등이 들어선다.시는 지난해 6월 국립암센터에 '평화의료센터'를 개소해 보건·의료협력의 토대를 다지고 있다. 평화의료센터에서는 북한이탈주민 건강검진을 통한 건강행태 조사·연구를 비롯해 남북 질병언어 비교 연구, 국내외 평화의료 포럼 및 학술교류, 보건의료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 평화의료 기반 조성을 위한 사업이 추진된다. 시는 평화의료센터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올해에도 1억5천만원의 재정을 투입한다.시는 ▲2019년 보건의료협력 실무TF구성 ▲2020년 7월 제1회 고양평화의료포럼 개최 ▲명지병원과 협력을 통한 남북 보건의료 협력 모델 연구 등 보건·의료협력을 통해 평화를 되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철책이 있던 곳에 시민의 미소가… DMZ평화의 길 조성·군사보호구역 해제분단의 상징인 철책선이 차례대로 철거되면서 한강 하구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중이다.시는 2019년 4월 행주산성에서 일산대교까지 12.9㎞의 군 철책선과 4개 초소 제거를 완료했다. 그리고 일산대교에서 파주시계까지 6.8㎞ 철책선과 2개 소초를 제거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군부대와 협의 중으로 협의가 끝나는 대로 철책을 제거하여 올해 10월 안으로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해당 공간에는 'DMZ평화의 길' 및 '생태·역사 관광벨트'를 조성한다.구체적으로 ▲한강을 느끼며 산책할 수 있는 도보여행길 ▲군막사·초소를 리모델링하여 만든 평화테마관광코스 ▲행주산성 및 행주마을을 주제로 한 역사테마관광코스 ▲장항·대덕습지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생태테마관광코스 등이 탄생한다. 또한 고양시는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를 위해 장성급 군관협력담당관을 채용, 군과 협력을 추진해 성과를 내고 있다.2018년에는 군사시설보호구역 총 127.37㎢ 중 60사단 관할 군사시설보호구역 17.6㎢를 해제하고 7.9㎢를 행정 위탁했다. 2019년 1월에는 비행안전구역(4구역) 10.7㎢를 행정 위탁한데 이어 2020년 1월 30사단 관할 군사시설보호구역 4.3㎢를 해제하고 4.6㎢를 행정 위탁했다. 그리고 올해 추가적으로 60사단 관할 군사시설보호구역 5.7㎢를 해제했다.군사보호구역 외에도 고양시는 지난해 9월 덕양구 내유동과 일산동구 지영동에 위치한 대전차 방호시설(낙석) 2개소를 군과의 협의를 통해 철거함으로써 지역주민들의 편의를 증진시키기도 했다.■ 평화를 상징하는 공간 활성화…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평화통일교육전시관지난 2000년 6월15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에서 추진한 6·15남북공동선언으로 항구적 평화를 위한 시스템구축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오는 6월15일 고양시 정발산동에 위치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가 이재준 시장의 평화 추구 의지에 따라 6·15남북공동선언을 기념하는 '평화와 인권의 공간'으로 재탄생된다.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는 크게 ▲평화관(본관 1~2층) ▲미래관(별관 1층) ▲화해와 협력의 길(본관 및 별관 지하) ▲평화마당(정원)으로 구성된다. 이곳에서는 하루 4회에 걸쳐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생에 걸쳐 추구했던 평화·통일·인권·민주주의에 대한 교육과 체험이 이뤄질 예정이다.이 외에도 시는 '평화통일교육전시관'을 운영 중이다. 일산동구 꽃전시관 1층에 위치한 평화통일교육전시관에는 '평화통일로 가는 길'을 주제로 한 8개의 전시물이 있다.시는 평화통일교육전시관을 더 확대하기 위해 이 시설을 통일부에 통일관으로 지정 신청했다. 고양/김환기기자 khk@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지방정부가 실질적인 평화정책을 작은 사안부터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도 평화정책추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재준 고양시장. /고양시 제공평화를 위한 의료·바이오 시설 집적단지인 평화의료클러스터 조감도. /고양시 제공분단의 상징인 철책선이 차례대로 철거되면서, 한강 하구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사진은 한강하구 고양시관내 철책선모습. /고양시 제공

2021-04-04 김환기

[이슈&스토리]수소산업 선도도시로 도약하는 인천

市·SK·현대차, 서구에 '클러스터 구축' 업무 협약석유화학 공정 부산물·수도권매립지 발생 가스 활용연간 3만t 이상 생산… 연료전지 공장 설립도 검토금속·화학·R&D 등 후방산업 활력… 일자리 창출 전망잠재력 불구 '안전성 우려·인프라 부족' 해결 과제 올해 2월 우리나라에서 전 세계 최초로 '수소법'(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미래 친환경 청정에너지로 꼽히는 수소에너지를 바탕으로 하는 수소경제의 기반을 조성하고, 수소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인천시는 미래 국가 핵심 성장동력인 이 수소산업의 선도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시·SK·현대차 등 서구에 부생수소 생산 클러스터 구축 협력인천시와 SK, 현대자동차 등은 지난달 2일 인천 서구에 있는 SK인천석유화학에서 '수소산업 기반 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부생수소 생산 클러스터 구축에 협력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이나 철강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수소로, 이를 활용하는 건 추가설비 투자비용 등이 적어 현재의 수소생산 방법 중 가격 경쟁력이 가장 높다.부생수소를 액화해 수송용 에너지로 활용하는 집적 산업단지를 만드는 게 이 사업의 핵심이다. SK인천석유화학에는 2023년까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를 활용해 세계 최대 규모인 연간 3만t의 액화수소 공급 설비가 들어설 예정이고, 현대자동차는 수소연료전지차 산업에 적극 투자하게 된다.이날 SK인천석유화학에서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의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도 함께 열렸다. 수소경제위원회는 우리나라 수소경제의 컨트롤타워로, 이날 회의가 인천에서 열렸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정부가 인천 수소 생산 클러스터 구축에 힘을 실어줬다고 볼 수 있다.SK와 현대자동차, 포스코, 한화, 효성 등 5개 그룹은 이날 2030년까지 약 43조원을 수소경제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재계 2·3위인 현대자동차와 SK그룹이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이어 인천을 중심으로 '수소동맹'을 맺어 시너지 효과 극대화에 나서면서 국내 수소 생태계 구축은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이들 민간 기업의 투자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에 적극 나서게 된다.인천시는 부생수소와 함께 수도권매립지에서 나오는 바이오 수소를 활용하는 계획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서구에 '바이오·부생수소 생산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게 최종 목표다. 송도에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중심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조성된 것처럼 서구에는 수소 생산 클러스터가 자리 잡게 된다.# 인천, 수도권 수소에너지 공급 핵심인천은 향후 국내 수소경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인천과 전북, 울산, 경북, 강원 등 5개 지역에 분야별 특화 수소산업 집적화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했다. 인천은 서구에 추진 중인 바이오·부생수소 특화 클러스터가 여기에 해당한다. 수도권 내 유일한 수소 클러스터 단지로, 국내 최대 에너지 수요처인 수도권에 수소에너지를 보급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SK와 현대자동차가 수소산업의 전초기지로 택한 곳도 인천이다.먼저 SK가 5천억원을 투입해 SK인천석유화학에 구축하게 되는 설비는 연 3만t의 액화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데, 이는 현대의 수소 자동차 '넥쏘' 7만5천대가 동시에 지구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연료다. 지금까지 산업용으로만 사용하던 부생수소를 수송용으로 전환하면서 환경 개선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 3만t의 수소는 나무 1천200만그루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다.또 현대모비스는 인천 청라국제도시 인천하이테크파크(IHP)에 수소연료전지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차에 있어 내연기관차의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수소차 전체 가격의 약 50%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기술이다. 현대모비스는 공장 부지를 사들이기 위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부지 매입 조건 등 구체적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 인천시의 서구 바이오·부생수소 생산 클러스터 구축 계획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SK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인천 수소 생산 클러스터 구축에 전폭적인 투자를 약속하면서 이와 관련한 금속, 화학, R&D 등의 후방산업도 활력을 띨 수 있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왜 수소인가수소는 에너지 수요 증가와 환경 오염 악화, 에너지 자원의 지역 편중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에너지원이다. 탄소를 지니고 있지 않아 청정하다는 장점이 있는 데다 무색·무미·무취로 독성이 없다. 생산·저장·운반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주 전체 질량의 7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수소는 물과 같이 다른 원소와 결합한 상태로 지구에 대량으로 존재하고 있어 무한정에 가까운 물을 원료로 제조할 수 있고, 석탄 등의 다른 에너지원과 달리 배출물도 물뿐이어서 대기오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또 에너지 수요의 약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하면 지역 편중이 없는 수소의 활용은 타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에너지 자립을 실현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수소에너지가 미래 주요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안전성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시민들이 흔히 '수소' 하면 떠올리는 수소폭탄은 자연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원료의 수소를 사용해야 하는 데다 '핵융합' 반응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접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는 올해까지 수소차의 연료가 되는 액화수소와 관련한 안전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일상생활에서의 수소 인프라 확대도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현재 우리나라 수소경제는 수소자동차로 대표되는데, 수소차 충전소의 확충이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다. 정부는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10t급 대형 수소 화물차 도입을 위한 대용량 수소충전소 구축 시행 사업 자치단체로 인천시와 울산시를 선정하기도 했다.인천시도 현재 운영 중인 관내 2곳의 수소충전소를 올해 안에 6곳으로 늘리고, 2025년까지 20곳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또 올해 수소연료전지차 총 498대를 보급하고, 1대당 3천25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박남춘 인천시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선 수소 에너지 보급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최적의 수소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인천의 수소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노력하겠다. 수소의 안전성에 대해 시민들이 만족할 때까지 객관적인 근거를 갖고 시민사회와도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지난 3월2일 인천 서구 SK인천석유화학에서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와 '인천시 수소산업기반 구축 MOU 체결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 박남춘 인천시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세균 국무총리, 최태원 SK회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추형욱 SK E&S 사장. 2021.3.2 /인천시 제공2018년 10월18일 박남춘 인천시장이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를 시승하고 있다. 2018.10.18 /경인일보DB현재 인천에는 2개의 수소충전소가 운영 중이다. 2개의 수소충전소 중 하나인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수소충전소. /인천시 제공

2021-04-01 공승배

[인터뷰…공감]'효성에어캡 대표' 류현숙 (사)한국여성지도자연합 경기도지부장

# 동네 주부들과 가내수공업 공장 시작새벽부터 집안일 끝낸 후 자동차 베어링 다듬어10년 일하는 감각 익힌 셈·타파웨어 딜러 3년도보석사우나 '망우석' 수입 유통… 남편까지 지지 # 가장 값싼 포장지가 빛나는 순간수억 원 사기 '타격'… 재기의 사업 아이템 발견男영업문화 슬기롭게 극복 거래처 수십 곳 뚫어40~60대 여성 자격증 취득·재취업 '디딤돌' 역할한국은 전 세계에서 30대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지난 2019년 기준 성인여성 526만명이 경력단절을 겪어 연령별 취업곡선이 M자를 그리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경제 발전의 저해 요인'으로 지적했을 정도다. 그러나 경기도에는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에게 재취업을 지원하는 단체가 있다. (사)한국여성지도자연합(이하 여지연)이다. 여지연 경기도지부장으로서 17개 시·군 지회에서 1천500명의 회원에게 취업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류현숙(63) 효성에어캡 대표를 30일 수원 인계동 경인일보 사옥 브리핑룸에서 만났다.류 대표는 경희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할 만큼 뛰어났지만 수십 년을 집에서 주부로 지냈다. 지난 1982년 공무원과 결혼해서 2004년 사업가로 변신할 때까지 22년 동안 집에서 살림을 도맡았다. 류 대표는 "그때만 해도 공무원 아내가 집 밖을 나가고 '내조'를 잘 못하면 '철밥그릇이 개밥그릇으로 바뀐다'고들 했다. 오후 6시 남편이 퇴근하기 전까지 집안일에 전념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이른 새벽부터 집안 청소를 하고, 남편 밥을 차려주고, 설거지를 끝내고, 우는 아이의 기저귀까지 갈고 난 후 그는 동네 주부들을 모아 일종의 가내수공업 공장을 차렸다. 10년간 자동차 베어링(모터의 축을 지지하는 부품)을 다듬어 공장으로 보내며 '일하는 감각'을 체득했다. 세기가 바뀌고 자녀가 어느 정도 자라자 이번엔 타파웨어(전자레인지용 플라스틱 용기) 딜러로 3년을 또 일했다. 류 대표는 "일하는 여성으로서 밑바탕을 쌓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전국에 '보석사우나'가 유행했던 2004년 류 대표는 마침내 일을 벌인다. 사우나에 들어가는 망우석(초록색 보석)을 수입해 파는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가로의 전업을 말릴 것만 같았던 남편은 오히려 열렬한 지지자가 돼 주었다.설렘도 잠시, 초보 사업가였던 류씨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수억원의 사기를 당한 것이다. 낙심해 망우석을 도로 포장하던 류 대표의 눈에 문득 들어온 것은 그 망우석을 싸고 있던 에어캡이었다. "에어캡은 가장 값싼 포장지잖아요. 포장뿐 아니라 택배를 보낼 때도 많이 쓰일 것 같았어요." 마침 그 무렵 그릇 도매상에 갔는데 그릇마다 에어캡이 끼워져 있었다. 현재처럼 제조에서 유통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정확히 예측한 건 아니지만, 막연하게 느낌이 좋았다. 2007년 그는 오래된 공장을 임대해 효성에어캡이라는 새로운 회사를 출범한다.류 대표가 가장 공들인 건 설비였다. 작은 물건 포장용으로는 7파이(약 22㎝) 크기의 에어캡이 쓰이지만 이삿짐 포장용으로는 20파이(약 63㎝) 짜리가, 인쇄용품·건설장비 포장용으로는 30파이(약 94㎝) 짜리가 쓰이는 등 용도에 따라 에어캡 크기가 달라지는 데 주목했다. 다양한 종류의 에어캡 생산 설비를 들이는 데 필요한 자금은 지역 금융기관과 은행의 도움으로 해결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2~3년밖에 안 됐는데도 기술보증기금이 사업성을 인정해 제법 큰 규모로 보증을 서 주고, 기업은행도 자금력을 보탰다. 류 대표는 "내가 갚아야 할 돈이며 세금을 안 밀리고 꼬박꼬박 내려 하니 자다가도 눈이 번쩍 떠졌던 시기"라고 말했다.거래처에 일반화돼 있던 술·골프 등 중년 남성 특유의 영업문화를 그는 슬기롭게 극복했다. 때로는 '나도 남자다'라고 생각하고 골프를 함께 치며 어울렸지만, 여성에 대한 장벽이 여전하다고 느껴질 때면 남성 부장에게 바통을 넘기기도 했다. 정해진 방법은 없지만 결국 중요한 건 내 물건을 팔고 싶다는 진정성을 어필하는 것이었다. 결국엔 삼성전자 1차 벤더까지도 류 대표를 믿고 거래를 맡겼다.시대적 조류를 살피는 일도 잊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당시는 택배 문화가 처음 싹틀 때였다. 값싼 포장재로서 에어캡의 수요가 두터워졌다. 무엇보다 야후·라이코스·세이클럽 등 포털사이트가 속속 쏟아져 나온 시기였다. 류 대표는 이를 놓치지 않고 포털사이트에 공격적으로 광고를 개시했다. 광고를 보고 주문이 하나둘씩 들어오더니 3개월이 지나니 거래처 수십 곳이 뚫렸다.3년쯤 됐을 때 창문 단열용 에어캡이 시장에서 반응을 얻었다. 저렴한 가격으로 집 안의 외풍을 차단할 수 있는 창문용 에어캡은 기업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4년 만인 지난 2011년 구공장 임대였던 공장을 5천610㎡ 규모의 새 공장으로 바꿨다. 이후 각종 ISO 인증을 받는 등 기술력을 쌓아 현재는 수도권 에어캡 업체 수십 곳 중 5위권 업체가 됐다.현재 류 대표는 사업가뿐 아니라 지역 경력단절여성의 디딤돌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여지연은 결혼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됐던 40~60대 여성들이 전문 교육을 받고 치매 치료나 다도, 웃음치료 자격증을 취득해 재취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사회공헌 활동에도 열심이다. 사랑의 열매, 빨간밥차, 유엔난민기구, 굿네이버스, 월드비전 등 정기 후원하는 단체만 10여개다. 최근엔 유니세프에서 장기후원 감사패도 받았다.류 대표는 "여성들이 자신감을 잃지 말고 사회 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취업이나 창업의 경쟁률은 예전보다 높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진입 장벽이 낮아진 시대라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경기 지역의 경력단절여성에게 이 말을 남겼다. "절대 실망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세요. 1인 기업이 100인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글/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 사진/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류현숙 대표는?△ 2009년 7월효성에어캡 설립△ 2011년 2월 경기도지사 표창 △ 2014년 10월 (사)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법인이사(현)△ 2016년 2월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2018년 3월 국세청 모범납세자 및 아름다운납세자상 수상△ 2018년 3월 화성상공회의소 의원(현)△ 2020년 2월 (사)한국여성지도자연합 경기도지부장(현)경기지역 경력단절여성들이 사회에 성공적으로 복귀하는 데 디딤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류현숙(63) 효성에어캡 대표. 류 대표는 지난해부터 (사)한국여성지도자연합 경기도지부장을 맡아 17개 시·군 지회에서 회원 1천500명에게 다양한 취업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21-03-30 이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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