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선거는 오만함 바로잡는 균형추

민주당, 4·7재보선 서울·부산서 참패오만·내로남불, 지지층마저 등돌려무엇보다 위선에 더 화가난듯 냉담대선 앞두고 '이대론 안된다'는 경고겸손·진정성·능력 갖춘 변화 필요 선거제도는 생각할수록 절묘하다. 민주주의가 고안한 제도 가운데 백미가 아닐까 싶다.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다. 시민은 선거를 통해 권력을 위임한다. 여의치 않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회수한다.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었다고 판단되면 즉각 복원력을 행사한다. 시민은 평소에는 말이 없다. 헌데 침묵한다고 해서 생각까지 없는 건 아니다. 오만과 위선, 실정을 말없이 카운트한다. 그러다 기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총알처럼 쏘아댄다.4·7 재보궐 선거도 균형추 역할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울과 부산 두 곳에서 참패했다. 서울에서 국민의힘 오세훈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에 18.32%p 차이로 압승했다. 또 박형준은 김영춘을 28.3%p 이상 따돌리고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예상을 뛰어넘는 선거 결과는 집권여당에 대한 성난 민심을 반영한다. 마치 투표 날만 기다렸다는 듯 화난 민심은 투표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보궐선거 역대 최고 투표율로 심판했다.민주당은 행정부와 국회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장도 죄다 민주당 차지다. 선거가 치러진 서울에서 조직력은 압도적이다. 서울지역 국회 49개 지역구 가운데 41곳, 25개 구청장 가운데 24곳, 시의원 109명 가운데 101명을 독식하고 있다. 그런데도 4연승(2016 총선, 2017 대선, 2018 지방선거, 2020 총선) 행렬에 종지부를 찍었다. 민심을 가볍게 여긴 결과 국민의힘에게 큰 차이로 패했다.4·7 재보궐 선거 결과를 놓고 후폭풍이 거세다. 9일 민주당 초선 의원 81명은 입장문을 내고 지도부를 직격했다.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후보 공천을 하지 않았어야 한다"며 지도부를 탓했다. 고영인 의원은 "그동안 단합을 위해 자중했는데 오히려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회재 의원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소신 있는 목소리를 충분히 개진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며 돌아봤다.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전용기 2030 의원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이들은 서울·부산시장 공천과 관련 "(박원순 전 시장 성추문) 문제를 회피하고 외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오만함"이라고 했다. 뒤늦은 반성이지만 책임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이들은 조국 사태, 추·윤 갈등 와중에서 옹호하거나 침묵했다. 당 밖에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김해영 전 의원은 "민주당에서 조국 전 장관을 왜 그렇게 지키려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뒤늦은 자성은 대체적으로 민주당에 쏟아지는 비난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무능과 오만, 위선이다. 경제정책에서 민주당은 무능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는 변명할 여지가 없다. 소득주도성장 또한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정책 취지와 달리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에게 고통을 안겼다. 인사, 외교, 국방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조국 전 장관 임명은 여론과 동떨어진 인사 참사였다. 민심이 떠난 직접 도화선이다.오만과 '내로남불'은 지지층마저 등돌리게 했다. 시민들은 무능함은 용서해도 위선은 참기 어렵다며 차갑게 반응했다. 조기숙 교수는 "무능보다 더 화나게 하는 건 위선"이라고 했다. 돌아보면 180석 거대여당은 민심을 사려 깊게 살피지 못했다. 또 절제하지 못한 채 오만했다. 남 탓하며 자신들 위선에는 둔감했다. 야당과 협치도 소홀했다. 이제와 나열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통렬한 성찰 끝에 길이 열린다.20대 대선까지는 11개월 남았다. 선거 참패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경고다. 시민들이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헤아리고 낮아진다면 기회는 있다. 겸손과 진정성, 능력을 보여야 한다. 남은 시간 동안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치열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직된 당내 의사결정 구조를 민주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만일 껍데기만 바꾼다면 패착에 직면할 수 있다. 어쩌면 국민의힘과 경쟁은 지금부터다.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유인태의 쓴소리는 경청할 만하다. 그는 "민주당이 한 것에 비하면 표차가 덜 났다"고 쇠몽둥이를 들었다. 이어 "민주당은 상임위원장뿐 아니라 법안 처리에서 독주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강성 지지층 요구를 다 받아주고 끌려다니면 미래가 없다"고 경고했다. '물(국민)'은 '배(정권)'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다음 대선에서 균형추는 어디로 기울까./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

2021-04-11 임병식

[월요논단]모든 혐오를 멈춰라. Stop Asian Hate!

아시아인에 대한 범죄 폭발적 증가트럼프 행정부 반이민정책 도화선코로나로 中에 대한 분노 극에 달해중국인과 유사한 한국인 표적으로美상황 걱정속 우리 현실 직시해야거짓말처럼 4월이 왔다. 앞다투어 피어날 꽃을 생각하면 설렐 법도 한데 새로운 달을 맞이함에도 우울증은 가라앉지 않는다. 연일 미국에서 발생되고 있는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범죄 때문이다.지난달 16일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총기사건은 미국 내 아시아인들에 대한 혐오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건으로 한국인 4명을 포함한 8명의 무고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중 7명이 여성이며 이 가운데 아시아계 여성이 6명이었다. 총기사건 이후 애틀랜타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를 멈춰야 한다는 시위가 연일 지속되고 있다. 시위대는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를 멈춰라", "아시아인들은 바이러스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코로나19 발생 이후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범죄는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우한에서 '코로나19' 발생이 알려지면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에 대한 경계심과 증오가 백인중심의 국가들로 확산된 듯하다.이렇듯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행정부의 반이민정책이 도화선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행정부는 'Alien'으로 규정했고, 트럼프는 이주민을 향하여 '살인자', '범죄자'의 프레임을 씌웠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쫓아내야 한다(the hell out of our country)"라는 연설을 최소 43회 이상 하였다. 트럼프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 '쿵 플루(Kung-flu: 중국 무술 쿵푸와 플루의 합성어)'로 지칭하면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거부감은 극에 달했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트럼프행정부의 반이민정책과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은 중국에 대한 분노와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키웠고 코로나19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극에 달하게 되었다.세계 최대강국인 미국이지만 의료복지에 취약한 점도 아시아인에 대한 분노를 키운 원인으로 보인다. 미국인들은 이상 증상이 있어도 코로나 검사를 받고 치료하는 것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인에 대한 분노는 아시아인 전체로 확대되었다. 이에 중국인과 유사한 한국인들이 표적이 된 것이다.총기사건 이후 빌 드 블라시오 뉴욕 시장은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테러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애틀랜타를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연설을 통해 "침묵하면 공범이 된다.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너무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거리를 걸으며 걱정하고, 매일 아침 그들의 안전이 위태롭다고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하였다 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애틀랜타의 총기사건은 미국 내 인종차별주의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는 시위현장에서 "Unite Against Sexism & Racism!(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대항하여 단결하자)", "Stop Anti-Asian Racism NOW.(지금 당장에 아시안 인종차별을 중단하라)"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미(美) 유엔대사는 "나는 인종차별의 추악한 얼굴을 안다. 인종차별 속에 살아왔고 경험해왔다. 그리고 인종차별에서 살아남았다"면서 증오범죄의 심각성을 거론하였고 백인우월주의의 해체를 촉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 내 아시아인을 혐오하는 흑인들도 적지 않은 듯하다.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를 외치면서 아시아인을 폭행하는 흑인들의 이율배반적 태도는 이해할 방법이 없다.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범죄도 걱정이 크지만 우리의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저소득, 저학력, 고령일수록 문화수용성이 낮다고 하는데 한국인의 다문화 수용성은 낮았고 '다른 인종의 이웃에 대한 거부감'은 높았다. 이를 입증하듯 국내 모 대학의 의대생이 수업 도중 강의를 하던 외국인 교수에게 "난민이냐?"고 물었다 한다. 이를 어쩌란 말인가? 얼마 전 호주에서는 한국계 임산부에게 인종차별 폭언도 있었다고 한다. "중국으로 꺼져, 일본놈아" 웃어야 하는지 울어야 하는지 모를 노릇이다. 모든 사회에서 모든 형태의 혐오를 멈춰야 한다./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2021-04-04 김구용국

[월요논단]구린내를 막기 위해

공동체적 기반없이는 이익 불가능엄청난 재산 챙긴 유사 집단 많기에LH 사태·취업 불공정 등에 '분노'공정함·공공성 제자리 찾기위해선담론·언론·정치·법 체제 만들어야지금이 변화의 시기이며,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야 할 전환의 시간임은 명확하다. 코로나19 사태가 그것을 알려주지만 촛불혁명이나 민주화 요구,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징후는 이를 언어로 표현하라고 재촉한다. 무엇을 지켜야 하며 무엇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결코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역사에서 보듯이 한 때의 성공에 취해 다가올 새로움을 자리매김할 원리와 규범을 찾지 못할 때, 그 작은 성취가 오히려 더 큰 실패로 몰아가게 만든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공공성 내지 공정성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민감하다. 많은 시민이 이것에 민감하다는 것은 곧 이 원리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시대정신이라는 뜻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대학 입시 및 취업에서의 공정성 시비, 의료 공공성 논의 등은 대표적인 경우다. 현재의 부동산 파동과 LH(한국토주택공사)의 부정에 분노하는 것도 역시 이런 민감함 때문이다.이런 논란과 민감함은 사실 해방 이후의 역사를 돌아보면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다. 과거 지대와 권력을 독점하던 부류가 얼마나 독단적으로 부를 축적해왔는지 돌아보면 이런 요구는 늦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곳곳에 이런 특권과 기득권 세력이 짬짬이로, 그들만의 정보와 권한으로 부당하게 이익을 가로채 온 경우가 너무도 많았다. 국회의원, 고위관료, 법조인, 언론인 등은 물론 심지어 자격증 하나라도 가지고 있으면 이를 이용해 자기 이익을 챙겨온 것이 우리 사회였다. 이제 집단사익의 부정한 축적을 막는 제도와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촛불시위에 의해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성공하지 못했던 독점적 특권 집단의 불공정한 관행과 사익 추구를 막는 법과 제도, 그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촛불시위의 힘으로 집권한 이 정권이 지속적으로 그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기에 지금 이런 파국과 위기를 맞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여전히 이 불공정한 시스템을 개혁하는 데 소극적이다. 담대한 개혁에의 요구를 다만 정치공학적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지금은 정치공학이 아니라 새로운 규범과 원리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담대함은 그 위에서야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원칙은 공동선(common good) 개념일 것이다. 자유주의(liberalism)는 서구에서는 물론, 우리 사회에서도 실패했다. 이 논의는 최근 미국에서도 꾸준히 제기되는 반성이다. 그에 비해 이른바 공동체주의 역시 대안적 담론으로 부족하다는 사실도 여실히 드러난다. 유럽 근대는 개인과 사회를 이원론적으로 구분하면서 개인의 자유를 위해 보편적 규범을 포기했다. 그 결과가 이런 파국을 낳은 것이다.사회와 개인은 이원론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한 개인은 철저히 실존적이지만 그만큼이나 사회적 존재다. 개인과 사회의 상호성에 기반하여 공동선의 이름으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규범과 원리를 정립해야 한다. 그를 위해 자유주의에 기반한 능력주의의 환상을 넘어 공동선주의를 위한 전환이 필요하다. 부당한 특권으로 불로소득과 지대를 독점하는 집단과 체제를 해체하자. 공공성과 공동선을 보지 못하는 체제는 반공동체적일 수밖에 없다. 자신이 지닌 자격증과 면허증이, 지위와 자본이 사실은 공동체의 집단적 노력과 협력 위에서야 가능했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는 이들, 그들은 그 모두가 자신이 지닌 한줌의 능력으로 얻은 것으로 착각한다. 공동체적 기반 없이 어떻게 그러한 지대와 이익이 가능한가? 기업의 성공은 시민 없이는 불가능했다. 법조인과 고위 관료, 정치인의 엄청난 재산은 그 혼자 땀 흘려 얻은 것이 아니다. 그와 유사한 집단이 곳곳에 널려있음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LH 사태에, 입시부정과 취업 불공정에 분노하는 것이다. 그러나 작은 불공정과 미시적 이해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그럴 때 변화는 불가능하다. 공동체 내에서 공정함과 공공성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때 오히려 개인의 이익이 더 커진다. 그를 위한 담론과 시스템을, 그를 위한 언론과 정치, 법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그를 막는 적은 영원히 퇴치해야 한다. 구린내가 난무하던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 않는가./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21-03-28 신승환

[월요논단]인천형 자치경찰제

'최첨단 범죄예방시설' 우선 도입市의 주민참여 조직과 연계 통한범죄예방·재난대비 로드맵 재정비공공질서 반하는 행위 '엄격 대응'공항 등 특성맞게 업무구체화 필요7월1일. 75년 만에 자치경찰제가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하지만 '자치경찰사무와 자치경찰위원회의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안'을 둘러싼 마지막 진통이 있다. 일부 시·도에서는 경찰관 직장협의회가 조례안에 반대하는 피케팅을 하였다. 시민단체들은 경찰청 표준안이 아니라 시·도에서 독자적으로 자치경찰 조례를 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쟁점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자치경찰사무의 범위, 둘째, 자치경찰사무 담당 공무원에 대한 지원 문제다. 표준 조례안은 자치경찰사무의 사항 및 범위는 별표로 정하도록 하고, 개정을 할 경우 시·도지사가 시·도 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규정이 자치입법권을 침해하는가 여부다. 일부 시·도가 자치입법권의 침해를 들어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임의적 규정을 도입하자 갈등이 표출되었다.학문적으로도 자치입법권의 범주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 중이다. 지방자치법 제28조의 '법령의 범위 안'에 대한 해석의 문제다. 일반적으로 주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수익적 행정에는 법령에 근거가 없어도 조례의 제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규제를 가하는 침익적 행정의 경우 법령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입장이다. 지방자치법도 주민의 권리 제한이나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시·도지사의 시·도 경찰청장에 대한 의무적 의견 청취 규정은 자치입법권의 문제이자 경찰청장의 의견을 그대로 조례에 반영해야 하는가의 해석의 문제이기도 하다. 만약 의무적 청취가 경찰청장의 원안을 모두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라면 자치입법권의 침해 여지가 있다. 그러나 시·도 경찰청장의 의견 취지와 구체적 협의 사항을 토대로 이를 합리적으로 반영한다면 자치입법권의 침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그렇다면 의무적 청취 규정의 대상인 자치경찰사무란 무엇인가. 관련 법령은 학교폭력 등 소년범죄, 아동학대범죄, 교통관련 범죄, 경범죄 등을 자치경찰사무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자치경찰의 사무 가운데는 과태료가 아니라 형벌로 연계되는 것들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형벌로 연계되는 자치사무의 경우 법령의 위임이 없이는 임의로 확대하여 정할 수 없다. 시·도지사와 경찰청장이 자치경찰사무와 관련하여 조화롭게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그런데도 사무의 범위에 대해 민감한 것은 이른바 골치 아픈 민원사무를 자치경찰로 떠넘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내재되어 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되면서 입게 될지도 모를 자치경찰에 대한 불이익 가능성도 불안요소이다. 두 기관의 상호신뢰와 자치경찰사무 담당 공무원에 대한 지원이 자치경찰제의 초기 운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정착에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말해주는 대목이다.충남에서는 자치경찰사무 중 지하철 관련 조항을 삭제하였다. 충남에는 지하철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천형 자치경찰의 모델은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는가. 우선 주민의 생활 안전과 교통안전을 위해 최첨단 범죄예방시설을 도시계획의 단계에서부터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 인천시의 주민참여 조직과 연계를 통한 범죄예방 활동은 물론 재난에 대비한 로드맵을 시와 협력하여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야 한다. 아동·청소년·노인·여성·장애인·외국인 등에 대한 폭력 예방과 보호 활동을 위해 직역, 계층, 지역별 대책을 세분하여 실시해야 한다. 공공질서에 반하는 풍속이나 사행행위 등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법령을 집행해야 한다.인천에는 국제공항과 항만이 있다. 옹진과 강화는 도심지역과는 전혀 다른 치안 수요를 갖고 있다. 향후 공항, 항만, 산업단지, 농어촌 등의 특성을 반영하여 자치경찰의 사무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연구, 주민참여, 모니터링, 전문가들의 의견도 중요하다. 인천 자치경찰제의 미래는 인천시와 경찰청의 상호협력과 신뢰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와 응원에 달려 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창대하리라(욥8:7)'. 새롭게 출발하는 자치경찰제에 딱 맞는 옛사람들의 말씀이다. 그 지혜로움을 상기할 때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1-03-21 김민배

[월요논단]선(善)한 영향력

그림책속 '다정 아저씨' 긴 머리카락백혈병 소아암 치료 아이들에 전달사장도 감동 받고 머리기르기 시작한 개인의 선한 지향 강력한 힘 지녀어려움 극복 새로운 희망 꿈꾸게 해도서관 아침은 둥지에 쓸 나뭇가지를 물고 오가는 까치의 분주함과 '따닥따닥, 따르르르르…' 딱따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작은 새싹들도 땅을 뚫고 얼굴을 보이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바람과 여기저기 자연이 들려주는 봄소식에 무엇이든 새로 시작해 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이 들뜬다.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래도 봄은 왔다.봄소식 속에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전국적으로 등교 수업이 확대되었고, 휴관에 들어갔던 공공도서관들도 방역수칙을 지키며 문을 열기 시작했다. 분명 예전과 같은 봄은 아니지만 힘을 내어 보고, 희망하고, 조심스럽게 앞으로 한 발자국 내딛는 시간이다.언 땅을 녹이는 따뜻한 봄기운과 함께 주변을 돌아보고 돌보며 우리 모두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따뜻한 소식들을 전해 듣게 된다. 선한 지향으로 마음을 나누며 결식아동들을 보듬어주는 식당에서 시작된 나비의 날갯짓은 우리 사회 전역에 봄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결식아동들에게 지급되는 급식카드로는 아이들이 제대로 된 한끼 식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기 시작한 한 파스타 집에서 시작된 '선한영향력가게'는 최근 전국적으로 1천여개의 가게들에서 동참하고 있다. 작은 용기가 큰 날갯짓으로 전국에 봄꽃처럼 따뜻한 꽃을 피우고 있다.그 외에도 누군가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미담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한 치킨집 앞에서 5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들고 서성이던 형제에게 치킨을 무료로 제공한 이야기, 마트를 운영하시는 분이 판매된 물건으로 어느 가장의 극단적인 선택을 예상해 미연에 자살을 방지한 일 등의 따뜻한 이야기들이 온라인상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돈쭐 내주자'라며 선한 행동을 한 가게의 물건을 팔아주는 운동이 함께 일어나고 있다. 선한 행동들이 마중물이 되었다. 이렇게 뭔가 특별한 움직임들이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우리들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는 것 같다.여기 자기만의 특별한 방법으로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그림책이 있다. '뭔가 특별한 아저씨(진수경 글·그림, 천개의바람)', 그림책 속 다정 아저씨는 평범한 일상에서 보석처럼 반짝이는 행동을 보여준다. 다정 아저씨는 평범한 키에 평범한 얼굴에 평범한 옷을 입고 평범한 신발을 신고 회사에 다닌다. 그에게 딱 한 가지 특별한 점은 머리카락이 길다는 사실이다. 날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긴 머리카락을 깨끗이 감고, 정성껏 말린다. 머리카락이 길어서 불편하기도 하고,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긴 머리카락이 회사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회사 사장님께 불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다정 아저씨는 머리카락을 계속 길렀고 허리 밑까지 자랐을 때 그는 긴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 어디론가 보냈다. 그 머리카락은 백혈병 소아암으로 힘든 치료를 받는 아이들에게 전해졌다. 이 사실을 안 사장님은 감동을 받았고 자신도 머리를 기르기 시작한다. 드디어 사장님도 세 번의 겨울이 지나 세 번째 봄을 맞으며 머리카락을 자를 때가 되었다. 긴 머리를 한 사장님은 행복했다. 사장님을 바라보는 다정 아저씨도 뿌듯했다.한 개인의 선한 지향은 아주 미미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채근담에 수적천석(水滴穿石)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물방울이 큰 바위를 뚫듯이 서로에게 보내는 선한 마음이 모여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게 한다.도서관 뜰에 매화가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고 꽃을 피우려고 꽃망울을 맺었다. 매화의 꽃말은 인내와 맑은 마음이라고 한다. 매화가 꽃망울을 팡팡 터트리듯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팡팡 펼쳐지면 좋겠다./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2021-03-14 최지혜

[월요논단]사사카와 재단 장학생의 논리와 의리

위안부피해자 매춘부라는 '램지어'그를 옹호하는 적잖은 국내학자들재단이 출연 亞연구기금 받는 현실관우 사당앞에서 맹세하는 상인이어떻게 타락하는지 보여주는 사태실크로드를 여행하면서 만리장성의 서쪽 끝 관문인 자위관(嘉 關)에 들렀던 바 있다. 성내에 자리한 관우 사당이 흥미로웠다. 어째서 하필 관우냐고 묻자 다음과 같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성문 밖으로 나가면 이제 상인들은 믿을 사람이 그들 무리밖에 없다. 그러니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만 했다. 관우는 의리의 상징이 아닌가. 그래서 관우의 상을 앞에 두고 서로에 대한 의리를 맹세했던 것이다." 중국 무역 상인들의 거점이었던 베트남 호이안에서도 관우 사당을 둘러볼 수 있다. 그네들이 모임터로 활용했던 광조회관(廣肇會館)에 위풍도 당당하게 관우 사당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호이안에 관우 사당이 들어섰던 까닭도 자위관에서의 경우와 다를 바 없다. 그런데 관우의 신격(神格)을 두고 굳게 맹세하였던 상인들의 의리는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문득 그러한 생각이 떠올랐던 것은 선인들의 가르침이 작동하였던 탓이리라. 선인들은 군자가 의리를 앞세우는 반면 소인은 이익을 좇을 따름이라고 대조해 놓았는바, 중국 상인들의 활동은 이익을 목적으로 삼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들이 공유하였던 의리란 다만 자위(自衛)와 이익 배분을 위하여 그네들 사이에서만 통용되었던 약조 수준에 머물렀을 터이다.요즘 세태에서는 눈앞의 이익을 보고 의리를 잊는(見利忘義) 것이 당연한 듯 치부될 터이나, 군자는 이익을 보면 먼저 의리를 생각한다고 했다(見利思義). 나는 군자의 표상을 안중근에게서 확인한다. 그는 '견리사의(見利思義) 위기수명(見危授命)'이라 쓰고 나서 단지(斷指)한 손바닥으로 낙관 삼은 작품을 남겼다. 과연 그는 의리를 먼저 생각하고 위태로움 앞에서 목숨까지 바쳤는바, 위태로움이란 인간이 한낱 금수로 전락하고만 형국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하여 태연하게 살인, 약탈, 전쟁을 저지르는 새로운 문명의 폐해는 인간의 도리가 내팽개쳐진 까닭에 발생하는 현상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이와 맞서는 방편으로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동양평화론'을 써 내려갔다.군자의 의리는 특정 집단·세력의 틀 내에 갇히지 않고 보편타당한 세상을 향하여 뻗어 나간다. 스스로의 이익을 합리화하는 수준에 머무르지도 않는다. 인간과 사회, 역사를 탐구함으로써 지금보다 한 발짝 나아간 세계를 열어젖히려는 학자라면 마땅히 군자의 의리를 되새길 수 있어야 한다.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른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는 이를 모르는 듯하다. 전범기업 미쓰비시는 1970년대 이후 하버드대에 최소 수천억원을 후원하였는데, 그 덕에 마련된 것이 미쓰비시 교수이며, 램지어는 이러한 경로로 교수가 될 수 있었다. 학문의 자유를 절대선인 양 부르짖는 이들은 물질적인 조건을 애써 지워나가려는 경향을 드러내나, 언론에 소개된 램지어의 논문은 그의 물적 조건을 무시할 수 없게 만드는 수준이다.2019년 발표한 '자경단: 일본 경찰, 조선인 학살과 사립 보안법'의 경우, 구체적인 비판에 직면하여 '일본 소식통에게 들은 소문에' 근거하여 작성했다면서 상당 부분 수정하겠노라 답했다고 한다. 2021년의 '태평양 전쟁 당시 성매매 계약'은 원하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하여 자료를 취사선택한 경향이 역력하다. 강압적으로 본인의 의사에 반해 위안부로 끌려간 유형이라든가, 일본군이 위안소를 직접 운영했던 유형은 일본 정부도 이미 인정했던 바다. 감언으로 위안부를 모집한 까닭에 계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사례도 상당수 소개되어 있다. 그런데도 램지어 미쓰비시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업자와 계약한 매춘부라 규정해 버리고 있다. 그러니 "한심한 결함이 있다"(카터 에커트 하버드대 교수)거나 "얼빠진 학술작품"(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 등 비판받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램지어 교수를 옹호하는 국내 연구자들이 있다. 이들은 램지어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반학문적 행태라고 반박하는 한편, 더든 교수 등에게 "외부인들은 위안부 문제를 논할 권한이 없다"는 편지를 발송하였다. 그러면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거짓 증언자로 몰아붙이고 있다. 일본 극우화를 주도하는 사사카와 재단(Nippon Foundation)이 아시아연구기금을 출연하였고, 1995년 연세대가 이를 유치한 이래 적지 않은 국내 연구자들이 그 떡고물을 받아먹고 있는 현실을 나는 알고 있다. 램지어를 호위하는 국내 학자들의 의리는 이를테면 관우의 사당 앞에서 맹세하는 상인이 어떻게 타락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태라 할 수 있겠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민교협 회원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민교협 회원

2021-03-07 홍기돈

[월요논단]가덕도 앞바다에서 이순신을 떠올린다

'신공항' 예타면제로 특별법 처리부산시장 보선 앞두고 여야 '담합'표 앞에서 절차·혈세운용 무관심이순신, 따뜻했지만 '일에는 엄격'대통령도 특별법 고집 꾸짖었다면난중일기를 다시 펼쳤다. 이순신은 임진년 1월부터 일기를 썼다. 그에게는 일기, 활, 어머니가 전부였다. "공무를 마친 뒤 활을 쏘았다." 일기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글이다. 더러는 부하들과도 함께 쐈다. 이순신에게 활쏘기는 유희가 아니었다. 시위를 당기며 정신을 가다듬고, 전쟁에 집중했다. 전쟁은 4월14일 부산포에서 시작됐다. 출전에 앞서 부하 장수들과 결의를 다졌다. "모두 격분하여 목숨을 바치기로 했으니 실로 의사들이라 할 만하다."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 가덕도를 방문해 신공항 추진을 독려했다. 말 많던 가덕도 특별법이 통과되기 전날이다. 정부 핵심 인사들도 대거 함께했다. 경제부총리, 국토부·행안부 장관,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등 20여명이다. 갑판 위에서 문 대통령은 "국토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달라"고 했다. 가덕도는 적지가 아니라는 국토부 보고서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변창흠 장관은 "송구하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다음날 특별법은 통과됐다.가덕도 앞바다는 임진왜란 당시 전쟁터였다. 430년이란 시차를 두고 이순신과 문재인은 바다에서 결의를 다졌다. 이순신은 왜적을 향해, 문재인은 부산 시민을 의식했다. 이순신은 왜군에 맞서 목숨을 걸자고 했고, 문재인은 가덕도 신공항을 독려했다. 결의라는 형식은 같았지만 내용은 달랐다. 난중일기를 읽다 가덕도를 찾은 문 대통령의 행보를 떠올린 이유다.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우려가 크다. 국토부는 안정성·시공성·경제성 등 7가지 항목에서 문제를 지적했다. 사실상 반대다. 사업비 또한 28조6천억원으로 부산시가 주장하는 7조5천억원보다 네 배 많다. 김경수 지사는 "언론이 터무니없이 부풀렸다"고 했다. 국토부와 정치인 중 누가 전문가일까. 그런데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특별법이 처리됐다.가덕도 특별법은 특혜법이다. 통상적이라면 여러 후보지 중에서 객관적 검증을 통해 최적지를 고른다. 그런데 가덕도는 먼저 찍어놓고 입법으로 뒷받침했다. 앞뒤가 바뀌었다. 사사건건 으르렁대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손잡았다.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담합이다. 정치가 정책을 압도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마지막 둑은 무너졌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권으로부터 선심성 사업이 넘쳐나는 상황이다.예타는 타당성을 따져 예산 낭비를 막자는 제도다.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처음 도입됐다.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비가 300억원 이상 투입되는 사업에 해당된다. 예타 통과는 필수다.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들이 예타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국책사업 반영, 대선 공약 끼워 넣기, 사전타당성 조사를 동원해도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면 안 된다. 예타는 엉터리 사업을 걸러내는 마지막 장치다.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은 예타면제로 뜨거웠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이를 집중 비판했다. 입장이 바뀌어 이제는 민주당이 가덕도 특별법에 예타 면제를 담았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표만 된다면 절차를 무시하고, 국민 세금이 어떻게 쓰이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속셈이다. 여야가 따로 없다.국토부는 합리적 근거 자료를 토대로 조목조목 반대 의견을 냈다. "문제를 인지한 상황에서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으면 직무유기에 해당하고, 성실 의무 위반 우려도 있다"고도 했다. 여당 의원은 "동네 하천 정비할 때도 이렇게 안 한다"고 했다. 여당도, 야당도, 공무원도 문제를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낙연 대표는 "국회가 법을 정하면 정부는 따르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정부는 허수아비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선거가 중요해도 이런 식은 아니다.이순신은 따뜻한 면모를 지녔지만 일은 엄격했다. 무기를 제대로 갖추지 않거나, 시한 내 수색을 마치지 못하면 꾸짖고 곤장을 쳤다. 심지어 도망간 병사의 목을 베어 매달았다. 만일 가덕도 앞바다에서 문 대통령이 특별법을 고집하는 이들을 꾸짖었다면 어땠을까. 또 이순신이 활을 쏘며 스스로를 가다듬듯 그런 시간은 갖고 있는지. "홀로 객창 아래 앉았으니 온갖 생각이 들었다"는 대목을 읽으며 부질없는 상상을 해 본다./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

2021-02-28 임병식

[월요논단]4만5천명의 이주노동자를 기다리며

어느덧 이웃이 된 이주노동자들우리가 못챙겨 안타까운 소식도정부 '비닐하우스내 컨테이너등숙소제공땐 고용허가 불허' 방침인력 절대 필요한 농어촌은 '답답'지난 12일 설을 쇠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오라고도 가겠다고도 못했지만 우리는 명절을 맞아 서로의 노고를 물었고,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나누면서 지난 세월의 힘겨움을 어루만졌다. 고향마을에서 만나는 모두가 위무의 대상들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누구의 누구인지를 잘 알았기 때문이기에 그러했다. 그런데 이제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낯선 이웃들이 늘어만 간다. 더 정겨운 사람들로 가득할 것 같은 시골의 고향마을도 낯선 이웃들로 넘쳐나고 있다. 그 이웃이 바로 이주노동자들이다.이러한 현실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가 무리 없이 작동되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에도 산업기술인력의 경우 3만7천484명(2018년 기준)이 부족한 실태라고 한다. 농어촌의 경우도 인력의 부족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농축산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주노동자가 2만7천539명에 달한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살고 있는지 짐작이 된다.농업을 비롯하여 어업과 축산업은 먹거리를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산업분야다. 그런데 절대 인력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농촌인구는 지난 10년 250만명 이상이 감축된 224만명(2019년 현재)이라고 하며 어촌의 현실도 농촌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용인시 모현읍의 시설재배 농가는 이주노동자의 기여도가 8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그러니 전국 어디든 우리의 이웃이 된 이주민들을 언제라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출신의 이주노동자 '속헹'씨의 사망 소식이 그간 살피지 못하였던 것들을 돌아보게 하였다. 우리의 이웃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세밀히 살피지 못한 탓이었다. 포천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캄보디아 누온 속헹씨의 죽음'이란 제목의 기사는 한국의 겨울 추위를 경험하지 못했을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가슴 아프게 전하였다.속헹씨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발 빠르게 대책을 수립하고자 한 것은 경기도였다. 경기도는 전면적으로 '농어촌지역 외국인노동자 주거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이주노동자들의 주거환경은 곧 이주민들의 인권과 직결되는 것으로 공정한 세상을 꿈꾸는 경기도의 정책철학이 반영된 실례로 판단된다.정부의 정책에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 그간의 자료들을 통하여 고용노동부는 이미 외국인 노동자들의 주거실태에 대하여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2018년 '농업부문 외국인 근로자 고용실태와 정책과제'에 의하면 농업부문 외국인 근로자의 숙박 형태를 조사했었다. 여기에 숙박형태의 유형을 일반주택, 아파트, 기숙사, 기타 등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이보다 앞서 2017년 표본조사에서는 조립식 패널,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등의 숙소 형태를 파악하였고 고용노동부는 2020년 7월 전체 외국인고용허가 사업장 중 기숙사 최저기준 미달 사업장이 31.7%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현행법상 "비닐하우스는 기숙사로 제공할 수 없으나, 비닐하우스내에 패널을 설치하고 기타 설치기준(근로기준법 제53조 등) 충족 시에는 기숙사 시설로 인정"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속헹'씨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2021년부터는 농·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노동자 고용허가 시 비닐하우스내의 조립식 패널이나 컨테이너 등의 숙소를 제공하면 고용허가를 불허하겠다"고 2020년 12월24일 발표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코로나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2021년 고용허가제를 통한 외국인노동자의 선발인원을 4만5천명으로 정하였다"는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농어촌의 농가는 외국인노동자를 맞이할 준비가 안 되었다. 숙박시설을 제공하지 못하는 사업장에서의 인력 신청은 어렵게 되었다. 현실이 이러하니 올해 4만5천명의 새로운 이웃은 우리의 곁으로 올 수가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기나긴 추위가 물러나면서 희망찬 새봄이 도래하듯 내년 설에는 우리의 새로운 이웃들에게 안부를 묻고 덕담을 건넬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2021-02-21 김구용국

[월요논단]위기를 기회로

코로나, 알 수 없는 미래 선택 재촉잘못된 특권 철폐와 재벌구조 개혁집단이익에 매몰된 기득권 청산…일부교회 반공동체적 신앙 폐기 등사회 문제·모순점 수정 할 기회 줘위기는 갈림길을 의미한다. 그 갈림길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삶은 정반대로 달라질 것이다. 그런 까닭에 위기는 어려움 자체가 아니라, 알 수 없는 미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위기는 이 선택 앞에서 우리를 끊임없이 재촉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공공장소의 개방 범위, 영업시간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든 결정해야 한다. 대면과 비대면의 범위를 결정하는 일은 학교와 종교 행사에 대한 결정으로 이어지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선택은 누구에게는 재정적 피해를 넘어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가지만, 누구에게는 오히려 이익이 증대되는 역설적 현상도 생긴다.위기의 순간은 가려진 비밀의 장막을 걷으면서 진실과 마주하게 한다. 위기가 기회인 까닭은 이 불편한 순간이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자신의 실존적 진실을 마주하게 되기도 하지만, 거대 담론의 관점에서 이 사태를 통해 사회와 생태계 위기에 직면한 우리의 현실과 그로 인한 문명의 전환에 대해 논의할 수도 있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되돌아보거나 가족이 무엇인지, 일상의 삶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기도 하기에 위기는 위험을 넘어 삶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그런 관점에서 이 사태는 우리 사회의 문제와 모순을 수정할 중요한 기회를 주고 있다.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비중이 높은 자영업을 돌아보면서, 그들에 대한 단기적인 지원과 함께 장기적으로 편중된 경제구조를 개혁할 기회가 온 것이다. 지대를 통해 불로소득을 얻는 구조를 수정할 수도 있으며 잘못된 특권을 철폐할 기회이기도 하다. 기업이 아니라 재벌 구조를 개혁하고, 편협한 집단 이익에 매몰된 기득권을 청산할 기회이기도 하다.최근 일부 교회를 중심으로 반공동체적인 행태를 보이는 종교를 돌아보면 그들이 빠져있는 근본주의적이며 맹목적 신앙을 폐기해야 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방역활동이 거의 성공에 이를 때면 어김없이 터지는 교회발 감염 확산 현상은 이들의 잘못된 믿음이 얼마나 큰 폐해를 초래하는지 너무도 잘 보여준다. 이 위기는 자신의 신앙이 너무도 편협하다는 사실을 돌아보고 이를 고쳐갈 기회가 된다. 종교단체에 대한 특혜는 우리가 종교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종교의 자유는 신앙의 자유이지 종교 단체가 사회적으로 저지르는 방종과 특권을 허용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에 제공하는 세제 혜택을 비롯한 각종 특권적 지원을 이 기회에 명백히 철폐해야 한다.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우리에게 절대적인 경제이념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자본주의는 과잉으로 치달아 생태계는 물론, 우리 삶과 공동체를 너무도 심하게 황폐화시키고 있다. 자본주의라는 경체체제의 문제를 넘어 우리 안에 내면화된 그 논리가 우리 삶을 파괴하고 있다. 의미와 행복을 지향해야 할 삶이 자본의 논리에 매몰되어 자본을 벗어난 삶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그 논리가 얼마나 황폐한지 자각할때 이 위기는 우리 삶을 드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근대 이래 개인의 자유권에 기초한 자유주의적 체제가 공동체를 파괴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임을 자각한다면 이제 서구적 자유주의를 수정하는, 그 이상의 공동체주의를 진지하게 돌아볼 수도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와 사회는 우리의 공동체다. 공동체가 무너지면 개인의 삶이 지켜지지 않지만, 개인을 압살한 사회의 폐해 역시 얼마나 끔찍한지 우리만큼 많이 겪은 나라가 있을까.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 불평등 해소와 공공성 회복일 것이다.서구 근대의 체제와 가치를 맹목적으로 추종했던 지난 역사에서 우리는 나름의 성취를 이룩했다. 이제는 그 시간 동안 잃어버렸던 체계와 철학을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때가 되었다. 그들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 삶의 양식과 체제를 만들고, 변혁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여기에 개인의 실존적 의미와 사회적 공공성을 성찰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한 과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성공적인 K-방역은 바이러스 극복을 넘어 사회변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로써 우리 삶과 존재를 전환하고 잊었던 가치와 의미를 되찾을 수 있다면 위기는 기회가 된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21-02-14 신승환

[월요논단]이적행위와 친일 논쟁

반유대주의는 12C 십자군 때 확립거대 富 축적 두려움을 멸시로 전환적·동지 구분 히틀러 학살로 이어져요즘 정치권 北원전·한일해저터널잠재 불안 심리, 또 선거판 불러내반유대주의. 12세기경 이슬람교로부터 성지 탈환을 노리는 십자군의 성전이 시작되면서 확립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토지경제에 바탕을 둔 기독교인들은 화폐 경제 체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해했다. 화폐와 사채업을 중심으로 거대한 부를 축적하기 시작한 유대인들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됐다. 유럽인들이 이슬람교와 마찬가지로 유대인에 대해서도 증오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한 두려움을 멸시로 전환시킨 것이 중세 기독교였다. 유대인은 그리스도를 죽인 그 죄 때문에 예속적 지위에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과 종교법의 차별적 규정이었다.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S. Freud)는 유대인이었다. 5남매 중 4명을 아우슈비츠와 게토에서 잃었다. 그는 간신히 런던으로 망명했다. 왜 유대교를 박해하는가. 그는 역사적이고 종교적인 분석을 위해 생의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했다. 최후의 저작인 '인간 모세와 유일신교'가 그것이다. 그는 반유대주의의 원인을 규명하고자 과감하게 가설을 제시했다. 모세는 유대인이 아니라 이집트인이자 왕족이었을 것이다. 모세가 유대인에게 전한 것은 유일신교이며 모세가 요구하는 유일신교의 준엄함을 견디지 못하고 그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구약성서에 모세 살해에 대한 기록이 없지만 이 기억의 억압 때문에 유대인들은 반복 강박증에 빠져 있다. 그는 유대교의 희생양이나 기독교의 성체의식은 모세 살해에 대한 무의식적 반복이라고 했다.프로이트는 유대인이 오랫동안 모세의 유일신교를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은 모세 살해에 대한 집단적 억압 때문이라고 했다. 억압된 것은 병리학적이든 정상적이든 반드시 회귀하며, 유대교가 존재하게 된 것은 억압받은 자들의 회귀라는 것이다. 그는 원죄야말로 오랜 세월에 걸쳐 유대인을 박해하여 온 무의식적인 요소이자 유대인의 정체성을 형성한 토대라고 했다. 그의 대담한 가설에 기초한 주장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정신분석이다. 소설이다. 그의 저작 중에서 충격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그러나 반유대주의에 대한 가설과 분석이 남긴 충격의 여파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인간에 대한 잔혹함과 절박한 상황에 맞선 용기와 분노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다.반유대주의는 히틀러의 집단학살로 이어졌다. 프로이트와 달리 슈미트(C. Schmitt)는 히틀러의 권력 장악과 나치의 이론적 토대를 만든 학자였다. 그의 '적과 동지'이론은 이단자에 대한 불관용과 유대인 학살의 토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슈미트의 반유대주의의 논거는 무엇인가. 그도 역시 유대교의 기독교 원죄 부정을 들고 있다. 그는 원죄인 인간의 본성 즉, 악을 인정하지 않는 유대인을 비난했다. 유대교가 예수를 부정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슈미트의 사상을 혐오하는 것은 나치에 끼친 영향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그는 반자유주의자, 반민주주의자, 그리고 반의회주의자였다. 그는 바이마르공화국을 보면서 자유주의와 다원주의가 국가를 쇠퇴시킨 원인이라고 보았다. 그가 독재이론으로 평가되는 결단주의와 적과 동지의 개념을 선명히 내세웠던 이유다.슈미트의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형법적 표현이 다름 아닌 이적행위이다. 우리 형법은 모병이나 시설제공 그리고 시설파괴 이적행위의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위기나 전쟁시에 거론될 만한 이적행위 논쟁이 정치권에서 뜨겁다. 북한에 대한 원전지원 논쟁과 한일 해저터널 논쟁이 그것이다. 친북과 친일, 6·25와 일제강점, 빨갱이와 매국노 프레임. 한국 정치에서 참으로 끈질긴 생명력의 원천이다. 그것은 한국인에게 내재된 원초적 불안과 분노의 바탕이기도 하다. 프로이트가 말한 잠재되고 억압된 심리를 다시 선거판에 불러내고 있다.그러나 반유대주의와 적과 동지라는 이분법은 전쟁과 인권침해를 가져왔다. 그것은 일상적이고 평온한 인간의 생활에까지 영향을 준다. 사람들의 다양한 가치관을 부정하고 이단자를 배제하는 토대를 만들기 때문이다. 반유대주의나 적과 동지 이론의 참혹했던 역사적 폐해를 보면서 생각한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북풍이나 반일 논쟁은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과연 지금의 이적행위나 친일 논쟁은 한반도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1-02-07 김민배

[월요논단]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

나누는것보다 내몫 챙기기 우선역지사지보다 아전인수격 행동이럴때 이타적인 작은 용기 필요어려울수록 선하게 주변 살피고소처럼 천천히 따뜻하게 내딛자흰 소를 상징하는 신축년(辛丑年), 2021년이 시작 된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나고 있다. 흰 소는 흰색이 가진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와 함께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지인들과 흰 소를 상징하는 말들로 덕담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고 행복을 기원했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아직까지도 직접 대면하며 마음 편하게 인사를 나누거나 여럿이 함께 모일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너무 안타깝다.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팬데믹 상황은 진정되지 않았고 그 끝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상태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실직과 폐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늘고 있는 데다 올해는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하며 취약계층의 겨울나기는 더욱 힘들어졌다.최근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방지를 위해 대규모 예방적 살처분이 이루어지면서 우리의 식생활에 가장 밀접한 식재료 중 하나인 계란값이 오르는 등 장바구니 물가는 계속 상승하고 서민들의 가계 부담은 커지고 있다. 삶이 참 팍팍하고 어렵게 느껴진다.위태로운 상황에 우리는 더 조바심을 내게 된다.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지게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고, 더 안 좋은 상황들에 맞닥뜨리게 될까봐 두려워진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며 모두 함께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런 때일수록 넉넉하고 선한 마음으로 이웃을 만나고 생명을 보듬을 줄 아는 지혜로움이 절실한 것 같다.신축년 새해를 시작하며 우리에게 감동과 성찰의 기회를 주는 그림책이 있다. 그림책 '황소 아저씨(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길벗어린이)'는 황소 아저씨의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을 통해 우리의 삶에 위로를 건네주는 것 같다. 추운 겨울밤, 생쥐 한 마리가 굶주림과 추위에 떨고 있는 동생 쥐들을 위해 황소 아저씨의 구유에 몰래 찾아간다. 잠자던 황소 아저씨를 깨우게 된 생쥐는 자신의 사정을 말하고, 딱한 사정을 들은 황소 아저씨는 기꺼이 허락하며 덧붙인다."한 번만 가지고는 안 될 테니 몇 번이고 배부를 때까지 가져가거라." 그리고 생쥐는 동생 쥐들을 데리고 황소 아저씨의 집으로 가서 함께 지내게 된다. 자기 것을 넉넉하게 나누고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황소 아저씨의 모습에서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어려움 속에 있을 때 황소 아저씨처럼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나누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내 몫 챙기기가 우선이며 천천히 나아감보다는 빨리 신속하게 타인보다 먼저 앞으로 나아가기에 급급해진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보다는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행동하게 된다.이럴 때 우리에겐 이타적(利他的)인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작은 용기가 필요하다.얼마 전 모 기자가 포착한 눈 내리는 서울역 광장, 노숙인에게 자신의 외투를 벗어 입혀주는 사진은 우리들에게 진한 감동을 줬다. 우리들 마음 안에도 이미 이런 선한 지향(志向)을 가지고 있기에 마음속 울림이 있는 것이 아닐까? 2021년 올해에는 어려움 속에서도 절망하거나 위축되지 말고, 씩씩하게 조금 더 선한 마음으로 주변을 살펴야겠다.그러면 우리가 함께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우보천리(牛步千里)라고 했다. 소의 걸음으로 천리를 가듯이 소의 해에 소처럼 천천히 우직하게 거기에 따뜻함을 더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어야겠다./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2021-01-31 최지혜

[월요논단]집권 여당에 나부끼는 촛불정신의 깃발

절대권력 비판, 최인훈 소설 '화두'해당구절 되새김은 與에 실망 때문 조국 드러난것 불인정·유시민 사과개혁 논리적 확증편향 일부 선동자연동형비례 걸레쪽·김진숙 무시 등최인훈 장편소설 '화두'에는 조명희의 삶과 이념이 곱씹어 제시된다. 특히 그의 죽음에 관한 접근은 성실한 연구자의 작업에 비견할 수준이다. 조명희는 이기영과 더불어 전반기 카프를 대표하는 소설가로서 자신의 이념을 좇아 1928년 소련으로 망명하였고, 1938년 일본 간첩이라는 혐의를 받아 재판 없이 사형당하고 말았다. 간첩 혐의는 독재정권이 비판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덧씌운 누명에 불과하였으니 스탈린이 죽은 뒤 그 명예가 회복되었다.조명희가 처형될 당시 4만명이 체포당했으며 그들 중 2만명이 학살당했다. 한인은 3천여 명 죽었다고 한다. 과연 최인훈은 대가답게 이를 절대화된 권력의 문제로 이끌어간다. 절대권력은 스스로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하여 '성 꼭대기에 걸려 있는 대의(大義)의 깃발을 내리지 않는다'. 성의 사령탑을 차지한 사람들은 역사적인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하여 숙청이 필요하였음을 증명해야 한다. 농성 와중에 '배급량을 더 탄다거나, 특별 배급을 타는 위치에 있기 위해서 숙청한 것이 아님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오랜만에 '화두'를 꺼내들고 해당 구절을 되새겼던 까닭은 여당에 대한 실망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현 정부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의 성과에 발 딛고 출현할 수 있었다. 180여 석에 이르는 거대 여당의 출현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니 그들은 마땅히 촛불정신을 실현해 내야만 한다. 촛불정신이 그네들의 머리 위에 깃발로 나부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당은 과연 그 깃발을 제대로 부여잡고 있는가.깃발은 오로지 검찰 개혁을 주장할 때만 요란하게 펄럭이는 듯하다. 검찰을 개혁하자는 데 이견은 없다. 그렇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식과 수준이 어느 정도 제시되어야만 혼란을 피할 수 있다. 예컨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검찰의 먼지떨이 수준의 조사에 맞서기는 하되, 드러나고 있는 사실 여부에 대해 인정할 수 있는 여유는 그래야 가능해졌을 터이다. 유시민은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전선(戰線)의 전면에 나서서 검찰의 노무현재단 사찰을 주장하였다가 결국 사과하는 형편에 이르렀다. 검찰을 불신하여 악마화하였고 "과도한 정서적 적대감에 사로잡혀 논리적 확증편향에 빠졌다"는 것인데, 이 또한 방식과 수준에 대한 고민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법원의 판단이 검찰 측에 유리하다며 차제에 사법부를 개혁하자는 일부 정치인들의 선동은 그러한 태도의 연장이라 하겠다.그렇다면 촛불 들고 광장으로 모여들었던 이들을 제대로 끌어안고 있는가. 걸레쪽이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김진숙의 복직투쟁은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상징이다. 민의를 폭넓고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하여 선거법을 개정하였으나, 총선을 맞아 급조한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는 이를 무위로 돌려놓는 여당의 선택이었다. 적폐로 지목한 정치 세력과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어갈지언정 권력을 정의당에게 나누어 줄 수 없다는 계산이었던 것이다. 김진숙의 복직투쟁 무시는 노동운동에 결코 호의적일 수 없다는 정체성의 표현이다. 그러니까 정의당과 노동운동은 그네들의 깃발 바깥으로 쫓겨난 형편이라는 것이다.깃발을 흔들면서도 자신들의 배급량을 솔선수범하여 줄이는 것 같지도 않다. 청와대 인사들이 소유 주택을 마지못해 매각하면서 보여줬던 여러 개 희극 장면이 나름의 판단 근거다. 중대재해처벌기업법 등 여러 개혁 법안들은 실효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수준에서 만들어졌을 따름이다. 허울만 갖춘 채 통과되었다는 것인데, 이러한 입법이 장막 뒤에서 벌어질 만한 로비와 과연 무관하게 결정되었는가는 심히 의문이다. 특별 배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는 말이다.기실 더불어민주당은 이전에도 촛불집회의 덕을 누렸던 바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연이어졌고 이는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개혁은 없었다. "과반 의석만으로는 보수언론과 야당의 발목 잡기를 뿌리칠 수 없다." 열린우리당의 변명이었다. 그러다가 그들은 결국 정권을 내주며 결국 폐족(廢族)이라 자조하기에 이르고 말았다. 모쪼록 그와 같은 역사가 180여 석의 현 여당에게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21-01-24 홍기돈

[월요논단]공동체를 생각하는 자본권력

영화 '내부자들'에서 정치·언론과기득권 세력형성 그중 최상층위치삼성 뇌물·가습기사건 사례가 증명영화는 파국을 맞지만 현실은 건재관대·비판 둔감탓 오만자본 제어를영화 '내부자들'에서 자본권력과 정치권력, 언론권력은 서로 주고받으며 기득권을 확대·강화한다. 눈여겨볼 점은 대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본권력이 최상층에 있다. 미래자동차 회장은 유력한 여당 대통령 후보와 언론사 편집국장을 요리한다. 이게 영화적 상상력만일까. 한국사회에서 자본권력은 과도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재판도 다르지 않다.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며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받고, 18일 최종심을 앞두고 있다. 어제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은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이 부회장에 대한 선처를 부탁하는 내용이다.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말에 공감할 국민은 몇이나 될까. 하지만 경제계와 정부, 언론,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동조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적법하고 엄정한 처벌을 주장했다. 그는 "뇌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징역 20년을 받은 만큼 뇌물을 준 이재용 또한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권력자와 필부 구분 없이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법치가 바로 선다"고 덧붙였다. 상식에 부합하는 말인데 이런 목소리는 오히려 유별나게 들린다.지난 12일 무죄 판결 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어떤가. 법원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 전·직 임원 모두를 무죄 판결했다. '공소 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법원은 이들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물질과 폐질환 사이에 인과관계를 특정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옥시크린 대표는 6년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옥시크린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와 달리 SK케미칼, 애경산업이 판매한 성분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지금까지 가습기 살균제로 숨진 사람은 1천559명에 달한다.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다. 이 사건은 2011년 4월 임산부 4명이 폐질환으로 숨지면서 촉발됐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나섰다. 그런데 이날 판결로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게 됐다. 재판부는 "추가 연구 결과가 나오면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피해자들은 "내 몸이 증거다", "사법부와 기업, 정부를 용서할 수 없다"며 절망했다. '가습기 메이트'는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산업이 판매한 제품이다. 옥시 제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냈다. 지난해 10월 기준 '가습기 메이트' 피해 신고자는 833명, 이 가운데 12명이 숨졌다. 그런데 무죄라니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사회적참사 특조위는 지난해 말 종료됐다.전북대학교 강준만 교수는 '쇼핑은 정치보다 중요하다'에서 정치적인 소비운동을 제안했다. 그는 "기업, 정부, 정치권, 언론이 악행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소비자 행동은 마지막 자구책"이라며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역지사지 수준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부도덕한 기업 제품을 보이콧 함으로써 나쁜 짓을 못하도록 제어하자는 것이다. 이런 소비 행위를 통해 자본권력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자본권력이 갖는 힘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는 지난해 한 방송에 출연해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그는 최종 편집된 방송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금기(禁忌)가 무엇인지 알았다고 했다. 대통령 비판, 미국 비판, 재벌 비판이다. 금기로 남은 세 가지 영역은 한국사회가 지닌 한계를 보여준다. 자본에 종속된 탓에 재벌을 비판하는 언론은 드물다. 오히려 광고주 입장을 헤아려 언론이 먼저 눕는다.법원이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게 굴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판결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자본권력에 유난히 관대하고, 감시와 비판에는 둔감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세 사람은 파국을 맞는다. 그러나 현실에서 정치, 자본, 언론권력은 여전히 의기양양하다. 적어도 우리 사회가 공동체를 지향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오만한 자본을 제어하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

2021-01-17 임병식

[월요논단]두 개의 저울

정인이와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본다그러나 같은 생명인데 공분은 경중인간 편견에 개와 이는 다를수 있지만생명은 생명이기에 소중한 것이다새해는 서로 다름도 존중되길 소망연일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지난 겨울은 별다른 추위를 겪지 않았던 때문인지 올겨울은 유독 추위를 느끼게 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그렇다고 겨울이 춥지 않을 리가 없다.그러니 어쩌면 추위란 것도 절대적 기준을 세우기가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다. 어찌 보면 같은 사건과 사고에 대하여도 각자의 생각과 느낌의 정도가 다른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지난해 입양된 정인이의 죽음은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듯하다. 온 사회가 공분하였고 정인이를 애도하는 물결 또한 끊임이 없다.그리고 이주노동자의 죽음이 또한 사회적 파문을 불러왔다. 숙소라 하기 민망한 비닐하우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었는데 우리 사회는 또 한차례 고된 홍역을 앓게 되었다.정인이의 죽음은 아동의 인권뿐만이 아니라 입양제도 자체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입양은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오롯이 양부모의 인격과 경제적 능력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양부모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 충분히 고려되고 판단되지 않는 상황에서 입양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로 드러났다.더욱 충격적인 것은 공분을 산 정인이의 양부모가 종교인의 자녀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아동학대의 신고를 받고 수사하였던 경찰의 태도에 대하여도 사회적 질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정인이 양부모의 지인도 아동학대의 정황을 신고하였다 한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 결과는 '혐의없음'이었다. 병원에서도 아동학대를 의심하여 신고하였으나 경찰은 또 내사를 종결하였다.생후 492일이었고 입양 254일만이었다. 짧기만 한 생애의 절반 이상이 학대로 인한 불행이었고 아픔이었다고 하니 가슴이 먹먹하다.그리고 우리는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맞이하였다.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국적의 30대 여성 노동자가 숙소로 사용하였던 비닐하우스 안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이를 두고 이주노동자 권익단체들은 원인 규명과 함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비닐하우스를 비롯하여 컨테이너에 마련된 임시가옥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현실인 듯하다. 올처럼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을 난방도 여의치 않은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다가 주검으로 발견되었다고 하니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캄보디아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계기로 고용허가제에 대한 전면적 검토도 함께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렇게 열악한 숙소의 제공에도 노동자가 그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그런데 이주노동자의 죽음에 대하여 사회적 공분을 불러오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 두 개의 저울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우리나라도 노동자의 해외파견을 통하여 경제적 기반을 갖출 수 있었다. 우리는 230만명의 이주민과 함께 살아간다고 하는 사실은 알아도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인이 740만명에 달한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 그 가운데 17만명 정도가 해외로 입양된 한국인이라는 사실도 알려지지 못하였다.자기중심의 편향적 사고는 공정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이룩하기 어렵다. 새삼 이규보의 슬견설(蝨犬說)을 떠올리는 이유이다.생명은 생명이기에 소중한 것이다. 인간 중심적 편견으로 보면 개(犬)와 이(蝨)가 다르다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이규보는 "개와 이가 비록 크기는 다르나 같은 생명체임을 들어 소중하다면 달팽이의 뿔도 소의 뿔과 같이 보고, 메추리를 붕새(鵬)와 같게 보라"고 전한다.올해는 서로의 다름도 존중되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하며 "나의 학교였고, 나의 스승이었던 내 아내 정현숙"과 함께 두 분의 평화로운 영면을 기원한다./김구용국 용인시 외국인복지센터장김구용국 용인시 외국인복지센터장

2021-01-10 김구용국

[월요논단]크로노스의 낫

코로나19를 보듯 검찰개혁 논란은 이 사회의 숨은 진실을 잘 보여준다이해관계에 공동선은 철처히 외면크로노스의 신이 아닌 기득권의 신우리의 변화없이 깨는 것은 불가능크로노스의 신이 시간의 낫으로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면 추악한 진실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고대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처럼 진실은 즐겨 자신을 감춘다. 그러나 시간의 신은 그 거짓의 장막을 걷어낸다. 그는 보이지 않던 것을 새롭게 보게 만든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멈춰 세운 일상은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는 시간의 신인지도 모른다. 지난 일년 감춰져 있던 거짓들이 멈춰진 일상을 통해 그 민낯을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현대 문화의 근본적 문제가 어디에 있으며, 우리 사회와 정치를 움직이는 숨은 동기가 무엇인지를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코로나 감염사태가 문명의 전환을 예고하는 징후라면 지난 일년 동안의 검찰 개혁 논란은 이 사회의 본질적 병폐가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이를 통해 우리는 이 사회의 법이 얼마나 허상인지, 그 작동 과정이 너무도 기득권의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덧붙여 정치의 사법화가 초래하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도 알게 되었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법의 자의적 판단이 민주주의를 바닥으로 몰아간다. 법의 판단을 사람들이 비웃는 이유를 그들만이 모른다. 사법 농단을 처벌하고 개혁해야 한다는 전 사회적 요구를 다만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어둠의 장막 속에 감춰두었다. 그러고서는 법원의 판단을 좌우하려 들지 말라고 훈계하고 있다.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은가.누가 봐도 뻔한 검찰 개혁은 그 사이 추악한 늪에 빠져 허위적 거리고 있다. 법의 작동과 판단을 갈수록 불신하고 비웃는 이유를 정녕 모른단 말인가? 굳이 시간의 신이 개입해야만 감춰진 진실이 드러나는 것일까. 진실을 말하리라고 믿었던 언론은 사실은커녕 자사 이익에 매몰되어 과장, 선정, 맹탕 뉴스를 쏟아낸다. 언론 불신이 만연하고 신문의 신뢰도와 영향력이 바닥을 헤매는 원인을 그들만이 외면한다. 부끄럽지도 않은가?이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약했던 개혁에서 무엇이 이뤄졌는가? 법조 개혁은 고사하고 언론, 환경, 교육 개혁이 제 자리를 맴돌고 있다. 그 사이 기득권과 자본의 힘은 갈수록 더 강고해지고 있다. 그러니 자칭 진보였던 이들이 쏟아내는 '내로남불' 따위의 헛소리가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들의 말을 가장 많이 전달하는 매체가 어딘지를 보면 그 말의 사회적 용도가 명백히 드러난다. 그 자칭 진보의 헛소리는 이른바 '개소리'에 지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일정하게 소비되는 까닭을 그들만 모른 채 한다. 그들의 추악함이 힘을 발휘하는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이 정권은 그 헛소리에 의해 무너질 것이다.크로노스의 신은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지만 이 사회를 움직이는 신은 기득권의 힘일 뿐이다. 잘못된 제도와 시스템에 의해 죽어가는 이들을 위해 검찰개혁에 쏠린 힘의 일부라도 쏟았는가. 개혁과 돌봄은 대당 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내놓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안보다 더 허망한 거짓과 위선이 어디에 있을까. 올해 최고의 헛소리로 전혀 손색이 없다. 무엇을 위한 개혁인가? 무엇을 위한 정치인가? 누구를 위한 법인가? 진실을 드러내고 우리를 구원할 신은 떠나갔다. 그럼에도 우리를 구원할 신은 아직 다가오지 않았다. 신이 아니라도 좋다. 규범이든 공동선이든, 또는 그 어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신적인 힘은 사람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며 그런 마음이다.코로나19와 함께 검찰 개혁 사태는 이 사회의 숨은 진실을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기득권에 목을 매는 그들이 이 사회의 진정한 적이 아닌가. 자기 이해관계와 이익에 매달려 공동선을 철저히 외면하는 그들의 추악한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새해 아침을 지금처럼 집 안에 박혀 맞이하기 싫다면, 더 이상 그들이 뿜어내는 맹목적 헛소리에 갇혀 일상의 삶을 포기하기 싫다면 우리가 이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어야 한다. 크로노스의 신이 떠난 시대에 성찰하고 행동하며 외치는 우리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 신이 떠난 시대에 구원의 힘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거짓과 사적 이익을 깨는 힘은 우리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21-01-03 신승환

[월요논단]부동산 정책과 외국인의 투자규제

정부의 부동산성적표는 24전 24패 국민 대부분 전문가라는 것 간과탓해법은 지방·수도권 재편서 찾아야외국인 투자유치→투기주범 지목도 안보차원 점검 규제 기준 재정립을'아시타비'(我是他非)와 '밀(密)'. 2020년을 상징하는 단어로 교수신문은 전자를, 일본은 후자를 선정했다. 하지만 국민에게는 '코로나19, 추(秋)·윤(尹)'과 함께 '영끌, 빚투'가 올해의 단어가 아닐까. 후자는 광란에 가까운 부동산 현상을 표현하고 있다. 24전 24패의 부동산 성적표. 백약이 무효다. 그것은 부동산 시장이 정책보다 우위에 있다는 뜻이다. 집값을 잡기 위한 수많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틈새를 찾아내는 공략이 놀랍다. 그렇다면 그 허점을 찾아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물론 투기꾼도 있다. 그러나 국민 대부분이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지자는 총 46만5천명, 개업한 중개사는 약 10만여명. 올해에도 34만여명이 응시했다. 장롱면허라고도 하지만 체험으로 쌓은 실력이 있다. 오일쇼크와 IMF 그리고 금융위기를 이겨 낸 국민이다. 재산과 부가 어떻게 생산되는가를 경험하였다. 장관이나 공무원들보다 다양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부동산 이론이나 성과주의 정책과는 비교할 수 없다. 전가의 보도로 공급과 규제 그리고 세금을 사용한다. 그러나 조자룡의 헌 칼이 된 지 오래다. 정부가 회의실에 있을 때 국민은 부동산 현장에 있다. 정부가 대출을 줄일 때 국민은 심리에 승부를 건다. '똑똑한 집 한 채'를 브랜드화하여 부동산 정책을 무력화시켰다.국토교통부 장관의 청문회를 보면서 생각한다. 서울만의 공급확대로 부동산 가격이 잡힐까. 향후 부동산 하락은 코로나19 이후 외부적 충격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 경제와 산업 그리고 일자리의 위기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집이 아니라 수도권의 재편정책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강남은 부동산의 대명사다. 그러나 강남에 쓰레기 매립장과 소각장이 들어선다면 어떨까. 여의도에 발전소와 위생처리장을 설치한다면. 서울의 집값 폭등은 경기도와 인천의 희생 위에 있다는 뜻이다. 인천이 수도권매립지 종료와 환경 특별도시를 내세운 이유이다.통계적 흐름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5개가 소멸위기 지역이다. 강화와 옹진 그리고 여주시도 포함되어 있다. 부·울·경의 메가시티, 전남과 광주 통합, 인천과 경기도 일부의 통합론이 제기되고 있다. 삶과 산업경제를 생각한다면 수도권과 지방을 메가시티로 재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인천·김포·부천·시흥·안산·영등포 등을 하나의 권역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그를 통해 지방소멸과 인구집중, 산업경제와 부동산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메가시티 정책으로 당면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특이한 것은 외국인 투자유치를 내세우던 정치권과 여론이 투기의 주범으로 외국인을 지목했다는 점이다. '소득세법'과 '부동산 거래신고법' 개정을 통해 외국인에 대한 특혜 축소와 토지거래허가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의하면 2020년도 상반기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토지면적은 251.6㎢, 공시지가 기준 31조2천145억원이다. 2017년부터 지난 5월까지 외국인이 매입한 아파트는 2만3천167가구이다. 2019년 취득건수는 경기도 6천748건, 서울 3천360건, 인천 2천540건이다.그런데 미국은 외국인에 대한 부동산 규제를 다른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다. 국가안보상 중요한 특정 공항, 항만, 관련 시설에 인접한 외국인의 매입 등을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CFIUS)가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위험심사근대화법(FIRRMA)은 군사시설 40개와 190개 관련 시설 주변에 대해 투자를 규제하고 있다. 일본도 국가안보상 중요한 토지에 대해 외국인의 부동산투자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방위시설, 국경 주변 섬, 원자력발전소 주변 등 부동산이 그 대상이다. 소유자 정보, 이용 목적, 실태도 조사한다.일본은 외국인의 토지 투자 규제의 필요성을 나가사키와 쓰시마 지역의 한국인 투자, 홋카이도의 중국인 거류지 확보와 천연산림자원에 대한 중국의 투자에서 찾고 있다. 우리도 국경지역과 주요 시설 주변의 부동산에 대한 외국의 투자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점검하고 규제 기준을 재정립해야 할 때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0-12-27 김민배

[월요논단]크리스마스 선물

코로나19로 모든 사람이 힘든 시기그래도 아이들은 산타를 기다린다부당해고 김진숙씨는 투쟁을 통해동료들에 '복직 선물'… 어려움 속누군가를 향한 '마법의 온정' 바람2020년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고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크리스마스가 되면 종교와 상관없이 누군가를 위한 선물을 고민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선물을 기대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분위기는 우리를 들뜨게 만드는데 올해는 예년 같지 않은 상황과 분위기 속에서 마음이 편치 않아 크리스마스도 잊은 채 보내고 있다.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아직 세상 걱정 없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크리스마스는 다른 해와 똑같은 크리스마스라는 것이다.이웃집에 살고 있는 3살과 6살인 아이들은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기 위해 무척 상기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평소와는 달리 말도 잘 듣고, 산타 관련 노래를 흥얼거리고 "이렇게 하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줄까요?"라고 물으며 자신이 잘하고 있음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산타할아버지가 이런 아이들을 귀엽게 보시고 선물을 한 아름 안겨주시지 않을까? 크리스마스 선물을 떠올리다가 산타할아버지가 이번 성탄에 꼭 찾아가셨으면 하는 곳을 생각하게 된다.35년전 부당해고를 당한 후 아직까지 복직을 못한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 김진숙씨다.그동안 그녀는 다른 노동자들의 부당해고를 막기 위해 지상 35미터 높이 타워크레인 위에서 309일을 농성하고 다른 동료들에게 복직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김진숙은 '울면 산타가 선물을 주지 않는다'는 산타노래를 알고 있는 듯 부당해고 후 지금까지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을 외치며 금속같이 단단한 목소리로 노동자들의 부당해고를 막고자 힘써 왔다. 이제 만 60의 나이가 된 그녀가 복직을 하게 되면 올해 정년을 맞는다. 비록 며칠이라도 일터로 돌아가 일을 하고 회사 문을 당당히 걸어 나오고 싶다는 그녀에게 '복직'이라는 선물이 안겨지면 좋겠다.지금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선물은 무엇일까.무엇보다 세계를 팬데믹 상태로 만든 코로나(COVID)19를 떠올리게 된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지구인의 일상적인 삶은 송두리째 흔들렸고 예측 불가한 상황 속에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금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선물은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그림책 '마법처럼 문이 열리고(글·케이트 디카밀로. 그림·배그램 이바툴린. 서석영 옮김. 책속물고기)'를 다시 꺼내들게 된다.추운 겨울 돈을 구걸하는 거리의 악사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아이는 할아버지를 자신의 연극발표회에 초대한다. 발표회에 오지 않고 추위에 떨고 있을 할아버지 걱정에 아이는 대사를 잇지 못하고 발표회장엔 긴장감과 초조함이 감돌게 된다. 모두가 숨죽이고 기다리는데….마법처럼 문이 열리고 교회에 들어서는 할아버지를 본 아이는 큰소리로 대사를 말한다. "보라! 내가 너희에게 커다란 기쁨의 소식을 가져왔노라! 커다란 기쁨의 소식을."따뜻한 마음을 가진 한 아이와 걸인 할아버지와의 온정을 그린 이 그림책은 크리스마스의 축복은 지위고하(地位高下)를 막론하고 빈부격차(貧富隔差)에 상관없이 모두를 위한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더 춥고 어려운 곳에 우리가 산타가 되어주면 어떨까?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모두가 누군가를 향한 사랑과 응원을 잊지 않는다면 마법처럼 문이 열려 서로의 온정(溫情)이 어려운 지금을 녹여줄 것 같다./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2020-12-20 최지혜

[월요논단]여당의 반개혁 행태와 훼손당하는 촛불의 정신

與,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미적전속고발제 유지·다중대표소송제후퇴는… 결국 대기업봐주기 수순세월호 특위활동도 특사경 등 삭제촛불이후 우리사회 달라진게 없다산업재해로 인한 노동자의 죽음은 참혹한 사건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누가 되었든 그 사실은 변치 않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참혹하였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으니 이제 덜 참혹해졌다고 간주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포함되었던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미적대고 있다.이미 물 건너간 전속고발제 폐지는 여러모로 이해가 어렵다. 기업의 중대한 담합 행위는 마땅히 근절해야 한다. 그런데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만 담합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도록 규정해 놓은 것이 전속고발제다. 공정위와 대기업의 유착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전속고발제 폐지가 필요할 수밖에 없을 터, 그래서 민주당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전속고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 아닌가. 그러하였음에도 민주당은 이번에 전속고발제 유지를 통과시켰다. 거대여당이 되고 나니 공정위의 대기업 감싸기 쯤이야 눈 감아도 아무런 상관없는 사안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그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사실은 법안의 처리 과정이다. 민주당은 애초 정무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정의당 측의 동의를 얻어내는 방편이었다. 그렇지만 3시간여 뒤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전속고발권 유지를 내용으로 하는 수정안을 제출하여 재빨리 의결해 버렸다. '꼼수'를 썼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쯤 되면 민주당이 전속고발제의 수호자를 자임하고 나선 형국이라 이해해야 온당할 듯싶다.민주당의 반개혁적 행태는 이뿐이 아니다. 일감 몰아주기 등 재벌의 사익 편취 행위를 소수 주주가 견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다중대표소송제'다. 그런데 소송을 내기 위해 보유해야 하는 지분 규모가 법무부의 당초 안보다 50배 높아져서 통과되었다. 이래서는 실효성을 가질 수가 없으니 결국 대기업 봐주기로 끝나버렸다. '공정경제 3법' 가운데 하나인 일명 '3% 룰' 또한 정부안보다 후퇴한 채 통과되었다. 계열사를 통한 지분 쪼개기로 이번 규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하니 이 또한 실효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다.거대 여당의 행태를 지켜보다가 문득 방현석 장편소설 '십년간'(실천문학사, 1995)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패기만만한 학생이 한국사 교수에게 조선 건국의 역사적 의미를 묻는다. 교수는 다른 학생을 지목하여 답변해 보라고 한다. 학생의 답변은 간결하다.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의미가 없다는 것인가. 학생은 교수의 요구에 그 근거를 다음과 같이 밝혀 나간다."이씨 왕조의 출범 초기에는 혁명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사대부를 중심으로 고려 말기의 부패를 얼마간 척결한 것이 사실이지만 결국에는 왕씨의 고려 왕조와 다름없는 이씨의 왕조로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백성들에게는 왕의 성이 왕씨에서 이씨로 바뀌었다는 사실 이외에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백성들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촛불 이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김진숙은 여전히 복직되지 못하였고,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와 관련하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이 1년6개월 연장되었으나, 자료요구권과 특별사법경찰권을 삭제하였으니 진상 규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내가 이 꼴 보려고 촛불 들었던가, 한숨 내쉬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가 20년 집권론에 이어 50년 집권론까지 제출하였던가. 집권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이들의 한숨에 민주당이 당당하게 답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20-12-13 홍기돈

[월요논단]퇴행을 막기위해

국민은 안중에 없는듯 '秋-尹 갈등'점입가경이다… 누구도 책임 안지고거짓논의가 남발·특권에는 무감각법원은 입다물고 언론은 부추기고누구도 검찰개혁 원하지 않아 보여점입가경이다. 언론만 접하면 '추-윤 갈등'으로 곧 나라가 결딴 날 듯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정치는 사람들의 일상적 삶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이 권력 다툼만 벌이는 듯하다. 누구의 책임일까. 가장 큰 책임은 온갖 거짓 프레임을 만들어내면서 개혁에 반대하는 집단이지만, 이를 알리는 언론의 책임 역시 그에 못지않다. 검찰개혁이 시대적 당위이며 진작 마무리되었어야 할 사안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검찰이 독점한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제어장치인 공수처 발족조차 못하고 있다. 검찰총장이 정치를 하고 있거나 정치로 내몰리고 있는 듯한 현실은 전적으로 직업정치인의 잘못이다. 그가 수사를 빙자하여 정치 영역에 개입한다면 진작 국회에서 조사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런데 정치는 자신의 정파적 이익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내팽개쳤다. 어쩌면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현행법상 검찰은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기관이지 정책을 결정하는 기관이 아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무시한 채 검찰을 정치화하고, 이들에게 과도한 권력을 안긴 것은 현 정치권이 아닌가. 그럼에도 그 누구도 이 사태에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추-윤 갈등'이니, 내로남불이니 하는 거짓 프레임을 작동시키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정치 검찰에 맞선 일부를 제외하면 누구도 진정으로 검찰 개혁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놀랍게도 언론은 끊임없이 과장되고 거짓된 논의를 양산하고 있다. '청와대, 검찰 충돌로 확전', '정 총리, 추-윤 동반 사퇴 제언' 등은 거짓 프레임이며 가짜 뉴스다. 언론은 일면 기사에 이런 표제어를 내걸었지만 불과 몇 줄 밑에는 '정 총리가 직접 이런 말을 한 적은 없지만…,'이라고 쓰고 있다.('한겨레, 경향신문' 12월1·3일자 기사) 거짓말이 아니란 말인가. 검찰이 정치집단이 아님에도 끊임없이 정치영역으로 끌어와 과도한 힘을 부여하는 행태를 언론이 부추기고 있다. 이런 행태를 보면 검찰이나 언론은 민주주의나 사회의 공동선에 대해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들은 헌법 정신에 대한 아무런 이해도 없이, 다만 권력 다툼이라는 즉물적인 반응만을 보이고 있다. 검찰을 제자리로 돌려야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 검사로 하여금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 수많은 범죄행위를 처벌하고 법치를 올바르게 수행하는 것은 민주사회를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사안이 아닌가. 그 역할을 경찰과 검찰이, 나아가 법원이 나누어가지고 있다. 올바른 개혁을 통해 그들을 제자리로 돌려주고, 그래서 시민으로서 자신의 공무적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를 위한 민주적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그동안 수없이 봐왔던 검찰의 월권과 파행이 이 사태의 본질이 아닌가. 그 뒤에는 과도한 특권이 자리하고 있다. 반민주적이고 반법치적인 행태인 전관예우의 병폐를 말하지 않는 것은 이 사회가 얼마나 이런 특권에 무감각한지를 잘 보여준다. 법조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권과 언론 그 누구도 자신의 불법적 특권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는다. 법치의 명분 뒤에서 음험하게 작동하는 그들만의 이해관계를 끊어내지 않으면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는 불가능하다. 언론이 법조기자단의 행태를 스스로 고치려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법원은 자신이 저지른 사법농단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사찰을 사찰이라 말하지 못하는 법원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 사법 불신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현상은 결국 시민사회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이 사회를 파시즘적으로 퇴행시킬 것이다. 그 사태를 고발하고 분석함으로써 민주사회를 위한 담론을 생산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검찰의 정치화를 부추기고, 시민사회를 파행시키는 '무사유'에 빠져있다. 우리가 합의한 민주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원리를 제대로 돌아보자. 사회가 부여한 자신의 역할과 의무에 충실함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지켜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지난 시대의 폭력과 야만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민주사회와 인간다움은 너무도 나약하여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역사는 수도 없이 보여주지 않았던가./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20-12-06 신승환

[월요논단]서해5도와 평화수역으로서의 브랜드화

北의 연평도 도발이후 특별법 마련10년간 절반 예산도 집행못한 이유는주민 절박 현안 외면·의견 청취 불신안보 우선·중앙·공무원 '잣대' 원인정부·인천시 법·제도 변화 지원 절실서해 5도. 남북간 긴장과 평화의 상징이다. 지난 24일로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되었다. 야당은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10주기'에 대통령이 침묵했다면서 비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서해 5도의 발전과 평화를 위해 정부와 인천시 그리고 정치권이 과연 최선을 다했는지를 묻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서해 5도 지원특별법을 2025년까지 연장하였다. 국비 투자 규모도 4천599억원에서 5천557억원으로 확대했다. 그런데 연장할 수밖에 없었던 주된 이유는 책정된 사업예산들이 집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까지 78개 사업에 9천109억원을 집행할 예정이었지만 43개 사업에 3천794억원을 집행했다. 예산을 정해 놓고도 10년간 절반도 집행하지 못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서해5도를 방문한 사람이 접하는 것은 섬에 설치된 대형화된 안보시설들이다. 포격사태의 경험을 토대로 대피시설들도 갖추어져 있다. 서해5도 지원특별법 내용의 대부분은 2011년 국토연구원 등이 수행한 '서해5도 종합발전계획수립연구'를 토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서해5도에 잠재된 여건 차이 등을 법령이나 주민 사업에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국가안보 우선과 중앙정부 그리고 공무원의 시각이 더 강조된 것이다. 이러한 점을 의식한 정부가 지원계획을 연장하면서 비전과 추진 방향을 새롭게 내세웠다. 약속대로 2025년에는 과연 '풍요로운 평화의 고장, 서해5도'가 되어 있을까. 주민이 희망하는 사업이 우선 반영될 것인가. 실현 가능한 사업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주민들은 자신의 삶과 섬에 필요한 절박한 현안들을 여러 방식으로 제시하였다. 서해5도의 어장 확장을 놓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정작 현지 어민들은 물고기가 있는 어장과 야간 조업 확대를 원했다. 불법 어로 행위 등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도 요구하였다. 어선과 그물 등 청소를 위해 다량으로 사용되는 락스가 해양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라고 했다. 어구 실명제와 불법 어구 방치에 대한 행정대집행도 강력하게 주장했다. 섬의 생활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어민들 대부분이 고령화로 어업에 종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인 인력 지원방안도 섬의 화두였다. 섬에 쓰레기만 남기고 가는 관광도 새로운 과제다. 물가 및 생활안정을 위해서는 택배 및 물류비 지원이 시급하다고 했다. 중국의 어선에 의한 불법조업, 항만부두 확대 및 공동이용, 백령도 공항문제도 단골 주제다. 일부 어민들이 주장하는 중국 어선의 배후 지원 세력이 한국인이라는 주장에도 실태조사가 필요해 보였다. 이처럼 다양한 주민들의 요구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어떻게 예산이 남았을까. 그것은 공무원과 정부의 잣대로는 집행할 수 없는 사안이라거나 법령에 지원근거가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형식적인 간담회나 의견 청취를 불신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서해5도 주민들은 군인들의 근무 기간보다 더 오래도록 경계의 바다와 국토를 지키고 있다. 서해5도를 향한 인천시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인천시 남북교류 협력과는 과장 1명에 12명의 직원이 있다. 경기도는 평화부지사를 중심으로 72명, 강원도는 평화지역발전본부에 64명이 포진하고 있다. 금강산과 DMZ, 원산과 백두산을 연계하는 '고성 UN평화특별도시'도 제안되어 있다. DMZ나 한강하구사업도 한참 앞서 있다. 서해5도에 대한 직제도 평화정책도 인천시는 뒤떨어져 있다.법과 제도의 변화도 필요하다. 다음 달에는 김교흥, 박찬대, 배준영, 배진교 국회의원, 인천시, 서해5도 평화운동본부, 인하대 로스쿨 등이 가칭 '서해5도 평화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법률안은 '서해5도 지원특별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서해5도 수역의 평화정착, 남북교류와 협력의 활성화, 주민들의 권익보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법학자, 역사학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언론사 등이 함께 서해5도를 새롭게 집중조명하는 별도의 사업도 준비 중이다. 중앙정부와 인천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면 서해5도의 희망은 더 커질 것이다. 평화의 바다로서 서해5도를 브랜드화하는 새로운 출발점이기를 기대한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0-11-29 김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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