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법률전문가의 명예와 신뢰는 어디에?

'민간인의 국정농단 의혹 사건'헌재 탄핵심판 인용 '파면' 불구박 전 대통령·최순실 혐의 부인고위공직자·변호사 잘못된 도움오히려 2·3차 죄악 양산할 '우려'법률전문가 윤리·인성 강화돼야최근에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조사과정을 지켜보며 정직, 책임 등 바른 인성을 갖추지 못한 피의자와 증인, 참고인들에게 분노가 치민 국민들이 많았을 것이다. 또한 대통령의 부정한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여 헌법재판소가 파면을 선고했는데도 반성이나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대통령에 다수 국민들이 크게 실망하였을 테다.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의혹 사건'과 관련하여 작년에 세 번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최순실의 '연설문 개입'을 인정하며 사과와 유감을 표현하고, 검찰과 특검 수사에 협조할 것이며, 임기 단축 및 퇴진까지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다. 또한 최순실씨는 작년 10월 독일에서 자진 귀국하여 검찰조사에 출두하면서 "국민 여러분,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주세요"라고 했다.작년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압도적 다수로 통과되었고, 지난 2월 1~2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77.6%였으며, 결국 헌재에 의해 탄핵이 인용되어 파면되었다. 그동안의 특검 수사 결과와 헌재의 탄핵 심판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은 사실로 확정되었다. 또한 최순실씨의 범죄행위도 많은 증거와 증언에 의해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뒤에도 대통령과 피의자들은 사실관계가 증명된 것도 부인하거나 말바꾸기를 했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기자 간담회와 인터넷TV 인터뷰를 통해 외려 자신의 범죄 혐의를 부인하더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한마디로 거짓말로 쌓아올린 커다란 산"이라 했다. "오래전부터 기획하고 관리한 세력이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최순실씨도 마찬가지다.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가 싶더니 1월 25일에는 체포영장 집행으로 특검에 출두하면서 "(특검이) 박 대통령과 공동책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너무 억울하다"고 소리쳤다.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언행이 변화한 것은 법률 전문가들, 즉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와 변호사들의 조언 때문일 것이다. 법률 전문가로서 법률 지식을 정의롭게 사용하지 않는 고위 공직자와 변호사들이 있어서 안타깝다. '법꾸라지'라는 조롱을 들으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궤변을 늘어놓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법률 전문가의 명예와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 이들이 풍운의 꿈을 품고 법조인의 길로 들어섰을 때, 처음 판검사나 변호사의 꿈을 꾸었을 때는 적어도 이런 모습의 법조인을 꿈꾼 것은 아니었을 게다. 그들도 여느 인권변호사처럼 정의의 편에 서 약자를 보호하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투사의 꿈을 꾸었던 것은 아닐까.변호사, 의사, 회계사, 건축사, 설계사, 교사 등 각 분야 전문가는 자기 분야에 대하여 열심히 공부하여 사회에 유익한 일을 한다. 그들이 따로 전문직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의 권위를 누리고 존경을 받는 이유다. 따라서 변호사가 법률적 조언을 해야 할 때 양심에 비추어 옳은 판단을 해야 한다. 그들의 잘못된 도움이 오히려 2, 3차 죄악을 양산할 수 있다. 법과 양심에 준하지 않는 변호사가 있다면 차라리 인공지능(AI) 변호사로 대체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릇된 생각이 개입하지 않도록 ROSS 같은 AI 변호사를 고용해 법률과 판례를 분석한 뒤 사건에 적합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AI 변호사들은 영화 '변호인'에서 보는 그런 열정적이고 사명감에 찬 판결은 끌어낼 수 없을 것이다. 법률 전문가 양성과정에 엄격한 적·인성 검사와 윤리·인성교육이 강화되어야겠다./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2017-03-26 이재희

[월요논단]온고지신(溫故知新)이 성장 동력이다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고서로 위하며 모두 행복한 삶 위해직면한 위기 기회로 받아들여옛것에서 잘된 것은 취하고잘못된건 고쳐 나갈 수 있는과감하고 긍정적인 열정 필요어지러운 국내·외 정세와 급변하는 세상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3D컴퓨팅, 4차 산업혁명과 같이 우리에게 낯설었던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수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우왕좌왕하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인한 청년실업 증가와 소득 감소는 우리나라 성장률 둔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으며, 가계부채의 증가와 맞물려 미래의 불안감은 증폭될 뿐 아니라 부메랑이 되어 부담으로 돌아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상당히 복합적인 문제들이 영향을 미친 탓이며, 문제들 간에 연결된 복잡한 역학관계로 인한 것이기에 평소 문제해결을 위한 사전 진단차원식의 접근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필자는 생각한다.온고지신(溫故知新). 논어 위정편(爲政篇)의 '옛 것을 알고 새 것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溫故而知新可以爲師矣)'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혼란스러운 이 세상을 이겨낼 수 있는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다소 뜬금없는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필자는 온고지신이 초심(初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어려운 현실을 이겨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 동료애, 애국심과 같은 요인들이 자기희생을 가능하게 한 것은 많은 증거들로 남아있다. 그리 멀지 않은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초기 경제발전은 1963년 당시 서독에 파견된 광부들과 간호사들의 이주노동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한다. 이들이 피땀 흘려 노력한 대가로 송금한 외화는 우리나라 산업화의 밑거름이 된 것은 분명한 일이다. 열사의 사우디 정신은 어떠한가? 70년대 100만 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오일쇼크로 인한 중동 붐에 편승해 모두 잘 살기 위해 내 고생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소위 '사우디 정신'이 그 증거이며, 열악한 국내 상황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근로자들이 열정으로 세계를 누비는 등 가족들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많은 희생을 감수했기에 오늘날 세계에서도 수위에 위치한 경제 발전국이 된 것이다. 그러나 선진문물의 도입과 경제발전은 긍정적인 역할 뿐 아니라 부정적인 것들을 유입하게 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개인주의의 만연은 '우리보다는 나'라는 개념이 훨씬 더 부각되게 하였으며 이기적인 논리는 사회의 곳곳에서 다양한 부작용으로 작용해 결국 우리 사회가 병들게 한 것이라는 사회학자들의 주장을 부인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필자는 어렵고 힘든 일에 부딪칠 때 마다 1984년 봄, 인도 뭄바이 서쪽 아라비아 해상 플랫폼에 파견 근무했을 때를 회상한다. 망망대해 한 가운데에서 거대한 해수처리설비를 건설하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들은 간부 직원이나 일반 근로자 구분 없이 혼연일체가 되어서 밤낮 없이 극한 환경 속에서 전쟁처럼 일을 하는 것 같았다. 실험실에서 같이 분석업무를 담당했던 인도국영석유회사(ONGC) 기술자들이나 엑슨(Exxon)사의 기술자도 한국 근로자들의 근면성에 크게 감동하는 모습이었다. 시운전이 성공했을 때 플랫폼에 연결된 작은 배의 선상에 모여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소속회사 회장의 격려사에 눈시울을 붉히는 근로자들의 마음속은 알 수 없었지만, 뭄바이 헬리포트에서 낙엽같은 헬리콥터를 타고 수 백 킬로 떨어진 해수처리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동안 아라비아 해상 곳곳에 건설된 석유채취 설비에서 내뿜는 불기둥을 보면서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이런 경험들을 통해 필자는 우리가 함께 하면 이겨낼 수 있다는 강력한 신념과 옛것에서 잘 된 것은 취하고 잘못된 것은 수정하는 과감한 결단과 함께 반드시 위기를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실천하는 용기야 말로 우리 민족의 가장 강인한 경쟁력이라 깨달았으며 이런 주장을 부인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고, 서로를 위하며 모두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직면한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이고 옛것에서 배운 것들을 실천하는 긍정적인 열정이 필요할 때이다./우완기 장안대학교 총장우완기 장안대학교 총장

2017-03-19 우완기

[월요논단]탄핵 이후의 일상

우리가 촛불아래 모인 까닭은우리의 삶과 존엄성 지켜내는정치·사회를 원했기 때문다시는 그들만의 어둠 속에서지배하려 들지 않기를 바란다지켜보고 생각하고 행동할 것오늘 새로운 일상이 시작된다. 그러나 그 일상은 역사의 그 어떤 시간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첫 날이다. 최고 통치자를 시민의 이름으로 물러나게 만든 이후의 첫 날인 것이다. 이 날은 이전의 그 어떤 일상과도 같지 않다. 삶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어떤 놀라운 경험을 하더라도 인간은 일상의 삶을 살아야 하며, 또 그러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만 그 경험은 그 일상을 내적으로 변화시키며, 그에 따라 우리의 삶과 우리 자신도 변화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경험이 크면 클수록, 또한 경험에 대한 성찰이 깊으면 깊을수록 변화의 크기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경험과 경험에의 성찰은 우리 삶과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1961년과 1987년 두 차례 우리는 어제와 유사한 경험을 했다. 그럼에도 그 사건들은 본연의 정신을 배반당한 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왜 우리가 원했던 변혁은 배반당했으며, 우리 일상은 반동과 퇴행으로 얼룩지게 되었던가. 왜 여전히 우리는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외침과 집회를 되풀이해야만 했던 것일까.지난 금요일의 탄핵 선고는 전적으로 우리의 외침이 만들어낸 소중한 성취였다. 이 성과는 결코 국회의 탄핵 의결이나 헌법재판소의 최종 인용 판결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이 성취는 전적으로 지난 몇 달 사이 20여 차례에 걸쳐 촛불을 들고 전국에서 연인원 1천600만 명이 이르는 시민들이 광장에 모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와 함께 정치와 법이, 우리 사회가 이런 요구와 외침을 듣고 그 목소리에 순응할 만큼 성숙했기 때문이었음도 분명 사실이다. 지난 2011년 이후 중동 지역에서 있었던 이른바 쟈스민 혁명을 생각해보라. 튀니지의 한 청년이 불의한 삶에 항의하며 들었던 작은 꽃 한 송이가 중동 지역 전역으로 펴져나간 혁명의 불씨가 되었다. 그 불씨가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또한 리비아와 시리아에서 최고통치자를 몰아내고, 사회체제 전체를 바꾸는 혁명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그 이후 300만 명이 넘는 국제 난민을 만들어 내거나, 또는 그 이전의 삶에 어떤 의미 있는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한 퇴행의 시간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지금, 탄핵 이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촛불을 들었던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다시는 이런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는 정치와 사회이다. 우리는 이 시간이 다시는 퇴행하지 않기를 원한다. 촛불을 든 우리는 불의와 사익에 점철된 잘못된 사회와 체제가 바뀌기를 원한다. 우리는 다만 대통령이 박근혜에서 다른 그 누구로 바뀌기를 원했던 것이 아니다. 우리는 대선주자들의 이해를 반영하는 개헌이 아니라,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그런 체제를 원한다. 우리는 법이 그들만의 특별한 권리와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보호하고 공동선을 지켜가는 것이기를 원한다. 우리는 대통령과 정치권의 검은 이해관계를 감추는 관변 언론이 아니라, 그 어두움을 밝히는 언론을 원한다. 정유라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존중받는 인간을 위한 교육을 원한다.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사드를 배치하여 전쟁 공포를 드높이는 정치가 사라지기를, 종북몰이로 시민을 편가르고 억압하는 정치가 바뀌기를 원한다. 촛불을 들었던 우리는 기업이 재벌이 되어 수많은 검은 돈을 그들끼리 불의하게 나눠 갖는 그런 사회와 경제가 바뀌기를 원한다. 이런 사회를 원했던 것이 촛불임에도 언론과 정치권은 촛불을 그들끼리의 권력놀이에 악용하려 한다. 그들은 이 외침을 대선놀이로, 이명박 박근혜의 선의니 그들과 대연정하느니 따위의 헛소리로 듣는다. 우리가 촛불 아래 모인 까닭은 우리를 '개돼지'로 보면서 통치하려드는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삶과 존엄성을 지켜내는 그런 정치와 사회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 촛불의 요구가 배반당해 다시금 촛불 아래 모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 다시는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그들만의 어두움 속에서 우리를 지배하려 들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는 지켜보고, 살펴보고,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다. 촛불 이후의 일상은 그렇게 이어가는 삶의 시간일 것이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7-03-12 신승환

[월요논단]차라리 지명보다 추첨을

내편 네편 삿대질 욕설 앞서고위직 인사 민주적인지 자성을국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선임명·지명제도 전면 재검토해야선거 승리로 권력 광기 반영되는인사개입 등 변형 매관매직 끝내야헌재 이정미 재판관의 후임자 지명. 하마평이 요란하다. 헌재 재판관 9인은 국회의 선출, 대법원장의 지명, 그리고 대통령의 임명으로 구성된다. 이를 두고 삼권분립을 반영한 공평하고 중립적인 제도로 설명된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봐도 허점투성이이다. 탄핵의 국면에서 드러난 것처럼 비례대표제에도 있는 예비 재판관 후보가 없다. 임기가 끝날 때마다 지명권자나 임명권자의 눈치도 봐야 한다. 탄핵심판이나 정당해산심판 때마다 재판관의 중립성 문제가 제기된다. 장관이나 기관장 그리고 재판관에 대한 비판과 불신을 보면서 생각한다. 헌법과 법률에 산재한 공직자의 지명이나 임명방식을 전면 재검토할 시기가 아닌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올바른 통치를 하는가 여부는 피치자가 더 잘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요리는 요리사보다 초대받은 손님이 잘 판단할 수 있다'는 주장. 그는 민주정치는 가난한 자도 부유한 자도 평등하게 다루지만 극한 상황에서는 법의 지배가 소멸되고, 민회의 결의가 모든 결정권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되면 플라톤이 우려한대로 민중을 선동하는 자가 나타나 일종의 독재정치를 하게 된다. 이를 막아 내고, 자유인의 정신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추첨제 민주주의를 제시했다. 그는 인간의 지혜에는 한계가 있고, 지배자의 지혜는 피지배자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그러므로 고위 공직자가 재산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모든 시민에 의해 시민 중에서 추첨에 의해 선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직자의 선출을 위한 추첨제에는 병역, 세금, 효도 등에 대한 일정한 자격 심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자진출마한 사람 중에서 추첨하되 직책상 설명책임을 부과하고, 재임 중은 물론 이후에도 탄핵제도에 의해 견제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공직자에 의한 부정이나 소크라테스가 우려하는 무능력자에 의한 공직의 점유라는 위험성을 시정하고자 했다. 임기제를 도입하여 지배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도 퇴임 후 피지배자의 지위로 다시 돌아가도록 했다. 만약 권력의 교체가 없다면 지배복종관계가 고정되거나 광기어린 권력에 휘둘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대선을 앞둔 캠프마다 한자리 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대통령이 주요 직책의 지명과 임명권을 독식하는 제도가 과연 올바른 것인가. 우리 앞에 전개된 대통령의 무능과 전횡들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주요 공직자의 인사제도의 보완대책으로 추첨제의 의미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추첨제가 일정한 조건 하에서 적용되면 주요 공직자의 헌법적 중립성도 담보할 수 있다. 몽테스키외도 추첨제의 기능과 조건을 '법의 정신'에서 설명한바 있다. 추첨제는 선출권력에 의한 '다수자의 광기와 권력전횡'을 막거나 제어하기 위한 제도로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미 법원은 재판부의 배당에 전자식 추첨제를 도입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특검 재판부도 같은 방식으로 배정했다. 그리고 전·현직 법원장들이 다시 30년 전으로 돌아가 1심 재판을 맡는 원로법관제도 올해부터 도입됐다. 만약 법원장급 중에서 추첨에 의해 대법관이나 재판관으로 근무하다가 일선으로 돌아간다면. 지금도, 후에도 문제가 될 공정성 시비를 막을 수 있다. 보수냐 진보냐. 해묵은 논쟁도 줄일 수 있다. 권력에 의해 입맛에 맞는 무능·무책임한 인사를 공직에 배치하는 것도 차단할 수 있다. 그들에 의한 헌법파괴도 막을 수 있다. 국민적 불행도 없앨 수 있다.내편이냐 네 편이냐, 삿대질과 욕설과 거친 몸짓에 앞서 과연 우리의 고위직 인사제도가 공정하고 민주적인지 자성할 때다. 국가가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고위 공직자나 헌법기관에 대한 임명이나 지명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선거에 승리한 권력의 광기가 반영되는 인사개입이나 지명제와 같은 변형된 매관매직은 이제 끝내야 한다. 민주주의는 건전하고 다양한 제도로 무장할 때 더욱 단단해 진다. 2천3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의 추첨제가 거리에서 극한적으로 대결하는 우리들에게 주는 지혜이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7-03-05 김민배

[월요논단]이안환안(以眼還眼) 이아환아(以牙還牙)의 끈기로

최근 탄핵정국 '이중생의 묘안''친일부역세력' 생존전략의유산을 100%로 응용되는 듯죽어도 놓지 않으려는 세력감당하려면 똑같이 끈기있게포기하지 않는 법 뿐이다우리에게 '맹진사댁 경사' 일명 '시집가는 날'로 유명한 극작가 오영진은 한국연극사의 희극 영역에 흔치 않은 독보적인 작가이다. 사위가 몸이 불편하다고 신부를 바꿔 딸 갑분이 대신 하녀 입분이를 시집 보내려는 사기(詐欺)가 실패하고 착한 입분이가 좋은 신랑감을 만나 결혼에 성공하는 것은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유쾌한 사건임에 분명하다. 극작가로서 오영진의 탁월한 감각은 연극에 내포된 고도의 정치적 역학을 잘 활용하는 까닭이다. 사실 극작품은 인간의 내적 갈등과 고뇌의 기술을 중심에 두는 소설과는 달리 인간 간의 갈등과 역학을 직접 다룬다. 더욱이 인간의 오욕칠정, 계급이나 정파 같은 역사적 세력, 자연의 이치나 에너지 등 인간의 사유를 고도로 추상화하여 이를 등장인물에 반영하고 대변하도록 하기에 만든 사람의 입장과 해석, 보는 사람의 입장과 해석에 따라 복잡하고 다양한 판단이 가능하다. 이러한 정치적 역학의 관점에서 보면 오영진 최고의 작품의 작품은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이중생'은 친일부역 자본가이다. 일제 때는 앞장 서 아들을 징용에 보낼 만큼 일제에 부역하면서 치부를 했고 해방 후에는 일제가 남긴 적산을 부정한 방법으로 차지하고 미국인 브로커에게 접근하여 미국자본을 쉽게 끌어 쓰고자 딸조차 미인계의 수단으로 동원한다. 그러나 로비를 위해 접촉했던 미국인이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관리인을 속여 부당하게 차지했던 인천의 별장에서 쫓겨나며 급기야 사기, 배임횡령, 공문서 위조, 탈세 등의 죄목으로 이중생은 구속된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죄상이 밝혀져 구속되면 어떻게든 형량을 줄여보려 노력하는 것이 고작일 뿐, 대부분 체념하고 범죄사실을 시인할 터이나 우리의 이중생 각하는 차원이 다르다. 요로에 힘을 써 특별 단기보석을 받아냈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대지와 가옥 등기 등은 명의를 변경하고 공장, 채권 등은 은폐하며 재산을 지킬 방도를 궁리한다. 수배중의 피의자로 귀국을 했건만 건강을 위해 휴식을 취하라고 30여 시간을 허용하는 처우와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는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못한다. 이중생과 그의 변호사는 획기적인 묘안을 짜낸다. 거짓으로 죽음을 가장하고 재산을 사위명의로 상속한 후 사위 이름으로 사업을 하고 재산을 불리고 위세를 누리며 산다는 구상이다. 최근 탄핵정국은 이중생의 묘안, 친일부역세력의 생존전략의 유산이 100%로 응용되는 듯하다. 어떻게든 잃지 않으려는 세력,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결판의 순간을 늦추고 심지어 겉보기에 죽은 듯하나 아바타를 내세워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는 갖은 전략이 구사된다. 연극에서 이중생의 이러한 시도는 해방된 사회에서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세계를 시작하려는 세력에 의해 저지된다. 이중생의 부정한 재산은 바람직한 사회사업으로 활용되고 아버지의 부당한 요구에 "양공주를 만들어 미국놈에게 팔아버리라"고 저항하던 딸은 말단 사무원으로 취직하여 건강한 생활인 노동자가 되며 아버지의 부역과 치부(致富)를 위해 징용에 끌려 나갔던 아들은 돌아와 아버지를 비판하며 진정한 독립을 선언하니 막다른 길에 도달한 이중생은 결국 자살한다. 그러나 이중생이 정말 죽은 것은 아니었다. 작가 오영진의 소망이었고 당대인들의 당연한 요구였으되 현실에서는 성취되지 않았다. 극중 이중생과 달리 현실사회의 '이중생'은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다. 작품의 제목이 '살아있는' 이중생인 것은 이중생의 죽음으로 작품을 끝맺은 오영진조차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소이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그냥 사라지는 법이 없다. 해방 직후에 했어야만 했던 과제였고 지금이라도 해야만 한다. 죽어도 놓지 않으려는 세력을 감당하는 방법은 똑같이 끈기 있게 포기하지는 않는 법뿐이다./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

2017-02-26 윤진현

[월요논단]청탁금지법 시행이후

일부 업종 어려움 국·내외 정치경제불안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라면부정부패 개선위해 고통 감내해야그래도 법률 시행령 불명확 하거나사건판례 없기 때문에 당사자들의혼란스러움은 조속히 보완 필요'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5개월이 되어간다. 그동안 연말연시와 설 명절을 보내면서 청탁금지법의 영향을 실감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청탁금지법은 당초에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방지하자는 취지로 제안되었다. 2011년 소위 '벤츠 검사 사건'이 발생하자 이듬해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을 발의하였다. 이후 최초 안에 있던 '이해 충돌 방지' 조항이 제외되고 적용대상이 민간부문으로 확대되면서 청탁금지법으로 확정되었고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되었다.청탁금지법의 주요 내용은 금품 수수 금지, 부정청탁 금지, 외부강의 수수료 제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법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은 약 400만명이지만, 간접적 대상을 포함하면 전 국민의 40%에 이른다고 한다. 이 법이 부정부패를 일소할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법의 내용이 너무 엄격하고 현실과 괴리가 있어서 과거 '가정의례 준칙'처럼 사문화될 것이라는 회의론도 있다. 청탁금지법 제정 취지로 볼 때 고급 음식점의 매출과 고가 선물 및 의례적인 경조사비 수수는 감소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화훼, 과일, 한우 등 농업과 일반 음식업에서 매출이 감소되어 경기가 더 악화되고, 외식업 종사자 등의 실업으로 고용문제도 악화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지적은 이 법의 시행에 마뜩해 하지 않는 집단의 불만인지, 건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감내해야 할 불가피한 아픔인지 잘 살펴야 한다.11일 한 중앙지의 보도에 의하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작년 4분기의 외식업 매출은 그 이전에 비해 25%가 감소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관 구내식당이나 비알코올 음료점의 매출도 17% 정도 감소한 것으로 볼 때, 일부 농축산업과 음식업의 매출 감소는 청탁금지법의 영향보다는 국내외 경기 흐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생필품 위주의 선물과 지인 간의 경조사비 지출이 감소하는 것도 불경기에 대비하는 소비 심리의 영향일 것이다. 이들의 피해에 대한 보상과 법의 보완은 향후 종합적 검토를 거처 고민할 일이다. 또한 청탁금지법 시행령에 명시된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므로 음식물을 5만원으로 인상하자는 주장이 있다. 이 역시 문제가 있다면 면밀히 조사해서 개정을 판단해야겠다.청탁금지법 시행 후 일부 부작용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법의 훌륭한 취지와 의미가 실천되는 것 같다. 필자의 공직생활도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과 이후를 비교할 때 많은 변화를 겪었다. 유관기관장 간담회의 식대를 종전에는 윤번제로 담당했으나, 지금은 각자 개인 부담하거나 회비로 지불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하는 식사와 선물도 많이 간소화되고 있다. 또한 경조사에도 축·부의금이나 화환·조화 중에서 택일하여 보낸다.청탁금지법이 잘 정착하여 우리 사회의 부정청탁 및 부정부패 척결에 크게 기여하면 좋겠다. 따라서 일부 업종에서 호소하고 있는 어려움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서 대처해야 한다. 만약 청탁금지법에 명시된 금액이 비현실적이라는 불만을 받아들여 금액을 인상하면 사회의 부정부패 개선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일부 업종의 어려움이 국내외 정치와 경제의 불안으로 인한 소비심리의 위축 때문이라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그래도 법률 시행령 내용이 불명확하거나 사건 판례들이 없기 때문에 관련 당사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은 조속히 보완해야 한다./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2017-02-19 이재희

[월요논단]'이른 바 판사'는 없다

대통령 탄핵 인용·기각 외치는촛불·태극기집회·언론 등 압박법치국가 근간 흔드는것 다름없어그동안 분출된 민심 보여준 만큼헌재 최종심판 지켜보고 결과 승복성숙된 국민의식 보여줘야 할때최근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효력정지 결정을 내린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의 로바트 판사에 대하여 분노한 대통령이 "이른 바 판사(so-called judge)라는 자들이 나라를 위험에 빠뜨린다"며 말 폭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한 상원의원은 "우리에게는 '이른 바 판사'는 없고 진짜 판사(real judge)만 있을 뿐"이라 맞 받았고, 또 다른 상원의원은 "때때로 우리는 판사들에게 실망하지만 판사들을 개인적으로 비난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삼권분립의 법치국가 미국의 한 면목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미국이 지구촌 리더의 역할을 유지해 온 기반은 군사력이나 경제력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법권 독립과 존중의 국가체제에 있다. 삼권분립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대통령이나 국회 뿐만 아니라 국민 대다수 여론이라 하여도 사법적 재판에서는 법관의 판정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이를 거부한다면 법치주의의 기초가 유지될 수 없다.우리나라도 채택한 삼권분립 제도하의 사법권 독립은 그 어떠한 외부의 영향이나 세력으로부터의 독립을 말한다. 판사는 오로지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고 판정을 내린다. 헌법재판은 물론 민사, 형사, 그 어떠한 재판에서도 사법권 독립은 지켜져야 한다.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 등 무시못할 강력한 외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해서 국가권력이나 정파 또는 여론에 휘둘리는 판사라면 '이른 바' 무늬만 판사일 뿐이다. 외적 요인 뿐만 아니라 심지어 판사 개인의 내적 성향조차 극복하고 오직 법리에 집중할 수 있을 때라야 진정한 판사라 할 수 있다. 소금이 그 짠 맛을 잃어버리면 소금 역할을 할 수 없듯이, 판사가 외적 내적인 독립성을 잃게 되면 국법 질서의 최후 보루인 사법권이 퇴색하여 법치국가의 기강이 무너진다.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인으로도 활동중인 필자는 가끔 중재사건의 심판을 주재하게 된다. 치열하게 공방하는 양쪽 당사자의 상반된 논리와 자료의 홍수 속에 중심을 잡고 심판관으로서 공정한 결론을 내리는 과정은 변호사로서 당사자 일방을 위한 변론을 할 때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진다. 헌법재판처럼 중재재판도 상급심이 없는 단심으로 끝나므로, 최종 결론에 대한 부담감은 가중된다.우리 헌법은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 주요공무원을 그 직위에서 파면하는 탄핵을 국회의결이나 국민투표 등으로 결정짓지 아니하고 헌법재판관들이 최종 심판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탄핵이 의회 등 정치적 세력이나 국민여론에 좌우되지 않고 재판관의 순수한 법률적인 판단으로 최종 결정되고자 함이다.현재 국회가 의결하여 헌법재판소에 소추한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직권남용 또는 직무태만, 뇌물수수 및 국가기밀누설 등이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려면 그러한 국법위반 사유가 국민신뢰를 저버려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것에 해당되어야 하고 그 해당 여부는 오로지 헌법재판관의 법률적 판단에 맡겨져 있다. 탄핵 인용이나 기각을 외치는 촛불이나 태극기 집회의 세대결이나 언론보도 등 압박으로 헌법재판관의 마음을 흔들고 원치 않는 결과에는 승복하지 않겠다는 엄포는 헌법재판관을 이름뿐인 '이른 바 판사'로 만들어 법치국가의 근간을 뒤흔들겠다는 것에 다름 없다. 그동안 자유로운 언론보도나 평화적인 시위를 통하여 분출하는 민심을 최대한 보여준 만큼 이제는 광장의 세대결이나 과격한 표현들을 절제하며 헌법재판소의 최종 심판을 지켜보는 성숙된 국민의식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줄 때다. 헌법재판관들이 외부의 어떠한 정치세력이나 견해, 언론 또는 광장의 민심에 흔들리지 아니하고 '진짜 판사의 살아있는 양심과 독립적인 판단'으로 드러난 증거와 소명된 자료를 공정하게 평가하여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을 고대한다. 나아가 헌재의 심판결과가 어느 쪽이든 그에 대한 모든 국민들의 승복만이 국론분열의 혼돈에 빠진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의 근간을 지켜 대한민국 선진화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

2017-02-12 손수일

[월요논단]트럼프의 광풍과 연방법원의 급제동

이민자 규제에 동포들 살얼음판연방지방법원, 행정명령 막아도향후 연방대법원 보수화 된다면미국 우선주의 한국에 '일파만파'조속 탄핵·대선으로 헌정 정상화트럼프 광풍 막아낼 돌파구될것'당분간 한국에는 못 갈 것 같네'. 이른 아침 미국에서 걸려온 친구의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다. 노모를 뵙기 위해 방학마다 한국을 방문해 머물던 교수였다. 미국 영주권자로서 교수를 하고 있는 그로서는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 갔다가 재입국을 하지 못할 사태를 걱정하고 있었다. 미국의 대학들도 비상이라고 했다. 외국인들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현재로서는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이나 동료들이 6개월 동안은 해외활동에 대해 자제를 권하고 있다고 했다. 그와 한참 동안 통화를 하면서, 1950년대 미국을 광풍으로 몰아갔던 매카시즘의 시대를 생각했다.과연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동포들은 얼마일까. 재외동포재단의 자료에 의하면 2014년 말 기준 미국 재외동포는 전체 223만8천989명이다. 그 가운데 시민권자는 141만4천875명, 영주권자 42만6천838명, 일반체류자 29만7천714명, 그리고 유학생은 9만9천562명이다. 문제는 20만 명 내외로 추정되는 한국인 불법 체류자들이다. 그들은 트럼프 정책에 따라 강제로 추방될 가능성이 크다.일반 체류자와 유학생들도 불안하다. 트럼프가 이민자를 규제하지 않는 도시에 연방재정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양한 형태의 불복이 진행되고 있다. LA시의회는 불법 노점상을 운영하다 추방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합법적 영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례를 만들었다. 또한 관련 소송들도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연방지방법원은 수정 헌법 1조 등을 논거로 행정명령에 급제동을 걸었다.문제는 향후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각종 정책에 대해 어떻게 최종판단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트럼프는 사망한 스칼리아 후임으로 고서치(49) 판사를 종신직 대법관에 지명했다. 물론 민주당은 그의 인준 표결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외형적으로는 연방대법관의 임명을 둘러싼 투쟁이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의 헌법과 연방대법원이 향후 30년간 어디로 향할 것인가를 나타내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다. 만약 그가 상원의 인준을 받게 되면 대법원은 보수 우위 체제가 수립된다. 트럼프에게 유리한 각종 판결이 내려질 확률이 높다. 문제는 더 있다. 진보인 긴즈버그(83)와 브라이어(78) 그리고 보수인 케네디(80) 대법관도 고령으로 트럼프 임기 중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대법원의 보수화는 사형제도, 낙태, 동성결혼, 총기규제, 마리화나, 종교의 자유 등에 다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이미 기후변화, 이민자, 의료보험 등에 관한 오바마 정권의 정책들은 폐기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정책변화 등으로 혼란과 대립이 가시화되고 있다. 트럼프의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40%대 이른다. 하지만 공화당이 의회와 연방대법원까지 장악한 상황에서 과연 트럼프가 탄핵 소추를 받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트럼프가 쏟아내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들이 일파만파다. 트럼프에게 있어 타국의 경제와 안보 그리고 인권은 그를 위한 희생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입국금지 조치에서 나타난 것처럼 반드시 우리도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혈맹의 나라라고 열을 올려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미국의 국방장관은 한일 동시 방문을 통해 중국과 북한에 트럼프의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사드와 북한 핵이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라는 점도 각인시켰다.만약 북한에 대한 무력제재가 현실화된다면 한반도는 파국적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한반도에 과거와 전혀 다른 트럼프의 광풍이 몰려오고 있다. 그 광풍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조속한 탄핵의 결정과 대선으로 헌정체제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그나마 광풍을 막아내는 돌파구가 될 것이다.그런데도 매번 법원의 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청와대에 한마디 말도 없는 대법원장에게 묻고 싶다. 우리의 사법부는 어떤 가치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가. 그리고 '대통령도 헌법 아래에 있다'며 트럼프 정책에 급제동을 건 연방지방법원을 보면서 생각한다. 민주공화국의 진정한 가치와 권력분립의 헌법정신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7-02-05 김민배

[월요논단]지식의 반대말은 반인간

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 살해예술가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특정 정치·이념 편향되지 않아표현의 자유 보장하는 것은더 나은 세상 향해 문 열어두는 것인간답기 원하면 당연히 그래야블랙리스트에 대한 분노가 뜨겁다. 표현의 자유가 당위인 것처럼 그렇지 못한 현실 또한 비밀은 아니었다. 대놓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배제하는 후안무치에 새삼 경악할 뿐이다. 식민지시기에 시작되어 일상을 지배했던 검열과 통제가 다시금 부활하여 맹위를 떨치는 세상으로 어느 새 돌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어떻든 특정 작가의 사상과 태도를 이유로 그 표현의 기회를 빼앗는다는 것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기를 합의하는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1988년에 사회주의 문인에 대한 대대적인 해금조치가 있었다. 당시 문화예술계는 잃어버렸던 반쪽을 되찾은 기쁨과 흥분으로 이를 환영하였고 우리는 비로소 월북한 문인들과 서구 사회주의권의 주요작가를 제대로 만날 수 있었다. 그중 하나가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이다. 브레히트는 현대연극에서 가장 강렬한 영향을 미친 작가로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높은 작가중 하나이다. 그는 극작가로서 연극 분야의 업적이 두드러지지만 연극 외에도 시와 산문, 독특한 형식의 우화와 소설까지 특정 장르에 한정되지 않는 뛰어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브레히트에게 예술은 인간과 더 나은 세계를 향한 도전이다.따라서 그를 사회주의 국가의 사회주의자로 구분해도 그는 단순한 사회주의자가 아니다. 브레히트는 소련은 물론, 사회주의 동독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고 동독 당국은 지속적으로 그를 감시하였다. 하긴 그를 경계한 것은 그 모든 권력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는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서 망명하였으니 히틀러 독일의 좌익이었으며 코민테른의 일원으로 간주되었으니 유럽 자본주의의 좌익이었다. 소련의 현실에 경악하여 '어떤 범죄적인 집단들이 일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하였으니 소련의 좌익이었다. 미국으로 망명해서는 반미행위를 의심받았으니 미국도 그의 편은 아니었다. 독일 밖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곳을 찾느라 어렵게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했지만 오스트리아 민중당의 방해로 결국 자리를 잡는 데는 실패하였고 전후 중립국을 대표하는 스위스에서조차 거처를 찾지 못하였다. 겨우 베를린에서 작업을 시작했지만 사회주의 동독은 그를 감시하는 요원을 상시 배치해 둘 정도였다. 그러나 브레히트는 굴하지 않았다. 1953년 동베를린에서 일어난 인민봉기를 진압하고 인민의 목소리를 억압한 당국의 조치를 비판하여 그럴 바엔 '정부는 인민을 해산하여 버리고 새로운 인민을 선출하라'고 일갈한 시 <해결방법>의 날카로움은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잊음을 잊은 위정자들에게는 지금도 신랄한 현재형 공격이다. 브레히트는 현실을 중시했고 이념이나 제도를 위해 인간을 기만하는 것을 비판했다. 좌우를 막론하고 이익을 위해 현실을 부정하거나 진실을 왜곡하는 자들을 그는 '투이'라고 칭했다. '투이(Tui)'란 지적(知的)이라는 의미의 독일어 'intellektuell'을 'tellekt-uell-in'으로 도치시켜 만든 브레히트의 신조어이다. 지식을 권력에 맞게 재조직하면서 반인간적으로 사용하는 인간들이라고나 할까. 말하자면 지식의 반대말은 무식이 아니라 반인간이라는 통찰이다. 우리 사회에 반인간적 '투이'가 전횡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법마(法魔)라고 칭한다고 한다. 법을 악마같이 활용하여 책임을 회피하고 사악한 행동을 일삼는다는 뜻이다. 내로라하는 학벌과 경력에 그 대단하다는 법지식으로 높은 자리에 군림하며 오히려 인간을 억압하고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며 예술의 진화와 인간의 성장을 가로막는 자들이 우리 사회를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블랙리스트를 주도하며 우리 사회의 문화예술을 근본에서 살해해 온 것이다.예술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기반으로 현재에 안주하지 않으며 언제나 가지 않은 길, 혹은 가고 싶은 길을 꿈꾸고 상상한다. 때로 불편하고 때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브레히트가 그랬듯이 예술가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근본적으로는 어느 특정한 정치나 이념에 편향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은 인간을 위한 더 나은 세상을 향하는 문을 열어두는 것이다. 인간답기를 원한다면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

2017-01-22 윤진현

[월요논단]모든 공부가 즐겁기만 하다면…

토론·실습 등 참여형 교육 개혁즐겁게 공부하도록 하고 시험은 정답 맞히기형에서 탈피독창적 사고와 비판적 능력을평가하도록 개선 하는것이 중요그래야 창의·혁신적 인재를 육성히말라야산맥에 있는 부탄은 국민행복지수가 전 세계 국가 중에 최상위권에 속하고 중남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 중에서 최하위권에 속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하위권에 속한다. 국내 한 대학의 연구팀이 발표한 '2016 제8차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조사대상인 OECD 22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행복이라는 것이 주관적 감정이고, 행복지수는 계량화된 지표가 아니라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주관적 수치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낮은 것은 입시위주 교육과 성적 지상주의로 인해 자신을 다른 학생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낮은 것과 달리 학업성취도는 국제적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OECD가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읽기, 수학, 과학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해왔다. 2015년 평가 결과는 2012년에 비해 점수와 순위가 조금 하락했지만, 여전히 모든 평가영역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PISA는 의무교육 종료시점에 있는 만 15세 학생들에게 교육과정에 바탕을 둔 지식보다는 실생활에 필요한 응용능력을 평가해 국제적으로 비교할 목적으로 2000년부터 3년마다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학업 성과 위주의 교육을 하다 보니 학생들이 자신의 꿈, 재능, 취미와 관계없이 공부에 매달리고, 학교 공부 이외에도 방과후에 학원에서 사교육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높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공부를 시키지 말고 놀리라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개인과 국가의 발전에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행복하게 해주려고 공부 부담과 시험 스트레스를 줄여주려고 한다. 따라서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해 적용하고, 성취도평가는 소위 '일제고사'라고 부르며 폐지하려고 한다. 반면에 일본은 1976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 학생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며, 과도한 주입식 교육을 지양한 유토리(餘裕) 교육으로 인해 학력 저하가 심각해지자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위해 전 교과에서 소위 '액티브 러닝'을 도입하였다. 그 결과 일본은 2015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수학과 과학은 OECD 35개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고, 읽기도 많이 상승했다. 모든 학생들이 학업 성취도가 다 높을 수는 없다. 다른 것은 못해도 '공부만 잘하는 아이'가 있고, 다른 것을 잘해도 '공부만 못하는 아이'도 있다. 학생들은 초·중·고등학교나 대학을 거치면서 장차 자기가 사회에서 할 일, 즉 직업을 준비한다. 직업은 삶의 수단이고, 직장은 프로의 세상이지 취미를 즐기는 곳이 아니다. 프로는 하루에 8시간 이상 연습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학교생활은 프로의 세계에 데뷔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므로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 그게 공부가 되었든 음악이나 요리나 만화가 되었든, 죽어라고 매달려 매진하지 않으면 전문가가 될 수 없다. 땀과 고통 없이 프로가 될 수 있는가?혁신교육에서는 민주적으로 학교를 운영하여 우리 학생들이 행복하게 하려고 한다. 그러나 학교는 이미 교사가 학생의 교육과 지도를 포기할 정도로 너무 민주적이다. 정작 필요한 본질적 교육개혁은 수업을 토론과 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하여 즐겁게 공부하도록 하고, 시험을 객관식 정답 맞히기형에서 탈피하여 독창적인 사고와 비판적인 능력을 평가하도록 개선하는 것이다. 그래야 미래 세상에 필요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기를 수 있다./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2017-01-15 이재희

[월요논단]붉은 닭 홰를 치니

21C 문명전환과 초불확실성 시대이육사의 태초의 닭 우는 소리서산대사의 애국실천 일깨워 보자끝없는 도전·유혹에 흔들림없는목계의 부동심·수탉의 지용 갖춘국민적 리더십 대망하는 '정유년'열정을 상징하는 붉은 닭의 해 정유년(丁酉年)이 밝았다. 어린 시절 우렁차게 홰를 치며 새벽어둠을 가르던 닭의 울음과 자태가 귀에 쟁쟁하고 눈에 아련하다. 목청껏 '꼬끼요'를 외쳐 온 마을을 진동시키며 아침 햇빛에 오색찬란한 깃털이 움틀대던 수탉의 위용은 저 높은 곳에 드리운 봉황 못지 않았다.갑오년 지나 을미년 거쳐 병신년까지 숨 가쁘게 넘기고 정유년 새 아침이 밝았으나 국내외적 상황은 캄캄한 어둠 속이다. 일간지 메인타이틀처럼 '日中美 스트롱맨 펀치와 日中의 협공을 받아 코너에 몰린 모래알 한국'이다. 고도성장의 피로감과 법치의 변곡점에서 국정 중심조차 공백 상태를 맞아, 한국에선 지금 우왕좌왕 국론 분열이 끝 간 데를 모르고 심화되고 있다. 70년 가까이 남북으로 분단되어 첨예하게 대치한 가운데, 대륙 안보를 에워싼 중국과 소련, 해양 경제의 극단에 마주선 미국과 일본 등 4대 열강의 국익과 안보, 자존심의 각축장이 된 지금의 한국은 풍전등화의 구한말 대한제국을 연상케 한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의 한복판에서 상처 입고 분열된 나라를 치유하고 통합하여 국정 중심을 바로 세우고 나라와 국민 정신을 일으킬 새로운 리더십이 절박한 시점이다. 국내외적 난제와 사회적 병폐가 아무리 깊고 두텁다 해도 세계 최단기간 내 경제성장과 자유민주주의를 성취한 나라, 경제대국·문화대국을 이룬 국민이라는 자긍심을 살려 흩어진 국력을 모아야 할 때이다.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하며 차가운 감옥, 절망의 밑바닥에서도 불멸의 애국혼으로 높푸른 시심을 꽃피운 민족시인 이육사(李陸史)의 수탉 같은 외침에 귀 기울이고 작금의 혼탁한 정신을 씻어낼 일이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에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태초 이래 영겁의 시간, 눈 내리는 광야에서 매화 향기를 피운 가녀린 노래의 씨앗을 일깨워 금수강산 한반도에 지구촌 상생의 합창을 목놓아 부를 수 있는 그 날을 준비해야 한다.임진왜란 때 거국적인 승병을 일으켜 왜병을 물리치고, 깊은 깨달음으로 사명대사 등 수많은 제자와 불멸의 명시를 남긴 서산대사는 "머리는 희나 마음은 늙지 않네. 이제 닭 우는 소리 한 번 듣고서 대장부 할 일을 마쳤다네(髮白心非白 今聞一鷄聲 丈夫能事畢)"라 노래했고, "천만 가지 계책과 생각이 붉은 난로에 한 점 눈송이(千計萬思量 紅爐一點雪)"라고 초탈의 경지를 읊었다.장자(莊子)는 나무로 만든 닭 즉 목계(木鷄)의 덕이 최상이라 하였다. 최고의 싸움닭을 훈련하는 조련사가 왕에게 닭의 등급에 관하여 아뢰었다. '강하긴 하나 교만하여 자신이 최고인 줄 안다'에서, '교만함은 버렸으나 상대방의 소리와 행동에 너무 쉽게 반응하기 때문에 인내심과 평정심을 길러야 한다'는 단계를 거쳐, '조급함은 버렸으나 눈초리가 너무 공격적이라 눈으로 감정상태를 드러내는' 단계를 지나, '상대방이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위협해도 반응하지 않고 다른 닭이 아무리 도전해도 혼란이 없는 평정 상태로 마치 나무로 만든 것 같은 목계(木鷄)'가 마지막 최고의 단계라 했다. 삼성을 창업한 고(故) 이병철 회장이 아들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에 입사한 첫날부터 벽에 걸어두고 마음에 새기게 하여 오늘날 글로벌 삼성그룹을 이룩한 정신적 지표가 되게 했다는 두 가지 덕목이 경청(傾聽)과 바로 이것, 목계였다.붉은 닭의 해를 맞아 21세기 문명전환과 초불확실성 시대(Age of Hyper Uncertainty)에 민족시인 이육사가 노래한 태초의 닭 우는 소리, 홍익인간의 초심을 회복하고 닭 울음에 활연대오(豁然大悟) 깨우친 서산대사의 초탈한 애국실천을 일깨워 보자. 천변만화의 도전과 유혹에도 흔들림 없는 목계(木鷄)의 부동심(不動心)과 때를 알고 새날을 여는 수탉의 지용(智勇)을 갖춘 국민적 리더십을 대망하는 정유년 새 아침이다./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

2017-01-08 손수일

[월요논단]새 대통령의 첫 임무

한반도에서 전쟁 막는것 첫 과제북한을 파트너 삼아 정책 추진개성공단·금강산 관광 해결해야산업과 지역 경제 활성화시켜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 심어줘야국민이 원하는것 실천되는 국가로4월 26일. 예측보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면서, 대통령 선거일로 거론되는 날이다. 만약 1월 말 경에 탄핵심판이 내려지면 3월 말 선거를, 3월 초에 내려지면 5월 초까지 선거를 해야 한다. 촛불을 든 국민들은 탄핵심판의 조속한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화답일까. 새해 들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속도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대선 후보들은 어떠한가. 이미 자천 타천으로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도 이미 10명을 넘는다. 문재인 후보와 반기문 후보가 선두그룹. 그러나 오차범위 내 선두일 뿐이다. 그것은 누구도 단독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당연히 이합집산을 짐작케 한다. 반기문 총장의 귀국과 함께 정치세력 간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것은 자명한 사실. 조기 대선은 개헌을 화두로 정치세력 간 이해 조율이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탄핵 결정 후 60일 내 실시해야 하는 대선은 과거와 다르게 진행될 것이다. 당내 후보자의 선출과정도 마찬가지이다. 정책이나 공약도 진지하게 논의할 시간이 없다. 일부 후보자에 대한 검증도 미흡할 것이다. 대선에 승리하기 위한 극단적인 연대와 조합도 예감된다. 과거 노무현과 정몽준 후보의 연대를 능가하는 극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세대와 지역, 문화와 경제적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표를 의식한 공허한 약속들이 난무할 것이다. 가계부채 1천300조원에 공시생이 50만명이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의 절규는 절망적이다. 자영업자들은 파산 직전이다. 고령화와 저출산 대책도 헛바퀴를 반복해 돌리고 있다. 올해 경제정책은 예산 20조원을 앞당겨 지출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촛불은 적폐청산을 요구하지만 그런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걱정이다. 탄핵으로 지친 국민들에게 차기 대통령은 과연 얼마나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인가. 이미 트럼프는 보호무역을 내세우면서 한미 FTA에 손을 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중국은 사드 문제를 내세워 음양으로 한국의 수출입을 강하게 통제하고 있다. 일본과는 한일 정보보호협정과 위안부 합의 문제 등으로 뒤틀려 있다. 북한은 여전히 폐쇄적이고 핵무장에 집착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할까. 지금의 사고방식과 정책 기조로는 절대 한국적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북한을 파트너로 보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1순위이어야 한다. 트럼프의 선택이나 중국과의 충돌 여부에 따라 국지전도 예상된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것이 차기 대통령의 첫 번째 과제이다. 그 시작은 북한과의 전면적 교류와 경제협력의 추진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문제는 취임 초기에 해결해야 한다. 해주공단과 나선항 그리고 창지투(창춘·지린·투먼) 개발 등에 대해서도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돌파구는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북한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러시아가 북방영토 문제 해결에 앞서 경제협력에 적극 나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새 대통령의 경제기조는 인플레이션 정책이어야 한다. 한때 일본의 아베 총리는 윤전기로 불렸다. 2%의 성장률 달성을 위해 막대한 돈을 찍어 내었기 때문이다. 미국도 유사한 과정을 통해 경제를 회복시켰다.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국민들에게 심어 주어야 한다. 1년에 40조원 이상의 적자예산을 더 편성하여, 산업과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 추가 투자될 예산은 주민들과 기업들이 직접투표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정치인의 생색용이나 공무원의 땜질용으로 사용하게 해서는 안된다. 주민과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에 투자할 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은 광장에 서 있는 국민들의 마음과 상식을 담아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촛불과 광장의 함성은 정치꾼이나 비선조직들의 이익관계가 공약이 되고, 그것이 정책의 이름으로 집행되는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국민적 경고를 담고 있다. 정유년 새해, 대통령과 측근들의 욕심을 집행하는 나라가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것들이 실천되는 국가를 보고 싶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7-01-01 김민배

[월요논단]사랑한다면 책임을 지도록

정치인 사랑하는 모임 많지만무조건이 지나쳐 잘못을 반성하고청산하도록 돕는게 아니라거짓 모의·합리화 하려는데 앞장피하고 부정할것이 아니라제대로 책임지게하는게 진짜 사랑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는 시(詩)의 본질과 역할에 대한 뛰어난 극적 형상화이다. 주인공 미자의 극중 배역은 시 창작강좌의 수강생일 뿐이지만 상징적으로는 '시' 그 자체다. 시는 어떤 순간에도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비루하고 엄혹한 현실 속에서도 아름다움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때로는 주책맞고 철없는 어린이 같으며 때로는 타인의 욕망을 선동하고 조종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는 인간을 사랑하고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시가 추악한 대상마저도 아름다움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 인간을 위한 진실과 정의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영화 '시'의 주인공 미자가 딱 그렇다. 미자는 다소는 주책스럽고 다소는 편협하며 심지어 교활하게 타인을 조종하여 돈을 구하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는 성폭력에 희생된 유가족을 찾아가 웃게 만들어주고 보상하며 무엇보다도 동급생을 성폭행하여 자살로 몰아넣은 자신의 손자를 신고하여 처벌을 받게 한다.손자를 감옥에 보내는 미자의 결단을 굳이 '시'의 속성에 견주지 않더라도 진정한 사랑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랑이 무조건적인 보호, 무비판적인 옹호는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할머니가 손자의 비행을 은폐하고 감추기가 쉽지, 처벌받게 하고 책임지게 하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길게 보면 손자의 인생을 위해서 지금 잘못한 것은 책임지게 하는 것이 진짜 사랑이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하지 않던가. 잘못을 하고도 책임지지 않으면 잘못한 줄도 모르는 인간이 되기도 쉬우려니와 나중에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시초가 되는 것도 흔한 일이다. 송창식의 목소리로 널리 알려진 노래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로 시작하는 성서의 사랑, 저 유명한 고린도전서 13장에서도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않고 진리와 함께 기뻐하는 것'이라 규정하지 않았던가.그렇게 보면 사랑은 용기와 끈기가 필요하다. 사랑이 오래 참고 온유하며 성내지 않으면서 끈덕지게 추구하는 것은 불의하지 않고 진리를 기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쉽게 생각해보자.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해치고 나쁜 짓을 저질렀다면 이를 어찌 기뻐할 것인가. 어찌 이를 감추고 왜곡하는 잘못을 함께 저지를 것인가. 앞날을 생각한다면 아무리 두려워도 죗값을 치르고 반성하여 후일의 숙면을 도모하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은가.탄핵이 성사된 지 겨우 보름이 지났을 뿐이다. 그러나 그 사이 쏟아져 나온 엄청나게 많은 증언과 비화에 이제는 분노를 넘어 허탈함과 슬픔까지 밀려온다. 그런 중에도 더욱이 끔찍한 것은 저 엄중한 위치에 있던 이가 어쩌면 치료를 받았어야 하는 환자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사람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면 병증을 의심하고 진찰을 받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그것이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도리다. 그런데 정작 필요한 치료 대신 얼토당토 않은 약물만 산더미처럼 사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사태가 모두 정리될 때는 제 역할을 등한히 하면서 그릇된 처분을 한 자들의 잘못도 제대로 따져야 할 것이다. 하긴 달리 생각하여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당연히 사랑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보면 진짜로 자신을 사랑하여 제대로 된 판단을 하는 인간을 곁에 두지 못한 부덕의 책임도 결국은 스스로 져야 할 일이기는 하다.우리 사회에는 정치인 '아무개를 사랑하는 모임'과 같은 이름을 가진 단체들이 꽤 있다. 정치란 점검되고 비판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고린도전서에서처럼 사랑을 본질적으로 이해한다면 불가능한 표현은 아니라고 하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무조건이 지나쳐 잘못을 제대로 반성하고 청산하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거짓을 모의하고 감추고 은폐하고 합리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으니 이를 어찌 사랑이라고 할 것인가. 피하고 부정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제대로 책임지게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진짜 사랑이다./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

2016-12-25 윤진현

[월요논단]미래교육 준비, 어디까지 왔나

교육 분야 국책연구원장 한자리미래 정책·학교과정등 머리맞대인성·학문·자아정체성·창조성…성장 단계별로 중점내용 차별화교사 양성체제도 전면수정 필요일부 개선 아닌 시스템 혁신해야지난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교육 정책세미나에 참석했다. 한국교육개발원장,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주제발표를 했는데, 이처럼 교육분야 국책연구원장이 한꺼번에 참석하여 세미나를 한 사례는 아마 처음일 것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미래 대한민국의 교육정책, 학교, 직업교육, 교육과정을 주제로 논의하였다.제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미래사회의 변화 속도와 범위는 엄청날 것으로 예측된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등의 미래기술이 바꿀 세상을 상상해보라. 미래학자들이 말하는 미래는 10년 후, 2030년 등을 상정하는데, 이것은 먼 훗날이 아니라 우리 코앞에 와 있는 미래이다. 10년 후에는 현재의 직업 702개 중 단순반복적 작업인 47%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 학자가 있다. 또한 파괴적 기술로 인해 2030년까지 20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고, 소멸되는 대표적 직업을 예시한 학자도 있다.하지만 직업이나 일자리 감소를 두려워하거나 걱정만 할 일은 아니다. 빅데이터, 3D프린터, 드론, 무인자동차 등 미래혁신기술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며, 26억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탄생할 것으로 예측하는 보고서도 있다. IT·로봇, 금융, 의료복지, 환경·에너지, 문화예술, 생활·여가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들이 탄생할 것이다. 따라서 기업과 정부는 미래기술에 맞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정부와 교육기관이 미래사회와 직업세계의 변화 등에 관해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 각급 학교에서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교사양성기관에서는 그들을 가르칠 교사를 길러야 한다.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창의성, 다양성, 인성을 갖춘 인재다. 미래에도 사람에게 가르쳐야 할 가장 큰 가르침은 여전히 인성이다.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예, 효, 배려, 소통, 정직, 존중, 책임, 협동 등의 심성은 미래에도 긴요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대학에 부정입학하여 사회에 충격을 준 학생이 고3때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고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글이 많은 청소년들을 절망에 빠뜨렸다. 이 사람에게서는 남에 대한 예의, 배려, 존중 등은 찾아볼 수 없다. 더구나 인간의 뇌보다 능력은 엄청나게 크면서 파괴적 인성이 학습된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나오면 얼마나 끔찍하겠는가. 미래사회를 대비한 각급 학교의 교육과정에서는 중점 내용이 달라야 한다. 미래에도 가정과 유치원 및 초등학교에서는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도덕적 판단능력을 관장하는 뇌의 전두엽은 10살 이전에 발달하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에서는 기초학문을 가르치면서 자아정체성 확립에 주력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에서는 창조성교육과 실용적 지식을 제공해야 한다. 미래교사를 길러낼 양성체제와 교육과정도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 현재는 보육교사, 유치원교사, 초등교사와 중등교사를 각각 분리된 기관에서 별도의 교육과정에 따라 양성하고 있다. 또한 아직도 많은 교사는 지식 보유자로서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는 똑같은 나이의 학생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똑같이 정해진 시간동안 똑같은 방식으로 가르치는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 모든 지식은 인터넷에 있으므로 교사는 각 학생에 맞게 학습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것은 교사에게 교수 방법이나 기법 등을 개선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고, 교육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해결될 수 있다.미래교육 정책세미나를 마칠 때, 총론만 말하고 있지 각론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숲의 큰 그림을 따라 어떻게 나무를 가꿔야 할지, 이제 교육부와 교육청이 각자의 역할에 따라 고민해야 할 몫이다./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2016-12-18 이재희

[월요논단]주역(周易) 창에 비친 시국(時局)

탄핵국면, 택화혁의 괘상에 해당연못속에 불을 품고 있는 형상연못은 백성, 불은 열기 등 상징혁괘는 잠겨있던 민초 전면 등장그 속에 밝은 문명 기운이 일어나혁명적 변화를 일으키는 모습비선실세의 국정농단에 휘둘린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결의가 통과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절차가 속행되며 국가 명운이 비상한 국면에 들어섰다. 국회의 탄핵 결의 이후에도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시위와 이를 반대하는 맞불 시위도 등장하여 온 나라가 큰 변화의 진통을 겪고 있다. 이 변화의 국면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한국 정치문화의 혁신과 국가 재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잘못하면 나라가 위태로운 곤경에 처할 위기이다.만학의 제왕 주역은 동방성인 공자가 마지막 심혈을 바쳐 연구 주석한 인륜과 천하경륜의 경전으로 음양상대성 변화 원리에 바탕한 근본과학이다. 주역괘(周易卦)의 괘상(卦象)에는 세상의 천문(天文), 지리(地理), 인사(人事), 물상(物象)의 원리와 흐름이 함축되어 있다. 촛불처럼 흔들리는 현 시국을 주역괘(周易卦)에 비추어 본다. 국가나 개인의 흥망성쇠 변화나 자연계의 순환을 64괘의 음양 이치로 푼 것이 주역학(周易學)이다. 8가지 소상괘(小象卦) 즉 천(天 하늘), 지(地 땅), 택(澤 연못), 산(山), 화(火 불), 수(水 물), 뇌(雷 우레), 풍(風 바람) 괘 중 두 괘씩 아래위로 짝지으면 모두 64 대상괘(大象卦)가 된다. 64괘 대상괘 중 왕조가 바뀌거나 계절의 전환 같은 혁명적 변화의 상(象)이 49번째 택화혁(澤火革) 괘로 표현된다. 현재의 대통령 탄핵 국면은 택화혁의 괘상에 해당하며, 연못 속에 불을 품고 있는 형상이다. 연못은 어린 소녀, 백성, 민초, 기쁨 등을 상징하고, 불은 문명, 밝음, 열기 등을 상징한다. 혁괘는 평소 아래에 잠겨있던 민초 즉 국민이 전면에 등장하고 그 속에 뜨거운 열기 또는 밝은 문명의 기운이 일어나 혁명적 변화를 일으키는 모습이다. 택화혁 괘에서 택(澤, 국민)을 상괘(上卦)로 하여 상수(常數)로 고정시키고, 아래에 내재된 하괘(下卦)인 화(불, 문명, 밝음) 괘의 변화에 따라 향후 세태를 비추어본다. 하괘가 순조로워서, 천(하늘)괘로 바뀌면 택천쾌(澤天쾌), 산(山)괘로 바뀌면 택산함(澤山咸), 우레괘로 바뀌면 택뢰수(澤雷水)가 된다. 택천쾌는 강건한 군자의 세력이 소인을 몰아내어 대의(大義)를 결정짓는 상이며, 택산함은 소년 즉 참신한 지도자가 소녀 즉 백성의 아래에 내려와 받들고 음양조화의 후천세상을 여는 상이며, 택뢰수는 위에 머물던 강건한 지도자가 민정의 하단까지 내려와 힘찬 서정을 펼쳐 국민을 기쁘게 하는 상이다. 혁명적 변화가 시작된 지금, 택화혁의 하괘를 순조롭게 이루어, 올바른 품격을 갖춘 군자의 세력이 늘어나 소인배를 몰아내고 참신하고 강건한 지도자가 나와 국민을 하늘처럼 섬기게 되면, 이 나라는 새 힘을 얻고 다시 창성함을 이룰 것이다. 한편, 하괘가 수(水 유동, 험난함)괘로 바뀌면 택수곤(澤水困)이 되고, 풍(風, 바람, 나무)괘로 바뀌면 택풍대과(澤風大過)가 된다. 택수곤은 연못에서 물이 다 빠져나가 곤경에 처하고 택풍대과는 못에 물이 너무 많아 나무가 물에 매몰되는 형상이다. 불순한 의도와 파당적 욕심에 눈멀어 민주법치국가의 기본법을 무시하며 국민 여론을 오도하는 소인배 세력들이 득세하면, 국론이 사분오열되고 나라가 대혼란의 재앙에 빠지게 된다. 지금 시국이 택화혁의 하괘가 어지럽게 되는 형국을 따르면, 택수곤, 택풍대과가 상징하는 난국으로 치달아 온 나라가 화마(火魔)와 수마(水魔)에 함몰되고 말 것이다.몰지각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빚어진 나라의 환부를 왜곡과 과장없이 심판하되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도록 대통령의 탄핵 심판과 퇴진 문제는 나라의 국격과 기틀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승적 안목과 엄정한 법절차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택화혁(澤火革)의 괘상 풀이처럼 하늘의 명(天命)과 국민의 참 뜻에 진정으로 호응하여 지금의 어려운 정국을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타개하여 온 나라가 이롭게 살아나 뉘우침이 없게 되기 바란다./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

2016-12-11 손수일

[월요논단]탄핵과 국민소환제

탄핵은 국회나 헌법재판소 보다국민이 직접 투표로 결정해야제왕적 대통령 폐해와국회의원 특권적 전횡 막고헌법기관 불신 해소 위해선대상 역시 해당자들로 확대해야'탄핵 열차'. 한치 앞이 어둠이다. 그러나 12월 9일이 되면 그 어둠 속에서도 어떤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대통령의 자진사퇴 절차로 갈지. 탄핵으로 직진할지. 더 거센 국민들의 촛불 앞에 정치권이 궤멸할지. 숱하게 난무하던 시나리오들이 일부나마 정리되게 된다.지난 금요일, 헌법재판소를 방문했다. 본래의 목적은 '헌법논총'에 투고한 우수논문에 대한 포상과 격려를 받는 자리였다. 예정된 헌법재판소장과의 대화에 이어 재판관과의 오찬으로 이어졌다. 방문 목적 때문일까. 아니면 폭풍전야를 앞둔 헌재의 입장을 고려한 때문일까. 참석한 교수들도 탄핵과 관련한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현재의 헌정위기 상황과 탄핵의 중요성을 잘 아는지라 재판관에게 직접 묻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만 재판관은 제 5기 헌법재판소가 중요한 사건들을 처리했으며, 세계적으로 그 위상이 높다는 설명으로 대신했다.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도 한국의 헌재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왜 그럴까. 아마도 재판관 임기 중 거의 접하기 어려운 정당해산 심판은 물론 탄핵 심판 사건이 한국에서 일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냐. 자진사퇴냐. 광장의 불길은 커져가고, 운명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분명한 것은 어떤 결론이 나든지 대선을 둘러싼 격렬한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정당이나 세력 사이에 분열과 이합집산 역시 과거의 경험을 능가할 것이다. 그 적나라한 이해관계는 권력구조의 재편 필요성과 개헌으로 포장될 것이다. 만약 국회에서 탄핵이 부결되면 정치권의 정치적 책임과는 별도로 개헌논쟁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개헌논쟁은 특검으로 향할 국민적 관심을 돌리기에도 좋은 이슈다. 탄핵이 진행되게 되면 헌재로 향한 국민적 관심을 대선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서도 작동할 것이다. 명분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하자는데 있다. 그러나 잠룡들에게도 권력구조 개편은 세력 재편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물론 그러한 개헌이 성공할 것인가. 과연 대선 전까지 개헌이 마무리 될 것인가 하는 점은 별개다. 일부의 주장처럼 개헌과 권력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결방안은 간단하다. 직접민주주의를 헌법에 규정하는 것이다. 국민소환제가 그 해답이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헌법기관의 장도 국민소환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이미 지방자치법 제 20조에서는 특별시장과 시도지사, 시도의원과 구청장 등에 대한 주민소환제를 실시하고 있다.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도 시행 중이다. 왜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대해 국민들이 파면을 하면 안되는가. 지방자치법은 주민의 조례 개폐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왜 국회의원만이 법률을 만들어야 하는가. 국민들이 원하는 법률을 투표에 의해 제정할 수는 없는가.계속되는 촛불과 격한 함성을 보면서 생각한다. 광장의 함성은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회에서 탄핵이 부결되면 여의도를 포위하겠다는 발상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만약 헌재가 탄핵을 기각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헌재를 다시 포위하고, 대법원에 탄핵권한을 넘기자고 할 것인가. 과연 임명된 헌재 재판관이 선출된 권력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가. 왜 정치적 책임조차 지지 않는 9명의 재판관에게 헌법의 운명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겨야 하는가. 국민 주권은 자신의 판단과 책임을 그 바탕으로 있다. 대의제보다 직접민주주의가 강조되는 이유이다. 향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국회나 헌법재판소보다 헌법의 최후 수호자인 국민이 직접 투표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만약 개헌을 하게 된다면 권력구조의 개편이나 대통령 중임제보다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규정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국민소환권과 국민발안권을 국민들이 갖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은 물론 국회의원과 헌법기관으로 탄핵의 대상 역시 확대해야 한다. 그것이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와 국회의원의 특권적 전횡을 막고, 헌법기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방안이다. 광장의 촛불과 민심이 과연 무엇을 요구하는지 직시할 때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6-12-04 김민배

[월요논단]어명(御命) 없는 평등의 세상을 향하여

2016년 이 나라에 왕은 없다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있을뿐국가·국민 권력 사유화 꾀했으니국권 강탈하는 내란기도인 것'어명'으로 절대 복종 요구하고이를 매개한 자들도 용서해선 안돼청와대의 전 비서실장은 청와대 내의 이상 현상, 예를 들면 이상한 지시사항, 결정 루트의 모호함, 잦은 명령 변경 등 문제점을 지적하는 참모, 직원들에게 "어명이다."라고 무조건 복종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 나라가 전제 왕권국가였던가? '어명'이란 단어가 21세기 한국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었다. 새삼 놀라운 것은 아니다. 필자부터도 '수첩공주'를 거쳐 '여왕폐하'라는 단어를 꽤 자주 사용해왔으니 '어명'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었다고 새삼 놀라는 척, 호들갑을 떨 수는 없다. 그러나 필자가 이 단어를 사용할 때는 풍자의 의미였지 곧이곧대로 공주고 여왕이라고 생각하란 뜻은 아니었다. 그렇게 사용될 줄은 정말 몰랐다.생각해보면 국민이 위임한 대통령의 권력을 전제적 권력처럼 마구 휘두른 것을 바른 표현으로 비판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었다. 더구나 옛 왕조시절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자로 지칭한 것은 더 잘못한 것이었다. 오늘 날, 공주나 여왕이란 단어는 미와 고귀함을 내포한 것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풍자라기에는 미화가 과도하다. 그러니 갖은 부정으로 금메달을 따고 대학에 들어가 "돈도 실력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자가 "공주라는 데 좋죠."라는 당당한 반응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부적절하기로는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군주라는 혼군(昏君)도, 포악하고 막된 임금이라는 폭군(暴君)도 마찬가지이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조선왕조가 일제에 국권을 내주고 한낱 일왕의 봉작으로 내려앉은 것이 벌써 100년도 더 된 일이요, 이후로 이 나라에 '왕'이 제대로 고민된 적은 없었다. 속담으로 견주자면 '초가삼간이 다 탔어도 빈대 타죽은 것만은 속 시원하다'는 격으로 일제 침탈로 백가지가 비극인 중에 한 가지 다행을 조선왕조가 종료된 것으로 꼽는 시선마저 일면 타당한 데가 있을 정도이다. 왜냐하면 민주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신분제'의 온존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혈통', '특별한 신분'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평등'이란 민주주의 이념을 구현하는 데 장벽이 된다. 그런데 어쩌다 이 나라에는 왕인 줄 착각하는 대통령들이 이렇게 여럿 등장하게 되었던가? 뻔한 소리 같지만 그 기원은 일제 말 황국신민화에 있다. 일제는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을 연이어 일으키면서 전쟁수행비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에 식민지 조선의 협력과 동원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식민본국이 식민지를 대등한 국가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일은 없다. 당연히 교활한 혹세무민의 정책이었다. 초등교육기관을 '황국신민의 학교'라 하여 '국민학교'로 개칭했고 총알받이로, 위안부로 꽃다운 이 땅의 청년들을 끌어냈다. 이들의 희생이 '천황'을 위한 고귀한 것이라 귀에 못이 박히도록 선전했다. 전쟁은 끝나고 한반도는 해방이 되었지만 절대화된 권력에 희생을 요구하는 전략은 오롯이 계승되었다. 1대 대통령은 자신이 전주이씨, 왕의 후손이라 광고했다. 쿠데타로 권좌를 차지한 3대 대통령은 황국군대의 장교로서 천황의 권력을 대리하던 경험을 대한민국 국정 전반에 심어놓았고 부당한 개헌과 수많은 희생으로 무려 18년을 집권하였다. 이 기간 동안 그는 왕이었다. 그리고 이를 왕통으로 소환한 결과, 이 나라는 2016년 전제왕국에서도 감히 있을 수 없던 전무후무한 국가권력의 사유화와 사리사욕의 전방위적 침탈을 겪고 말았다. 이 나라에 왕은 없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있을 뿐이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며 하늘이 선택하여 절대권력을 부여한 것은 더욱 아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국민이 위임한 권력의 사유화를 꾀했으니 그 자체로 국권을 강탈하는 내란기도인 것이다. 아울러 감히 '어명'이라는 단어로 한 개인의 사악한 뜻을 절대화하고 복종을 요구하다니 그 진원지는 물론이요, 이를 매개한 자들도 용서해서는 안 될 것이다./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

2016-11-27 윤진현

[월요논단]중국 대상 사업, 변화의 바람을 읽어라

박리다매식 '패키지 여행' 한계단체 유커보다 개별 싼커 증가세쇼핑 탈피 스토리텔링 명소 개발수요 맞춤형으로 패러다임 변화교육·수출분야도 인식전환 필요품질·서비스 질적 향상 꾀해야올해 3월 말 중국 아오란 그룹의 임직원 6천여 명이 포상휴가차 인천에 대규모로 찾아왔다. 그들은 중국의 24개 도시에서 항공기 158편에 탑승했고, 인천·경기 지역 24개 호텔 1천500여 객실에 투숙했으며 시내 관광을 위한 버스 140여 대도 동원되었다. 그들을 한꺼번에 수용할 식당이 없어서 컨벤시아호텔 지하주차장에 임시 식당까지 개설하였다. 이 전무후무한 포상휴가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270억 원으로 추산된다. 뒤이어 6월 22일에는 동북아 최대 크루즈선이 입항하여 전체 승객 중 절반가량인 2천여 명이 인천을 관광하였다.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수는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연도별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2010년 187만5천명, 2014년 612만6천명, 그리고 올해는 800만명을 상회할 걸로 예상된다. 분명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관광객의 지속적인 유치를 위해 관광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중국 관광객은 대규모 단체 관광객, 즉 유커(遊客)가 대다수였다. 이들은 여행상품 가격이 왕복 항공료에도 못 미치는 저렴한 패키지여행으로 온 경우가 많았다. 여행사는 관광객을 대도시나 관광지 외곽에 있는 저렴한 모텔에 투숙시켜서 관광지로 이동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하루에 2~3차례씩 면세점을 들러서 관광객이 물건을 사도록 하고 가이드는 수수료를 챙기도록 하는 관행이 이어졌다.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한 중국의 국가여유국이 지난 10월 13일 '불합리한 저가 여행 관리 추진에 관한 통지'를 내렸다. 저가여행 패키지를 판매하다 적발될 경우 30만 위안(약 5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24일에는 일부 지방정부가 한국으로 가는 단체 관광객을 지난해 관광객 수를 기준으로 20% 줄이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그 결과 유커 특수를 누려왔던 화장품과 면세점 업계, 호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주가는 순식간에 급락했다.요즘 중국 관광객 중에는 유커보다 개별 관광객, 이른바 싼커(散客)가 더 많아지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해 중국인 관광객 중 유커는 40.9%인데 비해 싼커는 59.1%였다. 싼커는 모바일을 통해 스스로 여행 상품과 정보를 검색하고 대금도 결제한다. 유커들은 면세점에서 상품을 구입한 반면, 싼커는 국내 백화점에서 한류 스타일의 옷과 화장품 및 음식 등 문화 콘텐츠를 직접 경험하고 구입한다.그동안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저렴한 여행상품을 대량 공급하던 박리다매 형태의 관광 사업이 중국인 관광객들의 상황이 달라짐에 따라 이래저래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이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어차피 값싼 여행상품을 판매하면 부가가치도 적다. 이제 여행객들의 수요에 걸맞은 품격 있는 여행상품으로 중국 관광객들을 유치해야 한다. 한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고 1인당 지출경비도 많은 젊은 싼커들이 주요 타깃이다. 이들을 더욱 유치하기 위해 쇼핑 위주의 관광을 떠나 스토리텔링이 있는 명소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관광사업 외에도 교육과 수출 분야에서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내 출산율의 저하로 대학 입학자원이 줄어들면서 상당수 지방대학들이 중국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중 많은 수가 유학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학생 유치 등을 목표로 학교 이름까지 바꿨지만 최근 신입생 충원율 급감으로 폐교 위기에 내몰린 강원도 동해시 한중대학교가 대표적인 예다. 이제 학교도 박리다매 사고를 벗어나 중국인 학생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고급 교육과정을 준비하여 질적 향상을 꾀해야 한다. 수출 품목은 또 어떠한가. 이제 중국은 더 이상 우리가 깔보던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만드는 나라가 아니다. G2국가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우주정거장, 양질의 전자제품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우리를 앞서고 있다. 한국의 제품도 이제 중국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품질과 서비스로 다가가야 한다./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2016-11-20 이재희

[월요논단]대한민국호 아리랑 고개를 넘자

지금 상처입고 신음하는 나라되살리기 위해 당파적 이해나대권욕 자제하고 대승적 차원서혼돈을 전화위복 계기로 삼자낡은 헌법과 국가근간 개혁하고양극화·고통 치유위한 지혜 필요특정 사인들의 뿌리깊은 국정 농단(壟斷)과 이를 막지 못한 대통령의 멍에를 벗어나기 위하여 온 나라가 신음하고 있다. 노한 민심의 큰 물결이 일고 국정의 진공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 시간 대한민국호는 어디를 향하여 가고 있는가?지금의 시국은 주변 열강의 각축 속 이리와 늑대들에 둘러싸인 어린 양처럼 쇠잔해 가던 구한말이나 해방 이후 남북 분단으로 갈등하며 동족상잔에 빠졌던 위태로움에 비견될 수 있다. 최근 미국·소련·중국·일본 4대 열강 모두 강력한 국가 수반들이 등장해 국력을 극대화하고 자국의 이익을 전면에 내세우며 서로간 첨예한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런 4대 열강의 한 복판에서 핵무장 완성만을 목표로 치달리는 동족 북한을 대치하며, 새우등처럼 웅크린 대한민국이 국정 리더십의 중심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만일 현재의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반만년 역사에 천우신조로 이룩한 경제 기적과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성과가 일순 몰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한다. 일단 사인의 국정 농단에 연루되어 휘둘린 대통령이 더 이상의 미련을 내려놓고 국민께 진정한 참회를 표명하고 국정 일선에서 스스로 물러섬이 사태 해결의 출발점이라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과 관계인들의 국법위반 책임소재와 경중이 사법절차에 의하여 밝혀지기도 전에,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대통령을 물리력으로 끌어내리려 한다면 헌정 붕괴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우리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당파성과 조급성, 부패 둔감과 나만 옳다는 독선을 버리지 못하고 이 사태를 당리당략과 차기 집권에만 이용하려 든다면 국정 혼란은 더욱 깊어질 뿐이다. 대통령이 스스로 국정 일선에서 물러날 기회를 주고 헌법 절차에 따라 새 대통령과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거국중립내각의 책임총리가 과도정부를 이끌게 함이 죄없는 국민 모두의 생존과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존립을 지키는 최선의 길이라 보여진다.우리 겨레는 슬기롭고 용감했다. 유구한 역사의 고비마다 국난의 비상사태에서 의병과 독립군으로 목숨바쳐 나라를 지켰다. 동족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사에 유례없이 반 세기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고 경제적, 문화적으로 선진국 문턱에 이른 위대한 국민이다.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신명난 기백은 민족 고유의 정(情)과 한(恨)이 녹아든 국민가요 아리랑에 녹아있다. 아리랑의 우리말 가사는 버림받은 여인의 한을 표현하고 있지만, 한자로 풀면 깨달음을 향한 밝음과 기쁨을 담고 있다. 고난의 역사에 서린 한(恨)을 승화시킨 해원상생(解원相生)의 철학과 민족정기(民族精氣)를 아름다운 정(情)으로 노래한 아리랑 가락이다. "아리랑(我理朗) 아리랑(我理朗) 아라리요(我羅理曜)." 아리랑의 '아(我)'는 참된 나 '진아(眞我)'이고, '리(理)'는 통하는 이치이며, '랑(朗)'은 밝음 기쁨의 뜻이니 아리랑은 참된 나를 통하는 밝은 기쁨이 된다. 아리랑을 아리(我理)'랑(朗·기쁨)' 대신 아리(我理)'랑(郞·사람)'으로 풀면 참된 나의 이치를 통한 사람이 된다. '아리랑(我利郞)'으로 보면, 참 나, 대아(大我) 즉 세상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으로 이어진다.'아라리요(我羅理曜)'는 진아(眞我)를 펼치고 망라하여(羅) 통함으로(理) 빛이 난다(曜)는 뜻이다. '아리랑(我理朗) 고개(高介)를 넘어간다'는 것은 참 나를 향하여 깨달음의 높은 경계, 곧 피안의 언덕을 깨치어 넘어간다는 의미이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란 말은 참 나를 외면하고 사리사욕만 추구하는 자는 얼마 못가서 주저앉는다는 뜻이다. 지금 상처입고 신음하는 나라, 큰 나를 지키고 되살리기 위해 당파적 이해나 성급한 대권욕을 자제하고 대승적 견지에서 이 나라의 혼돈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 차제에 낡은 헌법 체제와 국가 근간을 개혁하고 급속 성장에 따른 양극화와 구조적 병통을 치유하기 위한 국민적 지혜를 모으자. 너와 나 여야없이 해원상생의 아리랑 노래를 함께 부르며 상처난 대한민국호를 일으켜 세우자. 자랑스런 홍익인간 민족정기를 되살려 참 나, 선진 대한민국을 향하여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자./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

2016-11-13 손수일

[월요논단]대통령 하야 후 60일

광화문의 함성 일부 정치인과기득권세력 동반퇴진 책임 물어야자칭 여야 대권후보들 예외 아냐부패세력 다시 권력 못 잡도록미래 대비하는 첫 출발점 돼야준비 안됐다면 불행한 역사 반복'하야, 탄핵, 제 2선'. 한치 앞이 어둠이다. 주말 저녁 회의장. 잠깐 나와 문자를 보냈다. '광화문은'. 즉각 현장이 전달된다. 쪽지도착을 알리는 신호음은 시도 때도 없다. 마음이 붕 떠있다. 일에 집중되지도 않는다. 몸은 인천에 있어도 마음과 눈은 광화문에 있다. 긴박하게 전달되는 소식이 사실인가는 다음문제다. 지난 4일에도 대통령의 대국민 생방송을 보기 위해 TV를 켰다. 문자가 왔다. '대통령 대국민성명서'. 시작 20분 전이다. 소식도 빠르다. 그러나 시작 2분전. 그 성명서는 가짜라는 전언이 다시 전해졌다. 온갖 상상력 역시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대통령을 향한 소식들이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다. 그래서 미래가 더 걱정이다. 대통령의 2선 후퇴. 그것은 거국내각을 의미한다. 향후 대규모 집회시위가 분수령이다. 거국내각은 여야와 대통령의 합의를 의미한다. 상황이 급박하면 결단은 빨라질 수 있다. 그것은 미래 권력을 위해, 여야의 이익을 위해, 시간을 확보하면서 이합집산을 하겠다는 뜻이다.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다.탄핵.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한다. 그러나 국회나 헌법재판소의 구성과 성향을 볼 때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탄핵이 진행되면 이해가 상충되는 국내외 세력들이 그 틈을 파고들 것이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갈등이 새로운 형태로 증폭될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다.하야. 머뭇대던 대권주자들조차도 앞 다투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존 권력과 기득권 세력의 시각에서 보면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다. 그러나 대통령의 잘못이 추가되고, 국민의 저항이 폭발적으로 나타날 경우 현실화 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는 검찰이 주요 혐의자들의 신병을 확보한지라 추가혐의를 입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헌정사의 시각에서 보면 '하야'가 가장 위협적이다. 하야는 대통령이 결심하면 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정작 청와대를 떠나는 박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할까. 물론 돌을 맞으면서 쓸쓸히 떠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때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례식 장면이 떠오른다. 역사의 평가와 무관하게 광화문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하던 국민들을 잊을 수 없다.만약 대통령의 하야가 현실화된다면 그것은 헌정 중단이라는 위기적 상황과 직결된다. 일부에서 회자되는 국지전 발발과 계엄이라는 음모론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이유다. 정작 하야하면 국민들의 정서가 어떻게 급변할 지도 걱정이다. 이미 37% 국민들이 2차 대국민사과문을 이해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어느 날, 대통령이 중대결단을 발표하면서 청와대를 떠난다면. 헌법에 따라 60일 이내에 선거를 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기득권 세력들이 후임자를 정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자리는 경제는 물론 외교와 국방 등에서 세계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하야는 바로 주요 국가들과 자본가 등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대표할 후임자가 정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80년 서울의 봄에서도, 87년 민주화 투쟁에서도 그 결과가 국민들의 희망과 다르게 나타났던 이유다. 광화문을 향한 거센 발걸음에는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대통령의 모습도 담겨져 있다. 그러나 기습적 하야가 이뤄지면 그것이야말로 또 다른 절망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허둥대면서도 대권후보들로 넘쳐날 것이다. 청산대상자들이 오히려 더 큰 목소리로 음모론을 내세워 국면을 전환시킬 수도 있다. 60일은 박 대통령으로 향했던 비판이 동정으로 바뀌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광화문의 함성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우선 일부 정치인과 기득권 세력들에 대해 동반퇴진과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자칭 여야의 대권후보들도 예외가 아니다. 책임져야 할 부패세력들이 철의 3각 동맹을 맺고 다시 권력을 잡지 못하도록 하는 일, 그것이 미래를 대비하는 첫 출발점이어야 한다. 대통령의 하야 후 60일, 과연 준비되어 있는가. 만약 대비하지 않는다면 불행한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6-11-06 김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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