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86세대에 대한 단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줄잇는 죽음

지금 바라는건 '민주 vs 반민주' 아닌정치 민주화에 '경제 민주화' 탑재민생정책에서 우위를 증명하는 것'극악 현실' 바꾸려는 사명감 있다면이전 정치인들과 다름을 보여줘야얼마 전부터 일명 86세대가 비판의 표적으로 떠올랐다. 나는 그네들이 386세대니, 486세대니 요란하게 스스로를 치장해 나갈 즈음부터 냉소를 보내고 있었다. 생물학적 연령으로 따지건대, 60년대 태어난 이들이 80년대에 대학 다녔던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 앞에 붙이는 30대, 40대라는 숫자도 그저 젊다는 사실의 강조일 뿐, 생물학적 연령의 조합에 불과한 의미 없는 명명일 따름이다.물론 명명이 작위적이라는 이유로 인해 냉소해 왔던 것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1980년대에 우리 사회는 민주화 측면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 당시 대학생들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겠으나, 노동계·종교계의 활동도 적극적이었으며, 시민들의 호응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런데도 30대가 된 학생운동권 출신들이 굳이 자신들을 386세대라 규정했던 까닭은 민주화 성과를 배타적으로 독점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네들은 어떠한 시대정신도 세대 규정 속에 담아내지 못했다. 예컨대 긴급조치와 맞섰던 정신을 담아낸 긴조세대라는 명명과 비교해보라. 86세대란 명명의 경박성은 이로써 명확해진다.70년대에 태어난 나는 90년대 상반기에 대학을 다녔다. 그때 술자리에서 많이 불렸던 노래 가운데 하나가 김호철 선생의 '잘린 손가락'이다. "잘린 손가락 바라보면서 소주 한 잔 마시는 밤, 덜컥덜컥 기계소리 귓가에 남아 하늘 바라보았네./ 잘린 손가락 묻고 오는 밤, 시린 눈물 흘리던 밤, 피 묻은 작업복에 지나간 내 청춘 이리도 서럽구나." 작업하다가 손가락이 잘렸는데 그저 소주잔으로 아픔을 달래야 하는 형편이라니. 노래를 부를 때마다 내심 다짐하였다. 이러한 현실만큼은 바뀌어야 한다, 바꿔야 한다.하지만 삼십여 년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노동현장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1일 충남 태안의 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씨가 컨베이어 롤러에 빨려 들어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올해 2월 20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는 이모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졌다. 당진제철소의 경우 2007년부터 2019년 2월까지 사고로 숨진 노동자가 30여 명에 이른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2017년 11월 9일에는 음료 공장으로 현장실습 나간 고등학생 이민호군이 기계에 끼여 숨진 일도 있었다. 충남 공주의 34살 비정규직 집배원 이은장씨가 과로로 돌연사하는 등 올해에만 집배원 노동자 아홉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비정규직의 죽음을 일일이 기록하자면 지면이 모자랄 지경이다.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지난 13일 전태일 동상 앞에서 다음과 같이 현실을 지적하였다. "전태일 열사가 노동하던 때보다 지금 현장에서 더 많은 사람이 죽어간다. 구조적으로 비정규직을 만들어놓고 부품 취급하며 갈아 끼운다." 그리고는 비판을 이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2년까지 산재 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현장에선 특별히 변한 것이 없다. 책임자 처벌도,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22개)도 이뤄지지 않았다. 벌써 이러면 앞으로 어떻게 죽음을 막을 수 있을까."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이 행렬을 이루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반민주 세력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이 땅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는 일말의 희망이다. 나경원이 조국보다 기득권을 훨씬 더 많이 누렸다고 아무리 강변해 보았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싹틀 리 만무하다. 지금 86세대에게 시급하게 요청되는 것은 민주 대 반민주 구도에 입각한 전면적인 진영 대결이 아니라, 정치 민주화에 경제 민주화를 탑재함으로써 민생 정책에서의 우위를 증명하는 작업이다. 극악한 현실을 변혁하기 위한 사명감이 권력욕으로 드러났을 따름이라는 알리바이가 확보될 때, 86세대 정치인들 또한 이전 정치인들과 변별되는 존재 의미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19-11-17 홍기돈

[월요논단]실패와 다른 시작

이제 검찰 개혁마저 흔적으로만 남아사회 상층부 이들의 막강한 힘에변죽 울리다 정치권력 논의로 사라져실패는 '더 큰 상처·과제'로 돌아와 불공정 이기려면 시민정신 회복해야사법 개혁은 이미 철 지난 노래가 되었다. 법원 개혁은 진작 끝났지만 이제는 검찰 개혁마저 그저 흔적으로만 남을 것이다. 그동안의 법조개혁 파동을 거치면서 뼈저리게 알게 된 것은 우리 사회가 너무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사실이다. 사회 상층부에 자리한 이들이 지닌 막강한 권력과 도저히 근접할 수 없는 그들만의 울타리가 이렇게도 강고하다니. 그에 비하면 조국 가족이 누렸다고 말하는 특권 따위는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이 사회는 법의 이름을 빙자한 기득권 사회며, 자본의 횡포를 법과 제도의 이름으로 지켜가는 사회란 사실을 잊고 있었다. 법이 지켜야 할 비례성의 원칙 따위는 고사하고, 이를 넘어 우리 사회의 공정성이란 결국 허상에 지나지 않음을 가슴 아프게 느끼게 된다. 공고한 대학 서열과 그 이후 얻게 될 사회적 권리와 이익에 비춰보면 단순히 대학 입시과정에서 공정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가. 여기에 기회의 평등이란 없다. 끝없이 확대되는 자본 불평등과 세습되는 자본주의 체제를 둔 채 결과의 정의를 말하는 것은 얼마나 헛된 일인가. 재벌에 대한 판결과 노동자에 대한 손배소 기소에, 임대료와 최저임금 논쟁 그 어디에 과정의 공정함이 자리하는가. 전관예우는 법조계뿐 아니라, 고위 관료들과 기업 임원을 비롯한 이 사회의 기득권층에는 변하지 않는 기본 사양이 아닌가. 공정을 말하는 그 입이 너무도 우습다. 검찰총장에게 개혁을 요구하는 대통령의 그 말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은 착시일까.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말하면 가짜 뉴스가 된다. 자본이 주는 한 줌의 풍요에 취해 그들만의 결탁과 독점을 보지 못한 탓이다.사법개혁은 변죽만 울리다가 곧장 그들만의 정치권력 논의로 사라진다. 사법개혁은 결국 울타리 안의 권력게임이 되었다. 정치권은 시민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그들의 이익을 위한 개혁을 말하다가 이제는 총선으로 관심이 쏠렸다. 무엇을 위한 정치권력인가. 검찰 개혁을 요구하면서 광장에 모인 시민은 민주당 유권자가 아니다. 착각하지 마시라. 우리는 검찰 개혁과 그를 위한 지지를 외쳤지, 정권 지지를 말하지 않았다. 당신들이 집권한 이후 대통령만 바뀌었다는 자조가 일부의 것인 줄 아는가. 있을 수 없는 광화문에서의 저 소리를 다만 수구꼴통의 외침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잘못이다. 퇴행적 행태 뒤에 숨어있는 일말의 절박함을 듣지 못하면 실패한다. 사라졌어야 할 저 소리는 왜 여전한가? 그들의 기득권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담대한 개혁이 정치적 결실을 맺을 것이다.실패한 개혁은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그 일은 더 큰 상처로 돌아오며, 실패는 새로운 반동을 불러온다. 마무리 짓지 못하면 더 큰 과제로 남는다. 이 과제는 오직 민주시민 만이 해결할 수 있다. 이 일을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는 민주시민으로 자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민주사회에서 권력은 시민에서 나오고 시민이 동의하지 않은 권력은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기억하자. 기억하지 않으면 비극으로 되풀이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을 넘어 시민이 되는 것은 우리가 도시민이기 때문이 아니라 시민정신을 지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자각하고, 그 공동체를 위해 참여하는 시민, 이를 위해 계몽되고 민주주의의 원칙을 행동으로 지켜나가는 이들이 시민이다.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삶을 조화시키면서 권리와 자유를 지켜내는 사람이 시민이다. 이를 위한 자각과 실천은 시민이라면 반드시 지녀야 할 덕목이다. 이것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심각하게 불공평한 이 사회의 희생자가 된다. 그 사이 우리는 미필적 고의의 가해자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한 배움과 자각은 물론, 그에 필요한 희생과 절제는 시민이 갖춰야 할 덕목이면서 또한 의무이기도 하다. 의무를 다하지 않는 곳에 권리는 있을 수 없으며, 희생 없이는 어떠한 고귀한 가치도 얻을 수 없다."개 돼지 민중"이 되지 않으려면 맞서 일어나야 한다. 맞서기 위해서는 자각해야 하며 투신해야 하며 그에 걸맞게 희생해야만 한다. 법을 가장한 기울어진 운동장, 제도를 빙자한 불평등, 체제 안의 불공정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시민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개혁은 이제 시작이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9-11-10 신승환

[월요논단]중국의 BATi와 토론토 그리고 인천의 AI

中, 2030년 모든 AI분야 최고 꿈꿔관련 특허 출원·논문수 '세계 1위''인천형 AI시대' 만들기 위해선인력 양성·연구소 파격적 지원슈퍼클러스터 구축에 힘 모아야'인공지능(AI) 정부가 되겠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인공지능 콘퍼런스에서 강조한 말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역시 AI의 출발점인 '데이터 3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데이터 3법으로 불리는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정책 전환에 필수적인 법률이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도 4대 혁신성장 분야에 올해보다 50% 증액된 15조9천억원, AI와 데이터 등에 6조7천억원을 투자한다. 그렇다면 인천은 AI사업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을까. 스마트 산단으로 선정된 남동산단에는 7천여개의 기업 중 80%가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업이다. 2020년부터 4년간 총 5천76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여, 융·복합 신산업 스마트산업단지로 조성한다.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1천개와 AI, IoT, 빅데이터 등의 시스템 구축에 495억원을 투입한다. 하지만 AI시대로 성큼 나아가야 할 시점에 검찰은 AI를 적용한 '타다'를 불법으로 기소했다. 녹슨 잣대로 미래를 막아서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일본의 수출금지, 미국의 관세 장벽을 보면서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타다'를 불법으로 판단하는 시각에는 AI시대를 어떻게 선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다.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은 법제도와 정책의 문제로 풀어야 할 사항이다. 검찰이나 법원이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직업과 기업들이 기술변화에 의해 사라졌다. AI와 로봇 시대는 더 가혹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AI와 빅 데이터 그리고 로봇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사활을 걸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가공할 미래를 예감하기 때문이다. IMD가 지난 9월 발표한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은 세계 10위이다. 지식, 기술, 미래준비, 로봇 등 종합평가에서 작년보다 4단계나 상승했다. 세계 1위는 미국이고, 싱가포르가 2위이다. 하지만 각국의 구체적인 AI 전략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중국은 2030년에 모든 AI 분야에서 최고를 꿈꾼다. AI를 둘러싸고 기존 업계와 이해관계가 갈등과 충돌로 이어지는 우리 현실과 다르다. 바이두는 자율운행, 알리바바는 스마트시티, 텐센트는 의료, 아이플라이텍은 음성인식에서 중국 정부가 선도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BATi(Baidu, Alibaba, Tencent, iFLYTEK)로 불리는 이들은 미국의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와 13개 분야에서 전쟁 중이다. 중국은 작년 10월 기준으로 AI 관련 특허출원과 논문수가 세계 1위이다. 미국보다 많은 7만6천876건이다. AI 관련 논문 53%가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발표되었다. 바이두는 3년 내 AI인재 10만명의 육성계획을 발표하였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한국의 AI인재의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과 인재교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과거의 중국이 아니라는 것을 AI 전략에서 보여주고 있다. 정부도 인천시도 AI 시대의 선두가 되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인천형 AI 시대를 열기 위해 캐나다의 AI 슈퍼 클러스터인 토론토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토론토대·힌튼·10개 핵심연구기관·210개 스타트업기업·구글·삼성·우버로 상징된다. 그곳에는 딥 러닝의 창시자인 토론토대 힌튼(J.Hinton) 교수가 있다. 캐나다 정부는 AI인력 양성과 연구소 지원에 파격적이다. 해외 고급 인력의 취업비자는 2주 내 나온다. 13개의 투자회사가 기술상용화를 지원하고, 산학연이 상호협동하고 있다. 중국의 BATi와 토론토는 인천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말하고 있다. AI 시대를 선도하지 못하면 교육도 일자리도 경제도 암울하게 된다. 일본은 올해 인간중심의 AI 사회원칙을 발표하였다. Society 5.0의 AI-Ready를 내세워 산업구조와 사회시스템에 대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에 예속되는 가혹한 미래를 막기 위해서도 AI 시대를 선도하는 강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 시와 기업 그리고 대학 등이 함께 AI 슈퍼클러스터 구축에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9-11-03 김민배

[월요논단]알릴레오를 어떻게 봐야 하나?

1인미디어 유튜브든 기존 언론이든영향력 걸맞은 책임요구 받는것 당연1967년 함석헌의 '언론 게릴라전'전통적 취재문법 벗어나지 못하는 2019 언론 공정성·윤리 재검토 필요오래전 일이다. 1967년 당시 박정희 정권에 통제되지 않았던 동아일보마저 '신동아 사건'으로 흔들리면서 신문기업이 정권의 영향력에 편입됐고 한때 일간지를 능가하는 판매부수를 기록하기도 했던 종합잡지 '사상계'도 철저한 탄압으로 위기에 직면했었다. 종교언론인 함석헌은 국가권력의 대항언론에 대한 탄압이 본격화되고 미디어가 시장의 논리에 지배되기 시작하자, 이제 대규모 미디어는 비판언론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파악하고 소규모 언론을 중심으로하는 '언론의 게릴라전'을 제안했다.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공영방송과 신문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자 기존 언론 대신에 새로운 대안언론들이 정치·경제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성급한 주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에 뉴스타파 등 대안언론이 등장했다. 당시 대안언론의 주력은 지상파방송이나 신문에서 일했던 기자나 피디였다. 그들은 공영방송과 신문에서 훈련된 철학과 문법으로 콘텐츠를 제작했다. 2012년, 2017년 대선에서는 정부가 공영방송을 통제하는 상황에 있었다. 팟캐스트 등 대안언론이 기존 언론과 결이 다른 콘텐츠로 상당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최근 구독자가 100만 명 넘는 유시민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가 관심과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알릴레오가 기존 언론의 역할을 대신하여 언론과 검찰이라는 우리 사회의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리란 기대가 크다. 1인 미디어가 기존언론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도 있다. 알릴레오는 기존 언론이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팩트 체크 기능뿐 아니라 여론조사보도나 한국 언론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짚어보고 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의혹보도를 팩트 체크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이 강화됐다. 알릴레오 방송이 계기가 되어 전통적인 미디어가 인터뷰 대상의 진술 중 일부 내용을 선별적으로 강조해서 진실을 오해하게 하고 검찰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취재 관행이 집중적인 비판을 받게 됐다.알릴레오는 10월 8일 방송에서 조국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 인터뷰를 KBS 법조팀이 보도하지 않았고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알려줬다고 문제제기했다. KBS 법조팀은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고 팩트 확인을 위해 검찰에 일부 내용을 문의한 적은 있다고 반론했다. 알릴레오는 인터뷰 관련 기사가 원래 취지와 다른 것이고 검찰에 팩트를 확인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재반론을 펼쳤다. 10월 15일 'KBS 범조팀 사건의 재구성'이란 라이브 방송에서는 내부 온라인 게시판에 올려진 KBS 사회부장의 입장문을 중심으로 KBS 취재윤리를 지적했다. 또 이 과정에서 참여 패널의 성희롱 발언이 문제가 됐다. 10월 18일 '알릴레오-언론개혁 임파서블'편에서 자산관리인이 KBS 인터뷰 이후 JTBC와 접촉했지만 실패했다는 발언을 했다. JTBC는 21일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냈고 알릴레오 제작진은 유 이사장 발언에 착오가 있었다고 밝혔다.알릴레오 라이브방송 중 성희롱 논란과 일부 주장의 오류는 기존 언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결국 우리 언론과 조국 전 장관 관련 취재윤리에 대한 문제제기를 희석시키는 결과를 빚었다. 유튜브 라이브방송의 한계가 드러났다. 기존 언론에 요구되는 수준의 팩트 체크 기능을 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1인 미디어든 대안언론이든 영향력에 걸맞은 윤리와 책임을 요구받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정권의 언론통제와 미디어시장의 변화를 반영하여 새로운 대안언론이 필요했던 1967년 상황과 같이. 출입처 등 전통적인 취재문법과 취재윤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존언론이 제 기능하기 어려운 미디어환경을 반영해서 몸이 가볍고 적극적인 공정성을 추구하는 1인 미디어, 유튜브 언론시대가 열릴 것인가? 아니면 기존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까 1인 미디어가 주목받는 것은 아닐까? 어떤 경우라도 언론보도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일부 진영의 정치 지지자들의 반응이라고 정리하기엔 기존 언론보도의 문제는 심각하다./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2019-10-27 이용성

[월요논단]돼지 이야기

돼지열병 감염원·경로 '불명확'가축전염병 '방역·살처분'만 반복 2010년 구제역 이야기 담긴 그림책'공장식 축산' 근본적 문제 지적해'동물복지 농장' 전환 확대 노력을열흘 동안의 라오스 학교도서관만들기 프로젝트를 끝내고 인천공항에 도착해 강화도까지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그런데 행선지를 말하고 나니 왠지 썰렁한 기운이 감돌았다. 택시기사님께서 "강화도는 좀 꺼려지니 택시비를 조금 더 달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기사님 말은 그사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고 초지대교 입구에 소독시설이 설치되어 있는데, 여기를 지나면 자동차에 소독약이 뿌려지면서 차가 지저분해져 지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막상 강화도에 들어와 보니 초지대교에 설치된 방역시설 외에는 그 어떤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평범한 일상들로만 보였다.아프리카돼지열병은 1910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발병하여 유럽을 거쳐 마침내 우리나라까지 온 바이러스로 돼지들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다. 우리나라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된 것은 불과 한 달 전인 9월 17일께로 경기도 파주, 연천에 이어 김포와 강화도까지 번졌다. 이 전염병균은 백신도 치료제도 없을 뿐 아니라 돼지와 돼지류에 급속하게 번지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치사율이 거의 100%라고 한다. 그래서 정부는 가능한 남쪽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자 감염지역의 모든 돼지들을 '살처분' 했다. 강화도도 마찬가지로 강화도에 살고 있는 모든 돼지는 살처분됐고 심지어 애완으로 키우는 돼지가 한 마리 있었는데, 그 돼지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감염 경로를 야생 멧돼지로 보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감염원과 감염경로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야생멧돼지 실태를 관리하는 환경부도 가축전염병관리를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도 방역을 실시하는 시·도와 시·군·구 등 지자체도 명확한 원인분석도 없이 일단은 바이러스성 아프리카돼지열병을 퇴치하고자 방역과 살처분으로 전파경로를 차단했다. 문제 발생 후, 우선적으로 전파경로를 차단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한 일인데 문제는 그다음 단계가 없다는 것이다. 살처분으로 전파경로만 차단하고 나면 모든 문제가 종료되는 것일까?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종료된 후 또 다른 가축 전염병이 생긴다면 발등에 떨어진 불 끄듯 방역과 살처분을 반복할 것인지? 과연 그것이 최선의 근본적인 해결 방법인지?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가축 전염병의 근본적인 원인과 사육 환경, 나아가 동물복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무차별 살처분된 돼지들을 생각하며 그림책 '돼지 이야기'(유리 지음/이야기꽃 출판)를 펼쳐본다. 이 그림책은 2010년 겨울에 발병한 구제역이라는 질병으로 돼지들이 대량 살처분 되었던 이야기와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에 대해 말하고 있다. 돼지는 원래 흙 밟기를 좋아하는데, 인간의 편의에 따라 공장식 축산으로 평생 콘크리트 위 쇠창살에 갇혀서 살게 된다. 몸도 움직일 수 없는 좁은 우리에 갇혀 살면서 많은 질병에 노출되고, 바이러스에도 쉽게 전염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염병이 한번 돌게 되면 대량으로 살처분 되는데 그날이 돼지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 외출이 된다. '그 뒤로 몇 년이 지났지만 돼지들의 세상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로 끝을 맺고 있다. 몇 년 전에도 '살충제 계란 사태'로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들이 대두되었다. 그 후에도 여전히 많은 동물들이 동물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되는 것은 최근 마트에 가면 '동물복지인증마크'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동물복지 인증제도란 농장 동물이 본래의 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육환경을 제공하고 스트레스와 불필요한 고통을 최소화하는 등 농장동물의 복지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물복지법의 기준에 따라 동물을 사육하는 농장에 대해서 국가가 인증하고, 인증 농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에 '동물복지인증마크'를 표시하고 있다. 아직은 동물복지 인증 농장의 수가 적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동물과 인간이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정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대규모 공장식 축산 농가가 동물복지 축산 농장으로 바뀔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축산 농가는 궁극적으로 건강한 사회를 위해 동물과 사람에게 건강한 사육환경을 선택해야 하고 소비자는 일반 상품에 비해 다소 비싼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동물의 복지가 보장된 제품을 선택하는 안전하고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겠다. 인간은 생태계의 일부이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유기적인 관계 속에 있음을 기억하고 사람과 동물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겠다./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9-10-20 최지혜

[월요논단]A급 전범 사사카와 료이치와 연세대의 아시아연구기금 그리고 류석춘

ICSA, 위안부문제 부정 日극우단체설령 포섭된 학자들 주장일지라도기금·수혜관계 투명하게 밝혀져야유력인사 연루됐어도 멈춰선 안돼보편적 인권가치 지켜져야하기 때문"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이 아니다.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었다."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망언을 쏟아내었다고 한다. 소식을 들었을 때 그러려니 했다. 그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아시아연구기금 사무총장을 역임한 인물이 아니었던가. 류 교수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이를 마녀사냥으로 규정한 '류석춘 교수의 정치적 파면에 반대하는 연세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 일동' 명의의 대자보가 붙었을 때도 그럴 만하다고 여겼다. 1995년 아시아연구기금을 유치하여 지금까지 뚝심 있게 운영하고 있는 학교가 연세대이기 때문이다. 유치 당시 설치기금은 100억원 가량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아시아연구기금을 출연한 단체는 일본재단(Nippon Foundation, 사사카와재단)이고, 일본재단의 설립자는 사사카와 료이치(笹川良一)다. 사사카와 료이치는 '가미카제 특공대'를 창안하고 국수의용항공대를 창설한 인물이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A급 전범으로 3년 간 수감되었던 그는 이후 재력을 축적하여 1962년 사사카와재단을 설립하였다. 이후 사사카와 료이치는 재단을 통하여 세계 유수 대학에 기금을 제공하면서 일제의 전쟁 범죄를 미화시키는 한편, 일본 역사의 왜곡을 조직적으로 지원하였다.일본재단의 기본 성향은 1997년 결성된 일본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과의 관계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새역모는 일제의 근대 침략사에 대해 반성하는 자국 역사학계의 경향을 자학사관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극복하겠노라고 조직된 단체다. 물론 그 극복이란 일본 극우파 논리의 마련 및 확산이다. 당시 사사카와재단은 새역모의 자금줄 역할을 담당하였고, 현재 일본재단의 이사장 사사카와 료헤이(笹川陽平, 사사카와 료이치의 3남) 및 평의원들은 여러 방면에서 극우적 발언을 공공연하게 쏟아내고 있다. 일본재단 평의원이 새역모 정신을 이어가는 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침략전쟁을 긍정하는 새역모 관련 역사교과서는 2001년 채택률이 0.039%에 불과했으나 2013년을 지나면서 70%를 넘어섰다고 한다.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에 한국의 새역모로 평가되는 뉴라이트가 출현하였다. 새역모와 뉴라이트는 그만큼 역사 해석의 관점이 유사한데, 류석춘도 뉴라이트의 일원이다. 뉴라이트는 새역모가 그러했듯이, 근현대사 해석을 둘러싸고 전복을 시도한다. 여러 학자의 글을 모은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책세상, 2006), '반일 종족주의'(미래사, 2019) 그리고 박유하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뿌리와이파리, 2013)는 그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새역모의 뒤를 이어 한국에서 뉴라이트가 출현한 것은 우연일까. 그에 앞서 진출하여 학계에 살포되었을 사사카와재단의 연구기금과는 과연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일까. 아시아연구기금을 누가 받아갔는지 내역은 알 수 없으나, 나는 이러한 합리적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물론 아시아연구기금을 받고 일본 극우의 입장에 입각한 글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할 말이 있을 터이다. 연구비는 연구비일 따름이며, 연구는 그와는 별개로 학문의 자유에 따라 진행한 것이라는 주장. 즉 학문의 자유를 방패삼으리라는 것이다.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의 논리 구조가 그러하지 않던가. 그는 일본 극우단체 ICSA로부터 제안과 지원을 받아 UN 인권이사회에 나서서 "일본의 강제징용은 없었다"고 발표하였다. 배경이 드러나자 그는 "일제 강점기 한국인 노무자들이 합법적으로 평등하게 일했다는 건 학문적 판단이고 소신"이라고 밝혔다. ICSA는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 극우단체다.설령 아시아연구기금에 포섭된 학자들이 그리 주장할 지라도 우선 연구기금과 그 수혜를 받은 학자들의 관계는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진정으로 심각하게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면, 류석춘 교수 파면을 요구하는 연세대 재학생·졸업생들은 아시아연구기금의 운영 내용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한편, 아시아연구기금의 해체 주장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청와대에서 중용하는 유력 인사가 아시아연구기금에 연루되어 있더라도 그러한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정치 지형을 떠나, 민족 경계를 넘어 보편적인 인권 가치는 아무리 시간이 흐르더라도 존중받고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19-10-13 홍기돈

[월요논단]또 다른 기회

최우선 과제 '검찰개혁' 자명한데왜 그 사실을 두고 대립하는 걸까숙제 안하고 푸는 방법 싸우는 꼴정치인이 못하니 또 '촛불든 시민'이 찬스 놓치면 정치 퇴행 불가피지금 이 순간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검찰개혁에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실질적으로는 법에 의해 다스려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가깝게는 87체제 이후 법을 독점해왔던 특정 집단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진작에 의제화되었어야 했다. 너무 늦은 숙제를 지금 마주하고 있다. 이런 인식은 광화문에서든 서초동에서든 일관되게 확인되는 사실이다. 그런데 왜 그 자명한 과제를 두고 대립하는 것일까. 문제는 도덕과 법, 정치란 범주를 혼동하고, 숙제에 집중해야 할 때 숙제를 푸는 방법으로 다투기 때문이다. 지금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이 개혁임에도 숙제하기 싫은 학생은 연필 탓을 한다. 그러고 보니 연필이 못나기도 했고, 흠집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숙제를 미룰 수는 없지 않은가. 다른 연필 운운하는 순간 숙제할 시간은 지나간다. 범주오류에 빠지지 말자. 개혁해야 할 때는 개혁을 말하고, 품성을 말할 때는 품성을 논의하자. 이번 사태로 계급문제가 불거졌고, 세대 간 불평등이 문제라고도 말한다. 이 논의에 끼지도 못하는 이들이 문제라고 외치기도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무리 옳은 말도 잘못된 자리에서 잘못된 방식으로 외치면 거짓이 된다. 해방의 외침 100년과 정부수립 70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의 체제 전체를 되돌아보고 새롭게 방향을 정립하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장기과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한 사회가 성립된 지 100여 년을 향해 가면 당연히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교육과 사회 시스템, 경제와 법체제, 언론과 문화 환경을 되돌아보고 나아가야 할 미래를 향한 전망을 되새기는 일은 너무도 중요한 과제다. 가장 중요한 이런 전망을 위해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 그 토대가 이른바 적폐 청산이며, 사법개혁을 비롯한 최소한의 개혁이지 않은가. 지난 정권에서 비롯된 수많은 문제를 얼마나 해결했는가. 100년 이후 우리 사회를 위한 전망은 무엇인가. 그 논의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3년 전 촛불을 들었을 때는 다시는 이렇게 모이지 않아도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왜 또다시 시민을 광장으로 불러내는가. 당신들이 개혁해야 할 때 개혁하지 못한 탓을 지금 우리가 치르고 있다. 다시금 기회를 주고 있지 않은가. 담대하게 개혁해야 한다고, 연필 탓은 잠시 접어두고 당장 해야 할 숙제라도 마쳐라! 우리 정치는 대의 민주주의를 표방한다. 이 체제는 시민의 정치적 의사를 재현하는 데 있다. 그런데 직업정치인들은 얼마나 시민의 뜻을 재현했는가. 약속으로서의 공약이 빈껍데기 공약이 되는 순간 정치는 배반으로 흘러간다. 수없이 목격하는 배반에 진절머리가 난 시민이 또다시 모였다. 광장의 시민은 한결같이 직업으로서의 정치적 타산을 따지지 말고 숙제를 끝내라고 외친다.국회를 점령한 반개혁세력이나 언론 때문이라고 변명하거나, 관료들이 버티고 있어 그렇다고 탓을 돌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들과 별개로 개혁과제를 맡은 당신들은 얼마나 이 숙제를 진지하게 수행했나. 아무런 개혁도 이뤄진 것이 없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교육개혁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은 누구라도 알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 잘못된 대학체제부터 바꾸자고 하더니, 대학문제는 지난 정권보다 더 심각해졌다. 잘못된 경제구조와 재벌개혁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소상공인, 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신음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사법농단도, 종편을 비롯한 언론 개혁이나 가짜뉴스와 혐오를 쏟아내는 언론 환경도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그동안 무엇을 하셨기에, 또다시 이렇게 모여 외쳐야 하는가. 좌면우고하지 말고 담대하게 개혁하시라. 이 기회를 놓치면 정권은 반개혁 세력에게 돌아가고, 정치는 심각하게 퇴행할 것이다. 전쟁을 앞두고 장수의 옷가짐 따위로 힘을 빼지 마시라. 검찰개혁이 울타리 안의 권력 싸움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촛불 든 손을 빌려 당신들의 정략적 이익을 채우지 마시라. 시민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다시금 냉소의 시대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담대하게 개혁하시라. 어쩌면 마지막 기회를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담대하지 않으면 한없이 몰락한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9-10-06 신승환

[월요논단]글로벌 도시의 품격과 영빈관

외빈에 대한 예우·업무측면 수월관사없는 광역단체장 인천등 8곳'메카'로서 새로운 개념 고민 필요각국 영사관·문화원 설치 적극추진세계를 향한 '교두보 역할' 삼아야'글로벌, 해양, 역사, 평화, 항만, 주택, 균형, 행복, 건강, 시민'. '2040 인천도시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참여한 시민계획단이 선정한 인천의 미래 키워드이다. 현재 인천시는 시민이 원하는 미래를 만들자는 목표 아래 새로운 방식으로 도시계획의 밑그림을 만들고 있다. 물론 전문가들도 참여하지만 과거의 톱다운 방식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6개의 생활권역별로 미래상과 핵심전략들이 제안되고 있다. 시민들이 상호소통하면서 지혜를 모아가는 집단지성의 모델이다. 제안 가운데 일부는 도시기본계획의 성격상 반영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원하고, 고민했던 것들을 미래의 비전으로 설정하는 과정은 매우 뜻깊다. 도시는 시민들의 참여 정도와 행동하는 수준에 따라 발전하고 변화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시민들이 제시한 글로벌 도시란 무엇인가. 인천시는 2030년을 기준으로 세계 20위 수준의 도시브랜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표로서 도시주택, 교통물류, 안전환경, 복지의료, 산업경제, 교육, 문화관광 등 분야가 세계적 수준에 도달할 때 가능한 일이다. 인천에 대한 이미지와 시민들에 대한 평판도 역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 시작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곳에서 찾아야 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IMF 당시 최기선 시장의 결단으로 인천시장 관사는 현재의 역사자료관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 일제 강점기의 부윤관사와 과거 시장 관사의 활용계획이 다시 초점이 되었다. 원도심의 재생과 문화관광의 거점이 되는 지역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재평가하자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시장관사나 영빈관의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그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선 역시 곱지 않다.물론 자치단체장을 역임한 분들은 투자유치나 외빈을 맞이할 독립된 공적 공간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호텔이나 식당보다 영빈관이나 공관이 상대방에 대한 예우와 업무 측면에서 볼 때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직의 자치단체장 중 누구도 선뜻 나서지를 못한다. 관사를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 때문이다. 현재 17개 광역시·도 단체장 중 독립된 관사는 서울과 부산 등 7곳, 아파트 관사는 2곳, 관사가 없는 곳은 인천 등 8곳이다. 그러나 2040년에도 지금과 같은 모습이어야 하는가. 베이징에서 지방정부의 고위공직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런데 약속장소가 그 공직자가 속한 지방정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호텔이었다. 당연히 요리와 차는 자기 지역의 특산품임을 강조했다. 의전과 보안 그리고 지역 홍보를 위해서 베이징에서 일종의 영빈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특수사정도 있겠지만 뜻밖의 환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시장이나 기관장이 독점하던 부정적인 관사개념을 넘어 인천을 알리는 메카로서의 새로운 개념의 영빈관 모델을 고민할 때가 되었다. 품격에 어울리는 의전과 식사 그리고 숙소는 대통령과 같은 정상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대화는 물론 머무는 곳이 어디인가에 따라 공식 업무와 비즈니스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인천에는 서울에 없는 바다와 섬들이 있다. 시립 미술관과 박물관도 새롭게 추진되고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상대국가에 대한 차원이 다른 예우와 환영은 영빈관에서 시작된다. 워싱턴의 블레어 하우스(Blair House), 베이징의 댜오위타이(釣魚臺), 도쿄의 아카사카 이궁(迎賓館赤坂離宮)의 명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국제적인 도시가 되려면 상대방의 음식과 생활관습, 문화와 역사, 종교와 이데올로기 등에 대해 배려하는 품격이 수반되어야 한다. 과거 인천에는 각국의 영사관들이 있었고, 국제무대의 중심지였다. 현재 부산에 5개, 제주에 2개, 광주에 1개의 영사관이 있다. 각국의 영사관이나 문화원의 인천설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때다. 인천이 세계적인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그 특성을 알리는 발신지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113개국의 상주대사와 23개의 국제기구 등 수많은 국내외 관련자들이 인천공항을 오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출입국 전후에 어떻게 이들과 교류하고 연계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지 않고 있다. 관사가 아니라 인천다운 영빈관을 만들어, 세계를 향한 교두보로 삼을 때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9-09-29 김민배

[월요논단]조국 장관 관련 단독보도, 문제 많다

한달간 14개 신문·방송 286건 달해정보출처, 검찰·업체·병원 등 다양특종경쟁 매몰돼 '의혹'만 던져줘직접취재·팩트·논리적 제시 필요진실추적 의무 소홀 뉴스 자제해야'조국 정국', '조국 블랙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모든 이슈를 조국 장관 후보자의 검증보도, 가족보도가 빨아들였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수십만 건의 기사를 쏟아 냈다는 조국 관련 보도는 우리 언론에서도 보기 드문 사건이었다. 조국 장관과 가족들이 현미경 검증취재를 받아야 하는지는 차분히 따져 봐야 할 문제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임명됐지만 언론은 여전히 조 장관과 가족에 대한 전례 없는 보도를 계속 하고 있다. 검찰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조국 장관과 가족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일이 전례가 없었고 언론보도는 그것을 반영한 것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이미 조국 검증 보도는 넘치고 있었다. 검찰이 범죄 혐의가 있는 사안을 수사하고 언론이 장관급 공직자의 정책 전문성과 도덕성에 대한 검증을 하는 일은 당연하다. 그러나 검찰과 언론, 정당의 관계망 속에서 양산되는 조국 보도는 우리 언론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조국 장관에 관련된 '단독보도'가 특히 문제이다. 단독보도 열풍은 신문, 방송을 가리지 않는다. 공영방송도 단독보도 열풍에 한 몫하고 있다. 시민언론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미디어모니터 결과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9월 9일까지 7개 종합 일간지의 조국 관련 단독 보도가 185건이나 됐다고 한다. 방송도 단독보도가 100건이 넘었다고 한다.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신문과 관련 종편들이 압도적이었지만 다른 매체들도 적지 않은 단독보도를 쏟아냈다고 한다. 모니터대상 14개 신문·방송에서 한 달간 286건이 넘는 단독 기사를 냈으니 하루에 10건씩 내놓은 셈이다. 단독보도의 정보출처는 신문은 자유한국당과 검찰, 방송은 검찰과 자유한국당이 많았다고 한다.21일 나온 조국 관련 단독보도 몇 가지를 살펴봤다. [단독]추석 전 입원 후 퇴원… 병실 홀로 쓰며 '쉬쉬', '[단독]"정경심 처음 봤다"던 병원장은 서울대 동기였다", [단독] "5촌조카, 정경심에 '2차 전지공장 가보자'", "단순 투자자 아냐", [단독]"투자처 모른다"던 정경심…"주가도 챙겼다" 등이었다. 정보 출처는 검찰, 업체 내부 관계자, 병원 관계자 등이었다. 언론 기사를 통해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사안에 대한 진실이지 의혹이 아니다. 한 달이 넘게 조국 장관과 관련된 의혹이나 부족한 팩트를 근거로 가능성만 던지는 기사를 만나야 했다. 물론 의혹이 꼬리를 물고 등장해서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독보도'의 이름으로 속보와 특종 경쟁에 매몰되어 진실이 무엇인지, 거짓은 무엇인지 사안을 깊이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 계속 의혹만 던져주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게 하고 의혹으로 덮어버리기 위해 사실들을 서로 연관시키는 보도 방식이 조국 장관과 버닝썬 관련 의혹 단독보도에서 드러나고 있다. 또 사실을 선별해서 인과관계를 암시하는 방식의 단독보도도 눈에 띈다. 단독보도들이 '단독'의 가치와 권위를 갖추고 있을까? 독자와 시청자의 눈길을 끌어당기고 디지털 뉴스 시장에서 눈에 띄기 위해 갖춰지지도 않았는데 단독보도가 남발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뉴스 가치가 큰 단독보도도 있다. 지역언론의 단독보도는 흔히 묻히곤 한다. 그래서 2016년에 다음뉴스에 의미 있는 단독보도가 검색어 기사(실검기사)에 묻히는 것을 막기 위한 '단독기사 섹션'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단독보도엔 '직접 취재 좀 해라', '팩트가 없다',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댓글이 달리곤 한다. 이제 검찰이나 정당의 정보를 받아쓰기하고 진실추적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단독보도는 자제해야 할 것이다. 2013년 6월 16일 KBS '미디어인사이드'는 "사회 이면에 숨겨진 진상을 파헤쳐 사회의 변화를 이끈 기사야말로 단독 기사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언론사보다 조금 더 빨리 보도하거나, 사회적 파장조차 없는 허울뿐인 단독기사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허울뿐인 단독보도는 인터넷에서 수익구조와 맞물려 있는 이용자 유인의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단독보도의 남발은 포털이 지배하는 인터넷뉴스 시장과 소셜미디어의 전파 속도에 압도되어 진실 추적의 사명을 잊어가는 우리 언론의 모습일 것이다./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2019-09-22 이용성

[월요논단]느리게 걸어가자

문명의 이기들 편하고 필요하지만얽매여 살아 정작 중요한것을 잃어인터넷 없이 살고 종이·연필 쓰며걸어서 마트가기·채소 키워먹기…소소한 일로 삶은 더 단단해질 듯도서관 사무실이 새로 지은 옆 건물로 옮겨가면서 인터넷 이전 신청을 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에나 가능하다고 하여, 인터넷 사용이 필요할 때면 이전 건물을 왔다갔다 하면서 업무를 봤다. 불편했지만 일주일 정도는 참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일주일 후 인터넷을 이전 설치하러 온 기사는 기존에 사용하던 인터넷 선로를 사용할 수 없고 대규모 공사가 필요하니 다른 담당자를 연결해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가버렸다. 대규모 공사라는 말에 당분간은 인터넷을 편하게 사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런데다 때마침 태풍 링링이 왔다. 강화도 전역은 정전되었고 빠르게 복구된 곳도 있지만 우리 마을은 6시간 정도 정전이 이어졌다. 정말 무인도에 고립된 느낌이었다. 막막한 상황에서 전화도 불통이 되었다. 전기, 인터넷, 전화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은 인터넷도 전화도 없던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처음 맞닥뜨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도서관 프로젝트로 매년 방문하고 있는 라오스 오지에서도 이런 경험은 하지 못했었다. 어둠 속. 익숙하고 편리한 문명들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무심코 '커피라도 한잔 마셔야겠다.' 생각하고 일어섰으나 그것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에서 멍하니 앉아있으니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됐다. '이런 상황이 길어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나는 제일 먼저 무엇부터 해야 할까?'… 이런 생각들을 이어가다 보면 더 답답해질 것 같지만 의외로 알 수 없는 해방감 같은 것도 느껴졌다. 문명의 이기들이 우리에게 편리함을 안겨주고 있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거기에 얽매여 살아가며 정작 진짜 중요한 것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정전과 통신 두절 속에 잠시 머물면서 그림책 '숲으로 간 사람들/안지혜 글·김하나 그림/창비'을 떠올리게 됐다. 도시의 대형마트에서 비닐봉지 한가득 음식을 구매해 와서 전자레인지에 데워먹고 밤새 컴퓨터 게임을 즐겨 하던 이들이 인터넷도 전기도 수도도 없는 숲으로 가서 살게 된 이야기이다. 그들은 직접 물을 길어와 장작불을 지펴 밥을 짓고 텃밭에서 채소를 뜯어 반찬을 만들고 나무를 깎아 만든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다. 도시에서 편리하게 살던 그들이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건 이후, 산과 바다가 오염되고 사람과 동물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는 것을 보고는 당장 전기 사용을 중단하겠다는 결심으로 숲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전기랑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집에서 사는 게 자랑'이며 '겨울에는 물이 꽁꽁 얼어서 불편할 때가 많지만 온 세상이 하얗고 고요해서 무척 아름답다'고 말한다. 집안을 둘러보면 컴퓨터를 시작으로 핸드폰, 전기포트, 청소기, 세탁기 등 많은 전자 제품들을 사용하고 있다. 이 중 한 가지만 없어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이런 흐름 속에서 아직도 육필 원고를 고집하는 작가들이 있고, 그림책 속 주인공처럼 숲으로 가는 사람들이 있고, 일상생활 속에서 전기나 화학물질을 적게 쓰면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공유하는 모임들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 마을에도 생활 속 적정기술을 함께 나누는 카페가 생겼다. 우리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간단히 만들어 사용하고 에너지와 화학용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 같다. 이번 링링과 함께 온 정전과 통신 장애를 겪으면서 '일상생활에서 전기나 통신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아간다면 어쩌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시작되었다. 일단은 컴퓨터 자판보다는 종이와 연필 사용을 많이 하고, 일주일에 하루는 인터넷 없이 지내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마트에 갈 때는 걸어가기, 텃밭에서 채소 키워먹기 등등 가볍게 시작해보기로 했다. 아주 소소한 일이지만 우리 손과 몸을 움직이며 느리게 걸어가는 생활 방식이 조금씩 우리 삶을 단단하게 채워 주리라 기대한다. 인간이 만든 굴레에서 벗어나 때로는 침묵과 고독, 느림 속에서 서두르지 않고 흔들림 없이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야겠다./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9-09-15 최지혜

[월요논단]조국 논란을 바라보는 한 기회주의자의 한탄

몇주간 찬반 명확히 갈려 '격렬논쟁'딸의 대학입학과정 '옹호 VS 분노'모두 옳아 입시체제·정책 손질 필요각종의혹 견딜만한 사람 얼마나될까정치는 최악 선택 피할 수밖에 없다지난 몇 주간 어느 자리를 가든지 온통 조국 얘기였다. 어디서든 찬반이 명확히 갈려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그런 와중에 나에게도 파편이 튀곤 하였는데, 파편이 날아든 방향은 언제나 두 갈래였다. 한 가지는 너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물음이었는데,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나로서는 그 물음이 어느 편인지 밝히라는 요구로 느껴지곤 했다. 여기에 대해서 나는 은근슬쩍 미끄러져 빠지는 방식을 취했다. 가짜뉴스가 워낙 날뛰고 있는 판이니 지금으로서는 지켜볼 도리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 내 태도였다.기회주의로 내몰릴 위험이 있었으나, 기실 뜨거운 대결 구도 속에서 너무나 많은 말들이 검증되지 않은 채 정제되지 못한 방식으로 쏟아지지 않았던가. 예컨대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국 딸의 한영외고 재학 당시 영어 과목 등급을 들어 논문 영역(英譯)이 가능한지 의혹을 제기했다. 이러한 의혹이 흠집 내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다행히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밝혀졌다. 동양대 총장상을 둘러싼 사실관계는 공수가 바뀌었다.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발언은 오보이며, 동양대 측에서 정정보도를 요청하였다는 내용이 인터넷에 떠돌았으나, 오히려 이러한 정보가 가짜뉴스였다. 다행히 이 사실도 반나절 내에 드러날 수 있었다.또 다른 한 가지 물음은 자식 교육에 대한 것이었다. 결혼을 늦게 하여 큰 아이가 이제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이니, 다행스럽게도 여기에 대해서는 여유가 허용되었다. "나중에 문체부장관 후보가 될지 모르니 자식 관리 잘해라." 이러한 농담은 웃음으로 끝맺어졌으나, 어쩌면 농담 속에 생각해봐야 할 주제가 감춰져 있을 수도 있다. 대학교수는 기득권이며, 기득권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펼쳐놓을 비장의 카드를 몇 장 쥐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자식 관리란 그 카드를 사용하지 말라는 조언이라고 나는 받아들였다. 조국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딸의 대학 입학과정에서 위법사항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대학 입학은 법이 허용하는 틀 내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반면 대학생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그러한 편법(便法)은 오직 한정된 기득권만이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불공정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시 기회주의자처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데, 옹호하는 논리도 옳고 분노하는 감정도 옳다. 양자가 모두 옳은 까닭에 대학 입시체제는 대폭 손질되어야 한다. 대학 입시뿐만이 아니라, 대학을 둘러싼 정책 또한 대폭 수정되어야 하며, 교육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자체까지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과제와는 별개로, 그동안 조국이 주장했던 바가 그의 삶과 퍽 괴리되었다는 사실은 여실히 드러났다고 해야겠다.애매모호한 자리에 앉아 논란을 지켜보면서 발터 베냐민의 '종교로서의 자본주의'를 다시 읽었다. 베냐민은 자본주의를 '순수한 제의종교(祭儀宗敎·Kultreligion)'라고 파악한다. 자본주의에서는 모든 것이 자본을 둘러싼 제의와 관련을 맺을 때 비로소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이 제의는 꿈도 자비도 없이 영원히 지속된다. 내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다음과 같다. "자본주의 죄를 씻지 않고 오히려 죄를 지우는 제의의 첫 케이스이다. (중략) 죄를 씻을 줄 모르는 엄청난 죄의식은 제의를 찾아 그 제의 속에서 그 죄를 씻기보다 오히려 죄를 보편화하려고 하며, 의식(意識)에 그 죄를 두들겨 박고 결국에는 무엇보다 신 자신을 이 죄 속에 끌어들임으로써 신 자신도 속죄에 관심을 갖도록 만든다." 과거 사노맹 투사였던 조국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냉혹한 자본주의의 아귀에 잡아먹히고 만 것은 아닐까.그동안 언론은 융단 폭격하듯 조국에 관한 온갖 의혹을 쏟아 부었다. 한국과 같은 천민자본주의 국가에서 그와 같은 의혹을 견디어낼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기득권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조국 지지자들이 인터넷 실검으로 나경원 자녀 의혹, 나경원 사학재단 비리, 나경원 소환조사, 황교안 자녀 장관상 등을 띄운 까닭은 이를 드러내기 위함이었을 터이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정치는 최악의 선택을 피하는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조국의 법무부장관 임명 여부는 그러한 방향에서 판단해야만 하나. 어찌할 도리 없이, 그러한 선에서 나의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19-09-08 홍기돈

[월요논단]무엇을 위한 개혁인가

기소권 독점·수사권 장악한 검찰저급한 과장 쏟는 황색 저널리즘입시 함몰된 중등교육 개선 전무밖으론 개혁 흉내 안으론 특권욕온갖 위선사회 혁신 시대적 요구자신의 눈에 갇힌 말이 칼이 되어 허공을 떠돌고 있다. 수없이 많은 허망함이 사람을 찌르고 되돌리기 힘든 상처를 입힌다. 그 가운데 누군가는 시나브로 죽어간다. 무엇을 위한 개혁인가? 기소권을 독점하고 수사권을 장악한 검찰이 저질렀던 사회적 폭력은 법의 허울을 입고 떠돌았다. 절차적 정의를 장악한 법이 칼이 되어 현란하게 춤출 때 시민들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이 현란함과 거짓된 법적 정의를 개혁하라고 외쳤다. 그래서 검찰개혁과 사법농단 처벌을 말했지만, 그 요구가 또 다른 칼춤이 되어 우리 삶을 무너뜨리고 있다. 하이에나 같은 황색 저널리즘이 자신의 이익과 욕망을 감춘 채 저급한 과장과 거짓된 혀를 마음껏 휘두르고 있다. 사회적 자산을 기반으로 학벌의 특권을 독점한 이들이 공정이란 외피로 더 많은 특권을 향해 양양거리고 있다. 탐욕과 상대적 박탈감이 공정의 옷을 입은 채 혐오와 독설로 난무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개혁이며, 무엇을 개혁해야 하는가. 지금 우리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밖으로 일본과 미국을 통해 주어지는 압박이 새로운 동북아 체제를 추동한다. 어쩌면 전쟁 이후 처음으로 한국은 동북아에서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지도 모른다. 담대하고 깊이 있게 행동하지 않으면 다시금 굴종의 위치로 떨어질 것이다. 반대로 이 시간을 자율과 자존의 담대함으로 대처한다면 이 위기는 우리를 평화와 자주의 길로 이끌어갈 것이다. 지금의 '조국' 논쟁은 저급한 언론을 개혁할 절호의 기회다. 자신의 정파적 이익을 감춘 채 한 줌의 특권과 절차적 공정만을 되뇌는 무뇌아 언론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제대로 된 언론이란 표징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봉하에서, 드루킹 의혹에서 칼춤을 추던 언론은 다시금 과거의 행태를 반복한다. 정파적 이익과 황색 저널리즘의 진수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언론 개혁 없이 어떻게 시민 사회가 가능할까. 그들의 속성이 남김없이 드러난 지금, 이들의 행태를 정확히 보고 기억하면서 언론을 정론으로 이끌어갈 기회가 왔다. 적어도 이들을 저급한 황색 저널리즘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손에 달려있다. 외고, 특목고는 물론 입시교육에 함몰된 중등교육의 문제점은 수도 없이 지적했으며, 그 개선을 이 정부는 공약으로까지 내세우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이 문제를 개혁하려는 노력은 전무 했다. 현재의 대학 체제와 폐허가 된 대학을 바꾸지 않고서는 어떠한 입시제도도 이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다. 'SKY 캐슬'이 지배하는 학벌 사회는 이 면허증이 불변의 자산이며, 상층부를 향해가는 특급승차권임을 거듭 확인시켜준다. 그런데 어떻게 개인에게 이 체제를 벗어난 도덕을 요구할 수 있는가. 수백만 명의 청소년을 빈사상태로 몰아가는 입시교육을 개선하려는 어떤 노력을 했던가. 학벌의 특권을 누리는 이들은 누구도 이 문제를 직시하지 않는다. 그들은 죽은 교육에서 자신의 부족적 지위를 확보한다.체제와 구조가 모순적임에도 그 안에서 시민정신과 도덕을 요구하는 것은 위선이다. 제도의 모순을 개인의 도덕성으로 대체하려는 사회는 게으른 사회다. 그 사회는 온갖 모순이 극대화되어 결국 분열되고 해체될 것이다. 합계 출산율 0.98명, 청년 자살률과 노인 자살률 일위 따위의 지표, 극대화된 경제 불평등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정책을 장악하고 있다. '헬조선'이란 자조를 이해할 어떠한 감수성도 지니지 못한 이들이 특권을 독점한다. 밖으로는 제도와 체제를 개혁한다는 흉내를 내지만 안으로는 한 줌의 특권에 온통 정신이 팔려있다. 위선 사회다.지금 우리는 안팎으로 한 줌의 정파적 이익에 함몰된 부족주의를 넘어서는 시민정신, 평화와 인간다움의 공동체를 향한 중요한 계기를 맞이하고 있다. 실용주의를 넘어 의미론적 사회를 향한 문화적 전환을 이룩해야 한다. 그를 위한 개혁이 이 시대의 당위적 요구가 아닌가. 촛불은 그 외침을 담고 있었다. 우리의 열망과 시대적 요청을 되돌아보면서 새로운 문화와 시민사회를 향해 나아갈 중요한 전환점이 다가왔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9-09-01 신승환

[월요논단]꽃길은 어디에 있나

4차 산업혁명시대 가시밭길만 보여불안한 미래·실업 분노 주기적 반복로봇·AI발전 일자리 빠르게 사라져법원, 페북 방통위 과징금부과 취소일하고픈 청년들 생각한 판결인지"꽃길만 가세요." 하계졸업식이 한창인 대학가에 내걸린 플래카드. 다양한 사진과 문구가 합성된 플래카드로 졸업식 참석을 대신하기도 한다. 취직한 회사를 자랑스럽게 밝히거나 신입사원을 축하하는 회사들도 있다. 청년실업이 만들어 낸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캠퍼스를 한 바퀴 더 돌면서 살펴본다. 그곳에 20대의 고뇌와 희망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꽃길을 말하지만 더 험한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을 예감하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입시에 시달렸고, 대학에서도 각종 스펙 쌓기에 골몰했다. 천신만고 끝에 취직을 했다고 해도, 비정규직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과연 언제 정규직이 되어 안정된 인생을 설계할 수 있을지. 제4차 산업혁명시대라면서 온갖 희망들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꽃길보다는 가시밭길이 어른거린다. 정규직 취업과 결혼, 안정된 가정과 자녀 교육과 같은 기성세대의 일상들이 청년들에게는 일종의 신기루에 가깝다. 기성세대와 체제에 분노하는 이유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이러한 불안한 미래는 도대체 왜 계속되고 있는가. 이 현상을 케이퍼(Keiper)는 불확실성의 체인으로 요약한다. '어떤 것을 상상할 수 있거나 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것이 일어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것이 일어난다고 해도, 상상했던 방식으로 일어난다는 것이 아니다. 상상했던 것처럼 그것이 일어나더라도, 의도하지 않은 혹은 예상치 못한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케이퍼의 주장처럼 불안한 미래와 실업을 둘러싼 분노는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그 역사는 섬유생산의 기계화와 중앙집권화에 반대해 일으켰던 영국의 산업혁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돌이켜보면 산업혁명도 인터넷도 결과적으로는 우리들의 삶에 발전을 가져왔다. 그러나 산업의 변화와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진행되었던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다시 로봇·자동화·AI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실업이 화두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의 시나리오는 과연 무엇인가. 인류는 로봇이나 AI의 발전이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점진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지난 반세기처럼 일자리의 생성과 쇠퇴가 반복되면서 사회와 경제가 발전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다. 오히려 로봇이나 AI가 급속히 발전하여,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시나리오가 더 현실적이다. 사라지는 직업들 중에는 고숙련과 저임금 영역은 물론 오랫동안 대학교육을 통해 양성된 전공영역도 포함된다. 당연히 심각한 경제적 혼란과 기존 정치체제의 불신이 증대한다. 로봇과 AI 등을 소유한 자들에게 거대한 부가 집중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극단적인 체제변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AI 로봇 시대가 가져올 불안과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들도 제시되고 있다. 대안 가운데는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인 기본소득을 보장하자는 주장도 있다. 현재 핀란드에서 실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로봇이 만드는 미래사회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정책들을 통해 인간이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는 시대를 만들자는 것이다. 미래의 목표는 '완전실업'이라는 클라크(Clarke)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동시에 이러한 아이디어들은 기본소득 보장과 실업에 필요한 재원을 로봇·네트워크·데이터·자동화 시스템 등에 부가하여 마련해야 한다는 발상과 연계되어 있다. 물론 로봇이나 시스템을 통해 거대한 부를 축적한 자들의 반발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산업혁명에서 경험한 것처럼 로봇과 AI에 밀려난 일자리를 되찾을 방법은 없다. 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과학기술의 산물에 대해 어떻게 조세를 부과하여, 이를 해결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논의할 때다. 그런데도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페이스북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징금부과 처분을 취소했다. 현재 국내의 포털들은 망 사용료를 일부 지불한다. 하지만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유튜브· 넷플릭스·페이스북 등은 이를 회피하여 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는다. 꽃길은 아니어도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의 분노를 생각했다면 이런 판결이 가능할까. 로봇이 인간에게 묻고 있다. 인간은 왜 일하는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9-08-25 김민배

[월요논단]진솔한 사과를 듣고 싶다

홍보·위기관리 차원 언급한 사과문기업이나 기관 입장에서 본 것이지시민·국민위한 진정한 발언은 아냐이번 '일본 제품 불매운동' 과정도정치인·업체 때문에 마음의 상처 커실수도 문제지만 사과도 문제다. 매일 뉴스에 사과발언과 사과문이 등장하고 있다. 여자 연예인이 연인의 일을 폭로하고 연인이었던 연예인은 소셜미디어에 사과문을 올리는 일이 반복된다. 아프리카TV VJ의 심각한 방송 사고와 폭로전은 사과문과 사과영상 게재로 이어지는 하나의 패턴이 되고 있다. 연예인과 파워 VJ, 파워 유튜버를 광고모델이나 홍보대사로 영입한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잠재적인 위협요소를 안고 있는 셈이다. 사생활 폭로와 검증의 주요한 수단으로 소셜미디어가 작동하고 사과문으로 마무리되는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문화계 미투, 연예계 미투·빚투에서도 사과문이 속출했다. 망언을 남발하는 정치인들의 공허한 사과 발언과 사과문도 빠질 수 없다. 사과 발언과 사과문의 진정성은 언제나 논란이 되고 있다. 사과할 사실의 확인은 모호하게 넘어가고 사법적 책임을 교묘하게 피하면서 도의적인 책임을 운운하면서 선을 넘으면 법적으로 문제 삼겠다고 한다. 법률가가 작성하거나 자문한 사과문이 대부분이다. 모호하고 기계적인 사과문이 대부분이고 진솔한 사과문은 찾아보기 어렵다.2012년 11월 개그맨 유병재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다. 이 글은 '사실여부를 떠나=사실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내가 한 짓이다'와 같이 형식적이고 허구적인 사과문의 번역기 역할을 하고 있다. 잘못된 사과의 관행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선 일본상품 불매운동 과정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불매운동에 참여한 시민을 비판하거나 조롱한 뒤,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자 마지못해 나온 일본계 기업과 일부 한국 기업의 사과문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DHC코리아, 유니클로, 한국콜마 등 끊이지 않는다. 사과해야 할 사실을 제대로 적시하지 않고 본사와 지사를 넘어들며 사과의 주체를 모호하게 하는 등 잘못된 사과의 사례를 전시하고 있다.사과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고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사과는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위기관리나 위기커뮤니케이션에서도 사과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과 조직은 위기와 사건이 발생하면 무대응, 공격, 변명, 부인 전략을 주로 작동시키고 사회적 파장이 커지면 뒤늦게 사과 전략을 가동한다고 한다. 범죄와 같은 높은 수준의 위기에서도 정당화와 부인 전략을 동원하기도 한다. 사과의 적절한 시기를 놓치고 진정성을 담지 못하면서 법적·경제적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에서 형식적인 사과문이나 사과 발언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엔 정치인이 대표적일 것이다. 그들은 '변명', '공격',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누구도 떠올리기 쉽지 않은 언어사용법이나 사안 이해 수준을 근거로 해서 자기를 방어하고 있다. 자신은 모욕적·공격적 언어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면서 네티즌이 비판하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한다.전문가들은 바람직한 사과의 구성요소로 신속한 사과, 직접 사과, 간결한 사과, 잘못의 확인과 인정, 희생자에 대한 공감과 보상 및 대안 제시 등을 꼽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광주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사태 등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듣지 못한 것 같다. 미국의 언어학자 바티스텔라는 우리가 당혹감, 죄책감, 수치심, 문제를 바로잡고 싶은 요구 때문에 사과를 하게 된다고 본다. 사과는 나약함과 지위의 상실로 드러나기 때문에 잘못을 인정하는 데는 반성, 분석, 용기, 성숙이 필요하고 피해자의 응답, 공감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보나 위기관리에서 언급하고 있는 바람직한 사과문이나 사과행위도 근본적으로 기업이나 기관의 입장에서 본 것이지 시민과 국민의 입장에서 본 것은 아니다. 그러니 시민과 국민을 위한 진정한 사과 발언과 사과문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번 불매운동 과정에서도 정치인과 일부 기업인 때문에 국민들이 느끼는 마음의 상처가 크다. 진정한 사과 발언, 사과문을 접할 수 있기 바란다./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2019-08-18 이용성

[월요논단]우리는 어디에서 살아야 할까?

일본 석탄재 들여와 제조된 시멘트유해물질 다른 나라보다 20배 넘어아파트 수명도 과거에 비해 짧아져기업, 국민건강·안전위해 자각 필요더 중요한건 사용자인 '우리의 변화'강화도에서 개인 도서관을 운영한지 6년째 되었다. 자꾸 늘어나는 책들로 공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이용자의 편의성을 생각하면서 도서관을 신축하기로 결정했다. 현재의 도서관이 목조건축물인데 계절에 따라 나무들이 움직이는 탓에 여름이면 습기를 먹어 문이 닫히지 않고 겨울이면 수축하여 틈이 생기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건물은 아무래도 철근 콘크리트로 튼튼하게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단순히 철근콘크리트로 건물을 지을 때 그 건물이 가장 튼튼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건물의 수명, 관리문제, 경제적 상황, 친환경성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아주 많았다. 어떤 자재로 어떤 도서관을 지을지 고민하고 자료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철근콘크리트 건물의 주재료인 시멘트의 문제점을 알게 되었고 결국 다시 목조 건물을 선택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시멘트는 발암 물질뿐 아니라 납, 카드뮴, 구리, 수은 등의 유해 중금속 양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제일 높다고 한다.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시멘트 제조 과정과 그 성분의 유해성에 대해 조사하고 그 진실을 밝히는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의 주장을 보면 그 심각성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나라 환경부는 각종 쓰레기를 소각하여 시멘트 재료로 쓸 수 있도록 허가했다. 물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쓰레기를 소각하여 시멘트 재료로 사용하고 있지만, 문제는 우리나라는 발암물질 등 유해물질이 다른 나라의 시멘트 성분보다 20배가 넘는다고 한다. 폐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고 그 시멘트로 우리가 사는 아파트를 짓고 하루 종일 근무하는 사무실을 만든다. 이렇게 우리는 쓰레기에서 나오는 발암물질 등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 현재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폐쓰레기로 만든 시멘트로 지은 아파트는 과거에 비해 수명이 짧아졌다. 거의 30년 정도 지나면 아파트는 재건축에 들어가고, 거기에서 나온 건축 폐기물은 또다시 어디로 갈 것인가. 어떤 형태로든 다시 우리 인간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다. 최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정치·경제 상황 속에서 일본의 석탄재를 들여와 만들어지는 시멘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석탄재 처리도 문제인데, 일본에서까지 쓰레기를 들여와야 할 것인가? 일본과는 이웃나라이면서 조선시대부터 근대를 지나 현재까지 늘 좋은 관계만은 아니었다. 섬나라인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한 면이 대륙과 연결되어 있어 대륙으로 나가고자 하는 일본의 다리역할을 해왔다. 중국 대륙을 침략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침략했으며, 또한 오랫동안 우리나라를 지배해왔다. 그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강제징집을 당해야 했으며, 위안부로 강제로 전쟁터에 나가야 했다. 일본과의 관계에서 남겨진 오랜 기간 동안의 아픔이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림책 '도시의 마지막 나무/피터 카나바스 그림·글/이상희 옮김/시공주니어'에서 '도시의 마지막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어요. 여기서 지낼 때면 콘크리트와 자동차들을 까맣게 잊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나무가 없어졌어요. 나무 없이 지내는 날들은 몹시 쓸쓸했어요.' 라고 그림책 속 아이는 말한다. 이 그림책에서는 콘크리트와 자동차로 뒤덮인 잿빛 마을이 한 아이를 시작으로 하여 생명이 자라는 마을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오염된 우리의 주변을 다시 살아나게 해야 한다고. 유해물질 시멘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에서는 일본 석탄재 수입 규제 등 여러 가지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시멘트 제조 기업에서 기업의 이윤 추구만을 위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해치고 있고,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지 않아 건물의 사용기한을 줄이면서 우리나라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겠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사용자인 우리가 변해야 할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속적인 관심과 근본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또 던지며 행동할 때 우리 주변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한 가지 한 가지씩 한 그루의 나무를 심으면서 망가져가는 도시를 살리듯이 우리의 건강한 삶을 지켜야 할 것이다./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9-08-11 최지혜

[월요논단]콘텐츠 융합, 어디까지 해봤니?

새로운 콘텐츠 발전 생활전반 변화VR·AR시장 2021년 1200억불 전망글로벌 선점 없는 '미래 산업 분야'장르형·기술기반 콘텐츠산업 융합대기업과 스타트업 등 '협업' 절실4차 산업혁명이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말한다. 이 용어가 처음 언급된 것은 2016년 세계 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이었는데 불과 4년 사이에 정보통신 기술 기반의 새로운 산업 시대를 말하는 대표 용어가 되었다. 이러한 기술의 변화는 우리의 생활에 어떻게 다가올까. 영국의 과학소설 작가인 아서 C. 클라크는 "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가상기술을 이어 '현실을 덧댄 현실'을 만드는 증강현실 기술은 각 분야의 경계를 넘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기술의 발전이 더해진 콘텐츠의 미래를 그려본다면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과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봤던 홀로그램을 사용해 상대방과 통화하는 모습이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이 착용한 AR글라스와 빅데이터로 채워진 모니터는 지금 막 시작된 VR과 AR의 미래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올해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Mobile World Congress)에서 AR 기반의 홀로그래픽 통화 솔루션인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원격지 상대방의 모습을 보며 통화하는 솔루션)'를 선보였다. 고글을 쓰거나 스마트폰 카메라를 비추면 통화 상대방의 아바타를 마주한 채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주변에 가상 데이터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하니 미래의 기술이 어느새 우리의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렇다면 기술이 가져오는 융합의 결과물은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바꿀까. 경기도는 지난달 18일 '2019 글로벌 개발자 포럼(GDF:Global Developers Forum)'을 개최하였다. GDF는 VR·AR 개발자 포럼으로, 경험의 확장(Beyond Experience)이라는 주제를 통해 VR과 AR 분야의 첨단 기술이 우리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기조강연을 맡은 지안프랑코 이안누치는 미디어아트 프로젝트의 연출 감독으로 디지털 아트의 경험을 통해 예술을 발견하는 새로운 방향성이란 주제로 버려진 건물이나 공간을 프로젝션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왔다. 프랑스 파리에 '빛의 아틀리에'가 대표적이며 국내에서는 제주도의 '빛의 벙커'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 디지털 기술로 창조해낸 이들 공간은 관람객에게 체험 이상의 새로운 경험치를 제공한다. 이날 다른 강연에서 아트디렉터 아네떼 돔스는 우리 삶이 이미 디지털과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예술 시장 역시 디지털 혁명을 맞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의 발전은 예술작품 시장 자체를 변화시켜 기존에는 예술 작품 갤러리가 전시, 판매 등 유통 플랫폼으로 존재한 반면, 오늘날의 갤러리는 인터넷과 모바일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하였다. 온라인 작품을 전시하고 해외에 있는 구매자와 직접 만날 수도 있는데 '언페인티드(Unpainted)'라는 디지털 아트 갤러리를 시도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제 관람객은 전시회 초청장은 모바일에서 확인하고, 주요 작품은 인터넷에서 미리 확인하며 신진 작가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관람객과 직접 소통한다. 인터넷과 기술은 예술 시장에도 역동성을 불어넣으며 새로운 콘텐츠의 발전으로 우리의 생활 전반을 바꾸고 있다. 시장 역시 이러한 전망을 낙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모바일앱과 게임투자은행인 디지캐피털(Digi-Capital)에 따르면 전 세계 VR·AR 시장은 2021년 1천200억 달러 규모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선점 기업이 아직 없는 미래 산업 분야에서는 기존의 장르형 콘텐츠 산업과 기술 기반의 콘텐츠 산업이 융합하고 대기업과 스타트업, 스타트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이 절실하다. 인간의 집단 지성이 집약되는 앞으로의 4차 산업혁명에서는 기업의 규모나 부서 간의 견해 차이를 넘어 기술과 콘텐츠의 제약 없는 융합과 협업이 미래를 앞당기는 해답이기 때문이다./오창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오창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

2019-08-04 오창희

[월요논단]이광수의 민족의식과 자유한국당의 청와대 비판

"靑과 생각 다르면 친일파냐" 항변'위안부 피해자 합의' 진행시킨 세력주장 듣다보면 '민족주의' 떠올라팔봉 김기진 조차 동의 못할 정도화이부동 가치 마땅히 존중되어야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청와대와 조금이라도 생각이 다르면 죄다 친일파라고 딱지를 붙이는 게 옳은 태도냐"라고 항변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년 내내 '북한팔이'하던 정권이 이제는 '일본팔이'로 무능과 무책임을 덮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일본의 무역 공세에 대응하려면 추가경정예산이 시급하게 통과되어야 할 텐데, 이러 저런 이유로 이를 가로막고 있는 측에서 하는 얘기라 설득력이 와 닿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네들은 2015년 국민의 반대에 맞서서 얼토당토않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를 진행시킨 세력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이 논란의 단초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당시 조약을 체결하는 데 주체로 나섰던 이들의 후예라면 그 태도가 조심스러워야 한다.더구나 나경원 원내대표의 경우엔 비판할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다. 그는 2004년 일본 자위대 창설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던 전력이 있다. 행사장 입구까지만 갔을 뿐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는 게 나름의 항변인데, 항변의 근거가 퍽 궁색하다.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가 체결되었을 때 즉각 나서서 잘된 협상이라 옹호했던 이도 나경원이며, 올 상반기 "해방 후 반민특위로 인하여 국민이 무척 분열했다"라고 발언하여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인물도 나경원이다. '나베 경원'이란 말이 괜히 나도는 게 아니다. 일본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이처럼 그는 진작부터 국민의 반일 정서에 대립각을 세우며 활동해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는 꾸준히 '일본팔이'를 유도해왔던 셈인가.이들의 주장을 듣고 있으면 이광수의 민족주의가 떠오른다. 민족을 위하여 친일하였노라, 이광수는 주장한다. 어쩌면 그러했을지도 모르겠다. 예컨대 일본 동경으로 제2차 유학을 떠나는 도중 그는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1916년 2월 23일자에 '대구에서'란 글을 발표하였다. "격렬한 사상을 고취했던 자가 동경에 와서 이삼 년 간 교육받는다면 번연히 구몽(舊夢)을 버려 이전 동지들에게 부패하였다는 조소까지 듣게" 되는데, 일본의 발전상을 미처 모르는 자들이 감히 일본에 맞서고자 한다는 내용이다. 3·1운동 이후 많은 이들이 목숨을 내걸고 조국의 해방을 위해 나섰을 때, 식민지 상황을 수용하되 다만 일제로부터 자치권을 인정받는 수준에서 그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십분 양보하여 이해하자면, 같은 조선인의 투옥이 안타깝고, 죽음으로 내몰리는 처지가 가슴 아파서 그러했을 터이다.해방에 관한 나름의 방안이 이광수에게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는 '황민화와 조선문학'에서 "자발적, 적극적, 창조적으로 저마다 신체의 어느 부분을 바늘 끝으로 찔러도 일본의 피가 흐르는 일본인이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매일신보', 1940.7.6) 김기진이 이에 대해 따져 물었다. 1944년 11월 난징에서 열린 제3차 대동아문학자대회에 함께 참석하여 숙소에 들었을 때다. 춘원은 설명한다. "우리 민족은 1대 1로 한다면 어느 민족에게도 지지 않소. 그러니까 1대 1로 나가기만 하면 우리가 이깁니다. 우리가 철저히 황국신민이 된다면 일본 정부의 육군대신도 조선 사람, 총리대신도 조선 사람이 될 날이 오고야 말 것이오. 그러면 일본 민족은 아뿔싸! 조선 민족과 분리해야겠다, 야단하겠지요. 그러면 그때 못이긴 척 독립하잔 말이오."(김기진, '우리가 걸어온 30년')팔봉 김기진은 이광수의 이러한 구상에 대하여 조소를 날리고 있다. 친일 활동을 벌였던 김기진조차 도저히 동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일각에서 춘원문학상을 만들어 기리고는 있으나, 현재 한국인들 대부분에게 이광수는 친일파로 남아있다. 자, 이러한 평가가 과연 생각이 조금만 다르다고 죄다 친일파 딱지를 붙이는 행태일까. 톨레랑스라든가,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가치는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하나 존중받을 만한 입장에는 그에 값하는 자격이 요구된다. 지지율 급락에 내쫓긴 자유한국당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모처럼 바른 말을 했다. 그런데 청와대가 아닌, 러시아와 일본을 향해 펼쳤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직도 갈 길이 멀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19-07-28 홍기돈

[월요논단]새로운 체제를 향하여

'한일갈등' 정치·경제 정략적 넘어'평화와 상생' 관점에서 해결 필요현재이후 '세계 체제' 관계로 설정성급한 갈등봉합 기득권세력 청산보편적 휴머니즘 지향등 함께해야일본이 초래한 수출규제로 인해 한일간의 충돌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일요일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 변화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지금까지의 형태로 볼 때 이 문제가 단순한 무역분쟁 정도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이 기회에 한일간의 과거사 문제는 물론, 동아시아의 국제질서와 체제를 새롭게 구상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해서 이 갈등을 새로운 체제와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전환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사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는 후기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정치와 경제 체제에서의 전환을 필요로 했다. 아쉽게도 그 직후 동아시아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역량이 이런 전환을 이뤄내기에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전후 70여년이 흐른 지금은 동아시아의 국가적 역량은 물론, 시민성에서도 이제는 충분히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식민지시대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퇴행하는 일부 정치세력이 장애가 되고 있다. 이들은 이런 기회를 그저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여 좁디좁은 집단이익을 얻거나, 여전히 구미세계의 하부체제에 자족하려 한다. 그럴수록 지난 시대의 모순을 벗어나 새로운 동아시아 체제를 만드는 것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1945년 나치의 폐망과 함께 새롭게 출발한 독일은 충분히 청산하지 못한 과거와 전후의 폐허에 허덕여야 했다. 그들은 단지 이웃국가를 침탈했던 죄악뿐 아니라 나치즘에 동조했던 추악함에 엄청난 자괴감을 안고 있었다. 이때 독일 시민들은 세계시민주의를 통해 이 어리석은 과거를 철저히 반성하면서 이 야만과 폭력, 자신 안의 맹목을 극복하려 했다. 헬레니즘 시대의 세계시민주의(cosmopolitanism)는 문화적 융합과 지성적 성찰, 인간성 발견을 통한 보편적 휴머니즘을 지향했다. 이 철학을 통해 그들은 야만의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유럽의 질서와 체제를 만드는 데 일정 부분 성공한 것이다. 독일 통일도 그래서 가능했지 않은가.동아시아 세계는 이런 정치적 극복과 사상적 형성에 실패했다. 이후 여러 차례의 국지적 전쟁은 물론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비참하게 되풀이되었다. 극복하지 못한 과거가 여전히 우리를 야만의 굴레에 묶어둔 것이다. 엄청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쟁과 불의, 불공정에 시달리는 것이 우리의 현재가 아닌가. 여전히 경제만능의 과잉 자본주의 체제와 이데올로기 대립에 시달리며, 아직도 구미세계의 하부체제에 묶여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 그 야만과 종속을 벗어나 새로운 국제질서와 체제를 만드는 것은 동아시아의 세계시민으로서 우리의 과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직도 제국주의의 야만을 다만 경제적인 관점에서나 저급한 민족주의적 담론으로 몰아가는 집단은 명백히 사악하며 반인륜적이다. 일본제국주의의 야만은 민족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 인륜과 시민성을 거부하는 반휴머니즘적 작태에 지나지 않는다. 이 반인륜적 집단이 종북몰이 등에서 보듯이 이데올로기적 잔재를 악용해 자신의 좁은 이해를 충족시키려 한다. 지금 한일관계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일본 정치집단이나, 이를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내는 기회로 악용하는 일부 정치권과 언론이 그들이다. 이 집단을 청산하지 않으면 결코 새로운 질서와 체제로 나아갈 수 없다. 종북몰이만큼 위험할 수 있는 '토착왜구' 주장에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그럼에도 이런 말을 쓰는 민중은 분명 제국주의적 사고에 함몰된 정치와 이를 이용하는 정략정치를 거부하는 집단지성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적이며 경제적 측면에서도 한일간의 갈등은 정략적 층위를 넘어 평화와 상생의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 한일협정과 같은 미봉이 아니라, 현재 이후의 세계체제란 관점에서 이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보편적 인륜과 세계시민적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 평화와 상생, 생태와 경제정의를 지향하는 새로운 정치질서와 경제 체제가 가능하게 된다. 여기에 성급한 갈등 봉합과 경제 우려를 증폭시키는 기득권 세력의 청산은 물론, 보편적 휴머니즘을 지향하는 새로운 철학체계가 함께해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9-07-21 신승환

[월요논단]정책과 리더십의 변화가 필요한 박남춘 시장

키워드 불분명·시민역량 결집 미흡혁신·소통 주장 불구 '변화' 못느껴교통·원도심 재생 가시적 효과 없어적수 등 현안대처 방식 '큰 실망감'경제 살리기·선도사업 집중 필요2019년 3월 45.5%에서 6월 39.1%로 하락. 리얼미터가 발표한 박남춘 인천광역시장에 대한 직무수행지지도다. 물론 예상치 못한 수돗물 사태가 6월 지표에 반영돼 하락한 점이 크다. 같은 시기인 7월 1주차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평가 52.4%, 더불어 민주당의 지지도 42.1%보다도 낮았다는 점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많은 기대를 갖고 출발한 박 시장은 5대 시정목표에 20개 핵심전략 그리고 140개의 공약과제를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다.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방식도 파격적이다. 신선하다는 평가와 다소 당황스럽다는 평가가 공존하지만 과거와 다른 것은 분명하다. 소외된 계층과 시민들을 우선하며 현장을 누비는 방식도 눈에 띈다. 그런데도 시민들의 지지도는 여전히 차갑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인천의 행정이 공약만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첫째 원인은 공약으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전문가·공무원·시민들이 당선 후 6개월간 다듬은 공약들이다. 그렇다면 인천을 대표하는 비전은 무엇인가. 한때 인천은 트라이포트, 경제수도 등으로 불렸다. 그러나 박 시장을 대변하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시민들의 힘을 모으는 구심점이 미흡하다는 뜻이다.둘째, 시민들의 체감도가 낮다는 점이다. 박 시장은 혁신과 소통을 말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무엇이 변하였는지 느끼지 못한다. 아마 시·군·구가 자체 평가한 공약의 이행도는 모두 중간 이상일 것이다. 그런데도 시민들은 전임시장이나 구청장들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가를 되묻고 있다. 그것은 공약에 내재된 한계에서도 기인한다. 조금 야박하게 말하자면 공무원들이 평가받기 좋은 지표와 척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약의 달성도와 시민들의 체감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다.셋째, 가시적 효과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물론 취임 1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과에 너무 조급하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하지만 교통인프라 공약의 경우 임기 내내 시민들이 체감하기 어렵다. 검단 1호선 연장 등을 제외하면 노력의 결과는 임기 후에 가시화된다. 인천의 최대 난제인 원도심의 재생사업도 각종 소송이나 부동산 경기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그러나 넷째, 현안대처 방식에 대한 실망감이 가장 크다. 수돗물 사태 이전에도 현안대처 방식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석모도의 문제가 무의도 연도교 임시개통에서 똑같이 반복됐다. 화장실과 쓰레기, 주차장과 식수 문제, 지역발전과 경제활성화 연계방안 미흡 등. 시와 경제청 그리고 중구가 사전에 힘을 합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발전의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다.이것은 공약과 또 다른 차원에서 일부 정책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과 직결돼 있다. 박 시장이 후보경선단계에서 제안을 받고 스스로 정책화하고자 했던 초심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경인고속도로의 일반화와 각종 산업단지의 고도화 사업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 송도 유원지를 판교를 능가하는 R&D 거점으로 만들 수는 없는가. AI와 제조업을 연계한 발전방안은 무엇인가. 기초와 광역이 함께 국책사업을 선도할 방안은 무엇인가.박 시장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한국갤럽에 의하면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지난해 8월 17%에서 올해 5월에는 62%에 달했다. 그렇다면 정책의 변화는 산업 경제를 최우선으로 추진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인천시는 부채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상황을 보면 지방채 상환보다 경제 살리기에 우선 투입해야 할 때다. 일부 사업의 과감한 정리도 필요하다. 예산에 제로섬 제도를 도입하고, 선도사업에 집중해 성과를 내야 한다. 정책 추진의 주체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청와대와 인천시는 수준도 방식도 다르다. 누구와 어떻게 과감히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산하 기관장에 대한 평가도 냉정해야 한다. 밖은 어둡다. 대학생과 청년들의 좌절, 비정규직과 노인들의 빈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눈물을 멈추게 해야 한다. 산업경제에 올인하는 박 시장의 변화된 정책추진이 시급하다. 과감한 정치적 결단과 함께 선도에서 지휘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한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9-07-14 김민배

[월요논단]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맞선 불매운동도 시민권리

전범기업·일본 상품 '구입 안하기'소비자들 '왜곡역사 청산'위한 행동걸그룹 멤버 퇴출 요구 의견 '무리'여행자제 권고로 표현 '신중한 흐름'국익차원 일부언론·野대응 더 걱정일본 정부가 지난 4일부터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에 대한 보복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 핵심소재 등 3가지 전략 물자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작했다. 아베 정부는 보복 2탄으로 첨단소재 수출 허가 신청을 면제·우대하는 국가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조치를 추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아베 정부의 정략적인 경제보복은 역사와 외교 문제를 수출규제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첨단산업의 상호의존이 심화된 한일 양국에게 실이 될 뿐이다. 물론 일본이 반도체 산업 등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복합적인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조치에 우리 정부는 조기 대응에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침착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일본 주요 언론을 포함한 해외 주요 언론이 대체로 아베 정부 책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런데 우리 일부 언론과 야당은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가 우리 정부의 책임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선제적인 외교 대응 조치의 부족을 지적한다면 일리가 있겠지만 한일청구권을 둘러싸고 일본 입장을 옹호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과연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결정한 대법원 판결이 경제적 보복의 이유가 될 수 있는 사안일까? 우리는 2016년 7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의 경제 보복을 받은 기억이 있다. 중국은 한류금지령, 한국행 관광상품 전면 금지, 사드 부지 제공 기업 영업금지, 한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제외 등으로 경제적 보복을 가했다. 우리 정부는 모든 채널을 동원하여 한국 안보 상황에 대한 양해를 구하고 사드 추가 배치 배제, 미국 주도 MD체계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등을 구두로 밝히면서 중국 측과 갈등을 봉합했다. 2018년 4월 발간된 '포스코경영연구원'의 이슈리포트는 사드 국면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을 피해를 감수함과 동시에 불가피한 상황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는 유형이라 하여 '읍소무마형'이라 불렀다. '와신상담형' 대응방식은 새로운 판로 개척이나 기술개발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아베정부 경제보복에 적절한 대응방식일 것이다. 이 리포트에는 일본 아베 정권도 자국 우익 정권의 결속을 위해 위안부 문제 등을 빌미로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트롱맨' 전성시대를 맞이한 세계정치에서 이런 일들은 반복된다는 것이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의 다각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지난 4일부터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에 분노한 시민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일본계 기업 명단과 전범기업 명단, 일본 제품 불매 포스터 등이 공유되고 있다. 거리에서는 일본 대기업 매장 앞에서 대학생 1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언론은 걸그룹의 일본인 멤버 퇴출 등 과도한 요구나 일본 상품 불매운동 확산을 우려한다. 신중한 불매운동 논의를 제안하기도 하고 과거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한계도 언급한다. 일본상품 불매운동은 우리 소비자 운동이다. 불매운동은 소비자가 정치적·윤리적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특정한 제품, 기업 등에 대하여 자발적으로 구매를 포기하거나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 사적 행동과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동참하도록 이끄는 공적 행동을 포함하는 행위를 말한다.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불매운동도 우리 소비자가 정치적, 윤리적 더 나아가 왜곡된 역사를 청산하기 위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일본상품 불매운동은 실천 방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어 그렇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역사왜곡 사안이 있을 때마다 일본 상품 불매 운동, 전범기업 상품 불매운동이 계속되어왔다는 점에서 돌발적인 것도 아니다. 불매 기업 명단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기도 하고, 걸그룹의 일본인 멤버 퇴출 요구가 무리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일본여행 불매도 여행 자제 권고로 표현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시민의 불매운동이 문제가 아니다. 식민지 역사의 청산과 국익의 관점에서 보면 일부 언론과 야당의 대응을 더 걱정해야 할 것 같다./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2019-07-07 이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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