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소수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연동형비례 첫 적용 총선 코앞인데취지 안맞게 소수당·후보 정보부족미래당 녹색당 정책·공약 무엇인지정의·민중당 어떻게 다른지 '깜깜'정확·공정 판단기준 적극소개해야4·15 국회의원 선거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는 첫 선거다. 소수 정당과 후보자에게 도움이 되는 선거제 개혁이 시도된다. 거대 양당의 비례 위성정당으로 선거제 개혁의 방향이 흔들리고 있긴 하지만 소수정당의 비례대표 진출 가능성은 여전히 높을 것이다. 그런데 소수정당과 비례 후보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이전부터 선거 또는 선거보도에서 신진·소수 정치세력에 대한 관심과 제도적 배려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시민언론단체의 선거보도감시 준칙을 마련할 때도 신진·소수정당과 그 후보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언론중재위원회 세미나에서 '선거방송 심의규정'에는 '소수자에 대한 기회부여'란 내용이 있지만 '선거기사 심의규정'에는 그런 내용이 없으니 보완하자고 지적한 적도 없다. 이번 총선 보도도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는 듯하다.거대 양당의 비례 위성정당 논란으로 선거판이 복잡해졌다. 헷갈리는 이름의 비례정당이 등장하고 서로 비난을 주고받는다. 언론은 갈등과 충돌을 중계하고 지식인과 전문가가 등장해서 첨예한 비판을 가한다. 거대 양당과 언론이 정치혐오와 선거혐오를 만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거대 양당의 비례위성 정당 추진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선거제 개편을 주도한 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에 참여하는 일은 더 큰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언론은 비례위성 정당 추진의 피해자가 유권자 시민이고, 소수정당에 가야할 표가 거대 양당에 돌아가 민의와 표심이 왜곡될 거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를 '역병'이라 비판하기도 한다. 다 옳은 이야기다. 그렇지만 뭔가 문제가 있다. 우리에게 대안이 될 수 있는 소수 정당과 소수정당 비례후보자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지역에 출마하는 후보자와 비례대표 후보자들은 어떤 다른 기준으로 봐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정의당과 민중당은 어떻게 다른 것인지, 미래당과 녹색당은 정책·공약이 무엇인지, 거대 양당의 비례 위성정당은 정책·공약을 갖추긴 했는지 등이 궁금하다. 비례후보자들도 궁금하다. 비례 위성정당 후보자만 언론의 검증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국회 진출 가능성이 높아진 소수 정당에 대해서도 과거보다는 더 많이 알아야 한다. 소수 정당이 얼마나 진보적인지 혹은 보수적인지 정책·공약과 후보자들에 대해 어떤 정보가 제공되고 검증이 될 것인지 관심 있게 봐야 한다.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정의당 등 소수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넘치고 있다. 과도하고 정확하지 않은 내용도 있지만 쟁점을 명확하게 확인하고 정리해주는 언론을 찾아보기 어렵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국회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소수 정당과 소수 정당 후보자에 대한 관심과 정보가 필요하다.언제나 우리 선거에서는 시민들, 유권자들이 합리적이고 전략적 선택행위로 투표를 해왔다. 여당이 오만하면 심판했고 야당이 무능하면 심판했다. 유권자들이 소수정당과 그 후보자들을 평가하고 판단한 내용이 투표행위에 반영될 것이다. 그래서 더 정확하고 공정하고 충분한 정보가 필요하다. 언론은 소수정당의 정책·공약과 비례 후보자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자. 소수정당이나 비례정당 홈페이지를 찾아가 봐도 정보가 부족하다. 시민언론단체들이 만든 '2020 총선 미디어감시연대'도 소수정당에 대한 언론 보도가 부족한데 비례 위성정당 논란으로 더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선거제 개혁의 취지를 살리고 유권자들에게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제공을 해야 하는 민주주의에서 언론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소수정당과 비례후보자에 대한 보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2020-03-22 이용성

[월요논단]건강한 삶을 위한 생태적 각성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 모른채농약·화학비료 무분별하게 사용식물 키우며 생명존중성 알리는그림책 '우리가족은 정원사…'몸살 앓는 '지구 회복' 중요성 알려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길어지고 아직은 여기저기서 한숨이 새어 나오고 있지만, 자연의 약속은 늘 어김이 없다. 어느새 봄이 찾아와 생강 꽃이 피고 땅속 새싹들이 세상 밖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새들의 움직임도 바빠 보인다. 겨우내 얼굴 마주치기 힘들었던 이웃들도 밖으로 나와 종일 마당을 정리하고 도서관 주변 논, 밭의 주인들은 밭을 갈고 퇴비를 뿌리며 농사 준비를 시작한다. 도서관 정원에는 잡초들이 가장 먼저 초록을 자랑하며 하루하루 커가고 있었다. 잔디를 예쁘게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며칠 동안 호미를 들고 잡초를 뽑아내는데, 이웃으로부터 '잔디는 남고 잡초만 죽이는 제초제를 뿌려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어야 했다. 잡초 때문에 고구마 농사를 망친 경험이 있기에 잡초가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잡초보다 제초제가 훨씬 더 무섭다는 것도 이미 잘 알고 있다. 텃밭에 당근, 토마토, 고추, 오이 등을 키우고 있고 어느새 일곱 해를 반복하고 있지만 매번 수확이 형편없다. 어떤 때는 무성한 잡초로 뒤덮여 작물을 찾기 어려울 때도 있고, 벌레가 다 먹어 먹을 게 없기도 하고, 당근이 새끼손가락 굵기인 적도 있었다. 농사일에 재주가 없고 부지런하지 않은 이유가 크겠지만 제초제와 농약을 쓰지 않는 것도 한 이유이다. 강화도 농촌 마을에 살면서 놀라운 것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화학농약을 사용하는 것이다. 심지어 가족이 먹게 될 작은 텃밭 채소에도 살충제와 제초제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라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오래전부터 화학농약 사용이 거의 일반화되어 있다. 살균제, 살충제, 제초제, 성장 촉진제 등 다양한 농약이 있고, 이것은 식물을 재배하는데 큰 편리함을 안겨주었다. 작은 텃밭이 아니라면 농약 없이 농사짓기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화학농약이 어떤 성분으로 만들어졌고 얼마나, 어떻게 유해한지 잘 모른 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몬산토 회사에서 개발한 것으로 글리포세이트(Glyphosate) 성분이 함유된 라운드업(Roundup) 제초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대단위 농장에서 사용되었다. 글리포세이트가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에 대한 사실들이 직접적 피해자들(라운드업 사용으로 기형아 출산 등의 피해 사례자)과 그 분야의 전문 연구원들에 의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나라는 강력한 규제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구체적인 규제가 없는 실정이다. 심지어 농촌진흥청은 2017년 1월 농약안전성심의위원회에서 동물실험 결과 발암 위험성이 낮았다며 글리포세이트의 출하 제한 처분을 해제했다. 현재도 글리포세이트는 아무런 규제 없이 다양한 제초제에 사용되고 있다. 지금 우리 땅은 무분별한 농약과 화학비료의 범람으로 이미 많은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다. 일찍이 농사는 살아있는 생명을 길러내는 일임을 알리며 몸소 농사를 지으며 화학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을 개탄한 분이 있다.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살리는 생명운동을 시작한 고 장일순(1928~1994. 사회운동가·생명운동가)이다. '힘들어도 이건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자연 사이를 새롭게 만드는 일입니다.' 이처럼 무위자연(無爲自然-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는 그대로의 자연)을 설하며 생명사랑을 주장했다. 그의 싹이 틔워져 무농약, 무제초제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서 우리는 희망을 가져본다. 식물을 직접 키우면서 생명존중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이 있다. '우리 가족은 정원사입니다./조안나 게인즈와 아이들 글·줄리아나 스웨이니 그림·김정하 옮김/나는별'. 이 그림책 속 조안나는 말한다. '우리 가족은 정원사예요! 누군가는 씨앗에서 싹이 트기만 하면 정원이 된다고 하지만 우리는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정원이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삶이 그렇듯 정원을 가꾸는 건 참 힘든 일이랍니다.' 꼬마정원사의 말처럼 우리에게는 단단한 각오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구에 의존해 살아가는 하나의 생명체이다. 당장엔 편리하고 효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생태적 각성과 변화 없이는 지속적이고 건강한 삶을 꿈꾸기는 어렵다. 이러한 단단한 다짐이 따뜻한 봄 햇살을 비추듯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를 다시 회복시킬 것이다./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2020-03-15 최지혜

[월요논단]구원이 되지 못하는 종교 혹은 진리

신천지·집회 주도 전광훈 목사진리 정답으로 알고 죽음 몰라'구원 약속… 야외 무감염' 장담진리·이념보다 삶의 가치 우선땐코로나19 극복할 동력 만들어낼 것대한민국 건국을 앞둔 1948년 상반기 문단에서는 김동리와 조연현의 논쟁이 벌어졌다. 김동리는 문학이란 구경적(究竟的) 삶의 추구라고 견해를 피력했던바, 이에 대하여 조연현이 종교와 문학의 경계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던 것이다. 김동리의 답변은 이러했다. 종교란 기원하고 귀의해야 할 신(神)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까닭에 의존적인 반면, 문학은 스스로 사색하고 상상하면서 신을 찾아 나서는 행위인 까닭에 주체적일 수밖에 없다.김동리의 논리는 진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종교는 종종 진리(眞理)를 내세워서 다른 가치를 억압하곤 한다. 절대자에 의존하다 보니 결과론에 치우치는 경향을 드러낼 때도 있다. 예컨대 복덕(福德)을 기원하거나 현재 벌어진 사태를 신의 징벌로 수용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반면 문학은 주체적인 면모로 인하여 일리(一理)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또한 아무리 멀리 나아간들 작가는 결코 신과 하나가 되지 못한다. 작가에게는 결과가 아닌 과정이 중요하게 주어진다는 것이다.종교가 극단으로 치우쳤을 때 문학의 자리에서 그 한계를 적극적으로 심문했던 작가로는 알베르 까뮈를 꼽을 수 있다. '이방인' 말미에서 주인공 뫼르소가 신부(神父)에게 쏟아 부었던 발언이 대표적이다. 전염병이 창궐한 도시 오랑을 배경으로 삼는 '페스트'의 주동인물 리유 또한 마찬가지다. '페스트'에는 파늘루 신부가 등장하는데, 작품 앞부분에서 그는 페스트의 창궐을 죄의 대가라고 강연하고 있다."이 재앙이 처음으로 역사상에 나타났을 때, 그것은 신에게 대적한 자들을 쳐부수기 위해서였습니다. 애굽왕은 하느님의 영원한 뜻을 거역했는지라 페스트가 그를 굴복시켰습니다. 태초부터 신의 재앙은 오만한 자들과 눈먼 자들을 그 발아래 꿇어앉혔습니다. (중략) 반성할 때가 온 것입니다. 여러분은 주일에 하느님을 찾아뵙기만 하면 나머지 시간은 자유라고 생각했습니다. 서너 번 무릎을 꿇는 것으로 여러분의 그 죄스러운 무관심에 대한 대가를 하느님께 갚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미지근하지 않으십니다."반면 신을 믿느냐는 물음에 의사(醫師) 리유는 다음과 같이 답변하고 있다. "믿지 않습니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나는 어둠 속에 있고, 거기서 뚜렷이 보려고 애쓴다는 것입니다." "만약 어떤 전능한 신을 믿는다면 자기는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 일을 그만두고 그런 수고는 신에게 맡겨 버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신을 믿는다는 파늘루까지도, 그런 식으로 신을 믿는 이는 없는데, 그 이유는 전적으로 자기를 포기하고 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며, 적어도 그 점에 있어서는 리유 자신도 이미 창조되어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거부하며 투쟁으로써 진리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삶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는 것이 리유의 입장이다. 파늘루의 맞은편에 자리하였으니 진리라고 했겠으나, 페스트 창궐에 맞선 의사로서 그의 활동은 일리라고 이해해야 한다. 어둠 속에서, 어둠과 맞서는 리유에게 명확한 정답은 없었고, 다만 어둠을 건너가려는 나름의 헌신적인 도전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주위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방안을 모색하는 리유의 면모 또한 일리에 입각한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세계관에 근사하지, 진리가 행사하기 쉬운 배타적인 폭력성과는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다.문득 종교를 문학의 자리에서 바라보게 된 것은 신천지 때문이다. 광화문집회를 주도했던 전광훈 목사 때문이기도 하다. 그네들은 진리를 명확한 정답으로 손에 쥐고 있기에 존재가 딛고 있는 죽음(어둠)을 모른다. 그래서 감히 구원을 약속할 수 있고, "야외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라고 호언장담할 수 있다. 하지만 존재가 딛고 선 죽음을 직시하면서 어떠한 진리·이념 따위보다 삶의 가치를 우선하는 편에 섰을 때, 이는 지극히 위태롭게 느껴질 따름이다. '페스트'에서 그러하였듯이, 창궐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극복할 동력은 후자의 편에 선 이들이 만들어낼 것이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20-03-08 홍기돈

[월요논단]검은 장막을 거두어

바이러스 원인 생태계 파괴한 인간사람 구원한다는 '맹목적 신앙'신의 아름다움을 공포로 팔아공동체 해체 죽음으로 몰아지금이야말로 지성적 성찰 필요새벽같이 와닿은 호소문은 '대구 경북을 살려내라'고 외치고 있었다. 진보운동 가운데 가끔 얼굴을 마주했던 동료 교수의 글이다. 초중등 교육을 대구에서 마쳤고, 지금도 많은 친척과 지인이 대구에 살고 있기에 그 호소가 참 가슴 아프다. 그 안에 담긴 정부를 질타하는 매서움이 더욱 절박하게 다가온다. 다른 한편 이 전염병을 퇴치하기 위해 온몸을 던져 일하는 분들과 그럼에도 장악 가능한 상태에 놓인 현 상황을 돌아보면 나름의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바이러스는 우리 몸을 해치고 심하면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생물학적 바이러스가 생명을 위협한다면, 사회적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과 공동체를 해체시킨다. 그러나 그에 대한 두려움은 더 많은 증오와 탓을 만들어 우리 삶과 마음을 파괴한다. 중세 흑사병 사례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진실을 담고 있다. 알지 못하는 죽음의 그림자는 맹목적인 신앙과 증오를 부추기고, 이웃에서 마녀를 찾는다. 심지어 있지도 않은 자신의 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마침내 몸이 무너지고 마음이 파괴된다. 있지도 않은 죽음의 유령이 존재를 파멸시킨다. 알지 못하면 두렵고 그 두려움은 알지 못하는 그만큼 커진다.바이러스에 백신이란 치료약이 있어야 하듯이 무지의 바이러스에는 지성의 백신이 필요하다. 증오와 음모의 사회적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이웃 사람에 대한 신뢰와 공동체를 위한 공감의 백신이 있어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몸의 요구와 정신의 필요를 충족시켜야 한다. 몸이 생리적 조건을 채워야 살아갈 수 있듯이 마음과 정신은 그에 걸맞은 지성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지성은 전문지식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이기 위한 정신의 기본적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성이라 부르는 마음과 정신의 기능이 작동한다. 여기에는 그 누구도 예외가 없으며, 그 크기만큼 사람의 크기가 결정된다. 마음과 정신의 백신은 우리의 지성적 성찰을 떠나서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누가 생물적 바이러스를 넘어 사회적 바이러스를 양산하고 있는가. 이 바이러스에 맹목적으로 휩쓸릴 때 우리 삶과 마음은 파괴되고 우리 존재는 해체된다. 자신들의 검은 이익을 위해 우리를 두려움으로 몰아가고, 사회를 파멸로 이끌어가는 어두운 세력은 누구인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원인을 밝혀야 할 책임을 지닌 전문가와 언론이 오히려 이 두려움을 부추기고 있다. 사람을 구원한다는 종교가 앞장서 자신의 철 지난 교리를 강변한다. 신은 자연을 만들지만, 그 안에서 죽음의 병균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무지와 맹목이다. 신은 세상을 아름답게 창조했지만, 인간은 자신의 권력과 이익을 위해 세상을 검은 그림자로 뒤덮는다. 이 바이러스의 원인은 생태계를 파괴한 인간이며, 좁디좁은 정치적 이익을 노린 검은 언론과 맹목적 신앙, 파당적 정치세력이 아닌가. 신의 아름다움을 공포와 증오의 그림자로 바꿔놓은 그들이 원인이 아니란 말인가. 그들은 무한한 언론 자유를 누리고, 경제적 풍요를 독점하면서 나라가 재앙에 빠졌다고 앙앙거린다. 공동체를 해체하고 증오를 증폭하면서 신의 이름을 팔아 이익을 챙긴다.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면서 구원을 말한다.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희생을 딛고 만들어낸 나라의 풍요를 온갖 불법적 특권으로 독점하면서 이들을 빨갱이로 몰아간다. 정치의 시간이 다가왔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란 흑사병이 기회가 되었다. 우리의 위기를 그들은 정치의 기회로 활용한다. 그들은 누군가. 어려움이 닥칠 때 참된 친구가 다가오듯이, 무지와 두려움의 장막을 시간이 거둬 가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그때가 되면 그 종교와 교회가, 그 신문과 정당이 누군지 똑똑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기억하자. 그래서 그들을 몰아낼 수 있을 때, 그들이 부추긴 무지와 맹목의 어두움을 걷어낼 때 우리 삶과 공동체가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100여년의 고통과 잘못을 반복할 수는 없다. 지성적 성찰은 정신을 지닌 인간의 의무다. 이것을 꼰대란 말로 폄훼하지 말라.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간절히 바라는 사회적 바이러스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20-03-01 신승환

[월요논단]코로나19와 동물의 역습

인간·경제우선주의가 불러온 사태중국을 '세계의 공장' 치켜세우며 도넘는 자연파괴·동물착취 부추겨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져'생명체 대한 새로운 야만' 자성할때'코로나19'. 마귀의 짓인가. 하나님의 심판인가. 우리들의 삶을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가 종교적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특정 종교 활동을 통해 급속히 환자가 늘면서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특정 종교에 대한 비판은 물론 유사 종교 간 비난도 거세다. 그 시작은 형체도 냄새도 없는 바이러스였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끝이 언제일지 모른다는 새로운 불안감이 갑자기 확대되면서 우리들을 더 위축시키고 있다. 졸업식도 취소되었다. 사진 몇 장으로 대학생활을 마무리하는 젊은이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짠하다. 중국 유학생들로 대학캠퍼스는 긴장하고 있다. 식당도 거리도 한산하다. 한때 일본 크루즈 사태와 관련하여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를 우려했다. 하지만 우리의 4·15 총선이 제대로 실시될지 걱정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글로벌 체제에 연계된 중국 시장의 마비가 가져오고 있는 경제적 충격도 일파만파다. 조만간 사태가 진정이 되지 않는다면 헌법 제76조 1항의 대통령의 특별한 권한들이 발동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재정경제상의 위기타파를 위한 긴급명령뿐만 아니라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들이 실시될 수도 있다. 시시각각 늘어나는 환자들의 소식을 들으면서 생각한다. 도대체 이 사태의 근본원인은 무엇인가. 종교적 차원에서는 마귀와 하나님 논쟁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미 전문가들은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팬데믹(pandemic)이 주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해왔다.중국은 즉각 부인했지만 실험실의 동물로부터의 발병 가능성을 주목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중국의 발표처럼 야생동물의 식용과정에서 발생했을 수도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실험동물이든 식용의 과정이든 동물이 관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들은 동물을 인간과 다른 차원에서 취급해왔다. 호모사피엔스에 기반을 둔 인간중심주의가 그것이다. 동물을 단지 인간을 위한 수단과 도구로 삼아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명의 존엄이라는 차원에서 동물에게도 일종의 인격을 부여하려는 움직임들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른바 동물의 권리와 동물의 복지 논쟁이 그것이다. 독일과 핀란드에서는 헌법차원에서도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동물복지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2014년 세계동물보호단체(World Animal Protection)가 50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 따르면 영국은 A, 한국과 일본은 D, 중국은 E평가를 받고 있다. 지표는 각국의 동물 보호의 중요성과 가치 인식, 동물 복지 관련 법률과 정책에 관해 15항목을 평가하고 있다. 동물의 권리나 복지 차원이 아니더라도 이른바 가축공장에서 생산된 계란이나 고기들의 판매를 제한하거나 거부하고 있는 세계적인 움직임도 주목 대상이다. 공업적 방식으로 사육되고 대량생산된 동물이 인간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여 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국가들은 농업용, 애완용, 실험용, 전시용, 식육용 동물 등의 보호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법규와 지침에도 불구하고 그에 입각한 사육이나 관리가 실시되고 있지 못하다는 세계적인 보고서들이 발표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의 대학이나 연구소 그리고 기업 등에서 행해지는 실험용 동물들과 그 처리는 과연 규정대로 이뤄지고 있는가. 우리의 실험실과 전통시장은 과연 안전한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동물에 대한 실태조사와 정책의 보완 등이 실시되어야 한다. 코로나19는 마귀의 짓도 하나님의 심판도 아니다. 그것은 인간중심주의와 경제우선주의가 불러온 일종의 재앙이다.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치켜세우면서 자연을 급속히 파괴시킨 결과물이다. 자연이 파괴되면 일차적으로는 수목과 동물이 피해를 입는다. 그러나 그 결과에서 인간이 피해갈 방법은 없다. 도를 넘는 자연파괴와 동물들에 대한 착취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코로나19에 대한 의료전문가와 정부의 의견을 존중하고 협조해야 할 때다. 하지만 인간의 광기에 가까운 욕망과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야만에 대해 자연과 동물들의 역습이 시작된 것은 아닌지. 모두가 자성할 때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0-02-23 김민배

[월요논단]혐오를 넘어선 정확한 코로나19 보도를 기대한다

이미 세계로 번진 '위험의 일상화'일부언론 메르스의 교훈 잊었는지대응력 부족하면 비판 마땅하지만확인안된 허위정보 인터넷등 전파中혐오·근거없는 정부비판도 문제국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29명 중 9명이 완치되어 격리 해제됐다. 16일 29번째 확진자가 발생했고 중국과 일본 등 주변 국가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중국은 이미 지역사회 유행이 진행됐고 일본도 의심받고 있다. 2015년 5월 20일부터 시작된 메르스 사태는 우리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최대 유행지라는 평가를 얻었다. 그해 12월 23일 상황 종료를 선언할 때까지 환자 186명, 사망자 38명이 발생했다. 당시 정부 대응은 심각하게 부실했다. 위기상황에서 소통 부재가 가장 큰 문제였다. 신종 감염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데도 정부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정부와 일부 언론은 확진자 이동경로와 관련 병원 정보를 공개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집중 비판하기도 했다. 2016년 발행된 보건복지부의 '메르스 백서-메르스로부터 교훈을 얻다'에 따르면 메르스 환자 대부분이 병원에서 감염됐고 감염자 중 의료기관 종사자는 13.4%였다. 감염자의 역학조사와 통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정부의 메시지는 실제 상황과 달랐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5년 메르스 경험을 바탕으로 신종 감염병 대응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2018년 8월 메르스 의심환자가 발생했을 때, 이 시스템으로 신속 대응한 바 있다. '2018년 메르스 중앙방역대책본부백서'에 따르면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고 허위정보에 대응하기 위한 메르스 팩트체크 Q&A가 제작됐다고 한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지난 신종 감염증 사태의 경험을 잃어버린 것 같다. 코로나19를 정부 비판의 계기로만 인식하는 것 같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부족하다면 당연히 비판해야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정부의 코로나 대책을 비판하다가 일본 정부의 크루즈 봉쇄를 칭찬한 어떤 신문 사설은 여전히 화제가 되고 있다. 아직도 일부 언론은 코로나19를 우한폐렴이라고 쓰고 있다. 가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같이 써주기도 하지만 왜 그러는지 의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불렸던 것은 중국에 저자세라거나 반중 정서 차단 차원이 아니라 WHO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친중파 정부가 중국의 책임을 덜기 위해서 명칭을 변경'했다는 프레임을 위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역명을 병명에 붙이는 일은 편견만 낳을 뿐이다.코로나19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허위정보가 소셜 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 중국정부의 코로나19 정보통제가 이를 가중 시켜 허위정보를 양산시킨 책임이 크다. 그런데 확인되지 않은 유튜브 영상을 일부 언론이 그대로 전달했다가 삭제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속보의 욕망을 자제하고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일수록 팩트체크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아산·진천의 중국 우한 교민 임시시설에 대한 부정확한 보도와 사생활 침해보도도 문제였다. 부정확하고 오해를 일으키는 보도는 계속됐다. 중국을 방문한 뒤 수원에서 뇌졸중으로 숨진 40대 남성에 대한 기사를 일부 언론이 인용보도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뉴스통신사 등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기사제목을 써서 문제가 됐다. 2월13일 염태영 수원시장은 SNS를 통해 '수원에서 코로나19 의심환자 사망사건 파악 중'이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사에서는 우리 시민들이 자칫 동요할 수 있는 표현을 자제하여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고 적었다. 2012년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과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가 공동으로 제정한 감염병 보도준칙은 첫 번째 준칙으로 '감염병 보도의 정확성'을 강조한다. "감염병 보도는 현재 시점까지 사실로 밝혀진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신뢰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하고 신중한 보도, 혐오와 편견을 뛰어 넘는 언론보도가 필요하다./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2020-02-16 이용성

[월요논단]무엇이 우리를 지켜줄까

인류 위협해 온 '바이러스 공포''신종 코로나 사태' 전세계 불안감염 우려 모든 일상생활 변화위생 철저·예방수칙 준수 중요성숙한 시민의식도 뒤따라야지구의 역사를 보면 인류와 함께 다양한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들이 존재해왔고 바이러스는 인류를 지속적으로 위협해왔다. 먼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도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는 이미 조류독감,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을 경험해 알고 있다. 계속해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생겨나고 치료제나 백신을 만들기 전에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한다. 그렇게 바이러스는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며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의학이 발달하고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현시대에 감기증세와 비슷해 보이는 질병의 백신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 의아하게 여겨지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바이러스를 다룬 SF영화처럼 바이러스가 인류를 멸망위기까지 몰고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엉뚱할 수도 있는 앞선 걱정들이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현재, 세계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중국은 확진자수가 급속하게 늘고 있으며 사망자도 700명을 넘었다. 이미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까지 28개 국가에서 감염자가 나왔다. 우리나라는 확산방지 및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 신종코로나 중앙사고수습본부를 통해 사태를 주시하며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감염에 대한 우려로 학교 졸업식 풍경이 달라졌고, 많은 행사들이 취소되고 있다. 학원, 식당, 마트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고 휴업에 들어간 곳도 많다.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졌다.다행스러운 소식은 우리나라의 경우 확진 환자 대부분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으며 몇 명은 완치되어 퇴원을 했다. 이러한 사실이 우리들의 불안과 걱정을 조금은 덜어주고 있다. 백신도 없으며 치료제도 없는데 어떻게 호전되어 퇴원을 할 수 있었을까? 국립중앙의료원측에서는 치료제가 없는데 어떻게 좋아졌냐는 물음에 '자연적으로 치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이 작동해 저절로 치료가 되었다는 말이다. 면역력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대부분 평소 꾸준한 건강관리와 함께 스스로의 믿음과 강한 의지가 있을 때 활성화된다.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완치되어 퇴원하는 분들을 보면서 떠오르는 그림책이 있다. 그림책 '하루거리'(김휘훈 글·그림/그림책공작소)의 주인공 순자는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큰집에 더부살이를 하며 힘들게 살아가는데, 하루걸러 아프다는 '하루거리(학질)'에 걸렸다. 죽는 게 나을 만큼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해 동네 친구들이 저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민간요법으로 병을 낫게 하려고 애쓴다. 뱀이 하루거리를 싹 물어간다며 몰래 뱀 모양의 차가운 수건을 목에 둘러 주기도 하고, 고약한 병엔 고약하게 맞서야 낫는다며 화장실에서 삶은 계란을 먹게 하기도 한다. 외롭고 힘들기만 했던 순자는 처음으로 동무들과 해가 저물도록 뛰어논다. 그리고 '다음 날 순자는 하루거리가 별똥처럼 뚝 떨어졌대'로 마무리 짓는다. 살포시 웃음이 난다. 순자의 하루거리가 떨어진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뱀이 물어 갔을까? 아니면 고약한 화장실 냄새 때문일까?… 아마도 늘 외롭고 고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순자 옆에 나타난 동네 친구들의 따뜻함이 순자의 하루거리를 뚝 떨어뜨렸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하루빨리 종식되길 바라고 있는데 그다음엔 또 어떤 바이러스가 우리 앞에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매번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잔뜩 사놓고 과도한 걱정 속에 사람들을 피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 바이러스로 인한 혼란 속에서도 따뜻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감염 취약계층을 위한 마스크 기부,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 감염 예방을 위한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에 관한 이야기이다. 바이러스에 맞서기 위해서 철저한 위생관리와 예방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거기에 성숙한 시민의식과 연대의식이 더해져 우리가 함께 한다면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별똥별 떨어지듯이 뚝 떨어지지 않을까./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2020-02-09 최지혜

[월요논단]이상문학상 논란의 향방과 작가들의 안티조선 운동

좋은 소설 골라 상 주면 그만이지어떤 조항 붙는다면 문학상 불순해져1926년 12월 창립 조선문예가협회소속작가 스스로 정신노동자 규정소시민 결벽성 탈피 경제투쟁 결의얼마 전 이상문학상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우수상 수상자로 결정된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씨가 불공정한 조항을 지적하며 수상거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수상자는 수상작의 저작권을 이상문학상 운영 출판사인 문학사상사 측에 3년간 양도해야 한다는 조항. 좋은 소설을 골라내서 상을 주면 그만이지, 여기에 어떤 조항이 따라붙는다면 그 순간 문학상은 불순해진다. 그런 점에서 이번 논란은 출판사의 불공정한 처사도 문제이겠고, 작가가 가지게 마련인 특유의 자존심을 자극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논란이 불거졌을 즈음 이기영에 관한 논문을 읽고 있었다. 이기영은 1926년 12월 25일 창립된 '조선문예가협회'에 참가하였다. 조선문예가협회는 잡지, 신문, 출판업자를 상대로 원고료 최저액을 결정하고자 했던 일종의 작가조합이었다. 조선문예가협회가 창립된 지 두어 달 지나 잡지 『현대평론』이 당국에 압수되어 삭제 처분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잡지사는 이를 이유로 여기 게재된 이기영의 「호외」에 대한 원고료 지급을 거부하였고, 조선문예가협회는 모든 회원의 『현대평론』기고 중지를 선언하며 맞섰다. 『현대평론』 측은 결국 조선문예가협회가 성명을 발표한 열흘 뒤 원고료 지급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문예가협회에 새삼 주목하게 되었던 까닭은 그네들의 지향이 현재 작가들에게 시사하는 바 있으리라 싶었기 때문이다. 조선문예가협회 소속 작가들은 스스로를 정신노동자로 규정하면서 소시민적 결벽성에서 탈피하여 경제 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하였다. 그러니까 작가는 금전 문제로부터 초연해야 한다는 재래의 통념을 소시민적 결벽성으로 규정, 배격했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김억과 현진건을 제외한 조선문예가협회 발기인들이 모두 카프 소속 작가였다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즉 그네들은 노동자로서의 당파성을 명확히 되새기는 계기로써 조선문예가협회 창립에 나섰던 셈이다.기실 우리 사회에서 불공정 계약은 비일비재하게 널려 있다. 이상문학상 논란을 야기한 잘못된 규정 따위는 새삼스러울 바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란은 많은 매체에 신속하게 보도되었다. 다른 경우와 달리 이들 작가들이 내몰렸던 조건은 쉽사리 쟁점으로 부각되었던 셈인데, 이러한 대우는 작가에게 부여된 일종의 기득권이 작동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작가들이 잘못 대처했다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작가들의 선택을 지지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행사할 수 있는 상징권력(기득권)을 적절하게 행사하였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그렇지만 이상문학상 관련 작가들이 조선문예가협회의 사례와 달리 느껴졌다는 점은 부기할 수 있겠다. 조선문예가협회 소속 작가들이 경제 투쟁을 통하여 무산자·노동자 계급과 함께할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던 반면, 이상문학상 논란의 경우엔 계약의 불공정 문제가 사회 전체에 팽배한 유사한 사안으로까지 나아가려는 경향이 감지되지 않는다는 것. 물론 이상문학상을 둘러싼 계약 문제는 돌발 사안이었기에 조선문예가협회의 경우와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겠다. 하지만 이상문학상 논란이 작가 또한 각각 노동자, 시민이라는 자각을 확보하고 매개해나갈 계기가 되기에는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지난 2019년 한국과 일본이 역사·무역 문제로 심각하게 맞서고 있을 시기 『조선일보』 일본어판이 문제된 적 있었다. '일본의 한국 투자 1년대 -40%, 요즘 한국기업과 접촉도 꺼려'(7.4), '국채보상, 동학운동 1세기 전으로 돌아간 듯한 청와대'(7.15)라는 기사의 제목을 각각 "한국은 무슨 낯짝으로 일본 투자를 기대하나?(韓はどの面下げて日本の投資を期待すゐか?)",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국민의 반일감정에 불을 붙인 한국 청와대(解決策を提示せず國民の反日感情に火をつけゐ韓國大統領府)"로 바꾸어 일본어판에 게재하였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자 조선일보사에서는 해당 기사를 야후 재팬에서 삭제하였는데, 이는 사실관계와 다르게 분쟁의 책임을 한국 측으로 돌려세우는 행위가 분명하며, 언론의 사명과 동떨어진 정치행위에 불과할 따름이다. 당시 나는 이러한 생각을 했더랬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은 『조선일보』에 기고할 테고, 동인문학상 받겠노라 줄을 서겠지?만약 작가들이 스스로가 깨어있는 시민임을 충실하게 자각하고 있다면, 자신의 손아귀에 크든 작든 어느 정도의 상징권력(기득권)이 쥐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면, 과감하게 목소리를 모아 "안티조선"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안티조선 운동'은 이상문학상 논란이 향후 작가들의 움직임에 어떤 계기로 작동하는 하나의 사례가 되는 셈이라고 하겠다. 2000년대 전반기의 안티조선 운동이 실패해버린 지점에 서서 예컨대 나는 그러한 가능성을 기대해본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20-02-02 홍기돈

[월요논단]2020년, 돌아서야 할 시간

선거·검찰 개혁, 또다른 특권 방조언론, 당파성과 협소함에 빠져있어사회의 맹목성 추인하는 현장 헤매독점·당파적 이익은 파멸로 이끌어역사를 성찰하고 인간다움 모색해야독립국과 자주민임을 선언했던 담대함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100년 동안 우리는 길을 찾지 못했다. 이제는 아예 길을 찾으려 하지도 않는다. 시대의 흐름을 보지 않은 채 자기만의 세계 안에서 작디작은 이익을 추구했던 사회가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온몸으로 겪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돌려 그 틀을 벗어나 가야 할 길을 보려하지 않는다. 여전히 나만의 이익과 당파적 싸움에 빠져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지겹게 겪은 야만과 폭력은 말할 것도 없지만, 지금 보고 있는 이 불의와 불공정을 벗어날 길을 찾으려는 노력은 어디에 있는가. 선거제도 개혁과 검찰 개혁이라는 당위는 특권을 독점해온 반민주적 행태를 바꾸려는 노력이었지만, 그 뒤에서 또 다른 특권을 방조하려 한다. 검찰개혁이 이 사회에 공정과 민주적 법치를 강화하는 줄 알았는데, 새로운 독점 권력을 만들어 내거나 재벌의 금융범죄를 방조하는 쪽으로 흘러간다면, 그 역시 당파적 이익에 매몰되었던 지난 역사를 되풀이하는 길이 아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한 법적 결정은 이런 의혹을 가름하는 중요한 표지가 된다. 16세기 이래 변화된 시대상에서 그들만의 역사적 경험에서 만들어낸 유럽 근대의 세계체제는 19세기에 이르러 우리를 파멸적 고난으로 몰아세웠다. 그 고난에서 구미의 체제와 철학을 수용함으로써 나름대로 이룩한 성취가 지금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와 민주주의적 사회 환경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정치·경제 체제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표징은 흘러넘치고 있다. 이 경고는 근대의 실증적 체계를 극복하는 그 이상의 철학과 규범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그 좁은 물질적 달콤함에 빠져 그 체제가 전부인 줄 알고 있다. 실증주의와 자유주의 철학의 한계는 파멸적 미래의 표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후위기, 과잉의 자본주의, 파열된 법치의 파행을 어떻게 넘어서려 하는가. 그 파행을 경고하고 성찰하면서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줘야 할 언론은 더 심한 당파성과 협소함에 빠져있다. 성찰적 지성은 어디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단지 이 사회의 맹목성을 추인하는 매몰된 현장에서 헤매고 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말할 자는 누구인가.서구의 근대성은 선험적 규범의 세계를 벗어나 인간의 생물성을 잘 대변함으로써 짧은 시간 놀라운 물질적 성취를 이룩했다. 그에 뒤따라 어느 정도의 계몽적 가치를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와 경제체제가 그 대표적 성취이며, 과학기술이 이룩한 결과 역시 그런 철학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그 성취가 일면적이며, 그것이 인간과 생명, 자연과 세계가 가야 할 궁극의 길이 아님도 역사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거대담론이 우리와 무관한 것은 절대 아니다. 인간은 물질적으로 한계 지어져 있고, 실증적 조건에 매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끊임없이 그 한계와 조건성을 넘어, 인간다움의 길을 향해 초월해 가는 존재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의 고난을 뚫고 어렵게 이룩한 성취가 인간을 위한 성취로 남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인간다움을 지켜낼 역사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체제를 성찰하고, 그 뒤에 있는 근대성을 감내하면서 극복해야 한다. 산업화 시대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않으면 결코 근대성의 폭력을 넘어설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맹목적 자유주의 철학에 매몰되어 그 작은 물질적 풍요를 탐닉하고 있다. 특권과 독점, 당파적 이익은 인간적 삶과 미래를 파멸로 이끌어갈 것이다. 찾아야 할 길은 찾지 않고 발밑에 놓인 달콤함만을 찾고 있다.역사를 성찰하고 인간다움의 지평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인간과 생명의 본성을 재개념화하고, 세계와 문화의 의미를 일상에서 다시금 언어화해야 한다. 생명성과 미적 감수성을 회복하고, 인간다움의 연대와 공감을 새롭게 드러내야 한다. 이 새로운 길은 100년의 어두움을 뚫고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시간이다. 그 전환은 오로지 새로운 꿈을 꾸는 너와 나,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다. 필요한 것은 그를 위한 열정과 결단뿐이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20-01-19 신승환

[월요논단]요코하마와 오사카 그리고 인천의 드림촌

요코하마, AI·로봇 첨단기술 활용복지·의료·관광·경제등 혁신 가속화오사카, 외국인 전문인력 문호 확대인천, 벤처공간 주민 반대로 '답보'젊은기술자 없는 인천미래 안보여경자년 인천의 미래. 박남춘 시장이 새얼아침대화와 인천경영포럼에서 새해 계획을 밝혔다. 인천의 오랜 과제들을 해결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취지. 박 시장은 난제 해결에 도움을 주었던 분들을 거명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했다. 행사 후 티타임에서 몇 분의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진정성이 느껴진다'. '우연히 해결되는 과제도 있다는 말이 남는다'. 박 시장은 새해 과제 가운데 하나로 폐기물처리장의 문제를 꺼냈다. 그는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요코하마와 오사카를 직접 찾아갔었다. 크게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지리적 측면에서 요코하마와 인천은 서울과 도쿄와 같은 유사성을 갖고 있다. 오사카 역시 교토와 함께 간사이 권역의 핵심도시이다. 인구만을 비교하면 요코하마는 370만여명, 오사카시는 270만여명이다.그렇다면 요코하마와 오사카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일본이 지금 겪고 있는 문제들이 5년 혹은 10년 내에 한국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만약 일본의 현 단계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준비한다면 일본이 겪는 문제를 우리나라는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까지 지혜로운 대처를 하지 못했다. 사정이야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문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당면할 저출산 문제와 제조업 위기 그리고 베이비붐 세대(団塊)의 대거 은퇴가 가져올 과제들을 예측했다. 다양한 대책도 준비했다. 그렇다면 그 과제들은 해결되었을까. 요코하마의 시책을 보면 여전히 자신들을 둘러싼 과제들과 전투 중이다. 75세 이상 인구가 60만명이 되면서 정년연장, 의료, 간병 문제를 최대의 과제로 등장시켰다. 새로운 문제도 있다. 2019년 기준 외국인은 10만명을 넘어섰다. 중국인이 4만1천156명, 한국인이 1만2천930명, 미국인 2천722명, 북한인이 620명 등이다. 당연히 다문화와 공생 전략이 중요하다. 요코하마는 AI와 로봇 등의 첨단기술을 활용한 복지, 의료, 방재, 관광, 경제 등에 대한 서비스 추구와 기술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대책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600만명이 관람한 도시녹화 '요코하마 페어'가 그것이다. 꽃과 초록을 내세워 도시의 색깔을 바꾸고 있다.오사카시는 공항과 항만을 통한 집객력 강화, 인구감소·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한 인재력 강화, 산업과 기술의 강점 극대화, 물류 인프라의 활용, 도시의 재생을 시의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다. 2018년 오사카부와 시를 찾은 외국인은 1천142만명, 총 숙박인원은 3천990만명, 국제선 LCC취항 편수는 주당 536편이다. 2025년에 개최될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를 준비하고 있다. 입장객수 2천800만여명, 경제파급효과 약 20조원, 건설비 1조2천5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외국인이 일본을 찾는 목적을 통한 전략도 수립하고 있다. 일본의 음식과 문화, 역사, 자연에 대한 관심을 관광과 연계하고 있다. 오사카를 찾는 여행자들이 전통적인 일본의 풍물과 현지인들의 생활문화 체험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한 마케팅도 활발하다. 기존의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는 오사카의 3화 정책도 매우 흥미롭다. 공항과 항만의 허브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로 화물을 모으는 '집화', 공장과 산업단지의 확대를 통해 새로운 화물을 창출하는 '창화', 항만시설의 기능 확대를 통한 경쟁력의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오사카는 제조업의 메카이기도 하다. 외국인 가운데 고도의 기술 등을 보유한 전문적 인력에게 문호를 확대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과 기술자의 영입확대가 인상적이다. 오사카는 제4차 산업혁명의 필수기술과 에너지 기술을 가진 기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젊은이들을 위한 연구와 벤처 공간인 '인천 드림촌'은 주민들의 반대로 답보상태다. 젊은 기술자와 연구자가 없는 인천, 산업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떠나는 인천에 미래는 없다. 박 시장이 아쉬움으로만 표현할 사안이 아니다. 조성지역을 다양화하고, 이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젊은이들이야말로 인천의 미래이자 희망이기 때문이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0-01-12 김민배

[월요논단]4차 산업혁명 인재상과 핵심역량의 올바른 접근은

혁명위 권고안, 사회문제 논의 부족'창의융합형'→'미래인재' 교육혁신기계 대비되는 인간 고유역량 강조신기술과 노동의 인간화 중심으로비판적 사고력·소통·협업이 중요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 키워드이다. 4차 산업혁명은 독일의 기술혁신을 통한 제조업 혁신전략이자 산업혁신전략인 '산업 4.0'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우리는 기술혁신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곤 한다. 이와 달리 독일은 '산업 4.0'에 이어 노동혁신전략인 '노동 4.0' 수립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기술혁신과 인간조직의 관계(노동의 인간화)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기술체계의 관점으로 접근했다. 2019년 11월 대통령 자문위원회인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발표한 '대정부권고안'은 시민단체와 노동단체에 의해 과학기술과 산업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일자리와 복지 등 사회적 문제 논의는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을 계기로 4차 산업혁명이 대중적으로 체감되기 시작했다. 2017년 11월에는 정보통신과학기술부 등 관계부처와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공동으로 '혁신성장을 위한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대응계획'을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 대응에 관련된 논의와 정책 제시는 교육계도 예외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인재상과 핵심역량이 제시되고 있다. 우리 교육이 지향하는 인재상은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된 창의융합형 인재였다. 창의융합형 인재란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추고 바른 인성을 겸비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이라 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역량으로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역량, 심미적 감성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등 여섯 가지를 제시됐다.2017년 '미래 인재'라는 개념이 새롭게 등장했다. 2017년 2월 미래창조과학부가 발간한 한 보고서에는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3대 핵심역량이 제시됐다. 기계와 차별화된 인간 고유의 문제 인식 역량, 인간 고유의 대안 도출 역량, 기계와 협력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이었다. 4차 산업혁명에 즈음해서 기계에 대비되는 인간의 고유한 역량을 강조했다. 인간의 문제 인식 역량과 대안 도출 역량으로 기계와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협력적 소통 역량을 통해 기계 성능을 활용하여 전반적인 인간 인지 과정을 강화할 수 있다. 이렇게 미래역량을 통해 복합적인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면서 기계와 공생해 간다는 것이다. 2019년 8월 교육부는 '인구구조변화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대학혁신 지원 방안'에서 대학 혁신 4대 정책 방향 중 첫 번째 방향으로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혁신'을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대정부권고안'은 단순 반복적인 노동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반면, 고도의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일자리의 수요는 증가하는 등 고용시장 변동이 예상된다. 고정된 지식을 축적하고 활용하는 능력보다 정보를 적절히 활용하여 문제를 발견하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역량이 더욱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교육부는 4차 산업혁명으로 기존 일자리 감소와 융합기술 중심의 신산업 분야의 일자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대학의 역할 강화가 요구된다면서 신산업에 대응하는 융합지식과 4C 능력 등을 갖춘 문제 해결형 인재양성을 위한 대학 교육과정 및 교육 환경 등의 전반적 대학교육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4C 능력은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소통능력(Communication), 창의력(Creativity), 협업능력(Collaboration)을 포함한다. 대학에서는 융합교육과정을 통한 4차 산업혁명 친화적 융합지식과 창의력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기술혁신과 노동의 연계와 사회문화적 접근이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에서도 디지털 정보와 콘텐츠에 대한 비판적 이해력과 사회문화·윤리적 접근을 포함하는 비판적 사고, 그리고 디지털 시민의식을 기반으로 소통과 협업 능력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2020-01-05 이용성

[월요논단]새해를 시작하며

생명체들에게 중요한 것은 '공존'경자년엔 잘 보고·듣고·많이 웃고진실된 마음으로 성실하게 임하며모르면 묻고, 화내지 말며남의 것 탐하지 않는 한해 살아보자2019년이 다 가고 며칠 남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연말행사, 송년모임, 공연, 시상식 등의 소식을 접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매일 같은 해가 떠오르고 어제, 오늘, 내일… 연속되는 시간 속에 살고 있는데 우리는 왜 해가 바뀌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두는 걸까?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우리가 뭔가를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기도 하고, 이미 지난 일들은 괜찮다며 용서를 건네기도 하고, 더 이상 끝이 아니라는 희망을 주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365일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새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2019년에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일은 오랫동안 바라던 새 도서관을 지어 문을 연 것이고 그다음 순위는 그렇게 어렵게 만든 공간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해 강렬하게 느끼며 올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 넓어진 공간에서 더 많은 이용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중에도 어린아이를 데려오는 부모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많다. 도서관 이용에 대한 예절, 타인과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 대한 배려, 내 것이 아닌 공동의 것에 대한 소중함 등을 찾아보기 어렵다. 마구 뛰어다니고 생각 없이 책을 찢고 도서관 소품들을 던지고 망가뜨린다. 옆에서 책을 보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없을 뿐 아니라 사물에 대해 조심스럽게 살피고 대하는 마음이 부족하다. 이런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고 내버려두는 부모들을 보면 어떤 때는 정말 화가 난다. 멀리 외딴곳의 도서관까지 아이들을 데려온 부모의 열성을 보면 자녀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지만, 정작 삶에 필요한 것을 가르치지 않는 그들의 사랑방식은 참으로 안타깝다.새로운 시작 앞에, 많은 부모와 아이들을 보면서 딱 맞는 그림책 하나를 발견했다. 그림책 '시작하는 너에게'(마에다 마유미 지음. 강방화 옮김/웅진주니어)에서는 아기 곰이 태어나서 엄마 곰으로부터 독립하기까지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묘사했다. 독립하기 전까지 엄마 곰은 아기곰들이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을 직접 데리고 다니며 알려준다. 계절의 변화는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먹이는 어떤 것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등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준다. 부모로부터 독립하게 된 아기 곰들은 엄마와의 이별이 서운했지만 자신이 나아갈 앞날이 조금 설레기도 하다.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아기 곰에게 힘찬 파이팅을 외치는 엄마 곰은 자랑스러운 마음과 공허한 마음이 함께 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에게 중요한 것은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것이다. 공자가 말한 견리사의(見利思義)처럼 누구나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만을 쫓아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든 말든 개의치 않고 행하는 행위들은 개인의 욕망만 채우는 것이다. 이익을 취하더라도 의(義)로운 관점에서 판단하고 임해야 할 것이다.새해를 맞이하며 나 자신부터 다짐하고 싶다. 논어의 계씨에 군자유구사(君子有九思)가 있다. 군자로 살아가면서 곰곰 생각해야 할 아홉 가지의 도리이다. 볼 때는 제대로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질 것을 생각하고(視思明), 들을 때는 똑똑하게 들어 상대방을 이해할 것을 생각하고(聽思聰), 얼굴빛은 온화하게 할 것을 생각하고(色思溫), 태도는 공손할 것을 생각하고(貌思恭), 말을 할 때는 진심을 다할 것을 생각하고(言思忠), 일을 할 때는 공경스럽게 할 것을 생각하고(事思敬), 의심이 들 때는 질문할 것을 생각하며(疑思問), 노여울 때는 곤란해질 것을 생각하고(忿思難), 이득이 되는 것을 보면 그것이 의로운지를 생각하라(見得思義).이제 며칠만 지나면 2020년 새해가 밝아온다. 며칠 남지 않은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맞이하면서 잘 보고, 잘 듣고, 많이 웃고, 공손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성실하게 임하며 모르면 묻고, 화내지 말며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 그러한 새해를 살아보자./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2019-12-29 최지혜

[월요논단]해체해야 할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

민주-한국당 표면상 격렬 대립속서로에 대한 분노로 존립근거 다져송나라 신유학자들 왕도정치 구현화해질서·도덕 우월가치로 내세워정치인들 의혹 '수신' 중요성 알아야온 나라가 뒤죽박죽 엉망진창이다. 정부·여당이 지지하는 장관 후보보다 이를 비난하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더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고 항변할 때부터 감지하기는 했다. 표면상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으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서로에 대한 분노를 자양분 삼음으로써 각자의 존립 근거가 견고해지는 지점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6일 자유한국당은 국회 경내에서 집회를 가졌고, 이때 다른 당 국회의원·당직자 및 국회 직원에게 폭력과 성추행이 저질러졌다. 자유한국당 지지자들 나름의 존재 증명인 셈이다.선거법 개혁안이 너덜너덜 누더기로 전락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다시 한 번 실감된다. 민의(民意)를 보다 폭넓고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하여 선거제는 마땅히 개혁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자유한국당은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취지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표면상의 격렬한 대립에 아랑곳없이, 낡은 선거법 체제를 가능한 유지하면서 공생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거대 양당에게는 이득이 되는 것이다.정치 지형의 변화는 없이 상호 적대적인 양상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사법시스템의 작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기에 이르렀다. 19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공판에서 검찰은 사실상 재판장을 흠집 내고 망신주는 시위를 벌였다. 10일 공판에서 재판부는 조국·정경심 편에 섰다고 몰아붙이는 검찰 측에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고 한다. "제 판단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검사님은 검사님 판단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 안 해 봤습니까?" 이 순간 정부·여당의 반대편에 놓인 검찰의 자리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불편부당한 심판자를 자처하고 있으나, 자신의 막강한 권력에 후원이 되어 줄 정치 세력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혐의를 검찰이 떨쳐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분노만 확대 재생산될 뿐 상황을 타개할 전망이 부재한 상황에서 신유학의 성립 과정을 떠올려본다. 신유학을 주창했던 송나라의 지식인들 또한 이처럼 무거운 상황에 직면했었기 때문이다. 거란의 요(遼), 여진의 금(金), 탕구트의 서하(西夏), 베트남 방면의 대월국(大越國) 등과의 치열한 각축 속에서 한족의 송(宋)은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신유학자들은 전쟁 대신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가치를 가다듬었다. 각각의 국가들은 하나의 틀(문명권) 내에서 서로 어울려 공존해야 하는 한편, 나름의 전통과 문화에 입각한 특수성(개별성)을 유지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국가 차원에서 무력이 행사될 위험을 제어하기 위해서 신유학자들은 정통(政統)과 도통(道統)을 분리하였다. 백성·신하 위에 군림하며 힘으로써 통치하였던 황제들의 폐도(覇道) 정치를 거부하고, 고대 성왕에서 공자에게로 이어졌던 덕에 입각한 왕도(王道) 정치를 잇겠다고 표명하였던 것이다. 왕도를 따르고 구현하기 위해서는 신유학자 자신도 스스로 부단하게 수양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학문은 위기지학(爲己之學)이라고 하여 도덕적 권위를 마련해 나가는 수신(修身)의 방편으로 자리매김 되었다.물론 전근대의 가치관을 현시대에 그대로 접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신유학이 첨예한 대결 구도를 화해의 질서로 해소해나간 측면이라든가, 도덕의 권위를 무력·금력 따위보다 우월한 가치로 곧추세워 나간 과정 등은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예컨대 나경원·조국·김성태로 대표되는 정치인들을 둘러싼 온갖 의혹들은 수신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 새삼 깨우쳐 주는 바 있지 않은가.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에 안착해서는 이러한 현실 너머로 나아갈 희망을 일구어낼 수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보다 더 커다란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19-12-22 홍기돈

[월요논단]몽상과 나비의 꿈 사이

권력잡은 이들 여전히 이익만 좇고청산대상 집단 기득권 유지위해 몽니2020년 SF의 꿈 간절함 향해 비행노동과 가난 열악한 자리 벗어나고성찰의 지성 삶의 일상되길 꿈꾼다공상과학에서나 나올 것 같았던 2020년이 불과 며칠 남지 않았다. 그만큼이나 놀랍게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의 낯익은 듯 낯선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정말이지 2020년이 눈앞에 다가왔다. 그런데도 눈을 돌려 주위를 보면 여전히 100여 년간의 혼돈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물질적으로는 놀라운 성취를 이룩했고 그때와 같은 결핍과 폭력의 시간은 사라진듯하다. 그렇지만 한 걸음만 더 우리 사회의 속살로 들어가면 그때보다 더 놀라운 야만을 수없이 보게 된다. 가난 때문에 죽어가는 이들과 권력의 횡포에 삶을 포기해야 하는 사람의 현실은 결코 그때의 폭력에 비해 부족하지 않다. 노동자는 죽어가는데, 재벌과 고위 관료와 법조계 인사는 처벌조차 받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온갖 망발과 탈법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언론이 일등신문이라고 자부한다. 교육은 사람의 됨됨이를 말살하는 가장 빠른 길이 되었다. 우리는 정말 경제성장과 민주화에 성공한 것일까. 이런 격차와 역기능을 사람들은 20대 80 사회 때문이라거나, 또는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는 명백히 잘못된 진단이다. 이 말은 현상과 원인을 구별하지 못한 채 그저 보이는 사실을 뒤집어 말하고 있을 뿐이다. 참 "멋진 헛소리"다. 듣기에는 뭔가 있어 보이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인을 명확히 밝혀 우리 사회와 문화의 문제를 뿌리에서부터 해결하고, 가야 할 길을 명확히 보여주지 못하면 불평등과 퇴행은 되풀이될 것이다.우리 사회의 문제는 잘못된 체제와 독점적 관행이 여전하기 때문에 생긴다. 특권을 독점한 집단이 강고하게 공공성을 무시한 채 그들만의 이익을 추구하기에 구조적 불평등이 만연한 것이다. 법과 지대를, 자본과 전문가 인증을 소유한 그들이 권한을 독점하고 공동체와는 전혀 무관하게 자신들만의 이해 놀음에 빠져있다. 우리 사회의 현실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지난 100여 년의 시간을 달려왔다. 그럼에도 그 질주는 다만 자본의 불빛이거나, 독점적 권력에 동참할 수 있으리라는 환상이었을 뿐이다. 현실이 그럴망정 규범과 의식에서라도 공동체 정신과 공동선을 지향한다면 달라질 가능성도 있지만 그런 문화적 자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달력의 시간은 SF적이지만 현실 사회의 시간은 100여 년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지난 몇 달간의 검찰 놀이는 물론,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작태를 냉정히 바라본다면 이 말이 결코 냉소로만 보이진 않을 것이다. 양극화와 불평등을 말하지만, 자본을 향한 몽상은 계층과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개혁을 외쳤던 함성을 딛고 권력을 잡은 이들이 여전히 그들만의 이익을 향해 불나비 몽상을 계속한다. 탄핵과 함께 청산되었어야 할 집단이 언제나처럼 자신의 낡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온갖 몽니를 부리고 있다. 문제의 근원은 불의한 구조와 체계에 있으며 이를 지속시키는 사회 문화적 독점, 기득권층의 지배 구조에 있다. 또한 이를 흉보면서 닮는 대중들도 결코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사람의 꿈은 일상에서의 경험과 정보를 정리하는 과정이면서 또한 어디로 가고 싶어 하는 간절함을 담고 있다. 그래서 2020년 SF의 꿈은 몽상과 간절함의 골짜기를 비행한다. 그 꿈은 낡은 언론이 본질적으로 탈바꿈하는 몽상, 법이 자신을 빙자하여 기득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마저 빼앗길 사람을 지켜주는 참된 법이 되는 간절함으로 이어진다. 나비의 꿈은 몇 년을 땅 밑에서 선탈을 열망했던 이들의 몫이다. 100년에 걸친 인고의 시간이면 이제는 선탈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노동과 가난이 그 열악한 자리를 벗어나길 꿈꿔도 좋을 것이다. 교육이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되살아나길, 그래서 대학이 성찰의 인간을 위한 학문의 터전으로 거듭나길 꿈꾼다. 자본과 기술이 삶을 몰아세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얼굴을 향해 탈바꿈하길, 공동선과 규범이, 성찰의 지성이 삶의 일상이 되길 꿈꾼다. 나비의 꿈이 SF에 머물러 있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2019년은 이 꿈이 몽상에 그치는 마지막 시간이었으면 좋겠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9-12-15 신승환

[월요논단]평화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

선거와 표만 의식 신사대주의 판쳐정치권, 민생경제 외면 '정쟁' 올인지금 모두 '한반도 운명' 주목해야'북미 대결'로 혹독한 겨울 될 수도12월 만이라도 싸움 멈추고 뭉쳐야'당파를 형성하는 것은 부귀에 대한 욕망 때문이다. 무리를 지어서 이익이 없다면 무엇 때문에 무리를 이루겠는가.' 성호 이익(李瀷)이 질타한다. '당쟁은 감옥으로 보내기 위한 싸움이다. 지극히 어진 사람이 흉악한 사람으로부터 끝없이 공격을 받는다. 크게 악한 사람이 참으로 착한 사람을 친다'(星湖僿說 黨論有要). 생각한다. 300년 전 조선시대의 당쟁과 현재의 우리정치 현실이 이토록 유사할 수 있을까. 당쟁은 파벌들의 싸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국란을 자초한다. 성호는 임진년의 변란은 없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대체 어떤 논거로. '나무가 썩으면 좀이 생긴다. 사람이 피곤하면 병이 찾아온다. 국가도 다르지 않다. 외적은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다. 허실이 드러나면 들이닥치는 것이다'. 그는 서로 협동하여 정책과 전략을 세워 허점을 없앨 것을 강조한다. 성호라면 12월의 한반도 문제에는 여야가 없어야 한다고 충고했을 것이다.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이 아니어도 정파의 이해관계 때문에 전쟁의 참화로 몰고 갔던 역사는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선거와 표만을 의식한 신사대주의가 판을 친다. 일부 정치인들이 국민의 생존보다 자신의 당선을, 한반도의 평화보다 정파의 이익을 우선한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정파의 이해가 대한민국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에 우선할 수 없다. 물갈이나 퇴진론으로는 부족하다. 역사와 선열 앞에 사죄해야 한다. 도대체 정치란 무엇인가. 공자가 말했다. '정치란 먹을 것을 충족히 하고 군비를 넉넉하게 하고 백성들이 믿도록 하는 것이다'. 자공이 묻는다.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하는지요'. '먼저 군비다. 그 다음이 먹을 것이다'. 그러나 왕충(王充)이 반박한다. '식량이 없다면 백성은 예의를 저버린다. 겸양은 여유에서 생기고 다툼은 부족함에서 생긴다. 믿음이 아니라 식량이 우선이다'(論衡). 그렇다. 왕충의 비판처럼 명분보다 백성들에게 중요한 것은 의식주다. 그런데도 민생경제에 올인하는 정치를 본 것이 언제인지. 정쟁에 기울였던 열정을 경제에 쏟았다면. 청문회 호통만큼 경제문제를 파고들었다면. 청년들의 일자리도 명퇴당한 중장년의 일자리도 늘어났을 것이다. 결혼도 출산도 지금처럼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성호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양반이 세습되니 나라에 인재가 없다. 재능과 자질만으로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 학문을 숭상하는 자는 번영한다. 무예를 숭상하는 자는 강하다. 문벌을 숭상하는 자는 망한다'. 성호의 비판처럼 인재 등용의 원칙을 바꿔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갖춘 지도자였다. 그를 뛰어넘는 전문가적 문제인식과 국제적 판단력을 갖춘 리더들이 필요하다. 통합과 용인술, 비전 추진과 위기 돌파력, 원칙과 유연한 판단, 과학기술과 경영마인드를 갖춘 리더와 인재들이 세상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도 재벌과 교회, 전문직과 고용세습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와 다른 것이 무엇인가. 젊은이들이 좌절하는 이유다. 그래서 더 허망하다. 왕충은 현실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헛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허망한 것과 허망하지 않은 것을 판별하는 것은 시비(是非)라고 했다. 시비는 사실과 효험에 의해 결정된다. '눈과 귀(耳目)로 판단하면 허상의 오류에 사로잡히기 쉽다. 반성적 사고로 인식된 심의(心意)로 바로잡아야 한다'. 그는 세상사를 이목이 아니라 심의로 판단할 것을 주문한다.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진실규명을 내세워 정치를 휘젓는 검찰을 보면서 생각한다. 지켜야할 헌법적 가치가 무엇인지. 검찰도 국회도 헌법 아래에 있다. 이목을 흐리는 정파의 이해관계는 봄날이면 사라지는 얼음장에 불과하다. 정치는 칼이 아니라 국민이 심의와 표로 판단하는 것이다. 지금 모두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한반도의 운명이다. 남북 간의 봄은 짧았다. 북미가 대결하는 겨울은 더 혹독할 수 있다. 12월만이라도 모두가 정쟁을 멈추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보다 우선하는 어떤 가치도 없기 때문이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9-12-08 김민배

[월요논단]우편사업의 공공성과 정기간행물 우편요금 지원

보편적 서비스 제공하는 공익성자체수입 충당 기업성 요구 받아공적기금으로 감액제 지원 필요도서 산간벽지 주민도 알권리언론자유 실현위해 중요한 과제지난 11월 28일 국회에서 정기간행물의 우편요금 감액률(할인율) 조정에 관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는 정기간행물 단체와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들 사이에 치열한 토론이 오갔지만 함께 우편제도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 노력하기로 하고 마무리됐다. 우정사업본부가 주요 국가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기간행물 우편요금 감액을 축소하려고 하는 이유는 올해 우편사업 현금수지가 1천960억원 적자로 돌아설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는 5월에 우편요금은 통당 50원가량 인상한데 이어 내년부터 일간지와 주간지 우편요금 감액률을 각각 68%와 64%에서 50%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정기간행물 우편요금 감액제의 주요 대상인 농민신문 등 농업전문언론의 경우, 농민신문 64억원 등 연간 83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신문배달체계를 통하지 못하고 집배원의 우편배달에 의존하고 있는 농업전문언론이나 전문신문(특수주간신문), 지역주간 신문은 상당한 타격이 예고됐다. 우편사업이 보편적인 서비스이자 국민의 알권리와 미디어접근권에 기여하는 가장 중요한 공익적 사업임은 따로 설명이 필요가 없다. 주요 국가와 마찬가지로 우편요금 감액제도는 1994년 도입하여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우편 수지개선을 위해 감액제도를 조정해야 했지만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정부기관으로 우정사업을 운영하는 연방우정청은 2010년 정기간행물 감액제도 등을 포함하는 이유로 지속적인 적자가 발생하자 민영화 압박을 받고 있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우정청은 돈이 안 되는 오지마을까지 편지를 배달하겠지만 민간기업은 그 서비스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정사업이 제공하는 보편적 서비스는 효율성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니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말이었다.우리도 우편서비스가 갖고 있는 공공성은 특별하다. 우정사업본부는 우편물을 오지까지 배달하는 보편적 서비스(읍·면 1개 이상 우체국 등)를 하고 있고 최근에는 복지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위기 가구를 관찰·발굴하기 위한 '명예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집배원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정기간행물 우편요금 할인제도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우정사업본부는 정부기업이지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익성과 함께 자체수입으로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기업성(독립채산제)을 요구받고 있다. 최근 우편 물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우편요금 감액 부담으로 우편수지가 악화됐다고 한다. 그런데 우정사업본부는 자체 수입 범위 내에서 모든 비용을 충당하는 특별회계로 운영되고 있어 우편적자가 발생해도 일반회계(국가예산)에서 보전받지 못하고 자체적으로 해야 하는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수익을 내고 있는 예금사업도 특별회계에 묶여 있어 이익금 상당부분이 일반회계 등으로 전출되어 우편사업의 적자를 보전하고 추가 사업에 제대로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정기간행물단체의 요구를 수용하여 11월 13일 일간신문 6% 주간신문 5%로 감액률을 축소(감액률 일간 62%, 주간 59%)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유럽의 스위스,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는 우정기관이 신문을 우편으로 배달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이나 적자를 공적 기금 등에서 보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언론진흥기금을 통해 일간지만 신문 우편발송 지원이 일부 되고 있다. 유럽과 같은 공적 기금 등을 통한 신문 우편배달 지원은 미디어접근권이나 정보복지 차원에서 중요한 신문지원제도로 평가된다. 최근 집배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감안할 때 우정사업의 공공성에 걸맞은 회계구조가 시급히 필요하다. 국회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입법 노력이 있으니 결실이 있어야 할 것이다. 철도는 공익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정부가 보상하도록 법제화되어 있다. 도서 산간벽지에 사는 주민들도 신문과 잡지를 만나 세상일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 미디어접근권, 더 나아가 언론자유의 실현에 있어 중요한 과제이다./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2019-12-01 이용성

[월요논단]모두가 행복한 세상

우린 너무 인간중심으로 살아동물도 '동물답게' 살 권리 있어'동물원' 존재이유 돌이켜본다면그들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뭘 원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최근 몇 년 사이 어린이들의 체험활동이 중요시되면서 다양한 체험들이 많이 생겼다. 그중 동물원에서 동물들의 먹이를 구입하여 직접 먹이를 주고 만져볼 수 있는 어린이 동물원들도 생겨나고 있다. 토끼, 염소, 닭 등 가축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종들이 우리에 갇혀서 이용객들을 맞이한다. 아이들은 당근이나 먹을거리를 직접 먹이고 만져보면서 신기해하고 부모들은 그 모습을 사진 찍으며 흐뭇해한다.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미소를 보면 동물들과 가까이 교감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아 보인다. 하지만 동물들을 바라보면 마음이 달라진다. 좁은 실내 공간 안에서 너무 많은 어린이 손님 덕분에 이미 충분히 배부른데도 아무 생각 없이 받아먹고, 아이들의 탄성에 응대하는 동물들을 생각하면 순전히 인간만을 위한 장소라는 생각을 지우긴 어렵다.한때 우리나라 서울대공원의 '돌고래 쇼'는 그 인기가 대단했다. 이 돌고래들은 제주도에서 불법 포획된 돌고래로 좁은 수족관에서 고된 훈련을 받으며 돌고래 쇼에 동원되었다. 몇 년 전부터 동물권리 활동가들과 시민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그들의 고향인 제주도로 다시 보내지기 시작했다. 서울대공원은 2017년 5월 마지막 남은 세 마리의 돌고래들을 제주도로 돌려보내고 돌고래 쇼를 완전히 폐쇄하면서 '돌핀-프리'를 선언했다.그림책 '점프 점프/정인석 글·그림/고래뱃속'의 주인공 돌고래 핑크를 떠올리게 된다. 돌고래 핑크는 수족관에서 태어났지만 돌고래 쇼에서 점프하다 우연히 바라보게 된 바다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되는 수족관에서 보이는 바다를 향해 높이 점프한다. '바다야, 진짜 바다…!' 돌고래 핑크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자연의 바다에서 높이 점프한다. 비로소 행복을 찾은 것이다.2018년에 발생한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사건 이후에 동물원 폐지에 대한 의견들이 많아지면서 동물원폐지에 대한 국민청원이 5만여명을 넘었었다. 동물원의 존재 여부에 대한 논란은 동물권리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논의되어 온 문제이기도 하다. 동물원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동물원은 동물보호와 멸종위기종 보전 및 복원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존속의 이유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그런 사례들도 있다. 멸종위기종들을 육종프로그램을 통해 번식시켰으며, 야생으로 다시 되돌아가도록 도운 사례들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종(種)이 너무 많아져서 살처분한 경우도 있고 제한된 범위 안에서의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 피임 등 생식과 양육형태를 인간이 의도적으로 통제하기도 한다. 동물원의 순기능을 강조하면서 동물원이 계속 존재해야 한다고 한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물원이 아니라 '동물보호센터'가 아닐까 생각된다.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는 오랫동안 코끼리를 이용해 코끼리 트레킹, 코끼리 쇼 등 관광 상품을 만들어 왔었다. 그런데 최근 해외에 나가보면 부쩍 눈에 띄는 것은 '코끼리 보호센터'에 대한 안내문이다. 관광으로 이용되며 상처받은 코끼리들을 치료하고 보호하는 단체들을 소개하고 있다. 동물보호의 중요성과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면서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게 한다. 숙련된 전문가들과 함께 먹이를 주고, 배설물을 치우고, 목욕을 시키는 일을 도울 수 있다. 동물을 좋아하고 동물과 함께 교감을 느끼고 싶다면 동물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우리는 너무 인간 중심의 입장에서 동물원을 만들고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동물원을 무조건 폐지해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듯 동물들은 동물답게 살 권리가 있음을 우리가 다시 한 번 기억했으면 좋겠다. '동물원'이 무엇을 위해 왜 존재하는지 근본적인 존재 이유에서부터 우리의 생각이 시작된다면 동물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단지 인간을 위한 구경거리나 전시 수단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동물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지를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인간도 동물도, 우리 모두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2019-11-24 최지혜

[월요논단]86세대에 대한 단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줄잇는 죽음

지금 바라는건 '민주 vs 반민주' 아닌정치 민주화에 '경제 민주화' 탑재민생정책에서 우위를 증명하는 것'극악 현실' 바꾸려는 사명감 있다면이전 정치인들과 다름을 보여줘야얼마 전부터 일명 86세대가 비판의 표적으로 떠올랐다. 나는 그네들이 386세대니, 486세대니 요란하게 스스로를 치장해 나갈 즈음부터 냉소를 보내고 있었다. 생물학적 연령으로 따지건대, 60년대 태어난 이들이 80년대에 대학 다녔던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 앞에 붙이는 30대, 40대라는 숫자도 그저 젊다는 사실의 강조일 뿐, 생물학적 연령의 조합에 불과한 의미 없는 명명일 따름이다.물론 명명이 작위적이라는 이유로 인해 냉소해 왔던 것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1980년대에 우리 사회는 민주화 측면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 당시 대학생들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겠으나, 노동계·종교계의 활동도 적극적이었으며, 시민들의 호응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런데도 30대가 된 학생운동권 출신들이 굳이 자신들을 386세대라 규정했던 까닭은 민주화 성과를 배타적으로 독점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네들은 어떠한 시대정신도 세대 규정 속에 담아내지 못했다. 예컨대 긴급조치와 맞섰던 정신을 담아낸 긴조세대라는 명명과 비교해보라. 86세대란 명명의 경박성은 이로써 명확해진다.70년대에 태어난 나는 90년대 상반기에 대학을 다녔다. 그때 술자리에서 많이 불렸던 노래 가운데 하나가 김호철 선생의 '잘린 손가락'이다. "잘린 손가락 바라보면서 소주 한 잔 마시는 밤, 덜컥덜컥 기계소리 귓가에 남아 하늘 바라보았네./ 잘린 손가락 묻고 오는 밤, 시린 눈물 흘리던 밤, 피 묻은 작업복에 지나간 내 청춘 이리도 서럽구나." 작업하다가 손가락이 잘렸는데 그저 소주잔으로 아픔을 달래야 하는 형편이라니. 노래를 부를 때마다 내심 다짐하였다. 이러한 현실만큼은 바뀌어야 한다, 바꿔야 한다.하지만 삼십여 년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노동현장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1일 충남 태안의 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씨가 컨베이어 롤러에 빨려 들어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올해 2월 20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는 이모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졌다. 당진제철소의 경우 2007년부터 2019년 2월까지 사고로 숨진 노동자가 30여 명에 이른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2017년 11월 9일에는 음료 공장으로 현장실습 나간 고등학생 이민호군이 기계에 끼여 숨진 일도 있었다. 충남 공주의 34살 비정규직 집배원 이은장씨가 과로로 돌연사하는 등 올해에만 집배원 노동자 아홉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비정규직의 죽음을 일일이 기록하자면 지면이 모자랄 지경이다.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지난 13일 전태일 동상 앞에서 다음과 같이 현실을 지적하였다. "전태일 열사가 노동하던 때보다 지금 현장에서 더 많은 사람이 죽어간다. 구조적으로 비정규직을 만들어놓고 부품 취급하며 갈아 끼운다." 그리고는 비판을 이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2년까지 산재 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현장에선 특별히 변한 것이 없다. 책임자 처벌도,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22개)도 이뤄지지 않았다. 벌써 이러면 앞으로 어떻게 죽음을 막을 수 있을까."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이 행렬을 이루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반민주 세력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이 땅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는 일말의 희망이다. 나경원이 조국보다 기득권을 훨씬 더 많이 누렸다고 아무리 강변해 보았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싹틀 리 만무하다. 지금 86세대에게 시급하게 요청되는 것은 민주 대 반민주 구도에 입각한 전면적인 진영 대결이 아니라, 정치 민주화에 경제 민주화를 탑재함으로써 민생 정책에서의 우위를 증명하는 작업이다. 극악한 현실을 변혁하기 위한 사명감이 권력욕으로 드러났을 따름이라는 알리바이가 확보될 때, 86세대 정치인들 또한 이전 정치인들과 변별되는 존재 의미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19-11-17 홍기돈

[월요논단]실패와 다른 시작

이제 검찰 개혁마저 흔적으로만 남아사회 상층부 이들의 막강한 힘에변죽 울리다 정치권력 논의로 사라져실패는 '더 큰 상처·과제'로 돌아와 불공정 이기려면 시민정신 회복해야사법 개혁은 이미 철 지난 노래가 되었다. 법원 개혁은 진작 끝났지만 이제는 검찰 개혁마저 그저 흔적으로만 남을 것이다. 그동안의 법조개혁 파동을 거치면서 뼈저리게 알게 된 것은 우리 사회가 너무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사실이다. 사회 상층부에 자리한 이들이 지닌 막강한 권력과 도저히 근접할 수 없는 그들만의 울타리가 이렇게도 강고하다니. 그에 비하면 조국 가족이 누렸다고 말하는 특권 따위는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이 사회는 법의 이름을 빙자한 기득권 사회며, 자본의 횡포를 법과 제도의 이름으로 지켜가는 사회란 사실을 잊고 있었다. 법이 지켜야 할 비례성의 원칙 따위는 고사하고, 이를 넘어 우리 사회의 공정성이란 결국 허상에 지나지 않음을 가슴 아프게 느끼게 된다. 공고한 대학 서열과 그 이후 얻게 될 사회적 권리와 이익에 비춰보면 단순히 대학 입시과정에서 공정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가. 여기에 기회의 평등이란 없다. 끝없이 확대되는 자본 불평등과 세습되는 자본주의 체제를 둔 채 결과의 정의를 말하는 것은 얼마나 헛된 일인가. 재벌에 대한 판결과 노동자에 대한 손배소 기소에, 임대료와 최저임금 논쟁 그 어디에 과정의 공정함이 자리하는가. 전관예우는 법조계뿐 아니라, 고위 관료들과 기업 임원을 비롯한 이 사회의 기득권층에는 변하지 않는 기본 사양이 아닌가. 공정을 말하는 그 입이 너무도 우습다. 검찰총장에게 개혁을 요구하는 대통령의 그 말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은 착시일까.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말하면 가짜 뉴스가 된다. 자본이 주는 한 줌의 풍요에 취해 그들만의 결탁과 독점을 보지 못한 탓이다.사법개혁은 변죽만 울리다가 곧장 그들만의 정치권력 논의로 사라진다. 사법개혁은 결국 울타리 안의 권력게임이 되었다. 정치권은 시민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그들의 이익을 위한 개혁을 말하다가 이제는 총선으로 관심이 쏠렸다. 무엇을 위한 정치권력인가. 검찰 개혁을 요구하면서 광장에 모인 시민은 민주당 유권자가 아니다. 착각하지 마시라. 우리는 검찰 개혁과 그를 위한 지지를 외쳤지, 정권 지지를 말하지 않았다. 당신들이 집권한 이후 대통령만 바뀌었다는 자조가 일부의 것인 줄 아는가. 있을 수 없는 광화문에서의 저 소리를 다만 수구꼴통의 외침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잘못이다. 퇴행적 행태 뒤에 숨어있는 일말의 절박함을 듣지 못하면 실패한다. 사라졌어야 할 저 소리는 왜 여전한가? 그들의 기득권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담대한 개혁이 정치적 결실을 맺을 것이다.실패한 개혁은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그 일은 더 큰 상처로 돌아오며, 실패는 새로운 반동을 불러온다. 마무리 짓지 못하면 더 큰 과제로 남는다. 이 과제는 오직 민주시민 만이 해결할 수 있다. 이 일을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는 민주시민으로 자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민주사회에서 권력은 시민에서 나오고 시민이 동의하지 않은 권력은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기억하자. 기억하지 않으면 비극으로 되풀이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을 넘어 시민이 되는 것은 우리가 도시민이기 때문이 아니라 시민정신을 지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자각하고, 그 공동체를 위해 참여하는 시민, 이를 위해 계몽되고 민주주의의 원칙을 행동으로 지켜나가는 이들이 시민이다.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삶을 조화시키면서 권리와 자유를 지켜내는 사람이 시민이다. 이를 위한 자각과 실천은 시민이라면 반드시 지녀야 할 덕목이다. 이것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심각하게 불공평한 이 사회의 희생자가 된다. 그 사이 우리는 미필적 고의의 가해자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한 배움과 자각은 물론, 그에 필요한 희생과 절제는 시민이 갖춰야 할 덕목이면서 또한 의무이기도 하다. 의무를 다하지 않는 곳에 권리는 있을 수 없으며, 희생 없이는 어떠한 고귀한 가치도 얻을 수 없다."개 돼지 민중"이 되지 않으려면 맞서 일어나야 한다. 맞서기 위해서는 자각해야 하며 투신해야 하며 그에 걸맞게 희생해야만 한다. 법을 가장한 기울어진 운동장, 제도를 빙자한 불평등, 체제 안의 불공정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시민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개혁은 이제 시작이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9-11-10 신승환

[월요논단]중국의 BATi와 토론토 그리고 인천의 AI

中, 2030년 모든 AI분야 최고 꿈꿔관련 특허 출원·논문수 '세계 1위''인천형 AI시대' 만들기 위해선인력 양성·연구소 파격적 지원슈퍼클러스터 구축에 힘 모아야'인공지능(AI) 정부가 되겠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인공지능 콘퍼런스에서 강조한 말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역시 AI의 출발점인 '데이터 3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데이터 3법으로 불리는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정책 전환에 필수적인 법률이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도 4대 혁신성장 분야에 올해보다 50% 증액된 15조9천억원, AI와 데이터 등에 6조7천억원을 투자한다. 그렇다면 인천은 AI사업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을까. 스마트 산단으로 선정된 남동산단에는 7천여개의 기업 중 80%가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업이다. 2020년부터 4년간 총 5천76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여, 융·복합 신산업 스마트산업단지로 조성한다.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1천개와 AI, IoT, 빅데이터 등의 시스템 구축에 495억원을 투입한다. 하지만 AI시대로 성큼 나아가야 할 시점에 검찰은 AI를 적용한 '타다'를 불법으로 기소했다. 녹슨 잣대로 미래를 막아서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일본의 수출금지, 미국의 관세 장벽을 보면서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타다'를 불법으로 판단하는 시각에는 AI시대를 어떻게 선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다.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은 법제도와 정책의 문제로 풀어야 할 사항이다. 검찰이나 법원이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직업과 기업들이 기술변화에 의해 사라졌다. AI와 로봇 시대는 더 가혹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AI와 빅 데이터 그리고 로봇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사활을 걸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가공할 미래를 예감하기 때문이다. IMD가 지난 9월 발표한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은 세계 10위이다. 지식, 기술, 미래준비, 로봇 등 종합평가에서 작년보다 4단계나 상승했다. 세계 1위는 미국이고, 싱가포르가 2위이다. 하지만 각국의 구체적인 AI 전략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중국은 2030년에 모든 AI 분야에서 최고를 꿈꾼다. AI를 둘러싸고 기존 업계와 이해관계가 갈등과 충돌로 이어지는 우리 현실과 다르다. 바이두는 자율운행, 알리바바는 스마트시티, 텐센트는 의료, 아이플라이텍은 음성인식에서 중국 정부가 선도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BATi(Baidu, Alibaba, Tencent, iFLYTEK)로 불리는 이들은 미국의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와 13개 분야에서 전쟁 중이다. 중국은 작년 10월 기준으로 AI 관련 특허출원과 논문수가 세계 1위이다. 미국보다 많은 7만6천876건이다. AI 관련 논문 53%가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발표되었다. 바이두는 3년 내 AI인재 10만명의 육성계획을 발표하였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한국의 AI인재의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과 인재교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과거의 중국이 아니라는 것을 AI 전략에서 보여주고 있다. 정부도 인천시도 AI 시대의 선두가 되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인천형 AI 시대를 열기 위해 캐나다의 AI 슈퍼 클러스터인 토론토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토론토대·힌튼·10개 핵심연구기관·210개 스타트업기업·구글·삼성·우버로 상징된다. 그곳에는 딥 러닝의 창시자인 토론토대 힌튼(J.Hinton) 교수가 있다. 캐나다 정부는 AI인력 양성과 연구소 지원에 파격적이다. 해외 고급 인력의 취업비자는 2주 내 나온다. 13개의 투자회사가 기술상용화를 지원하고, 산학연이 상호협동하고 있다. 중국의 BATi와 토론토는 인천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말하고 있다. AI 시대를 선도하지 못하면 교육도 일자리도 경제도 암울하게 된다. 일본은 올해 인간중심의 AI 사회원칙을 발표하였다. Society 5.0의 AI-Ready를 내세워 산업구조와 사회시스템에 대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에 예속되는 가혹한 미래를 막기 위해서도 AI 시대를 선도하는 강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 시와 기업 그리고 대학 등이 함께 AI 슈퍼클러스터 구축에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9-11-03 김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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