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노트북]전세자동차, 상황의 심각성 깨닫기를

"요즘 전세자동차라는 상품이 뜨고 있다던데, 그거 때문에 내 고객도 나한테 계약한 차량을 취소하고 전세자동차를 구매한다더라."지난해 10월 자동차 판매업에 종사하고 있는 친구의 말을 듣고 전세자동차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전세자동차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체의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간단한 설명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전세주택처럼 보증금을 내고 차량을 이용한 뒤 일정 계약기간이 지나면 보증금 전액을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사고가 나도 나중에 돌려받는 보증금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었고, 감가상각마저 없어 나조차도 기회가 된다면 전세자동차를 이용하고 싶을 정도였다.하지만 차분하게 내용을 읽어보니 허점 투성이였다. 주택은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가격이 내려가는 차량을 왜 별다른 이득 없이 빌려주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가장 컸다.주변에 자동차 리스·대여를 하는 지인과 경제전문가들과도 고민을 나눠봤지만 마땅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해당 업체는 전세자동차 보증금으로 일반 렌터카 3대를 출고해 수익을 낸다고 하지만 이 구조가 성립되려면 전세자동차 이용자 1명당 일반 렌터카 이용자 3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그러나 대기업이 렌터카시장에 뛰어들면서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고 모두 입을 모았다. 이는 그럴듯한 수익 구조로 피해자를 현혹하는 다단계와 다를 바 없었다.이와 함께 대부분은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4년 뒤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행된 지 2년여 만에 보증금을 냈음에도 차량을 받지 못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했다.피해자들은 현재 조만간 돈을 돌려주겠다는 업체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정부 및 수사기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루빨리 모두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사태 해결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이준석 경제부 기자 ljs@kyeongin.com이준석 경제부 기자

2020-01-19 이준석

[노트북]'잠깐이면 되겠지' 소화전 주정차 이제 그만

"회사 앞이어서 세워놓은 건데 주정차 금지구역인지 몰랐습니다." 최근 인천지역의 소방용수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 문제를 취재하다가 만난 운전자에게 들은 말이었다. 그가 주차해 놓은 곳 바로 옆에는 소화전이 설치돼 있었고, 인도와 차도 사이 연석에는 '소방시설 주정차금지' 문구가 적혀 있는 적색 노면 표시가 있었다. 조금만 살펴봐도 주정차 금지구역인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었다. 며칠이 지나고 다시 찾은 그곳에는 다른 차량이 똑같이 주차하고 있었다. 소방용수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는 길을 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소화전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적색 노면 표시는 정부가 소방용수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치하도록 한 안전표지다. 신속한 소방활동을 위해 필요한 곳을 우선으로 적색 노면 표시를 하고 있다. 연석 등에는 눈에 잘 띄는 적색 노면 표시, 도로에는 '소화전 주차금지'라는 노란색 문구가 크게 적혀 있지만, 운전자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하다. 소화전 등은 화재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필요한 중요시설이다. 화재 진압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화재현장을 다니며 찰나의 순간 불길이 크게 번지는 상황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일각을 다투는 화재현장에서 물 공급을 방해하는 불법 주정차는 '재난'과 같다. 운전자들은 "잠깐이면 되겠지"라며 자신이 조금 더 편하기 위해 불법 주정차를 한다. 단속에 걸리지 않고, 과태료만 내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게 재난이다. 자신과 가족, 이웃 등 누구나 소화전 주변 불법 주정차한 차량으로 재난 속에 갇힐 수 있다. 안전문제는 조금씩 양보하다 보면 끝이 없다. 큰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소화전 불법 주정차에 대한 운전자들의 의식 개선은 물론 지자체, 소방당국 등 단속 주체의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하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20-01-16 김태양

[노트북]드림파크골프장, 2020년엔 변해야 한다

"올해는 '예약할 엄두도 나지 않는 골프장'이라는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까요?" 골프 동호인들이 인천 서구 드림파크 골프장을 두고 하는 얘기다. 새해 들어 만난 동호인들에게선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로 여겨지는 이 골프장에 대한 불만과 개선을 바라는 기대감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한 동호인은 우스갯소리로 올해 소망이 "지난해보다 많이 드림파크 골프장에서 골프 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2019년은 드림파크 골프장에 대한 시민 불신이 더욱 커진 한 해였다. 불투명한 운영 방식에 더해 부정 예약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까지 이뤄지면서 불신은 극에 달했다. '벤치마킹 라운딩'과 '끼워넣기' 등 소문만 무성했던 부정 예약이 점점 사실로 드러나는 모양새여서 시민들의 실망감은 더욱 컸다. 부정 예약으로 인해 부킹이 더욱 어려웠던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드림파크 골프장은 접근성이 좋고, 가격이 저렴해 예약 경쟁률이 최대 1천대 1에 달한다.2020년은 운영 방식 개선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재, 올해 연단체 운영 계획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였다면 이미 선정까지 모두 끝났을 시기다. 드림파크 골프장을 운영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자체적으로 제도 개선책을 논의하기보다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찰의 눈치만 보고 있다. 최근 열린 골프장 상생협의회에서도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 문제점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자발적인 제도 개선 노력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골프장 관계자들은 대부분 이미 이용객들의 불만을 알고 있었다. 동호인들이 2020년 드림파크 골프장에 기대하는 건 지난해보단 나아진 모습일 것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말로만 '대중' 골프장을 외치지 말고, 시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b@kyeongin.com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20-01-02 공승배

[노트북]감시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버스업계

"수원여객은 600대 가량 버스를 보유한 수원지역의 최대 버스업체죠? 공공재원이 투입되는 버스업체를 금융자본이 잠식하면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김명원 경기도의원) "현재 법적으로도 사모펀드의 여객운수 사업 참여를 막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제도적으로도 그렇고요. 수원여객 같은 경우는 (인수한 지)시간이 좀 지났는데 아직 특별히 문제점을 보인다거나 그런 사항은 없었습니다."(허승범 경기도 교통국장)지난달 21일 열린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는 경기도 버스업체를 사모펀드가 잇따라 인수(10월 31일자 1면 보도)한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수원여객과 부천의 소신여객은 최근 몇 년 사이 경영권이 사모펀드로 넘어갔다. 가업 승계가 일반적인 버스 업계에선 이례적인 일이었다. 사모펀드가 수원여객을 인수한 뒤, 수원 버스업계에는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현재 수원에선 전기버스가 거리를 누빈다. 타 업체에선 비용 문제로 도입을 꺼린 친환경 전기버스를 수원여객이 전격 도입한 것이다. 기사의 출퇴근을 명확히 기록하고, 휴일을 보장해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반 버스업체에선 할 수 없는 경영혁신을 사모펀드가 앞장서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공공재원이 투입되는 버스를 사모펀드가 인수하며, 공공의 돈으로 펀드 투자자의 배를 불릴 수 있다는 우려와 사모펀드가 선진 경영을 이끈다는 긍정의 시선이 교차한다. 행정사무감사 내용을 조금 더 들여다보자."고배당이 투자목적이라고 유추할 수 있는 사모펀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지 않겠나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김명원 경기도의원) "사모펀드나 개인사업자나 사실 다 사업을 하시는 이유는 영업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공공재원을 투입해서 지원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하고 또 재정을 통해서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가져가지 않도록 조절해야 될 의무는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허승범 경기도 교통국장)내년엔 경기도의 버스준공영제 도입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도가 밝힌 것처럼 공공이 감시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아야 사모펀드에 공공재원이 흘러가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언론도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신지영 정치부 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정치부 기자

2019-12-29 신지영

[노트북]판결문 속 '생후 7개월 딸 살해' 부부

인천에서 생후 7개월된 딸을 수일간 홀로 내버려둬 끝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부부가 살인죄로 최근 중형을 선고받았다. 남편 A(20)씨에게 징역 20년이, 소년범인 아내 B(18)양에게는 장기 징역 15년~단기 징역 7년이 각각 선고됐다. 첫돌도 지나지 않은 갓난아기가 죽기 직전까지 겪었을 고통의 크기가 가해자인 부모들의 형량만 갖고는 제대로 가늠되지 않을 것 같아서 이 사건 판결문 속 '범죄사실'을 다시 뜯어봤다.당시 피해자는 생후 7개월 미만인 유아로서 3~4시간마다 300㎖의 분유를 먹어야 하고, 겨우 뒤집기나 배밀이를 했다. 벽을 짚고 일어설 수 있으나 혼자 일어서거나 걷지는 못했다. 가해자들이 집에서 키운 반려견인 생후 5개월짜리 '시베리안 허스키'보다 작은 체구로, 시베리안 허스키가 피해자를 밟고 지나가거나 공격하더라도 전혀 방어할 수 없었다. 스스로 생존할 수 없는 상태였다. 남편 A씨는 피해자를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고 의심하면서 보호·부양 의무를 B양에게 떠넘겼다. B양은 A씨의 무책임한 행동에 화가 난다며 보호·부양 의무를 A씨에게 떠넘겼다. 피해자를 애완견 2마리가 있는 집에 홀로 내버려 둔 채 어느 한 사람 귀가하지 않았다. 애완견 2마리는 안방과 집안 곳곳에 똥오줌을 싸고 배설물을 밟은 발로 방안을 돌아다니고, 100ℓ 용량의 쓰레기봉투에 담겨 있던 쓰레기나 다른 잡동사니를 안방으로 물어다 놓았다. 피해자가 있던 안방은 가해자들조차 선뜻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지저분하고 불결했다. A씨와 B양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서로에게 책임을 떠밀며 피해자를 돌보지 않았다. 피해자는 5일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방치돼 고도의 탈수와 기아를 원인으로 숨졌다. 이상 판결문에 적시된 '범죄사실' 중 일부다. 재판부가 선고형량을 결정할 때 고려한 부분 가운데 이런 내용도 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고통받고 있을 시간에 해수욕장을 놀러 가거나 친구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다녔다. '가해자들의 부모'가 피해자를 위해 마련한 장례식에도 술을 먹은 후 늦잠을 자느라 참석하지 않았다. 가해자들은 재판 과정에서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9-12-23 박경호

[노트북]부끄러움 없는 한국마사회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는 깃발을 펄러덩 펄러덩 훨훨 휘날리고 싶다. (…) 아아, 꼭 그래야 할 것 같다. 모처럼 돌아온 내 부끄러움이 나만의 것이어서는 안 될 것 같다."오랜만에 개인 블로그에 적어뒀던 글이 생각나 찾아 읽었다. 소설가 박완서의 작품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을 따로 발췌한 글이다. 작성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한창이던 2016년 12월 7일. 모두가 혼란스러웠던 그때, 나는 부끄러움이란 감정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것 같다.최근 서울경마공원(렛츠런파크)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휴게공간을 취재하면서도 몇 년 전 블로그에 글을 쓸 당시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이곳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 중 일부는 화장실 안과 계단 밑 등 휴게공간이라고는 도저히 여겨지지 않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본 이들은 고객이 용변 보는 소리를 들으면서 빵과 귤 등 주전부리를 먹었다. 한국마사회는 이 모든 책임을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에게 떠밀었다. "미화원들이 계단 또는 화장실 근처를 무단 점유해 임시 휴게실로 이용했다"고 했고, 심지어는 "열악함을 과장하기 위해 연출했다"라고까지 표현했다. 경인일보 보도 이후 고용노동부 안양지청이 실시한 현장 점검에서 부적절한 휴게공간에 대한 이전·폐쇄 권고를 받고도 '안하무인'식 태도를 보였다. 자신에게 유리한 '언론플레이'도 빼놓지 않았다.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이 보도 이후 청소노동자들을 찾아 간담회를 자청하고, 이달 말 노사 간 상생협약을 약속한 것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이 같은 발언을 하고 뒤로는 노조에 비공식 사과를 했단다. '면피성'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화장실 안에서 쉬던 청소노동자, 그 모습을 취재한 기자, 기사를 접한 시민들은 모두 저마다의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러나 그들에겐 부끄러움이 없었다. 소설에서처럼 모처럼 돌아온 내 부끄러움이 나만의 것이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배재흥 사회부 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사회부 기자

2019-12-22 배재흥

[노트북]'인천항만공사 신임 사장'을 앞두고

인천항만공사의 제6대 신임 사장 선임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남봉현 사장이 퇴임한 지 한 달 만이다. 인천항만공사 사장은 대부분 해수부 출신이 맡아왔다. 1대인 서정호 사장과 2대 김종태 사장은 해수부 출신이고, 3대인 김춘선 사장은 국토해양부·기획재정부에서 근무한 이후 인천항만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5대 남봉현 사장도 기재부 출신으로 해수부 기획조정실장을 마지막으로 퇴직한 후 인천항만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4대 유창근 사장만 유일하게 현대상선 대표이사를 역임한 기업인 출신이었다.신임 사장 선임을 앞둔 시점에서 최근 인천항 현안을 해결하려면 인천을 잘 아는 사람이 선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 한해 인천항만공사는 지역 주민의 수많은 민원에 시달려야만 했다. 송도국제도시에 조성하려던 화물차 주차장이나 북인천복합단지 매각, 내항재개발 등 인천항만공사가 추진하는 여러 사업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지역주민의 민원을 잘 조정할 사람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인천항의 당면 과제인 물동량 감소를 해결하려면 항만 전문가가 사장에 취임하는 것은 필수요건이다. 인천항은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이 7년 만에 전년대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벌크 물동량이 감소하는 것은 최근 1~2년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항만공사에서는 내년 초부터 사장 공모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항만공사법에서는 '항만공사 사장은 해양수산부장관이 해당 시·도지사와 협의를 거쳐 임명(任命)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하라는 뜻이다. 해수부는 인천항만업계의 이러한 의견을 사장 선임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2019-12-19 김주엽

[노트북]'가두리 부동산'을 아십니까?

"우리가 자선사업 가도 아니고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매물을 무조건 홍보(등록)해야 합니까?" 최근 '가두리 부동산' 퇴치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 한 신도시에서 만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의 말이다. 주로 신도시나 호재가 많은 지역에서 성행하는 가두리 부동산은 중개업소가 활발한 거래를 위해 가격 상한선을 정해 놓고 담합하는 것을 말한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놓은 물건을 여러 개 거래해야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두리 부동산의 경우 매도자가 의뢰한 가격대에 매물을 내놓지 않아 아파트 단지마다 시세 차이가 무려 1억~2억원 이상 벌어지기도 한다는 게 캠페인을 하는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또 네이버 매물에 집주인 인증을 거부하거나 층수 미표시 매물을 올리고, 집주인이 외지에 살면서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저가에 올려 유인용 '미끼매물'로 악용하고 있다고도 했다.이렇다 보니 입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아파트 단지 주변에 '정직한 부동산을 이용하자'는 현수막을 부착하거나 인터넷 카페, 네이버 밴드,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가두리 부동산 퇴출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날 현재까지 캠페인에 동참한 단지만 4~5곳에 달하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에선 "아파트값은 시장 상황과 수요 및 공급의 원칙에 의해 결정된다. 저가 매물만 올리는 게 아니고, 시세에 맞는 매물 위주로 광고하는 것"이라며 가두리 부동산에 대해 강하게 부정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매도자와 매수자에 의한 가격 결정이 아닌 중개업소에서 '시세에 맞는 매물'을 판단하는 건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부동산거래질서를 해치고 있다는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입장이 상반되다 보니 입주민들은 가두리 부동산을 피해 다른 지역 중개업소에 매물을 올리거나 온라인을 통한 직거래를 시도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입주민과 중개업소 간 입장이 다르고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는 지자체가 나서야 할 때다. /이상훈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sh2018@kyeongin.com이상훈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2019-12-17 이상훈

[노트북]인천시의원들에게 시민은 누구인가

2015년 3월 인천 지하도상가 점포 불법 전대 문제 취재차 부평 지하도상가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은 적이 있다. 23㎡짜리 점포 두 칸을 임대하는 조건이 권리금과 보증금 각각 1억원에 월세 200만원, 관리비 별도였다. 월 수백만원에서 1천만원까지 가는 곳도 있다며 저렴한 수준이라고 했다. 지하도란 본래 인천시 소유지만 지하도상가법인(임차인)들이 10~20년에 한 번 개·보수(리모델링)를 한다는 이유로 시에는 '1년' 간 100만~200만원의 대부료를 내고, 실제 상인들에게 전대를 해 '한달'에 수백만원의 월세를 받는다는 것을 상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등기가 애초 불가능한 부동산이기에 취득세·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임차인들은 상인들이 절세를 위해 요청한 월세 현금영수증조차 무시했다고 했다. 상인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청년들은 쉽게 들어오지도 못해요. 참, 기사엔 내보내지 말아 주세요. 쫓겨나면 이마저도 장사 못하거든요."이는 불법, 특혜, 과세 불평등의 문제로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에도 담겼지만 결국 2002년 조례 제정 후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지난 13일 이 문제를 해소하고자 한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안'이 17년 만에 인천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14개 모든 지하도상가의 계약기간이 2030년 이상으로 연장됐다. 전대도 5년간 보장됐다. 의회는 최근 매매를 한 임차인들의 피해가 막심하다며 시의 개정안을 마구 손질했다.법인(임차인)들이 그간 지하도상가 활성화에 이바지한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간 공에 대해 충분히 이익을 취했으니 이제 잘못을 바꿔나가자는 것이 감사원과 언론의 지적이자 자영업 상인, 청년들의 열망이었다. 의회의 이번 결정은 진짜 현장에서 밥벌이를 하느라 목소리도 결집하지 못하는 일반 상인들과 청년들에 또 한 번 극심한 박탈감이 됐다. 시민과 '협치'하겠다는 시의회 홈페이지 문구가 무색하다. 의원들에게 되묻고 싶다. 의원들이 협치하는 '시민'은 대체 누구인가. /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say@kyeongin.com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2019-12-15 윤설아

[노트북]'신세계'급 영업비밀

희미했던 화성 국제테마파크 사업의 윤곽이 다시 드러나고 있다. 얼마 전 부총리와 도지사, 신세계그룹 부회장까지 사업 예정지에 총출동해 대대적 사업 '비전'까지 내놓았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아시아 최고' 글로벌 테마파크를 2031년까지 화성 송산그린시티에 짓겠다는 것. 두 번 무산된 뒤 벌써 세 번째 추진되는 사업인데도 주민들은 물론 부동산 시장의 기대감도 식지 않는다. 개발도 안 되는 주변 그린벨트 땅값이 3년 새 4배 넘게 치솟았고 기획부동산 업자들마저 활개를 치고 있다. 겉으로는 현재 아시아 최고인 일본·중국의 디즈니랜드·유니버설스튜디오와 어깨를 나란히 할 테마파크가 경기도에 들어서고, 주민들과 부동산 시장은 이미 그 기대감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그런데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아직 아시아 최고 자리를 넘볼 만한 사업의 '알맹이'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공개된 테마파크 콘셉트는 '최첨단 IT 기술을 접목한' 놀이공원, '온 가족이 사계절 즐기는' 워터파크, '공룡알 화석지와 연계된' 테마공원, '장난감과 캐릭터로 꾸민' 키즈파크 정도가 전부다. 디즈니·유니버설 등의 마블히어로즈·겨울왕국 등과 맞설 수 있는 콘셉트인지, 얼마만큼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일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인지 모르겠다. 조만간 이 알맹이 없는 테마파크 사업의 일부마저 줄이고 미니 신도시급 주거단지 계획을 끼워 넣는다고 한다. 하도 사업이 무산되니 사업 시행자의 요청을 정부가 들어주는 모양인데, 중요한 건 나중에 테마파크가 지어졌을 때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일 콘텐츠다. 해외 관광객을 유혹하기 위해 신세계프라퍼티가 꼭꼭 숨겨 둔 '신세계'급 영업비밀이 있으리라 믿는다. /김준석 경제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경제부 기자

2019-12-11 김준석

[노트북]평택항 여객터미널, 뒤늦은 대책이지만 환영

'안되는게 어딨나…애국인데.'입국 수속에만 최장 7시간이 걸리는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의 문제가 제기되자 평택시와 법무부 출입국 관리사무소, 세관 등 관계 기관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지난 10월 평택과 중국 영성을 오가는 1천500명 규모의 여객선이 취항하면서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의 전체 여객 수송 인원이 전년 동기대비 47%나 증가했다.이 때문에 여객이 몰리는 화, 목, 토요일에는 입국에만 최대 7시간 가량 소요되면서 중국 관광객들과 보따리 상인들의 불평도 나오고 있었다. 입출국 시 법무부에서 해야 할 통역이나 안내 업무도 인력 부족으로 선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중국 관광객 증가로 국제여객터미널이 '사드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던 차였기에 국제여객터미널의 국제경쟁력 확보가 시급했다.문제 해결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취재 당시 관계 당국은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의 문제에는 공감하면서도 대책 마련은 당장 이뤄지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오기도 했다. 인력 충원 문제는 본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데다 자동입출국 심사대 도입도 설치 공간이나 예산 확보 등이 쉽지 않다는 이유였다.그러나 경인일보의 연속 보도 이후 각 기관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태도를 바꿔 해결 방안까지 내놨다.법무부는 평택항만출장소 직제상 정원을 8명에서 12명으로 늘리고 통역 인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평택시도 공간 조정을 통해 자동입출국심사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세관도 검사대 3대 이상을 상시 운영하고 문형탐지기도 2대에서 3대로 증원한다.뒤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이제라도 관계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에 대해 환영한다.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가능해 보이던 대책들을 기관들이 내놓은 만큼 하루 빨리 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원근 사회부 기자 lwg33@kyeongin.com이원근 사회부 기자

2019-11-21 이원근

[노트북]대학의 주인은 누구인가?

전국 4년제 대학 가운데 등록금이 세 번째로 비싼 대학 신한대. 의정부에 있는 개신교 계열 사립 대학인 신한대의 김병옥 전 총장이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얼마 전 법정 구속됐다. 1심 판결문을 살펴보면 교비를 마치 자신의 돈인 것처럼 사용한 김 전 총장의 행적을 알 수 있다. 법인이 내야 할 세금과 융자금을 갚는 데 학생들이 낸 입학금과 수업료가 쓰인 것은 비교적 약소(?)하다. 학교 건물에 아들 부부를 살게 한 것도 모자라 교비로 인테리어 비용을 충당하고, 수련원으로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강화도의 한 펜션을 차명으로 매입하곤 일반인을 상대로 숙박 영업을 하려 했다는 김 전 총장의 공소사실은 교육자로서 자질을 의심케 할 정도다. 그가 학교 재산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 전 총장의 비리로 충격을 받았을 주체는 무엇보다 학교 구성원일 것이다. 특히 총장의 가족이 쓰는 사택의 인테리어 비용이나 펜션 구입비로 쓰일지 모르고 연간 8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낸 학생들은 가장 큰 피해자다. 일반 사기업이라면 가족들이 합심해 영리 활동을 할 수도 있겠지만, 대학은 엄연히 교육기관이다. 설립자의 가족이 총장을 맡았다고 해서 공공의 재산을 마음대로 쓰거나, 비리를 숨기기 위해 직원들에게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신한대가 오명을 벗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인 신한대가 언젠가는 비싼 등록금만큼이나 투명한 회계로 전국 순위에 오르내리길 바란다. 전 총장의 뉴스로 상처를 입고 분노했을 학생들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학교와 학교 법인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대학에는 다양한 주체들이 있다. 학교 법인뿐만 아니라 학생과 교수, 교직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할 때 대학은 존립할 수 있다. 총장이나 총장 일가가 학교의 주인 행세를 하며 모든 것을 좌지우지했던 시대는 오래전에 지났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doran@kyeongin.com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2019-11-19 김도란

[노트북]日제품 불매운동 '건전하게' 지속해야

지난 7월 1일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가 시작된 지 4개월가량이 지났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일본의 부당한 규제에 맞서 자발적으로 일본 불매운동을 펼치며 유니클로, ABC마트, 혼다 등 일본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하지만 일본 불매운동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 선량한 소비자뿐 아니라 일부 소상공인도 피해를 입고 있다. 하나의 예로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의 상당수는 손님이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음식 조리 방식이나 명칭만 일본의 것을 따왔을 뿐인데, 일본풍의 음식조차도 꺼리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산 재료로 만든 일본식 선술집을 애용하면 지역 경제 활성화와 농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자카야뿐 아니라 일본식 라멘, 초밥 집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또 지난 9월 1일 시작된 8자리 번호판 시행 이후 일본차를 구매한 소비자는 매국노라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실제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지인이 일본차를 구매하려고 하자 만류했지만, 결국에는 일본차를 구매해 속상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댓글에는 '지인분이 잘못했네요', '지금 시국이 어느 때인데', '번호판을 공개해주세요' 등의 부정적인 글들이 올라왔다.이와 함께 일본 불매운동의 주요 표적인 유니클로에 손님이 몰리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감시단'까지 생겨나는 추세다. 입고 있는 옷이 유니클로라면 마치 일본을 옹호라도 했다는 듯이 손가락질하는 강경파도 적지 않다.물론 일본 불매운동의 취지와 목적에는 국민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일본 불매운동 이후 일본 기업들이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고, 이에 일본 정부도 자신의 선택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것도 불매운동의 좋은 효과다. 하지만 이를 위해 선량한 소비자의 선택을 옥죄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자국민끼리의 비난은 내부 갈등만 유발하는 행위다.일본 제품을 구매했다는 이유로 우리의 이웃을 비난하는 일부 강경파들이 조금은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해 건전한 불매운동이 장기간 지속하기를 바란다. /이준석 경제부 기자 ljs@kyeongin.com이준석 경제부 기자

2019-11-13 이준석

[노트북]헌혈 실천, 훈훈한 겨울을 보냅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수술 등으로 혈액이 필요한 사람은 늘고 있는데, 헌혈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고 있어 걱정이 많습니다."지난 7일 인천지역의 헌혈 실적을 취재하면서 인천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에게 들은 이야기다. 혈액 수급이 어려울 때에는 병원에서 필요한 적정 보유량(여유분)의 절반도 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통계를 보면 올해 목표대비 헌혈 실적이 상반기 기준 전국 최하위를 기록한 인천시의 경우 전체 인구수 대비 헌혈 실적을 의미하는 헌혈률은 2011년 6.5%에서 지난해 5.4%로 감소했다. 이 기간 인구는 267만명에서 294만명으로 늘어났음에도 헌혈 실적은 오히려 17만5천건에서 15만7천건으로 줄었다. 계속해서 내리막을 걷고 있는 지금 언제까지 헌혈자가 감소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지금까지 현혈의 주축은 10~20대 연령층이었다. 전체 헌혈자의 60% 수준을 차지한다. 최근 10~20대의 헌혈 감소 폭이 커지면서 전체 헌혈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저출산 등 요인을 놓고 봤을 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부족한 혈액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20대의 헌혈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제는 헌혈이 가능한 모든 연령층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각 혈액원, 헌혈의 집에서는 10~20대뿐 아니라 30~40대 중장년층의 참여도 유도하는 등 헌혈자 확보를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등에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치면서 헌혈의 중요성·필요성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헌혈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헌혈은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다. 내 가족, 지인, 친구들이 혈액을 필요로 하는 날이 언제든지 올 수 있다. 모두 부족한 혈액 수급을 위한 헌혈에 동참해 이번 겨울을 훈훈하게 보냈으면 한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9-11-10 김태양

[노트북]길고양이는 죄가 없다

몇 개월 전부터 회사에서 퇴근한 나를 가장 먼저 반겨주는 새로운 생명체들이 나타났다. 일명 삼색이와 턱시도라고 불리는 길고양이 2마리다. 조금 성의 없게 보일 수 있으나, '냐옹이'와 '미야옹이'라는 이름도 붙여줬다.서로 안면(?)을 텄다고 생각했는지, 정말 가끔이지만 고양이들이 애교를 부릴 때도 있다. 그럼 어쩌겠나. 근처 편의점으로 헐레벌떡 달려가 사료와 간식을 사서 대령할 수밖에. 간혹 뒤통수가 따가운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길고양이라는 존재를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 이럴 때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 언제 어디서 벽돌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 불과 몇 년 전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챙겨주는 캣맘이 당한 일이다. 길고양이 사료에 누군가 쥐약을 놓는 일도 있다. 가래침은 우습다. 덫을 깔아 다치게 하기도 하고, 죽이겠다는 의도를 갖고 무차별적인 학대를 가하기도 한다. 그래 봤자다. 경기도에만 30만 마리로 추정되는 길고양이 개체 수를 이런 방식으로는 절대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발정기 때마다 내는 아기 울음소리 같은 소음이 싫다면 살고 있는 지자체에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TNR)을 신청하면 된다. 캣맘들을 타박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선택이다. 어차피 영역동물인 고양이는 대체로 한 번 정한 자신의 영역을 떠나지 않는다. 재개발·재건축지역 길고양이 상당수가 공사 과정에서 죽음을 당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TNR 사업을 중심으로 정부와 지자체들이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등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특히, 경기도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재개발·재건축지역 길고양이를 보호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SF영화를 보다보면 문뜩 '먼 미래에 외계인이 지구에 등장했을 때 인간은 어떤 반응을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멀리 내다볼 필요도 없다. 인간은 인간 외 동물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나. /배재흥 사회부 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사회부 기자

2019-11-07 배재흥

[노트북]끊이지 않는 공동주택 갈등, 해결 규정 만들자

출근 준비를 하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받았다. 화가 난 중년의 남성은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아파트 경비원이었다."왜 차를 매번 거기다 대요. 또 민원 들어왔잖아요!"죄송스러운 마음 반, 빨리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 반. 연신 "예예"만 반복했다.전날 밤 대리운전으로 귀가했다. 주차한 곳은 옆 동 출입구 앞 보도블록 위였다. 얼른 준비를 하고 주차장으로 뛰어내려갔다. 이미 주차 위반 딱지가 붙어있었다.한편으로는 감사했다. 이웃이 내 차가 보행로를 가로막은 데 분노하며 차에 돌을 던지거나 '즉결 응징'하지 않고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한 감사다.공동주택에서 이웃 간 불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단지 내 주차 위반과 함께 층간소음 문제가 이웃 갈등의 단골손님이다.수원에 사는 60대 남성은 층간소음을 탓하며 윗집에 올라가 어린 자녀를 둔 3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법원은 그에게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했다. 인천에서는 윗집 층간소음에 성난 60대 여성이 천장을 향해 헤어드라이기를 장시간 켜놨다가 불을 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이웃간 갈등 제보가 종종 있다. 최근에도 수원의 한 아파트에 사는 30대 남성이 층간소음을 이유로 윗집 60대 남성을 폭행하고 그의 20대 딸에게 성적 수치심이 드는 신체 접촉을 했다는 제보가 있었다.문제는 아랫집과 윗집 사건 당사자 모두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기사화하기 매우 꺼려진다. 지면에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기는 순간 이웃 간 감정의 골이 더욱 깊게 파일 것이 뻔하다.층간소음 등 이웃갈등 해결 규정이 필요하다. 직접 찾아가 화를 내지 못하게 하면 이웃 간 칼부림은 안 나겠다. /손성배 사회부 기자 son@kyeongin.com손성배 사회부 기자

2019-11-05 손성배

[노트북]최저임금 못받는 근로자 정부가 돌아봐야

지난 23일 평택항 8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이나 적체 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을 받고 있다며 준법 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평택항에 소재한 회사 사무실 앞에서 근무 시간 전과 점심시간, 퇴근 시간을 활용해 일주일 째 사측에 올해 최저임금 8천350원을 적용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못한 채 수개월째 전년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자 지난 6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회사와 정식으로 교섭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사측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사원들에게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측은 원청에서 최저임금 인상분만큼의 도급비가 올라야 직원들에게 적법한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은 실태 파악에 나서 현재 관련 내용을 조사 중이다.최저임금 문제는 올해 국감에서도 다뤄졌다.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에 따르면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2015년 1천432곳에서 지난해 2천21곳으로 매년 증가했다. 또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간호조무사 중 21.1%는 복리후생비 삭감 등으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정부가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등 영세 소상공인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정부가 추진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근로자가 상당하다는 사실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최저임금은 지난해 7천530원으로 전년대비 16.4% 증가한 뒤 올해에는 8천350원으로 10.9% 급상승했다. 내년 최저임금은 8천590원으로 올해보다 2.9% 올랐다. 최근 3년 사이 최저임금은 30.2%가 상승했다.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세우고 최저임금 인상에 힘을 쏟고 있지만, 동시에 근로 사각지대에서 최저임금마저도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원근 사회부 기자 lwg33@kyeongin.com이원근 사회부 기자

2019-10-27 이원근

[노트북]고성도 공방도 없었던 경기도 국정감사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세 속 어렵사리 치러진 경기도 국정감사는 첨예한 쟁점 없이 다소 부드럽게 마무리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조차도 마지막 인사말에서 "살살 다뤄주셔서 감사하다"고 했을 정도였다. 고성도, 치열한 공방도 없었다.이 지사가 도청에서 진행된 국감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성남시장으로서 한 번, 도지사로서 두 번이다. 앞선 국감에선 두 차례 모두 그를 둘러싸고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굽히지 않고 맞받아치는 이 지사의 모습도 한몫을 했다.2014년 판교 환풍구 사고 이후 성남시장으로서 경기도 국감에 출석한 그는 "국민들이 다 보고 있는 자리에서 웃었다"는 조원진 의원의 지적에 "기가 막혀서 웃었다"고 응수했다. 국감 증인의 발언으로 쉬이 나올 수는 없는 말이었다. 지난해 도지사로서 치렀던 첫 국감에서도 제소 현황을 요구하는 보수진영 측에 "국감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맞섰고, 급기야 4년 전 그와 '웃음 공방'을 벌였던 조 의원이 "의원하면서 수감기관 증인이 서류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이 지사의 가족 문제 관련 녹취 파일을 틀겠다고 으름장을 놔 국감이 파행되기도 했다.올해 국감에선 의원들도, 이 지사도 차분했다. 답변 역시 비교적 간결했다. 개인사에 대한 질문에도 "오해", "제가 아는 것과 다르다" 정도로만 짧게 답했고 과거 SNS 발언의 적절성 지적에는 "과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평소의 소신을 힘 있는 어조로 조목조목 밝히고 공세에는 더 크게 맞불을 놓는 '투사'의 모습은 적어도 이날 국감에선 없었다. 도백으로서의 관록이 더해진 터일까, 몰아치는 일에 힘이 빠진 터일까.지난해 도지사 선거운동 마지막 날 이 지사는 지쳐있었다. 그럼에도 잠긴 목에서 쥐어짜듯 내는 목소리엔 왠지 모를 힘이 실려있었다. 당선무효 위기 속 돼지열병 사태 등으로 도정마저 녹록지 않다. 그의 표현처럼 '전쟁' 같은 나날이지만 이 지사 특유의 기개마저 지워지게 될까, 유독 차분했던 국감이 괜히 헛헛하게 느껴졌다. /강기정 정치부 기자 kanggj@kyeongin.com강기정 정치부 기자

2019-10-20 강기정

[노트북]팔달재개발 분양 '떴다방' 극성… 지자체 나설때

수원지역 부동산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매교역 일대 재개발사업이 십수 년 만의 분양을 앞두고 있다. 총 1만2천여세대 대단지인 데다가 분당선 역세권과 GTX-C 노선(수원역) 수혜까지 더해져 최적의 입지를 자랑하는 만큼 이미 재개발 입주권의 프리미엄만 3억원에 달한다.웃돈만 수억원이 붙었지만, 각종 개발 호재 탓에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지역 부동산 업계의 전언이다.이렇다 보니 앞서 지난해 5월 수원 정자동 KT&G 부지에 분양한 '화서역 파크 푸르지오'와 '수원역 푸르지오자이' 때 등장한 무등록 중개업소, 자격증 대여업소, 무자격자 중개 행위 등 불법 행위가 암암리 성행 중이다.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를 닮은 이른바 '떴다방' 무리는 자격증 없이 일반 공인중개사들을 끼고 단기간 영업을 하며 억대 수수료만 챙겨 떠난다.결국 이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는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개업공인중개사뿐 아니라 고객들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행정관청의 단속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하지만 매교역 일대 개업공인중개사 수십명은 지난달 행정관청보다 먼저 근절 활동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이들은 자발적으로 '클린부동산회'를 만들었고, 부동산 계약 시 유의해야 할 사항을 현장에 나와 시민들에게 안내하는 등 '클린중개 자정결의' 가두캠페인까지 펼쳤다. 이날 이들은 부동산 계약 때 ▲개업공인중개사와 계약 ▲공부상 소유자 및 관리관계 확인 ▲모든 거래금액은 매도인 또는 임대인 계좌에 입금 등의 사항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이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캠페인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루빨리 행정관청에서도 대대적인 전수조사와 적극적인 단속 활동에 나서주길 바란다. /이상훈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sh2018@kyeongin.com이상훈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2019-10-16 이상훈

[노트북]'소년범 처벌 강화' 다섯번째 국민청원

청와대는 갈수록 흉포화해지는 청소년 범죄를 줄이는 대책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지금까지 네 차례나 답변했다. 그러나 아직 눈에 띌만한 청소년 범죄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 답변뿐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소년범을 엄하게 처벌해 달라는 '다섯 번째 국민청원'이 최근 20만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청원은 SNS에 그 영상이 공개·공유되면서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 '수원 노래방 폭행사건'(06년생 집단 폭행사건)이다. 이 사건의 가해자들은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으로 형사처벌은 받지 않도록 법은 규정하고 있다.수원 노래방 폭행사건 관련 국민청원이 청와대 답변 대상으로 채택된 직후, 지난해 인천에서 일어났던 '중학생 집단폭행 추락사 사건' 가해자들의 항소심 선고가 있었다. 주범 격이던 15세 A군이 피해자 유족과의 합의 등을 통해 감형받았고, 나머지 10대 3명은 1심에서 받은 형량을 유지했다. 이들은 모두 최근 대법원에 상고했다. 한때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청소년 강력범죄인데, 2심 때 형량으로만 따진다면, 가해자 중 일부는 빠르면 내년 여름에 출소할 요건이 된다.청소년 범죄의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국민청원은 2017년 9월 청와대의 '제1호 청원 답변'으로 많은 관심이 쏠렸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직접 답변했다. 실질적 보호처분을 강화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내용이 조 장관의 답변이었다. 이어진 2차, 3차 청원 답변에서도 '피해자 보호 강화' 등 대책을 제시했으나 잔혹한 청소년 범죄는 또 터졌다. 4차 청원 답변에서야 "현행법과 국민의 법감정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또다시 국민적 공분이 다섯 번째 청와대 답변을 이끌었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범죄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는 건 너무 원론적인 얘기다. 법과 제도 전반을 꼼꼼히 분석해 국민들이 원하는 답변을 해주고, 실행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9-10-13 박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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