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노트북]'취향 고백'

'젊은 꼰대'라는 말이 있다. 자기 경험을 중시하고 타인의 사생활을 지적하는 사람을 뜻한단다. 한 포털에서 조사한 결과 직장마다 20%의 꼰대가 있고, 그 중 2030의 '젊은 꼰대'가 새로 떠오른다고 한다.나도 '젊은 꼰대'다. 고백하자면, 이따금 사람들의 옷차림을 지적하고 싶은 유혹을 참기 힘들 때가 많다. 지난 여름 기업들은 물론, 경기도와 각 시군에서 반바지 입기를 권했다. 반바지는 운동복쯤으로만 보는 나는 간혹 마주하는 반바지 차림의 남자 직장인들을 보면 당혹감마저 들었다.하지만 반바지를 입지 못하게 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할 순 없다. 직장인들에게 반바지를 판매할 수 없도록 법 제정을 청원하지도 않았다. 어디까지나 '내 취향'이니까.처음 회사에 들어와 기사를 쓸 때 배운 것 중 하나가 '취향 고백'을 주의하라는 것이었다. 취향을 사회의 기준처럼 제 멋대로 확대치 말라는 경고였다.그러나 최근 경기도의회 '성평등 기본조례' 폐지 촉구 주장을 듣자면 특정집단의 '취향'을 법안에 담겠다는 얘기같이 들린다. 조례는 성평등위원회 설치를 지원하는 내용이지만, 단지 '양성'이 아닌 '성'을 썼다는 이유로 어디에도 명시되지 않은 동성애 프레임이 씌워져 비난받고 있다. 동성애자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혐오하는 것도 개인의 취향이지만, 한 데 모여 입법활동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단 한 글자만 가지고 '남자 며느리'나 '성전환자의 여성 스포츠경기 참여 가능' 등을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1950년대 영국은 화학적 거세를 할 정도로 동성애를 막으려고 했지만, 컴퓨터의 아버지 엘런 튜링을 잃기만 했지 막지 못했다. 반대로 조례 하나로 동성애를 확산할 수 있을까.도와 도의회의 해명에도 조례가 성의 개념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라는 일부 종교단체의 표어가 순수성을 의심받는 이유다. 어디까지가 '취향 고백'이고 어디까지가 '신앙 고백'일까. 매일 도의회를 지나며 나누기, 빼기를 반복한다. /김성주 정치부 기자 ksj@kyeongin.com김성주 정치부 기자

2019-09-19 김성주

[노트북]의정부시 'THE G&B 프로젝트' 성공하길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사는 지역을 평가하곤 한다. 어떤 도시는 주민 편의시설이 많아 살기 좋다는 소리를 듣는가 하면, 어떤 도시는 교통망이 잘 발달해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려한 자연환경 덕에 사람이 모여드는 도시도 있다. 이처럼 지역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고, 때로는 주관적이다. 도시의 가치를 평가하는 여러 항목 가운데 요즘 의정부시는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도시 곳곳에 꽃과 나무를 심고, 미관을 가꾸는 데 행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정부형 도시 녹화 사업인 'The G&B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초록의 'Green'과 아름다움을 뜻하는 'Beauty'의 앞글자를 딴 사업의 명칭처럼 푸르고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다.안병용 시장은 출장차 방문했던 해외의 한 지자체에서 사업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눈만 돌리면 꽃과 나무가 있고, 잘 정돈된 거리의 모습을 보면서 도시의 외관을 가꾼다는 건 주민을 위한 일인 동시에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그의 구상처럼 'The G&B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가동할 경우 시의 경관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마을의 자투리 공간과 관공서 주변, 도로와 하천 주변이 모두 꽃과 나무로 채워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꽃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사람에게 미치는 심리적 안정감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공원과의 거리가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단지 내 녹지 비율이 아파트를 대표하는 홍보 포인트가 될 정도로 생활 속 자연환경의 중요성은 커졌다. 꽃과 나무를 통해 도시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정부시의 시도가 성공하길 바란다. 또 그것이 오랜 시간 각종 규제로 고통을 받은 지역 주민에게 치유와 보상이 되길 기대한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doran@kyeongin.com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2019-09-17 김도란

[노트북]철탑 위에서 추석연휴 보낸 한 해고노동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추석. 한 한국지엠 해고노동자는 따뜻한 고향집이 아닌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앞 9m 높이 철탑 위에서 추석을 보냈다. 철탑 위에서 명절을 보낸 사람은 한국지엠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이영수씨. 그는 지난해 말 부평2공장의 2교대 근무제가 1교대로 축소되면서 해고됐다. 자신을 포함한 한국지엠 해고노동자 46명의 복직과 한국지엠의 불법파견 근절을 주장하며 지난달 철탑 위에 올라섰다.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이영수씨 외에도 해고노동자 일부는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명절은 항상 걱정이 많은 시기였다고 한다. 명절 때마다 인력 축소 등 구조조정 관련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항상 안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지엠이 지난해 설을 이틀 앞두고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하면서 많은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명절을 보내야 했다.추석이 지났지만, 한국지엠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이 바라는 복직과 불법파견 근절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해고노동자들은 한국지엠 부평2공장이 다시 2교대 근무제로 전환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복직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측에서 복직에 대한 계획을 밝힌 것은 없다. 불법파견 문제 역시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에서 지난해 6월 수사를 시작한 이후 1년을 넘기며 장기화하고 있다.한국지엠 측은 불법파견 등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복직 등은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조는 한국지엠의 불법파견을 생각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히려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다며 복직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불법파견 문제가 정리돼야 지금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 인천북부지청과 검찰은 장기화하고 있는 한국지엠 불법파견 수사를 서둘러 끝내고 결론을 내야 한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9-09-15 김태양

[노트북]김포시와 시의회의 이상한 거래

김포시와 김포시의회 간 거래가 성립됐다. 지난 2일 시는 정책자문관 개인정보 유출자에 대한 수사의뢰를 철회했고, 시의회는 정책자문관 문제를 거론하려던 시정 질의를 백지화했다. 윈윈이다.그런데 거래 상대가 엉뚱하다. 앞서 시는 수사의뢰가 시의회를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을 일축하며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의뢰했다고 못 박은 바 있다. 구체적으로 "개인정보 누출은 공직자 기강해이 중 대표적인 범법행위"라고까지 표현했다. 시청 공무원들을 수사선상에 올리려 했다는 의미다.이 주장대로라면 수사의뢰 철회 여부를 놓고 협의할 상대는 시의회가 아닌 공무원노조였다. 그럼에도 시는 시의회에 수사의뢰 철회를 약속했고, 또 시의회는 이를 받아들이며 시정감시를 포기했다. 경찰 수사라는 칼날에 숨죽이고 있던 공무원들로서는 허무할 노릇이다.이번 사태는 정책자문관 A씨가 근무시간에 당구 레슨을 받았다는 보도로 시작됐다. 시의회가 시에서 건네받은 자료를 토대로 A씨의 초과근무수당 등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자 시는 A씨의 개인정보 유출자를 찾아달라며 수사를 의뢰했다. 시의회에 자료를 제공한 부서가 수사의뢰를 담당해 '시의원 겨냥설'이 불거졌다.하지만 애초부터 시의회는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듯하다. 시에서 수사를 의뢰했다는 첫 보도가 나오고 파문이 커지던 지난달 15일 저녁, 시의원들은 시 고위간부와 어울려 당구를 즐기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로부터 5일 뒤 시의회는 적당히 유감을 표명했고, 얼마 후에는 시민원탁회의에 불참하는 것으로 적당히 불만을 드러냈다. 시의원들은 정작 원탁회의 다음 날 정하영 시장이 소집한 선출직공직자협의회에는 참석했다. 도시철도 관련 중요사안을 논할 것이라고 알려진 터라 적당히 여론을 살피며 참석해야 했을 것이다.시의회는 결국 시와 거래를 트면서 적당히 사태를 봉합했다. 견제기능이 무너진 김포는 그렇게 오늘도 적당한 하루가 흘러가고 있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

2019-09-03 김우성

[노트북]민원인 개인정보 보호

지난 5월 국민권익위원회는 '공공기관 민원인 개인정보 보호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499개 공공기관과 행정안전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권고안에는 담당 공무원이 공공기관 민원시스템에서 신고성 민원서류를 출력하면 민원인 정보는 자동으로 삭제되고 민원 내용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담당 공무원이 민원인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때 지켜야 하는 세부 처리지침을 '민원행정 및 제도개선 기본지침'에 반영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각 기관에서 신고성 민원을 처리할 때 민원인 비밀보장 준수, 신고자 보호·보상 제도 안내 등 관련 유의사항이 포함된다. 이는 민원처리 과정에서 민원인 정보가 유출돼 권익이 침해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의왕에서는 이러한 노력과 거리가 먼 사례가 발생했다. 의왕시 내 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홈페이지에 민원인의 신분증 사본이 게시됐다. 조합 대의원 선임의 위법성을 바로잡으려 했던 해당 조합원의 주민등록번호와 현주소, 연락처 등의 개인정보가 1천명이 넘는 조합원에게 여과 없이 공개됐다. 게시 기간이 짧았다면 실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게시 기간은 2주가 넘었다. 해당 조합원은 이에 대해 조합과 시에 항의를 했다. 시가 조합에 게시를 멈출 것을 요청했으나 하루 뒤 다시 게시됐다고 조합원은 주장했다. 민원 청구서류에 개인정보를 보호해 달라고 기재했음에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조합원은 조합장과 시를 고소했다. 조합원은 조합의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잘못이 발생하고 불필요한 송사마저 벌어졌다.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권익은 침해됐고, 행정력은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민원인 개인정보 누출은 행정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최근 각 지자체는 주민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의왕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시를 믿지 못하는 시민이 시정에 참여할 수 있을까.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시정을 위해 앞으로 의왕시가 더 책임감 있고 세심한 행정을 펴주길 기대한다. /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기자 zuk@kyeongin.com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기자

2019-09-02 민정주

[노트북]10년 전 '일본 석탄재' 약속

'일본 석탄재 수입 최소화'.꼭 10년 전인 2009년 10월, 환경부와 시멘트·화력발전 업계가 서명한 협약서 내용이다. 하지만 수입 물량은 눈덩이처럼 불어 지난해 1.6배가 됐다.감축 방안을 내놓겠다던 환경부가 감축은커녕 그 어떤 석탄재도 넘기지 못할 방사성·중금속 기준치를 만들어 놓고 10년간 지켜만 봤기 때문 아닐까.10년 만에 또다시 석탄재 수입을 규제하겠단다. '일본 석탄재'도 아닌 '그냥 석탄재' 수입 절차를 강화한다는 것.말도 안 되는 이유를 내세운 일본 경제보복이 범국민적 반일 감정을 불러왔고, 기자를 비롯한 여러 언론에서 이 상황에 한국이 일본 쓰레기를 대신 처리해주고 있다고 지적하자 내놓은 대응책이다.문제는 10년 전 약속과 이번 대응책이 얼마나 다를지 모른다는 점이다. 수입 관리만 까다롭게 해놓고, 일본에서 반발하면 일본만 겨냥한 건 아니라고 둘러대면서 국내엔 일본 경제보복에 맞대응하는 그림만 보여주기 위한 건 아닐지 의문이다.10년 전엔 환경부 장관이 협약서에 서명이라도 했는데, 이번 국회 토론회에 나온 담당 부서장은 마땅한 대안도 없고 참석키로 한 한국시멘트협회 부회장은 전날 밤 갑자기 아프다며 주최 측에 불참을 통보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고조된 반일 감정을 계기로 국민들이 일본 석탄재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고, 국회의원들도 오는 국정감사 때 이 문제를 들여다보려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석탄재가 시멘트 생산에 필수 요소가 된 건 맞지만 수입산을 대체할 물량 확보는 물론 대체재 개발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방사능 오염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일본산 석탄재 등 폐기물에 대한 국민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계기로 일본산 폐기물 문제를 빈틈없이 진단하고 합리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 10년 전 공염불에 그친 약속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김준석 경제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경제부 기자

2019-08-29 김준석

[노트북]'중개보조원'에 울상 짓는 청년 공인중개사

"'이럴 줄 알았으면 자격증 안 따고 시작할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간혹 들어요."지난해 치러진 29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올해부터 소속공인중개사로 일하고 있는 30대 A씨는 자신의 처우가 자격증이 없는 중개보조원과 다를 게 없다며 이같이 넋두리를 뱉었다. 보수나 업무 등 중개보조원과 차별성이 크게 없다는 부연이다. 전문성이 결여된 중개보조원이 할 수 있는 일은 현장안내나 서류작성 등 간단한 업무뿐이다. 개업공인중개사나 소속공인중개사처럼 중개행위를 하는 것은 공인중개사법에서 금하고 있다. 중개매물 표시·광고도 할 수 없다. 만일 이를 어길 시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런데도 중개보조원이 사실상의 중개행위를 했다는 얘기가 여전히 자주 들린다. 공인중개사 간판을 걸고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들도 중개보조원이 허위매물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등 위험하게 중개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오죽했으면 지난 5월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자격증이 없는 중개보조원으로 인한 부동산 사기사건이 이어지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부동산 거래 사고 예방 캠페인'을 벌였겠는가.포화상태인 공인중개사 시장과 거래량 급감으로 공인중개사 폐업이 개업을 앞선 가운데 중개보조원 수가 늘었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올해 1월까지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10만1천792명이며, 중개보조원은 5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출혈경쟁의 배경인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개보조원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지난 4월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중개보조원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를 초과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기면 업무정지를 내릴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겼다.아직도 계류 중인 법안과 윤리의식 없이 돈만 뒤쫓는 일부 중개보조원 때문에 성실히 일하는 공인중개사의 이미지와 속이 새까맣게 변하고 있다. /윤혜경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hyegyung@kyeongin.com윤혜경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2019-08-27 윤혜경

[노트북]세심한 근현대 역사교육 강화 방안 필요

지난달 가평청소년의회의 학생들은 일본 정부를 향해 '가벼운 사과보다 진정한 사과를 원한다'는 결의안을 발표했다. 결의안은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의 부당한 경제 조치는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진정한 사죄는 일본의 부당한 경제 조치의 철회가 그 시작이 될 것이며 그 시작을 통해 우리는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결의안은 교육청에서 근대 역사에 대한 교육을 확대할 것도 요구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하기에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이야말로 학생들이 과거사를 바로 알게 한다고 강조했다.정부가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초·중·고등학교 역사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근본적인 대안들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이에 교육부는 초·중등학교가 개학하는 즉시 계기교육과 동아리·캠페인 등 체험활동을 통한 역사 교육을 활성화한다고 밝혔고 국민들의 동북아 역사 인식 제고를 위해 시민강좌 개설, 역사서적 개발·보급 등 교육·홍보를 다양화할 계획이다.하지만 현장에서는 근현대 역사 교육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세심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역사 교육과정 내에서 근현대사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실상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사와 근현대사 과목이 통합된 이후 2009 교육과정에서는 전근대사와 근현대사의 비중이 5대 5였고 2015 교육과정에서는 6대 4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2020년부터 중고등학생들이 배우는 2015 개정 교육과정도 고등학교의 경우 전근대사와 근현대사의 비율이 4대 3에서 1대 3으로 늘지만, 중학교의 경우 전근대사와 근현대사 비율이 5대 1로 도리어 축소되기 때문이다.경기도교육청은 서대문형무소와 제암리 교회 체험 활동을 비롯해 근현대사 체험학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학교에서 배우는 근현대사 수업과 학교 밖에서 배우는 수업이 상호 보완돼 학생들이 원하는 근현대사 교육이 이뤄지길 바란다. /이원근 사회부 기자 lwg33@kyeongin.com이원근 사회부 기자

2019-08-25 이원근

[노트북]과거사 청산과 천재교육

제때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청구서를 들이민다. 청구서를 받아든 이후 선택지는 크게 2가지로 좁혀진다. 늦었지만 당장 비용을 치르거나, 불어나는 이자를 감수하고라도 정산 시기를 좀 더 늦추는 것. 시기의 차이일 뿐 비용을 떼어 먹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과거사 청구서'는 누가, 언제 썼는지도 불분명한 행운의 편지처럼 예기치 못한 시점에 또 한 번 날아들 것이기 때문이다.현재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관계도 과거사 문제를 무시해온 결과물이다. 가해자인 일본정부의 태도는 일일이 거론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무책임하다. 광복 이후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청산'이라는 일관된 주장을 하기보다 일시적 '봉합'을 택한 한국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최근 경인일보가 연속보도한 '천재교육 총판(대리점) 갑질 의혹'도 과거사 청구서와 관련 있다. 총판들은 천재교육 본사와 거래하면서 많게는 십수억 원대 빚이 생겼다고 주장한다. 채무가 생긴 배경에는 판촉비용 떠넘기기, 반품제한, 도서 밀어내기 등 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 있었다는 게 총판 측 설명이다.천재교육은 총판들이 하는 대부분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마치 지금 있는 일인 것처럼 악의적인 주장을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천재교육의 말은 총판들이 주장하는 갑질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첨예한 한일관계 속에 "미래를 생각하자"면서 문제의 본질을 보지 않으려는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2일 총판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본사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고발하는 신고서를 접수했다. 공정위는 총판들의 호소를 귀담아 듣고, 천재교육의 잘못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건 이 모든 행위가 '제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사 진상조사단'과 같은 별도 조직을 만들어 제때 밝혀내지 못한 억울함을 뒤늦게 들여다보는 건 지금까지 쌓인 사건만으로도 충분하다. /배재흥 사회부 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사회부 기자

2019-08-18 배재흥

[노트북]답답함과 암울함… 그 선을 넘어야

#시선 1. 사람이 하늘인 세상! 녹두꽃이 만개한 세상! 최근 공중파에서 동학을 소재로 한 드라마 '녹두꽃'을 관심 있게 봤다. 비극적인 역사사건이어선지 드라마 전개상 갈수록 마음 한구석에는 답답함과 암울함이 깔렸다. 다행히도 결말은 희망을 남겨두고 드라마답게 끝맺는다. #시선 2. 영화 '기생충'에서도 답답함과 암울함이 밀려왔다. 영화 중간에 몹시 시선을 피하고 귀를 막고 싶었다. "저러다가 주인네 가족이 들이닥치면 어쩌나!" 조마조마한 마음을 도무지 가라앉힐 수 없었다. 다행히도 그 선을 넘지 않고 전개되면서 결말에서 선을 넘는다.개인과 사회 속에서 불안과 공포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불안과 공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문제는 역사 속에서 찾는다. 갈등 속에서 혼란을 더 키워 스스로 망하거나, 그 선을 넘어 위기를 극복해 새 역사를 만들어 가기도 한다. 프랑스대혁명이 공화정에서 나폴레옹 1세와 3세의 제정시대로 암울한 전개가 그렇고, 반면 고대 그리스 페리클레스의 민주정치가 선을 넘어 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중, 한·일 무역전쟁 등 개인과 사회가 그 선 앞에 서 있다. 답답함과 암울함의 불안과 공포보다는 선을 넘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야 할 때이다. 작고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하자.여주시는 전국의 동학교도들을 척왜 농민항쟁으로 이끌었던 해월 최시형 선생을 모신 곳이다. 그리고 13도 창의군 의병 총대장으로 서울 진공에 앞장선 이인영 선생, 민족대표 33인으로 천도교 지도자였던 홍병기 선생, 임시정부 군무부장으로 광복군 창설의 주역으로 활동한 조성환 선생 등 정부로부터 공식 포상을 받은 독립유공자를 38분이나 배출한 충절과 의혈의 고장이다. 현실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고, 역사의식과 독립정신으로 맞서야 한다.여주시청사 건물에는 74주년 광복절 기념 현수막이 내걸렸다. 안중근 의사의 손도장과 글귀 하나가 쓰여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약지를 자른 아픈 손으로 쓴 대한국인의 담대한 역사를 보라!"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기자 coa007@kyeongin.com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기자

2019-08-13 양동민

[노트북]'경기도민 청원' 불발된 이재명 지사 답변

경기도가 '경기도민 청원'을 개설한 지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지지 5만명을 넘는 청원이 탄생했다. 도의회에서 의결된 '성평등 기본 조례 개정안'의 재의를 요구해달라는 청원이었다. 해당 조례가 법령에 위임되지 않은 의무를 부과하고 '양성평등'을 넘어선 '성평등'을 규정해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게 청원의 주장이었다. 도는 20만명 이상이면 정부·청와대 책임자가 직접 답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처럼, 5만명 이상 지지를 받은 청원에는 도지사 혹은 담당 실·국장이 직접 답변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7개월 만에 탄생한 첫 '5만명 청원'인 만큼 이재명 도지사가 직접 답변할지, 어떤 형태일지 눈길이 쏠렸다.'잠룡'으로 분류되는 이 지사의 정치적 위상, 종교단체의 강경함과 '동성애 옹호 시비'라는 이슈의 민감도 등이 맞물려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에서도 도민 청원을 통한 직접 민주주의 실현이 이 지사의 공약 사항이었기에 직접 답변을 점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앞서 비슷한 청원 사이트를 개설한 도내 기초단체에서 글·영상 등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요건을 넘긴 1호 청원에 대해선 단체장이 직접 답변을 내놨던 점도 기대감에 한몫을 했다.그러나 조례 개정안 공포일에 맞춰 6일 이뤄진 답변은 담당 실·국장의 명의로 이뤄졌다. 내용 역시 단순했다. 답변이 이뤄졌던 6일 이 지사는 휴가 중이었다. 답변도 명확했다. 잘못되거나 부족한 점은 하나도 없다. 다만 7개월 만에 어렵사리 탄생한 1호 답변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아쉬움이 남았을 뿐이다.두 번째로 많은 지지를 얻은 청원은 4천423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7일 종료됐다. 오늘도 많은 도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는 와중에 과연 '경기도민 청원'의 존재를 아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 속 두 번째 '5만명 청원'이 아직 멀게 느껴지는 가운데 청원에 직접 답변하는 이 지사의 모습 역시 아직 한참을 더 기다려야할 터다. /강기정 정치부 기자 kanggj@kyeongin.com강기정 정치부 기자

2019-08-07 강기정

[노트북]'혜택'과 '권리' 사이 드림파크 골프장

"해도 해도 정말 너무하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드림파크 골프장 운영 방식을 두고 골프 동호인들 사이에서 나오는 얘기다. 취재를 하며 만난 사람들은 이 골프장이 과거 매립장을 활용해 만들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주민 혜택이 너무 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누구는 한 달에 수차례 골프를 치고, 누구는 수개월을 꼬박 추첨에 참여해야 한번 칠 수 있으니 말이다.드림파크 골프장은 일반인 부킹이 어렵기로 소문이 나 있다. '피크시간대' 경쟁률은 최대 1천대 1이 넘는다. 그도 그럴 것이 대중 골프장인 이 골프장에서 평일 일반인이 예약할 수 있는 몫은 전체의 약 45%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이 연 단체와 지역 주민 몫이다. 60여 개의 지역 연 단체는 주민지원협의체가 추천만 하면 연 단체로 등록된다. 하지만 공사와 협의체 어느 곳도 지역 단체에 실제 지역 주민이 몇 명이나 포함돼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매립지 영향 지역 주민들을 배려한다는 취지에서 지역 단체에 혜택을 주고 있지만, 정작 실제 주민은 '0명'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연 단체의 일반 추첨 경쟁률이 10대1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추천에 따른 무조건적인 지역 연 단체 운영은 특혜에 가깝다.매립지 운영으로 피해를 본 지역 주민들이 일정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불만을 호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투명한 운영 방식이다. 드림파크 골프장은 국가 공기업이 운영하는 대중 골프장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스스로가 모든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 골프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모든 국민이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다. 더는 특혜 논란이 있어선 안 된다. 지금이라도 지역 주민에 대한 '혜택'과 일반 국민들의 '권리' 사이 세부적 기준을 정해 투명하게 시행해야 한다. /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b@kyeongin.com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9-08-06 공승배

[노트북]기획부동산 먹잇감 된 대형 개발사업

"도시개발사업 지구 인근 임야(산)를 샀는데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유주만 100여 명이 넘어 재산권 행사도 못하고 있어요."각종 개발 호재 등을 미끼로 야산을 수백 필지로 쪼개거나 지분을 나눠 분양하는 '기획부동산'에 속아 시세보다 10배 넘는 가격에 땅을 매입한 A씨의 하소연이다.도시개발사업 등 대규모 개발 호재와 관련한 취재 전 실거래가 조사에 들어가면 늘 한 개 필지가 '지분거래'된 정황이 포착된다. 지분거래는 개발 호재 등을 앞세워 투자자들을 모집해 야산 등 쓸모없는 땅을 산 뒤 필지를 잘게 쪼개 많게는 수백 명에게 파는 전형적 '기획부동산 사기' 수법으로 악용된다. 이렇게 매입한 땅은 모든 소유주의 동의를 얻어야 처분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재산권을 행사하기 어렵다.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화성 국제테마파크가 들어서는 송산면 고포리에서 올 1월부터 4월까지 총 713건의 토지거래가 이뤄진 가운데 374건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중송리에서 거래된 1천8건 중 478건이 하나의 필지가 수십 개의 공유지분으로 거래됐다. 제2 판교테크노밸리가 조성되는 성남 수정구 금토동의 한 야산도 지난 7월 현재 지분을 공유한 투자자만 3천9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 10곳 중 절반 이상은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부동산 업계에선 "도시개발사업이나 대기업 투자 소식은 기획부동산의 큰 먹잇감"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렇게 '바늘 가는 데 실이 간다'는 속담처럼 개발 호재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기획부동산이 성행하고 있지만, 정작 이 같은 행위 자체를 단속할 수 있는 관련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경기도가 오는 30일까지 기획부동산을 대상으로 공인중개사법,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다.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상훈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sh2018@kyeongin.com이상훈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2019-08-04 이상훈

[노트북]죽산 조봉암 60주기 추모식 참석한 청년들

강화에서 나고 자란 죽산 조봉암(1899~1959)은 일제강점기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을 했다. 해방 이후 제헌 국회의원과 초대 농림부 장관을 지냈다. 조봉암은 2·3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이승만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이승만 대통령은 장기집권에 가장 위협적인 정치인으로 죽산을 생각했다. 조봉암은 1956년 진보당을 창당한 이후 간첩 누명을 쓰고 1959년 7월 31일 사형이 집행됐다. 헌정 사상 첫 번째 '사법살인' 희생자인 조봉암은 2011년 대법원 재심을 통해 간첩죄 무죄를 선고받고 복권됐다. 간첩으로 몰린 52년 동안 '금기어'가 된 죽산을 기억하고 명예 회복에 앞장선 이들은 죽산이 태어난 곳이자 정치적 기반이었던 인천의 사람들이었다.지난달 31일 오전 11시 서울 망우리 공원묘역에서 죽산의 60주기 추모식이 엄수됐다. 망우리 공원묘역은 행정구역상 서울 중랑구지만, 경기도 구리시와 맞붙어 있는 서울의 끝자락이다. 이날 인천, 경기, 서울지역에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주요 도로 곳곳에서 차량 정체가 심했다. 행사 취재를 위해 인천 구월동에서 망우리 공원까지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데만 2시간 넘게 걸렸다. 인천에서 죽산을 기리기 위해 60주기 추모식을 찾은 수많은 이들이 이처럼 어렵게 죽산 묘역에 당도했다.올해 추모식에는 처음으로 '청년 조봉암'이라는 단체의 대학생 14명도 참석했다. 이들은 추모식에서 노래 '상록수'와 '홀로 아리랑'을 부르며, 평화통일을 지향한 죽산의 뜻을 잇겠다고 했다. 이제는 죽산이 '독재의 희생자'나 '이념 갈등의 상징'이 아니라 새 시대를 여는 청년들에게 '평화통일의 선구자'로 인식되고 있었다. 1919년, 21세의 조봉암은 강화도의 대서소(代書所)에서 일하는 평범한 청년에 지나지 않았다. 그해 강화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에 동참하고, 옥고를 겪으면서 일제강점기 엄혹한 현실에 눈을 떴다. 이번 60주기 추모식에서는 죽산이 자신처럼 "현실에 눈을 뜨라"고 청년들에게 외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9-08-01 박경호

[노트북]세대차이

최근 온라인상에 재미난 게시물이 돌아다녔다. 요즘 세대는 전화받는 손 모양이 다르다는 것으로, 사소한 동작 하나로 세대를 구분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유선전화 송수화기 모양을 흉내 내려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펴는 동작은 청소년들에게 생소할 수밖에 없다.기존에 보유하던 유선전화를 해지한 가구 비율이 지난 2012년 8.53%에서 지난해 26.86%로 급증했으며, 지난해 유선전화 미가입 가구는 전체의 44.24%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영상통화에도 익숙한 세대로서는 과거의 정서를 공감하기 힘들다. 겪어본 이들만이 주황색 공중전화 상단에 남겨진 동전을 추억할 뿐이다. 그만큼 세대가 빨리 변했다.몇 세대 앞서 대한민국은 국권을 강탈당하고 수많은 국민이 일제에 고초를 겪었다. 그중에는 고향산천을 떠나 상하이와 난징, 항저우 등에서 투쟁하던 임시정부 독립운동가들이 있었다. 올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역사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나, 선진국 반열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세대가 늘어날수록 민족의 아픔에 공감하는 분위기는 점점 희박해질 것이다.얼마 전 김포교육지원청 주관으로 김포 학생대표 87명이 중국 항일유적지를 탐방했다. 교과서에서 접한 임시정부를 찾아 김구 선생 집무실을 둘러보고, 홍커우공원에서는 윤봉길 의사 의거 현장을 체험했다. 습도 때문에 체감온도가 48℃까지 치솟는 폭염 속에 학생들은 독립운동가들이 이역만리에서 얼마나 고생했을지 몸으로 겪었다.독립유공자 후손 노승연(통진중 3) 학생은 "난징 위안소 유적 진열관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심했다는 것을 느꼈고, 조선혁명정치군사간부학교에서는 나라를 위해 열정을 불사른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며 "이국땅에서 돌아가신 분들께 참배하면서는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학생들은 탐방 마지막 날 어떻게 국력을 키워 설움을 당하지 않을지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

2019-07-30 김우성

[노트북]기초문화재단의 역할

얼마 전 출입하는 문화재단 담당자에게 문화재단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 재단에서 최근 이렇다 할만한 좋은 콘텐츠를 발견하지 못해서다. 그렇다고 이곳 관계자들이 일을 안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자는 이 문화재단의 상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 올해 시가 재정 문제로 행사·축제성 예산을 삭감하면서 그동안 운영하던 문화예술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기존 진행하던 행사와 공연은 유지해야 하고, 예산은 줄었으니 질 좋은 콘텐츠를 기대하는 건 사실 논리적이진 않다.사정을 알고 있지만, 방문할 때마다 기획 공연과 새로운 사업에 대해 묻게 된다. 이곳에 있는 훌륭한 인적 자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풍부한 아이디어를 가진 문화예술경영 전문가들이 많지만, 여건상의 문제로 능력을 발휘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늘 안타깝다. '지방 출자·출연기관'인 문화재단은 문화정책을 전문적·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자체가 조례 제·개정을 통해 설립한 기관이다. 쉽게 말해 문화예술경영 전문가를 고용, 지역 문화예술인에게는 교육과 공연 등의 기회를, 시민에게는 질 좋은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기초문화재단은 현재 경기도 내 15개가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들 중 몇몇 문화재단은 앞서 이야기한 문화재단처럼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인력, 예산 등의 문제로 운영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도 있고, 시에서 내려오는 소위 '택배사업'들을 안고 가다 보니 제대로 된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는 곳도 여럿 있다.앞으로 도내 여러 지역에서 문화재단 설립을 계획 중이다. 가장 먼저 평택과 과천이 내년 1월 문화재단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 두 곳이 기존 문화재단이 가진 문제점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운영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특히 문화재단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이 두 곳 역시 특별하지 않은, 그냥 여느 지역에 있으니까 생겨난, 기능을 잃은 곳으로 전락할 수 있다. /강효선 문체부 기자 khs77@kyeongin.com강효선 문체부 기자

2019-07-24 강효선

[노트북]풍년의 역설은 우리 모두의 숙제

수렵시대를 끝낸 인류가 농경사회에 접어들면서 풍년(豊年)은 모두의 바람이자 그 한해에 가장 큰 염원이었다.홍수가 들이닥치거나 가뭄으로 농작물이 바짝 마르면 그 나라를 대표하는 왕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풍년이 들면 왕에게 감사했다. 즉 풍년은 왕이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었다.이 때문에 인류는 풍년을 기원하는 제를 매년 하늘에 올렸다. 또 인류는 풍년 농사를 위해 해와 달, 별자리의 움직임을 연구했고 이는 곧 과학의 기초가 됐다.하지만 최근 들어 풍년이 농민들의 근심거리로 전락해 '풍년의 역설'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늘어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이 떨어져 농민들이 힘들게 땀을 흘려 키운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시대의 시장 논리상 공급과잉을 초래하는 풍년은 자연재해나 다름없는 셈이다.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양파농사다. 양파는 올해 재배면적이 평년과 비슷했으나 강수량, 일조량 등 생육에 적절한 기상여건이 이어지면서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소비처는 한정적인데 생산은 평년에 비해 17만t 정도가 늘다 보니 가격이 전년대비 절반가량 떨어졌다. 생산원가에 미치지 못하자 농민들은 아예 산지폐기를 단행하면서까지 공급량을 줄이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태다.이는 비단 양파에 국한되지 않는다. 마늘은 이미 같은 현상을 겪고 있고 배추, 무, 보리, 대파, 매실 등도 공급량 증가로 비상이다.농업은 우리 사회의 근간인 만큼 흔들릴 경우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하지만 농민이 해결할 수 있는 선은 이미 넘어섰다. 과거 풍년을 위해 과학이 발전한 것처럼 이제는 적정한 수급을 위한 고도의 예측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즉 풍년의 역설을 반복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소비자들도 힘을 보태야 한다. 공급과잉에 대한 당장의 해결 방안은 소비촉진밖에 없다. /황준성 경제부 기자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경제부 기자

2019-07-21 황준성

[노트북]밥 한끼의 진심

파스타를 파는 서울의 작은 식당에 사람들이 줄을 섰다. 이름난 맛집도 아닌데, 굳이 시간을 내어 이 식당의 파스타를 먹으려는 이유는 식당 주인이 SNS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면서다.식당 주인은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 그냥 안 받을랍니다"라는 글을 통해 결식아동에게 지급하는 꿈나무 카드의 불편함을 지적했다. 아이들에게 배불리 밥을 먹이고 싶은데, 가맹점이 되면 정산받는 과정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정산을 포기하는 대신 굶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밥을 주기로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신선한 제안을 했다. '가게 들어올 때 쭈뼛쭈뼛 눈치 보면 혼난다', '금액에 상관없이 먹고 싶은 것 이야기 한다', '다 먹고 나갈 때 카드와 미소 한번 보여주고 간다'는 제안이다. '가난은 불편한 것'뿐이라는 그는 아이들에게 '당당하라'고 주문했다. 그렇게 그의 글이 SNS에 퍼지면서 그 취지에 공감한 사람들이 식당의 매출을 올려주겠다며 연일 식당을 찾고 있다. 무상급식의 기원을 되짚어보면, 식당 주인과 식당을 찾는 수많은 이들의 마음과 같다. 사업 초기, 삼성 이건희 회장의 손자도 공짜 밥을 먹는 게 이치에 맞냐고 비판하며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반대논리와 강하게 부딪혔지만, 적어도 밥 앞에서 모든 아이가 평등하기를 바라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며 논란은 사그라졌다.하반기 시행예정인 경기도 고교무상급식도 오랜 풍파 속에 다져진 사회적 공감대 위에서 꽤 순조롭게 출발한 듯했다. 예산 분담률을 두고 파열음이 나기 전까지는. 예산을 분담하는 경기도, 경기도교육청,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어느 곳에서도 무상급식의 당위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세 곳의 단체를 취재하며 공통으로 느낀 것은 사업의 출발선에 섰을 때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는 것이다. 우리, 어른들이 건네는 편견 없는 밥 한 끼의 진심을 잊지 말자. /공지영 사회부 기자 jyg@kyeongin.com공지영 사회부 기자

2019-07-18 공지영

[노트북]재량에도 원칙이 필요하다

초등학생 아들이 지난달 현충일 즈음 갑자기 장기휴가(?)에 돌입했다. 연휴 사이 끼어있는 평일에 학교를 안 간다는 것이었다. 왜 안 가냐고 물으니 '학교장 재량'이라고 했다. 징검다리 연휴의 이점을 살린 유연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맞벌이 부부에겐 썩 반갑지 않은 결정일 수 있겠다 싶었다.얼마 전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를 둘러싸고 교육청 재량 평가가 뜨거운 논쟁이 됐고, 최근 프로야구에서도 경기 막판 심판 재량 비디오 판독을 시행한 부분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진 바 있다.재량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일을 처리한다는 뜻이다. 원칙이나 규칙, 규정과 달리 주관적이고 예외적인 개념이다. 재량권을 올바르게 사용하면 융통성으로 이어지지만, 반대의 경우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거나 명분·핑곗거리로 전락한다.최근 한세대학교에서 비정규직 교직원 김모(24)씨의 계약해지 사건이 이슈가 됐다. 계약기간을 채운 시점에서의 계약 종료 통보는 언뜻 보면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평가를 거쳐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는 당초 채용조건과 달리 평가를 생략한 점, 해당 직원과 동일한 조건으로 입사한 다른 계약직 직원은 앞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점 등의 이유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올해부터 계약직의 경우 계약기간만 근무하는 것으로 방침을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학교 재량에 따른 결정이었다. 평가 기회조차 받지 못한 김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반발했지만, 재량 앞에선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이에 한세대 노조가 나섰고, 여기에 시민단체와 시의회 등 지역사회까지 힘을 보태 김씨 살리기에 나섰다. 결국 학교 측은 계약해지 통보 두 달만에 해당 직원을 정규직으로 임용했다. 올해부터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은 없다던 방침과 달리, 학교 측이 다시 한 번 재량을 발휘한 셈이다.재량에도 원칙이 필요하다. 재량은 원칙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원칙의 빈틈을 악용하기 위한 핑계의 수단으로 남용해선 안 된다. /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homerun@kyeongin.com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2019-07-16 황성규

[노트북]공직자 변화·의식 개선 '디테일의 행정'

"디자인하지 않으면 사임하라(Design or resign)!"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수상이 한 말이다. 디자인이 기업의 핵심 가치로 떠오른지 오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나 잭 웰치 GE 전 회장은 21세기 경영의 승부처로 디자인을 꼽았다. 행정이라고 다르지 않다. 최근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시민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따뜻한 행정이 필요하다. 공직자가 추구하는 것은 시민에게 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디테일한 행동으로 이 가치를 실현할 때 지속가능성이 담보된다"고 말했다. 공직자들에게 따뜻한 행정, 참 가치를 주문하면서 그것을 '디테일한 행동'으로 실현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디자인이 색의 빛깔, 선의 유연함, 재질의 질감 등 미세한 디테일에서 격의 차이로 나타나는 것처럼 조 시장은 공직자 행동의 디테일을 개선하는 데서 행정을 개혁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공직자 스스로 의식 전환이 안되면 (그것은)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다"고도 했다. 디테일에 강한 문화를 세우기 위해 공직자가 본인의 작은 습관을 바꿔야 한다며, 행동을 바꾸고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라고 요구한다. 시는 이러한 '디테일의 행정'을 3기 신도시에도 적용하고 있다. 조 시장은 LH나 국토부 주체가 아니라 "시와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우리 시의 미래도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왕숙신도시 이매진 콘테스트(imagine contest)를 열고, 월례회의에서 3기 신도시 관련 콩트를 만드는 등 3기 신도시를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덕분에 남양주 3기 신도시에 대한 수많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직원들간 토론 문화가 형성되면서 남양주에 의한 남양주 만의 도시를 만드는 첫 걸음이 시작되고 있다. 조 시장의 '디테일의 행정'이 성공하려면 그가 주문한 것처럼 공직 사회 스스로가 변화되고 기존의 의식을 바꿔야 한다. 또한 그에 대한 시민 동참이 필요하다. 부디 조 시장의 개혁바람이 제2건국운동으로 확산돼 정약용의 후예답다는 평을 듣길 바란다. /이종우 지역사회부(남양주) 기자 ljw@kyeongin.com이종우 지역사회부(남양주) 기자

2019-07-14 이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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