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노트북]온전한 도시를 위한 교통대책 기대한다

월요일 아침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서울행 버스에 탑승한 적이 있다. 타는 과정부터가 고역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이 이중 삼중으로 늘어서 있었다. 수십 분을 기다려야 겨우 버스를 탈 수 있다 보니 2~3개 정거장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도 부지기수. 설상가상 버스 배차간격은 길게는 50분에 달했다. 한 대를 놓치면 수십 분을 기다려야 한다. 교통 상황에 따라 출근시간을 제대로 맞출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기약 없는 기다림, 버스에 오르기 위한 전쟁에 진이 빠졌다. 동탄2신도시의 수많은 서울행 승객들에겐 일상인 모습이다. 김포 한강신도시·파주 운정신도시·남양주 다산신도시 등 경기도내 대규모 택지개발 지구가 안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신도시 주민들의 일터가 서울에 몰려있지만 정작 서울에 갈 수 있는 수단이 충분치 않은 탓이다.정부는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경기도 곳곳에 신도시를 조성해 집을 지어올렸다. 서울과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조금 더 저렴하고 깨끗한 아파트. 집 걱정에 시름하는 도시민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었을 터지만 현실은 달랐다. 택지개발 지구로 계획된 부지의 3분의 1이 아파트가 지어지지 못한 채 미매각·미착공 상태로 방치되고, 그나마 아파트가 들어선 지역들도 미분양 문제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다시금 3기 신도시 등 택지개발 카드를 꺼내들자 2기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개발 지구의 문제가 떠올랐다. 교통망을 새롭게 조성하려고 해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교통망·자족기능이 갖춰지지 않아 입주 수요가 낮아지다 보니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이들 지역이 정부의 '예타 면제' 등에 사활을 걸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온전한 도시가 되려면 모든 일상이 도시 내에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일터'와의 거리를 좁히는 것부터 해야 한다. 정부는 연말까지 2기 신도시 등에 대한 교통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기대한다. /강기정 정치부 기자 kanggj@kyeongin.com강기정 정치부 기자

2018-11-13 강기정

[노트북]영흥화력발전 환경시설 개선 서둘러야할 이유

"1·2호기 환경 시설만이라도 먼저 개선해주세요." 올 가을 최악의 미세먼지가 계속되자 정부는 지난 7일 사상 처음으로 화력발전소 가동 제한이라는 조치를 내렸다. 미세먼지의 원인 중 하나로 '화력발전'을 꼽은 것이다. 인천 영흥화력발전소 1·2호기도 그 대상에 포함됐다.7일 방문한 영흥화력발전소의 모습은 한마디로 '압도적'이었다. 면적 8.26㎢의 땅에 30m 높이의 전기터빈, 100m 높이의 석탄보일러 등으로 구성된 발전시설 6기와 수십만t의 석탄을 저장하는 저장고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거대한 모습에 자연스레 '저기서 뿜어내는 오염물질도 어마어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영흥도 주민들은 가동 제한 조치에 생각보다 무덤덤했다. 10년 넘게 화력발전의 피해를 겪어온 이들에게 20%의 제한 조치는 크게 와닿지 않는 듯했다. 그 와중에도 주민들이 유일하게 지적한 문제가 바로 발전소 1·2호기의 환경 시설이었다. 1·2호기는 영흥화력발전소의 '문제아'다. 이 두 시설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발전소 전체 6기 오염물질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또 그 농도 또한 타 시설에 비해 약 2~3배가량 짙다. 더 강한 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의미다. 이는 모두 두 시설이 오염물질 배출기준이 강화되기 이전 만들어진 탓이다.현장에서 만난 직원들은 화력발전 특성상 오염물질 배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1·2호기 가동 중단 주장에 대해서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단에 따른 비용소모, 오염물질 과다 배출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대신 그들이 내놓은 해답은 환경시설 개선이다. 2021년까지 1·2호기의 오염물질 저감 시설을 타 시설 수준으로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발전소 측이 계산한 실제 공사 기간이 약 1년인 점을 감안하면 2020년에야 교체 작업에 돌입하게 된다.화력발전이 멈추지 않는 한 영흥화력발전소는 1년 365일 돌아간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대기 오염물질도 계속 배출될 것이다. 그 피해는 영흥도 주민뿐만 아니라 인천시,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2천500만 명의 국민이 감수해야 한다. 한국남동발전이 영흥화력발전소의 환경 시설 개선을 서둘러야 할 이유다. /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b@kyeongin.com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8-11-11 공승배

[노트북]정약용 선생의 호 '다산' 대신 '사암'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

요즘 정약용의 고장 남양주에서는 조광한 시장 취임 후 이 지역 대표 역사 인물인 정약용 선생의 호를 바로 알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가장 대표적인 예가 '다산 아트홀'을 '사암 아트홀'로 명칭을 변경한 것이다. 이후 조안면 마재마을에 위치한 다산유적지 등 다산이 들어간 명칭에 대해서도 '사암', '열수' 등 새로운 명칭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그렇다면 왜 그동안 흔히 써오고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다산'이라는 호보다 '사암'이나 '열수'라는 호를 사용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일까.먼저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유적지에 가면 생가인 여유당 옆에 자찬묘지명이 세워져 있다. 자찬묘지명이란 정약용이 회갑을 맞은 1822년(임오년·순조22년)에 스스로 묘지명을 자찬하였다는 뜻으로 평생 저서의 대의와 목록을 자세히 열거한 것이다."이 무덤은 열수(洌水) 정약용의 묘이다. 본 이름은 약용이요, 자는 미용, 또 다른 자는 용보라고도 했으며, 호는 사암이고 당호는 여유당인데, 겨울 내를 건너고 이웃이 두렵다는 의미를 따서 지었다"고 시작한다. 여기에서 정약용 선생이 생전에 '사암'이라는 호를 즐겨 사용하였음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아울러 사암의 자손은 매우 귀한데 9남매를 낳아 2남 1녀만을 남겼다. 두 아들 중 큰 아들인 학연의 후손이고 사암에게는 4대손이 되는 정규영 선생이 1921년에 펴낸 '사암선생 연보'에도 정약용 선생이 여러 호 중에서 '사암'을 가장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역주자인 송재소 박사가 서문에서 밝혔다. 그 외에도 정약용 선생의 7대손인 정호영(EBS미디어 대표) 씨가 모 연구단체와 한 인터뷰에서도 "정약용 선생이 자신을 다산으로 부른 적이 없다는 게 정설"이라고 밝힌 바 있다.또한 일제강점기인 1935년에 정약용을 연구한 학자 중 최익한이 당시 동아일보에 '여유당전서를 독함'이라는 제목으로 총 65회 연재하면서 그의 사상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소화해냈다(그 연재물을 송찬섭 박사가 2016년 동명의 제목으로 엮고 간행). 그 내용 중 정약용 선생의 아호에 대한 부분을 논하면서 '사암'이 그의 대표적인 호라고 하면서 "선생의 불후 대업인 저작의 중요한 부분이 다산서옥 11년간의 산물이라 다산이 선생의 대표적 아호가 되어 버린 것"이라고 하였다.그렇다면 정약용 선생의 의지와 무관하게 '다산'이라는 호가 널리 불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정약용 선생은 40세이던 1801년에 시작된 유배가 1818년 57세 되던 해 가을에 해배되었다. 유배 시절 18년 중 그의 나이 47세부터 강진군 다산초당에 머물렀고 다산초당이 위치한 거지명(居地名)이 다산이라 하여 후대들이 '다산'이라 칭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선생이 손수 작성한 전집에 '여유당집', '열수집', '사암집' 등의 제호가 있으나 '다산집'은 없다.해배 이후 고향으로 돌아온 이후로는 주로 '열수(한강을 뜻함)'를 사용하였는데 그의 정신적 동반자이며 학문적 벗이라 칭한 둘째 형 정약전의 호가 손암(巽庵)이고 그에게 천주문물에 눈을 뜨게 한 이벽의 호는 광암(曠菴)인 것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그가 가장 선호하였던 호는 사암(俟菴)임을 충분히 알 수 있다.이런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더라도 생전 정약용 선생이 사랑한 호는 '사암'또는 '열수'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후대에 자신의 저술이 실천될 것'을 기대하는 선생의 뜻을 기려 '다산'대신 '사암(사암 : 기다릴 사(俟), 암자 암(庵), 백세 후 나를 알아주는 이를 기다린다는 뜻)'이라 칭하는 게 옳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종우 지역사회부(남양주) 기자 ljw@kyeongin.com이종우 지역사회부(남양주) 기자

2018-11-04 이종우

[노트북]일자리 미스매치 해결되려면

취재 도중 대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들은 모두 3∼4학년으로 취업을 앞두고 있는 '취준생'들이었다. 그들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먹먹함이 전해졌다.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직장의 모습은 흔하게 생각하는 직장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정한 근무 기간 이후에도 새 직장을 갖지 않아도 되는 안정된 근무 환경과 적당한 보수가 그들이 바라는 목표였다. 물론 그들이 목표에 가장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은 대기업과 공기업에 취업하는 것이다.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그들이 단순히 대기업과 공기업만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취재 중에 만난 한 취업준비생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직업을 통해 이룰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 된다면 중소기업에 입사하는 것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흔히 생각하듯 취업자와 중소·중견기업의 일자리 미스매치는 단순히 월급이 대기업에 비해 적다는 발상에서 시작하지 않을 수 있다. 구직자들은 기업의 연봉뿐만 아니라 비전과 기업 문화, 복지 등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직자들과 그들을 채용하려는 기업 사이에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구직자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를 탈피할 필요가 있다. 작지만 강한 강소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고 구직자들이 원하는 기업 문화를 갖고 있는 업체들도 많기 때문이다. 반면에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자사에 대한 정보를 알려야 한다. 최근에는 국내 채용사이트에도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을 소개하는 채용관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채용박람회도 꾸준하게 열리고 있는 만큼 다양한 루트를 통해 기업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구직자와 구인 기업 사이의 간극이 줄어든다면 그만큼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원근 경제부 기자 lwg33@kyeongin.com이원근 경제부 기자

2018-11-01 이원근

[노트북]문화의 힘

얼마 전, 취재차 한 서양화가를 만났다. 양주의 작은 마을에 작업실을 열었는데, 그 아래 '그림가게'를 열고 단돈 9만원에 자신의 창작작품을 팔고 있었다. 취미로 그림을 그린다거나, 작품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미술을 공부한 전공자였고 미술협회 회원인 정통(?)작가다. 처음 보는 광경에 놀란 기자에게 그는 경험을 들려줬다. "우연히 동네 고깃집에 들렀는데, 내 그림이 벽에 걸려있었다. 내가 작업실을 정리하다 버린 그림이었다. 그래서 이 그림을 아느냐, 왜 걸어두었냐 물어봤더니 '나는 평생 그림을 벽에 걸어본 적이 없는데, 이 그림을 본 순간 벽에 걸어보고 싶었다'며 행복해했다. 동네 편의점 사장은 3일을 고민하다 내 그림을 사갔다. 나중에 그 사장의 딸이 '평생 엄마가 그렇게 행복해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나와 부둥켜안고 울었다. 동료들은 이런 나의 행동을 싫어하지만, 나는 9만원의 액면이 중요하지 않다. 예술의 본질이 그렇다."전 세계에 K-팝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형 기획사의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중소기획사여서 방탄소년단은 애초부터 엄청난 자본과 물량으로 승부하는 그룹이 아니었다. 대신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선율과 가사로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고 유튜브 등 SNS 채널을 통해 그룹과 음악을 알리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팬들과 소통하며 외연을 확장했다. 지금의 인기는 오로지 방탄소년단이 가진 문화콘텐츠의 힘만으로 해낸 성과였다.역사를 돌이켜보면 문화는 늘 무엇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정치력을 과시하기 위해,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아니면 가장 손쉽고 티 나게 수혜를 베풀 수 있는 복지수단으로 쓰이기 일쑤였다. 그것은 보수건 진보건 구분이 없다. 새천년이 밝았고, 역사상 처음 민주당이 경기도정을 장악했다. 하지만 문화정책은 달라진 게 없다. 이제는 문화가 가진 스스로의 힘을 믿어도 되지 않을까. /공지영 문화부 기자 jyg@kyeongin.com공지영 문화부 기자

2018-10-23 공지영

[노트북]실향민 이야기… 꿈엔들 잊힐리야

경인일보가 지난해 연중기획 시리즈로 연재한 '실향민 이야기-꿈엔들 잊힐리야'가 책으로 묶여 최근 출간됐다. 한국전쟁으로 고향을 잃고 남한에 정착한 실향민의 분투기와 고향의 기억이 담긴 책이다. 지난 11일에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G타워 대강당에서 '인천의 전쟁과 세계 평화 포럼'의 일환으로 북콘서트도 열렸다. 나는 책에 실린 실향민 17명 가운데 4명을 인터뷰했다. 인터뷰한 실향민 중 한 명인 함경남도 북청군 출신 이인창(89) 할아버지를 북콘서트에 초청했다. 이인창 할아버지는 10대 후반이던 해방 직후부터 화물트럭 운전기사 조수로 일하며 한반도에서 가장 험하다는 '삼수갑산'을 밥 먹듯 오르내리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인민군에 징집됐다가 탈출해 한국군 빨치산 토벌부대에서 복무하고, 전쟁 이후에는 미군 GMC 트럭을 개조한 시내버스를 몰며 평생 운수업에 종사했다. 할아버지의 사연을 풀자면 한 편의 영화를 찍을 수 있을 정도다. 이렇듯 책에 실린 실향민 17명 모두의 이야기가 현대사의 단면을 그렸다. 이인창 할아버지는 북콘서트 때 사회자에게 "고향 북청에서 그리운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답변으로는 본인의 살아온 삶을 쭉 읊었다. 나중에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니, 귀가 어두워 사회자의 질문을 알아듣지 못해 그냥 생각나는 대로 대답했다고 한다. 틀린 답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G타워 대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할아버지의 말이 끝나자마자 박수를 보냈다. 한 세기 가까이 산 할아버지의 인생사가 청중들의 마음을 울렸다. 실향민 1세대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실향민 이야기-꿈엔들 잊힐리야'는 사라져 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해 역사로 남겨야 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인창 할아버지는 북콘서트에서 "내가 땅에 묻혀서도 통일 후 남북에 흩어진 후손들이 이 책을 통해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귀한 기록을 남겨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8-10-16 박경호

[노트북]정하영 김포시장의 긴급기자회견

지난 8월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비난여론에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축협이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배경을 밝히는 자리였다. 김판곤 감독선임위원장은 막후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냈다. 벤투 감독을 둘러싼 여러 의문도 상세한 설명으로 해소했다. 김 위원장의 진정성 있는 회견에 팬들의 마음은 상당 부분 누그러졌다.이달 1일 김포시청에서 비슷한 맥락의 풍경이 연출됐다. 김포도시철도 개통시기와 관련해 정하영 김포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시는 올해 4월 김포도시철도 역명을 기습변경했다가 철회하는 홍역을 치르고 5월에는 개통연기설이 불거져 시민들의 강한 저항에 직면했다. 다음 달 개통했어야 할 도시철도는 결국 내년 7월로 미뤄졌다. 김포시민들이 도시철도 개통에 민감한 이유는 김포가 그동안 '철도사각지대'였기 때문이다. 서울과 경계가 닿은 경기도 지자체 중 김포와 하남만 철도망의 혜택에서 소외돼 있었다. 이마저도 5·9호선 연장이 추진되는 하남과 다르게 김포는 서울 경계까지 오가는 경전철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던 지난달 또다시 4~5개월 개통지연설이 불거졌다. 국토부 안전지침 개정에 따른 것이었음에도 시민 여론은 폭발했다. 시는 지침 개정 움직임이 있던 올해 초부터 자발적으로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새 지침이 적용되지 않도록 정치권과 공동 대응을 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정하영 시장이 직접 언론 앞에 나섰다. 당시에는 보도할 수 없었지만, 국토부는 김포도시철도에 종전 지침을 적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시 측에 미리 알렸다. 하지만 국토부의 함구령으로 기자회견에서 이를 공개할 수는 없었다. 이례적으로 20여쪽 분량의 자료를 배포한 정 시장은 공사 및 대응 현황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정상개통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호소했다. 언론의 반응은 "좀 더 지켜보자"였고, 나흘 뒤에 정상개통하기로 결정됐다. 정 시장의 이날 기자회견은 소통에 대한 의지로 읽혔다. 청사진과 고민을 시민과 공유하겠다고 강조해온 정 시장은 그렇게 민선 7기 첫 난제를 해결했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

2018-10-09 김우성

[노트북]한국지엠, 편안한 명절은 언제쯤

올해 설 명절을 이틀 앞두고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군산공장 폐쇄가 한국지엠 전체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한국지엠 본사가 있는 인천은 불안감을 안고 설 명절을 보내야만 했다. 또다른 명절인 추석이 지났지만 한국지엠 안팎의 우려는 없어지지 않고 있다. 4월 노사 합의에 이어 정부지원이 결정되면서 한국지엠과 관련한 갈등은 봉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지엠이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인력을 따로 분리해 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회사 측이 법인분리를 통해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구조조정의 전 단계'라며 반발하고 있다.한국지엠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도 회사 측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한국지엠이 법인분리를 위해 추진하는 주주총회에 대해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이 법인 분리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아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고 설명한다. 회사 측은 연구개발 역량 강화 등을 위해 법인 분리를 추진하는 것이며, 구조조정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지만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비정규직 관련 갈등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창원공장 비정규직 773명을 직접고용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한국지엠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는 "정부지원으로 회생한 한국지엠이 비정규직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명령을 무시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철수설로 인해 곤두박질쳤던 차량 판매량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의욕적으로 출시한 이쿼녹스는 신차임에도 월 판매량 100대를 밑도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지엠이 노동자, 정부,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불신이 이어진다면 한국지엠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신뢰를 얻기 위한 더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 /정운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8-10-02 정운

[노트북]허위매물 신고 압박으로 집값 잡힐까

지난 4월 취재 뒷이야기로 아파트 입주민들의 가격 담합 및 왜곡을 다룬 바 있다. 부동산에 의뢰된 아파트인데도 가격이 집주인의 의사보다는 부녀회 등 아파트 주민 단체가 행사한 압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내용이다. 특히 일부 아파트에서 주변 공인중개사들에게 주민단체가 정한 가격대로 중개하겠다는 서약서나 동의서까지 받는 실태까지 보도했다. 현행 부동산 법으로는 이들의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방도가 없어 수년째 지지부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내용도 덧붙였다.그로부터 5개월.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더 널뛰었다. 부진한 매매 거래 속에 호가가 계속 오르는 비이상적인 현상은 더 가속화됐다.정부가 반년 가량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예상대로 아파트 주민단체의 이기적인 담합은 심화됐고 가격도 시장거래가 아닌 인위적인 요소에 더 영향을 받았다. 매물 가격을 높여 그 가격보다 낮을 경우 허위매물로 신고하는 불법 행위가 아파트 단지들 사이로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인근 부동산은 일감 확보와 허위매물 신고 압박에 입주민들의 입맛대로 아파트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지난 4월 6천700건이던 허위매물 신고는 지난달 2만1천800 건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뒤늦게 정부는 지난 10일 허위매물 신고가 유난히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현장조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직적으로 허위 매물 신고를 통해 부동산을 압박했다면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있다는 엄포도 놓았다. 하지만 이미 오른 집값을 다시 되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이도 손에 든 사탕을 뺏으면 우는 법인데, 정부의 뒷북 조치가 어떤 결과를 나타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황준성 경제부 기자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경제부 기자

2018-09-11 황준성

[노트북]'논란거리' 취급받는 교내 폭력 피해자

옛말에 '맞은 놈은 발 뻗고 자도 때린 놈은 발 뻗고 못 잔다'는 말이 있다. 피해자는 비록 해를 입었을지언정 가해자는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는, 긴 세월에 걸친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그러나 옛말은 틀렸다. 지난해 5월 군포시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을 보면 오히려 피해 학생이 그날 이후 1년 넘게 발을 뻗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아이를 이런 상황으로 내몰았을까.학교 측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다는 명분 아래 사건의 원만한 해결에 앞장섰을 것이다. 하지만 피해 학생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부족했다.사건 직후 학교는 다친 아이를 즉시 병원부터 데려갔어야 했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의 자그마한 얼굴이 무려 3㎝나 찢어진 상황이었다. 당시 아이의 겉옷 양쪽 소매에는 피를 닦아내 붉게 물든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병원 치료가 최우선이었으나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어른들 때문에 아이는 반나절이 지나고서야 수술대에 올랐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건지 혹은 '대수롭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 건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이해가 힘든 대목이다.사건 이후 아이는 한동안 학교에 돌아오지 못했다. 아이가 결석을 해도 학교에선 연락조차 없었다고 부모는 증언하고 있다. 억울함을 호소하면 할수록 자꾸 문제만 일으키는 사람으로 취급받았고, 심지어 다른 학부모들에게까지 손가락질받는 처지가 됐다. 그렇게 아이는 학교로부터 점점 멀어졌고, 한 학기를 통째로 쉬다시피 했다. 결론적으로 학교는 피해 학생을 보듬지 못했다.이에 대한 학교 측의 입장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책임 있는 위치의 학교 관계자는 "이미 종결된 일로 재차 논란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다"며 입을 닫고 있다. 얼굴의 상처 못지 않게 마음의 큰 상처를 입은 아이와, 이를 곁에서 바라보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부모는 언제쯤 두 다리를 뻗고 잠들 수 있을까. /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homerun@kyeongin.com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2018-09-04 황성규

[노트북]경인아라뱃길 활용법 모색해야 할 때

올 상반기 경인아라뱃길 컨테이너 물동량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해양수산부 포트미스 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경인아라뱃길에 있는 경인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1만 327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만 1천130TEU보다 7% 줄어든 것으로 2012년 개장 이후 상반기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경인아라뱃길은 1992년 상습침수 지역인 굴포천 유역 홍수를 막기 위한 방수로 사업에서 출발했다. 그러다 1995년 민간 주도의 '경인운하' 사업으로 바뀌었다. 방수로 운하를 이용해 모래와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제성 부풀리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2003년 감사원의 사업 재검토 지시로 사업이 중단됐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경인아라뱃길'이라는 새 이름으로 바뀌고, 사업 방식도 민간투자사업에서 공기업(한국수자원공사)이 시행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하지만 경인항의 물동량은 애초 계획에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인항을 찾는 화물선이 없기 때문이다. 정기 컨테이너선은 중국 톈진을 매주 한 차례 오가는 선박 한 척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컨테이너 화물을 하역하는 부두에서 벌크 화물을 처리하다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경인아라뱃길이 실패했다는 것에는 이견을 다는 이가 거의 없다. 앞으로도 좋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동남아시아 등을 오가는 대형 컨테이너선은 경인항을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영종대교 통과가 불가능해 추가 항로 개설이 어렵기 때문이다. 인천항도 벌크 화물 감소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인항의 벌크 화물이 급작스럽게 늘어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이제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와 인천시는 물론 전문가, 시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 앞으로 들어갈 경비는 최소화하고 그나마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함께 찾아가야 할 것이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2018-08-28 김주엽

[노트북]경원선, 기적의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

기자가 시인이나 소설가는 아니지만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글을 쓰지 못할 때가 있다. 팩트의 배열인 스트레이트보다 객관적 현실을 기자의 눈으로 담아내야 하는 르포일 경우 더 그렇다. 지난달 초 이름도 낯선 '경원선'을 취재하기 위해 국토 최북단을 방문해서도 그랬다. 2012년까지 경원선의 종착지였던 연천 신탄리역에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이제는 상투어가 돼 버린 글귀가 녹슨 철판 위에 새겨져 있었다. 기사를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한 것은 저 빛바랜 클리셰가 아니라 철원 백마고지역 귀퉁이에 세워진 우체통에 적힌 말이었다. 그 실향민의 편지함인 '북녘하늘 우체통'에는 "철마는 달리고 싶어서 오랜 세월 멈춰 섰던 연천 신탄리역으로부터 한 걸음 더 기적같이 통일을 향해 내디뎠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한 걸음 더 기적같이. 전쟁 당시 가장 참혹했던 전장에 멈춰선 열차. 북녘을 향한 실향민의 애달픈 마음이 멈춰선 철마에 이입돼 마음속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취재가 시작됐고, 기사를 썼다. 정부 관계자와 철도공단, 지자체와 복원사업 컨소시엄으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국토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경원선은 가장 예민한 군사지역을 관통해 복원을 꺼린다는 것,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주장한 지난 정부가 동의 없이 복원을 추진해 북한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 개성으로 이어지는 경의선과 금강산을 잇는 동해선에 비해 상징성이 약하다는 것. 취재를 할수록 경원선을 복원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계속해 나왔다. 그럼에도 '기적의 한 걸음'을 이대로 멈추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유라시아 철도가 복원되면, 시베리아를 거쳐 북한 북동쪽 철로를 타고 온 유럽의 물류는 결국 수도권으로 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북한의 물류도시인 원산으로부터 수도권에 닿는 경원선의 복원은 필수 과제다. 정치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다. 바로 저곳, 복원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산적한 경원선을 다시 달리게 하는 것이야 말로 오지 않을 것 같던 평화가 마침내 도래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것이다. /신지영 정치부 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정치부 기자

2018-08-21 신지영

[노트북]광역버스 논란의 중심에 '서민' 있어야

새벽까지 다니던 '삼화고속'이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인천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한 그때가 그랬다. 서울에 가면 도통 인천으로 돌아오고 싶지가 않았다. 인천행 전철 막차를 타려면 늦어도 밤 10시 30분이면 일어나야 했다. 동기들과 술 몇 잔을 비우다 보면 이 막차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전철은 끊겼는데 삼화고속 광역버스는 야속하게도 새벽 1시까지도 인천행 경인고속도로를 달렸다. "엄마, 막차를 놓쳤어. 친구 집에서 자고 갈게"란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삼화고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울~인천을 40여 년간 잇던 삼화고속은 지난해 적자 등을 이유로 광역버스 운행을 중단했고 지금은 다른 광역버스 업체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광역버스는 서울에서 낮 전부를 보내도 각자 다른 이유로 밤은 허락받지 못한 인천 시민들의 애환이 서린 교통수단임은 여전히 변함없다.최근 인천이 광역버스 문제로 떠들썩하다. 광역버스 8개 업체 중 6개 업체가 준공영제 도입을 요구하며 19개 노선 폐선 신청을 했다. 인천시는 교통 복지 차원에서 일부 재정 지원에 공감하면서도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1천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만큼 광역버스까지는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체도 더 이상은 어렵다며 21일부터 운행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정부는 "광역버스는 지자체 소관"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광역버스 논란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만 더 '서민'을 향했으면 좋겠다. 서울에선 집 한 채 구하기 어려운 직장인, 자기 차를 사서 유지할 형편이 사치인 청년과 노인, 학원과 대학이 몰린 지역으로 내몰리는 학생들이 광역버스의 주 이용객이다. 이들이 바로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사람들이다. 원칙만을 고수하는 지자체와 지자체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 운행 중단을 선포한 업체 모두가 야속하다. 지금 당장 수습을 하더라도 좀 더 멀리 보고 장기적인 대책과 구조적 개선을 위한 노력에는 서로 배려와 양보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인천시민에게 광역교통은 곧 서민 복지이자 우리나라 경제의 원동력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say@kyeongin.com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2018-08-14 윤설아

[노트북]수원의 축제가 아직도 낯선 이유

수원시에서는 매년 다양한 축제가 개최된다. 올 상반기에는 수원연극축제를 성황리에 마쳤고, 하반기에는 '수원문화재 야행'을 시작으로 수원발레축제, 수원화성문화제 등 큰 행사들이 시민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사실, 수원에서 살고있지만 문화체육부 기자로 오기 전까지 이 같은 축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어찌 보면 부끄러울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20~30대 젊은 여성들에게 축제에 대해 묻는다면 '알고있다'고 답하는 이는 몇이나 될까. 일단 수원에 거주하는 지인들조차 '그런 축제가 있어?'라는 반응이다.어쩌다 이들 축제가 가장 관심을 받고, 함께 참여하고, 즐겨야 할 시민들로부터 낯선 행사로 외면받게 됐을까.시는 매년 열리는 각종 축제에 수십억원의 예산을 지원하지만, 아쉽게도 투입된 예산만큼 효과를 이끌어내는 축제는 그리 많지 않다. 다른 지역과 경쟁하듯 축제를 기획, 개최하다 보니 콘텐츠도 겹치고 지역의 특수성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원 화성행궁을 무대로 하는 축제의 경우 지역문화유산을 잘 활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아는 사람만 아는 축제에 그치고 있다.지역축제는 그 지역 특유의 문화를 살려야 하고 축제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기존 틀은 유지하되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색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변화도 틈틈이 줘야 한다. 예산문제 등 현실적으로 힘들다고는 하지만, 시민의 기억에 오래 남아 내년에도 또 후년에도 계속 찾고 싶은 축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많고 많은 축제 중 하나가 아닌 수원하면 떠오르는 지역대표 브랜드로 남는 길을 좀더 고민해 봐야할 때다. /강효선 문화체육부 기자 khs77@kyeongin.com강효선 문화체육부 기자

2018-08-07 강효선

[노트북]'협치'와 '견제'

처음 내 이름 앞에 '경인일보 기자'라고 새겨진 명함을 받았을 때, 한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 '나무가 위로 자라는 것은 쉽다. 하지만 똑바로 자라는 것은 어렵다.' 멋진 말이었기 때문에 아직도 가슴 깊숙한 곳에 자리한 말이다. 그 선배의 설명에 따르면 모두 위를 보고 성장하는 데 어떤 나무는 옆으로 자라면서도 위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나무는 옆에 있는 나무를 보면서 또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곧게 자란다는 것이다.제10대 경기도의회가 지난달 개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이 도의회 거대 여당으로 4년간 경기도를 이끌어간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달라는 요구가 바탕이 된 결과다. 구조적으로 도와 도의회가 같은 곳을 향하게 됐다. 반면, 상호 견제를 통해 속도와 방향을 맞춰갈 것이라는 믿음도 민주당 승리에 한 몫을 했다. 경기도의회가 어떤 방식으로 '협치'와 '견제'라는 두 가지 가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경기도의회에 쏟아지는 기대와 관심을 알아서일까? 도의원들은 초선·재선·3선 할 것 없이 '도민들의 목소리가 엄중하다'라거나, '긴장감에 잠을 못 이루겠다'는 등의 표현을 자주 한다. 하지만 이 말들이 승리의 기쁨을 겸손의 미덕 속에 담으려는 '레토릭'에 불과한 것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허니문 기간'이라는 말로 에둘러 견제라는 역할을 잠시 미뤄두려고 한다. 도민들의 상식에도 허니문 기간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반대로 특정 사안을 두고 도의 반응에 따라 향후 협치 기조를 결정하자는 강경파도 있다. 협치가 어떤 사안에 따라 의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에 불과할까.도민들은 지난 6·13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경기도의 씨앗을 뿌렸다. 그 결과가 누워 자라면서도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만족하는 도의회가 될지, 곧게 자라 도민들이 만족하는 도의회가 될 것인지는 지금부터 결정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성주 정치부 기자 ksj@kyeongin.com김성주 정치부 기자

2018-07-31 김성주

[노트북]'재개발 갈등' 청량감 주는 해답 찾기를

무더위가 찾아오면 각광 받는 피서지 중 하나가 대형서점이다. 시원하고, 탁 트였다는 것 말고도 대형서점에서 찾을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는 마음껏 책구경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점에서 든 생각은 미국 대통령의 여름휴가 도서목록이 사라졌다는 것과, 자기계발서 못지않게 부동산 재개발 관련 도서가 많이 나와 있다는 것이다. 생각난 김에 한 인터넷 서점 웹사이트에서 '재개발'로 검색하니 241종의 도서가 검색됐다. 이론서부터 어린이 도서까지 다양하다. 서점에 있으려니 사람은 응당 자기계발을 하고 마을은 자고로 재개발을 하면 좋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재개발 관련 책들이 유독 눈에 띈 것은 의왕 시청 앞에서 시위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현재 의왕시 열한 곳에서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인구 15만5천여 명의 작은 도시에서 열한 곳이니 웬만한 동네마다 시끌시끌하다. 재개발 사업 구역에는 필연적으로 갈등이 생긴다. 조합에 반대하거나 아예 재개발 무산을 추진하는 주민모임 결성은 재개발 사업의 필수 절차처럼 여겨지는 지경이다. 조합은 필요한 만큼의 주민 동의를 얻고 사업 승인을 받았으니 사업을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양측은 하나의 줄을 각각의 허리에 묶고 반대로 달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지난주부터 자신의 집이나 상가나 땅이 재개발되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두셋씩 짝을 지어 시청 직원들 출퇴근 시간에 시청 정문에서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도시 개발의 방향을 도시재생으로 바꾸겠다는 김상돈 신임 시장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시청은 고민을 시작했다. 조합원과 반대주민이 한자리에 앉아 의견을 나누는 데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한다. 고민은 재개발로 불거진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인 동시에 갈등으로 상처 난 마을 공동체를 건강하게 재생하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수 십 년만의 무더운 이 여름에 모두에게 청량감을 주는 해답을 찾기를 기대한다. /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기자 zuk@kyeongin.com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기자

2018-07-24 민정주

[노트북]표현의 자유 막는 의정부고 졸업사진 검열

지난 16일 의정부고등학교에서 졸업사진 촬영이 진행됐다. 의정부고의 졸업사진은 지난 2009년 인터넷상에서 이슈가 되면서 매년 열리는 축제와 같이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의정부고 학생들은 매년 연예인, 운동선수, 정치인 등 그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인물을 패러디하면서 자신만의 아이디어들을 표출해왔다. 의정부고의 졸업사진 문화를 따라 하는 타 지역 학교도 생겨났을 정도다.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졸업사진에 정치인 등 논란이 될 만한 패러디는 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매년 졸업사진 촬영후 학교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단체, 개인들은 고소·고발장을 접수해 담당 선생들이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기도 했다.이에 학교 측은 지난해부터 학생들로부터 촬영 콘셉트를 제출받고, 특정 인물에 대한 패러디는 거절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검열을 실시하고 있다. 의정부고 동문회는 졸업사진 촬영이 학교의 문화로 자리 잡은 만큼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티즌들도 과거 같지 않은 의정부고 졸업사진에 검열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학교 측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물론 대중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일부 학생들의 범죄, 인종차별 등에 대한 과도한 패러디는 막아야 한다.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는 하나 아직 미성년자인 탓에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 측은 이를 제재할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굳이 검열이라는 과거 시대의 방식을 사용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학교 측의 졸업사진에 대한 검열이 과연 교육을 위한 목적인지, 항의 전화 및 법적 책임 등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것을 막기 위한 단편적인 수단이 아닌지는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 또 학생들의 표현 자유를 막는 것이 아니고 건전하고 즐거운 졸업사진 문화가 정착하기 위해서 검열이 아닌 다른 수단이 없는지 한 번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준석 사회부 기자 ljs@kyeongin.com이준석 사회부 기자

2018-07-17 이준석

[노트북]서민·사회적 약자 꿈 짓밟는 중고차 사기

"함께 사는 어머니가 시장, 병원을 갈 때 모셔다 드리려고 중고차를 사려고 한 건데 그 꿈이 무너졌습니다."지난달 22일 오후 인천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만난 김모(47·지체장애 1급) 씨가 다음날 전화통화에서 한 말이었다. 처음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만나 이야기를 했을 때 김 씨는 중고차 매매 사기를 당한 것 같냐는 물음에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귀신에 홀린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날 '중고차 사기를 당한 것 같다'며 기자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마지막에 사기임을 직감하고 중고차를 구입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딜러들에게 처음 건넨 2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김 씨뿐 아니다. 중고차 매매 사기 기획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관련 커뮤니티와 제보 등을 통해 다양한 피해 사례를 접했다. 자녀들과 여행을 다니기 위해 중고차를 구입한 싱글맘, 손님을 식당까지 태워주기 위해 중고차 구입을 결심한 60대 남성까지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우리 사회에 사회적 약자들이고, 서민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중고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각자의 꿈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중고차 매매 사기 딜러들은 이들의 꿈을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 강원도, 호남, 영남 등 전국에서 각자의 꿈을 안고 올라온 사람들을 좋은 차를 보여준다는 명목 아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피해자들을 지치게 했고, 이 과정에서 협박도 일삼았다. 그렇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쳐서 집으로 돌아온 피해자들은 사기를 당한 사실을 깨닫고 며칠 동안 밤잠을 못 이루고 혼자 끙끙 앓았다고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다.상황이 이렇지만 지자체는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힘들다며 피해자들에게 입증 책임을 떠넘기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중고차 사기로 눈물을 흘리기 전에 지자체에서 중고차 사기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자체의 역할은 주민들이 걱정하지 않고 마음 놓고 중고차를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8-07-03 김태양

[노트북]어렵게 모셔온 경기도청에 도민이 원하는것

경기도청 수원 이전의 숨은 공신은 '수원토박이' 김구배다. 김구배는 1963년 1월 비상계엄령이 선포돼있는 엄혹한 시기에 민간인 최초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박정희에게 건의서와 '수원시민과 화성군민에게 고함'이라는 격문을 보냈다. 그는 건의서에 "수원은 경기도 각 시군의 중추지역에 있어 사통팔달의 교통이 지편(至便·더할 수 없이 편함)하고 지리와 더불어 자고로 농산물 집산지로서 널리 알려져 있는 고도(古都)임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다년간의 숙제인 경기도청을 원형이정(元亨利貞·사물의 근본이 되는 원리)으로 수원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의서와 격문은 큰 울림을 남겼고, 국가재건최고회의가 경기도청사를 수원으로 이전하는 데 결정타가 됐다. 같은 해 12월 국가재건최고회의 박정희 의장은 경기도청의 이전 각의 결정문을 공시했다. 1967년 8월 마침내 경기도청은 수원으로 이전했다.청사 이전 반세기 만에 경기도는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2020년 완공 예정인 수원 광교신도시 '경기융합타운'이다. 새 천년을 기다리는 경기도의 신청사 공사 현장 앞에 시민들이 북적인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건설 노동자들이다. 현재 민주노총 소속 형틀목수 28명, 한국노총 소속 23명이 신청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건설사가 소속 조합원 100% 고용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으며,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을 직접고용 노동자로 속여 현장에 투입했다는 이유로 연일 고용 촉구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 현장에서 구멍이 뚫리고 망가진 거푸집을 들여와 부실 공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건설사는 '언제부터 기업이 노조의 것이 되었느냐'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경기도청 신청사 현장이 노사 갈등으로 시끄러워선 안 된다는 주문을 받고 조합원 조끼를 벗고 일을 했던 것이라고 소명했다. 첨예한 입장 차만 보이는 형국이다.경기도민은 최대 광역지자체로 우뚝 선 경기도가 그에 걸맞은 옷을 입기를 기대하고 있다. 노동조합 조합원들과 건설사도 마찬가지다. 함께 사는 것, 참 어렵다. /손성배 사회부 기자 son@kyeongin.com손성배 사회부 기자

2018-06-26 손성배

[노트북]그녀들의 이유있는 과격함

1912년 3월의 어느 날. 영국 런던의 피카딜리 거리는 참정권을 주장하는 수백여 명 여성 운동가들의 과격한 시위 탓에 온통 아수라장이 됐다. '에멀린 팽크허스트'를 필두로 한 이들은 눈에 보이는 건물 유리창을 모조리 깨뜨렸고, 우체국의 편지들을 불태우는 등 방화도 서슴지 않았다. 과격함의 이유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서프러제트' 속 대사 한 줄로 요약된다. "전쟁(폭력)이 남자들이 들어주는 유일한 말이니까요"2018년 5월 19일. 서울 혜화역 일대는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범죄 관련 성차별 수사를 규탄하는 1만여 명 여성들의 분노로 가득 찼다. 지난 9일에도 2만여 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100여 년 전 영국의 여성들이 그랬듯 유리창에 돌을 던지고, 불을 지르진 않았지만 남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와 조롱 섞인 과격한 언어를 내뱉으며 외쳤다. "우리의 일상은 포르노가 아니다."현재까지 여성들의 과격함은 이들이 주장하는 한국사회의 기득권인 남성들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남성들은 사건의 본질을 보려 하기 보다, 이들의 과격한 언어와 몸짓 하나하나에 현미경을 겨누는 적대적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말이다. 이렇다 보니 여성들이 가진 분노의 본질은 차츰 잊히고, 그 자리에는 여성과 남성의 갈등이 자리 잡는 모양새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는 분명한 사실은 모든 성범죄의 대다수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것. 여성들의 이번 집단행동을 촉발한 몰카범죄 피해자 중 84%도 여성인 현실이다.다음 달 7일 여성들은 3차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한다. 벌써부터 이들이 뱉을 과격한 언어에 가슴 한편에선 불편한 감정이 피어오른다. 하지만 이들이 과격해질 수밖에 없었던, 과격함에 가린 사건의 본질에 주목하려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 또한 여전히 20대 중반 여동생의 늦은 귀가가 걱정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배재흥 사회부 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사회부 기자

2018-06-19 배재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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