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노트북]재난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신입생이 된 지 두 달도 안 됐을 때 대학교 학생 커뮤니티에서 영어 영상 번역 공고를 발견했다.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덥석 응했다. 생각보다 분량이 많아 동기의 손까지 빌려 마감을 맞췄다. 하지만 메일을 읽었다는 표시 외에는 의뢰자로부터 어떤 연락을 받을 수 없었다.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사회 초년생 시절과는 달리 이제는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창구들을 알고 있다. 근로계약상 문제가 있다면 고용노동부 또는 지역내 노동권익센터에 연락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인권 단체 관계자들은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들의 법적 보호 장치가 미약하다고 지적한다. 소관 부처 자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인권 보호가 설립의 주된 목적인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일한 구제 기관인 셈이다. 인권위 홈페이지에 있는 결정례들을 보면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외국인이란 이유로 게임 아이템 판매 제한, 외국인이란 이유로 병원의 진료 거부, 외국인이란 이유로 음식물처리기 판매 거부. 목록은 이어진다.지난해 정부의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도 5건의 진정이 접수됐다. 외국인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 건 차별이라는 이유에서다. 인권위는 해당 진정을 기각했다.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외국인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란 판단과 상반된 결정이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외국인 주민에게 동등한 행정혜택을 제공해야 하지만 정부는 이 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인권위는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이 외국인을 배제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란 재난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 부과되는 의무나 행동지침은 외국인도 따라야 한다. 따라서 외국인 주민에 대해서도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인권위의 언어를 그대로 인권위에 되묻고 싶다. /남국성 정치부 기자 nam@kyeongin.com남국성 정치부 기자

2021-01-20 남국성

[노트북]'안산 유치원 식중독 사태' 재발 막기 위해선

지난해 6월 안산시 상록구에 있는 한 유치원에서 장출혈성대장균(O157)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100여명에 가까운 유치원 원아와 가족이 식중독 의심 증상을 보였고 그중 16명의 아이는 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진단을 받았다. 지난 12일 해당 유치원 원장과 영양사, 조리사에게 검찰은 징역 3~5년을 구형했다. 식중독 사태가 불거진 지 약 7개월 만이다.검찰이 최종의견을 제시하며 구형을 한 결심공판에서 피해 원아 학부모 2명이 피해자 진술을 대신했다. 그들의 손에 든 종이에는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피해 원아와 가족들이 겪은 고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6살 아이의 아버지 A씨는 혈변과 구토를 반복하면서 지쳐가는 아이를 보면서 삶이 무너져 내렸다. 투석을 하면서 혈압이 올라 아이가 정신을 잃을 때마다 아이가 잠들지 않도록 아이 뺨을 때려야 했다. 퇴원 후에도 매주 피를 뽑고 20살까지 관찰 검사를 계속 해야 한다.유치원의 부실했던 위생관리가 가져온 이같은 고통에 법정에 있던 다른 피해 원아 학부모는 물론 그 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이들까지 눈물을 흘렸다. 피해 원아 학부모들은 합당한 판결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물었을 때 당당하게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원장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말할 수 있도록,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는 호소였다.이번 식중독 사태는 원장과 영양사, 조리사, 납품업체 중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자신의 아이에게 줄 음식이라 생각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겉핥기식으로 사립 유치원 위생지도점검을 해온 지자체와 교육 당국의 안일함도 원인 중 하나다. 이달 말부터 50인 이상 사립 유치원이 학교급식법을 적용받는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법만 뜯어고쳐선 안 된다. 사립 유치원 원장과 급식 종사자의 안일한 인식이 바뀌어야 하며 교육 당국은 철저한 관리·감독, 사후조치로 피해 원아 가족의 호소에 답해야 한다. /신현정 사회부 기자 god@kyeongin.com신현정 사회부 기자

2021-01-18 신현정

[노트북]고양이 반려동물 등록제, 생명 존중 계기로

"나만 없어 고양이."고양이를 좋아하지만 키우지 못하는 사람들의 하소연이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이 말은 온·오프라인에서 통용되는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반려견과 함께 요즘엔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인터넷으로 다른 사람이 키우는 고양이 사진과 영상을 즐겨보는 '랜선 집사'들도 등장했다.반려묘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커지는 만큼 버려지는 고양이 수도 증가하고 있다. 2018~2020년 인천에서 버려진 고양이 수는 20% 늘었다. 이 기간 유기된 반려견 수가 20%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최근 길고양이 보호·구조활동에 나서면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가 10마리 중 2~3마리는 된다는 게 동물보호 활동가들 이야기다. 길고양이와 달리 곧잘 사람을 따르고 가까이 가면 샴푸 냄새가 나는 게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틀림없다고 한다. 분양비로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하는 고양이들이 길거리에 버려지는 것이다. 버려진 고양이까지 합세해 늘어난 길고양이는 또 다른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반려묘가 늘어나는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까지 고양이를 등록대상동물로 포함했다. 인천시는 올해부터 기초자치단체의 등록대상 동물을 고양이까지 확대했다. 반려묘에 내장형 칩을 삽입하면 소유자 이름과 연락처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되는데 기존엔 반려견에만 한정됐던 제도다. 한 동물보호활동가는 "예쁜 품종을 인형 고르듯 데리고 왔으나 사료비부터 관리비용까지 만만치 않으니 물건처럼 버리는 사례가 많다"며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그에 걸맞은 동물보호 문화가 안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등록하는 제도가 유기묘 문제를 해결하고 생명에 대한 존중 의식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란다. /박현주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phj@kyeongin.com박현주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21-01-14 박현주

[노트북]영동선 버스전용차로

영동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가 소폭 축소된다. 기존 '신갈분기점~여주분기점' 구간 41.4㎞에서 운영하던 버스전용차로가 '신갈분기점~호법분기점'의 26.9㎞로 14.5㎞ 단축하는 것이다.텅 빈 채 '카니발', '스타렉스'와 같은 9인승 차량 전용도로로 쓰인다는 비판이 나왔던 차로기에 반겨야 할 조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있다. 객관적 기준을 바탕으로 마련한 기존 개선안보다 5㎞ 정도 소폭 늘어난 까닭이다. 영동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는 지난 2017년 8월부터 시행됐다. 평창올림픽 등을 이유로 고속버스 운행량 증가가 예상되자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엔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일반 차로는 정체되는 데 반해 버스전용차로는 텅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아 운전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온 것이다.이에 경찰은 한양대 연구팀에 용역을 의뢰해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설치 기준 및 운용지침'에 대한 정량적 기준을 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9월엔 '신갈분기점~덕평나들목'구간 21.1㎞로 축소하기로 행정 예고했다.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되려 개선안보다 늘어났다. 경찰은 행정예고기간 동안 접수된 의견을 수렴한 결과란 설명이다.볼멘소리는 끊이질 않는다. 현재도 주말이면 꽉 막힌 일반 차로와 달리 버스전용차로엔 9인승 차량이 막힘없이 질주하는 까닭이다.연구팀은 앞선 용역에서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운영할 때 2년마다 재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버스전용차로에 대한 정확한 운영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이번 개선안도 또 재평가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는 대다수 일반 시민들이 정체로 고통받으며 '폐지'를 외치고 있다는 점도 유념할 때다. /김동필 사회부 기자 phiil@kyeongin.com김동필 사회부 기자

2021-01-11 김동필

[노트북]글라스 와인의 기억

10년 전 이맘때 한 달 남짓 프랑스에 머물 기회가 있었다. 생경하기만 한 유럽 풍경에 설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 바삐 지나가던 사람과 어깨를 부딪히며 '한국에 도착했구나'란 것을 새삼 느꼈다. 파리시민들은 아무리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라도 서로 몸을 맞닿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이후에 산업은행 고위직으로 일하던 외삼촌과 여행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식당에서 와인 한 잔(glass)을 시켜 마셨던 이야기를, 그때 느꼈던 여유를 얘기했다. 그러자 삼촌은 대뜸 "유럽 나라는 경제가 죽어서 와인도 한 잔씩 파는 거다. 한국처럼 성장하고 있는 국가는 병째 팔지 한 잔씩 팔지 않는다. 그건 여유가 아니라 국가 경제 성장이 끝났다는 증거"라고 말했다.세밑에 그때 기억을 자주 소환한다. 지난해는 '다이내믹 코리아'를 체감한 한 해였다. 1천400까지 붕괴한 코스피는 3천에 육박하더니 결국 3천에 도달했다. 아파트 가격은 유럽 여행을 다녀왔던 저 2011년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고 한다. 주변을 둘러봐도 지난해 아파트 매매차익으로 3억~4억원씩 쥔 사람들이 서넛은 된다. 안양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기 전, 전세를 끼고 신축 대단지 아파트를 구매한 친구는 "이제 결혼할 수 있겠다"는 말을 했다.전세, 매매, 땅값, 주식, 유가…. 안 오르는 가격을 찾는 게 힘든 시기가 됐다. 배달 앱을 켜도 최소 주문 금액은 1만4~1만5천원 이상, 떡볶이도 1만5천원을 주고 먹어야 하는 시대다.현기증이 날 정도로 정말 순식간에 세상이 다이내믹하게 변했다. 이 흐름에 탑승하지 못한 나 같은 사람은 그저 10년 전 삼촌의 말을 되새길 뿐이다.흐름의 끝에 경험해보지 못한 양극화가 도래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앞선다. 종전까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양극화를 상징하는 말이었다면 마주하게 될 앞으로 세상엔 자산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나뉠 것이고 종전보다 깊고 큰 골이 그 사이에 존재할 것 같다. /신지영 경제부 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경제부 기자

2021-01-06 신지영

[노트북]을지재단 회장부부의 부동산 거래를 취재하면서

사회 고위계층의 부동산 투기가 손가락질받는 이유는 그 결실이 노동을 하지 않고 얻는 불로소득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가 갑자기 닥친 경제 불황으로 폐업하고 계약직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는 동안, 대다수 서민이 갖지 못한 여윳돈을 가지고 서류만으로 수억원씩 버는 부동산 투기는 다수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 그 과정에서 탈·불법의 경계를 넘나들고 큰 틀에서 사회 양극화에 일조한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을지재단 회장 부부가 의정부 을지대병원 주변에서 한 부동산 거래를 살펴보면서 이런 계약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이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재단에서 추진하는 사업부지 바로 앞에서 대표자 개인이 부동산 거래를 했다는 것은 의도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적절치 않다. 그것도 병원에 납품하는 회사와 땅을 사고팔다니.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 전, 해당 거래가 재단 대표로서 과연 떳떳한 일이었는지 박 회장 부부에게 묻고 싶었다.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이제 시작을 앞두고 있다. 오는 3월 개원을 시작으로 경기 북부 주민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갈 무궁무진한 날들이 앞에 남아있다. 규모나 시설을 고려할 때 앞으로 의정부 을지대병원이 경기 북부 의료체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박 회장 스스로도 의정부 병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들었다. 설립자의 아들로 가업을 이어받은 뒤 박 회장이 주도적으로 이끈 첫 사업이어서 그런지, 현재 재단의 관심과 역량이 의정부에 집중돼있다는 소리도 들린다.의정부 을지대병원이 하고자 하는 역할만큼 재단 관계자들의 도덕적 기준도 높아지길 바란다. 국가 안보로 인한 희생과 함께 의료시설 부족으로 많은 불편을 겪어 온 경기북부 344만명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앞으론 상대적 박탈감이 아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모습을 기대한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doran@kyeongin.com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2021-01-04 김도란

[노트북]평범한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법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률 지원에 앞장선 공로로 '제1회 홍남순 변호사 인권상'을 받은 한 인권변호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특혜의혹'을 제기한 어느 당직 사병. 청와대 특별감찰반 관련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전 검찰 수사관, 전북 전주시의 한 동 주민센터에서 비리 행위를 신고한 사회복무요원, 자신의 소속 학교에서 벌어진 비리를 제보한 교사….모두 공익신고로 인정받을 만한 조직 내부 문제를 제기했거나 사회적 공익을 목적으로 내부 고발에 나선 공익신고자들이다.하지만 이들은 고발한 기관 등에게 오히려 역으로 고발을 당해 수사를 받거나 징계를 당하고, 또는 SNS에 공개된 신상 정보에 고통받는 상황에 놓여있다.내부 고발에 나서기 전 혹시라도 나중에 불이익 당하지 않을지 고민됐음에도 비리행위 등으로 발생할 피해를 막고자 공익을 위한 용기를 내 신고에 나섰을 것이다.그런데 요즘 세상에 알려지는 공익신고자들이 내부 고발 이후 처한 상황을 보면 대부분 용기 내기 전 우려했던 부정적 예상이 빗나가지 않고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 산하기관에서도 수년째 반복되는 비리 행위 등을 고발한 공익신고자가 보호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기는커녕 오히려 해당 기관으로부터 형사 고소를 당한 상태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내부고발자 보호 강화'를 100대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이에 발맞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21대 국회에서 내부고발자 보호 범위를 넓히는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을 여러 건 발의했다.'평범한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방법, 부패·공익신고'. 신고자보호제도를 소개하는 국민권익위원회 문구다.세상을 바꾸려 용기를 냈으나 오히려 공익신고 후 고통스러운 생활만 남지 않도록 국가가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김준석 경제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경제부 기자

2020-12-30 김준석

[노트북]두산인프라코어의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최근 국내 건설기계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다.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의 영업 실적 및 재무상태 악화, 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추진했는데,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하 현대중공업지주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를 보유한 현대중공업지주가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면 국내 건설기계업계 1위 기업을 품게 된다. 세계 건설기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두산중공업은 지난 23일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중공업지주 컨소시엄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두 업체는 내년 1월까지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지주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가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두산인프라코어는 80여년이란 시간 동안 인천과 함께 성장했다. 지역사회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이유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937년 인천에 설립된 국내 최초 대단위 기계회사 '조선기계제작소'로 시작했다. 조선기계제작소는 광산용 기계, 선박 기계를 주력으로 생산했고 잠수함 등 군수물자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한국기계공업, 대우중공업, 대우종합기계를 거쳐 지금의 두산인프라코어에 이르기까지 인천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두산인프라코어는 2005년 두산그룹에 편입됐으며, 출범한 지 15년여만에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 정해진 것은 없다. 현대건설기계와 합병할 수 있고, 현대중공업지주의 또 다른 계열사로 운영될 수도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인천에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해 왔다. 어떠한 변화가 있더라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인천 그리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모습은 바뀌지 않았으면 한다. /김태양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2020-12-28 김태양

[노트북]일방 해임된 수원 한 요양원 시설장

수원의 한 요양원 시설장이 해임됐다. 늦깎이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4년 전 이 요양원에 부임한 그는 요양원에 붙어 있는 관사에 살면서 1년 365일 입소 노인들과 함께 했다.노인들에게 혹시 응급상황이 발생하지 않을지, 코로나19 방역까지 전전긍긍하며 요양원을 꾸려 나갔다는 그에게 돌아온 것은 만장일치 해임이었다.이 요양원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의 이사회는 지난 5일 제64차 임시이사회를 열고 시설장 해임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회의록은 이사회 나흘 뒤인 9일 법인 홈페이지에 게시됐다.해임 사유의 첫 번째는 대표이사에 대한 업무방해다. 대표이사가 양로원장실에서 몇 시간째 함께 있다는 등 문자를 직원과 공유하고 법인이사회 전, 요양원 종사자들이 이사회 당일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단체행동을 할 때 방조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이 법인 대표이사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피켓을 든 종사자들을 촬영했다.시설장 해임은 이사회 안건으로 논의되기 전까지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고 이사회가 끝난 뒤에도 해임안이 만장일치로 의결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시설장이 제안한 요양원내 수원시의 첫 치매전담실 설치 계획은 참석자 5명 만장일치 반대로 부결됐다.4년간 함께 한 시설장을 임면권을 가진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잃게 된 종사자들은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경기도청을 찾아 문제 해결을 촉구했으나 별다른 움직임도 없었다. 결국 시설장은 법원에 해임이 적법한지에 대한 판단을 구할 계획이다. 경기도와 수원시 사회복지사협회는 시설 종사자들에게 부적절한 행위를 하고 충분한 소명 기회조차 주지 않고 무리하게 이뤄진 조치 아니냐며 공동 성명서를 냈다.사회복지사 선서는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인간 존엄성과 사회정의의 신념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등과 함께 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지역의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남 좋은 일 하다가 인간 존엄성을 빼앗겨버린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손성배 사회부 기자 son@kyeongin.com손성배 사회부 기자

2020-12-23 손성배

[노트북]거리두기 격상 고민 앞서 '방역 구멍'부터 메꿔야

'사회적 거리두기'로 밤 9시 이후 도시가 사실상 '셧다운'인 상황에서 최근 인천에서만 10곳 넘는 홀덤펍이 새벽까지 영업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카드 게임을 하며 술까지 마실 수 있는 홀덤펍이 설마 새벽까지 운영할까'라는 의문을 갖고 취재를 시작했다.직접 찾은 홀덤펍의 모습은 놀라웠다. 주요 번화가에 위치한 한 홀덤펍은 술집과 음식점 등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은 오후 9시 이후에도 실제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밤 9시 이후 일반음식점의 매장내 착석이 금지되자 규제를 피해 일반음식점을 포기하고 카드 게임만 하는 것이었다. '거리두기' 취지가 무색하게 매장 안에서 음식만 먹지 않으면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편법이었다.단속을 의식하기라도 한 듯 오후 9시가 되자 직원이 손님들이 마시고 있던 음료를 모두 수거했다. 음식은 먹지 않더라도 테이블에 모여 게임을 하던 약 10명의 이용객 간 간격은 50㎝도 채 되지 않았고 게임을 주도하는 직원은 쉼 없이 말을 하며 카드와 칩을 돌렸다. 일부 이용객은 마스크조차 착용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남동구에 이어 최근 서울 이태원까지 홀덤펍내 집단감염이 잇따르는 상황이었지만, 이곳 사람들에게 거리두기는 '남의 일'인 듯 했다. 정부는 지난 17일 뒤늦게 홀덤펍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1천명 수준으로 발생하며 거리두기 3단계 격상에 대한 논의까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유흥주점과 노래방 등이 자치단체의 감시를 피해 영업을 하다 적발됐다는 언론 보도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눈물을 머금고 정부의 방역 수칙에 협조하고 있지만 이런 꼼수 운영을 막지 못한다면 거리두기는 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거리두기 규제가 강해질수록 그 빈틈을 노리는 이들도 많아질 것이다. 거리두기 단계 격상을 고려하기에 앞서 지금의 '방역 구멍'부터 메우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 /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b@kyeongin.com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20-12-21 공승배

[노트북]거리두기가 DT매장으로

최근 재난문자로 휴대전화가 시끌하다.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알리는 목적이니 최근의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3차 대유행'을 방증하는 것일 테다.정부는 지난 1·2차 유행을 틀어막았던 '거리두기' 격상을 방역대책으로 내놓았다. 수도권에는 2.5단계가 시행돼 시민들이 자주, 많이 모였던 일부 장소들이 통제됐다.카페도 그중 하나다. 카페는 학생들에겐 쾌적하게 공부하는 장소로, 때로는 여가장소로 선호됐던 곳이다. 그런 카페가 거리두기로 매장내 영업이 원천 차단됐다.이 같은 거리두기는 '교통체증'이란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을 만들었다. 갈 길을 잃은 시민들이 드라이브스루(Drive Thru·DT) 매장을 찾기 시작하면서 DT 매장 인근 도로를 점령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동네 주민들은 유턴·우회전 차선과 맞물린 DT 매장에 늘어선 차량 행렬로 사고가 날뻔했다고 말하기도 한다.거리가 좁은 서울에선 DT 매장이 생소할 수 있다. 다만 경기도에선 흔하다. 전국 매장의 30% 가까이 쏠려 있기도 하다. 실제 지난 10월까지 79곳이던 스타벅스 DT 매장은 12월 현재 82곳으로 3곳이 늘었다. 전국적으론 9곳 늘어 매장 수가 282곳에 달한다.실제 이용 고객도 늘었다. DT 매장의 대표격인 스타벅스에선 DT 서비스인 'My DT Pass' 회원이 150만명을 넘었고,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차량 주문도 지난해 동기간 대비 46% 증가했다.문제는 별다른 해결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현행법상 단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상 교통유발부담금을 내게 해 교통체증에 대한 책임을 묻지만, 면적이 좁은 DT 매장은 이 또한 예외다.사실 DT 매장으로 인한 피해는 오늘내일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서울에 DT 매장이 없어서 '제도화'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젠 대안이 나와야 할 때다. /김동필 사회부 기자 phiil@kyeongin.com김동필 사회부 기자

2020-12-14 김동필

[노트북]크리스마스를 지키는 방법

천재지변이 생기거나 국가적 치안유지가 시급할 때만 시행되던 통금(야간 통행금지) 시간이 부활했다.8일부터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올라가면서 사실상 오후 9시 이후 야외활동이 불가능해졌다.지난 1982년까지 시행됐던 통금 때도 크리스마스와 연말엔 밤 야외활동을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엔 예외가 없다. 확진자가 안 줄어들면 새해까지도 통금 시행이 연장될 수 있다.50명 넘는 사람이 한 데 모일 수 없는 건 기본이고 웬만한 다중이용시설은 운영을 중단해야 하며 오후 9시 이후 모든 식당이 문을 닫는다.추운 날씨로 실내 활동이 늘어난 만큼 확진자가 더 불어나는 걸 막겠다는 것이다. 내년부터라도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 경제도 살리겠다는 조치지만 당장 소상공인·중소기업과 일반 시민들은 눈앞이 캄캄하기만 하다.올 한해 코로나19로 매출이 곤두박질하고 폐업마저 피할 수 없을 만큼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그나마 기대하던 연말연시 대목마저 사라지게 됐다. 새해는커녕 내년 언제쯤 상황이 나아질지 예측도 어렵다.일반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부터 우리 일상을 옥죈 코로나 사태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아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앞둔 시민들의 답답함은 한계치에 다다랐다. 집에서 연말을 보낼 것이란 이야기보다 어느 장소를 구해 모임을 할지 고민이라는 목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하지만 결국 우리가 코로나19와 맞서 이기려면 당장 눈앞에 닥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보다 나중을 생각해야 한다. 모임에 대한 아쉬움은 뒤로 하고, 소상공인·중소기업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협조해야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잠깐을 참지 못한 이기심에 또다시 코로나19에 굴복하게 되면 내년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또한 통금에 묶여버릴 게 뻔하다. /김준석 경제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경제부 기자

2020-12-07 김준석

[노트북]면접의 기억

기자가 되기 몇 해 전 일이다. 누구나 알만한 은행에서 공채 최종 면접을 치렀다. 이른바 '○○은행 신춘문예'라고 불리는 자기소개서 관문을 거쳐 지역 연수원에서 하루 종일 3차례 면접을 받고 실무자 면접까지 거쳐 다다른 마지막 단계였다. 8명이 들어갔는데 1시간 가까운 면접시간 동안 나에게 돌아온 발언 기회는 처음 입을 뗀 자기소개 밖에 없었다. 3분을 말하고 57분을 다른 면접자의 말을 들었다. 면접장을 나와 집으로 오는 전철 안에서 다른 지원자보다 긴 머리가 문제였는지, 안경을 나만 쓰고 있었던 게 좋지 않게 보였는지 오래 고민했다.기자가 되고 몇 해가 지나 그 은행 전·현직 임원들이 채용비리에 연루돼 법적 책임을 지게 됐다는 뉴스를 들었다. 고위 관료나 기업체 자제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식으로 채용을 도왔다는 내용이었다. 기자가 되고 나서 이른바 '낙하산'이란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사석에선 형·동생·누나·친구로 호명할 정도로 가까워진 '낙하산'도 여럿이다. 과거엔 채용 과정에서 부정이 벌어졌지만 지금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주요 코스다. 허들이 낮은 비정규직으로 사람을 꽂고, 몇 년이 지나 자연스럽게 정규직이 된다. 어떤 '낙하산'은 그 어떤 '비낙하산'보다 열심이었다. 기자인 나에게도, 같은 회사 직원에게도 정성을 들였는데 어디 가서 누구 백으로 들어왔다는 얘기를 듣기 싫어서였는지 능력도 탁월했다. 형·동생·누나·친구가 된 낙하산들과 어울리다 보면 가끔 헷갈린다. 입직 경로는 다양할수록 좋고, 낙하산도 능력이 있을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서류-필기-면접을 거친 공채보다 때론 낙하산이 더 나은 인재일 수 있다는 생각 말이다. 그럴 때마다 저 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지원자 신지영'이 '기자 신지영'에게 말한다. 정신 차리라고. 정과 정의를 구분하라고. 그 날의 기억을 잊지 말라고. /신지영 경제부 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경제부 기자

2020-12-03 신지영

[노트북]인천대 이사회, 총장 재선거 과정 투명 공개해야

국립대 총장 후보자를 학생, 교직원 등 구성원이 직접 선출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 대학 이사회가 총장 최종 후보자를 선출하면 교육부가 청와대에 임명 제청을 하는 골자는 그대로지만, 총장 후보자까지는 오롯이 구성원들의 투표로 선출하자는 차원에서 '총장 직선제'형태에 보다 가까워졌다.이러한 법 개정안이 나온 데에는 국립 인천대 제3대 총장 선출이 불발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배경이 됐다.정청래 국회의원은 이달 초 국립대학법인 인천대·서울대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최근 인천대 총장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가 직원·학생들의 의견과 다른 총장 후보자를 결정해 총장 선임이 중단되거나 소송이 진행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직선제를 통해 총장 후보자를 선출하고자 하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이번 개정안은 이미 후보자 공모를 시작한 인천대 총장 재선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천대 총장 선출 사태를 계기로 법 개정안까지 마련된 만큼 인천대의 총장 재선출 과정은 어느 때보다도 지역 사회와 교육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출 과정에 대한 염원도 간절해졌다.최근 인천대도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춰 총장추천위원회와 구성원(정책평가단) 평가 비율 각각 2.5%, 7.5%에서 0%, 100%로 변경했지만, 여전히 최종의결기구인 이사회가 고득점 후보자 3명 중 순위와 관계없이 1명을 선정할 수 있는 최종 권한은 그대로라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사회가 이번 재선거만큼은 학내 규정과는 별개로 구성원 순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최종 후보자 추천 이유를 명백하게 설명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특히 지금처럼 이사회 불신이 큰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여전히 정책평가단의 교수 비율 과다, 나아가 청와대의 대학 총장 임명 개입 등은 인천대가 풀어가야 할 숙제다. 비리사학에서 국립화 과정까지 대한민국 대학 민주화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인천대의 저력을 보여줄 때다. /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say@kyeongin.com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2020-12-02 윤설아

[노트북]경기북부와 미군기지

경기북부에 있는 4개 지자체 의정부, 동두천, 연천, 파주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6·25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한 곳이라는 점이다. 이 지자체들은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미군기지와 고락을 함께 했다. 특히 전체면적의 42%에 달하는 면적을 미군기지로 내어줬던 동두천은 도시 전체가 미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2004년 정부와 미군은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에 따라 주요 기지를 통합하고, 한강 이북 주요 부대를 평택·군산 등으로 옮기기로 했다. 이어 간격을 두고 몇몇 미군기지가 환경정화 과정을 거쳐 각 지자체로 소유권이 넘겨졌다. 그러나 경기북부의 굵직한 미군기지는 아직도 미군이 주둔 중이거나 반환이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남은 곳이 의정부의 캠프 레드 클라우드, 동두천의 캠프 케이시, 호비 등이다.아직도 반환되지 않은 미군기지가 있는 의정부와 동두천 등은 지연되는 반환 일정에 답답함을 호소한다. 지자체별로 공여구역과 주변지역 지원을 위한 발전종합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이지만, 반환이 늦어지고 여건이 변하면서 대다수 현실과 동떨어진 계획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넓은 남은 미군기지들의 면적은 지자체 차원의 개발을 어렵게 한다. 경기연구원이 동두천시의 사례를 들어 미군 주둔에 따른 기회상실 비용을 추산한 적이 있다. 당시 연구원은 1952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3천243억원,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한 해 예산에 달하는 연평균 5천278억원을 시가 손해를 보고 있다고 계산했다.경기북부 주민들에게 미군기지는 애증의 대상이다. 한때는 공포의 대상인 동시에 우리를 지켜주고 도움을 주는 대상이었다.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이기도 했다. 싫든 좋든 도시의 성장에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다. 미군 평택 이전이 막바지에 다다른 지금, 그들이 남기고 간 유산이 미래를 위한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큰 틀에서의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doran@kyeongin.com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2020-11-30 김도란

[노트북]추억의 인천 신포동 상권…비상을 바라며

인천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구도심 주요 상권인 중구 신포동 일대는 어린 시절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이다.부모님과 함께 새 옷을 사러 갈 때면 신포 문화의 거리를 찾곤 했다. 주말이면 쇼핑을 하기 위해 온 사람들로 거리가 북적였다. 상가 건물에 빼곡하게 자리 잡은 의류 브랜드 매장에 있는 옷과 신발은 어린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 손에 새 옷이 들어 있는 쇼핑백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최근 찾은 신포 문화의 거리는 기억 속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예전만큼 사람이 북적이지도 않았고, 상가용 건물 1층 곳곳은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거나 비어 있었다. 활기가 넘치던 곳이 이제는 지역 주요 상권 중 가장 공실률이 높은 곳으로 바뀌었다.십수 년 동안 거리를 지켜온 상인들은 신포동 상권이 점점 침체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고정 고객층이 되는 상주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브랜드 매장을 모두 둘러볼 수 있고 주차하기도 편한 복합쇼핑몰이 주변에 생기면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였다.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관광객 등 외부 손님까지 줄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경쟁력을 잃은 상권이 쇠퇴하는 것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신포동 상권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신포동 상권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다른 상권과 차별화하는 게 필요하다.신포동 상권은 개항 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인천 주요 상권이다.이 일대는 인천 개항이 시작된 곳으로 많은 역사를 담고 있다. 신포동 상권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상권을 뒤늦게 따라가기보다 신포동 상권만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중구와 지역 상인들이 머리를 맞대어 신포동 상권이 다시 한 번 비상하길 바란다. /김태양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2020-11-23 김태양

[노트북]'킥라니' 전동킥보드, 확대보다 안전확보 시급

오죽하면 '킥라니'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최근 개인형 이동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전동킥보드의 안전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달 24일 인천 계양구의 한 교차로에서 고등학생 2명이 함께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다 택시와 충돌해 1명이 숨졌고, 지난 12일에는 부평구에서 한 20대 남성이 술에 취한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타다 경찰에 붙잡히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도로에 불쑥 튀어나와 사고를 유발하는 '고라니'와 전동킥보드 이용자를 합쳐 부르는 '킥라니'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다.최근 처음으로 전동킥보드를 타 봤다. 애플리케이션으로 면허를 등록하고 공유형 전동킥보드를 이용했다. 헬멧 등 안전장치는 비치돼 있지 않았다. 사이드미러도 없는 킥보드로 현행법에 따라 도로를 달리자니 주변 시야 확보가 전혀 되지 않아 무서웠다. 도로를 피해 근처 운동장으로 들어갔지만 끝은 참담했다. 턱에 걸려 앞으로 넘어지면서 광대뼈와 손을 다쳤다. 치아가 부러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했다. 이후로는 전동킥보드를 탈 엄두가 나지 않는다.인천 계양구는 지난 9월부터 도로에 있는 공유형 전동킥보드를 '불법 적치물'로 보고 일일이 수거하고 있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의 킥보드를 인도 위 적치물로 본 것이다. 지금까지 수거한 양만 해도 500대가 넘는다. 계양구는 각 업체에 과태료까지 부과한 상황이다. 이같이 강력한 조치를 취한 건 인천에서 계양구가 유일하다.다음 달 10일부터는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면허 없이도 공유형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중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쉽게 탈 수 있다는 의미다.더 많은 시민에게 이동 편의를 제공한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이용객의 안전은 전혀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법만 개정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상당한 만큼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도 마련해야 한다. /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b@kyeongin.com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20-11-16 공승배

[노트북]한국지엠 뒤에는 협력업체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손실을 복구하기 위해 마음이 급한데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해 걱정이 많습니다."한국지엠 노조의 부분 파업 소식을 전해 들은 인천지역 한 한국지엠 협력업체의 이야기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5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3일간 부분 파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사측과 진행하고 있는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에 맞서 사측은 부평공장 투자 관련 비용 집행을 보류하고, 재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국지엠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한국지엠 노사의 단체교섭이 있을 때면 협력업체들은 살얼음판을 걷는다. 한국지엠 노조가 파업 등 쟁의행위를 진행하게 되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한국지엠에 납품하는 물량이 줄어들면서 협력업체도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전국적으로 293개의 한국지엠 1차 협력업체가 있고, 2·3차 협력업체는 3천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은 올해 남은 기간 생산이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코로나19 사태로 입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한국지엠 임단협 조기 타결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가 부분 파업을 결정했고, 사측이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지난해처럼 전면 파업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협력업체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한국지엠과 협력업체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공생관계다. 협력업체는 부품을 생산해 납품하고, 부품을 받은 한국지엠은 자동차를 생산·판매한다. 어느 한쪽이 무너지면 양쪽 모두 큰 타격을 입는다. 한국지엠 노사에 있어 임단협은 신중을 기해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지만, 협력업체들은 임단협 장기화로 인한 노사 갈등 심화로 점점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도 함께 할 수많은 협력업체와 협력업체 직원들을 위해 한국지엠 노사가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협조해 하루빨리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 짓길 바란다. /김태양 인천본사 경제부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경제부기자

2020-11-08 김태양

[노트북]언론사도 당한다

기자는 약자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으나 시대가 지나며 펜촉이 무뎌진 걸까. 짧은 기자 생활 동안 이 금언을 실감한 적은 많지 않다. 어떨 땐 항의전화가 빗발쳐 아침 기상알람이 울리기 전에 잠이 깨곤 한다. 어느 선배는 가족을 해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한 달 이상 트렁크에 야구 배트를 싣고 다녔다고도 한다.기자는 약자고, 언론사도 당한다. 동료가 지난해 소송을 당했다. 손해배상액은 '억'대다. 소장을 받은 날, 편집국 분위기는 술렁였다. 언론사의 그 누구도 억대 소송에 의연할 사람은 없었다.2019년 8월 22일 소장이 법원에 접수됐다. 같은 해 9월 2일, 피고인인 기자들에게 전달돼야 할 소장부본·소송안내서·답변서요약표는 '수취인 불명'이라는 이유로 도착하지 않았다. 9월 23일 다시 배달이 시작된 소장부본·소송안내서·답변서요약표도 '수취인 불명'으로 도착하지 않았다.소장부본·소송안내서·답변서요약표가 도착한 건 10월 17일에서다. 더 큰 문제는 변론 없이 선고하겠다는 법원의 '판결선고기일통지서(무변론)'가 11월 29일 '주소불명'이라는 이유로 또 도착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법원은 12월 11일 '송달간주'로 무변론 선고한다. 1심 결과는 피고(기자) 패, 원고 승.이 모든 기간 동안 동료들은 경인일보에서 매일 같이 일간지를 만들고 있었다. 눈 뜨고 코 베인 격이랄까. 변론 한 번 못 해보고 기자가, 언론사가 당했다.소송을 당한 기자는 "소장이 도착한 뒤엔 나머지 서류 도착을 확인할 의무는 피고에게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결"이라며 자신의 부주의를 탓한다. 소송을 당한 문제의 기사를 쓴 이유도, 자신의 부주의를 탓했던 그 기자와 동료들의 성품 때문이다.불의를 외면하지 못하는 것. 오로지 '공익'이라는 무기만 지녔다는 게 그의 (잠정적)유죄 사유다. 언론사도 이렇게 당하는 데, 세상엔 얼마나 많은 사법 피해자들이 존재할까. 등골이 서늘하다. /신지영 경제부 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경제부 기자

2020-11-01 신지영

[노트북]선출직과 전통시장, 그리고 세금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이 앞다퉈 가는 곳이 있다. 바로 전통시장이다. 북적북적한 시장통에서 어묵 같은 주전부리를 사 먹고, 상인들에게 악수를 건네며 '요즘 어떠시냐'를 묻는 것은 선거 유세의 클리셰(상투적 표현) 중 클리셰다.전통시장이 선출직에게 중요한 이유는 서민경제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하루하루 장사로 근근이 살아가는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 즉 서민을 대표한다. 전통시장 상인과 친근하게 농담을 주고받는 후보의 모습은 서민의 고충을 이해하고,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후보 입장에서 전통시장은 대개 지역 토박이가 모여있는 표밭이기도 하다.과거 대부분의 선거에서 후보들의 서민 친화전략은 상당히 먹혔고, 실제 당선 후 다양한 전통시장 지원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2010년대 골목상권 살리기가 일종의 사회적 운동화 한 것은 전통시장 지원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소상공인 지원법, 전통시장법 등이 국회에서 만들어졌다.의정부 제일시장도 이런 배경 속에서 십수 년 간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 시설 현대화 사업은 물론 상권을 살리기 위해 수백억원의 예산이 직·간접적으로 시장에 투입됐다. 한수이북 최대 전통시장이라는 명성에 맞게 의정부 제일시장이 받은 지원은 주변 다른 전통시장에 비해 많은 편이다.청년몰, 야시장 등 제일시장이 추진했다 실패한 사업들은 공모사업이긴 하지만 경기북부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수억원대의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된 것에 비해 그 과정과 결과는 부실하기 이를 데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누구 한 사람 사업 실패의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어물쩍 넘어간 상황에서 이제 제일시장은 행정기관 사무실 입주로 안정적인 고정 수입원까지 확보하게 됐다. 과연 이런 일들이 전통시장이 아니었다면 가능한 일이었을까.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특정 상권에 집중되는 것도 모자라 지원금이 마치 눈먼 돈처럼 아무렇게나 쓰이는 것은 결코 정당하지 않다. 모두가 낸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와 감시, 그리고 각성이 필요하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doran@kyeongin.com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2020-10-28 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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