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노트북]이번엔 허울뿐인 바람개비가 되지않길

"풍력 발전한다고 경치만 해치고 덕적 명물인 해안가 자갈마저 크게 훼손됐다."2017년 3월 인천녹색연합과 함께 덕적도를 찾은 적이 있다. 인천지역 5개 발전사(남동·서부·중부·남부발전, 포스코파워)가 인천시와 협력해 덕적도에 설치한 풍력발전기의 운영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현장을 가보니 덕적면 북리 능동자갈마당에 설치된 3㎾~10㎾의 소형 풍력발전기 14기 중 2~3기만이 간간이 바람에 돌아가는 수준이었다. 전기 생산량이 적고 균일하지 못한 탓에 주민들은 이곳에서 나오는 전기를 전혀 쓰지 못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풍력발전기가 설치되면 전기를 싸게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기가 마을로 연결되지 않아 구경만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전기로 운영하기로 하고 무려 8억여 원을 들여 조성한 '덕적친환경홍보관' 역시 준공 후 1년이 넘도록 문이 닫힌 채 방치돼 있었다.당시 5개 발전사들은 정부가 추진하던 '영흥~덕적 해저케이블'이 실현될 경우 덕적도의 신재생에너지를 육지에 매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부의 계획이 틀어지면서 사업비를 30억원으로 대폭 줄이고 발을 뺐다. 그러다 보니 타당성 조사 결과와 엉뚱한 방향으로 사업 축소·진행되며 결국 허울뿐인 바람개비가 된 것이다.정부의 '그린뉴딜'으로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수도권인 인천 앞바다의 해상풍력발전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어민보상, 주민협의는 물론 전선 케이블로 인한 경관 변화, 해양 환경 조사, 군사 지역 협의 등 고려할 것이 더 많다. 해상풍력발전기가 또 허울뿐인 바람개비가 되지 않으려면 사업을 모두 발전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그 과정에서 부처 간 긴밀한 협조, 전문가·시민과의 협의를 통해 좀 더 세심하고 꼼꼼하게 개입해야 할 것이다. /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say@kyeongin.com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2020-08-03 윤설아

[노트북]의정부 음악극축제에 거는 기대

코로나19 확산 장기화 여파로 두 차례 미뤄졌던 의정부 음악극축제가 8월 7일부터 열린다.의정부 국제음악극축제는 매년 봄 다양한 국내외 작품으로 시민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준 명실상부한 경기북부 대표 문화예술축제다.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국제'란 글자를 떼고 전년보다 힘을 뺀 채 시민들을 만나게 됐지만, 개최만으로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올 상반기 국민들은 문화 향유권을 크게 제한받았다. 생사를 위협하는 질병 앞에서 문화예술은 취소와 연기를 거듭하며 후순위로 크게 밀려났다. 그러나 문화예술은 보이지 않는 큰 힘을 가졌다. 절망의 순간 응원의 한 마디가 다시 힘을 내게 하듯, 힘든 시국일수록 문화예술공연 한 편은 시민들에게 커다란 위로가 될 수 있다. 이번 음악극축제에는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을 찾아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찾아가는 공연이 다수 준비됐다고 한다.올해 의정부 음악극축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경기도에서 대면 방식으로 이뤄지는 첫 번째 문화예술축제란 점에서 하나의 도전이기도 하다. 집행위원회는 이번 축제를 앞두고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도입하고 공연장에 투명 가림막을 설치했다. 야외공연도 사전예약제로 진행된다. 다소 불편이 따를 수 있어 성숙한 관객의 모습이 필요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안전 수칙을 준수하면서 성공적으로 열린다면 의정부 음악극축제는 코로나19 시대 새로운 문화예술축제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의정부 음악극축제가 보여줄 40여 편의 공연이 그동안 코로나19에 시달린 시민들에게 마음의 휴식과 위로, 용기가 되길 바란다. 1주일 남짓 축제가 개막하길 기다리며 들을 음악을 고른다면 영국의 록 밴드 '퀸'의 'The show must go on'이 좋겠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doran@kyeongin.com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2020-07-29 김도란

[노트북]포스코에너지와 MCFC

지난해 문 닫을 뻔 했던 화성지역의 전국 최대 규모 연료전지(MCFC·용융탄산염형) 발전소가 지난 6월 가까스로 재가동에 들어갔다. 포스코에너지가 원천기술 업체인 미국 퓨얼셀에너지와의 문제로 발생한 적자 부담을 계약 관계인 발전소 운영사에 떠넘기려다 재계약이 늦어졌다.그마저도 이 발전소의 총 21기 연료전지 발전설비 중 2기는 포스코에너지가 설비 교체를 해주지 않아 미가동 상태인 데다 나머지 전국 상당수 MCFC 발전소는 재계약을 못 맺거나 설비도 공급이 안 된 걸로 알려졌다.이 상황에 최근 포스코에너지가 퓨얼셀에너지와 엮인 문제로 발생할 피해를 또다시 운영사들에 지우려 하고 있어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퓨얼셀에너지가 서면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는데 포스코에너지는 일방적 해지에 불과하다며 유사시 발생할 피해 책임은 질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만약 퓨얼셀에너지와의 계약이 정말 해지되면 현재 포스코에너지와 계약을 맺어 발전설비를 공급받는 전국 18곳 운영사는 언제 발전소 문을 닫아야 할지 내다보기 어렵게 된다.현재 18곳 발전소 중 3곳만 발전설비 교체가 일부 이루어져 가동 중이고 나머지 15곳은 아예 미가동 상태이거나 재계약을 못 맺어 사실상 제대로 운영 중인 발전소가 거의 없는 상태다.약 1조원이 투입돼 전국 곳곳에 MCFC 발전소가 세워졌는데 원도급 업체가 해결하지 못한 원천기술 업체와의 문제로 을의 위치인 운영사만 피해를 떠안고 있다. 그런데 이들 운영사는 을의 위치인 탓에 투자금을 날릴 상황에도 원도급 업체에 제대로 된 보상이나 재계약 요구도 못 하고 있다.정부가 그린 뉴딜로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겠다는 판에 국내 3대 연료전지 발전소 중 하나인 MCFC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앞날이 캄캄하다./김준석 경제부 기자김준석 경제부 기자

2020-07-27 김준석

[노트북]본래 이름 되찾은 '물치도'… 새로운 시작

인천 동구의 작은 섬 물치도(勿淄島)가 100여 년만에 본래 이름을 되찾았다. 물치도는 개항기때 우리나라에 들어오려는 수많은 국가 군대의 주요 정박지로 사용됐다.물치도에 머물렀던 국가들은 저마다의 이름을 붙였는데 프랑스는 자국의 함대 이름을 따서 '보아제(boisse)', 미국은 나무가 울창하다고 해 '우디 아일랜드'라고 불렀다.지난 16일 국가지명위원회 의결 전까지 우리가 불렀던 작약도(芍藥島)는 일본식 이름이다. 1883년 개항 이후 이 섬을 매입한 일본인 화가가 섬의 형태가 작약꽃 봉오리를 닮았다고 해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의 내부 외교 문서에서도 물치도를 작약도로 표기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대동여지도(1861년) 등 조선 후기 지도에서 볼 수 있듯 '물치도'로 불렀다.지난해 동구 만석부두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옛날에는 가족들과 배를 타고 작약도에 가서 피서를 즐기곤 했다"고 물치도를 회상했다. 당시 인천의 주요 관광지로 꼽힐 만큼 물치도도 좋은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본래 이름을 잃은 물치도는 대체로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 한보그룹, 인천 해운업체 '원광', 진성토건 등 수많은 민간 사업자가 매입해 유원지 개발 등 관광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하면서 수십년간 방치됐다. 최근 인천시가 매입해 공영 개발하기로 하고 유원지 기본 계획까지 수립했으나 올해 초 법원 경매를 통해 소유권이 또다시 민간 업체로 넘어갔다. 그리고 물치도는 일몰제에 따라 유원지 부지에서 해제됐다. 물치도의 운명이 다시 한 번 민간 사업자 손에 맡겨진 셈이다.이름을 되찾은 물치도는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다시 태어난 물치도가 인천 시민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인천시, 동구 등 지자체가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민간 사업자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김태양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2020-07-23 김태양

[노트북]티끌은 떼어내면 그만

여당이 지난 13일 오전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에 장성근 변호사를 선정해 발표했다.몇 시간 지나지 않아 장 변호사가 n번방 사건의 주범인 조주빈에게 개인정보를 넘긴 영통구청 사회복무요원 강모(25)씨 사건을 수임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회자됐다.장 변호사는 사임계를 냈다. 짤막한 입장문도 전했다. 과한 관심에 잠시 휴대전화를 끄기도 했다.'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n번방 조주빈 공범 변호 논란' 기사가 쏟아지기 전 그는 "지방에서 일하던 사람도 중앙정부 일을 해야 우리 지역 후배 변호사들이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n번방 사건을 변호했다는 악의적인 프레임이 장 변호사를 주저앉혔다. 그는 "공수처 출범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친다면 개인적으로 역사적으로 힘들다"며 당일 신속하게 입장을 정리했다.여당이 무책임했다. 더욱 세밀하게 살폈어야 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무엇이 부족하다는 것인가. 형사 재판에 나온 변호인과 피고인을 동일시하는 여론이 고유정 사건 때부터 짙어졌다. 바람직하지 않다. 변호인은 피고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호자면서 법원·검찰과 함께 실체적 진실 발견에 기여 하는 공익적 지위를 가진다.정면돌파해야 했다. 여야, 좌우,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바른길을 찾으려고 수십 년을 고민한 그의 노력과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가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사무실 빌려주고 프린트도 마구 할 수 있도록 도와줬던 세심한 마음 등 추천위원 선정 배경을 더 자세히 알렸어야 했다.수원에 고등법원을 유치할 때 백방 뛰어다닌 유명한 '동네 변호사'도 장 변호사였다.'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는 성경 구절이 있다. 티끌은 떼어 버리면 그만이다. /손성배 사회부 기자 son@kyeongin.com손성배 사회부 기자

2020-07-19 손성배

[노트북]'배신'의 정치, 그리고 '삐짐'의 의정

포천에서 전국 최연소 더불어민주당 여성의장이 탄생했다. 물론 '해당 행위' 논란에 따라 민주당 소속 의장은 이제 무소속이 됐다.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이번 이변은 '배신의 정치'가 만들어 낸 산물이다. 포천시의회 전체 7명 의원 중 5명이 민주당 소속이었고, 이중 민주당 3명 의원은 여성 의장이 된 의원과 전임 의장을 배제 시키고 의장단 구성을 논의했다.민주당 5명 중 3명의 의견만 일치하면 의총 결과를 만들 수 있고, 의총 결정이 사실상 의장단 선출이라는 계산이었을 테다. 결국 그들은 의장단을 '짬짜미'하는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의장단 선출에서 그들이 '왕따' 시킨 의원은 전국 최연소 여성의장이란 타이틀을 가지게 됐고, 여성의장을 지지한 민주당 소속 전임 의장은 '통 큰 결단'을 내렸단 박수를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야당 의원들은 부의장과 운영위원장 자리를 꿰차는 실속을 챙겼다.결국 '배신의 정치'는 민주당에게 단 한 석의 의장단도 허락하지 않았다. '짬짜미'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그래서일까. 의장단 구성 이후 첫 공식 행사인 현충탑 참배에 이들 중 단 한 명만 참석했고, 첫 원탁회의는 '짬짜미'의원 모두가 불참했다. 더욱 황당한 건 한 의원이 의장에게 "당신을 의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했다는 사실이다.시민 대표로 선출한 시의원들이 합법적으로 구성한 의장단과 의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시민을 무시하는 발언과 다르지 않다. 왜 이번 의장단 구성에 '통쾌'하다는 평가가 나오는지 '짬짜미' 의원들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김태헌 지역사회부(포천) 기자 119@kyeongin.com김태헌 지역사회부(포천) 기자

2020-07-15 김태헌

[노트북]비정규직과 공정성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의 증가'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시점은 IMF 사태를 겪은 이후라고 알려졌다. IMF 이전에도 일용직 등 전일제가 아닌 고용 형태가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정부가 비정규직의 종류 등을 분류하고 관련 통계를 조사하기 시작한 시점이 2000년대 초반인 점을 고려하면 IMF 이후 고용 시장의 유연화가 본격화된 셈이다. 한국에서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난 배경에는 경제위기 등의 구조적 원인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의 비정규직은 외국과 다른 특징을 보인다. 임금 등 처우와 관련한 정규직과의 격차가 도드라진다. 통계개발원의 2018년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54.6% 수준이다. 영국과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시간제 일자리의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전일제 근무를 희망하는 비자발적 시간제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한다. 반면 한국의 비자발적 시간제 비율은 49.8%(2017년)였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 그러나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로 정규직 전환 정책은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고 말았다.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사례를 취재하면서 논란의 초점이 '개인'에게 맞춰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비정규직들의 삶을 상대적으로 평가절하하는 여러 언행들은 정도를 벗어난 수준이었다.작금의 논란을 떠나 공공과 민간을 구분할 것 없이 사용자가 '싼값'에 비정규직을 써왔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과거 인천공항공사 전체 인력의 85%가량도 외주화 됐었다. 정책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정규직 전환이 기울어진 고용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형평에 어긋났다면 비정규직이라는 존재는 과연 공정한 것인가.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야 할 때다. /배재흥 정치부 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정치부 기자

2020-07-13 배재흥

[노트북]인천시, 저어새 보호에 적극 나서야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보호에 인천시의 관심이 더욱 필요합니다."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 박용목 원장의 말이다. 국립생태원은 지난 1일 인천 강화도에서 인공 부화해 기른 저어새 5마리를 세계 최초로 야생으로 돌려보냈다. 지난해 강화도 각시암 등에서 수몰 위기에 있던 알을 구조해 길러낸 저어새들이다. 박용목 원장은 이날 방사 현장에 모인 50여 명의 시민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국립 생태연구기관 수장의 이 말은 가볍게 볼 만한 사안이 아니다. 인천은 저어새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저어새는 전 세계에 4천80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인데, 전체 개체의 약 90%가 우리나라에서 번식한다. 이 중에서도 80% 이상이 인천을 번식지로 삼는다. 지난해 국내에서 번식한 저어새 1천474쌍 중 약 83%(1천222쌍)가 인천을 택했다. 박 원장은 저어새의 고향을 지키는 일에 인천시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특히 주요 번식지인 인천 남동유수지는 인천시의 관심이 절실하다. 2017년 233마리의 새끼가 정상적으로 태어났던 남동유수지는 2018년 46마리, 지난해 15마리의 새끼가 태어나면서 번식률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너구리의 번식지 침입이 주된 원인이다. 인천시는 올해 번식지 주변에 전기철책을 설치해 너구리의 접근을 막았지만, 이번에는 저어새가 유수지 내 2개의 인공섬 중 1개의 섬에서만 번식을 하는 '미스터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동유수지가 2017년의 '저어새 왕국'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선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하나의 종이 멸종하면 연쇄 작용으로 100종이 넘는 생명체가 사라진다고 한다. 세계 각국이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에 등급을 부여하면서까지 지키려고 하는 이유다. 전 세계 중에서도 우리나라, 특히 인천을 택한 저어새에게 인천시가 할 수 있는 건 보호를 위한 관심이다. 국립생태원장의 말처럼 인천시는 저어새 보호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b@kyeongin.com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20-07-09 공승배

[노트북]'빌라 스와핑'을 아시나요?

요즘 거리를 지나다 보면 입주금 '0'이라고 적힌 신축 빌라 분양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무주택자는 돈 한 푼 없이 100% 대출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매번 아파트 청약에 실패한 이들이 보면 솔깃할 만한 정보다.방법은 다양했다. '업계약'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로 100% 입주금을 맞추거나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전세대출)을 동시에 진행하는 편법이 동원된다. 업계약이나 신용대출을 받는 수법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주택 매수자가 주담대뿐 아니라 전세대출까지 받을 수 있다는 건 전혀 모르던 내용이었다.방법은 이랬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각자 매수할 집을 담보로 주담대를 받고, 서로의 집에 교차로 전세 계약을 맺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추가로 전세대출을 받는 것이다. 사는 곳은 자기 명의의 빌라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런 과정에서 공인중개사와 분양 대행사 및 건축주, 법무사, 은행 직원까지 동원된다는 것이다. 필요한 서류는 공인중개사와 분양대행사 또는 건축주, 법무사가 작성한다. 그리고 공인중개사와 법무사가 잘 아는 은행 지점에서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진행한다. 전문가들이 작성한 서류인 데다가 은행 직원까지 알면서도 승인하다 보니 대출은 어렵지 않게 완료된다.서류상에 문제가 없다 보니 단속도 어렵다. 게다가 100% 대출을 받기 위해선 위장전입을 해야 하는 위험부담도 따른다. 이른바 '빌라 스와핑'의 실체다. 지금도 수도권 일대 규제가 덜한 지역에선 무입주금 신축 빌라 분양이 성행하고 있다. 당연히 모든 신축 빌라가 이런 식으로 분양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 놓는다'는 속담이 있다. 투기 심리를 악용하는 일부 몰지각한 이들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필요할 때다. /이상훈 디지털미디어센터 기자 sh2018@kyeongin.com이상훈 디지털미디어센터 기자

2020-07-01 이상훈

[노트북]원칙없이 열악한 상황 내몰리는 돌봄교사들

"10년간 사명감 하나로 일했는데 지금은 한계에 달했습니다."취재를 하며 만난 돌봄교사들은 일반 초등학교 돌봄 전담사와 특수학교 방과후 종일반 강사 가릴 것 없이 열악한 환경 속에 더는 버틸 자신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규 수업을 위한 등교가 중단됐을 때도 이들은 학교에 나와 아이들을 보살폈다.코로나19 확산 이후 돌봄교실을 운영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현장에는 제대로 된 원칙조차 없었다. 한 학교의 경우 정규 수업 일수를 월, 화, 수로 나눠 7~8명씩 등교하며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었으나 돌봄교실은 이 같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15~20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 한 반에 모여 있었다. 특수학교에서 긴급돌봄을 하고 있는 방과후 종일반 강사들은 하루 7시간 넘게 일하면서 아이들 점심 먹이는 것부터 화장실에 데려가는 것까지 모든 일을 맡고 있다. 하지만 돌봄교실 4개를 통틀어 지원되는 보조인력은 단 한 명도 없다. 아이들에게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는 강사들은 쉬는 시간 화장실조차 갈 수 없는 상황이다.돌봄교실이 원칙 없이 운영되면서 교사들은 자신이 속한 학교의 배려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한 돌봄교사는 "다른 학교는 학교장이 보조 인력을 지원하거나 교실 내 학생 수를 조정해 주는 등 도움을 주고 있으나, 대부분은 우리도 힘들다고 방관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들의 처우는 학교에서 이들을 얼마나 '배려'하느냐에 따라 제각각이다. 교육 당국은 돌봄 교사들의 이 같은 고충에 대해 "지금은 그분들뿐만 아니라 학교 구성원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며 "인력을 모집해 지원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현장은 여전히 나아진 게 없다고 한다. 이들의 목소리를 단순히 민원으로 볼 게 아니다. 교육당국 차원에서 일관된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박현주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phj@kyeongin.com박현주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20-06-29 박현주

[노트북]'국민방위군'을 기억하라

고등학생 때 얘기다. 족히 180㎝에 90㎏은 나가 보이는 근현대사 선생님은 수업 때마다 셔츠를 팔꿈치 위까지 걷어 올렸다. 구릿빛으로 그을린 피부를 가진 그는 교과서를 덮으라고 하고 50분 동안 쉼 없이 얘기를 읊었다.대체로 '한'(恨)에 대한 말이었다.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 전쟁,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들을 때면 가끔은 가슴이 울렁이는 기분을 느끼곤 했다. 건조한 숫자만 펼쳐지는 수리 시간보다 역사 수업이 더 뜨겁게 느껴졌다.그래서인지 근현대사는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성적이 잘 나왔다. 외울 필요없이 사건이 기억 속으로 박혀 들었다. 때는 참여정부 시절이었고, TV속 뉴스에선 '역사 바로 세우기', '양민 학살의 진실', '유해 발굴 개시' 같은 헤드라인이 지나갔던 것 같다.뜨거웠던 근현대사 선생님도 한국전쟁을 설명할 땐 말 대신 칠판 위에 화살표를 그렸다. 6월25일 갑자기 남침이 이뤄졌고(화살표는 아래로 향한다), 낙동강까지 밀렸다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고(화살표는 위로 향한다), 중공군이 개입해 압록강부터 3·8선까지 전선이 밀린다(화살표는 다시 아래로 향한다). 그러다 정전이 이뤄졌다. 초등학생 때부터 봐왔던 익숙한 전개도였다.얼마 전 한국전쟁 당시 일기를 보게 됐다. 국민방위군 사건 기록이었다. 근현대사 선생님의 수업에서도, 미디어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였다.전쟁 중 정부는 급히 국민방위군을 모집했고, 이들에게 피복과 보급을 주지 않았고, 시설을 마련하지 못해 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 굶거나 얼거나 전염병에 걸려 죽어갔다.일기를 읽으며 고등학교 졸업 십수 년 만에 다시 그 시절 교실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다. 문득문득 응어리처럼 화가 치밀어 올랐다. 우리에겐 한국전쟁의 가장 큰 인권탄압 사건인 국민방위군 사건을 사과하고 교육하고 기록해야 할 의무가 있다. '늦은' 역사는 없다. '국민방위군'을 기억하라. /신지영 경제부 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경제부 기자

2020-06-21 신지영

[노트북]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복지정책

며칠 전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는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지난 4개월간 수입이 5분의 1 토막났는데도 정부와 지자체의 프리랜서 지원금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사업주로부터 '급여 지급명세서'를 받아 소득 감소 여부를 증명해야 했는데, 근무했던 5곳의 사업장 중 일부는 문을 닫아 연락이 안 되고 일부 사업주들은 세금 등의 문제로 서류 발급에 소극적이었다고 했다. 다른 강사들도 '앞으로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는 상황에서 서로 얼굴 붉히지 말자며 넘어가자'는 식이라고 전했다.코로나19로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지인은 최근 인천시가 추가 모집한 '청년드림체크카드'(구직 청년에 6개월 간 최대 300만원 지원)를 신청하려다 중도 포기했다고 했다.제출 서류만 무려 13가지였는데, 다른 건 넘어가더라도 타지에 사는 '컴맹' 부모님으로부터 가구 건강보험득실확인서 등의 각종 서류를 받는 과정이 너무 어려웠다고 했다.그나마도 '가난'과 '힘듦'을 증명하느라 수고를 들였던 친구들은 결국 높은 경쟁률로 심사에서 떨어졌다고 했다.이밖에 유흥업소 종사자란 이유로 무급휴직 지원을 못 받았다거나, 인천시가 지하도상가 임차인들의 대부료를 깎아 줬지만 상인들의 월세는 그대로란 사례도 들려온다.많은 전문가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 양극화'가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인천시에서도 대규모 예산을 집중한 소상공인 대출 이자 지원은 저소득층의 부채 증가로 귀결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이런 상황에 우리의 복지 수준은 아직도 스스로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과정, 이를 선별하기 위한 공무원들의 고된 노고에도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포스트 코로나'를 갖다 붙여 온갖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QR코드를 활용한 서류 간소화 등 사각지대를 줄이는 '스마트 복지'로의 정책 재개편이 이뤄지면 좋겠다. /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say@kyeongin.com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2020-06-17 윤설아

[노트북]비포 코로나

온통 '포스트(Post·이후) 코로나'. 도대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 새롭게 다가올 세상에 대비하자는 말뿐이다.정치권과 기업인은 물론 정부마저 '한국판 뉴딜'과 같이 포스트 코로나에 맞춘 국가 차원의 정책을 내놓을 정도다.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Untact·비대면) 사회에 순응해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일자리를 늘려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목적이다.이해는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가게 문을 닫고 일자리를 잃은 국민들이 셀 수 없을 정도이고 우리 경제 상황이 얼마나 더 악화할지 모르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렇게 비대면 중심의 포스트 코로나만 바라보다간 자칫 잃을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비포(Before·이전) 코로나다.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이전인 지난 1월 자유로운 '대면'이 가능했던, 평범했던 우리 일상.마스크 안 쓰고 편히 숨 쉬던, 사람들과 얼굴을 맞댄 경제 활동이 가능했던, 옆 사람이 기침 한 번 했다고 괜히 갖게 되는 불쾌감 따위는 없던 원래의 생활 말이다.무엇보다 비대면 중심 사회에만 치중하면 면대면 소통 없이 경제 활동이 불가능해 어려움에 처하게 될 사람들도 생겨날 수 있다.꼭 비대면 사회가 경제 활동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면대면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지사다.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대책 마련을 소홀히 하거나 중단하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포스트 말고 원래 우리가 살던 비포 코로나도 잊지 말자는 것이다.몸이 멀어지면 마음까지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사회적 거리두기도 언젠가 끝나야 떨어지고 흩어진 우리 경제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김준석 경제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경제부 기자

2020-06-15 김준석

[노트북]대리기사의 삶을 들여다보다

"차 끊겼을 시간인데 뭐타고 다니세요?" "다 가는 방법이 있어요. 영업 비밀입니다."시작은 술자리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무심코 대리기사와 나눈 대화였다. 대리기사만 타는 셔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들만의 밤의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마음먹고 들여다본 대리기사의 삶은 고단하고 애처로웠다. 1만원 대리비에서 중개업체 수수료와 프로그램 이용료, 보험료 등을 빼고 나면 손에 쥐는 것은 단돈 몇 천원. 500원짜리 어묵으로 밤새 끼니를 대신하고 한참을 기다리다 받은 콜이 취소될까봐 종종걸음 해야 하는 일상. 사랑방 역할을 하는 어묵 가판대에서 대리기사들에게 들은 각종 이상한 손님 후일담은 웃음이 나면서도 짠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수요는 대폭 줄어든 반면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든 이들이 대리기사로 몰리면서 점점 단가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은 안타까움을 더했다.큰 틀에서 음주운전 예방이라는 사회적 안전 분야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대리기사들은 자신의 안전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좁은 차 안에서 짧게는 30여 분에서 길게는 수 시간 취객과 함께 있어야 해 코로나19 전염 위험이 큰 데도 정부의 보호장구 지원 대상에 빠져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리기사가 타는 불법 셔틀도 수년간 존재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그동안 없었다. 기사에 다루지는 않았으나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중개 프로그램 제공업체의 갑질 등 점점 악화되는 대리기사 노동환경도 심각한 수준이다. 전국엔 약 20만명의 대리기사가 있다. 밤에 일하는 직업 특성상 편견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에 필요한 직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특수 직종 종사자가 처한 환경에 너무 무관심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doran@kyeongin.com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2020-06-11 김도란

[노트북]인천 뿌리센터, 뿌리산업 재도약의 시작점

뿌리 산업은 소재를 부품으로 제조하고,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기초 공정 산업이다.뿌리 산업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용어를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뿌리 산업의 역할과 중요성을 한 번에 표현하는 말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뿌리가 물과 양분을 흡수해 식물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뿌리 산업은 모든 산업에 근간이 된다.우리가 오늘날 사용하는 자동차, 휴대전화 등은 꽃과 열매라고 할 수 있다. 뿌리 산업이 있기에 자동차와 휴대전화가 만들어지고, 제품의 품질이 높아진다.사람들은 꽃과 열매에 집중할 뿐 뿌리에 시선을 주지 않는다.뿌리 산업은 사람들의 무관심, 3D 산업이라는 사회적 인식 속에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완제품을 만들어 조명받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하청 구조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인천시는 일자리 창출 지원 등 뿌리 산업 지원 정책을 펼쳤지만, 업계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가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이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육성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인천 뿌리 기술 업계의 바람을 이뤄줄 수 있는 게 최근 문을 연 인천 뿌리 산업 일자리 센터(이하 인천 뿌리센터)다.인천 뿌리센터는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와 기초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고용안정협의회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인천시가 그동안 펼쳐 온 어떠한 뿌리 산업 육성·지원 정책보다 기대가 크다. 인천 뿌리센터 개소는 인천 뿌리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시작점이다. 인천시는 인천 뿌리센터 개소를 시작으로 맞춤형 지원·육성 사업을 체계적으로 펼치는 등 지역 뿌리 산업이 다시 한 번 꽃 피울 수 있도록 물과 양분을 아낌없이 줘야 한다. /김태양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2020-06-07 김태양

[노트북]이천 산업재해 참사 모두 서툴렀다

이천에서 큰불이 났다. 옥상에 고립된 노동자들이 있다고 해서 주정차금지 구역인지도 모르고 차를 세우고 1보를 썼다. 영통구청에서 3만2천원짜리 주정차위반 고지서가 날아왔다.노동자 38명의 숨이 멎고 10명이 다친 그곳에 유가족 70여명이 참사 한달을 기념하며 다시 찾아왔다. 그간 폴리스라인 너머는 기자들에게 미지의 세계였다. 포탄의 불바다가 지나간 것처럼 (주)한익스프레스 남이천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은 참혹했다.유족들은 절규했다. "살려내라"고 소리쳤다. 구호를 외치는 중간에 아들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중년의 어머니는 온몸을 떨면서 흐느꼈다. 반대편 현장사무실에도 화재 당시 폭발로 떨어져 나온 건물 파편이 날아와 불을 냈다. 현장 간판은 길 건너에 뒤집힌 채 놓여 있었다.모두 서툴렀다. 소방은 초기 우레탄 유증기 폭발 화재로 추정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담배꽁초가 나왔다고 했었다. 기자들은 들은 대로 일단 썼다. 오랜만에 본 다른 언론사 기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눈치도 없었다.참사 이튿날 유가족들이 대기하던 모가면 실내체육관을 찾은 시공사 대표는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흐느끼다 도망치듯 빠져나와 잔디밭에 굴렀다. 시공사 대표가 누운 119 구급대 들것을 반삭발머리 남성이 붙잡고 "제대로 설명하고 가라"고 울부짖었다. 이 남성은 우레탄 뿜칠 작업을 하려고 이 현장에 머물렀던 매제와 하나뿐인 남동생을 잃은 유족이다. 한바탕 들것과 씨름을 한 뒤 체육관 앞 향나무 밑에 앉은 남성은 우레탄 작업을 하다 나온 유증기가 폭발하려면 사람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고농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은 2008년 코리아냉동 물류창고 화재 이후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낸 연구서에 근거가 있었다.일터에서 난 불로 사람이 죽었다. 이 사건은 화재가 아니다. 산업재해 참사다. 폭발 굉음에 놀란 인근 축사 소들은 유산을 했다. 송아지 3마리가 이 산업재해 참사로 눈도 뜨지 못하고 흙으로 돌아갔다. /손성배 사회부 기자 son@kyeongin.com손성배 사회부 기자

2020-06-03 손성배

[노트북]포천 '석탄발전소 반대'는 시민 목소리

포천시가 장자산업단지 내 포천석탄화력발전소(이하 석탄발전소, (주)GS포천그린에너지)의 건축물 사용 승인을 미뤄오다 '부작위 위법행위 확인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시는 판결 결과에 따라 석탄발전소 측에 건축물 사용 승인과 관련한 가부를 통보해야 한다.시가 소송에서 패소하자 일각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박윤국 시장을 공격했다. 발전소 측으로부터 소송을 당하면 패소가 예견되는데도 그간 허가를 내주지 않아 행정력을 낭비하고 소송비용을 더 물게 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들은 박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지키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과연 진실일까? 포천 시민들은 수년간 석탄발전소를 반대하며 법원 앞에서 300일 가까이 "석탄발전소 가동을 중단시켜 달라"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또 관내에서는 '석탄발전소 반대' 문구를 붙인 차량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뿐인가. 석탄발전소 내에서는 그간 크고 작은 사고까지 발생했다. 폭발사고 등으로 근로자들이 사망하는가 하면, 발전소 내로 석탄을 싣고 드나드는 차량들로 인근 마을은 차량과 환경오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그런데도 시민이 뽑은 시장이 석탄발전소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허가해야 하는 것일까? 석탄발전소가 그간 정상적 과정을 거쳐 왔더라도 새로운 문제가 확인됐다면 시장으로서는 최종 승인을 재검토해야 한다. 또 석탄발전소 허가 조건 중 하나였던 인근 공장의 '굴뚝 일원화'조차 마무리되지 않았으니, 오히려 쉽게 승인을 내준다면 그것이야말로 직권남용이 된다.이번 판결은 건축물 사용 승인을 내주라는 것이 아닌, 가부 결정을 하라는 것일 뿐이다. 시는 승인을 할지 거부를 할지 결정해 통보하면 된다. 모두의 예상대로 박 시장은 거부 결정을 내릴 것이고, 그때서야 '진짜' 소송은 시작될 것이다. 시민이 하나가 될 때 거대 기업을 상대할 힘도 생기는 법이다. 지금은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보다 모두가 힘을 보탤 때다. /김태헌 지역사회부(포천) 기자 119@kyeongin.com김태헌 지역사회부(포천) 기자

2020-06-01 김태헌

[노트북]시험대에 오른 학교 방역, 어른들이 지켜줘야

20일 고3 학생들을 시작으로 등교 수업이 이뤄지면서 학교 방역이 시험대에 올랐다.이날 각 학교들은 학생들에게 마스크 필수 착용 안내는 물론 투명 받침대 사용, 개인용 컵 사용 등 방역을 위한 만전을 기했다.교내 방역 지침에 따라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교육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교내에서도 거리 두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학생들은 식사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교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며, 친구들과 급식실에서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하는 대신 각자 자리를 지키면서 소위 '혼밥'을 한다. 급식 대신에 간편식으로 식사를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수업도 고3 학생들을 제외하고 온라인 수업과 교실 수업을 병행하고, 홀수 반과 짝수 반으로 나눠 등·하교 시간도 조정해 집단으로 좁은 공간에 밀집되지 않도록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기존에 학교 생활과 비교한다면 학생들은 불편을 감수하면서 당분간 학교생활을 해야 한다. 특히 입시가 코앞에 놓인 고3 학생들은 정상적인 교과 과정을 배우지 못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부에서 신학기를 9월로 미루는 '9월 학기제' 논의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코로나19 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생들만의 노력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기존 13일에서 20일로 개학이 연기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서울 이태원발 코로나19 감염 확산 사태도 결국에는 클럽에서의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지 않은 어른들로부터 비롯됐다.누구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감염병 예방에 전 국민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최근까지도 길거리와 음식점, 주점에서 마스크 미착용 등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사례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전문가들은 집단 감염이 학교로까지 이어지면 우리 사회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이원근 사회부 기자 lwg33@kyeongin.com이원근 사회부 기자

2020-05-20 이원근

[노트북]'사이버 모델하우스'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나

코로나19가 전국을 강타하자 아파트 분양 현장에선 관행처럼 이어졌던 견본주택 개관이 사라지고 있다.비대면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등의 새로운 소비 경향인 '언택트' 방식이 분양시장에서 확산하는 모양새다. 대신 건설사마다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내세우는가 하면 아예 유튜브 채널을 통한 분양 홍보에 열을 올리는 곳도 늘고 있다.사이버 모델하우스는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등의 기술로 실제 견본주택을 촬영, 온라인으로 현장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 유튜브 채널을 통해선 전문 상담인력이 실시간으로 견본주택 내부를 촬영하며 설명하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다. 대면접촉을 최소화함으로써 코로나19 확산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모형도와 유니트 관람을 위해 외부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어 반응이 뜨겁다.다만, 가상현실이기 때문에 직접 느끼는 것과 차이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실수요자라면 각종 옵션과 주의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이처럼 급작스런 변화에도 인기 지역에서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수요자들도 이런 분위기에 적응하는 모습이다. 부동산정보 서비스 (주)직방이 청약 수요자 4천168명을 대상으로 사이버 모델하우스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는데 92%(3천835명)가 이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업계에선 앞으로 사이버 모델하우스가 더 진화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때 사이버 모델하우스 운영이 분양 성적에 불리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오히려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수요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 견본주택에서 일하던 상담사 등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런 문제점은 해결과제다. /이상훈 디지털미디어센터 기자 sh2018@kyeongin.com이상훈 디지털미디어센터 기자

2020-05-18 이상훈

[노트북]인천대 차기 총장 선임을 앞두고

국립 인천대학교 제3대 총장 선출 절차가 막바지에 달했다. 인천대 총장추천위원회는 지난 7일 학내 구성원의 투표점수(75%)와 자체 평가점수(25%)를 합산해 점수순으로 최계운 명예교수와 박인호 명예교수, 이찬근 교수를 총장 후보자로 압축했다. 인천대 이사회는 이들 중 1명을 최종 선임해 교육부에 임명을 제청할 계획이다.이번 선거에서는 차기 총장이 학교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구성원들의 요구가 컸다. 국립대로 전환하고 송도로 캠퍼스를 이전한 후 외적으로는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학생들의 중도 이탈률은 높고 학생은 물론 교수, 직원, 조교들의 학교에 대한 자부심도 여전히 낮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이때문에 차기 총장에는 소위 '스펙'이 화려한 외부 인사보다는 학교의 속사정을 잘 알고 소통할 줄 아는 내부 인사가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예비후보자 5명 모두 20년 이상 인천대에 몸담은 교수였던 점이 이를 반영한다.대외적으로는 지역사회 상생이라는 과제도 떠안았다. 인천대는 지난해 인천시와의 재산 협상에 따라 지역거점 대학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2027년까지 2천억원의 시 재정 지원을 받게 됐고, 도화동 제물포캠퍼스 부지도보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송도 11공구 부지 일부를 조성원가에 받아 연구 중심 대학으로의 위상을 높일 기회도 열렸다. 대신 대학은 인천 시민을 위해 구도심 활성화, 평생교육, 지역사회 환원이라는 의무가 생겼다. 지역에 대한 이해와 소통, 이를 발판으로 한 대학 브랜드 제고 전략 등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지역 거점 대학으로 한 단계 도약을 앞둔 인천대의 차기 총장에 기대와 관심이 높다. 인천대 이사회는 이러한 대내외적 요구를 잘 인식하고 대학의 장기적 발전을 그릴 수 있는 차기 총장을 선임해야 한다./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say@kyeongin.com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2020-05-10 윤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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