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노트북]日제품 불매운동 '건전하게' 지속해야

지난 7월 1일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가 시작된 지 4개월가량이 지났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일본의 부당한 규제에 맞서 자발적으로 일본 불매운동을 펼치며 유니클로, ABC마트, 혼다 등 일본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하지만 일본 불매운동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 선량한 소비자뿐 아니라 일부 소상공인도 피해를 입고 있다. 하나의 예로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의 상당수는 손님이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음식 조리 방식이나 명칭만 일본의 것을 따왔을 뿐인데, 일본풍의 음식조차도 꺼리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산 재료로 만든 일본식 선술집을 애용하면 지역 경제 활성화와 농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자카야뿐 아니라 일본식 라멘, 초밥 집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또 지난 9월 1일 시작된 8자리 번호판 시행 이후 일본차를 구매한 소비자는 매국노라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실제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지인이 일본차를 구매하려고 하자 만류했지만, 결국에는 일본차를 구매해 속상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댓글에는 '지인분이 잘못했네요', '지금 시국이 어느 때인데', '번호판을 공개해주세요' 등의 부정적인 글들이 올라왔다.이와 함께 일본 불매운동의 주요 표적인 유니클로에 손님이 몰리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감시단'까지 생겨나는 추세다. 입고 있는 옷이 유니클로라면 마치 일본을 옹호라도 했다는 듯이 손가락질하는 강경파도 적지 않다.물론 일본 불매운동의 취지와 목적에는 국민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일본 불매운동 이후 일본 기업들이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고, 이에 일본 정부도 자신의 선택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것도 불매운동의 좋은 효과다. 하지만 이를 위해 선량한 소비자의 선택을 옥죄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자국민끼리의 비난은 내부 갈등만 유발하는 행위다.일본 제품을 구매했다는 이유로 우리의 이웃을 비난하는 일부 강경파들이 조금은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해 건전한 불매운동이 장기간 지속하기를 바란다. /이준석 경제부 기자 ljs@kyeongin.com이준석 경제부 기자

2019-11-13 이준석

[노트북]헌혈 실천, 훈훈한 겨울을 보냅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수술 등으로 혈액이 필요한 사람은 늘고 있는데, 헌혈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고 있어 걱정이 많습니다."지난 7일 인천지역의 헌혈 실적을 취재하면서 인천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에게 들은 이야기다. 혈액 수급이 어려울 때에는 병원에서 필요한 적정 보유량(여유분)의 절반도 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통계를 보면 올해 목표대비 헌혈 실적이 상반기 기준 전국 최하위를 기록한 인천시의 경우 전체 인구수 대비 헌혈 실적을 의미하는 헌혈률은 2011년 6.5%에서 지난해 5.4%로 감소했다. 이 기간 인구는 267만명에서 294만명으로 늘어났음에도 헌혈 실적은 오히려 17만5천건에서 15만7천건으로 줄었다. 계속해서 내리막을 걷고 있는 지금 언제까지 헌혈자가 감소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지금까지 현혈의 주축은 10~20대 연령층이었다. 전체 헌혈자의 60% 수준을 차지한다. 최근 10~20대의 헌혈 감소 폭이 커지면서 전체 헌혈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저출산 등 요인을 놓고 봤을 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부족한 혈액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20대의 헌혈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제는 헌혈이 가능한 모든 연령층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각 혈액원, 헌혈의 집에서는 10~20대뿐 아니라 30~40대 중장년층의 참여도 유도하는 등 헌혈자 확보를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등에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치면서 헌혈의 중요성·필요성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헌혈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헌혈은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다. 내 가족, 지인, 친구들이 혈액을 필요로 하는 날이 언제든지 올 수 있다. 모두 부족한 혈액 수급을 위한 헌혈에 동참해 이번 겨울을 훈훈하게 보냈으면 한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9-11-10 김태양

[노트북]길고양이는 죄가 없다

몇 개월 전부터 회사에서 퇴근한 나를 가장 먼저 반겨주는 새로운 생명체들이 나타났다. 일명 삼색이와 턱시도라고 불리는 길고양이 2마리다. 조금 성의 없게 보일 수 있으나, '냐옹이'와 '미야옹이'라는 이름도 붙여줬다.서로 안면(?)을 텄다고 생각했는지, 정말 가끔이지만 고양이들이 애교를 부릴 때도 있다. 그럼 어쩌겠나. 근처 편의점으로 헐레벌떡 달려가 사료와 간식을 사서 대령할 수밖에. 간혹 뒤통수가 따가운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길고양이라는 존재를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 이럴 때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 언제 어디서 벽돌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 불과 몇 년 전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챙겨주는 캣맘이 당한 일이다. 길고양이 사료에 누군가 쥐약을 놓는 일도 있다. 가래침은 우습다. 덫을 깔아 다치게 하기도 하고, 죽이겠다는 의도를 갖고 무차별적인 학대를 가하기도 한다. 그래 봤자다. 경기도에만 30만 마리로 추정되는 길고양이 개체 수를 이런 방식으로는 절대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발정기 때마다 내는 아기 울음소리 같은 소음이 싫다면 살고 있는 지자체에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TNR)을 신청하면 된다. 캣맘들을 타박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선택이다. 어차피 영역동물인 고양이는 대체로 한 번 정한 자신의 영역을 떠나지 않는다. 재개발·재건축지역 길고양이 상당수가 공사 과정에서 죽음을 당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TNR 사업을 중심으로 정부와 지자체들이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등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특히, 경기도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재개발·재건축지역 길고양이를 보호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SF영화를 보다보면 문뜩 '먼 미래에 외계인이 지구에 등장했을 때 인간은 어떤 반응을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멀리 내다볼 필요도 없다. 인간은 인간 외 동물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나. /배재흥 사회부 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사회부 기자

2019-11-07 배재흥

[노트북]끊이지 않는 공동주택 갈등, 해결 규정 만들자

출근 준비를 하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받았다. 화가 난 중년의 남성은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아파트 경비원이었다."왜 차를 매번 거기다 대요. 또 민원 들어왔잖아요!"죄송스러운 마음 반, 빨리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 반. 연신 "예예"만 반복했다.전날 밤 대리운전으로 귀가했다. 주차한 곳은 옆 동 출입구 앞 보도블록 위였다. 얼른 준비를 하고 주차장으로 뛰어내려갔다. 이미 주차 위반 딱지가 붙어있었다.한편으로는 감사했다. 이웃이 내 차가 보행로를 가로막은 데 분노하며 차에 돌을 던지거나 '즉결 응징'하지 않고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한 감사다.공동주택에서 이웃 간 불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단지 내 주차 위반과 함께 층간소음 문제가 이웃 갈등의 단골손님이다.수원에 사는 60대 남성은 층간소음을 탓하며 윗집에 올라가 어린 자녀를 둔 3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법원은 그에게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했다. 인천에서는 윗집 층간소음에 성난 60대 여성이 천장을 향해 헤어드라이기를 장시간 켜놨다가 불을 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이웃간 갈등 제보가 종종 있다. 최근에도 수원의 한 아파트에 사는 30대 남성이 층간소음을 이유로 윗집 60대 남성을 폭행하고 그의 20대 딸에게 성적 수치심이 드는 신체 접촉을 했다는 제보가 있었다.문제는 아랫집과 윗집 사건 당사자 모두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기사화하기 매우 꺼려진다. 지면에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기는 순간 이웃 간 감정의 골이 더욱 깊게 파일 것이 뻔하다.층간소음 등 이웃갈등 해결 규정이 필요하다. 직접 찾아가 화를 내지 못하게 하면 이웃 간 칼부림은 안 나겠다. /손성배 사회부 기자 son@kyeongin.com손성배 사회부 기자

2019-11-05 손성배

[노트북]최저임금 못받는 근로자 정부가 돌아봐야

지난 23일 평택항 8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이나 적체 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을 받고 있다며 준법 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평택항에 소재한 회사 사무실 앞에서 근무 시간 전과 점심시간, 퇴근 시간을 활용해 일주일 째 사측에 올해 최저임금 8천350원을 적용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못한 채 수개월째 전년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자 지난 6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회사와 정식으로 교섭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사측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사원들에게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측은 원청에서 최저임금 인상분만큼의 도급비가 올라야 직원들에게 적법한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은 실태 파악에 나서 현재 관련 내용을 조사 중이다.최저임금 문제는 올해 국감에서도 다뤄졌다.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에 따르면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2015년 1천432곳에서 지난해 2천21곳으로 매년 증가했다. 또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간호조무사 중 21.1%는 복리후생비 삭감 등으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정부가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등 영세 소상공인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정부가 추진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근로자가 상당하다는 사실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최저임금은 지난해 7천530원으로 전년대비 16.4% 증가한 뒤 올해에는 8천350원으로 10.9% 급상승했다. 내년 최저임금은 8천590원으로 올해보다 2.9% 올랐다. 최근 3년 사이 최저임금은 30.2%가 상승했다.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세우고 최저임금 인상에 힘을 쏟고 있지만, 동시에 근로 사각지대에서 최저임금마저도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원근 사회부 기자 lwg33@kyeongin.com이원근 사회부 기자

2019-10-27 이원근

[노트북]고성도 공방도 없었던 경기도 국정감사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세 속 어렵사리 치러진 경기도 국정감사는 첨예한 쟁점 없이 다소 부드럽게 마무리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조차도 마지막 인사말에서 "살살 다뤄주셔서 감사하다"고 했을 정도였다. 고성도, 치열한 공방도 없었다.이 지사가 도청에서 진행된 국감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성남시장으로서 한 번, 도지사로서 두 번이다. 앞선 국감에선 두 차례 모두 그를 둘러싸고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굽히지 않고 맞받아치는 이 지사의 모습도 한몫을 했다.2014년 판교 환풍구 사고 이후 성남시장으로서 경기도 국감에 출석한 그는 "국민들이 다 보고 있는 자리에서 웃었다"는 조원진 의원의 지적에 "기가 막혀서 웃었다"고 응수했다. 국감 증인의 발언으로 쉬이 나올 수는 없는 말이었다. 지난해 도지사로서 치렀던 첫 국감에서도 제소 현황을 요구하는 보수진영 측에 "국감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맞섰고, 급기야 4년 전 그와 '웃음 공방'을 벌였던 조 의원이 "의원하면서 수감기관 증인이 서류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이 지사의 가족 문제 관련 녹취 파일을 틀겠다고 으름장을 놔 국감이 파행되기도 했다.올해 국감에선 의원들도, 이 지사도 차분했다. 답변 역시 비교적 간결했다. 개인사에 대한 질문에도 "오해", "제가 아는 것과 다르다" 정도로만 짧게 답했고 과거 SNS 발언의 적절성 지적에는 "과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평소의 소신을 힘 있는 어조로 조목조목 밝히고 공세에는 더 크게 맞불을 놓는 '투사'의 모습은 적어도 이날 국감에선 없었다. 도백으로서의 관록이 더해진 터일까, 몰아치는 일에 힘이 빠진 터일까.지난해 도지사 선거운동 마지막 날 이 지사는 지쳐있었다. 그럼에도 잠긴 목에서 쥐어짜듯 내는 목소리엔 왠지 모를 힘이 실려있었다. 당선무효 위기 속 돼지열병 사태 등으로 도정마저 녹록지 않다. 그의 표현처럼 '전쟁' 같은 나날이지만 이 지사 특유의 기개마저 지워지게 될까, 유독 차분했던 국감이 괜히 헛헛하게 느껴졌다. /강기정 정치부 기자 kanggj@kyeongin.com강기정 정치부 기자

2019-10-20 강기정

[노트북]팔달재개발 분양 '떴다방' 극성… 지자체 나설때

수원지역 부동산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매교역 일대 재개발사업이 십수 년 만의 분양을 앞두고 있다. 총 1만2천여세대 대단지인 데다가 분당선 역세권과 GTX-C 노선(수원역) 수혜까지 더해져 최적의 입지를 자랑하는 만큼 이미 재개발 입주권의 프리미엄만 3억원에 달한다.웃돈만 수억원이 붙었지만, 각종 개발 호재 탓에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지역 부동산 업계의 전언이다.이렇다 보니 앞서 지난해 5월 수원 정자동 KT&G 부지에 분양한 '화서역 파크 푸르지오'와 '수원역 푸르지오자이' 때 등장한 무등록 중개업소, 자격증 대여업소, 무자격자 중개 행위 등 불법 행위가 암암리 성행 중이다.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를 닮은 이른바 '떴다방' 무리는 자격증 없이 일반 공인중개사들을 끼고 단기간 영업을 하며 억대 수수료만 챙겨 떠난다.결국 이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는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개업공인중개사뿐 아니라 고객들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행정관청의 단속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하지만 매교역 일대 개업공인중개사 수십명은 지난달 행정관청보다 먼저 근절 활동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이들은 자발적으로 '클린부동산회'를 만들었고, 부동산 계약 시 유의해야 할 사항을 현장에 나와 시민들에게 안내하는 등 '클린중개 자정결의' 가두캠페인까지 펼쳤다. 이날 이들은 부동산 계약 때 ▲개업공인중개사와 계약 ▲공부상 소유자 및 관리관계 확인 ▲모든 거래금액은 매도인 또는 임대인 계좌에 입금 등의 사항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이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캠페인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루빨리 행정관청에서도 대대적인 전수조사와 적극적인 단속 활동에 나서주길 바란다. /이상훈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sh2018@kyeongin.com이상훈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2019-10-16 이상훈

[노트북]'소년범 처벌 강화' 다섯번째 국민청원

청와대는 갈수록 흉포화해지는 청소년 범죄를 줄이는 대책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지금까지 네 차례나 답변했다. 그러나 아직 눈에 띌만한 청소년 범죄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 답변뿐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소년범을 엄하게 처벌해 달라는 '다섯 번째 국민청원'이 최근 20만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청원은 SNS에 그 영상이 공개·공유되면서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 '수원 노래방 폭행사건'(06년생 집단 폭행사건)이다. 이 사건의 가해자들은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으로 형사처벌은 받지 않도록 법은 규정하고 있다.수원 노래방 폭행사건 관련 국민청원이 청와대 답변 대상으로 채택된 직후, 지난해 인천에서 일어났던 '중학생 집단폭행 추락사 사건' 가해자들의 항소심 선고가 있었다. 주범 격이던 15세 A군이 피해자 유족과의 합의 등을 통해 감형받았고, 나머지 10대 3명은 1심에서 받은 형량을 유지했다. 이들은 모두 최근 대법원에 상고했다. 한때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청소년 강력범죄인데, 2심 때 형량으로만 따진다면, 가해자 중 일부는 빠르면 내년 여름에 출소할 요건이 된다.청소년 범죄의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국민청원은 2017년 9월 청와대의 '제1호 청원 답변'으로 많은 관심이 쏠렸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직접 답변했다. 실질적 보호처분을 강화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내용이 조 장관의 답변이었다. 이어진 2차, 3차 청원 답변에서도 '피해자 보호 강화' 등 대책을 제시했으나 잔혹한 청소년 범죄는 또 터졌다. 4차 청원 답변에서야 "현행법과 국민의 법감정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또다시 국민적 공분이 다섯 번째 청와대 답변을 이끌었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범죄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는 건 너무 원론적인 얘기다. 법과 제도 전반을 꼼꼼히 분석해 국민들이 원하는 답변을 해주고, 실행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9-10-13 박경호

[노트북]김포도시철도와 김포택시

머지않아 인구 50만 돌파가 유력한 김포에는 대학병원이나 백화점, 제대로 된 시외버스터미널 등이 없다. 상당수 외지인은 김포를 '강화도 가는 길목' 정도로 생각한다.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김포는 이처럼 대도시의 면모와 아직 거리가 있다.이 때문에 김포에는 선거철마다 백화점 등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이 단골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 같은 인프라 건립은 어디까지나 개인 사업자의 의지에 걸린 문제로, 정치권이나 지자체에서 노력을 기울인다고 성사될 일이 아니다. 가까이 서울 강서구와 일산지역에도 수요가 풍부한 상황에서 사업자들이 김포시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림도 없다.정치권과 지자체 차원에서 노력할 수 있는 인프라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도로와 철도다. 도로가 뚫리고 철도가 놓이면 사람과 물류가 통하고, 사람과 물류가 통하면 앞서 언급한 개인 사업자들의 인프라도 자연스럽게 들어서기 마련이다. 이때 도로와 철도는 '인프라'보다는 '시스템'으로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다.서울과 고양 등 인근 대도시와 다르게 그동안 김포에서는 도로 위를 달리는 빈 택시를 보기 힘들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택시 승차장도 유명무실했다. 택시 한 번 타려면 '콜'을 부르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운전기사에게 이유를 물으니 "승객이 꾸준히 발생하는 장소가 드물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빈 택시로 돌아다니면 연료비용이 감당 안 되고, 그렇다고 오지도 않을 손님을 승차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수도 없지 않겠느냐며 고충을 토로했다.그런데 지난 9월 28일 김포도시철도가 개통한 이후 택시생태계에 변화가 왔다. 역사에 택시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최소한 도시철도 역사 근처에 가면 택시를 탈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는 건 이제 시간문제다. 시민들이 아무리 민원을 제기해도 소용없던 택시승차 문제가 도시철도라는 인프라 구축으로 자연스럽게 해결되어 가는 것이다. 시스템(도시철도)이 개인 사업자(택시)를 움직이게 한 사례로 향후 정책 추진에 참고해볼 만하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

2019-10-10 김우성

[노트북]안병용 시장군수협의회장 '다시찾은 지갑'

'잃어버린 지갑을 다시 찾다'.안병용 의정부시장이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장으로 취임한 직후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의 제목이다. 아마도 1년 전 협의회장에 내정됐다가 석연치 않게(?) 염태영 시장에게 자리를 내줬던 것의 뒤끝을 그렇게 표현했던 것으로 안다. 안 시장은 지난해 6월 협의회장으로 내정돼 소감까지 밝혔다가, 일부에서 제기된 절차적 문제로 비밀투표 끝에 염 시장에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안 시장은 염 시장이 올해 전국협의회장에 선출되면서 직을 사임하자 다시 추대됐다.잃어버렸던 지갑을 다시 찾았을 때의 반가움과 애틋함 때문일까? 그가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장이 되고 나서 시군과 경기도 사이의 기류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이재명 지사와 정치적 라이벌로 꼽히며 잊을만하면 갈등설이 나오곤 했던 전임 협의회장과 달리, 안 시장은 중앙대 동문인 이 지사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사석에선 형동생으로 지낼 만큼 대화가 잘 통하는 데다 일에 대한 열정도 자타가 공인하는 두 사람이다 보니 현안 협의도 한결 쉽다는 게 공직사회의 전언이다.실제 안 협의회장 취임 후 경기도와 도교육청, 각 시군 사이 이견이 팽팽했던 고교무상 급식과 어린이집 운영비 지원사업의 예산 분담 논의가 합의점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안 협의회장은 취임 후 도지사와 도교육감을 차례로 만나 고교 무상급식 예산의 5%를 추가 부담해줄 것을 요청했고, 도는 이를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어린이집 운영 지원금 예산과 관련해서도 안 협의회장은 "오는 18일 협의회 회의에서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일정 부분 타협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보였다.1년 만에 제자리를 찾아간 안 시장은 전보다 확연히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협의회장으로서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권은 물론 국회나 세종시 일정이 부쩍 많아진 탓이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에게 응원을 보낸다. 그대가 찾은 지갑 안에 있던 것이 돈이 아니라 날개이길 바란다. 더 큰 이상과 목표로 더 높이 날 수 있는.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doran@kyeongin.com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2019-10-07 김도란

[노트북]인천공항, 공항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전 세계가 공항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외에서 늘어나는 항공 수요를 잡기 위해서다.특히 아시아는 전 세계에서 항공 수요가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는 지역이다.인천공항은 2001년 개항 후 빠르게 성장하면서 세계 수준의 공항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국제여객 기준 세계 5위, 화물 물동량은 세계 3위를 차지했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12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최고임을 입증했다.인천공항이 글로벌 공항으로서 위상을 유지하거나 높이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중국은 지난달 베이징 신공항인 다싱공항을 개장했다. 연간 1억명의 여객이 이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싱가포르, 두바이 등도 경쟁적으로 공항을 확장하고 있다.공항 경쟁이 심화되면서 인천공항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인프라 확장을 위한 4단계 건설사업,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관광·물류·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공항경제권' 조성 사업 등이다.인천공항의 인프라 확장은 세계 공항과 경쟁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공항경제권은 조성되면 국가의 신성장 동력으로서 일자리 창출과 함께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만으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정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정부는 인프라 확장뿐 아니라 네트워크 확대 등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인천공항이 공항으로서 위상을 높이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많은 국가·도시와 연결돼 있어야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이 많아진다. 국가의 대외 경쟁력과도 연결된다.국내에서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 등 인천공항의 네트워크를 약화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지방 공항 건설과 활성화 등은 필요할 수 있다.하지만 인천공항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은 국가 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스럽다. 인천공항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계와 경쟁하는 '국가대표 공항'이다. /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2019-10-06 정운

[노트북]뮤지엄, 변화가 필요할 때

얼마 전 한 기업이 진행한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예술의 전당에 방문한 적이 있다. 이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작품도 작품이지만,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었다. 이날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은 마치 놀이동산에서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듯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동안 많은 박물관, 미술관을 찾았지만 이렇게 입장권 구매부터 전시 관람까지 줄을 지어 관람하는 것은 꽤 놀라운 광경이었다. 특히 유명 작가의 전시가 아닌 한 기업의 그동안의 기록을 보여주는 전시에 많은 사람이 모였다는 것 자체가 인상 깊었다. 아마 사람이 많이 모였던 건 주말인 영향도 있었을 테고, 예술의전당이라는 네임 밸류의 힘, 관객의 흥미를 이끄는 다양한 전시 진행 등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경기도 내에도 많은 뮤지엄이 해마다 다양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이 뮤지엄들은 전시뿐만 아니라 교육, 신진 예술가 발굴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과 지원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미술관처럼 늘 많은 관람객이 방문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전시 수준이 낮은 것은 결코 아니다. 해마다 관람객 눈높이에 맞춘 전시를 선보이고 있지만, 이 같은 풍경을 기대하기는 조금 어렵다. 뮤지엄들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부족한 탓도 있고, 공익을 목적으로 하다 보니 젊은 감각이 담긴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는 데 한계가 있어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을 수도 있다.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최근 트렌드에 맞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젊은이들의 뮤지엄 방문이 늘면서 이들을 유입하기 위한 전시와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술관은 젊어졌고, 방문 관람객 수도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많은 뮤지엄들도 변화가 필요하다. 관람객의 눈과 수준이 트렌드에 맞춰 점점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에 발맞춰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도내 뮤지엄들에 대한 이미지도 새롭게 심어지지 않을까. /강효선 문화체육부 기자 khs77@kyeongin.com강효선 문화체육부 기자

2019-10-03 강효선

[노트북]'군포 100인 위원회'에 거는 기대감

10월의 첫날 군포시청에서 '새로운 군포 100년 종합계획' 수립에 관한 시민공청회가 열렸다. 도시의 백년대계를 준비 중인 군포시가 이 과정에 시민들의 의견을 담아내고자 마련한 자리에는 평일 낮임에도 많은 시민이 참석했다. 앞서 지난 7월 말 열린 군포도시공사 설립 관련 주민설명회 때도 시민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당시 현장의 한 시민에게 어떻게 오게 됐냐고 묻자 '우리 동네 일인데 당연히 궁금하지 않겠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당연한 대답이다. 시민들이 달라졌다. 내가 사는 지역이 어떤 방향성을 갖고 어떤 정책을 펼치는지 궁금해한다. 투표권 행사를 통해 대표자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각자의 의견을 적극 피력한다. 그래야 기존의 관행과 탁상행정에서 벗어난 참신한 정책이 만들어지고, 무엇보다 투명한 시정 운영이 가능해질 거라는 믿음에서다.'시민 우선 사람 중심'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민선 7기 군포시는 이 같은 시대적 흐름과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년간 열린 수많은 공청회와 주민설명회, 원탁토론회 등이 이를 방증한다. 지역 대표 축제인 군포철쭉축제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주를 이뤘고, 지난 5월에는 고질적 민원인 주차문제의 해결을 위해 공무원과 시민들이 세 차례나 머리를 맞대며 대안을 도출해 냈다. 최근에는 학교 환경개선사업 지원 대상을 점검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 일반 학부모들을 참여케 했으며, 일반 청년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청년정책위원회를 발족해 실효성 있는 청년 정책의 탄생을 예고하기도 했다.한대희 군포시장의 대표 공약이자 시민 협치 행정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100인 위원회'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1년여의 준비 끝에 곧 출범을 앞둔 100인 위원회가 민·관 협치의 모범사례로 거듭나 군포의 새로운 브랜드로 자리 잡을지, 전시 행정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애물단지가 될지 지금부터 지켜볼 일이다. /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homerun@kyeongin.com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2019-10-01 황성규

[노트북]이재명의 목소리

그날 이재명 후보의 목소리는 떨렸다. 2018년 6월 12일 수원시 인계동 마라톤빌딩 지하에는 2주간의 전쟁 같은 선거를 함께 치른 선거 운동원, 이 후보자의 열성 지지자까지 수백 명의 사람이 운집했다. 캠페인을 끝내고 모인 사람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 차지하는 살 냄새, 땀 냄새로 진동했다.인파 사이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걸어 나왔다. 흰 와이셔츠의 소매를 걷어붙인 그는 두 팔을 들어 환호에 응답하곤 마이크를 잡았다. 캠페인 초반 또랑또랑했던 목소리는 잠겼고, 말끝마다 갈라져 쉰 소리를 냈다. 눈빛만은 형형했다.선거 내내 그의 선거 현장을 누비며 수십 번 이상 연설을 들었지만, 그 날의 연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재명 후보는 "정치인은 머슴이다. 국민이 선택하는 것이다. 국민이 선택해주지 않으면 별 수 있겠냐"고 운을 뗐다.이어 "시켜주면 일을 하는 것이고 아니면 말고"라고 말했다. 선택을 받지 못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도 같았다. 그의 목소리를 듣던 수행원이 기둥 뒤에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봤다."그래도 됐으면 좋겠죠? 오늘 밤까지 주위에 알리자,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선거 운동원과 지지자를 달랠 땐, 좌중에서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했다.연설 바로 이틀 전인 10일 이재명 후보와 염문을 일으킨 여배우가 공중파 방송에 출연했다. 다 이겼다고 생각한 선거판은 여론조사를 공표할 수 없는 '블랙아웃' 속에서 더욱 큰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의 선거 마지막 연설은 바로 그런 배경 속에서 나왔다.마지막일 것만 같았던 '위기'는 그가 도지사가 된 이후에도 계속됐다. 조폭 논란을 거쳐 치욕스런 신체 검증을 거쳤지만 끝이 아니었다. 검찰은 죄를 물어 그를 법정에 세웠고, 한 차례의 승리와 한 차례의 패배 끝에 최종심만을 남겨두고 있다.승부사 이재명은 지난해 국민의 선택을 받아 정치 무대에 살아남았다. 이번 승부는 법원의 판단에 달렸다.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경기도의 눈과 귀 모두 12월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신지영 정치부 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정치부 기자

2019-09-30 신지영

[노트북]ASF확산 신뢰잃은 정부, 여지있는 모든 방역 필수

파주에서 시작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연천과 김포에 이어 인천 강화군으로 확대되면서 방역 당국을 비롯해 양돈 농가, 국민까지 울상이다. 자칫 전국으로 확산될 경우에는 우리 양돈 산업의 피해는 천문학적으로 커지고, 공급 부족에 서민들마저 먹거리를 잃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이미 국내 돼지고기 가격은 이를 반영하듯 급등세다. 지난 28일 기준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당 5천657원으로 전국일시이동중지 조치가 내려지기 전 직전 거래일인 26일(4천289원)보다 31.9% 뛰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35.4%, 1년 전보다는 15.2% 각각 올랐다.정부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돼지 사육 수가 1천228만마리로 예년 대비 13%로 많고 수입도 24.2% 높은 31만3천t에 당장의 수급은 이상 없다지만, 시장은 불안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ASF를 앓는 중국이 전 세계의 돼지고기를 사실상 싹쓸이 하면서 수입 가격은 갈수록 높아지고 국산 돼지고기까지 수급이 불안한데 정부는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만 말하고 있어서다.앞서 정부는 차단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지만 결국 우리나라도 ASF 발병국이 된 것처럼 정부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이다.정부의 발표를 양돈가뿐 아니라 전 국민이 믿기 위해서는 이렇다 할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모든 시도는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확산 방역에 사활을 거는 것은 기본이고 이제라도 원인의 하나로 추측되는 야생 멧돼지에 대해서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확산 추세를 보면 북한에서 넘어온 야생 멧돼지뿐만 아니라 국내에 있던 개체들까지 감염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또한 남북 공조 방역도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 열악한 북한의 방역 시스템을 우리 정부가 마냥 손 놓는다면, 당장의 국내 확산은 막을 수 있겠지만 언제 또 북한에서 ASF 바이러스가 넘어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여지가 있는 것에 대한 모든 차단은 필수인 셈이다. /황준성 경제부 기자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경제부 기자

2019-09-29 황준성

[노트북]'매립지 관급토사 부정유통' 적극 수사해야

수면 위로 드러난 '수도권매립지 반입 관급토사 전표 환치기 사건'에 대해 이제는 수사기관에서 적극적인 수사가 요구된다. 일부 운송업체가 매립지로 반입 승인이 난 전표를 통해 발주처로부터 나오는 운송비(㎥당 2만1천~2만3천원)를 챙겨왔기 때문이다. 양 기관의 협약 물량으로 볼 때 운임료만 연간 60억~1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전표환치기를 통해 빼돌려진 운송비 환수는 당연한 것이다. 특히 운임료를 예산으로 부담하기보다 저렴한 흙값(25t덤프트럭 기준, 2만원)을 지불해 매립지를 관리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더 큰 이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매립지로 들어온 폐기물의 가스 발생과 악취 등을 막기 위해 매립 이후 5시간 내 토사를 덮어 다지기 작업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폐기물을 매립한 뒤에도 매립 공간을 다시 활용할 수 있다. 이때 관리공사는 매립에 필요한 토사를 예산 절감 차원에서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공급받기도 한다. 관급 공사장에서 나오는 토사(관토)를 수도권 매립용 토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공사에서 나온 토사를 처리해야 하는 공공기관들도 토사 처리 비용이 따로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하지만 관토가 관급공사장에서 수도권매립지로 운반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환치기 수법이 나왔다. 토사 운반 업체들은 공사 정보 등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는 틈을 노려 전표를 사적으로 유통, 일반 공사장에서 나오는 토사를 관토로 둔갑시켜 매립지로 반입시키고 운임료를 챙겼다. 운송업체들은 발주처에서 발행되는 전표를 임의로 활용해 공사명과 차량 번호 등 주요 정보를 허위로 기재해 관계 기관의 감시망을 벗어났다. 또 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날에도 해당 공사장의 토사가 수도권 매립지로 반입되는 날도 있었다. 국가적 손해에 따른 국가적 대응이 시급한 이유다. /이원근 사회부 기자 lwg33@kyeongin.com이원근 사회부 기자

2019-09-26 이원근

[노트북]결국 무산된 인천~제주 카페리 운항 재개

세월호 참사로 끊겼던 인천~제주 바닷길을 다시 이으려는 시도가 무산됐다. 인천~제주 항로 카페리운송사업자로 선정된 대저건설이 사업권을 반납했기 때문이다.대저건설은 애초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을 이용하는 한중카페리가 신국제여객터미널로 이전하면, 이곳을 모항으로 인천~제주 카페리를 운항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대저건설은 이 항로에 투입할 '오리엔탈펄8호(2만4천748t)'를 사업자 선정 이전 중국 선사로부터 빌려왔다.하지만 신국제여객터미널 개장이 지연되고 있는 탓에 운항 재개가 애초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대저건설은 어려움을 겪었다. 오리엔탈펄8호의 용선료는 하루 1천600만원이고, 선원 임금까지 포함하면 매일 2천만원 상당이 지출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 운항 재개가 지연되면서 선사가 손해 본 금액은 200억원에 달하며, 내년 6월께 운항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300억원 이상의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게 대저건설의 설명이다.인천~제주 카페리 운항 재개가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제주와 수도권 지역을 오가는 화물을 운반하는 사람들은 현재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카페리 운항이 중단된 이후 인천~제주 항로에는 5천900t급 화물선이 운항하고 있으나, 화물차만 이용할 수 있어 화물차 운전기사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지역 화물을 전라남도 목포나 완도까지 여객선으로 옮긴 뒤, 육로를 통해 수도권으로 운반하고 있다고 한다. 인천~제주 뱃길을 이용하는 것보다 육로로 운반하는 경로가 길어지다 보니 물류비와 시간이 더 많이 든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인천~제주 카페리는 배를 댈 장소를 찾지 못해 운항이 무산됐다. 세계 50위권 항만인 인천항에서 카페리가 이용할 선석 하나 구하지 못해 배를 운항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천~제주 카페리 운항을 담당하는 기관에서는 사업자가 선정된 이후 1년여 동안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은 이유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2019-09-22 김주엽

[노트북]'취향 고백'

'젊은 꼰대'라는 말이 있다. 자기 경험을 중시하고 타인의 사생활을 지적하는 사람을 뜻한단다. 한 포털에서 조사한 결과 직장마다 20%의 꼰대가 있고, 그 중 2030의 '젊은 꼰대'가 새로 떠오른다고 한다.나도 '젊은 꼰대'다. 고백하자면, 이따금 사람들의 옷차림을 지적하고 싶은 유혹을 참기 힘들 때가 많다. 지난 여름 기업들은 물론, 경기도와 각 시군에서 반바지 입기를 권했다. 반바지는 운동복쯤으로만 보는 나는 간혹 마주하는 반바지 차림의 남자 직장인들을 보면 당혹감마저 들었다.하지만 반바지를 입지 못하게 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할 순 없다. 직장인들에게 반바지를 판매할 수 없도록 법 제정을 청원하지도 않았다. 어디까지나 '내 취향'이니까.처음 회사에 들어와 기사를 쓸 때 배운 것 중 하나가 '취향 고백'을 주의하라는 것이었다. 취향을 사회의 기준처럼 제 멋대로 확대치 말라는 경고였다.그러나 최근 경기도의회 '성평등 기본조례' 폐지 촉구 주장을 듣자면 특정집단의 '취향'을 법안에 담겠다는 얘기같이 들린다. 조례는 성평등위원회 설치를 지원하는 내용이지만, 단지 '양성'이 아닌 '성'을 썼다는 이유로 어디에도 명시되지 않은 동성애 프레임이 씌워져 비난받고 있다. 동성애자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혐오하는 것도 개인의 취향이지만, 한 데 모여 입법활동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단 한 글자만 가지고 '남자 며느리'나 '성전환자의 여성 스포츠경기 참여 가능' 등을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1950년대 영국은 화학적 거세를 할 정도로 동성애를 막으려고 했지만, 컴퓨터의 아버지 엘런 튜링을 잃기만 했지 막지 못했다. 반대로 조례 하나로 동성애를 확산할 수 있을까.도와 도의회의 해명에도 조례가 성의 개념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라는 일부 종교단체의 표어가 순수성을 의심받는 이유다. 어디까지가 '취향 고백'이고 어디까지가 '신앙 고백'일까. 매일 도의회를 지나며 나누기, 빼기를 반복한다. /김성주 정치부 기자 ksj@kyeongin.com김성주 정치부 기자

2019-09-19 김성주

[노트북]의정부시 'THE G&B 프로젝트' 성공하길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사는 지역을 평가하곤 한다. 어떤 도시는 주민 편의시설이 많아 살기 좋다는 소리를 듣는가 하면, 어떤 도시는 교통망이 잘 발달해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려한 자연환경 덕에 사람이 모여드는 도시도 있다. 이처럼 지역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고, 때로는 주관적이다. 도시의 가치를 평가하는 여러 항목 가운데 요즘 의정부시는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도시 곳곳에 꽃과 나무를 심고, 미관을 가꾸는 데 행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정부형 도시 녹화 사업인 'The G&B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초록의 'Green'과 아름다움을 뜻하는 'Beauty'의 앞글자를 딴 사업의 명칭처럼 푸르고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다.안병용 시장은 출장차 방문했던 해외의 한 지자체에서 사업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눈만 돌리면 꽃과 나무가 있고, 잘 정돈된 거리의 모습을 보면서 도시의 외관을 가꾼다는 건 주민을 위한 일인 동시에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그의 구상처럼 'The G&B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가동할 경우 시의 경관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마을의 자투리 공간과 관공서 주변, 도로와 하천 주변이 모두 꽃과 나무로 채워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꽃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사람에게 미치는 심리적 안정감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공원과의 거리가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단지 내 녹지 비율이 아파트를 대표하는 홍보 포인트가 될 정도로 생활 속 자연환경의 중요성은 커졌다. 꽃과 나무를 통해 도시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정부시의 시도가 성공하길 바란다. 또 그것이 오랜 시간 각종 규제로 고통을 받은 지역 주민에게 치유와 보상이 되길 기대한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doran@kyeongin.com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2019-09-17 김도란

[노트북]철탑 위에서 추석연휴 보낸 한 해고노동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추석. 한 한국지엠 해고노동자는 따뜻한 고향집이 아닌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앞 9m 높이 철탑 위에서 추석을 보냈다. 철탑 위에서 명절을 보낸 사람은 한국지엠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이영수씨. 그는 지난해 말 부평2공장의 2교대 근무제가 1교대로 축소되면서 해고됐다. 자신을 포함한 한국지엠 해고노동자 46명의 복직과 한국지엠의 불법파견 근절을 주장하며 지난달 철탑 위에 올라섰다.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이영수씨 외에도 해고노동자 일부는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명절은 항상 걱정이 많은 시기였다고 한다. 명절 때마다 인력 축소 등 구조조정 관련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항상 안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지엠이 지난해 설을 이틀 앞두고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하면서 많은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명절을 보내야 했다.추석이 지났지만, 한국지엠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이 바라는 복직과 불법파견 근절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해고노동자들은 한국지엠 부평2공장이 다시 2교대 근무제로 전환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복직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측에서 복직에 대한 계획을 밝힌 것은 없다. 불법파견 문제 역시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에서 지난해 6월 수사를 시작한 이후 1년을 넘기며 장기화하고 있다.한국지엠 측은 불법파견 등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복직 등은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조는 한국지엠의 불법파견을 생각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히려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다며 복직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불법파견 문제가 정리돼야 지금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 인천북부지청과 검찰은 장기화하고 있는 한국지엠 불법파견 수사를 서둘러 끝내고 결론을 내야 한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9-09-15 김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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