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수요광장]국감장의 '수준 미달·품격 실종' 제발 사라져야

여야간 정쟁과 날세운 공방 '여전'정책·현안에 대해 유치한 질문호통·삿대질 등 '망신주기' 일관피감기관 무성의한 답변도 '눈살'허용범위 정할 매뉴얼 마련 시급지난달 29일 막을 내린 국정감사는 많은 숙제를 남겼다. 이번 국감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지난 1년여 문재인정부는 국가 체질의 기본기를 다지는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이에 대한 진지한 점검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정책들이 어디를 향하고, 또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국민적 관심사가 높았던 것이다. '포용국가'를 지향하는 문재인정부의 협치와 통합에 거는 국민적 기대도 컸다. 하지만 이번 국감 현장에서 보인 정치인들의 모습은 실망을 감출 수 없게 했다. 국격이 높아지고 시대가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국감장에서는 실력도, 의지도, 품격도, 성의도 없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세상은 이렇게 빨리 바뀌는데 국감장 모습은 이토록 안 바뀌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여야 간 정쟁과 날선 공방이 여느 때보다 유독 많았다. 일단 상대 당을 비방하는 데 모든 초점이 맞춰진 것 같았다. 정작 날카로워야 할 피감기관의 정책과 현안에 대해선 맥 빠지는 질의가 많았다. 국감이란 행정부에서 하는 일을 국민의 시각에서 점검하고 문제점이 있다면 바로 잡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국민 기대와는 다르게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장면들이 국감장에서 노출됐다. 의원들의 비합리적이고 유치한 질문, 왜곡되고 과장된 공격은 오로지 '피감자 망신주기'가 목적인 듯 보였다. 그나마 2년 연속 '국감 홈런'을 날린 박용진 의원(민주당), 서울시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한 유민봉 의원(한국당) 등 몇몇 유능한 공격수의 활약 덕분에 체증이 조금이나마 풀렸을 뿐이다. 물론 철저하게 준비된 피감 기관장들은 의원들의 공격에도 아랑곳 않고 진솔하게 답변하거나 노련하게 대응하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책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 좋은 평가를 받은 기관도 눈에 띄었다. 이와는 다르게 날카로운 질문이든 무딘 질문이든 '검토하겠다'는 식의 무성의한 답변만 반복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피감기관도 있었다. 국감장에서 저급한 고성이 오가고 상스러운 삿대질이 난무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바뀔 조짐이 안 보인다. 의원들이 피감기관을 죄인 취급하듯 하며 권위적인 태도로 호통치고, 무안 주고, 버럭 화내는 모습은 국민 공감을 얻기 어렵다. 의원들은 피감기관 관계자들에게 질문을 쏟아놓고, 피감기관이 답을 하려 들면 '됐어요'라고 하면서 말을 잘라버린다. '방송 분량 욕심' 때문인지 보좌진이 준비해 올린 원고를 큰소리로 계속 읽어 내려간다. 애당초 피감기관에 답변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바쁜 시간 쪼개 성실하게 준비한 증인이나 참고인들의 답변은 종종 이렇게 무시됐다. 이런 모습을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올해 국감에선 신선한 풍경도 눈길을 끌었다. '책(冊)' 형태의 정책자료집들이 주목을 끌었다. 국감 질의시간은 깊이 있게 정책을 논의하기엔 시간적 제한이 있는데 정책 제안을 통해 피감기관의 개선을 이끌기 위해선 정책자료집을 통한 소통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국감장 풍경이 발전적으로 변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의원들의 날카로운 공격과 피감기관의 성실한 수비 외에도 국감을 둘러싼 또 다른 중요한 축은 언론의 사명과 역할이다. 잘 준비된 의원의 수준 높은 질의와 무성의한 의원의 질의 수준을 구체적인 보도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피감기관장의 능력과 노력을 국민들이 잘 분별할 수 있도록 언론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감시를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언론보도는 확실한 검증을 바탕으로 치우침 없이 공정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합리적인 국감을 위한 시스템 개선과 해서는 안 되는 구체적 매뉴얼 마련도 시급하다. 분명한 문제제기 대신에 막말과 호통으로 망신주기식 국감은 더 이상 안 된다. 이런 풍경은 사라져야 한다. 정책 검증과 현안 문제로 국민적 관심사를 끌어내 국민들에게 흥미를 일깨워야 한다. 국감 진행과 관련해 어느 수준에서 허용 범위를 정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2018-11-13 김정순

[수요광장]장애인스포츠 사회 인식·시설 부족 '풀어야할 숙제'

평창 동계패럴림픽 좋은성적 계기정부, 반다비체육관 150개 건립생체교실 확대등 활성화 계획 밝혀따가운 시선 접고 이질감 없도록변화한다면 함께 누릴 공간될 것지난 3월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패럴림픽이 개최되었고, 많은 국민들의 성원과 열기 그리고 감동이 여전히 우리의 가슴속에 남아있다. 평창의 감동과 환희는 우리나라 장애인스포츠의 또 다른 모습을 만들었고, 대한민국의 장애인스포츠는 두 번의 패럴림픽대회를 통해 큰 변화와 발전을 하였다.우리나라 장애인스포츠는 1988년 서울패럴림픽대회가 개최되기 전까지 국민들의 인식 속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88 서울패럴림픽대회를 통해 우리나라의 장애인스포츠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고, 서울올림픽대회의 역사적 의미와 함께 장애인스포츠의 큰 의미와 변화를 만들었다. 또한 서울패럴림픽대회 이후 장애인 체육을 관장할 전문적인 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한시 기구인 서울패럴림픽조직위원회를 승계한 한국장애인복지체육회가 설립되었으며, 이는 우리나라 장애인스포츠의 발전 기반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패럴림픽대회가 개최되고 30년이 흐른 뒤 지난 3월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패럴림픽대회가 개최되었다. 많은 우려 속에 개최된 동계패럴림픽대회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장애인스포츠 변화와 발전을 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계기로 경기마다 영부인은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매일 같이 경기장을 찾았고, 경기장은 관중들로 가득 찼다. 그러한 열정과 관심에 보답이라도 하듯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대회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은 단체종목 사상 처음으로 파라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하였으며, 크로스컨트리 종목에서는 동계패럴림픽 사상 처음으로 신의현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하지만 장애인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장애인 선수들이 훈련을 할 수 있는 시설 부족 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숙제라고 선수들은 한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한 목소리는 우리나라 장애인스포츠의 큰 변화를 만들게 되었고, 정부는 패럴림픽의 감동이 일회적인 일로 끝나지 않도록 장애인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세우게 되었다. 그리고 5개 권역을 돌며 정책을 실시하였고, 지난 8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장애인체육회는 2025년까지 장애인체육활성화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 중 첫째로,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장애인체육시설을 확대하기 위해 반다비체육관을 전국에 150개를 건립하고, 둘째로 장애인 맞춤형 생활체육 지원, 셋째로 생활체육교실 확대, 클럽활성화 및 장애인 생활체육지도자 배출 등 8가지의 핵심과제를 선정하고 장애인생활체육 활성화 계획을 발표하였다. 특히 반다비체육관은 그동안 장애인들이 지역 체육시설 및 사설 체육시설에서 운동을 하려 해도 장애인 편의시설, 경사로 등 제반시설 등의 부재로 인하여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장애인들을 위해 설립된 체육시설이지만 시설유지를 위한 재정확보와 같은 이유로 비장애인들의 이용률이 높아져 오히려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여러 이유들로 인하여 장애인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고, 종목별·유형별로 특화된 체육시설을 건립하여 장애인들의 체육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전반에 걸쳐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부족한 실정이다. 경제적으로 우리나라는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고, 사회시스템도 다른 선진국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성장하였다. 장애인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어려움을 갖고 있고, 버스를 이용하기도, 지하철을 이용하기도 어렵다. 간혹 뉴스에 나오듯 중증장애인들이 버스를 타려 할 때 탑승을 거부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탑승을 하더라도 다른 승객들로부터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휠체어를 타고 버스를 타려 할 때 버스 기사가 모든 탑승을 도와주고, 휠체어 사용자가 버스를 타려 할 때 다른 승객들은 탑승할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주고 함께 그 속에서 살아감에 대해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 여겨진다. 장애인들만의 특화된 시설이 분명 필요하다 여겨지지만, 만약 우리 사회가 이런 따가운 시선과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변화한다면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유승민 IOC 선수위원유승민 IOC 선수위원

2018-11-06 유승민

[수요광장]수원문학관 건립 심포지엄에 다녀와서

인문학 도시에 부합하는 문인 발굴시민·작가들 교감 '문학의 장' 활용수원의 문학적 자산 수집 연구후세 위한 교육시설로 쓰이길 소망새로운 문학사의 중요한 메카 기대지난 10월 27일 수원에서는 향토 지역문학 발전 방안에 대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그 전날부터 제38차 전국 문인대표자 대회를 진행한 수원문인협회는, 이 대회를 통해 '수원문학이 걸어온 길', '꿈의 도시 수원에 반하다' 등의 동영상과 함께 정조대왕의 수원화성과 수원 문화를 광범위하게 소개하였다. 국내 최대의 문인단체인 한국문인협회에서 수원의 문화적 가치와 위상을 폭넓게 경험하게 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둘째 날 수원문인협회는 125만 인구의 도시 수원에 문학관 하나 없다는 문제의식 아래 심포지엄을 주관하였는데, 이 자리에서는 오세영 시인, 김훈동 시인, 허형만 시인, 윤수천 아동문학가, 권오영 시인, 표문순 시인, 윤형돈 시인 등이 이 의제에 대한 속 깊은 의견들을 나누었다.우리는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를 흔히 정보화 사회라고 부르면서, 이러한 사회에서는 새로운 정보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뒤떨어진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정보를 잘 선택할 수 있는 알맞은 지혜를 갖추지 못한다면, 그 많은 정보들은 무의미한 자료의 더미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다면 수원문학관 건립과 운영은 수원 지역에 산재해 있는 문학적 경험과 정보들을 소상하게 귀납하고 망라함으로써 그 결과를 통해 문학의 가치를 미래 사회에서 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문학이란 하나의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궁극적인 대상으로 다룸으로써 이를 접하고 누리는 이들로 하여금 사회적 존재로 성장하게끔 하는 문화예술의 한 영역이 아닌가. 그 점에서 아무리 영상 매체가 주도적인 예술로 자리 잡는다고 해도, 문학을 통해 경험과 사상을 계발하는 것은 전혀 손상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문학은 인간이 깊게 생각하고 사물을 인식하는 데 매우 필요하며, 언어를 통해 감동과 상상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가 첨단의 정보화 시대에도 문학이 가장 중요한 예술 영역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많은 인구와 깊은 문화 인프라를 갖춘 거대도시 수원에 문학관이 들어서는 것은 퍽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그러한 문화적 바탕 위에서 시인들은 사람들이 어울려 빚어내는 정서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것이고, 작가들은 한 사회를 지탱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인물들 사이의 다양한 관계를 통해 보여줄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문화적 가치를 기억하자고 적극 권유할 것이다. 이러한 판단을 기초로 할 때, 문학의 보존과 대중화의 한 몫을 국가나 지방정부가 떠맡는다는 것은 매우 시의적인 중요성을 띨 것으로 생각되고, 그 점에서 수원문학관의 효용성과 가능성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특별히 수원 지방정부가 문학의 창작과 향유의 저변 확대와 내실화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적극 나서준다면, 개인적 차원의 일로만 여겨졌던 문학의 모든 순환 회로가 더욱 탄탄하고 견고한 구조를 가지게 될 것이다. 결국 수원문학관은 인문학 도시에 부합하는 수원 출신 문인들을 발굴하고, 타 지역단체의 우수한 인문학 향연을 참조하면서, 시민들과 작가들이 교감하는 문학의 장으로 널리 활용하고자 하는 데 그 궁극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이날 행사에는 필자와 함께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장 이현식 평론가도 참여하여 문학관의 적합한 기능과 운영 방안에 대한 경험적 의견을 제출하였다. 어려운 행사를 세련되게 주관한 박병두 수원문인협회장은 이 대회를 개최하면서 인문학의 도시 수원이 한국문학의 한 중심이 되고 나아가 지역문학을 더욱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피력하였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수원문학관 건립과 운영이 문학의 공공성과 교육성을 제고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데 적극 공감하였다. 수원문학관이 수원 시민들의 적정한 합의 아래 진행됨으로써 수원의 문학적 자산을 수집하고 연구하고 활용하여 후세를 위한 교육 시설로 활용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그때 수원문학관은 지역문학의 장을 투명하고도 드넓게 펼치면서, 새로운 문학사를 상상해가는 데 매우 중요한 물리적 메카가 될 것이라고 기대해본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18-10-30 유성호

[수요광장]한 미얀마 외국인노동자의 죽음

출입국단속반에 쫓기다 추락 뇌사한국인 4명에게 장기기증후 사망단속과정서 매년 사망자 나오는데유감 표명·재발방지 대책도 없어이참에 사고없도록 전면 재고해야얼마 전 한 외국인노동자의 미담기사를 보았다. 뇌사상태에 빠져있던 외국인노동자가 한국인 4명에게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내용이었다. 기사에서는 외국인노동자가 왜 뇌사에 빠졌는지는 주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이후 미얀마 노동자의 사망사건에 대해 다른 곳에서 자세히 알게 되었다. 2018년 8월 22일 미얀마인 노동자 딴쩌떼이씨는 경기도 김포의 건설 현장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갔고, 식당에 출입국단속반이 들어왔다. 창문을 통해 달아나려던 미얀마노동자는 8m 아래의 공사현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후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에 빠졌고, 한국에 입국하여 아들을 돌보던 아버지가 결국 장기기증을 선택하게 되었다. 묻혀서 사라질뻔했던 한 외국인노동자의 죽음의 과정이 장기기증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일들이 발견되었다. 목격자와 대책위에 따르면, 추락장소는 정상적인 상태라면 추락하지 않을 장소였다. 추락 후 119에 신고사항도 의문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추락사실을 인지한 이후 바로 신고했다고 했는데, 119신고자는 현장 소장이었다고 한다. 이 단속과정에서 다수의 외국인노동자가 체포되었다고 한다. 사람이 추락하고 사망해 이른 상황에서 구호에 집중해야 될 공무원들이 계속해서 단속에만 매달렸다는 점은 사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또한 병원의 최초 사망진단서에 사망원인이 자살로 표기되어 있던 부분도 진실을 밝혀내야만 한다.외국인노동자가 단속과정에서 죽음에 이른 일은 처음이 아니다. 2006년 4월 17일 경기도 부천에서 단속반에 쫓기던 인도네시아인 노동자 '누루푸아드'씨가 3층에서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그 다음날 사망했다. 이후 법무부의 외국인 단속 및 보호 업무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 이듬해인 2007년 2월 27일 여수 보호소 화재로 보호 중에 있는 외국인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중상을 입은 참사가 일어나게 된다. 다수가 사망하고 중상을 입는 대형 사고를 겪은 후에야 정부는 단속 및 보호 과정에서 안전과 인권보호를 우선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법무부 출입국 단속반에 의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과정에서 거의 매년 사망사고가 나고 있으며, 부상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2010년 10월 29일 베트남 노동자 찐 꽁 쿠안(35)씨가 단속을 피하려다 추락해 사망하는 등, 2008년부터 2018년 현재까지 10명의 외국인노동자가 단속과정에서 사망했으며, 부상자도 80여 명이 넘는다. 대형사고로 많은 인명 피해를 내고, 단속과정에서 매년 사망자가 나오고 있으며, 올해에도 결국 한 젊은 외국인노동자가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거의 매년 사망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그 흔하디흔한 유감 표명도 재발 방지 대책 발표 또한 없다. 이렇게 사망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선대책 발표는커녕 심지어 의견표명조차 없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딴쩌테이씨의 죽음에 관한 의문을 밝히기 위해 발족한 시민사회대책위가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소장을 면담하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거절당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필두로 한국 정부가 외국인노동자를 얼마나 업신여기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가난하고 힘없는 외국인노동자가 아니었다면, 과연 이런 어이없는 무대응이 가능키나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스리랑카 외국인노동자를 화재로 인해 전소된 국가시설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구속시켜려다 국민들의 분노를 산적이 있었다. 자신을 대변하기 어려운 외국인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고 근본적인 문제점들은 은폐시키려 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얀마 노동자의 사망 건과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조사가 진행 중에 있으며, 이 사항과 관련하여 UN인권관련 고위전문가 또한 시민사회대책위와 당시 현장의 목격자를 만나 당시 상황을 청취했다고 한다.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며, 국제적으로도 관심사가 되었다. 진실을 한 점 의혹 없이 밝혀내고, 이참에 다시는 이런 허무한 죽음이 없도록 단속과정 전반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

2018-10-23 이완

[수요광장]시민 모두의 집, 유럽의 사회주택

국가마다 형태와 방식 다르지만비영리조직 공급 주거안정 버팀목생애주기 맞춰 필요한 공간 선택과다한 영리목적 시장형성 안돼집·부동산 이용 사적이익 불가능지난 9월 선진국의 도시재생과 사회주택 현장을 보기 위해 네덜란드(암스테르담, 로테르담)와 독일(베를린)로 연수를 다녀왔다. 마침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아파트와 부동산은 또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사적소유를 압박하는 부동산 정책으로 인하여 주택을 소유권 기준으로 분류해 보면 자가소유 아니면 민간임대와 공공임대로 구분된다. 공공임대의 절대적인 공급 부족으로 인하여 자기 집을 소유할 수 없는 사람들의 어려움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집은 상품화되고 계급화 되면서 차별과 배제의 공간이 되었다. 집으로 인하여 공동체는 철저히 파괴되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최근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사회주택, 공동체주택, 협동조합주택 등이다. 이들은 제도와 정책의 분류기준에 의해 구분되어지지만 쉽게 설명하면, 사회주택은 주거약자를 위해 사회적경제 주체에 의해 공급되는 민간임대 주택, 공동체주택은 관계를 기반으로 주거와 삶의 문제를 협력적으로 해결하는 주택, 협동조합 주택은 주택의 소유권이 개인이 아닌 협동조합 법인에 있는 주택을 의미한다. 사회주택, 공동체주택, 협동조합주택의 공통점은 사적 소유를 넘어 협력적 관계를 통해 주거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택이다.그런 의미에서 네덜란드의 사회주택(social housing)은 개인의 사적소유 대상이 아닌 '시민이 주인인 집'이다. 네덜란드의 임차 비율은 41%로 우리와 비슷하지만 임차가구의 78%가 '사회주택'에 거주한다. 사회주택이 전체 주택의 35%를 차지하고 순수 민간임대는 9%에 불과하다. 게다가 임대료는 상한이 있고, 상승률도 규제받는다. 가구의 약 30%는 평균 임대료의 40%에 해당하는 주거비 보조까지 받는다. 네덜란드 사회주택의 90%가량을 '주택협회'가 공급한다. 1901년 주택법에 근거해 설립된 주택협회는 비영리 단체로, 민간조직이지만 사회적 책임을 강하게 갖는다. 네덜란드 외에 많은 유럽 국가들이 오래전부터 사회주택을 공급해왔다. 오스트리아, 덴마크, 영국 등도 사회주택이 20%에 육박한다. 국가마다 형태와 방식은 다르지만 주택협회, 주택협동조합 등 비영리 조직이 공급하는 사회주택이 국민 주거안정에 큰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로테르담의 슈타트보넨 학생주택협회의 운영방식은 매우 인상적이다. 입주자의 선정, 관리, 운영 모든 면에 있어서 주민의 참여에 의해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민자치 운영을 통해 입주자들의 관계가 증진되고 입주 만족도가 높아지고 운영비도 절감된다.베를린의 1892 주거협동조합은 다수의 주택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100년 이상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고 있었으며, 수만 명에 달하는 조합원의 힘으로 시민들에게 좋은 품질의 지속가능한 주택을 공급함은 물론 일상생활 지원을 위한 다양한 주거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었다.기본적으로 집과 부동산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취하기 힘든 사회구조이며, 사회주택이 주택수요의 상당한 부분을 감당하기 때문에 보통의 대다수 시민들은 생애주기에 맞춰 자신에게 필요한 집을 선택하여 살 수 있다. 당연히 주택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지 않으며, 과다한 영리목적의 민간임대 시장 형성 자체가 불가능하다.결론적으로 그들의 사회주택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단순한 임대주택이 아니다. 차별과 배제의 공간이 아닌 시민 모두가 차별받거나 소외되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시민 '모두의 집'인 것이다. "빚내서 집사라!"가 유일한 주거 대안인 사회에서 도시계획이든 주택정책이든 사람은 안 보이고 모든 것이 집값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내 집을 소유하지 못하는 절반에 가까운 시민들은 2~3년 주기로 더 작은 집, 더 먼 곳으로 떠나야 하는 도시난민의 삶을 살고 있다. 우리의 도시 마을이 집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미래세대인 청년들이 '집' 때문에 결혼과 출산마저 포기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제 우리도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당당하게 살 수 있는 도시와 주택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나의 집, 너의 집을 넘어 시민 '모두의 집'이 필요하다./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

2018-10-16 김수동

[수요광장]'가짜뉴스 뿌리뽑기' 국민적 미디어교육 필요

내용 진위여부 무관 마구잡이 확산왜곡된 인식 심어줄 수 있어 심각 많은 사람들 속아 피해 규모 커팩트 불분명땐 사실인지 확인 필요정보홍수속 견디려면 식별력 키워야미국에서 살고 있는 막내 동생에게서 이른 아침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에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섰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랫동안 지병을 달고 사는 터라 혹시 건강이 더 나빠진 건 아닌지 불안감이 엄습해 초조했다. 이런 내 맘과는 달리 동생은 느릿한 말투로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문재인 대통령 잘 계시지? ○○라는데? 설마 아니지?"라며 우리 가족의 안부가 아닌, 생뚱맞게도 대통령의 안부를 물었다. 아니, 대통령의 측근도 아닌 내게 왜 대통령의 안부를 묻는 것인지 참으로 이상했다. 역시나 어디서 대통령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듣고 본인도 반신반의하면서 확인차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처럼 어디서나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마구잡이로 확산되고 있는 가짜뉴스의 심각성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가짜뉴스에 속아 사건이나 사람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하게 되니 그 피해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어 사회 부작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가짜뉴스는 작성자가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사실과 다르게 고의로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취재원의 잘못된 정보나 오타 등으로 유발되는 '오보'와는 명확하게 구분된다.오죽했으면 국무총리가 나서서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겠는가. 이낙연 총리는 "유튜브와 SNS를 비롯해 온라인에서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면서 "사생활과 민감한 정책현안을 비롯해 남북관계를 포함한 국가안보나 국가원수와 관련된 가짜뉴스까지 나도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엊그제는 정부가 가짜 뉴스 근절을 위한 범정부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가 취소했다. 가짜뉴스는 실제 그 내용의 진위 여부와 무관하게 접하다 보면 각인효과를 유발하기 때문에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더구나 비문서적 형식의 가짜뉴스는 '팩트 체크' 시스템을 통해 확인하기도 어렵다.가짜뉴스 근절에는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가짜뉴스를 이용자들이 가짜인지 아닌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가 대책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논란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외국에서도 사정은 비슷해 가짜뉴스로 여간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미국과 프랑스 등 대선에서 당선이 좌지우지될 정도의 엄청난 파괴력을 보인 가짜뉴스의 위력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것 같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실시한 '국민들의 가짜뉴스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짜뉴스 때문에 진짜뉴스도 못 믿겠다'는 응답자들이 많아 가짜뉴스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일깨워 준다. 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6.2%는 '가짜뉴스를 알고 있다'고 답했는데 가짜뉴스가 무분별하게 소비되고 확장되는 현상과는 상반되는 흥미로운 결과여서 눈길을 끈다. 가짜뉴스가 확산되며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짜뉴스를 식별하는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믿으려는 속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다수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성향과 맞는 정보를 보면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어버린다는 것이다.한 정치권 인사의 가짜뉴스에 대한 따끔한 지적이 눈길은 끈다. 한마디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떠도는 정보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정도로 구체성을 띠고 기사 요건까지 갖추고 있어 식별이 어렵다는 것이다.출처와 팩트가 불분명한 경우 일단 의심을 하고 추가 검색을 통해 사실인지 확인해야 한다. 해외언론을 인용한 기사인 경우 실제로 존재하는 언론인지, 그 언론이 실제 보도했는지 확인하고 일방적 주장이 실리고 논리가 빈약한 경우는 가짜뉴스임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견뎌 내려면 참인지 거짓인지 식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과거 어느 때보다 비판적 사고가 절실해 보인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 미디어를 정확히 알고 미디어에 대응하는 국민적 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2018-10-09 김정순

[수요광장]병역특례에만 집중된 AG, 아마추어 종목에 관심을

어려운 여건딛고 훈련하는 선수들국가 명예·개인 영광 위해 참가납득하기 힘든 허술한 병역법합리적인 기준으로 수정 필요종목간 빈부격차도 해소되길 희망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 축구팀은 일본을 2-1로 꺾고 우승의 감격을 안겨주었다. 야구팀 역시 금메달 획득이라는 멋진 결과를 이뤄냈다. 우승의 기쁨도 잠시 축구, 야구 대표팀 선수들 중 병역 미필자들의 병역특례에 대한 국민들의 논쟁이 뜨겁다.먼저 병역특례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보자면, 체육 분야 병역특례가 최초로 병역법에 규정된 것은 1983년이다. 병역특례라 하면 아예 군 면제를 받는다고 아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다. 병역법 제33조 1항에 의거하여 예술, 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은 현역 군 복무 대신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의무복무 기간 동안 예술체육요원 신분을 유지하는 것으로 병역 의무를 대신하게 된다. 군복무 대신 해당 특기 분야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하게 함으로써 국위 선양에 기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것. 구체적인 기준으로 올림픽대회 3위 이상 또는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자 등이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가 바로 '국위선양'이다. 그렇다면 국위를 선양한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병역 혜택을 주고 있는가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최근 국제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그룹과 아시안게임 시범종목 e스포츠 선수들도 우수한 성적으로 나라의 이름을 알렸지만 병무청의 현 병역법 해석에 따르면 그들은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이에 똑같이 나라의 이름을 알렸으나 누구는 특례를 받고, 누구는 특례를 받지 못하는 형성평의 문제를 지적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나아가 병역특례 자체 존폐에 대한 국민들의 찬반 논란까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번 2018 아시안게임의 병역특례 이슈는 대회전부터 국민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금메달 획득은 기뻐할 일이지만, 야구종목의 경우 다른 국가의 선수들은 모두 아마추어 야구팀에서 선수들을 선발하여 참가하였지만, 한국만 모두 프로선수들로 참가한 부분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컸으며 국민들의 관심 역시 집중되었다.이 같은 논란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만 유별난 것은 아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16강에 들어간 선수들도 병역특혜를 줘야 한다고 국민들의 여론이 일었던 적이 있다. 급하게 법을 개정하여 월드컵 16강 진출 선수들에게 병역특례를 주었다. 하지만 또다시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유로 병력특례를 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일자 다시 그 기준은 없어졌다. 여론에 휩쓸려 이랬다저랬다 하는 병역특례법이 항상 논란의 시발점이라 볼 수 있겠다.사실 우리나라에서 인기, 비인기라는 단어 아래 종목이 분류가 된다. 대다수 아마추어 비인기종목 선수들은 대회 참가로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우승을 통해 개인적으로 엄청난 혜택을 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한국을 대표해 국제무대에 참가하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가진다. 이미 병역면제를 받은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대회에 참가하여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특히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던 패러글라이딩 선수들은 생업도 포기하며 국가의 명예와 개인의 영광을 위해 기꺼이 아시안게임에 참가하였다. 프로종목 선수들은 인기 있는 국내리그나 해외리그 등 좋은 환경에서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지만 아마추어 종목 선수들은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 고된 훈련을 이겨내고 있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많은 메달을 획득하며 우리나라의 이름을 높이는 그들은 충분한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49, 은메달58, 동메달70 종합순위 3위에 빛나는 성적을 거뒀다. 또한 남북단일팀이라는 특별한 이슈도 있었다. 여자 농구 남북 단일팀은 은메달을 수상하였으며, 카누 경기 단일팀은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또한 비록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으나 조정경기에서도 남북단일팀은 뜨거운 감동을 주었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에게 병역 특혜를 주는 것은, 미래가 기대되는 체육인들의 역량을 발전시킬 기회를 주기 위해 꼭 필요하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인재를 키워낼 수 있고, 나아가 국가의 이름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병역 특혜와 관련하여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병역법의 허술한 부분들과 시대에 뒤떨어진 부분들은 분명 합리적인 기준으로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여 앞으로 인기, 비인기종목을 초월한 종목의 대중화를 기대하며 종목간의 빈부격차가 줄어들길 희망한다./유승민 IOC 선수위원유승민 IOC 선수위원

2018-10-02 유승민

[수요광장]분단에서 통일의 상징으로 몸을 바꿀 DMZ

詩 형상화 된 비무장지대 '철조망'우리역사 가장 커다란 아픔 잉태그 공간엔 아름다운 풍경 간직어느덧 남북 화해·협력의 흐름항구적 평화 가져다 줄 유일한 길제3차 남북 정상회담과 그 후속 조치는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와 상호 신뢰회복을 위한 필연적 과정일 것이다. 그동안 남북이 겪어온 전쟁과 휴전, 적의(敵意)와 갈등의 연쇄는 이러한 절차들을 가로막고 있는 물리적 경험들인 터인데, 지금 남북이 함께 계획하고 있는 비무장지대(DMZ) 공동유해 발굴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과정은 이러한 우리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가는 중요한 분기점이자 통일로 나아가는 상징적 의례가 될 것이다.1950년 6월 25일,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난 지 어느덧 7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얼추 셈해보아도 두 세대가 훌쩍 지나버린, 참으로 오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전쟁의 기억도 어느 정도 흐려졌고, 당대적 경험을 가진 이들은 어느새 고인이 되었거나 노년의 연배로 들어섰고, 전쟁을 겪지 않은 '전후 세대'조차 중년이 되었다. 하지만 과연 전쟁은 잊혀져버렸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한반도는 분단의 연장선상에 있고 전쟁의 위협 역시 가시지 않고 있으니, 휴전 상황은 지금도 강한 잠재적 압박으로 다가들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에게 '휴전선'은, 분단을 물질적으로 확인시키는 확연한 표지인 동시에, 언젠가는 허물어져 민족통합을 이룰 한시적인 울타리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전쟁 직후 시인 박봉우는 그 '휴전선'을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동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라고 가열하게 노래한 바 있다. 그는 민족통합을 결정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상징인 '휴전선'에 대한 새로운 접근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반공 이념의 토대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던 시기에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동족 간에 벌이고 있는 살풍경을 이처럼 강렬하게 각인한 시편을 우리는 일찍이 본 일이 없다. 당시로서는 터부시되어왔던 이러한 제재를 형상화한 박봉우는 민족사의 비극을 냉소나 부정의 태도가 아니라, 꽃과 바람 그리고 별과 하늘의 천체적 은유를 통해 표현하였다. 특히 "아무런 죄도 없이 피어난 꽃"이라는 상징 속에는 강대국의 세력 각축과 이념의 싸움의 틈바구니에서 어쩔 수 없이 서로 죽고 죽어야만 했던 시간들이 내포되어 역사적 비극성의 참된 의미가 잘 조형되어 있다. 시인은 분열된 민족의 전체성을 탐구하고 그것을 민족통합에 대한 강한 열망으로 승화시켰던 것이다. 이처럼 전쟁과 휴전의 경험 그리고 그로 인해 생겨난 휴전선은 우리 시사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 영역을 드리운 채 반세기 이상의 시사적 축적을 이루어왔다.이렇게 시인들이 형상화한 '비무장지대'의 상관물은 '철조망'이라는 단애(斷崖)의 모습으로 줄곧 나타났다. 한편으로는 '전쟁'을 지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을 안고 흘러가는 임진강, 새들이 노닐고 꽃들이 피어나는 비무장지대의 광활하고 원형적인 자연, 이들을 배경으로 완강하게 버티고 서 있는 철조망은 우리 역사의 가장 커다란 아픔을 잉태한 둘도 없는 공간으로 등장했던 것이다. 이렇게 분단의 기억을 안고 번져가는 아프고도 아름다운 풍경들을 간직하고 있는 철조망 곧 훼손되지 않은 천혜의 자연으로 존재하는 DMZ는, 한편으로 문인수 시인이 노래한 "비무장지대는 중무장지대"라는 역설을 받아들이면서, 통일의 시점에 이를 때까지 줄곧 민족사의 한복판에 서 있는 역설의 지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언어적 구체가 발화하기 시작한 시점으로부터 70년 가까운 시간을 흘려온 셈이다. 아득하기만 하다.어느덧 우리 피부 가까이 와버린 남북 화해와 협력의 흐름은 민족사의 필연적 귀결로서 이제는 그 역류를 불허할 것이다. 그것만이 항구적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그 후속 조치들이 이러한 열망에 구체적이고도 실효성 있는 형식을 부여해가기를 바란다. 그때 DMZ는 서서히 분단에서 통일의 상징으로 몸을 바꾸어갈 것이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18-09-18 유성호

[수요광장]혐오표현 금지와 일본사회의 대처

'혐한시위' 日 시민사회 대응 활발정부·국회·지자체 대책법 등 마련최근 한국서 벌어지는 상황 암시차별·배제 맞서 대항하기 위해선사회적 연대 강화 등 대비책 필요최근 뉴스와 인터넷 기사에 담긴 댓글을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특정 대상에게 쏟아내는 혐오의 말과 글이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쏟아지는 혐오의 말들을 보다가, 얼마 전 보았던 일본의 혐한 시위가 떠올랐다. "방사능보다, 조선인이 없는 사회를 만들자", "바퀴벌레 같은 조선인을 몰아내자" 재일조선인에 대한 일부 일본인들의 시위를 볼 때마다 가슴이 섬뜩해 짐을 느낀다. 가슴이 뜨끔한 이유는 재일교포와 한국인들을 향한 혐한구호들이, 최근 한국사회에서 소수자들에게 향하는 혐오표현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혐한 및 혐오시위에 대해 활발한 시민사회의 대처가 있고,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이에 대응한 제도변화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와 달리 한국사회의 혐오표현 금지는 크게 후퇴하고 있다. 2017년 충남도 인권조례는 폐지되었고, 부천에서 추진되던 혐오표현금지 조례는 반대세력에 의해 발의조차 되지 못했다. 일본사회가 혐오표현과 시위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일본에서는 2005년 '혐한류'라는 제목의 만화책이 출판되었다. 이름처럼 한국과 한국인을 혐오하는 내용의 책이었다. 이후 혐한기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2007년에는 '재특회'로 불리는 '재일조선인의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이 결성된다. 재특회는 2009년 재일동포 자녀들이 다니는 교토조선제일초급학교 앞에서 혐오시위를 벌였으며, 이후 일본의 극우시민운동단체들과 일본 각 지역에서 헤이트스피치를 쏟아내며 혐오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에 대한 일본사회의 대응이다. 2013년 초부터 혐오시위대보다 더 많은 일본 시민들이 혐오 반대시위를 시작한다. 2013년 6월이 지나서는 혐한 시위대의 열 배인 2천 명에 이르게 되고, 급기야는 한인상가가 밀집한 신오쿠보에서 벌어진 혐한시위대의 행진을 이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저지시켰다고 한다. 일본 시민사회의 대응에 이어, 일본 정부와 국회는 혐오발언 대책법(본방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한 대응의 추진에 관한 법률안)을 2016년 5월 통과시켰다. 처벌규정이 없는 이념법이라는 한계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이 법안에서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에 상처를 입히고 사회에 차별의식을 생겨나게 하는 차별적 언동, 사회로부터의 배제, 권리 또는 자유 제한, 명백한 증오 혹은 차별의식 또는 폭력을 유발하는 것 중 어느 목적으로든 행해지는 것을 혐오발언으로 규정하였다. 또한, 차별해소와 계몽활동 인권 교육 등 노력하는 것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또한 혐오시위와 발언에 제동을 걸고 있다. 2016년 5월 가와사키시에서는 혐오발언 관련 단체의 공원 사용 허가를 불허하였고, 재일교포가 많이 거주하는 오사카시는 혐오발언 규제 조례를 2016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혐오발언에 관한 신고가 들어오면, 전문가 심사를 거쳐 혐오발언을 행한 단체의 이름을 공개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시정권고 한다. 또한, 최근 일본 도쿄에서는 성소수자 및 외국인에 대해 혐오발언을 할 가능성이 있는 단체에 대해 공공장소 사용금지 조례가 추진 중이라고 한다. 혐오발언대책법이 만들어지고 각 지자체가 조례 또는 시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하게 된 것은 일본 시민사회의 노력과 시민들이 행동과 연대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이런 일본의 사례는 최근 부쩍 혐오발언과 시위가 증가하고 기존에 있던 인권조례마저 폐지되고 있으며, 이슬람반대, 차별금지법 반대 그리고 동성애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개별적인 차별받는 소수 당사자의 힘만으로 혐오에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혐오 행위 또는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 자체를 처벌해 이를 범죄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 더불어 사회 전체가 혐오와 차별이 바로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공동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사회를 둘러싼 차별과 혐오에 대항하기 위해 차별과 배제에 맞서며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며 모든 면에서의 대처가 필요하다. 혐오에 대항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

2018-09-11 이완

[수요광장]쓸모 있는 사람

다양한 분야 능력자들 '수두룩'서로 도우며 성장 사회적 기여 확장집단지성 살아있는 '신인류 50+'고립되지 않고 선배로서 역할 중요지금 부족한 것은 돈이 아닌 '신뢰'우리 사무실은 공공(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서 지원하는 코워킹 스페이스에 입주해 있다. 입주해 계신 분들과 틈틈이 근황도 나누며 협력의 기회를 도모하기도 한다. 지난주 같은 사무실에 있는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분이 내게 물었다. "대표님은 앞으로 뭘 하고 싶으세요?" 나는 대답했다. "쓸모 있는 사람으로 나이 들고 싶어요."이제 더 이상 특별히 무엇을 이루거나 되겠다는 성취 욕구는 그리 강하지 않다. 대신 어떤 존재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자주 한다. 나에게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사회적 역할, 명함 없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많은 시간이 주어질 것이다. 그 시기,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내 삶의 질을 좌우할 것이다. 우리의 부모세대, 노년의 꽤 긴 시간을 홀로 지내신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당신의 최대수명을 80으로 예상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덧 훌쩍 80을 넘어선지 오래다. 50대 초반이었던 5~6년 전 집에 놀러 오신 어머니 친구분의 목소리가 오래도록 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이렇게 혼자 오래 살 줄 몰랐어…" 머리 쓰는 일보다는 몸이나 손으로 할 수 있는 일,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일을 찾아 나이 60이 되기 전에 시작해서 몸에 익히고 싶다. 나눔운동을 하시는 분들은 '살아있는 것도 나눔이다'라고 하고, 타임뱅크(비시장경제 영역에서의 봉사활동을 시간적 가치로 환산하여 이를 기록하고 저장, 교환함과 아울러 봉사자와 수혜자의 전통적인 역할 구분에서 벗어나 양자 간의 상호 호혜적인 봉사활동을 지향하는 운동)에서는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라고 말한다. 나도 나눔과 쓸모의 통로로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고 도움이 되는 존재로 살고 싶다. 그렇게 나이 들어 언젠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감사히 그 도움 받으며 이번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 그러나 그 '쓸모'도 결국 관계 속에서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약한 연결의 힘을 믿으며, 새로이 느슨한 관계를 맺고, 기존의 느슨한 관계는 탄탄히 하고자 한다.오늘 우리 공유사무실 대표님 한 분이 유명한 동네 맛집의 꽈배기를 한 박스 사 오셔서 함께 나눠 먹었다. 지난주에는 PC가 말썽을 부렸다. 갑자기 이미지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한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였고 IT컨설턴트에 벤처기업 CEO 경력의 나다. 추정되는 원인에 따라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했음에도 해결되지 않는다. 내 능력을 벗어나는 일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마침 비영리기관의 IT서비스를 지원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의 유능한 엔지니어가 내 옆을 지나간다. "저기요~" 급하게 그를 불러 세운다. 자리에 앉아 잠시 또닥또닥하더니 간단히 문제를 해결했다. 인터넷 브라우저에 깔린 확장 프로그램 문제라고 한다. 문제를 해결하고 대체할 앱까지 추천하여 교체를 했다. 역시 고수다. 이곳에는 정말 다양한 분야에 걸쳐 능력자들이 많다. 연극배우, 영화제작자, 예술가, 메이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IT엔지니어, 홍보마케터, 컨설턴트, 작가, 마을활동가, 여행가, 변호사, 강사, 출판편집인에 이르기까지. 프리랜서 활동을 하는 분도 있고 대부분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단체 등 주로 비영리 또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우리 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나를 포함하여 상당수는 과거 치열하게 각자도생의 삶을 살았던 분들이다. 단절된 관계 속에서 서로가 경쟁하며 자신의 소유를 늘리고자 애써왔을 것이다. 그랬던 이들이 이곳에서 서로 어울리며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한다. 이렇게 형성된 관계를 토대로 서로 돕고 나누며 함께 성장하여 사회적 기여를 확장해 가고 있다. 무기력한 노인이 되기를 거부한 후기 청년, 선배 시민들이다.고령화사회의 신인류 50+. 어쩌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이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삶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50+, 여전히 젊고 건강하고 유능하며 냉철하고 날선 집단지성의 힘이 살아 있다. 이들이 고립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선배 시민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 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부족한 것은 돈이 아니라 신뢰다. 오늘도 난 여전히 이분들께 얻어먹고 도움받으며 살고 있다./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2018-09-04 김수동

[수요광장]힘겨운 8월 '국가위기'와 '독립운동' 정신

한뜻으로 독립운동 기리는 것처럼 지금은 단단히 뭉칠 때다흠집 내고, 끌어내리고, 모함하는비판적 공격보다는 위기극복 위한 진정 어린 마음을 가져야 할 때요즘 우리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부침이 많아 보인다. 당장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으로 애꿎게 새우등 터질까 조마조마한 상황이다. 게다가 북한은 무역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선행 전에는 제재해제가 불가하다며 맞서고 있다.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양측의 날 선 기 싸움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크고 무거워 보인다. '종전선언 연내 달성'을 언급했던 터라 어떤 식으로든 남북미 문제를 풀어내는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처지여서 중압감이 상당할 것 같다.이런 가운데 야권과 언론 등에서는 2분기 소득분배가 10년 만에 최악이라며 연일 비판공세다. '양극화 참사'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소득주도 성장 역주행에 정책 실패라며 맹공이 터지고 있다. 설상가상 역대급 무더위 기후까지 정부의 악재에 일조하는 형국이 돼버렸다. 넘쳐나는 이슈와 혹독한 폭염으로 얼룩진 8월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2주 전 광복절을 떠올리면 큰 위로가 되지만 광복절은 필자에게 항상 가슴이 먹먹해지는 날이다. 아마도 아버지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는 필자가 초등학교 3학년 무렵 돌아가셨다. 너무 어린 나이에 이별한 탓인지 애틋한 추억이 별로 없다. 아버지는 침상에 자주 누워계셨고 무척 엄하셨다. 또래 친구 아버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데다 누워 계시는 아버지가 부끄러워 친구들을 집에 데려온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머니는 항상 아버지를 존경해야 한다고 가르쳤지만 필자는 도무지 그런 마음이 생기지를 않았다. 또 왜 존경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집안 분위기는 어둡고 무거워 가족끼리 웃었던 기억이 거의 없다. 아버지는 독립운동으로 옥고를 치르다가 8·15 해방으로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남은 평생 고문 후유증으로 고생하시다 가셨다. 이런 아버지를 어린 딸이 이해하기란 어려웠다. 오히려 또래 친구 아버지들과 달리 평범하지 않은 분위기의 아버지 때문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 덕분에 혼자서 책읽기를 즐기는 꽤나 어둡고 사색적인 소녀로 지낸 것 같다. 돌이켜보면 아버지의 업적이나 그 가치를 이해하기보다는 아버지의 존재와 부재를 감추고 싶은 약점쯤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여전히 아버지를 잘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우리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신 분이라고. 그래서인지 아버지 기일보다 광복절에 아버지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광복절 행사에 참석한 애국지사 가족들도 필자처럼 가슴 먹먹한 사연 하나쯤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왠지 조금 위로가 된다. 해마다 광복절이 되면 역대 대통령들은 한결같이 약속이나 한 듯 독립유공자의 노고를 치하하며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의 업적을 기린다. 그리고는 끝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달랐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보훈(報勳)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허한 말잔치로 끝맺는 그동안의 광복절과 달랐다. 작년 행사에서는 보훈으로 대한민국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그 약속을 지킴으로써, 국민에게 보훈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 주고 있다. 대통령의 보훈에 대한 의지는 매체의 광복절 기념 방송 수준도 높여 주는 모양이다. KBS 광복절 특집으로 역사에 묻힌 독립 운동가들을 조명한 다큐는 깊은 울림을 줬다.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헌신하신 분들을 진정한 영웅으로 대접할 줄 아는 나라다운 나라의 국민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어린 시절 아픔을 조금은 치유 받는 것 같아 먹먹해지는 느낌도 들었다. 나라 안팎으로 겹겹이 쌓여 있는 무거운 문제와 위기를 '공격 소재' 와 이슈 거리로만 여겨선 아니 될 일이다. 정치적으로는 각을 세우고 의견을 달리하면서 서로 헐뜯더라도,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 국민은 똘똘 뭉쳐왔다.국가 위기에서 용감히 한마음으로 일어섰던 '독립운동'이 주는 교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다가온다. 한뜻으로 독립운동을 기리는 것처럼 지금은 단단히 뭉칠 때다. 흠집 내고, 끌어내리고, 모함하는 비판적인 공격보다는 위기 극복을 위한 진정 어린 마음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박사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박사

2018-08-28 김정순

[수요광장]e스포츠의 올림픽 도전

자카르타 AG서 6개 시범종목최상위선수 보유 한국, 반길 일육체적운동-전자기기 승부 '괴리'게임 상업성·도핑·심판문제 숙제갑론을박속 '올림픽 입성' 기대'여름은 더워야 여름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이건 더워도 너무 덥다. 이번 여름은 비정상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야외 활동이 주를 이루는 스포츠 종목들은 특히 더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축구는 경기시간을 저녁시간으로 늦추고, 경기 도중 열을 식히고 물을 마시는 휴식시간을 주는 쿨링 브레이크 제도를 도입하였고, 야구는 무더위 속 훈련시간을 단축하는 등 야외 스포츠들은 종목별로 자구책을 찾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반면 오히려 찜통더위 속에서 빛을 보는 종목이 있는데 바로 실내 스포츠이다. 더위와 상관없이 에어컨 아래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탁구부터 배드민턴, 볼링, 수영 등의 실내 스포츠 종목의 경우 이용객이 급증하며 여름철 더위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특히 e스포츠의 경우 계절과 날씨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종목이라고 볼 수 있다. 독자들에게 e스포츠라는 단어가 생소할 수 있겠다. e스포츠란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로 특정게임을 하며 온라인으로 승부를 겨루는 게이머의 경기를 관전하는 것을 말한다. 체력소모가 크지 않은 게임을 스포츠라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게임이 가지고 있는 목표성, 경쟁성, 승리 지향성 등이 스포츠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e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여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에서는 과감히 e스포츠를 이번 8월 18일 개막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시범종목으로 확정하였고 2022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종목으로 채택하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개인전 클래식 로얄, 스타크래프트 2, 하스스톤, 위닝 일레븐 2018, 팀전으로는 리그오브레전드, 아레나오브발러(펜타스톰) 총 6개 종목에서 메달리스트들이 탄생하게 된다. 여가시간을 보내기 위해 소비하던 콘텐츠가 e스포츠로 자리잡고, 전 세계 수많은 팬들과 거대해진 시장의 지원을 등에 업고, 프로구단을 만들고, 리그를 만들고, 이제는 4년마다 있는 아시아의 스포츠 제전인 아시안게임에 입성하게 된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지난 10여 년간 e스포츠 문화를 주도해 온 e스포츠 종주국이자 주요 종목 최상위 선수를 보유한 강국인 우리나라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지난 8월 7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 참석을 하였다. 800여명의 선수들 중에서도 유독 관심과 집중을 받은 선수가 있으니 바로 리그오브레전드 세계 최정상을 지키고 있는 페이커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려져있는 이상혁 선수였다. 이 선수의 연봉은 국내 프로 스포츠 선수 중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e스포츠 시장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e스포츠의 인기가 높아지고 아시안 게임까지 입성하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e스포츠의 올림픽 입성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육체적인 movement(운동)가 기본이 되어 팀워크를 이루고 페어플레이를 한다는 올림픽 정신과 전자기기로 승부를 겨루는 e스포츠 간에 괴리감을 느끼는 스포츠 관계자들도 많이 있다. 또한 사람들이 즐기는 전체 게임 중 스포츠로 인정할 수 있는 게임은 5%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문제. 선정성, 폭력성 그리고 중독성이 있는 게임들 속에서 스포츠로 인정할 수 있는 게임의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게임이란 특정 개발사가 이익을 목적으로 만들어낸 상품이라는 점에서의 지나친 상업성, 그리고 도핑 문제, 심판 양성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이 있다.앞으로 정통적인 스포츠의 가치를 앞세우며 e스포츠의 올림픽 종목 정식 채택을 반대하는 쪽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e스포츠가 올림픽 종목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쪽의 다양한 갑론을박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을 해본다.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e스포츠의 올림픽 종목 입성에 중요한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e스포츠 각 종목의 우리나라 스타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서 멋지게 활약하고 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상상을 하니 1990년대 말 친구들과 어울려 스타크래프트를 즐겨 하던 필자의 기분이 묘해진다. e스포츠가 8월 18일 개막, 9월 2일 폐막하는 아시안게임 동안 한여름 뜨거운 더위 속에서 힘들었을 우리 국민들에게 시원한 청량제 같은 경기를 보여주길 기대하며, 대한민국 e스포츠 대표선수단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낸다./유승민 IOC 선수위원유승민 IOC 선수위원

2018-08-21 유승민

[수요광장]황현산 비평을 기억하며

선생은 문학 자체를 들여다보고자신만의 문장·흐름·체온으로 표현사회·역사적 맥락 품었음을 알기에미학적 고투 산물임을 이해한 만큼누구보다도 상황의 독법에 공 들여황현산 선생이 지난 8일 별세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을 지낸 분이지만 우리에게는 비평가로, 번역가로, 산문가로 깊이 남을 분이다. 요즘 팔순 넘어서도 열정적인 문필 활동을 펼치시는 분들이 많은데, 70 초반이신 선생의 타계는 애석하기 짝이 없다.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2013)가 유례없이 젊은 층의 호응을 얻었고, 트위터나 칼럼들을 통해서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필치를 선생은 세상에 깊이 남겼다. 지난 6월 펴낸 산문집 '사소한 부탁'은 결국 유작이 된 셈인데, 거기서도 선생이 보여준 해박하고 단정하고 날카로운 식견과 통찰과 문장은 우리 산문 문학의 한 정점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스스로는 부정했지만, 선생의 탁월한 경륜과 심오한 철학이 새로운 차원의 산문 읽기 경험을 허락한 것이다.그러나 무엇보다도 선생은 '비평가'로 남을 것이다. 황현산 비평의 개성은, 텍스트의 기표와 흐름과 궁극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따라잡는 미학적 집념과 성실성에서 비롯한다. 선생의 비평은 텍스트에 대한 평면적 해석에 머무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 동어반복에 가까운 해설 편향의 비평 풍토에서도 선생은 거리가 멀다. 섣부른 논쟁 위주의 비평 관행에서도 선생은 자신을 고독하고도 서늘하게 지켜가는 파수꾼이자 불침번임을 자임하였다. 그만큼 선생은, 문학 자체를 들여다보고 그것을 자신만의 문장으로, 흐름으로, 체온으로 감싸 안아 표현한 비평가였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이 선생을 문학지상주의자로 만들지는 않는다. 선생은 누구보다도 상황의 독법에 공을 들이는 비평가였고, 문학이 미학적 고투의 산물임을 이해하는 만큼, 문학이 사회 역사적 맥락을 품고 있는 실체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선생은 텍스트를 상황의 평면적 반영으로 보는 시각에서 자유로운, 큰 품과 눈을 가졌던 비평가였을 뿐이다.천천히 선생의 노작 '우물에서 하늘 보기'(2015)를 펼쳐본다. 여기서도 선생은 개개 시편에 담긴 주제와 방법과 시선과 그늘까지 읽어내는 열정을 마다하지 않음으로써, 텍스트에 새겨진 정서가 존재의 본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사회적 맥락에서 분출되는 것임을 설명하였다. 그래서 시인들의 눈물과 울음의 미학을 구조 차원이든 성정 차원이든 모두 선명하게 규명해내면서, 그 정서적 조건들을 앙양해내는 시인들의 고유한 언술 방식에 대해서도 눈길을 늦추지 않았다. 더불어 선생은 상호텍스트적인 문법들을 다양하고도 꼼꼼하게 파악하고 설명해냄으로써 풍요로운 시 읽기의 한 전범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처럼 단단하고 물샐 틈 없는 선생의 연금술이야말로 우리 비평의 한 진경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거기 실린 몇 마디에 귀 기울여보자.아름다운 것은 슬픈 것에서만 찾을 수 있었다. 슬픔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거기에 원한이 섞여 있지 않아야 하겠지만, 함께 울자고 말할 수도 없고 편히 가라고 말할 수도 없다. 가슴에 묻자니 가슴이 좁고 하늘에 묻자니 하늘이 공허하다. 이 언어의 무능함과 마음의 무능함이 대낮에 두 눈을 뜨고 그 수많은 생명들을 잃어버린 한 나라의 무능함과 같다. 잘 가라, 아니 잘 가지 말라. 이렇게 쓰는 만사(輓詞)가 참으로 무능하다.슬픔을 아름다움의 결정으로 이해한 이들은 심미주의자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현산 선생은 우리 시대의 비극 앞에서, 맑고 순결한 슬픔이 아니라, '만사'라고 불러야 할 상실감이 온통 그 슬픔을 감싸고 있음을 증언한다. 그만큼 선생은 자신의 현실인식을 꾸준히 심화하면서, 언어예술로서의 시를 읽어내는 충실성을 동시에 예각화해갔다.우리는 가끔씩, 황현산 비평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텍스트의 상황과 심연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기회와 욕구를 얻어왔다. 이제 그러한 비평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비평이 텍스트의 우호적 후경에 머물지 않고 경험적 지남(指南)이 되기도 하는 장면을, 선생은 여러 번 선사해주지 않았던가. 못내 그리울 것이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18-08-14 유성호

[수요광장]국가는 인종차별 확산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한국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으며자신 대변·부당함 호소할 수 없는외국인근로자 '최저임금 차등대우'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발언은누군가에 책임 몰려는 위험한 시도한국은 1978년 UN인종차별철폐협약에 가입했으며, 주기적으로 협약 이행 준수 상황에 대한 정부보고서를 조약기구에 제출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심의받고 있다. 가장 최근 심의는 2012년에 열렸으며 2018년 12월에 다시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7월 20~21일에 서울에서는 '한국사회 인종차별 보고대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2018년 12월에 진행될, UN인종차별철폐협약위원회의 한국심의에 대응하는 시민사회의 준비 과정으로 진행되었으며,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개최되었다. UN인종차별철폐협약은 인종, 피부색, 혈통 또는 민족적, 종족적 출신에 의한 차별을 대상으로 하며, 인종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당사국에 관련된 의무를 부과한다. 우선 국가에 의한 인종차별의 실행과 지원, 인종차별의 선동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N인종차별철폐협약 심의를 앞둔 상황에서 중소기업벤처 장관의 입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발언이 나왔다. 지난 7월 16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외국인노동자 수습기간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외국인노동자 수습제는 1년 차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의 80%, 2년 차 90%를 적용하자는 방안이라고 한다.사실, 외국인노동자에게 더 낮은 최저임금을 주자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주기적으로 정부의 책임 있는 관리로부터 언급되고 있고, 그때마다 불가능한 이유가 바로 상기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일단 외국인노동자에게 더 낮은 최저임금을 주는 것은 국내 및 국제법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노동관련 전문가들은 외국인노동자의 임금을 적게 줄 수 있게 되면, 기업들은 더 많은 임금을 줘야 하는 내국인노동자 구인노력을 게을리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차등임금이 윤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며, 가능하다해도 저소득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실행할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해 조금의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외국인노동자에게 더 낮은 최저임금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을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듣는 자리에서 이와 같은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을 비롯한 소상공인의 반발이 가시화되고, 부작용에 대해 여론이 악화되는 시점에, 마치 외국인노동자에게 내국인보다 더 낮은 최저임금을 주는 것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다.외국인에게 차등대우를 하는 것이 내국인의 경제 사회적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는 수단인 것처럼 말했다. 이는 외국인노동자에게 내국인과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시켜 왔기 때문에 내국인에게 피해가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일 여지를 주는 것이다.한국사회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으며, 자신을 대변하거나 부당함을 호소할 수 없는 사람에게 차등대우를 언급하는 것으로 최근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돌리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내국인들의 경제 사회적 불만의 방향을 외국인에게 돌리는 전형적인 인종차별 선동에 해당될 수 있다.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이런 의도 없이 무심결에 발언을 했다 하더라도, 이미 이런 발언을 통해 확산된 차등대우 합리화의 그릇된 유혹의 씨앗을 막을 수 없다. 혹시나 이런 내용을 알면서도 의도를 가지고 발언한 것이라면,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철저하게 금지되는 국가에 의한 인종차별을 선동한 것이다. 정부의 실수에 대한 비난을 약자에게 돌려 이를 면피하려는 의도였다면 정부에 의해 조작되고 강화된 인종에 대한 차등대우 합리화가 어떤 비극적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 기억해야 한다.인종차별 문제만이 아니라 모든 사회 경제적 약자에게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경제 사회적으로 어려워질 때 이를 그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누군가의 책임으로 몰아 비판을 피해가려는 비겁하고 위험한 시도는 다시는 없어야 하겠다./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

2018-08-07 이완

[수요광장]고령친화사회로 가는 길

장·노년 세대가 새로운 문화 조성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외로움이나 소외감 느끼지 않고청장년들과 어울려 살 수 있도록‘사회적 우정’ 공동체 만들어가야 얼마 전 점심시간에 사무실 가까이에 있는 추어탕 집을 찾았다. 가끔씩 가던 곳이라 익숙한데, 뭔가 조금 변한 것 같다. 식탁이 바뀌었다. 바닥에 앉아서 먹는 좌식테이블에서 의자에 앉아서 먹을 수 있도록 높은 식탁으로 바뀐 것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인근에 있는 막국수 집도 최근에 입식 테이블로 교체를 했다. 이제 좌식테이블 식당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식당 테이블의 변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로 접어들었음을 실감한다.고령사회란 사회구성원의 다수가 노인인 시대를 의미한다. 고령화는 압축적인 도시화와 함께 진행되었다.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고 편리를 추구하는 도시의 주인은 늘 청장년이다. 과거의 노인은 수명이 그리 길지 않았고 인구 또한 많지 않았다. 노인 돌봄의 책임은 온전히 가족의 몫이었다. 도시화와 함께 전통적 대가족 체제 또한 급속히 해체 되었지만 여전히 노인은 집이 아니면 경로당, 복지관, 복지시설 또는 노인 특구라 불리는 탑골공원에서 종묘공원에 이르는 종로거리와 황학동같이 그들만의 공간으로 활동영역이 제한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젊은 세대의 경우 일상에서 노인을 마주할 기회는 별로 없다.그러나 지금의 노인은 과거의 노인과 다르다. 노인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소수자가 아니다. 길어진 수명과 생활여건의 개선으로 활기찬 노년을 보내고 있는 다수의 노인을 과거와 같이 여전히 잉여로 취급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엄청난 노인 인구를 가족이 부양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며, 우리 사회가 시설복지로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노인들이 그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살던 곳(Aging in place)에서 지역사회의 주체(Aging in community)로 활기차게(Active aging) 다양한 세대와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사는 도시를 고령친화적으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서두에서 이야기 한 식당의 사례가 자율적인 변화라면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 고령친화상점 118곳을 선정하였다. 고령친화상점은 먼저 문턱을 낮추고 메뉴판 글씨 크기를 키워 노인이 이용하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돋보기, 지팡이 거치대 등 어르신을 위한 물품과 잠시 쉬거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작은 의자나 공간을 마련한다. 매장 내 위험한 장애물은 없애고, 위험 사항은 눈에 띄게 표시한다. 직원들은 노인 고객과 대화할 때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또박또박 천천히 말하도록 노력한다. 이처럼 상점 시설을 개선하고 노인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확산해 지역 경제도 함께 살린다는 것이 서울시 계획이다. 고령친화상점을 넘어 고령친화 마을을 만들고 도시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그런데 이렇게 의미 있고 좋은 정책에 대해 점주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속사정을 들어보니 노인의 경우 까다로운 손님도 많고 영업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가게에 노인 고객들이 많아지면 젊은 손님들이 떠난다는 것이다. 점주들로서는 '고령친화'라는 말이 달가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다양한 사회혁신의 과제 하나하나가 모두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그중 제일 어려운 영역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바로 고령화 문제와 세대통합을 꼽는다. 수많은 시도가 있었고 여전히 논의되고 있지만 성공의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나는 이 문제에 있어 '당사자의 소외'와 '노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고령친화 사회로 가는 길은 누가 열어주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장노년 세대가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써 새로운 노년문화를 만들어 갈 때 열릴 것이다. 고령친화 사회는 노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 너머에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노인이 지역사회 내에서 외로움이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청장년과 조화롭게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우정'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이번 여름 더위 참 대단하다. 더위에 지친 어머니 모시고 오늘 저녁은 추어탕 한 그릇 먹으러 가야겠다. 그 집에./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2018-07-31 김수동

[수요광장]한글 취약층위한 '쉬운 말 서비스' 사회 모두 함께해야

최근 미국발 강대국 간 무역전쟁 등 나라 안팎에서 굵직한 이슈들이 넘쳐 난다. 이 가운데 지난주 '서울시 읽기 쉬운 자료개발센터'가 영등포구에 설립되었다는 소식이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무엇보다도 공공기관에서도 읽기 쉬운 자료 관련 시설을 설립했다는 사실이 반갑고 놀라웠다. 그동안 다른 장애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발달장애인을 위한 알권리 차원의 시설이라 더 그랬다. '장애는 신체적인 차이가 아니라, 능력이 다른 것'이라는 박원순 서울 시장의 개소식 축사도 감동스러웠다.그런데 '서울시 읽기 쉬운 자료개발센터' 개소식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쉬운 말 뉴스 만들기' 단체 대표와 발달장애인 기자들의 모습이 겹쳐져 복잡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쉬운 말 뉴스 만들기'에 앞장서 온 어느 비영리 시민단체의 힘겨운 노고를 아주 잘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해당 시민단체는 어려운 여건에서 발달장애인들도 이해할 수준의 쉬운 말 뉴스를 수천 건 편집하고 만들어 냈다. 발달장애인의 인식 개선을 위한 세미나와 행사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필자를 포함해 다수의 전문인들이 다양한 형태로 이들과 함께 한지도 어느덧 3년이 넘는다. 물론 '서울시 읽기 쉬운 자료개발센터'와 필자가 참여하는 '쉬운 말 뉴스 만들기'는 '쉬운 말'과 '발달장애인'이라는 공통점이 있기도 하지만 상당한 차이가 있다. 후자는 쉬운 말 서비스 대상을 발달장애인에 한정하지 않는다. 다문화가정, 이주노동자, 외국에 거주하는 교포와 한류 관련 외국인 등 한글 취약층 모두를 아우른다는 점에서 대상의 규모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또한 쉬운 말 검증과정에 발달장애인을 참여시키고 이들의 이해 여부를 확인하면서 활동비 지급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작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이처럼 다름의 능력이 만들어낸 일자리를 통해서 정보력과 소통 능력이 향상되기도 한다.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누구든 삶의 질은 언어 소통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다문화가정 등 한글취약층 삶의 질과 언어소통능력의 상관관계를 밝힌 연구에 의하면 한국어 능력이 좋을수록 삶의 질이 높다고 한다. 언어소통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이들에게 쉬운 말 콘텐츠가 많아 소통이 쉬워지면 그만큼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작년도 보건복지부에서 다문화가정 아동을 대상으로 언어발달 테스트를 시행한 결과, 38.4%가 언어 구사에 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6세 어린이 중 30%만 정상적인 한국어를 습득했다고 한다. 2016년 11월 기준, 성남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 수는 5천831가족으로, 이들 가정의 4∼12세 자녀는 1천569명이라고 한다. 지난 3월 말 기준 경기 도내 거주등록 외국인은 38만1천여명에, 도 내 발달장애인은 4만1천여명이다.말과 글의 자유로운 사용과 소통은 문화와 민족의 정체성을 이루는 근간이 된다. 세계 도처에 있는 한인 2세와 다문화가정 청소년 등을 포함 한글 취약층에게 쉬운 말 서비스를 확장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치게 많다. 특히나 다문화가정과 이주민이 많이 분포되어 있는 경기도는 쉬운 말 서비스 시스템이 더 절실하게 필요해 보인다. 언어 소통으로 차별받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다문화가족 자녀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울시의 쉬운 말 자료센터를 뛰어넘는 보다 더 적극적인 차원의 쉬운 말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그러기 위해서는 관련 시민단체의 축적된 노하우를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추진할 여력이 있는 공공기관과 그동안 쉬운 말 뉴스 만들기에 많은 품을 들인 시민단체와 업무협약도 한 방법일 것이다. 한글 취약층에게는 쉬운 말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 과정을 통해 발달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시민과 도정이 서로 상생을 할 수 있다. 도정을 통해서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가적 목표에 다가간다면 이 또한 보람 있는 일 아닐까./김정순 신구대 겸임교수(언론학 박사)김정순 신구대 겸임교수(언론학 박사)

2018-07-24 김정순

[수요광장]'세계인의 축제 월드컵' 최선 다한 대한민국 팀에게 박수

비록 16강이란 큰 산 못 올랐지만FIFA랭킹 57위가 1위인 독일 격파'2002년 기적' 재현하듯 온국민 환호경기결과 안 좋다고 비난보다는그들이 흘린 땀과 노력 생각해줘야2018년 6월 15일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시작을 알리는 호각 소리로 4년 동안 전 세계인이 기다리던 축제 2018 러시아월드컵이 시작되었다.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월드컵 하면 2002년 한·일월드컵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5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했지만 한 번도 16강에는 진출하지 못한 약팀이었다. 하지만 많은 선수들의 피와 땀이 섞인 투혼으로 4강이라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고 그때의 희열은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그때의 기억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이 2002년 이후 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한민국팀에 대한 기대는 나날이 올라갔고 그 올라간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못하면 많은 사람들의 실망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2002년 이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팀은 본선진출은 당연한 결과가 되었고 16강에 진출하지 못하면 많은 질타를 받기 시작했다.이번 2018 러시아월드컵 기준으로 월드컵 본선진출 기준은 210개팀이 참가를 해서 개최국을 제외한 31팀을 지역예선으로 선발하여 월드컵 본선에 올라가게 된다. 그중 우리나라가 속해있는 아시아에서는 총 46개팀이 참가하여 5팀만이 본선에 진출하게 된다. 스포츠에서 당연한 결과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46개 팀 중 5개 팀 안에 들어서 본선에 진출한다는 것 자체로도 대한민국 대표팀은 충분히 박수받고 격려를 받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의 첫 상대는 스웨덴이었다. FIFA랭킹은 24위로 57위인 대한민국에 비해서 월등히 앞서있는 상대였다. 본선 첫 경기라 그런지 승리를 위해 정말 전력을 다해 뛰었다. 선수들은 온몸으로 절실히 이기고 싶다고 표현하며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페널티킥을 허용하면서 1대 0으로 패배하였다. 유효슈팅 0개라는 아쉬운 결과를 남기며 첫 경기가 끝나갈 무렵 언론과 각종 SNS에서는 대한민국 대표팀을 비난하는 글들로 도배가 되었다. 겨우 이제 본선 첫 경기가 끝났는데 마치 월드컵이 다 끝난 것처럼 비난의 글들은 끊이지 않았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어떤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라는 청원이 올라올 정도로 비난의 수위는 높아져만 갔다. 물론 모든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밤잠을 설치며 뜨거운 열기로 응원을 해줬지만 경기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응원에서 비난으로 바뀌어 선수들을 질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표팀 선수들이 월드컵 본선을 진출하기까지 흘린 땀과 노력 그 과정을 좀 더 생각해 주어야 한다. 그 누구보다도 이기고 싶고 잘하고 싶은 건 선수들 본인들 일 것이다. 본선 두 번째 상대는 남미 강호 멕시코였다. 16강 진출을 위해 승점이 꼭 필요한 경기였다. 경기 시작 전 질타를 많이 받은 후라 그런지 선수들의 표정엔 긴장의 표정이 역력했다. 전반적으로 슈팅 수도 17대 13으로 많았고 흐름을 주도한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심판의 애매한 판정과 핸드링 반칙으로 인한 페널티킥을 허용하면서 2번째 경기도 아쉽게 패배하고 말았다. 하지만 경기 끝나기 직전 손흥민 선수의 골은 대한민국 팀에 대한 기대감을 남겨주는 멋있는 골 이었다. 본선 마지막 경기는 디펜딩챔피언이자 FIFA랭킹 1위인 독일이었다. 전 세계 모든 언론매체들은 독일의 승리를 예상했고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승리를 기대할 수 없을 만큼 독일은 강팀이었다. 긴장감 속에서 시작된 경기는 폭풍전야처럼 조용히 전반을 끝냈다.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대한민국 선수들은 투지를 다해 모든 것을 바쳐 뛰었다. 경기를 보는 내내 왠지 모르게 2002년 경기가 떠올랐다. 그때 느꼈던 선수들의 투혼을 그대로 재현해 내는 듯했다. 역시나 그 투혼 때문일까. 경기 실력과 데이터로는 설명이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FIFA랭킹 57위인 대한민국이 FIFA랭킹 1위인 독일을 2대 0으로 이긴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을 재현하듯 모든 국민이 들썩이며 환호를 하였고 2경기의 패배를 잊은 듯 열광의 도가니로 변해버렸다. 비록 16강이라는 큰 산은 오르지 못하였지만 독일전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팀의 잠재력을 보았고 그 잠재력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월드컵을 대비 한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스포츠는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승자와 패자를 확인하는 것보다 흥미진진한 것이 그 과정이 아닐까. 그리고 그 과정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지나친 비난보다는 그들에게 더 큰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57위가 1위를 제압하는 나라, 세계를 놀라게 하는 선진응원 문화를 가진 나라, 끝이 아니라 새로운 문을 열 준비가 시작된 것이다. 끝으로 월드컵의 열기만큼 다양한 스포츠대회도 국민의 관심과 사랑으로 응원받을 수 있다면 우리 선수들이 힘을 얻어 대한민국을 스포츠 강국으로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유승민 IOC 선수위원유승민 IOC 선수위원

2018-07-17 유승민

[수요광장]'시인'으로 기억될 무산선사의 오램과 깊음

무산 큰 스님의 작품 '아득한 성자''아득한'·'하루살이떼' 표현은불가가 지향하는 정신적 高處시조 양식의 개척과 변형 통해스님이 바랐던 眞相의 세계일 것연전에 김병무, 홍사성 두 시인이 '무산선사 송수(頌壽)시집'이라는 표제의 '고목나무 냄새를 맡다'(2012)라는 시집을 펴낸 적이 있다. 여기에는 무산 조오현 큰스님에 대한 오랜 경험과 발견의 과정이 시인들의 빛나는 언어를 통해 풍요롭게 갈무리되어 있었다. 편자들은 "스님은 평생 스스로 빛나기보다는 남을 빛내주는 일로 사신 분이다. 시를 모아놓고 보니 스님이 얼마나 캄캄한 밤하늘이었는지 더욱 실감 난다"라고 말하였는데, 그만큼 이 시집은 이 땅에서 오랫동안 시를 써온 시인들에게 무산선사의 영향과 감염이 얼마나 크고 깊었던가를 절감케 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그런 '캄캄한 밤하늘'로서의 무산선사가 쓴 시편들을 권영민 교수가 집대성한 '조오현문학전집-적멸을 위하여'(2012)가 같은 해에 나와서 무산선사의 시조 미학을 조감하게끔 해주기도 하였다.지난 5월 말 조계종 원로의원이자 신흥사 조실이었던 무산 큰스님이 입적하셨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묵객들에게 늘 "한 그루 키 큰 무영수(無影樹)-된바람의 말"로 계셨던 스님은, 이 세상에 수많은 언어와 표정과 흔적을 남기고 떠나셨다. 마음 아득하기만 하다. 스님이 쓴 시조는 형이상학적 탐구가 빈약하기만 한 우리 시단에서 불일불이(不一不二)의 세계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깊은 형이상학적 사유의 극점을 보여준 바 있다. 스님은 '재 한 줌'이라는 작품에서 자신이 결국 무(無)로 돌아가 천지만물과 섞여들 것이라고 예감하였는데, 그렇게 많은 이들의 애도 속에서 무로 돌아가신 것이다. 또한 스님은 '침목(枕木)'이라는 작품에서 역사를 떠받쳐온 모든 순간이 다 철로를 가능케 해준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역사의 어느 한순간도 의미 없는 것이 없다는 전언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아무리 어두운 세상의 억압을 받는다 해도, 쓸모없어 버림을 받는다 해도, 그것은 모두 "긴 역사의 궤도를 받친/한 토막 침목"의 역할을 저마다 감당해낸 것이다. 이제 스님과 나눈 모든 순간들이 하나하나의 침목이 되어 역사 저편으로 흘러갔다.스님은 1968년 '시조문학' 추천으로 문단에 나온 후, 삶에 대한 독창적 해석과 찰나적 오도(悟道)의 순간을 담은 많은 시조 작품을 남겼다. 그의 전언에는 불가적 어법과 세계관이 불가피하게 반영되어 있는데, 그렇다고 조오현 시학을 불가적 전언의 시적 번안으로 취급해서는 결코 안 된다. 그만큼 우리는 조오현 시편을 선승의 언어로서만이 아니라, 시인의 언어 그 가운데서도 '시조'라는 양식으로 접근하는 의식적 작업을 긴요하게 요청받게 된다. 그것은 끊임없이 그의 언어가 선(禪)의 속성과 시(詩)의 속성을 넘나들며 형상화되었다는 점에 주목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스님에게 '시조'란, 그만의 고유한 미학과 형이상학을 결합한 생생한 언어의 현장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상상력이 미학적으로 빼어나게 구현된 것이 대표작 '아득한 성자'일 것이다."하루라는 오늘/오늘이라는 이 하루에//뜨는 해도 다 보고/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죽을 때가 지났는데도/나는 살아 있지만/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천년을 산다고 해도/성자는/아득한 하루살이 떼".이 작품에서 가장 성공적인 표현은 아무래도 '아득한'이라는 관형어에 있을 것이다. '아득함'이란, 시간적으로는 '오램'을, 공간적으로는 '깊음'의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외관상으로는 어지러이 분분하는 '하루살이 떼'를 감각적으로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이는 결국 불가가 지향하는 정신적 고처(高處)의 전언인 동시에, 시조 양식의 끊임없는 개척과 변형을 통해 스님이 가 닿고자 했던 진상(眞相)의 세계일 것이다. 그렇게 스님은 우리에게 크나큰 빛을 쬐어주고 그늘을 드리워주었던 거목으로 남을 것이다. 불교계의 큰 어른으로 기억될 것은 자명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시인'으로 깊이 기억될 스님이 남기신 그 '오램'과 '깊음'을 마음 깊이 기리고자 한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18-07-10 유성호

[수요광장]예멘 난민이 던진 질문 "한국은 살고싶은 나라인가?"

희망 품고 찾아온 한국사회는얼마나 포용적이고 관용적인가?세계인으로서의 의무 충실한가?타인의 다양성 존중해 주며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인가?20년 가까이 이주민 지원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당신은 한국인인데, 왜 외국인 편을 드느냐?'였다. 임금체불 상담을 하던지, 폭행 사건을 다루던지, 한국인과 이해관계가 얽히면 상대편 한국인으로부터 으레 듣는 이야기였다. 대개 그러려니 넘겼지만, 가끔은 그 이유를 설명했다. 누구를 특별히 도운다기 보다, 그게 당연해서,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일이 '누구'라서 안 된다는 현실이 부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나 또한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살고 싶은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는 곳, 전 세계 누가 봐도 꼭 살고 싶은 나라말이다. 얼마 전 제주에 500여 명의 예멘 난민이 왔고, 대다수가 난민신청을 했다. 이들을 두고 청와대에 난민반대청원이 올라가고 수십만 명이 함께 청원했으며, 6월 30일에는 서울과 제주에서 이들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난민을 반대한다는 여론이 퍼져나갔다. 누구는 유럽의 사례를 들며, 이들이 사회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며 난민 자체를 반대한다. 누구는 난민은 받아들이겠지만, 가짜난민이 문제라고 한다. 누구는 이슬람 난민이 문제라고 하며, 누구는 이들이 주로 이슬람 남성이라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한다. 어떤 방식으로 구분하던지, 한국사회에 불필요한 존재이며, 문제만 일으킬 것이라는 것이다.이들이 아직 어떤 죄도 짓지 않았지만,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것이 대부분의 이유다. 아직 어떤 죄를 짓지도 않은 사람을 앞으로 어떤 잘못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어떻게 한국사회에서의 존재 자체를 반대한다는 것인지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예멘 난민을 반대하는 모두를 인종차별주의자나 또는 일방적인 혐오현상으로만 몰아붙이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다. 반대 이유로 내세운 불안과 공포의 근거의 대부분이 일방적인 가짜 혹은 과대 정보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지는 불안과 공포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난민 혹은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가득 전달되던 한국사회에서, 난민 또는 무슬림과 직접 말을 섞어보거나, 살아본 경험이 전무한 기존의 한국 구성원들에게 가짜뉴스를 구분하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된다. 어찌 되었든 상당히 오랫동안 이해와 소통의 시간이 필요하며, 일정한 갈등의 시간도 필요한 일일 수 있겠다고 생각된다.난민의 수용논쟁 이전에, 나는 묻고 싶다. 사람을 필요한 사람과 필요하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하고, 불필요하다고 규정된 사람은 공동체로부터 완벽하게 배제하려 하는 그 칼은 늘 외부로만 향하고 있었는가?누구를 배제하고 부정하던 논리의 칼은 이미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것이 아닌가. 이미, 한국사회의 일부 구성원으로부터,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거나, 때로는 불필요를 넘어 해악을 끼친다고 규정되고 존재 자체를 부정 당하는 사람들에게는 끝없이 향하던 것이다. 바로 그 칼이 잠시 예멘 난민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전쟁을 피해 온 500여 명에 대해, 국제법과 난민법 그리고 보편적인 인권기준을 들먹이지 않고서도, 그 정도의 포용성도 발휘하지 못하는 나라가, 기존 구성원들에게는 포용성을 발휘하는 곳이 될지 의문이다. 500여 명의 난민에 대한 처우의 잣대가 바로 우리 구성원 간에 대한 다양성과 포용성의 잣대이다. 난민이 한국사회에 묻고 있다. 한국사회는 얼마나 포용적인가? 얼마나 타인에게 관용적인가? 얼마나 세계시민으로써 의무에도 충실한가? 이제, 우리 자신을 규정지을 시간이다. 진짜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꿈꾸며 살고 싶은 나라는, 타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공존하기 위해 노력하며,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라고 생각한다. 난민 그리고 이주민, 혹은 이미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이건 간에, 모두가 모두를 이런저런 이유로 배제하는 곳이라면, 아무도 살고 싶지 않은 곳일 것이다. 모두가 떠나려 하는 곳이며, 누구도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 난민들이 희망을 품고 찾아왔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살고 싶은 나라로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닌가?/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

2018-07-03 이완

[수요광장]어르신 中心

'치매 어르신' 마음 가운데에 놓고돌봐 드리는 日 '요리아이요양원' 차별받는 요즘 세상에 너무 놀라워아이하나 돌보는데 온 마을 필요하듯이제는 사회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불과 50여 년 전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60여 세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60이 넘게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 존중받아 마땅하고 축하할 일이었다. 그래서 모두 장수를 꿈꿔 왔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2030년 출생자의 기대수명은 세계에서 한국 여성이 세계 최초로 90살을 돌파했고 남녀 모두 1위(여성 91살-남성 84살)를 차지했다고 한다. 남녀 공히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그런데 '장수의 꿈'을 이룬 사람들 표정이 밝지 못하다. 행복할 줄 알았던 노년의 삶이 생각처럼 그리 녹록지 않다. 힘든 세월을 견뎌낸 지혜로운 어르신으로 귀하게 존중받는 노인은 옛말이다. 대다수의 노인은 가난하고 병들고 외롭고 할 일이 없는 사회의 '짐'으로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울한 노년의 삶. 그 중에서도 우리를 가장 두렵게 하는 것은 간병문제이다. 노년이 되어도 스스로 독립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을 때에는 그런대로 괜찮다. 하지만 누구나 언젠가는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 시간을 맞이한다.우리나라도 장기요양보험 도입으로 요양시설이 늘고 있지만 아직 가족이 직접 돌보는 비중이 높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5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 대상자 46만7천752명중 30만명이 넘는 노인이 자택에 머물렀다. 노인 요양 시설에 입소한 노인은 9만5천398명으로 10만명이 채 되지 않았다. 가족에 의한 간병은 주로 여성의 몫이고 저소득층일수록 더욱 힘겹다. 어르신 돌봄 문제로 가족끼리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고, 민간요양원에 모신 치매 부모가 학대를 당해 '두 번의 상처'를 입는 일도 드물지 않다. 비교적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공립요양원의 경우 수도권에서 입소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가족해체, 간병살인, 요양시설의 인권침해 논란이 이제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이런 현실에서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일본은 늘 관심과 동경의 대상이다. 마침 '정신은 좀 없습니다만 품위까지 잃은 건 아니랍니다' 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된 일본 후쿠오카의 요리아이요양원을 최근에 다녀왔다. 이번 탐방에서 나에게 가장 묵직하게 남는 말은 '어르신 중심'이라는 말이다. 그렇다 '中心', 마음 깊은 가운데에 어르신이 계시다고 한다. 나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 당하고, 차별을 넘어 혐오의 대상이 되는 요즘 세상에, 그것도 '치매 어르신'을 대상이 아닌 마음 가운데에 놓고 돌봐드린다니…. 이 어찌 놀랍지 아니한가?어르신을 대상으로 보지 않고 존엄하게 살아야 하는 권리가 있는 존재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스케줄이나 프로그램, 매뉴얼 없이 어르신의 상태와 필요에 맞게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하지 마세요"가 아니라 어르신들이 하고 싶은 것은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놀라웠다. 요리아이의 시작은 "고집쟁이 할머니 한 분도 보살필 수 없다니 그게 무슨 복지예요!"하고 외쳤던 설립자 시모무라 에미코의 철학과 헌신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의 노력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러한 시민들이 만들어 낸 성과로 공공의 정책과 제도를 변화시킨 것이다.이제 치매는 특정한 기관과 임직원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 하나를 돌보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하고 이야기하듯이, 치매 어르신을 돌보기 위해서는 온 사회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이번 탐방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발견한 것이 바로 '커뮤니티 케어'이다.어르신들이 살던 집과 마을을 떠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다. 주거지역에 위치한 노인주택과 요양시설, 치매어르신 신고 전화, 치매 어르신 발견시 대응훈련,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자원봉사 및 재능기부 활동, 지역의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기관의 운영회의. 그야말로 온 마을이 함께하고 있었다. 일본의 노인복지는 시설중심에서 커뮤니티 케어로 옮겨가고 있다. 요양시설로만 감당할 수 없음을, 상품화된 시장경제의 서비스로도 공공복지로도 감당할 수 없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제 다시 지역 마을 공동체를 소환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시민들이 함께하지 못하면 존엄한 노년은 지켜질 수 없는 것이다./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2018-06-26 김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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