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수요광장]나에겐 냉정하게, 다른 이에겐 따뜻하게

살다보면 돌발 변수가 '수두룩'고비 넘기는 건 오롯이 자신 몫스스로에 엄격하고 냉철함 필요타인에겐 관대·배려할줄 알아야그것이 세상 사는 常道이고 순리사는 일이 간단치 않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기도 합니다. 저는 틈이 나면 철학 강의를 듣고 있지요. 삶에 대한 화두를 풀어보자는 생각도 있지만 강좌를 진행하는 철학박사 한 분의 이야기에 매료돼서입니다. 이분은 5년 전부터 매주 한 차례씩 시민을 위해 '태장마루도서관'에서 무료로 철학을 강의합니다. 듣다 보면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박식함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곤 합니다. 강의도 강의지만, 그의 삶에서 배울 게 많습니다. 이분이 일곱 살 때, 직업군인이었던 아버지는 4남매를 남겨두고 돌아가셨습니다. 이 때문에 어려서부터 자장면 배달을 시작으로 자동차정비소, 전파사, 주유소 등에서 20여 가지 일을 했지요. 그렇게 살면서도 학이시습(學而時習). "사람은 공부해야 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어두운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라는 아버지의 유훈을 받들어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쳤고, 대학교에 진학해서는 철학을 전공해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후 정치, 사회복지 분야 등의 다른 공부도 했는데 2개의 박사 학위, 3개의 석사 학위를 받았지요. 20여 종의 자격증은 치열한 삶의 부산물입니다. 이분을 보면서 저는 제가 했던 말을 한 번씩 떠올려 보곤 합니다. "대나무가 높이 자랄 수 있는 것은, 속을 비운 데다 중간중간 생겨난 매듭이 지탱해주기 때문이지요. 그동안 큰 어려움 없이 지내다가 처음 어려운 고비를 맞은 것인데, 튼튼한 매듭이 하나 새로 생겼다고 생각하면 앞으로의 행보에 좋은 보약이 되지 않겠습니까." 공직에서 물러나 쉬고 있다가 우연히 다시 공직에 몸담은 일이 있었지요. 그때 모시던 분이 난관에 부딪힌 적이 있었을 때 조심스럽게 드렸던 말씀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의도치 않게 돌발변수가 생겨날 때가 있습니다.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봄 골목길을 걷는데, 담장을 돌면서 갑자기 휘몰아쳐 오는 회오리를 맞는 것처럼 마른하늘 날벼락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그 당황스럽고 황당한 일 앞에서 나는 한없이 초라해지기도 합니다. 이를 이겨내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앞으로 겪을지 모를 더 큰 사건 앞에서 그 사건은 하잘것없는 사건, 아무리 어려운 일도 지나고 나면 추억일 수 있는 일로 여기기가 쉽지 않았겠지요. 고비를 극복하는 건 오롯이 자신만의 몫입니다. 마음을 정리하고 내려놓는다는 것도 쉽지 않지요. 시간이 필요하고 고생이 뒤따르지만, 매듭이 있어야 내공도 깊어지고 사는 맛도 있습니다. 살면서 길을 가다가 넘어져 보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지요. 넘어질 수는 있지만, 엎어져 있지는 말아야 합니다. 넘어져 봐야 다시 일어서는 방법도 터득하는 것 아니겠는지요. 그렇습니다. 자신에게는 한없이 엄격해야 합니다. 사고는 냉정하게, 행동은 치열해야 합니다. 하지만 매듭만이 대나무의 궁극은 아니지요. 다른 사람이 볼 때는 별것 아니게 보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무척 큰일로 느껴질 때가 있듯 내가 볼 때는 별것 아니어도 다른 이에겐 무척 큰일일 수 있습니다. 내가 큰일 앞에서 누군가의 손길을 그리워했듯 그의 큰일에 내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대나무가 매듭을 맺는 것은 자신을 튼실하게 하는 데만 있지는 않지요. 키 큰 숲이 되어 따뜻한 울타리가 돼주고 시원하게 그늘을 드리워주는 데에도 있습니다. 인생의 매듭이 그러하지요. 매듭 있는 사람이 나에겐 냉정하지만 다른 이에겐 관대하고 따뜻하게 배려할 줄 압니다. 그런 사람이 우리 사회를 넉넉하고 살만하게 해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지요.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의 상도(常道)이고 순리입니다./홍승표 시인홍승표 시인

2020-02-18 홍승표

[수요광장]고단하고 성실하게 '정성을 다해 쓰는 일'

좋은 서정시는 독자들에게 따뜻하고 서늘한 '경험적 실감' 이재무 시집 '데스밸리…' 에도엄마 음성·목련 조등… 찰나 포착낮고 약한 인간 향한 위안 목소리좋은 서정시는 경험적 실감을 독자들에게 한편 따뜻하고 한편 서늘하게 제공한다. 구체적 상황과 절실한 기억이 아름다운 이미지의 도움 아래 제 목소리를 드러낸다. 무의미한 난해함이나 의뭉스러움 저편에서 쓰여진 그러한 시는, 그래서 찰나적인 정서적 충격을 주고 시인에게나 독자에게나 어떤 발견의 순간을 허락한다. 최근 나온 이재무 시집 '데스밸리에서 죽다'에는 40년 가까이 이어져온 그의 이러한 시적 기율과 원리가 지속되면서도 어떤 점에서는 중요한 변곡점을 담고 있다. 기억할 만한 은유, 대상에 대한 간절함으로 낱낱 사물과 순간을 불러왔던 이재무는 이번 시집에서 자신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예감케 해준다. 특별히 그는 지난여름 데스밸리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시원(始原)' 곧 원초적 순수 생명의 세계를 발견한 경험을 들려주고 있는데, "내 지난날의 습기 많은 생을 묻었다"라면서 존재론적 전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그렇다면 "습기 많은 생" 다음에는 어떤 차원이 펼쳐질까?이번 시집에는 지상의 감각들이 그의 예민한 관찰에 의해 다양한 소리와 풍경으로 선연하게 되살아난다. 시인은 창으로 들어오는 빗소리나 '차갑고 투명해진 개울물 소리', '엄마의 음성', '개구리울음', '낙과처럼 떨어지는/종소리'에 귀 기울인다. 스스로의 서식처인 '고요의 마을'에서 '어쩌다 쓰는 시에도 소리가 들어와 울음 짓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평생 소리의 형태를 관찰하며 살아온 연장선에서 '매순간 태어났다 사라지는 소음들'도 소중하게 안아들이고 있다. 이 점, 이재무 시의 가장 살가운 성과로 나타난다. 착착 안겨온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지상의 감각에 머물지 않는다.짧은 시 한 편을 읽어보자. "사회복지사가 다녀가고 겨우내 닫혀 있던 방문이 열리자 방 안 가득 고여 있던 냄새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무연고 노인에게는 상주도 문상객도 없었다 울타리 밖 소복한 여인 같은 목련이 조등을 내걸고 한 나흘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목련」) 이재무 시에는 낮고 약한 존재자들을 향한 위안의 목소리가 있다. 신이 버린 아프리카, 죄 없이 죽어간 인디언과 베트남 인민들, 노숙인과 무연고 노인을 향한 연민과 사랑이 있다. 이때 우리는 그의 시가 여전히 삶과 시대의 공공 기억에 닻을 내리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렇게 그는 한 편마다의 미학적 완결성을 중시하되 그것이 삶의 구체적 조건을 충실하게 반영하게끔 해왔고, 지금도 자연스럽게 시대의 내력을 환기하는 내러티브적 속성을 견지하고 있다. 거기서 우리는 '한 사람의 가난과 눈물과 추억과 참회와 낭만과 싸움과 연민과 사랑의 시편'(문태준)을 읽게 된다.그러나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데스밸리에서 죽은 자신을 품고 넘으면서 '시간의 먼 길'을 떠난다. '안부가 그리운, 먼 곳의 사람'을 그리고, '먼 곳에 사는 정인에게 손 편지'를 쓰고, '저 멀리 돌아갈 집'을 아득하게 바라본다. 물론 그는 '60년째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니까 갑자기 초월적이고 환상적인 비현실의 세계로 비약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죽음 너머 아버지로부터 저수지 얼었다는 전화를 받고, 죽기 전에 나무 열 그루를 심어야 하고, 또 데스밸리에서의 죽음 이후를 설계해야 하니, 나로서는 그가 기억과 유목 사이를 가로지르면서도 형이상학적 존재론으로 이끌려갈 가능성을 짐작해볼 뿐이다. 이재무 시의 중추인 간결한 서정성, 타자를 향한 연대, 시대와 사회의 증언, 사랑의 열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그의 후반기 시가 인간 존재에 대하여 더욱 두터워진 철학적 질문을 품어갈 것이라 생각해보는 것이다.오래도록 공유된 순간 때문에 사사로움이 개입될 여지가 없지 않지만, 이처럼 나는 그의 시가 여전히, 하지만 새롭게, 경험의 구체적 재현과 타자를 향한 사랑과 근원을 향한 매혹 사이에서 반짝여갈 것이라고 믿는다. 누구보다도 고단하고 성실하게 '정성을 다해 쓰는 일'에 매진해온 그의 행로가, 슬픔을 머금은 글썽임으로, 그곳에서 하염없이 빛을 뿌리고 있을 것이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20-02-11 유성호

[수요광장]신종 바이러스에 우리 모두가 이기는 방법

불안·공포·증오·적개심·혐오…우리 사회에 퍼진 더 무서운 증상신뢰·화합·격려로 위기 극복해야손씻기·마스크착용등 예방책 철저'바이러스의 해악'서 승자가 되자일주일 전 아이와 놀이터에 갔다. 7살 아이는 또래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잠시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 말을 쓰는 사람들을 보며 누구냐는 질문에 "중국 사람들이야"라고 답했고 아이는 "바이러스"라고 외쳤다.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사람들이 못 들은 것 같아, 얼른 자리를 피한 후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TV에서 본 내용을 말한 것이었다. 우리가 피하고 싸워야 할 대상은 바이러스지 사람이 아니며, 바이러스로 지칭된 사람들이 얼마나 슬퍼할지에 대해 한참을 함께 이야기 나눴다. 다행히도, 아이는 잘 이해해주었다.비상사태다. 매일 아침 사망자와 확진자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철렁거린다. 몇 번 환자와 그 환자의 동선, 접촉자의 소식 그리고 비관적 전망이 뉴스를 통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증상은 몸살, 기침, 고열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증상이 있다. 이번 바이러스는 인간의 정신과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이 사회에 불안, 공포, 미움, 타인에 대한 적개심, 배제의 욕망 그리고 혐오를 일으키고 있다. 이런 혐오 현상은 중국인을 대상으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인 확진자, 의심자, 접촉자, 보건 및 의료 종사자는 물론 그 가족 그리고 심지어 항공사에 근무하는 부모를 둔 자녀에게도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 바이러스는 감염자와의 2~3m 이내에서 밀접한 접촉을 통해 전염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로 인한 불안과 증오는 다르다. 전파를 타고 빛의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대위기다. 향후 사람들이 실제 얼마나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위기를 극복하기 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바이러스의 치명적 해악은 이미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모두가 모두를 경계하고 배제하고 혐오하기 시작했다.그러나 이번 위기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숙한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따뜻한 인간미와 공존을 위한 열망을 가진 사람들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중국 우한에서 거주하던 교민들을 수용지로 아산과 진천이 결정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반발했다. 사람들은 님비현상 또는 혐오문제를 크게 걱정했다. 어쩌면 이런 위기 속에 당연한 사람들의 반응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입국 전날부터, 오히려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가 전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고생했다. 이곳에서 편히 쉬고 가족에게 안전하게 돌아가라'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진짜 무서운 것은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신체 증상이 아닐 수 도 있다. 이 공중보건 위기를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미움과 갈등을 넘어 서로간의 믿음과 신뢰를 쌓을 기회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한다. 보건 당국에서 이번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행동수칙을 알려주고 있다. 자주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이다. 그러나 어쩌면 더 큰 해악에 대해서는 아무런 행동요령이 없는 것 같다. 이번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시민 행동수칙을 생각해보았다. '불안과 공포를 전파하면 안된다고 말해주세요. 가짜뉴스를 경계하고 정부 발표와 공신력 있는 뉴스를 봐주세요. 혐오와 차별에 대해 내 주변 사람들, 특히 아이들과 이야기 나눠주세요. 위기와 불안을 이용해 이득을 얻으려 하지 마세요. 의료진과 관계 공무원 등 관계자들에게 최대한 협조하고 응원해주세요. 이 위기를 공존과 화합의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서로를 격려해주세요'.더 이상 바이러스가 확산되지 않게 하기 위해, 일부 지역과 사람에 대한 한시적 격리와 이동제한을 해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위기가 끝나고 나면, 위기 속에서 빛나던 우리의 진짜 본성을 서로 확인하고, 함께 살만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만들어보자. 그래서 이번 바이러스와 함께 기왕에 존재하는 우리 사회 혐오와 차별까지 박멸되면 좋겠다. 이것이 이번 바이러스의 해악으로부터 모두가 승자가 되는 길이다. 저녁 뉴스를 보며 아이가 말했다. 중국 사람이 아니라 바이러스와 싸워야 돼! 우리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아! 그래 지금은 기회다./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2020-02-04 이완

[수요광장]공존의 조건, 사회통합형 주택

現 주택정책 소수자 공존 불가능자기권리 주장 어려운 사람들도도시의 주인으로 함께 살아가야공동의 목적·필요를 가진 시민들차별·배제없이 어우러질 집 꿈꾼다"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입니다."새해 신년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투기와의 전쟁을 언급하였다. 과거 아예 부동산에 대해 언급조차 않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인 것에 비하면 달라진 것이다. 이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한 민심을 어느 정도는 인지한 것 같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개혁 의지가 결여된 정권마다 반복되는 익숙한 레토릭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여전히 주된 관심은 '시장의 안정'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시장이고, 누구를 위한 안정인가? 문제는 아무리 시장이 안정된다 한들 그 '시장'에서 다수의 시민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라는 주택상품을 중심으로 '빚내서 집사라!' 일변도의 우리의 시장화된 주택정책은 집을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양극화를 심화시켰으며 집을 차별과 배제의 공간, 사회갈등, 주민갈등, 세대갈등의 진원지로 만들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공에서 공급자 주도로 다양한 사회계층이 어울려 살 수 있는 소셜믹스 정책을 시도하였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집을 돈벌이의 대상으로 만든 결과, 빚을 내어 집을 살 수도 없고 주거복지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 시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렇게 기존 주택시장에서 소외된 시민들을 위하여 사회주택과 공동체주택이라는 공공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사회주택은 사회적경제 주체를 통해 공급되는 주거약자를 위한 사회임대주택(임대료 시세 80% 이하)으로 주로 청년 1인가구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사업성 위주로 입지가 선택됨에 따라 임대료 수준이 청년들에게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공동체주택은 획일화된 아파트 대신, 같은 관심과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거주하며 공동으로 생활문제를 해결하는 주택이다. 공동체주택 참여자들의 공동체소유(주택협동조합)를 위한 금융지원이 핵심이다. 어느 정도 지불능력을 요하기 때문에 주로 중산층 중장년세대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공지원 주택정책은 사회주택과 공동체주택으로 이원화됨에 따라 또다시 소유와 임대로 구분되며, 청년과 중장년 세대를 분리하는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나는 공동체주택을 통해 오랜 전세난민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우리는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의 10가구가 모여 공동의 건축주가 되어 자신의 필요에 맞는 집을 시장가격 보다 저렴하게 장만할 수 있었다. 개별 세대와 별도의 커뮤니티 공간을 설치하고, 공동체 규약을 마련해 입주자들이 소통하고 공동체 활동을 하는 주거 형태다. 공동체주택에 살아보니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빈부에 관계없이 다양한 시민들이 좋은 이웃으로 어울려 사는 것, 어쩌면 당연한 주거권이라고 생각되는 이 소망이 왜 어려운 걸까?"우리는 어느덧 꿈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우리는 지금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집을 가진 사람과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만을 위한 주택정책은 사회적약자 및 소수자와 공존이 불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 도시의 주인은 건물주가 아니다. 사회적 약자, 소수자, 미래세대 등 자기권리를 제대로 주장하기 어려운 이들 또한 도시의 주인으로써 함께 살아갈 권리를 존중하고 보장하여야 한다. 공존할 수 있어야 우리의 도시라는 공동체가 미래에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2020년 새해를 맞아 나는 꿈을 꾼다. 공동의 목적과 필요를 가진 시민들이 나이, 학력, 경제력 등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하거나 배제당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모두의 집, 사회통합형 주택을 꿈꾼다.토지는 공공에서 장기임대로 제공하고, 거주자로 구성된 주택협동조합이 사회적경제 주체들과 협력하여 건축과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주택의 형태는 서민 중산층 자부담 참여자를 위한 코하우징과 주거약자를 위한 사회임대용 셰어하우스를 결합하여 진정한 소셜믹스가 가능하며, 지역에 개방된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지역의 공동체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

2020-01-28 김수동

[수요광장]'젊은 인재영입' 호들갑 여·야, 누굴 위한 총선인가

개개인의 인생 역경 스토리 이용선거프레임·이미지 전략만 보여이주민 인권·권익 챙기는 인물등지역현안 풀어 갈 사람 공천해야유권자 요구 읽히고 표심도 얻어4·15 총선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 할 것 없이 정당의 인재영입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당은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게 된 여교수를 시작으로, 가난한 청년·전직 소방관·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 이어 전직 공익제보 판사, 방위산업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11번째 영입 인물 발표를 마쳤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목발 짚고 탈북한 인물, 체육계에서 '미투'를 선언한 젊은 여성에 이어 최연소 기초의원 출신 등 여섯 번째 영입 인물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가의 인재영입은 자신의 삶을 바꿔줄 인물이기를 바라며 기대하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크나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여·야의 인재영입을 들여다보면 유권자들의 바람은 읽히지 않는다. 개개인의 인생 역경 스토리를 이용한 선거 프레임과 이미지 전략만 보일 뿐이다. 정치적 '방향성'이나 '어젠다' 대신에 정당정치의 속내와 노림수만 보이는 탓에 거대한 쇼로 비칠까 걱정이다. 여당은 민주연구원 중심의 빅데이터로 리스트를 뽑았다는데 영입된 11명 중 6명이 30대이고 당에서 청년으로 간주하는 45세 미만이 2명이다. 정치에 훈련되지 않은 청년들에게 좋은 정책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역시나 "정책을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다, 저는 정치에 '정'자도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이들의 발언에 수년간 정치에 몸 바쳐 온 이들의 분노를 유발하며 빈축을 사고 있다. 정치 경륜 문제 외에도 인물 자체에 대한 흠결 등 이런저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대거 젊은 층 영입으로 표심만 노리는 것 아니냐며 비판받고 있다. 인맥 중심이라는 황교안 대표는 수첩에 한 명씩 추천 인재를 적어 간다는데 1차 인재영입 이후 두 달 만에 2차 영입 발표를 했고, 나다은 대표는 3일 만에 해촉돼 선거가 장난이냐는 조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당 지도자들이 유권자들의 바람을 모르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 어쩌면 유권자들의 눈높이와 기대를 못 읽는 척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힘내라는 격려의 말로 힘이 나오지 않듯, 경력단절 여성을 영입한다고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수한 소방관을 모셔온다고 사회 안전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무엇보다 정치인 자신의 전문적이고 치밀한 정치력과 합리적 판단이 중요하다. 다년간의 정치 생태계에서 훈련되고 조직을 이끌며 수행한 경륜 속에서 문제 해결 동력이 있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인재영입과 인물 공천에 모두가 주목한다.이번 총선은 유권자 연령 18세 인하와 선거법 개정이 맞물리면서 우리 사회는 그 어느 선거 때보다 불안과 기대가 공존한다. 그만큼 인물 영입과 공천 관리의 엄중함이 요구된다. 젊은 인물과 스토리로 포장된 이미지로는 유권자의 표심을 얻을 수 없다. 젊은 정치를 원하면 먼저 토양마련과 청년들의 정치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성 정치인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 또한 시대적 요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인재영입 논란을 불식시키려면 지역 특색에 따른 현안을 풀어나갈 인물 공천이 절실해 보인다.실례로 필자의 칼럼이 게재되는 경기·인천 지역의 경우, 곳곳에 다문화 가족이 전국 어느 곳보다 많다. 따라서 이주민들의 인권과 권익을 적극적으로 챙길 수 있는 인물이 유권자의 요구일 수 있고 이는 곧 지역사회를 위한 배려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갖느냐에 따라 나라가 한 발 더 전진하느냐 아니면 후퇴하느냐를 결정한다"며 공천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그렇다. 인재영입이 쇼라는 비난을 불식시키고 전진하려면 각색된 이미지와 미담 의존으로는 안된다. 후보 개인의 정치적 역량이 지역 문제 해결동력이다. 유권자의 요구와 표심도 딱 그 지점인 것이다.정치가란 어떤 직업보다도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열정, 사회적 헌신에 도덕성까지 갖춰야 하는 직업이다. 흠결 없고 신뢰받는 인물이어야 한다. 지역사회를 위해 인재영입과 공천에 누가 더 적합한 인물인지 유권자의 요구를 읽어야 표심도 얻을 수 있다. 정치가 내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서슬 퍼렇게 지켜보고 있다. 국민이 공감되는 영입과 공천 경선을 기대한다./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2020-01-21 김정순

[수요광장]亞 최초 동계유스올림픽 유치 '2024 강원유스올림픽'

IOC 개최지 결정방식 변경이후처음으로 신규규정 적용한 사례평창 올림픽레거시 활용 큰 의미대표단, 남북공동개최 의사 밝혀'2032년 공동유치' 마중물 되길대한민국이 아시아 최초 동계유스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지난 10일 스위스 로잔 스위스테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35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IOC 위원들의 투표를 통해 유효표 총 81표 중 찬성 79표, 반대 2표로 2024 동계유스올림픽 개최지를 강원도로 확정했다. 스포츠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스포츠 강국을 넘어 스포츠를 통해 올림픽 정신과 다양한 가치를 전파하는 스포츠 선진국으로 한 단계 나아갔다. IOC는 지난해 6월 제134차 IOC 총회에서 올림픽 개최 7년 전에 차기 대회 유치도시를 결정하던 기존 방식을 시기에 상관없이 결정할 수 있고, 도시만 유치 후보로 나서던 것에서 벗어나 개최지를 지역의 개념으로 확대하여, 새로운 개최지 선정 절차인 '미래유치위원회(Future Host Commission)'를 통해 결정하는 새로운 규정을 적용하였다. IOC는 그동안 대회유치를 희망한 후보국 중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올림픽 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강원도가 타당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협상과 노력으로 마침내 2024 동계유스올림픽 유치라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이로써 이번 유치는 IOC가 올림픽 개최지 결정 방식을 바꾼 후 처음으로 새 규정을 적용한 사례가 되었다. 이날 총회에선 필자를 비롯한 정부 대표인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겸 IOC 위원, 최문순 강원도지사, 차준환 피겨스케이팅 선수, 강원도 학생 최연우양이 함께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단독 후보였지만 '함께 즐기며 경쟁하고, 함께 성장하는 대회'라는 주제로 각계 전문가와 정부, 국민이 한마음으로 우리의 의지를 잘 표현하여, IOC 위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유스올림픽은 전 세계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우정과 화합을 통한 올림픽 정신을 전파하고자 2010 싱가포르 하계유스올림픽을 시작으로 동·하계 올림픽을 각각 4년마다 개최하고 있다. 유스올림픽은 15~18세 전 세계 스포츠 꿈나무들이 경쟁을 통해 도전과 페어플레이 정신, 배려를 배우고 성인 올림픽의 꿈을 키우는 무대이다. 동계유스올림픽은 2012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회를 시작으로 2016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2020 스위스 로잔 대회까지 모두 유럽에서 개최됐으며 대한민국 강원도는 아시아 최초의 동계유스올림픽 개최지가 되었다.이번 동계유스올림픽 유치는 단순히 국제스포츠이벤트 유치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18 평창의 영광을 이어 올림픽 레거시를 활용한다는 점에 그 의미가 크다. 우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이후 대회 개최의 영광에서 끝내지 않고, 올림픽 레거시 활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동계유스올림픽은 올림픽 시설 재사용을 통한 스포츠 레거시의 활용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올림픽 정신 함양을 할 수 있는 현장 교육의 장으로써 사회적 레거시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어 올림픽 레거시 활용의 큰 역할을 해낼 것이다.또한, 우리 대표단은 여러 가지 여건이 가능하다면 2024 동계유스올림픽도 남북 공동 개최로 치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IOC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필자는 이번 2024 동계유스올림픽이 침체된 남북 체육 교류의 물꼬를 트는 기회가 되어 다시 한번 스포츠를 통한 평화를 실현하고, 나아가 2032 남북 공동올림픽 유치의 마중물이 되는 의미 있는 이벤트가 되기를 바란다. ―2020 유스올림픽 개최지, 스위스 로잔에서/유승민 IOC 선수위원·대한탁구협회장유승민 IOC 선수위원·대한탁구협회장

2020-01-14 유승민

[수요광장]저항 정신의 선비, 조지훈의 탄생 100주년

몰락한 왕조의 고궁 소재 '봉황수'나라 잃은 울분·수심 표현한 작품망국의 슬픔 노래하며 비애 절제일제말 견딤으로 파시즘에 대항했던그 나름의 현실이해 방식이었을 것올해는 지훈(芝薰) 조동탁(趙東卓, 1920~1968)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훈은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할아버지 아래서 한학을 배웠고 정규 학교는 다니지 않다가 16세에 상경하여 조선어학회에 출입하였으며 혜화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하여 3년간 수학하였다. 한학 교양이 몸에 밴 조숙한 청년 지훈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민족주의적 독립운동가들을 많이 만났으며, 시인 가운데는 지사 황매천과 한용운을 가장 존경하였다. 이름난 선비였던 할아버지는 인습 개혁에 앞장섰고 자녀들을 도쿄에 유학시켰는데, 해방 후 제헌의원이었던 조헌영이 지훈의 아버지다.지훈은 열일곱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열아홉 되던 1939년 '고풍의상'과 '승무'로 <문장>에 추천을 받았다. 선자(選者)는 정지용이었다. 시집 '고풍의상' 후기에서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애수, 민족 정서에 대한 애착이 나를 이 세계로 끌어넣었다"라고 했듯이, 지훈의 초기시에는 전통적 시어 속에 단아한 민족 정서가 담겨있다. 해방 후 그는 박목월, 박두진과 함께 공동시집 <청록집>(1946)을 펴냈으며, <풀잎단장>(1952)을 시작으로 모두 네 권의 시집을 냈다. 해방 후에는 학자 혹은 논객으로서 더 인상적인 활동을 폈다. 그는 순전히 독학으로 문학, 철학, 사회과학을 탐독했고 그 결실 <한국문화사서>, <한국문화사대계> 등 방대한 기획을 실행하였다. 자유당 시절 이승만의 송시 청탁에 대해 "나는 누구든 살아있는 사람의 송시는 쓰지 않는다"라고 거절하였고, 1960년대에는 한일협정 비준반대 교수로 나서는 등, 시에서는 전통적 순수의 세계를 추구한 반면 정치적으로는 지조 있는 지식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다.나는 그가 남긴 많은 시편 가운데 선비정신과 애수가 함께 깃들인 '봉황수'와 낭만적 풍류가 가득한 '완화삼'을 제일로 친다. 일제 말기에 쓰여진 '봉황수(鳳凰愁)'를 한번 읽어보자. "벌레 먹은 두리기둥 빛 낡은 단청 풍경 소리 날아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 쳤다. 큰 나라 섬기다 거미줄 친 옥좌 위엔 여의주 희롱하는 쌍룡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 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석(甃石)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패옥 소리도 없었다. 품석 옆에서 정일품 종구품 어느 줄에도 나의 몸둘 곳은 바이 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를 양이면 봉황새야 구천에 호곡하리라."몰락한 왕조의 고궁을 소재로 하여 나라 잃은 울분과 수심을 표현한 작품이다. '봉황수'란 망국의 우수를 뜻하는데, 이는 고궁을 퇴락시킨 요소인 '벌레', '산새', '비둘기'가 곧 망국의 요인임을 암시한다. 방치되어 퇴락한 고궁의 모습과,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친 추녀 끝 풍경은 한결같이 봉황의 모습을 참담하게 만든다. "큰 나라 섬기던 거미줄 친 옥좌"라는 구절은 망국의 요인이 사대주의였음을 암시하면서 '봉황'이라는 환상의 새와 확연한 대조를 구축해준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이라는 구절은, 나라 잃기 전의 왕조 역시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었음을 암시해준다. 푸른 하늘 밑에서 대궐 앞길에 깔아놓은 '추석'을 밟고 가는 그림자를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은 더욱 비감하기만 하다. 그리고 다음 문장들은 "없었다"의 반복을 통해 화자의 비감한 심정을 더욱 고조해준다. 패옥 소리도 들리지 않고, 벼슬의 주인공들도 간 곳이 없다. 그 어디에도 자신의 자리가 없음을 느낀 화자의 눈에는 눈물이 복받치지만, 그는 '눈물이 속된 줄'을 깨달아간다.덧없이 무너진 옛 왕조의 역사를 슬퍼하며 눈물 흘리는 것이 부질없는 감상(感傷)임을 깨닫는 데서 이 시편은 복고적 향수나 비애를 넘어 예리한 현실인식을 보여주는 데로 나아간다. 망국의 슬픔을 노래하면서도 막상 그 비애를 절제할 줄 아는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이는 일제 말기에 느림과 견딤의 미학으로 파시즘에 저항했던 지훈 나름의 현실 이해 방식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 저항정신의 선비, 조지훈의 뜻깊은 탄생 100주년이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20-01-07 유성호

[수요광장]모두가 '메리' 한 크리스마스를 꿈꾸며

경북 영덕 수산물가공업체 4명사망赤水 난민소행 가짜뉴스·산재사고정치인 망언… 올해 이주인권 '얼룩'내년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등밝고 긍정적인 10대뉴스 소망한다얼마 전, 미얀마와 네팔을 다녀왔다. 한국에 이주노동을 하러 가려는 청년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왜 한국행을 선택했는지 물어보았다. 한 명도 빠짐없이, 높은 임금과 한류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음악과 드라마 속의 한국은 이들에게 '일생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매력적인 나라로 비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꿈꾸며 동경해마지않는 드라마 속 한국의 모습과 한국에서의 실제 이주민의 삶이 얼마나 다를지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한국에서 이주노동 후 본국으로 귀환한 이주노동자들에게, 이제 막 한국으로 가고자 하는 자국의 청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물었다. 귀환 노동자들은 자국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든 노동 및 생활환경을 꼽았다. 다른 나라로 이주노동을 하러 떠나는 노동자들이 나름의 단단한 각오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겪었던 진짜 한국 사회의 현실은 각오보다 더욱 가혹했나 보다. 12월 18일은 UN이 정한 '세계이주민의 날'이다. 이날을 맞아 이주민 지원단체들의 네트워크인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에서는 이주인권 활동가들이 뽑은 2019년 올해의 이주인권 10대 뉴스를 발표했다. 10대 뉴스에는 4명의 이주노동자가 한꺼번에 사망했던, '경북 영덕 수산물 가공업체사건' 등을 포함하여 이주노동자들의 연이은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우선 뽑혔다. 2018년 한 해에만 136명의 이주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그리고 정치인들의 연이은 망언이 포함되었다. 올해는 특히 정치인들 망언의 해이기도 했다. 이주노동자에게 차등임금을 실시하자는 주장과 이들은 한국사회에 기여하지 않고 있다는 혐오발언들이 이어졌다. 특히나 정현율 익산시장은 이주 아동을 '잡종'이라고 표현하며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프랑스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국내에서 살면서 철이 들고 세상 물정을 배워온 한국 사람들과 달리 외국인은 몸만 어른이다 뿐이지…(중략) 한국사람과 비슷한 인식과 수준이 되기까지 한 3년이 걸린다는 거죠"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발언 속의 인권의식은 낯뜨거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다.또한, 10대 뉴스에는 이주민과 난민에 대해 난무했던 가짜뉴스가 선정되었다. 대표적으로 인천과 서울 문래동 등에서 벌어졌던 붉은 수돗물 사건이 이슬람 난민 소행일지도 모른다는 '문래동도 붉은 수돗물… 일부 이슬람 난민 소행일 수도'를 내보낸 인터넷 기사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외 대부분의 10대 뉴스 또한 역시 하나하나 매우 참혹한 사건이었다. 이주민의 연이은 산재 사망사건은 몇 년째 빠지지 않고 10대 뉴스가 되고 있고,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가짜 뉴스와 정치인들의 망언 또한 지속되고 있는 점을 더욱 심각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발표 자리에서 한 활동가는 이주인권 10대 뉴스를 매년 발표하지만, 한 번도 긍정적인 뉴스가 뽑힌 적이 없다고 토로하며, 언젠가는 10대 뉴스에 밝고 긍정적인 뉴스가 하나쯤은 뽑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내년 이맘때에는 '드디어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한국사회 인종차별 완전히 사라져' 또는 '모든 노동자에 안전한 한국, 산업재해 사망자 제로' 그리고 '한국 국민들, 관광객보다 이주민과 난민을 더 환영하는 것으로 밝혀져'와 같은 뉴스를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아니 적어도 '겨울에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거나 화장실이 없거나 비닐하우스 같은 열악한 숙소시설 이제는 옛이야기' 정도의 뉴스라도 듣기를 희망해본다. 그동안 크리스마스와 연말로 이어지는 이 시기는 내 주위의 어렵고 힘든 이웃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누군가를 꼭 동정의 시선으로 보며 무엇인가를 전하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 다만, 그동안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생각하지 못했던 한국사회 한 쪽의 이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면 어떨까 싶다. 한국에 살고있는 이주민들에게도 한류 드라마 속 주인공의 해피엔딩이 펼쳐지는 2020년이 되게 해달라고 산타에게 소원을 빌어본다./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2019-12-24 이완

[수요광장]노후를 위한 주거의 조건

베이비붐세대 꿈 '전원의 단독주택'부모 부양·자녀 뒷바라지 '이중고'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에 가까워전재산인 부동산 처분문제도 난관사회적고립 피할 이웃과관계 중요"야~야~ 다 필요 없어. 나 혼자 살 거야. 늙으면 요양원 가면 돼! 내 걱정하지들 말고, 니들이나 잘 살아~." 홀로 되신 부모님 거처 문제로 함께 대책을 논의하다 보면 대개가 이런 식으로 결론이 나곤 했다. 이렇게 부모의 노년을 경험한 자녀(베이비붐)세대는 노후주거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베이비붐 세대의 꿈 '전원의 단독주택'. 베이비붐 세대를 대상으로 은퇴 후 주거이전에 대한 계획을 물었다.('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주거특성 분석 및 시사점',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2014) 전체의 82.9%가 주거이전 의사가 있다고 답을 했다. 그 이유는 안락한 노후생활(49.8%)과 경제적 부담(20.2%)이 가장 컸으며, 원하는 주택유형은 전원주택이 압도적(42.9%) 이었다.경쟁에 지친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수도권의 전원에 작고 아담한 집을 지어 텃밭도 가꾸며 가끔은 친구들과 함께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여유로운 노후의 삶을 꿈꾸는 것이다.과연 이들은 그 꿈을 이루었을까? 안타깝게도 이들의 꿈은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에 가깝다. 현실의 베이비붐 세대 대부분은 살던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연로하신 부모의 부양은 물론 아직까지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자녀 사이에서 스스로의 노후준비를 챙기지 못한 이들은 나이 들어서도 경제활동을 멈출 수 없다. 보유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인 베이비붐 세대가 절대자산인 '집'을 처분하고 이전하는 것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집, 사야 할까 팔아야 할까?", "집값은 오를까 내릴까?" 여전히 집에 대한 우리의 질문은 자산 관점에 머물러 있다. 사실 이러한 질문들은 "주식이 오를까 내릴까"하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 누구도 모르는 일이며,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답을 줄 수 없는 잘못된 질문이다. 노후의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주거를 원한다면 이제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어디에 정착할 것인가?' 이제는 정주할 곳을 찾아야 한다. 노년기에 접어든 이후에는 주거지를 옮기기가 쉽지 않다. 고령자의 경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며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나이들 것인지에 대한 계획과 준비를 하여야 한다. '노년기 삶의 질을 보장하는가?' 주거공간과 지역에 대한 질문이다. 승강기, 낙상예방, 화재예방, 범죄예방 및 안전문제가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교통 및 편의시설, 여가문화, 사회복지 시설 등의 지역 인프라가 잘 마련된 지역이면 더욱 좋다. '주거비 절감이 가능한가?' 주거이전이 주거안정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집이 절대 자산인 베이비붐 세대에게 주거이전은 바로 경제적인 잉여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집이 성공과 부를 표현하는 과시의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나의 필요에 딱 맞는 실용적인 집,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집이 필요하다. 주택의 하자보수 및 운영유지비에 영향을 미치는 주택의 품질과 단열 또한 매우 중요하다. '가까이에 언제든 오갈 수 있는 가족이나 이웃이 있는가?' 이 질문이 가장 핵심이고 중요하다. 고령사회 노년의 삶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요소 중 하나가 바로 사회적 고립이다. 지금처럼 집 가까이에 오갈 수 있는 이웃 하나 없이 노년을 맞이한다면 사회적 고립을 피하기 어렵다. 시간이 갈수록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이웃이다. 지금 현재가 아닌 다가올 미래에 누구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가 노후주거의 본질이다. 노년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나의 사생활과 커뮤니티 활동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집은 돈이 아니라 공간과 관계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올바른 주거이전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조건에 동의한다면 마지막으로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 말이 있다.'문제는 시간,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이와 같이 노후를 위한 주거의 조건을 이야기하면 모두들 고개를 끄떡인다. 하지만 실제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당장 절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심하자. 시간이 갈수록 주거이전의 여건은 복잡해질 것이고 비용은 비싸질 것이고 만족도는 떨어질 것이다. 내가 아무리 외면하고 거부해도 노년은 도둑같이 찾아온다./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

2019-12-17 김수동

[수요광장]품격 없는 방송, 시청자는 멍든다

언론으로서의 영향력 커진 '종편''민주여론 형성' 당초목적 실현하고건전한 콘텐츠·질적 수준 갖춰야자사 유불리 따지는 도구 인식 탈피사회적 책임·공적기능 함께 봐야최근 종합편성채널인 MBN이 승인 당시의 편법 자본금 충당과 관련해 검찰 조사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종편효과에 대한 비판이 촉발되고 있다. 종편 승인 10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시점에 방송콘텐츠 질적 하락문제 등 미디어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 종편에 대한 논의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MBN을 포함 4개 종편이 승인 당시, 황금 채널 배정 등 특혜라는 비난과 함께 출범초기부터 논란이 많았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10년.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엄청난 반대와 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법 개정안이 날치기로 통과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제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미디어법 개정안이 기습적으로 통과되던 그해 연말, 그날 분위기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당시 필자는 한국신문발전위원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미디어법에 통으로 묶여있던 신문법도 덩달아 개정되면서 지금의 언론진흥재단과 필자가 근무하던 두 기관이 통합됐다. 말이 좋아 통합이지 당시 덩치가 더 큰 언론재단에 흡수된 셈이어서 필자를 비롯해 신문발전위원회의 연구원 4명은 하루아침에 모두 일자리를 잃었다. 꼭 실직을 당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언론 유관 분야의 연구자 입장에서 볼 때 미디어법 개정은 종편 승인을 위한 목적 외에 다른 명분이 없어 보였다. 암튼 당시 많은 미디어 전문가들이 종편 출범을 우려하면서 제기했던 문제들이 오랜 시간이 흘러 하나둘씩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종편이 우리나라 미디어 시장의 생태계를 교란시켰다는 지적에는 반대 의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JTBC를 제외한 일부 방송의 질적 저하로 언론의 신뢰도 하락에 일조한 것은 부정하기 힘들어 보인다.편법 자금 문제는 비단 MBN뿐이 아니다. 승인 당시 다른 종편들도 신문사의 방송 지배력을 줄이기 위해 30%만 소유할 수 있도록 한 상한선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불거지면서 자본금 편법충당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문제 외에도 미디어법 개정 목적에 얼마나 부응했는지를 살펴보면 과보다는 실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특히 미디어 콘텐츠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을 강조했었는데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더 지배적이다. 일례로 정치시사토크 프로의 경우 평균 33%의 편성 비율로 너무 많다. 게다가 몇몇 패널은 중복 출연하기 때문에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식상한 지 오래고 이제는 피로감까지 느껴진다. 자극적인 언어로 정치 혐오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고 내뱉는 패널을 보면 시청률만 보이고, 정작 멍들어가는 시청자는 보이지 않는 것인지 묻고 싶다. 때로는 지나치게 편향적이고 진영논리에 유리한 프레임도 서슴지 않아 시청자를 혼란에 빠뜨린다.사람들은 미디어를 통해 세상일을 전해 듣고 알게 된다. '탈진실'의 프레임이 판을 칠 때 시청자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거짓인지 혼란스러워하면서 언론을 외면하게 된다. 무엇을 믿고, 무엇을 신뢰할 수 있을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시사프로 일부 패널의 무책임한 언어와 그 태도는 언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나아가서 정치 혐오를 부추기게 된다. 일부 종편은 이렇게 비판을 받으면서도 꾸준히 시청률이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종편 합산 시청점유율이 2012년 5.03%에서 2018년도 14.29%로 약 3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방송사업매출도 안정권으로 진입하고 있어 보인다. 2012년 2천264억원에서 2018년 8천18억원으로 연평균 23.46% 늘어났으니 말이다. 이런 수치들은 종편이 방송·광고매출 등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지표이기도 하다.종편은 지상파와 경쟁력에서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언론으로서 영향력도 그만큼 함께 성장한 것이다. 성장한 만큼 특혜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8년 전 출범 당시를 되돌아보고, 건전한 민주여론 형성이라는 애초의 목적을 실현해야 한다. 이는 건전한 콘텐츠와 질적 수준의 기반 위에서 가능한 것이다. 방송의 영향력은 공적 임무와 사회적 책임을 준수할 때 함께 올라간다. 언론은 국민의 의사소통 통로다. 언론을 통해 국민은 건전한 정치참여가 가능하기도 하고 반대로 언론에 의해 멍들기도 한다. MBN 등 종편은 언론을 자사의 유불리를 따지는 이해의 도구로만 인식하지 말고 사회적 책임과 언론의 공적 기능도 함께 봐야 할 것이다./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2019-12-10 김정순

[수요광장]대한민국 인재를 국제스포츠 무대로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통해韓, 세계 4대 스포츠 그랜드슬램국제무대 활발한 의사소통 결실유능한 '글로벌 인재' 육성 위해중장기적 로드맵 갖고 지원해야대한민국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대회 개최를 통해 세계 4대 스포츠 이벤트 그랜드슬램의 타이틀과 함께 올림픽 최초 남북단일팀을 구성하여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도약을 이루어냈다. 또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동계올림픽역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극찬을 통해 국내 스포츠 전문가들의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러한 결과들은 의사결정 수준뿐 아니라 실무 수준까지 다양한 층위에서 국제스포츠계와 의사소통과 협력을 이루어낸 결과들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이 국제스포츠의 중심에 있기까지는 많은 전문가들의 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국제스포츠 역량이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내 유능한 인재들이 다양한 분야의 국제무대로 진출하여 활발히 활약함과 동시에 현장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도 국내 많은 전문가들이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활발히 활약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국제연맹(IFs) 그리고 각종 분과위원회에 진출한 임원들이 141명(2018년 기준)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전문가뿐만 아니라 실무자들까지도 국제기구로 진출하여 소통 창구로서 국내에 있는 기관 및 단체들과 서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정부 및 다양한 기관에서도 우리나라 국제스포츠인재들이 제 기량을 펼쳐 대한민국의 스포츠 위상을 넓혀가고 스포츠 외교력을 증대하는데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인 대한체육회는 국제연맹(IFs) 인턴 파견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003년부터 2018년에 이르기까지 약 70명을 파견하였다. 또한, 국제전문인력을 채용하여 국내의 종목별 회원종목단체에 배치, 종목단체의 원활한 국제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특히, 국제스포츠기관 진출 역량 강화와 차세대 국제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 유일 국제스포츠 전문 재단인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ISF)는 국제스포츠기구 및 관련 분야에 취업을 희망하는 자들을 대상으로 국제 업무 실무경험 및 국제스포츠대회(회의) 참석 기회를 제공하는 실무체험 인턴십을 진행하였다. 또한, 지난 11월 IOC 스포츠국과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실제적이고 실속있는 프로그램으로 한국 젊은이들의 스포츠 국제기구 진출에 발판이 되었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실제로 해당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수료생 일부는 국내연맹 국제전문인력과 국제대회 조직위원회 등으로 취업에 성공하는 등 일회성 경험이 아닌 향후 진로와 연계될 수 있는 성과를 나타냈다. 필자는 국제스포츠 역량 강화는 인재 양성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하계 스포츠 강국인 대한민국이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더욱 큰 역량을 갖추기 위해 유능한 인재들의 국제무대 진출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제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국제스포츠 역량 강화를 위해 정부 또한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예산과 정책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인재양성 계획을 세워야 한다. 글로벌한 스포츠 행정가를 꿈꾸는 이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 스포츠 동향 및 흐름을 파악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글로벌한 역량을 개발시키고 경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유승민 IOC 선수위원·대한탁구협회장유승민 IOC 선수위원·대한탁구협회장

2019-12-03 유승민

[수요광장]전쟁과 분단과 시

지식인들에게 허무·운명론 선사전후문학은 그 경험으로부터 출발가장 비타협적인 배타성 드러내후대의 '전쟁' 평가 다양한 만큼역사적 구체 발화한지 70년 지나올해 내내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잇달았다. 내년은 한일강제병합 110주년, 6·25전쟁 70주년, 4·19혁명 60주년,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등 굵직한 현대사의 모뉴멘트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 지 벌써 70년이 된다. 얼추 셈해 보아도 두 세대 이상이 지나가버린 오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전쟁의 기억도 조금씩 흐려가고, 당대적 경험을 가진 이들은 어느새 고인이 되었거나 노년으로 들어섰고, 이른바 전쟁 미체험 세대조차 중년을 넘어서고 있다. 과연 전쟁은 말끔하게 잊혀져버린 걸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한반도는 분단의 연장선에 있으니, 종전 아닌 '휴전'의 상황은 여전히 강한 잠재적 압박으로 다가들고 있지 않은가. 이때 우리는 당대적 경험을 치른 이들의 기억에 남은 전쟁의 충격과 해석을 재차 조회함으로써, 전쟁과 문학의 관련성, 더 정확하게는 서정시 안에 해석된 전쟁에 대해 깊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우리 근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충격을 주었던 전쟁은 전후문학의 존재 근거이자 한계 상황으로 다가왔다. 또한 전쟁은 전후 지식인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허무와 운명론을 선사하였다. 해방 후에 민족 통합의 소망을 가졌던 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와 한계의식을 경험하게끔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상처와 한계의식은 당대 시인들에게 전대(前代)와는 확연히 변별되는 정신사적 단절을 부여했으며, 그 결과는 인간과 역사에 대한 환멸과 자기 부정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때부터 우리는 가장 명확한 물리적, 언어적 실체로서의 분단을 경험하게 되며, 남북 문학의 이질화 과정을 목도하게 된다. 전쟁과 가난, 반공과 서구 추수라는 공통된 경험을 통해 전후의 시인들은 문학적, 사상적 '아비'를 상실한 채 폐허 속을 거닌다. 그것은 국토 전반에도, 도시 살롱에도, 만취의 육신과 영혼에도, 그들이 써간 문학작품 속에도 두루 걸쳐 나타나게 된다.이렇듯 우리가 전후에 발표된 문학작품을 역사적, 미학적으로 탐구해보고 거기서 어떤 역사적 연속성을 찾아내려 할 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전쟁이라는 발생론에 대해 탐색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후의 문학적 전개를 전쟁이라는 물리적 힘과 그에 대응하는 정신적 힘의 응전으로 읽는 독법은 그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부분적 결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후의 문학이 전쟁에 대한 응전의 성격을 띨 경우, 그것은 대개 일방적 적의(敵意)로 나타나거나 허무주의에 깊게 침윤된 추상적 인간주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주지하듯, 당대 서정시에서 전쟁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났다. 하나는 종군과 참전이라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전쟁과 분단에 비판을 가하는 방식이다. 전자는 반공의식, 뚜렷하고 명징한 적의와 강렬한 조국애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구상의 '초토의 시'나 조지훈의 '다부원에서' 등은 일방적 적대의식을 넘어 인간에 대한 보편적 사랑으로 나아갔다. 후자는 분단의 비극성을 비판적으로 조감하되 그것을 민족 통합의 과제와 연관시키는 방식이었다. 박봉우, 신동문, 신동엽 등의 작품들이 이에 해당하는데, 이들은 당대로서는 퍽 소중한 용기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전쟁의 비극성과 환멸을 보여준 제3의 목소리도 있는데 김종삼, 전봉건, 정한모, 김규동 등이 이에 해당한다.이처럼 전후문학은 한결같이 전쟁이라는 경험으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우리가 '경험'을 강조하는 것은, 인간의 의식 중에서 가장 비타협적인 배타성을 띠는 것이 경험적 인식이라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일반인들은 물론 창작 주체였던 시인들마저도 경험적 직접성이라는 당대의 지평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어느 유파에 속했든 전쟁으로 인한 경험을 어느 정도 반영하지 않은 이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전쟁에 대한 후대의 평가가 다양한 만큼, 그렇게 다양한 등차를 가지면서 펼쳐진 역사적 기억과 해석의 구체였다고 할 수 있다. 그 역사적 구체가 발화하기 시작한 지 70년이 훌쩍 지나고 있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19-11-26 유성호

[수요광장]내 목소리로 이야기 할 수 있어야, 공정사회다

이주민 시각으로 본 한일정책 토론회 흔하지 않아… '정책 대상자'였을 뿐이자스민 前의원, 정의당 입당 화제가짜뉴스등 이율배반적 생각 드러나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 보장해야11월 18일 '이주민의 시각으로 본 한일 양국의 이주민정책'이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과 일본에서 살고 있는 네팔, 미얀마, 베트남, 필리핀의 배경을 가진 이주민들이 한일 양국에 오가며 보았던 이주민 정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사자라는 경험한 이주민 정책에 대한 소해와 새로운 견해는 새로운 통찰과 반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렇게 이주민이 자신의 목소리로 정책 전반을 이야기하는 자리는 아쉽지만, 흔하지 않다. 대부분의 이주민 및 다문화정책의 논의 자리에는 주로 한국인 학자, 관련 전문가, 교수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지며, 가끔 한두명의 이주민이 관련 경험을 이야기할 기회를 갖는다. 이주민과 관련된 여러 가지 현안에 당사자인 이주민의 시각과 견해는 의도적으로 과소평가되었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기회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며 이주민들은 늘, 정책의 대상자이며 소비자였을 뿐이다.또다시 선거철이다. 이주민은 250만명에 이르며 대한민국 전체인구의 5%에 가깝게 증가했지만, 국회에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나 정당을 찾기 어렵다. 이주민 당사자성을 가진 국회의원은 현재 국회에는 한 명도 없다. 오히려 일부 정치인들은 이주민에게 더욱 가혹하게 정책을 바꾸는 것으로, 다수 한국인들의 표를 받으려 노력한다. 왜 이주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기존 한국인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답답할 노릇이다. 이 와중에 이자스민 전 의원이 새누리당에서 정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것이 화제가 되었다. 이자스민 전 의원은 잘 알려진 것처럼 20여 년 전 필리핀에서 귀화한 결혼이주민이다. 이자스민 전의원은 일베와 오유 양쪽에서 욕을 먹는, 즉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모든 정치지형에서 지지받지 못하는 거의 유일한 정치인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가지고 있다.인터넷에는 이자스민 전의원에 대한 여러 가지 악플이 순식간에 다시 쌓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한국인을 역차별하고 이주민들에게 특혜를 주려고 한다는 내용과 몇몇 사건을 들며, 자질이 부족하다는 내용 등이다. 잠깐만 시간을 들여 사실 확인을 하면 파악될 가짜 뉴스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악플들은 이자스민이라는 한 정치인에 대한 혐오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이주민 당사자 정치인이기 때문에 겪는 문제라고 생각한다.여기서 한국사회의 이율배반적인 생각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주민이 한국사회에 들어와 한국인들이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위험하고 어려운 곳을 채워 주는 점에는 환영하지만, 당연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정당한 권리에는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다.지금까지, 한국사회에 이주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해줄 정당이나 정치인은 존재한 적이 거의 없었다. 이주민 당사자가 자신의 목소리로 낼 수 있었던 기회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주민은 늘 다수자를 대변하는 정치권력에 관용과 배려를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까지 이주민은 자신의 목소리를 다수자 정치인을 통해, 혹은 그들의 배려를 기대해야 하는 것일까강원도 영월의 한 마을에서는 '굴러온 돌', '박힌 돌', '굴러올 돌'이라는 뜻을 가진 '삼돌이축제'라는 행사가 매년 열린다. 이 마을은 인구감소를 겪는 다른 마을들과 다르게 매년 평균 10가구 이상씩 인구가 순 유입된다고 한다. 마을 관계자는 그 비결로 마을에 새로 들어온 이주민들은 기존 마을주민과 한 가지 취미 활동을 함께 해야 하며, 여러 마을 사업에 필요한 사업 예산 관리 또한 원주민 이주민 가리지 않고 가능한 모든 사람에게 맡기는 등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공평하게 분배하는 점을 꼽았다. 작은 일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기본이다. 권리와 의무를 출신과 상관없이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 여기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새롭게 내어주는 게 아니라,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를 공정하게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이주민 및 다문화정책의 대상자 및 수혜자로서의 이주민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 그리고 삶의 주체로서의 당사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사회다. 기본적인 권리 보장 없는 포용국가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2019-11-19 이완

[수요광장]모두를 위한, 노후를 위한 집과 마을

고령 1인가구 급증 '노년 삶' 위험다수 사는 곳 안떠나 '사회적 고립'삭막한 도시는 이웃 잃었기 때문멋진 건물보다 공동체 회복 중요'따로 또 같이 삶' 가능한 공간 필요"아~ 이렇게 혼자 오래 살 줄 몰랐어…" 격동의 세월 속에서 그래도 믿을 것은 가족밖에 없다고 굳게 믿으며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이제 홀로 꾸려나가야 하는 노년의 삶이 점점 버겁고 이러한 자신의 존재가 자식들은 물론 이 사회에도 짐이 된 것 같아 서글프다고 하시는 어르신의 말씀이 잊히지 않는다. 2014년 어느 날의 기억이다.독거노인, 나이 드신 부모님을 자식이 부양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던 과거에 돌봐줄 가족이 없는 소수의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독거노인'이 일부 취약계층을 의미하지 않는다. 혼자 살다 혼자 죽어야 하는 '무연사회'가 우리에게도 이미 다가왔다. 노후준비, 돈만 있으면 아무 문제없을 것으로 착각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노년의 관계빈곤과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이미 홀로 사는 노년의 삶은 일상이 되어 버렸다. 이제 더 이상 자식의 부양을 기대하기 힘들며, 사별, 이혼, 졸혼, 비혼, 직장, 경제적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령 1인 가구에게는 외로움, 건강악화, 안전, 사회적 소외와 배제 등의 위험이 노년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건강한 자립생활이 가능할 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어르신들은 70대 중후반을 넘어서며 서서히 어려움에 봉착하기 시작한다. 개인적 질환 또는 노화에 따른 체력의 저하로 조금씩 일상생활의 통제력을 잃어 가기 시작하지만 가끔씩 다녀가는 자녀들은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기 힘들다. 연로하신 어른들은 당신들의 참여가 타인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 활동의 범위를 제한하기도 하고, 반대로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런저런 사회 활동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자신의 의지대로 삶이 통제되지 않으면서 어른들의 심신 또한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한다. 사실 이때가 가장 중요하다. 누군가 가까이 있으면 좋으련만 여전히 혼자서 모든 살림을 감당하셔야 한다. 어르신들의 집은 익숙할 뿐, 고령의 어르신들이 생활하시기에 불편한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불편함을 넘어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어르신들 낙상사고의 절반은 가정에서 발생한다. 고령의 어르신들이 마음 놓고 안전하게 지내시며 일상생활의 조그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주거와 일상생활 지원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이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 없다.고급 실버타운이 있지만 극소수 부유층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노인복지법에 의한 노인복지주택은 부동산개발업자들을 위한 편법적 개발수단으로 왜곡되어 십수년이 넘도록 개선되지 않고 피해자만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최근 들어 의료안심주택, 보린주택, 공공실버주택 등과 같은 의미 있는 공공복지주택 사업이 시행되고 있으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결국 대다수의 어르신들은 이런저런 어려움과 불편이 있어도 마땅한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살고 있는 집을 쉽게 떠날 수 없다. 어르신들은 그렇게 자신에게 남은 유일하고도 소중한 자산인 집에서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가고 있다. 사람뿐 아니라 집도 시간이 갈수록 여기저기 손보고 고칠 곳이 생기지만 혼자서 어떻게 해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어르신도 집도 점점 위험해지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상황에서 여전히 주택의 양적공급에만 머물러 있는 우리의 주택정책도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도시를 '관계가 단절된 사람들의 격리된 공간'으로 채울 것인가? 우리 사는 도시가 삭막한 이유는 집이 부족하고 건물이 낡아서가 아니라 이웃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도시를 살리기 위해 멋진 건물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 그리고 공유지의 회복이다. 공공실버주택의 확대는 물론 '따로 또 같이'의 삶이 가능한 서비스제공형 고령자 임대주택, 어르신들이 이웃과 어울려 교류할 수 있는 공유 주택, 커뮤니티 공간 및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렇게 모두를 위한, 노후를 위한 집과 마을을 만들 때, "이렇게 혼자 오래 살 줄 몰랐어"라는 탄식이 멈추고 내가 살던 집과 마을에서 이웃과 함께 어울려 사는 행복한 노년이 가능할 것이다./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

2019-11-12 김수동

[수요광장]악플 문제, 댓글 폐지보다 근본적 해법 찾아야

디지털 공론장 활용하는 소비자 건전한 이용과 노력은 필수요소 뉴스 유통망 장악하고 있는 포털획기적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언론과 불평등 관계 재정립 해법최근 댓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 15일,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69.5%가 댓글 실명제 도입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수치는 댓글 폐해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조사가 실시된 바로 전날 악플에 시달리다 유명을 달리한 연예인의 비극적 사건이 우려와 자성의 분위기를 촉발한 셈이다. 실제로 이 사건을 계기로 포털 사이트 '다음'은 연예기사 댓글 폐지라는 방침을 내놨고, 이 외에도 댓글 관련 법안 발의와 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어 악플 근절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사실 악플의 위해성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악플 피해 사례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어서 새삼 강조하기도 진부해 보인다. 이 문제는 악플로 인해 피해를 당한 당사자와 악플러의 문제로 풀기 보다는 악플을 양산하는 거대 포털과 언론의 생태계에 대한 인식과 접근이 필요하다. 악플러 뒤에는 자극적인 제목을 미끼로 클릭을 유도하며 먹이를 던지는 언론이 있기 때문이다. 언론이 제일 큰 문제라면 저널리즘 자체에 대한 지적에 반박하기 힘든 대목이기도 하다. 그렇다. 정보량은 폭증하고 가짜뉴스가 넘쳐난다. 선정성과 오인성 넘치는 제목으로 뉴스 이용자들을 혼란에 빠지게 한다. 소위 클릭을 유도하는 낚시성 제목으로 이용자들을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한다. 특히 연예인 등 사회적 저명인사와 관련해 이슈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는 더 강하게 작동한다. 그 결과, 선정적 뉴스가 양산된다. 즉 포털의 실검과 언론의 클릭장사라는 악순환이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언론 생태계와 악플 확대 재생산에 용이한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어 이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와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물론 포털과 언론의 개선책으로만 악플이 근절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디어의 이용자로서 시민도 규범인식과 바른 실천이 동반되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미디어 이용에 앞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보호 인식에 대한 교육이 선행해야 한다. 유럽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미디어교육과 SNS 이용 예절과 혐오발언 근절 교육을 실시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특히 캐나다에서는 세계 최초로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과장된 표현이나 정보 구분 등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이버 예절 등 필수 교과과정은 어려서부터 미디어 이용에 대한 바른 인식과 올바른 태도 형성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런 다각적인 노력이 없어 보이는 포털 다음이 발표한 연예기사 댓글 폐지는 디지털 공론장이 주는 순기능을 포기한 것으로 미봉책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포털뿐 아니라 댓글 문화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이 절실하다. 큰 감동은 절제에서 온다고 한다. 댓글이야말로 감정 절제가 우선되어야 한다. 비극적인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한시적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져서는 안 된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없이는 건전한 댓글 문화정착은 기대할 수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 확산 등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어서 정치·사회 뉴스 댓글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 최대 포털인 네이버의 동참이나 아웃링크 없는 다음 카카오의 댓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요즘 많은 언론이 선정적인 황색 저널리즘이라는 오명을 달고 있거나 뉴스와 사설을 혼용한 의견 저널리즘 형식의 정파적 보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파적 보도로 인한 파편화된 뉴스의 폐혜와 그 심각성은 실로 크다. 이념을 전파하고 상업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건전한 공론장을 오염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이 주는 공론장으로서 건전한 순기능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우리 모두의 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디지털 공론장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건전한 이용과 노력은 필수 요소다.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포털의 획기적인 정책 마련과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건전한 댓글 문화 정착을 위해 언론은 품격있는 저널리즘을 향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뉴스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포털과 언론의 불평등 관계의 재정립이 해법의 기본이 아닐까./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2019-11-05 김정순

[수요광장]전세계 탁구인의 축제 '2020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대회 개최성공 위한 홍보·예산·인력 부족지름 40㎜ 무게 2.7g 작은 공으로대한민국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 필요탁구는 일정한 규격의 탁구대에서 작고 가벼운 공을 라켓으로 주고받으며 경쟁하는 경기로 좁은 장소에서 언제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라켓 스포츠이다. 스포츠 중 가장 작은 공(지름 40㎜) 그리고 가장 가벼운 공(2.7g)으로 즐기는 스포츠이지만 국제탁구연맹(International Table Tennis Federation, ITTF)은 전 세계의 국제경기연맹 중 가장 많은 회원국(226개국)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핑퐁외교, 1991년 지바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결성 및 우승 등 작은 공으로 무게감 있는 굵직한 외교활동에도 앞장서 온 종목이다.탁구 경기는 총 7개의 세부종목으로 남녀단식, 남녀복식, 혼합복식, 남녀단체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88서울올림픽에서 처음 4개의 세부종목(남녀단식, 남녀단체)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2020년 개최 예정인 도쿄올림픽에는 혼합복식이 추가로 채택되면서 5개의 세부종목(남녀단식, 남녀단체, 혼합복식)으로 성장하였다.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올림픽 다음으로 가장 큰 세계대회이다. 세계선수권대회는 1926년부터 열렸으며, 1957년부터 2001년까지는 2년마다 개최하여 7개 세부종목(남녀단식, 남녀복식, 혼합복식, 남녀단체)을 치러냈으나 너무 많은 경기수와 선수보호차원에서 2001년 후부터는 격년제로 짝수연도에는 단체전, 홀수연도에는 개인종목을 치러내고 있다.대한민국 탁구는 역대 올림픽 금메달 수 3개(88서울올림픽 여자복식- 양영자·현정화, 88서울올림픽 남자단식- 유남규, 2004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유승민)로 중국에 이어 2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렇게 탁구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이웃나라 탁구 강국인 중국(5회)과 일본(7회)이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했지만 우리나라는 단 한 번의 경험이 없었다. 오는 2020년 3월 드디어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부산에서 개최된다. 부산은 유남규, 현정화, 안재형 등 탁구 스타들을 배출한 탁구도시로서 역사상 첫 번째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하기 때문에 더더욱 큰 의미가 있다. 특히 단체전 대회로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탁구인의 응집력을 볼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2020도쿄올림픽 전초전으로 전 세계의 스포츠인의 기대와 관심이 주목된 대회이다. 이번 대회는 130개국의 선수단이 참가하고, 226개국의 대표단이 국제연맹 총회를 위해 부산을 방문할 예정으로 부산을 전 세계에 알리고 스포츠의 도시로 한 번 더 부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이 분명하다. 전 세계 스포츠인이 주목한 본 대회를 위해 지난 6월 대한탁구협회장으로 취임한 필자는 부산시와 함께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밤낮으로 뛰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홍보 및 예산 그리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필자를 비롯한 모든 탁구인은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여 예산 확보 및 홍보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탁구인을 비롯한 다양한 인사들을 홍보대사로 참여시켜서 붐업을 조성하고, 탄탄한 예산(국비, 시비, 스폰서 등)을 확보하여 안정적이고 의미 있는 대회를 만들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 수립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다. 이번 2020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부산 시민, 탁구인, 정계, 재계. 정부 할 것 없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작은 공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는 멋진 대회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본 대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고 고민하는 조직위와 부산시 관계자들께 감사하며…./유승민 IOC 선수위원·대한탁구협회장유승민 IOC 선수위원·대한탁구협회장

2019-10-29 유승민

[수요광장]외솔 최현배의 시조

일제강점기 민족의식 발견과 깨침엄혹한 역사·생애 작품마다 녹여내해방후 고향·나라·한글사랑 더깊어이승만·박정희정부 가차없는 비판제언 마다않던 민족·민주주의자였다한글날을 맞아 외솔회 주관으로 '집현전 학술대회'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렸다. '문학과 한글'이라는 이색적인 주제를 다루어 청중들 호응이 퍽 컸다. 한용운, 윤동주, 방정환 그리고 최현배의 문학과 한글 관련성이 논의된 자리였다. '외솔회'는 한글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외솔 최현배(1894~1970) 선생을 기념하는 모임으로서, 외솔의 손녀 최은미 이사장과 유명 국어학자 성낙수 회장이 정성껏 이끌어가고 있다. 선생의 뜻을 이어 국어 연구와 교육과 운동으로 사회에 기여하고자 외솔 돌아가신 1970년에 창립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외솔의 고향인 울산에서는 한글날부터 나흘간 '한글, 미래를 꿈꾸다'라는 주제로 한글문화예술제가 열려 선생 탄생 125주년을 기념하였다. 그리고 18일에는 울산 중구청에서 외솔시조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는데, 이날에는 이지엽 시인이 수상을 함으로써 외솔과 시조가 눈부시게 결합하는 순간을 창출하였다. 외솔시조문학회 한분옥 회장의 정성과 노력이 이러한 결실을 얻어낸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행사들은 모두 '한글날'이라는 민족의 축제에 '외솔 최현배'라는 거목을 연결한 성과들이었던 셈이다.외솔 선생은 국어와 한글을 한 축에, 민족 독립과 문화 발전을 한 축에 놓고 평생을 살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은 잘 알면서도, 선생이 시조 백여 편을 남긴 시인이었다는 점은 전혀 모르는 듯하다. 선생의 시조는 외솔회에서 펴낸 전집에 모두 수록되어 있다. 일제강점기에 쓴 시조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견고한 수납, 민족의식의 발견과 깨침, 형무소에서의 옥고를 통한 스스로의 정체성 확인 같은 주제로 쉼 없이 흘러갔다. 이 땅의 엄혹한 역사와 궤를 함께한 선생의 생애가 작품 편편마다 실감 있게 녹아 있다. 해방 후에 쓴 시조에는 고향과 나라와 한글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목소리가 깊이 있게 담겨 있다. 그 목소리에는 선생 자신의 존재론적 기원(origin)에 대한 열망이 가라앉아 있는데, 선생은 시조를 통해 자신의 학자적 정체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근원적으로 표상한 것이다. 대체로 시인들은 삶의 길목마다 그 생성적 항체를 얻기 위해 자신의 기원을 상상하곤 한다. 외솔 선생은 자신의 기원을 확인해가는 과정을 '고향'과 '나라'와 '한글'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행해간 것이다.외솔 선생이 우리 지성사에 남긴 문양은 다양하다. 선생은 어려서 배운 한문과 일신학교 때부터 익힌 근대적 학문의 결속을 통해 민족의식을 키워갔다. 조선어강습원에 다니면서 주시경 선생으로부터 사사한 것이 민족의식 발로의 결정적 계기가 되어주었다.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히로시마고등사범학교와 교토대학 문학부에서 더욱 넓고 깊은 근대적 학문을 배웠는데, 이때 선생은 전통과 근대 가운데 어느 것도 소홀히 하지 않는 맞춤복을 마련하게 된다. 귀국해서는 연희전문학교 교수가 되어 본격적 한글 연구와 조선어학회 활동을 전개하였는데, 이른바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에 갇혀 해방이 되어서야 출옥할 수 있었다. 해방 후에는 문교부 편수국장, 연세대 교수, 한글학회 이사장, 세종대왕기념사업회 대표 등을 역임하면서, 일생 국어학 연구와 국어정책 수립에 정성을 다했다. 그런 선생에게 만만찮은 시조 창작의 열정과 그 결실이 있었다는 점이 최근 각별하게 연구되어 그 결과로 외솔시조문학상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도 선생의 다양한 문화적 실천을 알맞게 조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선생은 일제에는 물론, 이승만, 박정희 정부에도 가차없는 비판과 제언을 마다하지 않은 민족주의자이자 민주주의자였다. 이러한 저항의 존재증명에 '말'과 '글'의 가치를 부가한 것은 두고두고 선생의 독자적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내년이면 선생 50주기를 맞는데, 새삼 선생이 평생 정성을 다한 겨레의 문화적 자산으로서 '한글'과 '시조'를 양쪽에서 귀납하고 해석하는 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시기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말본', '조선민족 갱생의 도', '우리말 존중의 근본 뜻'의 저자가 시조시인으로 또한 각인되어가는 순간을 마음 깊이 기다려본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19-10-22 유성호

[수요광장]한국의 인권현실… 산업재해 사망은 고작 1점

이주노동자들 일터에서 다치거나죽는 경우 하루평균 '18.4명' 달해사업장 평가지표 점수도 '모욕적'現 고용허가제 사고 절대 못 줄여정부, 최소한의 생명권 지켜줘야20년이 다 되어 가는 이야기다. 필자가 일하던 외국인인권단체에서는 주된 주말 업무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상담 그리고 장례식을 치르는 일이었다. 이주노동자들은 일주일이 멀다 하고 허망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2006년에는 네팔사람들과 병원기록들을 수소문해가며, 한국에서 사망한 네팔 이주노동자들을 찾고 기록하는 일을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먼 타향에서 죽어갔는지에 대해 기록조차 제대로 없던 시절이었다. 긴 조사 끝에, 60여명의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의 사망을 찾고 기록할 수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은 병으로, 각종 사고로, 산업재해로 그리고 가혹한 조건 속에 스스로 목숨을 잃었다. 이들도 당연히 누군가의 소중한 부모 형제였고 아들과 딸이었다. 네팔로 찾아가서 만난 유가족들은 비탄에 빠져 있었고, 대부분 심각한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조사결과로 충격에 빠졌다. 유가족들의 애끓는 절절한 이야기는 아주 작은 책자로 묶여져 나왔다. 이후, 한국에서 기록조차 없이 죽어간 이들을 위한 위령제가 열리기도 했다. 그 후로 십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덧없이 죽어가는 이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저 예전의 참혹한 시절의 옛이야기면 좋겠다. 그러나 모두에게 불행하게도, 매일같이 예전보다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있다.2019년 10월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의원실에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발표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사망자 실태 자료는 충격을 넘어 정신이 아득해지기까지 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전체 산업재해 사고로 인한 사망자 총 971명중 11.14%인 114명이 외국인노동자였다. 산업재해로 인한 전체 사망자수도, 내국인의 경우 2014년 1천765명에서, 2018년 2천6명으로 13.65% 증가하였는데, 이주노동자의 경우 2014년 85명에서 2018년 136명으로, 60%나 증가하였다. 산재로 인정을 받은 부상자까지 합치면 하루 평균 18.4명의 이주노동자가 일터에서 죽거나 다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전체 노동자의 산업재해율은 0.54%인데, 외국인노동자의 경우는 0.86%에 달한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농어촌 영세 사업장의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적용대상이 아니고 가입의무조차 없는 곳들도 많다. 심지어 산업재해로 인정받지도 못하지만. 2009년에서 2018년까지 자살한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만 43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위의 통계는 아마도 최소한의 기록에 불과할 것이다. 비용과 노력을 들여, 위험한 작업장의 환경을 바꾸고 더 안전한 작업장을 만드는 대신, 그 자리를 이주노동자로 채우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죽어가고 사망자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줄일 실효성이 있는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주노동자를 원하는 사업장을 선정할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사업장은 사전 배점에 의한 점수로 이주노동자 배정 가능 여부나 순서가 정해진다. 이 점수 평가지표를 살펴보면, '최근 2년 동안 사망재해 1명이 발생한 사업장은 감점 1점'. '2명 이상 발생 사업장은 2점 감점을 받는다.', 이에 비해 임금체불은 3점, 폭행 및 폭언은 5점 감점을 받는다. 그리고 심지어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는 허용인원에 대비하여 실제 고용인원이 낮으면, 최대 30점에서 최소 22.4점을 기본적으로 준다. 산업재해로 한 명이 죽는 경우 단 1점이 감점되는 상황과 비교해 보면, 이 평가지표가 얼마나 이주노동자에게 모욕적인 상황인가! 이런 현재의 고용허가제 시스템으로 드러난 정부의 인식으로는 산업재해 사망 사고를 절대 줄일 수 없다.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도 아닌데, 1년간 사망자가 136명에 매일같이 평균 18.4명이 죽거나 다치고 있다. 아니 이것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전쟁과 다를 것이 없는 상황이다.정부를 비롯한 한국사회 전체에 다시 한 번 호소해 본다. 어떤 이유에서건, 최소한의 생명권은 지켜져야 하지 않겠는가./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2019-10-15 이완

[수요광장]소유의 종말, 공유의 몰락

스마트폰·정보통신기술 발달로누구나 '접속' 가능한 시대 열려빠르고 효율적 플랫폼 경쟁 시작자본이 독점하면서 곳곳서 충돌기업권리만 주장 사회적책임 외면'10월 유신, 100억불 수출, 1천불 국민소득'.초등학생 시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다. 당시에는 저 숫자가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국민소득 1천불'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렇게 80년대를 맞이하고 국민소득이 1천불을 넘어서면 모든 국민이 자기 차와 집을 가질 수 있다고 희망찬 미래를 제시했었던 기억. 그 기억은 우리의 의식을 지배했고 우리는 '마이 카, 마이 홈'을 향하여 치열하게 소유의 경쟁을 벌여왔다. 그 희망찬 미래, 우리는 다 이루었다. 대다수 국민들이 자기 차를 소유하고,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섰으며, 자가보유율도 60%가 넘는다. 국민소득은 무려 3만불을 넘어섰다. 그런데 이상하다. 다 가지고 다 이룬 지금, 우리의 모습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소유' 대신 '공유'라는 낯선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공유는 빠르게 우리 일상에 퍼져나갔다. 옷, 공구를 비롯한 다양한 물건에서부터 자전거, 차와 같은 이동수단, 집과 사무실, 동네부엌 등 부동산과 공간에 이르기까지 보이는 것은 물론 지식과 기술, 시간까지 이른바 모든 것을 공유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책 '소유의 종말'에서 더 이상 '소유'는 필요하지 않으며, '접속'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소유하지 않고 임시적으로 접속하고 이용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접속'이 가능한 시대가 열리고 저성장시대를 맞이하면서 그의 예언대로 '공유경제 전성시대'가 펼쳐지는 듯했다. 사람들은 고장 난 자본주의 속에서 과거 '국민소득 1천불'과 같은 희망을 공유경제에 품기 시작했다. 모두가 공유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제 소유를 이야기하면 구시대적이고 공유는 무조건 좋은 것이란 사회적 착각이 작동했다. 그러자 선의와 호혜를 기반으로 했던 공유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접속하게 하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경쟁이 시작되었고 자본은 다시 그 플랫폼을 소유하였다. 공유경제는 자본이 플랫폼을 독점하면서 기존 시장이해관계자들과 곳곳에서 충돌하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그들은 기업의 권리만 주장할 뿐, 사회적 책임은 외면하였다. 최근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IPO(기업공개) 철회 기사를 보았다.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워크 사태는 겉으로는 공유경제를 표방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니 설립자가 부동산장사를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돌 때, 이미 예상되었던 것이다. 공유경제의 본질은 신뢰의 문제이다. 막대한 돈으로 플랫폼을 구축한 자본은 사람을 믿지 말고 시스템을 믿으라고 했다. 대대적 마케팅으로 시장을 키웠다. 그들은 시스템을 믿으라고 하지만 정작 우리는 그 시스템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공유경제가 여기저기서 문제를 일으키면서 공유경제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다. 그래서 플랫폼 기반 공유경제와 차별화되는 '커먼즈(commons)'를 이야기한다. 우리가 원하는 공유는 서로 가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그 속을 알 수 없는 자본이 소유한 시스템이 아니다. 상호적이고 호혜적인 관계성을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그 운영이 민주적이고 투명해야 한다.소유의 종말 이후 공유경제의 부흥을 예상했으나 그 예상은 아직 불확실하다. 아니 공유경제의 몰락이 될지도 모르겠다. 소유와 공유의 문제는 단순히 '소유냐 공유냐' 이분법적인 질문은 아닐 것이다.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공유가 우리 삶에 어떤 변화와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어렵다. 일단 소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자. 소유는 줄이고 일상에서 다양한 관계와 공유를 늘려보자. 나는 공유주택에 살고 있다. 나의 일터는 조합원에 의해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이다. 우리 사무실은 여러 입주단체가 함께 이용하는 코워킹 스페이스, 공유사무실이다. 공유자전거인 '따릉이' 정류장이 곧 우리 집 가까이에 생길 예정이다. 나는 이웃과 함께 하는 공유주택에 살면서 공유자전거를 타고 출근해서 공유사무실에서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한다. 내 것은 많지 않지만 부족하지 않다. 이렇게 살아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 세상엔 돈으로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이 들어가는 것이 그렇게 두렵기만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

2019-10-08 김수동

[수요광장]'통합 메시지' 아예 없는 편가르기 세상

조국장관 임명 '긍정-부정' 갈려의혹 위법·윤리 본질보다 '진영논리'갈등만 보이고 '합의 노력' 안보여분노·분열보다 냉정 찾는게 바람직'네편-내편' 싸움 폐해 국민들 몫최근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부부가 재임 시절 못지않게 주목받고 있다. 휴먼다큐 '아메리칸 팩토리'로 선댄스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상을 수상하며 영화사들의 찬사 속에서 '융합'이라는 메시지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다큐 내용은 미국 내 중국 공장 얘기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국경과 문화 차이로 갈등이 있지만 이를 뛰어넘는 융합을 다루고 있다. 다큐는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에 신선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편가르기식 정치로 인한 갈등과 분열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은 시기에 이런 메시지는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던진 융합메시지가 전 세계에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치의 갈등은 이와 전혀 다른 양상인 것 같아 씁쓸하다. 사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통합에 대한 신념과 노력은 이미 재임 시절에 높게 평가받았다. 실례로 재임 당시 이라크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이 찬성과 반대로 갈라지는 심각한 갈등 상황에서도 오바마는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국민을 감싸안았다. 갈등을 부추기는 대신 통합에 이르는 연설로 그렇게 했다. "우리 미국에는 두 부류의 애국자가 있다. 하나는 이라크전에 찬성하는 애국자이고, 또 하나는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애국자다." 대통령의 이 연설은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으고 통합으로 가는 힘을 발휘했다.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 관련,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갈등 상황은 어떤가. 어느 정치인이 신념을 가지고 통합을 향한 노력을 보여줬던가? 조국 장관 혹은 정치권의 누군가를 비난하는 대신에 통합 메시지로 국민을 설득한 이가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질 않는다. 신념을 내세우며 정치인들의 삭발 릴레이가 있었지만, 통합 메시지와는 거리 먼 퍼포먼스였을 뿐이었다. 더구나 야당의 행보는 '발목잡기식'으로 보인다. 여·야를 막론하고 상대를 맹비난하는 거친 모습 외엔 그 무엇도 없었다. 민주주의에서의 정당 정치를 하려면 필연적으로 정당 간 서로 다른 의견과 조우하게 된다. 조국 장관 임명과 관련해 긍정과 동의도 많지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아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의 갈등 수준을 간과하기에는 우려스럽다. 편향된 언론의 보도 방식은 말할 것도 없고 분노 표출 방식도 다양하게 감지된다. 조 장관을 둘러싸고 있는 의혹에 대한 위법성 여부나 윤리적 책임이라는 문제의 본질보다 진영논리로 확장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요란스럽게 변질되고 있어 갈등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조국 장관을 지지하며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같은 시간 건너편에서는 조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보수단체의 집회가 열렸고 그 다음날에는 검찰이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피로감과 혼란스러움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다. 물론 상대 진영의 잘못에 책임을 요구하며 집회할 수 있다. 또한 대립하고 경쟁하며 의견을 내고 서로 충돌할 수도 있다. 건전한 대립을 통해 통합에 이르는 과정과 그 노력 속에서 민주주의는 발전하고 성숙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갈등 양상은 갈등만 보이고 함께 풀어내려는 합의 노력은 도대체 보이지 않는다. 통합은커녕 편을 갈라서 서로 자꾸만 벌어지려고 하고 있다. 마치 공동체 정신은 실종된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자신과 견해를 달리하는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싸울 수도 있지만 대개는 대화에 공을 들이며 설득하거나 서로 양보해 타협 지점을 찾아내려 노력한다. 싸워서 양측 모두 손해를 보기보다는 타협하는 방법이 손실과 위험을 줄일 수 있어서다.갈등과 분열로 가는 것 같은 현재 상황에서는 의견을 보태며 잘잘못을 따지다 보면 분열만 더 심화될 것이다. 분노하며 분열로 가기보다는 냉정을 유지하면서 여·야 모두 리스크 관리를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정치권에서 '네편 내편' 편을 갈라 진영 싸움의 늪에 빠지게 될 때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2019-10-01 김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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