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수요광장]분단에서 통일의 상징으로 몸을 바꿀 DMZ

詩 형상화 된 비무장지대 '철조망'우리역사 가장 커다란 아픔 잉태그 공간엔 아름다운 풍경 간직어느덧 남북 화해·협력의 흐름항구적 평화 가져다 줄 유일한 길제3차 남북 정상회담과 그 후속 조치는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와 상호 신뢰회복을 위한 필연적 과정일 것이다. 그동안 남북이 겪어온 전쟁과 휴전, 적의(敵意)와 갈등의 연쇄는 이러한 절차들을 가로막고 있는 물리적 경험들인 터인데, 지금 남북이 함께 계획하고 있는 비무장지대(DMZ) 공동유해 발굴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과정은 이러한 우리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가는 중요한 분기점이자 통일로 나아가는 상징적 의례가 될 것이다.1950년 6월 25일,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난 지 어느덧 7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얼추 셈해보아도 두 세대가 훌쩍 지나버린, 참으로 오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전쟁의 기억도 어느 정도 흐려졌고, 당대적 경험을 가진 이들은 어느새 고인이 되었거나 노년의 연배로 들어섰고, 전쟁을 겪지 않은 '전후 세대'조차 중년이 되었다. 하지만 과연 전쟁은 잊혀져버렸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한반도는 분단의 연장선상에 있고 전쟁의 위협 역시 가시지 않고 있으니, 휴전 상황은 지금도 강한 잠재적 압박으로 다가들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에게 '휴전선'은, 분단을 물질적으로 확인시키는 확연한 표지인 동시에, 언젠가는 허물어져 민족통합을 이룰 한시적인 울타리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전쟁 직후 시인 박봉우는 그 '휴전선'을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동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라고 가열하게 노래한 바 있다. 그는 민족통합을 결정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상징인 '휴전선'에 대한 새로운 접근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반공 이념의 토대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던 시기에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동족 간에 벌이고 있는 살풍경을 이처럼 강렬하게 각인한 시편을 우리는 일찍이 본 일이 없다. 당시로서는 터부시되어왔던 이러한 제재를 형상화한 박봉우는 민족사의 비극을 냉소나 부정의 태도가 아니라, 꽃과 바람 그리고 별과 하늘의 천체적 은유를 통해 표현하였다. 특히 "아무런 죄도 없이 피어난 꽃"이라는 상징 속에는 강대국의 세력 각축과 이념의 싸움의 틈바구니에서 어쩔 수 없이 서로 죽고 죽어야만 했던 시간들이 내포되어 역사적 비극성의 참된 의미가 잘 조형되어 있다. 시인은 분열된 민족의 전체성을 탐구하고 그것을 민족통합에 대한 강한 열망으로 승화시켰던 것이다. 이처럼 전쟁과 휴전의 경험 그리고 그로 인해 생겨난 휴전선은 우리 시사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 영역을 드리운 채 반세기 이상의 시사적 축적을 이루어왔다.이렇게 시인들이 형상화한 '비무장지대'의 상관물은 '철조망'이라는 단애(斷崖)의 모습으로 줄곧 나타났다. 한편으로는 '전쟁'을 지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을 안고 흘러가는 임진강, 새들이 노닐고 꽃들이 피어나는 비무장지대의 광활하고 원형적인 자연, 이들을 배경으로 완강하게 버티고 서 있는 철조망은 우리 역사의 가장 커다란 아픔을 잉태한 둘도 없는 공간으로 등장했던 것이다. 이렇게 분단의 기억을 안고 번져가는 아프고도 아름다운 풍경들을 간직하고 있는 철조망 곧 훼손되지 않은 천혜의 자연으로 존재하는 DMZ는, 한편으로 문인수 시인이 노래한 "비무장지대는 중무장지대"라는 역설을 받아들이면서, 통일의 시점에 이를 때까지 줄곧 민족사의 한복판에 서 있는 역설의 지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언어적 구체가 발화하기 시작한 시점으로부터 70년 가까운 시간을 흘려온 셈이다. 아득하기만 하다.어느덧 우리 피부 가까이 와버린 남북 화해와 협력의 흐름은 민족사의 필연적 귀결로서 이제는 그 역류를 불허할 것이다. 그것만이 항구적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그 후속 조치들이 이러한 열망에 구체적이고도 실효성 있는 형식을 부여해가기를 바란다. 그때 DMZ는 서서히 분단에서 통일의 상징으로 몸을 바꾸어갈 것이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18-09-18 유성호

[수요광장]혐오표현 금지와 일본사회의 대처

'혐한시위' 日 시민사회 대응 활발정부·국회·지자체 대책법 등 마련최근 한국서 벌어지는 상황 암시차별·배제 맞서 대항하기 위해선사회적 연대 강화 등 대비책 필요최근 뉴스와 인터넷 기사에 담긴 댓글을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특정 대상에게 쏟아내는 혐오의 말과 글이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쏟아지는 혐오의 말들을 보다가, 얼마 전 보았던 일본의 혐한 시위가 떠올랐다. "방사능보다, 조선인이 없는 사회를 만들자", "바퀴벌레 같은 조선인을 몰아내자" 재일조선인에 대한 일부 일본인들의 시위를 볼 때마다 가슴이 섬뜩해 짐을 느낀다. 가슴이 뜨끔한 이유는 재일교포와 한국인들을 향한 혐한구호들이, 최근 한국사회에서 소수자들에게 향하는 혐오표현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혐한 및 혐오시위에 대해 활발한 시민사회의 대처가 있고,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이에 대응한 제도변화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와 달리 한국사회의 혐오표현 금지는 크게 후퇴하고 있다. 2017년 충남도 인권조례는 폐지되었고, 부천에서 추진되던 혐오표현금지 조례는 반대세력에 의해 발의조차 되지 못했다. 일본사회가 혐오표현과 시위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일본에서는 2005년 '혐한류'라는 제목의 만화책이 출판되었다. 이름처럼 한국과 한국인을 혐오하는 내용의 책이었다. 이후 혐한기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2007년에는 '재특회'로 불리는 '재일조선인의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이 결성된다. 재특회는 2009년 재일동포 자녀들이 다니는 교토조선제일초급학교 앞에서 혐오시위를 벌였으며, 이후 일본의 극우시민운동단체들과 일본 각 지역에서 헤이트스피치를 쏟아내며 혐오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에 대한 일본사회의 대응이다. 2013년 초부터 혐오시위대보다 더 많은 일본 시민들이 혐오 반대시위를 시작한다. 2013년 6월이 지나서는 혐한 시위대의 열 배인 2천 명에 이르게 되고, 급기야는 한인상가가 밀집한 신오쿠보에서 벌어진 혐한시위대의 행진을 이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저지시켰다고 한다. 일본 시민사회의 대응에 이어, 일본 정부와 국회는 혐오발언 대책법(본방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한 대응의 추진에 관한 법률안)을 2016년 5월 통과시켰다. 처벌규정이 없는 이념법이라는 한계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이 법안에서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에 상처를 입히고 사회에 차별의식을 생겨나게 하는 차별적 언동, 사회로부터의 배제, 권리 또는 자유 제한, 명백한 증오 혹은 차별의식 또는 폭력을 유발하는 것 중 어느 목적으로든 행해지는 것을 혐오발언으로 규정하였다. 또한, 차별해소와 계몽활동 인권 교육 등 노력하는 것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또한 혐오시위와 발언에 제동을 걸고 있다. 2016년 5월 가와사키시에서는 혐오발언 관련 단체의 공원 사용 허가를 불허하였고, 재일교포가 많이 거주하는 오사카시는 혐오발언 규제 조례를 2016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혐오발언에 관한 신고가 들어오면, 전문가 심사를 거쳐 혐오발언을 행한 단체의 이름을 공개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시정권고 한다. 또한, 최근 일본 도쿄에서는 성소수자 및 외국인에 대해 혐오발언을 할 가능성이 있는 단체에 대해 공공장소 사용금지 조례가 추진 중이라고 한다. 혐오발언대책법이 만들어지고 각 지자체가 조례 또는 시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하게 된 것은 일본 시민사회의 노력과 시민들이 행동과 연대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이런 일본의 사례는 최근 부쩍 혐오발언과 시위가 증가하고 기존에 있던 인권조례마저 폐지되고 있으며, 이슬람반대, 차별금지법 반대 그리고 동성애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개별적인 차별받는 소수 당사자의 힘만으로 혐오에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혐오 행위 또는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 자체를 처벌해 이를 범죄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 더불어 사회 전체가 혐오와 차별이 바로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공동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사회를 둘러싼 차별과 혐오에 대항하기 위해 차별과 배제에 맞서며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며 모든 면에서의 대처가 필요하다. 혐오에 대항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

2018-09-11 이완

[수요광장]쓸모 있는 사람

다양한 분야 능력자들 '수두룩'서로 도우며 성장 사회적 기여 확장집단지성 살아있는 '신인류 50+'고립되지 않고 선배로서 역할 중요지금 부족한 것은 돈이 아닌 '신뢰'우리 사무실은 공공(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서 지원하는 코워킹 스페이스에 입주해 있다. 입주해 계신 분들과 틈틈이 근황도 나누며 협력의 기회를 도모하기도 한다. 지난주 같은 사무실에 있는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분이 내게 물었다. "대표님은 앞으로 뭘 하고 싶으세요?" 나는 대답했다. "쓸모 있는 사람으로 나이 들고 싶어요."이제 더 이상 특별히 무엇을 이루거나 되겠다는 성취 욕구는 그리 강하지 않다. 대신 어떤 존재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자주 한다. 나에게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사회적 역할, 명함 없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많은 시간이 주어질 것이다. 그 시기,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내 삶의 질을 좌우할 것이다. 우리의 부모세대, 노년의 꽤 긴 시간을 홀로 지내신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당신의 최대수명을 80으로 예상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덧 훌쩍 80을 넘어선지 오래다. 50대 초반이었던 5~6년 전 집에 놀러 오신 어머니 친구분의 목소리가 오래도록 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이렇게 혼자 오래 살 줄 몰랐어…" 머리 쓰는 일보다는 몸이나 손으로 할 수 있는 일,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일을 찾아 나이 60이 되기 전에 시작해서 몸에 익히고 싶다. 나눔운동을 하시는 분들은 '살아있는 것도 나눔이다'라고 하고, 타임뱅크(비시장경제 영역에서의 봉사활동을 시간적 가치로 환산하여 이를 기록하고 저장, 교환함과 아울러 봉사자와 수혜자의 전통적인 역할 구분에서 벗어나 양자 간의 상호 호혜적인 봉사활동을 지향하는 운동)에서는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라고 말한다. 나도 나눔과 쓸모의 통로로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고 도움이 되는 존재로 살고 싶다. 그렇게 나이 들어 언젠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감사히 그 도움 받으며 이번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 그러나 그 '쓸모'도 결국 관계 속에서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약한 연결의 힘을 믿으며, 새로이 느슨한 관계를 맺고, 기존의 느슨한 관계는 탄탄히 하고자 한다.오늘 우리 공유사무실 대표님 한 분이 유명한 동네 맛집의 꽈배기를 한 박스 사 오셔서 함께 나눠 먹었다. 지난주에는 PC가 말썽을 부렸다. 갑자기 이미지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한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였고 IT컨설턴트에 벤처기업 CEO 경력의 나다. 추정되는 원인에 따라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했음에도 해결되지 않는다. 내 능력을 벗어나는 일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마침 비영리기관의 IT서비스를 지원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의 유능한 엔지니어가 내 옆을 지나간다. "저기요~" 급하게 그를 불러 세운다. 자리에 앉아 잠시 또닥또닥하더니 간단히 문제를 해결했다. 인터넷 브라우저에 깔린 확장 프로그램 문제라고 한다. 문제를 해결하고 대체할 앱까지 추천하여 교체를 했다. 역시 고수다. 이곳에는 정말 다양한 분야에 걸쳐 능력자들이 많다. 연극배우, 영화제작자, 예술가, 메이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IT엔지니어, 홍보마케터, 컨설턴트, 작가, 마을활동가, 여행가, 변호사, 강사, 출판편집인에 이르기까지. 프리랜서 활동을 하는 분도 있고 대부분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단체 등 주로 비영리 또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우리 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나를 포함하여 상당수는 과거 치열하게 각자도생의 삶을 살았던 분들이다. 단절된 관계 속에서 서로가 경쟁하며 자신의 소유를 늘리고자 애써왔을 것이다. 그랬던 이들이 이곳에서 서로 어울리며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한다. 이렇게 형성된 관계를 토대로 서로 돕고 나누며 함께 성장하여 사회적 기여를 확장해 가고 있다. 무기력한 노인이 되기를 거부한 후기 청년, 선배 시민들이다.고령화사회의 신인류 50+. 어쩌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이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삶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50+, 여전히 젊고 건강하고 유능하며 냉철하고 날선 집단지성의 힘이 살아 있다. 이들이 고립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선배 시민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 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부족한 것은 돈이 아니라 신뢰다. 오늘도 난 여전히 이분들께 얻어먹고 도움받으며 살고 있다./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2018-09-04 김수동

[수요광장]힘겨운 8월 '국가위기'와 '독립운동' 정신

한뜻으로 독립운동 기리는 것처럼 지금은 단단히 뭉칠 때다흠집 내고, 끌어내리고, 모함하는비판적 공격보다는 위기극복 위한 진정 어린 마음을 가져야 할 때요즘 우리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부침이 많아 보인다. 당장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으로 애꿎게 새우등 터질까 조마조마한 상황이다. 게다가 북한은 무역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선행 전에는 제재해제가 불가하다며 맞서고 있다.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양측의 날 선 기 싸움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크고 무거워 보인다. '종전선언 연내 달성'을 언급했던 터라 어떤 식으로든 남북미 문제를 풀어내는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처지여서 중압감이 상당할 것 같다.이런 가운데 야권과 언론 등에서는 2분기 소득분배가 10년 만에 최악이라며 연일 비판공세다. '양극화 참사'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소득주도 성장 역주행에 정책 실패라며 맹공이 터지고 있다. 설상가상 역대급 무더위 기후까지 정부의 악재에 일조하는 형국이 돼버렸다. 넘쳐나는 이슈와 혹독한 폭염으로 얼룩진 8월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2주 전 광복절을 떠올리면 큰 위로가 되지만 광복절은 필자에게 항상 가슴이 먹먹해지는 날이다. 아마도 아버지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는 필자가 초등학교 3학년 무렵 돌아가셨다. 너무 어린 나이에 이별한 탓인지 애틋한 추억이 별로 없다. 아버지는 침상에 자주 누워계셨고 무척 엄하셨다. 또래 친구 아버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데다 누워 계시는 아버지가 부끄러워 친구들을 집에 데려온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머니는 항상 아버지를 존경해야 한다고 가르쳤지만 필자는 도무지 그런 마음이 생기지를 않았다. 또 왜 존경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집안 분위기는 어둡고 무거워 가족끼리 웃었던 기억이 거의 없다. 아버지는 독립운동으로 옥고를 치르다가 8·15 해방으로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남은 평생 고문 후유증으로 고생하시다 가셨다. 이런 아버지를 어린 딸이 이해하기란 어려웠다. 오히려 또래 친구 아버지들과 달리 평범하지 않은 분위기의 아버지 때문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 덕분에 혼자서 책읽기를 즐기는 꽤나 어둡고 사색적인 소녀로 지낸 것 같다. 돌이켜보면 아버지의 업적이나 그 가치를 이해하기보다는 아버지의 존재와 부재를 감추고 싶은 약점쯤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여전히 아버지를 잘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우리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신 분이라고. 그래서인지 아버지 기일보다 광복절에 아버지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광복절 행사에 참석한 애국지사 가족들도 필자처럼 가슴 먹먹한 사연 하나쯤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왠지 조금 위로가 된다. 해마다 광복절이 되면 역대 대통령들은 한결같이 약속이나 한 듯 독립유공자의 노고를 치하하며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의 업적을 기린다. 그리고는 끝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달랐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보훈(報勳)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허한 말잔치로 끝맺는 그동안의 광복절과 달랐다. 작년 행사에서는 보훈으로 대한민국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그 약속을 지킴으로써, 국민에게 보훈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 주고 있다. 대통령의 보훈에 대한 의지는 매체의 광복절 기념 방송 수준도 높여 주는 모양이다. KBS 광복절 특집으로 역사에 묻힌 독립 운동가들을 조명한 다큐는 깊은 울림을 줬다.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헌신하신 분들을 진정한 영웅으로 대접할 줄 아는 나라다운 나라의 국민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어린 시절 아픔을 조금은 치유 받는 것 같아 먹먹해지는 느낌도 들었다. 나라 안팎으로 겹겹이 쌓여 있는 무거운 문제와 위기를 '공격 소재' 와 이슈 거리로만 여겨선 아니 될 일이다. 정치적으로는 각을 세우고 의견을 달리하면서 서로 헐뜯더라도,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 국민은 똘똘 뭉쳐왔다.국가 위기에서 용감히 한마음으로 일어섰던 '독립운동'이 주는 교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다가온다. 한뜻으로 독립운동을 기리는 것처럼 지금은 단단히 뭉칠 때다. 흠집 내고, 끌어내리고, 모함하는 비판적인 공격보다는 위기 극복을 위한 진정 어린 마음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박사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박사

2018-08-28 김정순

[수요광장]e스포츠의 올림픽 도전

자카르타 AG서 6개 시범종목최상위선수 보유 한국, 반길 일육체적운동-전자기기 승부 '괴리'게임 상업성·도핑·심판문제 숙제갑론을박속 '올림픽 입성' 기대'여름은 더워야 여름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이건 더워도 너무 덥다. 이번 여름은 비정상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야외 활동이 주를 이루는 스포츠 종목들은 특히 더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축구는 경기시간을 저녁시간으로 늦추고, 경기 도중 열을 식히고 물을 마시는 휴식시간을 주는 쿨링 브레이크 제도를 도입하였고, 야구는 무더위 속 훈련시간을 단축하는 등 야외 스포츠들은 종목별로 자구책을 찾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반면 오히려 찜통더위 속에서 빛을 보는 종목이 있는데 바로 실내 스포츠이다. 더위와 상관없이 에어컨 아래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탁구부터 배드민턴, 볼링, 수영 등의 실내 스포츠 종목의 경우 이용객이 급증하며 여름철 더위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특히 e스포츠의 경우 계절과 날씨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종목이라고 볼 수 있다. 독자들에게 e스포츠라는 단어가 생소할 수 있겠다. e스포츠란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로 특정게임을 하며 온라인으로 승부를 겨루는 게이머의 경기를 관전하는 것을 말한다. 체력소모가 크지 않은 게임을 스포츠라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게임이 가지고 있는 목표성, 경쟁성, 승리 지향성 등이 스포츠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e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여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에서는 과감히 e스포츠를 이번 8월 18일 개막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시범종목으로 확정하였고 2022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종목으로 채택하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개인전 클래식 로얄, 스타크래프트 2, 하스스톤, 위닝 일레븐 2018, 팀전으로는 리그오브레전드, 아레나오브발러(펜타스톰) 총 6개 종목에서 메달리스트들이 탄생하게 된다. 여가시간을 보내기 위해 소비하던 콘텐츠가 e스포츠로 자리잡고, 전 세계 수많은 팬들과 거대해진 시장의 지원을 등에 업고, 프로구단을 만들고, 리그를 만들고, 이제는 4년마다 있는 아시아의 스포츠 제전인 아시안게임에 입성하게 된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지난 10여 년간 e스포츠 문화를 주도해 온 e스포츠 종주국이자 주요 종목 최상위 선수를 보유한 강국인 우리나라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지난 8월 7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 참석을 하였다. 800여명의 선수들 중에서도 유독 관심과 집중을 받은 선수가 있으니 바로 리그오브레전드 세계 최정상을 지키고 있는 페이커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려져있는 이상혁 선수였다. 이 선수의 연봉은 국내 프로 스포츠 선수 중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e스포츠 시장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e스포츠의 인기가 높아지고 아시안 게임까지 입성하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e스포츠의 올림픽 입성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육체적인 movement(운동)가 기본이 되어 팀워크를 이루고 페어플레이를 한다는 올림픽 정신과 전자기기로 승부를 겨루는 e스포츠 간에 괴리감을 느끼는 스포츠 관계자들도 많이 있다. 또한 사람들이 즐기는 전체 게임 중 스포츠로 인정할 수 있는 게임은 5%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문제. 선정성, 폭력성 그리고 중독성이 있는 게임들 속에서 스포츠로 인정할 수 있는 게임의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게임이란 특정 개발사가 이익을 목적으로 만들어낸 상품이라는 점에서의 지나친 상업성, 그리고 도핑 문제, 심판 양성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이 있다.앞으로 정통적인 스포츠의 가치를 앞세우며 e스포츠의 올림픽 종목 정식 채택을 반대하는 쪽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e스포츠가 올림픽 종목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쪽의 다양한 갑론을박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을 해본다.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e스포츠의 올림픽 종목 입성에 중요한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e스포츠 각 종목의 우리나라 스타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서 멋지게 활약하고 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상상을 하니 1990년대 말 친구들과 어울려 스타크래프트를 즐겨 하던 필자의 기분이 묘해진다. e스포츠가 8월 18일 개막, 9월 2일 폐막하는 아시안게임 동안 한여름 뜨거운 더위 속에서 힘들었을 우리 국민들에게 시원한 청량제 같은 경기를 보여주길 기대하며, 대한민국 e스포츠 대표선수단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낸다./유승민 IOC 선수위원유승민 IOC 선수위원

2018-08-21 유승민

[수요광장]황현산 비평을 기억하며

선생은 문학 자체를 들여다보고자신만의 문장·흐름·체온으로 표현사회·역사적 맥락 품었음을 알기에미학적 고투 산물임을 이해한 만큼누구보다도 상황의 독법에 공 들여황현산 선생이 지난 8일 별세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을 지낸 분이지만 우리에게는 비평가로, 번역가로, 산문가로 깊이 남을 분이다. 요즘 팔순 넘어서도 열정적인 문필 활동을 펼치시는 분들이 많은데, 70 초반이신 선생의 타계는 애석하기 짝이 없다.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2013)가 유례없이 젊은 층의 호응을 얻었고, 트위터나 칼럼들을 통해서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필치를 선생은 세상에 깊이 남겼다. 지난 6월 펴낸 산문집 '사소한 부탁'은 결국 유작이 된 셈인데, 거기서도 선생이 보여준 해박하고 단정하고 날카로운 식견과 통찰과 문장은 우리 산문 문학의 한 정점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스스로는 부정했지만, 선생의 탁월한 경륜과 심오한 철학이 새로운 차원의 산문 읽기 경험을 허락한 것이다.그러나 무엇보다도 선생은 '비평가'로 남을 것이다. 황현산 비평의 개성은, 텍스트의 기표와 흐름과 궁극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따라잡는 미학적 집념과 성실성에서 비롯한다. 선생의 비평은 텍스트에 대한 평면적 해석에 머무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 동어반복에 가까운 해설 편향의 비평 풍토에서도 선생은 거리가 멀다. 섣부른 논쟁 위주의 비평 관행에서도 선생은 자신을 고독하고도 서늘하게 지켜가는 파수꾼이자 불침번임을 자임하였다. 그만큼 선생은, 문학 자체를 들여다보고 그것을 자신만의 문장으로, 흐름으로, 체온으로 감싸 안아 표현한 비평가였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이 선생을 문학지상주의자로 만들지는 않는다. 선생은 누구보다도 상황의 독법에 공을 들이는 비평가였고, 문학이 미학적 고투의 산물임을 이해하는 만큼, 문학이 사회 역사적 맥락을 품고 있는 실체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선생은 텍스트를 상황의 평면적 반영으로 보는 시각에서 자유로운, 큰 품과 눈을 가졌던 비평가였을 뿐이다.천천히 선생의 노작 '우물에서 하늘 보기'(2015)를 펼쳐본다. 여기서도 선생은 개개 시편에 담긴 주제와 방법과 시선과 그늘까지 읽어내는 열정을 마다하지 않음으로써, 텍스트에 새겨진 정서가 존재의 본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사회적 맥락에서 분출되는 것임을 설명하였다. 그래서 시인들의 눈물과 울음의 미학을 구조 차원이든 성정 차원이든 모두 선명하게 규명해내면서, 그 정서적 조건들을 앙양해내는 시인들의 고유한 언술 방식에 대해서도 눈길을 늦추지 않았다. 더불어 선생은 상호텍스트적인 문법들을 다양하고도 꼼꼼하게 파악하고 설명해냄으로써 풍요로운 시 읽기의 한 전범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처럼 단단하고 물샐 틈 없는 선생의 연금술이야말로 우리 비평의 한 진경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거기 실린 몇 마디에 귀 기울여보자.아름다운 것은 슬픈 것에서만 찾을 수 있었다. 슬픔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거기에 원한이 섞여 있지 않아야 하겠지만, 함께 울자고 말할 수도 없고 편히 가라고 말할 수도 없다. 가슴에 묻자니 가슴이 좁고 하늘에 묻자니 하늘이 공허하다. 이 언어의 무능함과 마음의 무능함이 대낮에 두 눈을 뜨고 그 수많은 생명들을 잃어버린 한 나라의 무능함과 같다. 잘 가라, 아니 잘 가지 말라. 이렇게 쓰는 만사(輓詞)가 참으로 무능하다.슬픔을 아름다움의 결정으로 이해한 이들은 심미주의자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현산 선생은 우리 시대의 비극 앞에서, 맑고 순결한 슬픔이 아니라, '만사'라고 불러야 할 상실감이 온통 그 슬픔을 감싸고 있음을 증언한다. 그만큼 선생은 자신의 현실인식을 꾸준히 심화하면서, 언어예술로서의 시를 읽어내는 충실성을 동시에 예각화해갔다.우리는 가끔씩, 황현산 비평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텍스트의 상황과 심연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기회와 욕구를 얻어왔다. 이제 그러한 비평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비평이 텍스트의 우호적 후경에 머물지 않고 경험적 지남(指南)이 되기도 하는 장면을, 선생은 여러 번 선사해주지 않았던가. 못내 그리울 것이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18-08-14 유성호

[수요광장]국가는 인종차별 확산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한국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으며자신 대변·부당함 호소할 수 없는외국인근로자 '최저임금 차등대우'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발언은누군가에 책임 몰려는 위험한 시도한국은 1978년 UN인종차별철폐협약에 가입했으며, 주기적으로 협약 이행 준수 상황에 대한 정부보고서를 조약기구에 제출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심의받고 있다. 가장 최근 심의는 2012년에 열렸으며 2018년 12월에 다시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7월 20~21일에 서울에서는 '한국사회 인종차별 보고대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2018년 12월에 진행될, UN인종차별철폐협약위원회의 한국심의에 대응하는 시민사회의 준비 과정으로 진행되었으며,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개최되었다. UN인종차별철폐협약은 인종, 피부색, 혈통 또는 민족적, 종족적 출신에 의한 차별을 대상으로 하며, 인종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당사국에 관련된 의무를 부과한다. 우선 국가에 의한 인종차별의 실행과 지원, 인종차별의 선동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N인종차별철폐협약 심의를 앞둔 상황에서 중소기업벤처 장관의 입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발언이 나왔다. 지난 7월 16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외국인노동자 수습기간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외국인노동자 수습제는 1년 차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의 80%, 2년 차 90%를 적용하자는 방안이라고 한다.사실, 외국인노동자에게 더 낮은 최저임금을 주자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주기적으로 정부의 책임 있는 관리로부터 언급되고 있고, 그때마다 불가능한 이유가 바로 상기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일단 외국인노동자에게 더 낮은 최저임금을 주는 것은 국내 및 국제법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노동관련 전문가들은 외국인노동자의 임금을 적게 줄 수 있게 되면, 기업들은 더 많은 임금을 줘야 하는 내국인노동자 구인노력을 게을리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차등임금이 윤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며, 가능하다해도 저소득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실행할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해 조금의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외국인노동자에게 더 낮은 최저임금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을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듣는 자리에서 이와 같은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을 비롯한 소상공인의 반발이 가시화되고, 부작용에 대해 여론이 악화되는 시점에, 마치 외국인노동자에게 내국인보다 더 낮은 최저임금을 주는 것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다.외국인에게 차등대우를 하는 것이 내국인의 경제 사회적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는 수단인 것처럼 말했다. 이는 외국인노동자에게 내국인과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시켜 왔기 때문에 내국인에게 피해가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일 여지를 주는 것이다.한국사회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으며, 자신을 대변하거나 부당함을 호소할 수 없는 사람에게 차등대우를 언급하는 것으로 최근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돌리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내국인들의 경제 사회적 불만의 방향을 외국인에게 돌리는 전형적인 인종차별 선동에 해당될 수 있다.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이런 의도 없이 무심결에 발언을 했다 하더라도, 이미 이런 발언을 통해 확산된 차등대우 합리화의 그릇된 유혹의 씨앗을 막을 수 없다. 혹시나 이런 내용을 알면서도 의도를 가지고 발언한 것이라면,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철저하게 금지되는 국가에 의한 인종차별을 선동한 것이다. 정부의 실수에 대한 비난을 약자에게 돌려 이를 면피하려는 의도였다면 정부에 의해 조작되고 강화된 인종에 대한 차등대우 합리화가 어떤 비극적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 기억해야 한다.인종차별 문제만이 아니라 모든 사회 경제적 약자에게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경제 사회적으로 어려워질 때 이를 그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누군가의 책임으로 몰아 비판을 피해가려는 비겁하고 위험한 시도는 다시는 없어야 하겠다./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

2018-08-07 이완

[수요광장]고령친화사회로 가는 길

장·노년 세대가 새로운 문화 조성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외로움이나 소외감 느끼지 않고청장년들과 어울려 살 수 있도록‘사회적 우정’ 공동체 만들어가야 얼마 전 점심시간에 사무실 가까이에 있는 추어탕 집을 찾았다. 가끔씩 가던 곳이라 익숙한데, 뭔가 조금 변한 것 같다. 식탁이 바뀌었다. 바닥에 앉아서 먹는 좌식테이블에서 의자에 앉아서 먹을 수 있도록 높은 식탁으로 바뀐 것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인근에 있는 막국수 집도 최근에 입식 테이블로 교체를 했다. 이제 좌식테이블 식당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식당 테이블의 변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로 접어들었음을 실감한다.고령사회란 사회구성원의 다수가 노인인 시대를 의미한다. 고령화는 압축적인 도시화와 함께 진행되었다.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고 편리를 추구하는 도시의 주인은 늘 청장년이다. 과거의 노인은 수명이 그리 길지 않았고 인구 또한 많지 않았다. 노인 돌봄의 책임은 온전히 가족의 몫이었다. 도시화와 함께 전통적 대가족 체제 또한 급속히 해체 되었지만 여전히 노인은 집이 아니면 경로당, 복지관, 복지시설 또는 노인 특구라 불리는 탑골공원에서 종묘공원에 이르는 종로거리와 황학동같이 그들만의 공간으로 활동영역이 제한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젊은 세대의 경우 일상에서 노인을 마주할 기회는 별로 없다.그러나 지금의 노인은 과거의 노인과 다르다. 노인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소수자가 아니다. 길어진 수명과 생활여건의 개선으로 활기찬 노년을 보내고 있는 다수의 노인을 과거와 같이 여전히 잉여로 취급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엄청난 노인 인구를 가족이 부양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며, 우리 사회가 시설복지로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노인들이 그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살던 곳(Aging in place)에서 지역사회의 주체(Aging in community)로 활기차게(Active aging) 다양한 세대와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사는 도시를 고령친화적으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서두에서 이야기 한 식당의 사례가 자율적인 변화라면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 고령친화상점 118곳을 선정하였다. 고령친화상점은 먼저 문턱을 낮추고 메뉴판 글씨 크기를 키워 노인이 이용하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돋보기, 지팡이 거치대 등 어르신을 위한 물품과 잠시 쉬거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작은 의자나 공간을 마련한다. 매장 내 위험한 장애물은 없애고, 위험 사항은 눈에 띄게 표시한다. 직원들은 노인 고객과 대화할 때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또박또박 천천히 말하도록 노력한다. 이처럼 상점 시설을 개선하고 노인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확산해 지역 경제도 함께 살린다는 것이 서울시 계획이다. 고령친화상점을 넘어 고령친화 마을을 만들고 도시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그런데 이렇게 의미 있고 좋은 정책에 대해 점주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속사정을 들어보니 노인의 경우 까다로운 손님도 많고 영업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가게에 노인 고객들이 많아지면 젊은 손님들이 떠난다는 것이다. 점주들로서는 '고령친화'라는 말이 달가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다양한 사회혁신의 과제 하나하나가 모두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그중 제일 어려운 영역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바로 고령화 문제와 세대통합을 꼽는다. 수많은 시도가 있었고 여전히 논의되고 있지만 성공의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나는 이 문제에 있어 '당사자의 소외'와 '노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고령친화 사회로 가는 길은 누가 열어주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장노년 세대가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써 새로운 노년문화를 만들어 갈 때 열릴 것이다. 고령친화 사회는 노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 너머에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노인이 지역사회 내에서 외로움이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청장년과 조화롭게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우정'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이번 여름 더위 참 대단하다. 더위에 지친 어머니 모시고 오늘 저녁은 추어탕 한 그릇 먹으러 가야겠다. 그 집에./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2018-07-31 김수동

[수요광장]한글 취약층위한 '쉬운 말 서비스' 사회 모두 함께해야

최근 미국발 강대국 간 무역전쟁 등 나라 안팎에서 굵직한 이슈들이 넘쳐 난다. 이 가운데 지난주 '서울시 읽기 쉬운 자료개발센터'가 영등포구에 설립되었다는 소식이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무엇보다도 공공기관에서도 읽기 쉬운 자료 관련 시설을 설립했다는 사실이 반갑고 놀라웠다. 그동안 다른 장애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발달장애인을 위한 알권리 차원의 시설이라 더 그랬다. '장애는 신체적인 차이가 아니라, 능력이 다른 것'이라는 박원순 서울 시장의 개소식 축사도 감동스러웠다.그런데 '서울시 읽기 쉬운 자료개발센터' 개소식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쉬운 말 뉴스 만들기' 단체 대표와 발달장애인 기자들의 모습이 겹쳐져 복잡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쉬운 말 뉴스 만들기'에 앞장서 온 어느 비영리 시민단체의 힘겨운 노고를 아주 잘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해당 시민단체는 어려운 여건에서 발달장애인들도 이해할 수준의 쉬운 말 뉴스를 수천 건 편집하고 만들어 냈다. 발달장애인의 인식 개선을 위한 세미나와 행사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필자를 포함해 다수의 전문인들이 다양한 형태로 이들과 함께 한지도 어느덧 3년이 넘는다. 물론 '서울시 읽기 쉬운 자료개발센터'와 필자가 참여하는 '쉬운 말 뉴스 만들기'는 '쉬운 말'과 '발달장애인'이라는 공통점이 있기도 하지만 상당한 차이가 있다. 후자는 쉬운 말 서비스 대상을 발달장애인에 한정하지 않는다. 다문화가정, 이주노동자, 외국에 거주하는 교포와 한류 관련 외국인 등 한글 취약층 모두를 아우른다는 점에서 대상의 규모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또한 쉬운 말 검증과정에 발달장애인을 참여시키고 이들의 이해 여부를 확인하면서 활동비 지급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작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이처럼 다름의 능력이 만들어낸 일자리를 통해서 정보력과 소통 능력이 향상되기도 한다.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누구든 삶의 질은 언어 소통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다문화가정 등 한글취약층 삶의 질과 언어소통능력의 상관관계를 밝힌 연구에 의하면 한국어 능력이 좋을수록 삶의 질이 높다고 한다. 언어소통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이들에게 쉬운 말 콘텐츠가 많아 소통이 쉬워지면 그만큼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작년도 보건복지부에서 다문화가정 아동을 대상으로 언어발달 테스트를 시행한 결과, 38.4%가 언어 구사에 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6세 어린이 중 30%만 정상적인 한국어를 습득했다고 한다. 2016년 11월 기준, 성남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 수는 5천831가족으로, 이들 가정의 4∼12세 자녀는 1천569명이라고 한다. 지난 3월 말 기준 경기 도내 거주등록 외국인은 38만1천여명에, 도 내 발달장애인은 4만1천여명이다.말과 글의 자유로운 사용과 소통은 문화와 민족의 정체성을 이루는 근간이 된다. 세계 도처에 있는 한인 2세와 다문화가정 청소년 등을 포함 한글 취약층에게 쉬운 말 서비스를 확장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치게 많다. 특히나 다문화가정과 이주민이 많이 분포되어 있는 경기도는 쉬운 말 서비스 시스템이 더 절실하게 필요해 보인다. 언어 소통으로 차별받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다문화가족 자녀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울시의 쉬운 말 자료센터를 뛰어넘는 보다 더 적극적인 차원의 쉬운 말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그러기 위해서는 관련 시민단체의 축적된 노하우를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추진할 여력이 있는 공공기관과 그동안 쉬운 말 뉴스 만들기에 많은 품을 들인 시민단체와 업무협약도 한 방법일 것이다. 한글 취약층에게는 쉬운 말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 과정을 통해 발달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시민과 도정이 서로 상생을 할 수 있다. 도정을 통해서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가적 목표에 다가간다면 이 또한 보람 있는 일 아닐까./김정순 신구대 겸임교수(언론학 박사)김정순 신구대 겸임교수(언론학 박사)

2018-07-24 김정순

[수요광장]'세계인의 축제 월드컵' 최선 다한 대한민국 팀에게 박수

비록 16강이란 큰 산 못 올랐지만FIFA랭킹 57위가 1위인 독일 격파'2002년 기적' 재현하듯 온국민 환호경기결과 안 좋다고 비난보다는그들이 흘린 땀과 노력 생각해줘야2018년 6월 15일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시작을 알리는 호각 소리로 4년 동안 전 세계인이 기다리던 축제 2018 러시아월드컵이 시작되었다.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월드컵 하면 2002년 한·일월드컵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5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했지만 한 번도 16강에는 진출하지 못한 약팀이었다. 하지만 많은 선수들의 피와 땀이 섞인 투혼으로 4강이라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고 그때의 희열은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그때의 기억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이 2002년 이후 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한민국팀에 대한 기대는 나날이 올라갔고 그 올라간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못하면 많은 사람들의 실망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2002년 이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팀은 본선진출은 당연한 결과가 되었고 16강에 진출하지 못하면 많은 질타를 받기 시작했다.이번 2018 러시아월드컵 기준으로 월드컵 본선진출 기준은 210개팀이 참가를 해서 개최국을 제외한 31팀을 지역예선으로 선발하여 월드컵 본선에 올라가게 된다. 그중 우리나라가 속해있는 아시아에서는 총 46개팀이 참가하여 5팀만이 본선에 진출하게 된다. 스포츠에서 당연한 결과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46개 팀 중 5개 팀 안에 들어서 본선에 진출한다는 것 자체로도 대한민국 대표팀은 충분히 박수받고 격려를 받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의 첫 상대는 스웨덴이었다. FIFA랭킹은 24위로 57위인 대한민국에 비해서 월등히 앞서있는 상대였다. 본선 첫 경기라 그런지 승리를 위해 정말 전력을 다해 뛰었다. 선수들은 온몸으로 절실히 이기고 싶다고 표현하며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페널티킥을 허용하면서 1대 0으로 패배하였다. 유효슈팅 0개라는 아쉬운 결과를 남기며 첫 경기가 끝나갈 무렵 언론과 각종 SNS에서는 대한민국 대표팀을 비난하는 글들로 도배가 되었다. 겨우 이제 본선 첫 경기가 끝났는데 마치 월드컵이 다 끝난 것처럼 비난의 글들은 끊이지 않았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어떤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라는 청원이 올라올 정도로 비난의 수위는 높아져만 갔다. 물론 모든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밤잠을 설치며 뜨거운 열기로 응원을 해줬지만 경기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응원에서 비난으로 바뀌어 선수들을 질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표팀 선수들이 월드컵 본선을 진출하기까지 흘린 땀과 노력 그 과정을 좀 더 생각해 주어야 한다. 그 누구보다도 이기고 싶고 잘하고 싶은 건 선수들 본인들 일 것이다. 본선 두 번째 상대는 남미 강호 멕시코였다. 16강 진출을 위해 승점이 꼭 필요한 경기였다. 경기 시작 전 질타를 많이 받은 후라 그런지 선수들의 표정엔 긴장의 표정이 역력했다. 전반적으로 슈팅 수도 17대 13으로 많았고 흐름을 주도한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심판의 애매한 판정과 핸드링 반칙으로 인한 페널티킥을 허용하면서 2번째 경기도 아쉽게 패배하고 말았다. 하지만 경기 끝나기 직전 손흥민 선수의 골은 대한민국 팀에 대한 기대감을 남겨주는 멋있는 골 이었다. 본선 마지막 경기는 디펜딩챔피언이자 FIFA랭킹 1위인 독일이었다. 전 세계 모든 언론매체들은 독일의 승리를 예상했고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승리를 기대할 수 없을 만큼 독일은 강팀이었다. 긴장감 속에서 시작된 경기는 폭풍전야처럼 조용히 전반을 끝냈다.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대한민국 선수들은 투지를 다해 모든 것을 바쳐 뛰었다. 경기를 보는 내내 왠지 모르게 2002년 경기가 떠올랐다. 그때 느꼈던 선수들의 투혼을 그대로 재현해 내는 듯했다. 역시나 그 투혼 때문일까. 경기 실력과 데이터로는 설명이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FIFA랭킹 57위인 대한민국이 FIFA랭킹 1위인 독일을 2대 0으로 이긴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을 재현하듯 모든 국민이 들썩이며 환호를 하였고 2경기의 패배를 잊은 듯 열광의 도가니로 변해버렸다. 비록 16강이라는 큰 산은 오르지 못하였지만 독일전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팀의 잠재력을 보았고 그 잠재력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월드컵을 대비 한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스포츠는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승자와 패자를 확인하는 것보다 흥미진진한 것이 그 과정이 아닐까. 그리고 그 과정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지나친 비난보다는 그들에게 더 큰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57위가 1위를 제압하는 나라, 세계를 놀라게 하는 선진응원 문화를 가진 나라, 끝이 아니라 새로운 문을 열 준비가 시작된 것이다. 끝으로 월드컵의 열기만큼 다양한 스포츠대회도 국민의 관심과 사랑으로 응원받을 수 있다면 우리 선수들이 힘을 얻어 대한민국을 스포츠 강국으로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유승민 IOC 선수위원유승민 IOC 선수위원

2018-07-17 유승민

[수요광장]'시인'으로 기억될 무산선사의 오램과 깊음

무산 큰 스님의 작품 '아득한 성자''아득한'·'하루살이떼' 표현은불가가 지향하는 정신적 高處시조 양식의 개척과 변형 통해스님이 바랐던 眞相의 세계일 것연전에 김병무, 홍사성 두 시인이 '무산선사 송수(頌壽)시집'이라는 표제의 '고목나무 냄새를 맡다'(2012)라는 시집을 펴낸 적이 있다. 여기에는 무산 조오현 큰스님에 대한 오랜 경험과 발견의 과정이 시인들의 빛나는 언어를 통해 풍요롭게 갈무리되어 있었다. 편자들은 "스님은 평생 스스로 빛나기보다는 남을 빛내주는 일로 사신 분이다. 시를 모아놓고 보니 스님이 얼마나 캄캄한 밤하늘이었는지 더욱 실감 난다"라고 말하였는데, 그만큼 이 시집은 이 땅에서 오랫동안 시를 써온 시인들에게 무산선사의 영향과 감염이 얼마나 크고 깊었던가를 절감케 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그런 '캄캄한 밤하늘'로서의 무산선사가 쓴 시편들을 권영민 교수가 집대성한 '조오현문학전집-적멸을 위하여'(2012)가 같은 해에 나와서 무산선사의 시조 미학을 조감하게끔 해주기도 하였다.지난 5월 말 조계종 원로의원이자 신흥사 조실이었던 무산 큰스님이 입적하셨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묵객들에게 늘 "한 그루 키 큰 무영수(無影樹)-된바람의 말"로 계셨던 스님은, 이 세상에 수많은 언어와 표정과 흔적을 남기고 떠나셨다. 마음 아득하기만 하다. 스님이 쓴 시조는 형이상학적 탐구가 빈약하기만 한 우리 시단에서 불일불이(不一不二)의 세계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깊은 형이상학적 사유의 극점을 보여준 바 있다. 스님은 '재 한 줌'이라는 작품에서 자신이 결국 무(無)로 돌아가 천지만물과 섞여들 것이라고 예감하였는데, 그렇게 많은 이들의 애도 속에서 무로 돌아가신 것이다. 또한 스님은 '침목(枕木)'이라는 작품에서 역사를 떠받쳐온 모든 순간이 다 철로를 가능케 해준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역사의 어느 한순간도 의미 없는 것이 없다는 전언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아무리 어두운 세상의 억압을 받는다 해도, 쓸모없어 버림을 받는다 해도, 그것은 모두 "긴 역사의 궤도를 받친/한 토막 침목"의 역할을 저마다 감당해낸 것이다. 이제 스님과 나눈 모든 순간들이 하나하나의 침목이 되어 역사 저편으로 흘러갔다.스님은 1968년 '시조문학' 추천으로 문단에 나온 후, 삶에 대한 독창적 해석과 찰나적 오도(悟道)의 순간을 담은 많은 시조 작품을 남겼다. 그의 전언에는 불가적 어법과 세계관이 불가피하게 반영되어 있는데, 그렇다고 조오현 시학을 불가적 전언의 시적 번안으로 취급해서는 결코 안 된다. 그만큼 우리는 조오현 시편을 선승의 언어로서만이 아니라, 시인의 언어 그 가운데서도 '시조'라는 양식으로 접근하는 의식적 작업을 긴요하게 요청받게 된다. 그것은 끊임없이 그의 언어가 선(禪)의 속성과 시(詩)의 속성을 넘나들며 형상화되었다는 점에 주목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스님에게 '시조'란, 그만의 고유한 미학과 형이상학을 결합한 생생한 언어의 현장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상상력이 미학적으로 빼어나게 구현된 것이 대표작 '아득한 성자'일 것이다."하루라는 오늘/오늘이라는 이 하루에//뜨는 해도 다 보고/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죽을 때가 지났는데도/나는 살아 있지만/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천년을 산다고 해도/성자는/아득한 하루살이 떼".이 작품에서 가장 성공적인 표현은 아무래도 '아득한'이라는 관형어에 있을 것이다. '아득함'이란, 시간적으로는 '오램'을, 공간적으로는 '깊음'의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외관상으로는 어지러이 분분하는 '하루살이 떼'를 감각적으로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이는 결국 불가가 지향하는 정신적 고처(高處)의 전언인 동시에, 시조 양식의 끊임없는 개척과 변형을 통해 스님이 가 닿고자 했던 진상(眞相)의 세계일 것이다. 그렇게 스님은 우리에게 크나큰 빛을 쬐어주고 그늘을 드리워주었던 거목으로 남을 것이다. 불교계의 큰 어른으로 기억될 것은 자명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시인'으로 깊이 기억될 스님이 남기신 그 '오램'과 '깊음'을 마음 깊이 기리고자 한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18-07-10 유성호

[수요광장]예멘 난민이 던진 질문 "한국은 살고싶은 나라인가?"

희망 품고 찾아온 한국사회는얼마나 포용적이고 관용적인가?세계인으로서의 의무 충실한가?타인의 다양성 존중해 주며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인가?20년 가까이 이주민 지원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당신은 한국인인데, 왜 외국인 편을 드느냐?'였다. 임금체불 상담을 하던지, 폭행 사건을 다루던지, 한국인과 이해관계가 얽히면 상대편 한국인으로부터 으레 듣는 이야기였다. 대개 그러려니 넘겼지만, 가끔은 그 이유를 설명했다. 누구를 특별히 도운다기 보다, 그게 당연해서,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일이 '누구'라서 안 된다는 현실이 부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나 또한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살고 싶은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는 곳, 전 세계 누가 봐도 꼭 살고 싶은 나라말이다. 얼마 전 제주에 500여 명의 예멘 난민이 왔고, 대다수가 난민신청을 했다. 이들을 두고 청와대에 난민반대청원이 올라가고 수십만 명이 함께 청원했으며, 6월 30일에는 서울과 제주에서 이들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난민을 반대한다는 여론이 퍼져나갔다. 누구는 유럽의 사례를 들며, 이들이 사회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며 난민 자체를 반대한다. 누구는 난민은 받아들이겠지만, 가짜난민이 문제라고 한다. 누구는 이슬람 난민이 문제라고 하며, 누구는 이들이 주로 이슬람 남성이라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한다. 어떤 방식으로 구분하던지, 한국사회에 불필요한 존재이며, 문제만 일으킬 것이라는 것이다.이들이 아직 어떤 죄도 짓지 않았지만,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것이 대부분의 이유다. 아직 어떤 죄를 짓지도 않은 사람을 앞으로 어떤 잘못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어떻게 한국사회에서의 존재 자체를 반대한다는 것인지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예멘 난민을 반대하는 모두를 인종차별주의자나 또는 일방적인 혐오현상으로만 몰아붙이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다. 반대 이유로 내세운 불안과 공포의 근거의 대부분이 일방적인 가짜 혹은 과대 정보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지는 불안과 공포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난민 혹은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가득 전달되던 한국사회에서, 난민 또는 무슬림과 직접 말을 섞어보거나, 살아본 경험이 전무한 기존의 한국 구성원들에게 가짜뉴스를 구분하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된다. 어찌 되었든 상당히 오랫동안 이해와 소통의 시간이 필요하며, 일정한 갈등의 시간도 필요한 일일 수 있겠다고 생각된다.난민의 수용논쟁 이전에, 나는 묻고 싶다. 사람을 필요한 사람과 필요하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하고, 불필요하다고 규정된 사람은 공동체로부터 완벽하게 배제하려 하는 그 칼은 늘 외부로만 향하고 있었는가?누구를 배제하고 부정하던 논리의 칼은 이미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것이 아닌가. 이미, 한국사회의 일부 구성원으로부터,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거나, 때로는 불필요를 넘어 해악을 끼친다고 규정되고 존재 자체를 부정 당하는 사람들에게는 끝없이 향하던 것이다. 바로 그 칼이 잠시 예멘 난민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전쟁을 피해 온 500여 명에 대해, 국제법과 난민법 그리고 보편적인 인권기준을 들먹이지 않고서도, 그 정도의 포용성도 발휘하지 못하는 나라가, 기존 구성원들에게는 포용성을 발휘하는 곳이 될지 의문이다. 500여 명의 난민에 대한 처우의 잣대가 바로 우리 구성원 간에 대한 다양성과 포용성의 잣대이다. 난민이 한국사회에 묻고 있다. 한국사회는 얼마나 포용적인가? 얼마나 타인에게 관용적인가? 얼마나 세계시민으로써 의무에도 충실한가? 이제, 우리 자신을 규정지을 시간이다. 진짜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꿈꾸며 살고 싶은 나라는, 타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공존하기 위해 노력하며,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라고 생각한다. 난민 그리고 이주민, 혹은 이미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이건 간에, 모두가 모두를 이런저런 이유로 배제하는 곳이라면, 아무도 살고 싶지 않은 곳일 것이다. 모두가 떠나려 하는 곳이며, 누구도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 난민들이 희망을 품고 찾아왔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살고 싶은 나라로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닌가?/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

2018-07-03 이완

[수요광장]어르신 中心

'치매 어르신' 마음 가운데에 놓고돌봐 드리는 日 '요리아이요양원' 차별받는 요즘 세상에 너무 놀라워아이하나 돌보는데 온 마을 필요하듯이제는 사회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불과 50여 년 전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60여 세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60이 넘게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 존중받아 마땅하고 축하할 일이었다. 그래서 모두 장수를 꿈꿔 왔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2030년 출생자의 기대수명은 세계에서 한국 여성이 세계 최초로 90살을 돌파했고 남녀 모두 1위(여성 91살-남성 84살)를 차지했다고 한다. 남녀 공히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그런데 '장수의 꿈'을 이룬 사람들 표정이 밝지 못하다. 행복할 줄 알았던 노년의 삶이 생각처럼 그리 녹록지 않다. 힘든 세월을 견뎌낸 지혜로운 어르신으로 귀하게 존중받는 노인은 옛말이다. 대다수의 노인은 가난하고 병들고 외롭고 할 일이 없는 사회의 '짐'으로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울한 노년의 삶. 그 중에서도 우리를 가장 두렵게 하는 것은 간병문제이다. 노년이 되어도 스스로 독립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을 때에는 그런대로 괜찮다. 하지만 누구나 언젠가는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 시간을 맞이한다.우리나라도 장기요양보험 도입으로 요양시설이 늘고 있지만 아직 가족이 직접 돌보는 비중이 높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5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 대상자 46만7천752명중 30만명이 넘는 노인이 자택에 머물렀다. 노인 요양 시설에 입소한 노인은 9만5천398명으로 10만명이 채 되지 않았다. 가족에 의한 간병은 주로 여성의 몫이고 저소득층일수록 더욱 힘겹다. 어르신 돌봄 문제로 가족끼리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고, 민간요양원에 모신 치매 부모가 학대를 당해 '두 번의 상처'를 입는 일도 드물지 않다. 비교적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공립요양원의 경우 수도권에서 입소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가족해체, 간병살인, 요양시설의 인권침해 논란이 이제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이런 현실에서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일본은 늘 관심과 동경의 대상이다. 마침 '정신은 좀 없습니다만 품위까지 잃은 건 아니랍니다' 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된 일본 후쿠오카의 요리아이요양원을 최근에 다녀왔다. 이번 탐방에서 나에게 가장 묵직하게 남는 말은 '어르신 중심'이라는 말이다. 그렇다 '中心', 마음 깊은 가운데에 어르신이 계시다고 한다. 나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 당하고, 차별을 넘어 혐오의 대상이 되는 요즘 세상에, 그것도 '치매 어르신'을 대상이 아닌 마음 가운데에 놓고 돌봐드린다니…. 이 어찌 놀랍지 아니한가?어르신을 대상으로 보지 않고 존엄하게 살아야 하는 권리가 있는 존재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스케줄이나 프로그램, 매뉴얼 없이 어르신의 상태와 필요에 맞게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하지 마세요"가 아니라 어르신들이 하고 싶은 것은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놀라웠다. 요리아이의 시작은 "고집쟁이 할머니 한 분도 보살필 수 없다니 그게 무슨 복지예요!"하고 외쳤던 설립자 시모무라 에미코의 철학과 헌신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의 노력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러한 시민들이 만들어 낸 성과로 공공의 정책과 제도를 변화시킨 것이다.이제 치매는 특정한 기관과 임직원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 하나를 돌보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하고 이야기하듯이, 치매 어르신을 돌보기 위해서는 온 사회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이번 탐방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발견한 것이 바로 '커뮤니티 케어'이다.어르신들이 살던 집과 마을을 떠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다. 주거지역에 위치한 노인주택과 요양시설, 치매어르신 신고 전화, 치매 어르신 발견시 대응훈련,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자원봉사 및 재능기부 활동, 지역의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기관의 운영회의. 그야말로 온 마을이 함께하고 있었다. 일본의 노인복지는 시설중심에서 커뮤니티 케어로 옮겨가고 있다. 요양시설로만 감당할 수 없음을, 상품화된 시장경제의 서비스로도 공공복지로도 감당할 수 없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제 다시 지역 마을 공동체를 소환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시민들이 함께하지 못하면 존엄한 노년은 지켜질 수 없는 것이다./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2018-06-26 김수동

[수요광장]지방선거 당선인들, 발달장애인 복지 관심 더 쏟아야

쉬운말 뉴스 만들며 느낀게 있다면발달장애인 인식개선은 이들의사회적 참여와 함께 이뤄진다는것작은 일자리 마련과 관심으로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 기대해 본다6·13 지방선거가 막을 내린지 1주일이 지났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 때문인지 선거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제1 야당에서는 지도부 줄사퇴 요구와 내분 등 야권의 재편성이 화제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적 지각 변동과 거센 후폭풍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어디 이뿐인가. '여배우 스캔들'에 얽힌 경기도지사 당선인에 대한 수사는 어떤 스토리로 끝날지 귀추가 주목 된다.여러 이슈 가운데 유난히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발달장애인들의 농성이 종료됐다는 소식이었다. 청와대 인근에서 발달장애인이 국가책임제를 주장하며 4월부터 68일간 벌인 긴 농성에 청와대가 국가 차원의 발달장애인 종합계획을 약속했다고 하니 우선 한고비는 넘긴 셈이다.발달장애란 신체 및 정신이 해당하는 나이와 다르게 발달이 나타나지 않아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장애유형으로 지적장애와 자폐증을 포괄한다. 장애인 증가 추이를 보면 지체장애 수는 감소하는데 발달장애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우리나라의 발달장애에 대한 복지정책은 유럽, 미국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소득 창출이 어려운 장애인에게는 철저한 국가책임제로 보편적인 복지가 아닌 과감한 선택복지를 펼치고 있다. 물론 장애인 등급제도 부양 의무제도 없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발달장애인법(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생기면서 이들의 복지에 많은 변화를 꿈꾸며 기대를 했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되고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개선되거나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발달장애 가족들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다.그나마 이번 지방선거 당선인 중에서 발달장애인 관련 정책이 눈에 띄게 많은 것은 고무적이다. 서울시장은 선거 당시 발달장애인들도 알 수 있도록 쉬운 말 공약집에 이어 생활편의 서비스 지원 확대 등 장애인을 배려하고, 대구시장 당선인도 발달장애인 맞춤형 서비스 지원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이어 인천시교육감 당선자는 장애·비장애학생 통합교육 강화를 비롯해 다수 지역에서 교육 환경 공약으로 기대감을 높여준다. 그러나 발달장애인들은 주거와 교육환경도 급하지만 열악한 경제력이 더 시급한 문제이다. 한 발표에 따르면 경기도 내 발달장애인은 4만1천여명인데 이 중에서 소득 200만원 미만인 가구는 55.3%이고 100만원 미만이 28.0%나 된다고 한다.열악한 경제력보다도 더 큰 문제는 사회적 편견이다. 필자는 쉬운 말 뉴스 만들기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 활동에 참여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놀라곤 한다. 쉬운 말 뉴스는 일반기사를 중고등대학생일반인 등으로 구성된 '온라인 자원봉사자'들이 1차로 쉽게 풀고, 쉬워진 기사를 발달장애인들이 정말 이해하는지 감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감수위원이라는 작은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뉴스 용어를 쉬운 말로 편집 하는 과정에서 느리지만 어휘력과 사진 찍는 능력이 신장되는 발달장애인들을 보게 된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감수 과정에서 탄생된 발달장애인 기자는 지난 패럴림픽에서 김정숙 여사를 인터뷰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아이처럼 꾸밈없고 단순한 인터뷰어의 질문에 인터뷰이도 솔직하게 답해주기 때문에 의외로 감동스럽고 재미있는 분위기의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쉬운 말 뉴스를 만들면서 느낀 게 있다면 발달장애인의 인식 개선은 이들의 사회적 참여와 함께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발달장애 아이를 둔 엄마들을 자주 접하는데 한결같이 "우리 애보다 하루만 더 살았으며 소원이 없겠다"라는 말을 참 많이 한다. 이것이 바로 중앙정부는 말할 것도 없지만 이번 지방선거 당선자들이 발달장애인에 대하여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거듭나고 있다. 장애·복지·시설 들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지방선거 당선자들의 발달장애인을 위한 작은 일자리 마련과 관심으로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기대해본다./김정순 신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겸임교수김정순 신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겸임교수

2018-06-19 김정순

[수요광장]'평화의 길'을 여는 스포츠의 위대함

지난달 스웨덴 세계탁구선수권대회27년만에 '남북단일팀 결성' 감동정치적 논리나 상부의 지시 아닌탁구인 스스로 현장서 실행 큰 의미지속적 체육교류의 장 열리길 소망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을 넘어 서로를 반기며 평화의 악수를 나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27 '판문점 선언' 직후 남과 북의 하나된 모습에 전 세계가 감동과 지지의 박수를 보냈다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5월 3일 스웨덴의 작은 도시 할름스타드에 다시 한 번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2018년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탁구선수권 여자단체전 8강전, 치열한 남북 대결이 예고됐다. 서로를 상대로 피말리는 승부를 다퉈야 할 상황이 불과 12시간 만에 악수와 포옹, 평화의 미소로 바뀌었다. 남북단일팀이 어깨를 겯고 나란히 4강에 진출하는 사상 유례없는 사건이 펼쳐졌다.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에서 남북 스포츠 사상 최초의 단일팀으로 세계 정상에 오른 지 무려 27년 만의 단일팀 결성이었다. ITTF 이사회가 한창이던 그 시각, 전 세계 탁구 리더들은 이사회를 잠시 중단한 채 현장 TV 생중계를 예의주시했다. 카메라가 어깨동무를 한 남북 선수들을 비췄다. '오늘, 남북은 싸우지 않는다'는 장내 아나운서의 코멘트에 이사들과 집행위원은 전원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남북 단일팀은 도대체 어떤 의미이기에 세계 탁구인들에게 이렇게 뜨거운 환영을 받는 것일까.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은 스포츠 활동을 통한 올바른 교육과 스포츠를 통한 평화 증진이라는 모토 아래 올림픽을 창시했다. 올림픽을 주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전 세계에 올림픽 정신, 평화의 정신을 전파해왔다. 지난 겨울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남북 공동입장,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전격 결성은 바로 스포츠를 통한 평화 증진이라는 IOC의 가치 아래 추진되고 이뤄진 것이었다.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평창동계올림픽의 바통을 남북 정상이, 그리고 남북 탁구선수들이 이어받았다.지구촌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과 북한이 탁구를 통해 하나가 된 모습은 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스포츠라는 매개 아래 선수들은 하나가 되어 서로를 응원하고 다독이며 승부에 몰두했다. 남북 관계자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며 다시 한 번 감동의 역사를 이끌어냈다. 27년 전 남북 스포츠 교류의 선봉에 섰던 탁구가 다시 한 번 남북 관계 증진과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냈다는 점, 그 역사의 현장에서 진심을 다해 발로 뛰었다는 점, 남북의 선수, 지도자, 협회 관계자들이 한마음으로 소통하며 불과 12시간 만에 기적 같은 단일팀을 이뤄낸 점은 다시 생각해도 뿌듯하고 가슴 벅차다. 이번 세계선수권을 계기로 1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서로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을 찾는다면 남북 스포츠 모두 분명히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 물론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온 우리 선수들의 피해는 없어야 한다는 것은 선수 보호를 최우선하는 IOC선수위원이자 대한체육회 선수위원장으로서 나의 신념이자 평창부터 스웨덴까지 일관되게 관철시켜온, 단일팀의 기본 전제다. 스웨덴에서의 남북 단일팀 경험은 다시 한번 스포츠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정치 논리나 상부의 지시가 아닌 현장의 탁구인 스스로 평화의 길을 열었다는 점은 의미 있다. 대한민국 모든 스포츠인들이 스포츠인의 자부심을 가슴에 품고, 스포츠를 통한 평화의 가치를 실현해 나간다면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앞으로 지속적인 남북 체육교류의 장이 열리길 소망한다. 철의 장막을 걷어냈던 핑퐁 외교처럼, 스포츠가 평화의 첫 길을 여는 길라잡이가 되길, 스포츠인들이 남북을 자유롭게 왕래하며 함께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유승민 IOC 선수위원유승민 IOC 선수위원

2018-06-12 유승민

[수요광장]금석지감으로 바라보는 '민촌문학제'

해방후 곧바로 북으로 간 '이기영'최근 그를 기념하는 행사 잇따라월북작가라고 금기됐던 '민촌문학'그의 고향 천안에서 새삼 관심 받아냉전체제 황혼기로 바라볼 수밖에최근 급변해가는 남북관계는 그동안의 분단체제가 남북 양쪽을 모두 피해자로 만들었으며, 우리 역사를 불구의 것으로 몰아왔다는 사실을 잘 시사해준다. 그 점에서 지금 한반도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화와 상생 지향의 움직임은 우리 근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해체와 재구성의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이는 70여 년 동안 누적해왔던 서로에 대한 적의(敵意)를 누그러뜨리고, 새로운 역사적 지평을 열어갈 것을 우리 모두에게 요청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해방과 전쟁을 전후하여 북으로 가서 작품 활동을 지속했던 이들에 대해 한번 생각해본다. 물론 그들의 선택은 이념적인 것일 수도, 인맥에 관련된 것일 수도, 그저 고향을 찾아간 것일 수도, 불가피한 폭력성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그들 역시 분단의 피해자라는 것, 그들의 작품이 그 피해 양상의 극점을 증언하고 있고 우리 근대사의 첨예한 반영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일 터이다. 1988년 납월북작가 해금 이후 행해졌던 홍명희, 정지용, 이태준, 김기림, 임화, 김남천, 박태원, 백석, 이용악, 오장환 등에 대한 폭넓은 연구와 수용의 과정은 그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이때 우리가 민촌(民村) 이기영(李箕永·1895~1984)에 주목하는 까닭은 그가 한국 근대사의 사상적, 이념적 궤적을 체현한 대표 작가의 한 사람이라는 것 때문이다. 그는 프로문학 최고의 작가였으며 식민지 시대 농민소설의 가장 높은 수준을 보여준 작가로 평가받아왔다. 그는 철저히 현장의 구체성을 작품 속에 담아냈고, 인물들도 생생한 구체성으로 살아 움직이게 만든 탁월한 작가였다. 그는 최고 농민소설로 일컬어지는 '고향'에서 식민지 체제를 비판하면서 소작농, 마름, 지식인, 노동자 등의 역동적 관계망을 통해 농촌 현실을 사실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귀농인이며 지식인인 김희준의 형상은 그의 사상과 미학을 통합시키는 문제적 인물이었다. 그의 창작 궤적은『서화』(1933), '고향', '신개지'(1938), '봄'(1940) 등의 농민소설뿐만 아니라 '종이 뜨는 사람들'(1930) 같은 현장 중심의 노동소설, '인간수업'(1936) 같은 지식인소설 등으로 확장되어감으로써, 그의 작가로서의 폭넓은 관심을 잘 보여주었다. 이 작품들은 당대 민초들의 경험적 진실성과 근대사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전망을 동시에 담아냄으로써 민족사의 과제라고 여겼던 민족과 계급 문제를 통합적 시선으로 암시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해방 후 일찌감치 북으로 간 이기영은 대하소설 '두만강'으로 인민상을 수상했고, 1984년 8월 9일 90세의 나이로 타계할 때까지 비교적 유복한 천수를 누리다가 작고 후에는 평양 신미리 애국열사릉에 묻혔다. 그가 북쪽에서 쓴 중요한 작품은 '땅'과 '두만강'인데, '땅'(1948)에서는 식민지 자본주의 현실의 극복이라는 과제를 다루었고, '두만강'(1954)에서는 20세기 초부터 해방 때까지 벌어진 민족해방 투쟁의 양상을 그려내기도 하였다. 이 작품들 역시 민촌 소설의 특징이었던 생활의 구체성과 활달한 인물상의 재현이 고스란히 약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성취라 할 것이다.최근 이기영을 기념하는 행사가 충남 천안에서 학생 주도로 열렸다고 한다. 지난 5월 26일에 복자여고, 북일고, 천안고 학생 연합 모임이 북일고에서 천안 출신의 이기영을 기념하는 '제1회 민촌문학제'를 개최했는데, 이날 고등학생들의 이색적인 문학제는 백일장, 발표, 특강 순으로 모두 160여 명이 참여하여 진행되었다고 한다. 근자에는 단편 '민촌'의 무대가 된 천안 지역 문인들을 중심으로 민촌에 대한 추모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고 하는데, 분단체제 내내 월북작가라는 금기 안에 유폐되었던 민촌 문학이 그의 고향에서 이렇게 새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니 우리로서는 다시금 냉전 체제의 황혼기를 금석지감의 마음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더불어 분단의 뿌연 장막 때문에 가려졌던 우리 근대문학의 여러 모습이 더욱 활발하게 연구되고 수용되어가기를 마음 깊이 바라게 된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18-06-05 유성호

[수요광장]문화다양성 확산, 혐오와 갈등을 넘어서

한국인 배경·문화·견해 다른사람에20%만 '매우 관용적'이란 조사 나와서로의 다양한 정체성 존중하고갈등 해소·평화로운 사회 일구는데문화다양성 가치 존중 했으면 한다세계적으로 문화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으며 한국도 문화다양성을 확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21일은 UN이 정한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이다. 한국은 2010년에 세계에서 110번째로 문화다양성 협약을 비준했다. 2014년에는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문화다양성법)을 제정했으며,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문화다양성 관련 조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문화다양성법에 따라 5월 21일부터 일주일간을 문화다양성 주간으로 선포했으며, 관련된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었다.문화다양성에서 문화는 좁은 의미의 문화개념이 아니다. 단순하게 더욱 다양한 예술장르를 즐기고 확산하자는 것이 아니다. 문화다양성은 다양한 배경과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편견과 갈등을 넘어서 함께 공존하며 발전해 나가자는 개념이다.한국의 문화다양성법에도 '국적, 민족, 인종, 종교, 언어, 지역, 성별, 세대 등에 따른 문화적인 차이를 이유로 문화적 표현과 문화예술 활동의 지원이나 참여에 대한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법의 목적 중 하나는 문화다양성에 기초한 사회통합이다. 그럼 한국사회의 문화다양성 수용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얼마 전 한 토론회에서 발제자는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110번째로 문화다양성 협약을 비준하였는데,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국의 문화다양성의 인정과 수용 수준이 딱 그 정도일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사회의 전체적인 갈등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무척 심각한 편이다. 2016년 OECD 국가 34개국을 대상으로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사회갈등지수(Social Conflict Index)'에서 대한민국은 멕시코, 터키에 이어 3위를 기록했으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지수 개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95∼2015년 5년 주기로 측정한 사회통합 지수를 측정한 결과, 한국은 OECD 30개 회원국 중 29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인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었을까? 개별적인 평가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적인 평가는 한국사회에 어느 정도의 갈등과 차별이 존재하지만, 세계적인 수준으로 보았을 때는 일정한 수준에 올라있다고 자부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만연한 차별과 혐오의 수준을 보면 우리 스스로에 대한 이와 같은 평가는 매우 낯부끄러운 면이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2017년 11월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양성평등지수는 조사대상 144개국 중 118위로 최하위권이며, 심지어는 2015년 115위에 이어 점차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4월 BBC 글로벌서베이의 다양성 포용정도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27개 조사대상국 중 26위에 불과했다. 이 조사에서 한국 사람들은 배경, 문화, 견해가 다른 이들에 얼마나 관용적인가에 대한 응답에 단 20%만인 매우 관용적이라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UN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는 2017년 대한민국 정부의 제4차 보고서를 심의하고 최종견해를 통해 한국사회의 문화다양성 부족에 매우 우려하며 문화다양성 확산에 힘쓰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며 정책 속에 문화다양성이 표현되고 있다. 2018년 문화부가 밝힌 업무계획의 3대 비전을 보면 개인의 자율성 보장, 공동체의 다양성 실현, 사회의 창의성 확산으로 설정하였다. 또한 비록 개헌안이 발의되지 못했으나, 2018년 3월 정부에서 국회로 제출한 정부의 헌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제9조 국가는 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증진하고, 전통문화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국가가 문화의 자율성 및 다양성을 증진할 의무를 규정한 것이다. 서로의 다양한 정체성을 존중하고 이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일구는데, 문화다양성의 가치 존중과 인식 확산이 기여했으면 한다. 지난 시절 많은 정책들이 구호에 그치고 사라진 전철을 밝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

2018-05-29 이완

[수요광장]친절의 대가, 5천원

태워다 줘 택시비라며 돈 건네 씁쓸사소한 일에도 경제로 따지는 세상부자되면 다 좋아진다는 믿음 접자서로 용기내 신세 좀 지고 살다보면돈으로 살 수 없는 '신뢰' 쌓여갈것집 근처에 작은 온천이 하나 있다. 도시의 찜질방처럼 크지는 않지만 물이 좋다고들 한다. 올해 구순의 어머니, 고령이시다 보니 허리 무릎 등 만성통증이 있으시다. 통증완화에 뜨거운 온천욕이 효과가 있어 가끔 온천에 다녀오신다. 거리가 가까워도 어르신이 걷기에는 쉽지 않아 주로 주말에 내가 차로 모셔다 드리고 모셔 오곤 한다. 언젠가 주말에도 어머니 모시러 나가던 차에 동네 입구에서 50대로 보이는 여성 한 분이 내가 가고자 하는 온천이 어디냐고 묻는다. 마침 가는 길이니 차에 타시라고 했다. 일행이 한 분 더 계셔서 두 분의 중년 여성을 태우고 갔다. 차에 타고는 너무 과하게 고맙다는 말을 거듭한다. 길도 모르고 택시도 안 잡혀서 한참 고생을 한 모양이다. 나야 어차피 가는 길에 좋은 일을 하게 된 거 같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멀지 않은 거리인지라 곧 목적지에 도착했다. 한 분이 내리시면서 "아이고 고맙습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하시기에, "아유 뭘요? 어차피 가는 길이었는데요 뭐" 이러며 덕담을 주고받던 차에 다른 한 분이 "그래도 어떻게 공짜로 타? 택시비라고 생각하고 받아요!" 하며 오천원짜리 한 장을 앞 조수석에 던진다. 2~3번의 실랑이 끝에 어렵게 그 분께 돌려드렸다. 마음이 씁쓸하다. 그저 덕담을 주고받으며 내렸으면 서로가 좋았을 것을…. 생각이 복잡하다. 우리는 어쩌다 이리 사소한 친절도 주고받기 불편한 세상에 살게 되었을까?만약 내가 그 5천원을 받았다면 나의 행위는 더 이상 친절이 아니다. 거래로 변질된다. 그분들도 처음에는 고마워했다. 그러나 그 마음은 곧 신세진 것 같은 불편함이 되었고, 5천원을 지불함으로써 그 불편함을 털어 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일상에서 소소한 친절과 호의, 나눔을 주기도 받기도 힘든 각박한 세상에 살고 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공동체지수가 꼴찌인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과거 인간의 선의와 공동체 관계망 속에서 호혜적으로 주고받던 친절, 호의, 나눔은 이제 서비스산업이라는 미명 하에 거의 모든 것들이 상품화되었다. 이제는 그저 서로의 필요를 경제적으로 교환하는 거래일뿐이다. 물론 낯선 이의 친절을 마냥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알게 모르게 원가에 포함된 감정노동자의 과하거나 영혼 없는 친절은 서글프거나 부담스럽거나 불편하다. 이유 없는 친절에는 대부분 무엇인가 목적이 숨어 있다. 그 숨은 의도를 모르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다. 신뢰를 상실한 우리 사회는 사소한 일상의 크고 작은 모든 일을 시장에서 소비해야만 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그것이 경제라고 우긴다.선의는 교환이 아니라 흘러야 한다. 지금 돈이나 시간에 여유가 있는 사람으로부터 없는 사람에게, 재능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젊은 사람이 어르신에게, 장년이 청년에게 흘려보내야 한다. 지금 선의를 제공받은 사람은 나중에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 선의를 흘려보낼 것이다. 갚지 못한들 어떠랴. 베푸는 사람도 기꺼이 한 일이니 좋고, 누군가는 그 선의를 통해 어려움을 넘겼으니 고마운 것이다. 서로가 좋은 것이다. 지금은 내가 베풀었으니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모든 문제를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 미덕이고, 남에게 신세를 지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어느덧 우리 코앞에 다가온 초고령사회. 우리는 과연 언제까지 혼자 잘 살 수 있을까?분명한 것은 누구나 더 이상 혼자서는 지낼 수 없는 시간이 온다. 그리고 시장화된 사회서비스도 공공복지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이 우리 사회에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제 경제만 성장하면, 부자가 되면, 모든 게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그만 거두어들이자. 그리고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자. 작고 사소한 도움일지라도 용기를 내어 서로 주고받자. 그러한 행위를 통해 우리는 잃어버린 이웃을 만들 수 있고, 돈으로 살 수 없는 신뢰라는 자산을 축적하여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신세 좀 지고 살자./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2018-05-22 김수동

[수요광장]뉴스편집 포기인 듯 포기 아닌 포털에 대하여

네이버, 개선책 내놓을때 마다'눈가리고 아웅하는 식' 비난 거세언론사·이용자 공감하는 정책 필요밥그릇 싸움 모양새로 가면 안돼서로 상생길 가야 멀리 갈수 있어드루킹의 댓글 조작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 되고 있는 가운데 포털 댓글 조작 방지 정책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이버가 모바일 앱 첫 화면에서 뉴스를 없애고 뉴스 편집을 않겠다는 발표를 하고도 뉴스 유통 권력을 더 정교하게 마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개선책을 하나씩 내놓을 때마다 비판 수위도 더 거세지는 모양새다.'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는 비난을 많이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국민 3천만명이 이용하는 거대 포털에서 댓글 서비스를 없애지 않는 한 매크로를 이용해 또 다른 댓글 조작이 가능해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인공기반 뉴스 추천(인공지능이 사용자 취향에 맞게 뉴스를 추천 하는 방식인 '뉴스피드판') 방식을 신설한다고 한다. 정작 편집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않으면서도 편집과 댓글 운영 방식은 언론사에 맡기겠다는 식으로 어물쩍 공을 언론사에 넘기려 하다 보니 꼼수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댓글 조작 파문 이전보다 네이버의 알고리즘 권력이 더 세질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언론의 비판은 수그러들 기미가 안 보인다. 일부 대형일간지의 경우 네이버가 발표한 개선안 항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으로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거기다가 정치권, 학자들까지 가세해 포털 규제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연일 언론에 보도 되는지라 어쩔 수 없이 네이버와 힘겨루기 싸움판의 구경꾼이 돼 버린 포털 이용자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하다. 아마도 시선이 곱지 만은 않을 것 같다. 개선안을 내놓은 네이버측도 이를 비판하는 언론사 측도 혹시 각자 이해득실 만 앞세우는 것은 아닐까? 네이버 고객의 한사람으로서 이용자 시각에서 따지고 보면 이번 '굿판'은 포털과 언론사 모두 각자의 이익만 추구하는 그야말로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포털이 사적인 기업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실제 3천만 포털 이용자들이 뉴스를 소비하고 여론을 만드는 공간인 만큼 공적 기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 만큼 이용자들에 대한 배려와 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지만 공적 기능에 부합하는 막중한 책임과 그에 걸맞은 역할 수행이 따라야 한다.네이버의 개선 방안과 이에 대한 비판 내용에 공익적인 측면이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논의 되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포털 고객인 이용자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이들의 의견이 잘 수렴되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일반 사기업 정책과는 달리 플랫폼에 핵심 상품인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와 포털을 이용하는 고객 입장과 공익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한마디로 어느 한편이 턱없이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는 합리적인 내용의 공감 정책이라야 한다.국민의 60%가 이용하는 네이버는 막강한 플랫폼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언론사가 제공한 뉴스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며 재미를 보고 있다. 뉴스 편집과 댓글 장사로 네이버의 영향력은 확장되고 있다. 당연히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서로 상생하며 같이 가야 멀리 갈 수 있다. 네이버가 당장 자신들의 이익만 먼저 생각하면 멀리 갈 수 없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이 우선 편할지 모르지만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들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멀리 오래 갈수 없다. 적어도 언론사와 포털 간에 밥그릇 싸움 하는 모양새로 끝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드나들며 이용하는 네이버의 3천만 고객들도 수긍할 수 있는 결말이어야 한다. 손을 맞잡고 함께 가야 할 파트너인 언론사에게 외면 받는 정책, 사용자인 고객에게도 공감 안 되는 자세로는 지금 보다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다. 네이버는 국민을 속이고 민심을 훔친 댓글 조작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방조 내지는 묵인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뼈아픈 성찰로 진정성 있게 언론사들과 이용자들을 설득하며 다함께 갈 수 있는 바람직한 개선 정책을 기대해본다./김정순 휴먼에이드 미디어센터장김정순 휴먼에이드 미디어센터장

2018-05-15 김정순

[수요광장]4차산업혁명시대의 스포츠 IT 기술과 스포츠산업

전문가·지도자들 신기술 이해와현장에 적용해 보려는 노력 필요 생활스포츠인 함께 즐길 수 있는인프라 확충 등 정부 지원 절실IT기술 융합 벤처기업도 육성해야4차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의 차세대 기술들이 일상생활과 산업전반에 걸쳐 앞다투어 도입되면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도 예외없이 관련 기술들이 융합되어 성공적인 ICT 올림픽이라는 수식어를 하나 더 덧붙이게 되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보듯이, 스포츠는 다른 산업과 달리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세계인이 대상이라는 점에서 스포츠 4차산업혁명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이 도입한 '매치인사이트' 분석프로그램, 2016년 메이저리그베이스볼(MLB) 월드시리즈 우승팀이 활용한 '키나트랙스' 인공지능 시스템 등 이미 해외에서는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 실시간으로 선수들의 기록과 움직임을 수집, 분석할 수 있는 센싱기술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 등이 활용되고 있고, 골프, 마라톤 등의 생활 스포츠를 즐기는 일반인들도 웨어러블 착용을 통해 개인의 기록을 수집하고, 관리하는 등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스포츠의 경계를 넘어 전반적인 스포츠영역으로 4차산업혁명이 확산되고 있다.스포츠용품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언더아머, 나이키 등 해외 유명 스포츠용품사들은 이미 경쟁상대를 삼성과 애플로 여기며, 운동관리와 피트니스 관리 애플리케이션 제작사등을 인수하는 등 디지털 전략을 강화하고 있고, 스마트 운동화, 스마트 의류들을 출시하면서 스포츠용품 산업의 4차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우리나라가 스포츠와 IT 강국임을 다시 한 번 전 세계로부터 확인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스포츠산업 분야는 여전히 열악하다. 우리는 4차산업혁명이 산업전반에 거처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 스포츠산업 발전을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우선, 스포츠 전문가와 지도자들의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실제로 현장에 적용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수들의 열정과 노력만으로 성과와 목표를 이루기에는 이미 힘든 시대로 접어들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 하더라도 현장에 적용되지 않고, 활용되지 않는다면 관련 산업 또한 성장할 수 없다.두 번째로, 생활 스포츠 인구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기술개발을 위한 R&D 지원을 넘어 생활 스포츠인들이 쉽게 참여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인프라 확충과 서비스모델 개발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생활 스포츠를 함께 즐기는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연령층의 생활 스포츠인들이 늘어날 때, 스포츠 산업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사람 중심의 IT 기술을 융합한 스포츠분야 벤처기업 육성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의 중심은 기술이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스포츠의 본질을 이해하고 IT 기술을 융합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대한 평가와 육성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IT 기술 주도기업에 비해 평가절하되고 있는 스포츠 벤처기업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스포츠의 본질을 이해하는 기술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스포츠는 대부분 합의된 규칙이 적용되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각 나라의 다른 규제로 인해 글로벌 시장으로의 성장과 발전에 한계가 있는 다른 산업에 비해 분명 기회가 존재한다.스포츠와 IT 강국인 우리나라에게 스포츠분야의 4차산업혁명은 또 한번의 기회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함께 스포츠 4차산업혁명시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유승민 IOC 선수위원유승민 IOC 선수위원

2018-05-08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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