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수요광장]재난 극복 모범 국가

코로나19 입국제한 국내인력 부족이주노동자 체류기간 50일 더연장마스크·생계비 지원 제외 '비상식'독일등 해외선 동등하게 일괄지급재난극복 상생 '공동체 의식' 절실'사람'과 '노동력'을 따로 떼어서 처우할 수 있을까? 사람이 노동을 하는 것이니, 두 단어를 따로 생각할 수 없음은 상식적으로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이 불가능할 것 같은 질문이 이주민들에게는 예외로 적용되고 코로나 위기 속에서 더욱 확대되고 있다.얼마 전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의 최대 체류허가일이 4년10개월에서 50일이 추가 연장되었다.정부는 신규 이주노동자가 입국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산업현장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의 취업활동기간을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 베트남과 중국 등에서 외국인 계절노동자를 도입하고 있었지만 이 또한 인력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문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이 계절노동자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자 한국에서는 공장을 돌릴 인력도, 농어촌에서 일할 인력도 부족해지고 있다. 따라서 기왕에 있는 인력은 더 체류하게 하고 다른 목적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체류 비자를 변경해 농촌에서 일하게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한쪽에서는 한명의 외국인이라도 더 산업과 농어촌 현장에서 일을 시켜 현재의 한국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전례 없는 조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그렇다면 이렇게 더욱 귀해진 이주민은 어떤 대접을 받고 있을까? 지자체 차원에서 나누어 주는 무료 마스크 배부에서 제외됨은 물론이고 이주민 전체의 절반인 120만명은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서 일주일 단 두 장을 살 수 있는 마스크 구매 기회에서마저 제외되고 있다. 더욱이 경기도는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대상자에서 외국인은 제외한다고 밝히고 있다.이주민들은 똑같이 세금도 내고 일상도 함께 하며 어려움도 같이 겪고 있다. 위기극복을 위해 손을 빌려달라며 5년 가까이 한국에서 일하고 떠나는 이주노동자들을 체류기간 연장으로 붙들고, 다른 목적으로 들어온 이주민들은 농촌에서 일해 달라고 비자를 변경하면서도 위기 극복에 필요한 방역물품 보급이나 긴급 생계 지원에서는 제외한다. 고난을 견디고 힘든 일은 같이 하자고 하면서 위기극복에 꼭 필요한 지원을 할 때는 같은 공동체 구성원 취급은 못한다는 것이다.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하는 이웃으로서 인간적인 도리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그럼 모든 국가가 이런 위기 상황 속 지원에서 이주민을 배제했던 것일까? 가까운 일본에서는 2009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에 모든 외국인을 포함한 시민 전원에게 1만3천엔을 똑같이 나누어 주었다. 또한 이번 코로나 위기 속에서 포르투갈은 신청서를 내는 이주민과 난민에게 6월30일까지 한시적으로 시민권을 주기로 했다. 포르투갈 정부는 이번 조치가 모든 이주자와 난민 신청자들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부여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독일에서는 프리랜서, 자영업자, 소규모 사업자를 대상으로 '코로나 즉시 지원금'을 국적과 상관없이 세금 번호를 받아 수익 활동을 하는 모든 시민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고난을 함께 극복해야 하니 구분과 배제를 하지 않고 똑같은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포르투갈의 내무부장관 에두아르도 카브리타는 "비상사태에서 최우선 과제는 집단 보건과 안전의 방어다. 이 순간에도 이주민의 경우와 같이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주민들의 건강, 사회보장, 직업과 주거안정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는 것은 위기상황에서 굳건한 사회의 의무다"라고 말했다.한국은 효과적인 감염관리를 통하여 국제사회의 모범이 되었고 국민의 자긍심이 높아지고 있다. 위기극복 끝에서, 함께 고난을 헤쳐 온 사람들이 같은 기쁨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이 재난 극복의 열매가 누군가를 차별하고 배제하며 주어야 할 것을 덜 주고 얻은 것이 아니어야 한다. 방역모범 국가에서 진정한 재난극복모범 국가가 됐으면 좋겠다. 위기 속에서 더욱 빛나는 올바른 공동체 의식이 필요한 때이다./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2020-04-07 이완

[수요광장]"배달의 민족 수수료 50%인하" 주목

獨업체가 '배달앱 1·2·3위' 독과점자영업자 땀 대가보다 큰이익 문제외국자본 유출·은폐마케팅 논란 속코로나19 소상공인 고통분담 약속사회공헌적 방안 도출 가능성 다행두 달 이상 지속되는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모두를 지치게 하고 있다. 확진자 뉴스에 혹시 우리 집 근처? 매번 가슴을 쓸어내려야 할 정도로 비보 일색인데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눈에 띈다.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19' 고통 분담을 위해 배달의 민족 등 '배달앱' 업체들의 수수료 50% 인하를 추진한다는 것이다.더 정확하게는 지난 30일 오전 국회에서 "소상공인들이 부담하는 배달앱 수수료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도록 공정위 등 관련 기관들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민주당 김진표 후보가 수수료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수수료 인하문제는 해당 지역 유권자인 외식업자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수수료에 멍드는 전국의 수많은 요식업자를 위한 공공적 성격을 띠고 있다. 한마디로 특정 지역이 아닌 사회 공헌 적인 공약인 것이다. 단순 공약에 그치지 않고 실제적인 성과를 나타낼지 귀추가 주목되는 까닭도 그 지점에 있다.사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사회 공헌에 관심이 많은 편이지만 앞장서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다. 사회 공헌을 촉발하는 조그만 단체를 이끌면서 공헌 운동의 어려움을 잘 안다. 사회공헌 운동이란 말로만 하는 경우라도 쉽지 않다. 실천으로 사회적 성과를 가져오기란 정말로 어려움이 많다. 더구나 공헌 적인 공약을 실체 있는 성과로 나타내기란 더욱 그렇다.이런 관점에서 김진표 후보의 수수료 50% 인하문제는 결코 쉽게 이루기 힘든 일이어서 그 의미를 크게 보게 된다. 실제 지속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국내 배달앱 관련 문제를 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1위 회사 배민이 국내 2위 요기요와 3위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업체 딜리버리 히어로(DH)에 매각되면서 독과점 문제와 국내 자본의 국외 자본 유출 논란도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영세 자영업자로부터 얻은 이익이 고스란히 외국으로 넘어간다면 이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자본 유출보다 더 심각한 문제점은 자영업자의 땀의 대가 보다 IT 대기업의 배달 중개수수료 이익이 더 많다는 것에 있다. 그런 이유로 김진표 후보의 수수료 50% 인하 추진발표에 반가움과 우려가 느껴진다. 왜냐하면 앱을 통한 주문 시장과 자영업자 간의 갈등과 긴장 국면 등 사태의 심각성과 문제의 본질을 잘 알고 있어야 풀 수 있는 복잡한 일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망설임 없이 사회 공헌적 공약이라고 이름 붙인 까닭도 그런 이유에서다.기업의 존재 이유가 이윤 창출이라고 하지만 서민들,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 희생으로 발생하는 이윤이라면 이 문제는 자영업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문제로 깊은 관심을 갖고 함께 풀어내야 한다. 설령 해당 기업이 법적으로는 위법성이 없거나 적법하다 할지라도 부당한 이윤을 취득한 경우라면 이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무가 있어야 한다. 법적 책임뿐 아니라 윤리적 책임도 사회 구성원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회적 규범이기 때문이다.이와 관련해 자료를 모으고 관찰하면서 배민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몇가지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첫째, 진실을 은폐한 마케팅 의혹이다. 배민 수수료 인하를 발표, 올 4월부터 수수료율 5.8%를 주창하는데 실제 자영업자에게 확인해보면 대략 총금액 수수료율은 15%대를 넘는다는 것이다. 둘째, 동네 아주머니, 할머니들의 전단지 배포라는 소소한 일거리를 뺏어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왜냐하면 배민 김봉진 대표는 "왜 전단지를 보고 음식을 주문해야 되지?"라는 의문에서 사업이 시작됐다는 창업 멘트에서도 드러난다. 전단지로 생계를 잇는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권에 대한 인식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셋째, 배달용기의 범람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데 실제 전혀 그렇지 않다. 최소한 배달과 관계된 플라스틱 범람으로 인한 환경부담금을 내든지, 이도 아니면 친환경적인 배달 용기를 개발해야 한다.배민 수수료 문제를 그저 단순한 논란쯤으로 봐서는 안된다. 그나마 김진표 후보의 공약 덕분에 사회적 관심과 논의를 통해 꼼수가 아닌 사회 공헌적 방안 도출 가능성이 열려 다행이다./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2020-03-31 김정순

[수요광장]공영방송, 존재의 이유를 생각한다

국민 부담 TV 수신료로 운영 불구수당 부당수령 등 사건사고 잇따라정치적 중립·상업성으로부터 독립공익적 '고품격 콘텐츠' 개발 위해종사자들 엄격한 도덕성 전제돼야KBS 일부 아나운서의 '연차수당 부당수령'뉴스는 우리 사회에서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게 한다. KBS는 국가 기간(基幹)방송으로서 그 재원을 시청자인 국민들이 부담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TV수신료' 명목으로 매월 2천500원을 전기료와 함께 징수하고 있다. 고지서에 KBS가 명시되지 않고 비교적 소액이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치는 이들이 많다. 한 가구당 연 3만원이다. KBS도 공익성이 강한 프로그램의 끝에 '여러분의 소중한 수신료로 제작'했다는 자막을 띄운다. 수신료가 헛되이 쓰이지 않았음을 밝히는 것이다.공사(公社) 종사자의 부정행위는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낸다. 그것은 공무원의 세금 횡령과 다를 바 없다. KBS는 방만한 조직 운영과 예산관리, 조직원의 일탈행동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지적을 받고 있다. 특정 출연자의 과도한 출연료, 직원의 유흥업소 출입 등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다른 조직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이다.더 중요한 문제는 KBS가 공영방송 본연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유튜브'로 대표되는 통신망을 통해 제공되는 동영상 서비스는 물론 민간 상업 방송들과는 차별화되는 공영방송만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가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시청자인 국민들은 수신료를 부담하는 것이다.눈에 잘 띄지 않지만 공영방송으로서 KBS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한다. 예를 들어 재난방송 주관사를 담당하고 해외방송을 통해 해외교민과 세계인들에게 한국과 한국의 소식을 널리 알리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가시적인 방송프로그램에서 공영방송의 역할을 기대한다. 이는 정치적 중립과 객관적 보도, 상업성으로부터 독립, 고품격 콘텐츠로 요약할 수 있다.우선, 뉴스는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아야 한다. 방송법에 방송은 국민통합에 기여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그것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최소한 특정 정파에 편향된 방송을 하여서는 곤란하다. 특히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중립은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공영방송 종사자들은 뉴스의 시청률 하락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중립성과 객관성을 상실하면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신뢰성은 저하된다. 그러한 뉴스는 시청자가 외면한다.다음은 상업성을 지양해야 한다. 민영방송은 기본적으로 광고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공영방송의 효시인 영국의 BBC는 처음부터 수신료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의 NHK도 마찬가지다. 제작비를 시청자인 국민들이 부담하는 대신 방송은 상업적 고려 없이 국민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무언의 약속이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공영방송은 어떠한가. 단적으로 KBS 2TV와 다른 상업방송이 차별화되고 있는가.시청자들은 품격 있는 프로그램을 기대한다. 최소한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내용이 방송되어서는 곤란하다. 기본적으로 폭력과 성적 표현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에 더하여 절제와 품위 있는 언어 사용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싶다. 영국의 표준어는 BBC 아나운서가 사용하는 언어다. BBC 종사자들은 세계의 표준어가 자신들이 사용하는 '말'인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유튜브 영상에는 비속어, 상대방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표현이 난무한다. 학생들이 제작하는 영상과제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보면 상상을 초월한다.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이 그 심각함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앞으로 영상 제작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공영방송의 콘텐츠는 모범이 되어야 한다.인터넷,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방송의 영향력은 축소되고 있다. 더불어 수익도 감소하여 위기라고 한다. 다원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방송, 특히 공영방송의 생존전략은 무엇인가. 공영방송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뉴스는 믿을 수 있고, 프로그램은 지나치게 상업적이지 않으며, 자녀들이 안심하고 볼 수 있다면 공영방송은 시청자의 채널 선택의 우선 순위를 차지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시청자들은 수신료 인상에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영방송 종사자들의 엄격한 도덕성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2020-03-24 이영철

[수요광장]완장은 권력이 아닙니다

완장 차면 대부분 공익 앞장서지만기업등 일부 저급한 갑질 부끄러워자리 차지하더니 변했단 말 듣거나자신 이익위해 타인 희생시키기도우한 총영사 부임 '희생' 모범답안윤흥길의 소설 '완장' 주인공 종술은 동네 건달입니다. 빈둥거리던 그가 어느 갑부의 저수지를 관리하는 양어장 감시원이 됩니다. 일거리가 생긴 건 좋지만, 그가 차게 된 '완장'이 문제였지요. 사람들에게 고함을 지르거나 호통을 치고, 물고기를 몰래 잡던 동네 사람을 때리기도 합니다. 완장의 위력을 알게 된 그는 읍내에서도 '갑질'을 합니다.갑질은 갑(甲)의 위치에서 을(乙)에게 일삼는 저급한 행태를 일컫지요. 그가 갑질을 하며 나대는 것은 최 사장이라는 뒷배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나친 만행으로 완장을 박탈당하고 동네를 떠나야 하는 신세가 됩니다.완장(腕章)은 자격이나 지위 등을 나타내지요. 보이거나 보이지 않게 완장을 찬 사람은 수없이 많습니다. 대부분 완장을 차면 사회 발전과 공익을 위해 정성을 다해 봉사하지만, 개중에는 감투를 앞세워 저급한 '갑질'을 부리기도 합니다. 기업에선 인사권을 쥔 간부의 행패가 심각하지요. '땅콩 회항' 사건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동안 구체적으로 잘 몰랐던 갑질의 실상이 제대로 밝혀졌고, 그의 어머니마저 운전기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퍼부은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파장이 컸지요. 이러한 연유로 '갑질 신고센터'까지 생겼으니 정말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입니다.완장에 걸맞은 품격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안타까운 일이지요. 완장을 찼다고 반말을 일삼고, 인사 안 한다고 폭행하고, 뜬금없이 목소리를 높이며 거들먹거리고 이권에도 개입하고….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실감 납니다. 완장을 곧 권력으로 인식하니 '셀프 완장'도 생겨나지요. 골프장, 아파트, 물류단지 등이 들어서면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스스로 위원장 감투를 쓰고 행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주민을 선동해 투쟁하고 발전기금 명목의 기부(?)를 받기도 하고 정치인으로 변신하기도 하지요. 완장을 차면 세상을 맘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착각 때문입니다.완장은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완장을 찼을 때나 차지 않았을 때나 자신은 별다르게 행동한 것 같지 않은데 "자리를 차지하더니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어"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완장 착용 전후가 달라진 게 없더라도 이렇듯 비판을 받기 쉽지요.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것이 완장의 숙명이거든요. 완장을 차게 된 초기에는 안 그랬던 사람도 예우를 받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완장에 대한 욕심이 많아지고 잘못되는 일도 생겨나지요. 완장에도 철학과 인격이 담겨 있는 만큼 높을수록, 많을수록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가진 게 많은 것도 완장일 수 있지요. 부자라는 것 자체가 완장인데 사장이나 회장이랍시고 거들먹거리며 갑질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 중엔 종종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서슴지 않고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경우도 있지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업보는 고스란히 되돌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얻는 게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이 있게 마련이고 그게 하늘의 섭리고 세상의 이치이지요. 남보다 가진 게 많다고 다른 사람을 깔보면 안 됩니다. 가진 게 적어도 잘 사는 사람이 많지요. 세상엔 돈보다 더 소중한 게 많은데, 그걸 모르면 사람 노릇 못 합니다.공익을 위해 주어지는 완장의 상징성은 매우 크고 중요하지요. 중국 후베이성 우한(湖北省 武漢)에서 발원된 코로나 19로 지구촌이 온통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가 특별전세기를 보내 우한에 있던 자국인을 본국으로 귀국시켰던 것도 전염공포 때문이지요. 이런 판국에 우리나라의 우한 총영사가 부임했습니다. 얼마나 대단한 일입니까.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기꺼이 희생과 봉사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완장을 찰 자격이 있는 것이지요.완장은 결코 권력이 아닙니다. 완장은 찰 사람이 차야 완장이 완장답게 쓰이고 세상이 바로 설 것입니다./홍승표 시인홍승표 시인

2020-03-17 홍승표

[수요광장]옥중서신

부당한 권력과 싸우다 격리된약자 입장 최후 저항 수단인데탄핵된 박근혜 前대통령 메시지실패한 정치인으로서 성찰 대신훗날 기약하는 '정치적 포고문'옥중서신(Captivity Epistles)의 문헌적 역사는 2천년 전 사도 바오로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그전에도 옥에 갇힌 인사가 바깥세상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한 사례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신약성서 가운데 네 편을 옥중서신으로 남긴 바오로에 이르러 그 원형이 마련되었다고 보아도 큰 잘못은 아닐 것이다. 그는 회심 전 모세의 율법에 열심이었고, 당대 최고 학자였던 가말리엘 문하에서 수학한 유대인이었다. 예수를 핍박하다가 강렬한 빛에 순간적으로 시력을 잃고는 예수 앞에 무너졌다. 그 후 사도로 변신하여 선교하다가 옥중 생활을 겪으면서 서신을 남겼는데, 그 안에는 바오로 자신의 피압박 경험과 새로 얻은 소신들, 교회에 대한 권면을 담고 있었다.옥중서신으로 유명한 또 한 사람은 독일의 사제였던 본회퍼일 것이다. 그는 나치스에 저항하고 히틀러 암살 계획을 세웠다가 체포되어 사형당한 분이다. 당시 독일은 히틀러를 옹호하는 교회와 하느님 중심을 부르짖은 교회로 분열되어 있었다. 본회퍼는 후자인 '고백교회'를 대표하는 신학자로서 신앙의 양심을 지켜 스위스 국경을 넘는 많은 유대인에게 도움을 주었고, 이차대전의 참상과 독일 교회의 현실을 알리는 운동을 지속했다. 일련의 저항, 체포, 죽음의 과정에서 본회퍼는 자신의 생각을 옥중서신의 형태로 남겨두었는데, 인간의 한계가 곧 신(神)의 역사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믿음으로 불의에 저항했던 그는 종전을 불과 몇 달 앞두고 눈을 감았다. 그의 죽음을 통해 사람들은 본회퍼의 길이 옥중서신에 적힌 대로 "낮아짐의 길이요, 고난의 길이기는 하지만 사랑과 용서의 길"이었음을 깊은 감동으로 알게 되었다.우리 현대사에서도 1970~80년대 김대중의 옥중서신과 김지하나 김남주의 옥중시(詩)는 감옥보다 더 어두운 시대를 살아갔던 이들에게 역설적 광휘를 선사해준 사례들이다.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갈망했던 수인(囚人)들은 잘못을 저지른 죄인이 아니라 권력에 의해 매인 역설적 자유인이었다. 특별히 김남주는 1979년 남민전 사건으로 15년 형을 선고받고 투옥되어 만 10년만에 풀려나온 '옥중시인'의 대명사다. 표현의 부자유와 열악한 환경을 생각하면 옥중시는 참으로 쓰기 어려운 것인데, 김남주는 권력에 대한 당당한 분노와 역설적으로 찾아온 따뜻한 희망을 동시에 노래한 탁월한 시인이었다. 한번 읽어보자. "사랑만이/겨울을 이기고/봄을 기다릴 줄 안다//사랑만이/불모의 땅을 갈아엎고/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릴 줄 안다//천년을 두고 오늘/봄의 언덕에/한 그루의 나무를 심을 줄 안다//그리고 가실을 끝낸 들에서/사랑만이/인간의 사랑만이/사과 하나 둘로 쪼개/나눠 가질 줄 안다"(사랑 1) 옥중에서 전한 소식이 이 정도니 정말 큰 그릇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옥중서신 혹은 옥중시는, 부당한 권력과 정의로운 싸움을 벌이다가 현실적으로 격리된 약자나 소수자의 입장에서 쓰게 되는 최후의 저항 수단이다. 그러니 그 안에는 글쓴이의 삶과 함께 그가 평생 추구해온 가치까지 자연스럽게 담기게 된다. 편지나 시를 읽는 이들은 그들의 한시적 부재를 통해 오히려 그들의 커다란 존재감을 깊은 울림으로 느끼는 것이다.얼마 전 우리 역사에 옥중서신이 또 하나 추가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측근 변호인을 통해 흘려보낸 글이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 세력의 일대 결집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처음 탄핵된 대통령으로서 스스로에 대한 성찰 대신, 현실 정치인으로서 잔광(殘光)을 뿌리면서 훗날을 기약하는 정치 행위를 재개한 것이다. 옥중서신의 역사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한 번쯤 물어야 한다. 그녀는 정의로운 싸움을 하다가 옥에 갇혔는가? 그녀는 부당하게 박해받는 저항 인사인가? 어쨌든 옥중서신의 역사는 오명 하나를 기록하게 되었다. 그녀의 옥중서신은 정의로운 약자도 아니고 탄압받는 소수자도 아닌, 스스로 탄핵을 불러온 실패한 정치인이 다시 지지세력 결집을 유도한 정치적 포고문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질문을 다시 한 번 해야 한다. 박근혜는 왜 갇혔던가?/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20-03-10 유성호

[수요광장]더 낮은 곳으로, 우리가 누구인지 증명할 시간이다

전 세계적인 재난 '코로나19 사태'차별받는 집단 가장 큰 고통 받아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대재앙배려·연대 힘으로 주위 둘러보고어려운곳 부터 먼저 손 내밀어야바이러스 감염은 생물학적으로는 종교, 인종, 지역, 소득수준, 장애 여부 그리고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은 저마다 속한 위치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국가적 재난과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결국 가장 큰 고통을 받은 사람은 그 사회에서 가장 약하고 차별받는 집단이라는 점이 이번 코로나19 확산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현재까지 이번 사건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곳은 경북 청도 대남병원이다.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병동 입원환자 102명중 10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중 7명이 사망했다. 이곳에 입원하고 있던 환자들은 의학적으로는 병원에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으나, 가족이 없거나 연락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곳의 환자들은 매우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사망자가 다수 나온 점은 "정신질환자가 있는 폐쇄병동으로 환기가 잘 안되어서"라는 당국의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들이 왜 이렇게까지 열악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는 이후 별도의 조사가 필요해 보이나,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의 사례는 이런 위기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크게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확인해 주고 있다.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도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2월20일 구로중학교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지역의 중국인 및 중국동포 그리고 지역의 교육관계자들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지역의 학교 선생님들은 겨울방학 종료 후 학교에 모였던 아이들중 한국 아이들이 중국 아이들과 급식을 같이 먹을 수 없다고 거부하고 일부 학부모는 학교로 전화를 걸어와 중국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는 것에 항의전화를 했다고 한다. 개학 이후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학생들간의 혐오와 차별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큰 걱정을 하고 있었다. 봄방학 기간인 지금도 학생들이 함께 속해 있는 여러 카톡방에서 "너희들은 개학이 되어도 학교에 못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동포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가짜뉴스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청도 대남병원의 최초 전파자가 이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선족 간병인 두 명이라는 유튜브의 방송이 얼마 전 나왔다. 이들이 감염된 상태로 귀국 후 병원에서 간병을 하면서 병원의 다수에게 전염을 시켰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두 명 모두 두 차례의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으로 판정되었다. 더욱이 이들이 근무했던 3층 일반병동에서는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확진자를 범죄자 취급하거나 확진자가 나온 지역이나 집단을 과도하게 차별하는 일도 큰 문제다. 경남은행에서는 직원들에게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책임을 묻겠다는 문자를 전 직원에게 보냈다. 이후 비난이 일자 곧바로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또한 군인 중에서 확진자가 나온 이후 지역의 군인아파트에 배달을 거부하는 음식점이 나오는 사례도 있었다.이와 반대로 연대와 공동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대구에 의료 인력이 필요하다는 호소에 많은 의료진이 자원해서 대구로 찾아갔다. 지역 곳곳에서 상대적으로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곳에 마스크를 찾아가 나누고, 이런 이웃들에게 식료품을 배달해주고 있다고 한다. 역대급 고통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임대료를 할인하거나 일시적으로 받지 않는 착한 임대인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대구와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었던, 광주광역시는 대구의 어려움을 함께 하겠다면서, 대구의 확진자를 수용할 병상을 제공하겠다고 손을 내밀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전 세계적인 재난 속에서 한쪽에서는 배제 비난 그리고 차별이 또 다른 한쪽에서는 배려, 나눔 그리고 연대가 함께 일어나고 있다.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이 사태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코로나19 사태가 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모르나, 결국 미래는 오늘을 함께 겪어나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어깨를 기대가며 함께 살아갈 이들 또한 우리 자신이다. 연대와 배려의 힘으로 주위를 좀 더 둘러보고 어려운 곳을 먼저 살피며 손을 내밀어 함께 나아가야 할 때다./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2020-03-03 이완

[수요광장]성 평등과 공존 공생문제, 여성 국회의원 비율 높여야

現 女의원 17.1% 'OECD 최하위'선거법 개정으로 더 줄어들 전망공천 확률도 남성보다 훨씬 낮아여성목소리 제대로 낼 수 없을듯'지역구 30% 의무' 반드시 지켜야4·15 총선이 50일 남았다. 후보공천 발표를 접할 때마다 여야 여성 의원 30% 공천 약속 이행이 궁금해진다. 필자의 개인적 관심 차원을 넘어서 한국 여성 의원 비율이 'OECD 최하위'라는 국제적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7.1%로 세계 193개국 중 120번째의 낮은 순위라고 한다. 변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게다가 여야가 입을 모아 '지역구 의원 여성 후보 공천 30% 의무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못이 박히도록 공언한 터라 기대가 컸다.그러나 정치적 성평등 문제를 갈망하며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배반당할 것 같다. 선거법 개정으로 여당은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게 되는데 이 경우 여성 30% 달성은 고사하고 오히려 여성 의석수가 기존보다 더 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천이 진행 중이라 통계가 없어 단언하기는 그렇지만 여러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선관위 총선 예비 후보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남녀 후보 간 성비 불균형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예비후보자 선관위 등록 수는 여야 모두 합해 1천949명인데 남성이 1천371명 여성 578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대략 2.4배나 많은 숫자다.물론 후보 등록이 공천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공천한다고 반드시 당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그렇지만 여성 후보가 여야 모두 등록 자체를 남성보다 훨씬 적게 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왜 그랬을까? 결코 여성의 정치적 능력이나 야망이 남성보다 낮아서는 아닐 것이다.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여성의 공천 확률이 남성보다 현저하게 낮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확인시켜주는 대목인 것이다. 후보 등록에 이어 공천 발표 역시 애초의 여성 비율 약속도 공천잡음도 여야 서로 다른 듯 닮아 보인다. 최근 여당인 민주당 남인수 최고위원은 "약속했던 여성 공천 30% 쉽지 않다"고 우려를 밝혔다.진보 정당인 여당의 초선 여성 의원 토양이 이렇다 보니 당내 중진 여성 의원 비율도 남성 중진 의원에 비해 턱없이 낮다. 경인일보가 소속된 경기 지역의 경우 현재 여성 국회의원이 7명뿐이고 심지어 인천 지역은 70년 동안 단 한 명도 지역구 여성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래저래 여성 다선 의원 진출은 그야말로 척박한 환경이다. 이번 총선은 남성 중심 국회에서 소수지만 어렵게 중심을 잡아주던 여성 중진 의원들이 대거 불출마 선언을 했다. 여성 중진 실종 사태를 보게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여성 초선이나 중진 의원 비율이 지금보다 낮아 질 경우 여성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을 것이다. 가뜩이나 갈등 많은 국회에서 성불평등 우려가 커지면서 여성 유권자 표심잡기 쇼라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 등 수차에 걸쳐 '성평등이 국정 기조'라고 언급한 바 있다. 성평등 관점에서라도 이번 지역구 공천의 여성 공천 30% 의무화로 여성 진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사회적 요구로 받아들여지는 이유이기도 하다.힘내라는 격려의 말로 힘이 나오지 않은 것처럼 여성 비율을 높이겠다는 말만으로는 남녀 성평등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치권이 남녀 조화 속에 균형 있는 정치를 원한다면 여성 공천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 물론 여성 후보 당사자의 뛰어난 경쟁력은 필수다. 무엇보다 여성 의원 진입 문턱을 낮추고 여성의 국회 재선 진입을 돕는 여성 정치 토양이 시스템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유권자 역시 남녀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지로 정치 풍토 개선에 협력해야 한다.정치는 남녀 균형 속에 약자와 강자가 조화롭게 공존·공생해야 발전이 있다. 정치권이 여성 후보를 선거철 선거 구호로만 이용하거나 진정한 남녀 성비 균형 의지 없이 표심만 현혹하려 한다면 정치 불신은 더 커질 뿐이다. 시대의 요구인 여성 후보 비율 확대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 이는 곧 여성 중진 의원을 키우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2020-02-25 김정순

[수요광장]나에겐 냉정하게, 다른 이에겐 따뜻하게

살다보면 돌발 변수가 '수두룩'고비 넘기는 건 오롯이 자신 몫스스로에 엄격하고 냉철함 필요타인에겐 관대·배려할줄 알아야그것이 세상 사는 常道이고 순리사는 일이 간단치 않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기도 합니다. 저는 틈이 나면 철학 강의를 듣고 있지요. 삶에 대한 화두를 풀어보자는 생각도 있지만 강좌를 진행하는 철학박사 한 분의 이야기에 매료돼서입니다. 이분은 5년 전부터 매주 한 차례씩 시민을 위해 '태장마루도서관'에서 무료로 철학을 강의합니다. 듣다 보면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박식함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곤 합니다. 강의도 강의지만, 그의 삶에서 배울 게 많습니다. 이분이 일곱 살 때, 직업군인이었던 아버지는 4남매를 남겨두고 돌아가셨습니다. 이 때문에 어려서부터 자장면 배달을 시작으로 자동차정비소, 전파사, 주유소 등에서 20여 가지 일을 했지요. 그렇게 살면서도 학이시습(學而時習). "사람은 공부해야 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어두운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라는 아버지의 유훈을 받들어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쳤고, 대학교에 진학해서는 철학을 전공해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후 정치, 사회복지 분야 등의 다른 공부도 했는데 2개의 박사 학위, 3개의 석사 학위를 받았지요. 20여 종의 자격증은 치열한 삶의 부산물입니다. 이분을 보면서 저는 제가 했던 말을 한 번씩 떠올려 보곤 합니다. "대나무가 높이 자랄 수 있는 것은, 속을 비운 데다 중간중간 생겨난 매듭이 지탱해주기 때문이지요. 그동안 큰 어려움 없이 지내다가 처음 어려운 고비를 맞은 것인데, 튼튼한 매듭이 하나 새로 생겼다고 생각하면 앞으로의 행보에 좋은 보약이 되지 않겠습니까." 공직에서 물러나 쉬고 있다가 우연히 다시 공직에 몸담은 일이 있었지요. 그때 모시던 분이 난관에 부딪힌 적이 있었을 때 조심스럽게 드렸던 말씀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의도치 않게 돌발변수가 생겨날 때가 있습니다.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봄 골목길을 걷는데, 담장을 돌면서 갑자기 휘몰아쳐 오는 회오리를 맞는 것처럼 마른하늘 날벼락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그 당황스럽고 황당한 일 앞에서 나는 한없이 초라해지기도 합니다. 이를 이겨내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앞으로 겪을지 모를 더 큰 사건 앞에서 그 사건은 하잘것없는 사건, 아무리 어려운 일도 지나고 나면 추억일 수 있는 일로 여기기가 쉽지 않았겠지요. 고비를 극복하는 건 오롯이 자신만의 몫입니다. 마음을 정리하고 내려놓는다는 것도 쉽지 않지요. 시간이 필요하고 고생이 뒤따르지만, 매듭이 있어야 내공도 깊어지고 사는 맛도 있습니다. 살면서 길을 가다가 넘어져 보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지요. 넘어질 수는 있지만, 엎어져 있지는 말아야 합니다. 넘어져 봐야 다시 일어서는 방법도 터득하는 것 아니겠는지요. 그렇습니다. 자신에게는 한없이 엄격해야 합니다. 사고는 냉정하게, 행동은 치열해야 합니다. 하지만 매듭만이 대나무의 궁극은 아니지요. 다른 사람이 볼 때는 별것 아니게 보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무척 큰일로 느껴질 때가 있듯 내가 볼 때는 별것 아니어도 다른 이에겐 무척 큰일일 수 있습니다. 내가 큰일 앞에서 누군가의 손길을 그리워했듯 그의 큰일에 내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대나무가 매듭을 맺는 것은 자신을 튼실하게 하는 데만 있지는 않지요. 키 큰 숲이 되어 따뜻한 울타리가 돼주고 시원하게 그늘을 드리워주는 데에도 있습니다. 인생의 매듭이 그러하지요. 매듭 있는 사람이 나에겐 냉정하지만 다른 이에겐 관대하고 따뜻하게 배려할 줄 압니다. 그런 사람이 우리 사회를 넉넉하고 살만하게 해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지요.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의 상도(常道)이고 순리입니다./홍승표 시인홍승표 시인

2020-02-18 홍승표

[수요광장]고단하고 성실하게 '정성을 다해 쓰는 일'

좋은 서정시는 독자들에게 따뜻하고 서늘한 '경험적 실감' 이재무 시집 '데스밸리…' 에도엄마 음성·목련 조등… 찰나 포착낮고 약한 인간 향한 위안 목소리좋은 서정시는 경험적 실감을 독자들에게 한편 따뜻하고 한편 서늘하게 제공한다. 구체적 상황과 절실한 기억이 아름다운 이미지의 도움 아래 제 목소리를 드러낸다. 무의미한 난해함이나 의뭉스러움 저편에서 쓰여진 그러한 시는, 그래서 찰나적인 정서적 충격을 주고 시인에게나 독자에게나 어떤 발견의 순간을 허락한다. 최근 나온 이재무 시집 '데스밸리에서 죽다'에는 40년 가까이 이어져온 그의 이러한 시적 기율과 원리가 지속되면서도 어떤 점에서는 중요한 변곡점을 담고 있다. 기억할 만한 은유, 대상에 대한 간절함으로 낱낱 사물과 순간을 불러왔던 이재무는 이번 시집에서 자신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예감케 해준다. 특별히 그는 지난여름 데스밸리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시원(始原)' 곧 원초적 순수 생명의 세계를 발견한 경험을 들려주고 있는데, "내 지난날의 습기 많은 생을 묻었다"라면서 존재론적 전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그렇다면 "습기 많은 생" 다음에는 어떤 차원이 펼쳐질까?이번 시집에는 지상의 감각들이 그의 예민한 관찰에 의해 다양한 소리와 풍경으로 선연하게 되살아난다. 시인은 창으로 들어오는 빗소리나 '차갑고 투명해진 개울물 소리', '엄마의 음성', '개구리울음', '낙과처럼 떨어지는/종소리'에 귀 기울인다. 스스로의 서식처인 '고요의 마을'에서 '어쩌다 쓰는 시에도 소리가 들어와 울음 짓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평생 소리의 형태를 관찰하며 살아온 연장선에서 '매순간 태어났다 사라지는 소음들'도 소중하게 안아들이고 있다. 이 점, 이재무 시의 가장 살가운 성과로 나타난다. 착착 안겨온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지상의 감각에 머물지 않는다.짧은 시 한 편을 읽어보자. "사회복지사가 다녀가고 겨우내 닫혀 있던 방문이 열리자 방 안 가득 고여 있던 냄새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무연고 노인에게는 상주도 문상객도 없었다 울타리 밖 소복한 여인 같은 목련이 조등을 내걸고 한 나흘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목련」) 이재무 시에는 낮고 약한 존재자들을 향한 위안의 목소리가 있다. 신이 버린 아프리카, 죄 없이 죽어간 인디언과 베트남 인민들, 노숙인과 무연고 노인을 향한 연민과 사랑이 있다. 이때 우리는 그의 시가 여전히 삶과 시대의 공공 기억에 닻을 내리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렇게 그는 한 편마다의 미학적 완결성을 중시하되 그것이 삶의 구체적 조건을 충실하게 반영하게끔 해왔고, 지금도 자연스럽게 시대의 내력을 환기하는 내러티브적 속성을 견지하고 있다. 거기서 우리는 '한 사람의 가난과 눈물과 추억과 참회와 낭만과 싸움과 연민과 사랑의 시편'(문태준)을 읽게 된다.그러나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데스밸리에서 죽은 자신을 품고 넘으면서 '시간의 먼 길'을 떠난다. '안부가 그리운, 먼 곳의 사람'을 그리고, '먼 곳에 사는 정인에게 손 편지'를 쓰고, '저 멀리 돌아갈 집'을 아득하게 바라본다. 물론 그는 '60년째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니까 갑자기 초월적이고 환상적인 비현실의 세계로 비약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죽음 너머 아버지로부터 저수지 얼었다는 전화를 받고, 죽기 전에 나무 열 그루를 심어야 하고, 또 데스밸리에서의 죽음 이후를 설계해야 하니, 나로서는 그가 기억과 유목 사이를 가로지르면서도 형이상학적 존재론으로 이끌려갈 가능성을 짐작해볼 뿐이다. 이재무 시의 중추인 간결한 서정성, 타자를 향한 연대, 시대와 사회의 증언, 사랑의 열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그의 후반기 시가 인간 존재에 대하여 더욱 두터워진 철학적 질문을 품어갈 것이라 생각해보는 것이다.오래도록 공유된 순간 때문에 사사로움이 개입될 여지가 없지 않지만, 이처럼 나는 그의 시가 여전히, 하지만 새롭게, 경험의 구체적 재현과 타자를 향한 사랑과 근원을 향한 매혹 사이에서 반짝여갈 것이라고 믿는다. 누구보다도 고단하고 성실하게 '정성을 다해 쓰는 일'에 매진해온 그의 행로가, 슬픔을 머금은 글썽임으로, 그곳에서 하염없이 빛을 뿌리고 있을 것이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20-02-11 유성호

[수요광장]신종 바이러스에 우리 모두가 이기는 방법

불안·공포·증오·적개심·혐오…우리 사회에 퍼진 더 무서운 증상신뢰·화합·격려로 위기 극복해야손씻기·마스크착용등 예방책 철저'바이러스의 해악'서 승자가 되자일주일 전 아이와 놀이터에 갔다. 7살 아이는 또래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잠시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 말을 쓰는 사람들을 보며 누구냐는 질문에 "중국 사람들이야"라고 답했고 아이는 "바이러스"라고 외쳤다.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사람들이 못 들은 것 같아, 얼른 자리를 피한 후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TV에서 본 내용을 말한 것이었다. 우리가 피하고 싸워야 할 대상은 바이러스지 사람이 아니며, 바이러스로 지칭된 사람들이 얼마나 슬퍼할지에 대해 한참을 함께 이야기 나눴다. 다행히도, 아이는 잘 이해해주었다.비상사태다. 매일 아침 사망자와 확진자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철렁거린다. 몇 번 환자와 그 환자의 동선, 접촉자의 소식 그리고 비관적 전망이 뉴스를 통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증상은 몸살, 기침, 고열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증상이 있다. 이번 바이러스는 인간의 정신과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이 사회에 불안, 공포, 미움, 타인에 대한 적개심, 배제의 욕망 그리고 혐오를 일으키고 있다. 이런 혐오 현상은 중국인을 대상으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인 확진자, 의심자, 접촉자, 보건 및 의료 종사자는 물론 그 가족 그리고 심지어 항공사에 근무하는 부모를 둔 자녀에게도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 바이러스는 감염자와의 2~3m 이내에서 밀접한 접촉을 통해 전염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로 인한 불안과 증오는 다르다. 전파를 타고 빛의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대위기다. 향후 사람들이 실제 얼마나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위기를 극복하기 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바이러스의 치명적 해악은 이미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모두가 모두를 경계하고 배제하고 혐오하기 시작했다.그러나 이번 위기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숙한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따뜻한 인간미와 공존을 위한 열망을 가진 사람들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중국 우한에서 거주하던 교민들을 수용지로 아산과 진천이 결정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반발했다. 사람들은 님비현상 또는 혐오문제를 크게 걱정했다. 어쩌면 이런 위기 속에 당연한 사람들의 반응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입국 전날부터, 오히려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가 전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고생했다. 이곳에서 편히 쉬고 가족에게 안전하게 돌아가라'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진짜 무서운 것은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신체 증상이 아닐 수 도 있다. 이 공중보건 위기를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미움과 갈등을 넘어 서로간의 믿음과 신뢰를 쌓을 기회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한다. 보건 당국에서 이번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행동수칙을 알려주고 있다. 자주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이다. 그러나 어쩌면 더 큰 해악에 대해서는 아무런 행동요령이 없는 것 같다. 이번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시민 행동수칙을 생각해보았다. '불안과 공포를 전파하면 안된다고 말해주세요. 가짜뉴스를 경계하고 정부 발표와 공신력 있는 뉴스를 봐주세요. 혐오와 차별에 대해 내 주변 사람들, 특히 아이들과 이야기 나눠주세요. 위기와 불안을 이용해 이득을 얻으려 하지 마세요. 의료진과 관계 공무원 등 관계자들에게 최대한 협조하고 응원해주세요. 이 위기를 공존과 화합의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서로를 격려해주세요'.더 이상 바이러스가 확산되지 않게 하기 위해, 일부 지역과 사람에 대한 한시적 격리와 이동제한을 해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위기가 끝나고 나면, 위기 속에서 빛나던 우리의 진짜 본성을 서로 확인하고, 함께 살만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만들어보자. 그래서 이번 바이러스와 함께 기왕에 존재하는 우리 사회 혐오와 차별까지 박멸되면 좋겠다. 이것이 이번 바이러스의 해악으로부터 모두가 승자가 되는 길이다. 저녁 뉴스를 보며 아이가 말했다. 중국 사람이 아니라 바이러스와 싸워야 돼! 우리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아! 그래 지금은 기회다./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2020-02-04 이완

[수요광장]공존의 조건, 사회통합형 주택

現 주택정책 소수자 공존 불가능자기권리 주장 어려운 사람들도도시의 주인으로 함께 살아가야공동의 목적·필요를 가진 시민들차별·배제없이 어우러질 집 꿈꾼다"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입니다."새해 신년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투기와의 전쟁을 언급하였다. 과거 아예 부동산에 대해 언급조차 않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인 것에 비하면 달라진 것이다. 이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한 민심을 어느 정도는 인지한 것 같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개혁 의지가 결여된 정권마다 반복되는 익숙한 레토릭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여전히 주된 관심은 '시장의 안정'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시장이고, 누구를 위한 안정인가? 문제는 아무리 시장이 안정된다 한들 그 '시장'에서 다수의 시민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라는 주택상품을 중심으로 '빚내서 집사라!' 일변도의 우리의 시장화된 주택정책은 집을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양극화를 심화시켰으며 집을 차별과 배제의 공간, 사회갈등, 주민갈등, 세대갈등의 진원지로 만들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공에서 공급자 주도로 다양한 사회계층이 어울려 살 수 있는 소셜믹스 정책을 시도하였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집을 돈벌이의 대상으로 만든 결과, 빚을 내어 집을 살 수도 없고 주거복지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 시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렇게 기존 주택시장에서 소외된 시민들을 위하여 사회주택과 공동체주택이라는 공공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사회주택은 사회적경제 주체를 통해 공급되는 주거약자를 위한 사회임대주택(임대료 시세 80% 이하)으로 주로 청년 1인가구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사업성 위주로 입지가 선택됨에 따라 임대료 수준이 청년들에게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공동체주택은 획일화된 아파트 대신, 같은 관심과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거주하며 공동으로 생활문제를 해결하는 주택이다. 공동체주택 참여자들의 공동체소유(주택협동조합)를 위한 금융지원이 핵심이다. 어느 정도 지불능력을 요하기 때문에 주로 중산층 중장년세대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공지원 주택정책은 사회주택과 공동체주택으로 이원화됨에 따라 또다시 소유와 임대로 구분되며, 청년과 중장년 세대를 분리하는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나는 공동체주택을 통해 오랜 전세난민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우리는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의 10가구가 모여 공동의 건축주가 되어 자신의 필요에 맞는 집을 시장가격 보다 저렴하게 장만할 수 있었다. 개별 세대와 별도의 커뮤니티 공간을 설치하고, 공동체 규약을 마련해 입주자들이 소통하고 공동체 활동을 하는 주거 형태다. 공동체주택에 살아보니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빈부에 관계없이 다양한 시민들이 좋은 이웃으로 어울려 사는 것, 어쩌면 당연한 주거권이라고 생각되는 이 소망이 왜 어려운 걸까?"우리는 어느덧 꿈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우리는 지금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집을 가진 사람과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만을 위한 주택정책은 사회적약자 및 소수자와 공존이 불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 도시의 주인은 건물주가 아니다. 사회적 약자, 소수자, 미래세대 등 자기권리를 제대로 주장하기 어려운 이들 또한 도시의 주인으로써 함께 살아갈 권리를 존중하고 보장하여야 한다. 공존할 수 있어야 우리의 도시라는 공동체가 미래에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2020년 새해를 맞아 나는 꿈을 꾼다. 공동의 목적과 필요를 가진 시민들이 나이, 학력, 경제력 등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하거나 배제당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모두의 집, 사회통합형 주택을 꿈꾼다.토지는 공공에서 장기임대로 제공하고, 거주자로 구성된 주택협동조합이 사회적경제 주체들과 협력하여 건축과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주택의 형태는 서민 중산층 자부담 참여자를 위한 코하우징과 주거약자를 위한 사회임대용 셰어하우스를 결합하여 진정한 소셜믹스가 가능하며, 지역에 개방된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지역의 공동체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

2020-01-28 김수동

[수요광장]'젊은 인재영입' 호들갑 여·야, 누굴 위한 총선인가

개개인의 인생 역경 스토리 이용선거프레임·이미지 전략만 보여이주민 인권·권익 챙기는 인물등지역현안 풀어 갈 사람 공천해야유권자 요구 읽히고 표심도 얻어4·15 총선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 할 것 없이 정당의 인재영입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당은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게 된 여교수를 시작으로, 가난한 청년·전직 소방관·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 이어 전직 공익제보 판사, 방위산업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11번째 영입 인물 발표를 마쳤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목발 짚고 탈북한 인물, 체육계에서 '미투'를 선언한 젊은 여성에 이어 최연소 기초의원 출신 등 여섯 번째 영입 인물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가의 인재영입은 자신의 삶을 바꿔줄 인물이기를 바라며 기대하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크나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여·야의 인재영입을 들여다보면 유권자들의 바람은 읽히지 않는다. 개개인의 인생 역경 스토리를 이용한 선거 프레임과 이미지 전략만 보일 뿐이다. 정치적 '방향성'이나 '어젠다' 대신에 정당정치의 속내와 노림수만 보이는 탓에 거대한 쇼로 비칠까 걱정이다. 여당은 민주연구원 중심의 빅데이터로 리스트를 뽑았다는데 영입된 11명 중 6명이 30대이고 당에서 청년으로 간주하는 45세 미만이 2명이다. 정치에 훈련되지 않은 청년들에게 좋은 정책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역시나 "정책을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다, 저는 정치에 '정'자도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이들의 발언에 수년간 정치에 몸 바쳐 온 이들의 분노를 유발하며 빈축을 사고 있다. 정치 경륜 문제 외에도 인물 자체에 대한 흠결 등 이런저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대거 젊은 층 영입으로 표심만 노리는 것 아니냐며 비판받고 있다. 인맥 중심이라는 황교안 대표는 수첩에 한 명씩 추천 인재를 적어 간다는데 1차 인재영입 이후 두 달 만에 2차 영입 발표를 했고, 나다은 대표는 3일 만에 해촉돼 선거가 장난이냐는 조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당 지도자들이 유권자들의 바람을 모르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 어쩌면 유권자들의 눈높이와 기대를 못 읽는 척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힘내라는 격려의 말로 힘이 나오지 않듯, 경력단절 여성을 영입한다고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수한 소방관을 모셔온다고 사회 안전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무엇보다 정치인 자신의 전문적이고 치밀한 정치력과 합리적 판단이 중요하다. 다년간의 정치 생태계에서 훈련되고 조직을 이끌며 수행한 경륜 속에서 문제 해결 동력이 있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인재영입과 인물 공천에 모두가 주목한다.이번 총선은 유권자 연령 18세 인하와 선거법 개정이 맞물리면서 우리 사회는 그 어느 선거 때보다 불안과 기대가 공존한다. 그만큼 인물 영입과 공천 관리의 엄중함이 요구된다. 젊은 인물과 스토리로 포장된 이미지로는 유권자의 표심을 얻을 수 없다. 젊은 정치를 원하면 먼저 토양마련과 청년들의 정치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성 정치인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 또한 시대적 요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인재영입 논란을 불식시키려면 지역 특색에 따른 현안을 풀어나갈 인물 공천이 절실해 보인다.실례로 필자의 칼럼이 게재되는 경기·인천 지역의 경우, 곳곳에 다문화 가족이 전국 어느 곳보다 많다. 따라서 이주민들의 인권과 권익을 적극적으로 챙길 수 있는 인물이 유권자의 요구일 수 있고 이는 곧 지역사회를 위한 배려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갖느냐에 따라 나라가 한 발 더 전진하느냐 아니면 후퇴하느냐를 결정한다"며 공천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그렇다. 인재영입이 쇼라는 비난을 불식시키고 전진하려면 각색된 이미지와 미담 의존으로는 안된다. 후보 개인의 정치적 역량이 지역 문제 해결동력이다. 유권자의 요구와 표심도 딱 그 지점인 것이다.정치가란 어떤 직업보다도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열정, 사회적 헌신에 도덕성까지 갖춰야 하는 직업이다. 흠결 없고 신뢰받는 인물이어야 한다. 지역사회를 위해 인재영입과 공천에 누가 더 적합한 인물인지 유권자의 요구를 읽어야 표심도 얻을 수 있다. 정치가 내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서슬 퍼렇게 지켜보고 있다. 국민이 공감되는 영입과 공천 경선을 기대한다./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2020-01-21 김정순

[수요광장]亞 최초 동계유스올림픽 유치 '2024 강원유스올림픽'

IOC 개최지 결정방식 변경이후처음으로 신규규정 적용한 사례평창 올림픽레거시 활용 큰 의미대표단, 남북공동개최 의사 밝혀'2032년 공동유치' 마중물 되길대한민국이 아시아 최초 동계유스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지난 10일 스위스 로잔 스위스테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35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IOC 위원들의 투표를 통해 유효표 총 81표 중 찬성 79표, 반대 2표로 2024 동계유스올림픽 개최지를 강원도로 확정했다. 스포츠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스포츠 강국을 넘어 스포츠를 통해 올림픽 정신과 다양한 가치를 전파하는 스포츠 선진국으로 한 단계 나아갔다. IOC는 지난해 6월 제134차 IOC 총회에서 올림픽 개최 7년 전에 차기 대회 유치도시를 결정하던 기존 방식을 시기에 상관없이 결정할 수 있고, 도시만 유치 후보로 나서던 것에서 벗어나 개최지를 지역의 개념으로 확대하여, 새로운 개최지 선정 절차인 '미래유치위원회(Future Host Commission)'를 통해 결정하는 새로운 규정을 적용하였다. IOC는 그동안 대회유치를 희망한 후보국 중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올림픽 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강원도가 타당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협상과 노력으로 마침내 2024 동계유스올림픽 유치라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이로써 이번 유치는 IOC가 올림픽 개최지 결정 방식을 바꾼 후 처음으로 새 규정을 적용한 사례가 되었다. 이날 총회에선 필자를 비롯한 정부 대표인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겸 IOC 위원, 최문순 강원도지사, 차준환 피겨스케이팅 선수, 강원도 학생 최연우양이 함께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단독 후보였지만 '함께 즐기며 경쟁하고, 함께 성장하는 대회'라는 주제로 각계 전문가와 정부, 국민이 한마음으로 우리의 의지를 잘 표현하여, IOC 위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유스올림픽은 전 세계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우정과 화합을 통한 올림픽 정신을 전파하고자 2010 싱가포르 하계유스올림픽을 시작으로 동·하계 올림픽을 각각 4년마다 개최하고 있다. 유스올림픽은 15~18세 전 세계 스포츠 꿈나무들이 경쟁을 통해 도전과 페어플레이 정신, 배려를 배우고 성인 올림픽의 꿈을 키우는 무대이다. 동계유스올림픽은 2012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회를 시작으로 2016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2020 스위스 로잔 대회까지 모두 유럽에서 개최됐으며 대한민국 강원도는 아시아 최초의 동계유스올림픽 개최지가 되었다.이번 동계유스올림픽 유치는 단순히 국제스포츠이벤트 유치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18 평창의 영광을 이어 올림픽 레거시를 활용한다는 점에 그 의미가 크다. 우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이후 대회 개최의 영광에서 끝내지 않고, 올림픽 레거시 활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동계유스올림픽은 올림픽 시설 재사용을 통한 스포츠 레거시의 활용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올림픽 정신 함양을 할 수 있는 현장 교육의 장으로써 사회적 레거시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어 올림픽 레거시 활용의 큰 역할을 해낼 것이다.또한, 우리 대표단은 여러 가지 여건이 가능하다면 2024 동계유스올림픽도 남북 공동 개최로 치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IOC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필자는 이번 2024 동계유스올림픽이 침체된 남북 체육 교류의 물꼬를 트는 기회가 되어 다시 한번 스포츠를 통한 평화를 실현하고, 나아가 2032 남북 공동올림픽 유치의 마중물이 되는 의미 있는 이벤트가 되기를 바란다. ―2020 유스올림픽 개최지, 스위스 로잔에서/유승민 IOC 선수위원·대한탁구협회장유승민 IOC 선수위원·대한탁구협회장

2020-01-14 유승민

[수요광장]저항 정신의 선비, 조지훈의 탄생 100주년

몰락한 왕조의 고궁 소재 '봉황수'나라 잃은 울분·수심 표현한 작품망국의 슬픔 노래하며 비애 절제일제말 견딤으로 파시즘에 대항했던그 나름의 현실이해 방식이었을 것올해는 지훈(芝薰) 조동탁(趙東卓, 1920~1968)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훈은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할아버지 아래서 한학을 배웠고 정규 학교는 다니지 않다가 16세에 상경하여 조선어학회에 출입하였으며 혜화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하여 3년간 수학하였다. 한학 교양이 몸에 밴 조숙한 청년 지훈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민족주의적 독립운동가들을 많이 만났으며, 시인 가운데는 지사 황매천과 한용운을 가장 존경하였다. 이름난 선비였던 할아버지는 인습 개혁에 앞장섰고 자녀들을 도쿄에 유학시켰는데, 해방 후 제헌의원이었던 조헌영이 지훈의 아버지다.지훈은 열일곱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열아홉 되던 1939년 '고풍의상'과 '승무'로 <문장>에 추천을 받았다. 선자(選者)는 정지용이었다. 시집 '고풍의상' 후기에서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애수, 민족 정서에 대한 애착이 나를 이 세계로 끌어넣었다"라고 했듯이, 지훈의 초기시에는 전통적 시어 속에 단아한 민족 정서가 담겨있다. 해방 후 그는 박목월, 박두진과 함께 공동시집 <청록집>(1946)을 펴냈으며, <풀잎단장>(1952)을 시작으로 모두 네 권의 시집을 냈다. 해방 후에는 학자 혹은 논객으로서 더 인상적인 활동을 폈다. 그는 순전히 독학으로 문학, 철학, 사회과학을 탐독했고 그 결실 <한국문화사서>, <한국문화사대계> 등 방대한 기획을 실행하였다. 자유당 시절 이승만의 송시 청탁에 대해 "나는 누구든 살아있는 사람의 송시는 쓰지 않는다"라고 거절하였고, 1960년대에는 한일협정 비준반대 교수로 나서는 등, 시에서는 전통적 순수의 세계를 추구한 반면 정치적으로는 지조 있는 지식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다.나는 그가 남긴 많은 시편 가운데 선비정신과 애수가 함께 깃들인 '봉황수'와 낭만적 풍류가 가득한 '완화삼'을 제일로 친다. 일제 말기에 쓰여진 '봉황수(鳳凰愁)'를 한번 읽어보자. "벌레 먹은 두리기둥 빛 낡은 단청 풍경 소리 날아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 쳤다. 큰 나라 섬기다 거미줄 친 옥좌 위엔 여의주 희롱하는 쌍룡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 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석(甃石)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패옥 소리도 없었다. 품석 옆에서 정일품 종구품 어느 줄에도 나의 몸둘 곳은 바이 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를 양이면 봉황새야 구천에 호곡하리라."몰락한 왕조의 고궁을 소재로 하여 나라 잃은 울분과 수심을 표현한 작품이다. '봉황수'란 망국의 우수를 뜻하는데, 이는 고궁을 퇴락시킨 요소인 '벌레', '산새', '비둘기'가 곧 망국의 요인임을 암시한다. 방치되어 퇴락한 고궁의 모습과,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친 추녀 끝 풍경은 한결같이 봉황의 모습을 참담하게 만든다. "큰 나라 섬기던 거미줄 친 옥좌"라는 구절은 망국의 요인이 사대주의였음을 암시하면서 '봉황'이라는 환상의 새와 확연한 대조를 구축해준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이라는 구절은, 나라 잃기 전의 왕조 역시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었음을 암시해준다. 푸른 하늘 밑에서 대궐 앞길에 깔아놓은 '추석'을 밟고 가는 그림자를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은 더욱 비감하기만 하다. 그리고 다음 문장들은 "없었다"의 반복을 통해 화자의 비감한 심정을 더욱 고조해준다. 패옥 소리도 들리지 않고, 벼슬의 주인공들도 간 곳이 없다. 그 어디에도 자신의 자리가 없음을 느낀 화자의 눈에는 눈물이 복받치지만, 그는 '눈물이 속된 줄'을 깨달아간다.덧없이 무너진 옛 왕조의 역사를 슬퍼하며 눈물 흘리는 것이 부질없는 감상(感傷)임을 깨닫는 데서 이 시편은 복고적 향수나 비애를 넘어 예리한 현실인식을 보여주는 데로 나아간다. 망국의 슬픔을 노래하면서도 막상 그 비애를 절제할 줄 아는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이는 일제 말기에 느림과 견딤의 미학으로 파시즘에 저항했던 지훈 나름의 현실 이해 방식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 저항정신의 선비, 조지훈의 뜻깊은 탄생 100주년이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20-01-07 유성호

[수요광장]모두가 '메리' 한 크리스마스를 꿈꾸며

경북 영덕 수산물가공업체 4명사망赤水 난민소행 가짜뉴스·산재사고정치인 망언… 올해 이주인권 '얼룩'내년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등밝고 긍정적인 10대뉴스 소망한다얼마 전, 미얀마와 네팔을 다녀왔다. 한국에 이주노동을 하러 가려는 청년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왜 한국행을 선택했는지 물어보았다. 한 명도 빠짐없이, 높은 임금과 한류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음악과 드라마 속의 한국은 이들에게 '일생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매력적인 나라로 비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꿈꾸며 동경해마지않는 드라마 속 한국의 모습과 한국에서의 실제 이주민의 삶이 얼마나 다를지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한국에서 이주노동 후 본국으로 귀환한 이주노동자들에게, 이제 막 한국으로 가고자 하는 자국의 청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물었다. 귀환 노동자들은 자국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든 노동 및 생활환경을 꼽았다. 다른 나라로 이주노동을 하러 떠나는 노동자들이 나름의 단단한 각오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겪었던 진짜 한국 사회의 현실은 각오보다 더욱 가혹했나 보다. 12월 18일은 UN이 정한 '세계이주민의 날'이다. 이날을 맞아 이주민 지원단체들의 네트워크인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에서는 이주인권 활동가들이 뽑은 2019년 올해의 이주인권 10대 뉴스를 발표했다. 10대 뉴스에는 4명의 이주노동자가 한꺼번에 사망했던, '경북 영덕 수산물 가공업체사건' 등을 포함하여 이주노동자들의 연이은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우선 뽑혔다. 2018년 한 해에만 136명의 이주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그리고 정치인들의 연이은 망언이 포함되었다. 올해는 특히 정치인들 망언의 해이기도 했다. 이주노동자에게 차등임금을 실시하자는 주장과 이들은 한국사회에 기여하지 않고 있다는 혐오발언들이 이어졌다. 특히나 정현율 익산시장은 이주 아동을 '잡종'이라고 표현하며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프랑스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국내에서 살면서 철이 들고 세상 물정을 배워온 한국 사람들과 달리 외국인은 몸만 어른이다 뿐이지…(중략) 한국사람과 비슷한 인식과 수준이 되기까지 한 3년이 걸린다는 거죠"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발언 속의 인권의식은 낯뜨거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다.또한, 10대 뉴스에는 이주민과 난민에 대해 난무했던 가짜뉴스가 선정되었다. 대표적으로 인천과 서울 문래동 등에서 벌어졌던 붉은 수돗물 사건이 이슬람 난민 소행일지도 모른다는 '문래동도 붉은 수돗물… 일부 이슬람 난민 소행일 수도'를 내보낸 인터넷 기사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외 대부분의 10대 뉴스 또한 역시 하나하나 매우 참혹한 사건이었다. 이주민의 연이은 산재 사망사건은 몇 년째 빠지지 않고 10대 뉴스가 되고 있고,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가짜 뉴스와 정치인들의 망언 또한 지속되고 있는 점을 더욱 심각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발표 자리에서 한 활동가는 이주인권 10대 뉴스를 매년 발표하지만, 한 번도 긍정적인 뉴스가 뽑힌 적이 없다고 토로하며, 언젠가는 10대 뉴스에 밝고 긍정적인 뉴스가 하나쯤은 뽑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내년 이맘때에는 '드디어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한국사회 인종차별 완전히 사라져' 또는 '모든 노동자에 안전한 한국, 산업재해 사망자 제로' 그리고 '한국 국민들, 관광객보다 이주민과 난민을 더 환영하는 것으로 밝혀져'와 같은 뉴스를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아니 적어도 '겨울에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거나 화장실이 없거나 비닐하우스 같은 열악한 숙소시설 이제는 옛이야기' 정도의 뉴스라도 듣기를 희망해본다. 그동안 크리스마스와 연말로 이어지는 이 시기는 내 주위의 어렵고 힘든 이웃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누군가를 꼭 동정의 시선으로 보며 무엇인가를 전하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 다만, 그동안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생각하지 못했던 한국사회 한 쪽의 이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면 어떨까 싶다. 한국에 살고있는 이주민들에게도 한류 드라마 속 주인공의 해피엔딩이 펼쳐지는 2020년이 되게 해달라고 산타에게 소원을 빌어본다./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2019-12-24 이완

[수요광장]노후를 위한 주거의 조건

베이비붐세대 꿈 '전원의 단독주택'부모 부양·자녀 뒷바라지 '이중고'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에 가까워전재산인 부동산 처분문제도 난관사회적고립 피할 이웃과관계 중요"야~야~ 다 필요 없어. 나 혼자 살 거야. 늙으면 요양원 가면 돼! 내 걱정하지들 말고, 니들이나 잘 살아~." 홀로 되신 부모님 거처 문제로 함께 대책을 논의하다 보면 대개가 이런 식으로 결론이 나곤 했다. 이렇게 부모의 노년을 경험한 자녀(베이비붐)세대는 노후주거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베이비붐 세대의 꿈 '전원의 단독주택'. 베이비붐 세대를 대상으로 은퇴 후 주거이전에 대한 계획을 물었다.('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주거특성 분석 및 시사점',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2014) 전체의 82.9%가 주거이전 의사가 있다고 답을 했다. 그 이유는 안락한 노후생활(49.8%)과 경제적 부담(20.2%)이 가장 컸으며, 원하는 주택유형은 전원주택이 압도적(42.9%) 이었다.경쟁에 지친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수도권의 전원에 작고 아담한 집을 지어 텃밭도 가꾸며 가끔은 친구들과 함께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여유로운 노후의 삶을 꿈꾸는 것이다.과연 이들은 그 꿈을 이루었을까? 안타깝게도 이들의 꿈은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에 가깝다. 현실의 베이비붐 세대 대부분은 살던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연로하신 부모의 부양은 물론 아직까지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자녀 사이에서 스스로의 노후준비를 챙기지 못한 이들은 나이 들어서도 경제활동을 멈출 수 없다. 보유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인 베이비붐 세대가 절대자산인 '집'을 처분하고 이전하는 것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집, 사야 할까 팔아야 할까?", "집값은 오를까 내릴까?" 여전히 집에 대한 우리의 질문은 자산 관점에 머물러 있다. 사실 이러한 질문들은 "주식이 오를까 내릴까"하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 누구도 모르는 일이며,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답을 줄 수 없는 잘못된 질문이다. 노후의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주거를 원한다면 이제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어디에 정착할 것인가?' 이제는 정주할 곳을 찾아야 한다. 노년기에 접어든 이후에는 주거지를 옮기기가 쉽지 않다. 고령자의 경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며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나이들 것인지에 대한 계획과 준비를 하여야 한다. '노년기 삶의 질을 보장하는가?' 주거공간과 지역에 대한 질문이다. 승강기, 낙상예방, 화재예방, 범죄예방 및 안전문제가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교통 및 편의시설, 여가문화, 사회복지 시설 등의 지역 인프라가 잘 마련된 지역이면 더욱 좋다. '주거비 절감이 가능한가?' 주거이전이 주거안정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집이 절대 자산인 베이비붐 세대에게 주거이전은 바로 경제적인 잉여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집이 성공과 부를 표현하는 과시의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나의 필요에 딱 맞는 실용적인 집,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집이 필요하다. 주택의 하자보수 및 운영유지비에 영향을 미치는 주택의 품질과 단열 또한 매우 중요하다. '가까이에 언제든 오갈 수 있는 가족이나 이웃이 있는가?' 이 질문이 가장 핵심이고 중요하다. 고령사회 노년의 삶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요소 중 하나가 바로 사회적 고립이다. 지금처럼 집 가까이에 오갈 수 있는 이웃 하나 없이 노년을 맞이한다면 사회적 고립을 피하기 어렵다. 시간이 갈수록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이웃이다. 지금 현재가 아닌 다가올 미래에 누구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가 노후주거의 본질이다. 노년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나의 사생활과 커뮤니티 활동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집은 돈이 아니라 공간과 관계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올바른 주거이전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조건에 동의한다면 마지막으로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 말이 있다.'문제는 시간,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이와 같이 노후를 위한 주거의 조건을 이야기하면 모두들 고개를 끄떡인다. 하지만 실제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당장 절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심하자. 시간이 갈수록 주거이전의 여건은 복잡해질 것이고 비용은 비싸질 것이고 만족도는 떨어질 것이다. 내가 아무리 외면하고 거부해도 노년은 도둑같이 찾아온다./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

2019-12-17 김수동

[수요광장]품격 없는 방송, 시청자는 멍든다

언론으로서의 영향력 커진 '종편''민주여론 형성' 당초목적 실현하고건전한 콘텐츠·질적 수준 갖춰야자사 유불리 따지는 도구 인식 탈피사회적 책임·공적기능 함께 봐야최근 종합편성채널인 MBN이 승인 당시의 편법 자본금 충당과 관련해 검찰 조사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종편효과에 대한 비판이 촉발되고 있다. 종편 승인 10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시점에 방송콘텐츠 질적 하락문제 등 미디어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 종편에 대한 논의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MBN을 포함 4개 종편이 승인 당시, 황금 채널 배정 등 특혜라는 비난과 함께 출범초기부터 논란이 많았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10년.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엄청난 반대와 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법 개정안이 날치기로 통과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제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미디어법 개정안이 기습적으로 통과되던 그해 연말, 그날 분위기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당시 필자는 한국신문발전위원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미디어법에 통으로 묶여있던 신문법도 덩달아 개정되면서 지금의 언론진흥재단과 필자가 근무하던 두 기관이 통합됐다. 말이 좋아 통합이지 당시 덩치가 더 큰 언론재단에 흡수된 셈이어서 필자를 비롯해 신문발전위원회의 연구원 4명은 하루아침에 모두 일자리를 잃었다. 꼭 실직을 당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언론 유관 분야의 연구자 입장에서 볼 때 미디어법 개정은 종편 승인을 위한 목적 외에 다른 명분이 없어 보였다. 암튼 당시 많은 미디어 전문가들이 종편 출범을 우려하면서 제기했던 문제들이 오랜 시간이 흘러 하나둘씩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종편이 우리나라 미디어 시장의 생태계를 교란시켰다는 지적에는 반대 의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JTBC를 제외한 일부 방송의 질적 저하로 언론의 신뢰도 하락에 일조한 것은 부정하기 힘들어 보인다.편법 자금 문제는 비단 MBN뿐이 아니다. 승인 당시 다른 종편들도 신문사의 방송 지배력을 줄이기 위해 30%만 소유할 수 있도록 한 상한선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불거지면서 자본금 편법충당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문제 외에도 미디어법 개정 목적에 얼마나 부응했는지를 살펴보면 과보다는 실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특히 미디어 콘텐츠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을 강조했었는데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더 지배적이다. 일례로 정치시사토크 프로의 경우 평균 33%의 편성 비율로 너무 많다. 게다가 몇몇 패널은 중복 출연하기 때문에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식상한 지 오래고 이제는 피로감까지 느껴진다. 자극적인 언어로 정치 혐오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고 내뱉는 패널을 보면 시청률만 보이고, 정작 멍들어가는 시청자는 보이지 않는 것인지 묻고 싶다. 때로는 지나치게 편향적이고 진영논리에 유리한 프레임도 서슴지 않아 시청자를 혼란에 빠뜨린다.사람들은 미디어를 통해 세상일을 전해 듣고 알게 된다. '탈진실'의 프레임이 판을 칠 때 시청자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거짓인지 혼란스러워하면서 언론을 외면하게 된다. 무엇을 믿고, 무엇을 신뢰할 수 있을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시사프로 일부 패널의 무책임한 언어와 그 태도는 언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나아가서 정치 혐오를 부추기게 된다. 일부 종편은 이렇게 비판을 받으면서도 꾸준히 시청률이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종편 합산 시청점유율이 2012년 5.03%에서 2018년도 14.29%로 약 3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방송사업매출도 안정권으로 진입하고 있어 보인다. 2012년 2천264억원에서 2018년 8천18억원으로 연평균 23.46% 늘어났으니 말이다. 이런 수치들은 종편이 방송·광고매출 등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지표이기도 하다.종편은 지상파와 경쟁력에서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언론으로서 영향력도 그만큼 함께 성장한 것이다. 성장한 만큼 특혜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8년 전 출범 당시를 되돌아보고, 건전한 민주여론 형성이라는 애초의 목적을 실현해야 한다. 이는 건전한 콘텐츠와 질적 수준의 기반 위에서 가능한 것이다. 방송의 영향력은 공적 임무와 사회적 책임을 준수할 때 함께 올라간다. 언론은 국민의 의사소통 통로다. 언론을 통해 국민은 건전한 정치참여가 가능하기도 하고 반대로 언론에 의해 멍들기도 한다. MBN 등 종편은 언론을 자사의 유불리를 따지는 이해의 도구로만 인식하지 말고 사회적 책임과 언론의 공적 기능도 함께 봐야 할 것이다./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2019-12-10 김정순

[수요광장]대한민국 인재를 국제스포츠 무대로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통해韓, 세계 4대 스포츠 그랜드슬램국제무대 활발한 의사소통 결실유능한 '글로벌 인재' 육성 위해중장기적 로드맵 갖고 지원해야대한민국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대회 개최를 통해 세계 4대 스포츠 이벤트 그랜드슬램의 타이틀과 함께 올림픽 최초 남북단일팀을 구성하여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도약을 이루어냈다. 또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동계올림픽역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극찬을 통해 국내 스포츠 전문가들의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러한 결과들은 의사결정 수준뿐 아니라 실무 수준까지 다양한 층위에서 국제스포츠계와 의사소통과 협력을 이루어낸 결과들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이 국제스포츠의 중심에 있기까지는 많은 전문가들의 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국제스포츠 역량이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내 유능한 인재들이 다양한 분야의 국제무대로 진출하여 활발히 활약함과 동시에 현장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도 국내 많은 전문가들이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활발히 활약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국제연맹(IFs) 그리고 각종 분과위원회에 진출한 임원들이 141명(2018년 기준)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전문가뿐만 아니라 실무자들까지도 국제기구로 진출하여 소통 창구로서 국내에 있는 기관 및 단체들과 서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정부 및 다양한 기관에서도 우리나라 국제스포츠인재들이 제 기량을 펼쳐 대한민국의 스포츠 위상을 넓혀가고 스포츠 외교력을 증대하는데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인 대한체육회는 국제연맹(IFs) 인턴 파견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003년부터 2018년에 이르기까지 약 70명을 파견하였다. 또한, 국제전문인력을 채용하여 국내의 종목별 회원종목단체에 배치, 종목단체의 원활한 국제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특히, 국제스포츠기관 진출 역량 강화와 차세대 국제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 유일 국제스포츠 전문 재단인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ISF)는 국제스포츠기구 및 관련 분야에 취업을 희망하는 자들을 대상으로 국제 업무 실무경험 및 국제스포츠대회(회의) 참석 기회를 제공하는 실무체험 인턴십을 진행하였다. 또한, 지난 11월 IOC 스포츠국과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실제적이고 실속있는 프로그램으로 한국 젊은이들의 스포츠 국제기구 진출에 발판이 되었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실제로 해당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수료생 일부는 국내연맹 국제전문인력과 국제대회 조직위원회 등으로 취업에 성공하는 등 일회성 경험이 아닌 향후 진로와 연계될 수 있는 성과를 나타냈다. 필자는 국제스포츠 역량 강화는 인재 양성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하계 스포츠 강국인 대한민국이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더욱 큰 역량을 갖추기 위해 유능한 인재들의 국제무대 진출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제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국제스포츠 역량 강화를 위해 정부 또한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예산과 정책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인재양성 계획을 세워야 한다. 글로벌한 스포츠 행정가를 꿈꾸는 이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 스포츠 동향 및 흐름을 파악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글로벌한 역량을 개발시키고 경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유승민 IOC 선수위원·대한탁구협회장유승민 IOC 선수위원·대한탁구협회장

2019-12-03 유승민

[수요광장]전쟁과 분단과 시

지식인들에게 허무·운명론 선사전후문학은 그 경험으로부터 출발가장 비타협적인 배타성 드러내후대의 '전쟁' 평가 다양한 만큼역사적 구체 발화한지 70년 지나올해 내내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잇달았다. 내년은 한일강제병합 110주년, 6·25전쟁 70주년, 4·19혁명 60주년,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등 굵직한 현대사의 모뉴멘트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 지 벌써 70년이 된다. 얼추 셈해 보아도 두 세대 이상이 지나가버린 오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전쟁의 기억도 조금씩 흐려가고, 당대적 경험을 가진 이들은 어느새 고인이 되었거나 노년으로 들어섰고, 이른바 전쟁 미체험 세대조차 중년을 넘어서고 있다. 과연 전쟁은 말끔하게 잊혀져버린 걸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한반도는 분단의 연장선에 있으니, 종전 아닌 '휴전'의 상황은 여전히 강한 잠재적 압박으로 다가들고 있지 않은가. 이때 우리는 당대적 경험을 치른 이들의 기억에 남은 전쟁의 충격과 해석을 재차 조회함으로써, 전쟁과 문학의 관련성, 더 정확하게는 서정시 안에 해석된 전쟁에 대해 깊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우리 근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충격을 주었던 전쟁은 전후문학의 존재 근거이자 한계 상황으로 다가왔다. 또한 전쟁은 전후 지식인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허무와 운명론을 선사하였다. 해방 후에 민족 통합의 소망을 가졌던 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와 한계의식을 경험하게끔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상처와 한계의식은 당대 시인들에게 전대(前代)와는 확연히 변별되는 정신사적 단절을 부여했으며, 그 결과는 인간과 역사에 대한 환멸과 자기 부정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때부터 우리는 가장 명확한 물리적, 언어적 실체로서의 분단을 경험하게 되며, 남북 문학의 이질화 과정을 목도하게 된다. 전쟁과 가난, 반공과 서구 추수라는 공통된 경험을 통해 전후의 시인들은 문학적, 사상적 '아비'를 상실한 채 폐허 속을 거닌다. 그것은 국토 전반에도, 도시 살롱에도, 만취의 육신과 영혼에도, 그들이 써간 문학작품 속에도 두루 걸쳐 나타나게 된다.이렇듯 우리가 전후에 발표된 문학작품을 역사적, 미학적으로 탐구해보고 거기서 어떤 역사적 연속성을 찾아내려 할 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전쟁이라는 발생론에 대해 탐색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후의 문학적 전개를 전쟁이라는 물리적 힘과 그에 대응하는 정신적 힘의 응전으로 읽는 독법은 그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부분적 결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후의 문학이 전쟁에 대한 응전의 성격을 띨 경우, 그것은 대개 일방적 적의(敵意)로 나타나거나 허무주의에 깊게 침윤된 추상적 인간주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주지하듯, 당대 서정시에서 전쟁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났다. 하나는 종군과 참전이라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전쟁과 분단에 비판을 가하는 방식이다. 전자는 반공의식, 뚜렷하고 명징한 적의와 강렬한 조국애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구상의 '초토의 시'나 조지훈의 '다부원에서' 등은 일방적 적대의식을 넘어 인간에 대한 보편적 사랑으로 나아갔다. 후자는 분단의 비극성을 비판적으로 조감하되 그것을 민족 통합의 과제와 연관시키는 방식이었다. 박봉우, 신동문, 신동엽 등의 작품들이 이에 해당하는데, 이들은 당대로서는 퍽 소중한 용기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전쟁의 비극성과 환멸을 보여준 제3의 목소리도 있는데 김종삼, 전봉건, 정한모, 김규동 등이 이에 해당한다.이처럼 전후문학은 한결같이 전쟁이라는 경험으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우리가 '경험'을 강조하는 것은, 인간의 의식 중에서 가장 비타협적인 배타성을 띠는 것이 경험적 인식이라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일반인들은 물론 창작 주체였던 시인들마저도 경험적 직접성이라는 당대의 지평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어느 유파에 속했든 전쟁으로 인한 경험을 어느 정도 반영하지 않은 이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전쟁에 대한 후대의 평가가 다양한 만큼, 그렇게 다양한 등차를 가지면서 펼쳐진 역사적 기억과 해석의 구체였다고 할 수 있다. 그 역사적 구체가 발화하기 시작한 지 70년이 훌쩍 지나고 있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19-11-26 유성호

[수요광장]내 목소리로 이야기 할 수 있어야, 공정사회다

이주민 시각으로 본 한일정책 토론회 흔하지 않아… '정책 대상자'였을 뿐이자스민 前의원, 정의당 입당 화제가짜뉴스등 이율배반적 생각 드러나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 보장해야11월 18일 '이주민의 시각으로 본 한일 양국의 이주민정책'이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과 일본에서 살고 있는 네팔, 미얀마, 베트남, 필리핀의 배경을 가진 이주민들이 한일 양국에 오가며 보았던 이주민 정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사자라는 경험한 이주민 정책에 대한 소해와 새로운 견해는 새로운 통찰과 반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렇게 이주민이 자신의 목소리로 정책 전반을 이야기하는 자리는 아쉽지만, 흔하지 않다. 대부분의 이주민 및 다문화정책의 논의 자리에는 주로 한국인 학자, 관련 전문가, 교수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지며, 가끔 한두명의 이주민이 관련 경험을 이야기할 기회를 갖는다. 이주민과 관련된 여러 가지 현안에 당사자인 이주민의 시각과 견해는 의도적으로 과소평가되었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기회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며 이주민들은 늘, 정책의 대상자이며 소비자였을 뿐이다.또다시 선거철이다. 이주민은 250만명에 이르며 대한민국 전체인구의 5%에 가깝게 증가했지만, 국회에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나 정당을 찾기 어렵다. 이주민 당사자성을 가진 국회의원은 현재 국회에는 한 명도 없다. 오히려 일부 정치인들은 이주민에게 더욱 가혹하게 정책을 바꾸는 것으로, 다수 한국인들의 표를 받으려 노력한다. 왜 이주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기존 한국인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답답할 노릇이다. 이 와중에 이자스민 전 의원이 새누리당에서 정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것이 화제가 되었다. 이자스민 전 의원은 잘 알려진 것처럼 20여 년 전 필리핀에서 귀화한 결혼이주민이다. 이자스민 전의원은 일베와 오유 양쪽에서 욕을 먹는, 즉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모든 정치지형에서 지지받지 못하는 거의 유일한 정치인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가지고 있다.인터넷에는 이자스민 전의원에 대한 여러 가지 악플이 순식간에 다시 쌓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한국인을 역차별하고 이주민들에게 특혜를 주려고 한다는 내용과 몇몇 사건을 들며, 자질이 부족하다는 내용 등이다. 잠깐만 시간을 들여 사실 확인을 하면 파악될 가짜 뉴스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악플들은 이자스민이라는 한 정치인에 대한 혐오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이주민 당사자 정치인이기 때문에 겪는 문제라고 생각한다.여기서 한국사회의 이율배반적인 생각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주민이 한국사회에 들어와 한국인들이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위험하고 어려운 곳을 채워 주는 점에는 환영하지만, 당연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정당한 권리에는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다.지금까지, 한국사회에 이주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해줄 정당이나 정치인은 존재한 적이 거의 없었다. 이주민 당사자가 자신의 목소리로 낼 수 있었던 기회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주민은 늘 다수자를 대변하는 정치권력에 관용과 배려를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까지 이주민은 자신의 목소리를 다수자 정치인을 통해, 혹은 그들의 배려를 기대해야 하는 것일까강원도 영월의 한 마을에서는 '굴러온 돌', '박힌 돌', '굴러올 돌'이라는 뜻을 가진 '삼돌이축제'라는 행사가 매년 열린다. 이 마을은 인구감소를 겪는 다른 마을들과 다르게 매년 평균 10가구 이상씩 인구가 순 유입된다고 한다. 마을 관계자는 그 비결로 마을에 새로 들어온 이주민들은 기존 마을주민과 한 가지 취미 활동을 함께 해야 하며, 여러 마을 사업에 필요한 사업 예산 관리 또한 원주민 이주민 가리지 않고 가능한 모든 사람에게 맡기는 등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공평하게 분배하는 점을 꼽았다. 작은 일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기본이다. 권리와 의무를 출신과 상관없이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 여기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새롭게 내어주는 게 아니라,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를 공정하게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이주민 및 다문화정책의 대상자 및 수혜자로서의 이주민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 그리고 삶의 주체로서의 당사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사회다. 기본적인 권리 보장 없는 포용국가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2019-11-19 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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