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수요광장]'정의'와 '이익', 헌재의 판결은 무엇을 지켰나

우리는 잘사는 나라만 바라다정의로운 나라를 잃어버렸다돈보다 '사람' 이윤보다 '생명'우선가치임을 세월호사건 통해반성했지만 이번 헌재 판결은생명보다 돈의 가치를 앞에 놓았다"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결정문의 마지막 부분이다. 이익과 손실이라니, 법의 정신에는 어울리지 않는 회계장부 같은 표현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 문장을 그냥 기술적인 언어표현상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문득 맹자가 양혜왕을 만나는 장면이 생각났다. 왕의 첫 질문은 나라를 이롭게 할 방도가 있는가라는 것이었다. 맹자는 이(利)를 먼저 묻는 왕의 잘못을 지적한다. "왕께서는 하필 이익을 말하십니까. 또한, 인(仁)과 의(義)가 있을 뿐입니다." 정의보다 이익의 논리가 더 설득력을 얻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망국의 징조다. 어째서 법관은 하필 손익을 말하였는가. 결정문을 다운받아 다시 찬찬히 읽어보았다. 재판관들이 가장 공을 들여 탄핵사유로서 입증해낸 부분은 '사인(私人)의 국정개입 허용과 대통령의 권한 남용 여부'에 대한 판단 부분이었다. 재판부는 대통령으로서의 직권을 남용하여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한 것을 가장 중요한 '위헌적 행위'로 보았다. 반면에 가장 중요한 탄핵소추사유라고 생각했던 세월호 사건에 대한 책임, 즉 생명권 보호의무와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의 위반은 탄핵사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형식적으론 재판부 전원일치의 통쾌한 판결로 보였지만, 내용적으로는 기뻐할 수만은 없는 '최소의 판결'이었다. 일반법정과 달리 헌법재판소는 헌법을 최종적으로 유권해석 하는 기관이다. 이번 사건에서 생명권 보호의무와 대통령의 성실의무에 대한 헌재의 유권해석은 상식과 정의의 기준에서 모두 벗어났다. 앞으로 법적 절차가 진행되겠지만 적어도 그 부분에 관한한 이미 헌법적 사면을 받은 박 전 대통령에게 하위법정이 어떤 죄를 물을 수 있을까. 김이수, 이진성, 두 재판관이 낸 보충의견을 보면 법리상 거의 반박 불가할 정도로 충분히 세월호 사건 당시 대통령으로서의 성실의무 위반 사항이 입증되어 있다. 그런데도 그것을 스스로 기각시킨 것은 분명 모순적 판결이다. 반면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의견2는 해당 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정치제도에 대한 개인의 견해를 밝힌 것으로, 판결문에 넣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사견일 뿐이다. 심지어 그것은 파면당한 박 전 대통령이 재임기간 동안 여러 차례 피력해온, 보수재집권을 위한 개헌론과 사실상 같은 맥락의 주장이었다. 왜 정의가 아니라 손익을 말했는지가 다시금 자명해졌다. 저 문장은 이 나라 지배층을 대표하는 법관들의 무의식의 반영이다. 그럼에도 언론은 이번 탄핵판결로 법의 정의가 이루어졌다고 헛기침 같은 칭송을 한다. 어떤 미학적 현혹도 우리의 비판적 이성을 마비시켰다. 이정미 재판관의 목소리는 차분했으며 위압적이지도 않았다. 강일원 재판관의 여유 있는 표정은 포용력 있어 보였다. 하지만 판결의 실제 의미와 영향력은 그들의 인상과 표정이 아니라 결정문 내용에 있다. 세월호 사건은 국가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잘 사는 나라만 보고 달려오다가 정의로운 나라를 잃어버렸다. '돈보다 사람',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 가치여야 한다는 것은 416을 통한 공통의 반성이었고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 아닌가. 그러나 이번 헌재의 판결은 다시 생명보다 돈의 가치를 앞에 놓았다. 파면당한 대통령은 지금도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한다. 가라앉은 세월호 앞에서도 진실을 감추고 저마다 자기의 이익만을 챙기려했던 괴물들. 국가는 그런 괴물들의 복합적 총체였다. 다음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이들은 어떤가. 표를 위한 '통합'과 '대연정'은 결국 '이익의 대연합'일 수밖에 없다. 그건 또 다른 괴물의 탄생이다. 왜 나라는 이익을 앞세워선 안되는 것인가. 맹자는 이렇게 답하였다. "왕은 '어떻게 나의 나라를 이롭게 할까' 말하며, 대부는 '어떻게 나의 가문을 이롭게 할까' 물으며, 선비와 서인들은 '어떻게 나를 이롭게 할까' 라 할 것이니, 위와 아래가 일제히 이익을 취하면 나라가 위태롭습니다." 우리는 지금 지극히 위태롭다./채효정 정치학자·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채효정 정치학자·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2017-03-21 채효정

[수요광장]더 이상 슬픈 국민이 되지 않았으면…

우리가 바라는 국가 지도자는달콤한 공약·장밋빛 청사진보다슬픈 민모습 솔직하게 외쳤으면…30년간 변함없는 정치 '되레 퇴보'이제 새 지도자는 더이상 우리를'슬픈 족속' 되지않게 해주길 바라몹시도 추웠던 겨울을 박차고 웅크렸던 몸을 활짝 펴며 따뜻한 봄을 맞아야 할 사람들의 마음이 어쩐지 올해는 여느 해와 다른 것 같아 자못 걱정스럽다. 지난 반년 이상 온 나라가 최순실 국정농단과 탄핵정국으로 고된 몸살을 앓는 동안 자국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되었고, 중국으로부터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성 조치들이 강하게 밀어닥치며, 연임에 성공한 일본의 아베정부는 전에 없이 강경한 태도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탄핵인용으로 우리 정국은 사상 초유의 새 국면을 맞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하루빨리 냉정을 되찾고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라 새 대통령을 선출하여 나라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급박한 국제정세와 경제상황은 그 변화를 가늠하기가 어렵고, 북핵 문제는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하기 짝이 없다.그러나 앞으로 두 달 후면 새 대통령이 선출될 것이고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나라가 조금은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대통령이 바뀌고 정부가 새로 들어선다고 모든 것이 한순간에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한바탕 태풍이 지나고 나면 바다는 잠잠해 지지만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오랫동안 그 상처가 남아있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될수록 빨리 태풍이 할퀴고 간 자리를 메우려고 하나 그 상처가 깊으면 깊을수록 시간도 오래 걸리고 또 힘도 많이 든다. 촛불과 태극기 민심의 갈라진 틈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에게는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가 많이 남아 있다. 남과 북, 동과 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금수저와 흙수저, 노동계와 교육계의 고질적 편 가름들이 골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음은 우리에게 주어진 치명적 상처임에 틀림없다.불과 70년 전 참혹한 전쟁에 시달리며 국민소득이 불과 50달러에 지나지 않았던 극빈국가에서 지금은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경제 및 무역규모가 세계 10위권, 대학진학률 1위, 반도체생산 1위, 자동차생산 5위 등 지표상으로는 상당한 지위에 올라있는 것처럼 보이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4대 강국을 '놈'이라 부르는 세계 유일의 나라 한국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 받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우리가 지난 10년째 국민소득 2만 달러 대를 탈피하지 못하고 선진국의 문턱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우리를 향하여 한국에 관심을 가진 어느 영국 경제학자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가 한국이 선진국이 되지 못하는 이유를 네 가지로 요약해서 지적한바, 첫 번째가 남이 잘되는 꼴을 참지 못하는 배 아픔의 문화요, 두 번째가 법이나 관행을 무시해버리는 떼법 문화이며, 세 번째가 과격한 귀족노조의 막무가내식 파업문화와 함께 마지막으로 이념교육에 매몰된 전교조와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청소년의 사교육 문화라고 하였다. 외국인치고는 참으로 우리의 문제를 날카롭게 꿰뚫어보고 있다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우리의 치부가 들킨 것 같아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끼게 된다.우리는 누구나 안전하고 윤택하며 즐겁게 살고 싶어 한다. 선진국이라면 이 같은 국민 삶의 기본적인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는 그런 나라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바라는 것도 바로 그런 나라이다. 영국 경제학자의 말처럼 우리가 고쳐야 할 것은 우리에게 내재된 잘못된 가치와 질서의식, 그리고 함께 해결해야 할 노동과 교육문제 등 국가라는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것들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바라는 국가의 지도자는 그 어떤 달콤한 공약이나 장밋빛 청사진보다 우리 앞에 드러난 민 모습의 슬픈 우리를 똑바로 쳐다보고 '이것이 우리들의 진정한 모습입니다'라고 솔직하게 외칠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1987년 헌법개정 이후 30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오직 정치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아니 오히려 퇴보한 느낌이다. 이제 새 시대의 지도자는 우리를 더 이상 시인 윤동주가 읊은 흰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짓을 가리고, 흰 띠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인 '슬픈 족속'이 되지 않도록 해주길 바란다./양윤재 대우재단 이사·전 서울대교수양윤재 대우재단 이사·전 서울대교수

2017-03-14 김영박

[수요광장]부부교육, 부모교육 평생 이어져야

평등한 부부가 되기 위해서는결혼에서 무엇이 본질이고뭐가 중요한지 아는 지혜 필요부모는 아이들과 함께 성숙부부싸움이 집안싸움되는 현실평생 부모교육은 더 절실하다이혼상담을 하다보면 가끔 결혼하기 전에는 예비부부 교육, 부모가 되기 전에는 예비부모 교육을 받고 그 시험을 통과한 사람만 결혼을 허가하거나 혼인 신고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게 된다. 결혼은 대체로 20년 이상, 정서적인 배경과 경제적인 배경 등이 전혀 다른 가정환경에서 살다가 보통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람이 만나는 경우가 많다. 열정과 연애감정에서 결혼까지 이어졌지만 현실에서 부딪치는 일들은 애정만으로 잘 해결되지 않는다. 대처방법이나 해결방법이 많이 다르다보니 갈등이 생겨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로 생각한다면 좋으련만.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 싸움이 이혼까지 발전하고, 그 와중에 죄 없는 아이들이 피해를 입다보니 안타까워서 생각해 본 상상이다. 상습적인 폭력이나 외도가 아닌 한, 내 가정에서만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니고, 다른 가정도 엇비슷하다는 사실을 알면 훨씬 그 위기를 잘 견딜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주변엔 미리 결혼한 선배나 동네 형, 친한 언니가 있어서 코치나 조언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통계가 뒷받침된 보편적인 교육을 받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평등한 부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결혼에서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중요한 지 아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교육의 구체적인 내용이 지식의 전달을 넘어선 지혜의 전달까지 나아가야하니 좋은 교육자를 구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서울가정법률상담소가 교회나 성당 등에서 예비부부나 예비부모교육과정을 무료나 실비만 받고 개설해서 해주고 있으니 지금도 스스로 찾아서 교육받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 워낙 똑똑해서 주변에 멘토를 두고 때마다 고견을 들으며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더 나아가서 그 대상이 결혼을 앞둔 모든 사람으로 확대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혼인신고 할 때 부부교육 확인서를 낸 사람에게는 주택 분양이나 세제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어떨까 하는 혼자만의 생각을 해 본거다. 그런 교육을 잘만 하면 결혼1~2년차에 상대를 서로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성급한 이혼을 예방하는 효과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실제 이혼문제로 상담을 받으러 왔다가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볼 기회를 갖고, 알려준 대화방법으로 대화해보겠다고 돌아가 위기를 잘 넘긴 부부도 의외로 많기 때문에 교육의 효과는 분명 있을 것이다. 부모교육과정을 마스터하면 오년 차 부부교육, 십년 차 부부교육, 중년부부교육, 황혼부부교육 등 각 연령대에 맞게 맞춤 교육을 듣거나 자기에게 부족한 특별과목인 며느리과정, 사위과정도 듣고, 시대 흐름에 맞게 이혼 후 부모교육, 재혼가정 부부교육 등도 있으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현재 협의이혼이든 재판상이혼이든 법원에서 1시간 정도 부모교육 동영상을 시청한 후 '부모교육확인서'를 제출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과거에는 대가족이 모여 살았고, 이웃과의 교류도 많았기에 살면서 저절로 깨닫는게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스스로 책을 보거나 전문가나 주변인에게 상담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 후에는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부모교육과정을 들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자녀가 어릴 적, 상황마다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쩔쩔매던 때를 생각하면 적절한 시기에 부모교육을 받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사춘기를 만난 자녀를 놓고 눈물 한 번 흘리지 않은 부모가 몇이나 되겠는가. 아이가 한 살이면 엄마나 아빠로서의 나이도 한 살이다. 부모는 아이들과 같이 성숙해가는 것이다. 자녀가 한 둘인 요즘 세상에 젊은 장인, 시어머니가 부부문제에 간섭하는 바람에 부부싸움이 결국 집안싸움이 되는 현실에서 평생부모교육은 더 절실해 보인다. 그러니 부모가 되었어도 교육은 평생 이어져야하는 것이다./장미애 변호사장미애 변호사

2017-03-07 장미애

[수요광장]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교육 정책의 과제

여성들 경력단절 결혼·출산 꺼려안심하고 직장생활 할 수 있도록보육시스템 정비 선결 돼야소득별 사교육비 격차 점점 심해공교육에 대한 강화도 필수적노년층 사회구성원으로 재교육도흔히들 국가의 장래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 달려 있다고 한다. 이 말은 본래 유소년기 교육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표현이었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어야 국가의 미래가 희망적이라는 의미로 이해될 정도이다. 이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출산과 교육 문제는 밀접한 연관성을 갖게 된다. 얼마 전 한 국책 연구기관이 "여성의 교육 수준과 소득 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하향 선택 결혼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관습 또는 규범을 바꿀 수 있는 문화적 콘텐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황당한 저출산 해소대책을 내놓아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 역시 인구절벽에 대한 위험을 개선해 보고자 하는 다급함에서 비롯된 졸속 정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처럼 국가라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토대로서 출산율을 회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몇 차례 언론보도에서도 언급되었듯이, 한국 사회의 저출산 현상은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생아 수는 40만6천300명으로 1년 전의 43만8천400명 보다 3만2천100명이나 줄었다. 이는 자그마치 7.3%가 하락한 것으로, 2015년 한해만 반짝 반등했을 뿐 전체적인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속도는 가속이 붙었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로 불리는데, 우리나라의 고령화율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2012년 11.7%였던 고령화율은 2013년 12.2%, 2014년 12.7%, 2015년 13.1%로 높아지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은 13.5%에 달해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 사회를 눈앞에 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교육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실질적으로 매년 1천 곳 이상의 어린이집이 폐업을 맞고, 산간벽지에 남아있던 분교들도 차츰 사라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대도시 지역의 학교도 사라지고 있으며, 대학 역시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존립 위기가 예상된다. 반면에 노인요양 시설은 늘어나고 있다. 주거, 의료, 여가 복지시설은 2015년 기준으로 7만5천여 곳에 달하고 있다. 교육 정책 측면에서 볼 때, 사회 전반에 걸친 인식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우선 저출산에 대한 대책으로 국가가 책임지는 육아 보육 시스템의 확대가 필요하다. 많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경력 단절이므로 여성들이 안심하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보육 시스템의 정비가 선결되어야 한다. 아울러 공교육에 대한 강화도 필수적이다. 여전히 한국사회의 사교육비는 OECD에서도 최고 수준이며, 그 중에서도 가구 소득별 사교육비 격차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실질적으로도 부모가 지출한 사교육비가 자녀의 학벌과 졸업 후 임금 사이에는 상당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문제는 저출산 상황이 도래할수록 아이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공교육의 정상화는 적어도 돈이 없어서 아이의 교육을 시키지 못하거나 교육의 질로 인해 차별받는 상황은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아울러 고령 사회에 대한 재교육 문제도 복지가 아닌 교육의 패러다임으로 묶어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고령사회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노년층의 정보기술 습득 능력은 부족하고 교양에 대한 재교육, 직업 교육 등도 부족한 상황이다. 노년층을 돌봐야 하는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주요한 임무를 가진 숙달된 구성원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실질적으로 정년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노년층이 재취업이나 사회활동의 연장을 원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재교육을 단순히 노인대학이나 평생교육원 차원이 아니라, 체계적인 경험 확대 및 심화과정 학습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교육과 학습을 평생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문철수 한신대 교수문철수 한신대 교수

2017-02-28 문철수

[수요광장]내 탓이요, 내 탓이요

정치·경제·사회 곳곳서 '경고음'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사람 없어남 탓하기전 내가 먼저 나서야누가 먼저 손 내밀어 화해하듯내가 앞장서 이해하고 협력할때자랑스런 조국 만들어 갈 수 있어목하 대한민국의 현실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흙수저, 금수저를 따지며 헬조선을 외치는 젊은이들, 내 권리를 찾는 데에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도 내가 먼저 나서야 하는 일에는 머뭇머뭇하는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걱정이 크다. 그런가 하면, 과거 본인들이 겪은 경험과 어려움만을 이야기하며 지금의 사회 비리에 뚜렷한 해결책은 주지 않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기성 세대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경제도 과거와 같지 않다. 무한한 우리의 시장으로만 여겨졌던 중국이 오히려 우리의 경제를 위협하고, 미래 먹거리에 대한 우리의 자신감도 떨어져 간다. 청년들의 실업은 갈수록 늘어나고, 준비 없이 수명이 늘어난 노년층들의 문제도 크다. 안보에 대한 불안도 크다. 정치에 대한 환멸도 크고 교육에 대한 실망도 크다. 사회가 그저 굴러가기는 하지만 무엇 하나 산뜻하게 다가오는 것이 없어 보인다. 한때나마 자신감에 차 있었고 시청 앞 광장에서 대한민국을 외쳐대며 세계가 부러워했던 우리나라의 크게 변한 모습에 씁쓸함이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걱정인 것은, 이렇게 바뀐 우리 사회의 뼈아픈 반성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반성보다는 너 때문이라는 손가락질만 넘쳐난다. 너 때문에 내가 어려움을 겪고, 너 때문에 내가 불행하고, 너 때문에 내 갈 길이 막혀 있다는 것이다.우리가 종종 쓰는 말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이다. 나에게는 너그럽고 남에게만 엄격함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가 이런 모습에 빠져있는 것 같다. 그러나 냉철하게 돌아보면 오늘날 이런 모습은 어느 누구만의 잘못, 나 외의 다른 사람의 탓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 자기의 위치나 본분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젊은이들을 보아도 그렇다. 그들은 지금의 우리나라가 얼마나 처절한 과거를 극복하며 이룩해 놓은 것인지를 느끼지 못한다. 좀 더 잘 살아보려고 발버둥쳤었다. 그동안 사람답게 살아보지도 못했다. 오직 할 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만 앞으로 달려왔다. 그러면서 이룩해 놓은 것이 오늘날의 우리나라다. 그런데 지금의 젊은이들은 내 갈 곳이 없는 것이 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직업은 오로지 안정적인 직업만 찾는다. 공직에만 매달린다. 그리고 대기업만 선호한다. 중소기업이나 미래를 위한 벤처기업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그저 안정되고 편한 곳만 원한다. 미래에 대한 도전도 있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너무 현실에만 몰두해 있다. 내가 미래의 주역이고, 내가 무슨 준비를 해야만 이를 성취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적다. 어디 젊은이들에게만 문제가 있는가! 미래를 이끌어 가야 할 동냥을 만들어 내야할 교육현장에서의 성찰도 없다. 스승과 학생 간의 신뢰도 떨어졌다.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 곳곳에서 경고음이 들리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려고 나서는 사람은 없다.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화재나 안전문제, 매일같이 들려오는 각종 비리문제나 끊임없이 반복되는 구제역 등에서 들리는 소식은 그저 어안이 벙벙하다.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그저 제대로 만 일을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들이 매번 반복되어 사회가 이토록 어렵고 또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우리는 이를 극복할 수 있다. 우리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기가 있는 위치에서 자기를 먼저 돌아보아야 한다. 남을 탓하기에 앞서 내가 먼저 고쳐나가야 한다. 남이 해주지 않는다고 원망만 해서는 고칠 수 없다. 내가 먼저 고쳐나가야 한다. 부부싸움에서도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어 화해하고 덮어가듯이, 우리 사회도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용서하고 내가 먼저 앞장서고 내가 먼저 이해하고 협력해 나갈 때 우리 사회가 밝아지고 내 자식들이 자라나야 할 자랑스러운 조국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최계운 인천대 교수·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최계운 인천대 교수·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2017-02-21 최계운

[수요광장]반세계화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 정책中, 글로벌기업 유입 차단 등점점 심해지는 '反 세계화시대'우리에게 4차 산업혁명은 기회일자리 창출·사회대타협 위한거버넌스 개혁에 적극 나서야반세계화의 화두가 뜨겁다. 세계가 초불확실성이라는 낯선 영역에 들어서고 있다. 브랙시트로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고, 트럼프가 미국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공세적 미국우선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보호주의를 앞세워 중국 상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남중국해와 대만카드로 중국에 극히 호전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프랑스의 대선후보 1위를 달리는 '르펜'이란 국민전선(FL)의 여성 지도자는 선거공약으로 '반 이민, 반세계화'를 내걸었고 지지자들은 "프랑스!, 프랑스!" " 이곳은 우리나라"라고 외치고 있다. 미국처럼 국부를 늘리기 위해 자국의 수출을 촉진하고 수입을 억제하겠다는 정책은 18세기까지 유행했던 중상주의로 회귀하자는 의도이다. 이는 세계 경제 질서와 자본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선택이다. 한편 중국은 자유무역의 수호자임을 자랑한다. 하지만 뒤로는 알리바바 등 자기네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이 들어오지 못하게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미국사드의 한국배치 결정에 중국은 한국에 대해 대국답지 않은 치졸한 짓들을 펼치고 있다. 이런 반세계화 시대를 어떻게 헤쳐 나아가야 하는가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우리 경제는 몸집이 커지자 성장과 공동체 발전 간의 괴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성장의 과실이 전 국민에게 골고루 나타났다. '잘살아 보세'라는 염원이 성취된 것이다. 이것이 트릭클 다운(trickle down)이나 스필오버 (spill over)라고 불리는 낙수효과 덕분이었던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좌경화된 경제시스템으로 인해 성장의 파이가 한 쪽으로 쏠리게 되었다. 게다가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이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국가의 곳간이 거덜이 나고, 부가 일부계층에게만 편중되게 된 것이다. 새로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의 국가경제는 그 권력집단의 경제정책의 실험장이 된다. 정권마다 원칙 없는 파편적인 경제정책이 제시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가 발생되어 온 이유이다. 이를 두고 오죽하면 서울대 장덕진 교수는 정권과 정당을 싸잡아 '유랑 사기단'이라고 말했을까. 5년에 한 번씩 새로운 집단이 들어와 한 탕하고 떠나는 조폭집단과 유사하다.산업의 지형도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ICT기술발전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이 바로 그 것이다. 지금 경제는 우버 모멘트(우버(uber)택시처럼 새로운 기술이나 기업의 등장에 따라 기존산업의 체계가 바뀌고 위협을 받는 순간)로 바뀌어가고 있다. 세상이 소유에서 공유 또는 사용으로 바뀌어 간다는 의미이다. 이로 인해 상품의 생산이 갈수록 줄어들게 된다. 가뜩이나 실업률이 높은데 일자리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지금부터는 어떻게 저소득층의 삶의 질을 높이느냐가 관건이다. 그들을 위해 사회적 자본을 어떻게 배분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포퓰리즘에 뿌리를 둔 퍼붓기식 혜택을 주는 정책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규제와 제도를 개선하여 진입(청년창업 등) 장벽을 낮춤으로써 자유로운 경쟁이 일어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나오는 사회적 비용에 대해 정부가 어떤 식으로 부담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센터를 만들어 몇몇 대기업 주도로 운영하게 한 일은 크게 잘 못된 정책이다. 4차 산업혁명은 작지만 강점이 있는 수많은 벤처들이 모여서 일어나는 것이다. 반세계화, 고령화, 내수불황, 가계부채로 한국경제가 복합위기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세계화와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이다. 기존의 포퓰리즘적 정치경제체제를 혁신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사회대타협을 도출하기 위한 거버넌스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원제무 한양대 교수원제무 한양대 교수

2017-02-14 원제무

[수요광장]온 국민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교육개혁을 기대하며

지금의 교육제도 개선 시급하고사회구조 변혁 요원한 만큼장기적 관점서 개혁 시도 필요정책 대안 부족함 지적보다난맥상 보완 논의에 초점 맞춰백년대계 신호탄 울려야 할때대선 시계가 빨라졌다는 인식이 일반화되면서 차기 정권에서 추진할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발표된 교육제도 개선안은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6일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교섭단체 대표연설문을 통해 새로운 교육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우연히도 같은 날 발표된 교육감협의회의 '교육정책 및 방향 수립을 위한 설문조사' 역시 앞으로의 교육 개혁에 대해 의미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우선 안철수 의원이 교육혁명이라고 까지 이야기한 교육제도 개선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지원처로 재편하겠다는 주장을 했고, 둘째, 초·중·고 및 대학 교육을 창의교육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세 번째로 평생교육을 대폭 강화해 중장년층에 대한 교육도 국가에서 책임지겠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제도 개선은 현재의 만 6세부터 시작하는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3년의 학제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것인데, 만 3세부터 시작해 유치원 2년, 초등학교 5년, 중고등학교 5년, 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 2년, 대학교 4년이나 직장으로 이어지는 방안이다.이 방안은 흔히 5+5+2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중요한 포인트는 초등학교 입학 전 만 3세부터 보육과정을 도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초등학교 이전 과정으로 2년 동안의 보육과 유아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육아 문제로 고민 중인 부모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것으로 보이는 데, 유럽식 학제개편을 통한 교육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대중적 지지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교육개혁과 관련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성인남녀 6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보면, 그 개혁의 주체에 있어 안철수 의원의 안과 유사한 맥락을 갖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의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교육부와 교육청은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37.3%의 응답자가 '교육정책을 교육부가 아닌 정치적 중립기구에서 연속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31.4%의 응답자가 '교육부는 대학을 담당하고, 교육청은 유·초·중등 교육을 담당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단지 12.8%의 응답자만이 '교육부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현행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9.3%에 불과했다. 다만 이 질문의 경우, 정체가 불확실한 4차 산업혁명을 전제로 한 질문이어서 질문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같은 날 나온 안철수 의원의 발표문과 방향성이 유사해 상호 교감설도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러한 개선안들은 제도 개선을 위한 예산의 투입 문제를 비롯한 실제 개선 가능성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개선안에 대해 다양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데, 우선 결정적으로 이미 우리 교육 현장에서 진로탐색학교와 직업학교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개선안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개선 이후에도 진로탐색학교가 지금처럼 큰 비중으로 유지된다면 이것은 결국 현재 고등학교 수업 연한만 줄이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수많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재구성도 문제가 될 수 있고, 무엇보다 이러한 정책 제안이 제대로 수행되기 위해서 대학 정원의 감축이 필요한데, 이 문제를 간과했다고 보는 의견이다.우리들에게 있어 교육을 백년대계로 보는 관점은 너무도 익숙하다. 그러나 의미 있는 개혁을 이끌어내는 것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무척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우리 사회의 교육제도 개선이 시급하고, 이를 통한 사회구조 변혁이 필요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 개혁이 시도되어야 할 것이라 판단된다. 아울러 정책 대안의 부족함을 지적하기보다는 어떻게 교육 정책의 난맥상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인지를 논의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겠다. 지금은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 개혁을 위한 출발 신호가 울려야 할 때이다./문철수 한신대 교수문철수 한신대 교수

2017-02-07 문철수

[수요광장]경기도차원의 통일재단 설립을 제안하며…

연천군의 남북유소년축구처럼대치국면 상관없이 추진돼야이러한 민간교류가 활발해지면진정한 통일 밑거름 되기 때문대북교류·경제·문화협력사업지속 추진될 수 있기를 바랄뿐박근혜대통령이 2014년 3월 28일 독일 드레스덴 공대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을 발표하면서 토픽제목으로 선정한 통일대박론은 한마디로 신선한 발표였다. 그동안 통일에 대해서 보수진영은 반대, 진보진영은 찬성하는 것이 보편적인 흐름이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의 통일대박론은 이러한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우리 사회 내부의 통일논의를 둘러싼 갈등과 반목을 일거에 정리했다. 드레스덴선언의 통일대박론 효과는 대단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도 통일에 대한 특집을 다루면서 통일은 단번에 한반도 성장동력의 핵으로 격상되었다. 그후 드레스덴선언 후속조치로 DMZ세계평화공원이 통일대박의 상징적인 사업으로 떠올랐다. 통일의 상징이 된 DMZ세계평화공원을 유치하기 위해 파주, 연천, 철원, 고성 등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은 치열했다. 이 치열함이 반영되어 유형별로 여러 개의 평화공원을 설치하자는 제안도 등장했다. 이 모두가 통일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때만 해도 개성공단은 잘 돌아가고 있었다.그러나 북한의 2번에 걸친 핵실험과 30여 번에 걸친 미사일 발사로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기 시작했다. 통일대박에 대한 더 이상의 논의도 없었고, DMZ세계평화공원입지 선정에 대해서도 더 이상 진척이 없었다. 급기야 남북간의 유일한 연결고리였던 개성공단도 문을 닫게 되었다. 지자체 및 민간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던 경제협력 사업은 물론이고 문화체육교류사업 마저 표류하기 시작했다. 일순간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통일대박의 분위기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중앙정부 차원의 안보와 외교의 강공책은 이해도 되고 필요하지만, 개성공단을 포함한 민간교류의 중단은 향후 남북관계 정상화의 모색을 생각할 때 매우 아쉬운 점이 많다. 물론 중앙정부 정책이 지자체 및 민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지만, 그 영향을 최소화하여 민간차원의 교류를 유지해야 하는 것을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일순간에 모든 것이 중단되는 현실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민간차원의 교류도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에 일정부분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는 남북 간의 민간교류도 정부의 통제 하에 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모든 채널이 끊어지게 되는 '전부' 아니면 '전무'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남북의 민간교류를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일정부분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통일은 중앙정부차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지방정부는 손 놓고 있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공과 민간, 개인과 집단 등 각자의 역할이 동시에 수반되어야 통일에 의한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외교·안보와 연관된 부문은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경제협력, 문화, 교육같은 부문은 민간의 역할도 중요하다. 연천군에서 추진하고 있던 남북유소년축구와 같은 사업들은 남북의 대치국면과 상관없이 추진되어야 할 사업들이다. 이러한 작은 민간교류의 사업들이 활발히 추진되어야 진정한 통일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 차원의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 차원의 통일재단의 설립을 제안해 본다. 경기도 통일재단 설립을 통해 경기도가 추진하고자 하는 남북평화경제특구사업, 접경지역지자체가 추진하고자 하는 대북교류협력사업, 민간의 경제협력 및 문화협력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기를 바란다./최주영 대진대 교수최주영 대진대 교수

2017-01-31 최주영

[수요광장]선진국 문턱에 서서

'난 괜찮고 너만 문제' 따지기전각자 자기역할 못함을 반성하고신뢰·배려 사회분위기 조성 필요세계변화 선도 창조성 기르고문화시민의식·자긍심도 키워야이를위한 국민공감 얻는 노력 필수외국생활에서 국적기만 보아도 가슴이 뭉클했던 20년 전 OECD 가입은 우리에게는 획기적 사안이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요즈음의 우리 사회는 너무 안타깝다. 헬조선, 3포시대, 흑수저 등 자부심보다는 자신과 나라를 깎아 내리는데 열심이다. 그것은 선진국 시민으로서 올바른 모습은 아니다. 선진국이 과연 어떤 나라를 지칭하는지를 알고 싶어 사전을 찾았다. 경제개발이 앞선 나라를 후진국 또는 개발도상국에 대비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해 놓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고소득국가인 중동 산유국 등은 선진국이라 불리지 않는다고 했다. 경제적 발전은 과학, 기술, 정치, 사회제도나 문화적 측면의 발전이 전제되기 때문에 선진국은 단순히 경제만이 아니라 이들을 망라한 종합적인 판단아래 비교 우위적인 나라가 선진국으로 불린다고 했다.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은 세계 9위수준이고, 세계 6위의 수출대국이 되었다. 지난 25년간 OECD국가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며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우리를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라 칭하기에는 미진하다. 경제 쪽에서도 부정적 이슈가 하루가 다르게 언론을 뒤덮고 있고, 38개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삶의 질 28위, 환경 질 37위 등 각종 지표는 우리가 자긍심을 갖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근 들어 고급두뇌유출도 급격히 늘고 있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서도 뒤지고 있으며, 이른바 리셋 국정 하에 정책의 연속성도 기대하지 못하고 있다. 5년마다 서랍 속에 들어가는 한국의 경제 전략을 가지고 어떻게 지속적 투자와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 정치권의 무감각한 요구에 춤을 추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도 문제이지만 이를 묵인하고 있는 국민들의 책임도 적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완전한 선진국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그 첫째는 우리 자신과 사회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철저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재벌이 문제이고, 공무원이 문제라고 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된 것은 우리 국민 각자가 자기가 있어야 할 곳에서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괜찮고 너만 문제라는 의식을 버리고, 자기의 위치에서 어떻게 고치고 바뀌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둘째로, 신뢰와 배려가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우리의 큰 문제는 신뢰가 결여된 사회 속에 있다는 것이다. 내가 권력과 가깝지 않으면 뒤처진다고 생각하니 권력층과 가까워지려고 하고, 그 속에서 부패나 비리가 생기고 소외된 사람들의 원망이 늘어나게 된다. 정부와 시민, 공급자와 수요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윗사람과 아랫사람간 서로 어떻게 신뢰를 늘릴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자료들이 공개되고 공유되어야 하며, 서로에 대한 배려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셋째로는 그동안 우리 사회를 이끌어왔던 그 저력을 다시 복원하거나 혁신해야 한다. 지난날우리의 발전 근간에 우수한 교육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교육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큰 영토나 풍부한 자원을 갖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세계변화를 미리보고 이를 선도할 수 있는 창조성을 기르고 협력과 배려하는 사회에 능동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길러내도록 바뀌어야 한다. 공직자들의 자세도 크게 바뀌어야 한다. 국민의 공복 자세와 투철한 국가관과 희생정신, 미래를 보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넷째로는 우리를 자랑스럽게 만들 문화시민의식의 배양과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는 장기간의 플랜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하고 있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방황을 이제 마감하고, 자랑스러운 내 나라, 내 자손들이 든든하게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나라를 만들기에 모두 함께 하자./최계운 인천대 교수·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최계운 인천대 교수·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2017-01-24 최계운

[수요광장]국격(國格)이 떨어지고 있다

정부 수립후 최악의 권력게이트정치권은 민생경제 무관심 일관위기에 빠진 나라 구하려면새로운 국가 목표·전략 세우고정치·경제 협치로 가는 새판 짜국민마음 묶고 희망 부풀게 해야국가에 대한 국민의 '바람'이라는 자원에는 한계가 있다. 국민의 바람이 자주 꺾이면 꿈도 희망도 없어지게 마련이다. 우리는 정부 수립이후 최악의 권력게이트를 겪으면서 공정한 국가, 온전한 국민주권이 보장되는 나라에 대한 바람이 수포로 돌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국민들이 꿈과 희망을 품지도 못하고 실천되지 못하는 국가에서는 나라의 품격이 생겨나기 힘들다.한 나라가 정체상태에 빠지는 건 언제인가? '법과 제도가 쇠퇴하면서 지대(Rent)를 추구하는 특권층이 경제와 정치를 지배할 때'다. 2세기 전 국부론을 쓴 '아담 스미스'의 통찰이 지금 우리나라의 총체적 난맥상을 관통하고 있다. 탄핵정국과 추악한 국내 정치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어나고 있다. 국내기업의 해외시장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니까 국가브랜드의 위상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구조조정이 부진하고 천문학적 숫자의 가계부채, 거기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들어 한국에만 불리하게 경제성장률을 2.6%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가브랜드는 넓은 의미로 보면 국가의 품격의 다른 표현이다. 우리나라의 국격은 부패하고 무능한 대통령, 삼류 정치를 일삼는 저질 국회의원, 정경유착의 반 시장 기업인, 무능한 교육부와 대학들이 앞장서서 떨어뜨리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브랜드는 실제 능력 만큼 대우받지 못한다. 품질이 같은 제품일지라도 일본이나 독일제품보다 30~40% 가량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얼마 전 문광부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브랜드 슬로건으로 'Creative Korea'를 발표했다. 하지만 브랜드 슬로건이 창의성이 없고, 국가의 핵심전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슬로건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한국을 딱 표현해주는 '한 방'이 없다. 또한 현 정부의 정책 기조인 창조경제와 혼돈될 수 있다. 국가브랜드가 소중한 것은 해외에서 '대한민국'이란 브랜드를 보고 우리 국민이나 기업의 제품, 서비스의 가치를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브랜드 하나 국민 마음에 쏙 들게 만들지 못하는 나라이다.정치권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물고 뜯느라 민생경제에는 무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치는 한국경제에 또 다른 리스크이다. 지금까지 국회가 규제 완화 법안의 발목을 잡으며 신사업 발굴과 투자확대에 따른 가계소득 증가와 일자리 창출의 기회를 틀어막아 왔다. 경제는 정치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정치권은 당과 이해관계를 떠나 기업 활력 회복 등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순위에 놓아야 한다. 현재의 정치경제 시스템으로는 2만 달러를 넘어서기 힘들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한국의 정치행정을 둘러싼 제도, 규범, 관행은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있다.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려면 새판을 짜야한다. 민생경제를 살리려면 공장의 엔진 소리를 되살리고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주고, 망가진 자영업자들이 일할 의욕을 되살려내야 한다. 구조개혁을 위한 창의적 대안을 찾고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을 살려내야 한다. 무엇으로 한국의 국격을 올릴 것인가? 국가 지도자를 대표로 하여 그 뒤에서 국가를 위해 새로운 국가 목표와 전략을 만들어 내야 한다. 정치, 경제시스템의 새판을 짜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고 꿈과 희망을 부풀게 해야 한다. 그래야 국격이 생겨난다. 이제 우리의 정치경제는 거버넌스, 즉 협치로 가야 한다. 혼란과 갈등의 시대에는 집단지성이 깨어있어야 한다. 어느 지도자도 믿을 수 없다. 집단과 공동체의 이성이 날카롭게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원제무 한양대 교수원제무 한양대 교수

2017-01-17 원제무

[수요광장]지금이라도 대학은 '체육 특기생' 학습권 보장 적극 나서야

기초 교양·전공 지식 쌓지않는 한세계적 선수로 성장할 수 없어유능한 지도자로의 변신 불가능대학, 학교 홍보용 활용하기 앞서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제대로 된 학습권 보장해 줘야지난 9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마지막 청문회가 열렸다. 이 날도 덴마크에서 체포된 정유라의 대학 부정입학, 기업의 특혜지원과 관련된 특위 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와 관련해 최근 체육 특기생 제도 논란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고교 시절 기량이 뛰어난 운동선수에게 대학 입학 시 특혜를 주는 이른바 체육 특기생 제도는 1972년 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도입됐다. 당시에는 스포츠 성적이 곧 국위 선양이라 믿었기에 국가가 전면에 나서 '엘리트 스포츠 정책'을 주도했다. 지난 40여 년간 이 제도에 일부 변화는 있었지만 큰 틀이 유지되어 오면서 근본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이런 상황 속에서 정유라 사건을 계기로 모든 대학의 체육 특기생 학사 관리 실태를 조사한다는 교육부의 발표에 대해 학사 관리 개선 취지는 이해하면서도 지금까지의 관행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교수들에게만 물으려는 교육부의 조치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문득 필자는 몇 해 전 국내에서도 상영된 바 있는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미국프로풋볼리그(NFL)에서 활약 중인 흑인 선수 '마이클 오어'의 성공 실화를 다룬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약물 중독자인 친모와 강제로 헤어진 후, 여러 가정을 전전하며 커가던 오어의 체격과 남다른 운동 신경을 눈여겨 본 미식축구 코치에 의해 상류계층이 다니는 사립학교로 전학하게 되지만 이전 학교에서의 성적이 안 좋아 운동은 시작조차 할 수가 없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보호 가정에서 쫓겨난 그를 같은 학교 학부모인 '리 앤'이 집으로 데려와 가족으로 받아들여 결국 대학 최고의 미식축구 선수로 키워 낸다는 감동적인 내용이다. 영화에서도 잘 나타나 있지만 오어가 대선수로서의 잠재력을 갖고 있었지만 학업성적이 미달해 미식축구 선수로 뛸 수 없게 되자 앤과 교사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성적을 끌어올리게 되고 마침내 선수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고등학교 졸업반이던 오어는 또 한 번 벽에 부딪히게 된다. 다름 아니라 학교 성적이 대학 체육 특기자 선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인데, 결국 가족들의 도움으로 그는 체육 특기자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게 된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 교육 현장에서도 체육 특기생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외국 사례에서도 많이 소개되어 있지만 문광부와 교육부 공동으로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과정을 거치는 동안 유망 선수들을 유기적으로 관리하는 전문적인 기구를 설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현재와 같은 단속 위주 정책은 지난 수십 년간 배출된 체육 특기생 출신 선수, 지도자,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 모두를 잠재적 범법자로 취급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방치해 오다 시피 한 체육 특기생 제도를 한 순간에 뜯어 고치려 하기 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정상적인 선발과정을 통해 입학한 체육 특기생들을 일종의 특혜 받은 수혜자로 보기에 앞서 대학이 과연 이들에게 제대로 된 학습권을 보장해 주었는지의 문제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대학 교수들의 성적 기록부를 조사하고, 단속하는 교육부의 일회성 조치가 과연 얼마나 효력이 나타날지 의문이다. 현재 우리는 이른바 엘리트 스포츠 정책부터 재고해야 할 것으로 본다. 체육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기초 교양과 전공 지식을 축적하지 않는 한 세계적 선수로 성장할 수 없을 뿐더러 유능한 체육 지도자로의 변신도 불가능할 것이다.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대학이 체육 특기생 학생들을 학교 홍보용으로 활용하기에 앞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학습권을 보장해 주어야 할 것으로 본다./문철수 한신대 교수문철수 한신대 교수

2017-01-10 문철수

[수요광장]새해에는 치유·포용·상생의 도시를 만들어 가자

상처받은 국민 마음 보듬어 주는소통·위로 치유의 도시정책 우선국정농단으로 분노에 차 있는평범한 시민·사회적 약자 포용서로간의 반목·불협화음 없는상생의 도시 만들면 갈등도 줄어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사람들은 어떤 도시에 살고 싶어 할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행복한 도시, 감동하는 도시, 안전한 도시, 건강한 도시, 정의로운 도시, 생태도시, 지속가능한 도시 등 저마다 꿈꾸는 도시의 모습은 다를 수 있다. 정유년의 도시는 어떤 도시상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다. 중세의 암울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소망에서 르네상스시대의 이상도시가 탄생했고, 산업혁명시대의 암흑과도 같은 여건에서 탈피하고자 전원도시운동이 시작되었다. 이처럼 새로운 도시, 사람이 살고 싶은 도시는 시대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정유년에 우리가 바라는 도시상은 어떤 거창한 표어가 있는 도시라기보다 '병신년의 암울한 상황을 치유해 주는 도시'여야 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지난 해 우리 국민 모두는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위정자로부터 깊은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이 깊은 상처가 대립과 반목과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을 그대로 방치해 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정치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치유의 방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수많은 사람이 공존해 가는 도시에서도 이 암울한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자체가 표방하는 행복한 도시, 감동하는 도시, 함께하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정유년에는 다음과 같은 마음의 도시정책이 담겨져 아픈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 줘야 한다.첫째, 국민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 주는 치유의 도시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도시정책을 수립하는 위정자는 올해는 경제도시, 명품도시, 일류도시라는 거창한 표어보다는 시민들과 소통하고, 시민들을 위로하고, 시민들이 치유될 수 있는 도시정책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작금의 국정농단이 소통을 배제한 불통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백번 인지하여 시민들과 공감하는 도시, 시민들과 소통하는 도시, 시민이 주인이 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치유의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모든 국민이 행복한 포용의 도시정책을 펼쳐야 한다. 국정농단의 대표적인 사업이라 할 수 있는 문화융성사업과 동계올림픽 관련 육성사업은 다수가 누릴 수 있는 포용의 사업이 아니라 일부 엘리트계층만을 위한 목적사업이기 때문에 국정농단의 표적이 된 것이다. 국정농단사업으로 분노에 차있는 평범한 시민들을 포용할 수 있는 도시, 특히 저소득층, 노인,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없이, 배제없이 도시의 혜택을 두루 누릴 수 있도록 포용의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한다. 셋째, 서로간의 반목과 불협화음이 없는 상생의 도시정책을 펼쳐야 한다. 국정농단은 국정농단의 죄를 처벌하는 것으로 그쳐야 하는데 그렇치 못하고 보보갈등, 보혁갈등과 같은 남남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거대한 이념의 갈등을 도시정책으로 치유할 수 없겠지만 상생의 도시정책을 펼친다면 갈등을 최소화할 수는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사회는 신구시가지의 갈등, 재정자립도가 차이가 나는 지자체간 갈등,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 남북경협의 갈등 등 도시공간을 두고 치열한 갈등이 전개되고 있다. 이런 갈등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도시의 미래는 없기 때문에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상생의 도시정책으로 상생의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최주영 대진대 교수최주영 대진대 교수

2017-01-03 최주영

[수요광장]물 관리 기본법, 이제는 통과시켜야 한다

물 복지는 돈 있고 없고 상관없이가장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정부 부처간 업무 이기주의로물 관리법 제정 '수년째 표류'20대 국회에 다시 상정된 법안반드시 처리 모두 혜택 받아야팔당댐에 가득찬 물을 보면서 수도권 내 물 부족을 생각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게 넘치는 것처럼 보이는 팔당댐의 용량은 2억 t으로, 수도권 2천500만 주민이 1개월간 사용하는 분량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비가 오지 않아도 수도권 내 물 부족이 없을까? 그것은 팔당댐 상류에 팔당댐의 30배 용량을 가진 소양강댐과 충주댐이 있어서 매달 팔당댐에 필요한 용량을 보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물 공급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광역상수도의 1년 총 매출이 1조2천억원인데, 그것의 2배인 2조원이 훨씬 넘는 돈이 정수기 사용과 생수 구입에 쓰인다. 제대로 된 수돗물이 공급되고, 이를 국민들이 직접 음용한다면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 이렇게 낭비되는 돈의 일부만 상수도에 제대로 투자된다면 파주와 같은 스마트워터시티가 가능하며 국민들이 직접 수도꼭지에서 물을 음용할 수 있어 모든 국민에게 이른바 물 복지가 가능한데, 이 같은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도시화가 급증하고, 각종 개발이 활발해 지고 있다. 이 와중에 불투수층이 적어지면서 땅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빗물이 적어지고, 이것이 원인이 되어 광화문이나 강남의 홍수를 가중시키며 과거에는 충분히 견디던 가뭄을 심화시킨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도 적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강 상류와 하류에 거주하는 국민들 간에 물을 바라보는 모습이 다르고, 물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에 사는 국민들 사이에도 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이러한 물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는 여러 형태의 물 분쟁을 야기하고 있다. 한탄강 상류부에 위치한 강원도와 하류에 위치한 경기도의 의견대립을 비롯하여 대구와 구미의 물 갈등, 부산과 경남, 전북의 먹는 물 공급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곳곳에서 물 공급과 사용을 두고 의견이 갈린다.내년 우리나라 예산의 30% 이상이 복지 예산이라는 방송을 들었다. 여러 형태의 복지가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복지는 건강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음식을 섭취하고 또한 깨끗하고 건강한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관점에서 이른바 물 복지는 돈이 있는 것과 없는 것에 상관없이 가장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는 권리가 되어야 하고, 이를 명문화하는 법안, 즉 물 관리 기본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에 대한 공 개념이나 물 복지 개념을 제대로 확립하고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본법의 제정이 수년간 표류하고 있다. 필요성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부처 간의 이기주의 때문이란다. 우리나라보다 늦게 논의를 시작했던 일본에서는 이미 법안이 통과되어 사용되고 있다.물에 대한 기본법이 없어 물에 대한 공개념이나 관리를 위한 기본적인 원칙이 부재한 가운데 여러 부처에 산재되어 있는 물 관리 업무를 각자의 역할에 따라 처리하다 보니 각종 물 관련 법률간 상충되는 일이 생기고, 일관성도 떨어지고 있다. 우리는 가끔 씩 부처가 다른 정부인양 오해 할 때가 있다. 우리 부의 방침이라는 용어가 난무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정부는 하나가 아닌가? 단지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려다 보니 부처를 나누어 놓은 것이지,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부처의 이름이 바뀌고, 업무가 통합 또는 나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따라서 모든 업무를 생각할 때 내 부처의 이익만을 대변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편리하고 좋은 서비스를 할 것인지, 미래 세대에게 튼튼한 자산을 남겨줄 것인가가 판단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20대 국회에 다시 물 관리 기본법이 상정되어 있다. 이번에야말로 각자의 이기주의는 내려놓고, 물 관리 기본법을 통과시켜서 물에 대한 공개념이 확립되고, 국민 모두가 충분한 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최계운 인천대 교수 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최계운 인천대 교수 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2016-12-27 최계운

[수요광장]도시 속의 예술, 예술 속의 도시

도시를 걷다가 마음에 드는예술작품 만나면 숭고함 느껴그것이 바로 도시의 품격이다시정지도자·예술가·전문가들서로 지혜 모아 창의성 기반으로도시의 예술성 제대로 키워내야왜 눈으로 보이는 똑 같은 도시경관이라도 사람이나 예술가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것인가? 겸재 정선은 먹 붓과 화선지만 달랑 가지고 북악산에 올라 인왕산, 남산, 관악산, 청계산, 남한산까지 먹빛으로 그려냈다. 겸재는 비구름, 하늘, 솔바람을 모두 여백으로 비워 놓았다. 그는 사물을 다 드러내지 않는 여백의 미를 남겨 논 것이다. 세잔은 자신이 그렇게 감동을 받아 명작을 남겼던 생트 빅투아르 산의 풍경을 매일 보고 지나가는 농부가 그 풍경에 대해 전혀 어떤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놀랐다고 한다. 오스카 와일드는 안개 속의 런던이라는 경관에 대해 평소 사유하는 사람은 '안개가 아름답다'고 느끼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안개로 인해 감기 걸릴라'라는 말을 대신 한다고 한다. 상상력이 풍부한 예술가는 같은 경관이라도 나름 독특한 시각으로 이해하고 사유한다. 이런 창의적 사고가 창조공간을 만들어 내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시와 음악, 미술, 공연 등 예술은 사람들에게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준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기'에서 바로 창의력이 나온다. 창조경영이나 창조도시의 출발점은 바로 예술이다. 때론 창의성이 인본주의 도시에 반하는 도시계획 철학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도시건축가인 르코르비지는 근대화란 미명 아래 도시계획에서 과거의 모든 것을 지우는 설계원리를 제시한다. 역사와 관계없이 주거, 상업 등으로 지역지구화(zoning)했다. 초고층과 대로위주의 도시를 만들었다. 초고층 중심의 고밀도 도시가 들어서면서 도시의 시간을 지워버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이다.도시나 지역이 생존하려면 그 도시만의 독특한 예술성이 있어야 한다. 예술성이란 시민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역사와 전통, 그리고 현재를 아우르는 예술성이란 가치에서 나오는 것이다. 도시의 미술관이나 극장, 그리고 공공예술은 현대인의 창조성을 자극하는 산소탱크이다. 시민들에게 창의적인 공간은 절실하다. 예술가의 혼과 끼가 묻어있는 작품은 사람들 마음속의 감성을 건드리고 뇌에 창조적 영감을 준다. 이 때문에 뉴욕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모마(MoMA)나 구겐하임미술관을 찾는다. 제철소와 철광석 광산의 도시 빌바오가 프랭크 게리라는 건축가를 잘 만나 '구겐하임 뮤지엄'이란 세계의 건축아이콘으로서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다. 런던 테임스 강변의 문 닫은 화력발전소가 모던 갤러리로 변신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화력발전소 하나가 통째로 전기가 아닌 예술과 문화를 생산하는 '문화발전소'로 탈바꿈한 것이다.도시문화는 시대, 시대 마다의 마음의 표현이다. 거리를 걷다가 공연이든, 갤러리든, 공공예술이든 마음에 드는 예술작품을 만나면 숭고함과 감동을 느끼게 된다. 정성이 있고 마음의 나눔이 다가오는 예술작품에 더 눈길이 가게 마련이다. 그게 바로 도시의 품격이다. 공공을 위한 예술에는 이상이 있어야 한다. 이상이 그 도시를 추동하고 이끌어 가는 정신이 아닌가. 예술·문화적으로 강한 창조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창조계급이 몰려들어야 한다. 창조도시는 창조적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예술가는 물론 기업인, 과학자, 공무원, 주민 등이 혁신적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문화가 살아 있는 도시이다. 도시에는 창조성을 창출할 수 있는 예술성, 경관성, 쾌적성이 있어야 한다. 플로리다의 '3T'(기술, 인재, 관용), 제이콥스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토대로 한 창조적 커뮤니티' 등이 갖추어진 도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시정지도자나 예술가, 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은 서로의 지혜를 모아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도시의 예술성을 제대로 키워내는 일이다./원제무 한양대 교수원제무 한양대 교수

2016-12-20 원제무

[수요광장]'우리 대학들이 상아탑의 기능을 회복하길 바라며'

세계 유수기업들의 인문학도들창의력으로 엄청난 성과에 자극국내 기업도 인문학적 교양 갖춘신입사원 채용하려는 노력 보여더 늦기전 다양한 인재 육성하는기반 조성에 대학들 매진해야한 해를 보내며 자주 쓰는 단어이지만 그야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이 어울리는 2016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여러 가지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고, 지난 7일 2017학년도 수능 성적이 발표됐다. 수능일 당시 학생들의 반응을 통해 이른바 '불수능'이라는 예측이 나왔고, 특히 상위권의 변별력이 강화됐다고 한다. 원하는 점수를 얻지 못한 학생들은 일찌감치 내년도 수능 준비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매년 반복되는 수험생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생각하며 우리의 대학이 처한 현실을 되돌아보았다.흔히 대학을 상아탑으로 표현하고 있다. 상아가 코끼리의 엄니이고 고가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상아탑은 귀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 상아탑이라는 표현은 사실 아카데미즘이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는 점을 비꼬는 경향이 강한 표현이기도 하다. 이 상아탑(象牙塔)의 어원은 프랑스의 평론가 생트 뵈브(Sainte Beuve)가 세속적인 생활에 관심을 두지 않고 고고한 예술지상주의 입장을 취한 19세기의 프랑스 문인 알프레드 드 비니(Alfred de Vigny)를 평가한 말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상아탑의 의미가 현대에 와서 긍정적으로 변용되었지만, 이른바 대학을 상아탑이라고 일컬을 때에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현실의 맥락과 다름'이라는 의미가 내포된 것이다. 현실 이상의 중요한 가치들을 가르치고 연구하거나, 현실에 쓸모없는 것들을 가르치고 연구한다는 의미인 셈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 사회는 대학과 사회, 엄밀하게 말해 이상과 현실 사회의 괴리를 용인하기 어려운 상황에 돌입하게 되었다.특히 전통적인 인문학 분야인 이른바 문사철(文史哲)은 취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학문으로 취급받게 되었고, 많은 학과가 비자발적으로 융합의 길을 걷게 되었으며, 졸업생의 취업률을 통해 학문의 가치를 평가받는 시대가 되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대학은 '진리'와 '정의'를 배우는 상아탑이라기보다는 취업을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쯤으로 여겨지고 있다.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 젊은 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학문 분야는 공학계열이었다. 5년 전인 2011년에 비해 공학계열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커졌다는 사실(11년 40.8%→16년 52.4%)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2011년에 가장 많이 선호하는 학문이었던 인문사회계열에 대한 선호도(11년 50.8%→16년 41.2%)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우리는 이쯤에서 대학의 존재 가치에 대해 다시금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업의 생산 현장과 괴리된 학문은 정말 쓸모없는가? 경제 시스템의 효용성과 미래 가치에 대한 논의만 필요하고, 인간성과 인류의 역사에 대한 논의는 불필요한 것인가? 사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필요하긴 한데…'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대학은 기업에 바로 적응할 수 있는 인력을 키워내야 한다는 명제와 당장 결과를 낼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의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명제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정부의 교육정책은 전자의 방향 쪽으로 대학을 유도하고 있다. 한편, 최근 국내 기업들에서도 인문학적 교양을 가진 사원들을 뽑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구글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인문학도들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엄청난 성과들을 낸 것에 자극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인문학적 토양이라는 것이 결코 단시간에 형성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개간하고, 거름을 주어 토질을 좋게 함으로써 땅심을 키워야만 진정 영양가 높은 작물을 키워낼 수 있는 것이다. 얼핏 보면 이것이 상아탑에 틀어박혀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더 늦기 전에 우리 대학들이 다양한 인재들을 길러낼 수 있는 기반 조성에 매진해야 할 것으로 본다./문철수 한신대 교수문철수 한신대 교수

2016-12-13 문철수

[수요광장]서울외곽순환도로 요금인하 빠른 결정 원한다

북부구간 2184원까지 인하 검토60년 희생 경기북부주민들 위해개통당시 저렴한 요금이었다면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 남지만정부정책 능동적인 지자체에 위안빠른 시일내 확정 적용되길 바라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퇴계원~일산구간의 요금은 4천800원으로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재정고속도로 요금 2천900원에 비해 1.7배 높아 지역민의 불만이 매우 높았다. 이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통행료 인하방안 설명회를 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했다. 이 연구에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의 요금을 2천184원 까지 인하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금번 설명회를 시작으로 지역·전문가의 의견수렴을 거쳐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고, 전문기관의 검토와 협상 등 실무절차를 거쳐 내년 말 통행료 인하를 목표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면서도 노선과 요금에 얽힌 과거의 일이 생각났다. 서울외곽순환도로는 초기에는 북한산관통도로사업으로 불리어 지다가 2001년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로 명명되어진 사업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사업이다. 북한산국립공원의 환경파괴와 사찰 등 문화재 파괴 등을 이유로 불교계 및 환경단체가 반발하여 2003년에 국무총리실 산하에 북한산관통도로 노선재검토 위원회가 설치되었다. 이 위원회는 찬성하는 전문가와 반대하는 전문가 5인씩 동수로 구성하였으며 필자는 반대하는 전문가의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도시계획 전문가로 지역개발을 위해 필요한 도로를 반대한다고 여러 곳에서 원성이 매우 높았다. 그때마다 현재의 노선보다 경기북부지역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노선이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즉, 현재의 노선보다 의정부 위쪽으로 노선을 우회한다면 경기북부지역의 개발 잠재력을 더욱 높일 수 있고, 결국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경기북부지역의 발전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정부에서는 우회노선으로 변경하면 3천억원의 예산이 더 들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안보로 피해를 받고 있는 경기북부지역의 배려를 위해 3천억원을 국비로 지원하자는 방안을 제시했었다. 물론 이 대안은 채택되지 않고 현재의 노선으로 결정되었다. 현재 노선보다 더 우회하는 노선이 결정되었으면 경기북부지역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에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노선 결정을 위해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눈길을 끄는 자료가 있었다. 퇴계원~일산구간의 요금이었다. 아마도 대략 6천600원 하는 요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확정된 요금은 아니고 계획요금이었다. 그러나 너무 비싼 요금이라 구체적인 근거를 요구했었다. 그때 정부에서는 4천원대 까지 요금을 인하할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아마도 현재의 요금액과 비슷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도 국비로 건립된 경기남부의 외곽순환고속도로 요금에 비해 비싸다고 판단되어, 요금인하를 위해 당시 경기북부지자체장과 시의원들에게 호소했지만 도로개통이 우선이라고 판단하여 다들 호응하지 않아 요금인하 주장을 접어야 했었다. 물론 위원회의 목적이 노선을 재검토하는 것이었지 요금을 조정하는 위원회가 아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요금인하를 주장하는 것도 무리라 판단했다. 노선변경이 안된 것만큼이나 많은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노선재검토위원회에서 노선협의가 실패하고, 노무현대통령의 직권에 의해 현재의 노선으로 결정되고, 개통된 이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다닐 때 마다 비싼 요금을 더 인하하지 못한 아쉬움이 못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었다. 그러던 차에 13년이 지나 경기북부지자체장들을 중심으로 요금인하주장이 제기되는 것을 보고선 늦었지만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생각했다. 안보를 위해 60년 동안 희생한 경기북부지역 주민을 위해 개통당시부터 저렴한 요금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지만 정부정책에 수동적이었던 당시의 상황에 비교해 능동적인 지자체의 움직임이 다소의 위안이 되었다. 발 빠른 움직임으로 내년 말까지 가지 않고, 빠른 시일 내에 요금인하가 결정되어 적용되기를 바란다./최주영 대진대 교수최주영 대진대 교수

2016-12-06 최주영

[수요광장]글로벌 약속과 우리의 책임 있는 자세

국제적 약속은 전문가들 검토후지속가능한지 판단 신중히 다뤄OECD국가답게 반드시 지켜야세계적 이슈 우리의 역할 찾고공무원·공기업 직원 능력 개발과국민들 교육 강화시키는 전략 필요 글로벌 시대. 전 세계는 기후변화, 물안보, 이산화탄소 저감 등의 무수한 환경 문제를 비롯하여 인권, 기아와 가난, 전쟁과 테러, 빈부 격차 문제 등 크고 작은 사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했고, 그 와중에 무수한 약속도 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냉철하게 그 약속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잘 진행된 것도 있지만 그 밖의 여러 부문에서 세계와 국민을 대상으로 했던 약속들이 정부가 바뀌는 즉시 유야무야된 사례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 때 국제적 규모의 녹색성장이 그러하다. 녹색성장은 2005년 '유엔 아시아·태평양 환경과 개발장관 회의'에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 개념으로 등장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발전 전략으로 녹색성장을 추진하였으며 녹색성장을 주관하는 주체가 우리라 공언되었으나, 정부가 바뀐 후에는 우리의 역할이 없어져 관련 부처는 물론이거니와 이를 지켜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상황이다.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퇴색해 버린 현 시점에서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쉽게 무감해지고, 아예 체념한 상태가 되어 버린 듯하다.또 녹색성장과 관련한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GCF)도 마찬가지이다. GCF는 국제연합(UN)의 기후변화 협약을 근거로 한 기후변화 사업 지원 기금으로 2012년 10월 인천에 사무국이 유치 확정되었으나, 4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GCF 사무국을 유치했다는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GCF 출범 당시 중국의 대리이사국 자격을 보유하였으나 지난해 이마저도 다른 나라에 넘겨주게 되어 GCF의 의사 결정에 거의 참여하지 못하는 실정이며, GCF 사업에 우리나라가 참여한 실질적인 내용도 거의 전무하다. 또한 녹색도시로 도약한다는 약속도 공언에 불과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현재는 녹색성장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창조경제가 들어섰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도 정권이 바뀐 뒤에는 또 어떤 이름으로 불리게 될지, 아예 물거품처럼 사라지지는 않을지 모를 일이다. 때문에 이에 투입된 많은 인력과 예산, 시간, 노력 등이 허비되는 것에 대한 염려와 이 같은 일들이 반복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을 해야 한다.첫째, 국제적인 약속은 대표성을 지닌 관련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다각적인 차원에서의 정보공유와 정책시행의 결과에 대한 세심한 검토 후에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지속가능한지 반드시 그 세부과정과 결과치를 예측해 보아야 하고, 구체적으로 계획하여야 한다.둘째, 일단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우리는 이미 OECD국가이다. 말에 대한 책임과 언행일치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이 국가정책결정 부분에서도 반영되어야 할 가치이다.셋째, 우리의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으로 세계적 이슈에 대한 우리의 역할이 꼭 있어야 한다. 그리고 꼭 달성하려고 노력도 해야 한다. 넷째, 우리의 글로벌 마인드를 증진시키는 데에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들의 능력도 개발되어야 하고, 국민들의 교육도 강화되어야 한다.모든 국민이 느끼고 있듯이, 지금 국가는 여러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이뤄낸 배경을 바탕으로 우리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믿는다. 각자의 위치에서 준비하고, 실행하고, 마무리 짓는 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잘 해낼 수 있으며, 선진국의 위치를 공고히 할 것이라 확신한다./최계운 인천대 교수·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최계운 인천대 교수·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2016-11-29 최계운

[수요광장]지역 경제… '플랫폼'만이 살길이다

앞으로는 새로운 융합기술자원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 입힌 플랫폼 만드는정부만이 최후의 승리자 될 것공공부문도 토지·주택·마케팅등인프라 구축해 이용토록 해줘야"현재를 즐겨라.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우리를 거두라"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에서 기숙학교에 새로 부임한 키팅 선생이 학생들을 놓고 '카르페 피엠(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을 속삭이는 장면이 퍽 인상적이다. 그의 강의스타일이 '죽은 시인의 사회'를 재결성하게 만들었고 소심남인 토드 앤더슨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여기서 '시'는 교사와 학생들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플랫폼', 즉 토론의 마당이 된다. 요즘 플랫폼하면 구글이 떠오른다. 구글은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단말기(디바이스)로 이루어진 'CPND 생태계'에서 탄탄한 플랫폼을 통하여 콘텐츠부터 네트워크, 디바이스까지 통합하면서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이제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시대라기보다는 '구글라이제이션' 시대라는 말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구글이 온통 사람들의 삶을 이끌어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플랫폼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 즉 마당이다. 자신만의 플랫폼을 가진 정부나 기업이 미래의 성공과 부를 지배한다. 브랙시트와 트럼프의 미국대통령 당선으로 앞으로 보호무역주의와 국수주의로 인해 세계화의 속도가 느려지고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국가 이미지와 파워가 줄고 중국과 러시아의 힘이 커질 것이다. 이런 여건에서 한국에는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한 정치경제 플랫폼이 절실한 시기이다. 브랙시트 반대파는 경제와 정치적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탈퇴파는 역사, 문화라는 독립적 플랫폼의 가치를 주장했다. 국내 정치는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와 국가운영시스템이라는 플랫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경제는 바닥이고, 정치는 후진국이고, 사회는 양극화이고, 대외관계는 불안이다. 외교는 굽신, 경제는 불신, 남북관계는 등신이라던 이명박 정부의 '삼신정부'보다 현 정부는 현저히 더 못하는 것 같다.한국경제가 성장, 투자, 소비 등 모든 분야에서 무기력해 보이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2차례 금융위기를 힘들게 넘겼지만 지금은 위기를 헤쳐나갈 돌파구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 경기가 무기력증에 빠지면 경계해야 할 것이 경제의 정치화이다. 낡고 부패한 정치적 플랫폼이 경제를 지배하면 비효율성이 극에 달할 수 있다. 경제의 정치 플랫폼화가 지나치게 되면 경제추락이 빨라져 남미처럼 성장을 멈춘 채 서서히 주저앉게 된다. 앞으로는 새로운 융합기술, 네트워크, 자원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을 입힌 플랫폼을 만들어 내는 정부만이 최후의 승리자가 될 것이다. 정부 등 공공부문에서도 토지, 주택, 데이터, 정보, 마케팅 등 인프라를 플랫폼을 통해 깔아주고 기업이나 일반인들이 쉽게 사용하게 있게 해 주어야 한다. 경기도는 현재 다양한 플랫폼을 깔아주고, 이 플랫폼을 중간 매체로 하여 모든 공공인프라가 구축되고, 여기서 중소 스타트업체들이 참여하여 생산성을 극대화 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어 준다. 오픈 플랫폼 형식의 새 기술을 개발하여 전통적 기술과 융합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공유적 시장경제 체계를 지향하고 있다. 경기도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육성하기 위해 오픈 플랫폼을 깔아 판교 테크노밸리로 기업이 들어오게 한다.정부나 일반기업이나 사회적 기업이 플랫폼을 개발해 확장하고, 역동적이고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제부터 '구글처럼 개방하고, 페이스북처럼 공유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원하는 프로젝트를 플랫폼에 모아 새로운 성공방정식에 도전해야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성실하게 일하는 기업과 가계를 위하여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은 제대로 된 경제, 정치 플랫폼을 깔아주고 이 위에서 이들이 성실하게 일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 대 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그득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 스스로 통찰력과 지혜를 가지고 미래를 꿈꿔야 할 시점이다./원제무 한양대 교수원제무 한양대 교수

2016-11-22 원제무

[수요광장]'어려운 시국'이지만 대입 수험생들의 선전을 기대하며

최순실 딸 정유라 입학·학사특혜의혹 사실로 드러나자수험생들 엄청난 박탈감 느껴국정농단 사태로 청소년 마음에커다란 상처 남겨줘 '가슴 먹먹' 무력감 크지만 건강함을 믿는다내일은 2017학년도 대입 수능일이다. 수험생들은 초등학교부터 시작해 지난 12년간 쌓아 온 실력을 모두 발휘해야 하는 날이기도 하다.그런데 지난 주말 수능 시험을 불과 닷새 앞둔 수험생들이 '고 3인 우리는 연필 대신 촛불을 들었습니다' 라는 피켓을 앞세우며,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하기만 했다. 또 다른 학생들은 '역사의 중심엔 늘 청소년이 있다'는 의미심장한 구호를 내걸기도 했다.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온 나라를 헤집어 놓으면서 수능 시험을 코앞에 둔 수험생들이 집회에 참여하게 된 것은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여지없이 무너져 버린 상실감 때문이 아닐까?필자 스스로도 요새 학생들 앞에 서면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앞서 할 말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노력과 성실이 삶의 우선 가치가 돼야 한다고 가르쳐 왔을 텐데 이번 사태로 그 믿음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느낌이다. 지금 같은 상황 속에서는 "열심히 공부해서 수능 점수 잘 받으면 정말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나요?"라는 학생들의 질문에 학부모도 교사도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없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 한국동란을 거치면서 폐허가 되었던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주목받는 국가가 된 것은 자녀들에 대한 부모의 교육열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바탕에 깔려 있었던 믿음은 이른바 금수저와 흙수저 차별 없이 대학 입학은 엄정한 공정성이 담보된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최순실 씨 딸 정유라의 입학·학사 특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많은 수험생들은 엄청난 박탈감을 느끼게 되었고, 사회 정의라는 개념에 대해 불신과 회의감마저 들었으리라 본다.돌이켜 보면 수험생 시기에 1979년 10·26 사태, 1980년 5·18 광주민주항쟁을 경험한 80, 81학번 이후 이번이 수험생들에게 가장 힘든 수능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지난 30여 년 전과 달리 지금은 대입 전형 공정성에까지 불신감이 들 정도여서, 가뜩이나 컨디션 조절이 중요한 시기에 마음을 다잡지 못하는 자녀, 제자들을 바라보는 학부모와 교사들의 속도 타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최근 부정적인 사회 이슈가 끊이질 않으면서 수험생들의 고민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쏟아지고 있는데, '금수저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걸', '장래 희망을 포기하게 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등 이른바 '순실증'으로 인한 수험생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한계치를 넘어선 것 같다. 이처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우리 청소년들 마음에 아물기 어려운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는 점을 생각하니 정말 가슴이 먹먹하기만 하다. 오죽하면 수능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뛰쳐나왔을까? "이기적인 마음에 촛불집회에 나가겠다는 아이들을 말렸다. 내 아이들이 희생해 가며 나라를 바꾸기보다 차라리 이 나라를 떠날까 싶다"라는 어느 학부모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되었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수험생들의 무력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지만 나는 이들의 건강함을 믿는다. '나쁜 어른'들을 보면서, 자신들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우리 젊은 세대의 외침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을 느낀다. 한편, 정말 말도 안 되는 사회 부조리를 직접 목격한 청소년들에게 앞으로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 주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 기성세대들의 책무라 생각해 본다.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다행히도 올해는 수능 한파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부디 수험생들의 마음속에도 한파가 없었으면 한다. 어려운 시국이지만 우리 수험생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문철수 한신대 교수문철수 한신대 교수

2016-11-15 문철수

[수요광장]기후변화 시대의 요구, 탄력형 물 인프라 구축

기후변화 대응은 완화 못지않게상승 온도에 대비 적응전략 필요배수·관로·저수형태 등 변화로다른 나라보다 먼저 능동적이고과학적 접근으로 발전한다면세계 물산업 주도하는 기회 생겨2010년, 2011년 및 2014년에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 중심지인 광화문, 강남역과 우면산 일대에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미래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OECD에 속한 국가로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의 여러 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해 나가야 하는 나라, 선진국 대열에 속하여 물, 전기, 도로 등 각종 사회적 인프라는 이미 완비되었고, 그 기초 아래 첨단산업만 발전시키면 되는 나라로 인식해 왔던 터라 우리나라의 심장부가 이처럼 폭우나 산사태에 맥없이 무너져 내린 것에 국민 모두 아연실색했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 내 홍수나 큰 가뭄 등 재해가 나지 않자 우리의 뇌리 속에 이와 같은 일이 언제 일어났는지조차도 기억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가 다시 큰 재해가 일어나면 그때서야 '누구의 책임이다', '시스템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또다시 난리를 칠 것이다. 이제 우리도 좀 더 차근차근 실태를 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미리 준비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아울러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원인을 보다 근본적으로 살펴보고 구체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물 문제는 여러 면에서 다른 나라와 다르다. 강수의 계절적 치우침이 심하고, 지역적 차이도 크다. 인구는 많고, 국토 자체가 그다지 넓지 않아 1인당 가용수량이 세계평균의 5분의 1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도시화가 심화해 물을 사용하는 지역과 물을 담수하는 지역도 다르다. 짧은 시간 동안에 확장된 도시가 많아 지하에 깔린 인프라가 계획적이지 못한 곳이 많다. 이를 어떻게 잘 보완하고 잘 관리해 나가느냐 하는 문제는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큰 과제이기도 하다.물 인프라는 여러 인프라 중에서 변동성이 특히 강하다. 언제 어느 정도 비가 올지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과거의 형태와 유사하게 비가 올 것이라는 가정 아래 확률 분석을 하여 각종 계획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가정한 것과 다른 형태의 비가 내리는 경우 이에 대하여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크게 만들 수도 없다. 더군다나 최근과 같이 기후변화 영향을 많이 받는 경우에는 과거의 패턴과는 매우 다르다. 최근의 분석결과는 강우패턴이 과거와 크게 달라서 단위시간 당 강우 강도가 커지고 남부지방은 강우량이 크게 늘어나는 데 비하여 중부지방은 오히려 줄어든 경우도 많다. 수위에 영향을 주는 바닷물의 수면상승도 심각하다.무엇보다도 기후변화로 인하여 늘어난 강우량이나 더 커진 단위시간 당 강우 강도로 인하여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인프라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에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모든 하수관을 다 바꾸거나 부족한 관을 새로이 매설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개념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할 "탄력성 인프라 체계"를 정립하여 이를 준비하고 기존체계를 보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 있어야 한다.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은 주로 탄소 배출량 감소등 주로 완화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기후변화 완화 못지않게 기후변화 적응에 신경을 써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상승하는 온도에 대비한 적응전략이 있어야 하며, 가장 심각하게 고민할 부분이 물 문제이다. 기존 또는 신규 인프라를 어떻게 탄력형으로 만들어 나갈까 하는 것에 대한 국가적 전략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탄력형 체계에는 배수체계, 관로 형태, 저수 형태 등의 변화가 수반된다. 우리가 이에 대하여 다른 나라보다 먼저 능동적이고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적극적 발전방향을 만들어 나간다면 세계 속에 또 다른 형태의 물 산업을 주도하는 기회가 우리에게 생겨날 것을 확신한다./최계운 인천대 교수 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최계운 인천대 교수 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2016-11-08 최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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