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명칼럼

 

[이남식 칼럼]평생학습의 새로운 場… '지식 (GSEEK)'

4차산업혁명은 '지능정보화시대'똑똑한 기계들이 삶의 모든 분야편리한 생활 누리게 해주는데필요한 서비스 활용할 줄 알아야미래엔 지능정보화 격차가삶의 질에 큰 영향 미치게 된다전 세계적으로 온라인공개수업 무크(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가 모바일 시대를 맞아 언제 어디서나 내가 원하는 시간에 새로운 지식과 역량을 얻게 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원격수업의 수단으로 개발된 웹서비스를 기반으로 2012년부터 널리 알려진 스탠퍼드대학의 교수, 연구진이 오픈한 유다시티 (Udacity), 코세라 (Coursera) 그리고 하버드, MIT중심의 에덱스 (Edex) 는 세계 유명대학의 최신 강의를 마음껏 수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한 획을 긋게 되었다. 수강신청과 강의 시청, 과제물 제출 그리고 커뮤니티를 통한 질의 응답, 토론이 가능하고 학점취득도 가능하여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부터 국내 유수의 대학들이 K-MOOC를 개발하여 현재는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20여개 대학의 300여 강좌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MOOC를 통하여 선행학습법인 '거꾸로 학습' (Flipped learning)이 확산되고 있다. 수업에 참가하기 전에 미리 강의를 듣고, 실제 수업에서는 학습한 내용에 대하여 토론, 문제풀이, 서로 가르쳐주기, 개인별 질의-응답, 팀 프로젝트 등으로 학습하고자 하는 내용을 완전히 알게 하는 수업방식이다. 그런데 세계 최초로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학습자 중심의 평생 학습의 장으로 무크를 개설한 것은 획기적이 아닌가 한다. 지식 (GSEEK.kr)이 바로 그러한 무크 서비스인데 학습에는 언어, 자격증, 취창업, IT, 은퇴설계, 취미 등 모두 14분야에 1만개 이상의 학습 콘텐츠가 구축되어 있으며, 트렌드에는 각종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들이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다. 또 마이플랫폼에는 각자가 스스로 학습콘텐츠를 올릴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생활의 달인이나 특별한 재능을 가진 분들은 자기만의 노하우를 공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평생학습의 장으로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데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해외에서도 무크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 중의 하나가 스스로 속도조절을 하면서 하다 보니 끝까지 수업을 마치는 비율이 높지 못하다는 것이다. 무료이고 언제든지 할 수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성실성이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제대로 수강신청을 하고 완주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수업료를 받는 무크가 늘어나고 있다. 수강료를 내고 완주할 경우 학점을 주고 수강료를 돌려주는 방식으로 중도 탈락을 방지하기도 한다. 이제 100세 시대에 모든 국민은 두 가지 중의 하나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즉 배우거나 또는 가르치거나 하는 시대이다. 내가 부족한 점은 배우고, 내가 잘하는 것은 주변과 나누는 일이다. 학교에서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생을 보다 잘 누리기 위해서는 지금 결단하고 다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용기를 갖는 것이야말로 100세 시대를 보다 건강하고 생산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하나의 키워드로 설명하자면 지능정보화의 시대 있다. 우리 삶의 모든 분야에서 보다 똑똑해진 기계들이 우리의 삶을 편리하고 능률적으로 도와주는데 이러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작동원리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활용할 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이렇게 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차이가 너무 커 지게 된다. 빈부의 격차뿐만 아니라 지능정보화의 격차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택시를 잡기 어려운 곳에서 어떤 사람은 모바일 택시 서비스를 통하여 쉽게 택시를 부르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나 어떤 사람은 이러한 앱을 찾아 모바일 기기에 설치하고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활용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불편할 것인가? 이를 뛰어 넘으려면 바로 사용법에 도전해야하는데 바로 지식 (GSEEK) 서비스가 친절하게 이러한 격차를 메워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이제 지식서비스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경기도민과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이남식 수원대학교 제2 창학위원장이남식 수원대학교 제2 창학위원장

2017-03-20 이남식

[윤상철 칼럼]우리 안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

지금 우리는 다양한 생각들과이해관계 지닌 사회관계란 점을시인하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복잡하게 이합집산하는 집단들정당·세대·지역이든 서로 같음을강요않고 인정하는데서 출발해야'다른 백년'을 꿈꾸는 지식인들이 있다. 대선후보들은 "역사교체"와 "시대교체"를 주장한다. 어떤 시대를 환골탈태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말이다. 새 시대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같이 하자는 데 누가 탓할 것이며, 모름지기 지식인이건 정치인이건 국민과 더불어 앞장설 일이다. 이러한 현상은 어제 오늘에 나타난 일은 아니다. 민주화 30년 동안 우리는 매번 새로운 정부를 만나야 했다. 개혁적 정부는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로 자칭했고, 보수정부도 이전 정권과의 단절을 강조했었다. 그 어떤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에게 이어받을 유산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한국 민주주의는 선진적 민주정부라 하기에는 더없이 치욕적인 이유로 탄핵사태를 맞게 되었다. 안창호 헌재재판관의 보충의견이 30년 전에 나왔어야 할 말처럼 낯설기만 하다. "이 탄핵심판은… 미래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헌법적 가치와 질서의 규범적 표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잠시 사회학자 짐멜의 사회관계론으로 돌아가자. 그는 사회관계를 다이애드(이자관계, Dyad)와 트라이애드(삼자관계, Triad)로 나누어 설명한다. 트라이애드는 한 명의 구성원이 다이애드에 추가된 데 불과하지만 그 사회관계의 속성은 근본적으로 변화한다. 개인의 목소리와 개인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사회적 갈등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다이애드와 달리 집단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고 집단의 정체성이 강화되는 반면, 트라이애드의 개인들은 덜 자유롭고, 덜 독립적이고, 더 제한적이라는 말이다. 다시 우리 사회로 돌아와 보자. 이제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양당제가 바람직한 정당체제로 받아들여져 왔다.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경상도당과 전라도당, 부자의 당과 노동자·서민의 당으로 늘 나뉘어져왔다. 전형적인 다이애드 관계가 정치세력이나 정치적 이념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제3의 세력은 늘 '사꾸라' 혹은 '이중대'로 매도되거나 외면당했다. 깊게 들여다보면 나와 '나 아닌 것'으로 나뉘어져 있을 뿐이었다. 'x사모' 혹은 'x빠'의 이름으로 나(I)와 동일한 우리(we)를 가두어 놓고 나 아닌 다른 모두를 밀어내고 있었다. 머리 속에는 오로지 나 밖에 없지만 그런 나를 돋보이기 위해 나 아닌 남을 상대로 치켜세우는 이른바 '적대적 공존'만이 존재하였다. 다이애드에 집단의 정체성이 없듯이 '적대적 공존' 안에는 우리가 없고, 민족이 없고, 국가가 없고, 대한민국이 없다. 심지어 모두가 동의하는 우리 역사도 없다. 오로지 갈등하는 다이애드만 있을 뿐 이를 매개하고 조정하는 제3의 무엇이 없다. '탄핵인용'과 '탄핵기각'은 있지만 그 중간은 없었다. 대선후보들이나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탄핵심판'의 결과를 승복하자고 했지만 자신이 희망하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강변했다. 정치세력간의 싸움이 존재하더라도 이른바 감사원이나 검찰, 국정원이나 군대 등 이른바 '헌법상 독립기구'들이 뭔가 중립적으로 양자를 조정하거나 그 상황에서도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해주는 기구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서로 다른 이념들이 충돌하더라도 헌법은 존재하고, 역사적 전통이나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가 '디케의 저울'로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 만일 그마저도 없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분열된 다이애드로 싸울 일은 아니다. 우리를 확인시켜 줄 제3의 구성원을 찾아 트라이애드를 만들 일이다. 조너선 하이트는 '바른 마음'에서 사람들은 감성적 직관으로 결론을 정해놓고 나중에 논리적 정당화를 한다고 말한다. 결국은 가장 민주적인 사회는 다양한 직관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 스스로의 의견들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조직된 사회라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다양한 생각들과 이해관계를 지닌 그런 사회관계라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복잡하게 이합집산하는 집단들, 그게 정당이든 세대든 지역이든 뭐든 서로 같아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고 인정하는 데서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스스로를 상대화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우리를 찾을 수 있고 매번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물어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우리 안에서 그러한 다이애드의 독재가 붕괴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윤상철 한신대 대학원장윤상철 한신대 대학원장

2017-03-13 윤상철

[전호근 칼럼]선(善)한 고을의 조건

대선주자들 다양한 공약 주장문제는 그들의 선한 이야기가얼마나 진실에 가까운가 하는점이번엔 다수의 기계적 선택 아니길좋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그렇지않은 사람보다 많은게 '善'공자의 제자 자공이 스승에게 물었다."고을의 모든 사람이 그 사람을 좋아하면 어떻습니까?""좋지 않다.""고을의 모든 사람이 그 사람을 미워하면 어떻습니까?""좋지 않다. 고을 사람 중에서 선(善)한 사람은 그를 좋아하고 선하지 않은 사람은 미워하느니만 못하다."공자의 대답은 뜻밖이다. 고을의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대답이야 수긍할 수 있다 쳐도 고을의 모든 사람이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반드시 좋은 사람은 아니라고 말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오히려 공자는 선한 사람은 좋아하고 불선한 사람은 미워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그렇다면 세상에는 좋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반드시 비관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공자의 말대로라면 고을에서 선한 사람의 수가 불선한 사람의 수보다 많아지면 좋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그럼 어떤 사람이 선한 사람인가? 무엇이 선인지는 예부터 수많은 철학자들이 각기 다른 견해를 내놓았을 만큼 풀기 어려운 문젯거리다. 이를테면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야기한 에우다이모니아는 모두 선이 무엇인지에 대한 각기 다른 견해다. 16세기 조선의 성리학자 이황과 기대승이 8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며 다퉜던 주제도 다름 아닌 선과 욕망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둘러싸고 일어난 논쟁이었다.그런데 고대 동아시아인들이 어떤 것을 선이라고 생각했는지는, 선(善)이라는 문자의 자의(字義)를 살펴보면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한자의 선(善)은 양(羊)자와 공(公)자가 위아래로 배치된 글자다. 여기서 양(羊)은 뿔 달린 양을 그린 글자이고 공(公)은 함께 나눠 먹는다는 뜻을 담고 있는 글자다. 따라서 나눠먹으면 선(善)이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선(不善)이다. 사람과 사람의 평화로운 공존을 뜻하는 화(和)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화(和)자 또한 본래 벼를 그린 화(禾)와 공(公)이 합쳐진 글자(和의 옛글자는 '禾公'이다)로 수확한 벼를 나눠먹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선과 평화는 가진 것을 나누는 데 달려있다는 것이 이 두 글자에 들어 있는 오래된 진리다.나눔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고을은 선한 사람이 불선한 사람보다 많은 고을이다. 그런 고을에서는 좋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많다. 이것이 선한 고을의 본모습이다.불행히도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지금의 이 나라는 선한 고을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빈부의 양극화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자살률은 OECD국가 중 가장 높을 뿐 아니라 노동시간 또한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긴 나라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러니 헬조선이나 흙수저니 금수저니 하는 세간의 말들을 그냥 귓가로 흘려들을 수 없을 정도로 이 나라의 불선(不善), 불화(不和), 불의(不義)는 심각하다.올해는 이 나라의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다. 헌법재판소 판결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지만 광장의 민심을 헤아려보면 현재로서는 조기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출마를 선언한 후보자들은 저마다 공약을 내걸고 자신이 이 나라의 지도자로 적임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면면을 살펴보면 그 어느 때보다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많아 보인다. 어떤 이는 기본소득을 이야기하고, 어떤 이는 사회수당을 강조하고, 어떤 이는 일자리 확대가 답이라고 주장한다.지향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모두 나눔을 더 늘리자는 이야기이니 공자가 말한 좋은 사람이 이 나라에 이렇게 많은가 싶다. 문제는 그들의 선한 이야기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가 하는 점일 것이다. 이번에는 다수의 기계적 선택(選擇)이 아니라 좋은 사람을 뽑는 '선택(善擇)'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시 말하거니와 좋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많은 것이 선한 고을의 조건이기 때문이다./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017-03-06 전호근

[홍창진 칼럼]인연(因緣)과 우연(偶然)

어지러운 우리나라 현실 보며너무 내 중심적으로만 안 봤으면사건에 의도한바 있으리라 믿고진지한 태도로 조용히 맞이해야내가 할 몫 차분히 찾는게 중요내가 신부가 된 것은 어느 신부님의 권유로부터 이루어졌다.가끔 그때 일을 떠올리며 "만일 신부가 되지 않았으면 뭐가 됐을까?" 생각해보곤 한다. 그 신부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 나는 신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신부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신부가 되지 않았더라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렇다고 다른 인생을 택하지 못해 아쉬운 건 아니다. 남들 눈엔 성직자 생활이 갑갑해 보일지 몰라도, 오히려 일반 사람들보다 더 즐겁고 신나게 살고 있다.그 옛날 우연히 사제의 길에 들어선 것처럼, 나는 지금도 내 곁에서 일어나는 작은 우연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그리고 궁금하거나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바로바로 행동에 옮긴다. 그런 작은 경험들이 또 다른 경험을 불러오고, 결국엔 생각지도 않은 일들을 이루게 한다. 성직자라는 틀에 갇혀 외길 인생만 고집했더라면 결코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이다.인생의 즐거움은 이렇듯 예기치 않은 우연에서 찾아온다는 걸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된다. 실제로 내 주변에는 우연한 일, 예기치 않은 인연으로 행복해진 분들이 꽤 있다.지인 중 미국 글로벌 기업에서 꽤나 잘나가던 50대 여자 분이 있었다. 그분이 한창 바쁘게 생활하던 중 몸에 조금 탈이 나 치료차 한국에 잠시 들어오게 되었다. 오래간만에 휴가를 얻은 그분은 치료 기간 중에 그동안 다니지 못했던 여행을 하고 업무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많은 사람과 만남을 가졌다. 한마디로, 계획 없는 나날들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늘 정해진 틀에 갇혀 살던 그분에게 한국에서의 시간은 너무도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그러던 차에 우연히 어느 시골 마을에 가게 되었다. 마을 풍경은 무척 정겨웠고, 며칠 머무는 동안 소박한 시골 생활이 자신과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작은 경험을 통해 그동안 미국에서 화려한 삶을 살아왔지만 정작 그 속에 자기 자신이 없었다는 걸 깨달은 그분은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시골행을 택했다. 지금은 그간 해온 직장 경험을 살려, 동네 주민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인터넷으로 거래하는 일을 하고 있다. 수입이야 전에 비할 것이 못 되지만, 그분은 무척 행복해하고 있다. 시골 생활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생을 함께할 짝도 만나게 된 것은 덤이다.이 두 에피소드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신이 우리와 이야기하는 방법이 바로 인연과 우연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신은 침묵하는 존재다. 그러나 신은 우리 곁에서 사람과 사건을 만나게 하시면서 우리와 역사를 만들어 가신다. 따라서 우리가 만나는 사람과 사건을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모두 신이 하는 일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내가 만나는 사람과 사건은 내 욕망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놓치는 것이 너무 많다. 그러나 신의 프로포즈라고 생각하면, 생각하고 느낄 일이 너무 많다.요즘 어찌 보면 어지럽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너무 내 중심으로 바라보지 말았으면 한다. 이 사건들 안에 신의 사랑과 의도한 바가 있을 것이라는 진지한 태도로, 보다 차분히 맞이해야 한다. 내 욕망으로 바라보면 너무 힘들고 지치는 일이다. 그러나 신과 함께 이루어지는 미래라면 많은 부분 신에게 맡기고, 내가 해야 할 몫을 차분히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2017-02-27 홍창진

[서상목 칼럼]사회복지협의회의 '어머니' 역할

사회복지현장 뒷받침 할 수 있게 각종 지원·육성 주기능으로 인식인권·안전·회계·법령에 대한교육·훈련·지도하는 '지원센터'중앙·지역에 설치 각종 사고 예방국민들에 양질의 서비스 제공해야뮤지컬 명화인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을 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평생 군생활을 한 폰 트랩(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 대령은 부인을 잃자 군대식으로 여섯 자녀를 키운다. 이런 가정에 가정교사로 채용된 수녀 출신 마리아(배우 줄리 앤드류스)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사랑과 정성으로 양육한다. 결국 폰 트랩 대령과 마리아는 결혼함으로써 차갑고 딱딱하기만 했던 가정을 사랑과 웃음이 넘치는 가정으로 탈바꿈시키는 내용이다. 폰 트랩 대령이 딱딱하고 엄하기만 한 '아버지'라고 한다면, 마리아는 훈훈하고 따듯한 '어머니'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필자는 금년 초부터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사회복지협의회가 사회복지분야에서 마리아와 같은 '어머니'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회복지계 예산지원과 각종 법령을 마련하는 보건복지부가 '아버지'라고 한다면, 민간사회복지계의 대표기관인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사회복지계를 보살피고 양육하는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필자는 몇년 전 모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법제론'을 강의한 적이 있다. 강의준비를 위해 수십개에 달하는 각종 사회복지 관련 법령을 검토하면서 놀란 것은 이들이 지원이나 육성보다는 규제 위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왜 그런 가 봤더니 사회복지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규제가 추가되어 왔기 때문이었다. 사회복지시설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곳이기에 이들에 대한 인권침해는 사회적으로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지원은 적은 상황에서 규제만 많아지면 복지서비스에 대한 질은 낮아지고 이는 규제강화와 질저하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와 같이 민간 사회복지계를 보살피고 양육하는 '어머니' 역할을 하는 '마리아'가 필요하고, 이를 바로 사회복지협의회가 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사회복지협의회가 '어머니'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현장 지원·육성을 주 기능으로 인식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각종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권·안전·회계·법령에 대한 교육·훈련·지도를 하는 '지원센터'를 중앙은 물론 시도협의회에 설치·운영함으로써 사회복지시설에서의 각종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국민들에게 양질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지역사회복지협의회의 핵심 기능은 해당 지역의 사회복지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 또는 프로젝트를 개발하며, 사업수행에 필요한 인적 및 물적자원을 확보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지역사회복지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 역시 '지원센터'의 핵심적 기능이 되어야 한다.대부분의 사회복지시설들은 기본 운영경비를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으나, 운영에 필요한 최소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따라서 민간의 인적 및 물적자원이 사회복지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사회복지협의회의 새로운 역할이 되어야 할 것이다.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지난 10년간 '사회공헌정보센터'를 운영해옴으로써 이 분야에서 나름대로 전문성을 키워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단위의 사회복지 수요를 전국적 차원의 인적 및 물적자원 공급자와 연결시킬 수 있는 '사회복지서비스 혁신 플랫폼'을 구축·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및 분야별 사회복지수요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연결하는 '나눔종합정보망'을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각종 프로젝트를 개발해 추진하는 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한다.이와 같이 앞으로 사회복지협의회가 '어머니'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우리 사회복지계는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2017-02-20 서상목

[이남식 칼럼]동계올림픽… 힐링의 시작이다

평창엔 외국인들이 즐길만한식당·문화시설 부족하다는 지적많은 예산 투입하기 보다는우리 사회의 모든 역량 결집창조적 아이디어·미래 희망으로세계인류 화합 메시지 창출해야이제 동계올림픽이 꼭 1년 남았다.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마칠 뿐만 아니라 올림픽 이후에 인구 밀도도 낮고 낙후 된 지역이 세계적인 명소로 탈바꿈하도록 면밀히 기획하여야 할 것이다. 여수 엑스포 이후 여수 순천을 찾는 관광객의 수가 연간 1천2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하는데 이처럼 포스트올림픽의 효과를 기대하면서 올림픽 이후에도 지역이 계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를 기대해본다. 지역의 문화가 지역발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일본의 예로 살펴보기로 하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버려진 섬과 어촌인 나오시마가 미술관을 유치하면서 세계적인 명소로 부상한 사례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나, 이처럼 낙후 지역을 모든 사람이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든 사례 중의 하나로 일본에서 가장 눈이 많고 인구 밀도도 낮으며 도쿄에서 800㎞나 떨어진 아오모리현의 토와다(十和田) 시의 경우도 인구 6만5천명의 작은 시로 예전에는 혹한 속에서 군마를 키우던 외진 마을이었으나 작은 미술관이 시내에 들어서면서 유명해지게 되었다.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미술관을 관람하기 위하여 이 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우선 미술관의 건축설계는 건축의 노벨상이라 하는 프리츠커상을 2010년에 수상한 니시자와 류에가 디자인하였으며 열린 건축이라는 개념으로 주변의 시민들이 미술관 내부가 되도록 들여다보이게 하여 미술관이 삶의 일부가 되도록 하면서, 미술품 그 자체가 우리 인생에 수많은 질문과 생각을 하도록 하여 작가들의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일상에 녹아내리도록 하였다. (물론 나오시마의 경우에는 또 다른 프리츠커 상 수상자인 안도타다오가 설계하여 미술관 자체가 또 하나의 전시품이 되도록 하여 종합적인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토와다 미술관의 경우 소도시의 미술관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작품을 세계적으로 콜렉션하여 60~70년대에 출생한 현대미술계에서 인정받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미술관을 상징하는 꽃말(Flower horse)이라는 작품은 예전부터 군마를 키우던 시를 상징하는데 한국의 최정화 작가의 작품이며 서도호, 김창겸 작가 등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도 콜렉션 되어 있다. 미술관내 뿐만 아니라 야외에 일대의 도로변에 작품을 설치하여 도심과 예술품이 어우러지도록 하였다. 시민들에게는 무료로 개방하여 자존감을 높여주고 있어 다른 지역의 친구나 친지가 방문하면 미술관 커피숍에서 그들의 삶의 수준을 자랑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현대인이 바쁜 일상에서 잃어버린 여유와 사색을 통하여 다시 힐링이 되도록 하는 전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지역의 의미를 찾게 된 것이다. 또한 이 지역의 문화를 높이는 것이 식문화이다. 일본의 모든 셰프들이 은퇴 후 하고 싶은 일이 이 지역에서 매우 좋은 식자재로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 보는 것이라 한다. 따라서 이 지역의 료칸들은 10실 이하여야 제맛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최고의 식자재 그리고 혼을 담은 조리를 통하여 고객을 감동시키는 음식을 통하여 차원이 다른 지역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 평창에는 외국인들이 즐길만한 식당이나 더 나가서 문화적인 시설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예산을 많이 투입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역량을 집결하여 세계를 향하여 우리들의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인류의 미래를 향한 희망을 이야기하여야 제대로 된 올림픽이 되지 않을까 한다. 전 세계적으로 자국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편협함이 나타나고 있는 이 시대에 동계올림픽을 통하여 인류가 하나 되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선포할 때 우리가 진정한 세계 리더로서 자리매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을 통하여 낮아진 국민의 자존감을 성공적인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높이는 동시에 인류가 다시 화합하는 메시지를 창출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이남식 수원대학교 제2 창학위원장이남식 수원대학교 제2 창학위원장

2017-02-13 이남식

[홍창진 칼럼]요즘도 점을 치나요?

비전 확실한 사람은 뭘할지 안다미래가 궁금하지도 않고한걸음 더 가기위해 노력할뿐기대에 못 미쳐도 실망하지 않고'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하며흔들림 없이 훌훌 털고 일어난다2016년 후반부터 2017년 전반을 보내면서 미래를 예측하는 기존의 틀이 무너져 내렸다. 사람들은 대부분 인류가 경험했던 대략의 통계를 통해서 미래를 예측하고 거기에 상응하는 준비를 하고 삶의 방향을 정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한 후에 평가를 한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비선과 편법이 난무하면서 미래는 혹시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살짝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결과의 성과를 자기 노력에 두지 않고 운의 결과에 기대고 싶어 한다. 즉, 운이 좋아서 성공했고 운이 나빠서 실패했다고 결론을 맺는 것이다. 그래서 연초만 되면 한해의 운을 점치고 싶은 심정이 돼서 점집이 항상 문전성시를 이룬다.점을 업으로 삼고 사는 지인이 있다. 이 분 말에 의하면 이 일을 오랫동안 해오다 보니 이제는 문턱을 넘는 손님 얼굴만 봐도 딱 견적이 나온다고 한다. 사주를 보지 않아도 그 사람의 미래가 어떨지 바로 보인다는 것이다. 사주는 운명이 정해진 것이라고 생각들을 하는데, 내일모레 죽을 팔자인 사람이 멀쩡하게 잘 사는 경우도 있고, 관운이나 돈복을 타고난 사람이 하는 일마다 쫄딱 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정해진 미래는 없다. 없어야 미래지 미래가 정해지면 어찌 미래라 말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 분은 점 상담을 마칠 때 쯤 이런 말씀을 덧붙인다고 한다. "점은 딱 기상청 날씨 예보 정도로 생각해라. 정확히 맞추지는 않는다" 날씨를 바꿀 수는 없지만 혹시나 하여 우산을 챙길지 말지는 개인의 몫이라는 것이다. 치과의사를 하는 제자가 SNS에 남긴 사연이다. 우리 직원들의 주당 근무시간은 37.5시간 정도이다. 주 1회 평일 휴무에 월 2회 토요일 휴무. 휴가는 4일 주는데 위 휴무와 연결시키면 일요일부터 일요일까지 8일 쉴 수가 있다. 직원들 안 갈구고, 인간적으로 대해주면서 수직적 리더십 보다는 수평적 리더십을 추구한다. 진료의 원칙을 지키면서 치과의사로서의 기본을 잃지 않으려고 하니, 직원들이 본인 가족, 친지들의 치료를 믿고 맡긴다. 이렇게 하니 떨어져 나갈 직원은 떨어져 나가고 제대로 된 마인드를 가진 직원들은 오래 남고, 자기 할 일을 스스로 한다. 직원들의 인복은 이런 데서 오는 것이 아닌가!지극히 상식적인 이 진리를 사람들은 종종 잊어버린다. 내게 벌어진 모든 일은 결국 내가 한 선택과 행동의 부산물일 뿐인데, 이를 잊고 미래를 알고 싶다며 점집을 찾는다. 그러면 또 이런 질문이 나온다. "도무지 어떤 행동을 선택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럴 땐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물을 게 아니라 '왜 내가 해야 할 행동을 모르는지…'를 자문해 봐야 한다. 흔히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사람들은 결국 자기 삶에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비전이 확실한 사람은 지금 내가 무얼 해야 할지 정확히 안다. 따라서 미래가 별로 궁금하지도 않다. 그저 자신의 비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따름이다. 또한 미래를 불안해하기보다, 오히려 오늘을 사는 원동력으로 삼는다. 그래서 풀리지 않는 문제가 생겨도 이를 신나는 도전으로 여기고 '이걸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하며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한다. 그 결과가 바라는 대로 나타나면 좋고, 설혹 기대에 못 미쳐도 실망하지 않는다. 어떤 결과도 내가 가진 비전을 흔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실패란 그저 보완해야 할 지점을 확인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순간적으로 실망할 수는 있어도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뭐'하며 훌훌 털고 일어난다.반면 자신만의 비전이 없는 사람들은 그저 세상이 정한 기준대로 돈과 명성을 쌓아 남 보기에 근사하게 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한다. 생각 자체가 막연하니 무슨 행동을 취할지도 막연할 수밖에 없다.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이 흔들려 갈팡질팡한다. 그러면서 점집을 찾아다니거나, 내 인생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으러 다닌다. 또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실망하면서 모든 걸 운명 탓으로 돌려버리게 되는 것이다.운명은 정해진 것이 없다. 내가 오늘 만든 역사가 훗날 나의 운명이 되는 것이다./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2017-02-06 홍창진

[서상목 칼럼]국민 복지만족도 제고 : 사회복지협의회의 새로운 역할

민간·공공 '톱니바퀴' 매개 역할서비스 체감도 UP·행정 지방화사회복지 실천기관 발전 계기로기업 사회공헌·나눔문화 활성화'중부담-고복지' 복지모델 추구수요·공급간 '플랫폼' 담당할 것1994년 말 보건사회부의 명칭이 보건복지부로 전환되면서 정부는 1995년을 '선진복지 원년'으로 선포하고, 처음으로 범 정부 차원의 '선진복지 청사진'을 만들어 추진하였다. 그 후 2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복지수준은 양적으로 크게 발전하였고, 복지예산 역시 300조원에 달해 정부예산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복지수준은 이러한 양적 성장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라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그 중 핵심은 사회복지 전달체계가 확고히 정립되어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국민들에게 복지서비스를 전달하는 많은 '톱니바퀴'가 있으나, 이들이 적재적소에 연결되어있지 않아 '사회복지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현 정부는 출범 초부터 '생애주기별 맞춤복지'를 지향하면서 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노력하였다. 2015년 '사회보장급여법'이 통과되면서 공공부문의 전달체계는 시·군·구 사회보장협의체와 읍·면·동 '복지허브화' 사업을 중심으로 그 골격이 갖춰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주로 복지서비스를 전달하고 있는 민간복지부문의 역할은 아직도 불명확한 상태이다. 따라서 정유년 새해를 맞아 사회복지 분야의 최대 현안은 전달체계에서 민간부문의 역할을 확립하고, 이를 공공전달체계와 연결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직 설치되어 있지 않은 77개 시·군·구에 사회복지협의회 조직을 조속히 결성하여, 사회복지협의회가 해당 지역의 민간복지부문과 공공부문을 연계하는 매개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해, 지역사회복지협의회는 지역의 사회복지 현안을 발굴하여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재정 및 인적자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마련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회복지협의회가 사회복지분야의 여러 '톱니바퀴'를 연결하여 '복지시계'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함으로써, 국민들의 복지서비스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복지협의회의 지방조직 강화는 시대적 대세라고 할 수 있는 '복지행정의 지방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사회복지협의회가 사회복지인들의 친목단체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복지 문제를 발굴하고 필요한 자원을 조달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명실공히 사회복지 실천기관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지난 20여년간의 많은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복지수준은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대체로 '저부담-저복지' 복지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이는 한국이 그간의 노력으로 복지선진국이 되긴 하였지만, 그 수준은 아직 선진국 중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에 머물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2010년 현재 한국에서 조세와 사회보험료의 대 GDP비율은 26% 수준으로 북구형 모델의 45%, 대륙형 모델의 40% 보다 낮고, 공공복지지출의 대 GDP비율 역시 10% 수준으로 북구나 대륙형 모델의 28%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앞으로 한국이 추구해야 할 복지국가의 방향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나, 필자는 복지시스템의 효율성 제고와 '나눔문화' 확산에 역점을 둠으로써 '중부담-고복지'를 추구할 것을 제안한다. 앞에서 제기한 사회복지협의회의 기능 활성화를 통해 복지시계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것은 그 첫 번째 요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요건은 국민의 조세부담을 과다하게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필요한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시민사회의 '나눔문화'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나눔문화 분야에서도 사회복지협의회가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시키는 '플랫폼'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2017-01-30 서상목

[이남식 칼럼]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전공학과 없이 일정 과목 이수로데이터과학·기계학습 전공 졸업프로젝트 중심 교과과정 통해실제 해결능력 키울 수 있으며 새 분야와 기존분야 접목 시키는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을 예고지난 해 스위스의 UBS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가 세계 25위에 달할 정도로 ICT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인 변화의 물결 속에서 뒤처지고 있는 느낌이다. 제4차 산업 혁명을 준비하기 위하여 과연 무엇이 가장 중요할 지에 대하여 짚어 보기로 하자. 혹자는 ICBM (IoT, Cloud, Big Data, Mobile) 이다 혹은 인공지능 (AI) 이다하는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으나 필자가 보기에 핵심적인 내용은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들이 생겨나며 이 또한 형식이 일정치 않은 비정형의 데이터인 경우가 많다. 과거처럼 이를 처리하려면 엄청난 속도의 메임프레임컴퓨터가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네트워크화 된 수많은 PC들을 병렬처리 방식으로 사용하여 처리하는 하듭 (Hadoop)이라는 플랫폼이 오픈소프트웨어로 나와 누구든지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여기에 기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딥러닝 기술이 개발되고 확산되면서 놀라운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보통 사람의 학습은 뇌 속에 신경망 (Neural Network)이 형성되면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무엇을 배우고 익히기 위해서는 반복이 필요하고 에너지가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공부는 왕도가 없으며 누구에게나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다층구조의 신경망을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해 보려는 노력이 오래전부터 진행 되었으나 주어진 입력에 대하여 원하는 출력이 나오도록 신경망 내의 노드들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계산이 너무나 방대하여 풀지 못했으나 제프리 힌튼 교수등이 개발한 딥러닝 알고리듬이 이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하여 알파고와 같은 응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제4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하는 변화는 데이터과학 (Data Sciences)과 기계학습 (Machine Learning)이라 할 수 있다. 데이터 과학을 통하여 수많은 데이터를 의미 있는 데이터끼리 서로 군집화하고 이를 입력과 출력 답안으로 제공하여 학습할 수 있도록 하면 우리가 공부를 하면 뇌의 구조가 어떻게 바뀌는지는 몰라도 정답을 찾아내는 것처럼, 기계도 학습하여 컨트롤하는 부분에 인공적으로 지능을 갖도록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많은 영역에서 이러한 학습법으로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게 되는 싱큘래리티의 시대 (Ageof Singularity)를 맞게 된 것이다. 이번 라스베이거스의 CES에서도 아마존이 개발한 Alexa라는 자연어 처리 플랫폼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응용이 주류를 이룬 것처럼, 기계가 매우 자연스럽게 사람의 뜻을 이해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누가 기계를 잘 훈련시킬 수 있는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르며, 더 훌륭한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인데, 아직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이해나 준비가 부족하다보니 25위의 평가를 받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그런데 기존의 교육의 틀 안에서 새로운 분야를 교육하고 연구하는 것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교육부에서는 앞으로 유연한 융합교육이 가능해지도록 학제에 많은 유연성을 부여하려 하고 있는데 이는 크게 환영할 만 하다. 즉 전공학과가 없어도 일정 과목을 이수하면 데이터과학이나 기계학습 전공으로 졸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기 기간도 1학점에 15시간을 기준으로 어떤 과목을 집중 이수하면 1주일이나 한 달 안에도 과목을 이수 할 수 있다. 또한 프로젝트중심의 교과과정을 통하여 실제 문제 해결능력을 키우며 새로운 분야들과 기존의 분야를 접목시키는 교육이 가능하게 되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변화의 속도에 맞추어 교육을 혁신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역사의 변곡점에 서있다. 21세기 제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교육과 인재양성에 뒤처지게 된다면 우리의 경제와 번영은 역주행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학들이 제2의 창학을 하는 각오로 변화할 때 우리의 미래가 보장 될 것이다./이남식 수원대학교 제2창학위원장이남식 수원대학교 제2창학위원장

2017-01-23 이남식

[이영재 칼럼]대통령의 유머

국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모든 것 솔선수범한 오바마처럼우리도 누가 대통령이 되든불안하기만 한 국민마음 녹여주고어루만져 줄 지도자 보고 싶은 것이제는 국민들도 웃고 싶으니까최근 감동의 고별사로 우리를 부럽게 했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영화광(狂)이면서 TV 드라마도 무척 좋아한다. 그가 재밌다고 추천한 드라마는 '오바마 드라마'로 묶여 방송사 홍보에도 쓰이고, 실제 큰 인기를 끌었다. '웨스트 윙'이나 '하우스 오브 카드' '뉴스 룸' '홈 랜드' '와이어'는 그가 끔찍이 좋아했던 드라마였다. 영화 스타워즈 광팬이라는 것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지난해 백악관에서의 마지막 송년 기자회견. 마지막이라 그런지 기자들의 질문은 끝이 없었다. 그러자 오바마는 "전 이만 스타워즈를 보러 가야 합니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끝맺었다. 그가 스타워즈 팬인 것을 알고 있던 기자들은 아무말 못하고 그를 보내 주었다. 나중에 스타워즈를 보지 않았다는 것이 알려지긴 했지만, 그가 거짓말을 했다고 비난하는 기자도, 국민도 없었다. 유머였으니까.문화탓이기도 하겠지만 미국인들은 유머 감각을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보고 있다. 지난 미 대선을 앞두고 미국 abc뉴스와 여론조사업체 SSRS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의 자질로 유머감각이 중요하다는 응답자는 74%에 달했다. 유머감각이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자는 고작 7% 뿐이었다. 대통령의 유머를 얘기 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사례가 배우 출신 도널드 레이건이다. 레이건이 1981년 존 헝클리에게 총을 맞았을 때다. 레이건은 걱정하는 아내 낸시에게 이런 유머를 날렸다. "여보! (배우처럼) 총알 피하는 것을 깜빡했어". 병원에 가서는 수술 의사들에게 "여러분이 공화당 지지자였으면 좋겠는데…"라고 조크를 던졌다. 이를 들은 의사는 "지금만은 모두가 공화당원입니다"라고 답했다. 당시에 우리가 받아 주지 못해서 그렇지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의도적이지 않은 말실수로 웃겼다. "공정한 인사를 해서 부패 인사를 척결하겠습니다"를 "공정한 인사를 척결하겠습니다"라고 말하거나 루마니아 독재자의 이름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를 잊어버려 회의석상에서 그냥 '차씨'라고 불렀던 김 전 대통령은 그럼에도, 자신의 말실수를 미안해 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재치있게 자신의 실수를 유머로 승화시켰다. 그는 "이래야 분위기가 덜 딱딱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어느 지방선거때였는데 정치적 라이벌 DJ가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자 승부욕이 강했던 그는 다음날 무작정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막상 할 말이 없던 그는 기자들에게 "여러분 그거 아세요? DJ는 나한테 늘 담배를 얻어 피우던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다. 김 전대통령의 일화를 묶은 'YS는 못말려'는 출간 한달만에 무려 35만부가 팔렸다. 반기문 전 유엔총장의 합류로 돌이킬수 없는 대선정국에 들어섰다. 그런데 대권 잠룡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같이 차갑고 무섭다. 전쟁터에 나선 장수들 같다.출사표 곳곳에는 '패배는 곧 죽음'처럼 사생결단을 예고하는 문구들로 가득찼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목숨을 걸고 정권을 바꾸겠다"고 선언했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조국을 위해 몸을 불사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크호스 이재명 성남시장은 "반기문 대선 출마? 친일독재부패세력의 꼭두각시, 국민심판 받을 것"이라고 험한 말을 쏟아냈다. 당찬 결기를 보이는 것을 나무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거친 말이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크게 마음 상한 국민들에게 순간적으로 기분을 전환시켜줄수 있을지 모르지만, 진정 국민이 원하는 것은 그런게 아니다.웃기기만 잘한다고 훌륭한 대통령이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국민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모든 것을 솔선수범하는 지도자. 오바마는 그런 대통령이었고, 8년동안 천편일률적으로 변하지 않는 오바마에 깊은 신뢰를 보냈다. 누가 대통령이 되건 그저 불안하기만 한 국민의 마음을 녹여주고, 다독거리며 어루만져 줄수 있는 그런 대통령의 모습을 우리는 보고싶은 것이다. 그 무기가 '유머'일수도 있고 '정책'일수 있고 '인간성'일수 도 있다. '8년 동안 승진을 못해 섭섭했다'는 오바마의 유머와 그 유머를 지독히 사랑했던 미국인들이 고별연설을 들으면서 '4년 더!' '4년 더!' 외쳤던 의미를 우리 대선 후보들이 진정으로 배웠으면 한다. 이제 우리도 웃고 싶으니까./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7-01-16 이영재

[강은교 칼럼]거미 훔쳐보기

유리창의 거미 그동안 왜 못 봤나거미줄에 걸려 아마도 죽어갔을작은것들의 많고 많은 죽음들피를 덮고 무수한 외침 덮은채시간은 흘러 아직도 모르고 화만망각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도조그마한 우리집 거실 중앙에 놓인 식탁겸 책상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앞 유리창 바깥면에 거미 한 마리가 유유히 매달려 있는 것을 갑자기 발견한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은 오래 전부터 거기 있었던 듯 하다. 그런데 한 번도 거기 거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그걸 쳐다보면서도 쳐다보지 않았었다고나 할까? 지금 그 녀석이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우리집은 자그맣지만, 나혼자 살기에 아주 적당한 넓이를 가졌지만, 앞유리창만은 아프리카의 숲에 세운 어떤 커다란 호텔의 창보다도 '멋있다'. 나의 유리창은 일출부터 시작해서 달, 새벽녘의 금성, 구름… 그런 것에 활짝 열려있다. 우리 동네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멀리 있는 비탈길은 마치 서 있기라도 한 것처럼 차들이 힘들게 기어오르는 모습이 보이고 창의 한 옆구리엔 신기루같이, 특히 황혼이면 분홍색으로 소복히 '산 바구니'에 담겨있는 먼 동네의 아파트들도 보인다. 유리창 앞에 펼쳐진 능선은 열두개이고 지난 12월 동지에는 정확히 능선 중앙에 솟은 산 정상에서 해가 떠 올랐다. 물론 여느해처럼 1월이 된 오늘은 다시 해가 그 능선을 걸어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이 식탁에서는 바로 그런 해의 기미가 가장 잘 보이기 때문에, 새벽 무렵 여기 멍하니 앉아있곤 한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얼른 창 앞으로 달려가려고. 그런데 오늘은 놀랍게도 거미를 발견한 것이다.오랫동안 만지지 않았던 카메라를 황급히 꺼내들고 거미 앞으로 간다. 해가 떠오르려는지 거미가 비쳐보이는 하늘은 주홍색과 회색, 분홍색 등이 어우러져 마치 커다란 추상화 캔버스같다. 아마 정육점에 내걸린 고기를 놀랍게 포착한 추상화가 프란시스 베이컨의 캔버스가 저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도 베이컨같은 이미지 하나 건질지도 몰라, 베이컨보다 내가 나을지도 몰라, 호기스럽게 셔터를 누른다. 의자를 끌어다 놓고 그 위에 올라가 찍기도 하고, 발끝을 들고 찍기도 하고 누워서 찍기도 하고…, 혼자 난리를 친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서 그 녀석이 가만히 다리를 오므리는 것이 카메라의 눈에 들어왔다. 아무 것도 없는 빈 공중에 걸려있는 듯하던 그 녀석의 주변 허공에 누군가 낙서를 해놓은듯한 무수한 금들이 지저분하게 보인다. 금들의 마디마디에 검은 점들도 보인다. 무엇인가가 그 금, 아니 거미줄에 걸려 죽은 흔적일까…. 해가 구름 위로 올라가고 나서야 나는 '거미 훔쳐보기'를 그만두고 다시 나의 식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생각한다. 저 녀석을 왜 그동안 못 보았을까, 왜 보면서 못 보았을까, 하고. 저 녀석이 하늘에 매달려 끊임없이 다리를 오무렸다, 폈다, 밑으로 내려왔다 올라갔다 하는, 그 분주한 삶과의 사투를 왜 몰랐을까고. 왜 거기 깨끗한 허공과 구름만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소설가 김승옥은 그의 출세작이며 몇 편 안되는 그의 소설중의 하나인 '무진기행'에 이렇게 쓰고 있다. "이번에 자네가 전무가 되는 건 틀림없는 거구, 그러니 자네 한 일주일 동안 시골에 내려가서 긴장을 풀고 푹 쉬었다가 오게. 전무님이 되면 책임이 더 무거워질 테니 말야" 아내와 장인 영감은 자신들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퍽 영리한 권유를 내게 한 셈이었다… 버스는 무진읍내로 들어서고 있었다…." 얼마전 나는 김승옥의 그 소설을 동생집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가져왔다. 우리의 20대가 그려진 그 아름다운, 그러나 안개투성이인 무진, 자본 산업화가 마악 심각해지던 시절의 몇 모습들, 대학 졸업장이 금박종이 이던 그런 시절, 와이셔츠 입은 사람들을 무조건 우러러보던 시절의 몇 모습들, 돈많은 아내의 능력으로 출세할 모양인 주인공의 무기력한 몇 모습들…. 금수저 은수저의 원조들, 갑질의 원조들, 왜 이런 것들을 잊고 있었는가. 왜 우리는 그렇게 빨리 잊어버리는가. 그 무수한 싸움과 절망들을, 젊은이들이 선봉에 섰던 '횃불'의 성공들이 이미 있었음을 우리는 왜 잊고 있는가. 아, 저 거미가 저렇게 유리창 한 구석에 매달려 있는 것을, 왜 그동안 보지 못했는가, 거미줄에 걸려 아마도 죽어갔을 날파리보다도 작은 것들의 무수한 죽음도. 하긴 시간은 피를 덮고 무수한 외침을 덮고 흘러가지. 그걸 아직도 모르고 화를 내다니, 망각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도./강은교 시인강은교 시인

2017-01-09 강은교

[홍창진 칼럼]희망을 희망합니다

국민들 피땀어린 광장의 촛불로새로운 정부 세워놓으면정치는 또 옛 악습을 되풀이한다재화만을 탐하는 욕심쟁이들은오늘도 불의를 공모 하겠지만희망을 둔 사람 꿈은 깨지지않아근대와 현대를 구분하는 지점은 많겠지만 무엇보다도 분업화된 사회구조가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큰 자본의 유동으로 생겨난 대량 생산체제는 소비패턴을 바꾸었고 분업화를 촉진시켰다. 생산을 하는 사람, 유통을 하는 사람, 그것이 잘 되도록 보조역할을 하는 연구직, 금융직, 서비스직, 교육직 등등 각각의 역할을 맡아서 자기 일에만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인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만 되는 비교적 간단한 구조로 살고 있다. 자기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되고 만일 자기분야에서 인정 못 받으면 낙오하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고 노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엉뚱한 낙하산이 인정받고 기회의 균등이 깨지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학생 때 열심히 노력하면 취직은 될 줄 알았는데 취직도 힘들고 취직을 해서도 보람보다는 눈치를 보며 윗선을 늘 신경 써야 하며 불의한 경우를 직면해도 나 하나 살기 위해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이상한 환경에 처하게 된다. 현대는 물질로는 더 할 나위 없이 그 전보다 풍요로운데 우리 삶은 점점 더 자유가 없고 일의 양만 폭주한다. 현대는 무엇인가 큰 손에 의해서 연출되고 있고 우리는 그 연출이 정해 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알다시피 그 연출은 거대 자본이다. 자본을 개인이 독식하고 움직이면 우리는 그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대는 다행히 우리 몫의 권력을 정치에 저금해 두었으므로 선거를 통해서 정치인들로 하여금 자본이 우리를 위해 잘 움직이도록 해놓았다. 그런데 이 정치가 개인 자본가와 손을 잡고 우리를 위해 힘을 쓰지 않고 자기들만을 위해 힘을 쓰는 범법을 저지르는 순간 우리는 노예의 처지로 전락하게 된다. 물론 오래전부터 정·경유착이 이루어져 왔겠지만 최근 대한민국 현실은 그 유착이 극에 달해서 국민들의 체감온도가 바로 느껴질 만큼의 정도에 이르렀다. 우리 몫의 권력의 일부를 맡겨 놓았던 정치인들이 우리를 배신하고 우리를 이용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대의정치의 룰을 잠시 내려놓고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가게 되었고 많은 부분이 촛불의 심판으로 바로 잡아 질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 촛불은 약 10년 주기로 계속 반복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국민들의 피땀어린 광장의 노력으로 새로운 정부를 세워 놓으면 정치는 또 옛 악습을 되풀이 한다. 도대체 우리 사회에 희망이라는 것이 고작 10년 짜리라는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희망이라는 것은 이제 가치가 없는 것일까?2000년 전 예수 시대에도 정·경유착이 있었다. 식민지시대에 로마총독에게 빌붙어먹던 사람들은 호가호식했고 또 그 자손들이 호가호식한 일들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예수시대 말고 다른 여러 문명의 역사를 보아도 불의한 욕심꾸러기들은 호가호식하고, 착하게 열심히 일하는 자본 없는 사람들은 착취당하고 노예처럼 살아왔다. 그런데 주목할 사실은 이런 현실 속에서 예수라는 사람의 존재방식이다. 욕심꾸러기를 대하는 방법이 남다르다. 보통은 정의로운 여러 사람을 모아 혁명을 일으키고 정권을 탈취한 후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것으로 기대했는데 예수는 그들을 그냥 무시하고 백성들에게 하늘나라를 가르쳤다. 즉, 세상에서 돈이라는 한 가지 가치만을 논하면 정의는 시시비비를 따져야 한다. 그러나 삶을 돈의 가치로만 보지 말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의 가치로 보면 용서를 통해 또 하나의 세계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세상을 물질로만 이해하면 네 것 아니면 내 것인데 내 것을 네가 조금만 더 가져가도 불의한 것이다. 그러면 정의의 사도로서 싸우든, 악당의 입장에서서 싸우든, 싸움은 불가피한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현실은 인간이라면 모두 욕심이 있다는 것이다. 이 욕심이 있는 한 우리는 시시비비를 따지는 세상에서 평생 싸움만 하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예수는 우리에게 세상의 나라에 살면서 동시에 하늘나라에서도 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어느 날 3형제가 고민에 빠졌다. 아버지의 수술비 3천만원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보면 각각 1천만원이면 쉽게 해결되는 문제다. 그러나 각자 우는 소리를 내며 어려운 사정을 늘어놓는다. 그러자 가장 형편이 어려운 막내의 아내가 아무도 모르게 수술비 결제를 끝냈다. 3형제가 이 사실을 나중에 알았지만 고맙다는 말보다 건방지다는 뒷담화만 무수히 남겼다. 막내의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하늘나라에서는 이런 일 해야 인정받아요. 저는 살아보니까 내 뜻대로 되는 것이 거의 없었어요. 그러면 누구의 뜻대로 인생이 결정될까요? 하늘의 뜻대로 되더라구요." 하늘나라를 믿는 사람들은 더 현실적이고 혁명적이며 구체적인 사람입니다. 잘못된 종교의 신봉자처럼 주술적으로 하늘을 믿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사랑, 우정, 평화, 나눔 등 보이지 않는 세상을 믿고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더 많은 재화만을 가지려는 사람은 하늘나라를 모릅니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가치만을 따라갑니다. 하늘나라를 마음에 품는다면 희망이 보입니다. 세상은 10년 주기로 우리를 속일지라도 우리는 희망을 저버리지 않습니다. 세상의 욕심쟁이들은 오늘도 불의를 공모하겠지요. 그러나 하늘나라에 희망을 둔 사람들은 희망이 꺼지지 않습니다./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2017-01-02 홍창진

[서상목 칼럼]창조융합과 상생발전의 생태계를 만들자

정치·경제·복지 상생발전으로우선 선순환 구조 완성해야대선정국에서도 공약으로 제시집권후 새로운 전통 확립 필요권한분산·수평적 행정문화촉진 가능한 내각제 개헌도 기대필자가 꼽는 21세기 핵심어(key word)이자 우리나라가 당면한 핵심과제 두 가지는 단연 창조융합과 상생발전이다. 전자는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서 첨단기술의 융합을 의미하는 제4차 산업혁명이 부각되면서 그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후자는 IT혁명 이후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이 제4차 산업혁명을 맞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 때문에 그 대처방안 마련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산업분야에서 선진국을 따라가는 '모방전략(Fast Follower Strategy)'을 성공적으로 구사함으로써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이제부터는 우리 스스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혁신전략(First Mover Strategy)'을 펼쳐야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를 위해서는 창조와 융합을 통한 혁신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최근 해운, 조선, 철강, 석유화학과 같은 기간산업들이 중국의 추격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도 우리가 '혁신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하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모방전략'과 '혁신전략'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정도로 내용상 차이가 크다. 전자가 확실한 목표를 추구한다고 하면, 후자는 목표 자체가 불확실하다. 때문에 주입식보다는 토론식 교육 방식이 요구되고, 성실과 근면에 더해 창의와 협력이 필요하다. 국가 중심의 지원과 규제보다는 민간 주도의 자율과 경쟁이 요구된다. 더 나아가, '모방전략'에서는 정부와 대기업 중심의 '수직적 문화'가 지배하였으나, '혁신전략'에서는 복합적 생태계에서의 '수평적 문화'가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사회 생태계는 아직도 '혁신전략' 보다는 '모방전략'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경제가 성장동력을 상실하여 2%대 낮은 경제성장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 원인이다. 우리사회 양극화 문제 역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는 커지고 있고, 노동시장에서 임금 격차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회적 스트레스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살률 세계 최고, 노인빈곤율 세계 최고, 그리고 출산율 세계 최저가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그러면 어떻게 창조융합과 상생발전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 할 수 있는 정치·경제·사회적 패러다임을 만들고 이를 정착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필자는 경제와 복지의 선순환을 위해 '웰페어노믹스(Welfarenomics)'라는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전략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기업활동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고, 정부의 전략수립 및 집행 기능을 강화하며, 시민사회의 지역공동체 형성 능력을 확대하여 '지속가능한 자본주의' 패러다임을 정착시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복지를 일자리와 연계시키고, 복지에도 기업가 정신과 금융시장 개념을 도입하여 사회혁신을 촉진시키며, 복지에 경영개념을 적용하여 효율성을 증대시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정치와 경제·복지의 상생발전을 이루어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탄핵정국이 민주주의와 법치국가의 기본 틀 안에서 질서정연하게 진행돼야 한다. 그 후 이어질 대선정국에서도 주요 대선 후보와 정당들이 인기영합적인 정책보다는 창조융합과 상생발전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하여 집권 후 이를 집행하는 새로운 전통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해, 권한집중과 수직적 행정문화를 초래하는 대통령제에서, 권한분산과 수평적 행정문화를 촉진할 수 있는 내각제로의 개헌도 동시에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 전 보건복지부 장관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 전 보건복지부 장관

2016-12-26 서상목

[이남식 칼럼]넛지로 풀어 본 최근의 사태

국민 눈높이서 정치하지 않으면작은사건이 세상을 바꾸게 한다정치인들 국민 안위 외면한채정치적 계산만하면 목적 못 이뤄위기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어국제변화 알아차리고 대응해야넛지 (nudge) 의 사전적 의미는 팔꿈치로 옆구리를 찌르는 것을 의미하지만 심리학에서는 강압하지 않고 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뜻한다.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행동을 유발하는 부드러운 힘의 예를 들어보면, 네덜란드에서는 소변기에 파리 모양의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 이는 아무리 소변기를 깨끗이 사용해 달라는 표어에도 불구하고 잘 이행되지 않는 사용방법에 대하여 과녁을 제공함으로써 획기적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 또 다른 예로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있을 때 계단을 사용하면 건강에 좋다는 표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계단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계단에 조명이 들어오면서 건반처럼 소리를 내자 너도나도 재미로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목격되는 것처럼, 심리학에서는 행동 유도성(affordance)이라고 하기도 한다.결국은 넛지를 잘 활용하면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문제들을 사람들로 하여금 결정을 자연스럽게 유도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최근의 최순실 사건만 보더라도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으며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많은 회의를 가져오기도 하고 있다. 하지만 어찌 보면 대통령 탄핵의 핵심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정유라'사건이 결국은 넛지 역할을 하지 않았나 한다. 교육이 인생을 바꾸는 사다리 역할을 하는 우리 사회의 믿음이 한 인물로 말미암아 신뢰가 깨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대학 입시를 향하여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수많은 입시생, 그리고 학부모들의 입장에서 공정하지 못한 입시의 결과는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일 수 있으며 매우 자연스럽게 촛불을 들지 않을 수 없게 하였다.이번 사건을 나비효과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많다. 정운호 게이트에서 출발된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사건의 진실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해 가는 정치권에 대해서도 정말 믿음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결국 넛지가 수많은 시민들을 행동하게 만들고 결국은 국회가 헌법에 의해 대통령을 탄핵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에 국민의 의견을 표현하게 되지 않았나 한다.앞으로 헌법재판소가 법과 정의에 입각해서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VUCA( volatile, uncertain, complex, ambiguous 즉 불안정하고,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애매한) 시대에서 정치권이 깨우쳐야 할 것은 바로 시민을 움직이는 넛지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으면 작은 사건이 세상을 바꾸게 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선 과정이나 영국의 브렉시트 과정에서도 그간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들이 올해 연출되었다. 간절히 소망한다. 지금 이 시점에도 국민들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고 자신들의 정치적 계산에 몰두하는 정치인들은 결코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변화가 두렵다. 제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는 지금 중국은 거대한 시장을 무기로 새로운 ICBM (IoT, Cloud, Big Data, Mobile device)을 기존의 산업에 융합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있으며 철강, 조선, 자동차, 전자 등 우리 주력산업과 수직계열화 되어 있는 산업구조의 개편에 대한 국가전략과 정책적인 추진이 하루 속히 급한 상태이다.우리의 진정한 위기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으며 변화를 알아차리고 위기에 대응하는 기능이 둔화된 지금이야말로 정말 위기 중의 위기가 아닌가 한다.정치권은 시대의 흐름을 바꾼 시민들에게 이제 보응해야 할 때이다. 나를 버리고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며 현안들을 챙겨주기 바란다. 우리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위기에 최선을 다하여 대처하자. 그리고 국민 모두 주인의식을 가지고 앞으로 있게 될 대선에서는 정말로 훌륭한 지도자를 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해 주기를 간곡히 바란다.다음 대선에서는 어떤 넛지가 작동될 것인가? 결론은 간단하다. 진중으로 국민을 생각하고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이 나라를 물려줄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는 지도자가 그러한 넛지를 만들어 낼 것이다./이남식 수원대학교 석좌교수이남식 수원대학교 석좌교수

2016-12-19 이남식

[이영재 칼럼]우리 사회를 떠도는 정경유착이라는 亡靈

정치인들 창피한 손 내밀지 말고기업인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나라 망치는 '망령' 퇴치 못하면국민들 또 촛불들고 광장 나설것재벌총수들 이번 청문회 계기로존경받는 기업문화 만들어 가야강철왕 앤드루 카네기가 일선에서 물러난 건 기업가로 절정기를 맞았던 1901년 , 그의 나이 66세때였다.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감히 2선 퇴진을 요구하는 이도 없었다. 그런데 '퇴진'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젊었을땐 부(富)를 축적하고, 늙어선 그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는 자신과의 약속때문이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재산'과 '체력'과 '시간'을 자선사업에 모두 소진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것이다. 그는 재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그리고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후에도 '부'라는 것은 개인의 소유는 물론, 가족에게 나눠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굳게 믿었다.카네기는 '부는 신이 자신에게 잠시 맡겨 놓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떠한 역경에 처해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 성격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부에 대한 확고한 철학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절대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 문어발식 경영이란 있을 수 없었다. 오직 철강산업에만 매진했고 그는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그런 그를 미국인들은 존경했고 사랑했다.1988년 12월 14일 5공 청문회에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 회장이 출두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일해재단 자금을 전경련이 주도적으로 나서 모금한 사실과 관련해 "정부의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하고 모든 것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시류에 따라 돈을 냈다. 1차는 날아갈듯 내고 2차는 이치에 맞아서, 3차는 편하게 살려고 냈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그리고 5년 후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였던 정 회장은 대선에 출마했다. 재계 총수의 역할에만 머무르는 것이 성에 차지 않았는지 재력을 바탕으로 '대권도전'이라는 '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갖고 패자는 끝없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한국 정치판의 천박한 속성을 너무도 잘알고 있던 그 였지만, 어찌됐건 그의 도전은 결국 실패했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국민이 실패한 것이고, 국민의 선택을 받은 YS가 실패한 것이라고 믿었다. 28년이 지난 2016년 12월6일, 5공 청문회에 섰던 삼성, 현대차, SK, LG, 한진, 롯데 총수의 2,3세 경영인 6명이 또다시 '정경유착'을 질타하는 청문회에 섰다. 국민들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28년전으로 돌아간 착각에 빠졌다. 모든게 다 변했지만, 고질적인 정경유착은 마치 악마의 주문에 걸린 듯, 단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말 비극적인 날이었다.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 후진 국가에서 일어나는 고질적인 정경유착이라는 망령이 여전히 우리사회에 떠돌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슬픔이다. 공분과 의혹을 불러 일으킨 최순실의 국정농단, 이로인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의 원인은 따지고 보면 정경유착에서 비롯된 것이다. 28년전 청문회 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었다면 대통령 탄핵이라는 치욕을 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재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위험수위까지 다다른 느낌이다. 이번 촛불시위에서 '재벌 해체' '재벌 총수 구속'이라는 피켓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돈만 된다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마구 먹어대는 재벌들의 '식성'에 대한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또 부의 사회 환원보다, 정치 권력과 손 잡고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나아가 대물림하려는 재벌의 행태가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정경유착 망령'이 우리 사회를 떠돌고 있다. 정경유착의 폐해는 제왕적 대통령제보다 더 심각하다. 정경유착 고리를 끊지 못하면 미래는 여전히 우울할 것이다. 그러니 정치인이 나서라. 은밀하게 또는 당당하게 구걸하듯 손을 벌렸던 정치인들은 그 부끄러운 손을 다시는 내밀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준다고 유혹해도 넘어가선 안된다. 나라를 망치는 그 '망령'을 이번에 추방시키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서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재벌 총수들도 마찬가지다.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국민에게 존경받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를 좌우명으로 삼았던 카네기의 기업정신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6-12-12 이영재

[강은교 칼럼]집, 골목 그리고 광장

골목의 자유 꿈꿀 수 있는 광장다음 세대의 출렁임과일어섬이 들어있는 불빛거기엔 무수한 꿈의 불이 켜질 것오로라 같은 빛이 집 가는길을,집의 자유로 가는 길 밝혀 줄 것나는 골목을 좋아한다. 골목에는 참 많은 것이 들어있다. 비록 싸구려라 할지라도 내 안의 걸음이 골골이 새겨져 있는 구두, 혹은 운동화의 흙먼지들이 들어있으며 골목 밖에 대한 설렘이 들어있으며, 큰 길에의 희망이 들어있다. 저녁에 그리로 돌아와 보자. 설사 막다른 골목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그 날의 종착역에 도착한 안도감으로 당신 집의, 또는 당신 방의 문을 열게 할 것이다. 아뜩하게 높은 아파트의 23층 혹은 43층이 당신의 집이라 할지라도 아파트가 서있는 가파른 골목으로 들어설 때면 안전한 곳에 당도했다는 안도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골목은 당신의 집이며 당신의 방이다. 거기 당도하면 당신은 얼른 벗어버릴 것이다. 낮에 입었던, 낯선 이들의 눈길이 무수히 묻어있는 딱딱한 옷들을. 당신의 맨살이 마음대로 숨쉴 수 있는 펑퍼짐한 옷을 입고 맨발로 걸어다닐 것이다. 헐렁한 슬리퍼를 신을 것이다. 아무렇게나 머리칼을 흐뜨릴 것이다. 그뿐일까. 모든 골목은 큰 길에의 희망을 품고 있다. 모든 골목은 큰 길로 이어진다. 그리로 가는 중에는 차들이 엉켜있기 쉬운 회전로터리를 빠져나가야 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버스 정류장을 먼지를 뒤집어쓰며 지나가야 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오늘은 또 누가 내 팔에 매달려 지하로 지하로 내려갈 것인가'하는 생각에 골똘히 잠겨 가끔씩 푸르르 떨기까지 하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지하철 역도 있을 것이지만. 그러다 아마 지하철 입구는 광장으로 이어지기도 할 것이다. 당신의 골목보다 더 많은 골목이 광장엔 모여들고 있을 것이다. 광장은 수많은 골목이 한데 모여 만드는 땅의 바다 같은 곳이다. 그러기에 광장엔 모든 삶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쉬는 계단도 있을 것이다. 아까 집을 나오는 골목을 걸으면서 만났던, 키큰 시다나무가 늦가을 또는 초겨울 황금빛으로 물든 잎을 맨 몸에 달고 가상이에 묵묵히 서 있는 곳도 있을 것이다. 당신은 그 밑에 앉을 것이다. 거기 앉아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 오늘 광장은 그런 의미에서 꿈인지도 모른다. 집을 꿈꾸는, 모든 자유로운 방을 꿈꾸는, 아무렇게나 질질 끌어도 괜찮은 슬리퍼를 신거나, 유행이 한참 지난 신발이나 옛날 검정고무신을 신장 한구석에서 끌어내 뒤꿈치를 꺾어 신어도 아무도 웃지 않을 자유를 주는 집의 꿈일 것이다.마다가스카르 정글에는 연록빛 녹빛의 날개를 속에 감추고 있는 극락조가 있다고 한다. 짝짓기 철이 오면 수컷은 암컷을 유인하기 위하여 날개 펼치기를 한다. 물론 덤불을 편편하게 정리한 작은 집을 마련하고, 정성스레 소제까지 한다. 그런데 그 장소는 키큰 정글의 나무 사이로 빛이 비쳐들어오는 그런 곳이어야 한다. 그래야 극락조는 날개를 몸속 깊은 곳에서 꺼내 마치 빛나는 오로라처럼 넓게 펼쳐 출렁이며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글의 곳곳에서 비슷한 광경이 벌어진다. 그래서 정글은 오로라같이 녹색으로 빛나는 날개들로 밤을 밝힌다. 그러면 그 불에 끌려 암컷들은 서서히 노래부르며 다가온다. 집이 깨끗한지, 바닥이 가지런한지, 어떤 날개가 가장 빛나는지 살피며 멈칫멈칫. 그러면 그날의 빛 정글엔 다음 세대가 출렁이며 일어서는 것이다.광장으로 가라, 골목의 자유를 꿈꿀 수 있는, 다음 세대가 일어서는 광장으로 가라. 가장 가까운 것에 가장 큰 것이 눕는다. 집의 그리운 불을 켜라. 그건 아마 가장 작은 촛불일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그것은 다음 세대의 출렁임과 일어섬이 들어있는 불빛일 것이다.우리들의 광장, 무수한 골목이 강물처럼 모여들어 이루어진 아름다운 광장, 거기에는 무수한 꿈의 불이 켜질 것이다. 오로라같은 빛이 집으로 가는 길을, 집의 자유로 가는 길을 밝힐 것이다. 오늘 당신이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에는 환한 광장의 불빛이 당신의 집 문을 비추고 있다. 당신은 문을 연다. 돌아옴을 위하여 매일 우리로 하여금 골목을 떠나게 하는 꿈의 침대가 누워있는 광장을 연다. 맨살, 맨발의 자유를 위하여, 허식이 없는 자유를 위하여, 가장 따뜻한 꿈을 위하여. '썩은 끈 잘라버리고/그대 자유로운, 오, 영혼이여'하고 외치는 휘트먼의 시구처럼 자유의 커튼이 펄럭이는 당신 집 속의 광장을./강은교 시인강은교 시인

2016-12-05 강은교

[홍창진 칼럼]집단 우울

부정시스템으로 운영된 나라이 사실 안 국민들 우울증에 빠져촛불집회로 '대통령 하야' 외침은건강한 의사표시라고 생각된다증상 제거하려면 최선 다해청렴한 사회 만드는데 앞장서야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집단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의 원수가 국가의 헌법을 송두리째 농단하고 반성과 사과는커녕 대통령직에 보장된 불기소특권을 누리면서 법 뒤에 숨어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상식도 없고 심지어 부끄러움도 모르는 대통령을 대하는 국민은 짜증을 넘어 집단 우울증에 빠져버렸다. 우울증의 가장 큰 특징은 의욕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의욕은 모든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고 삶을 지탱하는 기둥인 것이다. 우울증은 이 기둥이 흔들리는 현상이다. 일상의 삶을 하루하루 어렵게 지탱해 온 서민들이 그 의미를 잃어버리고 일 할 맛이 나지 않는 것이다. 축구선수가 하루에 12시간씩 땀 흘리며 연습을 하고 시합에 나갔는데 심판이 공정한 규칙에 따라 집행을 하지 않고 상대방 편만 들어 주어서, 알고 보니 상대방 감독에게 거액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몇 해 동안 이런 부정 판정이 지속되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가정해 보자. 축구 연습 할 맛이 나겠는가? 그래서 연습할 의욕이 생기지 않고 온 몸에 힘이 빠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우울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축구라는 한 분야가 아니라 나라가 송두리째 부정의 시스템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전 국민이 인지해 버렸으니 전 국민이 집단 우울증에 빠져 버린 것이다. 매 주말마다 계속되는 촛불집회는 이 집단 우울증을 해결하려는 국민 스스로의 대단한 노력이다. 우울증에서 벗어나려면 첫째, 그 우울증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물론 법리적으로야 증거가 있다느니, 없다느니 난리들을 피우지만 이 사회는 법리로만 인지되는 사회는 아닌 것이다. 이 사회는 법리라는 좁은 범위보다 훨씬 커다란 도덕과 상식이라는 세계 안에서 살아가게 되어있다. 따라서 우리가 작금에 겪고 있는 집단 우울증의 원인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대중 집회를 통해 하야를 외치는 것은 건강한 의사표시라고 생각한다. 이 의사표시는 어떤 형태로라도 만족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되리라고 생각한다. 둘째, 우울증의 원인을 알았으면 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제거의 방법은 청렴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사회를 가꾸는 일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과 대의정치에 입각한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정치인이 아닌 이상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집단 의사표시와 선거를 통한 직접 항의 밖에 없다. 이렇게 놓고 보면 또 우울해진다. 정치인이 우리를 대신해서 잘 해 줄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우울해질 수는 없다. 우울증 극복의 마지막 시술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이다. 이 사건이 내 잘못으로 비롯된 일은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면 나는 최선을 다한 것이고 최선을 다 한 이상 나머지는 神에게 맡기고 내 삶을 유쾌하게 진행해야 한다. 어쩌면 흉한 진실을 본 사건이지만 신이 아니었다면 작금의 진실도 세상에 영원히 묻혀 질 수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역사가 증명하듯이 이 세상 돌아가는 현상은 선과 악이 항상 공존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세상은 어쩌면 악의 어둠으로 가득 차 있으며 선이 그 어둠을 뚫고 선한 역사를 만들어왔다. 선이 자라는 와중에도 악은 다시 똬리를 틀고 선을 농락하고 짓밟으면 다시 선이 그것을 극복해 올 것이다. 악의 연대가 커질 때 우리는 저마다 무관심이라는 태도로 그 연대에 가담해 온 것도 사실이다. 내 가족의 생계 앞에 어쩔 수 없이 눈 감아야 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작금의 현실과 같이 사회적 대재앙이 닥쳐왔을 때 우리의 소심함도 둘러보고 비록 우울함의 찌꺼기가 내 맘을 긁고 있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툭툭 털고 유쾌하게 내 길을 가야 한다./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2016-11-28 홍창진

[서상목 칼럼]경기도 '무한돌봄센터' 모델을 전국으로 확대하자

취약계층 개개인을 상대로민간복지·공공기관 협력 통합관리한국최초 '사회복지전달 체계'시·군 크기따라 3~10개센터 운영추가 비용만 道가 부담 '예산 절약'민관 협치·개인별 맞춤관리 장점박근혜 정부는 선거 전 '생애주기별 맞춤복지'를 공약으로 제시하였고, 정부 출범 후 몇 년간의 숙고 끝에 2015년 '사회보장급여에 관한 법'을 제정하여 읍·면·동을 '복지허브화'하는 내용의 공공전달체계 방안을 확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현장의 상황을 살펴보면, 사회복지서비스의 대부분을 민간복지기관들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부문의 전달체계만을 언급한 2015년 '사회보장급여에 관한 법'은 '미완성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사회복지정책의 기본골격이라고 할 수 있는 전달체계를 완성하려면, 현재 경기도에서 시행되고 있는 '무한돌봄센터'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대·실시하면 된다는 것이 '무한돌봄센터'를 구상하여 추진한 필자의 생각이다. 201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무한돌봄센터'는 취약계층 개개인을 상대로 지역단위로 민간복지기관과 공공기관 간 협력을 기반으로 통합적 사례관리가 이루어지는 한국 최초의 사회복지전달체계이다. 시·군별로 크기에 따라 3~10개의 무한돌봄센터가 운영되고, 한 지역에 여러 개의 복지기관이 있는 경우 연락 및 업무조정 역할을 담당할 간사기관을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가 예산지원을 하고 경기복지재단이 사례관리 등 전문적 자문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센터 운영에 소요되는 추가 비용만 경기도가 부담하기 때문에, 지원예산 규모 역시 연간 100억원을 넘지 않을 정도로 경제적이다. 한 마디로 예산절약적이고, 민간과 공공이 협치를 하면서, 수요자 개개인에 맞는 총합적 사례관리가 이루어진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사회복지전달체계에 대한 역사는 1981년부터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전달체계가 확립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81년 필자가 연구팀장이었던 '영세민종합대책' 보고서에서 전문적 전달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전국적으로 '사회복지사무소' 체계를 구축할 것을 건의하였으나,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전두환 정부의 당위론으로 인해 추진되지 못하고, 읍·면·동에 사회복지전문요원을 배치하는 절충안이 1988년부터 시행되었다. 1995년 '보건복지사무소' 시범사업을 추진하였으나,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중도에 필자가 장관직에서 물러남으로써 전국적으로 시행되지는 못했다. 그 후 노무현 정부에서 '사회복지사무소' 시범사업을 추진하였으나, 행정자치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주민자치센터' 안이 정부방침으로 확정되었다. 그러나 '주민자치센터'에서는 전문적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됨으로써, 앞에서 지적한 대로, 2015년 '읍·면·동 복지허브화' 방안이 다시 마련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사회복지업무가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정부의 업무로 확정된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현장의 상황과는 달리, 전달체계에서 민간부문의 기능과 역할은 무시되고 공공 중심의 전달체계만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행정을 지방정부가 담당하는 것은 세계적 지방화 추세로 미루어 타당하다고 사료되나, 민간부문의 역할이 도외시된 전달체계는 큰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민간사회복지계를 대표하면서 민간과 공공의 가교역할을 하라고 '사회복지사업법'에서 법정단체로 지정된 사회복지협의회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다. 시·군·구 사회복지협의회 설치를 의무화함과 동시에, 사회복지협의회로 하여금 민간복지부문을 대표하여 민·관 협력의 주체가 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사회복지협의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모금과 배분과정에서 협력할 것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이 개정된다면, 사회복지전달체계가 완성됨은 물론, '나눔문화'가 활성화되고, 모금과 배분과정에서의 효율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2016-11-21 서상목

[이남식 칼럼]국가 비전의 일관성

국민 합의로 선택된 국정어젠다훼손되지 않게 정부·여당은끝까지 책무 다하는 모습 보여야국가비전 실행 탈정치화 되고전문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일관성 지켜나가는 '지름길'정부가 바뀔 때마다 국가발전을 이끄는 국정 비전이 제시되곤 했다. 참여정부의 경우 국가균형발전,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같이 박근혜 정부에서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이 아닌가 한다. 모든 비전은 많은 토론을 거쳐서, 그리고 시기와 형편에 맞추어 잘 정해졌다고 생각한다. 이번 정부의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또한 제4차 산업혁명의 큰 변화의 물결 앞에 시의 적절한 방향제시라 여겼다. 하지만 지금 많은 국민은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 이러한 중차대한 국가 정책이 대통령 주변의 몇몇 사람에 의하여 주도되고 제멋대로 재단되었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이러한 정책을 이용하여 개인적인 사리사욕을 추구했다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망치는 엄청난 재난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주변의 보좌진과 정책을 담당한 부처의 책임자들이 수수방관하고 방조한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책임을 따지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사태로 말미암아 창조경제나 문화융성이 이 정부의 독점적인 트레이드 마크인 양 인식되어 피어보지도 못하고 사그러질까 하는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이나 녹색성장도 정권이 바뀌자 퇴색되어 예산과 부처의 담당관들이 없어지고, 새로운 정책으로 하루아침에 바뀌는 바람에 5년간 투자한 수많은 예산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안타깝다. 여기서 우리는 냉정하게 이번 사건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항상 잘 못된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를 해결하고 풀어가는 과정이라 본다. 결국 국가와 국민 그리고 우리들의 미래를 위하여 처벌해야 할 대상과 또 지켜가야 할 것들에 대한 분별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성숙된 사회로 도약하는 지름길이 아닌가 한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수많은 중소기업의 미래가 풍전등화이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기존의 중소기업과 접목되어서 새로운 창조적 혁신이 일어나야 다시 우리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정의 비전을 일관성 있게 가져가지 못하면 국가의 미래가 너무나 훼손될 것이다. 따라서 헝클어진 추진체계와 과정을 추스르고 참여자들을 바꾸고 제대로 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챙기지 않으면 사건의 시작보다 더 큰 피해를 국민 전체가 입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이 대통령을 선출할 때는 개인도 중요하지만 정책을 보고 뽑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국민적 합의를 통하여 선택된 국정어젠다가 훼손되지 않도록 지키는 마지막 책임을 다해는 것을 현 정부와 여당이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국정농단 사건이 국민 전체에게 타산지석이 되어 그간 모든 대통령이 임기 말에 엄청난 시련을 겪은 모습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았으면 한다. 필자도 이번 11월 말에 4년간의 대학총장 임기를 마치게 되면서 이러한 소용돌이 없이 임기를 마치게 된 것이 너무 감사하다. 대학 또한 사회의 축소판인지라 다양한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많은 일이 벌어지는 터라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대통령의 직책이 점점 더 무거워지는 동시에 더욱 어려워지는 시점에서 우리 국민들은 향후 어떤 리더를 어떻게 뽑을 것인가에 대하여 더 많은 관심, 투철한 평가, 그리고 책임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더욱 신중해야 하겠다. 또한 많은 분야가 전문가에 의해 결정되기보다는 정치적인 힘으로 해결하려는 양상이 두드러지는 것 또한 문제이다. 모바일이나 SNS로 인하여 모든 사람이 목소리를 내고 자기 의견을 주장하는 직접민주주의는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인데 이러한 개인의 힘이 정치화되어 이제는 전문가의 경험이나 판단이 힘을 잃어가다 보니 정치가 모든 결정을 장악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국가 비전의 수행이 탈정치화되고 전문화되는 것이야말로 국가 비전의 일관성을 지켜가는 지름길이 아닌가 한다./이남식 계원예술대학 총장이남식 계원예술대학 총장

2016-11-14 이남식

[이영재 칼럼]그래도 내일의 태양은 떠 오른다

매일 터지는 의혹 국민들 허탈대권 잠룡들 혼란 정국 수습보다부산하게 주판알 튕기는 소리만거리에 나선 민심 등에 업고권력 잡으려는 정치인 주변 가득국민들 지혜롭지만 냉철하기도세살짜리 아이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내일이 언제야?" 엄마가 말했다. "하룻밤만 자고 나면 내일 이란다"다음날, 아이는 눈을 뜨자마자 엄마에게 달려갔다."엄마, 오늘이 내일이야?" 엄마는 "아니 얘가 요즘 왜 이러지?"라며 약간 귀찮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오늘 밤이 지나야 하는 거야. 그리고 그 다음날은 모레, 그 다음날은 글피…." 다음날 아침, 아이는 또 엄마에게 달려갔다. "엄마! 엄마! 오늘이 진짜 내일이지?" 엄마는 이제 더 참을 수 없다는듯이 "아니, 없어! 내일은 없어, 없다구!"라고 소리쳤다.이 말을 들은 아이는 천연덕스럽게 중얼거렸다. "아! 내일은 없는거로구나. 우리에게 내일은 없었어." 그러면서 밖으로 뛰어나간 아이는 놀이터에서 모여 놀고 있는 친구들에게 소리쳤다. "얘들아! 엄마가 그러는데 우리에겐 내일은 없대. 그러니 오늘 실컷 놀자!"웃자고 한 얘기다. 너무 답답해서 말이다. 토요일 광화문을 가득 메운 촛불을 보고 있노라니 한숨만 나온다. 그곳에 있던 시위대의 함성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없인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말이 섞여 들리는 것 같았다. 이런 분위기라면 정말 내일은 없을 것 같다. 한국사에 제법 굵직한 사건을 모두 겪었던, 50·60대들에게도 이번 사태가 큰 충격이었는데 '헬조선'이 몸에 밴 청춘들의 충격은 더 컸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 국민들은 이를 잘 수습하곤 했다. 10·26도 그렇고 5·18도, 6·10도 그리고 IMF가 터졌던 그날도, 마치 그때 세상이 모두 끝나는 줄 알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 잘난 정치인들 때문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이 현명해서다.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그 '유연함' 그게 우리 국민의 저력이다. 위기 때마다 우리 국민은 늘 그랬다.1979년 10월27일 아침. 날씨가 제법 쌀쌀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거리에는 온통 신문지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 有故'라는 제목의 호외였다. '유고'라는 생판 처음 본 단어. 사전적 의미는 '특별한 사정이나 사고가 있음'이지만 이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지나가는 어른이 얘기해 줘서 알게 됐다. 장기집권하던 대통령에게 무슨 일이 생겼으며, 호외까지 발행했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 박 대통령의 죽음은 충격이었지만 우리는 잘 극복했다.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건, 그렇지 않건 매일 터져 나오는 의혹 때문에 국민들은 배신감과 허탈감, 무력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5%라는 지지율은 여론 조사기법의 신뢰성을 차치하고라도, 이는 박 대통령에게는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 정치권의 목소리가 늘 커지는 법이다. 그래서 정치권이 요동을 친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다.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기 보다, '대권'을 잡기 위해 잠룡들이 부산하게 주판알을 튕기는 소리로 요란하다.세상사 별일 다 겪은 50·60대는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을 그리 크게 믿지 않는 편이다. 어렵게 얻어냈던 '80년의 봄'을 정권욕에 불타는 3金 때문에 군인들에게 그냥 내준 꼴이 됐다. 6·29는 정치인이 얻어 낸 성취물이 아니라 국민의 손으로 쟁취한 민주화였다. 그럼에도 전두환의 연장선에 있던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건, 또다시 두 명의 金씨가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IMF때도 고사리 같은 국민의 손가락에서 빼낸 금반지가 나라를 구했지, 그때 정치인들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정국 안정 보다 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더 끌고 가고 싶을 것이다. 벌써 그런 전조(前兆)가 보인다. 거리에 나선 민심을 등에 업고 권력을 잡으려는 정치인만 주변에 가득하다. 민심은 내 편이며 차기 정권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국민은 냉철하다. 여권의 지지율이 폭락해도 야권의 지지율이 정체를 보이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정치인이 아니어도 내일의 태양은 또 떠오른다. 세 살짜리 꼬마가 내일이 없다고 소리쳐도, 내일은 소리 없이 왔으니까. 어수선한 난국을 스스로 헤치고 극복해 나가는 우리 국민의 지혜를, 나는 믿는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6-11-07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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