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명칼럼

 

[방민호 칼럼]반드시 밝혀야 할 '세월호' 진실

해경청장 헬기로 이동하는 사이배로 옮겨다니다 희생된 학생이야기일부 구조담당자 책임으로 축소 우려중추·하위 권력이 무슨일 벌였는지왜 구하지 않았는지 명백히 밝혀져야 세상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홍콩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해 맞은 사람이 위독상태라고 한다. 시위 중 추락사 한 대학생을 추모하는 행사에 참여한 사람을 향해 또다시 국가적 폭력이 행사된 것이다. 사태가 돌아가는 양상을 보면 중국 정부에서는 의도적으로 '비상사태'를 방치 내지 유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 홍콩 사태는 당장 1989년 4월에 베이징에서 일어난 천안문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 중국 정부는 대학생이 주축을 이룬 시위대를 폭력으로 진압해서 오늘에 이르렀던 것을, 이번에는 중국에 반환된 홍콩에서 새로운 '반복' 조짐이 나타나는 것이다.홍콩 사태에 관해 채널 티브이들은 숨 가쁜 어조로 그 심각성을 전달한다. 그러나 좀처럼 이 사태를 한국의 과거에 오버랩시키는 것은 자제하고 있지만 아는 사람은 알고 느끼는 사람은 느낀다. 경찰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쏜다는 것, 그것은 1980년에 우리 군부가 광주 시민들을 향해 참혹한 폭력을 행사했던 사실에 직접 연결된다. 헬리콥터에서 기총 소사가 있었다는 최근의 '전언'은 '5·18'이 사십 년 가까운 지금에까지 아직도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국가 또는 국가의 특정한 중심 세력이 국민, 시민을 향해 살상 무기를 드는 행위는 현대 국가가 결코 문명적으로만 운영되고 있지 않음을 말해준다. 문명이 진보하는 만큼이나 야만도 훨씬 더 큰 규모로 증대하고 있는 것이 이 현대 국가의 커다란 모순 중 하나다. 프랑스 현대비평가 미셸 푸코는 현대 이전에 '국가'는 그 구성원들을 죽게 내버려두거나 살게 하는 반면, 현대 '국가'는 그들을 살게 하거나 죽게 내버려 둔다고 했다. 이를 받아 이탈리아 비평가 조르지오 아감벤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같은 예증을 들어, 이제 이 현대국가는 '생명 정치'만큼이나 '죽음의 정치'를 행한다고, 이 수용소 같은 국가 체제는 그 구성원들의 생명을 처분할 수 있는 전대미문의 권력을 소유한다고, 그리하여 죽음으로부터 간신히 살아남는 인간들을 재생산하는 체제라고 말한다. 정확히 옮긴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아감벤의 '죽음의 정치'는 필자로 하여금 필자의 시선을 늘 2014년 4월 16일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 기이하고도 참혹한 참사는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일어난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처음에 기성세대들은 한껏 양심적인 척하면서 경제주의, 물질주의의 탐욕이 이 참사를 불렀다고 입을 모았다.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안개 짙은 밤에 출항을 결정한 선박회사의 책임을 부각시키면서 이 책임을 다시 사회 전체와 특히 기성세대의 물질주의로 분산, 해소시키는 논리였다. 필자 또한 처음 며칠 동안은 그렇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텔레비전이 생중계를 하는 와중에 어떤 구원의 손길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침몰해 가던 배 안의 고등학생들의 절규는 그러한 분산, 해소 논리를 의심하게 했다. 해경청장이 헬기를 타고 날아가는 사이에 배에서 배로 옮겨 다니다 생명을 잃은 학생의 이야기도 자칫 무성의하고 안일한 일부 구조 담당자들의 도덕적, 법적 책임 문제로 세월호 참사를 축소시키기 쉽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때 국가가, 국가를 움직이던 중추 세력이, 그 상위 권력의 의지를 받든 하위 권력이 무슨 일을 어떻게 벌였는지 알아내야 한다. 도대체 왜 가만히 있으라 했는지, 왜 구하지 않았는지, 왜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들을 가로막았는지 밝혀져야 한다. 국가가 국가의 이름으로 명백하게 또는 은밀하게 행사하는 죽음의 통치 시대를 끝내야 한다. 이 나라에서도, 황해 너머에서도, 현해탄 건너에서도 국가의 죽음의 폭력을 은폐하고 왜곡하고 변명하는 시대에 종언을 고해야 한다./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2019-11-11 방민호

[이남식 칼럼]위기가 기회다

한국 내수부진으로 투자·소비 위축'日 잃어버린 20년' 상황 비슷 우려 '노후경제·출산율' 해결열쇠 대학 수출산업으로 전환 변화 추구해야교육당국, 미래문제 해결정책 기대우리나라는 수출의 감소, 내수부진으로 경기가 둔화되고 경제성장률은 1%대로 하락하였으며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52시간제로 소득이 감소하고 저금리정책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나며 이의 부실이 커지고 있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인구가 급격하게 감소되고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는 급증해 각종 의료 복지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을 앞둔 현재 경제민주화나 복지의 명분으로 현금성 수당과 혜택이 늘어나고 있어 미래의 정부 재정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비슷한 상황으로 장기불황과 디플레이션, 부동산침체 및 가계부채 부실화로 인한 금융부실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제조업은 향후 생산인구의 감소로 큰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한편 미국은 기대수명이 20년 늘어나는데 90년이 걸렸는데 우리나라는 1970년 62.2세였던 기대수명이 2017년 82.6세로 불과 47년 만에 20년 늘어나게 되었다. 2017년 WHO와 영국의 임페리얼컬리지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OECD 35개국 중 우리나라에서 2030년에 태어나는 남녀의 기대수명이 90세가 넘어 세계 최장수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의 앞선 의료보험과 세계 최고의 의료전달 체계로 말미암아 이러한 결과가 예상되는데,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의료비용과 노인요양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또한 지난 10년간 150조원을 쏟아부은 출산율을 올리는 각종 정책에도 불구하고 2009년 44만명의 신생아는 2018년 32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정도쯤 되면 이제는 관점을 바꿀 때가 되었다고 본다.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이 문제를 도저히 해결할 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청년실업의 문제는 조만간 청년인구의 감소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진짜 심각한 것은 평균 90세 이상 사는 노인들의 노후경제 문제이다. 또한 출산율 문제도 이민정책에 대한 전향적인 패러다임의 변화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대학에 있다고 본다. 이제는 삼모작 시대이므로 60세 이후에 대학에서 평생직업교육을 통하여 노인인구를 재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과거의 평생교육은 교양이나 취미 등이었으나 향후에는 생산인구의 연령을 확장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을 통하여 노인인구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대학의 중요한 역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즉 대학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아니라 교육의 대상을 바꾸어 새롭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전환이 시급하다. 호주의 경우 세 번째로 큰 수출산업이 교육이다. 즉 해외 유학생들이 2017년 호주에서 쓴 교육비가 무려 247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학들이 하루속히 국제적인 교육의 통용성을 갖는다면 해외에서 한국의 앞선 과학기술과 문화를 익히기 위하여 수많은 유학생들이 오게 되고 특히 이러한 교육과정을 거쳐서 우수인력은 우리의 부족한 생산과 소비의 인구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미 미국, 캐나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이러한 정책을 펼쳐 2017년 기준으로 미국에는 4천441만, 캐나다 786만, 독일 1천217만, 영국 884만, 프랑스 790만, 이탈리아 519만,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홍콩 228만, 싱가포르 262만, 태국 359만, 일본 232만명의 외국인 거주자가 있다. 같은 통계에 우리나라는 아직 100여만명에 불과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통념은 외국인거주자=외국인근로자이나 이를 바꾸어 높은 학력과 경제력을 갖춘 이민자들을 우선적으로 받는다면 국가경제를 활성화 시킬 뿐만 아니라 국가 R&D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이 예를 들면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입학 때부터 높은 수준의 한국어 어학능력만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오히려 다른 나라들처럼 영어실력을 갖출 경우 유학을 허용하고 홍콩·싱가포르처럼 영어로 대학교육을 진행한다면 전 세계로부터 유학생이 몰려올 것이다. 당연히 외국인 교수도 다수 채용하여 완전히 국제적인 수준의 대학으로 탈바꿈한다면 지금과 같은 인위적인 대학의 구조조정은 전혀 필요 없으며 오히려 대학이 수출산업으로 전환 될 것이다. 그간의 고정 관념에 빠져 변화를 추구하지 못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지 못할 것이다. 대학 입시를 수시냐 정시냐를 큰 이슈로 삼을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미래의 문제를 해결하는 큰 정책을 교육당국에 기대해 마지않는다./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

2019-11-04 이남식

[이영재 칼럼]다시 읽는 대통령의 취임사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조국 사태로 명문장서 조롱의 상징으로이제 남은 2년 6개월은 '대통령의 시간'잘못된 결정 있었다면 수정하는게 의무며칠 후면(11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5년의 반환점을 지나게 된다. "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예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라며 희망찬 취임사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집권기 반이 지난 것이다. "아직도 반이 남았다"고 하는 국민도 더러 있을 것이고, "벌써 반이 지났나"라며 시간의 빠름에 새삼 놀라는 국민도 있을 것이다. 이제 언론은 반환점을 돌고 있는 문 대통령의 2년 6개월에 대해 많은 논평을 쏟아낼 것이다. 전임 박근혜 정권은 '불통'으로 일관하다 몰락했다. 그것을 지켜본 2년 6개월 전 문 대통령은 '불통'이 아닌 '소통'의 길을 가겠다는 구호로 집권했다. 마치 전 정권의 실정을 모두 알고 있다는 듯, 민심의 출렁임과 경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취임사를 다시 꺼내 읽은 것도 그래서다. 취임사는 구구절절 명문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는 말할 것도 없고,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광화문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습니다"라며 소통을 강조한 부분에서는 지난 취임사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설레기까지 했다.그러나 문 대통령은 취임사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합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습니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입니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습니다"라고 했지만, 공허한 구호였다. 언론을 멀리한다며 전임 대통령을 그토록 비판했으면서도, 정작 문 대통령의 공식 기자회견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물론 반대 진영이나 야당 인사들을 만나 의견을 구하지도 않았다."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습니다. 공정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약속했지만, 조국사태로 국론은 찢어지고, 갈리고, 분열되며 '조국 지지'와 '조국 반대' 집회가 대규모 세 대결 양상으로 이어졌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광장 정치를 뜨겁게 달궜다. 그래서 민심과 동떨어진 문 대통령의 인식과 발언은 여러 번 논란이 됐다.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른 적도 있었다. 문 대통령 취임사 내용 중 백미는 단연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일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대통령의 취임사가 있었지만, 집권기간 자신들이 가야 할 길을 이렇게 시적 문장으로 아름답고 명쾌하게 적시한 취임사는 없었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학 과정이 드러나면서 '공정 사회'에서 살고 싶었던 20대는 좌절했고, '정의 사회'에 살고 싶었던 국민은 분노해 이 시적 문장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조롱하는 상징의 문장이 되었다. 2017년 5월 10일 취임사를 읽던 문 대통령은 2년 6개월 후, 우리 사회가 이렇게 분열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입만 열면 촛불 혁명으로 태어나 공정, 평등, 정의로 가득 차있을 것 같은 대한민국이 2년 6개월 만에 이렇게 처참하게 부서질 줄도 몰랐을 것이다. 취임사 중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이 지켜졌을 뿐, "힘들었던 지난 세월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습니다"가 "그럼 이건 나라냐"라는 푸념으로 되돌아올 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반환점을 돌면 후회는 많아지고 시간은 더 빠르게 지나간다.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그 꽃이 내려올 땐 보이네'라는 시처럼, 확실해 보였던 정책도 "그때 내가 왜 그런 결정을 했던가"라는 후회가 남는 경우가 많다. 이제 남은 2년 6개월은 '대통령의 시간'이다. 그것도 레임덕이 없을 경우를 가정해서다. 잘못된 결정이 있었다면 남은 시간에 이를 수정해야 한다. 그건 용기가 아니라 대통령의 의무다. 판단 착오를 인정하기 싫다고 외면할 경우,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아직도 임기가 반이 남았다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9-10-28 이영재

[윤상철 칼럼]거짓말로 무너지는 사회

'사기' 발생건수 모든 범죄 중 1위OECD국가 중 관련범죄율도 최고권력과 이익 취하기 위한 '거짓말'교양있는 시민도 진위 파악 어려워신뢰 상실하고 밑으로부터 '붕괴'영국의 총리 디즈레일리는 "세상에는 3가지 거짓말이 있다"고 말했다. 거짓말, 지독한(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한다. 선의의 거짓말이나 위선적 거짓말은 사회적으로 권장되지는 않지만 스스로의 편익을 취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용납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권력과 이익을 취하기 위한 지독한 거짓말은 사회적 신뢰를 약화시켜 사회적 행위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나아가 온 사회를 타락하게 한다는 점에서 묵과하기 어렵다. 더구나 "하나의 거짓말을 참말처럼 하기 위해서는 항상 일곱 가지 거짓말을 필요로 한다(마르틴 루터)." 여기에 불공정한 언론과 정치편향적인 조사기관, 그리고 이해당사자들이 만드는 통계까지 더해진다면 그 사회의 성원들은 정의/부정의, 삶의 목표, 후세대의 교육 등 일상적인 삶에서 아노미 상태에 이른다. 예부터 우리 사회의 '중요한 타자'들은 "착하지. 거짓말은 하지 마라"며 아이들을 격려하곤 했다. 이렇게 자리 잡은 사회적 규범은 경제적 저발전과 빈곤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이웃, 나아가 사회를 신뢰하는 기반이었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거짓말이 많아졌다. 대검찰청의 '2018년 범죄현황'에 따르면, 2015년부터 사기발생건수가 모든 범죄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세계보건기구의 2013년 발표한 '범죄유형별 국가 순위'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37개 회원국 중 사기범죄율 1위를 기록했다. 무고사건 역시 2015년을 고비로 연 1만건을 넘어섰고, 김영란법과 맞물리면서 급속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본의 한 경제잡지에는 한국에서 위증죄로 기소된 사람 수가 일본의 66배, 인구 대비로는 165배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최근 이른바 조국사태에서 우리들은 한 번의 거짓말을 정당화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만들어내는지, 한 사람의 거짓말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추가적 거짓말을 필요로 하는지 직접 체험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기자간담회와 국회청문회에서 자신을 향한 의혹에 대해 '모른다'거나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었다. 블라인드펀드, 펀드의 실제 소유자, 자녀 입학 관련 논란 등은 위법 여부를 떠나 곧바로 확인된 거짓말들이다. 법무장관과 그 가족들의 거짓말은 더 많은 거짓말을 만들어냈다. 국무총리의 압수수색 언급은 그가 중요한 정보로부터 차단당해 있거나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여당대표는 조국관련 보도건수 언급이나 검찰의 결론 없는 먼지떨이 수사 등의 근거 없는 거짓말로 검찰을 압박하거나 국민들을 현혹시켰다. 조국 전 장관의 강력한 지원자인 유시민씨의 '증거보전'논란이나 김어준씨의 SAT점수 혹은 논문제출논란 등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곧바로 확인될 거짓말로 자기 대중을 포획하는 사례들이었다. 조국씨가 장관직을 사퇴한 이후에도 그들의 거짓말은 스스로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다.같은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만을 위한 개별 대통령기록관 예산을 본인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의결해놓고도 언론이 문제 삼자 "지시도 원치도 않은 일이라 격노했다"고 청와대 브리핑은 전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 산하 교통공사의 고용세습과 채용비리가 감사원 감사로 확인되자 "채용비리는 사실이 아니었다"고 대담한 거짓말을 하면서 거꾸로 언론을 비난하기도 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처럼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쉽게 화를 내는 모양이다. 스스로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타인을 공격하거나 비난하기도 한다. 교양있는 시민이라 하더라도 타인의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지 쉽게 간파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얼마 동안 속일 수는 있고, 또 몇 사람을 늘 속일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을 늘 속일 수는 없다고 링컨은 말한다. 또한 그 거짓말은 스스로에게 자살행위일 뿐 아니라 건전한 인간사회에 대해 칼을 꽂는 행위라고 에머슨은 일갈한다. 거짓말이 횡행하고 거짓 선동이 이뤄지는 동안 우리 사회는 인간 상호 간의 신뢰를 상실하고 밑으로부터 붕괴하고 있다. 심지어 그 거짓말을 지켜내거나 반박하기 위해 대중들이 동원되기도 한다. 전혀 무관한 정치적 명분을 제시하지만 사실은 그 거짓말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 거짓말에 정치적 경제적 명운을 건 세력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 사회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셈이다. 젊은이들이 말하는 '헬조선'은 그러한 거짓말이 세운 사상누각일지도 모른다./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2019-10-28 윤상철

[전호근 칼럼]그레타 툰베리

영향력 커진 스웨덴의 중학생매주 금요일 학교수업 거부하고의사당 앞에서 홀로 '기후 시위'급기야 선생님까지 함께 피켓들어인류의 미래 감히 빼앗을 수 있나얼마 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조롱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간 보아온 트럼프의 인격을 감안할 때 전혀 놀랄 일이 아니지만 전 세계에서 화석 연료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의 대통령이 어떻게든 의견을 표명해야 할 정도로 툰베리의 영향력이 커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다.내가 툰베리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지난 학기 '세계와 시민' 교과목을 강의하면서였다. 학생들에게 '세계 시민 교육'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일국 단위의 시민운동이 어떤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 설명한 다음 그런 한계를 돌파한 사례를 찾다가 툰베리를 알게 된 것이다.툰베리는 스웨덴의 중학생으로 올해 열여섯 살이다. 애초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고 나서 어른들이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기리라 기대했으나 어리석은 어른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걸 금방 깨닫는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한 끝에 그는 매주 금요일 학교 수업을 거부하고 스웨덴 의사당 앞에서 홀로, 기후를 위한 스트라이크를 시작했다.시간이 흐르면서 처음에 툰베리의 제안을 거절했던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고 급기야 선생님까지 함께 피켓을 들더니 마침내 학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학교 측은 자신들의 학생에게 일어날 수업결손을 보충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학생을 돕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다. 나는 정말 놀랐다. 학생이 수업을 거부하고 하는 일에 선생이 참여하고 학교가 따르는 일은 다른 곳에서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기 때문이다.처음 툰베리가 수업을 받지 않고 피켓을 들겠다고 했을 때 그의 부모와 선생, 다른 어른들 모두 반대하면서 한 말은 이렇다. 지금은 열심히 공부하고 장래 뛰어난 기상과학자가 되어 기후문제를 해결하라고. 하지만 툰베리는 그들의 거짓말을 믿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이미 세상에 넘칠 정도로 많지만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스스로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고 무슨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어른들은 기후 변화를 중지하기 위해 무엇을 중단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제 어른들은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인정할 때가 되었다. 어른 말을 잘 들을 때가 아니라 아이의 말을 잘 들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에서 보이저 1호가 61억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촬영한 지구 화상을 보고 이렇게 이야기했다."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보면 지구는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에게는 다릅니다. 저 점을 다시 생각해보십시오. 저 점이 우리가 있는 이곳입니다. 저곳이 우리의 집이자, 우리 자신입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당신이 아는, 당신이 들어본, 그리고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이 바로 저 작은 점 위에서 일생을 살았습니다. 우리의 모든 기쁨과 고통이 저 점 위에서 존재했고, 인류의 역사 속에 존재한 자신만만했던 수천 개의 종교와 이데올로기, 경제체제가, 수렵과 채집을 했던 모든 사람들, 모든 영웅과 비겁자들이, 문명을 일으킨 사람들과 그런 문명을 파괴한 사람들, 왕과 미천한 농부들이,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들, 엄마와 아빠들, 그리고 꿈 많던 아이들이, 발명가와 탐험가, 윤리도덕을 가르친 선생님과 부패한 정치인들이, '슈퍼스타'나 '위대한 영도자'로 불리던 사람들이, 성자나 죄인들이 모두 바로 태양빛에 걸려있는 저 먼지 같은 작은 점 위에서 살았습니다."먼지 같은 작은 점, 그것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다. 그런 지구가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위기는 한 개인이나 한 국가가 해결할 수 없다. 인류 탄생 이래 처음으로 인류가 모든 차이와 경계를 넘어 실천해야 해결이 가능한 문제에 맞닥뜨린 것이다. 만약 이 위기를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더 이상 미래는 없을 것이다.툰베리는 가진 게 없다. 그가 가진 건 그의 미래뿐이다. 그것은 툰베리의 미래일 뿐 아니라 인류의 미래이기도 하다. 어떻게 감히 그에게서 미래를 빼앗을 수 있겠는가./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019-10-21 전호근

[이명호 칼럼]일본의 노벨상, 부러워 하기전에 부끄러워해야

日, 연구제안서 준비 기간만 10년장비 개발·성과 얻기 '12년 소요'우리나라, 연구자 프로젝트단위로정부예산 받아 1~5년 정도 수행자력 연구비 확보땐 통제도 안받아매년 10월이 되면 과학기술계에 되풀이되는 질문이 있다. 언제 우리나라는 노벨과학상을 탈 수 있나?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국회의원들은 올해 일본 노벨화학상 수상을 거론하며 왜 우리나라는 노벨과학상을 타지 못하냐며 과학기술자들을 질책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한 야당의원은 "박정희 대통령이 과학기술 입국이라는 꿈으로 53년 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만들어 줬으면 지금쯤 되면 노벨과학상 나와야 한다"며, 아직도 노벨상 하나 타지 못한 것은 결국 과학기술인들의 노력이 부족하고 마음가짐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과학기술계 답변도 판박이였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일본 정도의 연구 인프라와 역사, 자율성, 지속성이 확보되면 자연스럽게 노벨상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덧붙여 "우리나라에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이 25개 있다면 일본은 기초원천 연구를 수행하는 리켄(RIKEN·이화학연구소) 등은 우리나라보다 최소 2배 이상의 연구기관 규모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도 노벨과학상 수상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로 "출연연의 정비, 지원 등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과학기술계 책임자들은 "인력 규모는 물론 예산 규모도 일본이 우리보다 1.5~2배 정도 크다며, 연구의 질은 그 규모에 비례한다"는 답변을 반복하였다.정말 우리가 노벨상을 못 받는 이유가 노력 부족이거나, 규모의 문제일까? 우선 규모의 문제를 살펴보자. 과학기술계 정부 출연연 25개의 전체 인원은 1만6천명 수준으로 기관별 평균 630여명 수준이다. 가장 인원이 많은 기관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으로 2천100명, 한국원자력연구원 1천200여명이고, 대부분의 기관들은 20%에 달하는 정원 외 비정규직까지 포함하여 200~300명 수준이다. 규모의 경제, 융합 연구, 연구의 질을 위한 규모로서는 턱도 없이 적은 규모이다. 왜 이런 작은 규모의 연구소들이 난립한 것일까? 과학지식의 축적과 진화를 무시한 채 새로운 유행을 좇아 특정 연구소를 만들어 나간 무원칙한 과학기술 정책과 그 이면에는 정치논리로 자기 지역에 연구소를 유치하려고 하거나, 기관장 수를 늘려 공무원의 자리를 만들려는 관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다수의 노벨상을 배출한 일본의 리켄은 어떠한가? 리켄은 기초원천 연구를 하는 연구소라기보다는 일본에서 유일한 통합과학을 수행하는 종합연구소이다. 인원은 약 3천400명에 달한다. 1917년에 설립된 리켄은 일본 왕실의 하사금과 정부보조금, 민간기부금 등 정부와 민간기업의 협력으로 설립되었다. 처음에는 재단법인으로 설립되었으나 주식회사로 바뀌었다가 현재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독립행정법인이 되었다. 2~3년마다 개최하는 리켄자문위원회에서 연구 평가의 기본 잣대와 5년간 R&D 방향을 정한다. 이런 구조가 있기에 독립적, 자율적, 창의적인 연구, 장기적인 연구가 가능했다. 한 리켄의 이사장은 입사한지 25년이 되었는데, 연구 제안서를 준비하는 데만 10년, 연구장비 개발하고 연구 결과를 얻기까지 12년이 걸렸다고 한다. 물론 이와 같은 장기연구가 가능한 테뉴어 연구원은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90%는 5년마다 평가를 통해 연구원 신분을 유지하는 임기제 연구원이다. 대부분의 신진 연구자들은 선임 연구자들과 함께 대형연구를 수행해보는 경험을 쌓고 대학으로 돌아가서 독립적 연구를 수행하며 연구소와 인력교류를 한다. 이러한 두뇌의 순환이 리켄의 핵심적 가치 중 하나다. 또한 리켄이 장기간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기초연구에 집중하면서도 연구성과물을 사회에 환원하는데도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63개의 기업이 설립되었고 사업화에 따른 수익이 다시 기초과학에 쓰이는 구조를 만들었다.반면에 우리나라 정부 출연연의 연구 환경은 어떠한가? 연구소의 자체 연구 기획과 예산배분 권한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연구자가 제안서를 만들어 프로젝트 단위로 정부 예산과 인건비를 받아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정도 연구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자기 노력으로 연구 예산을 딴 연구원은 연구소의 통제도 받지 않는 구조이다. 연구소 내의 협력은 기대하기 어렵고 지식이 연구소 내에 축적되지도 않는다. 장기간의 꾸준한 연구는 있을 수 없다.일본이 노벨상을 받는 것을 부러워하기 전에 아직도 정부에 종속된 연구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

2019-10-14 이명호

[홍창진 칼럼]마음의 문턱

상대방이 호의적이지 않는 이유는생각보다 높은 내마음의 문턱 원인누군가 말문 닫는다면 나를 돌아봐그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관찰하고적극적으로 물어 관계를 회복해야산다는 건 결국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 서로 주거나 받는 일을 해나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를 시작으로 형제, 친구 이어서 학교와 직장 인연까지 평생에 걸쳐 무수한 인간관계를 이루게 됩니다. 이런 여러 관계 속에 돈이든 마음이든 무엇을 얼마만큼 주고받느냐에 따라 사람의 됨됨이가 평가됩니다. 그 평가에 따라 상처받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하지요.나는 이 정도면 많이 주었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은 턱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때 상대는 아쉬워하고 아쉬운 표현을 들은 사람은 "너는 내게 무얼 해주었느냐"며 화를 냅니다. 하지만 서로의 잘잘못을 따져봐야 감정의 골만 깊어질 뿐,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서먹해지고 맙니다.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본 내용입니다. 그 프로그램은 어떤 관계에 놓인 두 사람이 5분간 대화 없이 눈 맞춤을 하고 그다음 서로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제가 본 장면에서는 스물여섯의 미혼모가 일곱 살 난 아들과 출연했습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눈을 맞추는 순간부터 눈물이 그렁그렁했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젖은 눈을 쳐다보다말다 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약간 원망이 섞인 눈빛으로 엄마를 바라보았습니다. 눈 맞춤이 진행되기 전에 왜 어린 아들과 눈을 맞추고 싶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사실 엄마는 스물이 채 되기도 전에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 아빠와 그의 집안에서 낙태를 종용해 결국 외부모가 되었다고 합니다. 비록 아빠 없이 홀로 아이를 낳았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아이를 위해 밤낮없이 일하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남부럽지 않게 키우기 위해 무슨 일이든 마다않고 열심히 살았는데 어느 날 일곱살배기 아들이 갑자기 가출을 했다는 겁니다. 엄마로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이었고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아서 이 프로그램에 출연 신청을 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5분간의 눈 맞춤을 끝낸 엄마와 아이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먼저 물었습니다. "왜 그때 아무 말 없이 집을 나간 거니?" 한참 동안 몸을 꼬며 말을 않던 아이가 엄마의 거듭된 질문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엄마가 큰 소리로 말했잖아."그토록 사랑한 아들이지만 마음만 앞섰을 뿐 표현은 늘 큰 소리로 화난 듯 말하기 일쑤였던 겁니다. 생각해보면 엄마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그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어 아빠 없이 아이를 키우려니 얼마나 무섭고 불안했겠습니까? 각박한 현실을 홀로 맞서 살아내려니 사랑하는 아이에게조차 지친 마음과 짜증이 묻어나온 것입니다. 아들을 얼싸안으며 엄마는 "앞으로 절대 큰소리로 말하지 않을게. 엄마가 잘못했어"라며 울먹였습니다. 아이는 엄마 품 안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매일 뽀뽀해주고 안아줘."우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 아이의 엄마처럼 나를 돌아보고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는 가족과 이웃을 향한 내 마음의 문턱이 무척 낮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배우자에게, 자녀에게, 친구와 동료에게 나는 할 만큼 잘하는데 왜 나를 따뜻하게 대하지 않느냐고 투정하지 마십시오. 내가 상대하는 사람들이 내게 호의적이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문제의 원인이 상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높은 내 마음의 문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우리 마음의 문턱을 낮추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첫째로 상대를 관찰하는 것이고 둘째는 자주 물어보는 것입니다. 누군가 내게 말문을 닫는다면 그건 내 마음의 문턱에 하자가 있는 것입니다. 내가 아닌 상대의 입장에서 그를 세심히 관찰해야 합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물어야 합니다. 그 답이 구해지면 내 문턱을 더 낮춰서 그와의 관계를 회복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사람이 많이 행복합니다./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

2019-10-07 홍창진

자궁내막증 생리통과 부정출혈 증상이 있다면, 원인 치료가 중요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바깥에 붙어 살게 되어서 염증을 유발하고 유착 반응을 일으켜서 계속되는 생리통, 심한 월경통, 만성적 골반통증과 부정출혈, 배변통, 성교통, 요통, 불임과 유산을 일으킬 수 있는 만성적인 여성 자궁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가임기 여성의 약 10~15%에서 발생되는 자궁내막증은 월경을 하는 여성과 초경에서 폐경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생길 있고 최근 젊은 20~30대에서도 자궁내막증 등의 여성자궁질환 발병이 늘고 있고 불임이나 난임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자궁건강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예방과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또한 자궁내막증은 발병 후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발견초기에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자궁내막증으로 인한 증상이 심할 때에는 상당수가 낭종이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한 경우도 많다. 그와 반대로 통증 증상이 호전되면, 낭종도 성장이 억제되어 더 이상 커지지 않고 유지되거나 혹은 축소되기도 한다. 따라서 종종 증상이 심할 땐 증상 등을 호전 시 킬 수 있는 한방 치료를 받는 것이 병의 진행을 막고 낭종의 성장을 막을 수 있는 치료 방법이다. 한방치료의 장점은 진통제 성분이나 호르몬 성분이 없으면서도 자궁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부작용 없이 증상들을 호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염증이나 유착이 아직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자궁내막증 증상은 없으나 혹이 있는 경우 별다른 증상이 없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갑자기 증상이 생기면서 커질 수도 있으니 난소 혹의 축소를 목표로 삼아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자궁내막증은 수술을 받고 난 이후에도 재발되는 경우가 많다. 또 자궁내막증 수술은 내막증의 결과인 복강 내 유착 제거와 난소의 혹 제거만이 가능해 자궁내막증 원인을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자궁내막증의 재발율이 높은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또 자궁내막증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해 호르몬 치료로 가폐경 상태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또한 갱년기증상 등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양한방 통합 진료 시스템은 산부인과 검사를 통해 필요한 검사를 진행 및 진단하고, 맞춤형 치료플랜을 제안하는 것이다.자궁내막증 한방치료는 탕약과 약침 치료이며 이는 내막증의 원인인 골반강내 순환의 문제와 자궁 내 환경문제의 개선을 통해 병변이 있는 내막의 회복을 돕는다.마지막으로 자궁내막증은 병변의 위치와 침범된 장기 그리고 병변의 정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 있으므로 증상만으로는 진단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여성질환의 임상경험이 많고 풍부한 진료경험이 많은 전문의를 통해 적절하고 체계적인 검사와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도움말 강남 교대역 이음여성한의원 김우성 대표원장강남 교대역 이음여성한의원 김우성 대표원장

2019-10-04 김태성

[방민호 칼럼]관전평

조국이 문제다·윤석열이 문제다…요즘 나라가 '두쪽… 세쪽' 난 느낌'시비 가리지말라' 부처님 말씀 무색日·北·中·美 앞에서 두패로 갈려 난리패 나눈 어느 한쪽 선택당하지 않길…토요일에는 춘원연구학회 주관의 학술대회가 있었다. 춘원은 이광수의 호, 그러니까 이광수 문제를 연구하는 학회다. 서울여자대학교 정문 앞 어문교육회관이 대회 장소, 필자는 여기서 '김구의 '백범일지'와 이광수'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도록 되어 있었다.김구라면 기미년 삼일운동 직후 중국 상하이로 가 임시정부 수립에 참여한 이래 광복 때까지 독립 투쟁에 헌신한 분인데, 어째서 이 분의 '자서전' '백범일지'가 '대일협력자'로 '악명' 높은 이광수에 의해서 정리될 수 있었던 것일까? 이미 김원모 선생 같은 역사학자가 이 문제를 논문으로 밝힌 적도 있지만 역사와 문학이 만나고 항일 독립운동가와 대일협력자가 만나는 이 진귀한 풍경을 명쾌하게 논의하기란 쉽지 않았다.몇 주간 이기웅 선생의 열화당에서 3년여 각고 끝에 2015년에 펴낸 '백범일지' 한글 정본을 가지고 다니며 '상권', '하권', '계속' 편 등으로 이루어진 김구 '직필'의 '백범일지'을 읽다 보니 모르던 사실도 많고 '깨닫는' 일도 많다. 그중에 생각하게 되는 한 가지는 김구 선생이 '한국독립당'을 이끌어 나간 어떤 방침에 관한 것이다. 당시에 한국 독립운동가들은 사회주의자, 민족주의자 등이 여러 갈래를 치며 분립해 있었고 이 분산된 역량을 하나로 모을 지혜가 절실한 터였다. 이때 김구, 이시영, 조소앙, 차리석 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한국독립당이 내건 이념은 '독립'이라는 것이었다. 지금은 나라를 일본에 빼앗겼으니 어떤 주의보다 앞서는 가치는 독립일 것이요, 이 독립이 이루어지고서야 민주주의든 공산주의든 그 밖의 어떤 주의든 독립된 사회를 어디로 만들어 가자는 논의가 현실성을 이룰 수 있을 것이요, 그러므로 현재는 모든 주의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하나의 가치 '독립'을 향해 나아가자는 것이 바로 한국독립당의 취지였던 것이다. 이 문제를 국민대학교의 장석흥 교수는 차리석의 논리를 들어 구체적으로 소개하면서 이를 차리석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던 안창호의 '대공주의' 이념에 연결 지었다. 이 대공주의는 여러 가지로 규정할 수 있겠지만 작은 '나', 작은 분파의 이익이나 이념에 치중하지 않고 전체가 함께 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아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김구는 이러한 안창호, 그리고 차리석 같은 사람의 논리를 실천에 옮긴 독립운동가였다. 학술대회가 끝나고 저녁식사도 마치고 마침 자동차가 갑자기 방전이 되어 긴급출동을 불러 어렵게 고치고 집으로 향하는데 강남에서 강북으로 가는 길이 멀었다. 더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서초동 검찰청, 사랑의교회가 있는 큰길에서 교대 앞 사거리까지 교통을 완전 통제 중이었다. 이날의 교통 통제가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요즘 어디 가도 나라가 두 쪽, 세 쪽이 난 느낌이다. 도대체 조국을, 검찰을 어찌해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조국이 문제다, 윤석열이 문제다, 진중권, 유시민은 왜 저러느냐, 황교안, 나경원은 어떻다, 김어준이 어떻다, 세상에 정권 잡고 있으면서도 데모하는 건 또 뭐냐 등등 세상이 난리가 나도 이런 난리가 없다. 불교에 시비를 가리지 말라 했건만 요즘 세상은 부처님 말씀 무색하게 시비투성이이다.대공주의, 독립노선, 이런 것은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듯이 한갓 몽상적 이상에 불과하단 말이냐. 세상은 어찌 됐든 보수나 진보, 우파나 진보, 이런 식으로 쪼개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냐. 일본, 북한, 중국, 미국 앞에서 우리는 지금 두 패로 나뉘어 난리를 치른다. 왜 호불호가 없겠는가, 왜 어디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없겠는가. '절대로' 이 나라의 거대한 두 파 중 어느 한쪽 편에 서고 싶지는 않다. '김갑수 TV', '장기표', '이해생각' 같은 생각들에 귀 기울여 보며 두 패로 나눈 어느 한쪽을 선택 당하지 않는 길을 생각한다. 어둠과 혼란, 혼돈이 이렇게 넓고 깊기도 어렵지 않은가 한다./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2019-09-30 방민호

[이영재 칼럼]쇼는 중단되어야 한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 용의자등 초특급 뉴스각종 의혹 터져나오는 조국사태에 맥 못 춰2007년 '변양균·신정아 스캔들'과 데자뷰국론 갈리고 정치 천박한 민낯… 결말 뻔해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9일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했을 때만 해도 놀랍지도 않았다. 예견됐기 때문이다. 그 후 각종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아열대 저기압이 시간이 흐를수록 초속 50m의 초강력 태풍으로 변해 그 기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LG 디스플레이가 5년 이상 기능직의 희망퇴직을 한다는 뉴스도, 공적자금 8천억 원이 투입된 한국GM이 파업을 결의했다는 뉴스도 조국 뉴스를 이기지 못한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 신원이 밝혀졌다는 초특급 뉴스가 터졌지만, 이 역시 조국 앞에선 맥을 못 추고 있다. 조국이 모든 뉴스를 먹어 치워서다.기시감이란 게 있다. 데자뷰. 프랑스어로 '이미 보았다'는 뜻으로 처음 당하는 사건인데 언젠가 한 번 경험한 느낌이 드는 것을 말한다. 이번 조국 사태가 그렇다. 우리의 기억을 2007년 9월로 되돌려 보자. 당시 우리 사회는 변양균과 신정아 스캔들로 온통 벌집 쑤셔 놓은 듯 어수선했다. 청와대 권력 3위 변양균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미모의 큐레이터와의 스캔들. 검찰 수사 결과 변 실장은 신 씨와 '예일대 선·후배 사이'라는 인연을 계기로 수년 전부터 잘 아는 사이로, 사적인 편지를 주고받는 '보통 이상의 사이'로 드러났다. 권력의 힘이 작용해 학위 증명서 등 필수 서류조차 없이 동국대 교수에 임용되고 광주 비엔날레 감독에 선임됐다. 동국대에 대한 예산 특혜지원 의혹, 정부 부처의 미술품 적극 구매 배경 등 각종 비호 의혹도 쏟아졌다. 여기에 관음증을 자극하는 낯뜨거운 기사 폭주로 국민은 넋을 잃었다.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는 데 있었다. "깜도 안 되는 의혹이 춤추고 있다"며 언론 보도를 비난했다. 시중에선 3명만 모이면 "대통령이 뭔가 단단히 씌웠다"며 수군거렸다. 그러던 9월 11일. 노 대통령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대통령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전날 사표를 수리한 변양균의 얘기가 나오자 한숨까지 내쉬었다. 노 대통령은 "제가 참 난감하게 되었다. 제 입장을 정확하게 표현하면 '참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렇게 말씀드려야겠다"며 입을 열었다. "믿었던 사람에게 그 믿음이 무너졌을 때 그것이 얼마나 난감한 일인지는 여러분들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마디로 "나도 속았다"였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측근을 잘못 관리한 책임에 대해서는 용서를 구하는 게 도리지만, 이날 노 대통령은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이 참담한 모습을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는 것이다.지난 9일 문 대통령은 자녀 입시 관련, 웅동학원, 가족 사모펀드 등 쏟아지는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조국을 장관으로 임명했다. 이 자리에서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으면 나쁜 선례가 된다"고도 말해 국민을 놀라게 했다. 지난 18일 '국경없는기자회' 사무총장과 만나서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 간의 증오와 혐오, 빠르게 확산하는 가짜뉴스나 허위정보들이 공정한 언론을 해치고 있다"며 언론에 유감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이 끝까지 변양균 실장을 믿었듯, 문 대통령 역시 조국 장관을 끝까지 믿겠다는 의지로 읽혔다.우리는 매일 희한한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이다. 어제는 현역 법무부 장관 자택을 검찰이 압수 수색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그런데도 조국 장관은 "너희는 떠들어라. 나는 내 길을 간다"는 태도다. 지난주에는 젊은 검사와의 대화도 가졌다. 조국 장관의 멘틀에 놀랄 지경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의 국격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치명상을 입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 과정에서 국론은 갈라졌고, 우리 정치의 천박한 수준과 민낯도 그대로 드러났다. 독일 철학자 헤겔은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고 했다. 마르크스는 여기에 "한번은 비극으로 그 다음번은 희극으로"라는 말을 덧붙였지만, 이번 조국 사태의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는 너무도 뻔하다. 그러기 전에 이런 무의미한 쇼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이제 문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9-09-23 이영재

[이남식 칼럼]뉴욕의 새로운 문화중심

독특한 구조·다양한 공연 '더 셰드'휘트니뮤지엄 잇는 하이라인 기대힙스터들은 브룩클린으로 이동 중류승룡 등단한 실험극장 '라 마마'한국계미국인감독 '문화중심' 기대1960~70년대에는 뉴욕의 많은 예술가들은 허름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로 넓은 공간을 차지할 수 있는 그리니치나 소호 지역에 몰려들었다. 백남준 선생의 스튜디오도 소호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점점 카페나 상점이 들어오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 첼시나 이스트 빌리지, 윌리엄스버그로 옮겨가게 되었다(서울에서도 홍대 앞에서 원남동·성수동으로의 이전이 일어난 것과 동일하다). 예전에는 고기를 부위별로 자르고 가공하던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도 휘트니 미술관이 2015년 이전 개관하고 예전의 고가철도를 공원화한 '하이라인'이 들어오면서 뉴욕을 대표하는 갤러리들이 모여들고 있다. 특히 맨해튼 서쪽에 예전에는 철도차량기지로 이용되던 허드슨 야드 (Hudson Yards)를 덮는 구조물을 만들고 그 위에는 50~70층의 8개의 대형 빌딩으로 주거, 오피스, 호텔, 쇼핑몰 등의 상업시설을 건축하는 약 30조원이 투자된 미국 최대의 민간개발 프로젝트가 완성됐다. 맨해튼 서쪽의 허름한 창고나 공장들로 쓰였던 건물들이 재개발되면서 이제는 뉴욕의 중심이 센트럴파크와 5번가에서 허드슨 야드로 바뀌는 듯하다. 특히 이곳에는 '더 셰드'(The Shed: 헛간이라는 뜻)라고 하는 새로운 전시장, 공연장(천장고가 2개 층에 달하는 2개 층의 전시장과 1개 층의 공연장 그리고 이벤트홀)이 올해 4월 개관하여 뉴욕의 새로운 문화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셰드는 건물에 철골로 된 외피를 만들고 이를 레일 위에 얹어 이 구조물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독특한 구조로 딜러 스코피디오 렌프로(DS+R) 건축사무소에서 설계하였으며 뉴욕의 하이라인을 설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구조물이 최대한 밖으로 이동하면 공연을 위한 큰 공간이 만들어져 다양한 공연이 가능하게 된다. 즉 가변식 극장이라 할 수 있다. 구조물을 건물과 겹치게 하면 앞에 넓은 야외 광장이 나타나게 되는 독특한 구조이다. 또 바로 옆에는 베셀(Vessel)이라는 16층 높이의 2천500여개 계단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구조의 전망대가 있어 더욱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또한 셰드는 하이라인의 북쪽 끝 출발점으로 2.4㎞ 남쪽 끝의 휘트니뮤지엄과 바로 연결되면서 이 일대의 낡은 창고 건물들은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셰드는 맨체스터국제페스티벌의 감독을 역임한 알렉스 푸스(Alexander Poots)를 예술감독으로 영입하여 매우 다양한 장르의 예술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향후 셰드와 휘트니뮤지엄을 잇는 새로운 하이라인 축에서 어떠한 새로운 문화적 현상이 나타나며 뉴욕이라는 거대도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주류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반주류적 문화를 고집하는 힙스터(hipster)들은 그리니치에서 소호로 그리고 이스트 빌리지를 거쳐 브룩클린으로 이동해가고 있다. 이러한 운동의 하나로 시작된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 극장들을 통하여 실험적인 연극과 퍼포먼스들이 상연돼오고 있으며 그 중 아직까지도 명맥을 유지하는 곳이 실험극장클럽 '라 마마'(La MaMa Experimental Theater Club)이다. 1961년 패션디자이너였던 엘렌 스튜어트에 의해 이스트 빌리지에 문을 열게 된 라 마마는 그간 문화적 다양성을 가진 전 세계의 수많은 실험적 공연 예술가들이 뉴욕에서 등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극장으로도 유명하다. 블루 맨 그룹과 같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공연자들을 발굴하였다. 이제는 천만배우가 된 류승룡씨도 1996년 극단 숨 4323의 '두타'라는 작품의 주인공으로 라 마마에서 뉴욕에 등단한 바가 있다. 한 가지 더 특이한 것은 이 라 마마의 예술 감독이 한국계미국인인 미아 유(Mia Yoo: 동랑 유치진 선생 손녀)로 1년에 70회가 넘는 공연을 기획하여 미국 문화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연극계의 아카데미상이라 할 수 있는 토니상도 수상하였다. 주류와 비주류 그리고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뉴욕에서 새로운 문화의 무게중심 이동이 기대되는 시점이며 이제 수많은 한국인들이 이의 중심에 서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

2019-09-23 이남식

[윤상철 칼럼]불공정의 사회, 불신의 사회

공정·진보 상징 법무장관 임명자자녀 입시과정서 특혜·편법 의혹분노한 20代 청년 후보퇴진 호소대통령은 "나쁜 선례될 것" 훈계개혁 배반 가치 내장 사회는 파산아들과 엄마는 설전 중이다. 대학 졸업과 취업을 앞두고 모자는 예민해져 있다. 엄마의 눈에는 취업을 준비하는 아들이 느슨해 보이지만, 아들은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한다. 모자간의 대화 아닌 갈등은 길게 이어지지만 세대 간의 균열을 보여줄 뿐이다. 엄마는 걱정 섞인 질책을 하고, 아들은 물려줄 건물이 있는지, 소개해줄(아들 세대는 '꽂아줄'로 표현한다) 인턴이나 일자리는 있는지 항변하면서 간섭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이미 아들은 취업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체득하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경쟁의 공정성이 무너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아들은 대학 입시와 군복무를 마칠 때까지 이 사회의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부모와 학교로부터 배운 공정성과 정직성의 가치를 부정하지도 않았다. 열심히 노력하면 사회는 자신에게 반드시 보상하리라고 기대하였다. 이제 불공정한 이 사회에서 살아갈 방법을 깨달은 듯했다. 아마도 아들은 부모의 시대착오적 현실인식이나 사회적 무능력을 탓하거나 스스로 좌절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부모는 아들의 판단과 선택을 그저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이 시점에 이른바 최고 대학의 법대 교수이자 공정하고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의 진보적 상징이었고, 젊은 세대의 멘토였으며, 이른바 촛불정부의 민정수석을 거쳐 법무부장관에 임명된 사람의 특권적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보통사람들에게는 가시밭길이자 지뢰지대인 고교 이후 의학전문 대학원까지의 입시과정을 그의 자식들은 공항의 무빙워크를 걷는 듯했다. 그 과정에서 온갖 특혜와 편법 등이 동원되었고, 위법으로 의심되는 사안들도 더러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사회적 격려가 주어지기도 했다. 20대 청년들은 즉각 분노했다. 직접 관련된 대학의 학생들은 극한의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들은 위법이나 불법, 탈법이나 편법을 넘어서서, 가치와 도덕의 아노미에 빠진 이 사회를 고발하고 그 위선적인 당사자의 퇴진을 외쳤다. 국민들은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경계를 넘나드는 법무장관 후보에 대해 대통령이 바로 잡아 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개혁성이 강한' 후보를 격려하는 반면 국민들에게는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훈계하였다. 지식인들은 익명으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거나 심지어 답변을 거부하기도 했다. 개인적 일탈이나 위선으로 판단하거나 심지어 세대의 문제로 보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지배집단의 도덕적 불감증으로 보기도 한다. 다른 이는 자기주장이나 자기 정당화가 강하여 객관적인 자기평가를 할 수 없다고 한다. 환경 안에서의 인간의 한계로 말하기도 한다. 자녀교육의 문제라고 설득하려 한다. 심지어 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작은 것은 희생할 수도 있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자신들의 문제인 양 다양한 변명을 만들어낸다.설사 이 문제가 특정한 개인이나 세대의 문제인가? 그 개인의 과거와 현재를 정치적, 진영적 논리로 덮어버리는 다른 정치지도자나 정치지지자들이 있는 한, 이제 우리 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문제이다. 이러한 사실들이 밝혀졌을 때에 특정한 개인이나 세대의 문제로 만들 수 있는 다른 개인이나 세대가 있었다면, 20대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모든 개인들과 세대들은 이제까지 견지해온 사회적 가치와 사회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면서 안도하는 심정으로 조용히 퇴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특히 젊은 세대들이 그러한 편법적, 탈법적 행태에서 도덕과 가치를 붕괴시키고 오로지 더 많은 것들과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을 사회적 가치로 체화한다면, 그 장관과 이 정부가 이루고자 하는 개혁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젊은 세대를 좌절시켜 사회적 삶의 준거를 잃어버리게 한다면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위하여 개혁을 한다는 것인가? 보다 정의롭고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개혁이 정치적 권력 경쟁의 슬로건으로 전락하고, 그로 인해 시민들에게 개혁에 배반하는 가치를 내장하게 한다면 이 사회의 파산은 불을 보듯 명확할 뿐이다./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2019-09-16 윤상철

[전호근 칼럼]아침에 도를 듣고자 하면

바라던 일 이루면 여한 없다던 공자윤봉길, 문자 그대로 목숨 바쳐 거사논어 어떻게 읽었는지 알 수 있어 선서문 말미 적힌 국호 '대한민국'그가 지키려 했던 나라 명명백백논어를 읽다가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는 대목에 이르러 책을 덮고 생각에 잠긴 적이 있다. 매사에 중용을 따르는 공자가 어찌하여 '죽어도 좋다'는 과격한 말을 했을까? 설마하니 도를 듣고 나면 죽어야 한단 말인가? 목숨 바칠 만한 도가 과연 있기나 한 걸까? 공자는 나이 오십에 천명을 알았다고 하니 그때 도를 들었다고 할 법한데 왜 죽지 않고 73세(혹은 74세)까지 살았을까?별의별 의심이 꼬리를 물어 생각이 길어졌지만 이 말을 꼭 죽겠다는 결연한 각오가 아니라 간절히 바라던 일을 이루고 나면 더 이상 여한이 없겠다는 일상적인 의미로 이해하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졌다. 예컨대 나도 한때는 십삼경을 모두 풀이하고 나면 죽어도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물론 그때도 정말 죽을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이렇게 기억의 한 구석으로 밀려났던 논어의 이 대목이 다시 염두에 놓인 건, 언젠가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 장부가 한번 집을 나서면 살아서는 돌아오지 않음)'이라고 적힌 글씨를 보았을 때였다. 처음에는 어떤 허풍쟁이가 저런 허튼소리를 했는가 싶어 아연했다가 종내 그 말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글을 남긴 사람이 매헌 윤봉길이었고 그의 삶이 과연 저 말과 부합했기 때문이다. '조문도 석사가의'를 문자 그대로 목숨을 바친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생각했다. 아, 그렇구나. 죽기를 기약하지 않고는 도를 들을 수 없는 것이로구나. 그렇다면 저녁에 죽고자 함은 아침에 도를 듣기 위해서구나. 이 사람은 논어를 제대로 읽었구나. 논어에 이르길 지사(志士)와 인인(仁人)은 삶을 구하기 위해 인(仁)을 해치는 일은 없고 자신을 죽여 인을 이룬다 하지 않았던가.그는 1930년 3월 6일 고향 예산을 떠나 중국 상해로 망명했는데 2년 뒤 일제가 상해를 침략하자 고향의 동생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집을 떠날 때 각오한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의 결심을 이번에 실행한다. 너에게 부탁하니 부모님을 공양하라. 효가 나라사랑의 근본이다."마침내 1932년 4월 29일, 일제가 전승 축하행사를 열고 있던 상해 홍구공원에 간 그는 일본군 장교들이 모여 있던 단상 위로 폭탄을 투척했다. 이 의거로 일본군 대장 시라카와는 폭사하고 노무라 중장은 실명, 우에다 중장은 다리가 절단되는 등 다수의 일인들이 죽거나 다쳤다.거사 후 체포된 윤봉길은 한 달이 채 안 된 5월 25일 일본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같은 해 12월 19일 가나자와 육군 형무소에서 총살형이 집행되어 순국하였다. 그의 나이 25세였다. 일제는 그의 시신을 공동묘지로 가는 길목에 매장하여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니게 함으로써 끝까지 저열한 보복으로 그를 모독했다. 그의 시신은 광복 이후 고국으로 옮겨져 현재는 효창공원에 안장되어 있다.짧은 삶을 살았던 윤봉길은 논어를 풀이하거나 번역한 적이 없지만 그의 삶을 보면 그가 논어를 어떻게 읽었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어떤 이는 논어를 읽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어떤 자는 논어를 읽고 나라를 팔아먹는다. 논어는 읽는 사람의 그릇에 따라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는 것이다.p.s. 다음은 윤 의사가 거사에 나서기 전 작성한 선서문의 내용이다."나는 적성(赤誠)으로써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회복하기 위하여 한인애국단의 일원이 되어 중국을 침략하는 적의 장교를 도륙하기로 맹서하나이다. 대한민국 14년 4월 26일 선서인 윤봉길 한인애국단 앞"말미에 분명히 적혀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에서 그가 지키려 했던 나라가 대한민국이었음을 알 수 있다. 1948년 이전에는 대한민국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눈을 씻고 살펴야 할 것이다./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019-09-09 전호근

[이명호 칼럼]그래서 나는 반대하지 않는다

개인 권리, 공동체 위해 양보됐지만지금 그 반대 작용 나타나고 있어언론의 '무차별 신상털이' 당연시사회분열 등 고질적인 문제 반복전문가 집단 부재가 더 큰 '문제'얼마 전 한 정부부처 위원회에서 간담회 자리를 갖자는 연락을 받았다. 사회적 가치와 정부 혁신이라는 주제였다. 언뜻 내 전문분야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동안 내가 쓴 글 등을 읽고 초대하는 것이니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고 하여 수락하였다. 미팅 날짜가 가까워 오면서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질문에 직접 답을 하는 것보다는 우회적으로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가치를 논하는데 기본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를 중심으로 대화 자료를 준비하였다. 사회적 가치의 세부분야를 보면, 인권, 안전, 건강·복지, 노동, 기회제공·사회통합, 상생·협력, 일자리, 지역사회, 지역경제, 기업 CSR, 환경, 참여, 공동체·공공성 등 13 분야에 달한다. 보편적 가치로 필요한 내용들이었다. 그런데 의문이 드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추구해야 할 시대적 가치로서의 사회적 가치는 무엇인가가 명확하지 않았다. 그래서 두 가지 방면의 접근을 해보았다. 인류 보편성이라는 방면과 한국 사회의 시대적 과제라는 방면이었다. 보편성이라는 방면에서 사회적 가치는 개인, 공동체,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라는 3가지 측면을 담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가치는 역사적으로 변해왔다. 개인의 측면을 보면 크게 자유와 안전, 생존권이라는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보호해 달라는 것으로 시대를 거쳐 진화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의 민주화 요구는 개인의 권리에 대한 요구였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의 존중, 즉 자아실현의 공정한 기회와 여건에 대한 요구로 바뀌고 있다.공동체의 측면에서 공동체의 안전과 번영에 대한 요구가 중요했다. 산업화는 부(재화)를 만들어 안전과 번영을 달성하는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이 희생되었다. 오염, 양극화, 상대적 박탈감, 갈등 등. 앞으로는 공동체 내의 화합과 협력, 생태와 환경을 고려한 공동체의 지속적 발전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에서 보면 조화가 중요했다. 개인의 권리는 공동체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양보, 희생되었다. 그런데 지금 그 반대 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의 권리의식은 공동체에 대한 반발로 공공선에 대한 합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신뢰자본이라고 할 수 있는 공공선의 부족으로 개인 권리의 양보 없는 추구는 만인대 만인의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용히 해달라는 것도 자신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화를 내고, '갑질'도 나의 권리이고, 심지어 일본의 식민지 경험에서 형성된 반일의식을 '반일 종족주의' 라고 주장하는 것도 내 권리가 되었다. 모 장관 후보자의 자녀에 대한 '신상털이'가 언론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진행되어도 '개인의 알 권리와 검증'으로 당연시되고 있다. 개인의 존중은 어디에도 없다. 그럼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할 것인가? 공동체 속에서 개인이 존중되고, 개인이 공동체의 가치와 그 지속을 위해 자신의 권리를 조정할 수 있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이때 '개인과 공동체의 역동성'이 살아난다고 본다. 필자는 한국사회의 문제를 '불행한 개인과 사회의 역동성 저하'라고 진단한다. 성장의 침체, 좋은 일자리 감소, 불공정한 관행, 노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사회부담과 세대갈등, 미세먼지 등 환경 위기의 상황에서 정치권은 갈등 조정기능이 마비되고 오히려 증폭시키는 정치 무능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작은 이슈에도 불안감은 분노로 증폭되어 언론의 여론몰이에 대중이 동원되는 '방향을 잃은' 시대가 되었다. 장관 후보자 검증이라는 일년에도 십여 차례 진행되는 이벤트가 한 장관 후보자 검증에서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본의 화이트 국가 제외와 수출 규제,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중단,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과 기술 패권 경쟁, 북한의 무력시위 등 한반도를 둘러싼 격변의 위기를 가리고 있다. 개인도 없고 공동체도 없는 무능한 정치권과 언론의 국민동원과 사회분열은 유일하게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이런 고질적인 문제가 지속되는 것일까? 필자는 책임과 권한을 가진 전문가 집단의 부재라고 본다. 전문가 집단에서 검증되고 자정돼야 할 것들이 대중의 판단과 심판 대상이 된다. 제도의 문제인지, 그 제도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을 막지 못한 전문가의 문제인지에 대한 검토는 사라지고 전문가가 다뤄야 할 제도와 현실의 모호한 영역에 법이 칼을 들이대고 있다. 필자는 이것이 더 큰 문제라고 본다. 그래서 모 후보자에 대해서 나는 반대하지 않는다./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

2019-09-02 이명호

[홍창진 칼럼]열린 마음

'밥 잘 사주는' 누나·오빠들 인기내 것 내어주는 건 사실 쉽지않아결혼 후 가정 이루면 닫히는 지갑산술적 돈 계산만 하면 친구 떠나베푼 지출 내역 많을수록 더 행복성당의 남자 청년들에게 제일 인기 있는 사람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입니다. 여자 청년들은 밥 잘 사주는 잘생긴 오빠를 제일 좋아하지요. 젊은이들뿐이 아닙니다. 칠십이 넘은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지갑을 잘 여는 사람이 제일 인기가 좋습니다. 밥을 사준다는 행동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우선 내 것을 준다는 기부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내 것을 내어주는 건 사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누구나 쉽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을 비롯해 주변을 잘 살펴보면 가진 것을 움켜쥐고 끌어안기 바쁠 뿐, 여간해서는 선뜻 내놓지 않는 것이 보통의 모습입니다. 나 혼자 사는 것도 너무 힘겨워 작은 것 하나 나눌 여유가 없다는 사고가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습니다.가족조차 나누며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혼 전에는 손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용돈을 주기도 하고 사정이 어려운 형제가 생기면 없는 형편에서도 서로 돕곤 하지만, 결혼으로 각자 새로운 가정을 이루면 돈 지갑이 닫히기 시작합니다. 부모가 유산이라도 좀 남기면 변호사 비용을 들여서라도 제 것을 챙기기에 안달하지 먼저 나서서 양보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럴 때 유독 공평한 것이 정의라고 강조합니다.천주교 사제로서 암으로 투병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분들이 죽음을 목전에 두고 한결같이 깨닫는 것은 생명의 소중함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그간 서로 사랑하며 살지 않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습니다. 소중한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아서 보고 싶은 사람도 많고 해주고 싶은 말도 많은데, 하나같이 바쁘고 부담스럽다는 핑계로 피하기만 합니다. 가끔 안부라도 묻는 사람이라곤 병자 방문이라는 성당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찾아주는 성당 신부가 고작입니다. 그러다가 투병생활이 길어지면 가족마저 떠나고 돈 주고 고용한 간병인만 남고 맙니다.어느 환우 분의 말씀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꺼져가는 생명 하나만 겨우 쥔 채 깨달은 것은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건 오직 나 자신뿐이었습니다. 살면서 누군가를 진정 사랑했더라면, 그래서 내가 가진 걸 함께 나누었더라면 그도 기쁘고 나도 기뻤을 텐데 나는 왜 이렇게 혼자 외롭게 살아왔을까요? 가족조차 나 중심으로만 사랑했지 그들이 원하는 사랑을 주지 못했습니다. 너무 외롭고 쓸쓸합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처절히 후회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100세 시대'라는 보험회사의 선전 문구에 너무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00세 시대를 준비한다며 50세부터 남은 50년의 생활비를 저축하고 노후를 위협하는 지출은 절대 할 수 없다는 삭막한 셈법으로는 친구에게 밥 한번 사기 어렵습니다. 병문안을 가서 봉투를 전하기란 더욱 어렵습니다. 모처럼 오랜 친구끼리 가진 모임에서 식사비용으로 회비를 내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회비 내기도 어려운 친구들은 점점 모임에서 사라집니다. 돈을 산술적으로만 계산하면 친구가 떠나갑니다. 그러나 돈을 마음의 크기로 계산하면 친구들이 모입니다. 우선 마음을 열고 친구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친구를 만나서 그가 아픈지, 기쁜지, 외로운지 살펴야 합니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다 보면 밥 살 일이 자연스럽게 생기겠지요. 어느 순간에는 내가 얻어먹을 날도 있을 겁니다. 서로 챙기고 사랑해주는 관계 속에서 돈은 수단일 뿐 결코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인생을 너무 산술적 계산에 맡겨두어선 안 됩니다. 숫자로 따질수록 친구는 사라지고 결국 외로움 속에 홀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통장의 잔고가 여생의 행복이라고 착각하지 마십시오. 생명과 재물은 절대 한 세트가 아닙니다. 세상에 마지막 인사를 고하는 순간 내 곁에서 울어줄 친구는 통장 잔고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여생의 행복은 친구에게 베푼 지출 내역이 많은 사람에게 더 유리합니다./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

2019-08-26 홍창진

[방민호 칼럼]사람의 통성으로 역사를 생각할 때

동북부 대지진·후쿠시마 원전 참상日 국민 마음에 큰 구멍 뚫렸을 것'제국'의 총칼 아래 삼십오년 고통조국 산야 잃은 마음은 어떠했을까'아베' 같은 이들에게 묻고 싶은 말3·11 때가 생각난다. 2011년이었을 것이다. 일본 동북부에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정확히 말하면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이 동북부를 강타하며 거대한 쓰나미를 몰고 온 것이었다. 그때 한국에서 유튜브가 막 활성화되고 있었다.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하나가 되어 있는 세상에서 나는 한밤 내내 유튜브를 통해서 전달되는 대지진과 쓰나미의 참상을 보고 안타까워했다.재난은 단지 땅이 흔들리고 바다가 밀려오는 것에만 있지 않았다. 미증유의 규모였지만 그렇게 갈라지고 넘어지고 휩쓸려 유명을 달리하는 일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아물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그러나 연이어 벌어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태는 그날의 일들을 도저히 잊어버릴 수 없는 일들로 만들었다. 모두 네 개의 원자로가 있었고 그것들이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작동이 중지되면서 냉각수를 돌리는 기능들이 마비되고 원자로가 달구어지면서 노심이 녹고 수소폭발이 일어나고 원전 사람들이 황급히 대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풍문에 들으면 원래 곡창지대고 과일도 잘 되는 곳이라 했다. 그 좋은 땅들이 그날 이후 사람이 제대로 들어가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했다. 나는 그날 일본 사람들의 마음에 큰 구멍이 뚫리고 말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토를 사랑하기는 일본 사람도 한국사람 못지않고 자신들만큼 완전하게 무엇인가를 해내온 사람들도 없다고 생각하는 그네들이다. 그런 사람들로서 뜻하지 않은 원전 사태로 후쿠시마 주변 반경 몇십 킬로미터까지는 아예 버려진 땅이 되어 버렸을 때 그들의 심정은 어떠했을 것인가?필자가 무슨 특별한 동정심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보면, 이렇게 남이 아픈 일을 당하면 동정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역시 사람의 보편적인 심성에서 우러나는 감정의 작용이라 할 것이다. 사람은 자기 새끼손톱 밑에 조그만 상처만 나도 아려하고 괴로워하는 짐승이다. 하물며 한 민족이 정들여 사는 땅이, 그것도 '본토' 한복판이 하루아침에 몹쓸 곳이 되었을 때, 그들이 느꼈던 아픔은 상상하고도 남음이 없지 않다. 도쿄에서 조금 있으면 올림픽이 열리기도 한다는데, 사람은 살아갈 수 있는 땅을 가져야 하므로, 나는 일본이 원전 사태의 괴로움에서 하루바삐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그렇다면 이른바 '제국'의 총칼 아래 삼십오년을 살아야 했던, 조국의 산야를 잃어버린 백성들은 그 마음이 어떠했을 것인가. 들어줄 리도 없지만 아베 같은 이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 최근에 그는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한다고 하면서 이른바 '경제 제재'라는 '무기'를 들고 흔들어댔다. 마치 상대방을 후안무치한 사람 대하듯, "약속" 운운하며,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들한테는, 그러니까 또 국가한테는 이런 식으로 행동해도 좋다고, 얼굴이 뻘겋게 되도록 언성을 높이는 그는 마치 술이라도 한 잔 걸친 것처럼 보였다. 여기에, 이름도 얄궂은, 고노 다로인지 야로인지 모르는 외상은 예절을 어디서 배웠는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막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주일 대사를 불러 젖혀서는 하는 말도 끊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고는 그만이었다. 도대체, 징용이니 위안부니 하는 문제들이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인가? 일본 국민들이 다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통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생겨난 일들은 아니었다. 일 억 일본 국민을 그때 움직이던 도조 히데키니, 고노에 후이마로 같은 지도자들, 버마 방면의 15군을 이끌며 '천황'의 '적자'들을 3만 명씩이나 죽음으로 몰아넣은 무타구치 렌야 같은 지휘관들, 바로 그들이 패전 전의 일본을 움직이며 일본인들과 아시아인들을 죽음과 환란에 몰아넣었던 것이다.경제전쟁이라고 하지만 독일에서 일본을 비판하듯이, 이 사태의 본질은 역사인식에 있다. 일본 정부, 특히 아베 같은 이들은 자신들의 선조가 과거에 무슨 일을 벌였는지 잊고 싶어 하거나 알지 못하거나 반성이 필요 없다고도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신념 가득한 데마고그들, 정치 선전꾼들이 나라를 전화에 밀어 넣고 이웃나라 사람들을 즐겨 괴롭히고도 늘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다./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2019-08-19 방민호

무더위에 악화되는 하지정맥류, 다리 혈액순환 미리 확인해야

장마철과 함께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하지정맥류'로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정맥류는 혈액순환에 장애가 일어나 정맥이 부풀어오르며 다리 저림,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혈관질환이다. 무더위에 악화되는 하지정맥류 치료를 위해서는 정확한 원인과 증상을 파악해야 한다.하지정맥류는 최근 들어 운동부족, 음주, 흡연 등 생활습관으로 인한 후천적 요인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평소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이라면 하지정맥류에 쉽게 노출되며 중장년층에서 주로 나타나므로 나이가 들수록 관리가 필요하다. 다리가 쉽게 피로해지고 붓는다면 하지정맥류의 초기 증상일 수 있으며 그 외 증상으로는 통증 및 다리 쥐, 가려움, 경련 등과 심각한 경우 색소 침착부터 출혈까지 다양하다.하지정맥류는 조기에 발견될 경우 자세 교정이나 운동 치료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정맥류용 압박스타킹과 같은 의료용 보조 기구도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 시술 및 수술적 치료로는 경화요법 주사, 혈관 내 시술, 절개 수술 등이 있으며 질병의 상태와 환자의 체질에 따라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혈관 염증, 피부 궤양 등 또 다른 질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하지정맥류는 겉으로 혈관 돌출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다리의 느낌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거나 통증, 발 저림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질환을 의심해보고 전문가에게 상담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초음파 검사 등의 정밀 검사를 통해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절개 수술이나 혈관 내 시술 등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할 경우에는 체질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경험이 있는 의료진에게 진료받는 것을 권장한다.하지정맥류는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각종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치료 및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더라도 주기적으로 다리 건강을 체크하는 것이 좋다. 하지정맥류 예방을 위해서는 조깅이나 실내 자전거 등 가벼운 운동이나 마사지,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는 것이 좋다./도움말 구리 굿병원 전태호 원장·혈관외과 김서전 과장·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구리 굿병원 전태호 원장

2019-08-16 김태성

[이남식 칼럼]한류의 위기와 기회

기생충·BTS… '글로벌 인기'속에한일 관계·버닝썬 사태등 저해 요인아이돌의 기본에 대해 재점검 필요소비국의 사회·문화 발전 기여하는'신한류'로 힘찬 전진할 때 아닌가최근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아이돌 그룹인 BTS가 미국의 빌보드차트에서 K-pop 한국가수 사상 최초로 1위에 오르며 전 세계 순회공연을 통하여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2003년 4월 '겨울연가'가 NHK를 통하여 방영되면서 일본 열도에 욘사마 신드롬을 일으키며 콘텐츠가 만들어내는 영향력에 모두가 놀랐다. 겨울연가, 대장금 등 K-drama로 시작된 한류는 K-pop으로 이어지면서 완전히 전 세계적인 문화 장르로 소비되기 시작하였다. 최근 넷플릭스(Netflix)의 다큐 시리즈인 'Explain'(세계를 설명하다 시리즈)에서는 왜 K-pop이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는지 분석한 프로그램이 소개되었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을 K-pop의 시발점으로 보며 그 이후 SM, YG, JYP와 같은 전문 프로덕션에 의하여 장기간에 걸쳐 양성된 아이돌 그룹이 일본, 중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로부터 인기를 얻으며 성장하게 되었다. 이는 세계 최고의 작곡, 안무, 뮤직비디오 팀을 동원하고, 유튜브나 SNS를 통한 마케팅 등 철저하게 글로벌 시장을 대응하여 제작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하나의 곡에 다양한 음악 장르를 섞는 매시업을 통하여 보다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말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드' 사태 이후 한중 관계나 최근의 한일 관계 등 정치 외교적인 이슈들이 향후 한류에 상당히 마이너스적인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최근 '버닝썬' 사태 이후에 벌어지고 있는 아이돌과 프로덕션의 일탈적인 행태로 말미암아 팬들에게 상당한 실망감을 주면서 한류에 대한 외면을 낳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하여 큰 인기를 얻고 경제적으로 성공한 아이돌들과 이를 만들어내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이 시점에서 성공 방정식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아이돌이 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기본에 대하여 다시 돌아보면서 인기인이 가져야 할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인기인들의 사생활에 대한 보호도 필요하다. 각종 언론 미디어의 지나친 보도로 개인의 사생활을 지키기 어려운 데서 오는 스트레스와 각종 악플로 엄청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문제도 하루속히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에 이러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하여 '신한류' 확산 전략이 발표된 바 있다. 신한류는 한류 소비국의 사회·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장려되어야 하며 세계인의 일상 속에서 한류 콘텐츠를 향유하고 소비하는 활동을 키워가는 것으로, 한국과 해외 현지에 파급되는 긍정적인 한류의 영향을 증진 시켜 한류의 안정적인 확산과 지속성을 도모하고자 하고 있다. 따라서 K-드라마, K-팝을 넘어서 K-푸드, K-뷰티, 그리고 K-에듀에 이르기까지 한류의 범위가 생활 전반에 크게 확산되고 있으며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개선되는데 기여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여배우인 안젤리나 졸리의 아들이 K-pop의 열성팬으로 유학지로 한국을 선택하여 대학 입학예정이며 향후 동생들도 한국에 유학 올 의사를 밝힌 것은 한류로 인해 외국인들에게 한국이 매력적인 나라로 비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최근에 국악에 록과 재즈를 결합하여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씽씽밴드'의 경우도 무형문화재 57호 경기민요의 이수자인 이희문, 추다혜 등이 결성한 프로젝트 밴드로 전통콘텐츠를 독특한 비주얼과 현대적인 사운드에 입혀 전 세계적으로 차별성을 인정받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반주는 현대적 악기로 이루어지나 메인 싱어의 노래는 완전한 경기민요 스타일로 전통의 세계화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문화콘텐츠 산업이 속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여타 분야보다 2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로 적합한 분야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분야로 진출하기 위하여 많은 학생들이 이 분야의 학과로 대학을 진학하고 있어 인력양성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그간 국제적인 정치와 국내 여러 가지 사건 사고로 위축된 한류를 다시 점검하여 신한류로 힘찬 전진을 하여야 할 기회의 때가 아닌가 한다./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

2019-08-12 이남식

[윤상철 칼럼]'없는 것'과 '가진 것'

집착·보상 욕구 부르는 빈곤·결핍집단 확산땐 조급증·의구심 낳기도결과의 평등, 사회 발전잠재력 침식강한 열망 오늘의 한국 만든 원동력역사의 변증법 개인·국가 성찰해야최근 주말드라마를 보다가 사람들의 내면에 있는 어떤 결핍감이 이후의 삶을 얼마나 왜곡할 수 있는지를 새삼 돌이켜 보게 되었다. '어머니를 존경하거나 사랑한 적이 없다'는 남자의 내면에 깔려 있는 결핍이 자신의 딸을 평생 짓누르게 될 걸 걱정하는 다른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갑작스러운 부자들이 자신의 자식을 교육수준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집안사람과 맺어주려는 정략적 결혼이 낳은 파국들은 TV드라마들의 흔한 소재이기도 하다. 빈곤과 결핍이 낳는 '상대적 박탈'이나 '지위불일치'가 가져오는 좌절과 보상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거리를 두고 보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없는 것'에 과하게 집착하고, 스스로 '가진 것'을 가볍게 여기기 쉽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개인 차원의 보상 욕구가 사회 수준의 문제로 확산되면 좀 더 복잡해진다. 제도, 법, 그리고 정책을 통한 사회적 조정의 과정에서 또 다른 불일치를 낳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식민지와 전쟁을 겪은 국민들은 군사쿠데타와 돌진적 산업화를 용인했고,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유린되었고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산업재해, 그리고 사회안전망 없는 저임금에 시달려야 했다. 국가주의적, 자본주의적 발전전략은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낳았기에 이를 낙수효과가 부재한 이윤주도성장으로 인식하고 노동자를 중시하는 소득주도성장으로 나아갔지만 급속한 최저임금인상과 52시간 근무제, 그리고 과도한 복지확장은 경제성장을 지연시킨다. 과도하게 이상적이고 지연된 적폐청산은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미래를 제시하고 있지만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권력을 활용하여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또 다른 유사 적폐를 낳고 있다.우리에게 없는 것은 더 커 보이고 우리가 이룬 것은 누구나 어느 나라나 다 쉽게 이룰 수 있는 자연스러운 사회의 진화발전과정이라는 생각이 경제발전과 정치발전을 동시에 성취해낸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 진로를 너무 조급하고 더 소용돌이치게 만들고 있다.오랜 남북갈등은 평화를 희구하게 했고 민족분단은 민족적 완성체를 당장의 대안으로 생각하게 한다. 전쟁과 충돌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곤궁해지고 정치적으로 왜곡되고 사회적으로 균열과 갈등을 체험하면서 평화적 결과보다 평화적 과정을 우선시하는 조급증은 국가의 영토가 유린되고 국민들이 기본적인 안전망에 의구심을 갖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민족분단은 늘 국제지정학에 의해 국가와 민족의 행로가 좌우되는 불편한 경험을 가져다주었지만, 그 대안이 폐쇄적 쇼비니즘적 '우리 민족끼리'를 앞세워 우리 사회를 어떠한 가치와 이념 속에서 세울 것인지에 대한 대안 없이 수십 년간 같이 해온 정치군사적 경제적 동맹들을 다 뿌리치는 편협한 홀로서기로 갈 일은 아니다.사려깊게 구상되지 못한 평등은 타인의 자유도 사회의 발전도 침해하기 마련이다. 결과의 평등에 사로잡히다 보면 구사회주의의 길이 아니더라도 국가주의의 함정에 침몰할 수 있다. 개인들은 자유와 삶의 동기를 잃음으로써 이 사회의 발전잠재력은 침식되게 된다. 아직까지도 역사적 시대와 사회적 집단의 우열은 사회적 생산력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사회는 생산력의 발전 위에서 분배와 평등, 그리고 개개인의 자유와 성취가 확산된다. 사회집단 간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있어서도 또 다른 불평등의 도래에 유의해야 한다. 모든 사회는 역사적으로 계승되지만 항상 새로운 개인들에 의해 재구성된다. 과거의 불평등에 대한 연좌제적 복수가 불가할 정도로 사회의 구성원은 계속 바뀌고 그들에 의해 새로운 사회계약을 맺게 된다. 최근 인류의 발전은 정당성 있는 주체가 씨족, 부족, 가족, 국가가 아닌 집단에서 개인으로 진화해왔다. 그러나 사회의 지속은 개인만으로 이뤄질 수 없고 사람들의 삶을 문화적으로 정서적으로 촘촘히 메우고 연결하는 다양한 사회단위를 필요로 한다. 너무 과도한 개인주의와 국가와 사회의 무능력은 장기적으로 그 사회를 해체하게 될 수 있다. 다른 희망이었던 민족은 더더욱 멀어지게 된다.우리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강한 열망은 오늘의 한국사회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인간이 추구해온 모든 가치들은 다 특정한 역사와 발전시기에 필요한 덕목이었고 당시 사회를 추동하는 힘이었다는 점을 성찰해야 한다. 역사의 변증법적 발전은 이전에 추구했던 가치가 현재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가를 말할 뿐 결코 이를 폐기하거나 대체하지는 않는다. 500년된 예멘의 아파트를 고집하지는 않더라도 30년이 되기도 전에 재개발을 시도하는 우리들이 "시체에서 악취가 나지 않게 하려는 것보다 어렵고 비싸지만 쓸데없는 일은 없다"라는 말이나 어설픈 진보로 변명하고 있지는 않은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성찰해볼 일이다./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2019-08-05 윤상철

[이영재 칼럼]그때는 몰랐다

주변국 사이 갈팡질팡, 구한말과 겹쳐 보여조·청·일·러서 한·미·일·북·중·러로 늘고북한이 핵보유국, 그때보다 복잡하고 험악또 잘못 선택한다면 후세 무능한 조상으로 그때는 몰랐다. 역사는 무조건 외우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역사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무조건 외우는 거다." '미친개'란 별명을 갖고 있던 국사 선생님도 박달나무를 허공에 휘두르며 그때 그렇게 말했었다. "백제멸망 660 정말 슬픈데 /고구려도 망했다 668/ 발해건국 699에 번영하다가/ 멸망이 웬 말이냐 926." '연대 강박증'에 시달리던 우리는 윤극영의 동요 '반달'을 개사한 이런 노래도 불렀다. 하긴 당시 시험문제의 수준도 이랬다. '다음 사건을 시대순으로 옳게 나열한 것은 ?'. 그래서 '미친개'가 무조건 외우라고 했을 것이다. 그때는 몰랐다. 역사는 외우는 게 아니라 이해해야 한다는 걸. '한국사 연표'를 직접 만드는 게 도움이 된다는 것도 후에 알았다. 기존의 연표를 대충 눈으로 읽는 것은 전혀 효과가 없다. 내 손으로 연표를 작성하되 여유가 있어 세계사 연표까지 함께하면 금상첨화다. 국사와 세계사를 한 번에 끝낼 수 있다. 이른바 '일타쌍피'. 가령 '고구려가 낙랑군을 점령한 313년 그해, 콘스탄티누스가 밀라노칙령을 공포해 기독교를 공인하고, 백제를 번성케 한 근초고왕이 죽던 해(375년) 게르만족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이런 식이다. 눈을 감으면 뭔가가 그려진다.그때는 몰랐다. 역사는 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발원지에서부터 바다에 이르기까지 도도히 흘러가는 강물과 같다. 흐름만 알면 역사공부는 끝난 거다. 그래서 연표가 중요하다. 이탈리아 메디치가의 번영으로 피렌체의 르네상스 문화가 절정을 구가하던 1453년, 동방의 조그만 나라 조선에서는 수양대군이 친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빼앗기 위하여 김종서와 황보인 등을 제거하고 정권을 장악한 계유정난을 일으켰다. 권력이 뭐라고, 그걸 잡기 위해 쇠몽둥이로 무자비하게 정적을 제거하고 '피의 축제'를 벌이며 마침내 조카의 목숨까지 빼앗은 그때, 먼 나라에선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인간중심의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었다. 가슴이 뭉클하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연표 때문에 가능한 상상이다.하지만 이런 연표도 근대사에 이르면 혼란을 맞게 된다. 우리 근대사가 썩 유쾌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정말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사건이 수없이 일어나서다. 1866년 병인양요, 제너럴셔먼호 사건을 시작으로 신미양요(1871), 운요호 사건(1875), 강화도조약(1876), 임오군란·제물포조약(1882), 갑신정변(1884), 동학운동·청일전쟁 (1894), 을미사변 (1895), 아관파천(1896), 대한제국선포(1897), 을사조약·가쓰라 태프트 밀약 (1905), 한일합병(1910)까지 매년 매월 국운을 뒤흔든 사건이 일어났다.무엇하나 뺄 거 없이 '조선'이라는 '우물 안 개구리'가 감당하기에는 엄청난 사건들이었다. 연표만 가지고는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이 사건들이 계산된 듯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그래서 근대사 교육은 중립적인 시각을 가진 누군가의 설명이 필요하다. 불행하게도 '미친개'는 어설픈 민족주의자였다. 청나라,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의 움직임은 생략한 채 우리 입장만 가르치려고 했으니 불쌍한 '조선'이 왜 백척간두에 놓였는지 어린 학생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최근 우리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가 마치 구한말 같다고 한다. 헷갈리던 근대사를 다시 공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란 소리까지 들릴 정도다. 주변국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우리의 가련한 모습이 구한 말과 겹쳐 보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조·청 ·일 ·러 4개국에서 한·미·일·북·중·러 6개국으로 늘어난 것도 그렇고, 한반도가 두 쪽으로 갈라졌으며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란 사실 때문에 상황은 그때보다 복잡하고 훨씬 더 험악하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E. H.카는 역사를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비록 반복되는 역사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지만 답은 있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 알았으니 무능했던 우리의 조상들이 택하지 않은 길로 가면 된다. 만일 이번에 또 길을 잘못 선택한다면, 우리는 후세에게 130년 전 조상보다 더 무능한 조상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렇게 당하고도 다시 그 길 앞에 선 대한민국. 슬프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9-07-29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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