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

 

[오늘의 창]도시의 상품화

드라마나 영화에서 인천을 배경으로 한 장면을 종종 접한다. 최근에 열심히 본 SF 드라마도 그렇고 그동안 내가 본 드라마·영화 속 인천 중에는 송도국제도시가 가장 많이 나왔던 것 같다. 인천이 멋지게 나오고자 지자체가 '협찬' 명목으로 제작비 일부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인천에 사는 나는 드라마를 보다가 "어, 센트럴파크"라며 신기해한다. 그러나 어차피 가끔 지나는 그곳을 드라마 속에서 봤다고 일부러 찾진 않으므로 적어도 나에겐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순 없다.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한테도 신기하고 자랑스러울(?) 수는 있으나 동네 사람들을 위해 촬영지로 유치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목적은 다른 도시에 사는 외부인의 유입이다.인천이 드라마·영화 속에 등장하면서 외부인을 인천으로 모으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연구·분석한 자료는 아직 못 봤다. 특정한 장소와 건물이 영상에 등장할 뿐이지 인천이란 도시 자체는 삭제돼 있으니 홍보 효과가 얼마나 클지 개인적으로 의문이긴 하다. 내가 최근 열심히 본 드라마 속 송도국제도시 또한 서울의 어느 곳이었다. 인천이란 도시의 껍데기만 가져다 쓴 거나 다름없었다.'괭이부리말 아이들'의 김중미 작가가 최근 장편소설 '곁에 있다는 것'을 펴내면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가난 상품화 행정에 분노해 썼다"고 말했다. 2015년 인천 동구는 쪽방촌이라 불리는 만석동 괭이부리마을에 게스트하우스와 유사한 '옛 생활 체험관'을 조성하려다 비판 여론에 취소한 적이 있다. 김중미 작가 새 소설의 모티브다. 소설 '곁에 있다는 것'의 배경은 인천의 '은강'이다. 이곳은 바로 한국 문학사상 처음으로 300쇄를 찍은 조세희 작가의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주요 무대인 '기계도시 은강'이다. 기계도시 은강은 인천 만석동이 배경이다.드라마·영화 속에서 도시의 껍데기만 상품화하기보다는 그 속살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외부인들의 도시에 대한 관심을 훨씬 더 불러일으킬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은강'은 인천을 빼곤 다른 곳을 떠올릴 수 없다. /박경호 인천본사 정치팀 차장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정치팀 차장

2021-04-11 박경호

[오늘의 창]한 유능한 공무원을 회고하며

내 기억 속 그는 유능한 공무원이었다. 기업 투자 유치 업무에서 탄탄한 네트워크와 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성과를 중시하는 경기도청에서 직업 공무원으로 출발하지 않았던 그가 무려 10년 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할 터다. 화성 국제테마파크, 고양 CJ라이브시티, 의정부 YG 복합문화융합단지, 시흥 웨이브파크 등 경기도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굵직한 사업들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간 것은 단순히 그가 그 자리에 있어서였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퇴직 후 다수의 기초단체가 그를 투자 유치부문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가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그분이 경기도청에 있을 때 조언을 많이 받았거든요. 시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 그 조언이 크게 도움이 되기도 했고요. 솔직히 그쪽 분야에서의 능력이나 네트워크는 인정할 수밖에 없어서요"라고 했다. 부인하지 않았다.그가 도청을 떠난 지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투기 의혹 전직 공무원으로 불린다. 그가 투자 유치를 담당했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이 공식화되기 전, 업무 과정에서 얻은 기밀을 토대로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예정지 인근 부지를 매입한 혐의 때문이다.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매입한 부지를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몰수보전이 이뤄졌다. 투자 전문가라는 명함은 빛이 바랬고 투기 의혹 전직 공무원이라는 오명만 남을 처지다.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줄을 잇고 있다. 유능한 공직자가 한순간에 파렴치한 공직자로 내몰린 것은 비단 개인의 문제일까. 이재명 도지사는 해당 전직 공무원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부도덕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시스템과 구조의 문제라는 인식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투기를 차단할 구조적 장치가 있었다면 지금의 그는 어떤 모습일까. 못내 씁쓸하다. /강기정 정치부 차장 kanggj@kyeongin.com강기정 정치부 차장

2021-04-08 강기정

[오늘의 창]4·7 재보궐선거의 비용·편익

932억원. 단 21명의 선출직 공직자를 뽑기 위한 4·7 재보궐선거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선출된 공직자의 임기는 다음 전국동시지방선거인 내년 6월까지 1년 2개월 남짓이라고 생각하면 지출비용이 상당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하지만 재보선 비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휴일이 아닌 탓에 유권자들은 일과 중 따로 시간을 내 투표장까지 가는 데 들어가는 기회비용이 있을 것이고, 새로 선출된 공직자들이 그간 진행됐던 업무를 이해하기까지 불가피한 행정 공백도 비용에 포함돼야 한다. 게다가 정책 결정의 변화로 기존 정책이 폐기되거나 노선이 수정된다면 일정 부분 매몰 비용까지 생길 수 있어 유·무형의 비용을 모두 포함한다면 수천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그럼에도 우리는 단 21명의 공직자를 뽑기 위해 투표를 한다. 단지 내년 대통령선거, 지방선거를 미리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어서? 그게 아니라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단 하나의 이유로 압축한다면 결국 수천억원의 비용을 뛰어넘는, 편익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 압축하자면 새로 선출되는 공직자들이 더 나은 방식으로 자원을 재분배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한정된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것인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공동체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가장 합리적으로 제시할 후보자가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서울'특별시'나 부산'광역시'가 아니더라도, 상대적으로 예산 규모가 적은 시·군·구라 할지라도 어떻게 자원이 배분되느냐에 따라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의 질은 큰 차이가 날 수 있다.이제 유권자들은 각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자원 분배의 기준을 살펴 투표장으로 향해야 한다. 부동산 문제, 사회적 갈등,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속 방역대책 및 경기부양책, 복지지출, 교육, 저출산 문제 등 다양한 이슈 속에서 어떤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할 것인지 마음속에 품은 채. 당선증을 받는 후보는 기억해야 한다. 수천억원 이상의 가치를 실현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김성주 정치부 차장 ksj@kyeongin.com김성주 정치부 차장

2021-04-04 김성주

[오늘의 창]여주 제일시장 도시재생으로 거듭나길

여주시의 최대 현안이며 낙후돼 시민들에게 외면받아 온 제일시장. 지난해 12월10일 여주시는 제일시장(주) 소유의 토지와 건물을 100억원 상당의 공유재산으로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4월 말까지 땅과 건물의 명도(인도)만을 남겨 놓고 있다. 2018년 8월 제일시장(주)가 여주시에 건물 등의 매입을 제안하면서 2년 8개월 동안 얼마나 수많은 고비를 넘어왔는가. 이제 제일시장은 시민의 품으로 그리고 여주시의 관광명소로 거듭날 것이다.아직도 경매가 38억원이면 매입 가능한 것을 100억원(감정평가액)에 매입한데 대한 혈세낭비 지적과 제일시장 내 점포주 또는 세입자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또한 그 자리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놓고 음해도 존재한다.1983년 준공된 제일시장은 2014년 재개발이 무산되면서 개발에 참여했던 용역사들과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10여건의 송사에 휘말려 강제경매에 넘겨졌다. 두 번의 유찰로 매입가는 38억원까지 내려갔다. 다시 경매가 진행되면 부채 20억원과 15~20%에 달하는 지연 이자 등을 빼면 94동 상점의 이해관계자들 74명은 빈손으로 쫓겨날 처지였다. 우리는 2009년 '용산 참사'로 7명이 사망하며 얼마나 큰 희생과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는지 알고 있다. 이 같은 비극이 여주에서 발생하지 말란 법도 없다.그동안 여주시는 점포소유주 전원의 매각 동의와 매각 잔금 배분방식 합의를 위해 점포소유주 인터뷰와 설문조사, 수차례에 걸친 공동대표 회의, 비상대책위원회와 총회를 거쳐 최종제안중재의 시행을 결의했다. 제일시장 공유재산 매입은 이항진 시장의 남한강을 중심으로 한 친수기반형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다. 앞으로 사업 계획수립 용역과 함께 시민이 참여하는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미래 청사진을 만들어 갈 방침이다.불확실성의 시대에 전국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 여주에서는 역사가 되고 있다. 진정한 시민을 위한 공적 자본(공유재산)이 만들어지고 있다. 잔인한 4월, 여주 제일시장이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coa007@kyeongin.com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2021-04-01 양동민

[오늘의 창]청소파업, 김포시가 간과했던 것은

김포시 생활쓰레기 수거정책의 불합리함을 이유로 무기한 파업했던 청소노동자들이 협상 타결로 6일 만에 업무현장에 복귀한다.김포에는 8개 용역업체가 구역을 나눠 생활쓰레기를 처리해왔다. 노동자들은 시가 매년 사업구역을 변경하는 바람에 고용이 불안해졌다고 호소했다. 구역별 쓰레기 종류와 양이 달라 해마다 인원 조정이 불가피, 애꿎은 자신들만 피해를 본다는 것이었다.시의 인건비 산정도 파업의 주요 원인이었다. 8개 업체에 고용된 노동자 수가 총 141명인 상황에서 시는 연구용역을 근거로 필요 인원을 98명으로 못 박았다. 인건비를 98명분만 책정하자 노동자들의 임금이 삭감되는 결과가 초래됐다.그동안 김포에서는 생활쓰레기 업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A환경 대표는 자신이 별도로 운영하는 회사 직원들을 A환경 직원인 것으로 조작, 시에서 수령한 노무비로 월급을 지급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지난 2015년 징역형을 받았다. 이듬해 시는 대표자를 변경한 A환경에 업무를 재위탁했다. 2017년 말에는 적환장(쓰레기 임시 적치시설)조차 갖추지 않고 공모 3일 전 급조된 회사가 최고점으로 수집·운반대행업체에 선정돼 논란이 일었다.이후 시의회 지적 등에 따라 시는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업체 수를 8개로 늘리고 구역을 배분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관내 청소업무의 효율성을 최대로 끌어올리기보다 새로운 정책에 당위성을 부여하려는 것처럼 비쳐졌다. 노동자들은 현실이 무시됐다며 반발했다.양측은 이미 올해 초부터 갈등을 빚어왔다. 시는 행정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시민편의'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한동안 원칙만 고수했다. 심지어 파업 직후에는 고발과 손해배상 카드를 꺼냈다. 시가 연구자료를 빌미로 급진적인 변화를 적용하기에 앞서, 업계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시민 편의에 대한 파장을 고려했더라면 파업이라는 극한까지 치달았을지 생각해볼 문제다. 비슷한 불씨는 다른 곳에서도 숨쉬고 있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2021-03-30 김우성

[오늘의 창]체육인에 독배 국민체육진흥법

민간체육회장 시대를 연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은 체육인을 위한 법이 결코 아니었다. 지난해 1월15일 경기도체육회 등 전국 지방체육회의 '정치와 체육의 분리'를 골자로 한 국회 주도의 법 개정 시행으로 인해 시·도지사 체제의 체육회가 민간 체제로 전환됐다. 도체육회장 선거에선 이원성 (주)TBBC 회장이 당선됐지만 당시 도체육회장 선거관리위원회는 그의 당선을 무효처리했다. 이 회장은 법원에 당선무효 등 가처분신청 및 본안소송을 진행했고 법원은 결국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갈등은 이어졌다. 경기도는 지난해 7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경기도생활체육회 시절부터 6년간 도비 보조금 중 사무처운영 관련 분야에 대한 특정감사를 시작, 위법·부당 및 부적정 행위 22건 적발 및 93명 징계 등을 도체육회에 요구했다.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행정사무감사에서 공용차 마구잡이 사용과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을 집중 추궁한데 이어 2021년도 예산 심의 시기에는 도체육회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도체육회의 고유 사업은 올해 초 관련 조례 개정으로 도 및 산하 기관으로 이양했다.체육인들은 경기도가 무너지면 전국에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도와 도의회는 공공과 공익성을 내세우며 체육인 직접 지원 및 경기체육진흥센터 건립 등 체육회 힘 빼기에 집중하고 있다.도와 도의회는 체육회의 자체 자정 기간도 주지 않고 법 시행 1년 동안 모든 권한을 빼앗았다. 도체육회 한 관계자는 "공무원시험 준비하다가 공공 체육업무 분야에서 준공무원과 같이 일할 수 있게 돼 입사했는데, 이제는 줄 월급이 없어 구조조정설까지 나돈다"고 푸념했다. 모 국회의원의 주도로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의 시행은 예산 독립을 이루지 못한 지방체육회에겐 독이며 또 다른 정치화를 낳고 있다. /송수은 문화체육부 차장 sueun2@kyeongin.com송수은 문화체육부 차장

2021-03-28 송수은

[오늘의 창]범죄와의 전쟁

아파트 매매와 전세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일부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투기로 불거진 부동산 불법 투기 문제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무주택자들은 내 집 하나 얻고자 '영혼까지 끌어모아'도 마땅히 손에 잡히는 곳 하나 없는데, 공기업 직원들과 공직자들은 사전에 취득한 개발 정보를 통해 땅을 사고 몇 배에 달하는 부당이익을 취했다니 국민들의 상실감과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정부는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관련 공직자들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며 "불법 투기 적발 시 강력한 사법 처리와 투기 이익을 반드시 환수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면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탄생한 현 정부에서 공직자들의 부패와 부조리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민심 악화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사이 정부는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을 테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전쟁을 선포한 것으로 보여진다.그럼 과연 어느 쪽이 이길까?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수차례 부동산 시장 안정을 강조해 왔고 투기에 대한 강한 대처를 주문했지만 정작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있다.스무 차례가 넘는 부동산 대책이 무위로 끝난 상황에서 이번 공직자들의 부조리와 일탈은 정부의 공공택지 개발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번지고 있다.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은 국민들의 정책 불신이 앞으로 시장에 가져올 더 큰 혼란과 부작용에 걱정스러울 뿐이다.'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고사성어처럼 늦었다는 걸 알기에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 아무쪼록 어떤 부조리·부패와의 전쟁에서든 '공정과 정의'가 반드시 살아남길 바란다. /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lee@kyeongin.com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2021-03-24 이성철

[오늘의 창]화물차 '혐오' 대상 아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코스트코. 창고형 마트로, 품질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수입품 비중이 큰 코스트코 상품이 저렴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물류다. 상품을 대량으로 선박에 실어 인천항이나 부산항으로 들여온다. 항만 근처 물류창고에서 제품을 분류하는 등의 작업을 거쳐 화물차에 실려 코스트코로 간다.우리나라에서 '화물차'는 육상 물류의 중요 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화물 중 도로가 차지하는 분담률은 90% 이상이다. 대부분의 화물이 도로를 통해 옮겨진다. 노르웨이산 연어도, 호주산 소고기도 화물차가 옮긴다. 화물차는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존재가 됐다.최근 송도국제도시 곳곳에 '주민 안전 포기', '주민 안전 위협' 등 거친 문구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 소속 정치인이 붙인 게 대부분이다. 인천시가 화물차 주차장 최적지로 '아암물류2단지'라는 용역 결과를 발표하자 나온 반응이다. 아암물류2단지에 화물차 주차장을 설치하려던 계획은 2006년부터 있었다. 계획이 가시화되는 시기에 이르자 지역 정치인들은 앞다퉈 화물차 통행은 '주민 안전에 위협'이 되는 것이고, 인천시는 '주민 안전을 포기했다'고 주장한다. 화물차 운전사들을 모두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규정해버렸다. 아무리 정치인이 표를 먹고 산다고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혐오'에 가까운 표현으로 주민들을 선동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화물차 운전사들도 주민이고, 그들의 역할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주차할 곳이 없어 주택가에 주·박차를 해야 했고 이는 주민·운전사의 위험 요소가 되기도 했다. 이번 사업의 목적은 화물차 운전사의 불편을 해소하고 주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인천시는 화물차의 동선이 주거지와 겹치지 않게 한다고 설명했다. 정치인의 역할은 혐오 표현으로 주민 간 갈등을 조장할 게 아니라 두 가지 목적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정운 인천본사 경제팀 차장 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경제팀 차장

2021-03-21 정운

[오늘의 창]흉흉한 안성민심, 해법은 '인디언식 기우제'

미국의 원주민인 인디언이 지내는 기우제는 100% 성공률을 자랑한다. 그 이유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김보라 안성시장과 안성시에 흉흉해진 안성 동부권 민심을 달래기 위한 해법으로 이러한 '인디언식 기우제'를 추천하고 싶다.현재 안성 동부권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수해 피해와 가축전염병 창궐,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 등으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19만 도농복합도시인 안성시에서도 동부권은 도심화가 형성된 서부권과 달리 산지와 농지가 많아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대다수다.이 때문에 지난해 장마철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극심한 수해 피해를 본 상황에서 겨울철부터 AI(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전염병도 창궐해 동부권 주민들과 농·축산인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동부권에 위치한 축산물공판장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까지 발생해 지역경제가 꽝꽝 얼어붙으며 자영업자들까지 직격탄을 맞았다.이로 인해 동부권 주민들은 현재 '생업'과 '생존' 모두에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김 시장과 시 또한 이런 동부권 민심을 읽고, 현재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 중이지만 동부권 주민들의 입장에선 만족스럽지 못하게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그래서 더욱이 동부권 주민들이 만족했다고 느낄 때까지 김 시장과 시가 노력해야 하는 '인디언식 기우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주민들 모두가 100% 만족할 때까지 행정 지원이 뒷받침될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그래도 김 시장과 시가 노력하는 모습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보여준다면 성난 민심도 점차 수그러질 것이라 단언한다.지금 동부권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김 시장과 시가 주민 개개인이 감내하고 있는 고통을 이해해주고, 이를 엄마처럼 보듬어 줄 수 있는 행정지원임을 알아주길 바란다. /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muk@kyeongin.com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2021-03-18 민웅기

[오늘의 창]참을 수 없는 단독의 가벼움

초년생 시절, 단독을 붙일 수 있는 기사를 쓰는 일은 무척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보도가 되기까지 사실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파장이 커질 것이니 후속보도를 위해 단단히 준비도 해야 한다. 이렇게 공을 들여 단독기사를 보도하고 나면 다음 날 타사 동료들의 전화가 쇄도했다. "저 단독했어요"라고 자랑하지 않아도 타사 동료들이 후속보도를 위해 취재배경을 묻고 취재원 등을 알려달라고 연락을 해오면 '선수들한테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했고 그 연락이 참 반가웠다. 흔쾌히 취재 소스를 공유하며 선의의 경쟁을 했던 기억도 있다.그래서일까. 단독 기사 앞에 굳이 '단독'을 달지 않았었다. 신문의 특성상 기사제목에 '단독'을 달지도 않고, 매일 지면 상위 부분을 차지하는 기사들은 새로운 것을 쓰는 게 당연했으니 단독을 붙이는 것이 낯간지러운 일이었다. 동료들의 인정을 받았고 내 기사를 발판삼아 함께 문제를 파고들며 진실로 나아가고 있는 것만으로 보람됐다.최근 들어 벌써 몇 번째 단독기사를 도둑맞았는지 모르겠다. 같은 업계이니 누워서 침 뱉는 것 같아 일일이 거론해 얼굴을 붉히고 싶진 않다. 그러나 기본적인 상도의조차 사라진 풍경은 솔직히 낯설기만 하다. 단독 기사를 그대로 베끼고 버젓이 '단독'을 굵고 진하게 달아두는 것은 양반이다. 더 잘 팔리는 기사를 만들기 위해 자극적인 것만 짜깁기해 사실을 왜곡하는 것을 볼 때마다 회의감마저 든다.요즘은 단독기사를 작성해도 오히려 단독을 달고 싶지 않다. 품격있게 일하고 싶은, 알량한 자존심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포털이 장악한 언론시장에 최약체인 지역지는 고생해서 발굴한 단독기사가 포털의 저 끄트머리로 밀리고 밀려 다른 이의 단독기사로 탈바꿈되는 꼴을 당하기 일쑤라, 단독임을 강조하고 또 강조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저급한 단독경쟁에 끼어야 하나 자괴감이 든다. 쓰다 보니 이 글에도 '단독'이 총 16번 들어갔다. 포털 알고리즘은 이 글을 상위에 올려두려나. 우스운 생각이다. /공지영 사회부 차장 jyg@kyeongin.com공지영 사회부 차장

2021-03-16 공지영

[오늘의 창]제2경춘국도 합리적 노선안 마련을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인 제2경춘국도 건설공사 노선(안)을 두고 수년째 해당 지역이 들끓고 있다.도로의 80% 이상이 관통하는 가평 지역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다.이 건설공사는 남양주시 화도읍~가평군 청평면·가평읍~강원 춘천시 서면에 이르는 총 33.6㎞, 왕복 4차로 간선도로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관련 도·시·군은 광역도시 포함 5개 지자체에 이른다.때문에 예타 면제 대상지로 선정된 지난 2019년부터 기본 설계 노선계획(안)이 나온 현재에 이르기까지 2년여간 국토교통부와 지자체 등은 각각의 노선(안)을 제시하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현재 국토부 노선계획(안)을 두고는 이견이 상당 부분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가평 등 일부 지역의 불만 소리는 여전하다.이런 가운데 국토부는 지난 1~2월 제2경춘국도 건설공사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 및 기본설계 노선계획(안) 공람 등을 공고하고 해당 시·군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가평군 설명회는 지난 2월8일 가평군청 대회의실에서 2회가 예정됐으나 주민 등이 대거 몰리면서 1회가 추가됐다. 그만큼 이 사안은 뜨거웠다. 하지만 매회 설명회는 싸늘했다. 주민들이 노선(안)에 대한 재검토 요구 등 반발 목소리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날 주민들은 상색리 3개 마을 관통 노선, 역세권 내 IC, 가평고등학교 인근의 고가도로 등에 대해 각각 마을 간 단절, 교통혼잡, 학습권 침해 등을 이유로 들며 노선계획(안) 재검토를 요구했다.이번 설명회와 공람과정 등을 통한 주민들의 의견은 오는 6월 노선(안) 발표를 앞두고 절차에 따라 최근 국토부에 전달됐다. 이제 공은 국토부로 넘어갔다. 이로써 주민 의견수렴이라는 행정 절차는 끝났다. 국토부는 이 절차를 형식적, 의례적 절차가 아닌 그야말로 주민들의 의견임을 명심하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합리적 노선(안)을 마련하길 기대해본다. /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kms@kyeongin.com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2021-03-14 김민수

[오늘의 창]인천시교육청의 '학교구성원 인권조례'

인천시교육청이 학교구성원 인권증진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도성훈 교육감 취임 후 지난 2년여간 조례안을 만들었다.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심의·의결 등의 절차가 남았다.개인적으로 이번 조례에서 가장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학교의 보호자에 대한 인권 교육을 의무화한 조항이다.이 조례안 33조는 "학교의 장은 보호자를 대상으로 학교구성원 인권에 관한 교육을 연 1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 학교의 장은 보호자들이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명시했다. 이 조례 2조는 '보호자'를 학생의 친권자, 후견인, 그 밖에 학생을 사실상 보호하고 있는 사람으로, '학교구성원'은 학생과 교직원, 보호자로 정의하고 있는데, 즉 학교는 보호자가 학생이나 교직원, 혹은 다른 보호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가르치라는 것이다. 문구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실시해야 한다'고 강제화했다. 학생·교직원·보호자의 인권교육을 위해 1억8천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내용의 비용 추계서도 조례안에 첨부됐다.최근 인천에서는 부모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해 어린 학생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사건이 유달리 자주 벌어졌다. 그때마다 가슴이 아팠고 화도 났다. 왜 이런 '부모'가 생겨났을까. 왜 '국가'는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의 책임자인 '부모'들을 가르치는 일에 소극적일까. 답답했다.그래서 이번 조례가 개인적으로 반갑다. 또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권'에 대해 배운 경험이 있는 부모라면 적어도 제 자식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쯤은 배우지 않아도 알게 될 것이 아닌가.부모도 배워야 한다. 그리고 학교는 부모를 가르치는 일에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학교가 어떻게 부모를 가르칠지,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기대가 된다. 이 조례가 꼭 의회의 문턱을 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ksh96@kyeongin.com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21-03-10 김성호

[오늘의 창]이번에도 뻔한 결과, 또 뒷수습 처지 안산

인천시가 결국 옹진군 영흥도를 자체매립지(가칭 에코랜드)로 확정했다. 영흥도 주민들과 폐기물 차량의 이동 육로인 시흥과 안산의 시민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인천시는 대체지가 없다는 이유로 강행했다.사실 인천시가 영흥도를 자체매립지로 지정할 것이라는 점은 불변의 결과였다. 2014년부터 인천시는 영흥도를 차기 매립지로 눈도장을 찍어 놨다. 물론 당시에도 영흥도 주민들과 안산시 등의 반대 역시 거셌다. 수도권매립지의 종료기간이 충분히 남아 있다 보니 당시 인천시도 한발 물러섰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2025년 수도권매립지가 종료돼 인천시도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다만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기에 안산시의 미흡한 선제적 대응에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타 도시의 결정을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없겠지만 영흥도에 매립지가 건설되면 유일한 육로인 대부도는 환경적 영향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타 도시의 결정에 안산시민, 특히 대부도 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게 됐다.앞서 지난해 12월 출소한 조두순도 아내가 사는 안산에서 노후를 보낼 것이 뻔했는데 안산시의 미흡한 선제적 대응으로 주민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은 바 있다. 또 CC(폐쇄회로)TV 설치와 순찰 인력 강화 등 세금도 상당히 소요됐다.이번 인천의 영흥도 매립지 건설 결정에 대해서도 안산시는 어떻게든 막는, 뒷수습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대부도 주민들과 어떠한 협의도 없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다소 늦었지만 발표 하루 뒤 윤화섭 시장은 "안산시와 단 한 차례도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단원구 대부도 지역을 포함시킨 매립지 건설계획을 발표한 인천시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놨다.천혜의 해양관광자원으로 부상한 대부도, 또 이를 만든 주민과 시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시와 시민의 대표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우리 모두 지켜보자. /황준성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2021-03-07 황준성

[오늘의 창]가덕도 신공항과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은 다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민간 항공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상황인데, 최근 국내 최대 이슈는 아이러니하게도 신공항 건설이다.대통령이 직접 주도하는 가덕도 신공항은 일사천리다. 올해 추석 전에 사전 타당성 조사를 마무리하고 2024년 초에는 착공하겠다는 계획이 공개됐다. 특별법이 통과돼 예비타당성 조사도 받지 않아도 된다. 2030년 부산 엑스포 개최 이전 해인 2029년에는 완공되도록 하는 게 정부와 여당의 로드맵이다.김해국제공항 포화 및 노후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동남권 신공항을 만들자는 주장에서 시작돼 부산은 물론 울산·경남까지 가세해 가덕도에 부울경 거점 신공항 유치 일보 직전 상황까지 맞이했다. 아직 여러 이견이 많지만 해당 지역은 환영 분위기다.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기남부권에서도 신공항 유치 제안이 시작돼 한쪽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가덕도와 다른 점은 신공항 사업에 대한 제안 주체 그리고 지역 분위기다. 일명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으로 불리는 경기남부 신공항은 화성시 화옹지구에 군 공항과 합쳐진 국제공항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가덕도처럼 유치전이 있을 만도 한 데, 유치를 주장하는 것은 정작 화성시가 아닌 수원시고 화성시는 오히려 이를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반대하고 있다.반대 이유는 이렇다. 수원 군 공항 화성 화옹지구 이전이 지역민 반대로 사실상 무산되자 통합공항이라는 그럴듯한 논리를 만들어, 화성 동·서 간 주민 및 화성·수원 간 주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 화옹지구는 인천공항과 근거리여서 경제성도 없고 지방공항을 활성화하려는 현 정부의 방향도 덧붙여 설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좋은 국제공항이라면 화성이 아니라 수원이 유치하라는 가시 돋친 말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수원시는 군 공항 이전을, 화성시는 막아내야 하는 입장이다. 양 시 간의 의견이 조율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다. 상황이 이렇다면 군 공항 이전 문제는 통합국제공항 등의 거품을 걷어내고, 정해진 법과 제도대로 하는 게 맞다. 원칙대로만 한다면, 양 시 간의 비생산적인 갈등과 반목도 조금은 사그라질 것이다. /김태성 지역사회부(화성) 차장 mrkim@kyeongin.com김태성 지역사회부(화성) 차장

2021-03-04 김태성

[오늘의 창]얼굴 없는 천사의 안타까움

지난달 28일 하남시에 사는 두 아들의 엄마가 한 소셜미디어 네트워크(SNS)에 애타게 얼굴 없는 천사를 찾는 글을 올렸다. 남편과 사별하고 고향인 하남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그에 따르면 얼굴 없는 천사가 편의점에서 돈이 부족했던 작은아들에게 먹을 것을 사주고 다시 만날 약속까지 했다고 소개했다.아이 엄마가 자신을 찾는다는 것을 알게 된 얼굴 없는 천사는 "예쁜 아기인데 눈치를 너무 많이 봐서 제 마음대로 아이가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음식과 과자 등을 골랐다"며 "하남에서는 어머님과 아드님들이 상처받는 일이 없으시길 바란다. 이웃 주민으로서 챙겨드릴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챙길 테니 꼭 제 번호로 연락을 주시기 바란다"고 답글을 올렸다.언론을 통해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포털엔 수많은 댓글을 통해 얼굴 없는 천사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얼굴 없는 천사에겐 부담이 되고 그만큼 꼬마 아이와의 약속도 지키기 어렵게 되지 않을까 한편으론 걱정이 든다. 더욱이 얼굴 없는 천사는 아이에게 상처가 남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그동안 키다리 아저씨, 얼굴 없는 천사 등 많은 미담사례와 비교해 볼 때 이번 얼굴 없는 천사에 대한 관심이 과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왜 그럴까? 밤이 깊어질수록 별이 더 빛나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현실의 어둠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 아동학대, 4·7재보궐선거 등 수많은 뉴스 중에서 우리를 즐겁게 해 준 뉴스는 막상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가 마음껏 웃을 일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새벽이 깊어질수록 아침이 일찍 오는 것처럼 수많은 얼굴 없는 천사들이 깊은 밤 밝게 세상을 비춰 아침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웃음을 전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문성호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moon23@kyeongin.com문성호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2021-03-02 문성호

[오늘의 창]정치권의 '몹쓸 병'

며칠 전 TV 뉴스를 봤다. 여지없이 정치권의 소식이 전해졌다. TV 속에선 여야가 공방을 주고받고, 물러섬 없는 정쟁을 벌이는 모습이 표출됐다.늘 보는 모습이지만, 올해 6살 된 아이는 이를 보고 부모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빠,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싸우는 거야?"난처해진 부모는 생각 끝에 "서로를 배려하지 않아서 그래"라고 답했다.그러자 아이가 대뜸 "몹쓸 병에 걸렸네. 쯧쯧쯧"하고 혀를 차는 것이 아닌가.아이는 전날 읽은 책에서 닭장 속 닭들이 새로 들어온 검은색 닭을 자신들과 색이 다르다고 따돌리고, 혹여 검은색 닭에게서 몹쓸 병이 옮지는 않을지 배척하는 모습을 떠올린 듯하다. 아이에게는 남을 미워하고, 힐난하는 모습 자체가 '몹쓸 병'으로 인식된 셈이다.아이는 이어 "병에 걸렸으면 주사 맞아야지. 근데 주사가 아프니까, 또 서로 먼저 맞으라고 싸우면 어쩌지"라고 말을 맺었다.짧은 순간 가볍게 웃고 넘겼던 이 말이 금세 현실이 됐다.지난해 코로나19로 힘겨운 나날을 보낸 우리 사회는 26일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다. 첫 백신은 안정성 논란이 제기됐던 아스트라제네카(AZ)다.야권은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먼저 맞아 보시라'고 압박했다. 이에 맞선 여권은 비열한 정치공세라며 백신 공포감 조장을 그만두라고 비판했다.결국 기다리던 백신 접종을 놓고도 정치권은 어김없이 정쟁이다. 국론보다는 당론이 정치권을 장악한 모습이다. 양측의 주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이들 모두 국민의 안전을 염려해 '갑론을박' 하는 것으로 치부하면 될 일이다.다만 부모로서는 이 모습을 다시 아이가 보면 또 어떤 말을 꺼낼지 참 난감하다. 정치권의 '몹쓸 병' 때문에 당분간은 TV 뉴스를 보지 않아야겠다./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2021-02-24 김연태

[오늘의 창]님비쓰레기

'나는 님비쓰레기가 돼도 좋다. 내 아이들이 임대주택 사는 아이들과 같은 학교를 다니지 않을 수 있다면…!'취재 중 한 온라인 카페를 방문했다가 상위에 붙박이로 게재된 글을 보고 당혹스러웠다.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더 좋은 교육 등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과 가족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애쓰는 게 무슨 별일이냐 만은, 하수처리장 같은 환경시설에 대한 거부와는 다르게 사람과 사람을 가르고, 사회구성원의 손가락질에도 부끄럽지 않다고 하는 자세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사회는 다양한 이해집단으로 차 있고,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툰다. 그런데도 사회가 무너지지 않는 것은 단순히 경찰력으로 대표되는 공권력 때문만은 아니다.국제정치학의 현실주의 이론에 기여한 라인홀드 니버는 자신의 저서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Niebuhr, Reinhold (2nd ed) 이한우 옮김, 문예출판사, 1998)에서 "사회는 영구적인 전쟁상태에 처해 있어… 강제성 없이 국가를 보존하기란 더욱 불가능하다"고 하면서도 "어떠한 국가도 순전히 강제성에 의해서만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p.22~37)는 점도 인정하고 있다.니버가 말한 통일성을 유지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나. 기자는 공교육과 언론이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공교육은 사회 유지를 위한 가치를 충실히 전달해야 한다. 역사, 문화, 정치, 사회, 윤리가 그러한 매개체일 것이다. 언론 역시 그 사회의 가치를 형성하는 데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체벌을 과거와 달리 지양하는 것은 언론의 이슈선정과 그 반향의 결과일 것이다.지금 '님비쓰레기일지언정 무조건 없는 사람, 복지 대상자가 내 가족과 함께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기심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지역사회가 부끄러워하기 보다 커밍아웃을 반기는 행태는 사회를 엮어내는 사슬 어딘가에서 잘못되고 있다는 뜻이다. 몸 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무겁다. /권순정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 sj@kyeongin.com권순정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

2021-02-18 권순정

[오늘의 창]고난의 인천 프로야구 역사와 신세계 구단

"나는 태평양 돌핀스 때부터 인천 연고 프로야구팀만 좋아했는데, 응원하는 구단의 이름은 벌써 세 번이나 바뀌게 됐다."지난달 인천 SK 와이번스가 신세계그룹 이마트에 매각되자 야구팬인 한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1982년부터 인천 프로야구팀을 응원했던 팬이라면 벌써 6번째 구단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야구 커뮤니티에선 인천 SK 와이번스와 신생팀들을 묶어 이른바 '흥행참패동맹'으로 부르고 있지만, 인천지역 프로야구 열기가 애초에 다른 지역보다 낮았던 것은 아니었다. 인천의 첫 프로야구단인 삼미 슈퍼스타즈와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는 하위권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지만, 인천 야구팬들은 열정적으로 이들을 응원했다. 당시 야구장을 찾았던 '도원 전사'들의 모습은 아직도 야구 커뮤니티에서 회자하고 있다.1996년 창단한 현대 유니콘스가 1998년 인천 연고 프로야구팀 중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야구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2년 뒤인 2000년 현대 유니콘스가 서울을 연고로 하겠다며 '야반도주'를 감행하면서 인천 야구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전북 군산을 연고로 하던 쌍방울 레이더스 선수단을 인계한 SK 와이번스가 인천에 자리를 잡았지만, 한순간에 응원팀을 잃어버린 인천 야구팬들은 프로야구에 등을 돌렸다.SK 와이번스는 국내 프로구단 중 최초로 응원 구호에 지역명을 넣는 등 인천 야구팬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짧은 기간 네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등 인천 야구팬의 새로운 자부심이 됐다.SK 와이번스가 신세계그룹에 매각되면서 이러한 노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선수단이 그대로 인수됐지만, 야구팬의 충격은 상당하다. 신세계그룹은 야구단을 인수하면서 원대한 마케팅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또 한 번 연고지 팀이 사라져 버리는 아픔을 겪게 된 인천 야구팬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무엇보다 인천팬들에게 인정받는 야구단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21-02-16 김주엽

[오늘의 창]탄소중립과 그린뉴딜 그리고 여주시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위기는 동전의 양면이다. 인간과 자연의 단절문제라면 공존하는 접근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결법으로 공존의 지정학적 위치를 '나무와 숲'에서 찾아본다.지난 1월21일 국립산림과학원이 주최한 '2021 산림·임업 전망 발표대회'에서는 나무와 숲에서 인간과 동·식물이 대등한 주체로서 공존하는 방안을 찾아볼 좋은 기회였다. 반기문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기후위기로 인한 결과"라며 "많은 학자는 현시대를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로 별도 구분하며 100년 안에 '제6차 대멸종'으로 전체 생명 종의 70%가 소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지질학적 '인류세'의 개념이 정립되면서 인류·사회학자는 '정치 생태학'에서 '새로운 미학, 인식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즉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과학과 경제라는 인간 중심적 사회성에 반해 21세기 생태계의 기원인 아마존 유역의 야노마미족이 숲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에서 새로운 인식을 찾아본다.지난달 28일 여주에서 열린 '산림뉴딜정책에 따른 임업 발전 방안 현장 설명회'를 주관한 원택상 한국임업협동조합 이사장은 "OECD국가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산림은 매우 중요한 탄소흡수원이지만 우리나라 숲은 수령이 다해 탄소흡수량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해결책으로 그는 "수확기에 들어간 임목을 벌채 가공하고, 용도개발과 후계 경제림 조성, 임도 개발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녹색뉴딜정책이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며 "수입목에 의존하던 임업을 국산목으로 대체할 기반시설 구축이 시급하다. 그런 면에서 여주시가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여주시 뒤에는 강원도의 산림이 있고, 앞에는 수도권 2천만 인구가 존재한다. 이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생태학의 기원을 찾아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지혜를 찾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coa007@kyeongin.com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2021-02-02 양동민

[오늘의 창]선심성 정치는 안돼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호소하며 보상 요구가 거세다.이에 여당에서는 손실보상법과 협력이익공유법, 사회연대기금법 등 이른바 '상생협력 3법'을 내걸고 2월 임시국회에서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특히 정부의 강제 조치로 피해를 입은 업종에 대해 국비를 지원해 보상하겠다는 손실보상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부 시책에 협조하라고 했다. 우리는 공정하고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관련 입법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했다. 상부상조(相扶相助), 환난상휼(患難相恤) 같은 성어처럼 서로 돕고 살자는데 이견이 있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제한된 재정 상황을 감안하면 선심 쓰듯이 쉽게 결정짓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현재 정치권에서 손실보상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손실 보상 금액과 방법, 지급 시기 등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이같은 이유에서인지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이며 여당과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손실보상' 법제화를 둘러싼 당정 간 혼선을 직접 수습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방역 조치에 따라 영업이 제한되거나 금지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 재정이 감당하는 범위에서 손실보상을 제도화할 방안을 당정이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발언이 나오자마자 당정은 입법과 함께 실제 필요 재원을 추계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정부와 정치권은 새로 법을 만들고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일에 허투루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원칙과 기준, 범위, 형평성, 가용재원 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정치인들의 '포퓰리즘'으로 인해 미래 세대 어깨에 짐을 하나 더 얹게 되는 일에 손을 들어줄 국민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lee@kyeongin.com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2021-01-31 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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