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

 

[오늘의 창]내부 제보자가 용기를 내려면

자신이 속한 조직의 비리나 부조리를 고발하는 내부 제보자가 되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제보한 사실이 노출될까?' 걱정을 떨치기 어렵다. 제보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것은 아닌지 밤잠을 설칠 것이다. 이 때문에 내부 제보를 받으려는 쪽은 무한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돼야 한다. '제보를 하면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제대로 파헤친다' '제보자는 철저히 보호한다' 정도의 평가는 받아야 제보자는 용기를 낼 수 있다.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 탈세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세관 당국에 핵심 제보가 안 들어온다고 한다. 세관 당국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세관을 못 믿겠다고 한다. 어렵게 제보를 하면 총수 일가에 증거를 인멸하는 시간만 벌어줄 것이라는 말까지 한다. 인천세관에서 개설한 SNS '제보단톡방'에는 이따금 세관을 비아냥거리는 글만 올라오고 있다.세관 당국과 대한항공 총수 일가가 유착됐다는 의혹은 아직도 해소되지 못했다. 세관 직원이 총수 일가 밀수를 묵인하고 혜택을 받았다는 등 각종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관세청은 내부 감찰을 벌이겠다고 했지만, 그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감찰을 통해 사실로 확인된 것이 있으면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아니라고 알려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하나 명쾌한 것이 없다.최근 김영문 관세청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관세청 묵인 의혹이 자꾸 강조되다 보니까 (관세청에) 제보를 안 해주고 있다"며 "일단 우리를 믿고 적극적으로 제보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수사하겠다는 관세청장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믿어달라"는 백마디 말보다 신뢰 회복을 위한 행동이 필요한 때다. 세관 당국은 4차례에 걸쳐 총수 일가 자택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벌여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물품이나 자료를 확보했지만, 구체적 밀수 경로를 특정하고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한진그룹 내부 직원의 제보가 필요하다.세관 당국이 자신의 모습을 진정성 있게 드러내고 환골탈태하길 바란다. 수사에도 '골든타임'이 있다고 한다. 세관 당국이 더는 늦지 않기를 바란다. /홍현기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hhk@kyeongin.com홍현기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18-05-16 홍현기

[오늘의 창]자치단체장의 인사·조직 관리 리더십

그동안 국(局)이 없었던 가평군에 올해 '경제복지국'과 '미래발전국'이 신설된다.인구 10만명 미만인 군(郡) 단위 지자체에 국을 둘 수 없도록 정한 대통령령인 '지자체 기구 정원 규정'이 최근 개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평군에는 오는 7월 중 회계과, 행복 돌봄과, 교통과 등 3개 과 9개 팀이 늘어나고 공무원 수도 60여 명 증원된다. 특히 올해 10여 명 안팎의 사무관 승진 인사가 예정돼 있어 인사 정체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돼 조직이 술렁이고 있다.이 같은 인사가 예정된 만큼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차기 군수의 인사·조직 관리 리더십이 조직과 지역 사회에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한 학연, 지연, 혈연 등과 선거 후 논공행상에 따른 인사 등 조직의 위계를 흔드는 공정하지 않은 인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원칙 있는 인사정책을 요구하는 소리로 해석된다. 인사행정은 지방자치 행정의 근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때문에 단체장은 무엇보다 인사정책에 행정력을 집중한다. 다수의 단체장은 선거를 앞두고 '인사가 만사다', '사기진작과 조직원들의 발전을 위한 교육과 인센티브 제공'. '창의력을 발휘하는 공무원들 승진 인센티브 제공' '능력 있는 인재 등용' 등등 조직원들을 위한 인사 정책에 대한 공약을 내놓는다.하지만 대다수 조직원은 교과서적인 이러한 인사정책을 이해하면서도 내심 사심 없는 단체장의 원칙 있는 인사 정책과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관리 리더십을 고대한다.일부 공무원들은 단체장의 지도력을 인사정책으로 평가하기도 하고 인사에 따른 사업 성과를 리더십의 산물로 보기도 한다.형평성 있는 인력 배치와 공정한 인사 관리가 배제된 인사정책은 조직원간 갈등, 불신과 상실감, 무력감 등을 야기하고 이는 곧 느슨한 조직으로 이어져 결국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한다. 인사관리 리더십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다는 얘기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사 관리 리더십이야말로 조직원은 물론 조직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요소인 만큼 차기 가평군수의 공정한 인사 관리 리더십을 통한 조직· 지역 발전을 기대해본다. /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kms@kyeongin.com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2018-05-09 김민수

[오늘의 창]등대지기와 등대올림픽

지난 4일 우리나라 최초로 불을 밝힌 등대인 팔미도 등대를 취재차 들렀는데 그동안 몰랐던 이야기를 들었다.많은 이들이 등대를 지키는 사람을 등대지기로 부르는데, 정작 등대에서 일하는 이들은 등대지기로 불리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등대지기라는 표현이 너무 외롭게 일하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하거나 전문직이 아닌 것처럼 들린다는 이유였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지기'라는 표현이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없지만 어떤 직업을 두고 '~지기'라고 부르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무도 경비원을 '문지기'라 부르지 않고, 역무원을 '역지기', '철도지기'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전문 자격증을 갖춰야 하는 항로표지관리원이 직업의 정식 명칭이고 '팔미도 항로표지관리소'가 일터의 정식 이름이다.이번에 또 새롭게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는데, 이 등대 와 같은 전국의 항로표지 5천289기(올해 3월31일 기준) 가운데 가장 많은 725기(13.75%)가 인천에 있다는 사실이다.인천의 바다가 조석 간만의 차가 심하고 항로가 복잡하고 길 뿐 아니라 안개도 심해 다른 항만과 비교해 배들이 드나드는 여건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와 관련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는 '등대 올림픽'으로 불리는 제19차 IALA(국제항로표지협회) 컨퍼런스가 열린다. 4년에 한 차례 열리는 행사로 83개 회원국 49개 연구기관 등이 참여해 국제항로표지 중장기정책과, 항로표지 신기술과 미래 비전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전 세계 40여개국의 등대 유물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도 준비된다고 한다. 내 고장을 드나드는 배들을 안전하게 안내해주는 '항로표지시설'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이 행사에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ksh96@kyeongin.com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18-05-07 김성호

[오늘의 창]정치의 8가지 덕목

사서삼경 중 하나인 '서경(書經)'은 요순(堯舜)시대부터 서주(西周)시대까지 덕으로 다스린 군주들의 문서를 수집해 공자가 편찬한 책으로, 동양고전 중 가장 오래된 정치학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서경에는 한 나라의 지도자가 정치를 할 때 다음과 같은 8가지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첫 번째, '먹을 것(食)'이다. 아무리 이상적인 공약을 떠들어도 대중들을 배불리 먹이지 못하면 실패한 정치다. 예를 들어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지난 2009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 출마해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들고 나와 승리 한 반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했다가 주민투표까지 간 끝에 결국 시장직을 잃게 됐다. 이는 대중들에게 먹거리가 그만큼 민감한 문제라는 뜻이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둘째는 '재화(貨)', 요즘으로 치면 생산과 소비를 통한 금전의 유통과 경제문제의 해결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는 '제사(祀)'인데 현대사회는 제정일치(祭政一致)가 아닌 만큼 제사의 필요성이 줄어들었지만, 굳이 현대적으로 해석하자면 복잡한 종교 갈등의 해결이라 할 수 있겠다. 세계사를 살펴봐도 대부분의 굵직한 전쟁은 종교로 인해 발생한 것이며, 한 나라 안에서 종교적 갈등이 심해지면 나라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군주들은 저마다 국교를 정해 종교를 통일시키려고 노력한 것이다.넷째는 '건설(司空)', 다섯째는 '교육(司徒)', 여섯째는 '치안(司寇)'이며, 일곱째는 '손님 접대(賓)'로 주요 국가와의 외교 혹은 경제적인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마지막은 '군사를 다스림(師)'이다.서경은 이처럼 2천 년 전의 통치 원칙을 들려주고 있는 데 요즘의 정치인들이 반드시 새겨 들어야 할 내용들로 가득하다. 특히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극적으로 만난 사건은 외교문제와 군사문제가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올해 6·13 지방선거에서는 총 7장의 투표를 통해 시·도지사, 교육감, 시·도의원 등을 뽑아야 하는데 출마에 나선 사람들이 상대방 흠 잡는 네거티브 전략에만 집중하지 말고 위에 언급한 8가지 덕목이라도 잘 새겨서 좋은 정책으로 승부했으면 한다./김선회 지역사회부(오산) 차장김선회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2018-05-02 김선회

[오늘의 창]기초의원 공천과 풀뿌리 민주주의

'공천이 만사'라는 흔해 빠진 말이 돌고 돌아도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 것이 기초 의원 공천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최일선인 군·구·시의원에 나설 대표 주자를 뽑는 일인데, 능력과 실력이 공천 여부를 좌우하지 못한다. 현역 국회의원, 지역위원장의 입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천 잡음이 늘 있는데, 양대 정당에서 그 정도가 심하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라고 특별할 게 없다. 자유한국당의 공천 구태도 여전하다.어떤 사람이 기초 의원 후보로 선택되고 있을까.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예산 심사에 앞서 방대한 자료를 꼼꼼하게 검토하고 회의 석상에 들어가는 기초 의원 A가 있다고 치자. 예산 심사가 열리기 전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이 지역구 행사 참석이 예정돼 있다고 가정해 보자. 기초 의원 A가 "중요한 의사 일정을 앞두고 있어 '국회의원 의전'이 어렵다"고 의원실에 얘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다음 공천 탈락이 뻔하다. 실제 기자가 그동안 만난 민주당, 자유한국당 등 양당 소속 군·구의원들 중 상당수는 국회의원 또는 원외 지역위원장이 공천권을 쥐고 있다고 말했다. 공천권자에게는 수족(手足)이 필요하다. 누가 더 자주 공천권자의 손발이 돼 일했는지가 '공정한 평가'를 위한 척도다. 일꾼은 눈에 보일 리 없다. '기초의회 폐지론'이 잊을만할 때마다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어찌 보면 우리는 아직껏 제대로 된 기초 의회를 구성해 본 적이 없다. 구의원을 수년 간 해도 기초 의회의 기능과 역할조차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인천의 경우 민선 7대 기초단체장들 기초 의원들을 대놓고 무시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점을 되짚어봐야 한다. 그래서 옥석을 가리는 일이 필요하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대하겠다면, 그 출발점은 기초 의원 공천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을 올려놓고 유권자에게 선택의 책임을 떠넘겨서 되겠는가. /김명래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problema@kyeongin.com김명래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18-04-30 김명래

[오늘의 창]'시민구단' 인천Utd와 서포터스

체육 담당 기자로 다시 뛰고 있다. 꼭 2년 만이다. 40억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로 기억될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전후해 체육을 담당했다가 다른 부서로 갔었다. 어느덧 4년이 지나서 오는 8월이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개막한다.요즘 프로축구 K리그가 한창이다. 1부 리그에 있는 '시민구단'인 인천유나이티드도 기자의 출입처다. 시민구단이 고액 연봉을 받는 스타급 선수들을 다수 보유한 여러 '기업구단' 틈바구니에서 버텨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인천 등 1부 리그에 살아남은 시민구단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특히 인천 구단은 올 시즌 초반 리그 최강인 전북 현대를 꺾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무려 8년 만에 이룬 홈 개막전 승리였다. 2014년부터 4년 동안 5월이 돼서야 시즌 첫 승을 거뒀다.하지만 인천 구단은 여느 해보다 더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서포터스와의 첨예한 갈등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성적이 바닥을 치는 등 위기의 구단을 구해내 호평을 받던 강인덕 대표이사에 대해 서포터스가 독단적인 구단 운영을 중단하라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그나마 시즌 초반 인천 구단 선수들이 경기에서 선전한 덕분에 양측의 갈등은 진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6경기 연속 무승 속에 3연패까지 당하면서 여론이 급격히 얼어붙었다.인천 구단과 서포터스 사이의 오랜 반목에 많은 시민 축구팬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언제까지 이 광경을 지켜봐야 할까. 양측이 해법을 내놓을 때 아닌가 싶다. /임승재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isj@kyeongin.com임승재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2018-04-25 임승재

[오늘의 창]민원으로 선물 받은 기아차, 이젠 답할 때

지난 12일 광명시의회가 민원을 이유로 10여년이 넘도록 건축물을 불법용도 변경해 사용해 온 기아자동차측에 큰 선물(?)을 줬다.기업의 교육연구시설용 건물을 체육시설이나 근린생활시설로 변경, 개발할 수 있는 조례를 수정한 것. 이로인해 해당 건축물의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그러나 과정상 광명시와 의회의 결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장기간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도 없었고, 의회는 '민원'을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그것도 멀쩡한 시설을 폐쇄 시켜 제기된 민원이었다. 조례 심의과정에서 기아차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지적도 있었지만, 기아차는 답을 하지 않았다.민원인들도 호소문을 통해 불법 사실을 지적한 언론을 '정상화를 가로막는 무리'로 사실상 규정했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시설이라면 불법도 면책되어야 한다는 논리다.이번 사태의 내막은 광명시와 기아차가 불법외 합법한 시설인 수영장까지 폐쇄하면서 민원을 야기시켰다는 것이다.기아차는 매년 3억~4억원을 투입(적자)해 상생시설로 운영해 왔다고 공헌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아차 직원에 적용된 할인(?)에 따른 손해 아닌가 싶다. 중요한 것은 연간 1천300만~1천500여만원 대의 재산세를 납부하는 건물을 소유한 기아차는 이번일로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원의 이익을 얻게된다는 것이다.폐쇄의 촉발점도 센터측에서 기아차 외의 타사차 주차금지, 일반이용객 주차금지 조치에 따른 '갑질논란'에서 시작됐다.큰돈 번 기아차가 이제 나서야 할 때다. /김영래 사회부 차장 yrk@kyeongin.com김영래 사회부 차장

2018-04-22 김영래

[오늘의 창]적(積)폐, 그리고 적(敵)폐

▶동네 꼬맹이들도 시비가 붙으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말한다. "네가 하는 것은 되고 내가 하면 안되냐"며, "내로남불이냐"고 윽박지르기 일쑤다. 동일 사안에 대한 이중적 잣대를 비판하는 정치권 용어가 이제는 어엿한(?) 생활용어가 된 셈이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과 민주당원의 댓글조작 논란 등은 이런 내로남불 흥행에 불을 지핀 사례다. 국민의 눈높이에선 똑같은 정치꾼인데, 그들 사이에서 진보와 보수를 나누고 로맨스와 불륜을 구분 짓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요즘에는 정치권발(發) 유행어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적폐(積弊)다. 적폐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부르는 용어다. 국정농단 세력을 겨냥한 문재인 대통령의 외침이 이제는 사회 전 분야에서 그릇된 일을 가리키는 단골용어가 됐다. 비상식의 지배를 받았던 우리 국민에게 적폐 청산이야말로 사이다 같은 속시원 함을 주는 청량제가 됐다. 하지만 적폐도 내로남불과 공통점이 생기면서 참신한 맛이 사라졌다. 나의 잘못은 실수이자 관행이지만, 남의 일은 비리와 부패의 청산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내로남불의 아류가 된 셈이다.▶적폐청산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적폐의 적이 '쌓을 적(積)'이 아닌 '대적할 적(敵)'으로 바뀌는 순간 내로남불 식의 적폐청산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눈높이가 아닌 그 이상의 도덕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스스로에게 더욱 혹독한 채찍을 가할 때 적폐청산이 그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 국정농단의 틈에서 희망으로 탄생한 정부이기에, 문 대통령 스스로가 내부 불의에 더욱 분노해야 한다. 보수 반성을 외치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정부와 진보 여당에 고언(苦言)한 "우리도 이러다 망했다"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김태성 정치부 차장 mrkim@kyeongin.com김태성 정치부 차장

2018-04-18 김태성

[오늘의 창]국회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개점휴업', '빈손', '공전', '파행'. 최근 2주째 멈춰 선 4월 국회를 가리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들이다.사실 4월 국회의 장기 표류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정부 개헌안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던 여야가 방송법 개정안을 놓고 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이 불거진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 공방에 이어 김경수 의원의 댓글 조작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국회는 완전히 마비됐다.야당은 '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고, 예정된 상임위도 줄줄이 취소됐다. 이 때문에 여야 합의로 잡아놓았던 9일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경 시정연설과 10~12일 대정부질문조차 열리지 않았다.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국회 정상화 모색을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회동을 가졌지만, 뚜렷한 입장차만 확인하고 뒤돌아서기를 반복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절대 곱지 않다. 지하철 내에서 정치권 얘기를 주고받는 시민들 가운데는 '국회가 그렇지. 뭐' 등의 자조적인 푸념이 나오기 일쑤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다. 국회가 장기간 공전하다 보니 미세먼지 대책 관련 법안,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법안도 그대로 묶여 있다.'국회'는 말 그대로 국민을 위한 대표 회의기구다. 국회의원들만의 '정쟁 기구'가 아니다. 정당별 당리당략과 이해타산이 민생을 외면하는 선을 넘어선 안된다. 그들을 선택해 준 국민의 눈과 목소리를 잊어서는 곤란하다. 국회는 첫째도 국민, 둘째도 국민, 셋째도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기구라는 사실을 여야 모두 뼛속 깊이 다시 새겨야 할 시점이다. /김연태 정치부(서울본부)차장 kyt@kyeongin.com김연태 정치부(서울본부)차장

2018-04-16 김연태

[오늘의 창]'대부도'가 뜬다

7천600여명이 살고 있는 안산의 섬 대부도가 주목받고 있다. 제종길 시장은 취임직후부터 "안산의 미래가 대부도에 달려 있다"고 말하며, 15년후 인구 5만여명이 거주하는 명품 전원도시를 조성해 미래 안산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이에 대부도에 대부해양관광본부를 신설해 3개과 50여명의 직원들을 배치하는 등 진작부터 개발사업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안산시는 제조업 유치나 대규모 주거단지 조성 등을 지양하고, 골프, 승마, 대부해솔길 트레킹 등의 관광 상품 개발을 통해 종사자 등의 거주 등 자연스러운 인구유입을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서해안 유일의 24시간 입출항이 가능한 방아머리마리나리조트 건설은 안산을 세계적 해양도시로 발돋움할 것이란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특히 대부도는 미래지향적 탄소제로 에너지 자립섬으로 조성된다. 이를 위해 시는 주민, 에너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 도시가스 공급을 위한 공사가 이미 착공을 했고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김철민 국회의원(민·안산상록을)도 대부도 개발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 의원은 안산시와 함께 대부도 도시숲 조성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지난 10일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김 의원은 최근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보다 많은 시민들이 혜택을 볼수 있도록 지역구가 아닌 대부도에 도시숲을 조성하기로 결정하고, 산림청과 사업을 확정했다.안산의 섬 대부도 개발에 이처럼 모두가 머리를 맞대며 힘을 모으고 있다. 수년후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돼 있을지 자못 기대된다. /김대현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kimdh@kyeongin.com김대현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2018-04-11 김대현

[오늘의 창]선거철, 다시 찾아온 구도심의 계절

"너희들이 선거 때마다 얘기했던 게 모두 실현됐으면 구도심은 진작 상전벽해 했을 거다."최근 한 정치인의 지방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구경하던 시민 중 1명이 퉁명스럽게 내뱉은 말이다. 기자 옆에 있던 70대 정도로 보이는 노인은 혀를 끌끌 차더니 금세 자리를 떴다.또 선거철이 돌아왔고 다시 구도심 활성화 정책이 각 후보군의 '1번 공약'으로 등장했다. 광역, 기초 가릴 것 없이 이번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여야 후보들은 저마다의 구도심 활성화 정책을 들고 나와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안상수, 송영길, 유정복으로 이어지는 인천시장들 모두 이런 목표를 가지고 시정을 펼쳤지만 괄목할만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그 사이 인천 신도심과 구도심 간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인천발전연구원이 발표한 '인천시 균형발전을 위한 재원조성 방안에 관한 연구'를 보면 2003년 경제자유구역 지정 이후 연수구, 서구 등 경제자유구역에 포함된 일부 기초자치단체와 그 외 자치단체 간 부(富)의 불평등이 급속하게 심화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경제자유구역에 속한 기초자치단체들이 인천시 전체에서 차지하는 지역 내 총생산(GRDP) 비중이 2005년 40.5%에서 2013년 44.1% 증가한 것으로 조사된 반면 그 외 지역은 2005년 59.5%에서 2013년 55.9%로 오히려 감소했다.인천의 구도심 활성화 전략은 시장이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전환되며 일관되게 추진되지 못했다. 특히 임기 내 치적을 위해 오랜 기간 걸리는 구도심에 대한 투자보다는 가시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경제자유구역 투자 유치나 대단위 개발 프로젝트에 집중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천의 구도심 정책이 다시 기로에 섰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boq79@kyeongin.com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18-04-04 김명호

[오늘의 창]등산객에 전하는 정상酒에 대한 제언

지난 3월 13일부터 시행되는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국립공원 등 산에서 음주가 금지된다. 일명 '정상주(酒)' 금지다. 여름에는 막걸리를 얼려 정상에 오른 후 함께 한 일행과 나눠 마실 때의 그 맛은 참 달다. 이런 터라 금지 소식이 다소 아쉽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볼멘소리도 이해가 간다.하지만 법의 취지를 볼 때 이 법은 1차 과태료 5만원, 2차 과태료 10만원을 뜯어내기 위함이 아닌, 자연을 보호하기 위함일 게다. 간혹 산에서 술 취한 등산객들이 일어난 자리에 남은 쓰레기를 볼 때면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정상주'에 취해 추태를 부리는 사람들을 볼 때면 "당신 같은 사람들은 산에 오지마"라고 하고 싶은 마음도 비슷할 것이다. 특히 산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의 주요 원인이 '정상주'임을 감안하면 등산객 스스로 자정을 해야 한다.얼마 전 설악산 대청봉 인근 중청대피소에서 소형 플라스틱병에 담긴 소주 6병을 마시고 대피소 직원을 폭행한 사건, 또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상에서 술에 취해 119에 구조를 요청하는 훌륭하신 분(?)들의 이야기 등등.제언한다. 산은 산을 찾는 사람들이 보호해야 하고, 술 한잔이 꼭 필요한 등산객이라면 산을 생각해 하산 후 편하게 마시자. 산이 산을 찾는 이들에 의해 훼손된다면 후일 '등산 금지 '등 더욱 강한 법이 나올지도 모른다. /김영래 사회부 차장 yrk@kyeongin.com김영래 사회부 차장

2018-04-02 김영래

[오늘의 창]염태영 수원시장과 빙판의 우생순

얼마 전 막을 내린 평창동계올림픽의 하이라이트 중 한 장면은 바로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다. 물론 월드클래스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으로 연전연패를 당했지만, 한민족이 힘과 응원으로 뭉친 단일팀의 경기는 전세계에 큰 감동을 줬다.올림픽 전 단일팀 구성에 대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평창올림픽 성공의 밑거름 역할을 한 것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평창과 160㎞나 떨어진 수원시는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숨은 공신이다. 수원시는 국내 최초의 여자아이스하키팀 창단을 발표하면서, 단일팀의 성과가 올림픽으로만 끝나지 않게 했다.염태영 수원시장은 "실업팀이 하나도 없어 올림픽이 끝난 뒤 대부분의 선수가 돌아갈 곳이 없다는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들의 애환과 팀 창단에 대한 소망을 수원시가 외면할 수 없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 오로지 스포츠 정신으로 '빙판의 우생순'을 꿈꾸는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과 함께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 한다"며 이들의 후원자를 자처했다.수원시는 26일 오후 영통구 하동에서 아이스링크와 컬링장, 수영장, 실내체육관을 갖춘 '수원복합체육시설'(가칭) 건립 착공식을 열었다. 오는 2021년 상반기에 수원 광교호수공원에 국제규격을 갖춘 아이스하키장 등 빙상센터가 들어서는 셈이다. 수원시에서 창단하는 여자아이스하키 팀은 이곳을 '홈'으로 아이스하키 대중화에 나서게 된다. 4년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더 나은 성과를 위한 도전도 이곳에서 꽃피우게 될 것이라는 게 체육계의 전망이기도 하다. 선수들도 잠시나마 생계 걱정은 덜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스하키 선수를 꿈꾸는 영재들도 수원으로 모이게 될 것이다. 수원시가 강원도 이외에 또다른 동계스포츠 메카가 될 지도 지켜볼 만 하다.수원시는 염 시장의 말처럼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이 길이 시민들의 응원 속에 외롭지 않은 꽃길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이경진 사회부 차장 lkj@kyeongin.com이경진 사회부 차장

2018-03-27 이경진

[오늘의 창]한국지엠 위기, 기회로 삼아야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자동차 생산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건 1960년대 초반부터다. 당시 정부가 해외 자본의 국내 투자라는 명목으로 설립한 '새나라자동차'가 부평에 공장을 설립하면서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의 전신 격이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은 새나라자동차 이후에도 신진자동차와 새한자동차, 대우자동차와 GM대우 등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바꾸면서 여러 부침을 극복하고 지금껏 생존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삼성차와 쌍용차 등 처음 출범 때부터 큰 변화 없이 자체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과는 다른 특징적인 모습이다.이런 한국지엠이 다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유럽시장 수출 급감에 따른 한국지엠의 생산량 감축을 주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는데, 앞날이 불투명해진 부평공장에 대한 구조조정 위기감이 크다.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다시 받고 있는 영국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10여 년간 저탄소, 경량화 등 미래차 기초기술 개발에 집중해 세계 시장을 선도하게 된 것이다. 1회 충전에 500㎞ 가까이 달릴 수 있는 고성능 전기차를 개발했고, 자동차 무게를 기존보다 절반 정도 줄인 경량화 기술도 확보했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최근 "영국에 3천600억 원을 투자해 차세대 소형 세단을 생산한다"고 발표하는 등 해외 기업의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고비용 저효율의 쇠락하던 자동차산업을 미래차에 초점을 맞춘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되살려 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이 있으면 자본과 일자리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영국의 전략이 하나씩 결실을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한국지엠의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토론회에서도 이런 영국의 사례는 비중 있게 논의됐다.한국지엠의 위기를 국내 자동차산업 활성화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근본적 체질 변화를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다른 완성차 업체와 달리 변화를 거듭해 온 한국지엠 부평공장의 DNA는 오히려 충분한 강점이 될 수 있다. 정부가 한국지엠 정상화 방안 마련 과정에서 간과해선 안 될 시점이다. /이현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uplhj@kyeongin.com이현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18-03-25 이현준

[오늘의 창]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얼마 전 우연히 보게 된 일본 영화다. 구구절절한 영화 줄거리보다 "내가 죽으면 내 췌장을 먹게 해줄게. 누가 먹어주면 영혼이 그 사람 안에서 계속 살 수 있대." 이 한 마디가 이 영화의 전부를 말 해 주는 것 같다.여자 주인공은 췌장에 병을 앓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동물의 같은 부위를 먹으면 아픈 부위가 나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한 말이다. 그 믿음에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무언가 간절히 믿으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간절함이리라. 살아가면서 우리는 종종 비슷한 상황에 놓이곤 한다. 아무리 해답을 찾아도 찾아지지 않을 때 비슷한 상황에 놓여 그 해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한다. 과거 경찰을 출입할 때 한 형사가 그랬다. 살인범을 잡기 위해 살인 현장에 누워서 잠을 자면 죽은 영혼이 찾아와 그 범인을 알려준다고. 그래서 범인을 잡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진 않았지만 말이다.살아가면서 아픈 곳은 비단 몸뿐 아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겪는 스트레스나 상처를 나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힘(물리력 또는 지위 등)으로 같은 상처를 주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 피해의식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런 현상은 자신이 겪은 상처를 다른 사람들도 겪어봐야 '나만 아픈게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는 또 다른 공격성의 발로가 더 정확한 표현인 듯 싶다.진실로 아프다는 사람에게 그 아픈 부위를 물어 뜯으려 하는 하이에나떼 같은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특히 익명성이 보장된 SNS에서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에게 '너가 그런 식이니 그럴 수 밖에 없지 않냐'는 식의 댓글은 물론 차마 입이나 지면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는 경우도 많다. 기쁨은 나누면 커지고, 아픔은 나눌수록 작아진다는 말이 있다.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도 상처입은 사람은 위로를 받는다. 나만 힘들다고 생각하는 건 어쩌면 이기심이다. 주변을 둘러보라. 나보다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힘든 건 나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자. 다른 사람에게 눈물 흘리게 하면 본인은 피눈물을 흘린다는 말도 있다. 남의 아픔도 보듬어 줄 수 있는 따뜻한 봄의 기운이 사람들의 마음에 퍼지길 기대해 본다. /최규원 경제부 차장 mirzstar@kyeongin.com최규원 경제부 차장

2018-03-20 최규원

[오늘의 창]인천 서해5도와 평화, 그리고 현실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해빙 분위기에 접어들면서 시한폭탄과도 같았던 인천 서해5도에도 평화의 바람이 불어올지 기대감이 크다. 서해5도 어민들은 한반도 평화의 염원을 담아 '한반도'가 그려진 깃발을 어선에 달고 조업에 나설 예정이다. 서해안을 배경으로 한 남북 공동조업에 대한 열망도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는 올해 6월 지방선거의 인천 이슈와도 무관치 않다.서해5도는 서해북방한계선(NLL)에 인접한 인천 옹진군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소연평도 5개 섬을 이르는 말이다. 이중 가장 최북단에 있는 백령도는 인천항에서 222㎞ 떨어져 있어 사실상 북한 땅이 더 가까운 섬이다. 군사·안보적으로 요충지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 때문에 주요 부처 장관이나 정치인들이 서해5도를 방문할 때면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주민 여러분이 서해5도에 사는 것 자체가 '애국'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서해5도 주민들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마디 더 거든다.실상은 그렇지 않다. 서해5도 주민들은 여전히 살기 힘들다고 말한다. 여객선은 툭하면 결항해 발이 묶이기 일쑤다. 지속된 가뭄으로 마실 물조차 없어 육지에서 물을 얻어 쓰고 있다. 안보를 이유로 야간 조업·야간 운항이 엄격하게 제한됐다. 산마루는 군 부대가 진지를 만든다며 깎아버렸고, 복구는 엉망이다. 안보 이슈가 터지면 관광객이 급감한다. 여전히 연평도 포격사태(2010년 11월)의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올해 2월 기준 9천448명의 서해5도 주민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안보 최전선에 살고 있다. 전쟁 때 피란 온 실향민도 있을 것이고, 처음부터 나고 자란 토박이도 있고, 생업 때문에 살고 있는 직장인, 어부, 농민들도 있을 것이다. 서해 바다 수호를 위해 주둔한 군인들과 그 가족도 엄밀히 말하면 서해5도 주민이다. 평화를 얘기할 때 이들의 행복과 안전을 위한 정주여건 개선을 빼놓아서는 안된다. 주민들에게 '서해5도'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당장 마주하는 현실이다. /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kmj@kyeongin.com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18-03-18 김민재

[오늘의 창]60여일 간의 한반도 대전환의 길, 평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구체적인 성과를 이끌어 냈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계기로 벌인 외교적 노력으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4·5월 두 달 사이에 연이어 개최하기로 함에 따라 한반도에 오랜만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단절됐던 남북관계가 문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의지로 복원됐다는 사실에 주변 강대국들은 경악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세계 언론들은 앞다퉈 대북 방문 성과물인 남북-북미 정상회담 합의에 중대한 진전을 이끌어 냈다며 보도를 쏟아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문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대신, 실패하면 한반도 평화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을 하기도 했다.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앞으로)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루려는 것은 지금까지 세계가 성공하지 못한 대전환의 길"이라고 강조했을 정도다. 하지만 한반도 운명이 전쟁에 휘말릴 수도 있는 중대한 시점에서 남북교류와 북미 간 정상화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는 여론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심지어 일각에선 북한의 조건없는 대화 의지는 '거짓말'이라고 비판한다. 지난 북핵 합의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시간만 벌어줬다는 지적을 근거로 한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교류와 지원도 핵 개발할 돈만 퍼줬다고 꼬집는다. 또 북한 주민들의 인권유린을 외면하는 등 본질적인 문제는 도외시한다며 남북대화 무용론마저 제기하는 등 반대 기류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을 바꾸는 대전환의 길에 뜻을 모으지 못하고 '분열'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최근 우리 정부가 직면한 남북·북미회담의 결과는 사실 낙관하기 어렵고 과정도 매우 조심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남북교류를 뛰어넘어 북핵 제거란 성과물을 만들어내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반도에 깊게 드리워진 전쟁의 그림자를 지울 방안은 북미, 혹은 남북 대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한반도에서 수천 년을 살아온 백의민족 생존은 대화를 통해 평화를 만들어낼 때만이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한반도의 비핵화 공동 번영의 길에 여야, 보수와 진보, 이념과 진영, 세대를 모두 초월해 성공적 회담이 되도록 마음을 모아야 한다. /전상천 서울본부 정치부 차장 junsch@kyeongin.com전상천 서울본부 정치부 차장

2018-03-13 전상천

[오늘의 창]하늘을 나는 택시

우리나라에 영업용 승용차(택시의 전신)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12년 4월 이봉래란 서울의 한 부자가 일본인 2명과 함께 '포드 T형' 2대를 들여와 시간제 임대 영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당시 자동차를 사용하는 요금은 매우 비싼 편이어서 일부 부유층이나 특수 직업을 가진 사람만이 이 자동차를 탔다고 한다. 그리고 영업용 승용차를 요즘처럼 '택시'라고 부른 것은 1919년 12월 우리나라 최초의 택시회사인 '경성택시회사'가 설립되면서부터다.택시는 참으로 희한한 교통수단이다. 아직까지 택시가 '대중교통'에 해당하느냐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대중교통은 일반적으로 다수의 사람을 이동시켜주는 운송수단을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통공학에서는 정해진 노선과 스케줄이 있고, 정해진 요금 체계를 지니며 공공에 개방돼 있는 교통수단을 대중교통이라 한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중 한두 가지가 결여되면 '준대중교통'으로 칭한다. 택시는 정해진 노선이나 스케줄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에 준대중교통이라 해야 맞다. 이처럼 같은 도로 위를 달리는 버스와 택시는 그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관련 법을 만들 때 자주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그러나 학문적인 분류를 떠나서 택시는 우리의 삶과 뗄 수 없는 중요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다른 것보다 목적지를 이동하면서 택시기사는 초면의 승객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의 여론을 형성한다. 오죽하면 정치인들이 그런 점에 착안해 택시 면허를 따고 직접 운전을 하며 민심을 듣는 수단으로 이용할까.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오산 지역의 안민석 국회의원이 그 대표적인 예다. 비단 정치계뿐만 아니라 한 TV 채널에서는 10년 동안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택시'라는 토크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도 했다.그런데 최근 독일 스포츠카 제조업체인 포르쉐가 "앞으로 10년 내에 하늘을 나는 택시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혀 화제다. 우버, 에어버스, 인텔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 역시 하늘을 나는 '항공 택시(flying car)'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하늘을 나는 택시가 도입되면 자율주행 혹은 전자동 제어 시스템이 필수적이므로 지금처럼 택시 기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전망이다. 그렇게 된다면 정치인들은 미용사 자격증에 도전해야 할지도 모른다. /김선회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ksh@kyeongin.com김선회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2018-03-11 김선회

[오늘의 창]중고차 사기와 피의사실 공표

"인천 와서 보니까 중고차 사기 범죄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더라구요. 피해자 상당수가 서민인 민생 범죄입니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 노인을 상대로 한 협박도 많구요. 피해 범위가 전국적인 것도 걱정이 돼요. 이것은 도시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입니다."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인천지방경찰청장으로 있던 지난해 기자를 만나 한 얘기다. 그가 재임하던 시절 인천 경찰은 대형 중고차 단지에 광역수사대 형사들을 상시 배치했다. 중고차 매매 불법 행위 특별 단속을 100일간 벌여 수백 명을 입건하기도 했다. 그래도 중고차 범죄는 계속됐다. 인천 중고차 범죄는 보이스피싱 사건과 비슷하다. '알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당하는 범죄'다. 그래서 경찰은 사건 수사와 함께 피해 예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언론의 중고차 범죄 사건 보도 역시 그 예방책에 포함된다.지난달 대구에 거주하는 40대 여성이 인천의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겪은 사건(3월 1일자 18면 보도)을 경인일보에 제보했다. 앞서 경남 거제에 사는 70대 노인이 인천에서 겪은 중고차 사기 사건을 해결해준 경찰관에 고마움을 표현하며 박운대 인천경찰청장에게 '감사 편지'를 보낸 이야기를 기사로 쓴 것(2월 19일자 23면 보도)과 마찬가지로 '사기 예방' 목적으로 취재를 진행했다. 그런데 40대 여성의 중고차 피해 사건을 담당한 인천서부경찰서 수사과 담당 팀장은 '피의사실공표'라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취재 기자가 "70대 노인 사기 사건도 인천서부경찰서가 담당했고, 사건 내용(피의사실)이 인천경찰청 공식 페이스북에도 게시돼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었다. 공보 책임자인 수사과장은 팩트 확인을 목적으로 한 기자의 수차례 전화를 피했다. 인천경찰청 공보담당관실을 통한 공식 항의에도 그들의 답변은 없었다.기자는 이번 사안이 공식 절차를 밟은 언론 취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 또는 무시한 행위로 보고 있고, 경찰청이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서부경찰서 수사과는 인천경찰청 공식 페이스북에 피의사실을 유출한 동료 직원에 대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 /김명래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problema@kyeongin.com김명래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18-03-06 김명래

[오늘의 창]2년전 '오늘의 창'

'왜 주기만 하고 받을 생각은 안 할까…'. 2년 전 기자가 경제부로 발령받아 중소기업 등을 지원하는 경제분야 공공기관이나 단체들을 출입하며 가졌던 생각이다. 경제부 '초짜' 기자는 어느 한 기관의 대표에게 "왜 퍼주기만 하느냐"고 따지듯 묻기까지 했다.그런 고민을 안고 기자가 썼던 칼럼 '오늘의 창'을 다시 읽어봤다. 당시 소상공인, 중소기업, 예비·초기 창업자 등을 도와주는 기관·단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에 적이 놀랐던 것 같다. 또 연구·개발, 특허, 상표, 디자인, 마케팅, 경영자금 등 손에 꼽기도 어려울 만큼 수많은 지원사업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더군다나 이들 기관·단체가 실적을 높이기 위해 '고객(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유치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도 신기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유용한 정보를 잘 모르는 골목상권 사장들이나 청년 창업자 등이 주위에 많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가장 의아했던 부분은 기관·단체들이 '국민 혈세'로 기업 등을 지원하면서도 이를 회수할 방법에 대해선 고민을 안 한다는 것이었다. 기자는 당시 칼럼에서 자금 등 도움을 받은 창업자가 장차 성공하면 지역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약속이라도 받아보자는 다소 엉뚱한 제안을 하기도 했다.'왜 주기만 하고 받을 생각은 안 할까'. 그 물음에 대해 2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속 시원한 답을 구하지 못했다.왜 기관·단체들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품 전시·박람회의 비싼 참가비 등을 지원해 주고도 혜택을 입은 기업들이 나중에 어떠한 성과(수출 계약 등)를 냈는지 알아보지 않는 걸까. 또 기업에 자금을 대거나 기술 자문을 해 신제품 출시를 돕고도 그 이익을 공유할 생각은 왜 하지 않는 걸까. 그렇게 기업과 나눈 이익을 다른 기업이나 예비·초기 창업자들에게 재투자할 고민은 왜 하지 않는 걸까.기관·단체들의 이런 '무작정 퍼주기식' 지원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저 씁쓸할 따름이다. /임승재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isj@kyeongin.com임승재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18-03-04 임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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