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

 

[오늘의 창]학교 직종간 다툼은 그만

코로나19로 인한 휴업기간 학생이 사라진 학교에서 교사와 다른 직종 사이의 갈등이 또 반복되고 있다.'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국가적 과제가 강조되는 시기여서 이들 직종 간 갈등의 모습도 비대면 온라인 공간에서 목격되고 있다. 교사 직종과 '교육감소속근로자' 또는 '교육공무직'으로 불리는 직종 간의 갈등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갈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장소 가운데 한 곳은 바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다. 이곳에선 수만 수천의 추천인 수를 기록하고 있는 엇비슷한 내용의 청원 글을 여러개 찾아볼 수 있다. 청원에 담긴 주장을 살펴보면 각자 자기 직종의 입장에서 상대 직종을 공격하거나 비하하는 내용이 많다.이 같은 갈등은 최근 있었던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의 긴급 브리핑 유튜브 생중계 채팅창에서도 재현됐다. 채팅창에는 상대 직종을 깎아내리고 비하하는 혐오발언이 시종일관 오갔다.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설명하고 상대방에게 설득을 구하는 토론이 아니었다. '표현의 자유'를 벗어나는 비난과 혐오의 정서만 가득했다.보고 있기가 몹시 불편했다. 채팅 접속자들 사이에서도 상대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라는 말이 나왔다. 그래도 잦아들지 않았다. 키보드로 낯뜨거운 설전을 벌이는 이들이 실제 현장에 계신 해당 직종에서 일하는 이들인지 알 수 없었다. 물론 대부분의 학교 현장 종사자들은 묵묵히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하고 있으리라고 확신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걱정도 마음 한 켠에 남아있다.툭하면 불거지는 학교 현장의 해묵은 갈등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어김없이 재현됐다. 중요한 건 그들의 갈등 속에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일하는 여러 직종의 근로계약서 상 사용자가 교육부장관인지 교육감인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이들 직종의 사용자는 '학생'이다.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기 때문이다.학생이 없으면 교사도 공무직도 학교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 /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ksh96@kyeongin.com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20-03-22 김성호

[오늘의 창]자발적 참여로 빛나는 '착한 임대인'

코로나19로 경제가 멈추면서 자영업자의 시름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월세를 내지 못해 문 닫아야 할 형편에 처하자 건물주인 임대인들이 먼저 나서서 임대료를 깎아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퍼지고 있다.어려울 때 서로 부담을 나누는 긍정적인 사회 현상이다. 특히 자발적으로 나서서 동참해야 할 때 의미가 더 크다.최근 한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면 정부가 인하한 임대료의 50%를 지원해주는 게 사실인지 묻는 전화다.정부의 발표 자료를 첨부해서 카카오톡으로 보내주면서 "그렇다"라고 답장했다. 지인은 자신도 어렵지만 동참해야겠다고 답했다.은퇴 후 안정적인 노후 자금을 위해 마련한 비록 1개뿐인 상가지만 사회적 책임을 위해 부담을 나누겠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선 대출을 안고 건물이나 상가를 사는 경우가 많아 일부 임대인들은 대출금 원금과 이자, 세금, 공과금까지 다 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건물을 가지고 여러 임대를 하면야 사회적 책임으로 부담을 나눌 수 있지만 넉넉하지 못한 생계형도 있을 수 있다.그럼에도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는 임대인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벌써 2만5천여 임대인들이 참여했다.다만 일부에서는 임대료 인하가 당연한 듯 요구하는 임차인들도 발생하고 있다. 임대료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한 임차인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지만 여유가 없는 임대인으로서는 곤욕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회적 운동은 그야말로 자발적 참여에서 빛을 발한다. 어렵게 형성된 '착한 임대인' 운동이 일부 잡음 때문에 그 뜻이 희석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조도 필요하다. /황준성 경제부 차장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경제부 차장

2020-03-19 황준성

[오늘의 창]선동(煽動)은 선거운동 줄임말이 아니다

70대 중반의 어머니가 언제부턴가 유튜브 삼매경에 빠졌다. 30대인 나보다 구독 채널 수가 훨씬 많다. 댓글에 본명이 나타나는 게 부담스럽다 해서 영문 아이디로 바꿔드렸더니 이제 댓글을 마음껏 달 수 있게 됐다며 좋아하신다.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틈날 때마다 유튜브를 시청하는 '신식(新式)' 어르신이다.새로운 문물에 거리낌 없이 편승한 점은 다행스러우나 한편으론 우려스럽다. 정치적 색깔을 논하는 게 아니다. 오로지 한쪽의 이야기만 듣는다. 답은 정해져 있고 유튜브 시청 횟수가 늘어나면서 그 확신은 더욱 공고해진다. 완벽하게 선동을 당한 것이다.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선동 작업이 한창이다.특히 일선 지역 정가에서는 선거운동의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선동을 적극 활용한다. '그랬대'라는 모호한 화법에서 불거진 가설은 몇몇의 입만 거치면 금세 확증으로 둔갑한다. 이성적 판단 기능을 무너뜨리는 데 이만한 방법이 없다. 그래서 더욱 교묘해지고 치밀해진다.특정 후보를 흠집 낼 목적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전략적 선동 작업이 기획되기도 한다. 뚜렷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세를 규합하고 또 과시한다. 이 과정에서 선동을 위한 선동이 이뤄지고 여기에 동원된 자들은 희생을 불사해가며 아바타로 변신, 또 다른 선동에 나선다. 선거가 끝나면 자신들의 존재 이유가 물거품처럼 사라진다는 자명한 사실은 잠시 잊은 채 말이다.정치는 나라와 백성을 다스린다는 뜻이 담겨 있는 숭고한 단어다. 하지만 '정치적'이라는 말은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 지 오래다. 정치를 사익의 수단으로 삼아 본래의 가치를 변질시킨 검은 무리가 원흉이다. 선거철이 되니 숨어있던 이들이 또다시 판을 치며 선거판이 혼탁해지고 있다. 비겁하기 짝이 없다. 언제까지 선동과 조장을 통한 정치적 마취를 일삼을 것인가. 시간이 지나면 마취는 풀린다는 사실을 진정 모르는가. 선동이 선거운동이 돼선 안 된다. 비판을 가장한 비방으로 유권자들을 선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차장 homerun@kyeongin.com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차장

2020-03-17 황성규

[오늘의 창]초대 민간인 체육회장 선거를 보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초대 민간인 체육회장 선거 말이다.최근 전국 시·도 체육회(기초단체 포함)는 선거를 치러 민간 체육회장을 잇달아 선출했다. 시장이나 도지사 등의 체육단체장 겸직 금지를 골자로 하는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된 데 따른 조처였다.'정치와 체육의 분리', '체육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립' 등이 국민체육진흥법의 개정 취지였다. 민간인 체육회장을 선출해 이런 병폐를 막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체육계에선 선거 과열, 줄 세우기, 공정성 시비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인천시체육회에선 당선자의 부정 선거운동 의혹이 불거진 뒤 시체육회 선거관리위원회가 '당선 무효'를 선언, 오는 24일 재선거를 치러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불복한 당선자는 시체육회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법원에 당선 무효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경기도체육회에서도 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 무효'와 '선거 무효' 결정이 있었다. 다만, 당선자는 법원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현재 체육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체육회장 선출 방식은 또 어떠한가. 대한체육회는 경기종목단체, 군·구체육회 대의원 등으로 이뤄진 '대의원 확대기구'(선거인)를 구성해 각 시·도 체육회장을 뽑도록 했다. 대의원 중에는 정치권이나 그 주변 인사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체육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체육이 더 정치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지난번 인천시체육회장 선거에선 "내가 왜 투표를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교장 선생님들도 다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학교에 운동부가 있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선거권이 부여됐다. 하지만 전국 시·도 체육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선수, 지도자(감독·코치 등), 체육회 직원 등에겐 정작 투표할 권리가 없다.선거인 규모도 논란이다. 인구가 1천300만명에 달하는 경기도의 체육 수장을 뽑는데 선거인이 470여명에 불과했다. 재선거를 앞둔 인천은 채 400여명도 되지 않는다. /임승재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isj@kyeongin.com임승재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2020-03-15 임승재

[오늘의 창]착한 임대인 운동에 가려진 그늘

일부 임대업자와 전통시장 등을 중심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지원 대책으로 불붙고 있는 '착한 임대인운동'. 취지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반대로 국가재난상황으로 불리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세입자에게 임대료를 인하해주지 않으면 '나쁜 임대인'이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그러나 최근 소상공인연합회가 전국 소상공인 1천8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소상공인 지원정책 실태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90.3%가 '착한 임대인 운동'의 실질적 효과가 없다고 대답했다.특히 '일시적으로 소수만 혜택을 볼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34.1%에 달했는데 이는 착한 임대인 운동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화려한 겉모습 속에 가려진 그늘을 곰곰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착한 임대인 운동은 수억원의 보증금에 수백만~수천만원의 임대료를 내는 유명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와 건물주에게 임대료 인하와 세제 감면 등의 혜택을 줘 분명히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맞다.그렇다면 상권이 몰락한 동네 골목길에 위치한 건물 한 채에서 나오는 임대료가 노후 생활자금의 전부인 건물주와 월 몇십만원에 불과한 임대료가 부담스러운 자영업자에게 착한 임대인 운동은 어떨까?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임대사업자로 신고되지 않은 고령의 건물주에게 생활자금을 줄여 착한 임대인운동에 참여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정부가 세제혜택을 주려고 해도 줄 방법이 없다.또 가족들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에게 건물주가 임대료를 감면해 줄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라고 할 수 있을까? 설문조사에서 '일시적으로 소수만 혜택을 볼 것'이라는 응답과 일맥상통한다고 보인다. 착한 임대인운동이 의도치 않게 '부익부 빈익빈 (富益富 貧益貧)'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뻔한 얘기지만 서로가 배려하고 또한, 가려진 그늘엔 정부의 빛이 비춰주는 방법 이외엔 정답은 없다./문성호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moon23@kyeongin.com문성호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2020-03-11 문성호

[오늘의 창]민심에서 격리된 정치와 총선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국내 확진자 수가 8일 0시 기준 7천134명에 달한다. 국민의 관심이 '코로나19'에 쏠리자 신문과 방송 등 모든 언론의 기사도 코로나로 도배되고 있다. '확진 비상', '병상 부족', '기업 위기' 등 사회·경제분야 모든 이슈가 '코로나19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다. 실상이 그렇다. 지역사회는 이미 '셧다운' 상태다. 마스크 한 장 구하자고 수십m를 늘어선 줄 만큼 문을 닫는 상점이 늘고,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기업들의 아우성은 커져만 가고 있다.그야말로 '국난'이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볼 때 국난이 덮칠 때면 늘 희망도 그 크기를 불려갔다. 지금도 그렇다.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아 슬기롭게 대처하자고 강조한다. 대구·경북을 찾은 자원봉사자, 어려운 소상공인의 임차료를 낮춰준 건물주 등 사례는 넘쳐난다.이처럼 국난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국민이, 아이러니하게도 정치권에는 '희망'의 눈빛조차 주지 않는다. 불신만 남은 듯하다. 왜일까? 국정을 논할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관심도 없다. 왜일까?얼마 전 만난 한 택시운전자는 "코로나19가 우리를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라면, 정치인은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혐오의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전파자"라고 비약했다. 또 다른 시민은 "그들이 던지는 막말이 혐오를 조장했고, 그들만의 정쟁이 정치로부터 관심을 멀게 했다"고 성을 냈다.이들은 선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낙하산 공천이니, 진흙탕 싸움이니 하는 것들이 이 시국에 국민의 안전보다 중요한 것이냐"고 따졌다.물론 그들의 말이 정답이라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이럴수록 국민은 정치를 멀리할 게 아니라 참된 정치인을 뽑아 국정을 맡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정치권은 반박하지 못할 듯하다.이것이 바로 '민심'이라서다. 정치권은 민심으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킨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민심이 삐뚤어졌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되돌리는 것도 정치권의 몫이다. /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kyt@kyeongin.com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2020-03-08 김연태

[오늘의 창]청정 안산

중국발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도 전국에서 중국인 등 외국인이 가장 많은 안산시가 공격적 방역과 행정으로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진자가 없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안산시의 단호하고, 강력한 방역정책은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안산시는 지난달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면서 주민들의 공포가 확산되자 즉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 24시간 총력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또 중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특성을 고려해 관련 수칙 등을 중국어와 다국어로 제작해 원곡동 등 다문화특구를 중심으로 게재했고, 코로나 선별진료소에 중국어 통역관을 배치해 신속한 진료와 검사를 돕도록 했다.특히 최근 대학교 개강을 앞두고 중국인 유학생들의 입국이 시작되자 기숙사 격리 등 강력한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대학 측과 공동으로 격리·관리하고, 외부에서 거주하는 중국인 등 외국인 대학생들은 시 공무원과 1대1로 연계해 자가격리를 진행하고 있다. 외부 격리중인 외국인 학생들은 안산시가 최소한의 생필품을 구매 대행해주면서 최소한만 이동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안산시 거주 국내 대학생들을 위해서는 올해 처음 실시하는 대학생 본인부담 등록금 반값 지원 신청을 우편으로 대체했다. 직접 신청도 가능은 하지만, 시는 시민불안 등을 감안해 우편접수를 우선 권고하고 있다.여기에 대구에서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안산시는 안산~대구행 시외버스 2개 노선의 운행을 중단시켰다. 논란의 여지는 있었지만, 안산시는 코로나 종료 시점까지 대구행 버스의 운행중단을 강행했다. 대구 이외의 타 지역을 오가는 모든 시외버스에 대해서도 살균소독을 진행하고, 전담 방역반을 투입해 버스터미널에 대한 방역을 매일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윤화섭 시장이 성포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직접 방제복을 입고 방역활동을 벌이며 강력한 대응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김대현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kimdh@kyeongin.com김대현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2020-03-03 김대현

[오늘의 창]5살 의붓아들 살해 계부 재판 방청기

5살짜리 의붓아들의 온몸을 1m 길이 목검으로 20시간 넘게 100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계부 A(27)씨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지난 26일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고은설)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 때다.A씨는 의붓아들 B(사망 당시 5세)군의 손과 발을 케이블 줄과 뜨개질용 털실로 묶고 때렸다. 집 안 화장실에 성인 크기의 대형 개와 함께 감금한 상태에서 수시로 때리기도 했다. 이날 결심 공판에서 A씨는 아동학대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살인의 고의성은 없었고, B군의 사망 가능성도 예견하지 못했다고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A씨의 재판은 꽤 시끄러웠다. A씨는 국선 변호인과 다퉜다며 재판을 미뤄달라고 요청하고, 마이크 사용 문제로 재판장과 맞서기도 했다. 검사와 재판을 방청하던 취재진에게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결심 공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구형 전 피고인 신문에서 A씨는 인천지검 백상준 검사의 질문에 계속 "듣지 않겠습니다"를 반복하며 검사의 말을 막았다. 재판장이 나서서 "검사는 질문할 수 있다"고 제지할 정도로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앞선 변호인의 질문에는 내내 울먹이며 대답한 모습과 정반대였다.A씨는 최후 변론을 통해 "살인을 인정하게끔 하려면 제가 죽여야 할 목표나 계획을 확실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또다시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A씨는 "첫째 아들이 제게 했던 첫말이 '아빠'였다"며 "지켜주고 싶었는데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고 평생 죄를 뉘우치고 사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백상준 검사는 A씨가 경찰 조사를 마치며 자필로 '조금이라도 선처를 바란다'고 썼다고 밝히며 "입으로만 하는 반성"이라고 지적했다.자신을 처음 만난 어린 의붓아들이 "아빠"라고 불러줘 뭉클했다는 A씨. 그의 최후 변론을 '악어의 눈물'처럼 느낀 건 기자뿐이었을까.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20-02-27 박경호

[오늘의 창]의원님들의 호출

"오라 가라 하는 국회의원들 때문에 정말 죽겠습니다."최근 사석에서 만난 인천시 공무원 한 명이 푸념하듯 말했다. 이 직원은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사업과 관련해 하루가 멀다 하고 사무실로 불러대는 통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특히 도로, 철도, 건설 분야 등과 관련된 직원들이 집중적으로 '의원님'의 호출을 받는다고 한다. 대부분 중앙부처에 가로막히거나 주민 간 갈등, 예산문제 등으로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 사업의 해결 방안을 찾는다는 게 의원님들의 주된 호출 목적이다. 지역구 표가 걸린 문제다 보니 규정이나 현재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다그치는 의원들도 꽤 있다고 한다.선거 이전에는 현안 해결을 위해 만나달라 사정해도 시간이 없다고 차일피일 약속을 미루는 의원님들의 돌변한 태도에 인천시 직원들은 쓴웃음을 짓는다.인천시의 한 직원은 "의원들은 그동안 사업이 진행돼온 프로세스 등은 무시하고 어떻게든 선거 전까지 일이 잘 풀리는 것처럼 보이길 원한다"며 "의원들의 민원 대부분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최근 모 국회의원은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운영됐던 인천시청 브리핑룸 규정을 개정, 정치인들의 공약이나 예비후보 출마 회견 등을 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출입 기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의원님들이 진짜 기자회견을 할 때가 없어서 목소리를 냈는지는 알 수가 없다.4월 총선이 코 앞에 다가오면서 인천 지역 국회의원들의 이런 백태가 속출하고 있다. 시험도 미리미리 준비한 사람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다급해진 현역 의원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벼락치기 공부'로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인천시민일 것이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boq79@kyeongin.com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20-02-26 김명호

[오늘의 창]건보 특사경 도입될까

지난해 12월말. 경기도민생특별사법경찰단(이하 도민생특사경)이 지난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요양병원 이름을 빌려 67억원대의 부당진료비를 챙긴 운영자 등 6명을 적발했다. 이른바 사무장병원의 피해사례다.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곳간서 빠져나간 재정 누수가 지난 2018년 12월 기준 2조5천억원에서 2019년 12월 현재 3조2천267억원으로 증가했지만 환수율은 여전히 5%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특히 이 같은 재정누수를 막기 위해 공단에 조사권을 부여하는 특사경 도입을 위한 법안은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 송기헌(강원 원주시을) 의원 등 11인이 발의했지만 쟁점 법안으로 분류, 23일 현재까지 국회(법사1소위)에 계류중으로 개정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의료계의 반대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속적으로 "일방적으로 의료기관을 단속하고 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보험자와 공급자의 관계를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법률개정을 놓고 공단과 의료계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사이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공단이 밝힌 재정누수 피해액 규모는 최근 10년간(2019년 12월 현재 기준) 1천611개 기관에 3조2천267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징수율은 고작 5.5% 수준이다. 공단도 특단의 조치를 새롭게 들고 나섰다. 특사경이 도입을 위해 수사권 오남용 방지대책 등을 내놓았다. 의료계의 반대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공단 내부 평인데 개정이 될지는 미지수다.건보 특사경 도입에 대해 지난해 4월 취재에 나선 기자에게 공단의 한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도둑놈을 잡자고 만드는 법인데 도둑 입장에서 무조건 안된다는 논리는 잘못됐다. 그 피해는 보험가입자인 국민의 몫 아니겠냐"고. /김영래 사회부 차장 yrk@kyeongin.com김영래 사회부 차장

2020-02-24 김영래

[오늘의 창]30년 역사상 '최대 위기' 한중카페리 업계

"25년 전 웨이하이(威海)에서 인천으로 오는 '황금가교'(골든브릿지)호의 기적 소리를 시작으로, 한중 간 새로운 우정의 항해가 시작됐다."2015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 축사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연설한 내용 일부분이다. 한중 수교보다 이른 시기에 한국과 중국의 바닷길을 이었던 한중카페리는 한중 교역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인천항과 웨이하이를 잇는 한중카페리는 한중 수교가 되기 2년 전인 1990년 9월부터 운항을 시작해 올해 30주년이 됐다. 하지만 올해 초 불어닥친 코로나19 여파로 한중카페리는 30년 역사 중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 여파로 한중카페리 승객 운항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여객 운송 중단으로 한중카페리 선사들이 현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한중카페리 선사 직원들이 교대로 월차 휴가를 사용하면서 버텨내고 있다고 한다. 한 한중카페리 선사 관계자는 "'죽겠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며 "관광업 특성상 어쩔 수 없지만, 한중카페리는 내부적인 문제가 아닌 대외적인 문제 때문에 위기에 빠지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한중카페리 선사 관계자의 말처럼 한중카페리는 그동안 한국과 중국을 둘러싼 여러 대외 여건에 따라 승객의 증감이 반복됐다. 최근에는 2017년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여행을 금지하면서 승객이 절반 아래로 감소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한중카페리업계는 이 같은 위기를 계기로 더욱 성장했다. 일례로 사드 여파를 극복한 지난해에는 오히려 예년보다 이용객 수가 더 늘었다. 이 기간 한중카페리는 더 큰 규모로 선박을 교체하거나 여러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관광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가 올해 3분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객 운항 중단 조치가 해제되더라도 승객이 곧바로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중카페리 선사는 사드 여파를 극복하면서 더 단단해졌던 것처럼 이번 어려움도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로 만들 것이라 믿는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20-02-20 김주엽

[오늘의 창]감염병 대응 강화, 의지만으론 안된다

"메르스 이후 우리나라 감염병 대응 체계가 많이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다." 최근 만난 한 대학병원의 감염내과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5년 전 메르스 사태가 직후 정책적 보완책들이 다양하게 제시됐는데, 주요 과제 중 하나였던 '중앙 감염병 병원,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이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정부는 메르스 사태 이듬해인 2016년 중앙 감염병 병원,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지정·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신종 감염병 환자 등을 전담 치료하는 전문 시설과 설비를 갖춰 감염병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가 컸다. 정부는 우선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앙 감염병 병원으로 지정했다. 이후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예정부지에 음압격리병상 등 관련 설비를 갖출 계획이었지만 주민 반대, 행정 절차 지연 등 요인으로 설립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도 국공립 의료기관 중 3~5개를 설립·지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역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당시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방안을 위한 연구결과'를 반영하겠다고 했는데, 이 연구엔 "인천과 제주도에는 많은 외국인의 출입, 그리고 공중보건 위기 시 해외동포의 대규모 입국에 대비하기 위해 (감염병) 전문병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 교수는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이 지연되면서 감염병 확진자를 전국에 분산된 국가지정 음압병실로 여기저기 보내야 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정부는 '2015 메르스 백서'에서 "메르스 숙주는 낙타가 아닌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라고 한탄하며 보건의료체계 개선을 요구하는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들이 있다"고 메르스 유행과 같은 국가적 위기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코로나19의 유행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감염병에 의한 위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의지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현준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uplhj@kyeongin.com이현준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20-02-19 이현준

[오늘의 창]스토브리그

"강한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서로 도울 거니까요." 지난 주말 종영한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마지막 내레이션이다. 드라마는 프로 야구의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 각 구단과 선수 간의 계약 갱신이나 트레이드가 이뤄지는 이른바 '스토브리그' 내용을 다뤘다. 드라마 내용은 수년째 꼴찌를 하던 프로야구팀 드림즈에 새로운 단장이 부임하고 다음 해 가을 야구에 진출하는 것으로 나름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드라마는 야구를 모르는 사람들도 재밌게 봤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그 흔한 남녀 간의 멜로도 없었지만 야구 이야기를 중심으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일 것이다.우리는 늘 '강한 사람', '최고'를 강요받고 있다. 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야구 선수뿐 아니라 최고가 아니면 기억되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예전의 한 CF에서 '세상은 1등만을 기억한다'는 문구가 유행했고, 이에 반항(?)이라도 하듯이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듯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1등을 할 수는 없다.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절대평가이기는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비교되기 때문에 누군가는 1등을 하면 누군가는 2등, 3등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누군가 "당신은 지금 몇 등입니까?"라는 질문에 "1등이요"라고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또 어느 분야에서든 1등이 되면 인생 전반이 행복할까? 그 1등을 지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버둥 치는 그 삶이 그 사람에는 지옥일 수도 있다. 사람은 혼자서만 살아갈 수 없다. 1등도 좋겠지만 서로를 도우며 함께 행복해지는 삶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더 행복함을 느끼지 않을까? 우리는 서로 도울 수 있으니까요. /최규원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mirzstar@kyeongin.com최규원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2020-02-17 최규원

[오늘의 창]주황과 오렌지

"주황색 가로채기" "우리는 오렌지색, 조금 더 비비드하다"4·15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난주, 여의도 정가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일 중 하나는 때아닌 '색깔론'이었다. 안철수 전 의원이 이끄는 국민당(현재는 국민의당)이 당의 상징색을 주황색으로 정했는데, 이를 수년간 사용해오던 민중당에서 색이 겹친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민중당은 공개적으로 국민의당을 비난하며 포기를 종용했지만, 국민의당은 "색에는 소유권이 없다. 색도 조금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주황색은 3년 전에도 '색깔론'의 중심에 있었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당색인 파란색을 앞세운 경선 후보들 틈새에서 지금은 경기도지사가 된 이재명 성남시장이 주황색 어깨띠를 두른 채 선 것이다. 주황색이 민중당의 전신인 민중연합당의 상징색이었기에 이 지사가 해당 정당과 손을 잡았다는 억측마저 제기됐다. '색깔론'에 이 지사 측은 2004년 우크라이나에서 대선 부정선거를 시민들이 바로 잡은 '오렌지 혁명'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렌지 혁명처럼 해묵은 권위주의와 적폐를 시민의 힘으로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주황색에 담은 것"이라는 게 당시 이 지사 측 설명이었다.총선이 가까워지면서 여의도 정가가 한층 복잡다단해졌다. 색깔 논쟁에도 불구하고 주황색을 앞세운 국민의당은 창당에 속도를 내고 있고 빨강(자유한국당)은 밀레니얼핑크(미래통합당)로 재탄생한다. 녹색(옛 국민의당)과 하늘색(바른정당)을 더해 탄생한 민트색(바른미래당)은 총선을 앞두고 연두색(민주평화당)·진녹색(대안신당)과 하나 되는 모습이다.정작 유권자들의 마음은 어느 색에도 기울어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문재인 정부 집권 후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층 비율이 가장 높다는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총선이 그들만의 색깔 다툼을 넘어 시민의 힘으로 낡은 것을 바꾸는 오렌지 혁명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전망은 아직 회색이다. /강기정 정치부 차장 kanggj@kyeongin.com강기정 정치부 차장

2020-02-16 강기정

[오늘의 창]가장 인천적인 것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연일 화제다.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이 인상적이다. 함께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이 했던 말이라고 봉 감독이 밝혔다.기생충이 해외 영화제에서 연이은 승전보를 울리자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던 백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도 재조명받고 있다. 오랜만에 '백범일지'를 펼쳐봤다.'나의 소원'은 백범일지 끝에 붙어 있는데 백범은 저자의 말을 통해 따로 쓴 이유를 밝혔다. 백범은 그가 스스로 믿는 '우리 민족의 철학 대강령(大綱領)'을 적어 각자의 민족 철학을 세우는 데 참고하기를 바란다며 이 글을 썼다. 그가 저자의 말을 쓴 1947년은 해방 이후 좌우의 대립이 극심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모스크바를 우리의 서울로"라는 구호와 "워싱턴을 우리의 서울로"라는 구호가 극렬히 대립했다. 백범 김구 선생은 여기에 대고 "우리의 서울은 오직 우리의 서울이라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스콜세이지 감독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봉준호 감독이 해외 진출을 위해 서양·백인으로 대변되는 주류 문화에 편승해 영화를 찍었다면 지금의 성공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가 수상소감에서 충무로를 제2의 할리우드로 만들겠다는 말을 했다면 우리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백범은 '높은 문화의 힘'이 다른 나라의 철학에 끌리고, 저 민족의 철학에 끌려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인천시가 최근 500억원이 걸린 국내 최초의 '국제관광도시' 타이틀을 부산에 내주었다. 영종도를 '제2의 라스베이거스'로 만들겠다는 등의 휘황찬란한 계획이 있었지만,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흔들지 못한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천의 인물이기도 한 백범 선생이 있었다면 "우리의 인천은 오직 우리의 인천이라야 한다"고 했을 게 분명하다. 가장 '인천적'인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kmj@kyeongin.com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20-02-12 김민재

[오늘의 창]인간의 정치, 동물의 정치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에 가장 목 좋은 곳, 정치인들의 '얼굴 꽃'이 피었다. 4·15총선을 앞둔 지금,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선거를 앞두고 분주한 풍경이 펼쳐지는 것은 비단 '사람의 세계'뿐 아니다. 봄이 되면 꿀벌도 선거를 한다. 새 여왕벌이 부화하기 전 1대 여왕벌은 일벌의 3분의 2를 데리고 새집을 찾는데, 그 과정에서 꿀벌의 민주주의가 펼쳐진다. 정찰벌들이 후보지를 보고 돌아와 '8'자 춤으로 보고를 하면 다른 벌들도 직접 장소를 확인해 새집을 고르는 데, 각각의 정찰벌들은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다수의 결정에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또 인도네시아의 짧은꼬리원숭이도 각자 자신의 판단에 따라 수렵에 나설 무리의 대장을 뽑는데, 나이나 서열, 힘 등을 보지 않고 평등하게 리더를 선정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 밖에도 붉은 사슴이나 고릴라, 아프리카 물소 등도 다수의 의견을 수렴해 이동할 장소를 선택하는 등 무리의 안정을 위해 민주주의를 선택했다.인류는 민주주의가 수만 년의 역사 끝에 완성한 정치의 정수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동물 세계의 민주주의도 뒤지지는 않는 것이다.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마다 예비후보들이 앞다퉈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에게는 예비후보자들의 뜨거운 분위기가 전해지지 않는 듯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인한 불안감. 또 그 불안감이 가뜩이나 위축된 우리 경제를 때리면서 아직 후보도 정해지지 않은 선거판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단 어쩌면 내 삶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 할 수 있겠다.그래도 유권자들의 눈과 귀가 선거에 열려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동물의 세계에서처럼 한 번의 실수가 공동체의 존립 자체를 흔드는 것은 아니어도 내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이 정치고, 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창구가 선거이기 때문이다. 몇 자만의 검색만으로도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요즘, 단 몇 분만을 투자해서 나와 같은 꿈을 공유하는 후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면 그만큼 보상이 큰 투자도 없을 것이다. /김성주 정치부 차장 ksj@kyeongin.com김성주 정치부 차장

2020-02-05 김성주

[오늘의 창]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궁금하다

"그래서, 어디래요?"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는 요즘 많이 듣는 질문이다. 지난달 31일에는 의왕시에 확진환자와 밀접접촉한 사람이 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접촉자는 자가격리된 채 감염 여부를 검사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각자 지닌 불안의 정도에 따라 그가 어느 동네에 사는지, 어디를 돌아다녔는지 궁금해했다.확진자의 행적에는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밝혀진 행적에 따라 영화관이 상영을 중단하기도 하고 어린이집이 임시 휴원하기도 했다. 관련 정보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감염증에 관한 정보만으로도 벅찬데,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 무엇이 진짜인지도 궁금해해야 하는 지경이다.이 와중에 누군가 이런 걸 궁금해했다. 그 사람, 심정이 어떨까? 명절에 사촌과 식사를 했는데, 뒤늦게 사촌이 확진자가 됐고 자신은 접촉자가 된 심정. 직장 건물은 폐쇄됐다고 하고, 사촌은 의료원에 격리됐다는 소식을 듣는 심정. 내친김에, 정부가 마련한 전세기를 타고 중국 우한에서 아산으로 간 사람들도 궁금하다. '격리 수용 반대'라는 현수막이 걷히고 '#우리가 아산이다-아산에 잘 오셨습니다. 잘 계시다 아무 탈 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시길 바랍니다'라는 SNS 게시글이 퍼져나가는 동안의 마음이 어떠했을지.요즘 들어 괜히, 퇴근길에 묵직한 어깨를 의식하며 이마를 짚어보게 된다. 손을 자주 씻겠다는 결심을 자주 하게 되고, 다중이용시설에서 화장실을 이용하고 손을 씻으려는데 비누가 없으면 화가 난다. 다들 그렇게 조금씩 예민한 채, 조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늦은 밤, 의왕시 공무원이 이날 검사한 의왕시 거주 의심환자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다행이라고, 고맙다고 몇 번이고 말했다. /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zuk@kyeongin.com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2020-02-02 민정주

[오늘의 창]자치분권 선도하는 광명시

"주민자치 활성화가 곧 자치분권 강화라고 생각합니다."자치분권 선도 도시를 선언한 박승원 광명시장이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해 계획된 행보를 거듭해 주목받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2018년 7월에 취임한 이후 줄곧 '소통-시민 시정 참여율 제고-주민자치 활성화-자치분권 강화'라는 로드맵을 가동하고 있다.시민과의 대화 등 소통이 생활화되면 행정신뢰가 높아지게 되고 행정신뢰가 이뤄지면 시정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주민자치가 활성화돼 자연스럽게 자치분권이 강화된다는 의미다. 취임 2년째를 맞은 박 시장은 그동안 시민 500인과의 대화를 두 차례 가졌고, 매월 한 차례씩 각 동을 순회하면서 '우리 동네 시장실'을 운영하고 있는 등 시민들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민들과의 대화뿐만 아니라 공무원들과의 소통도 눈에 띈다. 시청에서 열리는 주간 주요업무보고, 확대간부회의 및 동장회의(매월 2회), 시정 발전 아이디어 발표(매월 2회) 등을 시 VOD시스템을 통해 생중계해 공무원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지난해 1월에는 6급 이하 100명으로 '조직혁신팀'을 구성해 운영하는 등 공직사회에서 토론 문화가 정착되도록 힘쓰고 있다.시는 이와 함께 지난해 광명5·7동에서 주민자치회를 시범 운영한 데 이어 올해는 18개 동 전역으로 확대해 시행할 예정이다. 20~50명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는 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에 대한 협의, 주민총회 개최, 마을축제 개최 등 자치 영역에서 수행하는 업무를 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 활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주민세 되돌려주기' 사업도 올해부터 시행한다. 세대별로 연간 1만원씩 납부하는 주민세를 주민자치회 마을공모사업 예산으로 지원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한층 높일 방침이다. 주민자치 활동이 안착하면 박 시장이 평소 강조하고 있는 '시민이 주인'이고 '시민이 시장'이라는 진정한 자치분권이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귀덕 지역사회부(광명) 부국장 lkd@kyeongin.com이귀덕 지역사회부(광명) 부국장

2020-01-30 이귀덕

[오늘의 창]소멸위험지역 여주시의 행복론

지난해 11월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방소멸 지수 2019'를 공개하면서 전국 228개 지자체 중 지방소멸 위험 지자체 97곳을 발표했다. 소멸 위험 지역에 경기도 내 양평·가평·연천을 비롯해 시에서는 유일하게 여주시가 포함됐다. 저출생 고령화가 문제다. 여주시는 상수원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로 기업이 못 들어오고 일자리가 없어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난다. 남아있는 인구는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새해를 맞아 이항진 여주시장은 12개 읍면동 '시민과의 대화'와 마을회관을 찾아 주민들과 숙식을 함께하는 '1박2일 소통투어'에 나섰다. 나름 '여주시 행복론'을 제시하는 이 시장에게서 절실함이 느껴졌다. 1970~80년대 여주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두레'와 '품앗이'로 함께 일하고, 함께 밥상머리에 마주 앉아 한 끼 식사를 해결했다. 모두가 가난했지만 함께해서 행복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 소득불평등 1위, 가계부채 증가율 1위, 자살률 1위, 세계 156개국 중 행복지수 54위의 대한민국이다. 이 시장의 행복론은 사람이 중심되고 공동체가 회복되는 사회다. 이것이 여주시의 목표다.여주시 행복론을 위해 이 시장은 그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여주역세권 학교시설복합화와 경기도 최초 농민수당 60만원 지급(농가당), 그리고 지난해 12월 올해 본예산에 통과는 안됐지만, 강북 오학동과 강남 구도심을 연결하는 '문화예술교' 건립을 통한 도시재생사업이 2월 중 예비타당성 결과가 나오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공동체 회복 푸드플랜'과 '읍면동 시설 복합화'가 연계 선상에 있다. 이제는 이 시장이 추구해 온 '어르신 한 끼 식사'와 구조적 역할을 담당할 '농촌신활력플러스' 사업이 여주시 행복론의 요체인 셈이다. '농촌신활력플러스' 사업은 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역 내에서 친환경 농축산물 생산과 가공·유통·판매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건강하게 소비하는 먹거리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기대효과는 로컬푸드의 생산-가공-유통 순환체계 구축과 소비자의 먹거리 서비스 확대로 먹거리 플랫폼 기반 구축과 미래인력 양성(일자리 창출), 브랜드 이미지 제고다. '함께의 가치', 행복공동체 여주의 미래를 기대해본다./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2020-01-29 양동민

[오늘의 창]민족 최대의 증후군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순식간에 지나고 경자년 일상이 시작됐다. 올해도 어김없이 명절 증후군과 차례상 간소화 이슈, 연휴 해외여행 증가 소식이 뉴스면 한쪽을 채웠다. 그만큼 제례는 한국사회에서 무시하기 힘든 관습이다.농경사회와 비교해 가족 구성원 수가 줄고 주거형태나 식생활이 크게 변했는데도 여전히 상다리가 위태로워 보일 만큼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집이 적지 않다. 종갓집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구색은 맞춰야 하지 않겠느냐며 생전 당사자조차 즐겨 먹지 않던 음식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뼈대 있는 종갓집들은 제사상을 최소한으로 차린다는 사실이 최근 들어 언론에 자주 소개된다. 한 종가는 제철 과일과 떡 등 5종을 넘기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건 조상을 기리는 마음이다.한밤중 제사를 지내다가 조상들 드실 동안 예를 갖춘다고 한 시간씩 바깥에 나가 대기하는 등 엄격한 사례도 간혹 있다. 상에는 수십 종의 음식을 어른 허리높이까지 쌓아놓는다. 어지간한 집안은 비슷하게 흉내도 못 낼 절차와 규모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제사상은 어차피 약식이다.제사상 음식의 종류와 배치, 제사 순서 등은 어느 집안이 맞다 틀리다 할 게 아니라고 제례문화 연구가들은 입을 모은다. 각자 집안 상황에 맞춰 정성만 다하면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후손들이 스트레스 받고 반목해가며 차려낸 음식을 기쁘게 받아들일 조상은 없다. 그 수단이 차례상이 됐든 단순한 가족모임이 됐든, 일 년에 몇 번 후손들이 진심으로 자신을 추모해주기만 한다면 조상들이 예의를 따질까 싶다.여행 다녀온 사람들에게 언제가 가장 좋았냐고 물으면 '준비할 때의 설렘'을 많이 꼽는다. 명절은 정반대로 '준비하는 과정'이 가장 괴롭다고들 한다. 음식 준비에 따른 육체적 정신적 부담을 덜면 덜수록, 명절을 기다리는 고통은 설렘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4차산업 혁명을 운운하는 이제는 바뀌기도 해야 한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2020-01-27 김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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