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

 

[오늘의 창]청개구리·저어새, 그리고 전투비행장

수원시에는 멸종위기종인 수원청개구리가 산다. 2012년 환경부 멸종위기 1급 보호종으로 지정됐는데, 수원시의 보호노력으로 해마다 모니터링을 통해 서식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생태도시와 환경도시를 표방하는 만큼, 2021년까지는 '수원청개구리 보존·증진 계획'도 수립했다. 작은 개구리도 아끼는 수원시의 마음은 다른 지자체들에게도 큰 교훈을 주고 있다.화성시에는 해마다 4만 마리의 철새가 날아든다.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부터 화수리 일대 갯벌을 통칭하는 화성 습지는 멸종 위기종을 포함한 4만여 마리의 철새가 서식하는 곳으로, 2018년 EAAFP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중 저어새는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번식하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으로 천연기념물이기도 하다. 이처럼 환경을 최우선 가치로 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두 지자체는 군 공항 이전 문제를 두고 수년 전부터 다툼 중이다. '군공항이전협력국'·'군공항이전대응담당관'이라는 조직을 각각 두고 한쪽에서는 군공항을 밀어내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막아내려는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전 정부에서 추진된 수원군공항 이전사업은 지난 2017년 예비이전 후보지로 화성시 화옹지구가 선정될 때만 해도 속도가 붙는 듯했다. 하지만 화성시의 강력 반발로 사실상 무산되고, 지역 갈등 요인으로만 남은 상태다.수원 군공항 이전 문제는 급격한 도시화로 소음 문제를 안고 있는 수원시와 경기만을 보호함은 물론 그린뉴딜의 거점으로 삼아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화성시간의 이해 충돌문제다. 수원시가 청개구리만큼 철새보호도 소중히 여기고, 화성시가 화성시민들도 고통을 호소하는 소음피해를 함께 인정한다면 제3의 길은 생각보다 쉽게 열릴 수도 있다./김태성 지역사회부(화성) 차장 mrkim@kyeongin.com김태성 지역사회부(화성) 차장

2020-08-10 김태성

[오늘의 창]지속 가능한 언택트 지원 이뤄져야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우리 경제 전반이 예년과 달리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까지 고성장하던 산업경제는 코로나19 이후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동남아시장에 이어 유럽시장 공략에 성공하며 한류 문화의 중심에 서 있던 공연예술계는 더 이상 진일보 하지 못하고 멈춰 섰다. 나머지 분야 역시 상황은 마찬가진데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공연예술계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공연이 연기되거나 중단되다 보니 연기자뿐만 아니라 무대와 음향 등 '백스테이지'에서 활동하는 근로자, 홍보물 제작업체 등의 일거리가 사실상 모두 끊겼다.다행히 경기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 산하 문화예술단체들이 최근 잇따라 언택트와 관련한 공연예술계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그나마 벼랑 끝에 몰렸던 공연예술계 종사자들의 숨통을 조금이나마 트이게 했다. 이에 공연예술계에서는 언택트가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문화예술을 되살릴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 보고 있다.연극과 뮤지컬은 무관중 상태에서 제작된 영상물을, 전시관들은 온라인 전시관 개관을, 도자 분야 등은 온라인 판매에 각각 열을 올리고 있다.하지만 공연예술계에선 언택트의 한계도 엄연히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기존 대면 공연예술의 경우 입장권 판매 등에 따른 수익이 창출됐지만 언택트 제작물의 경우에는 별도의 입장 수익 없이 누구에게나 공개되다 보니 수익 창출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공연예술계의 주장이다.따라서 언택트 제작물에 대한 정액제 도입, 기업 광고 삽입, 고정적인 정부 예산 지원 방안 마련 등 문화예술계의 먹거리(?)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김종찬 문화체육부 차장 chani@kyeongin.com김종찬 문화체육부 차장

2020-08-02 김종찬

[오늘의 창]이제 박남춘의 시간이 필요한 때

민선 7기 박남춘 인천시장이 임기 반환점을 지나고 있다. 취임 2년 '박남춘 호'를 '관중' 입장에서 평가한다면 공격수는 없고 수비수만 잔뜩 있는 축구 경기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수비수만 있다 보니 경기는 재미없고 피로감만 쌓인다. 응원하던 관중은 하나둘씩 경기장을 떠나고 골대를 지키는 선수들은 언제 골을 먹을지 조마조마하기만 하다.지난해 5월 붉은 수돗물 사태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태풍 '링링'을 거쳐 올해 초부터 우리나라를 덮친 코로나19와 최근 또다시 문제가 된 수돗물 유충 사태까지, 시민들과 인천시 공무원들의 사기는 이미 바닥을 쳤다. 축구를 보는 관중과 선수는 모두 지쳐 있다.원톱에 서서 관중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시장은 물론 말단 9급 공무원까지 모두 하프라인을 넘지 못하고 수세적인 방어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박 시장은 취임 이후 줄곧 기본이 튼튼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대권을 바라보는 이재명 경기지사나 지금은 고인이 된 박원순 서울시장과 달리 한눈팔지 않고 시정에만 전념한다면 언젠가는 시민들이 그 뜻을 알아줄 것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최근 다시 터진 수돗물 유충 사태로 기본에만 전념하겠다던 박 시장이 체면을 구기게 됐다. 공격수 없이 수비만 하고 있는 팀이 이제 그 수비 조직력마저 흔들리고 있는 꼴이다.축구에서 골을 넣고 관중들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는 선수에게 "저 사람 쇼하고 있네"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은 없다. 수비, 미드필더, 공격수가 조화롭게 역할을 할 때 골도 넣을 수 있다. 공격수가 '나는 쇼하기 싫으니 수비만 하겠다'고 나서면 팀 전체의 조직력은 무너지게 된다. 골 한번 넣지 못하는 팀을 누가 응원할 것인가.임기 반환점을 지나는 박남춘 시장이 하프 라인을 넘어 시정 전면에 나서야 할 때가 됐다. '화려한 개인기'로 지쳐 있는 관중과 선수들에게 근사한 골을 선사하기 바란다. 이제 박남춘의 시간이 필요한 때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boq79@kyeongin.com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20-07-30 김명호

[오늘의 창]탁상행정(卓上行政)

"현장의 얘기를 조금 더 들었다면 어땠을까요."최근 이야기를 나누게 된 한 의료기관 종사자의 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들의 환자분류와 발열체크 등을 담당하는 인력을 병원들에 지원하겠다며 '방역인력 지원사업'을 추진하는데,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내용이었다.대형병원의 경우 외래진료는 보통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진료를 보기 위해 이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진료 시작 30분 전에, 이르면 1시간 전에도 와서 진료를 기다리기도 한다. 이들을 위해 병원들은 환자분류와 발열체크 등 업무를 7시 정도부터 시작한다. 진료가 끝나는 오후 5시 정도가 되면 외래환자의 발길이 끊긴다. 토요일에도 오전 8시부터 4시간 정도 외래진료가 있다. 그런데 건보공단의 '방역인력 지원사업' 내용을 보면 지원인력의 근무시간이 주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돼 있었다. 그는 "근무시간을 조금만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면, 전국적으로 5천400여명 규모의 지원인력을 병원들이 더욱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전에 현장 의견을 수렴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탁상행정(卓上行政)'은 현실적이지 못한 행정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탁상에서 행정을 좌우하는 비실제적인 것으로 말미암아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탁상행정을 펴는 당국을 비판하는 기사는 70여년 전 신문에도 등장한다. 정부·공공기관들은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정책 수립과정에서 시민이나 전문가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있지만, 현실과의 괴리를 좁히지 못하는 정책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인사나 유행가도 새로운 세대에겐 낯선 존재가 되는 것처럼 탁상행정이라는 말도 언젠간 신세대에게 존재감 없는 낯선 말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 남는다. /이현준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uplhj@kyeongin.com이현준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20-07-28 이현준

[오늘의 창]수도권매립지 종료 정책의 함정

박남춘 인천시장이 민선 7기 하반기 3대 핵심사업 중 하나로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런 의지를 반영하듯 매립지 종료 추진단을 인천시 정식 조직으로 편성했고, 종료를 대비하기 위한 자원순환 정책도 준비 중이다. 자체 매립지 조성을 위한 공론화위원회의 정책 권고안도 7월 말이면 나올 예정이다.사실 수도권 3개 시·도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수도권매립지의 연장 책임에는 인천시도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2015년 4자 합의 체결 이후 인천시조차 폐기물 배출량 감축에도 실패했고, 직매립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도 미진했다. 따지고 보면 인천시도 한숨 돌린 셈이었다. 그래서 서울시나 경기도, 환경부도 어차피 매립지가 연장될 것이라는 안이한 태도를 보이는지도 모른다.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인천시는 자체적으로 폐기물을 처리할 테니 서울시와 경기도도 알아서 처리하라는 강경 메시지를 보냈다. 일부 지역 주민과 정치권 반대를 무릅쓰고 소각장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그런데 여기에는 한가지 함정이 있다. 수도권매립지 폐기물의 절반은 건설폐기물이다. 건설폐기물은 사업장폐기물로 분류돼 발생자 처리가 원칙인데 수도권매립지의 반입 단가가 민간 처리시설보다 저렴하고, 반입 기준도 느슨하기 때문에 쓰레기가 몰리고 있다. 생활폐기물을 자체 처리하더라도 건설 폐기물은 그대로라면 반쪽짜리 종료에 그칠 수 있다. 건설폐기물 등 사업장 폐기물이 갈 곳이 없어 쓰레기 대란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의 목소리가 나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환경부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지금이라도 건설폐기물의 반입량 감축과 재활용 정책 강화 등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환경부가 매립지 연장을 위해 이런 상황을 알고도 애써 모른 체해 인천시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가는 일이 절대 없어야 한다. /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kmj@kyeongin.com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20-07-22 김민재

[오늘의 창]정의가 강물처럼 흘러가는 사회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가는 사회'.안양시의회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의 이메일에 붙여진 글귀다. 풀뿌리민주주의의 초석인 기초의원이 '정의'를 꿈꾼다는 데 반가웠지만 한편 씁쓸했다. 지금 안양시의회 민주당 의원 그 어느 누구도 정의를 말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지난 3일 안양시의회 의장 후보자 정견발표에서 이상한 낌새를 포착하고 취재를 시작했다. 수없이 전화를 돌리자 어느 순간 접촉한 취재원에게서 민주당 의원총회 일지가 도착했다. '투표용지 기명위치 배번'. 지방자치법에는 너무도 명확하게 의장과 부의장 선거는 '무기명 투표'할 것을 정하고 있었다. 잘못됐다. 당의 뜻과 다른 이탈표를 막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위법한 행태를 확인하자 묵과 할 수 없었다. 첫 보도에 민주당 의원의 실명이 있는 일지 사진을 내지 않은 것은 의원을 망신주기보다 문제가 시정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적어도 민주당에게 그 정도의 기대를 했다.하지만 첫 보도 후 3주가 흐른 지금까지 민주당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간 야당과 시민들이 문제를 지적하고 바로 잡을 것을 요구했다. 보도에 따른 파장이 이어지자 한 의원은 기자에게 "(덕분에) 의회가 시끄러워졌다"고 했다. 사과 대신 지금까지 기자에게 들리는 얘기는 왜 보도했느냐는 원망이거나, 관행을 왜 우리만 갖고 그러느냐거나, 위법이 문제가 아니라 내부고발이 문제라는 등 전혀 본질에 닿지 못했다. 반성이나 사과 대신 의석 3분의 2를 차지한 민주당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259회 임시회를 진행하며 16개의 조례를 모두 통과시켰다. 선의의 지지를 배반하는 순간이었다.여기 안양시의회 어디에도 정의는 없다. 모든 정의는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일반화를 싫어하지만 이것 외에 정의의 출발점이 어딘지 모르겠다. 진정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가는 사회'를 꿈꾼다면, 지금이라도 민주당 의원들이 정치인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 표를 준 국민이 부끄러움에 고개 숙이지 않게 해 주길 바란다. /권순정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 sj@kyeongin.com권순정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

2020-07-20 권순정

[오늘의 창]'떠다니는 특급호텔' 크루즈의 몰락

2018년 5월 인천항에서 출발해 일본과 대만 등을 들르는 크루즈에서 만난 한 여성 승객은 "친구들과 계 모임을 만들어 환갑 기념으로 크루즈 여행을 왔다. 꼭 한번 오고 싶어서 친구들이랑 1년 동안 돈을 모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중해, 카리브해, 알래스카 등을 운항하는 초호화 크루즈는 아니었지만, 그 승객은 '버킷리스트'를 이룬 순간이었다.'떠다니는 특급호텔'이라 불리던 크루즈의 위상이 바닥에 떨어졌다. 코로나19 때문이다.올해 2월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이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벌어진 이후 크루즈는 '떠다니는 세균 배양접시'로 전락했다. 각국은 크루즈 입항을 거부했고, 글로벌 크루즈 선사들은 올해 10월까지 모든 크루즈의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이제는 인천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해외 입국자 임시생활시설로 활용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떠다니는 특급호텔'에서 '떠다니는 세균 배양접시'로 전락한 크루즈가 '코로나19 해외 입국장 임시생활시설' 신세가 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이는 인천 영종도 임시생활시설에 격리 중인 해외 입국자들이 자가 격리를 위반하는 등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일이 계속 발생하자 생각해 낸 대안이다. 영종도 주민들은 임시생활시설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인천항만공사가 임시생활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국내외 크루즈 선사들과 접촉해 보니 여러 선사에서 긍정적 답변이 나왔다고 한다. 크루즈를 임시생활시설로 활용하면 정부의 지원금이라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가장 저렴한 객실도 1인당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했던 크루즈 선사들이 몇 푼의 정부 지원금이라도 받으려는 것이다.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크루즈 분야가 가장 늦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크루즈가 '떠다니는 특급호텔'로 다시 비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20-07-16 김주엽

[오늘의 창]오빠의 증언, 오빠가 모은 증거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겨울날 아침, 귀가한 오빠는 거실에서 자고 있던 여동생을 발견했다. 그런데 동생의 얼굴에 폭행당한 흔적으로 보이는 멍든 자국과 입술이 터진 자국이 있었다. 동생은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말도 잘 못하고, 온전히 정신을 차리지도 못했다. 오빠는 '무슨 일을 당했구나' 직감했다.지난 8일 오후 인천지법 317호 법정에서 열린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3차 공판을 방청했다. 가해자들이 범행을 저지르고도 길거리에서 피해자를 마주치게 한 관련 당국의 안이한 대처 등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게 해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4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사건이다.이날 공판에서는 증인신문이 있었다. 앞의 내용은 이날 증인으로 나선 피해자의 친오빠 A(20)씨가 법정에서 울먹이며 증언한 범행 직후 아침 상황이다. 동생이 성폭행당한 사실을 알았다. 세상의 어느 오빠가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 있을까.이때부터 A씨는 동생이 누구와 술을 마셨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추적해 가해자를 찾고 경찰에도 신고했다. A씨는 동생의 산부인과 진단서를 받고 나서 피해를 확신했다고 한다.A씨는 사건 이후 인천의 한 원룸에서 가해자인 B(14)군과 C(15)군을 만나 범행에 관한 얘기를 듣고 녹취했다. 당시 A씨는 지인인 남성 2명과 함께 원룸을 찾았다. 법정에서 튼 녹취에는 가해자들이 범행 등을 털어놓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피해자 오빠 A씨는 이렇게 증거를 모았는데도,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들은 부실 수사 의혹으로 현재 감찰받고 있다.범행을 부인하는 가해자 1명의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A씨가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진술을 받았다면서 녹취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가해자 측은 A씨와 지인들을 감금죄 등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A씨가 동생의 성폭행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모은 증거가 불법적인지 아닌지가 이번 사건의 또 다른 쟁점이다.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20-07-14 박경호

[오늘의 창]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길

경기도와 더불어 전국에서 가장 큰 광역단체인 서울시가 돌연 수장을 잃었다. 그가 유명을 달리한 지 수일째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서울시를 이끌어온 그의 갑작스러운 부재가 한동안 서울시정 전반에 큰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견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제로페이, 그린벨트 유지 등 '박원순표 정책'이 표류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그에 앞서 부산시가 시장의 중도 하차 사태를 겪었다. 마찬가지로 굵직한 공약들이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산시도, 서울시도 새 수장을 선출하는 내년 4월 보궐선거까지 권한대행 체제여야 한다. 내년에 선출된 시장이 새 체제를 꾸린다 해도 그다음 해 6월에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불과 1년 뒤 다시 새로운 인사에게 자리를 넘겨야 할 수도 있다. 혼란은 애꿎게도 시민의 몫이다.수장의 공백을 우려해야 하는 것은 경기도도 예외는 아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명 도지사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가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이르면 최종 선고가 16일, 늦어도 연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선무효를 결정한 항소심 판결이 흔들리지 않으면 전국 최대 광역단체인 경기도 역시 수장 부재에 따른 혼란이 불가피하다.지방자치체제가 단단해질수록 각 지방정부 수장의 리더십이 갖는 무게도 커지고 있다. 논란도 적지 않았지만 이 지사 취임 후 경기도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최근 정치권에서 '사냥꾼'으로 비유되는 이 지사의 행동력이 그 중심에 있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벌써부터 대선의 전초전이 될 내년 4월 보궐선거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경우에 따라 사이즈를 한층 키운, '슈퍼 재보선'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차기 대선에 대한 표심의 향방을 엿보는 선거가 될 터지만 1천360만 도민의 혼란을 밑바탕 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극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 /강기정 정치부 차장 kanggj@kyeongin.com강기정 정치부 차장

2020-07-12 강기정

[오늘의 창]직원의 하루

얼마 전 의왕시내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과 외부 관리업체 직원과의 마찰을 다룬 기사를 썼다.4년째 일하고 있는 직원에게 입주민대표들 중 회장이 업무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시말서 제출을 요구했다.직원이 이를 거부하자 본사에 그의 해임을 요구했다.대다수 입주민 대표들이 이를 만류하고 오히려 회장의 해임을 의결했다.그러자 회장은 직원에게 개별 업무일지 작성을 지시하고 한 달 치 월급 중 수당을 제하고 지급했다.이후의 사정을 들어보니 회장은 직원의 약 4년치 급여지급 근거자료를 모두 수집해 검토 중이라고 한다.기사를 읽은 분들 중에는 '기사에 나온 그 아파트가 혹시 내가 사는 아파트가 아니냐'고 묻는 이가 있었다. 혹은 본인이 사는 아파트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며 몇몇 일화를 들려준 이도 있었다.괴롭힘과 갑질에 관한, 익숙한 스토리였다. 그날 유독 그런 이야기가 자주 눈에 띄거나 귀에 들렸다.신체적·정신적 폭행을 당해 몸이 상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렸다는 안타까운 소식은 이따금 뉴스에 실린다.그러나 폭행까지는 아니더라도, 해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절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아파트 내 근로자들에게 위협, 급여삭감, 모욕은 만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워낙 만연했기에 출구를 찾지 못하고 극단으로 내몰렸던 몇몇 사례만을 우리는 이따금 듣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엊그제 다시 만난 그 직원은 수당을 받지 못한 데 대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냈다고 알렸다. 퇴사하라는 꾸준한 압박에도 잘 버티고 있다.그는 계약기간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아무래도 두 달 후에는 일을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그러나 버티는 것은 여러 입주민 대표들의 지지와 응원 덕분이라고 했다. 나에게도 고맙다고 했다. 그 날은 조금 씁쓸한 하루가 됐다. /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zuk@kyeongin.com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2020-07-08 민정주

[오늘의 창]반환점을 돈 지방의회, 정치력 빛내야

지방의회가 소란스럽다. 임기를 2년씩 나눠 전·후반기로 운영되는 데, 요즘 새로 원 구성 작업 중이거나 원 구성을 마치면서 생긴 잡음이 정리되지 않아서다. 사례로 보자면 어느 시의회에선 현직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내 시의원을 의장으로 만들기 위해 시의회 의원총회 현장을 지켜 빈축을 샀다. 또 어떤 국회의원은 시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려가며 누군가를 의장으로 '지명'해줬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다니다가 특정 시의원이 후반기 의장이 되면 좋겠다고 던진 가벼운 말 한마디가 실제 시의회 의장선거 결과로 이어지면서 지방의회의 위상이 꺾인 사례도 있다. 통상적으로 후반기 원 구성은 치열할 수 밖에 없다. 다음 선거에서 다시 시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빛내줄 자리가 필요하고, 재선에 뜻이 없다 하더라도 정치인으로서 화려한 경력으로 임기를 마무리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 불가피하게 발생한 잡음이라 하더라도 집 안에서 정리돼야 한다. 한집에 사는 가족끼리 정리돼야 할 문제를 조율 못하고 서로 반목하는 일은 벌어져서는 안된다. 또 친정 식구의 권위에 기대어 원하는 걸 얻겠다는 심보는 버려야 할 것이다.자치분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힘을 얻고 있다. 현 지방의회는 임기 시작부터 닥쳐온 일본의 경제침략과 코로나19 등 여러 위기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대응책을 제시해 시민들로부터 그 기능을 인정받아서다. 하지만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리고, 의원 간 반목만을 되풀이한다면 후반기 지방의회는 시작도 하기 전에 제 기능을 못하게 되지 않을까. 원하는 바를 얻되,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구성원을 통합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정치력을 돋보이게 하는 길이다. 시민들에게 그런 정치도 못하는 정치인을 배출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면 지방의회 무용론은 언제든지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김성주 정치부 차장 ksj@kyeongin.com김성주 정치부 차장

2020-07-06 김성주

[오늘의 창]아쉬운 여주시 기후변화 적응 대책

여주시는 지난달 30일 '제2차 기후변화 적응대책 세부시행계획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 용역결과(사업비 2천만원)를 토대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개 부문에 대한 우선순위 사업으로 노인 등 취약계층 돌봄 서비스와 감염병 방역 관리 강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 농업용수 개발 및 농작물 재해보험 지원, 상·하수관로 정비, 폭염·폭설·산불 방재 인프라 구축, 숲 가꾸기 사업 등을 선정했다.그런데 좀 아쉽고 평이하다.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5년 단위로 수립하는 법정계획이라지만, 용역 결과 5개 부문을 건강, 농축업, 물 관리, 재난재해, 산림생태계로 놓은 것도 의아했다. 도농복합도시의 전국 타 시·군 사례를 검색해보니 대동소이했다.코로나19 사태 등 현 시국에 맞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제는 위태롭고, 양극화와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로 치닫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공공기관의 과감한 관리 감독과 막대한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원칙이 섰다면 교통, 수자원, 쓰레기 처리, 재생에너지, 교육, 의료, 네트워크 등 각 공공기관의 역할을 재구축하고, 사회에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기존 획일적인 방식보다는 통계적 수치에 근거해 목표를 하나로 모으고, 지역 특성에 맞게 과감하면서도 창의적으로 대처해 갈 필요가 있다. 계획수립과 실천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위기상황을 정확히 알리고, 미래의 대안임을 설명하고 미래를 대비하자.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coa007@kyeongin.com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2020-07-02 양동민

[오늘의 창]체육특기생에게 '재수'란 없다

지속되는 코로나 사태로 고3 학생들의 진학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 정부는 수능 일정을 오는 12월3일로 조정했다. 그렇다면 고3 엘리트(전문) 체육 학생 선수들의 대학진학 문제도 해결됐을까. 안타깝게도 정부 대안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코로나19로 예정된 대회가 전반기에 전혀 이뤄지지 못했으며 오는 10월 제101회 전국체육대회는 내년으로 연기되거나 취소될 위기다. 오는 9월이면 학생 선수들은 대입을 위한 수시 원서를 접수한다.고교야구 황금사자기와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등 일부 종목 대회가 진행됐으나 일부 경기도 학생들에게 감염이 우려돼 관련 지자체에서 출전을 제한시켰다는 소식도 들린다.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지만 정부는 체육에 대해서는 요지부동이다. 체육특기생은 각종 전국 대회, 세계 선수권 등에 출전해 입상 기록을 담은 원서를 희망 대학에 접수하고 싶지만 야구·축구 등 특정 종목을 제외한 대부분은 전국대회를 3차례도 치르지 못한 채 10월 수시평가를 맞게 될 것이라고 체육계는 관측하고 있다.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수시전형으로 특기생을 뽑아야 할 대학에서도 우려하고 있다.정부는 '기회는 균등하게 부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렇다면 위기에 놓인 체육특기생의 진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부처와 대한체육계, 학계 등의 인사와 머리를 맞대고 수시 일정을 미루거나 대학에서 신입생 선발 자율권을 부여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체육특기생에게 '재수'라는 단어는 없다. 대학에선 선발 인원을 줄이거나 전공 과목을 아예 없애는 추세인 데다가 내년에는 실력을 키운 후배들이 수험생이 되기 때문이다. 엘리트 선수들도 국민이며 생활체육과 스포츠클럽 육성을 위해서는 이들의 협력도 필요하다. 시급히 구제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우리 체육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송수은 문화체육부 차장 sueun2@kyeongin.com송수은 문화체육부 차장

2020-06-28 송수은

[오늘의 창]떠난 이가 남긴 일침

"지역주의는 안되지만, 애향심은 돋보여야 한다."정계를 떠난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지난달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경기도를 지역구로 뒀지만, 지역적 연고가 약한 후배 정치인들을 향한 당부이기도 했다. '자기네만 다 해먹겠다'는 식의 계파 패권주의는 지양하되, 지역발전을 위해선 주체적으로 앞장서야 한다는 메시지였다.각종 규제에 따른 '수도권 역차별'로 피해를 봐 온 경기도의 발전을 위해 21대 국회의원들이 나서줘야 한다는 의미도 담겼다. 김용성 경기도의원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새 국회 시작부터 다시 수도권을 규제로 짓누르려는 지방의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2일 부산지역 의원 5명이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나서는가 하면, 성장관리권역과 관련해 수도권의 대규모 개발사업을 막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을 발의해 '싸움'에 불을 지폈다.이에 질세라 더불어민주당 소병훈·미래통합당 김성원 의원 등 도내 의원들도 "자기네만 살겠다"는 논리라며 대응법안 발의로 응수했다. 그러나 전국에서 가장 많은 59석을 확보한 '경기도' 임에도 공동발의자에는 대다수 의원들의 이름이 빠져 온도 차를 실감케 했다. 이 때문에 경기도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지 않는 도내 정치권의 행태를 비판하며, 보다 강한 응집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다시 문 전 의장과의 인터뷰를 회상해본다. 그는 "제 몫도 못 찾는 지역의 대표라면 그것은 할 일을 안 하는 거다. 그것을 누가 해주길 기다리면 안되고, 주체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어쩌면 이 말이, 오랜 경험을 쌓은 선배 정치인으로서 도내 주요 현안을 놓고도 '못 본 척', '모른 척' 하는 후배들과 수도권 개발이란 말만 나와도 경기부터 일으키는 비수도권 의원들을 향한 일침은 아니었을까. /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kyt@kyeongin.com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2020-06-24 김연태

[오늘의 창]인천공항의 새 목표 '바이러스 프리'

'Barrier Free(배리어 프리)'는 장애인과 고령자가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물리적인 장애물을 제거한 시설을 말한다. 휠체어가 이동하기 편하도록 계단 옆에 경사로를 만드는 식이다. 장애물(barrier)로부터 자유로운(free) 삶을 지향하는 것을 의미한다. 배리어 프리는 생활 곳곳에 녹아 있다. 아파트 등 최근 짓는 건축물 대부분은 배리어 프리 인증을 받는다.'Virus Free(바이러스 프리)'는 가능할까. 바이러스가 온 사회를 휩쓸고 있다. 마스크 착용은 일상이 됐다. 길을 가다 기침하는 이가 있으면 우려 섞인 눈으로 쳐다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잦아든다고 해서 바이러스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이후에 어떤 바이러스가 출현해 삶을 위협할지 모른다.바이러스 프리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사회 전체가 바이러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다. 모든 공간을 무균실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범위를 좁혀 일정 공간을 대상으로 하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게'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인천국제공항은 바이러스 프리가 적용돼야 하는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다. 인천공항은 한국과 세계를 잇는 관문이다. 안전한 인천공항은 안전한 대한민국과 연결된다. 인천공항은 전 세계 다양한 인종·국가·문화를 가진 이들이 모이는 공간이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는 인천공항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공간이 된다면, 그 성과는 더 빛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인천공항은 2001년 개항 이래 가장 한산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루 이용자가 5천명 안팎에 불과하다. 이 한산함이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공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그쳐선 안 된다. '바이러스 프리 에어포트(Virus Free Airport)'란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20-06-22 정운

[오늘의 창]반성문

또 한 명의 아이가 부모의 손에 비참하게 죽었다. 어른들은 다시 분노했다. 하지만 늘 그랬듯 금세 잊힐 것이다. 아동학대만큼 오래되고 전형적인 범죄가 없는데, 이처럼 쉽게 잊히는 것도 없고 범죄에 대응하는 사회의 속도 또한 이보다 느린 것이 없다.2016년 3월의 봄은 기자의 기억 속에 삶의 아름다움과 비정함이 공존했다. 낮잠 든 아이가 품 안에 안겨 있었다. 무료함을 달래려고 휴대전화를 집어 습관처럼 포털의 뉴스를 훑다 결코 만나지 말았어야 할 단어들이 한 문장에 쓰인 것을 발견했다. '7살 남자아이', '살해', '암매장' 등…. 휴대전화 창을 껐다. 기사는 눌러볼 생각조차 못했다. 단 한 줄도 읽을 자신이 없었다. 품 안에 잠든 아이를 보니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다. 그 후로도 아이들이 부모의 손에 죽는, 비정한 뉴스가 시시때때로 흘러나왔다. 심장이 쿵쾅거려 일부러 기사를 보지 않았다. 엄마이고 기자이면서도 외면했다.하지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아이를 왜 구할 수 없었는지, 이 비극이 왜 멈추지 않는지, 아동학대를 둘러싼 사회 시스템을 더 파헤치고 따져봤어야 했다.부끄럽게도 9살짜리 남자아이가 작은 여행가방 속에서 목숨을 잃고 나서야 시스템을 들여다봤다. 어른들은 지나치게 안일했다. 여러 차례 구조신호가 있었지만 눈을 감았다. 어른들은 너무 늦었다. 정부는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에 따라 '전담공무원 신설'을 내세워 아동학대 해결에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예산도 인력도 없는 정책이 성공할 리는 만무하다. 아이가 당한 고통이 매스컴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지는 와중에도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는 이미 정해진 법을 지키는 일조차 제대로 협의하지 않았다. 과연 이 정부가 아동학대를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그러는 사이, 9살짜리 여자아이는 목숨을 걸고 스스로 집을 탈출했다. 어쩌면 아이들이 용기를 내 스스로 그 문을 박차고 나와주길 기도하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공지영 사회부 차장 jyg@kyeongin.com공지영 사회부 차장

2020-06-16 공지영

[오늘의 창]후반기 가평군의회, 지향점 다시 찾기를

가평군의회는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를 통해 큰 변화를 맞았다.그동안 군의회에 발을 못 들여놓던 더불어민주당이 선거를 통해 비례대표 포함 7석 중 4석을 석권하며 자유한국당 3석을 제치고 제1당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여기에 송기욱 의원이 민주당 최초 의장으로 선출되면서 한국당 출신 김성기 군수와의 미묘한 대립각이 형성되는 등 기존 정치환경과는 전혀 다른 형국이 조성됐다.이후 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미래통합당으로 당적을 옮겼을 뿐 현재도 당시와 같은 상황이다.이런 가운데 2년여의 세월이 흐른 요즘 가평군의회는 제8대 의회 전반기 의정활동을 마무리하는 정례회를 열고 있다.특히 의회는 이번 정례회 의사일정으로 2020년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하면서 집행부의 사무 전반을 들여다보며 의회기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하지만 이번 행정사무감사 진행 과정을 지켜본 일부 주민 등은 의회에 일침을 가하는데 서슴지 않고 있다.정회, 현장 의견 대립, 사전·사후 자료 제출 요구 등으로 긴장감이 감돌았던 지난해 감사장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진행되고 있어서다.일련의 문제 등 감사 사안에 대한 위원들의 태도나 자세 등이 지난해보다 느슨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문제 제기 한편으로는 "자세한 자료는 추후 의회에 제출해 달라"며 갈음하는 밑도 끝도 없는(?) 의원들의 마무리 주문 등이 이를 방증한다.이러한 행태는 문제 제기, 사실 확인, 대안 마련 등 의회 행정사무감사 본연의 견제와 감시 기능이 무언가에 희석됐다는 느낌마저 든다.이는 출범 당시 여야를 떠나 다수의 의원이 5분 자유발언, 건의문 채택, 입장문 발표 등 지난 어느 의회보다 적극 행보와 명확한 견해 등을 지향한 8대 의회 의정활동에 반한 것으로 지양해야 마땅하다. 모쪼록 후반기 의회는 지향점을 다시금 찾아 이 같은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kms@kyeongin.com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2020-06-14 김민수

[오늘의 창]톨게이트 노동자를 바이러스 취급 마라

'한국도로공사는 톨게이트 노동자를 바이러스 취급하는 하이패스 차로 전광판의 홍보 문구를 수정해라'.최근 고속도로를 이용해 인천~수원을 오갈 일이 많았는데 하이패스 차로를 통과하다 전광판에서 발견한 하이패스 홍보 문구가 운전 내내 나를 불편하게 했다. '하이패스로 코로나19 예방하세요', '코로나19 예방은 하이패스와 함께! 안전한 하이패스!'라는 식의 글귀다.작성자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난 그 문구에서 '사람'을 인격체가 아닌 바이러스가 기생할 지도 모를 숙주처럼 취급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무리 '언택트' 시대라고는 하지만 하이패스의 비대면 특성만 강조해 홍보하는 방식이 과하다고 생각한다. 또 하이패스의 '안전'을 강조했는데 과연 대면 방식으로 운영되는 톨게이트 부스에서 요금 징수원을 만나는 일이 그렇게도 위험한 것인지 의문이다. 대면 방식의 요금 징수가 감염병 위험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면 더 안전한 하이패스를 이용하라고 홍보할 것이 아니라 방역에 신경을 쓰는 것이 먼저여야 하지 않는가. 또 하이패스 차로 바로 옆에서 대면 방식으로 운영되는 톨게이트 부스 안에는 여전히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멀쩡히 일하고 있었는데 이 노동자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지는 않았는지 걱정도 든다.내 주변에는 하이패스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 지인들이 더러 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일터를 잃을 염려, 내 동선이 혹시나 다른 누군가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 무상으로 보급해야 할 단말기를 판매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운다.하이패스 이용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82.7%에 이른다. 한국도로공사가 이용률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시류를 탄 하이패스 홍보보다는 하이패스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ksh96@kyeongin.com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20-06-10 김성호

[오늘의 창]법 앞에 누구나 평등

검찰 등 사정기관의 행동에 특별하게 반응하지 않고 침묵을 지켜왔던 삼성이 이번엔 발끈했다.검찰이 지난 4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이 부회장 등이 앞서 지난 2일 기소 타당성 등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 이틀 뒤에 검찰이 즉각 구속영장 카드를 내밀며 맞대응했기 때문인데, 삼성에서는 이례적인 행동이다.물론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의 신변을 확보하기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일반적인 절차 중 하나다.하지만 이번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구속사유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할 때 현행 형사소송법 제70조는 일정한 주거지가 없거나 증거인멸 및 도주의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구속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기업 총수인 이 부회장이 도주할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든다. 주거지도 '삼겹살 집회'가 열릴 만큼 공개돼 있다.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 만약 절차를 비켜가거나 무력화할 목적의 영장청구라면 법의 공정성이 오히려 흔들릴 수 있다. 기업 총수라고 반대로 차별 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국민들도 코로나19로 경제 절벽 위기에 직면해서일까.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조사결과, '선처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10명 중 6명(59.05%)이 내놓았다.코로나19에 더해 미·중 및 한·일 무역갈등 등 각종 대외악재가 동시다발로 터지고 있는 이때, '사법리스크'까지 겹칠 경우 제 아무리 삼성이라도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공정한 절차 속에서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법이 더 설 수 있다. /황준성 경제부 차장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경제부 차장

2020-06-08 황준성

[오늘의 창]두 바퀴의 경제

한강 북쪽 자전거길을 따라 파주 임진각 방향으로 가다 보면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를 조금 못 미친 지점에 송촌교라는 다리 하나를 건너게 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나 봤을 법한, 날 것 그대로의 초원이 공릉천변에 보존돼 장관을 연출한다. 바로 옆 자유로를 차량으로 질주할 때 전혀 볼 수 없던 풍경에 대부분의 라이더가 이곳에서 페달을 멈춘다.어느 날 송촌교에 다시 가볼 요량으로 자가용을 끌고 내비게이션을 따라갔는데 진입로를 찾을 수 없었다. 주변을 몇 바퀴 돌고서야 샛길을 겨우 발견해 도착했다. 어차피 걸어서라도 찾아갈 참이었다. 자전거가 아니었다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절경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자전거가 급부상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전 지구적인 기존 과제에 더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녹색교통수단으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두 바퀴가 유발하는 경제효과는 잠재적인 자전거인구 만큼 무한하다. 먼저 자전거 및 부속품, 라이딩 의류, 수리업, 보험업 등 직접산업이 있다. 또 자전거인프라를 조성하려면 도로가 깔리고 조명과 표지판 등 시설물이 설치된다.간접산업으로는 관광객 유입 효과가 있다. 곳곳에서 소비가 이뤄지고, 캠핑과 연계를 하거나 좋았던 코스를 재차 방문하는 등의 과정에서 지역경제 파급력이 적지 않다. 틈새 광고판을 활용한 시정 홍보도 가능하다. 좋은 인상을 간직하고 돌아간 라이더들이 지역 홍보의 첨병이 될 수 있다.김포시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올여름 김포한강신도시에 공유 전기자전거를 도입하기로 했는데, 야생조류생태공원이나 금빛수로 등 지역의 차별화된 관광지를 더 수월하게 연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부응하듯 시의회에서는 자전거전담부서 설치까지 제안했다.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김포는 자전거 경제를 선점할 수 있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2020-06-04 김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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