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박물관·미술관 무료화 재고해야

굳이 금액조정 한다면 특정날 무료보다관람료 낮춰 돈 지불하고 정당하게 감상문화적 자긍심 높여주는 방안 고려해야경기도의회가 도 산하 박물관, 미술관의 입장료를 무료화하는 방안을 2년 반 만에 재추진하자 지역 문화계가 들썩이고 있다. 무료 입장을 확대해 도민들의 이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찬성 입장과 이제 겨우 유료화가 정착됐는데, 다시 이를 번복 하면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도의회 김종석(민·부천6) 운영위원장은 매달 첫번째·세번째 주말에 경기문화재단이 관리·운영하는 박물관·미술관 관람료를 무료로 하는 '경기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도박물관, 경기도미술관, 전곡선사박물관, 실학박물관, 백남준아트센터,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등 6곳을 관리하고 있으며, 6곳 모두 관람료는 성인 기준 4천원으로 경기도민의 경우 신분증을 지참하면 25%를 할인해주고 있다. 앞서 도의회는 지난 2014년 10월에 도 산하 박물관·미술관의 관람료를 첫째 주 주말에만 무료로 하는 조례와 유아·청소년 무료 입장 조례를 추진했다가 사립박물관과의 형평성, 문화재단의 자율경영 원칙 훼손 등을 이유로 둘 다 부결된 전례가 있다.경기문화재단은 문화예술 종사자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문화예술 정책개발 및 교육, 문화유산의 발굴 및 보존 등을 하기 위해 1997년 7월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설립된 문화재단이다. 그런데 도는 2008년 그동안 자체적으로 운영되던 경기도박물관, 경기도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조선관요박물관 등 박물관·미술관을 통합하고 경기문화재단에서 일괄적으로 관리·운영할 수 있게 조직을 개편했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막상 통합운영을 하다보니 재단이 부담해야 하는 박물관·미술관 운영경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갔고 이를 충당하느라 신규 작품 구입에 필요한 예산이 한 푼도 없었던 적도 많다. 더구나 경기 악화로 도의 재정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서 박물관·미술관에 대한 예산지원 역시 줄어들어 전시와 교육 예산은 감소하고, 건물 관리비는 점점 늘어가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결국 박물관·미술관의 유료화는 최소한의 운영경비 보전차원에서라도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재단 관계자들은 막상 유료화를 실시해 보니 당초 우려와는 달리 관람객은 계속해서 늘어났으며,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해졌고 관람 시간도 길어졌다고 한다. 그 전에는 무료로 전시장을 드나드는 관객들, 특히 단체 관람객들은 전시장 안에서 웃고 떠들고 작품을 존중하는 태도가 상당히 떨어졌다고 했다.도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박물관·미술관이 무료화 된다면 아마 많은 도민들이 환영할 것이고 어느 정도 방문객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문화·예술이라는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작품을 감상했는지 단순히 양으로 측정하기 보다는 그 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향유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질 때 그 수준이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굳이 금액을 조정해야 한다면 특정 날을 정해 입장을 무료로 하기보다는 차라리 6개 박물관·미술관의 관람료를 조금 낮추더라도 일정한 돈을 지불하고 정당하게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문화적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김선회 논설위원김선회 논설위원

2017-03-28 김선회

[경인칼럼]도시의 창조인력 자족 능력

지자체, 문화예술교육기관 유치보다확충 방안을 최우선 어젠다로 설정해자체 해결하는게 되레 기회비용 이익대학이나 문화예술관련 기관의 설립이나 유치를 둘러싼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이같은 유치경쟁은 단체장 선거, 특히 대선기간 지역공약의 단골 메뉴이다. 생산시설을 지역에 유치하는 사업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제약이 많고, 인프라 구축비용이 커서 지자체의 부담도 늘어난다. 이에 비해 교육기관의 유치는 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사업기간도 단축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특히 문화예술 교육기관은 문화예술을 발전시키는 핵심자원인 전문인력과 다양한 관련연구기관을 갖추고 있어 지역 역량 강화 측면에서 보면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캠퍼스의 이전 재배치와 관련하여 수도권 도시 간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한예종은 규모가 큰 대학은 아니지만, 1993년 설립 이래 음악과 무용분야에서 뛰어난 예술가를 다수 배출하며 예술학교로서의 위상이 뚜렷하다. 상징성 있는 예술학교를 지역에 유치하게 될 경우 해당 지역사회는 다양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예술교육기관의 유치는 막상 성사되기 어려운 전략이다. 이전대상 기관에게 접근성과 확장성이 높은 부지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며, 부대시설이나 다양한 편의시설도 제공하는 데도 상당한 재원이 투입되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교육기관의 경우 학교당국 뿐 아니라 교직원과 학생 등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의 인천 캠퍼스 조성계획이 무산된 사례나 서울대학교가 시흥캠퍼스 이전 건으로 심각한 학내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문화인프라의 유치경쟁 과열로 설립이나 이전 계획 자체가 보류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국립문학관 건립을 둘러싼 지자체간 유치 경쟁이 격화되자 정부가 이를 무기한 보류한 바 있다. 문화예술 인력 양성은 국가 수준의 계획과 지원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주요 문화예술교육기관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어 서울에서 양성한 인력을 지방으로 유치하는 일은 쉽지 않으며 지속성도 없다는 점이다. 도시의 미래 경쟁력은 창조 자원, 창의 인재의 역량이 좌우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문화예술 교육기관과 인력의 서울 집중으로 인한 지역간 문화예술 역량의 격차도 갈수록 심화될 공산이 크다. 이 불균등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수준에서 문화예술인을 비롯한 창조인력을 수요에 대비하고 자급할 수 있는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지역 문화진흥은 물론 도시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주체는 기본적으로 지역에서 양성되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뿌리 없는 나무에 열매를 기대할 수 없다. 문화예술 교육기관의 지역 유치는 부족한 문화전문인력 양성이라는 과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처럼 보일 수 있다. 그렇다고 지름길만 찾으면 곤란하다. 유치경쟁은 도박과 같아서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는 온갖 행정력을 쏟아 붓지만 '잭팟'은 좀처럼 터지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체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오히려 기회비용 측면에서 이익이다. 적어도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지자체라면, 그리고 창조인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산업혁명을 준비하겠다는 비전을 가진 도시라면 문화예술교육기관 확충을 최우선 어젠다로 설정하여 능동적으로 미래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7-03-21 김창수

[경인칼럼]2017년 3월의 리얼리즘 소설

탄핵 결정으로 끝맺은 소설같은 현실"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허허로운 결기만 남긴 메시지에 심란1789년 부르봉왕조를 무너뜨리고 공화정을 이룩한 프랑스대혁명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1830년 '7월 혁명'과 1848년 '2월 혁명'의 잇따른 실패는 그러한 희망과 낙관을 의심케 만들었다. 이상적인 사회 건설을 회의(懷疑)하기 시작했고, 회의는 현실을 보다 냉정하게 들여다보기를 요구했다. 리얼리즘(realism, 사실주의)은 이런 사회적 변화를 토양으로 태동한 문예사조다. 혁명에의 실망과 좌절, 그리고 낭만주의에 대한 반발이 불러온 결과다. 자아를 향한 우아한 찬사는 이제 뒤로 멀찌감치 물러나게 됐다.스탕달은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새로운 문예사조의 선구자다. 그의 작품들은 동시대(同時代) 현실의 객관적 재현을 지향한다. 소설 '적과 흑'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사실 더 주목받는 작품이 있다. 바로 '파르마의 수도원(La Chartreuse de Parme)'이다. 이탈리아 한 지역에서 영사로 재직하던 무렵 교황 파울로 3세의 비화를 담은 옛 문서를 직접 접한 뒤 영감을 얻었다. 앙드레 지드는 이 소설을 "프랑스 문학의 최고봉"이라고 칭송했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발자크 역시 "모든 면에서 완벽함이 돋보인다"고 극찬했다. 이 소설을 리얼리즘의 대표작품으로 손꼽게 만든 장면 중 하나가 나폴레옹이 엘바 섬을 탈출한 뒤 치른 최후의 격전 '워털루 전투'다. 스탕달이 재현한 전투는 낭만주의 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서도 등장하는 '워털루 전투'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위고의 '워털루 전투'는 신화와 현실이 교차하는 무대다. 영웅이 등장하고 황제의 권위는 신적이다. 반면 스탕달이 재현한 '워털루 전투'는 인간의 진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철저한 현실이다. 등장인물들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심지어 추하기까지 하다. 비록 높은 지위를 가졌다 해도 권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장군이 꺼져가는 목소리로 하사에게 말했다. "병사 네 명을 나한테 주게. 나를 위생부대로 데려가야 하니까. 다리가 부러졌거든." "망할 놈"하고 하사는 대답했다. "오늘 네 놈도, 다른 장군 놈들도 모두 황제를 배반했어." "뭐라고?" 장군은 화를 냈다. "내 명령을 못 알아듣는군. 나는 백작이야. 자네들 사단을 지휘하는 사람이라고!" 그러면서 장군은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았다. ('파르마의 수도원' 중에서)/리얼리즘은 이전에는 위대하게 보이던 것을 해부해 그 공허함을 드러내 보인다. 아름답게 보인 것의 껍질을 벗겨서 그 적나라한 진상을 폭로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지난 석 달 동안 겪은 일들은 한 편의 리얼리즘 소설이었다. 지존(至尊)의 위상은 철저하게 해부됐고, 스스로 그 공허함의 정점에 섰다.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던 이야기는 추한 속살을 드러내보였다. 평범한 시민들이 역사의 한 장을 펼쳤다. 지난해 12월 3일 야3당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로 시작된 이 소설 같은 현실은 마침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끝맺음을 했다. 지난 일요일 밤, 집에서 TV를 통해 지켜봤던 삼성동으로 향하는 대통령의 귀로(歸路)는 에필로그였다.그런데 심란하다. 지지하고 반대하고의 차원이 아니다. 미국의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절반을 훨씬 넘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8년 동안의 임기를 끝내고 백악관을 떠나던 모습과 우리의 18대 대통령이 5년의 임기마저 채우지 못한 채 청와대를 떠나는 모습은 너무나 달랐다. 작별을 고하는 메시지 또한 달랐다. "서로 달라도 하나로 함께 일어서는 것"이라는 오바마의 마지막 연설은 민주주의를 위한 기도였다. 우리 대통령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며 허허로운 결기만 남겼다. 문제는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가 소설의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은거한 '파르마의 수도원'이 아니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 심란하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7-03-14 이충환

[경인칼럼]'지공도사' 양산(量産)이 정답이다

어르신 공짜로 지하철 적자 원인이라지만온양온천·양평등 역주변 전통상가 성업중신중년들 지갑 열게하는 마중물 전략 필요요즘에는 종종 1호선 전철로 수원 나들이를 한다. 한동안 출퇴근 때 지겨울 정도로 애용(?)했었는데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니 과거의 기억들이 새롭다. 차창 넘어 펼쳐지는 목가적인 정취가 잠시나마 일상의 고단함을 망각하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던가. 창밖의 전원(田園) 풍경들이 사라진 자리에 흉물스런 시멘트 덩어리들만 가득하다. 어르신 승객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구구팔팔 청춘(?)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진 때문이나 개중에는 단거리 여행객 숫자도 상당했다. 지공도사 양산정책이 초래한 결과로 지공도사란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65세 이상의 노인을 지칭한다. 1호선뿐이겠는가. 전국 지하철 객실의 공통된 모습이다. 지공도사에 대해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좌석을 양보하지 않는다고 어르신들이 젊은이 무안 주기 일쑤이고 대낮부터 술 냄새 풍기며 노인들끼리 다투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얌체노인들의 새치기는 비일비재하다. 경제활동 중인 청년들의 불만도 크다. 만원전철에 시달리는 것도 힘든데 정부가 공짜손님을 대량생산해 스트레스를 키운다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경로무임승차제를 철폐하자는 선동구호들까지 등장했다. 지하철 운행역사가 가장 오래된 서울시는 벙어리 냉가슴이다. 갈수록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2015년 기준 18호선의 누적적자 규모는 무려 12조4천억원이다. 지하철 여객수가 늘어날수록 적자는 더 커지는 야릇한(?) 비즈니스인 것이다. 광고비 감소, 부정승차 및 프리라이더 증가 때문인데 서울시는 어르신 공짜손님을 적자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빠른 노인인구 증가로 서울에서만 연평균 13%씩 무임승차가 증가한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작년 5월에 발생한 2호선 구의역사고도 비용최소화를 위한 고육책이 빚은 참극이란다.서울시의 지하철요금 인상요구를 정부는 번번이 묵살했다. 지공도사 때문에 발생한 적자를 부담할 수 없다는 청년들의 집단히스테리가 두려웠을 것이다. 궁지에 몰린 시는 정부에 대해 재정지원을 요구했다. 코레일은 철도산업기본법에 따라 매년 무임승차 손실액의 5070%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뿐 아니라 무임승차는 정부가 보편적 복지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만큼 원인제공자인 중앙정부가 책임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근거법률이 없어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경로무임승차제는 서울메트로가 1984년에 최초로 시행했으며 1991년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전국적으로 지하철을 운영하는 지자체들은 동병상련이다. 임시방편으로 무임승차의 하한을 65세에서 70세로 높여줄 것을 건의했으나 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이다. 정치인 모두 '표 떨어진다'며 손사래 치는 것이다. 소설가 김훈은 "30여 년간 충실히 세금을 냈으니 공짜로 탈 자격 있다"고 주장했다. '어르신교통카드'야말로 국가가 퇴역군인들에게 수여하는 훈장처럼 흐뭇했었는데 계륵신세의 지공도사들이 처연하다. 그러나 이상의 논의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단견이다. 온양온천이나 춘천, 양평 등은 물론 전철역 주변의 전통상가에 점차 온기가 퍼지는 것이다. 지공도사 대상의 12만원짜리 관광상품도 성업 중이다. 무임승차를 이용해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노인들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또한 지공도사 활동이 많을수록 노인의료비도 줄어드는 법이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장기간의 경기부양에도 내수는 더 얼어붙고 있다. 백약이 무효인 것이다. 오히려 여건만 된다면 지공도사의 자격을 60세 이상으로 낮추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특히 건강하고 재력이 뒷받침되는 데다 시간적으로도 여유 있는 신중년들이 지갑을 열도록 마중물 전략을 구사할 때인 것이다. 경로무임승차제의 사회적 편익이 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유정훈 아주대교수의 연구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지공도사제야말로 국민경제적으로 순기능이 큰 노인복지제도이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책임은 지자체에 미루는 꼼수도 목불인견이다. 정부는 서민의 발 수리비 지원대책부터 서둘러야할 것이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7-03-07 이한구

[경인칼럼]탄핵 절차는 민주주의와 친화적인가

헌정주의는 민주주의와 '상호 보완적'그러나 탄핵에선 '대립적관계' 될 수도가장 본질적 정의는 '다수에 의한 지배'지난 해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그것도 재적 3분의 2가 넘는 234표라는 압도적 표로 통과되었다. 이후 석 달이 다 가도록 이념적 갈등은 물론이고 국정의 비정상적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민주주의의 여러 의미 중에서 국민주권주의는 민주주의의 핵심 개념이다. 이를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의회가 국민을 대표해서 통과시킨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전적으로 최종 결정이 위임되는 지금의 제도는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고, 주권자의 의사가 왜곡될 위험성도 안고 있다. 이는 탄핵안의 인용 여부와 무관하게 대의제의 의미와 관련해서 헌정주의가 민주주의와 대립하는 지점일 수도 있다. 국회에서 입법된 법률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리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차원에서 헌재 심판에 승복하는 것은 규범과 당위에 속한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 측은 헌재 재판의 절차와 정당성을 훼손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헌재 재판정에서의 망언과 극언은 물론이고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법치를 부인하는 언사를 예사로 쏟아놓는다. 헌재의 판결에 재심이란 절차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대리인단이 결국 헌재의 심판을 지연하고, 최종 결론이 인용으로 날 때 이에 불복하기 위해 8인 체제는 '재심 사유'라고 궤변을 늘어놓는다.탄핵 기간이 길어질수록 갈등의 절충과 타협을 통한 사회적 합의의 도출은커녕, 대립 지향적 구도의 형성으로 사회적 통합은 요원해 진다. 또한 국정농단의 당사자들에 대한 단죄의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헌법 체계를 부정하는 물리적 폭력이 수반한 혁명을 상정하지 않는다면, 최소정의적 관점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길이다. 탄핵심판 선고는 얼마 남지 않았다.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도 결과에 대해 승복해야 한다. 헌재의 심판이 끝나고 대선 정국이나 혹은 대선 이후의 개헌 논의 때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지금의 대통령 탄핵절차이다. 주권자인 국민을 대리하는 대의기구인 국회가 결정한 사안을 헌재의 재판관이 최종 추인해야 하는 제도는 엄밀하게 말하면 국민주권주의의 위반이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을 헌재가 거르도록 한 취지는 대통령 탄핵이 정치공학적으로 다수의 횡포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폐해를 막기 위한 장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가 그랬다. 그러나 박 대통령 탄핵 과정은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 이후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훼손될 수 있고, 민의와는 배치되는 정치적 퇴행이 초래될 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역사적으로 조응해왔다. 또한 헌법에 의한 정치인 헌정주의는 민주주의와 상호보완적으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민주주의와 헌정주의는 상호대립적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헌법에 의한 정치인 법치가 민주주의의 보완재로 기능하지 않고 대체재로 작동하는 구도는 민주주의의 훼손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주의에 여러 정의가 존재하지만 역시 가장 본질적 정의는 '다수의 인민에 의한 지배'다. 설령 민주주의가 다수의 횡포에 따른 중우정치의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어도 주권자의 다수 의지를 훼손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부정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태극기로 포장하고 위장하고 있는 탄핵 반대 세력은 그들이 탄핵을 반대해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주장을 하고 있기에 반민주적이다. 갈등의 확대재생산은 국회의 탄핵 의결로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지 않는 제도적 결함 탓도 있다. 주권자가 선택한 대리인의 권한을 회수하는 데 심대한 기회비용을 치러야 하는 제도는 결코 민주적이지 않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17-02-28 최창렬

[경인칼럼]도시 정책의 창의성과 일관성

지자체, 단기성과만 노리면 성공 어려워'광명동굴' 공공개발로 사업성 확보 주목17년 된 日 '모에레누마공원' 계속 투자광명동굴이 한국 최고의 동굴 테마파크의 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경제적 가치가 1천5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명동굴은 매년 137억2천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59억6천만원의 순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명동굴의 개발 사례는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투자해온 결과이다. 광명시는 2011년부터 2016년 말까지 6년간 토지매입과 주차장및 진입로 확충 등 기반시설조성에 총 573억3천만원을 투입했으며, 경기도와 정부도 총 216억원을 지원받았다. 지난 6년간 총 775억원의 막대한 재원이 투자된 것이다. 현재 광명동굴에 대한 초기 투자는 끝난 단계이다. 향후 시설 유지비, 운영비, 콘텐츠개발비 등에 수입의 일부를 재투자 한다면 세외수입이 증가하여 흑자경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3억원에 매입한 폐광산의 자산가치가 37배 증가한 것이다. 2016년 광명동굴의 유료입장객은 142만 명을 돌파해 국내는 물론 국제적 관광지 수준이 되었으며,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의 대표관광지 100선에 올랐다. 세외수입이 증가하면 행자부가 지원하는 보통 교부세 인센티브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광명동굴 개발로 자산가치 증가 뿐 아니라 도시브랜드 가치 상승, 지역 특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의 유무형 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의 지자체들도 산업화 시대의 유산인 폐산업자원을 이용한 다양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광명동굴과 같은 성공사례는 흔치 않다. 유럽이나 일본에서 폐산업시설을 문화공간화하여 도시재생사업에 성공한 사례는 많다. 그런 사례에서 발상법을 배워야지 콘셉트까지 모방하다가는 짝퉁이 되고 만다. 정책입안 단계에서 창의성이 사업성을 좌우한다. 창의성은 꼭 기발한 착상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사물을 보는 관점을 조금만 달리하면 숨겨졌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폐철도와 인근 부지를 관광자원으로 전환하여 성공한 사례라든가 폐공장을 박물관과 같은 문화시설로 재생시킨 경우가 대표적이다.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역발상도 중요하다. 어둡고 긴 겨울을 지내야하는 북유럽 핀란드의 헬싱키시는 빛 축제인 '바론 보이마트(Valon Voimat)'를 기획하여 세계적 축제로 발전시켰는데, 핀란드의 조명산업도 동시에 활성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화천산천어축제도 역발상의 지혜로 시작되어 한국의 대표적 겨울축제로 자리잡은 경우이다. 일본 삿포로의 명물이 된 '모에레누마공원(ㅡ沼公園)'도 본래는 버려진 쓰레기 폐기장을 시민들이 예술과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생태공원으로 조성한 것이다. 창의적 정책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지자체가 일관성 있게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면 창의적 아이디어도 아이디어로 그친다. 특히 단기성과를 의식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광명시가 광명동굴을 개발하면서 처음부터 민간자본 유치에 의존하지 않고 공공개발 중심으로 추진하여 사업성을 확보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삿포로 모에레누마의 쓰레기장이 세계적 예술공원으로 탈바꿈하기까지는 무려 17년이 소요되었으며, 삿포로시는 아직도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7-02-21 김창수

[경인칼럼]'페이크뉴스(fake news)' 라는 괴물

대선국면 '가짜뉴스' 구별 오해와 억측 낳을 수도퇴치 위해선 합리적 사고·판단만이 유일한 무기1센트짜리 신문 '페니 프레스(penny press)'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뉴욕 선(New York Sun)'이 창간 2년 무렵인 1835년 8월 21일 평범한 기사 하나를 싣는다. 존 허셀 경이라는 영국 귀족이 남아프리카 희망봉에서 최신형 대형 망원경으로 '매우 아름다운 천문학적 발견'을 했다는 영국 신문기사를 인용한 보도다. 그런데 이렇게 시작된 보도는 며칠 뒤 "허셀 경이 큰 산과 초목이 무성한 숲, 그리고 뿔을 가진 네 발 짐승의 모습을 한 생명체를 발견했다"는 내용으로 확대된다. 그 이튿날부터는 "푸르스름한 납빛을 띤 염소처럼 생긴 동물들과 물새를 발견했다", "허셀 경이 달의 한 지역에서 아홉 종의 포유류와 다섯 종의 난생동물들을 분류해내는데 성공했다", "등 뒤에 크고 반투명이며 막으로 된 날개를 가진 인간박쥐까지 찾아냈다"는 기사가 계속 이어졌다. 뉴욕의 다른 신문들은 이 기사들을 '퍼 나르기'에 바빴다. '달 날조사건(The Great Moon Hoax)'으로부터 180년이 지난 지금도 페이크뉴스(fake news), 즉 가짜뉴스는 여전히 위력적이다. 트럼프와 힐러리가 차기 미국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격전을 벌이던 과정에서 확산된 '프란시스코 교황의 트럼프 지지'라는 가짜뉴스가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는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될 일이다. "힐러리가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공급했다", "힐러리 이메일 유출사건을 수사 중인 FBI요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내용의 가짜뉴스들은 힐러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힐러리와 민주당 인사들이 워싱턴DC의 한 피자가게에서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른바 '피자게이트'는 압권이다. 20대 남자가 선거도 끝난 12월 4일 피자가게를 찾아가 진상을 직접 파헤치겠다며 총기를 난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8월부터 11월 투표일까지 미국 대선기간 석 달 동안 페이스북에서 가짜뉴스 20개의 반응건수는 871만 건으로 주류매체 뉴스 20개의 반응건수 736만 건보다 18%나 많았다. 자극성과 의외성을 띠고 있는 가짜뉴스가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등 주류언론의 뉴스보다 훨씬 더 쉽고 강하게 유권자들에게 파고들 수 있었다는 얘기다. 페이스북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트럼프 지지자의 '공유'는 3천만 건, 클린턴 지지자의 '공유'는 800만 건으로 4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가짜뉴스들을 '퍼 나르는' 행위가 지지자들의 결속을 공고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판 자체를 뒤집는데 한몫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페이스북은 급기야 '페이크북(fake book)'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연말 "메르켈 총리는 히틀러의 딸"이라는 가짜뉴스의 확산을 경험했던 독일은 9월 총선을 앞두고 페이스북이 가짜뉴스를 24시간 안에 삭제조치하지 않으면 6억 원이 넘는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체코정부는 10월 총선이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도록 대응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우리도 최근 유력 대선후보가 '가짜뉴스'에 의한 피해를 이유로 중도하차하는 일을 경험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정치적 경향성이 뚜렷하고, 경제적 불균형이 심하며, 경쟁심과 상실감이 동시에 크게 소용돌이치는 곳에선 가짜뉴스의 유혹과 수요가 클 수밖에 없다. 반면 자칫 언론의 자유가 제약당하거나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그 대응은 매우 제한적이다. 특히 대선 국면에서는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일이 예측 불가능한 오해와 억측을 낳을 수도 있기에 더욱 조심스러울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괴물'과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합리적인 사고와 판단만이 손에 쥔 유일한 무기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7-02-14 이충환

[경인칼럼]정경유착 망령의 부활

재벌개혁,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보다 훨씬 어려워섣부른 공약 스스로 옥죄는 어리석음 되풀이 안돼"백사장 그 사람 참 꾸준하고 고마운 사람이야. 한번 들어오라고 해."며칠 후 백사장 내외는 경무대의 오찬에 초대되었다. 그 자리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백사장 그동안 도와주어 고마워. 내가 돈이 있으면 갚겠으나 나에게 먹고살라고 준 것이 아니고 나랏일 하라고 준 것이니 고맙게 받겠어. 백사장도 국리민복을 위해 일하면 도와주겠어." 백씨는 이 말을 듣고 눈물을 글썽이며 감격했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고(故) 백남준의 아버지인 백낙승에 관한 이야기이다. 거상(巨商)의 후예 백낙승은 일제의 전시(戰時)경제정책에 편승해 막대한 부를 챙겼다. 또한 그는 1945년 11월부터 1948년 8월 이승만이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에 취임할 때까지 생활비 조로 매달 50만원과 정치자금을 상납했다. 얼마나 갖다 바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으나 요즘 가치로 대략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달러라면 그렇게도 벌벌 떨던 이 대통령이 일본 기계를 들여와 태창방직을 확장하도록 허가해준 것은 이 인연 때문이었다." 이승만의 개인비서였던 윤석오의 회고이다. 또한 백낙승은 국내 최대의 방적공장인 고려방직 영등포공장을 귀속재산 명목으로 헐값에 불하받았으며 백낙승 소유의 대한문화선전사는 국가독점사업이었던 홍삼전매권까지 넘겨받았다. 태창그룹이 국내 최초의 재벌로 부상했던 배경이다.고질적인 정경유착의 시발점이다. 이후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권력과 돈과의 밀월 관계는 확대재생산 되었다. 해방 이후에 일관된 정부주도의 경제개발이 배태 기반이었다. 정부가 장기간에 걸쳐 자원을 시장원리보다는 낙숫물 효과를 기준한 인위적 배분방식을 고수해 도덕적 해이 시비가 불거질 여지가 컸다. 제2, 제3의 백낙승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장기간의 군부 독재정권 하에서는 '준조세'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일해재단이 대표적 사례이다. 1984~1987년 4년동안 전두환 정부는 30대 재벌과 주인 없는(?) 공기업들로부터 거의 강제로 589억5천만원을 거두어들였다. 현재 가치로 무려 2천억원에 해당한다. 이때부터 '보험료'라는 말도 회자 되었다. 1985년에는 재계 7위의 국제그룹이 공중분해 되었는데 보험료(?)를 적게 납부해 권부(權府)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이 정치자금 강요문화를 청산하겠다며 대통령선거에 출마했겠는가. 해바라기 오너 경영인들의 자진 납세(?)는 목불인견이었다. 2002년 '차떼기' 대선은 세계인들을 경악시킬 정도였다.최근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정경유착 망령이 되살아났는데 그 중심에 삼성이 있다. 연루된 다수의 기업 중에서 삼성만 유일하게 최순실씨 일가에 수백억원을 건넨 것이다.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와 횡령, 위증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삼성은 국정농단의 객체가 아닌 주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은 박근혜 대통령이 팔을 비틀어 준조세를 낸 것이라며 억울하단다. 지난 1월 18일 법원은 "구속사유가 불분명하다"며 특검의 항고를 기각했다. 뇌물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제공한 뇌물의 대가성이 있어야 하는데 증거가 취약하다는 것이다. 삼성의 80년 역사상 총수가 최초로 옥살이할 수도 있어 국내외 언론들이 주목하고 있다.'벚꽃대선'설이 무성하다. 엄동설한임에도 물밑의 움직임들이 분주해 보인다. 곳곳에서 자천, 타천의 출사표까지 확인되고 있다. 재벌들의 정경유착문제가 이번 대선의 핫이슈가 될 개연성이 크다. 세계 1위의 자살률과 최하위의 출산율, 점차 커지는 부패지수 등과 재벌자본주의 간에 상관관계가 높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양극화문제는 선진국 공통의 화두이나 한국이 더 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선거연령 18세 인하에 대한 야 4당의 합의까지 무르익어 '헬조선' 개혁 목소리는 더욱 커질 예정이다. 그러나 재벌개혁 작업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보다 훨씬 어렵다. 역대 정부의 '외양간 고치기'식 빚잔치가 반면교사이다. 섣부른 공약들이 스스로를 옥죄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7-02-07 이한구

[경인칼럼]대통령의 처신

논리 비약과 사실 왜곡 가득한 인터뷰 적절치 않아반성·성찰할때 지지자에 최소한 예 갖출 명분 찾는것조기대선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으나 예기치 않은 역사의 반동은 늘 있어왔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헌재 구성에 더 이상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늦어도 3월 13일까지는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한다"며 탄핵심판 시한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측은 "(헌재가)추가 증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재판부의 공정성이 의심돼, 대리인단이 중대결심을 할 수도 있다"며 헌재를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1일 기자간담회에 이어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 형식을 빌어 자신에게 제기되고 있는 탄핵 사유와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허황된 거짓말'이라며 민심과는 동떨어진 '장외 여론전'을 펼쳤다. 인터뷰 다음 날 최순실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특검이 강압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박 대통령과 대리인단이 노골적으로 탄핵 심판을 지연시키고 자신들을 지지하는 '보수층'의 결집을 도모하여 기각을 위한 전략을 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지,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대면조사가 성사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된다면 그 후유증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구에서 압도적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고, 탄핵 인용을 바라는 국민이 80%를 넘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은 상상하기 어렵다. 탄핵 기각은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의 첫 번째인 국민주권주의의 위반이기 때문이다. 헌법적 절차에 의한 통치인 헌정주의는 다수결의 횡포에 직면할 수 있는 민주주의를 견제하고 소수를 보호하기 위한 의미에서 국민주권주의와 보완을 이룬다. 그러나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자격의 유무를 논한다는 자체가 헌정주의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의 비정상적 상태의 종식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러한 상황이 내각제 권력구조에서 일어났다면 불필요하고 소모적 논쟁은 일찍이 종지부를 찍었을 것이다. 탄력적 국정 운영이란 면에서도 권력구조 개편을 비롯한 개헌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개헌이 논의되고 있으나 대선 전에 탄력을 받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에 각종 안이 이미 준비되어 있다 하더라도 대선주자간, 국민들 사이에 합의가 모아지고 있는 권력형태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개헌이 대선구도에서 정치공학적 연대의 고리로 논의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대선 전 개헌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최순실 게이트의 국기문란의 정점에는 박 대통령이 있다. 최근 대통령의 행태나 대리인들의 잘 짜여진 각본을 보면서 다시 한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나 더 대통령의 품격과 위상이 떨어져야 하는가. 지난 25일의 인터뷰에 나타난 대통령의 인식에서 자기반성이나 책임의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동정여론을 유발시키고 지지층에 대해 일련의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사태를 모면해 보고자 하는 잘못된 인식에 철저히 기초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탄핵과정과 특검의 수사가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기획된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인식에서 그를 지지했던 국민들의 절망을 본다. 국정농단에 제기된 각종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박 대통령과 그의 측근, 변호인으로 구성된 대리인단은 헌재의 탄핵 기각에 기대를 거는 듯하다. 비록 일부의 국민이지만 여론 반전을 통한 일말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전술적 접근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에 대한 도리와 마지막 품위라도 지키고자 한다면 논리 비약과 사실 왜곡으로 가득한 지난 25일 인터뷰 등의 행위는 적절하지 않다. 박 대통령이 추가로 어떠한 형태든 입장 표명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일각의 얘기가 있지만 부질없을 뿐 아니라 대통령의 위상만 더 초라해질 뿐이다.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했음을 진솔하게 반성하고 성찰할 때 한 때 과반이 넘게 지지했던 국민은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를 갖출 명분이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17-01-31 최창렬

[경인칼럼]문화권(權)과 평가제도

성과지표 중심 평가, 본래 목적 달성 못해 걸림돌문화적 소외 극복위해 공공성 실천 효과로 전환'지니계수' 지역 문화 불균형 해소 모델 삼아야<문화헌장> 제정을 통해 '문화적 권리'를 시민의 기본 권리로 선언한지 10년, '문화적 권리'를 <문화기본법>으로 법제화한지도 3년이 지났다. 최근의 문화향수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문화예술 관람률은 완만하게나마 향상되고 있으나 지역별 편차가 크며, 저소득층의 문화예술관람률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같은 외부적 요인을 우선 거론할 수 있겠다. 공공문화시설들이 프로그램과 접근성 때문에 주민 참여를 확대하지 못하고 있는 내적 요인도 주목해야 한다. 내적 요인은 정부나 지자체가 공공 문화시설의 운영을 평가하는 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현재 대부분의 공공문화시설이나 문화행정기관을 평가하는 기준은 문화시설의 경우 이용 관객수, 입장료와 대관료 수입, 시설가동률과 같은 성과지표(output) 중심이다. 이런 평가는 운영효율화를 위한 경비절감을 유도하게 되고 평가제도가 오히려 공공문화시설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공공성을 우선해야 할 기관을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처럼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성과 지표 중심의 평가제도는 문화시설이나 문화행정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 체계의 효율성 위주로 흘러 정작 수용자인 주민들에게 파급하는 문화적 효과를 도외시하게 된다. 성과지표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한 방편으로 고객만족도 조사가 활용되고 있으나 대부분 조사방법의 한계로 참고용에 불과하다. 문화적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문화시설의 평가 패러다임을 성과지표 중심에서 공공성을 실천하는 효과(outcome) 중심의 평가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공공문화시설에 대한 운영평가의 핵심은 공공성의 구현여부이다. 이는 주민의 경제적 사회적 조건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문화 소외를 줄여나갈 때 가능하다. 시민들은 경제적 제약과 여가시간 부족, 신체적 장애와 이동거리 등으로 문화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교육수준과 직업에 따른 문화향수율의 격차도 적지 않다. 이러한 문화격차와 불평등 정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고 그 실태를 파악해 적절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경제적 불평등으로 문화적 불평등이 초래되듯이 양자는 인과관계를 이루며 반복되기 때문이다. 효과중심의 평가는 특정 지자체에서 혹은 특정 문화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문화향수실태가 소득수준별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계량적으로 측정하는데서 출발할 수 있다. 만약 어떤 문화시설을 중산층만 이용하고 있다면 계층적 소외 상태이며, 광역단위의 문화시설을 인근 주민만 이용하고 있다면 지리적 접근성의 불균등 상태에 있는 것이다. 특정지역과 문화시설의 불균등성은 절대값으로 표시될 때 타지역이나 문화시설과 비교하여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책을 수립하는데 유리하다. 소득분배의 불공정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Gini's coefficient)를 문화 균형계수의 모델로 삼을 수 있다. 지니계수는 특정 집단의 소득 불평등 상태를 완전평등 상태인 '0'과 완전불평등 상태인 '1' 사이의 절대값으로 보여준다. 이 문화 균형계수는 문화시설 운영의 '효과'를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 지역 문화정책의 과학화에도 기여할 것이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7-01-24 김창수

[경인칼럼]'헬조선'은 현재진행형이다

취업경험 없는 청년실업자수 지난해 '역대 최다'과일·쌀·집값 세계 상위권 '먹고살기 힘든 나라''청년들의 절망' 기성세대로서 그저 미안할 따름'헬조선'이나 '지옥불반도'라는 단어를 대할 때마다 두 가지 의문을 가졌다. 첫째는 정말 '지옥(hell)'이라고 말할 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운 현실이냐는 것이다. 청년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희망과 절망을 한 걸음씩 내디디며 난폭한 강을 건너는 세대다. 불확실성은 늘 길동무처럼 옆구리에 바짝 붙어있고, 현실은 모순과 부조리와 불합리의 징검다리다. 힘들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하고, 고통스럽지 않다면 그것이야말로 비정상적이다. 50대 중반 우리 세대는 더했다. 제국주의에 '저항'하고, 자본주의를 '해체'하며, 파쇼를 '타도'해야 하는 시대의 무거운 짐까지 지고 있지 않았던가. 지난(至難)했던 그때의 현실을 요즘 젊은 친구들은 알기나 하는 걸까. 목숨까지도 내놓고 싸웠는데.또 하나는 왜 하필이면 '조선(朝鮮)'이니 '반도(半島)'니 하는 표현을 쓸까 하는 것이었다. 조선시대처럼 신분이 고착화되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은 알겠다. 한반도 남과 북의 청년들이 저마다 처해있는 고단한 현실을 싸잡는 자조적 표현임도 알겠다. 그런데 '북조선' 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에게 '조선'이라는 단어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반도'도 마찬가지다. 복잡하고 다중적인 의미다. 그렇다면 북쪽이야말로 사람이 살만한 곳이 되지 못한다는 걸 전제로 하는 것일까? 그런 곳을 닮아가고 있어 더 어이없고 절망스럽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요 며칠 사이, 나의 생각이 안일했음을 확인시키는 기사들을 잇달아 접한다. 그중 하나는 청년실업률과 관련된 것이다. 종종 접해왔던 청년실업률이 아니라 아예 한 번도 취업을 해보지 못한 청년들과 관련한 통계다. 지난해 취업 경험이 전혀 없는 청년실업자 수가 통계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 비율이 19.3%로 역대 최대치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11% 안팎이었는데 2015년에 19%로 껑충 뛰어오르더니 2년 연속 19%대를 보이고 있다. 이 나라 청년들이 취업을 하려해도 할 수 없는 일자리 절대부족의 시대를 힘겹게 살아내고 있다는 얘기다. 양질의 일자리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또 다른 기사는 119개국 6천여 개 도시의 생활비와 주거비 통계에 관한 것이다. 이런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한국의 바나나 가격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비싸다. 사과, 오렌지, 토마토 가격은 세계 4위, 쌀과 감자 가격은 5위다. 양파, 우유, 치즈, 쇠고기 가격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높다. 도시 중심가 아파트 매매가는 세계 9위다. 우리보다 비싼 곳은 홍콩, 싱가포르, 스위스, 영국, 일본 등 8개 국 밖에 없다. 인터넷 월간 이용액과 맥도날드 식사 가격만이 하위권이다. 한마디로 제대로 먹고 살기 힘든 나라다. 이 나라 청년들의 이런 현실을 기성세대들은 몰라도 너무 모른다. 직전의 경제부총리라는 사람은 국정감사에서 "헬조선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의를 받자 "들어본 적 없다"고 답한다. 전 여당대표는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를 배워서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유행한다"고 준엄하게 꼬집는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 중 한 분은 "헬조선을 떠나 이민가고 싶다는 나라들도 천국이 아니다"라며 청년들을 함부로 위로한다. 이쯤 되면 그동안 품어왔던 '헬조선'과 '지옥불반도'에 대한 두 가지 의문은 나의 안일함을 넘어 무지의 소치다. 경멸해 마지않던 '꼰대'의 시각이다. 거만한 기득권의 호사다. '헬조선'은 현재진행형이다.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청년들의 절망에 지금부터라도 내 가슴 한 편 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기에는 터무니없이 소소한 몸짓이겠지만./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7-01-17 이충환

[경인칼럼]김영란법 폐기하자

음식·숙박업소 '된서리'… 한우·화훼농가도 피해'유전무죄 척결' 더 시급… 서민경제 더 망가지기전에올해도 '닥터 둠'들이 정유년의 한국경제 전망들을 쏟아냈는데 예년에 비해 비관적 예측이 훨씬 우세하다. 한반도에 먹구름대가 몰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제때에 치료를 못 받았으니 당연할 수밖에 없으나 점괘란 틀릴 확률이 더 높은 법이어서 맹신은 금물이다. 돌다리 두드리는 심정으로 복기(復碁)해 보자.수출에서 한 가닥 빛줄기가 확인된다. 수출액이 2015년 -8%, 2016년 -5.9% 등 2년 연속 감소했음에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약하나마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월별 수출액이 26개월 연속 마이너스행진을 지속하다 작년 11월부터 두 달 연속 플러스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강(强)달러의 영향이 결정적인데 정부는 새해 수출이 연평균 2.9%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컴퓨터, 평판디스플레이, 반도체, 일반기계 등의 호조세가 점쳐진다. 한국경제를 홀로 견인해온 수출이 긴 잠에서 깨어날 조짐이나 낙관은 금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대통령의 신고립주의와 미국과 중국·멕시코와의 통상갈등,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제유가 인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불확실성이 높은데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우리 경제에 거대한 쓰나미가 덮칠 수도 있다. 갈수록 수출의 국민경제 기여효과가 축소되는 것은 설상가상이다. 수출의 국내고용 유발계수가 감소함은 물론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도 2000년대 들어 점점 떨어지고 있다.내수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되나 작년부터 핵심기반인 민간소비 위축에 가속도가 붙었다. 연초 개성공단 폐쇄에 이어 7월 사드 배치결정을 계기로 소비가 빠르게 축소되었는데 김영란법 시행과 최순실 국정농단파문은 점입가경이었다. 9월의 소매판매는 5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추락했으며 지난 연말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액이 각각 -2.8%와 -6.1%씩 감소했다. 12월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4.2로 7년 8개월 만에 가장 낮다. 아무리 불황이어도 12월에는 크리스마스와 송년모임 등으로 기준선인 100을 넘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번에는 연말연시특수가 아예 실종된 것이다. 소비절벽 혹은 소비빙하기 운운이 과장만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소비가 활성화되어야 투자가 수반되는 법인데 금년에는 민간소비가 더 위축될 공산이 크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정부의 리더십이 작동을 멈춘 데다 대통령선거까지 겹친 탓이다. 사상최악의 조류독감(AI)이 불길처럼 번지는 중인데 계란값 폭등이 잦아들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요구된다. 겨울 불청객인 구제역도 불안하다. 미 연준(Fed)은 지난 12월에 금리를 올리면서 금년에는 3회에 걸쳐 이자율을 인상할 것을 시사했다. 저금리시대 마감 내지는 달러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 하락에다 외국인투자자금 유출도 복병인데 가계부채는 더 큰 고민이다. 1천300조원의 절반가량이 700여만 명의 자영업자가 진 빚으로 최저임금 미만의 한계 사업자수만 무려 150만여 명인 것이다.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10년 주기의 재앙설까지 대두되나 마땅한 카드가 없다. 정부는 확대재정에 주목하나 국가부채만 키울 뿐 효과는 별로일 것이다. 김영란법에 눈길이 가는 이유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한국이 부패공화국임을 만천하에 알린 대표적 사례이다. 부정청탁금지법의 시의성이 담보되나 권력자와 가진 자는 외면하고 전국 70만 음식숙박업소의 300만 명에 가까운 저소득 종사자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30여만 호에 이르는 한우사육 및 과일, 화훼농가와 어가(漁家) 등도 직·간접의 피해자이다. 접대비 3만원, 선물비 5만원의 족쇄가 밑바닥경제를 유린하고 있는 것이다. 임박한 '설 특수'도 별로일 개연성이 크다. 그동안 김영란법이 없어 공직자부패를 다스리지 못했나. 유전무죄 척결이 더 시급하다. 또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들 무슨 소용인가. 서민경제가 더 망가지기 전에 청탁금지법부터 폐기하자./이한구 수원대 교수· 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 객원논설위원

2017-01-10 이한구

[경인칼럼]국민주권과 헌법재판소

'박대통령 사임' 국민 요구로 국회서 탄핵 이끌어가능한 범위내 '인용 결정 여부' 헌재 의지가 관건판결 핵심은 탄핵사유 판단 아닌 '대통령자격 유무'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정족수를 훨씬 넘게 압도적으로 가결되고, 최종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심리로 넘겨졌다. 그러나 촛불민심은 여전히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위임된 권한을 정지시키고 최종 임기를 중단시키는 절차는 헌법에 따라 행해지는 게 법치주의에 부합한다. 정치는 법치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이상적인 정치질서의 핵심원리로 법치를 강조했으며 자연법 사상과 로크, 칸트, 벤담, 밀 등 근대자유주의자들은 법의 지배를 정치질서의 근간으로 간주했다. 헌재의 재판이 법적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함은 당연하다. 주권자인 국민이 압도적으로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여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에서 압도적으로 탄핵안의 찬성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최종 탄핵 여부는 헌재의 9명의 재판관에 달린 운명이 되었다. 주권자의 일반의지가 부정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헌법도 주권자인 국민을 배제하곤 상정할 수 없다. 물론 1987년 국민에 의하여 개정된 헌법에 따라 설치된 헌재의 존재가치를 부인하자는 게 아니다. 여기서 헌재의 존재가치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는 다수에 의한 지배를 기본원리로 한다. 그러나 다수는 종종 숫적 우세로 소수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다양한 운영 원리 중 하나인 다수결의 원리가 최고의 가치가 아닌 이유이다. 이러한 다수의 전제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가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헌재의 존재이유이다. 물론 대법원이 아닌 헌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의 논쟁은 별도의 영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심판 대리인을 통해 세월호 참사 책임론과 뇌물죄가 담긴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모두 부인했다. 이는 대국민담화에서 최순실 게이트는 주변 관리를 잘못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고,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란 믿음과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을 하다 생긴 일이라는 인식의 연장이다.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국회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의 현장조사도 무산되었다. 헌재의 심리가 의외로 길어질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들이다. 헌재 재판이 형사소송법을 준용할 뿐만 아니라 구두변론과 공개변론 등 절차에서 피청구인(대통령)이 시일을 얼마든지 끌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헌재심리가 장기화되면 국정 난맥으로 국민의 인내는 한계치를 넘을 수 있다. 미국의 헌정사는 헌재로 대표되는 입헌민주주의의 성공을 위해서는 공고화된 민주주의를 필요로 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독립혁명을 기화로 급격히 증폭된 인민의 정치참여를 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자체의 고유한 연방주의 체제를 수립할 수 있었다. 프랑스 혁명에 의해 고양된 인민주권의 원리도 개인과 소수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의 지배와 대의제를 수용하도록 추동했다. 이는 어느 정도 민주주의가 발전한 이후에야 개인의 권리를 보호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에 현대적 의미의 법치주의가 확립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사법의 정치화로 법 체계가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보다 권위주의 정권의 전위로 작동했던 뼈아픈 한국의 헌정사에 비추어 볼 때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권위주의와 보수주의가 강고한 지배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한국에서 사법부 특히 대법원과 헌재가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민주적 가치와 원리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다고만 볼 수 있을까. 이는 현재의 국면에서 너무나 단순하고 안이한 생각이다. 헌재소장이나 재판관들의 직선제 선출 등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이유이다. 주권자의 압도적 요구와 대의기구인 의회의 절대적인 찬성외에 더 무엇이 필요한가. 헌재가 법률적 테두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가능한 범위내에서 최대한 이른 시기에 인용 결정을 내리느냐의 여부는 헌재의 의지에 달렸다. 헌재의 판결은 각개 탄핵 사유에 대한 유무죄의 판단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통령 자격 유무가 핵심이다. 더 이상 대통령의 자격 유무 논쟁이 필요한가./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16-12-27 최창렬

[경인칼럼]환대와 관용의 도시

로마제국, 관용의 원리 작동되면서 초강대국 발전이민자의 나라 미국 몰락한다면 '불관용'이 원인외국인10만 글로벌시티 인천의 미래 좌우하는 관건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주인공 오디세이는 떠돌이 노인으로 변장하고 이타케로 돌아온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는 걸인으로 변장한 옛 주인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오디세이를 나그네의 한 사람으로 맞아들여 정성껏 대접한다. 오디세이가 고마움을 표하자 에우마이오스는 태연히 말한다. "나그네여! 그대보다 못한 사람이 온다 해도 나그네를 업신여기는 것은 도리가 아니지요. 모든 나그네와 걸인은 제우스에게서 온다니까요!"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우주 만물이 '신'이었으며, 특히 인간의 형상을 한 신들은 매번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모습을 바꿔가며 인간들의 집을 찾아온다고 여겼다. 낯선 곳에서 오는 이방인에 대해 조건없이 '환대(hospitality)'하는 것과, 신들에게 가축을 제물로 바치는 제사는 그리스인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었다. 손님에 대한 환대가 그리스인들의 일상이었다면 역사적으로 명멸했던 모든 제국들은 군대의 힘이 아닌 '관용'으로 유지되었다. 신흥 제국인 미국의 전략도 문화적 관용이었다.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할 수는 있지만, 현재의 미국이 물질문명 뿐 아니라 정신문명에서도 최고 수준의 나라임을 부인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비결은 '멜팅팟(melting pot)' 정책, 용광로처럼 이질적 문화를 하나로 융합하여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예일대학의 에이미 추아(Amy L. Chua) 교수는 '제국의 미래'에서 고대 페르시아로부터 오늘의 미국에 이르기까지 2천500년 동서양 제국의 흥망사를 개관하면서, 역사상 존재했던 초강대국들이 가진 공통점은 관용이라고 분석했다. 관용이란 정치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의미한다. 한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인종과 종교, 출신 배경과 무관하게 생활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로마제국의 경우 다양한 출신 배경의 인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관용의 원리가 작동되면서 초강대국으로 발전했다. 아시아의 제국 원(元)과 당(唐)의 성장 과정도 비슷했다. 그러나 이민족들의 동화가 실패로 돌아가고 불관용과 오만으로 흐르면서 로마의 붕괴가 시작되었다는 지적이다. 이민족의 문화를 수용하고 공존하는 것이 초강대국 형성의 주요 요인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민자의 나라로 성장한 현대 제국인 미국이 몰락한다면 패권주의와 불관용이 원인이 될 것이다. 이민자 문제와 환경 문제, 중동 정책 등에서 강력한 불관용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국의 쇠락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경고인 셈이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불관용의 극치를 보여주며,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갈등을 야기하며 미국의 영광이 아니라 세계제국 고립과 몰락을 촉진하는 분기점이 될지도 모른다. 현대 도시들도 세계도시(world city) 혹은 글로벌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세계도시는 다문화주의 도시이며 이주자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법적으로 평등을 보장하며, 박해나 정치적 탄압을 피해 온 사람들에게도 도시의 문을 열어주는 관용의 도시를 말한다. 다문화도시 비전은 국내 입국 외국인의 70%가 거쳐 가는 도시, 외국인 거주자가 10만에 달하는 도시인 글로벌 시티 인천의 미래를 좌우하는 관건 중의 하나이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6-12-20 김창수

[경인칼럼]정부 3.0과 미디어 리터러시 3.0

중학생들에 미디어전문가 꿈·희망 심어주고 싶어드론촬영 교육·남동체육관 전용공간 마련 성공이맘 때면 공공기관들이 분주하다. 경영실적을 보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내년 봄 경영평가를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성과급의 크기가 달라진다. 꼭 돈의 문제만은 아니다. 존재감과 자존심이 걸려있다.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가 속해 있는 시청자미디어재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5월 방송통신위원회 산하기관으로 출범했고, 올해 2월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됐다. 경영평가란 걸 처음 받는다. 열정이나 의지와는 무관하게 모든 게 낯설고 어렵다. 이런저런 평가지표와 용어들은 어지럽다.그중에서도 특히 '정부 3.0'은 아주 난해한 녀석이다. 담장을 허물고,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 소통·협력하면서, 국민 개개인이 실감할 수 있는 맞춤형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것쯤은 안다. 문제는 국민들이 미디어를 잘 이해하고, 잘 활용하며, 자신의 시각과 목소리를 오롯이 담은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는 내가 그것을 과연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굳이 경영평가가 아니더라도 '언론'과 '방송'이 삶의 대부분이었던 나로선 진작에 곰곰 생각해 봤어야 할 일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올 한해 추진했던 여러 사업 가운데 몇몇에서 의미 있는 답을 찾을 수 있겠다 싶다.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는 재작년 개관과 함께 '시청자교양아카데미'를 선보였다. 방송제작에 참여하는 유명인사들을 직접 만날 기회를 제공하려는 의도였다. 인문학콘서트 형식이었는데 '방송의 사각지대' 인천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 그런 식으로라도 방송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정관용 교수, 이영돈 PD, 이정민 아나운서, 진모영 감독, 이욱정 PD, 김학순 감독 등 많은 분이 방송과 영상과 새로운 미디어테크놀로지에 대해 다양한 주제로 강연했다.올해는 대상을 학생으로, 현장을 학교로 옮겼다. 자유학기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해주고 싶었다. 미디어전문가로의 꿈을 키우는 계기도 마련해주고 싶었다. KBS, MBC, SBS 등 메이저 방송사의 협조를 얻어 PD, 기자, 아나운서들이 인천과 경기 여러 중학교에서 학생들의 꿈과 희망에 물을 주고 흙을 북돋워 주는 역할을 해주었다.'드론'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이다. 가히 혁명적이다. 방송에서 드론촬영은 이미 일반화됐다. 6mm 카메라를 다루듯 당연히 접근 가능한 미디어테크놀로지다. 마땅한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두 차례 특강을 통해 시민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한 터였다. 드디어 올해 3월 26일 전국 최초로 드론촬영 상설교육을 시작했다. 교육은 한 달 반에 걸쳐 진행됐다. 5월, 8월, 10월에도 이어졌다. 매번 수용 가능인원의 세 배가 넘는 수강희망자들이 몰렸다. 드론은 비 오고 바람 불면 날지 못한다. 대규모 실내전용공간이 필요했다. 인천광역시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인천아시안게임 체조경기가 열렸던 남동체육관에 마련된 '드론 실내스타디움'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이런 공간을 시민들에게 제공한 것은 인천이 처음이다. 지난 9월 3일, 수강자로 선정된 104명의 시민과 함께 뜻깊은 개장식을 가졌다. 인천시, 드론협회, 남동체육관,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의 담당자들이 한여름 내내 머리를 맞대고 발품을 팔았던 결과물이다.두 개의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나타났고, 더 확장해 보고 싶은 욕심도 가지게 됐다. 학교현장에서는 강연자와 좀 더 많은 학생의 대면(對面)이 가능한 최적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드론촬영교육은 창업과 창작으로까지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 싶다. 의미 있는 답 위에 놓인 또 다른 숙제들이다. 내년에는 체험교육용 미디어버스, 가상현실(VR) 프로그램, 1인 방송시스템까지 도입된다. '미디어리터러시 3.0'의 시작이라 할 만하다. 그만큼 나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6-12-13 이충환

[경인칼럼]촛불이 경제 먹구름도 걷어냈으면…

수출규모 점점 줄고 소비심리·건설경기 '곤두박질'글로벌자금 썰물·中 '한한령' 발효 등 대외여건 심각생활물가지수도 2년 4개월만에 인상폭 가장 커지난 토요일 모처럼 만에 서울 북촌을 찾았다. 고단한 일상을 접고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독도서관 축대를 끼고 삼청동으로 접어들면서 낭만여행은 접어야 했다. 연두색 조끼에 진압 장비를 갖춘 순경들이 무리를 지어 골목들을 지켰으며 경복궁에서 삼청터널로 빠지는 차도에는 경찰 버스들로 장성을 쌓았기 때문이었다. 오후 2시 정도의 대낮이었음에도 청와대로 향하는 모든 길은 완전히 봉쇄되어 있었다. 구멍가게 문을 닫고 있던 초로(初老)의 여주인 심정이 궁금했다.그날의 촛불시위는 6차라 했다. 주말마다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을 점령한 지도 벌써 한 달 반이나 흐른 것이다. 갈수록 인파도 많아지고 구호도 격해지고 있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 했던가. 필자는 솔직히 나라 경제가 걱정된다. 실정(失政)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쏟아질 때마다 경제난을 들먹이던 수구세력의 앞잡이여서가 아니라 가난을 귀신보다 두려워하는 민초들의 심정을 혜량하는 탓이다. 세계 11위의 한국경제에 이상 징후들이 확인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지난 3분기 2.7%로 2분기보다 나빠졌다. 국내총생산(GDP)의 45%를 점하는 수출규모가 점차 축소된 영향이 크다. 소비심리도 곤두박질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전달보다 6.1포인트가 빠진 것이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4월의 94.2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낮다. 소비자들의 향후 경기에 대한 인식도 2009년 3월 이후 가장 안 좋다. 기업의 체감경기수준도 엇비슷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11월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1.0으로 19개월 연속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다. 연말 특수철인 12월의 BSI전망치도 91.7에 불과하다. 김영란법 시행은 경제심리를 더 얼어붙게 했다. 최근 2년간 경제성장을 '나홀로' 견인했던 건설경기도 식어가고 있다. 건설투자의 경우 올 1분기 1.0%, 2분기와 3분기에는 0.5%씩 성장했다. 분기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각각 0.5%, 0.8%, 0.6%에 그친 점을 감안할 때 건설산업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컸던 것이다. 그러나 11월 들어 건설경기는 올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대외여건은 더 걱정스럽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후부터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시그널까지 겹쳐 강(强)달러가 된 것이다. 외화자산의 한국탈출을 막으려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나 세계 8위의 가계부채가 걸림돌이다. 국내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경제보복도 주목된다. 베이징과 톈진의 일부 홈쇼핑방송에서 한국상품 판매방송을 중단하는 등 한한령(限韓令, 한류금지령)이 발효된 것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정책까지 감안하면 장차 무역흑자 축소는 불문가지이다.산유국들의 석유감산 합의도 눈길을 끈다. 국내의 소비자물가는 지난 9월부터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유지했는데 특히 생필품에 근거한 생활물가지수는 작년 11월보다 1.1%나 올라 2년 4개월 만에 인상 폭이 가장 크다. 산업생산은 둔화되는 반면에 물가는 점차 오르는 구조인데 비록 유가상승 폭이 제한적이라도 국내물가를 자극할 것은 분명해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주목된다. 국정농단사태만 없었다면 언론에선 벌써부터 경제위기 운운하며 법석을 떨었을 것이다.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는 한국의 경제컨트롤 타워 부재를 이유로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근착의 파이낸셜타임즈(FT)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거론하며 경제위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췄다. 성장률 1%대의 극단적 주장까지 눈에 띈다.국정이 파행되더라도 경제만은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으나 한 치 앞이 예단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 했다. 혼돈의 밤을 밝힌 촛불이 나라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도 걷어냈으면 싶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6-12-06 이한구

[경인칼럼]정치란 무엇인가

군주는 주권자인 국민 이익 위해 권한 행사하는 것권한 남용자들 행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국가안위보다 정략적 술수만 쓰는 정치권도 문제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온통 최순실일당의 국정농단사건 기사로 점철되어 있다. 지난 11월 12일 광화문일대에 100만명이 시위를 한 것에 이어 19일, 26일에도 경향각지에 100만명 이상이 모여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였다. 시위참가자들도 학생이나 교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하였다.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정세가 몹시 불안정한 가운데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터져 몹시 안타깝기만 하다. 검찰이 발표한 중간수사결과를 보면 모든 비리의 중심에 대통령이 있고, 최순실이나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등은 모두 대통령이 시켜서 한 것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고 한다. 이번 국정농단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잘못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지만, 그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야 하는 정치권도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접하면서 정치의 본질과 공무원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본다.정치란 무엇인가?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정치란 다양한 계층간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특히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신속하게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사회에는 항상 갈등(빈부, 지역, 이념, 종교 등)이 존재해 왔고, 원시 자연상태에서는 폭력이나 무력에 호소하는 것이 갈등해결을 위한 주된 수단이었다.그러나 사회가 진보하고 인권의식이 확산됨에 따라 사람의 지배가 아닌 법의 지배를 통해 평화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시스템이 발전하게 되었다. 그 과정 속에서 주권자인 국민은 선거를 통해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였다. 그리고 피위임자인 정치인들은 위임의 취지에 따라 평화적으로 갈등을 해결함으로써 주권자인 국민들이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해야 할 책무를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정치라는 행위의 핵심이다.춘추시대말기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공자는 "군주는 군주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운 것 (君君 臣臣 父父 子子)"이라고 대답하였다.그렇다면 오늘날 국민주권시대에 있어서 군주의 역할은 누가 담당하며, 군주는 군주답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헌법은 제1조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함으로써 주권재민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주권자인 국민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과 대통령의 권한행사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여·야의 정치권이 과거 군주대신 정치를 담당하고 있다.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도 엄연한 정치의 주체로서 국가적 중대사를 국민의 입장에서 해결하여야 하는 것이다.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군주다운 행동인가? 그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과 같이 헌법상 권한을 남용하는 자들의 행태는 국민들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이다. 또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얄팍한 정략적 술수만 생각하는 작금의 정치권행태도 결코 군주답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갈등을 해결하라고 권한을 부여받은 정치권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안위보다는 사적 이익이나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행동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는 것이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무원의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모든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야할 의무가 있다.(국가공무원법 제59조) 즉, 공무원은 직장상사가 아닌 전체국민에 대한 봉사자의 입장에서 공무를 처리해야하는 것이다. 이것이 공무원(신하)다운 자세일 것이다.이번 사건에서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대통령이 시켜서 하였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이 대통령의 지시를 곧바로 거절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 지시사항의 부당성에 대해 꾸준히 이의를 제기하였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어떻든 이번 사건은 탄핵절차로 이행되는 국면을 맞고 있다. 하루빨리 비정상적인 국정상황이 종료되고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의 각고의 노력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 걸맞는 정치시스템이 회복되기를 기대해 본다./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

2016-11-29 박영렬

[경인칼럼]'광장'은 탄핵을 끌어낼 수 있을까

국민적 퇴진운동과 與 비주류 동참시키는 전략 필요野인사중 즉각퇴진 주장 의원들 이탈 가능성 배제못해 혼란정국 가닥 잡히면 대통령제 혁파할 개헌 논의해야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수석비서관회의와 대국민담화 때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대한 모금도 자발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선의에 의한 모금이었다고 거짓 해명했다. 이는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박 대통령과 최순실, 안종범과의 공범 관계로 입증되고 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이번 주에도 검찰 수사를 거부했다. 대국민약속 위반이며, 수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와 다름없다. 이러한 대응 방식으로 볼 때 특검 수사도 수용한다는 보장이 없다.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비주류와 청와대도 탄핵을 공식화하고 있다. 지금의 정국은 특정한 현안 해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법의 차이에 기인하는 혼란이 아니다. 정파간 정치적 이해의 경합 수준을 넘는 국가위기 국면이다. 국회선진화법에 의하면 다음 달 2일 예산이 통과된다. 그러나 국민은 국회에서 어떠한 절차에 의해 예산 심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관료조직과 공적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국정 리더십이 붕괴된 국가의 위기다. 즉각 하야와 '질서있는 퇴진'이 대안으로 거론됐으나 이미 물 건너갔다. 여야, 청와대는 각자 다른 셈법에 의해 탄핵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탄핵의 함정을 넘어야 한다. 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200명 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총리 문제는 처음부터 해결책이기보다는 야권에 씌워진 덫이었다. 야권은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전제로 한 전권 이양을 보장받는 거국내각총리를 주장했고, 청와대는 대통령 임기 보장을 단서로 내각의 실질적 통할을 보장하는 책임총리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야권이 거국내각총리의 덫에 걸린 형국이다. 지난 일요일 야당의 유력 주자 그룹 회동에서 탄핵과 국회주도 총리에 의견이 모아지면서 다시 총리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탄핵 국면에서 대통령 퇴진을 전제로 한 책임총리를 철회하겠다는 심산이다.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면 국민은 이를 용납할까. 국회가 합의해서 총리를 추천해도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미 야당은 국회 추천 총리 카드를 쓸 시기를 놓쳤다.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등과 공범으로 적시하고 피의자로 신분을 전환하면서 청와대는 국면 전환을 통한 반전을 꾀하고 있다. 탄핵을 방패삼아 한 판 뒤집기 전략을 굳혔다. 헌법을 유린한 자가 헌법을 방패삼아 역사의 반동을 꾀하고 있는 역설이다.박 대통령 탄핵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적 퇴진 운동을 통해 압박을 가중시킴과 동시에 여권의 비박 인사들도 동참시킬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크지만 야당 인사 중 탄핵보다 즉각 퇴진을 생각하는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권총에 총알 한 발만 남아있는 형국이다.국회 추천 총리는 대선에 영향을 끼칠 개연성이 적은 인사를 여야가 합의해서 내세워야 한다. 청와대의 수용 여부는 그다음의 문제이다. 개헌은 지금의 모순투성이인 사회경제적 상황과 위임민주주의 타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얽힌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합의를 도출할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이 국면에 개헌까지 논의할 공간이 보이지 않는 현실적 한계를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정국이 가닥을 잡아나가면 현행 혼합 대통령제를 혁파할 개헌 논의로 들어가야 한다. 다수의 지배를 기본 원리로 하는 민주주의가 대통령 변호인이 말하는 '상상과 추측'으로도 생각하지 못했던 최악의 선출된 권력에 의해 사유화되고, 한 줌도 안되는 소수에 의해 농락당했다. 장·차관 인사까지 최순실에게 물어야 했던 선출 권력은 그래서 주권자인 국민이 회수해야 한다. 광장 민주주의는 또 다른 민주주의의 형태다. 탄핵에 대비한 시민적 에너지 결집은 야당의 몫이다. 탄핵은 낙관도 비관도 금물이다. 사법적·법리적 판단을 앞서는 것이 민의 판단이다. 그래서 역시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 물은 배를 띄우지만 배를 전복시키기도 한다)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16-11-22 최창렬

[경인칼럼]네트워크형 국립 한국문학관을 고민하자

방대한 자료·관리 연구 등 고려 권역별 분관 필요대중화 위해 중앙관 만든후 순차적인 분관 건립 진취적 계획 세운 도시 순환 지역균형발전 기여국립한국문학관 건립 계획에 따른 부지공모사업이 중단된 지 반년이 지났다. 이 사업을 중단할 것인가 재개할 것인가? 국립한국문학관은 한국 문학 자료를 수집·보존·복원·관리·전시하고 조사·연구하는 기능을 기본으로 하고 국내외 교류·협력 기능도 수행하는 기관이다. 이같은 사업은 '문학진흥법'의 핵심 목적이므로 유치경쟁 과열이 두렵다고 백지화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기존의 방법으로 재추진한다면 문학인들과 지자체들이 문학관 건립을 놓고 지역으로 나누어 다투게 될 공산이 크고, 그 경우 한국문학의 발전은커녕 문학의 위상이나 문학인의 권위에 깊은 상처만 남길 수 있어 문광부나 문인들의 고민이 깊다. 한 지역순회토론회에서 '수도권 제외론'이 제기되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설계돼야 하므로 문학역량이 집중된 수도권은 아예 배제하자는 논리이다. 그러나 수도권에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넘는 국민들과 많은 문학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또 국립한국문학관은 한국문학의 대중화와 세계화라는 목적도 달성해야 하므로 접근성은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균형론 때문에 다수의 문학인들과 국민들이 접근하기에 불편한 곳에 국립문학관이 건립된다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우려도 높고 또 다른 역차별이 된다.국립한국문학관을 한 곳에만 건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립박물관은 12개의 지역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립미술관도 5개로 운영되고 있으며, 국립해양박물관도 개관 운영 중인 부산관 외에 다른 도시에도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소장 전시해야 할 자료도 방대한데다 문화권역별 특성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국립한국문학관은 국제교류를 담당하는 중앙관을 우선 건립하고, 중기적으로 전국 문화권역별로 분관을 건립한 다음, 장기적으로는 지자체별 공립 문학관을 건립하거나 지정해나가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국립한국문학관 유치를 둘러싼 지자체별 경쟁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문학인들이 앞장서서 지역의 문학관련 사업과 성과를 부풀리거나 역사성을 아전인수 격으로 과장하는 행태는 낯 뜨거운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지역문학에 대한 자부심이나 지역문학을 발전시키겠다는 지자체의 의욕적인 계획까지 나무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정부는 이번을 계기로 조성된 전국 지역별 문학 진흥 열기가 지속될 수 있게 '고무'하는 정책을 별도로 세워야 할 것이다.국립한국문학관도 국립박물관이나 미술관처럼 중앙관(국제관)과 지역분관으로 이뤄진 네트워크형 건립 방식을 집중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방대한 문학관 자료의 특성, 지방문학자료의 특성화된 수집, 관리 연구 등을 고려할 때 문화권역별 분관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다만 주요기능 가운데 '한국문학의 국내외 교류, 문학의 대중화' 와 같은 기능은 접근성이 중요하므로 전국사업과 국제교류협력을 담당하는 중앙관을 우선 건립하고 권역별 분관을 순차적으로 건립해나가는 것이 좋다. 국립한국문학관 네트워크 체계가 완성되면 국내 문학진흥사업을 주관하는 센터도 '유네스코책의수도'나 '문화도시지정사업'처럼 진취적인 계획을 가진 도시를 선정하여 순환 담당한다면 '문학진흥법'의 취지는 물론 지역 균형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6-11-15 김창수

[경인칼럼]'300만 인천' 질문 없습니까?

300만명 동시대 삶의 공간 1926년 파리와 똑같아정체·가치·지향성에 대한 물음 인천도 존재하는가숫자에 미혹돼 소중하고 필요한것 빠뜨렸는지 불안화가 나혜석에게 파리는 충격이었다. 2년 가까운 유럽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뒤 5년이 지나서 쓴 글에서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1934년 잡지 '삼천리(三千里)'에 실은 글이다. "별과 같이 길이 뻗쳐났다. 그리고 건물이 삼각형으로 되어 자못 아름답다. <중략> 어디를 가든지 도로 좌우편에는 병목(병木)이 있고 중앙은 차마도(車馬道)로 목침만큼 한 나무로 모양 있게 깔고 좌우에 인도가 있고 거기에는 매 칸에 하나씩 수도가 있어 아침마다 물을 뽑아 길을 씻어내려 유리같이 되어 있다." 그녀가 본 파리는 '파리 개조 사업'의 결과물이다. 1853년 이전만 해도 파리의 좁은 길들은 미로처럼 얽혀있었다. 길 위로 시궁창물이 넘쳤다. 전염병이 창궐했다. 나폴레옹 3세는 황제로 즉위하자마자 오스만 남작을 지사로 임명했다. 그에게 도시구조 개혁을 지시했다. 중세도시 잔재 그대로였던 파리가 근대도시로 변모한 것은 이때부터다. 오스만은 1870년 지사에서 물러날 때까지 대대적인 개조사업을 통해 파리의 골격과 외양을 모조리 바꿔놓았다. 나혜석이 본 청회색 아연 지붕과 베이지색 벽면의 건물들이 즐비한 '빛의 도시' 파리는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뒤의 모습이다. 이때의 파리 인구가 300만 명에 육박한다. 1926년 기준 287만1천명. 외국인 체류자를 제외한 오늘의 인천 인구와 같다. 빛의 반대편에 그림자가 있었다. 그림자는 특히 도시빈민들 머리 위로 길게 드리워졌다. 20년에 걸쳐 파리가 뜯어고쳐지는 동안 그들은 공사판 소음과 먼지 속을 전전해야만 했다. 이후 몇 십 년이 지나도록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무도 그들의 주거환경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오직 한 사람,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를 제외하고. 현대의 모든 도시는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할 만큼 르 코르뷔지에는 도시의 미래를 내다봤던 건축혁명가다. 그는 산업혁명으로 인해 도시로 몰려든 저임금 하층노동자와 도시빈민을 염두에 둔 '300만 거주자를 위한 현대도시 계획안'과 이를 파리에 접목시킨 '파리 부아쟁 계획'을 잇따라 제안했다. 도심에는 강철로 뼈대를 만든 60층 상업용 초고층건물들이 십자 모양으로 늘어서고, 그 주변으로 60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빌라형 공공주택이 들어선다. 외곽에는 250만 명이 살 수 있는 전원도시를 배치했다.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전 세계 메트로폴리스(metropolis)의 모습이다. 그러나 기득권은 집을 기계로 보는 미치광이라고 그를 비난했다. 극우파는 레닌의 앞잡이로, 극좌파는 프랑스 자본주의의 앞잡이로 몰아세웠다. 그러자 르 코르뷔지에가 되묻는다. "파리는 무엇인가?" "파리의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파리의 정신은 무엇인가?" 인천의 인구가 마침 1920년대 중반 파리의 그것과 같다.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 전통을 지키려는 사람과 혁신을 도모하는 사람, 배척하려는 사람과 공존하려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복한 사람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 300만 명이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1926년의 파리와 똑같다. 그때 그곳에서는 파리의 정체성(正體性)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파리의 가치성(價値性)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파리의 지향성(志向性)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인천에서도 그런 질문들이 존재하는가. "인천은 무엇인가?" "인천의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인천의 정신은 무엇인가?" '3,000,000'이라는 숫자에 미혹돼 꼭 물어봐야 할 것을 빠뜨린 채 지나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진짜 소중하고 진짜 필요한 것들이 숫자놀음에 매몰되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도 하다. 르 코르뷔지에의 시선은 '도시'가 아니라 그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향했다. 그걸 보지 못한 나혜석은 너무 낭만적이었고, 그걸 질문하지 못하는 우리는 너무 게으르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6-11-08 이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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