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특성화 논리를 돌아본다

지역 보유자원 활용높이기 집중·선택 전략국가·지방정부 의심 여지없이 상식적 사용그러나 정체성 고착 잠재·자족성 훼손 우려 코로나이후 '전일성시대' 삶의 질 강조 변화상식처럼 간주되는 논리도 때때로 점검해보아야 한다. 상식처럼 통용되는 담론이야말로 합리적 성찰이 비껴가는 인식론적 함정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특성화' 논리도 그 사례 중의 하나이다. 그중 '지역 특성화' 논리는 국가나 지방 정부가 의문의 여지 없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지역은 특성화되어야 한다'는 당위명제는 어디에서 온 것인지 따져 묻지 않는다. 왜 지역만 특성화하고 서울은 특성화하지 않는가, 혹은 특성화가 되면 과연 지역이 발전하는가 캐묻지 않는다. 이미 교리가 된 것이다.특성화의 논리는 경쟁을 최소화하고 지역이 보유한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려는 집중과 선택 전략이다. 그런데 누구를 위한 특성화인지 질문해야 한다. 특성화는 지역의 특수한 조건이나 자원을 활용한 내생적 발전계획이 아니라 국가나 중앙정부의 국토관리 전략에 가깝다. 그래서 서울은 특성화하지 않는다. 지방이 특화된 기능으로 분화하면 할수록 특수기능만 갖는 불완전한 공간이 되고 만다. 대학 특성화 사업도 마찬가지이다. 이 사업은 대학이 지역사회 수요에 기반을 둔 강점 분야에 특성화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이었다. 그런데 재정지원의 핵심 기준이 대학별 정원 감축으로 귀착되면서 전국의 여러 대학에서 취업률이 낮은 인문·예술 계열의 학과를 통폐합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특성화 때문에 대학 본연의 기능을 스스로 포기하는 역설적 현상이었다.특성화 때문에 지방은 오히려 영원히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지방으로 남을 수도 있다. 특수성의 추구로 다양성과 자족성을 획득하지 못하게 되니 말이다. 수도권의 위성도시들은 특정한 기능을 가진 도시들이다. 베드 타운이거나 농업이나 공업, 혹은 물류 인프라를 담당한다. 경제적으로 특화되지만 정치와 교육 문화 소비는 서울에 의존하는 불균형 관계이다. 이 같은 의존관계로 주변부 도시 주민들의 정주성은 떨어지고 있다. 기능주의적 도시정책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져야 하는 이유이다. 쇠퇴일로를 걷는 러스트벨트(Rust Belt)의 대명사가 된 미국 디트로이트시를 보라. 한때 자동차 산업의 중심도시로 미국 제조업의 중심도시로 발전해왔지만 미국자동차 산업의 쇠퇴로 디트로이트시는 파산하고 말았다. 디트로이트는 지금 범죄율이 가장 높은 위험도시가 되었다.특성화 전략은 지역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고착시켜 역동적 잠재력이나 자족성을 훼손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도시의 기본 기능과 다양성의 기초 위에 추구해야 한다. 기본을 소홀히 하고 특성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문화에서 다양성은 지역과 도시에서도 중요한 창조자원이지만 특성화가 다양성을 잠식하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화 도시의 문화를 특정문화분야, 특정 예술 장르 중심으로 특화할 것을 요구하는 한국의 '문화도시' 사업은 국가차원에서 보면 다양성의 실현처럼 보이지만, 해당 지자체 시민의 관점에서 보면 선택의 폭을 좁힌 단순화일 수 있다.국제분업 생산시스템도 국가주의나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설상가상으로 팬데믹의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무력함이 확인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일본의 불화수소 수출규제로 시작된 한일무역분쟁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적어도 전략물자는 자급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코로나 위기에서 집이 일터이자 학교이자 휴식처로 바뀌었듯이 마을과 도시와 국가도 자립과 자족성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은 특성화의 시대가 아니라 기본을 잘 갖춘 전일성(holism)이 절실한 시대이다. 특성화가 국제 분업과 국내 도시 역할 분담론에 기초한 고도성장기의 패러다임이라면 전일성은 삶의 질을 강조하는 논리이며, 사회적 격리로 국제간 도시간 이동과 접촉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을 견디면서 살아가야 하는 시대의 생존 논리이며 위기 대응 패러다임이다./김창수 인하대 겸임교수·객원 논설위원김창수 인하대 겸임교수·객원 논설위원

2020-06-30 김창수

[경인칼럼]인천시장 지지도가 낮은 까닭

정치가에 유권자 지지도는 '숨맥'과도 같다등락따라 미국이든 한국이든 연명가늠 희비반면에 인천은 만년하위권 이슈화도 안돼역설적으로 작은틀 규정 안주하는건 아닌지정치하는 이들에게 유권자들의 지지도는 숨맥이나 다름없다.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높게 나오면 그보다 더 강한 활력을 느낄 수가 없단다. 사우나에서 땀 뻘뻘 흘린 뒤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하는 어떤 유산균 발효유 서너 병을 한꺼번에 목구멍 안으로 털어 넣는 기분일 거라고 짐작한다. 반대의 경우? 시장선거캠프 경험이 있는 국회의원 보좌관은 "낭패(狼狽)"라고 잘라 말했다. 낭(狼)이나 패(狽)나 늑대, 이리, 승냥이 쯤 되는 상상속의 동물이다. 낭은 앞발이 긴 대신 뒷발이 짧고, 패는 앞발은 짧은데 뒷발이 길다. 낭은 패 없이 서지 못하고 패는 낭 없이 가지 못한다. 그 둘이 틀어져버린 상황이다. 보좌관의 다음 말이 웃겼다. "그날은 무슨 핑계를 대든 일찍 캠프를 빠져나와야 합니다. 후보님이 보름달 늑대로 변하거든요."지난 1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미국민들의 지지도가 30%대로 떨어졌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달 중순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와 공동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국정수행에 지지를 보낸 응답자는 38%. 지난해 11월 미국 하원에서 대통령 탄핵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낮았다. 로이터는 "지지기반이 무너지고 있다고 볼만한 명백한 경고신호가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바이든과의 격차도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를 찍겠다는 유권자는 35%로 바이든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들보다 13%p나 적었다. 추측컨대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된 그날 야근하는 백악관 직원들의 수가 크게 줄지 않았을까.같은 날, 우리나라에선 경기도의 한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이순신 장군에 비유하며 구명을 호소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에 대한 상고심 심리를 종결한 날이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직무평가 지지도 67.6%의 놀라운 지지를 받고 대선주자 지지도 2∼3위를 오르내리고 있다"면서 "도정의 실패자라면 몰라도 지사직을 성공적으로 잘하는 이재명을 파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안 시장이 언급한 지지도는 리얼미터가 매달 실시하고 있는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의 4월 조사결과다. 안 시장이 '비문(非文)'의 울분을 토해내던 그날 이미 5월 조사결과가 나왔는데 놓친 게 틀림없다. 5월 이 지사의 지지도는 전달보다 2.7%p 오른 70.3%로 자신의 최고치를 경신했다.이렇듯 정치인의 연명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로, 때로는 구명의 수단으로도 활용되는 직무수행 지지도가 전혀 특별하게 취급되지 않은 지역이 있다. 바로 내가 사는 인천이다. 기이하게도 이곳에선 국내 여론조사기관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시·도지사 지지도가 제대로 이슈화된 적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만년 하위권이기 때문이다. 민선 5기 송영길 시장 재임 때인 2012년 2분기 이후 당적을 가리지 않고 지지도 30%대의 하위권이 고착화됐다. 심지어 민선6기 유정복 시장은 꼴찌의 불명예를 반복해서 안았다. 그나마 민선 7기인 지금의 박남춘 시장 지지도가 앞선 시장들보다 높은 40%대로 올라섰지만 순위는 여전히 뒤에서 세는 게 빠르다.인천광역시장은 수도권 3대 시·도지사 중 하나다.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차기나 차차기 대선주자급으로 올라설 수 있는 자리다. 언감생심(焉敢生心)이라고? 수도권도 아닌 지방 도백(道伯) 안희정도 한때 대권을 꿈꿨고 도민들이 반응했다. 지금 대선주자 선두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이낙연은 가장 아랫녘 지방의 도지사였다. 순위로는 박 시장보다 겨우 몇 계단 위인 양승조 충남지사도 대권도전을 위해 "몸 풀고 있다"고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스스로 인천을 작은 틀로 규정하고, 그 작은 틀 안에 자기 자신을 가두어놓거나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닌 지 진지하게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인천시장들의 지지도가 낮았던 것은 역설적으로 인천시민들에게 대선주자로의 도약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 다음 달이면 민선 7기가 임기의 반환점을 돌게 된다. 시장이나 시민들이나 이래저래 생각이 많겠다./이충환 언론학박사(경인교대 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객원논설위원이충환 언론학박사(경인교대 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객원논설위원

2020-06-23 이충환

[경인칼럼]번영의 역설

모든 국민 편안·풍족한 삶 의미 中 '샤오캉'시진핑 '목표 달성'·리커창 '멀었다' 갈등속한국은 코로나 수범 세계 곳곳 '선진국'호평中기준도 넘었는데… '자살률 1위국' 오명중국에서 '샤오캉(小康)'이란 단어가 주목되고 있다. 샤오캉이란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로 동양의 고전 '예기(禮記)'에는 난세(亂世)와 유토피아를 의미하는 다퉁(大同)의 중간단계 사회로 묘사되었다.덩샤오핑(鄧小平)이 1987년 중국에 시장경제 도입을 선언할 때 경제강국을 지향하는 청사진 '산바오조우(三步走)'의 제시가 단초를 제공했다. 제1보 '원바오(溫飽)'는 '인민들이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는 초보적인 단계'이고, 제2보 '샤오캉'은 인민들의 생활 수준을 중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며, 최종 단계인 제3보는 태평성대인 '다퉁 사회의 실현'이었다. 덩샤오핑의 유언에 따라 중국정부는 지금까지 '산바오조우'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중국 당국의 공식발표에 따르면 개혁·개방 3단계 발전전략 중 첫 단계인 '원바오'는 1980년대 말에 완료했으며 2002년에는 두 번째 단계인 '샤오캉' 사회에 진입했다.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제18차 대회에서 총서기에 선출된 시진핑(習近平)은 9가지의 '중궈멍(中國夢)'을 거론하면서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이 되는 2021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 최종완성을 다짐했다. 시 주석은 중국공산당 기관지 치우스(求是)의 지난 1일자 기사에서 "우리는 이미 모든 국민이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샤오캉 사회' 건설목표를 달성했다"고 선언했다.그러나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총리의 견해는 다르다. 리 총리는 지난달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연례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만892위안으로 미화 기준 1만 달러를 돌파했지만 전체 인구 14억의 절반에 가까운 6억명은 한 달에 고작 1천위안(17만원) 정도만 벌어 집세를 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노점상의 전면허용을 주장하자 중국정부는 즉각 불법노점상 처벌로 응수했다. 최고통수권자의 샤오캉 사회 완성 선언과 동시에 권력서열 2인자가 고춧가루를 뿌린(?) 격이니 시 주석의 체면이 말이 아닌 것이다. 신종코로나로 인한 경제난이 중국 지도부 갈등설의 진원지로 짐작된다.요즘 대한민국만큼 세계인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나라도 드물다. 영국 BBC의 한국 코로나19 대응 방송에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BBC TV화면에 비친 한국의 모습은 삶에 찌든 달동네 풍경 일색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수준이 점차 해외언론에 주목되던 5월 말에 방영된 BBC의 한국 초등학교 개학장면은 미국 부자동네의 등교장면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세련된 느낌이었다.지난 5월12일 열린 코로나19 관련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는 온통 한국 얘기만 쏟아져 세계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청문회에서 한국만 30번이 거론되었는데 초점은 미국정부의 팬데믹(대유행) 대처가 개발도상국에서 갓 벗어난 한국보다 미흡한데 대한 불만으로 느껴졌다.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년 9월 G7정상회의에 한국을 초대하고 싶다는 언급은 설상가상이었다.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선진 7개국 정상회담(G7)에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외에 캐나다, 이탈리아 등이 참가한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선진국 클럽에 가입하는 것이다. EU에서도 한국과의 경제협력 강화를 거론 중이며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는 한국을 동맹국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도 간취된다.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수많은 신생국들 중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선 유일한 국가여서 더욱 돋보인다. 중국의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샤오캉 단계를 넘어 이미 다퉁사회에 진입했다. 그러나 한국은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자살 사망률이 1위 국가이다. 자살자수는 선진국 평균보다 2배나 더 높다. 가난이 귀신보다 무서워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린 결과 이제 선진 국민 대접을 받게 생겼는데 자살대국이라니. 1970년대 초에 우리나라에 미국 모르몬교 선교사로 파견되었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사례를 '번영의 역설'로 규정했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20-06-16 이한구

[경인칼럼]기본소득,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하길

국민 찬·반 가른 '2011년 무상급식'과 달리진보·보수정치권 일정부분 의제공유 환영도입시 재원조달·복지개편 치열토론 예상정쟁도구 아닌 약자 입장에서 논의 출발점2011년 학교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란이 전국을 뒤흔든 적이 있다. 새누리당 소속인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과 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 및 진보성향의 곽노현 교육감 사이에 벌어진 논쟁이 출발점이다. 당시 오 시장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선별적 무상급식을 시행한다는 방침이었고, 시의회와 곽 교육감은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해야 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양측의 갈등이 첨예화할수록 시민사회도 이른바 '무상급식파'와 '세금급식파'로 갈라져 대립각을 세웠다. 급기야 오 시장은 "주민투표에서 패배할 경우,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며 비장의 카드를 내밀었다. 그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자 "밥 달라고 우는 경우는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경우는 처음 봤다"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오 시장은 비장의 카드가 먹혀들지 않아 결국 시장직에서 내려와야 했다.무상급식이 보편화한 지금 돌이켜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당시의 논란은 '굶는 것'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이 충돌한 사례다. 논란의 저변에는 '굶는 것'을 단지 '배고픔'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식과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문제'로 바라본 인식이 대립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인식에 괴리가 있다 보니 해결책 또한 '배고픔을 해소해 주는 것'과 '굶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으로 갈릴 수밖에 없었다.최근 '기본소득'이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무상급식보다 훨씬 강력한 확장성을 가진 담론임에도 불구, 무상급식 논란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찬성하는 것은 예상했던 바이지만, 대척점에 설 것으로 보였던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중도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진보·보수 간 대결구도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을 중심으로 민주당에서 먼저 나온 화두다. 하지만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얼마 전 "'배고픈 사람이 빵을 먹을 수 있는 물질적 자유확대'가 정치의 목표"라며 기본소득 도입을 공론화하면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주요 보수 성향 정치인 가운데 홍준표 의원이 '기본소득제는 사회주의 배급제'라며 가장 선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정도다. '잠룡'으로 거론되는 정치인들도 대부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소득 도입 취지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무상급식 논란 당시 상당한 흡인력을 발휘했던 '복지 포퓰리즘'이란 용어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전 국민까지 찬·반으로 갈라놓았던 무상급식 논란 때와 달리, 진보·보수가 일정 부분 분모를 공유하는 의제가 나왔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한국 정치사에 이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앞으로 기본소득 도입시의 재원조달 방식, 복지체제 개편 등을 놓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정치권이 기본소득에 대해 '선점해야 할 정쟁의 도구'가 아닌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본소득은 '배고픔'의 상위개념인 '가난'에서 출발한 소득분배제도다. 기본적으로 인권의식이 깔려 있다. 다소 극단적일지는 모르지만 '가난'의 원인을 '사회의 구조적 폭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규정, 사회 구조가 약자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찾는 학자도 있다. 인권을 바탕으로 논의를 확대하다 보면 우리 사회의 현주소에 대해 보다 진지한 성찰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러려면 서로 귀와 마음을 여는 게 중요하다. 무상급식의 경우 충분히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한 주제인데도 진영논리에 입각한 '반대를 위한 반대'가 많았다. 이 대목에서 '존 스튜어트 밀'이 쓴 '자유론'의 한 대목을 떠올려 본다. "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 이는 어떤 한 사람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나머지 사람 전부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만큼이나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임성훈 논설위원임성훈 논설위원

2020-06-09 임성훈

[경인칼럼]당파성과 진영정치

민주화 이후 갈등축 추가 '이념 대결' 복잡 1997년 이후 '수평적 정권교체' 이뤄졌으나 반헌법적 세력과 단절 못한 보수는 '4연패''진영 타파' 정당이 2년 후 대선 승리할 것정당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파성을 띨 수밖에 없다. 좌파와 우파의 균형 위에서 정당정체성을 발전시켜 온 서구에서조차 당파성이 없을 수 없다. 조선정치에서 과도한 당파성은 학연과 혈연, 지연 등으로 얽힌 붕당정치로 이어지고 이는 상대를 증오하고 살육하는 극단정치를 불러왔다. 물론 붕당의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았지만 부정적 면이 극명하게 노출된 것을 부정할 수 없다.군부정권은 자신의 정당성을 보전하기 위해 안보이데올로기를 동원했고, 유신정권 때는 정치적 억압과 인권탄압은 물론 노동 배제를 통해 군부와 재벌, 관료의 삼각동맹을 형성했다. 이들이 한국보수의 기원이다. 이에 저항하는 지식인 그룹을 중심으로 민주진영이 또 한편의 극을 형성하면서 한국정치에서 진영정치는 이념 대결 프레임을 완성시켜 나갔다. 이러한 진영정치는 민주화 이전의 민주 대 반민주 정당구도를 지나, 민주화 이후에는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를 쟁점으로 하는 갈등축이 추가되면서 이념 대결이 복잡한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민주화 이후에는 지역주의가 한국정치의 기본변인으로 등장하고 시민사회 내부의 동력을 바탕으로 한 운동의 정치가 제도권 정치와 맞물리면서 보수와 진보의 진영대결은 구조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념 갈등에 기반한 진영정치와 극단적 지지층에 기댄 팬덤정치는 절정에 다다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정치에서 진영대결은 박정희 군부 시대의 민주 대 반민주의 대립의 수위를 넘는 단계까지 와 있다. 당파성을 동원한 진영정치는 적대적 정치를 결과함으로써 갈등의 조정을 통한 사회적 합의의 지향이라는 정치의 본령을 뿌리째 흔들어놓기 일쑤다.민주화 이후 1990년의 3당합당은 보수세력의 통합을 가져왔고, 1997년 김대중 후보의 승리 이후 보수와 진보의 수평적 정권교체가 주기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2016년의 20대 총선, 2018년의 지방선거, 박근혜 탄핵 이후 치러진 2017년 19대 대선에 이어 지난 21대 총선에서의 보수의 4연패가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이는 수구적 보수에 대한 국민의 철퇴였다. 광화문 집회를 통해 박근혜 석방을 외치고 문재인 하야를 주장하는 반헌법적 세력과 단절하지 못한 보수에 대한 심판이었다.미래통합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를 통해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사회적 의제를 개발하고, 냉전과 반공주의의 퇴행적 매너리즘에서 벗어나야 한다. 2007년과 2012년 진보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졌던 운동장은 지금은 보수에게 불리한 지형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는 정치공학적 관점이다. 운동장을 기울게 만드는 것은 국민의 사고와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정치세력 자신들이다. 사회적 현안과 이슈에 대한 입장을 보는 유권자의 수준은 냉철하고 합리적이다. 중도영역의 이른바 스윙보터들은 언제라도 지지정당을 바꿀 준비가 되어있다. 보수의 재건을 위해 과감하게 수구적 당파성과 결별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이다.보수의 당파성 못지않게 진보진영의 당파성 또한 한국정치를 희화화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지난해 조국 사태에 나타난 양대 진영의 극단의 대결구도는 팬덤정치의 전형이지만 특히 집권진영의 핵심이 보여주었던 과도한 진영논리는 시민의 의식수준에 부응하지 않는다. 최근 불거진 윤미향 민주당 의원(지난 5월 30일부터 국회의원 신분)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집권핵심의 태도 역시 진영정치에 기대는 듯한 모습이다. 국민의 70% 이상이 의원 사퇴에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정의기억연대의 활동과 윤미향 의원을 등치시키는 듯한 논리는 정의롭지 않다.이러한 부분들이 누적되어 당파성을 공고화하고 이에 기생한 진영정치는 각 진영을 지지하는 극단세력에 편승하여 정치적 자본을 챙긴다. 2년 후 대선이다. 통합당이 냉전논리에 갇혔던 결과는 그들의 궤멸적 패배였다. 이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적용된다. 진영을 타파하는 정당이 2년후 승리할 것이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

2020-06-02 최창렬

[경인칼럼]'배달의 민족' VS '배달의 명수'

'명수' 군산시 공공앱 지자체 벤치마킹 러시민간영역에 지자체 끼어드는 모양새 '괴이'개발·운영비 시민 혈세로… 경쟁력도 의문배민 헛발질에 뭇매 토종플랫폼 죽이기일뿐'배달의 명수'는 군산시가 운용하는 배달서비스 앱이다. 70~80년대,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에 어울리는 작명(作名)이다. 1억3천만원을 주고 민간업체에 맡겨 올 3월 출시했다. '수수료 없는 공공 앱' 신분이다.남서쪽 중소도시 앱이 주목받은 건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 헛발질을 해서다. 지난 4월, 수수료 체계를 바꾼다고 해 공분을 샀다. 과도한 수수료 인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표는 사과했고, 며칠 뒤 철회했다.이재명 경기지사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라고 각을 세운다. '경기도 형' 공공배달 앱을 내놓겠다며 군산을 찾아 협약을 맺었다. 다른 광역·기초 지자체도 줄지어 가세했다. '명수'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급부상한 것이다.배민은 정액을 정률로 변환하면서 수익 증대를 꾀했다. 꼼수 인상이다. 시기도 적절치 않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자영업자들은 죄다 문 닫기 직전이었다. 시장 독점 논란에 여론은 더 나빠졌다. 요기요·배달통 운영사인 외국자본과의 합병 이슈도 악재가 됐다.배민 형제가 우아하지 않다고, 시장·군수가 배달통을 둘러메는 건 괴이하다. 민간 영역에 공공이 끼어드는 모양새다. 기업이 잘못한다고 정부가 대신 나서야 하는 건 아니다. 소비자가 공짜라고 진짜 공짜가 아니다. 개발비가 들고, 운영비를 내야 한다. 명수도 유지비가 1억5천만원이다. 시민 혈세다.경쟁력도 의문이다. 공공 앱은 서비스 질에 태생적 한계가 있다. 소비자 니즈(Needs)를 따라잡는 속도 경쟁에 불리하다. 배민의 간편 결제 시스템과 리뷰 빅데이터, 배달기사 연동망, 이용 편의성은 함부로 넘볼 수 없다. 10년 업력(業力)의 충적물이다. 시스템 개선과 유지비용이 수백억원을 넘는다.공공 앱의 민낯을 보자. '제로페이(Zero Pay)'는 2018년 서울시가 '수수료 제로'라며 출시했다. 박원순 시장의 야심작이다. 2019년 결제액 목표치는 8조5천억원이다. 올 2월에야 누적 결제액 1천억원을 넘었다.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1%다. '점유율 제로 페이'라는 오명이 쓰였다.벤처 업계는 냉담하다. 국산 플랫폼을 죽이는 게 누구에게 도움이 되느냐는 거다. 소비자는 편리한 경험을 택한다. 배민이 쪼그라들면 중국의 '메이퇀와이마이'가 점령할지 모른다. 쿠팡이 사라지면 아마존이, 알리바바가 상륙한다. 네이버가 시들면 구글과 유튜브로, 카카오가 무너지면 인스타그램과 페북으로 갈아탈 것이다.'포노 사피엔스' 저자인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는 SNS에서 "토종 플랫폼을 공격하고 규제로 막으면 우리 경제가 탄탄해질까요?" 라고 묻는다. 구시대를 고집한다면 10년 후 모든 것을 글로벌 플랫폼에 빼앗길 뿐이라고 주장한다.118년 된 미국 백화점 체인 JC페니가 파산했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센추리 클럽인 시어스, 니먼마커스, 메이시스도 도산했다. 온라인에 치여 쇠락하다 팬데믹에 휩쓸렸다. 100년 넘는 백화점들이 줄줄이 문 닫는 건 100년 된 인류의 소비 행동에 혁명적 변화가 왔음을 의미한다.팬데믹 쇼크에 경제의 축이 더 빠르게 모바일 디지털문명으로 이동하고 있다. 생산과 유통, 소비의 표준이 달라진다. 경제기상도는 코로나 전과 후로 갈릴 전망이다. 반도체와 철강, 자동차, 석유 화학이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 의료, 안전, 환경, 언택트(Untact), 로봇 산업이 신 성장축이다.전화 안 해도 스마트폰을 터치해 피자에 치킨 시켜먹으며 프로야구를 본다. 배민이 바꾼 풍속도다. 쓰레기통을 뒤지고 버려진 영수증을 모아 유니콘 신화를 일궈냈다.그런데, 헛발질했다고 사방에서 뭇매질이다. 회초리를 든 게 아니라 '죽이자'고 대든다. 스타트업(Start up)을 꿈꾸는 청년 세대의 '대한민국 롤 모델(role model)'이 초라해지고 있다. 대체 어쩌자는 건가./홍정표 논설위원홍정표 논설위원

2020-05-26 홍정표

[경인칼럼]재난을 극복하는 예술적 응전

모든 생명체에 질병은 피할 도리없는 운명조지훈作 '병에게'선 삶을 비추는 거울 사유그러나 감염병은 인류 사회성 자체를 공격이후는 공존시대… 더 튼튼한 연대 구상을인간에게, 모든 생명체에게도 질병은 피할 도리가 없는 운명이다. 조지훈 시인이 '병에게'라는 작품에서 질병을 정다운 벗, 공경하는 친구처럼 대하며 살아가겠노라고 노래한 것도 그 숙명에 대한 수긍이다.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면/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어두운 음계(音階)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질병은 회피할 수 없는 운명이니 차라리 삶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여기는 전복적 사유를 보여준 작품이다.그러나 개인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과 지역, 국가와 세계를 위협하며 다가오는 감염병은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코로나19는 문명의 약한 고리, 사회의 빈틈을 정교하게 파고든다. 글로벌 네트워크로 이뤄진 자본주의 생산체제를 공격하고 있으며, 인류의 서식처가 된 도시의 인프라와 인간의 본질인 사회성 자체를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가족과 이웃마저 감염원으로 여기게 하고 각자도생을 강요한다. 밀실이건 광장이건 심지어 일터마저 바이러스가 점유하여 시민들은 가택연금 상태를 견디고 있다.'유마힐경(維摩詰經)'에서 유마가 설파한 대승적 보살행이 그것이다. 문수보살의 병문안을 받으면서 일체중생(一切衆生)이 병들어서 자신도 병들었으며, 일체중생의 병이 사라지면 자신의 병도 나을 것이라고 말한다. 보카치오(G. Boccaccio)의 소설 '데카메론(Decameron)'은 유럽을 덮친 흑사병에 대응하는 중세인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페스트를 피해 피렌체 교외의 별장으로 피신한 7명의 숙녀, 3명의 신사들이 2주일 동안 격리 생활을 하며 나눈 100가지의 이야기가 소설의 내용이다. 중세 이탈리아 풍속도와 같은 다양한 이야기의 주제는 사랑으로 귀결된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의 주인공 랑베르가 보인 반성도 그와 같다. 신문기자로 오랑시에 취재차 온 이방인임에도 불구하고 페스트로 지옥이 된 도시를 버리고 탈출할 기회를 얻었지만 "혼자서 행복한 것은 수치이다"라고 마음을 돌려먹고 방역조직에 참여하여 페스트와 싸운다. 윤동주 시인도 '병원(病院)'이라는 시에서 가슴앓이를 하는 다른 환자의 아픔, 곧 식민지 민중의 고통을 자신의 병처럼 여기는 청년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감동적으로 노래한 바 있다.'코로나 이후(After Corona)' 시대에 대한 진단이 시작되었다. 코로나 이후를 말할 때 불행하게도 코로나와 공존하는 시대라는 것이 대전제이다. 백신 개발이 성공한다 해도 다른 바이러스의 위협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2년에 사스가 왔고, 2012년에 메르스가 덮쳤으며 2019년에 코로나19가 위협하고 있듯이 물러갈 뿐 소멸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끔찍한 감염병으로부터 교훈을 '얻어내야만' 하는 것이다. 바이러스 감염병은 우리에게 '얼굴 없는 자'로 살아갈 것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격리된 일상을 강요할 것이다. 회피할 수 없는 '비대면' 사회를 수용하되 '스마트한' 방식으로, 오히려 더 튼튼하게 이웃과 세상과 연대하여 응전할 때 극복의 계기를 찾을 수 있다. 중생의 생사를 위해 보살이 존재한다는 유마거사의 대승적 보살행, 식민지라는 질병을 자신의 몸으로 받아 앓다가 죽어간 윤동주의 고결한 시심을 떠올리며, 코로나 위기 저 너머, 그리고 코로나를 부른 현대의 어둠 저 너머를 투시하는 지혜로운 안목으로 새로운 소통, 더 튼튼한 연대를 구상할 때이다. 카뮈 소설의 주인공들이 협동과 연대로 싸워 마침내 페스트로 봉쇄된 오랑시를 구출했듯이./김창수 인하대 겸임교수·객원 논설위원김창수 인하대 겸임교수·객원 논설위원

2020-05-19 김창수

[경인칼럼]벚꽃 말고 이팝나무

봄날 전쟁이 일어난 듯 온천지가 '벚꽃세상'감염병도 잊은채 '닌텐도 새게임' 출시 불티가는 곳곳 '일본풍' 정신 혼란·찝찝 했는데하얀 이팝 꽃뭉치 보며 대체나무 발견 수확벚꽃의 개화는 거의 총궐기 수준이다. 길가에 도열한 모든 벚나무들이 어느 봄날 전쟁이라도 일으킨 듯 일제히 꽃잎을 일으켜 세우고 구름처럼 무리를 짓는다. 절정에 이를 때면 도무지 현실세계 같지 않다. 세상천지 오직 벚꽃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벚꽃이 연출하는 장관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끝끝내 정신이 산란하고 마음이 어지럽다. 너무나 '일본적'인 풍광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강렬한 일본풍(日本風)이다. 일본의 문학과 예술에서 벚꽃은 사무라이를 상징한다. 눈보라처럼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은 사무라이의 충정과 지조를 의미한다. 일본 전통 단시 하이쿠도 벚꽃을 단연 으뜸의 소재로 삼지 않았던가. "너와 나의 생, 그 사이에 벚꽃이 있다"고 노래했다.올해는 정신이 산란하고 마음이 어지러운 정도가 유난히 심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게임회사 닌텐도가 최근 출시한 콘솔게임 탓이었을 게다. 이 기업의 나이는 무려 131살. 일본 초대 내각총리 이토 히로부미의 뒤를 이어 구로다 내각이 들어서고, 소위 메이지헌법이라고 하는 일본제국헌법이 공포된 1889년 그해 개인상점인 닌텐도 곳파이가 화투를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게 효시다. 회사 역사가 일본 근현대사의 축약이기도 한 닌텐도가 만든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모동숲) 열풍이 코로나19로 패닉상태에 빠져있는 지구촌을 덮쳤다.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오프라인 매장엔 감염의 공포를 무릅쓰고 게임을 구하기 위한 긴 줄이 섰다. 출시 열흘 만에 1천200만장이 팔렸고,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게임으로 떠올랐다.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예약판매가 시작된 3월12일 판매처 웹사이트 서버가 다운됐다. 발매 당일인 20일 용산의 현장판매처에는 3천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특히 어린이날을 10여 일 앞둔 지난 달 24일에는 제품판매에 나선 대형마트의 웹사이트와 앱이 모두 다운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일본의 게임 '모동숲'은 그렇게 한국을 강타했다. 반일, 배일, 극일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던 이들이 어린이날 선물을 고대하는 자녀를 위해, 등교하지 못하는 동생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코로나블루'를 앓고 있는 자기 자신을 위해 '모동숲'을 사려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긴 줄에 섰다. 지난해 7월부터 들판의 불길처럼 번져나갔던 한국사회의 '노 재팬' 운동이 불의에 맞닥뜨린 인지부조화 상황이다.그런 와중에도 일본벚꽃을 대체할 만한, 그리하여 봄이면 반복되는 나의 내적 갈등을 끝내줄 수 있는 아름다운 나무를 '발견'한 건 큰 수확이다. 이팝나무. 이름부터가 우리네 정서와 똑 맞아떨어진다. 5월 중순 뭉글뭉글 부풀어 오른 꽃송이가 마치 사발에 고봉으로 쌓인 흰 쌀밥, 즉 '이밥 같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立夏)에 꽃피는 나무라 '입하목'이라 했다가 부르기 좋게 바뀌었다는 얘기도 있다. 이윽고 만개하면 하얀 꽃뭉치가 나무 전체를 뒤덮는다. 늦은 봄에 때 아닌 함박눈이 내린듯한데 과연 그 모습은 벚꽃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학명 치오난투스 레투사(Chionanthus retusa)도 '하얀 눈꽃의 나무'라는 의미를 지녔다. 선조들은 이팝나무 흰 꽃이 많이 피면 풍년을, 드문드문 피면 흉년을 점쳤다. 오래된 거목들은 전국 곳곳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 됐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만 여덟 그루나 된다.주위에 이팝나무가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을 뿐. 지난 주말 모처럼 치러지는 결혼식에 참석키 위해 국립현충원 부근 상도동을 지나 강변북로를 거쳐 청계천변을 달리면서 그제서야 적지 않은 이팝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것을 알아챘다. 인천에선 송도국제도시 큰길가와 소래포구 가는 길에서 눈에 많이 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방 창문 아래 조경수도 이제 보니 이팝나무구나. 지방정부가 관심과 노력을 조금만 기울이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롭고, 멋지고, 놀라운 계절을 시민들에게 선사할 수 있을 것도 같다. 한국사람 아무라도 정신이 산란치 않고 마음에 찝찝함이 남지 않는 그런 봄./이충환 언론학박사(경인교대 미디어 리터러시연구소)·객원논설위원이충환 언론학박사(경인교대 미디어 리터러시연구소)·객원논설위원

2020-05-12 이충환

[경인칼럼]고령사회 위협하는 재산기준 건보료

2주택 소유 등 소액 임대수입 은퇴 노인들월평균 소득은 152만원 피부양 자격도 상실엥겔지수 하위층인데 과부담… 대출 급증세경제난 가중속 '은퇴 확대재생산' 더 큰 문제종합소득세 납부시즌이 도래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발발로 종소세 납부시한을 8월 말까지 연장해주어 시간을 벌었지만 월세로 용돈이나 생활비에 충당하던 노인들은 개운치 않다. 연간 임대수입이 2천만원 이하여도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6월1일부터 소득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자식들의 건강보험에 얹혀있는 2주택 소유 노인들은 더 난감하다. 피부양자인 고령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수입 중 각종 비용 등을 공제한 후의 소득이 1원이라도 발생하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는 것이다.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면 임대소득세보다 더 많은 건보료를 내야한다. 월세 50만원 이하 집주인들이 피부양자 자격에서 배제되면 손해일 개연성이 크다. 어르신들은 벼룩의 간까지 빼먹는다며 정부를 성토한다.은퇴자들은 건보료 부담에 특히 불만이다. 어느 정도 재산은 있지만 소득이 직장 다닐 때보다 크게 줄어든 탓이다. 통계청의 '2018년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은퇴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52만원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3분의 1수준인데 그나마 식비, 주거비, 의료비로 50% 이상을 지출한다. 엥겔지수를 기준하면 생활수준이 하위층이다. 2017년 기준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 비율은 51%로 2008년 대비 20.3% 증가하는 등 갈수록 의료비 지출이 늘고 있다. 식구들 중에 암환자라도 있으면 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다.60대 이상 고령층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2019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이후 대출규제 강화에도 60대 이상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연평균 9.9%이다. 같은 기간 40대(3.3%), 50대(4.4%)는 물론 30대 이하(7.6%)에 비해서도 월등하게 높다. 2018년 기준 60대 이상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212.6%이며 대출비중은 전체 가계대출의 18%이다.고령자들은 노후소득 감소에 대비해서 부동산 등 고정자산을 현금화하고 부채를 줄인다는 교과서 내용과 상이하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데다 노후 생계비를 직접 해결하기 위함이다. 2018년 60대 이상 부동산 임대가구는 2013년보다 48만6천가구 늘어난 169만6천가구로 연평균 7%씩 급증했다. 지난달에 국제통화기금(IMF)은 2008년 금융위기에 준하는 집값 하락 충격이 발생하면 고령층 차주를 중심으로 가계부채의 취약성이 드러날 것이라고 경고했다.더욱 주목되는 것은 갈수록 은퇴인구가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9월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의 합계출산율과 수명증가로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0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는데 7년 만에 또다시 전체의 14%를 차지하는 고령사회로 전환했다. 통계청은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2017년 707만명에서 2025년에는 전체인구의 20%인 1천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노인인구 급증→소득절벽→소비위축→고용축소→소득감소→경제성장률 둔화의 악순환이 고민이다. 국세청은 임대수입 연간 2천만원 이하 임대사업자 대상자수를 100여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제때에 여분의 집을 처분하지 못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건강보험료 피부양자 자격에서 배제되는 고령층의 경제난 가중은 불문가지이다. 항간에서는 코로나19 위기만 극복하면 경제가 급반등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일 뿐 'L자'형 장기불황 지속은 명약관화하다. 역대정부가 소액임대료에 대한 과세를 간과했던 이유는 효과는 별로인 데다 자칫 초가삼간만 태운다는 비난이 두려웠던 때문이다. 정부는 소액임대료 과세를 상가임대업과의 형평성을 내세우나 노인빈곤만 부추기는 인상이다. 재산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하는 방식도 '선진 한국'의 국격(國格)에 부합하지 않는다. 국내 상거래 결제가 거의 전자화되어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자영업자 실소득 파악이 가능하다. 재산을 건보료 부과기준으로 삼는 나라는 일본 몇몇 지역과 한국이 유일하다. 은퇴세대만이라도 소득 위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해야할 것이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20-05-05 이한구

[경인칼럼]흑역사, 그리고 진실

필자 고교시절 시험때 소설읽다 커닝 낙인사실을 말하려다 혼날까 포기했던 기억 소환출근길 라디오에서 야한책 보다 체벌 상심투신중학생 사연… '침묵 당하는 진실은 毒'부끄러운 '흑역사'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의고사를 치를 때다. 내신성적에 반영 되지 않는 시험이어서인지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에 임했던 것 같다. 그게 화근이었다. 당시 필자는 김홍신의 소설 '인간시장'에 푹 빠져있었다. 시험 종이 울렸는데도 손에서 책을 놓지 못했다. 시험문제 빼곡한 시험지 아래 책상 밑에서는 의협심 넘치는 청년의 통쾌한 무협 판타지가 펼쳐지고 있었다. 결국 그 판타지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시험 시간 내내 몰래 소설을 뒤적이는 모험을 감행하고야 말았다. 교단에서 보면 전형적인 부정행위로 비쳤을 게 뻔하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후방으로 접근하는 존재를 인식할 겨를도 없이 뒤통수에 초강력 스매싱이 꽂혔다. "이 놈이 감히 시험시간에 커닝을 해?" 불호령에 이어, 강도는 약해졌지만 스매싱이 몇 차례 이어졌다. 그 와중에도 잔머리를 굴리며 위기를 모면할 방법을 찾았다.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덜 맞을까?' 가장 먼저 떠오른 방법이었지만 선생님의 표정을 보는 순간 포기했다. 선생님이 "오! 그러니? 너 책을 정말 좋아하나 보구나. 앞으로도 책 많이 읽고 훌륭한 사람이 되려무나!"라며 부드러운 어조로 다독여줄 리 만무했다. 십중팔구 "이 놈이 감히 시험시간에 소설을 봐?"식으로 단어 몇 글자 바꾼, 처음과 동일한 반응이 나올 게 뻔했다. 아니 '신성한 시험을 모독했다'며 더 맞았을지도 모른다. 결국 학교에서 필자는 부정행위자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다른 반 친구 녀석이 쉬는 시간마다 찾아와 "너 커닝하다 들켰다며?"라고 놀리고 도망가는 통에 나중에는 녀석이 '출몰'하는 순간 던질 칠판지우개까지 준비한 적이 있다. 명중했을 때의 분필가루 비산(飛散)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주번도 아니면서 칠판을 지우는 자원봉사(?)까지 했다.시험 시간에 소설책을 본 게 분명 잘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때의 일은 다소 억울함을 동반한 트라우마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왜일까?아침 출근길 라디오에서 어느 중년 여자의 물기 머금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난해 3월25일 경북 포항의 한 중학교에서 투신해 숨진 김모군의 어머니 정모씨였다. 김군은 자율학습 시간에 소설책을 보다가 선생님에게 들켰는데 야한 책을 봤다는 이유로 20분간 엎드려뻗쳐 체벌을 받았다. 김군은 이어진 체육시간에 홀로 교실에 남아 있다가 '살기 싫다,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기 좋은 조건이 됐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교실에서 투신했다. 투신하기 전 CCTV에 찍힌 김군의 모습을 전할 때 정씨의 목이 메었다. "4층으로 내려와서 창밖으로 친구들 운동장에서 수업하는 걸 물끄러미 보더니 바닥을 내려보다가 발로 휘젓다가 망설이는 듯이 5층으로 다시 올라가더라고요. 그 때 제가 CCTV에 손을 넣어서 애를 붙잡고 싶었어요. 올라가지 말라고, 애를 붙잡고 놔주고 싶지 않았어요." 지하로 접어들던 출근길은 울먹이는 목소리에 지직거리는 라디오 소음이 더해져 더 쓰라렸다. 정씨가 원한 것은 단지 '진실'이었다. 해당 교사가 최근 법원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은 것도 무의미해 보였다. 정씨는 "선생님도 애초에 저희 아이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이란 걸 예상하지 못하고 혼을 내셨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무슨 상황이었길래 아이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20분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선생님 입으로 직접 그 얘기를 듣고 싶었다"고 했다. 니체는 "침묵을 당하는 모든 진실은 독이 된다"고 했다. 또 헤겔은 "합리적인 것은 진실하며, 진실한 것은 합리적이다"라고 했다.출근길, 자식을 잃은 한 어머니의 인터뷰는 '진실'의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보게 해 주었다. 필자의 부끄러운 흑역사에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쉬움이 깃들어 있는 것도, 당시의 행위가 진실을 기반으로 평가받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임성훈 논설위원임성훈 논설위원

2020-04-28 임성훈

[경인칼럼]총선 결과 해석에 보수의 명운이 달렸다

거대 정당의 탄생은 정치지형 재정렬 의미유권자, 통합당 대안부재 맹목투쟁에 응징민주당도 코로나 변수 없었다면 패배 인식 '승패 수습·추경·공수처 대처' 시금석 될듯21대 총선 이전과 이후의 한국정치는 어떻게 달라질까. 민주화 이후 1990년의 3당 합당으로 탄생한 218석의 민주자유당의 거대여당 이후에 180석을 지닌 공룡정당은 존재하지 않았다. 여대야소 정국에서도 17대 총선 152석, 18대 153석, 19대 152석으로 과반을 갓 넘겼을 뿐이다. 비례정당을 제외해도 163석의 거대정당의 탄생이 보수와 진보의 적대를 더욱 강화할지, 양 진영이 정치복원을 위한 정치력을 발휘할지 가늠하기 어렵다.당장 통합당의 패배 수습이 어떤 수순과 형태를 띠느냐와 추경 편성에 대한 여야의 태도가 일차적 시금석이 될 것이다. 7월에 출범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지명에 여하히 대처하느냐도 향후 여야관계를 가늠할 시금석이다.정당의 승패는 병가지상사다. 패배한 정당은 분발하면 될 일이고, 승리한 정당은 다음에도 우위를 이어가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절차적 민주주의로서의 주기적 투표권 행사라는 의미를 넘는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라고 해석할 수 있다. 중대선거란 정치지형을 일거에 바꾼다든지 선거기간을 관통한 쟁점으로 정당체제의 재편이나 재정렬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21대 총선을 중대선거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보수진영의 폭망에 가까운 역대급 패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모두 선거에 불리한 요소들이 즐비했고 이는 코로나19라는 대형변수 앞에 잠복했다. 이번 선거에 여러 관전포인트가 있으나 이러한 정치적 쟁점들이 유권자의 판단의 논거로 얼마나 작동했느냐가 쟁점이다.민주당에게는 친문의 기득권화와 연관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등 진영정치와 조국 사태가 가져온 중도층의 이반, 경제난 등이 정권평가론과 맞닿아 있었다. 통합당에게는 야당심판론이 작동하고 있었다.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보여줬던 대안부재의 맹목에 가까운 강경투쟁, 극단적 주장과 구호를 일삼는 '아스팔트 우파' 및 태극기 세력과의 동조현상, 이와 무관하지 않은 탄핵에 대한 인식의 한계 등이 본질적으로 보수진영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유권자는 이러한 실책들에 대해 결과론적으로 민주당보다는 통합당에 대한 응징을 택함으로써 보수에 대해 해체에 가까운 재정립을 명령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보수진영이 좌파사회주의, 좌파독재 등 수구적 프레임의 사고체계를 근원적으로 탈색하지 못하면 이번 선거의 충격은 향후 2년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민주당 역시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선거패배를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는 현실인식을 외면한다면 2년 후의 대선에서 고배를 마실 수 있다. 21대 총선에서 보았듯이 유권자는 냉엄하게 정당들의 지난 궤적을 평가한다. 민주당의 압승과 통합당의 완패가 결합됐지만 4·15 쇼크로 불려도 무방한 21대 총선의 본질은 통합당에 대한 응징으로 해석할 수 있다.보수진영이 이에 대한 의미를 오독(誤讀)하지 않고 보수가치의 정립과 인적쇄신을 통한 혁신, 기존의 정치적 패러다임과의 결별 등을 실천해 나간다면 21대 총선은 보수가치의 재정립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수 있다. 보수의 환골탈태가 대안정당으로서의 가능성을 열어간다면 진보진영도 긴장의 고삐를 조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이는 21대 총선이 보수와 진보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적대와 혐오에 기반한 한국정치의 패러다임의 대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4·15쇼크가 중대선거를 통한 한국정당체제의 재정렬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이유이다. 이러한 전망이 권력을 장악한 측에게 공허하게 들린다면 적대적 구도는 온존하거나 더욱 강화될 것이다.통합당이 발상의 대전환으로 과대대표되어 있는 아스팔트의 태극기 세력과 선을 긋고, 탄핵반대에 대한 분명한 사과 입장과 함께 중도층에 다가간다면 한국정치는 또 다른 역동을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전적으로 보수진영에 달렸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2020-04-21 최창렬

[경인칼럼]쌍용차가 가야할 길

마힌드라 그룹 투자포기로 다시 기로에 서만성적자 무작정 껴안을 착한 자본은 없어2015년 티볼리 흥행이후 성적부진 이어져본질은 경쟁력… '품질혁신'으로 답 찾아야2009년 여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은 전장(戰場)이었다.직원들을 밀어내려는 사(使)와 벼랑에 몰린 노(勞)가 처절하게 맞섰다. 이른바 '옥쇄파업'이다. 회사는 임직원 2천600명을 해고하려 했고, 노조원들은 공장을 점거하며 총파업에 나섰다. 5월 춘투는 한여름까지 77일이나 계속됐다. 1천700명이 명예퇴직과 무급휴직, 강제해고 사유로 회사를 떠났다.다큐멘터리 영화 '저 달이 차기 전에'는 악몽 같은 투쟁현장을 전한다. 제목은 한 노동자가 '저 달이 보름이 되기 전에 사랑하는 가족 곁으로 갈 수 있다면…'이라고 독백하는 장면에서 따왔다고 한다. 강제해산 과정에서 노조원 64명이 구속되고 경찰 100여명이 다쳤다. 열명 넘는 노조원과 가족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앞서 그해 1월,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 법정관리를 신청했다.판매부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하자 경영권을 내놓은 것이다. 먹튀논란이 일었다.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며 2005년 대주주가 된 상하이차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인수대금 5천900억원 중 3천900억원(66%)을 빌려서 충당했다.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생산규모를 늘리겠다는 구상은 허상이었다. 2007년 적자로 돌아서더니 2년 만에 법정관리 신세가 됐다.기술유출 의혹도 뒷맛이 쓰다. 새로 출시된 '카이런'의 제작기술을 240억원에 상하이차로 이전하는 계약이 성사됐다. 신차 개발비는 통상 3천억~4천억원이 소요된다. 헐값 세일이다. 상하이차가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우려에도, 정부는 중국을 찾아 투자계획을 논의했다. 국정원이 기술유출 혐의를 포착했다는 설이 돌았으나 상하이차는 이미 손을 털고 떠난 뒤였다. 2001년 렉스턴과 무쏘스포츠, 2003년 뉴체어맨을 출시하며 기세를 올렸던 쌍용차가 중국기업 인수 뒤 사정이 반전한 것이다. 해외매각은 패착이 됐다.2020년 봄, 쌍용차가 다시 갈림길에 섰다.대주주 마힌드라그룹이 2천300억원 추가 투자를 포기하겠다고 하면서다. 대신 '자금을 마련할 대안을 찾기를 권한다'고 했다. 손을 떼겠다는 간접화법이다.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한 지 9년 만이다. 인도 모(母)기업의 자금 사정이 최악이라고 한다.속내는 다를 것이다. 쌍용차는 12분기 연속 적자다. 6천500억원을 투자했으나 판매 부진과 자금난은 여전하다. 금융기관 차입금이 4천억원을 넘는다. 올 1분기 판매실적은 전년 동기 28% 급감했다. 손실을 감내하는 선한 자본은 없다.공적자금 투입과 외자유치는 쌍용차 회생 공식이었다. 이번에는 사정이 다를 것이다. 대기업에 대한 중복 자금지원은 비판여론이 거세다. 만성적자 기업을 무작정 껴안을 착한 자본은 없다. 강도 높은 자구책과 외부 수혈은 얼마간 수명을 연장할 수는 있어도 환자를 살려낼 수 없다.1990년대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도산할 게 뻔했다. 설비·사원·부채 과잉에 빠져 10여년을 헤맸다. 1997년 도입한 CD(Customer Delight) 품질향상운동이 명운을 바꿨다. '고객에게 감동과 감격을 주자'는 목표가 명확했다. 독창적이고 과감한 선제 조치가 뒤따랐다. 소형차 '윗츠'를 선보이고 세계 첫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출시했다. 노쇠한 도요타가 지구촌을 깨우는 '품질혁신'의 아이콘이 됐다.쌍용차 위기의 본질은 '상품 경쟁력'이다. 소비자가 외면하는 기업은 늘 위태롭다. 2015년 티볼리 이후 흥행한 모델이 없다. 지난해 2월 출시한 코란도 5세대도 성적이 부진하다. 전기차 개발도 경쟁사들에 뒤진다. 신차 개발도 고민거리다.기업의 존재 가치는 매출 증대와 수익 창출이다. 공적 자금에 기대고, 자본을 구걸하는 건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10여년 전, 도요타가 대량 리콜사태를 극복한 동력 역시 품질혁신이었다. 쌍용차가 가야 할 길이다./홍정표 논설위원홍정표 논설위원

2020-04-14 홍정표

[경인칼럼]문화예술의 위기와 온라인 콘텐츠

코로나로 영화 개봉연기·취소 50편 넘어전시·연극등 문화계 행사실종 '공황사태'해외선 무관중 중계·유튜브 활용 움직임우리도 '문예 전문방송국' 설립 서둘러야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온 국민이 열광했던 순간이 옛날처럼 까마득하다. 케이팝의 여세로 케이무비 시대를 열겠다는 기대도 잠시, 코로나19 위기는 영상산업부터 덮쳤다. 3, 4월에 개봉하려던 영화 가운데 개봉이 연기되거나 취소된 작품만 50편이 넘는다. 5월에 열릴 칸국제영화제도 하반기로 연기되었다.가뜩이나 취약한 영화인들의 생존, 영상산업의 앞날은 캄캄절벽이다. 대중음악, 클래식과 뮤지컬, 연극 등 공연계도 관객과 만나고 소통하는 무대가 모두 사라지는 끔찍한 사태에 직면했다.코로나19 위기로 연기·취소된 문화예술행사가 무려 3천여건에 가깝다니 그 직·간접 피해는 헤아리기도 어렵다. 박물관이나 도서관의 휴관으로 인한 전시나 문화관련 행사도 부지기수이다. 평생교육원이나 민간분야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도 대부분 중단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문화계와 예술인들도 유례없는 공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예술인들의 긴급생활자금 융자를 위해 총 3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에 나섰다. 이같은 지원은 주로 극장주나 단체를 위한 것으로 당분간 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예술인에게 융자는 그림의 떡이다. 코로나19 피해 최소화를 위한 지자체의 문화예술인 긴급지원사업도 시작되었다. 인천문화재단은 인천 예술인 코로나19 피해지원TF를 구성하여 지원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예술인들의 생계지원을 위한 '인천예술인긴급재난지원금', 문화예술콘텐츠 영상제작을 지원하는 '온라인문화예술활동지원'이 그것이다. 또 인천 예술인 코로나19 피해지원TF를 구성하여 각종 피해를 접수하고 방역 및 소독 약제 등을 지원하는 전담창구를 운영하고 있다.코로나19로 조성된 사회적 위기는 깊고 긴 후유증을 남길 것이 분명하다. 공연이나 문화행사의 취소·연기에 대한 보상은 시급한 대증요법이지만 보상 위주의 지원책이 예술인들이 처한 위기의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논의만 해온 예술인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지원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예술인들의 기본소득 보장은 문화예술 생태계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음악과 뮤지컬 공연계는 무대를 만들고 관객과 만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자 온라인 콘텐츠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소속 일부 가수들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연했고, 지난 12~14일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사이먼 래틀 지휘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무관중 온라인 중계로 진행됐다.할리우드는 극장과 주문형 비디오(VOD) 동시 개봉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는 기존에 제작해 둔 영상을 유튜브로 스트리밍하는 예술의전당,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이용한 서울돈화문국악당의 라이브 중계, 가상현실(VR)과 유튜브를 활용한 경기아트센터의 무관중 공연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온라인 콘텐츠의 일상적인 공유를 위한 문화예술 전문방송국의 설립은 하나의 대안이다. 문화예술교육방송은 국가와 지역에서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인천시의 경우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확충 방안으로 문화예술교육 전용공간과 예술방송의 설립운영 방안이 제기된 바 있다.인천문화재단의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인천평생교육진흥원, 지역의 영상 미디어 관련 기관이 협력하여 각종 온라인 공연과 각종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이다.문화예술전문방송에서 온라인 공연과 비대면 예술행사를 방송하고 인문학, 음악, 미술, 독립 영화제작, 문화예술 경영 등 각종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제작 송출한다면 인천 시민의 문화예술교육 기회와 문화향유권, 예술인의 활동을 동시에 확대하는 전화위복책이 되리라 믿는다./김창수 인하대 겸임교수·객원 논설위원김창수 인하대 겸임교수·객원 논설위원

2020-04-07 김창수

[경인칼럼]그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말직임에도 '멍에 쓴듯' 두번 임기를 마쳤다미디어불모지 6년을 갈고나니 한결 홀가분기억에 남는 건 발달장애아 만났던 시공간비장애아 함께할 '공감 프로그램' 적용 기대두 번의 임기를 마쳤다. 개방형 직위인 방송통신위원회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장에 임용돼 꽉 차는 6년을 일했다. 누가 물었다. 섭섭하지 않으냐고. 천만에. 전혀 아니다. 시원하다. 미관말직이었음에도 지난 6년간 목에 씌워져 있던 멍에는 무거웠던 것 같다. 곧은 멍에든 굽은 멍에든 일단 그것을 짊어진 순간부터 겨리나 호리를 끌어야 했는데 인천은 갈아야 할 산비탈치곤 너무 그늘지고 가팔랐다. 서울의 음영지대, 미디어문화의 황무지, 특히 방송영상미디어의 불모지로 일컬어지는 곳 아니던가. 내려놓았을 때 봄바람처럼 느껴지던 그 홀가분함이란. 떠난 며칠 뒤 센터직원들이 전해준 2019년도 센터경영 평가결과도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주었다. 그동안의 쟁기질이 영 볼썽사납고 거칠기만 했던 건 아닌가 보다.또 하나, 이런 질문을 받았다. 누가 기억에 남느냐.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고 지우고 하는 사이 문득 스쳐 지나가는 얼굴들이 있었다. 나로서도 뜻밖의 인물들이다. 이제 고등학교를 다닐만한 나이가 되었을까. 2∼3년 전쯤 그 '아이'를 처음 봤을 때 그는 늘 어머니와 함께였다. 센터 한쪽에 마련된 화단에 걸터앉아 화장실에서 페트병에 담아온 물을 나무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물이 떨어지면 다시 화장실로 가 세면대에서 물을 담아 나무에 뿌려주는 행위를 되풀이했다. 그 곁에서 어머니는 말없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그러고 있는 아들과 스마트폰에게 교대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거의 매일,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던 청년이 흔적을 심하게 남겨놓아 불편하긴 했지만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아주 심한 경우 밖에서 기다리던 어머니가 사람이 없는 틈을 타 휴지로 훔치곤 했다.다른 한 '아이'는 나이가 더 들어 보였다. 어머니와 함께인 그 아이처럼 센터와 같은 건물에 있는 보건기관의 재활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듯했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센터로 올라와 시간을 보내는 모양이었다. 언제나 혼자였던 그는 늦은 오후 하루 일정을 끝낸 미디어체험공간을 서성이면서 누군가와 끊임없이 말을 나눴다. 때론 천장을 향해, 때론 바닥을 향해, 때론 빈 벽을 향해 말을 했다. 혼잣말이었으나 혼잣말이 아닌 대화들. 가까이 지나친 적도 많았지만 대화의 내용을 한 번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가끔씩 센터 입구 나무그늘에서도 마주치고, 아주 드물게 인천지하철 1호선 열차의 송도구간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행동은 한결 같았다.그 '아이들'과의 만남이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미디어 체험프로그램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재작년 가을부터 서울대 의생명지식공학연구실 김홍기 교수를 만나 자문을 구했다. 이어 숙명여대 숙명인문학연구소장 박인찬 교수와 이재준 연구교수, 같은 대학의 심리치료대학원 놀이치료학과 이영애 교수, 연세대 X-미디어센터장 이현진 교수 등을 차례로 만나 프로그램의 개발 필요성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다. 그렇게 함께 뜻을 모아 시작된 프로젝트가 '미디어 공감'이고, 1년여 만에 개발된 미디어 체험프로그램이 '다함께 팡팡'이다. '나', '너', '공감', '우리' 4단계로 설계됐는데 각 단계별로 적합한 미디어아트 기법을 적용했다. 지난해 연말까지 '공감' 단계의 프로그램으로 시범운영을 모두 마쳤고, 올해 인천지역 특수학교 미디어체험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한껏 가벼워진 마음으로 떠날 때에도 임시사용허가를 받아 개관 준비를 하던 6년 전처럼 센터의 문은 잠겨있었다. 코로나사태에 센터도 예외일 수 없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이 난리통에 그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2018년 기준 국가등록 발달장애인은 22만5천601명, 전체 장애인의 8.9%를 차지한다. 지적장애 20만903명, 자폐성장애 2만4천698명이다. 내가 사는 인천만 하더라도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지적장애 1만574명, 자폐성장애 1천530명 등 모두 1만2천104명에 이른다. 그 '아이들', 빗장이 걸린 센터의 그 공간이 아니더라도 어디 마땅히 시간을 보낼 데가 있긴 한 걸까. 어머니는 또 어디서 아들을 지켜보고 있을까./이충환 언론학박사이충환 언론학박사

2020-03-31 이충환

[경인칼럼]정치선동가들의 세상

인터넷·SNS 검증되지 않은 정보 쏟아져기업 돈벌이·정보 조작이 사회분열 초래사실보다 신념이 여론 주도 탈 진실시대유권자, 진실 홀대할수록 선동가만 득세"이것은 사과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바나나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그들은 '바나나, 바나나, 바나나'라고 계속해서 외칠지 모릅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이것을 바나나라고 믿기 시작할 겁니다. 그러나 이것은 바나나가 아니고 사과입니다."한때 미국 CNN이 막간에 방영했던 공익광고 내용이다. 중국 진(秦)나라를 들어먹은 내시 조고(趙高)의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연상된다.광우병 파동은 2008년 4월18일 이명박 정부의 한미 쇠고기 수입협상 타결 발표에서 비롯되었다.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살코기 수입만을 허용한 2006년의 수입위생조건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국민의 건강은 뒷전이고 검역주권까지 포기했다며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정부가 오해라며 설득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3개월여의 혼란으로 한국은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광우병 파동 12년이 흘렀지만 현재까지 국내에서 광우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다.세계도처에서 넘쳐나는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미국 트럼프 대통령 탄핵재판 때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가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당선되었다는 민주당의 주장이 증거부족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러시아 첩보원들이 2015년 6월과 2017년 8월 사이에 8만건 정도의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미국 유권자의 절반 정도인 1억2천600만명이 이 게시물들을 보았을 것이라고 의회에서 발언해 충격을 주었다. 당시 트위터에서도 유사한 사례들이 대량으로 확인되었다.인터넷과 소셜미디어들이 검증되지 않은 각종 정보를 마구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터키, 이란, 중국, 북한 등의 '인터넷 트롤(internet troll)' 공장에서 가짜뉴스들이 대거 쏟아져 나와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번개 같은 속도로 전 세계로 퍼진다며 걱정하고 있다. 인터넷 트롤이란 온라인에서 선동적 혹은 공격적인 콘텐츠 게시나 댓글로 독자들의 적개심을 유발해서 사회분열을 부추기는 불순세력을 지칭한다.돈벌이에 혈안이 된 소셜미디어들의 사용자 붙들기는 점입가경이다. 사람들이 각종 포털과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경우가 일상화되었다. 2017년 미국인의 3분의 2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고 답했다. 회원들이 특정 플랫폼에서 시간을 많이 보낼수록 기업은 더 많은 광고수익을 올린다. 이용시간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사용자가 일단 클릭하면 PC나 스마트폰에 내장된 인공지능(AI)이 알고리즘으로 분석해서 그가 무엇에 가장 많이 반응할지를 예측한 다음 관련 정보들을 대량으로 쏟아내는 것이다.IT기업들의 돈벌이와 불순세력들의 정보조작이 사회를 급속히 분열시키고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IT과학이 만든 한 방향만 비추는 거울에 집착해서 균형 감각을 상실한 것이다.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사람들이 각자 완전히 다른 정보세계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디지털혁명에 부수된 새로운 사회병리현상이다. 영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평가인 뉴욕타임스의 미치코 가쿠타니는 사람들이 각자 편향된 사일로(silo)와 필터버블(filter bubble)에 갇혀서 사회와 소통하는 능력을 잃고 있기 때문으로 진단했다.사일로란 곡식이나 사료 등을 보관하는 저장탑으로 사람들이 서로 높은 장벽을 쌓은 채 각자의 이익만 추구하는 경향을 빗댄 것이다. 필터버블은 검색엔진이나 소셜미디어가 선별된 정보를 대량 공급하는 특성 탓에 이용자들이 편향된 정보의 거품에 갇힘을 뜻한다.지금은 사실의 진위와 상관없이 신념이나 감정이 여론을 주도하는 탈진실(post-truth)의 시대이다. 객관적 사실과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전문가와 강적들'(2017)의 저자 톰 니콜스는 유권자들이 진실을 홀대할수록 무지한 정치선동가들이 득세한다고 역설했다. 4·15총선이 임박했다. 유권자들의 혜안을 기대한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20-03-24 이한구

[경인칼럼]코로나19의 정치사회학

콜센터 집단감염서 드러난 노동자 현실 등위급시 리더십 발휘는커녕 정치적 이용만정당들의 과도한 비판 사태해결 도움 안돼진정·차별성 가지고 임해야 표심 움직일것21대 총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코로나19가 진압될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에 의해 팬데믹(대유행)이 선언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촘촘히 연결된 세계화 시대의 위기감과 불안감도 날로 증폭되고 있다. 팬데믹은 보건학적으로 생명의 사망 뿐만이 아니라 국제정치나 국제안보의 차원에서도 주목받는 개념이다. 전통적인 안보위협을 넘는 마약거래, 사이버 테러, 초국경 인신매매, 테러 등 점증하는 불안요인은 국제질서와 인류의 안녕을 위협하고 있다. 미증유의 감염병 확산이 사회의 얼개에 대한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며 국내상황도 이의 연장에서 파악할 수 있다. 재난과 참사, 전쟁 등은 약자들에게 더욱 가혹한 법이다. 코로나 사태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에 국한한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의학과 과학의 영역 이외에서 한국사회가 정치체계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에 얼마나 취약한가를 드러내고 있다. 콜센터 상담원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은 재난에 취약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콜센터는 고객 대응 전문 외주업체가 운영한다. 회사 측은 코로나 사태 이후 상담 중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지만 마스크를 쓴 채 오랜 시간 통화가 어려운 상담원들의 현실을 살피지 않았다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노동계의 원청과 하청업체간의 관계라는 구조적 요인은 하청업체들이 노동자의 건강보다는 비용이나 고객서비스 질 문제 등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비단 콜센터 뿐만이 아니라 정부가 권장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직군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유급휴직과 가족돌봄, 재택근무 등에서도 사회적 양극화는 어김없이 작동한다.정부가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마스크 복지도 대기업·공공부문과 열악한 직종간에는 현저한 차이가 존재한다. 용역과 파견 등의 비정규직 등이 재난에 쉽게 노출되는 '위험의 외주화'는 비단 코로나 사태 뿐만이 아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간의 후생 복리 격차는 재난 상황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2014년 세월호와 2015년의 메르스 사태 등 대형 재난과 참사는 평상시에 조명되기 어려운 사회의 어두운 구석과 구조적 모순들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에 어떻게 대처하고 드러난 문제들을 보완하느냐가 중요하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이후 재난안전 시스템, 정부조직 등 긍정적 변화도 있으나 사회 각 부문의 부정의한 부분들은 구조적으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정치가 이러한 위급한 상황을 관리하거나 리더십을 발휘하기는커녕 정당들이 재난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정치와 행정의 영역에서 이러한 상황은 두드러진다. 위급한 상황과 사회적 위기에서 정치가 본연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정치에서 코로나19 역시 선거와 정쟁의 도구로 소환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진행 상황을 예단할 수 없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사회는 자영업, 영세상공업 구조는 물론이고,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맹목으로 행해지는 반사회적 행태와 관련한 행정권력 행사의 정당성의 문제 등 사회적 의제 등도 공론화 과정을 요구받고 있다.선거를 앞둔 시기적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정부 정책에 대한 대안과 비판을 넘는 과도한 비난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총선거를 앞두고 코로나19가 선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개표 후에나 알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진정성과 차별성을 가지고 임하는 정당이 유권자의 지지를 받을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정당들은 백해무익한 정치적 언급을 자제해야 하고, 정부 관리도 감수성과 반응성의 차원에서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경제와 마찬가지로, 질병·재난도 사회적 심리와 상호조응하기 때문이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2020-03-17 최창렬

[경인칼럼]국난극복 명분 삼아 국정 설계 새로 할 때

코로나19 '정권 향한 퍼펙트 스톰' 현실화통합당의 비례정당 모욕·고발했던 민주당비례정당 창당 위해 그럴듯한 명분 삼을것'만들면 그만'… 국민아닌 자기편 향한 구실지난 번 칼럼 '정권을 향하는 퍼펙트 스톰'을 출고했던 2월 4일, 코로나19 국내 확진자는 16명이었다. 신종 바이러스가 외교, 경제로 번져 총체적 재앙인 퍼펙트 스톰이 될까 걱정했다. 정권과 여당이 이에 대응할 충분한 밑천을 가지고 있길 바랐다. 우려였고 희망이었다. 한달 여가 지난 지금 세상이 변했다. 인구 대비 코로나19 확진자가 중국을 추월한지 오래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조직적으로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고 중국언론과 인민은 한국을 조롱한다. 북한은 위로친전과 미사일을 번갈아 배달 중이다. 민간 경제는 질식 상태다. 100여개 국가가 한국을 향해 문을 닫아 걸었다. 마스크는 없고, 대구·경북은 고립됐고, 신천지는 표적이 됐다. 전세계가 코로나 발 대공황을 걱정한다. 퍼펙트 스톰은 현실이 됐고, 희망의 빛을 밝혀야 할 정권의 역량은 빈약해 보인다.바이러스 보다 정치가 더욱 독한 것인가. 코로나 사태에 가렸던 총선 정국이 요란하게 기지개를 켜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추진하면서 갑자기 뜨거워졌다. 비례정당을 창당한 통합미래당을 멸시하고 모욕하고 검찰에 고발했던 민주당이다. 대중은 민주당이 비례정당을 창당하려야 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음식점에 모인 민주당 5인 실력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명분이야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명분을 만드는 중이다.일각에선 통합당이 비례정당을 만들면 민주당이 못만들 이유가 없다고 한다. 권력을 추구하는 정당이 가만히 앉아 패배하는 것은 정치생리상 불가능하며 지지세력에 대한 배임이라는 논리는 그럴 듯 하다. 하지만 양시양비론적으로 뭉개기엔 여야의 비례정당 창당 명분의 차이가 너무 확실하다. 통합당은 범여 연합 4+1의 연동형비례대표제에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연동형비례대표제 반대논리로 비례정당 난립을 경고했다. 하지만 제도는 통과됐고, 황교안 대표와 의원 23명이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통합당의 비례정당은 자신들만 소외된 선거법개정안 반대와 폐기라는 명분에서 출발했다.반면에 민주당은 비례정당 창당이 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성배를 훼손하는 오물로 취급하고, 야당 의원들을 법원으로 보냈다. 그런 민주당이 비례정당 창당을 위한 명분을 만들고 있으니 양당의 명분을 동급으로 보기 힘든 것이다. 민주당은 성배에 똥칠하지 말라고 통합당을 윽박지르다, 통합당이 성배에 담긴 성수를 남김 없이 마셔버릴 형세에 몰리자, 아예 성배를 깨버리기 직전의 기세다. 애초에 성수는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몫이었다며, 성배의 정체를 스스로 폭로한 셈이 됐다. "비난은 잠시, 책임은 4년"이라는 이낙연 민주당 선대위원장의 발언이 차라리 솔직하다.민주당은 비례정당 창당의 명분을 그럴듯 하게 만들어 낼 것이다. 이미 경험도 있다. 지난해 조국 사태 때 민주당은 조국 일가의 잡스러운 범죄혐의와 비도덕적 내로남불로 초래된 정권의 위기를,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상쇄시켰다.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의혹을 수사하던 검사들은, 검찰인사를 명분으로 지방으로 흩어버렸다. 시중엔 정부가 코로나 사태를 경제실패 책임회피의 명분으로 삼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정치에서 명분은 중요하다. 국민은 반대자도 반대하기 힘든 명분을 선취하고 제시하는 정치세력을 선택해 정권을 맡긴다. 모든 선거에서 정당들이 명분 싸움을 벌이는 이유다. 그리고 정치적 명분은 나라와 사회와 국민을 앞으로 전진시킬 때 가치있고 명예롭다. 하지만 위기를 모면하고, 사태를 변명하고, 비판을 회피하기 위해 만들어 내는 명분은, 명분이 아니라 초라한 구실이다. 당연히 상황과 국면을 미래로 이끌수 없다. 오히려 악화시킬 뿐이다. 조국 일가가 재판을 받아야 하는 현실은 변함이 없고, 청와대 선거개입의혹 수사는 계속될 것이다.퍼펙트 스톰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절체절명의 위기다. 정부와 여당이 국난극복이라는 대의명분에 입각해 국정 전분야의 새 청사진을 그려, 반대자도 포용하는 희망의 불을 밝혀주기 바란다. 민주당 의원이 호기롭게 말했던 '만들면 그만인 명분'은, 국민이 아니라 자기 편을 향한 구실이자 변명이다./윤인수 논설실장윤인수 논설실장

2020-03-10 윤인수

[경인칼럼]'재림예수'의 손목시계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의도적 연출 가능성 박근혜 대통령측 "가짜"… 야 "정치 공작"교회 폐쇄·모임 방지 "종교적 핍박" 불평'코로나 사태' 현실직시 의지 보이지 않아 이만희 신천지교회(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스스로 영원히 사는 사람이라고 자처하고, 그동안 신천지 교회 내에서 '재림예수'처럼 군림해왔을지 모르나 기자들 앞에 나타난 그는 쇠약하고 어눌한 평범한 노인에 불과했다. 회견내용도 부실했다. 코로나 사태가 국가적 재앙이 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큰절을 두 번이나 하면서도 무엇이 문제였는지, 구체적으로 신천지교회가 무엇을 사과하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질의응답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측근이 전달해주어야 했을 뿐 아니라 그가 귀띔한 그대로 답변하기도 했다.그런데 이번 기자회견에서 손목시계가 더 큰 화제다. 의도에 대한 추측들이 제기되자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은 가짜라고 반박하고, 야당의 한 의원은 야당연관을 환기시키기 위한 정치공작이라고까지 주장한다. 신천지교회 측에서는 큰절 퍼포먼스로 국민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여론을 엉뚱한 데로 돌려놨으니 망외의 소득이라고 기뻐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대통령 손목시계는 반팔 셔츠 착용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의도적으로 연출한 소품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자회견장의 신천지 홍보부장이 중고가 1천만원짜리 롤렉스 시계를 차고 있다고 제보한 한 네티즌의 제보를 참고하면, 교주가 평소에 차고 다닐 시계는 아니다. 그는 2015년 국가유공자 표창을 받았다. 국가가 당한 '환난'을 해결하기 위해 신천지 교단이 가진 '인적· 물적 자산'을 총동원하여 '지원'하고 있다는 과장과 자신이 국가유공자임를 환기하는 시계는 잘 조응하는 '디테일'이다. 국가유공자 표창과 관련된 인사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부수 효과도 있을 것이다. 회견 도중 느닷없이 꺼내든 옛날이야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옛날 '왕거'라는 왕이 무서운 병이 돌아 자기의 군대까지 다 죽게 되자 적으로 싸웠던 나라의 왕에게 가서 절을 하고 그 병을 고치기 위해 약을 구해와서 고쳤다는 것이다. 전염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원수에게도 무릎을 꿇었다는 것이 요지이다. 문맥에서 보면 그의 큰 절은 자기의 왕국, 자신의 신민을 구하기 위한 불가피한 행동이 된다. 이는 일종의 과대망상증으로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은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라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이니 "성도들을 몰아세우지 말고, 협조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지금 신천지교회는 나라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 교회를 폐쇄하고 모임을 막아서 일을 할 수 없다고 하며 정부의 조치를 종교적 핍박이라고 불평한다. 심지어 "정치 지도자가 무분별하게 '신천지가 (코로나19 확산) 진원지'라고 비난할수록 우리 성도들은 두려움 속에 쉽게 신분을 드러내기 힘들 것"이라는 위협도 첨가한다. 신천지교회가 코로나 감염의 거대한 배양실이 되어 대구 경북지역 주민은 물론 전 국민을 공황상태에 빠트렸으며, 민생과 국가경제에 환산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히고 있는 현실은 알 바 없는 것이다. 신천지교회가 코로나바이러스의 대형 인큐베이터가 된 것은 '새 세계(신천지)가 열리면 현재 육신을 벗고 새 육신으로 갈아입게 된다'는 식의 반생명적 교리와 비인간적 예배 문화가 부른 대참변이지만, 교주와 교직자들은 현실 자체를 볼 수 있는 능력도 보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영생불사의 교리를 뿌리째 부정하는 논리이기 때문일 것이다.정부는 신천지교회의 포교활동 과정에서 교주와 교회 간부들이 저지른 불법과 비리의 진상을 조사하고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엄정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혹세무민의 신흥종교 교주를 국가유공자로 둔갑시킨 데서 보듯 신천지교회의 급속한 팽창은 '영생불사'의 교리와 밀교 특유의 신도관리와 포교활동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이를 이용하거나 비호해온 세력도 있을 것이다. 철저한 조사와 대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신흥종교로 인한 가정과 지역은 물론 국가적 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김창수 인하대 겸임교수·객원 논설위원김창수 인하대 겸임교수·객원 논설위원

2020-03-03 김창수

[경인칼럼]'코로나19'를 뚫고 나가는 인천e음카드

송도 유령도시화… 관광업계등 '개점휴업'소상공인들 경기불황 '재난'에 덮친 '재앙'市, 캐시백 요율 긴급 상향조정 검토 착수주력업종에 적용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이달 초 사람들이 말 그대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현상을 실제로 경험했다. 서울 송파에 거주하는 19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대형 쇼핑몰을 두어 시간 다녀갔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다. 방문했던 날로부터 이미 닷새나 지났음에도 현장은 물론 주변 일대가 갑자기 텅 비어버렸다. 정말 오래간만에 송도가 다시 '유령도시' 소리를 듣게 되는 순간이었다. 쇼핑몰이 있는 연수구의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긴급 휴원령이 내려졌다. 쇼핑몰과 가까운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도 주변 초·중·고교 6곳이 휴업에 들어감에 따라 일주일 동안 장비 대여 업무를 제외한 모든 교육과 체험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시민들의 발길이 끊긴 적막한 센터를 직원들만 나와서 하루 종일 지켰다. 시내 곳곳 가게를 열어놓아도 휴업이나 폐점과 다름없었을 것이다. 언론은 '소상공인 피해 현실화'라는 제목을 달았다. 코로나19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다뤘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하강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인천지역 소상공인들의 긴급경영안정자금 신청 상담이 1천500건을 넘기는 등 중소기업과 상공인들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경인일보 2월 21일 1면 게재). 관광호텔의 2월 객실 예약률이 한 달 전에 비해 70%나 감소했고 여행사를 포함한 인천지역 관광업계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대규모 전시·회의공간인 송도컨벤시아의 경우 4월까지 예약된 행사 100여 건 가운데 30건이 취소되고 11건이 연기됐다. 나머지들도 연기나 취소를 검토 중이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는 내용이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소상공인들이 무너지고 지역경제가 붕괴된다. 그렇잖아도 경기부진에 주52시간 근무제니 최저임금 인상이니 해서 하루하루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코로나19는 엎친 '재난'에 덮친 '재앙'이다. 인천시는 당장 지역화폐인 '인천e음(이음)카드'의 캐시백 상향조정을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현재 인천e음카드의 캐시백 요율은 월 30만원까지 4%, 30만원 초과 50만원 이하 2%, 50만원 초과 100만원 이하 1%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이걸 파격적으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상향의 폭은 이번 주 안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 10%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한시적인 조치로서, 추가되는 재정 부담에 대한 정부의 '개런티'가 있고, '타이밍'만 놓치지 않는다면 충분히 시도해볼만한 비상시책이다. 인천e음카드가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임은 이미 한국은행을 비롯한 유관기관의 조사와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카드는 주로 음식점, 슈퍼마켓, 제과점, 정육점 등 일반시민을 고객으로 하는 소상공인 주력업종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역외유출 방지와 소비증대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정지출 대비 파급효과는 2.9배에 달한다. 지난해 839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2천435억원의 효용이 발생했다. 매년 최하위권이던 인천시민의 소비만족도도 17개 시·도 가운데 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초기보다 캐시백 요율이 낮아져 결제액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있었지만 거뜬히 이겨냈다. 지난해 10월 말 캐시백 요율이 하향 조정된 이후 12월 결제액이 1천446억원이었는데 코로나19의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한 올해 1월의 결제액도 1천355억원으로 견고한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인천e음카드는 캐시백에 투입된 예산이 지역 내에서 100% 소비로 직결되는 선순환 착한 화폐다. 소위 '깡'이 일반화된 종이상품권이나 선할인 혜택을 주는 다른 상품권들과는 달리 옆으로 새는 돈이 없는 공정한 화폐다. 일찍이 제기됐던 부익부빈익빈 문제도 캐시백 요율구간 조정과 상한 설정을 통해 깔끔하게 해결됐다. 일부 기초지자체간 캐시백 차등의 문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일단 그 폭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균일과 동등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본다. '코로나19 난국'을 뚫고나가는 선봉의 쓰임새를 찾았다면 쓰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이충환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20-02-25 이충환

[경인칼럼]노인도 이민 타령이니

정부, 부동산투기 못잡고 집값 상승만 초래대다수서민들 근검절약으로 살집부터 마련노후위해 여윳돈 투자 집·땅 사서 임대소득대안없이 옥죄기만 하니 해외로 갈 생각뿐2012년 프랑스의 부자와 고급두뇌 엑소더스(해외 탈출)가 잇따랐다. 중도좌파의 프랑수아 올랑드가 그해 5월 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로 제24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재정적자 보전을 들먹이며 연소득 100만 유로(13억 원) 이상 부자들에 최고세율 75%를 물리는 증세(부유세)를 단행했다. 슈퍼갑부인 루이비똥모에헤네시(LVMH) 그룹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과 국민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벨기에 국적을 취득했다. 금융엘리트 5만여명은 런던으로 떠났다. 세금 낼 사람들이 사라지고 대규모 두뇌유출이 이어지자 당황한 프랑스정부는 부유세 과세를 포기했다. 2016년 12월 올랑드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했을 때 그의 지지율은 고작 4%였다.16세기 종교개혁 때 가톨릭교회의 탄압을 피해 프랑스를 떠나 스위스에 안착했던 위그노(개신교신자)들이 연상된다. 영세중립국 스위스의 명품 시계는 전적으로 프랑스에서 탈출한 위그노 출신 시계기술자 덕분이다. 남한 면적의 절반도 안 되는 세계 최고 강소국 네덜란드는 종교개혁 때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정부 등의 박해를 피해 이주해온 유태인과 개신교도가 중심이 되어 건국한 나라이다. 서울 강북에 사는 70대 P사장은 지난해 말에 해외 이민을 가기 위해 모 외국 대사관을 찾았다가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을 듣곤 충격을 받았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노인들이 의외로 많았던 것이다. 이민선호도가 높은 다른 외국대사관에서도 유사한 현상들이 간취되었다. P사장은 한평생 동네 골목시장에서 식품가게를 운영하며 한두 푼씩 모은 돈과 은행에서 거액을 대출 받아 작년 초에 자신의 집을 헐고 원룸 여러 개의 건물을 새로 지었다. 갈수록 가게를 찾는 손님이 주는 데다 힘도 부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변에 임대건물들이 늘어나면서 공실률이 크게 늘어 은행이자 갚기도 버거운데 건강보험료만 매월 백만원 이상이어서 스트레스가 크다. 근검절약을 통한 치부(致富)가 축복이 아닌 범죄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의 지대경제와의 전쟁이 화근이다. 불로소득을 제거하고 투기를 근절해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천정부지의 집값 안정과 위험 지경에 이른 가계부채 억제도 당연하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주요 도시, 세종시, 부산시 등에 대해 투기지역 혹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은행대출을 제한하고 공시지가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줄인상에다 자금출처 조사강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한마디로 수요 죽이기이다.문재인정부가 부동산가격을 잡는다고 법석을 떨었지만 투기는 못 잡고 집값 상승만 초래했다. 국민은행 발표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2017년 5월 6억635만원에서 지난 1월 9억1천216만원으로 3년 만에 무려 50% 이상 상승했다. 중위가격이란 가격순으로 줄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가격이다. 실거래가격이 9억원을 넘으면 1주택자여도 실거래가격 초과분에 양도소득세가 부과되고 취득세도 더 내야 한다. 12·16대책으로 서울에서는 9억원 초과 주택을 보유하면 전세금 및 중도금 대출도 못 받는다. 서울 집값 급등으로 보유세 수입이 늘어 정부만 신나게 생겼다. 노무현정부 시즌2, 아니 그보다 더 심해 명백한 정책 실패이다. 주목되는 것은 절대다수 서민들의 재산 축적 관행이다. 근검절약으로 마련한 목돈으로 먼저 살집부터 마련하고 여윳돈이 생기면 노후를 위해 또 다른 주택이나 땅을 사서 임대소득과 시세차익을 얻는 것이다. 은행에 예적금을 들어봤자 이자소득은 코끼리 비스킷인데다 각종 펀드상품은 원금까지 날릴 수도 있어 민초들이 가장 확실한 안전자산에 매달리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쥐꼬리(?)이니. 부동산투기를 근절하려면 정부가 마땅한 투자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안 제시도 못하면서 옥죄기만 하니 중산층 노인들까지 해외이민 타령을 하는 것이다. 시중에 대기성자금이 너무 많은 탓인데 헛발질로 내수경기 위축이 큰일이다.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집세 상승에 대못을 박았지만 결국 임대료가 상승해서 지지자들에 실망만 안겼었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20-02-18 이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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