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시선의 확대, 행동의 확산

방송정책 수립·집행하는 해외전문가들드론촬영법 등 무료 프로그램 놀라워 해미디어교육 해외 무상지원 가능성 물음에마냥 마다하기에는 너무 미안한 마음 커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를 찾는 해외전문가들의 발길이 잦다. 주로 방송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담당하는 위치에 있는 각국의 고위직 공무원들이거나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다. 지난주만 해도 두 개의 그룹이 센터를 찾았다. 화요일에 방문한 이들은 아시아-태평양 방송개발기구(AIBD) 회원국 관계자들이었다. 한국은 26개 회원국들로 이뤄진 AIBD의 집행이사국인데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하고 AIBD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이 공동주관하는 '시청자권익증진 국제세미나'가 서울에서 열렸다. 이 세미나의 첫째 날, 참가자들은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시청자권익증진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인 뒤 곧바로 인천으로 이동했다.먼저 송도국제도시의 해송중학교에서 '찾아가는 미디어버스'의 실제 교육현장을 참관했다. '찾아가는 미디어버스'는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직접 이용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이동형 미디어교육프로그램이다. 방송체험시설과 VR장비를 갖춘 대형차량 2대가 강원도 산골부터 제주도와 서해 덕적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을 누빈다. 이날은 AIBD 관계자들을 위해 도심에서 운영한 예외적인 경우였다. 이어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교육프로그램 전반과 시설·장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마침 다목적 홀에서 진행 중인 드론 촬영교육을 참관하고, 1인 미디어 스튜디오에서는 직접 실시간 방송에도 참여했다. "와우, 원더풀!" "잇츠 그레이트!" 탄성이 이어졌다.금요일 방문그룹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과 시청자미디어재단 등이 공동주최한 '2018 미디어·정보리터러시 국제심포지엄'의 기조강연자와 각 세션별 주요 발제자들이다. 기조강연을 맡았던 폴 미할리디스 미국 에머슨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메이저 언론에도 기고하고 있는 미디어리터러시와 시민미디어운동 전문가다. 해마다 5개 대륙의 청년미디어제작자 70여 명과 교수 12명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3주 동안 모여 사회변화를 위한 독특하고 창의적인 미디어리터러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한 '미디어와 글로벌 변화를 위한 잘츠부르크 아카데미' 이사로서의 활약상이 특히 두드러진다.미디어·정보리터러시 글로벌협의회(GAPMIL) 부의장인 하린더 팔 싱 칼라 인도 펀잡대 교수,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 디지털시민성교육위원회의 가이드라인 개발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알렉산드로 소리아니 이탈리아 볼로냐대 교수, 유엔 전기통신연합(ITU) 전문가인 데이비드 라이트 영국 인터넷안전센터 소장 등은 각 세션에서 주제발표를 했다. 이들 역시 세미나의 주요 일정으로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의 실제 현장인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를 찾은 것이다.센터를 둘러본 대부분의 해외전문가들은 동영상 제작, 1인 미디어 실습, 드론 촬영 등 기존 미디어부터 최첨단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와 관련한 모든 교육프로그램이 무료로 제공된다는 사실을 놀라워한다. 그리고 이런 시설과 장비를 갖춘 시청자미디어센터의 설립이 전국적으로 계속 추진되고 있는 현실을 부러워한다. 지난주에 방문한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런 반응을 접할 때마다, 특히 우리와 이웃한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 관계자의 부러운 반응을 온몸 가득히 느낄 때마다 가슴이 뜨끔하다. 우리는 지금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그 위상에 걸맞게 행동하고 있는 것일까. 그날도 실제로 한 전문가는 우리 미디어교육시스템의 해외 무상지원 가능성을 내게 물어왔다. 아무런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우리 내부에서 그러한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지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몇 해 전 현지를 방문해 여건을 살피기까지 했다. 여러 이유로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또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이제쯤 다시 들여다볼 때가 아닌가 싶다. 우리도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밀어야 할 손길을 마냥 접어두기에는 그 시간 쌓이게 될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의 크기가 너무 클 것 같다. 시선의 확대, 사고의 확장, 행동의 확산이 필요한 시점이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8-11-13 이충환

[경인칼럼]신인류(新人類) 시대의 경고

2100년 세계인구 60억 미만으로 감소 추정인재들 '자본주의적 노동윤리' 거부 시작성실한 노동·돈벌이 관심 잃어 위기직면'현대산업이 따기쉬운 과일 모두 수확' 경고'바링허우(八零後)'는 덩샤오핑이 '1가구 1자녀' 정책을 실시한 1980년대 이후에 출생한 2억5천만 중국의 소황제(小皇帝)들로 유독 별명이 많다.푸얼다이(富二代), 관얼다이(官二代), 달팽이족, 생쥐족(지하셋방 거주자), 개미족(아파트 방 한칸에 세 들어 사는 자), 딸기족(한 직장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는 자), 켄라오( 老, 성인이 돼서도 부모에게 돈을 타서 쓰는 자), 다이쓰(루저), 광군(光棍, 노총각), 성뉘(剩女, 노처녀), 싸우난(三無男, 아파트, 자동차, 돈 없는 남자) 등이다. 금수저인 푸얼다이와 관얼다이를 빼면 별 볼 일(?)이 없다. 사회주의체제에서 태어나 자본주의 파도를 맞이한 중국의 '신인류(新人類)'들이다.'신인류'는 199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일본이 완전히 선진국 지위에 오른 70년대 중반~80년대 초에 청년기를 보낸 세대들이다. 경제성장을 떠받치던 부모세대의 노동윤리를 저버리고 서구식 개인주의를 적극 받아들이며 결혼이나 출세, 정치 등에는 우려스러울 정도로 무관심하다. 대신 만화, 스니커즈 패션과 워크맨, 좀 더 나중에서는 아이팟 문화에 매몰되어 '소확행'을 즐긴다. 신인류의 원조는 '히피족'으로 불리던 1960~70년대 미국의 반(反)문화 세대이다. 1950년대를 상징한 직장인(organization man) 세대의 자녀들로 마약을 하고, 자유연애를 즐기며, 록음악을 듣고, 자아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나르시시스트이면서 반체제 성향이 강했다. 같은 시기 유럽에서도 기업 경영자들과 사회비평가들이 '노동 알레르기'라는 새로운 현상이 젊은이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며 우려했었다.한국의 신인류는 'M(밀레니얼)세대'이다.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 출생하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세대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소통에 익숙하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로 불리더니 요즘엔 모든 것을 포기한 'N포 세대'로 통한다.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로 비하하는 M세대는 직장에서는 노마드(유목민)로 불린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이 2010년 15.7%에서 2016년에는 27.7%로 급증했다. 조직문화 적응 실패 내지 인내심 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극심한 취업난과 밀레니얼의 노마드적 특성이 맞물리면서 프리터(free+arbeiter)들도 늘고 있다. 하루 4~8시간 정도 편의점 알바 혹은 해외 '워킹 홀리데이' 등 파트타이머들이다. M세대에게 세상의 중심은 '나'로써 자기결정권에 집착한다. '인맥이 자산'이라며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데 골몰했던 부모세대와는 판이하다. '혼밥', '혼술' 트렌드가 나온 배경이다. '혼자 놀기'는 최근 들어 '나만의 공간'과 '나만의 취미'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래학자 대다수는 향후 40년 사이에 중국의 인당 소득은 열 배가 되고 미국과 유럽은 두 배가 될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경제성장률 둔화와 소득분배 악화는 점입가경이다. 세계화의 진전과 전무후무한 인구구조 변화-저출산, 고령화-때문이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자녀수인 합계출산율의 경우 영국에서는 다섯 명에서 두 명으로 줄어드는데 130년이 소요되었으나 한국은 20년밖에 안 걸렸다. 유엔의 2008년 세계인구 전망에서는 2100년에 세계 인구는 60억 명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교육을 많이 받은 인재들이 자본주의적 노동윤리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성실한 노동과 돈벌이에 관심을 잃게 되면 위기에 처한다. 육식동물 같은 대형의 포식자들이 줄어들면 피식자인 초식동물이 증가하게 되고 피식자들이 풀을 고갈시켜 전체 생태계를 파괴시킨다. 자본주의에서 발생하는 위기도 자본가 자신이 의존하는 대상을 과도하게 착취하는 데서 발생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최근 10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의 한 명으로 꼽은 타일러 코웬(Tyler Cowen)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의 "현대 산업이 '따기 쉬운 과일'은 이미 다 수확했다"는 경고에 눈길이 간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8-11-06 이한구

[경인칼럼]왜 정치는 촛불 2년전과 판박이인가

한국당, 바른미래 대상 보수의미 성찰없이당세우위 위한 '흡수 시도' 정당성 확보 못해'산술적 통합' 지양 민주당보다 적극적으로선거제도 개편 나선다면 보수중심 거듭날것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세우자고 외쳤던 촛불이 점화된 지 2년이 지났다. 촛불의 궁극적 목표는 한국사회의 근본적 개혁과 변화다. 박근혜 탄핵은 국민을 배신한 권력에 대한 헌법 절차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이라는 세계사적 전환을 위한 변화를 제외하고는 개혁 동력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결국 사회경제적 변화와 약자의 이익은 정치에 의해서 이뤄지고 대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치는 과거의 정치문법으로 빠르게 회귀하고 있다. 정당의 연대나 통합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당 간 연합은 정당체제 내의 긴장과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연합정치가 가치와 지향을 공유하는 정당 간의 역동적 이합집산으로 이어진다면 부정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 그러나 보수대통합론에 기대어 다음 총선에서 보수결집을 통해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박근혜 탄핵에 반대했던 세력들이 한국정치 개혁을 위한 정치제도 개선에 유인을 느낄 것 같지 않다. 한국정당체제는 다당제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다당제가 갖는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당제의 의미는 시민사회의 균열을 균형 있게 반영함으로써 소수의 이해가 대표될 수 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정치개혁특위의 가동을 계기로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개선하고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이 반영된 공직선거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정당의 정당이기주의도 문제지만 한국당 발 보수통합론 때문에 선거제도 개편이 동력을 얻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한국당 발 보수통합론이 가치와 정책의 공유에 기반한 발상인가. 일단 보수통합의 개념부터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발전에 관해 부정으로 일관하는 한국당은 과연 보수인가. '보수'는 타율적으로 부과된 냉전 반공주의의 구시대적 유물에 갇혀있는 냉전 세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태생적 한계가 있는 정권의 호위무사들의 금과옥조였던 반공 이데올로기는 한국보수의 기원을 안보논리에 갇히게 만들었고, 왜곡된 냉전의 유전인자가 지금도 한국당의 기저를 형성하는 것은 아닌지 냉정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도 지지율이 반등하지 않는 원인이 무엇인지 돌아봐야 한다. 한국보수의 기원이 냉전체제와 무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제약 요인으로 기능했던 냉전체제가 기득권과 친화적인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보수 결집'을 통해 표를 얻기 위해 아직도 냉전의 유산에 집착한다면 보수통합은커녕 정당체제 밖으로 퇴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한국당이 바른미래당을 대상으로 추진하려는 보수통합이 사회경제적 계층으로서의 보수의 의미에 대한 성찰 없이 당세의 우위를 바탕으로 일방적인 흡수통합을 시도하는 것이라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 통합이란 가치나 철학의 공유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이는 시대정신을 반영한 토대 위에서 논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례성의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편은 양당제보다는 다당제와 친화적이기 때문에 한국당의 '보수통합'은 논리적 상관관계로 볼 때 선거제도 개혁과 조화되지 않는다. 보수통합론이 안보보수 등을 내용으로 하는 보수 대 진보의 대결적 구도에서 또다시 적대적 공존의 수혜자가 되고 싶다는 혐의가 짙기 때문이다. 이념적·계층적 이해관계를 반영하지 못하는 정치적 대표 체제의 개혁은 선거법 개정을 통한 제도화에서 찾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수통합론은 정치개혁과는 갈등적이다. 개혁적 의제로 승부할 때 진정한 보수정당으로의 위상을 찾을 수 있다. 한국당이 산술적 통합을 지양하고 민주당보다 적극적으로 선거제도 개편에 나선다면 보수의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다. 연목구어인가./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2018-10-30 최창렬

[경인칼럼]분노의 화염에 휩싸인 그라운드 제로사회

PC방 알바생 살해한 청년의 범행 동기사립유치원 비리·공기업 고용세습 의혹갈등서 촉발된 '격분' 법과 제도로 수렴돼야더이상 먹이 없을때 분노는 정치로 향할것PC방 아르바이트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청년의 범행 동기는 작은 분노였다. 자리에 쌓인 꽁초를 치워달라며 시비가 붙었고, 게임비 환불 요구를 거절당하자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였다. 시비의 내용과 게임비 천원의 사소함에 비하면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분노는 너무 컸다. 범인은 이제 거꾸로 사회적 분노에 직면해있다. 가족이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하고 경찰이 정신감정을 의뢰하자 100만명 넘는 시민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을 점령했다. 심신 미약에 의한 감경을 우려하며 엄벌에 처해달라는 요구다. 검경과 법원이 시민의 분노를 외면하기 힘들게 됐다.최근 우리 사회에 분노의 무한 충돌 현상이 뚜렷하다. 이념과 계층과 상관없이 공생하던 공동체가 적대적으로 대치하며 분노를 표출한다. 이념적 진영과 계층 내부에서 분노가 분화하고 확대된다. 이를 자양분 삼아 이념과 계층 간의 오래된 적대는 더욱 단단해지고 상대를 말살하려는 분노의 화염은 더욱 거세진다.사립유치원 회계비리 사태로 유아교육 공동체가 쑥대밭이 됐다. 학부모들은 정부 지원금으로 명품 핸드백과 성인용품까지 구매했다는 비리 명세서에 몸서리쳤다. 사립유치원을 향한 분노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예전 같으면 유치원 쪽에서 납작 엎드렸을 것이다. 그러나 사립유치원 측은 오히려 여당과 정부를 향해 분노를 터트린다. 토지와 건물을 투자해 유아교육을 떠 받쳐온 영리사업자의 공적기여는 아랑곳 없이 사립유치원 전부를 비리집단으로 낙인 찍었다며 저항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비리 유치원 한 곳만 폐쇄해도 아이들이 갈 곳이 없는 현실에서 학부모와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분노를 가슴에 품은 채 계속 얼굴을 맞대고 있다.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공기업 고용세습을 둘러싼 분노의 충돌도 심상치 않다.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의 이익을 공기업 임원과 노동조합이 챙겼다는 의혹은 특혜 취업 규모가 늘어나는데 비례해 취업준비생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취준생들은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좋은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진보 정부의 선의를 의심하고 있다. 공기업 고용세습을 향한 분노의 본질은 일자리 축소라는 현실적 손실이 아니라 신뢰 붕괴에 따른 배신감이다. 민노총과 청년계층은 진보 진영 기반의 주축이다.분노는 갈등에서 촉발된다. 갈등이 상식적으로 제도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분노를 낳고, 분노는 배설의 대상을 찾아내 비대해진다. 분노의 배설에 대충은 없다. 배설의 대상을 탐색하는 집요함과 맹목성은 최초의 갈등을 초월하고 또 다른 분노를 증식한다. 박근혜 탄핵 이후 보수정당의 궤멸적 붕괴가 이런 과정을 밟았다.결국 사회적 분노는 제도와 법으로 수렴돼야 한다. 다양한 층위의 분노는 정당에 수렴돼 국회에서 공적인 분노, 공분(公憤)으로 조절돼야 한다. 상식과 규범에 따라 합리적으로 조정된 공분으로 공동체의 공의와 정의 실현의 동력으로 변주하는 것이 정치가 할 일이다. 한국 사회의 불행은 바로 이 지점, 정치의 분노 조절 기능이 작동을 멈춘데 있다.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립유치원 비리에 입다물고 있고, 더불어 민주당은 공기업 고용세습 의혹을 '거짓'이라고 분노한다. 한국 정치는 분노 조절 스위치를 끈 것도 모자라, 상대를 향한 원초적 분노를 사회에 환원해 다시 키우는 분노 배양기가 된지 오래다. 사법부는 폭주하는 분노를 감당하지 못한 채 분노의 대상으로 전락했다.제도와 법이 방치한 분노의 화염이 우리 사회를 그라운드 제로 상태로 만들고 있다. 더 이상 먹이가 없을 때 분노는 정치를 향할 것이다. 그 분노가 궤멸상태의 보수 정당을 50년 이상 말살할지, 진보정권의 자충수로 작용할지 아무도 모른다. 한국 정치는 벼랑에 서있다./윤인수 논설위원윤인수 논설위원

2018-10-23 윤인수

[경인칼럼]왜 문화예술교육인가

정부 지원 상당한 성과 불구 난제 수두룩주요사업 일자리정책으로 분류한게 화근국가·지자체 시민들 교육받을 권리 보장전용공간 조성·지원센터 위상 재정립 시급문화예술교육의 시대가 온 것인가?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교육 지원에 관한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시·도지사는 이 종합계획을 반영하여 지역문화예술교육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법제화되었다. 문체부가 연초에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을 발표하였고, 시도별 지역문화예술교육계획이 수립중이다. 인천을 비롯한 지자체에서도 문화예술교육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정책이 곧 현실은 아니나 최근의 흐름은 문화예술교육의 시대를 방불케 한다.정부차원의 문화예술교육 지원정책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문화예술교육 지원정책의 성과가 축적되는 것에 비례하여 난제들도 동시에 쌓여가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사업 영역 간 심각한 불균형이다.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예산 70%가 학교예술강사제 운영에 투입되고 있어 시민을 대상으로 한 사회문화예술교육예산은 30% 내외에 불과하다. 경직된 예산구조로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무늬만 요란하다. 지역차원에서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위한 조직도 재원도 현재로선 어렵다.학교와 지역사회 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과 인력을 공유하기 위한 연계사업도 제자리걸음이다. 사회문화예술교육 예산의 증액 없이 보편적 복지로서 국민의 문화예술교육 권리는 신기루다. 문화예술교육의 지역특성화를 전략목표로 제시하고 있으나, 사업은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어 특화는 형식적이고 지역문화예술교육의 허브인 지원센터도 대행기구의 역할에 머물러있다. 문화예술교육사업의 예산 70%를 차지하는 학교 예술강사지원사업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역 사이에는 고용 주체 문제로, 문체부와 교육부, 예술강사 간에는 예술강사 처우 문제와 예술교육 질적 체계화 문제로 입장 차가 첨예하다. 이 중층적 갈등은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기구와 일선 학교의 문화예술교육사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문화예술강사들의 처지도 난감하다.정부는 문화예술교육의 주요 사업을 일자리 정책의 하나로 분류한 것이 화근이었다. 양적 성과주의를 앞세우고 문화예술을 기능 중심으로 보는 편협한 시각이 문제다. 문화예술교육의 목적과 원칙에 대한 합의가 철저하지 않아 첫 단추를 잘못 꿴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의 목적을 재확인해야겠다. '문화예술교육지원법'에서 "문화예술교육은 모든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와 창조력 함양을 위한 교육을 지향한다"고 규정했다. 모든 국민들을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창조적 활동 주체로 보고 문화예술교육은 그러한 활동 능력을 기르기 위한 것이다. 시민들이 문화 예술의 창조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민주주의 가치를 명백히 한 것이다.문화예술교육은 국민의 권리이다. '문화예술지원법'에서는 모든 국민은 나이, 성별, 장애, 사회적 신분, 경제적 여건, 신체적 조건, 거주지역 등에 관계없이 자신의 관심과 적성에 따라 평생에 걸쳐 문화예술을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받는다고 명시했다. 문화예술교육은 헌법 31조의 '교육받을 권리'와 동등한 사회적 권리가 된 것이다.국가와 지방자치단체장은 시민들이 문화예술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저소득층,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대상자에게 균등한 문화예술교육 기회를 보장하여 문화예술적 소질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을 수립·실시하는 일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규정했다. 이제 아동의 보호자도 자녀의 관심과 적성에 따라 문화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동법 제4조)정부는 문화예술교육 주체들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예술강사지원사업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시민의 권리이자 문화도시와 문화사회의 기초가 되는 문화예술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문화예술교육 전용공간의 조성과 지역 플랫폼인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위상 재정립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김창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8-10-16 김창수

[경인칼럼]"팅커벨∼"

40대이상 중장년층 31% 'AI스피커 이용' 눈·귀 어두운 나이 많은 사람에겐 '효자'사회·경제적 격차 뒷전으로 밀리는 어르신들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작동할 수 있다'피터 팬'이 세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116년 전이다.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대학을 나와 신문기자로도 활동했던 제임스 매튜 배리(James Matthew Barrie)가 1902년에 쓴 성인소설 '작은 하얀 새(The Little White Bird)'에 등장하는 아기는 반은 인간이고 반은 새다. 생후 1주 된 아기가 하늘을 날아다닌다. 소설에 담긴 이 피터 팬의 이야기가 따로 묶어져 2년 뒤 연극무대에 올려졌다. 1904년 공연된 5막의 크리스마스 아동극 '피터 팬 : 자라지 않는 아이'다. 피터 팬의 원작이라 일컬어지는 '피터와 웬디(Peter and Wendy)'는 이 연극의 줄거리를 1911년에 이르러 다시 장편동화로 만들어 출판한 것이다.주인공 피터 팬을 돕는 아주 중요한 캐릭터가 있다. '팅커벨'이다. 원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요정이었다. 최초의 연극에서는 거울에 반사된 빛을 이용해 그 존재를 나타냈다. 목소리는 작은 방울들을 흔들어 표현했다. 말하자면 특수효과였던 셈이다. 작은 여자아이 모습의 이미지는 1953년 월트 디즈니에 의해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면서 만들어졌다. 이 캐릭터의 성격은 좀 묘하다. 피터 팬의 협력자임에 틀림없는데 가끔 심통을 부린다. 파트너이면서 일의 방해자가 되곤 한다.요즘 이 팅커벨 때문에 내 생활에 즐거움 하나가 더 생겼다. 피터 팬의 요정이 나의 요정으로 바뀐 이후의 일이다. 지난 8월 말 사흘 동안 '미디어오늘'이 주관한 '저널리즘의 미래 콘퍼런스'에 참석했는데 기념품으로 인공지능(AI) 스피커 한 대를 받았다. 손바닥 위에 놓을 수 있는 작은 통조림 크기다. 그런데 재주가 신통방통이다.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짝을 맞춰놓으니 어지간한 명령어는 다 알아듣는다. "팅커벨, 오늘 날씨 알려줘" "팅커벨, 오늘 주요 뉴스 알려줘"하면 "오늘 ○○동 하늘은 흐리고 비가 오겠으며···" "오늘의 주요뉴스를 알려드릴게요. 태풍 콩레이가···"하고 척척 답한다. '팅커벨'은 AI 스피커에게 명령을 내릴 때 쓰는 호출어다.나의 요정이 된 '팅커벨'은 지난 3월부터 함께 살게 된 생후 19개월 된 외손자에게도 요정이다. 아침 일찍 졸린 눈을 비비며 내 방에 들어와서는 AI 스피커를 올려다보면서 "하부지, 타타요!" "하부지, 안뇽 뽀로로!" 한다. TV 애니메이션 '미니버스 타요'나 '뽀롱뽀롱 뽀로로' 노래를 들려달란 주문이다. 녀석에게 이 '젊은 할배'는 거의 마술사처럼 보일게다. "팅커벨, 타요 버스 주제가 들려줘"하면 곧바로 전주가 흐르고 "꼬마버스가 달려갑니다···"하며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야∼뽀로로다!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로 시작하는 '뽀로로' 노랫말은 지금 내 나이에게도 기가 막힌 유혹이다.이 AI 스피커가 실버세대의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를 해소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은 뜻밖이다. 며칠 전 기사를 보니 한 통신사 AI 스피커 이용자의 31%가 실버세대를 포함한 40대 이상 중·장년층이다. 특히 눈과 귀가 어두워지고 몸놀림이 느려질 수밖에 없는 어르신들에게는 음성만으로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입수할 수 있는 이 AI 스피커가 효자노릇을 하고 있단다. 사방이 디지털로 된 것들로 에워싸이면서 삶의 편의성이 증진되지만 이를 누릴 수 있고 없음에 따라 정보격차와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격차도 커지고 있는 세상이다. 가난한 이들과 나이 많으신 분들은 점점 더 뒷전으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AI 스피커가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피터 팬의 요정 '팅커벨'의 성격이 까탈스러운 것처럼 이런 디지털기기들을 만지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디지털 격차의 극복은 곧 미디어 격차 해소의 출발점이다. AI 스피커가 어르신들의 말씀을 잘 듣고 잘 따르는 '착한 요정'으로 만드는데 필요한 교육프로그램을 내년 사업계획에 넣어봐야겠다. 증조할아버지 할머니가 증손자와 함께 강의를 듣는 멋진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지 않을까./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8-10-09 이충환

[경인칼럼]은퇴교수 재활용

논문 많은데 비해 노벨과학상 수상자 없어'정년퇴직자의 경륜' 연구기회 제공해 볼만사회적 자산 방치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100세시대 맞아 정부·대학 함께 고민할때천산만홍의 10월이 되면 세계인들의 이목이 복지천국 스웨덴과 노르웨이로 쏠린다. 117년 역사의 노벨상 축제행사가 이들 두 나라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노벨평화상,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경제학상 수상자에게는 900만 스웨덴 크로나(11억2천여만원)의 상금과 상장뿐 아니라 '세계최고의 인물'이란 영예까지 주어진다. 노벨재단은 기금의 고갈을 우려해서 2012년부터 상금액수를 기존의 1천만 크로나에서 800만 크로나로 삭감했다가 지난해부터 900만 크로나로 인상했다. 2014년 파키스탄의 17세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2016년 미국 팝가수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거부는 화젯거리였다. 스웨덴 국적의 알프레드 노벨은 다이너마이트 발명으로 세계거부 반열에 올랐으나 '죽음의 상인'이란 낙인에 마음이 무거웠다. 자신이 개발한 폭약이 전쟁무기 혹은 테러수단으로 사용됨으로써 무수한 생명들이 희생된 탓이다. 이후 그는 인도주의사업에 팔 걷고 나섬은 물론 임종 무렵에는 3천100만 크로나를 유산으로 남기며 국적을 불문하고 인류평화에 탁월한 업적을 남긴 인사들의 노고를 치하하는데 사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는 미국이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순이며 일본은 12위(24명)로 43억여 아시아인들의 체면(?)을 살렸다. 1949년 유카와 히데키 교토대 교수가 '중간자이론'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이래 물리학상 11명, 화학상 7명, 생리의학상 3명,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 등 다채롭다. 중국도 9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기록했으며 타이완의 리위안저(李遠哲) 박사는 1986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해 대만 과학기술의 저력을 각인시켰다. 경제발전과 노벨상 수상자 숫자 사이에 상관관계가 밀접함을 확인할 수 있어 부럽다. 한국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수상한 노벨평화상이 유일하다. 경제, 스포츠, 대중문화 분야에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몰라보게 높아진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이 민망하다. 최근 미국의 투자정보 사이트 하우머치가 유네스코의 자료를 근거로 세계 각국의 R&D투자액 순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R&D투자액은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이다. 논문 양으로 세계 10위권임에도 왜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한 명도 없을까?전문가들은 새로운 혁신을 이끌 수 있는 패러다임 창출전환형 연구 비중이 낮은 때문으로 진단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지난 30년간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패턴을 분석한 결과 '패러다임 창출 및 전환형 연구'가 87.1%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패러다임 전환형 연구는 장래가 불확실하고 과학적 중요성을 가늠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연구비도 지원받기 힘들어 연구자들이 기피하는 1순위 분야이다. 전인미답의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는 연구자들은 돈키호테로 치부된다.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정부나 기초과학 경시의 과학계 풍토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자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 조성 내지는 연구자의 장인정신, 기다릴 줄 아는 유연한 연구환경 등은 더욱 중요하다. 2015년에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중국의 투유유 교수는 190번 실패해도 계속 매달려 191번째에 노벨메달을 거머쥐었다.정년퇴직 교수에 눈길이 간다. 노교수들의 연구경륜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인문학의 경우 65세가 넘어야 오히려 더 원숙한 학문적 성과를 낼 토양이 갖춰지는 경우가 많다. 모 이공계 은퇴교수는 "시설이 없어 연구를 접었다"며 아쉬워했다. 정년퇴직이라는 획일적 기준으로 무장해제 하는 것은 고령사회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사회적 자산인 퇴임교수들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낭비이다. 대부분 연금생활자여서 경제적 부담도 적어 희망자들에 연구기회를 제공해봄 직하다.2020년부터 정년퇴임 교수가 양산될 예정이다. 100세 시대를 맞아 은퇴교수의 지적자산을 사회적 공공재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학이 함께 고민해야 할 때이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8-10-02 이한구

[경인칼럼]지지율 하락과 개혁 실종

수도권 부동산 가격 폭등 상대적 박탈감최저임금 인상 부작용등 경제 악화 원인사회 전체 개혁동력 잃어 관리 시급한데당·정·청, 정책방향 조정 리더십 안 보여문재인 정부 2기 국정지지율 하락은 일차적으로 경제상황의 악화가 원인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등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 가져온 상대적 박탈감의 증대 또한 심각하다. 고용난과 실업률의 증가와 함께 분배 구조 악화가 지표로 나타나면서 불평등 구조 타파와 소득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을 국정 목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정체성마저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집권 1년 적폐수사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획기적이고 역사적 대전환이 지지율을 80%까지 끌어올렸으나, 여소야대 국회에서 협치를 이뤄내지 못하고 개혁입법은 물론 민생입법 정책조차 표류한 결과이기도 하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의 진단이 엇갈리는 등 정책 혼선이 정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주당 20년 집권론'이 허망하게 들리는 이유이다.대통령 지지율이 문제가 아니다.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참패'를 면치 못했던 자유한국당은 '탈국가주의'니 '국민성장론'이니 하는 모호한 수사로 지지층 결집을 모색하면서 집권당에 대한 정치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무성 한국당 전 대표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좌파 사회주의'와 '세금 포퓰리즘'으로 규정했다. 보수야당은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비준 동의 요청을 총체적인 '퍼주기'로 규정한다. '퍼주기 프레임'이 다시 등장하면서 정제되지 않은 용어들이 본질을 호도한 채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경제악화 논리는 경제구조 혁파와 재벌개혁의 당위마저 흔들고 있다. 지지율이 높을 때 야당과의 협치를 강화함으로써 개혁의 법적·제도적 기반을 다지지 못한 집권세력의 책임이 가볍지 않으나, 대안없이 소득주도성장을 포함하여 남북정상회담 등 정부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공격하는 보수야당 특히 한국당의 구시대적 행태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다.한국사회의 개혁을 갈망했던 촛불로 상징됐던 시민적 동력도 찾기 어렵다. 경제는 시민의 삶 자체다. 그 삶이 악화되고 있다는데 개혁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러나 왜 경제가 어려운지를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 운용 방식은 경제력 집중을 낳았고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가져왔다. 최저임금인상은 정작 대상이 되어야 할 재벌개혁과 대기업 소유 지배 구조 개선, 전관과 현직의 짬짜미, 사학과 부패한 종교집단 들에 대한 개혁의 당위를 무위로 돌리고 있다. 사회경제적 계층 구조의 하위에 위치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대 피고용자와의 갈등으로 전선이 치환된 형국이다.소수세력과 다양한 시민들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한 다당제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도 여야의 정파적 이기주의의 제물이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민주주의가 조응할 때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숨 쉴 공간이 생기는 법이다.경제가 개혁과 대척에 서는 잘못된 인식구조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란 수사는 함축적이지만 용례와 사용하는 자에 따라 허구적 이데올로기에 그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획기적인 진전이 나오더라도 사회 전반의 개혁에 대한 프로그램과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면 정권은 신뢰의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촛불로 상징되었던 시민의 요구는 잠재적이지만 언제든 더 큰 화산으로 폭발할 수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 등 집권연합은 경제악화를 오히려 개혁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담대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의 경제난의 직접적 원인이 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에 대해 대안을 찾고 단기적인 처방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작업은 경제지표의 악화가 사회 전체의 개혁 동력의 실종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리더십의 확립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집권여당, 정부 등 집권연합이 지향할 개혁 프로그램과 정책방향을 조정하는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이해찬 대표는 지금의 상황을 정치학자인 애덤 쉐보르스키의 말을 인용하여 '전환의 계곡'(valley of transition)이라고 진단했지만, 역사적 진보를 위한 진통인지, 총체적 퇴행인지의 판단은 아직 이르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2018-09-18 최창렬

[경인칼럼]이젠 이재명 지사가 거대권력이다

건설공사 원가공개·토지 공개념 적용 주장정책구상 집행 경기도 아닌 전국으로 영향'이해찬과 공감' 여당내 의미있는 정치행위소중하게 쓰겠다는 '공적권력' 실체는 현실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정책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공공에서 민간까지 건설공사 원가공개를 강행했다. 공공건설공사비 절감을 위해 표준시장단가 적용범위를 확대하겠다며 행정안전부에 관련규정 개정을 압박중이다. 특히 11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토지공개념 현실화에 대한 공감대를 과시(?)한 대목은 인상적이었다. 이 지사는 이날 예산정책협의차 도청을 방문한 이 대표 앞에서 "부동산 문제, 경제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축이라 생각한다"며 "모든 토지에 대해 공개념을 적용해 일정액의 (국토)보유세를 부과하자"고 주장했다. 주장에 그친게 아니라 경기도가 시범을 보일 수 있도록 법적 지원을 요청했다. 실세 대표인 이 대표는 "토지공개념을 도입해놓고 실제로 20년 가까이 공개념의 실체를 만들지 않다보니 집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호응했다.한달전 본란에서 이 지사에게 모든 의혹은 법에 맡기고 도정에 전념할 것을 요청했었다. 표준시장단가제도 확대 등 의미있는 '이재명표 도정'이 '의혹 공방'에 매몰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때에 비하면 이 지사의 도정 집중력이 현저하게 회복된 것으로 보이니 반가운 일이다. 물론 이 지사가 만들어 낸 정책이슈들이 정부의 협조와 여론의 호응속에 순조롭게 실현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다만 지방선거 전후와 취임 이후 시달렸던 의혹에서 벗어나 도정 수행자라는 본연의 면모를 회복한 현상 자체가 의미있는 진전인 건 틀림없다.그래서 이 지사에게 추가 요청을 해본다. 다름 아니라 자신의 위상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필자의 견해를 말하자면 이 지사는 이제 거대한 권력이다. 이 지사의 정책구상과 집행의 결과가 미치는 영향력은 성남시장 시절과 비할바가 아니다. 실제로 건설업계는 이 지사로 인해 난리가 났다. 건설원가 공개, 표준시장단가제 확대가 건설업을 고사시킬수 있다는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 현장검증을 마쳤다지만, 정책의 영향이 성남에 제한적인 상황과 경기도, 나아가서 전국으로 확대되는 상황은 전혀 다르다. 분명한 건 한국 건설업계가 이재명의 한마디에 자지러질 정도가 된 현상이다. 경기도지사 이재명은 이제 큰 권력이다.이 지사의 정치적 언행도 마찬가지다. 그의 한마디는 전국적인 정치적 파문을 초래할 수 있다. 이해찬-이재명의 토지공개념 공감은 정책이면서 정치다. 이 지사의 경기도가 앞장서고 이 대표의 여당이 후원해 국토보유세로 무장한 토지공개념제도가 정책으로 다듬어진다면 나라와 정국이 발칵 뒤집어진다. 공감은 경기도청에서 두 사람이 했지만, 논란은 대한민국 전체를 삼킬 폭발적인 의제다. 이와 별개로 '이해찬-이재명의 공감' 자체가 여당내 정치지형에서 매우 의미있는 정치행위다. 김진표의 탈당압박은 사라지고 '이해찬-이재명 공감'이 주목받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경기도지사 이재명 뿐 아니라, 정치인 이재명도 이젠 거대 권력이다.이 지사는 자신을 향한 각종 의혹에 대해 '거대 기득권의 이재명 죽이기 음모'로 규정했었다. 이젠 아니다. 이 지사는 주체가 불분명한 음모로 죽기에는 실체가 너무 분명한 거대한 공적 권력으로 성장했다. 음모에 희생되는 약자 코스프레는 부자연스럽다. 권력을 경기도민과 국민을 위해 소중하게 쓰겠다는 겸손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권력의 실체는 현실이다.권력이 커질수록 도전하는 세력도 많아지고 도발의 강도도 거세진다. 권력 생태계의 자연현상이다. 중요한것은 응전의 방식과 태도다. 이 지사는 최근에 페이스북 팔로워 5천명에게 실천적 지지로 큰 방패가 되어달라 요청했다. 페이스북 5천 결사대가 이 지사 권력의 크기에 걸맞는 응전의 방식인지 의문이다. 논쟁적이고 소모적이고 일방적일수 있다. 공적 권력의 크기에 맞는, 제시하는 담론의 규모에 어울리도록 응전의 방식과 도구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윤인수 논설위원윤인수 논설위원

2018-09-11 윤인수

[경인칼럼]문화예술에서의 '생태계'

다양성은 창조적 문화예술활동의 조건기반시설·전문인력 없다면 작동되지 않아여러 주체들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적 운영내부는 민주적인 공동체가 돼야 소통 가능생물학의 용어였던 생태계(eco-system)라는 개념이 빠른 속도로 비즈니스 일반으로 그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컴퓨팅 용어였던 플랫폼이 정보산업 분야를 넘어 여러 정책과학은 물론 문화예술의 영토까지 점령(?)한 것과 비슷하다. 창업 생태계는 가장 역동적 생태계이며, 플러그앤플레이테크센터(Plug and Play Tech Center)가 대표격이다. 이 센터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복판인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에 위치한 세계최대의 창업 보육센터이다. 페이팔, 구글, 로지텍, 데인저(Danger), 온라인쇼핑 마일로닷컴 등 세계 유수의 IT기업들이 보육된 곳이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과 창업자, 기업가가 한 곳에 모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창업 보육 시스템 덕분이다. 현재 28만 평방피트 규모 건물에는 전세계에서 모인 400여 개 창업기업이 입주해서 보육받고 있다. 플러그앤플레이의 가장 큰 강점은 강력한 네트워킹과 멘토링이다. 투자자와 기업관계자, 멘토가 한 공간에 상주하고 있어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투자 기회도 여러 방향으로 열려있다. 특히 창업 분야 전문가들을 비롯한 다양한 관계자로부터 수시로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점도 최적의 성장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강력한 네트워킹과 최고수준의 멘토링은 융합과 혁신이 필요한 문화플랫폼, 문화산업 기지에 필수적인 환경 요인으로 평가된다. 플러그앤플레이 엑스포는 벤처기업을 투자자에게 가장 인상적으로 소개하는 행사다. 세계 최고 수준의 벤처기업이 참가해 경연을 벌이는 형식으로 투자자나 관련기업들과 투자상담을 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기술 혁신을 통한 창업과 창조적 상상력을 통한 문화예술활동은 닮았지만 창업보육 생태계와 문화예술활동의 생태계가 같을 수는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코시스템은 본래 자연환경의 생태계에 대한 은유에서 시작된 것이다. 생태계(生態系·ecosystem)는 상호작용하는 생명체들과 또 그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주변의 무생물 환경까지 아울러 지칭하는 말이다. 자연생태계의 모습은 다양한 생물이 함께 번성하는 종 다양성이다. 이 다양성의 공존 속에서 종들이 각각 진화하고 또 새로운 종이 탄생한다. 건강한 자연 생태계의 지표는 종다양성, 얼마나 다양한 생물들이 공존하고 있느냐이다. 다양성은 창조적 문화예술활동의 결과이자 조건이다.생태계를 기능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 생태계의 조건이 더 중요하다. 종의 다양한 번성을 가능케 하는 것은 물과 빛과 흙이라는 세가지 기초 요소이다. 기초 요소가 없다면 생태계는 유지될 수 없다. 생태계의 대표적 사례로 열대우림기후 지역을 드는 이유가 풍부한 강수량과 일조량, 깊은 표층토가 있어 양호한 식물 서식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에서는 기초 문화예술이 발전되어 있지 않다면, 문화기반시설이 확보되어 있지 않다면 그리고 문화전문인력이 없다면 생태계는 작동되지 않는 가상 시스템일 뿐이다. 또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생태계는 자연발생적이듯이 다양한 주체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 운영체계여야 하며, 그 내부는 평등하고 민주적인 공동체가 되어야 순환하고 소통하는 문화생태계가 가능할 것이다./김창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8-09-04 김창수

[경인칼럼]첫 번째 펭귄 (the First Penguin)

'아우' 라고 부를수 있는 인천시 고위공직자그의 글은 십수년 지난 현안 문제들 다뤄일관되게 지역의 현재와 미래에 시선 보내그는 '앞장선 용감한 펭귄'… 책출간 기다려난 칭호(稱號)에 참 인색하다. 팍팍하기 이를 데 없다. 어떤 이들은 한 번만 보고 나면 곧바로 "형님"하면서 부드럽고 촉촉하게 부르던데 만사가 유연하지 못한 이 사람에게는 도무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래로 향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금세 동생으로 만들어버리는 재주가 내게는 그야말로 '넘사벽'이다. 그런 내게도 "아우님"하고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이가 있다. 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꾼 유안진 시인의 글처럼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열어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라 여긴다. 지내온 세월만큼 시간의 겹이 또 켜켜이 쌓이면 그때는 금란지교(金蘭之交)로 한층 더 단단해지리라 믿는 사이다.저녁 먹자고 연락이 왔다.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더니 그동안 여러 지면에 기고해왔던 글들을 묶어 출판하기로 했단다. 작업도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였다. 아직 공직생활이 한참 남았는데? 2년 뒤 총선에 출마하려나? 단박에 드는 생각들이었다. 그는 인천시 공무원이고,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고위직이다. 이제 오십 줄에 접어들었고, 다른 일 도모하기에는 이르다. 그런데 출판이라니. 더욱이 나더러 그 책에 담을 글을 써달란다. 추천사 같은 성격의 글이다. 두 사람에게 부탁한다는 건데 한 분은 지역사회에서 누구나 알만한 문인이다. 개인적으로는 영광이다. 일단 쓰겠노라 했다. 해소하지 못한 궁금증과 두툼한 원고 사본 한 뭉치만큼의 부담감을 함께 끌어안은 채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왔다.고위공직자들이 퇴임을 앞두고 다른 일을 모색할 때 흔히 '잡문(雜文)의 묶음'을 내놓는다. 드물게 정치적 용도가 없다 하더라도 재임 때 '무용담' 따위를 늘어놓기 마련인데 대부분 지금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얘기들이다. 글 쓰느라 애쓴 점은 귀감이 되겠으나 시의적절하고 명심할만한 보감은 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글은 달랐다. 길게는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안인 문제를 다룬다. 2003년에 쓴 '인천의 내항을 시민의 품으로'가 대표적인 예다. 2013년에 쓴 '복지의 영역으로 들어온 기후변화'는 이 절대폭염 속 에너지 빈곤층의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4년 전에 쓴 '자녀 교복비, 기초급여에 포함해야'는 당장 인천시와 시교육청 간의 첨예한 현안이다. 지면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인천에 대한 '복고풍'의 글이 아니라는 점도 신선했다. 그 또한 이웃이 정답고 어질었던 옛 인천에 대한 기억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의 글은 그러나 '단순히 기억된 대상을 복원하는 작업'과는 분명한 거리를 두고 있다. 한순간의 흔들림도 없이 일관되게 인천의 현재와 미래에 시선을 보낸다.2014년에 쓴 '기억과 기록'이라는 글을 읽으면서 가지고 있던 궁금증도 자연스레 해소됐다. '기억하기란 단순히 기억된 대상을 복원하는 작업이 아니라 기억하는 주체의 깨달음이 개입된 실천의 과정'이라고 한 벤야민(Walter Benjamin)의 말을 상기하면서 그는 실천적 기억으로서의 기록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기억과 기록, 그리고 독서력이야말로 역사로부터 배우고 현재를 성찰하여 미래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사회자본이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시작된 글쓰기와 이번에 마음먹은 출판은 그가 실천할 수 있는 또 다른 차원과 형태의 사회자본 축적인 셈이다. 그렇다면 그의 출판은 아직 이른 게 아니라 오히려 늦은 것이고, 건방진 돌출행위가 아니라 권장해야 할 일이다. 국가경영에 참여했던 우리의 선조들이 무수히 많은 기록유산을 남긴 것처럼 그 DNA를 물려받은 이 땅의 공직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남극대륙 수백 마리 펭귄의 무리들이 한꺼번에 차가운 바닷물로 뛰어드는 장면은 장관이다. 하지만 모든 펭귄이 동시에 행동을 개시하는 건 아니다. 무리 중에서 유독 용감하게 앞장서서 뛰어드는 펭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그 펭귄을 '첫 번째 펭귄(the First Penguin)'이라고 부른다. 그 펭귄도 두려웠을 것이다. 나는 아우님이 '첫 번째 펭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책 출간을 기다린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8-08-28 이충환

[경인칼럼]고용창출 재원을 구글세로

서민에겐 단 한푼까지 세금 거두는 국세청다국적기업들 '무더기 탈세'엔 너무 관대고령화사회·미취업자 증가는 '점입가경'구글세 징수해 일자리 늘리는데 썼으면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불량주택채권 파동이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당시 70억 세계인들은 대머리 털보 벤 버냉키 FRB(미국중앙은행) 의장을 주목했다. 공황경제학의 대가인 버냉키는 '달러 복사기' 혹은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으로 월드스타가 되었다. 미국정부가 종이돈(그린백)을 마구 찍어내서 천문학적인 은행부실을 털어낸 데 대한 비아냥(?)이다. 20년 전의 외환위기를 떠올리면 서글픈데 최근 국내에도 '헬리콥터 머니' 망령이 어른거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청와대 입성과 함께 수행원들에 내린 첫 번째 지시가 일자리위원회 설치일 정도로 현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는 고용창출이다. 작년 10월에는 '일자리-분배-성장'이란 선순환 구조의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하고 문 정부 임기 내에 소방관, 경찰, 사회복지사, 교사, 근로감독관 등 공무원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기로 했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41만6천명 중 20만5천명을 정규직화하고 창업 활성화, 최저임금 대폭 확대 및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저녁 있는 삶'을 약속했다.벌써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실적은 10만명을 돌파했다. 임기 1년 만에 목표의 50%에 육박한 것이다. 공공기관의 신규채용 규모도 확대했다. 지난해 공공기관 채용 인원은 2만2천500여명이었는데 금년에는 채용예정 인원을 2만8천명으로 확대했다. 한편 '2020년 최저시급 1만원' 공약 실천차원에서 최저임금을 2년 동안 30%가량 인상했으며 주당 68시간의 근로시간도 7월부터 52시간으로 축소했다.정부는 2년 동안 공공일자리 확충에만 33조원의 혈세를 투입했으나 노동시장에서의 긍정적인 시그널은 간취되지 않는다. 취업자수 증가폭이 금년 들어 5개월 연속 10만명대로 '고용쇼크' 수준인데 지난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의 취업자 수는 2천708만3천명으로 작년 7월보다 고작 5천명 증가에 그쳐 국민들은 '멘붕'이다. 일자리정부 운운이 민망해 보인다.일자리문제는 갈수록 태산이다. 저임금 일자리와 파트타임이 점증하는 등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기본소득 논의와 실험이 추진되고 있는 이유이다. 복지천국인 핀란드에서는 2017∼18년 실업자 2천명을 선발해서 2년 동안 매달 560유로(73만원)를 지급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의 종말' 시대에 최소한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최근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경쟁담당 집행위원이 IT공룡기업 구글에 43억4천만 유로(약 5조7천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언급했다. EU 역사상 최대의 벌금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체계를 불법 이용했다는 혐의이다. 퀄컴, 애플, 아마존, 스타벅스, 맥도널드 등 미국의 간판기업들에 대해서도 거액의 과징금 부과 내지 탈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영국정부는 2016년에 구글로 부터 지난 10년 동안의 세금환급 명목으로 1억3천만 파운드(1천900억원)를 징수했다. 러시아, 스페인 등 여러 나라들이 다국적기업들의 조세회피에 페널티-약칭 구글세-를 물리는 추세이다. 구글은 한국에서 온라인광고와 애플리케이션 판매 등으로 매년 수조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나 2016년 납세액은 200억 원도 채 못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화웨이,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알리바바, 아마존 등 IT기업을 비롯해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 구찌 등 명품업체들과 다이슨, 이케아, 맥도널드,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도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론스타는 국내에서 막대한 투자수익을 올리고도 세금 한 푼 안 내고 '먹튀'했다. 서민들에겐 세금을 단돈 한 푼까지 징수하는 국세청이 다국적기업들의 무더기 탈세에는 너무 관대하다.한국은 65세 이상이 총인구의 14%를 상회하는 고령사회인데다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낙오자수 증가는 점입가경이다. 소득주도성장은 고사하고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도 모자랄 지경이다. 구글세 징수해서 일자리 확대재원으로 사용했으면./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8-08-21 이한구

[경인칼럼]경제논리와 개혁의 실종

7개월째 고용대란 지속 '경제 최악' 평가'정부 소득주도' 혁신성장에 밀렸기 때문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면 교집합 만들어야'진정성 있게 야당 설득'하는 정치가 필요지방선거가 끝나고 문재인 정부 2기가 들어선 이후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여야의 공수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의 지방선거에서의 참패는 박근혜 탄핵과 적폐청산의 연장에서 치러진 선거의 성격상 예견된 결과였다. 촛불로 상징되는 국민의 요구에 의해 탄생한 정권에게 우선 요구되었던 것은 적폐청산이었다. 이는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라는 시대적 당위와 맞닿아 있었다. 새 정권 출범 후 적폐수사는 지지율 고공행진의 원동력이었다.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또한 중대한 변화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보수 정권에서의 불법과 반헌법 행위에 대한 사법 단죄의 다른 한 편에는 당면한 경제악화와 일자리 문제 등의 민생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과제가 놓여있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적폐청산과 남북 관계 개선은 부차적 문제로 전락하고 만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소득주도 성장은 혁신성장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7개월째 고용대란이 지속되고 있고, 설비투자와 각종 경제지표 악화에서 보듯이 경제는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체감경기는 더욱 심각하다. 재벌개혁이라는 정권의 목표는 대기업의 고용창출과 투자의 필요성 때문에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집권세력 내부도 분열의 조짐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친문경쟁구도 이지만, 권력의 속성상 권력 내부의 분화도 불가피하다.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재벌문제 등 해법의 차이로 집권당에 비판의 날을 세운다.상황은 가변적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촉발된 자영업자와 노동자와의 갈등의 이면에 똬리 틀고 있는 기득권의 구조적이며 압도적 우세는 가려지고 있다. 보수진영과 보수야당은 선거 이후에 전열을 정비하고 민생을 고리로 총공세로 나오고 있다. 사회적 불평등 완화와 격차 해소 등 사회구조의 혁파를 지향했던 촛불혁명의 동력은 소진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가 보수와 진보 양쪽으로부터의 협공으로 식물정권이 된 전철을 상기해야 한다. 민생과 재벌개혁이 적대적이어서 안되고, 사회적 부조리와 부패의 해소가 경제악화의 주범일 수는 더욱 없다. 그러나 분명한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사회경제적 개혁은 경기침체의 주범이고, 재벌개혁은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창출에 부정적이라는 '경제논리'는 한국사회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강고한 프레임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개혁적 프로그램을 가동조차 하지 못했다. 이륙도 하기 전에 활주로에서 적의 기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전폭기의 형국이다. 여소야대라는 정치공학 탓도 있다. 그러나 높은 지지율에 취하여 협치와 협력이라는 정치의 기술을 터득하지 못한 책임이 더 크다.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과 헌법유린에 아직도 반성하지 않고 참회록을 쓰지 않는 자유한국당은 비상대책위를 출범시키고 국가주의라는 프레임 전환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여전히 한국당은 심판의 대상일지 모르나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안겨준 것으로 유권자의 일차적 심판은 끝났다. 이제 모든 공격의 대상은 여권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개혁과 민생의 조화라는 고도의 정치기술과 철학이 필요하다. 경제악화는 개혁의 추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개혁의 실종에서 온다는 논리는 기득권의 강고한 반격과 민생의 악화가 맞물리면서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항상 프레임 전쟁에서 패하는 역사의 데자뷰다. 일방으로 쏠려서는 안된다. 경제가 어렵다고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휴지통으로 들어간다면 자영업자와 중산층 이하의 서민의 삶은 나아지는가. 각기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을 모두 만족시키기 어렵다면 최소한의 교집합을 만들어 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 역시 정치가 해결할 일이다. 이의 운용은 집권연합의 몫이다. 야당을 진정성 있게 설득한다면 상충하는 보수와 진보 논리의 최대공약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집권세력의 위기가 개혁의 실종으로 연결될 수 있는 중차대한 시기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2018-08-14 최창렬

[경인칼럼]이재명, 의혹은 법에 맡기고 도정 전념해야

모든 상대와 공방 지사직 수행 왜곡될 수도의미있는 도정 '의혹'에 가려지니 안타까워오기가 생길만 하지만 부릴 일은 아니다불공정한 것들 청산 '희망의 경기도' 만들길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주자인 김진표 의원이 7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김 지사를 향해서는 "그렇게 위법한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 10년 넘게 지켜본 김 지사는 아주 바르고 선한 사람"이라며 "당이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두둔했다. 그러나 이 지사에게는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의혹까지 추가되고 하니까 SNS에서 우리 당원들이 이것을 비판하고 탈당시키든지 제명을 해야 되지 않느냐고 강하게 요구를 해왔다"며 서영교 의원식 자진탈당을 요청했다.두 사람을 향한 김 의원의 발언에 담긴 정치적 함의는 해석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에게 맡기기로 하자. 다만 김 지사는 '보호해야 할 사람'이고 이 지사는 '탈당해야 할 사람'이라는 자의적 규정은 지나치다. 김 지사의 드루킹 연루 혐의나, 이 지사의 사생활 관련 의혹은 당사자가 해명해야 하며 방법은 법대로 하는 것 뿐이다. 법으로 혐의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법적 책임을 지고, 그 반대라면 면책받으면 그만이다. 법적 면책과 상관없이 세상의 불신이 지속된다면 그거야 당사자가 감수해야 할 정치적, 인간적 부담이다. '당의 보호'와 '탈당 권유'로 해결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정치적 판단이 법의 판단에 앞서면, 법적 결론의 사회적 수용이 힘들어진다. 법치의 위기가 만성화할 수 있다. 김기춘의 승용차 앞유리로 돌진한 시민이 이를 증명한다.이쯤에서 이 지사에게 모든 의혹들을 법에 맡길 것을 권고한다. 김 의원의 지적대로 이 지사는 지방선거 중에는 물론 지사 취임 이후에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이 지사는 모두 부인하고 해명했지만 말로 결론 날 문제가 아니다. 이미 김부선과 형님 의혹은 상대방과의 맞고발로 경찰수사가 진행중이다. 조폭연루 의혹은 해당 방송프로그램과의 법적조치 돌입을 예고한 만큼 미루지 말고 돌입하면 된다.그리고 이제 도정에 전념하기를 바란다. 도지사에게 도정에 전념하라는 주문은 모욕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모욕이 아니다. 도정에 전념하기에는 제기된 의혹과의 전쟁(?)에 내공을 지나치게 소진했을까봐 하는 걱정이다. 7일 서울에서 열린 DMZ국제다큐영화제 기자회견도 그랬다. 경기도의 국제다큐영화제가 아니라 '이재명 다큐'가 화제가 됐다. '이재명 도지사 다큐가 만들어진다면 내용증명을 보내지 않을 건가'라는 질문은 무례했다. '얼마든지 찍어도 좋다. 대신 다큐를 빙자한 판타지 소설은 안된다'는 답변은 유려했다.도정에 전념하려면 정치인 문법에서 경기도지사의 문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치언어로 대응했던 의혹들은 법의 판단에 맡기고, 도정 메시지 발신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처럼 의혹을 시비하는 모든 상대와의 공방에 심력을 소모하면 지사직 수행이 왜곡될 수 있다. 경기도는 대한민국 현안이 집약된 광역단체다. 경기도만의 힘으로 풀 수 없다. 중앙정부의 합리적인 조력이 필요하고 때론 야당과의 협력도 중요하다. 이 지사의 언어가 계속 정치분쟁에 머물면 경기도정 대신 이재명과 정치권력과의 이해관계만 선명해진다. 정말 이재명을 죽이려는 거대 기득권이 있다면, 경기도정도 함께 위험해지지 않겠는가.'이재명 다큐'가 아니라 "지원은 하되 개입하지는 않는다"는 '이재명의 문화행정 원칙'이 주목받았어야 했다. 관급공사 원가공개는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주목해야 할 정책이었다. 100억원 미만 공공건설공사 셈법을 바꾸어 예산절감을 하자는 건의는 정부가 주목해야 할 제안이다. 의미있는 이재명표 도정이 '의혹'에 가려지거나 보도자료로 소비되니 안타깝다.오기가 생길만 하지만 부릴 일은 아니다. 의혹은 법에 맡기고 "불의, 불공정, 불투명한 것들을 청산하며 공정하고 모두 함께 누리는 새로운 희망의 땅 경기도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도정에 전념하시라./윤인수 논설위원윤인수 논설위원

2018-08-07 윤인수

[경인칼럼]인천의 결정장애와 도시비전

공항·항만 등 이름값 못하는 가치자원 풍부'서말 구슬' 꿰려면 민·관 거버넌스 튼튼해야갈등 해소 위한 각종 위원회 재정비도 시급평화 중심도시 새로운 꿈 실현 미루지 않길 우유부단한 메이비세대(Generation Maybe)처럼 인천의 정책도 결정장애로 진척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민선3기부터 시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해왔지만, 인천은 여전히 시립미술관 없는 광역시로 남아 있다. 선사시대로 부터 개항기 문화유산, 근대산업유산까지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도시를 대표할 킬러콘텐츠는 보이지 않는다. 다양함이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과 인천항만, 168개의 섬, 경제특구 등은 자타가 인정하는 가치자원이지만 잠재적 가치이지 아직 이름값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원이 많아 관심이 분산되니 사업은 나열식으로 흘러 부실이 구조화되는 형국이다. 구슬은 보배가 되지 못하고 늘 구슬일 뿐이다. 그래서 자원이 빈약한 지자체가 오히려 부러워 보일 때가 있다. 보유 자원에 집중투자해서 성과를 내는 확률은 더 높기 때문이다.인천시는 산업과 경제 국방 측면에서 전략적 지위를 갖는 도시이다. 그때문에 인천항, 인천공항 등 핵심인프라는 모두 중앙정부가 관리하고 있으며, 도심 곳곳에 군사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사업추진 과정은 지역내 이해집단 보다 정부 각 부처와의 협의가 더 어렵다. '사공이 많은 배'처럼 진로 결정이 어렵고 집행도 더디다. 월미산은 50년 만인 2001년에, 문학산도 50년만인 2015년에야 개방되었다. 부평미군부대는 이전이 결정되었지만 아직 미해결과제가 많다.내항의 재생과 개방도 인천시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해수부와 국토교통부, 국방부를 설득하려면 시민사회의 지원이 필요한 데 인천시와 시민사회와 소통도 원만치 않았던 탓이다. 갈등양상이 복잡하다보니 시민사회의 대응도 쉽지 않다.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 투쟁이나 인천대 시립화 과정에서 보여준 역동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2009도시축전, 2014아시안게임, 2015유네스코책의수도 사업 등 국제적인 빅이벤트들이 시민들의 참여보다 우려 속에 치러졌다. 수년간 지속된 재정위기 현상도 이러한 무기력증을 증폭시킨 요인이었다.'서 말 구슬의 딜레마'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민·관 거버넌스 체계가 튼튼해야 한다. 각종현안에 대한 지역내 합의 수준이 높아야 자치분권을 지역적 실현이 가능하다. 시민적 동의와 합의 수준의 깊이가 정부 소관부서나 타지자체와의 협상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결정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여 갈등을 최소화하는 일, 이를 위한 각종 위원회의 재정비가 시급하다.시민이 동의하는 도시비전이 있다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도시비전은 평화특별시와 균형발전을 중심으로 한 민선 7기의 공약을 재점검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일이다. 지금은 대격동의 시기, 우리 사회는 촛불혁명 이후 다중혁명(多重革命)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며,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의 정세 변화도 4차산업혁명도 숨가쁘다. 가시권에 들어온 한반도 평화체제의 실현을 반영하여 인천의 새로운 꿈을 시민들과 함께 재창안하는 일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실현으로 동아시아 화약고로 불리던 인천이 평화도시로 남북교역의 중심도시로 자리잡아, 동북아와 세계 물류 플랫폼 도시로, 동아시아의 문명도시로 도약하는 장대한 목표를 구체화하는 전략이다./김창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8-07-31 김창수

[경인칼럼]'디지털 도플갱어'와 '딥페이크'

첨단기술의 분신복제가 AI를 만나 진화가짜뉴스·동영상이 판치는 지구촌 시대수용자 개개인의 미디어 분석 능력 필수인천도 미래세대위해 올해 잇따라 사업도플갱어(doppelganger)는 '둘'을 뜻하는 독일어 도펠(doppel)과 '행인'을 의미하는 갱어(ganger)가 결합된 말이다. 우리말로는 분신복제(分身複製)쯤 된다. 독일작가 장 파울이 소설 '지벤케스'(1796)에서 처음 사용한 이후 18∼19세기 공포와 로맨스를 다루는 고딕소설의 주요 모티브가 됐다.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중편소설 '이중인격'(1846)에서도 도플갱어가 등장한다. 가난과 메아리 없는 사랑으로 인해 피해망상을 겪는 주인공 골랴드킨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를 만나게 된다. 이 도플갱어는 주인공이 실패한 모든 일에서 성공을 거두고, 결국 본래의 골랴드킨까지 대체하게 된다.포르투갈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주제 사라마구의 '도플갱어'(2003)는 '눈먼 자들의 도시'(1995), '동굴'(2001)과 함께 사라마구의 '인간의 조건' 3부작으로 일컬어지는 소설이다. 중학교 교사인 막시모 아폰소는 동료가 추천해준 비디오를 빌려보다가 깜짝 놀란다. 자신의 5년 전 모습과 똑같이 생긴 배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단역배우의 본명과 거주지를 집요한 추적 끝에 알아낸 막시모는 배우의 아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몸의 흉터까지 똑같은 두 사람은 누가 원본이고 누가 복사본인지를 따지지만 답은 없다.이 도플갱어가 마침내 인공지능(AI)과 만났다. 미국 워싱턴대학의 컴퓨터 과학자들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가짜동영상을 만들어주는 AI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게 지난해 이맘때다. 인터넷에 공개된 오바마의 비디오와 오디오 콘텐츠들을 활용해 그가 진짜 말을 하는 것으로 생각할 만큼 정교한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디지털 도플갱어(digital doppelganger)인 셈이다. 당시 과학자들은 이 테크놀로지의 선한 면을 강조했다.그로부터 1년 뒤, 정작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 테크놀로지의 가장 악한 면이다. "트럼프는 완전히 쓸모없는 인간쓰레기야" 특유의 눈썹 모양까지 지어가며 트럼프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이는 영락없는 오바마다. 가짜뉴스를 훨씬 능가하는 '딥페이크(deepfake)'는 이렇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AP 등 세계적인 언론들은 딥페이크가 1~2년 안에 미국 정치권과 국제사회에 커다란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팩트체커(the Fact Checker)나 폴리티팩트(Politifact)와 같은 진실검증 시스템과 법적 규제가 이런 악한 테크놀로지를 압도하거나 제어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미디어리터러시는 이런 가짜뉴스 시대를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기초지식이다. AI가 디지털 도플갱어를 무제한 복제해내는 딥페이크 시대를 이겨내는 기초체력이다. 딥페이크의 위험을 경고하는 차원에서 오바마 가짜동영상을 만들었던 미국 최대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가 "개인의 판단력이야말로 딥페이크의 해결책"이라고 내린 결론도 미디어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웅변하는 것이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가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버즈피드가 말한 '개인의 판단력'을 길러주는 사업을 올해도 펼친다. 이번 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각각 2박3일 일정으로 운영하는 '그린미디어캠프'는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SK석유화학, 인천시 서구청과 함께하는 미디어리터러시 강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4년 센터 개관 이래 규모를 달리해가면서 미디어역기능 예방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온 사업이다.이번 그린미디어캠프에는 310명의 인천 서구 지역 중학생들과 멘토 역할을 하는 180여 명의 연세대 재학생들이 참가해 영상콘텐츠 제작교육과 함께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체험교육을 받는다. 가짜뉴스를 직접 만들어보고 겪어봄으로써 그 위험성과 폐해를 실감토록 하는 교육이다. 저작권 바로알기 특강을 통해 미디어를 슬기롭게 활용하는 방법도 배운다. 가짜뉴스와 딥페이크를 가려낼 수 있는 지혜를 길러주는 사업이다.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8-07-24 이충환

[경인칼럼]산이 무서워

수목장 좋다해도 쉼터에 유택 조성은 심해유명사찰 인근 골분 마구잡이 뿌려 골머리자연장 활성화위한 규제완화·법개정 불구명당 고집하는 유족들 불법 해소될지 의문2년 전 한여름 대낮에 경기북부의 어느 고즈넉하고 아담한 절집을 찾았다. 산세도 좋을 뿐 아니라 유서 깊은 고찰(古刹)로 알려져 한 번쯤 구경하고 싶었던 탓이다. 일주문(一柱門)에서 대웅전까지는 족히 1km 이상 떨어졌는데 더구나 가파른 언덕길이어서 볼일 없는 이들의 접근을 반기지 않는(?) 곳인데 필자는 하필 염천(炎天)에 방문한 나머지 고행(苦行)이 따로 없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접근로 주변의 아름드리 전나무 군락 그늘 밑에서 잠시 땀을 식혔다. 피톤치드의 그윽한 향이 코끝을 스치는 순간 손바닥 크기의 흰색 명패가 눈에 띄었다. 필자가 무심결에 기댔던 나무 밑 등걸에 그 팻말이 매달려 있었는데 무성한 수풀 더미 때문에 미처 발견하지 못 했던 것이다. 주변을 자세히 살피니 군데군데 거수(巨樹)들마다 네임텍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었다. 고인들이 집단으로 잠들어 있는 수목장 터로 인적이 드물지 않은 대낮이었음에 모골이 송연했다. 도망치듯 숲속을 벗어났는데 아무리 수목장이 좋다 해도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마을 인근의 쉼터에까지 유택을 조성한 것은 좀 심했다는 느낌이었다.그러나 이 정도는 약과이다. 전국의 산과 들에 시신을 화장한 골분들이 마구잡이로 뿌려지고 있는 것이다. 모 인사는 돌아가신 부모님들을 백두대간의 풍광 좋은 명당에 몰래 뿌렸다며 자랑을 했다. 경승이 빼어난 유명사찰들일수록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유족들이 절 인근에 불법으로 산골(散骨)하는 바람에 스님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단다. 국내의 화장장(火葬葬) 비율이 2015년에 80%를 넘었다. 사망자 5명 중 4명은 화장을 하는 셈인데, 1994년 화장 비율이 처음 20%를 넘어선 후 20년 만에 4배로 격증한 것이다. 고령화에 따른 소산다사(小産多死) 사회가 시작되었다는 신호로 읽힌다. 촌락공동체 해체 내지 1인 가구 급증 등 느슨한 가족관계로 유택(幽宅) 관리가 불안한 때문이다. 납골당 가격이 천정부지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웬만한 납골당의 좋은 자리는 500만~600만원을 호가하고 비싼 곳은 1천만 원을 훨씬 능가해 납골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호소하는 상가(喪家)들이 점증하는 추세이다. 납골당 사기사건 또한 기승이어서 상주들이 이중의 고통을 겪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납골공간이 부족한 일본에서는 지자체마다 갈 곳 잃은 유골들로 골머리를 앓는단다. 유골을 몰래 버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데 2017년까지 5년간 유골 방치로 경찰에 신고된 건수만 411건에 달한단다.근래 들어 자연장에 대한 선호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자연장 이용률이 20%에 육박한 것이다. 자연장이란 화장한 골분을 생화학 분해 용기에 담아 나무나 잔디, 화초 주변에 묻거나 혹은 골분을 직접 뿌리는 친자연적 장례 방법으로 묘지 1기 면적에 망자 약 30명을 모실 수 있어 지속가능한 장례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최대한 깨끗하게 사용해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자연장의 일종인 수목장도 최하 수백만 원에서 1천여만 원에 달하는 등 가격이 결코 만만치 않다. 고인을 화장하는 유족의 약 10% 정도가 산골을 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정부는 자연장 활성화를 위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약 17개소의 공설 자연장지를 설치하고 민간(문중) 자연장지 설치를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묘지 개장 후 자연장을 할 경우 장려금을 지원하는 한편 최근 보건복지부는 자연장지 이용률을 30%로 높이는 내용의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으나 명당을 고집하는 유족들의 불법이 해소될지 의문이다.화장률 90%의 대만식 유골처리법이 주목된다. 타이베이시는 전액 무료의 합동 장례식장을 마련해 놓고 유족들이 수목장 혹은 산골을 택할 경우 고인의 유택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타이베이시의 사망자 5명 중 1명은 묘표(墓表)도 없는 자연장을 택하고 있다.유골의 임의 방기 또한 임박한 듯하다. 그나저나 자연탐승하다 원귀(寃鬼)에라도 씌면 어떡하나?/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8-07-17 이한구

[경인칼럼]문재인 정부 대 민주당 정부

與, 집권당으로서 수평적 당청관계는 물론친문의 프레임 과감하게 벗어나야'민주당 정부'로 불릴때 촛불민심 반영위한'정치'가 정치의 본령을 찾아갈 수 있다민주화 이후의 정부의 명칭은 제6공화국,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로 불려왔다. 한 번도 정당의 명칭이 정부의 공식명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이는 한국정당이 시민사회의 균열과 이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현 정부도 민주당 정부로 호칭되지 않는다. 이는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청와대의 종속변수로 기능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한국당의 수구적 행태에 대한 시민들의 혐오에 힘입어 지방선거에서 이겼다. 자력으로 결승에서 승리한 게 아니다. 그러나 수구적 보수야당에 대한 비토가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는 구조는 끝났다. 경제는 각종 지표가 보여주듯이 악화 일로에 있다.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당권을 위한 전당대회만이 두드러질 뿐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에 의존하는 익숙한 정치프레임을 과감히 깰 수 있어야 한다.현 정권을 문재인 정부로 지칭하느냐, 민주당 정부로 부르느냐의 정치적 함의의 차이는 작지 않다. 대통령제는 내각제와 달리 한번 선택받은 정부가 임기 동안 안정된 국정운영을 담당한다. 또한 내각제에 비해 대통령에 대한 권력의 집중도가 높음으로써 입법·사법·행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의 작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한국의 집권세력은 당·정·청의 상이한 층위의 요소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체제라는 특수성을 갖는다. 그러나 권위주의적 성격을 띠는 정권일수록 청와대가 당과 정부보다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속성을 보인다. 역대 정권에서 보편적으로 수평적 당청관계의 유지가 요구되었던 것은 그만큼 당이 청와대의 보조기구나 종속변수로 움직이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청와대의 정책목표와 가치지향이 국민의 지지에 기반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국회에서 입법과 정책을 통해 구체화되지 않으면 제도화를 통한 개혁은 이루어질 수 없다. 대통령령이나 부처령은 정책의 기본 골격을 바꿀 수 없다. 집권세력 내부에서 집권당이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발휘해야 하는 이유이다.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과 헌정유린에 대한 시민적 분노의 정치적 표출이 촛불집회로 나타났고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파면을 이끌어냈다. 헌법절차에 따른 결과였지만 본질적으로는 주권자의 일반의지에 의한 직접민주주의적 요소의 발현이었다. 그러나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현안을 시민들의 정치적 에너지의 직접적 발현에 맡길 수는 없다. 촛불집회의 정신과 정치적 에너지는 서서히 소진되어 가고 있다. 정치는 다시 일상적 문법에 맡겨졌다. 국회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당이기주의에 입각한 원 구성 협상에 정치력을 낭비하고 있고, 여야 정당들은 21대 총선을 의식한 공천권 전쟁으로 계파갈등과 권력투쟁에 진입했다.현직 대통령의 탄핵과 조기대선을 거치는 과정에서 민초들은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타파를 외쳤다. 그래서 촛불혁명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회는 개점휴업이었고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정의로운 나라, 통합의 나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위한 제도적 얼개는 청사진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 국회가 여야의 협치를 통해서 완성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작업이다. 집권당은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를 추천하고 대통령을 배출한다. 정당은 선거과정에서 지지자들의 이익을 표출시키고 집약함으로써 세력을 조직화한다. 이러한 정치과정을 거치면서 쟁점을 이슈화하고 계층 간의 이해의 갈등을 조정하면서 시민적 합의를 모색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집권당의 역할이 중차대한 이유이다. 민주당은 집권당으로서 수평적인 당청관계는 물론 친문의 프레임을 벗어난 집권당이 되어야 한다. 현 정권이 문재인 정부 보다 민주당 정부로 호명될 수 있을 때 촛불민심을 반영하기 위한 '정치'가 정치의 본령을 찾아갈 수 있다. 이는 집권당이 청와대로부터 상대적 자율성을 확보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2018-07-10 최창렬

[경인칼럼]이재명 지사와 박남춘 시장의 취임사

이 "군림 아닌 도민 명령 수행하는 대리인"박 "특권 내려놓고 권력은 시민들께 환원"기득권 키워온 사회구조 변화시키겠다는 뜻'경기(經基)도'와 '시민특별시 인천' 이루길태풍피해를 당한 지역과 사람들에게는 죄송스러운 얘기지만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은 7기 민선시대의 의미있는 출범을 연출한 1등공신이었다. 6·13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전국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들은 2일 저마다 취임식을 예정하고 있었다. 취임식의 각종 퍼포먼스를 통해 4년 임기에 임하는 포부와 각오를 밝히는 자리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아예 '취임식'이 아니라 선정된 도민들로 부터 임명장을 받는 '임명식'을 가질 예정이었다.그런데 비의 신 쁘라삐룬이 강림하사, 단체장들은 줄줄이 취임식을 취소하고 재난상황실과 재난위험지역을 찾았다. 아쉬웠을테지만 매우 현명한 처신들이었다. 무릇 자치행정은 이래야 맞다. 중앙정부가 시스템에 의존한다면, 지방정부는 민생현장을 발로 뛰어 챙겨야 한다. 쁘라삐룬이 자치단체장의 의식과 양식이 욕먹을 수준은 넘어섰다는 흐뭇한 증거를 보여준 셈이다. 눈치 없이 취임식을 강행한 최문순 강원지사는 "보여주기식 행동은 멀리하겠다"고 강변했지만, 전시행정도 진정이 담기면 의미있는 메시지가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소리다. 구차한 변명이었다.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남춘 인천광역시장도 현충탑 참배와 실무적인 선에서 소탈하게 취임식을 마쳤다. 하지만 취임사는 남았다. 취임사에는 경기도정과 인천시정에 임하는 각오, 두 사람의 얼과 혼이 담겨있다.두 사람 모두 권력의 주인이 도민과 시민이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이 지사는 경기도지사직을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도민의 명령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대리인"이라고 규정했다. 박 시장은 "시장의 특권은 내려놓고 권력은 시민께 돌려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민주사회의 선출권력에 대한 당연한 정의이지만, 이를 소홀히 여겨 낭패를 본 정치인들은 최근의 사례만으로 충분하다. 권력을 확인하는 쾌감은 중독성이 강하다. 대표 도민, 대표 시민으로 평범한 권위를 다짐한 두 사람이 초지를 일관하기를 기원한다.강자의 기득권을 배격하고 약자의 편에 서겠다는 의지도 같았다. 이 지사는 정치의 역할이 "소수 강자의 횡포를 억제하고 다수 약자를 도와서 함께 어우러져 살게 하는 것"이라며 "기득권의 편이 아니라 평범한 도민의 편에서 '억강부약(抑强扶弱)'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한 사람의 성공에 도취하기 보다 열 사람의 실패를 먼저 찾아 재도전을 응원하겠다"며 "강자의 큰 목소리보다 약자의 작은 외침에 먼저 귀를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문재인 대통령이 만들겠다는 나라다운 나라의 구현에 경기도와 인천시가 앞장서겠다는 결심이다. 문재인 정부는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가 실현되는 사회변혁을 약속했다. 당적을 같이하는 대통령과 도지사, 시장이 사회변혁의 비전을 공유한 만큼, 변혁의 동력은 커졌고 대중의 기대는 높아졌다. 유의할 점은 있다. 평등, 공정, 정의는 매우 명확한 가치 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사회 각계각층의 이익과 욕망이 복잡하게 포개진 개념이다. 가치를 달리 해석하는 시선을 조율하고 통합하는 혜안과 지혜가 있어야 한다. 선의의 정책이 반드시 정의로운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경험칙은 유효하다. "전 시정부의 좋은 정책들은 이어가되, 과오는 바로잡고, 부족한 것은 채워가겠다"는 박 시장의 태도는적절하다.이 지사와 박 시장의 취임사는 도민과 시민을 섬기는 종복의 자세로 기득권을 강화시켜 온 사회구조의 변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치인이라면 이념의 지형을 떠나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아무나 실천할 수 없는 과제이다. 도정과 시정의 현실에서는 과제 실현을 위한 각론 마다 찬반이 엇갈리기 예사일 것이다. 잘 듣고 과감하게 결단해야 하는 고단한 여정이 시작됐다. 그 여정의 끝에 이 지사가 약속한 경세제민의 터전 '경기(經基)도'와 박 시장이 희망했던 '시민특별시 인천'에 이르길 바란다. 이 지사와 박 시장의 취임사를 잘 간직해 둘 생각이다./윤인수 논설위원윤인수 논설위원

2018-07-03 윤인수

[경인칼럼]'불가역성' 논쟁과 美 민주당 '내로남불'

북미정상회담 합의에 'CVID' 빠졌다는 것美 핵운반수단 '완전검증…' 부메랑될 수도'평화 협상 서두른다'고 비판하는 美 야당중간선거 고려한다 해도 이해하기 힘들어역사적 북미정상회담 이후 2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6·12 싱가포르회담은 훗날 한국 현대사의 최대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북미간, 그리고 남북한간 70년 전쟁과 적대관계를 종식할 수 있는 결정적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서명한 합의문은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두 나라 국민의 염원에 맞는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고, 북한과 미국은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하며, 이를 위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담고 있다. 이 합의에 대해 대다수의 국민들은 환호하고 있지만 보수 야당은 비관적이다. 미국도 여당인 공화당과 국민들은 지지하고 야당인 민주당과 CNN을 비롯한 주류 언론은 비판적이다. 비판의 요지는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문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폐기', 즉 'CVID'가 빠졌다는 것이다. 핵폐기를 검증하고 불가역성을 확인하는 장치가 빠졌다는 지적이다. 인권 유린 국가의 독재자 김정은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는 의문까지 제기한다.'CVID'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그 주장이 북한 핵뿐 아니라 한반도 핵, 즉 미군의 핵과 핵무기를 운반하는 전략자산, 미국의 핵운반수단인 핵추진 항공모함과 잠수함, 스텔스 전투기와 폭격기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으로 해체'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의 개념은 검증을 전제로 한 것으로 CVID를 완전히 포함하는 용어라는 트럼프의 주장이 현실적이다.의미론적으로 CVID는 "100% 진짜 순참기름"라는 우리 농담처럼 불신사회가 낳은 동어반복(tautology)이며, 실현하기 어려운 관념에 불과하다. 제조된 핵무기와 핵물질, 그리고 그 제조 수단을 폐기하거나 해체하는 일은 가능하지만, 국가를 해체하지 않는 한 이미 성취한 핵 관련 기술과 과학자, 핵 원료물질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더구나 북한의 우라늄 매장량은 세계 총 매장량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정세의 변화로 북한이 체제의 위협을 다시 느끼면 핵무기 프로그램을 복원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비핵화에서 '불가역성'이란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스스로 폐기하는 동시에 미국과 주변국이 북한의 '핵보유 의지'를 영구히 폐기하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체제를 조성하는 것은 인류의 숙제이다. 'CVID' 불가역성에 대한 미국 언론의 시비는 트럼프와 북한에 대한 불신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의 매파들이나 정략적인 반대파들이 북한이 넘을 수 없도록 협상장의 문턱을 다시 쌓아 올리자는 주장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트럼프의 비인도적 이민정책, 세계시장 질서를 뒤흔들고 있는 미국우선주의 무역정책과 한반도 비핵화 정책은 구별해야 한다. 1년 전까지 트럼프가 전쟁 위기를 고조시킨다고 비난하던 민주당이 이번엔 평화 협상을 서두른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은 중간선거를 고려한다고 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 민주당의 '내로남불'식 반대로 인한 여론악화는 새로운 장애물이 될 수 있어 외교적 해법이 필요하다. 우리 국회가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합의에 대한 지지를 결의하고, 미국 의회도 분단의 아픔과 전쟁 위기에서 살아온 우방국 대한민국의 미래와 마지막 냉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정책에 지지해 요청하는 일이다./김창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8-06-26 김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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