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수 칼럼

 

[윤인수 칼럼]문재인 정권, 국민 삶 속에 스며들라

코로나로 일자리 줄고 자영업자 무너지고…내가 죽겠는데 적폐청산·검찰개혁 무슨 소용국민, 자신 삶 외면한 정치과잉 선거로 심판文정부 '위기시대' 자성하고 실수 반복 안돼지난해 4월 이 칼럼 제목은 '절대 권력, 작은 일에 쓰면 안 된다'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180석의 배타적 입법권력을 차지한 직후였다.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역사는 이를 증명하는 기출문제집"이라며 "당·청이 배타적 권력을 감당할 수 있는 민주적 역량을 발휘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여권의 장자방 양정철은 "무섭고 두렵다"고 했다. 이해찬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세웠다. 5월 칼럼 제목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대통령 권력'이었다. 집권 4년차에 돌입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를 넘었다. 행정, 사법, 입법권력 독점에 전례없는 임기 말 지지율. "대통령에게 행운일까" 물었다.1년 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위기에 봉착했다. 집권세력 내부에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참패가 위기의 시작일 뿐이라는 자성이 터져 나온다. "그때 '당헌·당규'를 안 바꾸고 그냥 '무공천' 했다면 어땠을까?" 한 언론이 "민주당 내부에서 최근 회자되는 질문"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자당 소속 당원의 성범죄로 인한 보궐선거엔 후보공천을 금지하는 당헌이 있었다. 도덕성을 버리고 당헌을 개정해 후보를 공천했지만 선거를 잃었다.대통령과 민주당에겐 뼈 아픈 가정법 질문이 적지 않다. '그때 정권이 조국과 인연을 끊었다면 어땠을까?' 조국을 윤석열에게 맡겨 놓았다면, 대통령의 '마음의 빚'은 남았겠지만 정권이 내로남불 오명을 뒤집어쓰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정권의 정의와 공정 지수는 높아지고, 윤석열은 대통령에 대한 '마음의 빚'을 자진사퇴로 갚았을 수도 있다. 임기를 마치더라도 정권을 향한 비수(?)가 되는 일은 없었을테다. '그때 180석이 아니라 과반인 150석가량만 얻었으면 어땠을까?' 지리멸렬한 야당이 반성도 없이 획득한 견제의석으로 사사건건 정권에 반대하다가 국정 실패의 책임을 공유했을지 모른다. 역사와 정치에서 가정법은 무의미하지만, 같은 실수를 막을 자성의 계기일 수는 있다.독립운동가 후손인 김원웅 광복회장이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다른 독립운동가 후손에게 멱살을 잡혔다. 문재인 정권 내내 기승을 부렸던 기형적인 정치 과잉 현상이 빚어낸 결정적 파국이다.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 우리 역사의 발원을 되새기며 우리가 하나임을 잊지 않는 신성한 제의가 폭력으로 얼룩졌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의 기원이다. 정치가 대한민국 발생 원점까지 오염시켰다.정치가 삶과 분리됐었다. 국민의 삶은 구체적 현실이다.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월급과 장사 이문을 모아 집도 살 수 있어야 하며, 퇴직하면 남은 재산으로 연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코로나19가 무너뜨렸다. 일자리는 줄고 자영업자는 무너졌다. 정책의 빈틈을 타고 잉여자본이 몰리자 집값이 미치고 청년들은 한꺼번에 벼락거지로 내몰렸다. 수입 없는 노령자들은 종부세와 재산세 노이로제로 우울하다. 내가 죽겠는데 적폐청산이나 검찰개혁이 무슨 소용인가. 더구나 청산과 개혁은 주체의 위선과 결과의 반전으로 퇴색했다. 보수의 적폐를 청산하면서 진보의 적폐가 드러났다. 고위공직자 범죄를 추상같이 처벌해야 할 공수처는 고위공직 범죄 혐의자 의전에 극진하다.국민은 자신의 삶을 외면한 정치과잉 행위를 선거로 심판했다. 결과는 폭력적이다.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야당을 말살시킨 분노가 이번엔 여당을 향했다. 정치과잉이 정치부재를 잉태하는 한국정치의 부조리가 유권자들의 가학적 쏠림 현상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 자신의 삶과 상관없는 정치에 분노하고 있다. 이 분노의 그물에 걸리면 말살된다.문재인 정권은 가정법 질문을 통해 자성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코로나19 위기는 여전하고 이를 해결할 현재의 정권이라서다. 위기의 시대, 정권의 불행은 국가와 국민의 폭망이다. 정권이 국민의 삶 속에 스며들기를 바란다./윤인수 논설실장윤인수 논설실장

2021-04-12 윤인수

[윤인수 칼럼]이재명 對 윤석열

대항해 선두경쟁 유지하려면 바다 읽어야대중의 집단적 지성·감성이 '시대정신' 예고대권이라는 신대륙에 인도할 가장 큰 바람그 바람 못 찾으면 민심의 바다는 좌초시켜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직 보너스를 톡톡히 챙겼다. 8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32.4%로 1위에 올랐다(TBS·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권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9%로 2, 3위를 기록했다. 14.9%였던 1월 지지율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총장직을 던진지 나흘 만에 터진 상종가다. 검찰총장 징계 정국이 끝나면서 흐릿해졌던 정치적 존재감이 사직서 한 장으로 훨씬 선명해졌다. 이 지사가 유탄을 맞았다. 총장 징계 정국이 종료되면서 윤석열이 여론의 시야에서 멀어지자 모든 여론조사들이 차기 대권후보 1위로 그를 지목했다.군주민수(君舟民水). 지도자는 민심의 바다에 뜬 배다. 민심의 바다는 너울성 파도가 유난히 심하다. 배는 파도 속에 가라앉아 솟았다 가라앉았다 반복하며 항해해야 한다. 파도의 이랑에 올라탔다 환호하고 고랑에 처박혔다 절망하는 얇은 인격으로는 민수(民水) 항해가 불가능하다. 영국인은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 대신 그의 정적에게 국가재건을 맡겼다. "전쟁에서는 한 번 죽지만 정치에서는 여러 번 죽는다." 처칠의 통찰은 지금도 유효하다. 윤석열이 뜬다고 이재명이 절망하고, 이재명이 주춤한다고 윤석열이 우쭐할 일이 아니다. 정치에서는 여러 번 죽는다는 금언은 여러 번 살 수도 있다는 역설적 맥락을 포함하고 있어 희망적이다. 대권을 향한 대항해는 이제 시작이다. 요체는 파도에 전복돼서 침몰하지 않는 것이다.이 지사에게 윤석열은 항해의 끝에 마주할 파도다. 천운이 따른다면 윤석열 파도는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집권여당의 승인이 관건이다. 경선이라는 파도를 무사히 넘어야 한다. 민심의 너울보다 당심의 너울이 더욱 고단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선후보 경선을, 친문 핵심 전해철 행안부 장관과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을 치른 이 지사다. 경선은 치열했고 팬덤의 충돌은 심각했다. 반석 같은 문재인 팬덤은 진영 안에서 사람 찾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민심은 현재의 권력보다 개선된 권력을 희망한다. 이런 민심에 부응하려면 상처 입은 현재 권력과의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결이 전혀 다른 당심과 민심은 삼각파도를 빚어낼 것이다. 이 지사가 대항해 중에 맞이할 가장 큰 파도다.윤석열의 가장 큰 위기는 장판처럼 매끄러운 바다다. 잔잔한 바다는 바람이 없다는 증거다. 바람이 없으면 파도도 없지만, 배 또한 앞으로 가지 못한다. 잊혀지면 죽는다. 정권이 일으킨 박해의 폭풍우는 그를 죽인 것이 아니라 민심의 바다에 화려하게 진수시켰다. 그 폭풍우가 잠시 잠잠해지자 민심의 바다도 잔잔해졌고 그는 항해를 멈출 판이었다. 기적처럼 '검수완박' 폭풍이 불었고, 파도가 일렁이자 사표를 던지고 항해를 재개했다. 하지만 신풍(神風)의 기적은 두 번으로도 과분하다. 이젠 정권의 박해를 받는 검찰총장이 아니다. 검증 없이 정치인, 대권주자로 환골탈태할 수 없다. 검증의 파도가 쉴 새 없이 사납게 달려들 것이다. 무주공산인 야당에 무임승차하는 쉬운 선택은 안락한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지금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은 대항해의 선두에서 경쟁한다. 선두 경쟁을 유지하려면 바다를 읽어야 한다. 가까운 파도 보다 먼 파도를 바라보고, 잔잔한 바람에서 큰바람을 찾아내야 한다. 대중은 중우(衆愚)가 아니다. 대중의 집단적 지성과 감성이 시대정신을 예고한다. 시대정신은 대권이라는 신대륙에 인도 할 가장 큰 바람이다. 민심은 가치가 흔들리고 질서가 어긋나는 혼돈의 바다 너머를 동경하고 있다. 인격과 경륜으로 시대정신에 조응하기 바란다. 그 바람을 찾지 못하면 민심의 바다는 이재명-윤석열 선두그룹을 좌초시킬 것이다. 이재명은 여권의 대세인듯하여, 윤석열은 야권의 대안인듯하여 어지러운 글을 올렸다./윤인수 논설실장윤인수 논설실장

2021-03-08 윤인수

[윤인수 칼럼]김명수 대법원장

거짓말로 대한민국 양심에 좌절한 국민들'법률 차치' 법·정치 동격인식 정치적 의심자신이 '삼권분립 한 축'임을 스스로 부인대법원 사법정신 훼손 당사자가 치유해야지난해 타계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은 진보진영의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그런 긴즈버그가 자신의 생애에 흔치 않은 오점을 남겼다. 2016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그가 당선되면 이민 가겠다"고도 했다. 연방대법관의 정치발언에 비난 여론이 일었다. 긴즈버그는 "경솔했고 후회한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우리 같았으면 나라가 뒤집어질 일이다. 대법원의 밤은 촛불로 대낮처럼 환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긴즈버그의 사과로 넘어갔다. 연방대법원에 대한 신뢰와 존중은 웬만한 정치 시비로 깨지지 않는다. 미국인은 연방대법관들을 정의의 화신(Justice)으로 존칭한다. 연방대법원장(Chief Justice)은 정의의 수장이고, 8명의 연방대법관(Associate Justice)은 각자가 정의의 일원이다. 미 헌법 3조는 '선한 행동을 하는 한(During Good Behavior)' 대법관의 임기를 보장한다. 악한 행동을 할 리 없다는 믿음으로 종신직을 보장한 것이다.트럼프는 재임 중 한 판사가 자신의 이민정책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놓자 '오바마 판사'라고 비난했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공식 성명으로 답했다. "미국에는 '오바마 판사'나 '트럼프 판사', '부시 판사'나 '클린턴 판사'는 없다. 우리에게는 자신들 앞에 선 모든 이들을 공평하게 대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인 판사들의 비범한 집단만 존재할 뿐이다." 연방대법관은 정파가 임명하지만 정파를 초월한 정의의 수호자로 신뢰받기에 연방대법원은 권위를 유지한다. 트럼프를 아무리 미워해도, 트럼프가 법정에 서면 정의에 따라 공평하게 판결할 것이란 신뢰가 있다. 긴즈버그가 죽음으로 임기를 마칠 수 있었던 이유다.우리 대법원도 그랬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를 겪고서도 대법원은 권위를 존중받았다. 대법관은 정파가 임명하지만 판결은 정파를 초월한다는 신뢰가 있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찬반 시비와 정파적 해석들은 최소한의 의사표명이었지, 대법원에 대한 부정은 아니었다. 국민은 대법원 부정을 대한민국 정의의 부정으로 여겨 선을 넘지 않았다. '임성근 판사 녹취록' 이전까지는 그랬다.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로 대한민국 대법원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대한민국 양심의 본산인 대법원의 정의를 훼손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녹취행위의 도덕성을 문제 삼지만 사족이다. 대법원장의 거짓말을 덮기엔 역부족이다. 국민들은 대법원장의 거짓말로 대한민국 양심의 보루가 무너진 현실에 좌절하고 있다.김 대법원장의 남다른 정치적 감수성도 거짓말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다.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생각해야 하잖아. 그중에는 정치적인 성향, 상황도 살펴야 하고." 사표 수리를 요청하는 임 판사에게 김 대법원장이 한 말이다. 차치(且置)의 사전풀이는 '내버려 두고 문제 삼지 아니함'이다. 대법원장이 법률을 차치한다? 법을 정치적 상황과 동격으로 인식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법원은 정치적 의심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래 설치고 있는데 내가 지금 사표 수리했다고 하면 그 국회에서 또 무슨 얘기를 듣겠냐는 말이야." 대법원장 자신이 삼권분립의 한 축임을 스스로 부인했다.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는 사법권력 오·남용의 문제였다. 행위의 적법성 문제다. 재판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것이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은 거짓말과 정치적 감수성과 삼권분립 부정으로 대법원의 정의를 이단적 정치 영역에 하차시켰다. 사법정신 훼손의 문제다. 당사자 말고는 치유할 방법이 없다.법원행정처는 대법원장을 'CJ'로 약칭하는 모양이다. 미 연방대법원장의 존칭(Chief Justice)에서 착안했을 것이다. "한국에는 '박근혜 판사'나 '문재인 판사'는 없다." 이렇게 당당할 수 있어야 가능한 약칭이고 존칭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정의'의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봐야 한다./윤인수 논설실장윤인수 논설실장

2021-02-08 윤인수

[윤인수 칼럼]"살려달라"는 절규에 누가 답할 것인가

수감자·자영업자 등 생존위협 간절한 외침보선·대선… 국민들 구조손길·반응에 선택여야 정당·인물들 여전히 진영에 갇힌 형국지긋지긋한 정략참호 누가 먼저 탈출할건지누군가 "살려달라"고 하면 즉각 반응하고 구해야 한다. 인지상정이고 사회의 규범이며 국가의 의무다. 바다를 표류하는 조난자에게 총탄을 퍼붓는 짓은 상상할 수 없는 야만이다. 잊어선 안되고 잊힐리도 없다.연말연시 대한민국에서 "살려달라"는 절규가 이어졌다. 서울 동부구치소 수감자들은 창문 밖으로 "살려달라"는 대자보를 흔들었다.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 운영자들도 "살려달라"고 했다. '살·려·달·라'는 네 음절은 생존을 위협받는 인간의 가장 짧은 외침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간절함의 무게는 천근만근이다.동부구치소 수감자들의 "살려달라"는 호소는 목숨을 위협받는 재난현장을 고발했다. SOS 대자보가 없었더라면, 우리가 그들의 공포에 공감하고 반응하기까지 한참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법에 의해 격리당한 사람들이 모인 구치소는 사회적 관심에서도 격리됐고 방역행정에서도 격리됐다. 정부는 신천지교회를 압수수색하고 청와대 비서실장은 광화문집회 주동자를 향해 "살인자"라고 고함쳤다. 코로나19 방역 방해행위를 반사회적 간접살인으로 본 것이다. 그런 정부가 동부구치소를 코로나 소굴로 만들었다. 변명과 사후조치로 봉합할 수 없는 방역실패와 인권유린의 주체가 된 것이다.실내체육시설 자영업자들의 "살려달라"란 투쟁은 경제적 생존을 위한 자구행위이다. 코로나는 1천명이 넘는 국민 생명도 앗아갔지만, 수백만에 이르는 영세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밥그릇도 깨트렸다. 그래도 국민을 위해 참고 인내한 착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인내에도 한계가 있고, 인내의 끝에서 희생의 공정과 형평이 깨진 현실을 목격한 순간, 그 착했던 사람들이 "살려달라"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철창 시위는 살기 위해 정부 지시를 거부하겠다는 본능적인 생존 의지였다.정부와 방역당국의 자영업 영업제한 규제엔 원칙도 현실도 없었다. 많은 언론이 지적했지만 외면했다. '현실적이지 않았다'는 정부의 뒤늦은 고백은 허무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자영업자의 고통에 눈물 흘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국민을 K방역의 주체로 떠받들었다. 하지만 국민은 눈물과 말의 성찬이 밥그릇을 지켜주지 않는 현실과 오늘도 전쟁 중이고, 전선의 어딘가에서 "살려달라"는 절규가 들려와도 이상하지 않은 시절이다.선거의 해가 열렸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곧바로 대선정국이 펼쳐진다. 시대가 절박한 만큼 국민의 선택도 절박해질 것이다. 단언하건대 국민은 "살려달라"란 외침에 반응하고 구조의 손길을 내미는 정당과 인물을 선택할 것이다.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는 국민의힘이 앞선다는 지표를 보여준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힘 후보들이 단일화에 성공하면 승리한다는 예측이다. 착각이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여론은 대통령을 향한 부정여론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나마 국민의힘이 잘해서 획득한 지지가 아니니,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라질 수 있는 지지다. 후보단일화 과정을 치졸한 정략으로 더럽히는 순간 선거는 뒤집어질 수 있다.내년 3·9대선을 앞둔 정국은 여당에 유리하다. 범야권 후보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거론되는 현실은 제1야당의 정권 불임 현실을 반영할 뿐이다. 그래도 속단은 금물이다. 여당을 호령하는 '문재인 팬덤'이 복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마저 전직 대통령 사면론으로 체면을 구겼다. 대선후보 1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문재인 팬덤의 승인 없이는 불안하다. 정 총리의 '단세포' 직격에 움추린 이유다. 대법원이 이 지사를 살렸듯이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살린다면 당내 경선은 예측불허가 된다. 문재인 팬덤은 당내 경선을 혼란에 빠트리고 본선에선 대선후보의 외연 확장을 제한할 것이다.국민은 "살려달라"고 절규하는데 여야 정당과 인물들은 진영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국민은 이 지긋지긋한 정략의 참호에서 제일 먼저 벗어나 자신들과 마주하는 정당과 인물을 기다린다. 누가 먼저 나설 것인가./윤인수 논설실장윤인수 논설실장

2021-01-11 윤인수

[윤인수 칼럼]'원칙 없는 승리'에 서늘해진 민심

與, 입법권 독점 마음먹은 법안 줄줄이 통과정권 진열장에 트로피 쌓일수록 여론 냉랭윤석열 삭제·친정권 공수처장 '권력 과용'文정권, 노무현 길에서 너무 멀리 벗어났다문재인 정권은 2020년 원했던 모든 것을 이뤘다. 4월 총선 압승으로 거추장스러운 야당의 견제에서 자유로워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언제든 180석 이상을 동원할 수 있는 배타적 국회지배권은 상상하는 모든 걸 입법으로 성취하는 마법의 절대반지이다. 입법권을 독점한 여당은 공수처법개정안을 비롯해 마음먹은 법안들을 줄줄이 통과시켰다. 이제 윤석열만 찍어내면 되고 찍어낼 것이고 찍어낸 뒤엔 법으로 대통령 출마를 봉쇄하면 된다.신기한 건 민심이다. 정권의 진열장에 승리의 트로피가 쌓여갈수록 여론이 등을 돌린다. 정권을 응시하는 대중의 시선이 서늘하다. 대통령 지지율은 2주째 바닥에서 바닥을 향한다. 정권 지지대열에서 이탈하는 중도층 기세가 심상치 않다.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정권 내내 연전연패한 부동산정책에 분노한 민심은 퇴임 후 대통령 사저를 6평으로 제한해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릴 정도로 악화됐다. 윤석열 찍어내기가 기름을 부었다. 법은 선택적으로 작동하고 절차는 편파적으로 진행된다. 정도와 상식을 벗어난 정권의 집단 이지메가 빚어낸 막장 드라마. 대중은 몰입하며 악역에 눈을 부라린다.정권의 자부심이던 K방역도 부실한 실체를 드러냈다. 병상이 씨가 말랐고 백신 확보는 긴가민가하다. 코로나 추경 66조8천억원 중 진짜 코로나에 집중한 예산은 없었다. 전문가 보다 정권의 운(運)을 믿은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번엔 신천지교회도 광화문 보수집회도 없다. 겨울 대유행을 일으킨 '살인자'는 누구일까. '5·18 정신 국정화(國定化)'도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결사반대한 정권이 '5·18'을 신성불가침으로 만들어, 자유의 절대적인 가치를 상대적으로 격하시켰다.정권의 실력에 실망한 여론이 정권의 폭주와 가벼움에 놀라고 정권의 자유민주주의를 의심하면서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형국이다. 놀라운 건 정권의 여유다. 여당 의원들은 윤석열을 대권주자 1위로 만든 여론이 윤석열을 삭제하는 순간 흩어질 것이라 장담한다. 추미애는 윤석열 사태에 중립적으로 침묵한 법관들에게 "아쉽다"고 역정을 내고, 대통령은 진선미의 임대주택 구설을 반복한다.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견고한 문재인 팬덤이다. 문재인 팬덤은 정권의 혁명수비대이자 장기집권의 전위들이다. 이들이 건재하는 한 흩어지고 모이기를 반복하는 여론은 결정적인 순간에 포획하면 그만이다. 지리멸렬한 제1야당 국민의힘도 정권의 힘이다. 정권을 의심하는 여론의 폭등은 부담이지만, 여론이 고일 야당은 금가고 이가 빠졌다. 정부를 비난하는 여론은 고일 곳도 흐를 곳도 없이 말라버릴 것이다. 정권의 오늘만 보는 시각이다.4년 전 박근혜를 탄핵시킨 주역은 민심이었다. 세월호에 분노한 민심이 최순실 국정농단에 광화문에서 폭발했다. 민심이 광화문에서 범람하자 견고했던 박근혜 팬덤은 침묵하고 흩어졌다. 역풍을 우려해 탄핵시위 동참을 망설이던 더불어민주당은 뒤늦게 합류하고서도 정권을 접수했다. 120여석에 불과한 폐족 정당에게 굴러온 행운이다. 독점할 수 없어서 행운이다. 다른 시기 다른 정당에게도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대한민국 국민은 빵 달라 밥 달라 광장에 모인 적이 없다. 독재타도를 위해 민주화를 위해 국정농단 탄핵을 위해 모인다. 배고픈 건 참아도 자유와 민주와 정의의 결핍엔 목숨을 걸고 일어난다. 문재인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을 보는 순간 재현될 일이다. 지금 민주주의를 '문주주의'로 읽는 여론이 늘어나고, 진보 지식인들은 여론의 전방 곳곳에서 정권 비판의 참호를 파고 있다. 최장집은 정권의 전체주의를 걱정하고, 진중권은 진보의 몰락을 전망하고, 최진석은 '나는 5·18을 왜곡한다'며 저항한다.노무현은 원칙 있는 패배가 원칙 없는 승리보다 낫다고 했다. 하지만 노무현의 계승자들은 윤석열을 삭제하려 권력을 낭비하고, 친정권 공수처장을 세우려 권력을 과용했다. 절대권력으로 획득한 전리품이 노무현이 경멸한 '원칙 없는 승리'다.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의 길에서 너무 멀리 벗어났고, 요동치는 민심은 가볍지 않다./윤인수 논설실장윤인수 논설실장

2020-12-14 윤인수

[윤인수 칼럼]'대상화(對象化) 정치'로 몰락한 트럼프

이익 도구로 쓰다 실익없고 걸리적대면 폐기포용·결속 유지 美 연방민주주의 정신 배신文정권, 단 한명 국민도 권력의해 분리 안돼정권 연장위해선 통치 전면전환 결단할 때다지난 5일 대법원은 전 남편을 살해 유기한 고유정의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하지만 여론이 주목했던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정황 증거를 댔지만 대법원은 "피해자가 함께 자던 아버지에 의해 눌려 숨졌을 가능성이 있고, 고의에 의한 압박으로 사망했더라도 피고인이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이 피해아동의 사망 원인을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증거 재판주의' 원칙이다.이 판결을 접하고 연평도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공무원으로 생각이 번졌다. 해양경찰청은 지난달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피격 공무원의 '월북'을 실질적 '사실'로 확정했다. 월북 판단의 근거는 인터넷 도박 몰입, 도박채무, 꽃게 구매 대행 자금 횡령 등이다. 모두 정황 증거다. 그의 월북을 의심할 여지 없이 증명할 증거는 없다.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피격 공무원은 '고의적인 월북을 단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다.그의 월북 여부가 논란이 되면서, 정작 북한군에 사살된 대한민국 국민은 실종됐다. 더 심각한 건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명확한 증거 없이, 정황만으로 자국민을 이적행위자로 '판단'한 사실이다. 증거가 없으면 무죄이듯, 증거가 없으면 월북이 아닌 원인미상의 사고에 머물러야 맞다. 더군다나 우리 국민, 그것도 공무원 아닌가. 어쩌면 그렇게 냉정한가. 그는 정황만으로 월북자로 대상화, 타자화돼 대한민국에서 분리되는 중이다.피격 공무원뿐 아니다. 최근 정권에 불편한 집단과 현안들을 대상화시켜 사회와 공론장에서 분리하려는 의도와 의지를 드러낸 여권 인사들이 속출했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광화문 집회 주동자는 살인자"라고 단정했다. 정권에 반대한다고 해도 '주동자'들은 '국민'이다. 코로나 방역을 방해한 사회적 도덕적 책임이 있다 해도 국민이 맞다. 사회적, 도덕적 비난이라는 정황만으로 '살인자'로 대상화해 분리할 수 없다. 박원순·오거돈 시장의 성 스캔들로 실시되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집단학습 기회"라고 한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의 발언도 잔인하다. 회복이 불가능한 피해 여성들을 시민 집단학습의 도구로 대상화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서다. 정권에 호의적인 내재적 태도로 여가부 장관이 지켜야 할 여성은 타자화됐다.당·정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하는 태도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당·정은 전 정권 적폐 수사 검사 윤석열에 환호했고,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당부하며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정작 윤석열이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 나서자 검찰개혁의 적으로 규정한다. 윤석열은 전 정권 사냥을 위한 도구였다가, 이젠 정권을 위해 없애야 할 표적이 됐다. 검찰총장은 자율성을 잃고 식물이 됐다. 당정은 윤석열을 도구로 쓰다가 표적으로 세워 분리시킬 수 있는 대상으로 지목했다. 검찰개혁의 본질인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실종됐다.도널드 트럼프는 모든 반대자들을 대상화하고 타자화해 분리시켰다. 이익이 되면 도구로 쓰다가 실익이 없어지고 걸리적대면 폐기했다. 서슴없이 인종을 차별하고 계층을 분리했다. 반대자들을 표적으로 대상화 시켜 철저히 걸러내 지지층의 순혈성을 고도화하는 통치술이다. 포용과 결속으로 유지되는 미국의 연방 민주주의 정신을 배신했다. 그 결과 측근들과 가족들이 줄줄이 그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회고록을 출판하고, 사망한 공화당원 매케인이 애리조나를 민주당에 바치고, 공화당 원로와 의원들은 승복을 종용한다. 국민을 도구적 유용성으로 분리하는 대상화 정치가, 대상들의 역습에 의해 종식됐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도 흔들릴 것이다.문재인 정권은 사람을 이념보다 앞세우는 진보정권이다. 단 한 사람도 국민의 권리와 보편적 인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평생을 헌신했다는 사람들의 정치적 결사체다. 이런 역사적 이념적 배경을 가진 정권에선 단 한 사람의 국민도 권력에 의해 분리되면 안 된다. 정권 유지와 연장을 소망한다면 통치행위의 전면적인 전환을 결단할 때다./윤인수 논설실장윤인수 논설실장

2020-11-09 윤인수

[윤인수 칼럼]상자 속에 가둘 수 없는 민심

스키너 "조작된 조건 인간행동 통제 가능"진보세력, 보수 부정적 시그널로 선거 승리文정권, 문팬 지지·보수현실 안주할때 아냐'적폐' 실망한 대중들 상자밖 세상 의심 시작지난 1월부터 국민은 정부의 방역정책에 순종하고 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의 공포로 정부의 통제를 거부하지 못했다. 인적이 드문 공원에서 마스크를 벗었다가 아내에게 혼난 적이 여러 번이다. 100m 이상 떨어진 사람을 의식해 마스크를 쓰라는 아내의 지적은 논리보다는 사회적 분위기, 감성의 영역이다. 감염 사정거리를 벗어났다는 논리적 반박이 먹히질 않는다. 자율방역이라는 자유의지를 주장하기엔 집단감염의 공포감이 워낙 크다.하지만 개천절과 한글날, 차벽으로 봉쇄된 광화문 광장과 인파로 붐빈 행락지 풍경의 대조는 방역정책에 스며있는 정부의 선택적 의지를 직감케 한다. 정치 집회의 자유는 제한하면서 행락의 자유는 허용하는 정부의 선택적 방역행정은 방역의 논리가 아니라 정치적 논리에 따른 것이라는 의심이다. 온몸으로 민주주의 권리를 쟁취한 국민들이 행락의 자유를 즐기며 제한되는 집회의 자유를 무심히 넘긴다. 자유에 대한 정부의 취사선택을 국민이 수용하는, 전혀 가능하지 않은 일이 코로나19로 가능해졌다.권력의 선택적 행동은 방역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 국방부는 월북이 의심되는 공무원이 서해를 표류하다 북한 수역에서 북한 해군에 의해 사살된 뒤 소각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국방부가 밝힌 최초의 진상과 멀어지고 있다. 정부는 월북을 추정하는 정황만 반복하면서, 북한이 부인하자 소각됐다던 시신을 찾느라 20여일간 서해를 수색 중이다. 명확한 증거 없이 정황만으로도 그의 표류는 실족이 아닌 월북이라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인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정부의 선택적인 정보 공개에 피살 공무원의 인간적 존엄은 무너졌다.검찰개혁에 올인한 권력의 전략적이고 선택적인 법무행정은 사정기관의 본질을 해치고 있다. 조국 수사팀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팀이 해체되고 흩어진 사이, 그 자리를 채운 수사팀은 추미애 장관의 결백을 밝혔다. 하지만 추 장관은 '옆집 아저씨'라던 당직병에게 고소당했고, 윤미향 사건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사모펀드 비리는 고개를 쳐들고 있다. 법원은 교사 채용 비리를 주도한 조국 동생보다 하수인에게 더 높은 처벌을 내렸다. 권력의 검찰개혁과 법원독립이 이룬 결실에 국민 절반은 환호했지만, 좌절하는 절반의 집회는 막혔다.행동심리학의 대가 B.F.스키너는 역작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에서 조작된 조건으로 인간의 행동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상자 속에 갇힌 동물들에게 조작된 조건을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강화하면서 반응을 통제할 수 있다는 실험적 결과를 인간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은 자유, 존엄과 같이 증명할 수 없는 가치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검증된 조작적 수단이라는 얘기다.동물들을 외부적 조건으로 완전하게 통제할 수 있는 '스키너의 상자'를 완벽하게 인간계에 구현한 국가가 북한이다. 전체 인민을 수령주의 체제에 가두어 놓고 처벌과 보상이 수반된 세뇌교육으로 철저히 통제하는 사회다. 노엄 촘스키가 행동주의 심리학과 스키너를 "전체주의 사상의 지지자들"이라고 우려한 이유이다.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권력의 선택과 집중은 권력 자체의 권위와 대중매체의 해석을 통해 대중들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2016년 가을과 2017년 봄 사이 박근혜 탄핵정국은 한국의 진보와 보수를 향한 대중의 인식에 결정적인 조작적 조건을 형성했다. 대중은 적폐의 굴레를 쓴 보수를 부정하고, 개혁의 월계관을 쓴 진보에 긍정하는 스키너의 상자에 갇혔다. 진보 권력은 상자 밖에서 보수에 대한 부정적 시그널만 주면 대중이 알아서 정권지지와 선거승리로 반응했다.하지만 자유와 존엄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과학적 검증을 초월한 본성이다. 문재인 정권은 조건 없는 '문팬'들의 지지와 적폐낙인에 신음하는 보수의 현실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정권 스스로 쌓은 적폐에 실망한 대중들이 상자 밖 세상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자유의지와 존엄은 상자에 가둘 수 없다./윤인수 논설실장윤인수 논설실장

2020-10-12 윤인수

[윤인수 칼럼]현실로 다가오는 수도권 쓰레기 대란

인천시 '매립지 2025년 폐쇄' 입장 확고한데경기·서울시·환경부 대안 마련은 뒷전 느긋정치적부담 회피 대체지 용역결과조차 봉인문제는 연장해도 기반공사 늦어져 사용불가지금 수도권 민심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때문에 분노하고, 긴 장마에 한숨 짓고, 그보다 더 긴 코로나 빙하기로 죽을 맛이다. 여기에 또 다른 대란을 경고하자니 심란하지만 미안하게도 외면할 수 없다. 예상이 아니라 예정된 대란이라서다. 바로 쓰레기 대란이다.인천시 서구의 수도권매립지는 수도권 3개 시·도 시·군·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매립하는 공공시설이다. 원래 2016년에 사용 종료될 예정이었다. 그 즈음 인천시는 예정대로 사용종료를 주장했지만, 서울시와 경기도의 간청으로 2025년까지 사용연장에 합의했다. 인천·경기·서울시와 환경부가 2015년 맺은 4자 협의체 합의문에 서명했다. 연장합의엔 조건이 붙었다. 2025년까지 대체매립지를 조성하되, 안되면 현 매립지의 잔여부지를 추가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4자 협의체는 약속대로 대체매립지 조성을 위해 2017년 후보지 물색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용역결과는 지난해 3월 나왔다. 그런데 용역결과는 지금까지 봉인된 상태다. 단체장들은 이심전심 후보지 공개 이후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을 회피했다.이제 정치만 남았다. 인천시의 입장은 확고하다. 2025년 수도권매립지의 조건 없는 폐쇄를 밀어붙이고 있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시 자체 매립지 조성과 쓰레기 소각장 신·증설 사업을 공식화했다. 경기도·서울시와 환경부에 2015년 합의의 매립 연장 단서조항을 거부한다고 통보했다. 역대 인천시장에게 수도권매립지는 정치적 종양이었다. 사용 연장을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매립지 인근 청라지구의 악취 민원은 해마다 반복된다. 매립 연장 동의는 인천시장의 정치적 자살이다.인천시의 주장대로 수도권매립지가 2025년 폐쇄되면 결과는 초등학교 산수처럼 명확하다. 갈 곳 없는 쓰레기가 발생지에 그대로 쌓인다. 소각하면 된다고? 서울시는 소각장 지을 땅도 없다. 경기도는 땅은 있지만 목숨 걸고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다. 인천시 공론화위원회가 권고한 청라소각장 증설에 국회의원과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더군다나 현재 수도권의 소각장 대다수가 내구연한을 넘나들고 있다. 증설이든 신설이든 소각장들이 잇따라 멈춰서면 수도권매립지 반입을 늘려야 할 형편이다. 매립하지 못하면 수도권 시·군·구엔 합·불법적인 쓰레기 산들이 쓰레기 산맥을 이룰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반입총량제를 위반한 수도권 30여개 시·군·구가 5일 동안 동네에 쓰레기를 쌓아두어야 한다.인천시가 2025년으로 못박은 예정된 대란이다. 문제는 예정된 위기를 위기로 극복하려는 경기도와 서울시, 환경부의 태도다. 느긋하다. 실제로 쓰레기 대란이 닥치면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를 폐쇄할 수 없을 것이라는 복심인 듯하다. 이 문제가 급하다고 협의를 보채도 모자랄 판에 모르쇠로 일관한다. 앞으로 수십년간 사용할 수 있는 수도권매립지가 있는데, 쓰레기 대란으로 수도권 민심을 잃을 정권은 없다. 대란이 임박하면 정치적 결단과 타결은 불가피해진다. 최소한 경기·서울은 의도적 침묵으로 파국의 순간을 기다리는 듯하다.그런데 문제가 있다. 위기에 임박해서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에 극적으로 합의한다 해도, 정작 매립이 불가능해질 수 있어서다. 쓰레기를 매립하려면 기반시설을 조성해야 한다. 현재 수도권매립지 3-1 매립장은 2025년 8월에 꽉 찬다. 사용을 연장하려면 3-2 매립장 기반공사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다음 달부터는 착공이 늦어지는 만큼의 기간이 2025년 8월 이후 수도권매립지 임시폐쇄 기간이 된다.지난 7월 31일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미래통합당 김 웅 의원은 뻔히 보이는 위기를 지적하며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면 장관을 비롯해 이 자리에 있는 우리 모두가 대란의 주범"이라고 일갈했다. 조명래 장관은 문제 해결을 위한 4자 협의체 가동을 알리며, 수도권 지자체의 소각장 건설과 대체매립지 확보를 낙관했다. 지자체들이 한다고 하니 잘 될 것이란 맥락의 답변이었다. 수도권 쓰레기 대란을 걱정하는 국회의원은 단 한 명이고, 장관은 여유롭다. 아무래도 쓰레기 대란은 현실이 될 모양이다./윤인수 논설실장윤인수 논설실장

2020-08-10 윤인수

[윤인수 칼럼]백선엽, 박원순이 남긴 질문

하루사이 유명 달리한 진보·보수진영 명사집권여당, 朴시장은 功·白장군엔 過 부각여성계·野 반발 부르고 국민통합기회 날려文정부·與 최종답안 국민·역사가 지켜볼것공교롭다. 진보와 보수 진영의 두 명사가 하루 사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장맛비 속에 어제 진보 진영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서울시장장으로 영면에 들었다. 한국 시민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내일엔 보수진영의 백선엽 장군이 육군장으로 대전 현충원에 안장된다. 6·25 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지켜 낸 호국 영웅이다. 광화문 광장엔 두 사람의 빈소가 나란히 차려졌다. 박 전 시장의 빈소는 서울시가, 백 장군의 빈소는 보수 청년단체가 세웠다. 조문객은 진영으로 분리됐다.박 전 시장과 백 장군의 죽음엔 얼룩이 묻었다. 박원순의 얼룩은 개인적이다. 죽음의 방식과 여비서 성추행 의혹이다. 그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성추행 고소를 덮었다. 백 장군의 얼룩은 역사적이다. 일제의 간도특설대 복무 이력으로 전쟁 영웅의 고별 행보가 어지러워졌다. 두 사람의 죽음에 대한 정권의 태도가 중요했다.청와대는 두 죽음에 모두 입을 닫았다. 대신 집권여당이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장례에 거당적으로 참여해 박 전 시장의 공(功)을 앞세웠다. 당 홈페이지 전면에 추도 성명을 내걸었고, 거리 곳곳에 '님의 뜻을 기억하겠습니다'는 추모 현수막을 걸었다. 백 장군에겐 침묵으로 과(過)를 부각했다. 신분을 숨긴 당 관계자는 "백 장군이 4성 장군으로서 한국전쟁 때 공을 세운 것은 맞으나 친일 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박 전 시장의 개인적 얼룩엔 관대했고, 백 장군의 역사적 얼룩엔 엄정했다. 정권이, 집권여당이 정 반대의 선택을 했다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여당은 박 전 시장의 죽음을 선양함으로써 여성계와 야당의 반발을 불러오는 정치적 분쟁을 일으켰다.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 자체는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공인의 선택으로 합당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남겨진 성추행 고소인이 논란의 핵심이다. 피고소인 박 전 시장은 죽음으로 책임을 졌지만, 동시에 젊은 여성 고소인을 그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할 처지에 남겨 놓았다. 여당이 그의 죽음을 애통해 할수록 성추행 고소인을 향한 2차 가해는 독해졌다. 집권여당이 '가해'와 '피해'를 역전시킨 셈이 됐다. 50만명 이상이 서울시장장 반대 청원에 동참한 건 비정상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정권과 집권여당은 백 장군의 죽음엔 침묵함으로써 역사적 화해와 국민적 통합의 기회를 걷어차 버렸다. 백 장군이 이승에 남긴 백년 행적은 두개의 역사적 공간으로 이어진다. 식민지 공간에서 그는 일본의 괴뢰정부인 만주국이 설립한 봉천군관학교를 졸업하고 1943년부터 3년간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했다. 일제의 군인으로 독립운동가들과 맞섰다. 식민지 공간에서 그는 민족에 죄를 지었다. 역사는 그랬던 그를 전혀 다른 공간에서 부렸다. 6·25 전쟁 공간에서 그는 낙동강 전선을 지켜냈다. 그 전선이 무너졌으면 지금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는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일지도 모른다. 이 공간에선 대한민국이 그에게 큰 빚을 졌다.일제의 장교로 독립을 방해한 죄와 대한민국의 장군으로 나라를 구한 공로가 충돌하는 백 장군의 인생 행로는 우리 사회 진영 대립의 역사적 연원을 보여준다. 역사의 표류자 백선엽을 진보는 일제 장교 백선엽으로, 보수는 대한민국 장군 백선엽으로 분절했다. 대한민국 역사의 맥락을 잇는 정권과 집권여당이라면 백 장군의 죽음은 소중한 기회였다. 분절된 그의 삶을 이어줌으로써 단절된 역사에 갇혀 대립하는 진영을 화해시키고 통합시킬 메시지를 발령할 수 있었다. 대통령이, 집권여당이 '식민시절의 죄과는 역사의 심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나, 대한민국을 지켜 낸 공로는 동작동 국립현충원의 전우와 함께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정도의 언급만 했어도, 국민은 다른 차원의 시대를 예감했을 것이다.역사는 백선엽과 박원순의 사망을 통해 정권에 질문을 던졌다.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은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최종적으로 어떤 답안을 작성할지 국민과 역사가 지켜볼 것이다./윤인수 논설실장윤인수 논설실장

2020-07-13 윤인수

[윤인수 칼럼]코로나19 희생자 잊지 말아야

스페인 정부·미국 언론 사망자 추모 앞장타 국가들에 비해 성공적 방역 수행 불구병원 전전하다 숨진 고교생 등 273명 '사망'상대평가에 가려진 생명 예우하는 건 당연지난 1월 20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30대 중국인 여성. 후베이성 우한시 화난시장을 방문했던 30대 중국인 여성이었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19는 정식 명칭도 없이 우한폐렴으로 불렸다. 그녀는 2월 6일 완치판정을 받았다. 자신을 치료한 의료진을 "나의 영웅"이라고 칭송한 뒤 한국을 떠났다. 하지만 그녀가 떠난 뒤에도 우한폐렴은 조용히 확산 중이었다.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2월 18일. 이 날을 기점으로 세상이 뒤집어졌다. 2월 29일 3천150명, 4월 3일 1만62명. 단 40여일 만에 대한민국은 공포의 도가니에 갇혔다.1번 확진자 발생 이후 대구·신천지교회 1차 팬데믹을 거쳐 지금 우리는 n차감염 시대를 살고 있다. 1차 팬데믹은 4월 초순경 진정됐지만, 생활방역 전환 이후 5월 황금연휴 이후 발생한 이태원클럽형 집단발생이 수도권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감염경로가 오리무중이다. 우한폐렴은 압도적인 무력으로 당당하게 '코로나19' 대관식을 마치고 AC(After Covid19) 시대를 열어제쳤다.인류에겐 슬픈 대관식이었다. 코로나19의 침략은 기습적이고 전면적이었다. 엄청난 인명이 영문도 모른 채, 병원에도 가보지 못한 채 죽음에 내몰렸다. 7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전세계 코로나19 환자는 679만8천808명이고 사망자는 39만7천936명이다. 미국 사망자 10만9천702명은 베트남전 전사자의 두배다.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의 사망자는 각각 수만명에 이른다. 코로나19의 불가항력성을 인정하더라도, 방역과 의료의 구멍이 너무 컸다.스페인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열흘간 코로나19 사망자를 기리는 공식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전국 모든 공공기관 건물과 해군 함정에 조기를 게양했고, 마지막 날 국왕이 공식 추모식을 주재했다고 한다.미국에서는 언론이 사망자 추모에 앞장섰다. 진보매체인 뉴욕타임스(NYT)는 1면 전체를 코로나19 사망자들의 이름과 짧은 부고로 채웠다. "늘 웃어주셨던 우리 증조할머니." "우리집의 반항아." "누구도 그녀처럼 크림 감자와 튀긴 옥수수 요리를 하지 못했다." 한 줄의 부고는 짧지만 강렬하다. NYT의 편집배경 설명이 인상적이다. "숫자는 일부만 보여준다. 이들이 어떻게 아침을 맞이하고 밤에 잠이 들었는지는 결코 전달하지 못한다." 모든 삶은 불가역적 가치를 갖는다. 차이는 있을지언정 차별은 있을 수 없는 인생이고 삶인데 어떻게 사망자 총인원수에 가둘 수 있겠는가.코로나19는 우리에게도 273명(7일 기준)의 희생자를 남겼다. 사망자 상당수가 1차 팬데믹 기간에 불행을 당했다. 당시 대구는 아비규환이었다. 중증, 경증 구분없이 음압병실을 운영하는 바람에 입원대기 중 자택에서 사망한 환자들도 있었다. 한 고교생은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했다. 1차 팬데믹에 넋이 나간 정부의 방역행정 혼란에 희생된 셈이다. 60대 여성인 31번 확진자가 양심불량죄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대구 신천지교회 집단감염 경로 파악에 실패했다. 이미 1차 팬데믹 자체가 기원을 알 수 없는 n차감염의 대참사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사망자 273명의 생명이 더욱 안타까워진다. 방역전선 어딘가에 뚫린 구멍이 그려지기 때문이다.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은 맞다. 터무니 없는 희생을 치른 국가들과의 객관적 비교로 방역선진국의 위상은 선명하다. 덕분에 여당은 전대미문의 총선압승을 거뒀고, 문재인 정부는 요새 처럼 탄탄해졌다.하지만 방역선진국의 방역전선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었다. 미세한 구멍으로 스며든 바이러스가 273명의 국민 목숨을 앗아갔다. 코로나19와의 전쟁 희생자들이다. 국민들은 바이러스와 정신없이 싸우느라 산발적으로 발생한 희생들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정부의 방역성공에 가려진 가치있던 생명들을 예우하는 건 당연하다. 코로나19 희생자 273명. 상대평가에 가두어 소홀히 할 생명들이 아니었다. 희생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제 정부가 코로나19 희생자들을 공식적으로 애도할 때가 됐다./윤인수 논설실장윤인수 논설실장

2020-06-08 윤인수

[윤인수 칼럼]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대통령 권력

文대통령 4년차 진입 경이로운 '71% 지지율'코로나 앞에 경제비판 대중도 '희망봉' 지목지선 개입의혹등 정권비판 이슈 모두 '각설'임기말 전례없던 '힘'… '민주주의 운명' 달려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국민적 지지가 경이롭다. 취임 3년을 마치고 4년차에 진입한 대통령의 지지율이 71%다. 한국 갤럽이 지난 8일 발표한 결과다. 40대의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평가 비율이 무려 85%다. 전 연령대에서 60%대를 훨씬 웃돈다. 중도층(69%)은 물론 보수층에서도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를 앞섰다. 문 대통령의 집권 3년차 지지율은 27%에 그쳤던 김대중·노무현을 압도하고, 40% 초반에 머물렀던 이명박·박근혜를 굽어본다. 진보, 보수 진영을 통틀어 전직 대통령들이 꿈도 꾸지 못한 경지다.과거 정치 관행대로라면 지금쯤 문 대통령은 서서히 권력 누수를 걱정해야 할 시기다. 전례 없는 초 거대여당의 출현은 그 자체로 집권세력 내부에 신구 권력교체의 신호탄을 쏘아올렸을 것이다. 정국 주도권은 청와대에서 여당으로 넘어가고, 여론과 언론도 차기를 노리는 대권 잠룡들의 언어와 행보에 집중할 때다. 그런데 여당 내부에서 누구 하나 고개를 쳐드는 잠룡이 없다. 용은커녕 이무기 흉내조차 삼간다. 대신 대통령에 대한 헌사가 넘친다. 대통령은 태종과 같고(이광재), 지난 3년 위기극복 리더십을 발휘하셨으며(정세균), 대통령을 모신 건 제 일생의 큰 영광이니(고민정), "감사합니다. 대통령님"이다(박범계).임기 말을 향해 걸음을 뗀 문 대통령을 향한 초현실적인 국민적 지지와 거대여당의 복속은 정치사에 없던 아주 특별하고 예외적인 장면이다. 무엇이 이처럼 이례적인 정치현상을 초래했을까. 코로나바이러스 말고는 설명할 만한 변수가 없다. 죽음의 망토를 걸치고 등장한 코로나는 인류의 삶 전체를 새롭게 규정할 기세다. 2019년을 기준으로 AC(After Covid19)라는 새 연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농담이 진담이 될 판이다. 코로나 출현은 예수 탄생만큼이나 역사적이며 등장 전과 후의 세상은 완전히 다를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코로나가 문 대통령을 우뚝 세웠다. 경제 침체를 이유로 그를 비판했던 대중들도, 자신의 생명을 지켜 줄 희망봉으로 그를 지목했다. 공포에 직면한 대중은 공포를 해결해 줄 초월적 권위와 권력을 찾거나 만들어낸다. 대중의 시선에 딱 한 사람 문 대통령이 포착됐다. 보수 야당은 스스로 공포 해소자의 역할을 걷어찼다. 정치적 대안과 비전과 인격을 상실한 보수 정치인들은 대통령을 슈퍼히어로로 빛내주는 빌런(악당)을 자처했다. 빌런이 날뛸수록 대중은 슈퍼히어로에 집중했다. 성공적인 방역은 대통령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경제위기, 내로남불 도덕성, 지방선거 개입의혹 등 대통령 집권 3년 동안 전개된 정권 비판 이슈들이 모두 각설(却說)됐다. 코로나 초기방역 실패론은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이런 추세라면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는 쉽게 꺾일 기미가 없다. 일각에서는 코로나가 지나간 이후 찾아올 파국적 경제에 놀란 국민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야당의 찌질한 빌런 짓이 이어지고, 여권의 잠룡들이 대통령의 친위 여론에 예속된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통령의 나홀로 독주는 임기 말까지 충분히 가능하다.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차기 권력을 사실상 선택하고 세우는 상황도 얼마든지 가능할 듯하다. 태종과 같은 대통령, 공상이 아닐 수 있다.사법, 입법권력 장악에 이은 국민 지지율 70%. 과연 코로나가 선물한 특별하고 예외적인 권력은 대통령에게 행운일까. 임기 말 대통령에게 전례가 없었던 권력이니 답도 없다. 해답은 특별한 권력의 주인공인 대통령이 직접 써야 한다. 취임사에서 "단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대통령이 민주화 이후 어떤 대통령도 경험해 보지 못한 독점 권력을 가졌다. 그 권력으로 삼권분립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그 자체가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드는 일이다. 코로나 이후 우리 민주주의의 운명은 전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달렸다./윤인수 논설실장윤인수 논설실장

2020-05-11 윤인수

[윤인수 칼럼]절대 권력, 작은 일에 쓰면 안된다

국회의석 180석, 개헌만 빼고 전능한 권력고용쇼크 등 경제기반 자체 무너뜨릴 기세코로나 국난극복 위해 국민이 헌정한 보검기업규제 혁파 위한 진보진영 설득에 써야문재인 대통령이, 여당이, 진보진영이 마침내 의회권력까지 독차지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 2018년 지방권력 장악에 이은 입법권력 독점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차지한 국회의석 180석은 개헌만 빼고는 전능한 권력이다. 여기에 정의당, 열린민주당, 호남 무소속을 합친 10석은 덤이다. 대법원, 헌법재판소는 국회동의를 거쳐 진보인사들이 대거 포진된 상태다. 대한민국 행정, 입법, 사법을 민주적 절차를 거쳐 1당이 장악했다. 초현실적이다. 민주화 이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정치지형이다. 양정철은 "무섭고 두렵다"고 했다. 낯선 길에 들어선 국민들도 두렵다.전설적 영웅 아서는 바위에 꽂힌 엑스칼리버를 뽑아 신탁대로 왕이 됐다. 한국의 진보진영은 의회권력이라는 엑스칼리버를 뽑아들었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암반에 꽂혀 요지부동이었던 엑스칼리버다. 무소불위의 무기다. 예산은 물론 모든 법안, 동의안을 홀로 처리할 수 있다. 미래통합당에 돌아갈 몇몇 국회 상임위도, 실제 위원장은 민주당 간사다. 야당은 의석은 있되 행사할 권력이 없다.다음 대선까지는 진보진영의 독주다. 대통령의 꿈과 당의 의지를 모두 현실로 만들 수 있다. 당·청이 내딛는 발자국이 대한민국의 길이 된다. 그러나 영웅에게 시련은 필수인가. 대한민국의 위기는 진보진영이 엑스칼리버를 뽑아들기 전 그대로이거나 더욱 심각해지는 중이다. '코로나 국난'은 바이러스 감염 자체보다는 경제분야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고용쇼크, 수출위기, 마이너스 성장이 경제기반 자체를 무너뜨릴 기세다. 내수 활성화를 위한 재난기금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코로나19가 종식되고 세계경제가 정상화될 때까지 산업기반을 보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 이후, 세계경제 특수를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한 경제체질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국민은 코로나 국난 극복을 위해 독점적 의회권력이라는 보검을 대통령과 여당에게 헌정했다. 진영을 초월한 엑스칼리버다. 당·청은 보수진영의 반대에 만신창이가 됐어도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였다. 이제는 진보진영의 만류로 망설였던 규제혁파로 혁신성장에 매진할 때다. 당·청의 독점적 권위를 기업규제 혁파를 위한 진보진영 설득에 써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은 독점권력이란 엑스칼리버를, 우리 경제의 숨통을 조이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끊는데 사용해야 한다. 알렉산더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고 제국을 열었듯, 문재인 정권도 완벽한 권력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진로를 여는데 써야 한다.문재인 정권에게, 민주당에게 외부의 적은 없다. 내부의 적이 있을 뿐이다. 큰 권력을 작은 일에 쓰자는 사람들은 내부의 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조짐은 뚜렷하다. 진영 일각에서 쏟아내는 윤석열에 대한 저주의 언어는 살벌하다. 모든 권력을 가진 정권이 검찰총장과 전면전을 벌인다면, 소 잡을 칼로 닭을 겨누는 꼴이다. 윤석열을 놔두는 아량, 공수처장을 야당과 협의해 결정하는 관용으로, 절대권력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이해찬 대표는 민주당 앞에 열린우리당이라는 거울을 세워 놓았다. 노무현 탄핵에 반발한 격정적 여론이 탄생시킨 열린우리당은 견제 없는 폭주로 해체됐다. 이해찬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뼈 아픈 실패를 걱정한다. 노장의 정치적 지혜는 녹슬지 않았다. 견제 없는 권력은 맹목이 되기 십상이다. 이 정권에 윤석열은 보약일 수 있다. 윤석열이 가려내는 내부의 적폐를 도려내면, 잠시 아프겠지만 새살이 돋는다.그래도 걱정은 남는다. 극단적인 권력집중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역사는 이를 증명하는 기출문제집이다. 당·청이 배타적 권력을 감당할 수 있는 민주적 역량을 발휘하기 바란다. 4·15 대첩은 진영을 초월해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귀속되어야 한다./윤인수 논설실장윤인수 논설실장

2020-04-20 윤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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