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칼럼]인천의 가치 더할 '인천 아리랑'

전통연희단 서광일대표 공모로 우수학술상'제물포 살기 좋아도~, 왜인 위세 못살겠네'국내 최초 기록, 경기 자진아리랑 계통 밝혀일제 언급 한국 노동운동 시발점 계승해야새해 벽두 인천 문화계에 낭보가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제9회 국립국악원 학술상' 공모를 진행한 국립국악원은 심사를 마치고 얼마 전 최우수학술상과 우수학술상 수상자를 선정·발표했다. 인천의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의 서광일 대표가 '인천 아리랑의 최초 기록과 선율에 관한 연구'로 우수학술상을 받았다(1월7일자 17면 보도=국립국악원 학술상 최우수에 황보영·우수상에 서광일). 현재 단국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서광일 대표는 세 번째 학기의 소(小) 논문의 주제를 '인천 아리랑'으로 정했다. 그 결과물로 국립국악원 학술상에 응모해 수상자로 결정된 거였다.서 대표는 논문에서 19세기 말 개화기 인천에서 불린 '인천 아리랑'의 최초 기록과 음악적 선율·곡조에 대해 규명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인천 아리랑'은 우리나라 최초로 기록된 아리랑이며, 음악적으론 '인천 아리랑'이 경기 '자진 아리랑(구조 아리랑)'의 계통임을 최초로 밝혀냈다. 우리나라에는 지역에 따라 가사와 리듬이 다른 아리랑이 50여 종류나 있다고 한다. 진도·밀양·정선 아리랑 등에 비춰 볼 때 인천 아리랑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서 대표의 논문은 지금까지 우리 문학과 음악 관계자들에 의해 학문적으로만 접근된 인천 아리랑을 연구·정리함으로써 세상에 가치와 의미를 알린 것이다.서 대표가 인천 아리랑에 관심을 가진 건 2017년 10월 개봉한 영화 '대장 김창수'를 보면서란다. 인천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백범 김구가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철도 공사에 강제 동원돼 노역하는 장면이 영화에 나온다. "인천 제물포 살기 좋아도~, 왜인 위세로 못 살겠네." 수감자들이 곡괭이질을 하며 지친 몸을 달래고자 노래를 부르는데 그 노래가 인천 아리랑이다. 영화를 연출한 이원태 감독은 영화 개봉 후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천 아리랑을 경인선 부설공사 장면에서 노동요로 쓰기 위해 고증에 공을 들였다"고 밝힌 바 있다.영화가 끄집어낸 인천 아리랑을 역추적한 서 대표와 잔치마당 단원들은 조선 말기와 일제 강점기 미국 감리교 선교사이자 교육자였던 호머 B. 헐버트(1863~1949) 박사가 1890년대 서양식 5선 악보에 채보한 아리랑들 중에서 인천 아리랑을 찾았다. 잔치마당은 이를 근간으로 3개 마당으로 구성된 '인천 아라리'를 공연했다.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아리랑은 1920년대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이 흥행하면서 알려지고 기록됐다. 영화로 흥행하기 전엔 민요를 경시하는 풍조로 인해 아리랑에 관심을 두고 가사를 기록한 조선 사람은 없었던 상황에서 헐버트 박사가 기록으로 남긴 거였다. 그에 앞서 1894년 5월 일본에서 발간된 '유우빈호우치신문'의 '조선의 유행요'와 그해 8월 일본에서 유학한 홍석현이 쓴 조선어 회화책인 '신찬 조선회화' 등에 실린 인천 아리랑이 연구자들에 의해 알려졌다. 서 대표는 이들 연구 자료들을 토대로 인천 아리랑이 우리나라 최초로 기록된 아리랑임을 논문에서 밝혔다.인천 아리랑은 정서적으로 독특하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불린 아리랑들은 사랑하는 임의 배반과 그를 원망하는 노래가 대부분이다. 그 안에 설움과 한이 깃들어 있는 것이 기본적 서사다. 그러나, '인천 아리랑'은 일제(왜인)를 언급한다. 개항 이후 전국 팔도에서 품을 팔러 온 노동자들로 붐빈 인천의 사회상을 잘 드러낸다. 나아가 '한국 노동 운동의 시발점'인 인천의 역사를 뒷받침한다.인천 아리랑은 시민의 지속적 관심으로 계승해 나가야 할 대상이다. 조사·연구 등의 학술 활동과 함께 시연을 통해 문화콘텐츠로 개발하고, 관광자원으로의 활용까지 인천 아리랑은 지역의 가치를 끌어올릴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21-01-17 김영준

[데스크칼럼]선택적 법 집행

부패·타락한 정권일수록 자신들 보호위해사법부 장악후 압박 '선택적 법 집행' 강요'정의·자유 수호 최후의 보루'라는 대법원올바른 판단 신뢰땐 '선택' 설자리 없을 것역사적으로 '선택적 법 집행(selective enforcement of law)'은 '법 앞의 평등'이라는 가치를 훼손했다. 17~18세기에는 인간을 재산으로 여기는 노예제도가 성행했지만 노예 소유주 중에 인권을 짓밟았다고 처벌받은 사람은 없었다. 아프리카계 흑인이나, 계급사회의 천민, 특정 종교 국가의 여성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근대 이후 최근까지도 군주나 권력자, 성직자 등 지배층에만 법 앞의 평등이 적용됐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중세나 근대가 아닌 20세기 대한민국에서 나온 말이다.중세시대에 자행된 '신명재판(神明裁判)'은 선택적 법 집행의 대표적 사례다. 신명재판은 오직 '신의 심판'만이 유무죄를 결정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신이 주관하는 재판이니 "무고한 사람을 벌주지 않는다"는 믿음은 증거나 무죄추정원칙, 피의자의 인권보호 등 인간의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았다.신명재판에서 자주 사용된 방식은 '물건 건지기'다. 물이나 기름이 끓는 솥에 돌이나 쇠붙이 등을 넣어놓고 건져내는 방식이다. 손에 상처나 화상을 입지 않는 사람이 재판에서 승소한다.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는 뜨겁게 달군 솥이나 그릇, 쇠를 맨손으로 들게 하고 일정한 거리를 걷게 한 뒤 화상을 입지 않으면 무죄로 판결했다.중세 유럽과 아시아에서 공통으로 쓰인 방법은 용의자의 손발을 묶은 뒤 물속에 넣는 방법이다. 현장에서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재판관들이 선호했다고 한다. 재밌는 사실은 유럽에서는 범인이 물에 가라앉으면 무죄로, 반대로 아시아에서는 유죄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같은 재판방식인데도 해석은 반대로 했다. 유럽에서는 "죄 없는 사람은 깨끗한 물이 품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아시아에서는 "신이 목숨을 살려주기 위해 물 위로 띄운 것"이라고 해석했다.마다가스카르에서는 19세기까지도 독성 있는 열매를 먹고 살아나면 무죄로 판결하는 바람에 수천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고 한다. 시체를 놓아둔 관 옆에 살인의 용의자를 세우고 관에서 피가 흐르면 범인이라고 판단하거나 커다란 빵을 한번에 먹도록 하고 체하지 않으면 무죄로 판단하는 웃지 못할 이러한 재판방식은 한동안 동서양에서 벌어졌다. 이런 와중에서도 피고를 무죄로 만들기 위해 물을 살짝 데우거나 솥을 적당히 달궈 화상을 입지 않게 하는 사기재판도 벌어졌다고 하니 옛날에도 '지인 찬스'로 재판관을 매수하려는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신명재판과 같은 선택적인 법 집행의 폐단은 죄 없는 사람을 처벌하고 범죄자를 무죄로 풀어주었다는 것이다. 폐단이 거듭할수록 학자들 사이에선 신명재판에 대해 과연 신(神)이 하느님인지, 악마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점차 사라졌다.21세기 전 세계 민주사회에서도 정치인 비리 재판이 끊일 날이 없다. 권력을 잃은 쪽에서는 자신들의 비리 재판 결과를 "정치적 탄압"이라며 인정하지 않고, 현 정권 인사들의 비리 재판 결과에 지지자들까지 나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다. 이념과 정파에 상관없이 자신들이 지지하는 인사를 처벌하는 재판관을 양심 없는 부패한 법관으로 몰아간다. 특정 집단 중에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사법부에 '선택적 법 집행'을 요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권력은 기본적으로 '부패'와 '타락'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부패하고 타락한 정권일수록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법부를 장악하고 싶어한다. 역사적으로 그러한 권력들이 사법부를 장악한 경우 사법부를 압박해 '선택적 법 집행'을 강요했다.현대의 국가 체제에서 입법부와 행정부 외에 사법부를 분립한 이유는 '법 앞의 평등'이라는 법의 기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대법원을 '정의와 자유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고 부르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은 1, 2심 재판 과정에서 법 해석이나 양형에 다소 미흡한 판단이 있더라도 경륜과 자질을 갖춘 대법관이 법리를 명확하게 분별하고 올바르게 판단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한 믿음이 강한 신뢰로 이어질 때 '선택적 법 집행'이 들어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21-01-06 이진호

[데스크칼럼]신도시의 자족 기능과 서울 접근성

중앙대캠 유치 무산된 인천 첫 신도시 검단 자족기능 강화에 의미, 특화구역 개발 대체 광역교통망 또한 신도시 개발의 중요 정책서로 상충 아이러니속… 올 1단계 입주예정정부가 서울 등 수도권 주택시장과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계획한 공공주택지구를 '신도시'라고 한다. 인천 첫 신도시는 검단신도시다. 검단신도시는 서구 원당·당하·마전·불로동 일원 1천110만6천㎡ 부지에 공공주택(7만5천851가구)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인천시가 국토교통부에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서구 지역에선 토지구획정리사업이 한창이었는데 도로 등 기반시설이 부족한 상태에서 포도송이식 개발이 이뤄지다 보니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인천시는 개발 압력이 높았던 서구 지역을 계획적·체계적으로 개발하는 방안이 필요했고 국토부는 공공주택을 공급할 땅(택지)이 절실했다. 검단신도시는 인천시와 국토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탄생한 것이다. 인천도시공사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3개 단계로 나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1단계 지구 입주가 예정돼 있다.국토부는 2006년 10월 검단신도시 개발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그로부터 약 3년 4개월 후 인천시와 중앙대는 검단신도시에 캠퍼스를 조성하는 양해각서를 주고받았다. 검단신도시에 대학병원과 연구소까지 갖춘 캠퍼스를 조성하는 내용이었다. 중앙대가 검단신도시의 자족 기능을 강화하고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인천시는 기대했다. 하지만 중앙대 캠퍼스를 검단신도시에 유치하겠다는 인천시 계획은 2015년 5월 무산되고 만다.실패한 프로젝트(중앙대 캠퍼스 유치)이지만 의미 있는 시도였다. 대학이 지역 산학연 협력 활성화에 있어 혁신플랫폼 구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 지역대학 대부분이 송도국제도시 등 남부권에 몰려 있는 점을 고려하면 교육 인프라 불균형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었다. 특히 인천시는 중앙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과 교육기관을 검단신도시에 유치하겠다는 계획도 세워 놓고 있었다.인천도시공사와 LH는 검단신도시 특화구역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역세권 주변을 개발하는 '넥스트 콤플렉스', 스마트 워크 센터를 갖춘 '워라밸 빌리지', 저탄소 녹색도시 조성을 위한 '휴먼에너지타운' 등을 계획해 추진하고 있다. 이들 특화 사업은 검단신도시 개발 촉진 및 조기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것으로 검단신도시의 자족 기능을 향상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신도시의 '자족 기능' 못지 않게 중요한 게 '광역교통망'이다. 신도시 개발사업이 인천·경기 지역 주택 공급을 통해 서울로의 인구 유입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신도시의 서울 접근성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울과 가까운 곳에 신도시를 계획하는 것이고 정부가 신도시 입지 발표 후 광역교통 개선 대책을 내놓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신도시 개발사업의 성공을 위해 서울 접근성을 향상하는 건 아이러니다. 광역교통망 확충을 통해 서울 접근성을 향상하면 베드타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신도시의 '자족 기능'과 '서울 접근성'(광역교통망)이 상충하는 셈이다. 어찌 보면 신도시의 숙명은 '잠재적 베드타운'이요, 그 굴레를 벗어나려는 노력이 '자족 기능 향상'인 것이다.신도시의 자족 기능과 서울 접근성을 상호 보완적 관계로 볼 수도 있다. 신도시가 기업 유치를 통해 그 지역 모든 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건 불가능하며, 일부 또는 상당수는 서울 등 신도시 밖 직장으로 출퇴근할 수밖에 없다. 서울 접근성이 좋지 않다면 기업 유치는 물론 인력 수급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신도시의 자족 기능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광역교통망 확충을 통해 기업과 주민들에게 교통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가장 중요한 문제는 신도시의 자족 기능 확보 및 광역교통망 확충이 애초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예로 2019년 5월 1·2기 신도시 교통 대책으로 국토부 장관이 직접 발표한 '인천도시철도 2호선 검단 연장사업'도 경제성 부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은가. 1·2기 신도시 가운데 자족 기능을 갖춘 곳은 현재 분당, 판교, 광교 정도에 불과한 것 또한 현실이다./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21-01-03 목동훈

[데스크칼럼]코로나19 체육시설 운영중지가 해법인가

굳게 닫힌 모든 시설 국민의 건강 악화일로민간 시설·종사자들은 폐업과 실직 내몰려전문가 "이제는 능동적인 전환 필요한 시기"방역 강화 속 '안전 매뉴얼' 등 재설계 강조올 초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가 체육계에도 큰 변화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언택트 문화에 따른 비대면 서비스 강화로 강제적 디지털화가 현실화된 요즘에는 온라인교육은 물론이고 음식점내 키오스크 사용, 온라인 쇼핑 등이 일상화됐다. 또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국가간 경계가 강화되고 폐쇄적 활동으로 항공·무역·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는 저성장과 저금리, 저물가로 이어지고 국민의 건강증진에 기여한 체육시설 운영은 더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정부의 코로나19에 따른 사회간 거리두기 강화로 사람간의 교류는 더욱 힘들어졌다. 평소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해 온 국민들도 체육시설이 폐쇄되면서 건강마저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체육시설은 6만여개로 이중 공공체육시설은 2만8천500여개에 달한다. 5% 내외인 1천여개가 실내 공공체육시설이고 민간체육시설은 80% 이상인데, 대부분 체육관 등의 도장업을 비롯, 체력단련장업, 당구장업 등 실내체육시설로 이들은 모두 자영업자에 속한다.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체육시설 운영자들은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상황에 따라 최고 90% 이상(수도권)의 시설 운영을 중지하면서 방역과 감염 차단에 동참하고 있다. 공공체육시설은 정부, 지자체의 운영중지 지침에 따라 운영하지 않아도 시설 종사자들의 삶에 큰 영향이 없다. 문제는 민간체육시설이다. 대다수 체력단련장이 영업하지 못하면서 폐업과 실직에 내몰렸다. 이는 체육시설업 종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닌 국민들에게도 활동의 폭이 좁아지고 건강한 신체활동이 적어짐에 따라 우울 증세와 삶의 활력이 감소(코로나 블루)하는 등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체육은 전인교육을 통한 건강한 신체, 삶의 질 향상을 이루는 목적이 있다. 이에 정부에선 건강복지를 국가적 정책으로 1989년 의료보험(국민건강보험)을 도입했다. 하지만 건강을 잃은 후 애프터 서비스(after service)란 이미지가 커져 2000년에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하면서 비포 서비스(before service)로 건강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 체육에 대한 참여와 국가적 지원이 증가했다.코로나19 시대인 현재 체육시설의 문은 굳게 닫혀 있다. 국민들은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찾지 못하고 활동하지 못해 목표했던 비포 서비스는 점점 멀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문화체육관광부에선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올해 체육시설 운영은 아직도 안갯속이다.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선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정부의 강력한 방역 의지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1년 가까이 계속되는 코로나19에 체육 전문가들은 이제 소극적 보다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체육시설을 문만 닫는다고 해서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겠는가'라는 얘기다.일부에선 오히려 마스크를 착용하고 인원을 제한하면서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면 '코로나19 확산'과 '코로나 블루'를 동시에 극복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공공체육시설의 경우 안전방역의 체계화를 통해 민간까지 안전한 시설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전파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또 공공체육시설을 운영하는 지자체, 공사, 공단, 재단 등에선 시설의 실질적 안전체계 매뉴얼을 정립하고 지도방법, 운동공간 활용의 다양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체육시설의 안전성을 알려야 한다. 더불어 시설의 리모델링 등으로 스포츠 산업의 재설계를 추진하는 것도 서둘러야 한다. 무조건적인 스포츠의 언택트를 요구하는 것은 체육에 대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체육만이 갖는 특화된 성질인 '함께 하고 땀 흘리는 것'을 언택트와 콘택트 사이에서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공체육시설에서의 건강과 힐링을 찾기 위해 코로나19 이후의 체육시설에 많은 연구와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신창윤 문화체육부장신창윤 문화체육부장

2020-12-27 신창윤

[데스크칼럼]금서와 분서

금서 10만권으로 만들어진 '책의 파르테논'장소는 나치가 독재옹호 책 불태운 곳 카셀시대마다 '정치·신앙 등 해친다' 낙인 자행홍콩이어… 우리나라도 금서 DNA는 남아2017년 8월 독일 소도시 카셀에서 열린 현대 미술 박람회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작품은 아르헨티나의 행위예술가인 마르타 미누힌의 '책의 파르테논(The Parthenon of Books)'이다. 이 작품은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을 본떠 10만권의 책으로 설치돼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책의 파르테논'이 상징하는 의미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작품에 사용된 10만권 모두 전 세계에서 금서(禁書)로 낙인된 책으로 독일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았다는 것. 두 번째는 '책의 파르테논'이 세워진 카셀의 프리드리히 광장은 1933년 5월19일 나치가 지정한 금서 2천권을 불태웠던 상징적인 장소라는 것이다.마르타 미누힌은 언론 인터뷰에서 "세계 최초로 민주주의를 꽃피운 아테네의 상징인 파르테논을 금서로 만든 것은 나치가 독재를 옹호하기 위해 책을 불태운 곳에서 평화와 민주주의, 타인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1933년 독일 나치는 카셀의 프리드리히 광장 등 전국 대학가 주변 100여곳에서 책을 불태웠다. 불에 탄 책들은 문학, 역사, 정치 등 분야별 3천종에 달했다. 나치는 이후에도 1935년부터 정기적으로 발간되었던 1만2천400종의 도서 그리고 인도주의, 민주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 성향을 가졌거나 유태인 저자 149명의 모든 저술 등을 금서로 못 박았다.종교도 금서에 자유롭지 않다. 1571년 교황청은 아예 '금서성(禁書省)'을 설립했다. 인쇄술이 발달한 이후 소위 불온서적 출간이 유행하자 교황청은 들불처럼 번지는 종교에 대한 도전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교황청은 금서성 설치 이후 1600년 지구가 돈다고 주장했던 이탈리아 철학자 브루노를 화형시켰다. 1633년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이가 종교재판을 받은 이후 교황청은 4천권이 넘는 책을 1948년까지 금서 목록에 실었다.종교 관련 서적 중 대표적인 금서로 꼽히는 책은 '세 명의 사기꾼, 모세·예수·마호메트'이다. 모세와 예수, 마호메트를 사기꾼으로 묘사해 불경한 책으로 불리는 이 책은 오늘까지도 문헌의 저자가 누구인지 모른다. 이 책은 가톨릭을 신봉하는 유럽의 왕조들의 서슬 퍼런 검열을 피해 오로지 손으로 베낀 형태로만 극히 제한적으로 유통됐다.책의 내용이 가톨릭과 기독교, 이슬람교의 최고 지도자들을 희대의 사기꾼이라고 대놓고 떠들어댔으니 저자는 물론이고, 책을 베낀 이들조차 적발당하면 화형을 피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18세기는 계몽주의 사상을 곁들인 권력을 쥔 왕족·귀족·성직자들의 추문을 비하하는 책들이 유행했다. 미국의 역사학자 로버트 단턴은 저서 '책과 혁명'에서 프랑스혁명 직전까지 금서가 된 베스트셀러를 보면 왕정을 비방하거나 권력자와 성직자들의 파렴치한 추문을 들춰냈다. 특히 집단으로 거물급 인사에 대한 명예를 공격하는 중상비방문(벽보, 광고, 노래, 인쇄물, 소논문 또는 책)들은 1789년 7월 프랑스혁명의 불을 지폈다. 그 대표 주자가 바로 자유와 평등을 강조한 계몽사상가 루소와 관용(똘레랑스)의 중요성을 강조한 볼테르다.어느 시대, 어느 정권이나 금서로 낙인찍는 주된 이유는 정치·안보·사상·신앙·풍속 등을 해치기 때문이다. 중국의 문화혁명 당시의 분서도 같은 이유로 자행됐다. 하지만 금서와 분서는 오늘날까지도 인종, 이념, 자유언론에 대한 탄압과 특정집단의 구성원을 대량 학살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의 핵심은 "옛것으로써 오늘날의 것을 비난하는 자는 멸족시키고, 관리가 (이런 자를) 보고 알면서도 들춰내지 않는다면 같은 죄를 묻는다"는 것이다.지난 7월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은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내 공공도서관에서 민주화 인사의 저서가 모두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홍콩의 공공도서관을 담당하는 기관은 "홍콩보안법 시행에 따라 일부 서적의 법 위반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공공도서관이 정치인과 시사 평론가들이 출간한 책들을 정치편향 이유로 금서로 지정했다고 한다. 21세기 민주주의에서도 금서의 DNA는 여전히 남아있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20-12-20 이진호

[데스크칼럼]서철모 화성시장님, 이런 상황인데도 가만히 계실겁니까?

12년째 민간아파트 개발중인 화성 배양동토지주 200억대 잔금 못받고 공매절차 신세자신의 땅 신탁되는 사실상 범죄해당 피해민원 불구… 市, 안전장치없이 허가권 넘겨2008년 화성의 한 시골 변두리이자, 수원 경계지역인 화성 배양동 일원에 민간아파트 개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곳 마을은 정조대왕이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잠든 현륭원(현 융건릉)을 참배하기 전 제상을 차린 마을, '제청말'이라 알려진 곳으로 친인척들이 모여 사는 조용한 전형적인 시골부락이었다.필자 또한 이곳에서 자랐고 최초 사업부터 지켜봤다.12년이 지난 2020년 12월 현재, 이곳 마을엔 여전히 지역주택조합이 개발을 추진 중이다. 마을 사람 일부는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삶의 터전을 개발사에 팔아 넘긴 뒤 매매대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얼마 전에는 공매개시절차라는 안내장까지 받는 신세가 됐다. 2008년 민간아파트 개발사업자는 2015년 지역주택조합으로 사업을 전환한 뒤 조합사업권을 현재 조합에 넘겼다. 앞서 전체 사업부지 중 67%의 사업부지가 토지 일부 대금을 대출해준 '유진투자증권'에 의해 신탁처리된 상태여서 그렇게 사업권이 넘겨졌다.여기서 첫 번째 문제가 발생한다. 2020년 11월 현재 200억원(소송에 따른 법정이자 포함)대 토지 잔금이 미지급된 상태다. 2015년 당시 조합은 토지주들에게 수차례 토지 잔금 부분에 대해 지급을 약속했고, 조합원 모집 등 사업추진을 수행해왔다.그런데 지난 11월 초 신탁토지주들에게 신탁토지에 대한 '공매개시절차'라는 안내장이 날아들었다.잔금이 미지급된 토지가 100% 지급된 것처럼 신탁됐고 유진투자증권과 조합 등에 의해 신탁토지에 대한 공매절차가 개시된 것이다. 문제는 토지 잔금에 대한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그 어디에서도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2015년부터 사업을 추진해온 현 조합 측도 토지 잔금 지급의 의무를 이야기해오다, 위로금조로 지급하겠다는 식으로 돌변, 신탁토지주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유진투자증권이 신탁토지에 대한 잔금 부분에 대해 명확한 권리해석을 하지 않고, 기업의 실익만을 챙겨 신탁토지주들은 공매절차개시로 금전적 피해에 대한 법적 다툼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두 번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유진투자증권이 신탁토지에 대한 매매 잔금을 추가 대출해 준 뒤 조합 측과 사업부지에 대한 자산매각 등의 절차를 밟았더라면 발생하지 않을 피해였다.화성시 행정도 문제다.최초 신탁 등에 대한 이해가 없던 토지주들은 잔금도 받지 못한 채 자신들의 토지가 신탁되는 사실상 범죄에 해당하는 피해를 봤다. 지역주택조합으로 사업이 변경될 당시, 피해 토지주들은 이 같은 피해에 대해 화성시에 정식 민원을 제기했었다.토지 잔금 해결책 없이는 사업허가권 연장을 동의하지 않는다는 민원이었다. 하지만 화성시는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현 조합에 허가권을 넘겨줬다.현재 조합에선 공매절차가 개시되면 조합이 토지를 낙찰받아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그렇지만 만일 조합이 낙찰받지 못할 경우, 또 미지급된 200억원대 토지 잔금에 대해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잔금도 다 치르지 않은 토지를 '법'을 앞세워 취득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이 또한 법적 분쟁 대상이다. 화성시도 큰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이제는 적극 행정에 나서야 한다.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유진투자증권도 자산양수도계약을 철회하고, 신탁토지 잔금에 대한 해결방안을 세운 뒤 자산양수도계약 등에 나서야 한다. 12년째 지연된 사업의 피해 책임을 이제는 말끔하게 정리할 때다.추신. 문재인 대통령께.900명이 넘는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이 산산조각날 상황입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정부 차원의 철저한 조사와 행정개입을 통해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켜 주십시오./김영래 사회부장김영래 사회부장

2020-12-16 김영래

[데스크칼럼]두 화재 이야기

'무사는 무한·무수사이 간신히 건진 낱말…'21년전 인현동 모티브 김금희 소설 대목이다핵심은 비행이 56명 죽음을 덮을수 없는 법라면 형제 '뒤늦게 실화'도… 본질 안바뀌어"무사하다는 것은 무한과 무수 사이에서 간신히 건져 올려진 낱말 같아. 막막한 바다를 떠다니는 작은 보트처럼."소설 '경애의 마음'(김금희 作) 중 한 대목이다. 주인공 경애와 상수는 21년 전인 1999년,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한 인천 인현동 호프집에서 살아남은 이들이다. 인현동 화재사건을 취재한 기억으로 인해 이 소설이 눈에 띄었던 것 같다.돌이켜보면 '숨진 학생들에 대한 애도' 보다 '학생이 호프집에서 술을 마신 행위'에 대한 비난이 앞섰던 게 사건 초기의 사회 분위기였다. 소설도 경애의 사유를 통해 당시 상황을 묘사한다. "경애는 비행, 불량, 노는 애들이라는 말들을 곱씹어보다가 맥주를 마셨다는 이유로, 죽은 56명의 아이들이 왜 추모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는가 생각했다. 그런 이유가 어떤 존재의 죽음을 완전히 덮어버릴 정도로 대단한가. 그런 이유가 어떻게 죽음을 덮고 그것이 지니는 슬픔을 하찮게 만들 수 있는가."사고 발생 후 며칠이 지나 기성세대의 일반적인 정서와는 사뭇 다른 공간을 취재한 적이 있다. 화재로 숨진 남녀 고교생의 영혼결혼식이 열린 길병원 영안실이었다. 남학생은 다른 아이들을 도와주다 변을 당했고, 여학생은 반에서 1~2등을 다투던 모범생이었다고 했다. 단지 호프집에 있었다는 것을 제외하고 도무지 비행, 불량이라는 수식어를 달 이유를 찾지 못한 열일곱, 열여섯의 꽃다운 영혼이었다."두 젊은 영혼이 지금 영정으로 만나지만, 이 모순되고 부도덕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함께 스러져간 인연은 결코 가벼운 게 아닙니다."주례의 결혼 선포로 사돈이 된 두 아버지는 신랑, 신부를 대신해 흑장미와 순백의 국화를 교환했다. 생판 모르고 지내던 사람들이 처음 인연을 맺는 현장은 잔인하리만치 처연했다. 편견으로 오염된 바깥 공기와는 확연히 달랐던, 그리고 그 누구라도 가슴으로 추모할 수밖에 없었을 그 슬프고 외로운 결혼식장이 소설을 읽는 사이 떠올랐다. 이 때문인지 소설은 '맥주를 마셨다는 이유로 왜 추모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는가'라는 경애의 울분 어린 질문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답했는지 묻는 듯했다. 사실 그 질문은 미세먼지와도 같았던 편견이 걷히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 사회가 공유할 수 있었다. 그 질문의 결과물이 지난해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공적기억조형물 '기억의 싹'이다.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2020년의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화재사건에 주목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한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이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인천 미추홀구 화재사건이다. 동생은 세상을 떠났다. 소설 속 표현대로 '무한과 무수' 사이에서 건져 올려지지 못했다. 이 사건을 접한 많은 언론은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의 '무사함'을 담보하지 못하는 돌봄시스템에 돋보기를 들이댔다. 그리고 많은 제도개혁을 이끌어냈다. 형제를 돕기 위한 후원의 손길도 잇따랐다. 최소한 인현동 화재처럼 뒤늦게 기억의 싹을 세우는 것으로 희생자들을 위로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그런데 최근 경찰이 "화재의 원인은 아이의 실화였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조그만 파장이 일고 있다. 라면을 끓이다 발생한 것이 아니라 아이의 불장난으로 인한 화재라는 새로운 분석이 제시되면서 일부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소 흔들리는 듯하다. 물론 언론의 잘못이 크다.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소방당국의 추정을 토대로 화재원인을 특정한 것은 분명 반성할 일이다. 그렇다고 이 사건의 본질과 의미가 희석될 수 있을까. 이 사건은 구멍 숭숭 뚫린 돌봄시스템으로 인해 발생한 참사라는 게 핵심이다. 화재 원인이 다르다고 해서 본질이 바뀔 수도, 바뀌어서도 안되는 사건이다. 어찌보면 호프집에 가거나 불장난을 한 행위는 시스템 부재라는 근원적 참사 원인과 비교할 때 편린에 불과하다. 기억의 싹을 제대로 심어야 할 것 같다./임성훈 인천본사 편집국장임성훈 인천본사 편집국장

2020-12-13 임성훈

[데스크칼럼]혐오와 친환경

자체매립지·소각시설·화물차주차장등 조성충분한 공론화 통해 결정한후 인센티브 줘야주민에 믿음 주고 약속 지켜가는게 가장 중요'합의실패' 주민탓 말고 설득 능력으로도 봐야요즘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가 있다. 인천 자체 매립지와 소각시설 신설 문제다. 인천시가 구상한 지역에 자체 매립지와 소각시설이 조성될지, 주민 반발에 부딪혀 수정안이 나올지 많은 이가 궁금해한다. 수도권매립지를 종료하려면 자체 매립지와 소각시설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큰 상황이라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 관측도 있다. 인천시가 수도권 주민 2천500만명이 쏟아내는 쓰레기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은 것이다.인천시가 지난달 12일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 대비 친환경 자원환경시설 건립 기본계획안'을 공개하면서 자체 매립지와 소각시설 신설 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다시 떠올랐다. 기본계획안을 보면, 영흥도가 자체 매립지 1순위 지역으로 추천됐다. 중구와 미추홀구가 함께 사용할 소각시설은 중구 남항 환경사업소 부지, 남동구와 동구의 소각시설은 남동구 음식물폐기물 사료화시설 부지에 조성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강화군의 경우 강화읍 용정리 생활폐기물 적환장에 설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부평구와 계양구가 함께 쓸 소각시설 입지 등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인천시는 자체 매립지와 소각시설 기본 추진 구상을 발표하면서 '친환경'이란 단어를 10여 차례나 썼다. 자체 매립지와 소각시설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친환경 시설로 조성하겠다는 내용이 발표문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자체 매립지와 소각시설 명칭을 각각 '에코랜드', '자원순환센터'로 명명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해당 지역을 '예비후보지'라고 표현했으며, 주민 의견 수렴 등 공론화 과정에서 자체 매립지와 소각시설 위치·규모가 변경될 수 있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대체 매립지와 소각시설 문제가 매우 민감한 사안인 만큼 발표문에는 인천시의 신중함이 묻어났다.인천시도 해당 지역 주민들이 대체 매립지나 소각시설을 순순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았을 것이다. 인천시가 자체 매립지와 소각시설 예비후보지를 공식 발표하자 예상대로 해당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옹진군수는 영흥도 자체 매립지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약 1주일간 단식 농성을 했고, 영흥도 주민들은 자체 매립지 건설 계획을 철회해 달라며 인천시청 앞에서 장례식 퍼포먼스를 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군수·구청장, 시장 등이 긴급당정회의를 열고 '매립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해결 방안을 찾기로 했다. 자체 매립지는 충분한 협의와 공론화를 거쳐 최적지를 선정하고, 소각시설은 인천시 구상안과 군·구에서 제안한 안을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숙의과정을 거치기로 한 것인데,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어서 걱정이 앞선다.매립지와 소각시설은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매연·분진·소음·악취 등 주거 환경에 악영향을 주거나 가스 누출 등 사고 위험이 큰 시설 또는 부동산 가격 하락의 요인이 되는 시설을 혐오시설로 본다. 지자체가 "친환경 시설로 조성하겠다"며 해당 주민들을 설득해 보지만, 그들에겐 여전히 혐오시설이다. 주민들의 우려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화물주차장 입지 선정 문제도 마찬가지다. 인천시가 온라인 시민청원 답변을 통해 "화물주차장 검토의 최우선 기준은 주거 환경을 고려한 안전과 친환경적 추진"이라고 재차 밝혔지만, 해당 주민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천항만공사가 남항 인근에 중고차 물류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인천항 스마트 오토밸리 조성사업'도 주민 사이에서 찬반 갈등이 있다. 이 사업 역시 혐오시설과 친환경 시설이라는 인식의 차이가 있다.자체 매립지, 소각시설, 화물차주차장, 중고차 물류 클러스터. 어느 곳에는 반드시 조성해야 할 시설이다. 모두가 만족하는 합의란 있을 수 없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입지와 시설 규모를 결정하고, 해당 지역·주민에게 적절한 혜택(인센티브)을 줘야 한다. 특히 이들 시설이 주거 환경을 악화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고, 그 약속을 지켜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입지 선정에 실패한다면, 주민만 탓할 것이 아니라 사업 주체의 갈등 해소 및 설득 능력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20-12-09 목동훈

[데스크칼럼]신임 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에 바란다

체육계 민선회장 시대 과제 풀어 낼 행정가내부 불협화음·긴 공백기간·채용불신 털고법정 법인화·종목단체장 선거·내년 예산 등한단계 더 발전 위한 화합·단결·소통 기대감올해 민선 회장시대를 맞아 혼란을 겪었던 경기도체육회가 긴 공백 끝에 신임 강병국 사무처장을 임명했다. 강 신임 처장은 도체육회 이사회 동의를 거쳐 지난 3일 이원성 도체육회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업무를 시작했다. 강 신임 처장은 도체육회 사상 처음으로 공개채용을 통해 취임한 처장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강 신임 처장은 한동안 체육계에 몸담았던 인물로 잘 알려졌다. 경기관광공사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도체육회 통합 이전인 경기도생활체육회 시절 사무처장을 맡았고 통합 후 도체육회 총괄본부장, 사단법인 남북체육교류협회 사무총장을 역임하는 등 그동안 체육분야에서 큰 경험을 갖췄다는 평가다.그러나 단점도 있다. 당시 도생활체육회와 도체육회 통합과정에서 처장이 아닌 본부장으로 한 단계 낮췄다는 점에서 생활체육회 동호인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는 시·군생활체육회에도 영향을 미쳐 일부는 생활체육회 사무국장이 엘리트 체육회에 밀리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이런 강 처장이 다시 체육회에 복귀했다. 도체육회 사무처장직은 지난 7월13일 직전 사무처장이 사퇴한 뒤 143일만에 새로운 처장이 들어왔다. 물론 사무처장의 긴 공백으로 도체육회는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체육계는 지난 1월16일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 시행에 따라 올해부터 민선 회장시대를 열었고, 도체육회도 이에 발맞춰 이원성 회장을 초대 민선회장으로 선출하며 새로운 항해를 시작했다. 그간 도체육회는 도와 도의회, 사무처 내부간 불협화음, 사무처장 공백으로 체육회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코로나19로 대회 및 행사까지 축소 또는 취소되면서 이 회장의 입지도 그만큼 좁아졌다.게다가 이번 사무처장 공개채용에서 매끄럽지 못한 절차는 또다시 불신을 초래하기에 충분했다. 홈페이지 사무처장 채용 공고문에 도체육회 근무경력자에 한해 전형별 5%의 가산점을 부여했기 때문인데, 이는 특정인을 위한 방안이라는 일부 주장도 제기됐다. 결국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선 가산점 우대가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질의까지 나왔다.도체육회는 공정하고 투명한 공모 절차를 지켜 사무처장을 뽑은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일련의 사태를 보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도체육회 사무처장직은 행정 및 기획 등 모든 면에서 탁월해야 한다. 강 처장은 이미 검증된 인물이지만 앞으로 도체육회 행정가로서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도 체육회의 가장 큰 현안인 법정법인화 전환 작업, 도 종목단체장 선거 그리고 행정사무감사 등에서 제기된 도 체육회의 다양한 현안 과제를 진두지휘해야 한다. 또 민선회장 시대의 도체육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역량을 끌어내야 한다.특히 내년도 체육회 예산안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상황이다. 도체육회의 1년 총예산은 510억원 안팎인데 이 중 450억원 상당이 경기도로부터 지원받는 만큼 도의회와 함께 손을 맞잡고 풀어나가야 한다.강 처장은 앞으로 도체육회 앞에 놓인 많은 과제와 코로나19의 어려운 체육분야 상황에 중책을 맡게 됐다. 민선회장시대의 도체육회가 공공성을 추구하면서 도와 도의회와의 화합에 최우선을 두고 도민 체육발전과 우수한 경기자 양성이라는 설립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또 강 처장이 사무처에 들어온 만큼 도체육회 사무처도 의기투합해 올바른 체육 정책과 행정을 통해 최일선에서 고생하는 지도자와 선수 발굴, 동호인 저변확대를 위해 다시 본연의 업무를 되찾아야 한다. 체육인들의 화합과 단결, 힘의 원천은 소통으로부터 나온다. 사무처는 체육인과 동호인들로부터 반드시 필요한 화수분 같은 존재다. 강 처장은 속히 도체육회가 정상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신창윤 문화체육부장신창윤 문화체육부장

2020-12-06 신창윤

[데스크칼럼]기억해야 할 '국민방위군'

1·4후퇴를 앞두고 60만명 이상 반강제 징집한국전쟁 70년 역사 속에 숨겨진 '민간인軍'국가지원 못받아 상당수 아사·동사·전염병관련보도 잇단 제보, 이제라도 재조명 시급한국전쟁 70년, 잊힌 군인들이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역사 속에 숨겨진 '국민방위군'이다. 수십 만명의 민간인으로 구성된 국민방위군은 상당수가 굶어 죽거나 얼어 죽었다. 그나마 이들에게 지급돼야 했던 각종 국고와 물자들은 간부들이 착복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재조명이나 명예회복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책 없는 징집에 수많은 희생이 따랐지만 책임도 없었다.국민방위군 사건을 재조명해 준 유정수(1925~2010)씨의 일기에는 '사랑하는 내 어머니와 아내와 동생들에게 이 기록을 드리노라'라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국민방위군에 징집된 1950년 12월23일부터 이듬해 3월까지 76차례 일기를 작성했다. 이 일기에는 극한의 추위와 굶주림 속에 이동하는 과정이 기록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국민방위군 희생에 대해 어떤 보상도 사과도 이뤄지지 않았다.국민방위군은 한국전쟁 당시 반강제로 징집된 민간인으로 구성된 부대다. 서울이 북한군에 의해 다시 점령되는 1·4후퇴를 앞두고, 정부는 급하게 민간인을 징집해 국민방위군으로 편성했다. 이때 국민방위군 징집총수는 60만명 이상이다. 이들은 남쪽 지역에 설치된 교육대로 이동해 교육을 받았다. 이때 제대로 된 피복과 음식 없이 급하게 이동하며 상당한 국민방위군이 거리와 산속에서 동사하거나 아사하게 된다. 더욱이 어렵게 도착한 교육대는 시설이 열악했고, 질병으로 또다시 많은 국민방위군이 희생되기도 했다. 1950년 12월 17일 공포된 국민방위군 설치법은 사실상 강제 징집이었고 40세가 넘는 고령자나 학생, 공무원 등도 징집 대상이었다.이들은 죽어서도 버림받았다. 대다수가 '전사통지서'도 받지 못했다. 유해가 암매장된 곳이라고 주장하는 곳은 현재 경작지로 바뀌어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도 없다. 세월은 현장을 바꿔 놓았고, 기억에만 의존하는 증언들은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정부의 공식 사과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다시 국민방위군을 조명하는 움직임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이정식(89) 명예교수는 최근 펴낸 자서전에서 국민방위군 경험을 소개했다. 1950년에 국민방위군으로 활동한 그는 경인일보 보도로 알려진 것처럼 피복이나 보급식과 같이 기본적인 국가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이동한 것과 민가에서 식사를 얻어먹어야만 했던 열악한 환경을 설명했다.한국현대사를 전공한 성공회대 이임하 교수도 전염병을 매개로 국민방위군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 '전염병 전쟁'을 펴냈다. 이 교수는 대부분 동사·아사로 피해를 입은 줄 알았던 국민방위군이 발진티푸스라는 전염병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결국 한국전쟁 당시 징집된 국민방위군이 전염병인 발진티푸스를 전국적으로 퍼뜨린 원인이었던 것인데, 군복조차 지급받지 못한 비위생적인 상태에서 징집당했기에 발생한 일로 국가의 과실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는 주장이다.이 때 징집됐던 국민방위군 가운데 일부는 이와 같은 사실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제보도 이어지고 있다. 관련 보도를 접하고 본인이 전염병으로 피해를 입었고, 증언해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제보자 대부분은 과거 강제 징집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사실이 묻히기를 바라지 않는 데서 시작하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제보자 대부분이 90세가 넘는 고령으로 자녀 등 가족들이 주선돼 피해 구제와 명예 회복에 나서고 있다. 쉽지는 않다. 워낙 오래전 일이고 관련 증거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관심이다. 강제로 징집됐던 이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이들에 대한 구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민방위군을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 정부의 빠른 대처와 노력을 기대해 본다./조영상 경제부장조영상 경제부장

2020-11-29 조영상

[데스크칼럼]님비를 핌피로

내구연한 끝난 영통권 소각장문제로 '시끌'주민들 '폐쇄 주장' 반발… 이전 쉽지않아화성 함백산 추모공원사업처럼 지혜 필요'지역민 많은 혜택'으로 현안 해결 어떨까'님비현상'. 최근 이 같은 현상이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님비현상'이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시설이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이기적인 행동 양태를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시의 자체 폐기물 매립지 후보지 발표를 둘러싸고 나타나는 현상들이다.인천시는 최근 옹진군 영흥도를 매립지 후보지로 발표했다. 주민들은 지역 이미지가 훼손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1990년대 영흥화력발전소가 들어섰을 때처럼 지역사회에 악영향이 훨씬 많다는 게 영흥도 주민들의 생각이다. 당장 관광산업에 타격을 받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영흥도로 향하는 유일한 육로 도로(시화방조제)가 난 시흥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크다. 실제 지난 2014년에도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자 시흥시의회가 앞장서 반대 결의안을 의원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이때 시흥시의회가 채택한 내용은 '수도권 쓰레기매립지 대체부지 영흥도 선정 반대 결의안'이었다. 당시 시흥시와 안산시는 영흥도 매립장 조성에 반대하는 별도의 주민대책위원회 구성을 추진한 전례도 있었다.수원시도 최근 소각장 문제로 시끄럽다. 내구연한이 끝난 상황에서 주민들은 폐쇄를 주장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매립장조차 없는 수원시는 대수선해 사용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옮길 곳이 없어서다.실제 수원 서부권에는 음식물자원화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지역에서 악취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장안구지역인 서북부권에는 장례식장이 있다. 영통권에는 이곳 쓰레기장이 2000년도부터 운영되고 있다. 폐쇄하면 서부권이나 서북부권으로 이전해야 하는데 이곳 또한 님비현상이 예상, 이전이 쉽지가 않다. 그렇다면 늘어나는 쓰레기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지혜를 모아보는 것은 어떨까. '님비현상'을 '핌피현상'으로 바꿀 수 있는 지혜 말이다. 핌피현상은 님비현상과 반대되는 개념의 지역 이기주의 현상으로 금전적 이익 등을 기대하는 심리를 말한다.화성시 함백산 추모공원사업이 대표적 예다. 이곳은 공모 절차를 통해 선정됐다. 공모 초기 반대가 극심했다. 그러나 현재 사업은 순항 중이다. 해당 시설로 395억원의 지원기금이 주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함백산 추모공원 사업은 화성·부천·광명·안산·시흥·안양시가 사업비 1천714억원을 분담해 화성시 매송면 숙곡리 일대 30만㎡ 부지에 종합 장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추모공원은 화장시설(13기)과 봉안시설(2만6천여기), 자연장지(2만5천여기), 장례식장(8실) 등을 갖출 예정이며 내년 6월 개장한다. 추모공원이 들어서는 지역에는 '화성시 공동형 종합 장사시설 유치지역 및 그 주변 지역 주민지원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에 따라 총 395억원의 지역 지원기금 지원도 예정돼 있다.기금은 추모공원 유치지역인 숙곡1리에 마을 발전지원금을 포함해 100억원, 주변 지역인 어천1·2리, 야목1리, 송라1·2리에 총 100억원, 기타 매송면 내 15개 리에 45억원, 매송면 전체에 150억원씩 쓰일 예정이다.지원기금은 이 지역 주민들의 공동 영농시설 등 '소득증대 부문'과 경로당, 마을회관, 어린이 놀이터, 상하수도 및 도로, 체육·레포츠 시설 등 '복리증진 부문'에 사용된다. 자녀들에게는 장학금, 학교급식, 선진지 견학 등도 지원된다.이 같은 선례를 교훈 삼아 지역 현안을 해결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없어도 되는 공공시설이라면 얘기는 다르겠지만 사람 사는 곳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공공시설이라면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제대로 된 보상안을 이끌어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삶의 지혜 아닐까./김영래 사회부장김영래 사회부장

2020-11-18 김영래

[데스크칼럼]복붙

생각 굳으면(Ctrl+c) 절대 안바꿔(Ctrl+v)요즘 정치권에 일명 '똥고집' 유행처럼 번져난 항상 옳고 잘못없다 '편향'… 종국엔 낭패현안마다 치고받는글 복붙전파… 국민 눈살Ctrl+c, Ctrl+v. 컴퓨터를 이용한 문서·이미지 작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축키다. 복사하려는 글이나 그림을 지정하고 자판의 Ctrl키와 c키를 함께 누른 뒤 다시 붙이고 싶은 곳으로 커서를 옮겨 Ctrl키와 v키를 함께 누르면 그대로 옮겨진다. 요즘은 줄인 말로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같은 의미로 Copy&Paste를 줄인 코피페(コピペ)라고 한다.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한 번 생각이 굳어지면(Ctrl+c), 다른 상황에서도 바꾸지 않으려(Ctrl+v)는 현상이 늘고 있다.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막무가내식 '고집'을 피우는 것이 정치권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분위기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심리적 상태를 편향(偏向, bias)이라고 한다. 우리의 뇌는 신중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쉽게 떠오르는 정보나 주변 상황을 기준으로 삼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스스로 잘못한 오류를 깨닫거나 인정하기를 극히 꺼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쉽게 '똥고집' 정도로 풀이하면 되겠다.편향보다 한층 더 위험한 상태를 '선택 지지 편향'이라고 한다. 심각한 수준의 '오만'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심리 상태에 빠진 경우 자신은 틀린 게 없고, 항상 옳다는 생각에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명백한 오류나 잘못이 드러나도 자신이 맡은 일이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고, 성과를 내고 있다고 우긴다. 조직의 리더들이 이런 심리상태에 있다면 나중에는 정책 실패, 외교 단절, 예산 낭비, 인사 참사 등의 참담한 결과로 나타난다.'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성폭력 처벌을 받았지만, 성폭력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유는 '확증 편향'일 가능성이 크다. 고의성도 없었고, 실제 행위를 하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죄인으로 몰고 있다는 범죄자의 '피해망상'의 한 형태다. 영국의 언론인 톰 필립스는 '인간의 흑역사'라는 저서에서 "사람은 자기의 믿음에 부합하는 증거만 선택적으로 취하고 다른 증거는 외면하는 데서 확증 편향이 비롯된다"고 했다. 그는 "자기와 정치 성향이 비슷한 매체를 통해서만 뉴스를 보려는 경향이 이와 관련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심각하게는 음모론자를 절대 설득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똥고집, 오만, 피해망상이 '집단 사고'에 영향을 미치면 자신들의 무능에 대해 무지해지는데 결국, 자신들의 결점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사업을 낙관하고 자신하다 낭패를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 여당의 내로남불의 독주, 야당의 무력한 국정 견제 등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누구라 할 것 없이 잘못과 실책을 인정하지 않는다. 죄다 남의 탓만 한다. 이전 정권에서부터 건국 초기의 사례까지 들춰대며 '저들의 탓'이라는 비난과 변명뿐이다. 때로는 상대방의 말이 맞고, 그들의 생각이 옳을 때가 있기 마련인데도 절대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예전에는 그래도 남이 지적하면 받아들이는 시늉이라도 했다. 지금은 씨도 안 먹힐 얘기다.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보여주었듯이 자기 뜻이나 생각이 맞지 않으면 장관이든 국회의원이든 아무렇지 않게 서로 막말로 치고받는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에서조차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존중과 배려는 사라졌다. 지금은 국회의원을 '어이~'라고 부른다. 국회를 얼마나 우습게 보면 그런 소리가 나오겠는가. 게다가 일부 소신도 능력도 없는 정부 관료들은 잘못된 정책에 대해선 입을 꾹 닫은 채 해명 없이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얘기만 늘어놓다가 핀잔받기 일쑤다.굵직한 정치 현안들이 쏟아질 때마다 각 진영을 대표하는 인사들의 글이 SNS에 올라오면 지지자들은 바로 'Ctrl+c'와 'Ctrl+v'를 이용해 순식간에 전파한다. 정치인들의 SNS는 하루하루가 말(語)의 '복붙'으로 치고받는 전쟁터가 됐다. 이 전쟁터에서는 우리 편이 아니면 무조건 짓눌러야 한다는 '선택 지지 편향'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몰려다닌다. 뜻을 달리하는 상대를 선의의 경쟁자로 존중해주고, 긴장 관계의 동반자로 여기던 시대는 지났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20-11-08 이진호

[데스크칼럼]황해 평화와 인천

'인천·남포항' 도로·철도 등 인프라 최적조수 간만의 차 극복 갑문 운영도 공통점바닷길 복원 개성공단 가동 등 사업 재개'인천'… 남북교류 협력 중추적 역할 불변지난 20일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에서 '2020 황해평화포럼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인천시와 인천연구원이 '평화도시 인천과 한반도 평화의 길'이란 주제로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 박남춘 인천시장은 남북 교류협력 방안을 북측에 제안했다. 박 시장은 "말라리아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코로나19 방역 등에 남과 북이 적극 협력해 보건·환경 위기를 함께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의 수해 복구와 관련해 "접경지역 주민들이 다가올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방한 물품을 지원해 북측 노력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고 했다. "우리 미래를 그려 나갈 아이들을 남과 북이 함께 키운다는 마음으로 어린이 보건의료협력과 영양개선사업을 제안한다"고도 했다. 남북 경협 방안으로는 ▲인천~남포 등 기존 남북 해상항로 복원 ▲한강하구 생태·환경 등 공동 관리와 이용 ▲서해 공동어로활동 협력을 제시했다.인천항이 서울의 관문이라면, 남포항은 평양의 관문이다. 남북이 본격적으로 경협에 나선다면 수도를 배후에 둔 인천항과 남포항 역할이 자연스레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인천항이 남북 해상 교류의 거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두 항만은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며, 남포항은 화력발전소가 인접해 있어 전력 공급도 원활하다. 인천항과 남포항은 조수 간만의 차를 극복하기 위해 갑문(閘門)을 운영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일본인 저널리스트 가세 와사부로(加瀨和三郞)가 편찬한 '인천개항 25년사'(1908)를 보면 인천과 관계가 가장 깊은 곳은 남포다. 남포에서 수입하는 것은 대개 인천항이 중개했다. 과거 인천항과 남포항 간 교류가 활발했던 것으로, 인천항이 환적 또는 허브 항만 역할을 한 것이다.2010년 5·24 조치 이전까지 인천항~남포항 바닷길은 사실상 남북을 오가는 유일한 정기항로였다. 한반도 분단 이후 인천항과 남포항을 오가는 항로는 1998년 8월 개설됐다. (주)한성선박이 홍콩에서 3천t급 컨테이너선 '소나호'를 빌려 월 2회 정기 운항했다. 국양해운이 2002년 투입한 '트레이드포춘호'는 매주 한 차례 남북을 오가며 남북 경협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5·24 조치에 따라 물동량이 급격히 줄었고, 2011년 10월 운항을 멈췄다.인천항은 항로 개설 전에도 북으로 통하는 관문 역할을 했다. 1984년 남한에 큰 수해가 발생했을 때 북한이 인도적 차원으로 남한을 지원했다. 당시 북한이 보낸 구호물자는 인천항으로 들어왔다. 이후 우리 정부나 민간단체가 인도적 차원에서 구호물자를 북한으로 보내야 할 때 인천항에서 배가 떴다.인천 앞바다는 한반도 전쟁의 시발점 또는 주요 전쟁터가 됐다. 서해교전, 천안함 사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등 한국전쟁 이후 남북 교전 대부분도 인천 앞바다와 섬에서 발생했다. 인천 앞바다가 평온할 때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온다고 볼 수 있다.인천항~남포항 바닷길을 복원해야 한다. 새로운 남북 경협 사업을 추진하기보단 인천항~남포항 바닷길 복원, 개성공단 가동 및 금강산 관광 등 과거의 사업을 재개하는 데 힘써야 한다. 남북 관계가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지만 인천이 남북 교류 협력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인천시 브랜드 '올웨이즈 인천'(all ways Incheon·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처럼 인천이 남북 교류 협력의 길을 열고 남북을 잇게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인천 앞바다에 교량을 설치해 영종도(인천국제공항)~신도~강화도~개성·해주를 연결하는 서해 남북평화도로 건설사업도 쉬지 않고 진행해야 한다./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20-10-28 목동훈

[데스크칼럼]공정위는 공정한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본사와 '불합리 계약' 대리점주 간절한 호소공정위, 제대로 응답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고통받는 을에 필요한건 法보호 확신과 믿음"영세 사업주에 공평·법 집행" 헛구호 안되길2013년 5월 남양유업 물량 밀어내기 갑질사태는 본사에 의한 '대리점 갑질'의 민낯을 대한민국에 낱낱이 드러낸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사건 직후 '을의 눈물'에 공감하는 여론이 형성됐고, 후속 대책의 하나로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더불어민주당내 을지로위원회도 '을지키기 경제민주화 추진위원회'란 이름으로 그때 생겼다. 대기업을 상대로 노동·불공정거래 문제를 제기하는 당사자들을 대변해 사회적 공론화 및 중재를 주도했다.이후 2017년 5월 공정(公正)의 가치를 국정철학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라는 문 정부의 캐치프레이즈를 어떤 방식으로 현실에서 구현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한껏 고조된 시점이었다.문재인 대통령은 재벌 저격수로 명성을 떨친 김상조 한성대 교수(현 청와대 정책실장)를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함으로써 한국사회에 뿌리박힌 불공정 관행을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도 취임사에서 '을의 눈물'을 이야기하며 발을 맞췄다.그는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것은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제력 오남용을 막고, 하도급 중소기업, 가맹점주, 대리점사업자, 골목상권 등 '을의 눈물'을 닦아달라는 것"이라며 "공정위는 호소를 듣고, 피해를 구제하며,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대리점 갑질 해결은 김상조 전 위원장의 주요 추진 과제 중 하나였다. 취임 2개월 만에 전 산업에 걸쳐 대대적인 본사-대리점 간 거래 실태조사에 나섰고, 이듬해에는 '대리점거래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그로부터 2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대리점 갑질문제는 도통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김상조 전 위원장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을의 눈물'은 현재 진행형이다.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공정위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다뤄졌던 '천재교육 총판(대리점) 갑질사건(2019년 10월8일자 1·3면 보도="천재교육 갑질 의혹, 공정위 철저한 규명을")'이다. 이는 천재교육 대리점주 십수명이 "본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해 8월 공정위 측에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서를 접수한 사건이다.점주들은 '교사·연구용 교재 등 판촉비용 전가', '징벌적 페널티 부과', '반품 제한(20%)' 등의 시정을 요구했고, 본사는 점주들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며 팽팽하게 맞섰다. 당시 국감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김성원(동두천·연천) 의원은 조성욱 위원장에게 "천재교육 본사가 받고 있는 갑질 의혹을 공정위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그러나 최초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서가 접수된 지 1년2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해당 사건과 관련한 처분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신고자에게도 진행 상황을 공유하지 않은 탓에 점주들은 안개가 자욱한 밤길을 걷는 듯한 불확실성에 하루하루 고통받고 있다. 막다른 길에 내몰린 상태에서 공정위에 건 마지막 희망조차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만 남았다.'을의 눈물'이 비단 천재교육 점주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본사와 불합리한 계약관계에 놓여 있는 수많은 대리점주들의 간절한 호소에 공정위가 제대로 응답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김상조 전 위원장으로부터 배턴을 이어받은 조성욱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공정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 영세한 사업주에게도 공평하고 적극적으로 법이 집행된다는 확신을 드려야 한다"고 언급했다.그의 말처럼 고통 속에 있는 모든 '을'들에게 필요한 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과 믿음'뿐이다. 이번 만큼은 헛구호가 되지 않기를 바라본다./이재규 정치부장이재규 정치부장

2020-10-21 이재규

[데스크 칼럼]경기도체육회,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사무처장 개방형 공모, 새로운 시작을 의미체육계 이해·행정경험 많은 자가 선택돼야'법정법인화' 이뤄도 자립경영 시간 더 필요지자체 지원 없이는 생활체육 확대 어려워'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언제 오는가'. 요즘 체육인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소리다. 사무처장 자리를 왜 이렇게 오랫동안 비워두는지 묻는 체육인도 많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좋은 소식이 지난주에 들렸다. 올해 민간체육회장 시대를 맞이한 도체육회가 3개월간 공석 상태인 사무처장 임명을 완전 개방형 공개 모집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소식이 나온 것이다.사무처장 개방형 공개 모집 방식은 경기도체육회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도체육회 사무처장은 대개 도 출신 공무원들이나 정치인들이 도로부터 내정돼 도체육회 이사회 및 대의원총회에서 의결해왔다. 이번 개방형 공개 모집은 도체육회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도체육회는 지난 1월15일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체육회장 선거를 시행, 이원성 회장이 초대 민선체육회장으로 선택되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이 회장을 바라보는 도와 일부 시·군의 불협화음도 잠시 있었지만, 이 회장은 화합을 전제로 모든 것을 수용했다.하지만 지난 7월 박상현 사무처장이 사퇴의사를 보인 뒤 사무처장직에서 물러났고 현재까지 대행 체제로 운영돼 왔다. 이 회장 선출 후 체육회와 도의 가교역할을 했던 사무처장의 사임은 '뜻밖'이라는 일부 얘기도 있었지만, 일부 체육인은 '이 회장이 도와 분명한 선을 긋고 홀로서기 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도 나돌았다.이에 이 회장은 "체육회 행정을 이끌어갈 사무처장의 장기 공석으로 체육계가 어려움을 겪어왔다"면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은 만큼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사무처장을 공개 모집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체육회 내부 살림을 꾸리는 사무처장은 외부 기관의 의뢰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체육계의 높은 이해와 행정 경험이 많은 자가 선택돼야 한다. 또 이 회장을 비롯한 도체육회 사무처는 더는 체육계 안팎에서 걱정하는 도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이제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도체육회는 경기도의 절대적인 예산을 통해 운영됐다. 대한체육회와 17개 시·도체육회장이 자립경영을 위해 '체육회 법정법인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 또한 만만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체육인들이 원하는 '법정법인화'를 이끌어낸다 해도 자립경영을 위해선 수년의 세월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도체육회는 그동안 전국동·하계체육대회를 비롯 전국소년체육대회, 전국생활체육대축전 등 엘리트 및 생활체육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 체육을 이끌어왔다. 종목마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하고 엘리트(전문) 유망주들을 꾸준히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물이 나오기까지는 예산이 뒷받침됐다. 지자체들은 종목 육성을 위해 팀을 창단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즉 지자체의 지원 없이는 엘리트 선수 육성은 물론 생활체육 저변확대에도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앞으로 도체육회는 할 일도 많다. 우선 '완전 개방형 공모' 방침 의사에 따라 사무처장 채용계획서를 준비한 뒤 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어 도체육회 이사회 의결 절차를 거쳐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공모한 뒤 선임해야 하는 과정이 남았다. 이 과정을 통해 신임 사무처장이 선임되더라도 도체육회 규약에 따라 이사회 동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체육인들이 도체육회에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더는 사람으로 인한 소모전보다 '미래 대한민국 스포츠의 산실'이란 점을 다시 한 번 인식하고 체육회 사무처 본연의 업무를 해주길 기원한다./신창윤 문화체육부장신창윤 문화체육부장

2020-10-18 신창윤

[데스크칼럼]AI에 대한 불순한 생각

실수로 같은 이름 아파트로 설정 내비 탓만만약 국가정보·안보·재난사용 AI시스템에잘못된 정보·데이터 입력된다면 심각한 문제불순의도 조작 오류가능성 없다고 장담 못해2016년 3월 이세돌이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 패하면서 AI(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당시 산업 현장에서는 다양한 센서와 기기들이 스스로 정보를 취합하고, 여기에 AI를 결합한 생산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팩토리'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브릴리언트팩토리'라는 발전된 개념의 시스템이 도입됐다. 소프트웨어와 AI를 기반으로 인력을 추가하지 않고 로봇만으로 새로운 생산라인을 추가하는 일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 AI 자동화 시스템이 스스로 공장 운영 프로그램을 짜고, 기계가 기계를 만드는 시대다. 앞으로 브릴리언트팩토리가 정착되면 최소한 이곳에서만큼은 '근로자', '노조'라는 단어는 사라질 것이다.자주 사용하는 휴대폰 내비게이션 앱도 AI 기반으로 활용된다. 실시간 교통 상황을 반영해 최적의 길을 안내하는 휴대폰 내비게이션은 언제나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새로 생긴 도로나 각종 교통 정보를 실시간으로 자동 업데이트하는 기능은 정말 마음에 든다. 비가 내리는 어느 토요일 오후. 서울 양재동의 한 결혼식장에서 나와 여느 때처럼 휴대폰 내비게이션 앱을 켜는 순간 악몽이 시작됐다. 결혼식장에서 나오는 도로는 꽉 막혀 있었고, 도로공사로 직진을 우회하게 하거나 우회해야 할 길을 막아 놓은 곳도 있어서 내비게이션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계속 직진하라 하는데 길은 막혀 있고, 어찌 돌아 다른 길로 돌아서면 왔던 길로 다시 가라고 했다. 일단 내비게이션을 무시하고 방향감각에 의지해 한강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일단 한강 쪽으로 가면 인천으로 가는 길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이래저래 도로표지판에서 한강에 있는 '대교'를 찾았다. 어느 대교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한강에 있는 대교만 찾으면 충분했다. 공사 구간이 끝나고 큰길로 들어서면서 내비게이션이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50여분 뒤면 집에 도착한다는 메시지가 화면 하단에 떴다. 내비게이션은 북쪽 한강 방면이 아닌 남쪽을 가리켰다. 서울 길은 잘 몰라도 큰 사거리나 공공건물, 지하철역 이름쯤은 들어본 터라 운전하면서도 대충 여기가 어디쯤 되겠거니 했다. 그날 기억으로 내비게이션은 과천 쪽으로 안내했다.과천 방향으로 가던 중 내비게이션은 갑자기 인천 반대방향으로 길을 안내했다. "AI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이라 가는 길에 사고가 있거나, 교통체증이 심해 우회하나 보다" 생각했다. 화면 아래에도 도착 예정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알려주니 조금만 돌아가면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는 예정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작 내비게이션은 인천 반대방향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아차 싶어 다시 목적지를 확인했다. 'OO 2차 아파트' 이름은 같은데 인천 미추홀구가 아닌 수원 권선구에 있는 같은 이름의 'OO 2차 아파트'였다. 혼자였기 다행이지 일행이 있었다면 엄청나게 구박을 받을 뻔했다."AI는 개뿔, 집도 못 찾아주는데." 처음엔 화가 나더니 나중에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나이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비게이션은 아무 잘못이 없었다. 처음부터 입력을 잘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전화번호 잘못 눌러놓고 전화기한테 화낼 수는 없지 않은가. 어쩐지 출발부터 정신없더라니…." 수원 인근에서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인천 집으로 바꿔 입력했다.그날의 일은 단순한 실수였지만 만일 국가정보나 안보, 재난에 사용하는 AI 시스템에 잘못된 정보와 데이터가 입력된다면 단순히 길을 잘못 찾는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까지 미쳤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전체 정보 중 일부가 손상됐거나, 잘못된 데이터라면. 누군가의 실수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반대로 불순한 의도를 갖고 AI를 조작한다면. AI도 사람이 입력한 정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내비게이션 잘못 입력해놓고 AI 조작설까지…. 오지랖이지 싶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20-10-14 이진호

[데스크칼럼]코로나19 사태 속 첫 민족대명절

추석 연휴동안 친척·친구들 우울한 얘기만아이들 비대면 온라인수업 학습격차 '걱정'그나마 어르신들 트로트가 위로라니 '다행'3개월후 설 명절엔 더 좋은 소식 풍성했으면올해 추석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맞은 첫 민족 최대 명절이었다. 예상대로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 온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없었다. 부모님을 잠깐 찾아뵙고 식사 한 끼 함께 한 게 전부다. 추석 당일에는 차례상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어머니와 동생에게 보낸 뒤 영상 통화로 덕담을 나눴다. 예년 같으면 추석 전날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 음식을 준비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눴을 텐데. 코로나19 사태만 없었더라면 명절 분위기를 내기 위해 노래방을 찾는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추석 대목은 실종됐다. 노래방 사장들은 추석 대목에 대한 기대로 잔뜩 부풀어 있어야 할 시기에 생계대책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서야 했다. 아예 노래방 문을 닫아 놓고 인근 가게에서 일하거나 대리운전기사로 뛰고 있는 업주도 적지 않다.추석 연휴에는 유독 친척과 친구의 안부가 궁금해지는데, 우울한 소식이 많다. 일자리를 잃어 1주일에 이틀만 일하는 아르바이트를 구한 이도 있고, 직장 동료들이 휴직에 들어가 업무량이 많아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금 사는 집이 재개발구역에 포함돼 이사해야 하는데, 전셋집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한다. 부동산 중개업소 수십 곳을 돌아다니며 휴대전화 번호를 남겼지만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어르신들은 '미스터 트롯'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들이 나오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또 본다. 신예 트로트 가수들이 CF를 몇 편이나 촬영했는지부터 아픈 가족사까지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푹 빠졌다. 추석 명절에도 자녀들을 만나지 못하는 등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어르신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트로트가 큰 위로가 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추석 연휴 때 자녀 교육에 대한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되면서 우리 아이가 교육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았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수업을 받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수업을 도와줄 어른이 없는 맞벌이 가정은 걱정이 더욱 크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는 "학교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에 코로나19가 터졌다. 친구들에게 뒤처지지 않을지 불안하다"고 했다.최근 대면·비대면 융합 수업과 관련해 학생 간 학습 격차가 커진 것 같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지난 7월29일부터 8월1일까지 초·중등학교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총 85만7천3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교사 10명 중 8명(79%)은 원격 수업으로 학생 간 학습 격차가 커진 것으로 생각했다. 또 학습 격차는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차이(64.9%)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봤다. 학습 격차 해소 방안으로는 오프라인 보충 지도(37%), 개별화한 학습 관리 진단 플랫폼 구축(31.2%), 학생 수준별 맞춤형 콘텐츠 제공(9.1%)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처음 맞은 민족 대명절 추석. 코로나19에 따른 문제들이 내 주변과 무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 정부와 지자체는 소상공인 생계대책, 고용유지,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 완화, 학습격차 해소 등 지원을 강화하고 보완해야 할 것은 없는지 면밀히 살피기 바란다.2020년은 코로나19란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으로 대단히 혼란스러웠다. 3개월만 지나면 2021년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맞을 설 명절에는 지난 추석보다 좋은 소식이 풍성했으면 한다./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20-10-04 목동훈

[데스크칼럼]기운을 북돋아 주는 생선

임금님 수라상 올랐던 여러이름 가진 '조기'최근 40여년만에 인천 앞바다 모습 드러내작년 옹진위판량 74.4t… 2012년比 '50배'올해 추석엔 참조기로 풍성한 차례상 기대얼마 전 '인천 한세기'의 저자인 고(故) 신태범 박사가 남긴 자료를 보다 '굴비(1997년 3월)'라는 제목의 칼럼을 찾아보게 됐다. 개인적으로 대학에서 박사님께 '먹는 재미 사는 재미'라는 교양 강의를 들었고, 기자가 된 이후 '격동 한세기 인천 이야기'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던 터라 우연히 찾은 선생님의 글은 반가웠다. 당시 85세였던 신태범 박사는 글을 마치면서 이런 소원을 하셨다. "잿빛 껍질에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큰 손바닥 만한 알배기 참조기로 만든 굴비를 다시 한 번 먹고 떠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면서 1920년대 소학교 시절 굴비를 챙겨주시던 할머니를 회상했다. "밥상에 놓인 굴비를 들어 대가리를 떼어 낸 후 껍질을 벗겨 흰 살을 뜯어주신다. 남는 몸살과 알이 찬 뱃대기(3마리에 2마리는 알배기였다)는 따로 거두어 두시고 대가리에 있는 눈과 잔살 그리고 지느러미살을 골라 드신다. 나중에는 비늘을 긁어낸 껍질까지 밥을 싸서 잡수신다. 할머님께서 굴비 한 마리를 남김없이 다루시던 알뜰한 손놀림이 신기해서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조기는 머리에 돌 같은 것이 있다 해서 석수어(石首漁), 석어(石漁) 또는 노란 몸에 돌이 들어 있다고 황석어(黃石漁)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어느 날 영조가 조기를 좋아하는 것을 본 신하가 영조에게 "석어는 몸에 기운을 북돋아 준다고 조기(助氣)라고 한다"고 말한 이후 석어 대신 조기로 불렸다는 얘기도 있다.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조선 21대 임금 영조는 "조기는 민어보다 기름이 많지 않아 담백하다. 조기는 강화에서 난 것이 좋으니 그것을 인원왕후께 올리라"고 했다. 조기를 잘 씻어 염장했다가 채반에 말린 것이 굴비다. 굴비라는 이름은 고려시대 이자겸이 법성포 지역에 귀양을 갔다 말린 조기를 먹어보고는 임금께 진상하면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으로 굴비(屈非)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미 고려말부터 굴비가 임금의 수라상에 올라왔는데도 영조가 영광의 것보다 강화의 것이 더 좋다고 한 것은 아마도 보리밥에 물을 말아먹고,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을 정도로 기름진 음식보다 담백한 맛을 좋아하던 식성 때문으로 보인다.조기는 4월 말부터 5월 초에 서해 연안도서 해역으로 떼를 지어 북상한다. 칠산 앞바다와 연평 앞바다를 뒤덮다시피 밀려드는 조기를 그물로 건져 올린다. 40~50여년 전만 해도 이때면 전남 영광, 인천 연평도, 서울 마포에 조기 파시(波市)가 섰다고 한다. 신 박사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제철에나 한번 보게 되는 참조기를 두고두고 먹기 위해 장만하는 것이 굴비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조기철만 오면 선창에 나가 동 단위로 사다가 우선 조깃국으로 포식하고 절여서 말리는 중간에 구워 먹기도 하다가 바짝 말려 굴비를 만들곤 했다. 굴비는 생으로 뜯어 먹는 것이 상례고, 때로는 굽거나 쪄서 먹기도 했다. 기름지고 고소한 맛과 짭짤한 감칠맛이 나는 훌륭한 반찬이다. 이제 서해에 살던 참조기가 멸종되어 간 지 20년이 넘었고 짜게 절여 딱딱하게 말린 것도 아닌데 굴비라고 할 수 없다."70년대 이후 자취를 감췄던 조기가 최근 인천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획량이 최근 5년 사이 꾸준히 늘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옹진수협 위판량 기준으로 74.4t을 기록했다. 2012년 연평도 조기 어획량이 0.8t에 그친 것에 비해 50배 이상 증가했다. 2013년부터 '조기 어장' 부활을 위해 연평도 해역에 어린 참조기를 방류한 인천수산자원연구소의 노력 덕분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올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도 변함없이 올랐다. 게다가 올 추석은 전염병으로 더 우울해질 모양이다. 모처럼 인천 앞바다에서 잡은 실한 조기를 올린 차례상이라도 풍성해지길 기대해 본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20-09-16 이진호

[데스크 칼럼]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그리고 수인선

대부분 경인 구간이었던 서울외곽순환도로30여년만에 지역 정체성 살린 이름 되찾아수인선도 25년만에 협궤→광역철도 재개통서울중심 탈피 지방시대 공동발전 노선 기대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수도권에서는 모든 길이 서울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세계의 중심이었던 로마가 그랬듯이 서울 또한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인적·물적 자원의 중심지이니 이의를 달기 어려운 표현이다. 그런데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수도권의 교통망은 주로 중심(서울)에서 바깥으로 뻗어 나가는 방사형으로 설계돼 있다. 그런데 방사형 노선이 아닌 순환형 노선에까지 저변에 서울 중심적 사고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도로의 명칭을 통해 표면화된다. 단적인 예가 '고속국도 제100호선'이다.거의 모든 구간이 인천과 경기도에 걸쳐 있는 이 도로의 공식 명칭은 지난달까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였다. 총연장 127.8㎞ 구간 중 서울을 지나는 구간은 극히 일부인데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라는 이름은 무려 30여년 간 사용됐다. 이 도로명은 인천과 성남, 의왕, 안양, 군포, 안산, 시흥, 부천, 김포, 고양, 의정부, 남양주, 구리 등 경기도의 주요 도시들이 마치 위성처럼 서울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다시 말해 이들 도시의 이미지를 '위성도시'로 고착화하는 데 일조했다. 좀 거칠게 말해 이들 도시를 서울에 의존하는 변두리로 전락시킨 셈이다.경기도가 지난 2018년부터 서울외곽순환도로 명칭 변경을 정부에 꾸준히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이 도로는 지난 6월 국토교통부 도로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라는 새이름을 얻었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라는 새 도로명은 지난 1일부터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맞춰 도로 표지판도 바뀌었다.'교통이 편리하면 그만이지 이름이 뭔 대수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고속국도 제100호선'의 명칭변경은 단순한 '네이밍'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도시 정체성 측면에서 볼 때, 인천과 경기도권 도시들로서는 서울의 그늘에서 벗어난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로 바뀐 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단 몇 글자 바꾸는 일 같지만 변화의 결과는 상당히 클 것"이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감격'을 표한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그로부터 10여일이 지나고 경인지역 교통망에 또 하나의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수인선'이 기존의 협궤노선 폐선 이후 25년만에 광역철도로 탈바꿈해 완전개통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수도권의 교통망은 서울을 중심으로 짜여있다. 특히 광역철도는 모두 서울과 수도권을 잇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주요 철도의 이름은 서울 경(京)자로 시작한다. 이러한 교통 시스템 속에서 유일하게 인천과 경기도 도시를 연결하는 '신개념'의 철도노선이 바로 '수인선'이다. 이름도 수원과 인천의 첫 글자에서 따왔다. 물론 분당선과 직결운행체제를 갖추는 등 수인선 또한 서울로의 이동성을 염두에 두긴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인선'은 인천과 시흥·안산·수원 등 경기도 도시 간의 독자적인 연결성에 방점을 둔 노선이다. 그래서 수인선은 지방자치시대에 적합한 노선이라 할 수 있다. 경인지역 자치단체 및 시민들의 교류를 촉진하고 다변화시키는 데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인선 완전개통의 의미가 단순히 수도권 교통망을 확충한 것에 머물지 않는 이유다.이제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과 경기도의 중심도시인 수원 사이에 레일이 새로 깔렸다. 고속국도 제100호선도 제대로 된 이름을 찾았다. 수인선과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가 경인지역 도시들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더 나아가 공동발전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임성훈 인천본사 편집국장임성훈 인천본사 편집국장

2020-09-13 임성훈

[데스크 칼럼]누굴위한 중투위 심사인가

학교 설립이나 증축을 최종 승인하는 국가기관인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이하 중투위)의 판단이 옳은 것인가 아니면 지역 교육현안을 담당하는 경기도교육청의 행정 오류인가.경기도교육청이 올해 2차로 교육부에 신설이나 증축을 요청한 학교 7곳 중 3곳만 승인을 받아 절반 이상의 학교가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도시 개발이 많은 경기도에서 학교설립문제는 현안이 된 지 오래지만, 최종 단계인 교육부 중투위 심사에서 연거푸 떨어진 지역이 매번 발생하면서 '도시만 개발하고, 학교 설립은 어려워진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도교육청이 최근 교육부가 실시한 '2020년 정기 2차 중앙투자심사'에서 심사에 부친 학교 7곳 중 3곳만 승인을 받았다. 이 중 평택 고덕1초와 양주 옥정6초 2곳은 '적정'이고, 광명 도덕초는 개발 사업자 시행지와 공사비 증액 부분에 조합부담을 명시하는 조건으로 '조건부 승인' 의견을 받아 겨우 통과했다.반면 중투위 심사에서 떨어진 4개 학교는 신규 설립 수요 부족 등의 이유로 재검토·반려 의견을 받아 결국 탈락했다.특히 지난 2017년부터 중투위에 계속 상정한 시흥 대야3초는 지난해 반려 판정을 받았고 이번에는 재검토 의견을 받았다. 교육부는 타당성 조사 검토 보고서와 신청서의 내용이 달라 사업계획 확정 후 재상정하라는 의견을 냈다.문제는 택지개발과 학교는 공동 추진돼야 하지만 실정에선 그렇지 못하다는 데 있다.교육청 표현으로 이번 2차 중투위 심사 역시 '우선적으로 꼭 돼야하는 곳'에 집중하기 위해 전략을 썼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절반 이상이 '또' 탈락이었다.한 예로 시흥 목감1중의 경우 '시흥목감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으로 지난 2018년 조남중학교와 함께 개교 예정이었지만, 설립 수요 부족과 학구통합 이유로 연달아 중투위에서 탈락했다.이로 인해 목감지구 서쪽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30분가량 버스를 타고 등하굣길에 오른다. 조남중은 과밀학교 상태라 현재 리모델링을 통한 학급증설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시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분양 당시에 중학교 2곳이 생긴다고 했지만, 현재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한 꼴이 됐다"고 반발한다.현장 행정을 책임지는 지역 교육지원청도 교육부의 중투위 심사에 대해 신뢰를 하지 않는다.시흥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경인일보 취재에서 "목감지구만 보면 1만2천여가구가 입주했고 신도시로 영유아 발생률도 높아 신설 수요가 있다고 본다"며 "현장에서 생각하는 것과 교육부에서 생각하는 것이 많이 다른데, 교육부에서 승인을 내지 않아 신설 자체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이밖에 학구 분리 추진과 초·중 통합학교 설립 필요성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시화 MTV내 시화1초·중 통합학교 사례다. 초·중을 통합하는 새로운 학교 방식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도 고려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50분 걸려 통학하게 하는 것은 초등학생들에게 과도한 행정 결정이다.여기에 경기교육의 수장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역점사업인 의왕 내손지구와 부천 옥길지구 미래형 중·고 통합운영학교(예정) 2곳은 지난 6월 교육부가 특성화 학교 지정에서 부동의 의견을 내면서 이번 중투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도시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수요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면 교육부의 중투위 심사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지,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 제 3의 기관에서 따져보는 것은 어떨까./김영래 사회부장김영래 사회부장

2020-09-09 김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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