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전설들을 불러낸 류현진

31이닝 무실점 5연속 7이닝이상 2실점이하메이저리그 공식홈피에 '거장' 지칭은 적확앞으로 14이닝 무실점땐 '전설들과 나란히'대한민국 출신이 140여년 MLB역사 써주길인천 출신 메이저리거 류현진(32·LA 다저스)이 리그 전체에서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올해 올스타는 물론이며 시즌 후 그 해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 후보로도 손색없는 활약이다.류현진은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신시내티 레즈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무실점의 쾌투로 시즌 6승(1패)째를 거뒀다. 올 시즌 원정 첫 승이었으며, 방어율은 1.52로 낮추면서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규정이닝을 충족한 투수 중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다. 연속 이닝 무실점 행진은 31로 늘렸다.류현진은 인천 창영초, 동산중·고에서 야구를 했으며, 한화 이글스 소속으로 KBO 리그를 지배했다. 미국으로 건너가서도 최고 투수의 반열에 올라선 류현진에 현지 매체들도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류현진이 다시 한 번 거장의 면모를 보였다(Ryu masterful again)"고 표현했다. 31이닝 연속 무실점과 5연속 경기 7이닝 이상 2실점 이하의 호투를 이어간 류현진에게 '거장'이라는 지칭은 적확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역 매체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도 "류현진의 이날 등판은 완봉승을 따낸 애틀랜타전과 노히트노런을 기록할 뻔한 워싱턴과의 경기보다 다소 힘들었지만, 그저 작은 어려움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31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은 다저스 구단 역사에서 역대 10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라고 덧붙였다. 다저스가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1988년 8~9월 59이닝 연속 무실점의 대기록을 작성한 오렐 허샤이저가 메이저리그 연속이닝 무실점 1위 기록을 갖고 있다. 2위도 다저스 소속의 돈 드라이스데일의 58이닝(1968년)이다. 3위는 '폭주 기관차'로 불린 월터 존슨(워싱턴 세니터스)이 1913년 작성한 55.2이닝이며, 10위권은 사이 영(보스턴 레드삭스·1904년) 등 3명이 작성한 45이닝이다.다저스 구단으로만 한정하면 연속이닝 무실점 기록은 리그 전체 1·2위에 올라있는 두 선수에 이어 잭 그레인키(2015년 45.2이닝), 클레이튼 커쇼(2014년 41.2이닝)가 4위까지를 형성하고 있다. 2000년과 2001년 시즌에 걸쳐 33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한 박찬호 다음이 류현진의 31이닝 기록이다. 류현진의 호투는 이처럼 메이저리그의 전설들을 소환했다. 류현진이 앞으로 14이닝 동안 무실점 경기를 이어간다면 구단 역사상 4위와 메이저리그 역대 10위 안에 진입하게 된다.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것이다.산술적으로 7이닝 무실점 경기를 2차례 치러내면 14이닝에 도달한다. 야구팬들은 프로 무대에서 퀄리티스타트(선발투수로 등판해 6이닝 3자책점 이하 기록) 달성도 쉽지 않음을 잘 안다. 하지만 류현진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140여년의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10명 만이 해낸 일을 대한민국 선발투수 류현진이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선발 로테이션의 변동이 없다면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26일 오전 8시 15분에 열리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원정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이어간다면 우리 선수로는 박찬호에 이어 두 번째로 '이달의 선수'에 선정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한편, KBO리그의 연속이닝 무실점 1위 기록은 1986~1987년 작성된 선동열(해태)의 49.1이닝이다. 선발투수의 연속이닝 무실점 1위 기록은 서재응(KIA)이 2012년 기록한 44이닝이다./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19-05-22 김영준

[데스크 칼럼]백범 김구와 마약의 시대

탈옥 결심한 계기인 기울던 조선·한국전쟁…목숨 부지해야만 했던 가난의 상황서 만연부러울것없는 재벌3세·연예인 '정신적 빈곤'121년전 아편빠진 간수처럼 '기가 찰 노릇'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자가 21일 변종마약 투약 혐의로 인천공항에서 체포되면서 재벌가를 둘러싼 마약 사태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그룹, SK 그룹 등 대한민국 대표 기업 3세들의 마약 투약 혐의는 연예인들의 그것과 맞물려 온 나라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프로포폴(수면마취제)을 투약하던 20대 여성이 바늘을 꽂은 채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어선을 타던 선원이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에서 스스로 경찰에 신고하는 황당한 사건도 일어났다. 마약을 찾는 이 중에는 가정주부도 많다. 마약이 우리 사회 어디까지 침투해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일반화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영국의 아편전쟁에서 보듯이 마약이 퍼진 사회나 국가는 존립할 수가 없다.조선이 망해가던 19세기 말엽, 백범 김구(1876~1949)가 인천의 감옥에서 옥살이하던 시기에도 마약은 넓게 퍼져 있었다. 김구는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인들을 단죄하고자 일본군 중위 쓰치다를 살해한 뒤 체포돼 외국인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인천에서 감옥을 살았다. 당시 백범의 부모와 인천의 여러 인사들이 그를 풀어달라면서 백방으로 노력했다. 사형선고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을 뿐 석방되지는 못했다. 더 큰 일을 위해 백범은 감옥 탈출을 결심했다. 1898년 3월, 당시 23세이던 백범은 탈옥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다. 같이 탈옥하기로 한 죄수에게 많은 돈을 들여오도록 했다. 그리고 고향 해주에서 옥바라지를 위해 인천에 와 있던 부친에게는 한 자 길이의 단단한 창을 만들어 옷 속에 감추어 넣어 달라고 했다. 창은 벽돌을 뜯고 땅굴을 파기 위한 거였다. 돈으로는 옥살이하던 80여명의 죄수들에게 음식과 술을 먹여 취하게 할 요량이었다. 또 하나가 있었으니, 마약이었다. 간수 중에 아편쟁이가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그가 근무하는 날을 거사 일로 택했다. 그에게 준비한 돈을 찔러주면서 아편을 실컷 사다 먹으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죄수들은 술에 취해 노래하고 떠들고 난리도 아니었으며, 혼자서 밤새 감옥을 지켜야 하는 간수는 아편에 취해 인사불성이었다. 이때를 노려 탈출로를 뚫었다. 인천에서 서울로 빠져나가는 게 쉽지 않았지 감옥에서 나가는 것은 오히려 식은 죽 먹기였다. 간수에게 먹인 아편이 백범에게는 '인생 2막'을 열어준 결정적 요인이었으나 감옥을 지켜야 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완전히 망하게 한 거였다.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 인천에는 마약중독자 치료소라는 기관이 생겨났다. 인천시립보건소 병설이었다. 1957년도에 이곳에서 치료받은 마약중독자가 235명이나 되었다. 당시 보건소를 다녀간 결핵 환자가 350명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엄청나게 많은 이들이 마약에 빠져 있었던 거였다. 전쟁을 거치는 동안, 그리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황폐한 사회에서 트라우마에 휩싸인 사람들은 정신적 위안을 마약에서 얻으려 했는지도 모른다.마약은 빈곤의 상황에서 만연하고는 했다. 김구가 탈옥을 결심한 기울어가던 조선사회가 그랬고, 한국전쟁의 혼란기가 그랬다. 그 틈바구니에서 목숨을 부지해야 했던 이들에게 무슨 크나큰 희망이 있었겠나 싶다. 마약은 그러한 처지를 비집고 침투한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풍요한 요즘 사회에 퍼지는 마약은 정신적 빈곤을 파고들고 있다. 무엇 하나 부러울 게 없을 재벌 3세나 유명 연예인들이 마약에 빠지는 것은 그들의 정신적 빈곤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방증한다. 마약 범죄가 국가를 좀먹는다는 것은 역사가 말해 왔다. 임시정부를 세우고, 중국을 유랑하며 그 적통을 지켜낸 백범이 볼 때 마약에 취한 지금의 우리 사회는 121년 전 아편에 빠졌던 그때 그 간수처럼이나 기가 찰 노릇이다./정진오 인천본사 편집제작국장정진오 인천본사 편집국장

2019-04-21 정진오

[데스크 칼럼]광교신도시의 난(亂), 뒷짐진 道·도시공사

3조6천억 투입 4자 공동사업 '광교신도시'道 소유 토지로 전락… 정책 변경 실험장기반시설 태부족·도로는 매일 교통대란전성기전 쇠퇴 없게 합리적인 대응 절실여러 세대가 입주한 2층짜리 주택이 있다. 당초 설계는 정원과 넉넉한 주차장이 있는 1층 주택이었지만, 건축주가 복층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입주가 시작되자 2층의 과도한 하중으로 균열이 발생했다. 안전대책 등 하자 보수비용은 설계를 변경한 건축주가 부담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3조6천억원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광교신도시는 경기도, 수원시, 용인시, 경기도시공사 등 4자 공동사업으로 추진됐다. 당시 경기도지사는 수차례 현장 기자회견 등을 통해 '명품 신도시'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광교산 녹지축 보전, 호수공원 조성 등 자연과 조화된 친환경 주거단지를 마련하고, 업무·행정·연구기관이 어우러진 선진국형 녹색도시 조성을 목표로 출발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명품 신도시'는 '졸품 신도시'로 전락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가장 큰 문제점은 부족한 도로와 불합리한 교통체계다. 광역적 교통체계는 답답하게 뒤엉켰고, 간선 교통 및 주차 체계 또한 전문가들의 혹평을 받고 있다. 입주민들의 분노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중앙정부의 무리한 주택공급 확대 정책과 맞물린 도의 검증되지 않은 명품신도시 정책 탓이다. 총 20여 차례의 개발계획 변경을 통해 계획세대수를 무리하게 증가시켰다. 파워센터, 비즈니스타운, 에콘힐 등 각종 특별계획구역이 모두 실패하자, 구역 해제와 토지용도를 완화해 매각했다. 오피스텔과 주상복합아파트가 난립됐고, 당초 7만7천여명에서 계획 인구는 11만여명으로 늘어났다. 12.3%가 미준공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12만5천여명을 족히 넘어설 태세다. 기반시설은 태부족하고, 학교는 학생들로 넘쳐나고, 도로는 매일 교통대란이다.공동사업시행자인 도, 수원시, 용인시, 도시공사는 광교신도시 조성의 정책적 사항을 협의 하에 결정하되, 협의되지 않는 쟁점사항 등은 도가 결정키로 협약을 체결했다. 도시를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수원시와 용인시는 중요 의사결정 구조에서 배제됐다. 결국 도가 제안한 변경사업이 그대로 결정, 시행되는 불합리한 의사결정구조를 갖고 있다. 사실상 도 소유의 토지로 전락했고,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정책 변경 실험장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사업비 정산도 도시공사는 사업비 집행 내역서 등을 도에만 보고하도록 못 박았다. 개발사업 공정이 90% 가까이 완료된 현재까지도 수원시와 용인시는 사업비의 집행내역과 정산자료를 받아보지도 못하고 있다. 동업자가 회계장부를 보지 못하는 형국이다.도시공사는 3조6천원의 규모, 1천127만2천727㎡에 대한 보상비의 3%, 공사비의 4.5%, 토지 판매비의 3.5% 등 수천억원의 집행수수료를 받고 있다. 정당한 집행수수료 외에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집행 잔액이 자칫 도시공사의 주머니만 채우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4자 협약에는 광교신도시에서 얻은 수익을 광교신도시 SOC 등에 재투자하기로 못 박았다. 따라서 광교신도시 내 도로 확장, 지하차도 조성 등 기반시설 개선과 확충은 신도시 개발로 발생된 집행잔액으로 충당해야 한다.최근 국세청과 도시공사간 1천200억원대의 법인세 원천세 소송에서 도시공사가 패소한 소송과정과 추가로 450억원의 법인세가 부과된 점 등을 살펴보면, "장부 좀 까보자"는 수원시와 용인시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기관 이기주의와 행정 이기주의 등 잘못된 판단으로 성장기에 겨우 접어든 광교신도시가 전성기를 누리기도 전에 쇠퇴하는 일이 없도록 경기도를 비롯한 공동사업시행자의 적극적이고 합리적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이재규 사회부장

2019-03-10 이재규

[데스크 칼럼]중국 베이징에서 꿈꾼 인천시립미술관

춘절 연휴 중국미술관 찾은 수많은 관람객놀이터·사랑방처럼 일상서 소비할 줄 알아인천, 자체적으로 지은 변변한 곳 하나 없어백범 강조한 '문화의 힘' 거저 얻을 수 없다중국을 이렇게나 부러워한 적은 없었다. 인구는 넘쳐나고, 공기는 탁하다. 음식도 느끼할 뿐만 아니라 특유의 향내도 도무지 감당하기가 어렵다. 문화적 수준도 우리가 부러워할 만하지는 않다고 느껴왔다. 그냥 나라가 커서 대국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미 우리의 사소한 생활용품까지 모두 장악한 지 오래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 중국제라면 괜스레 수준 떨어지는 것으로 치부하면서 한국에 사는 것을 은근히 우쭐해하고는 했다. 중국인들의 대이동이 시작되는 춘절 연휴가 막 시작되던 지난 1월 30일 베이징 시간 낮 12시, '중국미술관'에 들르기 전까지는 여러 분야에서 정말로 중국을 얕봤던 게 사실이다. 중국미술관에서 그 알량한 문화적 자존심이 이렇게나 한순간에 땅에 떨어질 줄 몰랐다. 20여 개나 되는 전시장에 끝없이 펼쳐진 엄청난 수의 작품이나 그 규모가 큰 대작을 보아서가 아니다. 미술관을 놀이터 삼듯, 사랑방처럼 여기는 그 수많은 관람객 앞에서 고개를 떨구지 않을 수가 없었다.할아버지 할머니가 나이 어린 손녀를 데리고 온 가족도 있었고, 친구끼리, 연인끼리, 부모 자식 간에 온 경우도 있었다. 대개가 휴대폰 카메라로 흥미로운 작품들을 찍어댔다. 아예 돋보기를 가져온 할아버지도 있었다. 우리로 치면 시장에서 물건을 싸주는 비닐봉지를 들고 온 나이 든 어른도 있었다. 신발이며 아래 위로 입은 옷이며, 행색이 영락없는 노숙자 차림이었다. 어떤 젊은 엄마와 어린 아들, 딸 이렇게 셋이서는 김밥을 싸 와서 계단에 걸터앉아 먹고 있었다. 가족 소풍을 미술관으로 온 거였다. 아무리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베이징 시민들이 그림에 관심이 있나 싶었다. 다들 작품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태도는 진지했다. 중국 건국 70년을 기념해 올 1월 22일부터 2월 24일까지 1개월간, 1949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의 산하 풍경 작품을 전시한다고 했다.10살도 안 되어 보이는 키 작은 한 소녀는 작품 옆에다 붙인 작가 소개 표지에 가까이 다가가 까치발을 한 뒤 휴대폰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작품을 누가 그린 건지 꼭 알아야겠다는 진한 호기심을 대번에 읽을 수가 있었다. 가장 압권은 아이들이 그림 도구를 갖고 와서 작품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거였다. 어떤 아이는 전시장 의자에 앉아서 제 나름의 그림을 그렸고, 어떤 아이는 작품 앞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그림을 그렸다. 걸려 있는 작품을 모방하려는 시도인 듯한데, 그 아이가 그리고 있는 스케치북과 전시된 작품을 비교해 보니 전혀 같은 그림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 아이는 흡족한 모양이었다. 중국미술관에 들러서 작품을 감상하기보다는 그림을 보는 사람들만 잔뜩 구경하고 말았다.중국의 베이징 시민들은 고급 문화를 일상 속에서 소비하고 즐기고 있었다. 우리 인천은 어떤가. 기업체(OCI, 옛 동양제철화학)로부터 기증받은 송암미술관 이외에 자체적으로 지은 변변한 시립미술관 하나 없다. 인천시는 지금 박물관과 미술관을 한꺼번에 짓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옳게 가고 있는지 의아해 하는 전문가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중국에서 망명 임시정부를 끝까지 지켜낸 백범 김구는 '나의 소원'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다. 그 문화의 힘은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인천시민 누구나가 그림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상상하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는 게 못내 아쉬울 뿐이었다. 좋은 미술작품은 그 자체로 창의력의 결정체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과 우리의 국가적 창의력 차이가 어느 분야에서 어떻게 드러날 것인지 두려웠다./정진오 인천본사 편집제작국장정진오 인천본사 편집국장

2019-02-20 정진오

[데스크 칼럼]낭만주의 음악과 오페레타

'프랑스·산업혁명' 타고 평민도 음악 향유기술발전 악기 개량 더해 '낭만주의' 만개'짧고 가벼운 오페라' 19C 파리에서 탄생오펜바흐·주페, 장르 확립 큰 유행 이끌어서양음악사에서 19세기 낭만주의가 만개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18세기의 '프랑스혁명'에 의한 인간 중심 사상적 조류의 발현을 들 수 있다. 산업혁명 또한 중산층과 평민들에게 부를 안겨주면서, 음악의 주된 향유자가 이전 시대의 왕이나 귀족에서 평민으로 변모하게 된다. 사상과 경제적 배경을 업고 음악의 중심이 작곡가를 고용한 왕이나 귀족이 아닌 작곡가 자신으로 바뀌며, 돈을 내고 공연장을 찾아서 음악을 듣는 평민들도 부각되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발달한 악기도 한몫한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강철의 원활한 공급과 야금(冶金)의 발달로 관악기의 개량이 이뤄진다. 금관악기는 밸브가 생기고 목관악기는 키 작동법이 생겨나면서 더욱 쉽게 연주할 수 있게 된다. 1825년에는 피아노로 표현할 수 있는 음역이 7옥타브로 넓어졌다. 이에 앞서 18세기 후반에 현악기의 활도 현재의 우아하고 날렵한 형태로 자리 잡는다. 악기의 표현력과 함께 연주 기교적 측면에서도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이를 통해 작금의 오케스트라 표준 편성도 확립된다. 다양한 악기를 위한 연주곡이 생겨나고, 그전에 없던 기법으로 연주하는 연주자들이 나타났다.당대 사상적 조류와 발전한 악기에 편승해 소위 말하는 '작가 정신'에 기반을 둔 수많은 작품이 탄생하지만, 철저히 향유자를 위한 작품들도 유행하는 때이기도 하다. 돈 되는 음악들이 나름의 특성을 내세워 향유자들에게 다가선 것이다. 짧고 가벼운 오페라를 원하는 관객의 수요에 부합하기 위해 19세기 프랑스 파리에서 탄생한 오페레타는 이 부류의 대표적 장르다. 독일 태생 프랑스 작곡가이자 첼리스트인 오펜바흐(J. Offenbach·1819~1880)와 오스트리아 작곡가 주페(F. v. Suppe·1819~1895)는 오페레타를 확립시키고 큰 유행을 이끈 인물들이다. 이들은 올해로 탄생 200주기를 맞은 동갑내기이기도 하다.오페레타는 희(喜)가극이나 경(輕)가극으로 번역된다. 대사 위주의 극 진행에 노래와 무용이 가미된다. 하지만 이 기준으로 오페라와 오페레타를 명확히 구분 짓기는 쉽지 않다. 희극적인 오페라가 곧 오페레타로 규정되긴 어려우며, 극 중 대사는 오페라 코미크에도 존재한다. 무용 또한 마찬가지다. 때문에 오페레타의 개념은 프랑스의 오페라 코미크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규정된다.오펜바흐의 첫 정규 오페레타로서 성공작이 된 '지옥의 오르페우스'(우리에겐 일본식 번역인 '천국과 지옥'으로 잘 못 알려짐)는 1858년 발표됐다. 특히 '캉캉'이 들어있는 서곡이 유명하다. 오펜바흐의 오페레타는 외설적인 면이 많아서 당시 일부 보수적인 관객들은 공연을 보다가 분개했다고 한다. 캉캉 춤만 떠올려도 알 수 있다. 무희들이 치마를 입고 다리를 번쩍번쩍 들어 올리는 동작은 긴 치마를 입고 다니던 당시 시선으로 봤을 때 상당히 파격적이었을 것이다.오펜바흐의 오페레타가 큰 인기를 끌면서 유럽의 인근 지역들인 빈이나 베를린 등의 관객들도 자신들의 도시에서 공연을 보길 원했고, 그로 인해 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요즘에도 갈라 콘서트나 음반으로 종종 접할 수 있는 '경기병', '시인과 농부' 등의 서곡으로 유명한 주페는 독일어 대본으로 오페레타를 작곡했다. 전체적인 작품의 틀은 오펜바흐 등 프랑스 오페레타의 스타일을 따랐다. 주페의 뒤를 이어 오스트리아 오페레타의 틀을 정립한 요한 슈트라우스 2세, 후대에는 프란츠 레하르 등이 오페레타 작곡가로 활동했다. 오페레타는 영국을 거쳐 미국에서도 유행했으며, 1930년대 들어서 뮤지컬에 밀려 쇠퇴하고 만다./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19-02-17 김영준

[데스크 칼럼]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주민협의 기구

SL공사운영위원회, 폐기물반입 수수료등운영 전반 심사역할 맡아 '힘' 있는 자리장기 연임 몇몇 위원 유착관계 의문 제기'자격·선출방식등 투명공개' 목소리 커져27년 전 1992년 2월 10일은 수도권쓰레기매립지에 첫 폐기물이 반입된 날이다.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에는 환경 피해 지역 주민 대표들이 포함된 '수도권매립지주민지원협의체'를 비롯해 SL공사 운영사항을 심의 운영하는 '운영위원회', 드림파크CC 골프장과 부대시설 관리·운영을 협의 관리하는 '드림파크상생협의회' 등 3개 주민협의 단체가 운영되고 있다. 정부와 SL공사는 피해 지역 주민들을 위한 배려와 상생 차원에서 매립지, 골프장 등 부대시설 운영과 관련한 사안을 주민과 협의해 결정하고 있다. 주민 대표들이 소속된 단체들은 공사 내에서도 위상과 영향력이 크다.올해 초부터 지역 주민들은 주민협의체와 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는 위원들이 장기 연임 등으로 비리가 우려된다며 SL공사 등에 위원들의 자격 심사 강화와 장기 연임 제한, 범죄 경력이 있는 후보를 제한해 달라고 요구했다. SL공사는 현행법에 따라 매년 반입 수수료의 10%를 주민지원협의체와 협의해 피해 주민 지원사업에 쓰고 있다. 2017년에는 약 190억 원이 쓰이는 등 그 규모는 매년 100억원 이상인데 주민협의체 동의 없이는 쓸 수 없다. 주민들은 매년 수백억원의 주민지원금을 장기 연임하는 몇몇 특정 인사들이 다루는 것은 불투명하고, 신뢰가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주민지원협의체는 2000년 제2매립장 폐기물 반입이 진행되면서 구성됐다. 주민지원협의체는 환경영향조사를 위한 전문연구기관의 선정, 주민 편익시설 설치, 주민지원사업 협의, 주민 감시요원 추천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전체 주민지원협의체 위원 21명 중 16명이 주민 선거를 통해 후보자를 결정하고, 구의회에서 이를 통보받아 SL공사에 추천하면 결격 사유 등을 검토해 위촉하고 있다.주민협의체 위원은 직접 피해 지역별로 선출하는데 올해는 서구 오류동 7명, 왕길동 3명, 경서동 2명, 김포시 양촌읍 4명 등 모두 16명이다. 오류동 위원이 전체 주민 위원의 약 43%를 차지하고 있다. 전 기수와 비교했을 때 오류동과 양촌읍 지역 위원은 각각 2명, 1명이 늘어났고 왕길동과 경서동 위원은 반대로 2명, 1명이 줄어들었다. 왕길동(2만423명)은 오류동(4천302명)보다 주민 수가 5배가량 많은 데도 오히려 위원 수는 3명으로 줄었다.SL공사 운영위(16명)는 폐기물 반입 수수료, 반입 기준, 주변 환경 보전을 위한 시설물 설치·지원에 관한 사항 등 사실상 공사 운영 전반에 대해 심사 역할을 맡고 있어 '힘' 있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주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 '힘' 있는 자리다. 운영위원회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20여 년 가까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마을 주민대표 사례를 꼽았다. 십수 년 넘게 장기 연임을 하는 몇몇 특정 위원과 SL공사 유착관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국민권익위는 수도권매립지와 공항을 포함한 지난 2017년 실시한 부패영향평가에서 "특정 위원의 장기간 활동으로 이해 관계자와의 유착 가능성이 있다"며 "연임 횟수를 제한해 유착을 방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환경부는 주민 위원들의 연임 제한을 위한 관련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이번 선거에서 뽑힌 위원 16명 중에는 전 협의체 위원장이나 위원을 지냈던 이들이 다수 포함됐다고 한다.쓰레기매립지 피해주민 피해 보상과 지원은 당연한 일이다. 피해 지역 주민들은 올해 주민협의체 구성을 지켜보면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주민 피해보상과 지원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환경부와 SL공사가 나서 주민협의체·운영위 위원들의 자격, 선출 방식, 자금 사용 등 전반적인 사항을 따져보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9-02-10 이진호

[데스크 칼럼]예타 통과 기대되는 GTX-B노선

3기 신도시 성공위해선 반드시 노선 필요면제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현재 진행중'정부 "비용 절감 방안 등 좋은 방법 연구연내 완료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 밝혀GTX(Great Train Express·수도권 광역급행철도) B노선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사업에서 제외되자 송도국제도시 등 인천·경기 일부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예타 면제로 사업 기간이 단축될 것이란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인천 홀대', '들러리 세우기', '수도권 역차별'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GTX는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급행철도다. 지하 40m 이하 터널을 최고 시속 180㎞로 달린다. A(파주~동탄), B(송도~마석), C(의정부~금정) 등 3개 노선이 계획돼 있다. B노선은 대한민국 제1호 경제자유구역인 송도의 서울 접근성을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송도에서 서울 중심부까지 20분대에 이동할 수 있다고 하니 인천 입장에서 중요한 교통수단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B노선의 사업 추진 속도가 가장 느리다. 지난해 12월 A노선은 착공했고, C노선은 예타를 통과했다. B노선은 아직 예타 중이다.GTX는 경기도가 정부에 건의한 사업이다. 2009년 6월 국토교통부(당시 국토해양부)는 GTX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자 타당성 조사 및 세부 실천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2014년 2월 GTX 3개 노선을 모두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경제적 타당성이 확보된 A노선은 즉시 추진하고, B노선과 C노선은 재기획 및 보완 과정을 거쳐 조속히 재추진하기로 했다. 국토부와 인천시는 B노선의 경제성이 낮게 나오자 송도~청량리 노선을 경기도 마석까지 연장하는 쪽으로 재기획했다. 경제성 부족, 사업 재기획 등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이다.주민들의 불만은 '사업 지연'이다. GTX B노선은 사업을 검토한 지 10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GTX B노선이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예타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3기 신도시로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과천, 인천 계양 등 4곳을 확정했다. 그러면서 GTX 등 광역교통망 축을 중심으로 신규 택지를 개발하겠다고 했다. 특히 남양주 왕숙에 GTX B노선 역사를 신설해 서울 접근 시간을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남양주 왕숙 등 3기 신도시의 성공을 위해선 정부 입장에서도 GTX B노선이 반드시 추진돼야 하는 셈이다. 국토부는 GTX B노선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올해 예타 완료하겠다고도 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29일 내놓은 자료에서 "GTX B노선은 3기 신도시 개발 발표 등 사업의 경제성이 높아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비용 절감 방안 등을 함께 강구해 연내 예타를 통과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고 재차 확인했다.인천시가 정부에 예타 면제를 신청한 사업은 'GTX B노선', 서해 남북평화도로 첫 번째 구간인 '영종~신도 도로 건설' 등 2개다. 영종~신도 도로 건설사업은 예타 면제 대상으로 확정됐으니, 인천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두 사업 모두 예타 면제가 됐으면 좋으련만,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취지 때문에 쉽지 않았을 것이다.대규모 SOC 사업에 대한 정부의 예타 면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총선을 앞둔 선심성 퍼주기 정책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 때문에 내년도 예산 배정을 놓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GTX B노선은 예타 면제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예산 확보 과정에서 특혜 논란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예타 면제 대상에서 빠진 게 오히려 잘된 일일 수 있다./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9-02-06 목동훈

[데스크 칼럼]잘나가서 행복하십니까?

정부, 첨단기술 혁신에 과감한 투자 계획거리 먼 '평범한' 기업 구성원 소외감 느껴어려운쪽 손잡기보다 잘나가는 쪽 힘 보태일을 하는 이유, 본래 의미 되찾는 일 먼저아주 크고 잘나가는 회사가 있다. 세계적인 첨단 기술력을 가졌고, 직원도 수천 명이다. 수출도 많이 해서 이익을 많이 내고 직원들 급여와 복지도 훌륭하다. 하지만 첨단 기술에서 다른 기업들에 밀리지 않으려고 임직원들은 밤이고 낮이고 정신없이 일한다. 일에 대한 심적인 압박감이 커서 몇 년 만에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직원들이 많다. 나이가 40대 후반만 돼도 '퇴물' 취급을 당하기 일쑤고, 눈치를 보다 못해 사직서를 낸다. 엄청난 이익을 내지만 상당 부분이 투자자들에게 분배되거나 신규 시설에 투자하기 때문에 가족처럼 일해야 할 협력업체들은 어렵기만 하다. 또 다른 회사가 있다. 특별히 뛰어난 기술을 가진 기업은 아니지만, 보통 사람들이 많이 쓰는 생활용품을 정성껏 만들어 낸다. 비슷한 중국제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들어오고 있지만 품질과 디자인이 좋아서 시장에서 꽤 잘 팔려나간다. 10여 명의 직원 중 대부분은 벌써 10년 가까이 동고동락하고 있다. 이름도 못 들어본 회사라고 하지만 다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만족하며 일 해왔다. 몇몇 임원들은 이 회사에서 자녀들도 함께 일하게 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어느새 다른 직원들과 한가족이 됐다. 작지만 '우리' 회사다. 특별히 어느 회사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그냥 '보통'의 모습이다. 물론 대기업이 다 그런 건 아니고, 중소기업들 중에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곳들도 많다. 하지만 대기업에 다니는 게 최선이고 중소기업에 다니면 '덜 행복하다'가 아니라는 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저 우리가 잘나가는 회사의 어두운 면, 평범한 회사에 있는 행복을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가 성장을 위한 키워드로 '혁신'을 꺼내 들었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간 반도체가 전망이 좋지 않으니 5G, 수소차·전기차, 자율주행, 인공지능, 가상현실, 스마트공장, 드론 등등에서 과감한 투자와 혁신으로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도 이런 이야기가 포함돼 있다. 기술 혁신에 몇 조원을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창업 초기 벤처기업이나 일류 기술에 도전하는 기업, 그리고 이들을 아우르는 첨단 대기업들에게 힘이 나게 하는 소식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씁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대열에 끼어들기 어려운 수없이 많은 '평범한' 기업의 구성원들이다. 이들은 5G니 수소차니 자율주행이니 하는 첨단기술이나 거창한 정부의 지원계획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혁신이 강조되고 통 큰 지원계획이 발표될 때 마다, 이들은 소외감을 삭히느라 쓴 소주잔을 기울인다. 함께 살고 있지만, 그늘에 가려 점점 사라져 가는 느낌이다. 바로 우리 이웃이고 가족인 그들인데, 숫자로 쳐도 훨씬 많은 그들인데, 자꾸만 우리 시야에서는 멀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포용'을 이야기했다. 이런 '평범한' 기업이나 사람들까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이야기로 들렸다.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1등 지상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해 있다. 어려운 쪽의 손을 잡기보다, 잘나가는 쪽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러다가 자칫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혁신적 포용국가'에서 '포용'이 쏙 빠지고, '사람중심 경제'에서 '사람중심'이 쏙 빠지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앞서 가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앞서가기만 할 뿐 행복하지 않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 본래의 의미를 되찾는 일이 더 급해 보인다./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2019-01-23 박상일

[데스크 칼럼]월북 작가 황영준

조선 마지막 어진화가 이당 김은호 제자인천 매개 사제의 연… 월북 후 종군화가이념·친일 잣대로 회합까지 막아선 안돼남북 문화예술 교류로 '상봉展' 이어지길며칠 전 중국 베이징에 출장을 갔다가 어떤 미술관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북한 미술작품 전문 전시관이었다. 그 중국인 미술관 대표는 오랫동안 북한의 미술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고 했다. 북한의 유명 작가들이 그린 작품 수천 점을 소장하고 있었다. 그가 전시되어 있지 않은 작품들을 보여주었다. 그중에 화봉(華峰) 황영준(1919~2002)의 그림은 풀세트로 있었다. 충남 태생인 황영준은 월북 작가다. 1950년 6·25 전쟁이 나자 북으로 갔다. 조선의 마지막 어진화가로 불리는 이당 김은호(1892~1979)의 제자다. 운보 김기창, 월전 장우성 등이 동학이다. 황영준은 북에서 공훈 예술가 칭호를 받을 정도로 작품 세계가 우뚝하다. 황영준이 김은호의 제자라는 얘기를 듣고 맨 먼저 떠오른 것은 인천이었다. 이당이 인천 관교동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2명의 임금 어진을 제작한 이당 김은호와 북한의 최고 미술 작가 황영준은 인천을 매개로 하여 사제간의 연을 이어갈 수 있겠다 싶었다.황영준의 작품은 북에서의 활동을 총체적으로 보여줄 만큼 다양했다. 그 중국인 미술관 대표는 황영준의 수많은 연습 작품도 많이 갖고 있었다.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특히 황영준이 월북 하자마자 종군화가로 참여했음을 증명하는 작품들도 있었다. 전투 현장의 최전선까지 들어가 화폭에 담았다. 길가에 길게 늘어선 부서진 차량 행렬 작품과 두 동강이 난 채 추락한 비행기의 잔해 작품은 묘하게 대비되었다. 비행기의 폭격으로 파괴되었을 차량과 육상에서의 총탄 세례를 받고 추락했을 비행기의 모습이 서로 포개졌다. 못쓰게 된 3대의 탱크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모두 미군 탱크로 보였다. 포신을 땅에 처박고 있는 것, 양쪽의 궤도가 벗겨진 채로 있는 것, '824'라는 탱크의 고유번호까지 선명한 것도 있었다.전쟁이 끝난 뒤 황영준은 평양미술대학 교수를 지내기도 했으며 만년까지 작품활동에 매진했다고 한다. 금강산 그림도 많이 그렸는데 세상을 뜨기 1년 전인 2001년에는 '금강산 화책(金剛山 畵冊)'이란 화보집을 따로 만들기도 했다. 대단한 창작열이 아닐 수 없다. 그 '금강산 화책' 첫 장에 이렇게 썼다. '자연과 생활에 대한 고상한 미는 용암처럼 솟구치는 열정과 지향이 없이는 창조되지 않는다.' 용암처럼 뜨거운 예술혼이 있었기에 황영준만의 고상한 미가 창출될 수 있었을 게다.황영준의 그림 세계를 열어젖혀준 이당 김은호의 예술관도 준엄했다. 인천관립일어학교에서 수학한 이당은 측량기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고서를 베끼는 일을 하게 되면서 빼어난 그림 실력을 인정받게 되었다. 묘사력이 뛰어난 그에게 대표적 친일 세도가 송병준이 초상화를 맡겼다. 고종과 순종의 초상을 제작하는 등 당대 인물화의 대표작가로 떴다. 후진을 양성함에 있어서 개인의 품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고 한다. 이당 또한 세상 뜨기 직전까지도 붓을 놓지 않을 정도로 예술가로서의 열정이 드높았다.황영준은 2002년 남쪽에 두고 온 가족들과 상봉하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그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눈을 감고 말았다. 황영준과 이당이 인천을 고리로 하여 연결된다고는 하지만 이당은 여전히 친일이란 꼬리표가 붙어 다니는 문제가 있고, 황영준은 이념적 잣대로 봤을 때 월북작가란 색깔이 씌워질 수 있다. 이들 문제가 남북으로 갈라진 사제간의 회합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당 김은호와 화봉 황영준, 이 두 거장의 만남이 기다려진다. 남북의 문화예술 교류가 이당과 화봉의 상봉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9-01-16 정진오

[데스크 칼럼]아시안컵 우승 가름하는 '중국전'

C조 2위땐 알아인 두차례 왕복 '이동 부담' 8강 '이란'·4강에선 '일본'과의 만남 유력이래저래 1위 포기하기에는 쉽지않은 상황'손흥민 카드'·'선수 경기력 회복' 중요 과제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첫 관문인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한국은 12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에서 진행 중인 2019 아시안컵 조별예선 2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을 1-0으로 꺾고 승점 6을 만들며 마지막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최소한 C조 2위는 확보했다.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약체로 꼽히는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에 각각 1-0으로 승리하며 우려감도 키웠다. 대회 전 조별 예선에서 다득점을 통해 수월하게 조 1위를 차지하고 상위 시드를 받아 토너먼트를 치르겠다는 자신감과 국내 언론의 장밋빛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조별 예선을 남겨둔 상황에서 골 득실에서 중국(+4)에 2골 뒤지며 2위를 마크 중인 한국은 오는 16일 오후 10시 30분에 열릴 중국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조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가장 핫(hot)한 공격수 중 한 명으로, 중국전부터 대표팀에 합류하는 손흥민(토트넘)의 존재감과 함께 경기를 거듭할수록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도 올라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전문가들과 팬들은 조 1위 탈환이 불가능하다고 여기진 않는다. 다만 우승을 목표로 결승전까지 장기 레이스를 펴야 하는 만큼 우리의 상황을 고려한 우리만의 전략을 세우고 임할 필요는 있다. 플랜 A로 진행하되, 여의치 않은 상황에 처했을 때 플랜 B를 곧바로 가동할 수 있는 유연함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마르첼로 리피 중국 감독은 조별 예선 두 번째 경기였던 필리핀과 경기에서 3-0으로 완승을 거두며 16강 진출을 확정하고 가진 12일 새벽 인터뷰에서 예선 마지막 경기인 한국전에서 선수 로테이션을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피 감독은 오랜 라이벌인 한국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전제한 뒤, 16강전 이후 전력을 집중하기 위해 경고를 받은 선수와 체력 안배가 필요한 선수들을 벤치에 남기고 한국과 경기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우리로선 손흥민의 중국전 활용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손흥민은 14일 새벽에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EPL 22라운드 경기를 치르고 아랍에미리트로 넘어와 대표팀에 합류하게 된다. 단 이틀 만에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이미 "합류 후 몸 상태를 체크해서 중국전 출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다만 우리 대표팀 입장에선 예선 1위를 위해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6일 후인 22일 두바이에서 16강전을 치르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 회복을 위한 넉넉한 시간이 확보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후 결승전까지 경기들이 아부다비에서만 열리는 일정이어서 이동에 대한 부담도 사라진다. 반면 조 2위로 토너먼트를 시작하면 알아인을 2차례 오가야 한다. 또한 각 조 1위가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C조 1위는 결승을 앞두고 8강에서 E조 1위로 토너먼트를 치를 것으로 예상되는 사우디아라비아(혹은 카타르)와 조우하게 된다. 반면 C조 2위는 8강에서 이란, 4강에서 일본과 차례대로 만나는 게 유력한 구도다. 이래저래 조 1위 자리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전에서 손흥민의 활용 여부와 함께 여타 선수들이 본연의 경기력 회복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선수들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조별 예선을 2위로 통과하면서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을 걸었다. 치열한 격전과 짧은 회복 시간으로 인해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 이상의 전력을 구축한 팀들이 출전한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선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이점은 최대한 누려야 한다./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19-01-13 김영준

[데스크 칼럼]재래시장, 전통시장

특별법 변경되면서 '전통'으로 이름 바뀌어지자체 관심 부족… 상인 겪는 고충 무거워문학경기장내 대형할인매장 전대계약 논란市·SK와이번스 책임 전가… 사태 더 커져얼마 전 우연히 인천의 한 전통시장 상인 대표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재래시장'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고 말문을 꺼내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려는데 상인 대표한테 "재래시장이라 하지 마시고, 전통시장이라고 해주세요. 언론에 계신 분이 자꾸 재래시장이라고 하시니…"란 지적을 받았다. 솔직히 그때만 해도 '재래시장'과 '전통시장'에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얘기를 나누면서도 '재래시장'이라는 표현이 계속 튀어나왔다. 상인 대표는 그럴 때마다 '전통시장'이라고 지적했고, 그때마다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부동산 용어사전을 찾아보니 "전통시장은 상업기반시설이 오래되고 낡아 개수, 보수 또는 정비가 필요하거나 유통기능이 취약해 경영 개선 및 상거래의 현대화 촉진이 필요한 장소를 말한다. 전통시장은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으로 변경되면서 종전의 재래시장이 변경된 것"이라고 정의돼 있다. 그것도 2011년 5월에 정해진 것이라고 하니 무려 8년 가까이 전통시장을 재래시장이라고 떠들고 다닌 셈이다. 핀잔이 아니라 야단을 맞아도 시원치 않겠다 싶었다.대화를 나누는 동안 전통시장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인 대표는 "가게에 최소 2명의 종업원을 써야 하는데 최저임금이 높아지다 보니 직원 1명을 줄이고, 모자라는 인력을 가족들이 나와 대신하고 있다. 이러다가 1년도 못 가서 가게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라는 하소연부터 그들이 겪고 있는 고충을 쏟아냈다. 오랜 세월 전통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상인 대표의 표정은 시종일관 어두웠다.상인 대표는 전통시장 시설을 현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형할인마트에 비해 주차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경우도 많은데, 정작 찾아오고 싶어도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못 오는 손님도 많다는 것이다. 상인과 고객의 안전을 위한 화재예방 정책과 시설 지원에 대해 시나 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도 터무니없이 적다고 했다. 전통시장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상인들이 겪는 고충은 평소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무거웠다.새해를 맞아 인천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저마다 신년사에 '지역경제 살리기'를 강조하고 있다. 지역경제 살리기는 매년 되풀이되는 단체장 신년사의 단골 메뉴다. 그만큼 먹고사는 게 중요한 얘기라 중요하게 다루는 정책이지만, 실제로 지역경제를 얼마나 살렸는지 얼마나 활성화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얘기하는 단체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상인 대표는 "선거철이면 정치인들 너나 할 것 없이 전통시장을 찾는다. 이것저것 물건값을 물어보고 상인들과 함께 홍보 사진을 찍고 관심을 두는 척하지만 당선되면 고맙다고 찾아오는 정치인들은 열의 한 명도 안 된다"고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프로야구 SK와이번스가 관리를 맡고 있는 인천문학경기장 내에 경북 영주시 생산자연합이 대형할인매장 전대계약을 맺어 논란을 빚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전대계약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지시했고, 시가 계약 해지 시정명령을 내렸음에도 영주시 생산자연합 측은 매장 개장을 강행하고 있다. 인천시는 SK와이번스가 시정명령을 이행할지 이의를 제기할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고, SK와이번스 측은 불법 여부, 책임 소재 등을 명확히 한 후 대처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애초에 잘못된 계약이었음에도 인천시와 SK와이번스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할인매장 개장은 코앞으로 다가왔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9-01-09 이진호

[데스크 칼럼]경기도발(發) 담대한 정책

道, 한국사회의 축소판으로 자리매김정부나 가능할법한 '이재명표 정책' 추진국민 생활 밀접… 전국 확대 개연성 충분평가 엇갈려도 의미·가치는 변하지 않아사전을 찾아보면 '정치'는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라고 기술돼 있다. 또 '정책'은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정의돼 있다.주지하다시피 정치(politics)와 정책(policy) 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특히 정당정치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모두 정책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실현시키기 위한 정책연구원을 두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런 만큼 정책은 국민 생활과 밀접히 맞닿아 있고, 정치 세력에게는 집권의 유무를 결정짓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사실 여부를 떠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사건'이 정치적·사회적 파급력을 갖는 이유도 정책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 사건과 관련해 "소신이 담긴 정책이 모두 관철되는 것은 아니다. 소신과 정책의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조율은 다른 문제"라고 말한 부분도 '정책'과 관련해 상당한 시사점을 갖는다.'정책'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사례가 영조의 탕평책이다. 궁극적으로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일을 정치적 목표로 삼았던 영조는 탕평책과 균역법을 도입하고, 신문고 제도를 부활하는 한편 '속대전' 편찬 등의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 이를 통해 조선시대의 르네상스라고 하는 영·정조 시대가 펼쳐졌다.경기도에서도 바야흐로 '정책 시대'가 열렸다. 경기도는 이미 인구 규모면에서 서울을 능가하는 등 한국사회의 축소판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위상에서는 수도권, 즉 서울의 외곽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2·3기 신도시 문제도 본질적으로 접근하면 결국 서울 강남 등의 집값과 연계돼 있다.경기도발 '기본소득 정책'과 '주택 정책'은, 단언컨대 최대의 광역단체라는 위상에 걸맞게 '경기도 정책시대'를 열게 될 사안들이다. 두 사안은 모두 경기도민뿐만 아니라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들이다. 경기도에서 시작해 전국적으로 확대될 개연성도 충분하다. 이미 타 시도나 정치권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반응도 괜찮은 편이다. 무엇보다 중앙정부에서나 가능해보이는 담대한 정책을 경기도가 제시하고 이끌고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이재명표 기본소득 정책'은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청년 배당, 농민기본소득 등을 망라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기본소득정책 공식 자문 기구인 '기본소득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본궤도에 오른 상태다. 이재명 지사와 강남훈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기획재정·시민참여·지역경제·사회복지 등 4개 분야 전문가와 지원자 59명, 경기도 실국장 6명 등 모두 65명으로 구성됐다. 기본소득위원회는 앞으로 기본소득 종합계획 수립과 기본소득 관련 정책 시행안의 심의·의결 역할을 하게 된다.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위원회와 관련해 "대한민국 역사에서 기본소득이라는 말이 공식적 법률문구로 만들어진 첫 사례가 경기도 기본소득 조례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이재명표 주택정책'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후분양제 등이 대표적이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공론화 단계에 들어섰다. 후분양제는 이재명 지사가 지난달 4일 "경기도시공사에서 공급하는 주택과, 경기도시공사가 공급하는 택지에 민간건설사가 짓는 경우에 한해 후분양제를 적용키로 했다"고 선언하면서 가시화됐다.이 같은 기본소득·주택정책은 향후 본격적인 진행과정에서 대부분의 과감한 정책이 그러하듯 반대와 논란이 뒤따를 것이며, 평가 역시 엇갈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경기도라는 광역단체가 중앙정부가 하지 않은 '담대한 정책'을 제시하고 추진한다는 의미와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김순기 정치부장김순기 정치부장

2019-01-06 김순기

[데스크 칼럼]계양테크노밸리와 인천 신도시

市·국토부, 산업·주거단지 절반씩 조성이해관계 서로 맞아 떨어진 '윈윈' 정책검단신도시, 서북부 권역 교통 강화 목표市 지속적인 관심 있어야 목적 달성 가능지난해 연말 인천 지역사회를 뜨겁게 달군 것은 '계양테크노밸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19일 '제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의 하나로 인천 계양테크노밸리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인천 계양구 귤현동·동양동·박촌동·병방동·상야동 일원 약 335만㎡를 3기 신도시로 개발해 1만7천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이다. LH와 인천도시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됐다.이날 함께 발표된 신도시는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과천'이다. 인천 계양만 지구(地區) 이름에 '테크노밸리'가 붙었다. 국토부는 계양테크노밸리 가용면적의 49%를 자족 용지(약 90만㎡)로 조성하고, 자족 용지의 3분의 2를 도시첨단산업단지(약 60만㎡)로 중복 지정하겠다고 했다. 도시형 첨단 산업단지와 주거단지가 결합한 형태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SNS를 통해 "인천시와 지역 정치권이 정부에 줄기차게 '산단 우선 추진'을 요구한 결과"라며 "아파트 등 주거시설을 지으려면 인천시와 협의하게 돼있다"고 밝혔다. 또 "인천에 필요한 일자리 확보와 지역경제 활성화가 주(主)목적인 테크노밸리(산업단지)가 우선"이라며 "그 배후시설로 주거지역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시민들의 바람과 어긋나는 사업으로의 변질은 막아낼 것"이라고도 했다.박남춘 시장이 밝혔듯이 계양테크노밸리는 인천시와 국토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계양테크노밸리(산업단지) 개발은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시장과 같은 당 송영길(인천 계양구을) 의원의 선거공약이다. 박 시장과 송 의원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첨단 산업단지가 필요했고, 국토부는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신규 택지(宅地)가 있어야 했다. 산업단지와 주거단지를 사이좋게 절반씩 조성하기로 합의한 셈이다. 좋게 보면 윈윈(win-win) 정책이다. 그 과정이 어찌 됐든, 계양테크노밸리 개발이 확정됐다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인천은 계양테크노밸리 개발을 통해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인천 첫 신도시는 '검단'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도시는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에 의해 개발되는 대규모 택지다. 2006년 10월 27일 당시 건설교통부는 8·31 부동산정책 후속 조치로 인천 검단(1천123만9천㎡·5만6천가구)에 신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때도 인천시와 건교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인천시는 인천 북부권역을 체계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건교부에 신도시 지정을 제안했었다. 당시 북부권역은 도로 등 교통 인프라가 부족하고, 난개발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한국토지공사(2009년 대한주택공사와 LH로 통합)도 검단 일대를 신도시 후보지로 점찍어 두고 있었다.국토부가 지난해 9월 21일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 일환으로 발표한 인천 검암역세권(79만3천㎡·7천800가구) 개발사업도 마찬가지다. 검암역세권 개발은 복합환승센터 조성 등 서북부 권역의 교통 편의를 보완·강화하고자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가 계획한 사업이다. 주목적이 그렇다는 것이다.수도권 주택 공급 정책에 따른 검단신도시, 검암역세권, 계양테크노밸리 개발사업. 인천시가 북부 권역 정비 및 교통 인프라 확충, 산업단지 조성 등을 위해 계획한 것들이다. 이들 사업은 단순 주택 공급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각자의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인천시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계양테크노밸리 개발계획만 놓고 보면, 교통 대책 중 철도부문이 아쉽다. 인근에 인천도시철도 1호선 박촌역이 있지만, 도로 확장과 나들목 및 BRT(간선급행버스체계) 신설만으로 '계양테크노밸리'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9-01-02 목동훈

[데스크 칼럼]작약도의 운명

한때 전국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았지만어느 개인에게도 소유 허락하지 않은 섬인천시, 해양 친수공원으로 조성 청사진'작지만 커다란 공공재'로 쓰일 운명인듯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이면서 사람에 얽힌 이야기를 가장 많이 간직한 섬을 꼽으라면 단연 인천의 작약도(芍藥島)가 아닐까. 해방 이후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이 이 섬을 소유하려 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서 오히려 자신이 망하고 말았다. 서구세력의 한반도 침략 시기, 그 풍랑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섬이기도 하다. 사람으로 치면 기구하고도 사나운 팔자라고 할 수 있다. 작약꽃처럼 생겨서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는데 실제로 보면 생김새가 꼭 작약 같지는 않다. 원래 이름은 물치도(勿淄島)였다고 한다. '문둥이 시인' 한하운(1919~1975)도 작약도에서 시를 쓰고는 했던 모양인데 작약도에 작약꽃이 없음을 아쉬워했다. '작약꽃 한 송이 없는 작약도에/소녀들이 작약꽃처럼 피어.//갈매기 소리 없는 서해에/소녀들은 바다의 갈매기.' '한국문학' 1977년 6월호에 실린 한하운 시인의 '작약도-인천여고 문예반과'란 제목의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개인 혼자서 소유하기엔 벅찬 물건이 있다. 그걸 흔히들 공기(公器)라 한다. 공공의 기관도 그렇고, 자연유산도 그렇다. 덩치의 크고 작음에 따라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공공의 이해와 직결되거나 역사적으로 긴요한 역할을 해 왔을 때 그것을 누구 혼자서 독차지할 수는 없을 터이다. 작약도의 소유권 변동을 훑어보면 그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대개의 섬이 그렇듯 작약도 역시 국가 소유였다. 영종진(永宗鎭)에 땔나무를 공급하던 수목지였다고 한다. 일제시기에는 스스기라는 일본인의 소유가 되었다. 처음으로 개인에게 넘어간 거였다. 해방 후 이종문이라는 사람이 이 작은 섬에 살면서 고아원을 세워 운영하기도 했는데 6·25 전쟁으로 폐쇄됐다. 전쟁이 끝난 뒤 성창희라는 이가 불하받았다가 문제가 되었으며,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이 가졌다가 한보가 부도가 났다. 1996년 인천의 해운업체 원광이 소유해 해상 관광단지를 건설하려다가 원광이 부도가 났다. 2011년에는 진성토건이 매입해 개발 구상을 발표했으나 진성토건 역시 망하고 말았다.향토사가 이훈익(1916~2002) 선생의 '인천지명고(仁川地名考, 1993년)'에는 인천의 주요 관광지 12곳을 싣고 있는데, 그중에 작약도가 들어간다. 자유공원, 수봉공원, 월미도, 연안부두, 작약도, 송도유원지, 소래포구, 화도진공원, 율도, 삼목도, 을왕리해수욕장, 무의도해수욕장 등 12곳이다. 25년이 지났을 뿐인데 송도유원지와 율도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 작약도 역시 오가던 뱃길이 끊긴 지 오래다. '인천지명고'는 작약도의 지명 변화와 소유권 변동 사항을 설명하면서 "(지금은) 그 경관과 피서지로서 경향각지에서 관광객이 수없이 찾아들고 있다"고 했다. 전국에서 찾아올 정도로 유명했다니 그때 인천에 살지 않았던 사람 입장에서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인천시가 마침 주인 없는 섬 작약도를 해양 친수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한다. 진성토건 채권단 손에 넘어가 있는 섬을 2020년까지 매입해 친수공간으로 꾸미겠다는 게 인천시 구상이다. 행정구역상 인천시 동구 만석동에 속해 있는 작약도는 공유수면 4만9천615㎡, 육지면적 7만2천924㎡ 총 12만2천538㎡ 규모다. 작약도는 1866년 병인양요 때는 프랑스식으로, 1871년 신미양요 때는 미국식으로 불렸다. 작약도는 이미 국제적으로 이름이 날 만큼 난 섬이다. 작약도는 이훈익 선생이 책을 낼 당시만 해도 전국에서 관광객이 수없이 찾아들었다는 섬이다. 앞으로 다시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작약도는 그러나 어느 개인에게는 소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작지만 커다란 공공재로 쓰이는 게 작약도의 운명이 아닌가 싶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8-12-16 정진오

[데스크 칼럼]'송구영신'은 드뷔시와 함께

서양음악사 큰 획… 올해 '서거 100주년'당대 미술·시 경향 작곡 자양분으로 사용'낡은 음악' 거부 자신만의 양식 만들어 내신년, 교향시 '바다 위의…' 들어보길 추천'인상주의 음악의 선두주자이자 완성자'로 서양음악사에 큰 획을 그은 프랑스의 작곡가 드뷔시(C. A. Debussy·1862~1918)의 '서거 100주년'인 올해가 저물고 있다.메이저 음반사들은 지난해부터 기념 음반들을 출시해 위대한 작곡가를 추억했으며, 그에 따라 라디오 방송에선 드뷔시의 작품이 자주 선곡됐다. 국내 연주단체와 연주자들로 구성된 모임들도 추모 음악회를 열고 드뷔시의 작품 세계를 조명했다.인천에선 그에 관한 연주회가 없었다. 인천시립교향악단은 올 한 해 동안 '작곡가 시리즈'를 이어갔는데, 정작 드뷔시는 다루지 않았다. 예술감독의 부재(지난 10월 이병욱 예술감독 부임)에 따라 객원 지휘자제의 운영으로 인해 적극적 기획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이해하며, 글로 나마 드뷔시를 조명해 본다.19세기 말 프랑스에는 미술의 인상주의와 시의 상징주의 경향이 활발히 일어났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사물과 대상을 보이는 대로 정확하게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 '빛'에 따라 달라지는 순간을 표현했다. 때문에 '인상. 해돋이'로 유명한 모네는 같은 성당의 그림을 아침, 점심, 저녁의 각기 다른 빛 속에서 그렸다고 한다. 인상주의 작품에서 틀 잡힌 구도나 대상물의 형태, 그림의 메시지 등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린 시절 화가를 꿈꿨던 드뷔시는 당대 미술과 시의 경향을 작곡의 자양분으로 사용했다. 최초의 인상주의 음악인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1894년)은 드뷔시의 개성적 양식을 확립한 출세작이다. 프랑스 상징주의 시의 대표주자 중 한 명인 말라르메가 쓴 시 '목신의 오후'의 의미를 음악으로 표현했다. 20세기 초반 프랑스에서 문학사가이자 평론가로 활동한 랑송은 말라르메에 대해 이와 같은 언급을 했다. "기존의 문장 구성법을 깨뜨려 그 문장들에 얽혀있는 일상적 관념과 연상을 떼어 버린다. 이를 통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사물의 이상화된 개념을 암시하게 될 것이다."당시 말라르메의 집에선 예술가들의 모임이 종종 열렸다. 이 모임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진 드뷔시는 음악에서도 정해진 규칙과 화성에서 벗어나 감각을 표현했다. '화성은 장음계와 단음계에 기초하며, 그 유기성은 5도 하행하는 중심음(근음) 진행에서 생긴다. 이끔음(Leading Note)과 불협화음의 해결은 화성의 유기성을 강화한다.' 조성 어법에서 근간이 되는 요소들이다. 주로 18~19세기 서양 고전음악을 들으면서 느끼는 긴장과 이완 등 감각적 측면에서부터 주제의 제시와 전개, 절정, 해소에 이르기까지 진행되는 작품의 구조에도 관여하는 것들이다. 드뷔시는 이러한 요소들과 결별한다. 대신 옛 중세 선법과 5음음계, 온음음계,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접한 자바음악 등 서양의 장단조와는 다른 음계로 대체한다. 앞서 제시한 랑송의 말라르메에 대한 언급을 드뷔시에 관한 것으로 대체한다면 "기존의 장단조에 기반한 음악 구조를 깨뜨려 그 음악들에 얽혀있는 일상적 관련과 연상을 떼어 버린다" 정도가 될 것이다. 뻔한 연상을 일으키는 '낡은 음악'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음악 양식을 창안한 것이다. 19세기 음악의 정점에 있는 바그너는 음악과 연극, 이야기를 하나로 결합한 자신만의 예술을 펼쳐 보이기 위해 조성음악의 표현력을 극한까지 활용했다. 이어진 드뷔시의 시도는 20세기 초반에 의식적으로 무조성을 추구하며 새로운 음악을 찾으려는 사조의 출현을 이끈다.2019년 신년 해맞이는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1905년) 중 첫 곡인 '바다 위의 새벽부터 정오까지'를 들으며 해와 바다의 빛과 기운을 한껏 받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18-12-12 김영준

[데스크 칼럼]러브마크(Lovemark)

이성적 판단 뛰어넘는 충성도의 브랜드기술력과 감동적 메시지 더해진 단계애플 아이폰·할리데이비슨이 대표적국산 보기 힘든 이유 '존경' 못받기 때문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오토바이 할리데이비슨은 유난히 동호인 모임이 많다. 호그(HOG:Harley Owners Group)라고 불리는 동호회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인종과 국적을 가리지 않고 '할리'에 열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호그족은 미국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해 우리에게도 꽤 익숙하다. 일부 열성 팬들은 자신의 몸에 할리데이비슨 제품이나 상표 문양을 새겨 놓을 정도로 애정을 드러내기도 한다.할리데이비슨처럼 높은 소비자의 충성도를 가진 브랜드를 '러브마크(Lovemark)'라고 한다. 이는 소비자로부터 '이성적 판단을 뛰어넘는 충성도'를 획득한 브랜드를 뜻하는 말로 2004년 영국의 광고회사 사치앤사치 CEO인 케빈 로버츠가 주창한 개념이다.러브마크를 구성하는 존경과 사랑의 크기로 구분해보면 4가지 유형과 단계로 나뉜다. 제일 낮은 단계가 존경과 사랑이 없는 '일회용품', 두 번째가 사랑만 있고 존경이 없는 '유행 상품', 세 번째는 존경은 받는데 사랑이 적은 '명품', 마지막으로 최고의 단계인 존경과 사랑을 모두 받는 '러브마크'라고 한다.명품이 소비자들의 존경을 받으면서도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은 대중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장인의 기술력과 좋은 소재로 만들어지는 명품의 가치는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비싼 값을 주고 힘들게 구한 명품이라고 자랑만 하면 천박하다는 얘기를 듣기 쉽다. 반대로 사랑은 받는데 존경을 받지 못하는 유행상품은 사랑이 식으면 그 대상이 수시로 바뀐다. 기능적 편리를 쫓는다면 대치품은 얼마든지 있다.케빈 로버츠는 한 인터뷰에서 러브마크의 또 다른 예로 애플사의 아이폰을 꼽았다. 애플의 아이폰은 '지속적인 혁신'이라는 이미지가 담겨 있다고 했다.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보여준 변화와 혁신의 일생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애플은 소비자들에게 도전과 혁신을 꿈꾸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소비자들도 애플의 제품을 신뢰하면서 색다른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국내 유수의 기업이 만들어 내는 휴대폰 중에서 세계적인 러브마크가 있나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제품에 대한 사랑은 넘치는 것 같은데 존경을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선뜻 그렇다고 하기가 어렵다. 첨단 기능과 편의성에만 치우쳐 있는 느낌이 강한 데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주는 감동이 약하다는 평가다. 수십 년에서 100년 이상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브랜드를 보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최고의 브랜드는 효율성, 편의성, 창의성, 역사,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거기에 전통과 역사, 감동적인 스토리(메시지)가 더해지면 러브마크가 된다. 예를 들면 '예술가들이 사랑한 전설의 수첩', '세계 최고 7성급 호텔이 선택한 연필', '실용 디자인으로 철학이 빛나는 의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접이식 칼' 등이다.일본 아오모리현 사과는 기대와 희망을 대표하는 과일로 유명하다. 어느 해 이곳에 태풍이 심하게 불어 사과 수확량이 크게 떨어졌다. 한 과수원 주인은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라며 백화점에서 비싼 가격에 내놨다. 마침 대학 입시를 앞둔 시기여서 태풍을 견뎌낸 사과라는 얘기에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날개돋친 듯이 팔렸다. 아오모리현 사과를 먹으면 시험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의 스토리가 러브마크가 된 셈이다.사용자가 가치를 인정하고 애정을 보일 때 브랜드의 생명력이 길어진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여러 브랜드가 2019년도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세계적인 러브마크 중에서 우리 것을 찾기 힘든 이유는 관심과 사랑은 받지만, 존경받지 못하는 유행상품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8-12-09 이진호

[데스크 칼럼]이재명·김경수 지사 그리고 출당

李지사 둘러싸고 당내 세력 '공격' vs '엄호'金지사 사례와 비교땐 적잖이 '고개 갸우뚱'야권 '친문-비문 권력 투쟁' 프레임 공세경제문제와 함께 여권 전반 '불신' 이어져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 당사 앞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의 손에는 '이재명 출당·탈당을 촉구하는 더민주 당원연합'이라는 단체 이름과 함께 '민주당은 각성하고 이재명을 출당하라' 등이 적힌 종이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비슷한 시간, 성남시 수정구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앞에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의 손에는 '이재명 지지자 연대'라는 단체 이름과 함께 '이재명은 죄가 없다! 정치 검찰 반대한다' 등이 적힌 플래카드와 팻말이 들려 있었다.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둘러싼 집권 여당 세력 내의 논란·분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한쪽에서는 이재명 지사를 비판하고 공격하며 당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이재명 지사를 엄호하며 수사 당국을 비판한다. 이들은 대개 민주당원이며 지난 대선 때는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손을 맞잡았던 사람들이다. 이재명 지사의 출당·탈당을 요구하는 세력은 각종 의혹에 노출된 이 지사 문제가 당은 물론 문재인 정부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견 일리도 있고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례와 비교하면 적잖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김경수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기소됐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검이 꾸려졌고, 김경수 지사의 집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물론 김경수 지사의 사건과 이재명 지사의 사건은 내용 등의 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재명 지사나 김경수 지사 모두 민주당 소속이고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는 면에서 이재명 지사에게 가해지고 있는 출당·탈당 논란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경수 지사의 경우 기소돼 재판과정에 놓여 있지만 출당·탈당 요구가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기소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은 시점에 출당·탈당 주장이 먼저 분출됐다. 최소한 집권 여당 세력 내에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이재명·김경수 지사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주지하다시피 김경수 지사는 친문 핵심 의원 중 한 명이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 도지사 선거에서는 친문 핵심 의원 중 한 명과 각각 경선을 벌였다. '혜경궁 김씨' 사건은 도지사 선거 때 친문 핵심 지지세력들에 의해 불거졌다. 야권은 집권 여당을 분열시킬 호재로 '이재명 프레임'을 설정하고 대여 공세 도구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탈당을 하든, 출당을 시키든 서로 고소·고발을 하든 집안싸움은 적당히 하고 그 정성으로 경기도정과 국정 운영 등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했고,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친문과 비문 간 권력투쟁의 일환이라는 해석을 내놓으며 "지금 이대로 두면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도 못 막는다"고 했다. 많은 국민도 야권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말해 준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6~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8.4%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얼미터는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경제 등의 문제와 함께 '이재명 논란'(여권 전반에 대한 불신 확대로 그동안 약하게 결집해 있던 주변 지지층 이탈)을 꼽았다. 각종 현안이 널려 있는데 집권 여당은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있다는 '이재명 프레임'은 다른 여러 사안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런 세력들이 만들어 내는 정책'이라며 국정에서부터 도정에 이르기까지 긍정보다는 부정적 시선이 먼저 앞선다. 민주당 지지세력까지 냉소적으로 만드는데 중도층이나 보수층은 오죽할까. 많은 국민은 집권 여당 세력에게 묻는다. "뭣이 중헌디…"라고./김순기 정치부장김순기 정치부장

2018-12-05 김순기

[데스크 칼럼]보헤미안 랩소디와 음악감상실 '심지'

동인천역 인근 신청곡등 '무제한 감동'사회생활 시작한 후 폐점했다는 소식영화 하이라이트 장면서 문득 떠올라사람들 몰리는 '음악도시 인천' 바람경인전철 동인천역 인근에 '심지'라는 음악감상실이 있었다.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4층과 5층에 귀청이 떨어질 듯한 사운드로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는 어둑한 분위기의 방이 나온다. 계단 벽면에는 보컬·기타리스트·드러머 등 록그룹 멤버를 구하는 글이나, 특정 뮤지션의 음악감상회를 공지하는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늘 5층에 자리를 잡았다. 4층은 팝, 5층은 록 그룹 뮤직비디오 등 헤비메탈을 틀어줬다. 심지는 극장식 음악감상실이었다. 앞쪽 중앙에 대형 스크린이 있고, 오른쪽에는 VJ 부스가 있었다. 쿠션이 푹 꺼진 검은색 인조가죽 소파에 앉아 하얀색 종잇조각에 신청곡을 적는다. 그 쪽지를 VJ 부스 앞 바구니에 넣고서 자리로 돌아와 뮤직비디오를 감상한다. VJ 부스 안에는 밝은 빛으로 신비한 분위기를 내는 투명한 유리공 모양의 '플라스마 볼'도 있었다. 고등학생이었던 90년대 초반 일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유튜브 등을 통해 뮤직비디오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절이 아니었다. 심지에서 보통 4~5곡을 신청했는데, 신청한 곡이 모두 나오면 '운 좋은 날'이다. 심지는 입장료가 비싸지 않았다. 시간 제한 없이 뮤직비디오를 맘껏 볼 수 있으니 행복이 따로 없었다. 누구의 눈치를 보거나 간섭받을 일이 없다는 게 극장식 음악감상실 심지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서울에는 음악감상실이 많았는데, 대부분 음료수를 시키고 테이블에 앉는 방식이라 비싸고 오랜 시간 있기에 눈치가 보였다. 용돈이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 아침 일찍 심지에 들어가 해 질 무렵 배고픔에 어쩔 수 없이 나왔던 기억이 난다. 한 곡이라도 더 듣고 싶었던 마음에 이제 그만 나가자고 조르는 친구를 붙잡았던 기억도 난다. 그런 친구가 귀찮아 혼자 심지를 간 적도 많았다.심지는 각별하다. 경기도 광명시에 살 때인데, 나에게 인천의 첫 만남은 심지였다. 그 유명한 월미도보다 심지를 먼저 만났다. 주말 아침이면, 서울 개봉역에서 경인전철에 몸을 실어 동인천으로 향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전동차 밖 풍경을 보면서 말이다. 심지에서 동인천역으로 가는 길에는 레코드숍이 있었다. 아껴둔 용돈으로 록 그룹의 카세트테이프를 사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듣곤 했다. 록 음악과 경인전철 밖 칙칙한 풍경은 제법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사회생활을 인천에서 시작하게 된 후 심지가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을 때 안타까움이 컸다. 심지가 문을 닫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어릴 적 무척이나 넓게 느껴졌던 초등학교 운동장이 성인의 눈에는 좁게 보이는 것처럼, 심지의 초라한 모습에 환상이 깨질 수도 있었을 것 같다.영국 록 그룹 '퀸'과 전설이 된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심지에 대한 추억을 소환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열정적인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을 볼 때, 심지가 떠올랐다.매년 여름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는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열린다. '트라이포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1999년 첫 공연까지 치면 벌써 14회가 됐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앞두고 인천지역 라이브클럽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 공연이 이어진다. 부평구는 부평음악·융합도시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송도국제도시에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 '아트센터 인천'이 개관했다. 2013년 인천시가 펜타포트 음악 축제를 중심으로 인천을 음악도시로 육성하겠다고 선포한 적이 있다. 경인전철을 타고 인천 심지를 찾았던 것처럼, 많은 사람이 음악을 듣기 위해 몰리는 '음악도시 인천'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8-12-02 목동훈

[데스크 칼럼]왜 한 발 먼저 움직이지 못하나?

공정위, 삼성 위장계열사 고발 40년 지체주식보유 현황 허위신고 경고·벌점 그쳐전속고발권 제도 악용 사례라는 지적도검찰과 경쟁체제 구축… 분발하길 기대"왜 매번 나쁜 놈들보다 늦습니까. 왜 한 발 먼저 움직이지 못합니까?" 2005년 1월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영화 '공공의 적 2'. 서울중앙지검 검사 강철중(설경구 분)이 명선재단 이사장 한상우(정준호 분)가 다음날 새벽 외국으로 도피하려 한다며 긴급 체포영장 발부 승인을 요청하자 지검장(박웅 분)이 한 말이다. 강철중 검사를 질책하는 것이 아닌 현실을 향해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로 해석됐다. 사학재단 봐주기, 대기업 봐주기 등 정부의 한발 늦은 사례는 그야말로 '차고 넘친다'.'경제 검찰'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이 업계 실적 1위인 삼우건축사사무소(이하 삼우)를 40년 가까이 위장계열사로 소유했다고 판단, 이건희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서 지난 2014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계열사 명단을 공정위에 제출하며 당시 차명으로 보유한 삼우와 서영엔지니어링(이하 서영)을 고의로 빠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삼우 임원 소유로 돼 있던 삼우는 실제로는 지난 1979년 3월 법인 설립부터 2014년 8월까지 삼성종합건설(현 삼성물산)이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4년 설립된 서영은 삼우의 100% 자회사로 삼성종합건설의 손자회사인 셈이다. 타워팰리스, 서초동 삼성사옥,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 삼성그룹 관련 설계를 전담한 삼우의 2005∼2013년 삼성 거래 비중은 27.2∼61.1%로 평균 45.9%다. 차고 넘칠만한 자료들이 있는데도 공정위가 움직인 건 무려 '40년'만이다.공정위는 "지난해 하반기 익명의 제보자가 1999년 공정위 조사 때 삼성과 삼우 측에서 은폐한 증거 자료를 제출한 점이 '스모킹 건'이 돼 조사 범위를 넓혔다"며 "이를 토대로 차명 주주 5명을 소환하는 등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글쎄요'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지난 21일 차명주식이나 계열사 주식보유 현황을 허위 신고한 혐의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재판에 넘겼다. 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 롯데 그룹 계열사 9곳도 기소 대상에 포함시켰다. 검찰은 지난 6월부터 공정위가 대주주의 차명주식, 계열사 현황 등을 허위신고한 대기업에 면죄부를 준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 150여 건을 수사해 왔다.공정거래법상 주식보유 현황을 허위신고한 사건은 공정위가 검찰에 반드시 고발해야 하는데 해당 기업에 '경고'나 '벌점 부과' 조치만 하고 사건을 자체 종결한 사안이다. 공정위가 '경제 검찰'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 온 전속고발권 제도를 악용한 사례라는 지적이다.검찰은 "주식 허위 신고 사건 177건 가운데 11건만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했다"며 "151건은 경고 조치로 자체 종결하고 15건은 무혐의 종결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더 나아가 LG와 SK, 효성 등 대기업들이 장기간 반복적으로 계열사 신고를 빠뜨리거나 보유제한 주식을 취득하는 등 범죄 혐의를 밝혀냈지만 기소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공정위가 제때 신고를 하지 않아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밝혔다.이쯤 되면 '한 발 먼저 움직이지 못한 게 아니라, 아예 안 움직인 것' 이라는 관전평이 더 옳아 보인다.공정위와 법무부가 지난 8월 21일 전속고발권 일부 폐지에 합의했다. 올 초 유통3법(유통·가맹·대리점), 하도급법(기술탈취), 표시광고법의 전속고발권 폐지가 결정된 만큼 사실상 전면 폐지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실상의 전속고발권 폐지로 공정위와 검찰 간 경쟁 체제가 구축된 셈이다. 검찰과의 경쟁에서 밀려 공정위 폐지론이 불거지지 않도록 '한 발 먼저 움직이는' 공정위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이재규 사회부장이재규 사회부장

2018-11-25 이재규

[데스크 칼럼]네이버의 변화에 거는 기대

상징 '녹색 검색창' 대신 '그린닷' 도입특정 업체의 뉴스섹션 독점구조 탈피놓치기 쉬운 목소리 전달하는 지역언론포털서 제 자리 찾게 되길 간절히 기원대한민국 포털업계의 선두주자인 '네이버'가 새 디자인을 내놓았다. 네이버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녹색 검색창'이 사라지고 둥근 검색 버튼 '그린닷'이 도입된다고 한다. 그동안 수없이 사용했던 녹색 검색창이 사라진다고 하니 뭔가 아쉬운 느낌이다. 마치 오랫동안 입던 옷을 버리고 새 옷을 사는 느낌이랄까. 네이버는 이번 변화의 배경으로 '모바일 사용자들의 변화'를 내세웠다. 하지만 네이버가 쫓기듯이 변화를 서두른 배경에는 '정치권의 압박'이 있었음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댓글 조작 사건과 가짜 뉴스 문제, 포털의 뉴스 편집권 문제 등등을 놓고 고조된 정치권의 압박이 결국 네이버를 변화의 길로 몰아간 것이다. 사실 정치권의 압박도 압박이지만, 그동안 네이버 서비스에 쌓였던 불만들이 속속 터져 나오면서 네이버는 전에 없는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결국 네이버는 논란의 핵심에 있던 '뉴스'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첫 화면에서 빼고 연결 화면으로 옮기는 작업을 이번 디자인 개선작업에 포함 시켰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꽤나 특이한 인터넷 문화를 갖고 있다. 포털의 영향력이 막대하고, 언론이 포털과 묶여있는 이상한 구조다. 언론이 생산하는 뉴스가 자체적으로 배포되는 것보다 포털을 타고 유포되는 게 훨씬 많다. 그러다 보니 포털에 어떻게 노출되느냐가 언론사의 방문자 수를 좌우하게 됐고, 언론사의 경영까지 포털에 좌우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언론계는 이 같은 특이한 구조가 만들어내는 '정보의 왜곡·편중'을 꽤 오랫동안 심각하게 다뤄왔다. 몇몇 특정 언론사의 뉴스가 네이버의 뉴스섹션을 독점하면서 독자들의 선택권이 심각하게 제한되는 현상을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해 온 것이다. 특히 지역언론들은 네이버가 뉴스섹션에 지역뉴스 편집을 아예 배제함으로써 디지털 시장에서 '지역'이 소외되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켰다고 입을 모아 왔다. 어떤 이들은 "그게 뭐 어때서?"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지역뉴스가 꼭 포털에 노출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지역뉴스가 그리도 중요한 것이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그런 분들에게 "지역뉴스는 민주주의의 기초"라고 강조해 드리고 싶다. 우리는 하나의 국가를 이뤄 살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지역별로 계층별로 혹은 성별·나이별로 가치관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뒤엉켜 있다. 그렇게 다른 이해관계는 서로 다른 목소리로 표현된다. 흔히 이야기하는 '민주주의의 다양성'이 그것인데, 민주주의는 이런 각각의 입장 차이를 충분히 수렴하고 지혜를 모아 가장 적절한 해법을 찾아갈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어느 특정 집단이 다양한 목소리를 모두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때 민주주의는 길을 잃는다. 언론은 이런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다. 특히 지역 언론은 중앙정부가 놓치기 쉬운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수렴해 전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왜곡된 언론환경에서는 지역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고 수렴되기 어렵다. 디지털 환경이 확대될수록 지역언론이 점점 경영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도 왜곡된 언론 환경이 한몫을 하고 있다. 그동안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들은 이런 문제를 애써 외면해 왔다. 이제 포털들이 나서서 지역언론을 살려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되찾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더불어 지역언론도 포털에 목을 매는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민은 오래전부터 '진행 중'이었고, 결국 변화가 시작됐다. 곧 선보이게 될 네이버의 새 버전을 시작으로 지역언론이 포털에서 제 자리를 찾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2018-11-21 박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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