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아이들을 위해 행복해 지자

'하늘의 별' 된 아이들 세상에 질문 던지듯 세월호의 슬픔·원망·가여움·분노 떠올라 수많은 의혹들 밝히고 더 당당하게 살아야아프다. 슬프다. 가슴이 무겁다. 어두운 물속에서 세월호와 함께 슬픔이, 원망이, 가여움이, 분노가 끌려 올라왔다. 세월호를 가득 채운 바닷물의 무게보다도, 세월호의 그 커다란 동체의 무게보다도 더 무겁고도 무거운 감정들이 세월호와 함께 물 밖으로 나왔다. 1만t이라는 세월호의 물리적인 질량인들 국민들의 가슴에 얹힌 무거움에 비할 수 있으랴. 그렇게 무겁고도 무거운 것들을 끌어안고 세월호는 3년 만에 캄캄한 어둠 속에서 떠올랐다.이제 세월호는 육지로 향한다. 켜켜이 쌓인 원망과 함께 커다란 반잠수 선박에 실려 목포 신항으로 온다. 녹슨 세월호 안에서 무엇이 나올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세월호 안을 가득 채운 원망과 분노의 폭탄이 무엇으로 점화돼 얼마나 큰 폭발을 일으킬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 그 무시무시한 잠재력을 알기에 정치권이 숨을 죽인다. 가만히 지켜보며, 빌고 또 빈다. 그동안 원망을 품은 채 굳어버린 국민들의 가슴이 또다시 조각조각 부서지고 찢어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고. 이제 그만 좀 아프게 해 달라고.드라마 도깨비에서 김고은의 대사였던가. "남은 사람은 또 열심히 살아야 해요. 가끔 울게는 되지만, 또 많이 웃고 또 씩씩하게. 그게 받은 사랑에 대한 도리예요."우리를 사랑했던, 그렇게 빛나게 웃던 아이들은 하늘의 별이 되었다. 그 아이들이 사랑했던 우리는 이렇게 남았다. 우리의 슬픔이 하늘에 닿으면 그 아이들이 또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그래서 우리는 더 열심히, 더 씩씩하게 살아야 한다. 그게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도리이니까.씩씩하게 산다는 것은, 열심히 산다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당당하게 산다는 것이다. 아파서 피하고, 슬퍼서 피하고, 두려워서 피하는 것이 어찌 씩씩한 삶일까. 그래서 세월호를 겹겹이 휘감고 있는 수많은 의혹들은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것이 어떤 모습이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별이 된 아이들과 남겨진 우리들이 억울하지 않고 슬프지 않고 어색하지 않게 그것들을 꺼내 놓은 후 갈무리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훌훌 털고 씩씩해질 수 있으니까. 참 묘하게도 세월호는 탄핵과 대선이 얽히고 얽힌 복잡한 와중에 세상에 나왔다. 기다리고 있다가 때맞춰 나온 것처럼. 마치 "자 이제 어떻게 하실래요?"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은 우리다. 대답을 해놓고, 또 그 대답에 맞춰 살아야 하는 것도 우리다.대답은 저마다 다를지 모르겠다. 애초에 정답이 있는 질문은 아니니까. 하지만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어찌 됐든 우리는 이제 행복해질게. 더 슬프지 않고, 더 아프지 않고, 이제 행복 할게. 너희들이 우리를 걱정하지 않고 웃을 수 있게."참 행복하지 않은 나라에 살고 있어서, 그래서 아이들이 보기에 너무도 슬프고 아파서, 그건 아이들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서, 그래서 "이제 행복해지겠다"고 대답하고 싶다. 우리 행복한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들이 같이 행복해져서 밤하늘에서 빛날 수 있도록.힘겨운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하늘을 보자. 별이 된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늘 기억하자. 그리고 세월호에서 눈을 돌려 우리를 보자. 우리 곁에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엄마 아빠를 바라보는 또 다른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에게는 행복해질 권리가 있고, 우리는 그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니까 광화문을 가득 채웠던 촛불이, 또 다른 곳에서 휘날렸던 태극기가 다시 필요해지지 않게 하자. 또다시 촛불을 켜야 하는 것은, 태극기를 들어야 하는 것은 슬픔이고 불행이다./박상일 경제부장박상일 경제부장

2017-03-26 박상일

[데스크 칼럼]곧 다가 올 '동전없는 사회'

한은, 내달부터 시범운영 사업자 12개소 선정이젠 자판기 마저 동전 대신 지폐 원하는 시대주머니속 '찰랑 찰랑' 든든한 소리 추억속으로'찰랑~ 찰랑~'.'트로트' 노래 제목이 아니다. 광고에서 보았음직 한 바람에 머릿 결이 날리는 모습도 아니다. 얼마 전까지 보통 남정네 등의 주머니 속에서 흔히 들어 보았던 소리다. 그 소리는 바로 '동전'들이 부딪히며 냈던 울림이었다. 한때는 주머니 속에 동전들의 소리만 들어도 '든든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주머니 속의 동전들이 부딪치는 소리는 듣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한국은행은 4월부터 시작되는 '동전없는 사회' 시범사업에 참여할 12개 사업자를 최근 선정하고 준비 작업을 거쳐 업체별로 시범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이에 이들 시범사업 업체들을 통해 현금으로 물건을 산 소비자는 거스름돈으로 동전을 받지 않아도 된다. 거스름돈이 동전일 경우 이를 각 선불카드에 충전할 수 있게 돼 주머니에 동전을 갖고 다닐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소비자들은 무거운(?) 동전을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한은도 동전 제조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한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화폐제조비용은 1천503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5년 1천440억원보다 4.4%(63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이중 동전(주화)을 만들기 위한 비용은 537억원이다. 이미 한은은 사회적 수요가 사라진 1원과 5원짜리 동전을 지난 2006년부터 제조 발행하지 않고 있다.특히 지난해에는 동전을 녹여 구리 등 원자재를 재활용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정부는 동전 훼손 행위에 대한 처벌을 두배로 강화했다. 주화 훼손에 대한 처벌을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높인 것이다. 이 법은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했다.동전에 이어 지폐도 머지 않아 사라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은행권에서도 올해 9월부터 종이 통장을 폐지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현재 일반적인 많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은행 창구를 직접 찾아가기보다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돈(동전과 지폐)을 보내고 세금을 낸다. 물론 아직도 많은 사람이 ATM(현금자동입출금)기란 도구를 이용해 현금을 찾아 사용하고는 있다. 신용카드 대신 현금만 받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세금이 투명한 사회가 되면 이들 ATM기는 역사적 유물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인다.그래도 지금은 동전이 있어도, 이를 사용하고 싶어도 쓸데가 거의 없는 시대가 왔다. 한때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동전 자판기'. 이제는 '동전'이 아니라 지폐를 원하고 있다. 그만큼 동전을 쓸 수 있는 곳이 없어졌다. 일부 사람들은 동전을 거슬러 받기 싫어해 현금을 갖고 있어도 일부러 '신용카드'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나마 지폐를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는 시대가 곧 다가올 수 있다.이래저래 동전과 지폐가 푸대접(?)받는 시대가 왔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아쉬움도 크다. 주머니 속에 '찰랑 찰랑'거렸던 '든든한' 소리, 지갑 속의 두터운 지폐를 조만간 볼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 마련'을 생각하며 집안 서랍 속에 빼곡하게 챙겼던 수많은 통장도 추억 속으로만 남기게 되는 시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만의 생각일까? 그래도 동전 없는 사회는 분명 좋아진 사회라고 믿고 싶다. '동전(지폐)'이 '신용'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김신태 디지털뉴스부장김신태 디지털뉴스부장

2017-03-22 김신태

[데스크 칼럼]그야말로 고릿적 화재

소래포구 불, 800여년전 '강화 화재' 닮아당국, 고려 정부때처럼 배운게 전혀 없어최첨단시대 더이상 화재없도록 대책 시급지난 주말 새벽 소래포구에 불이 나 300개 넘는 좌판 점포 중 3분의 2가 잿더미로 변했다. 평소 소래포구의 주말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빈다. 인천 시민만이 아니라 인근 경기도나 서울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 눈앞에서 배가 드나드는 광경이 펼쳐지는 포구에서의 신선한 횟감은 보는 것만으로도 회가 동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서울 사람에게 소래포구는 남다르다. 소래포구의 큰불은 2010년 이후에만 벌써 3번째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졌다.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가. 어떻게 같은 자리에서 같은 유형의 화재가 몇 년마다 반복될 수가 있는가. 그 사이 관계 당국은 뭘 했다는 말인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민다.소래포구 화재 사건으로 열을 받자니 800여 년 전 강화도에서의 잇단 대화재가 떠올랐다. '고려사절요'는 강화도로 수도를 옮긴 이후 10여 년 사이에 3번의 큰 화재가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1234년) 봄 정월에 큰바람이 불고, 대궐 남쪽 동네 수천 호의 집이 불에 탔다' '(1236년) 3월에 시가(市街)의 남쪽 동리 수백 가(家)에 불이 났다' '(1245년) 봄 3월에 강도 견자산 북쪽 마을 민가 800여 호에 불이 나서 죽은 자가 80여 명이었고, 연경궁까지 연소되었다' 이렇게 잇따라 큰불로 엄청난 피해를 본 고려 정부는 연경궁 소실 1개월 뒤에 가서야 대책을 내놓는다. 관청 건물에 맞닿아 있는 민가를 50척 거리까지 헐어서 공간을 확보해 불이 나더라도 관청까지는 번지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어찌 되든지 관청만 안전하면 된다는 그런 식이었다. 이건 대책이라고 할 수도 없다.800여 년 전 강화의 화재와 지금 소래포구의 불은 여러모로 닮았다. 한적할 듯싶은 강화도에서 한 번 불이 나면 수천, 수백 호의 집이 불에 탔다. 그 피해 또한 막대했다. 화재 피해가 컸던 것은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에 있던 사람 대다수가 엉겁결에 강화도로 이주하면서 민가가 다닥다닥 붙어 지어졌기 때문이다. 몽골 침입 당시 개성에는 10만 호에 달하는 집들이 있었다고 한다. 30만에서 50만 명 정도는 살았다는 얘기다. 그들이 대부분 이주한 당시 강화는 개성 실향민의 신도시였다. 소래포구 또한 실향민들이 일군 관광지나 마찬가지다.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지금의 소래포구 일대에는 주민 수가 10여 명에 불과했다. 포구라고 할 것도 없었다. 6·25 전쟁 와중에 황해도 등지에서 피란 나온 실향민들이 강화나 인천 동구, 중구 등지의 원주민들에게 밀리고 밀려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척박한 곳을 찾은 게 바로 소래포구 터였다. 소래포구는 그렇게 성장해 지금에 이르렀다.이번 세 번째 소래포구 화재는 최첨단 시대를 사는 관계 당국이 800년 전 고려 정부처럼 그동안 두 번의 화재에서 전혀 배운 게 없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우리 국민은 안전과 관련해서는 당국에서 하라는 대로 하는 스타일이다. 여름철 태풍 예보 기관에서 센 바람에 창문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면서 테이프를 붙이면 안심할 수 있다고 하면 곧장 문구점이며 마트로 달려가 창문이란 창문은 빼놓지 않고 엑스 표시를 할 정도다. 이런 국민들에게 그동안 당국이 내놓은 것은 고려 때나 있을 법한 말 그대로 고릿적 대책이었다. 지금이 고려시대가 아니라면, 당국은 이제 더 이상 불이 나지 않을 그런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7-03-19 정진오

[데스크 칼럼]교활한 거짓말

마음이 바른 사람은 그 말도 신중하고안정되지 못하면 말도 속되고 급하다경청하고 현명한 판단 쉽고도 어려워스스로 잘났다는 사람, 주위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사람, 상사든 부하든 소홀히 여기고 주변 사람들을 얕보고 아첨만 일삼는 사람들의 말은 가볍고 교활하다.말이 교활한 사람들의 눈에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고, 남의 자리가 더 높아 보이기 시작하면 그땐 정말 답이 없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당연히 높은 자리와 부(富)다. 이미 열심히 노력해서 안된다는 것을 잘 아는 터라 다른 방법을 찾게 되는데 바로 조직의 리더에게 아부하는 것이다. 리더를 현혹하기 위해 꾸미는 말 대부분은 거짓말이다. 바로 위 상사를 험담해야 그의 자리에 오를 수 있고, 다른 사람보다 업무를 더 잘할 수 있다는 거짓말을 해야 동료의 좋은 거래처를 빼앗을 수 있다. 그들에게 '열심', '최선', '노력', '장담', '솔직, '억울'이란 말은 거짓말할 때나 쓰는 것이지 진심으로 일할 때 쓰는 말은 절대 아니다.말이 교활한 사람은 자리가 높아질수록 아첨이 점점 부풀어지고 끝내 상사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다. 그런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서면 매사를 독단으로 처리한다. 부하 직원에게 자신의 말만 따르라고 한다. 결국, 다른 사람은 틀리고 나만 옳다는 자만에 빠져 일을 그르친다. 열심히 일하지 않고 거짓말과 교활한 말로 속이고 꾀어 남의 자리를 빼앗고, 쉽게 부를 얻은 사람의 특징은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지위와 권력에만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자신이 맡은 일은 당연히 자신이 아닌 부하 직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거짓과 교활함으로 얻은 자리나 부는 좋은 결말로 이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천 번을 생각하면 한 번쯤은 지혜로운 생각을 한다고 한다. 거짓으로 남의 것을 빼앗으면서 약한 사람, 어리석은 사람들을 잠시 겁주고 속였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국 그들에 의해 벌 받게 마련이다. 우린 이미 동서양의 역사에서 힘없고 어리석다고 여겨졌던 '민초(民草)'들이 들고 일어서 부정한 권력을 엄단하는 모습을 보았다. 겸손으로 얻는 것도 사람이고, 교만으로 잃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으면 사람에 의해 망한다는 얘기다.문제는 말하는 것보다 제대로 듣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어수선한 시국에 여기저기서 말들은 많은데 들을 말이 시원치 않다. "겸허하게 여러 의견을 들으면 현명해지고, 한쪽의 말만 들으면 아둔해진다"는 말은 귀가 따갑게 들어왔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잘못을 들춰내거나 문제를 지적하는 말에는 반감(反感)을 쉽게 드러내면서 치켜세워주고, 잘한다는 말은 달콤하게 느껴진다. 아첨의 말에는 "저 사람 제대로 볼 줄 아네"지만, 잘못을 지적하는 쓴소리에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하는 말은 "뭐 저런 게 다 있어"다. 여씨춘추에서는 "망국의 군주에게는 직언할 수 없다"고 했다. 망국의 군주는 쓴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고, 이미 주변에 간사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는 얘기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고치고 바로잡아야 한다. 말의 잘못도 그렇다.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없다지만 말로써 바로잡을 수 있다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자신의 거짓말을 시인하고 진실을 얘기하는 것이다.말로 사람을 속이려는 사람을 경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귀 기울여 듣는 '경청(傾聽)'이다. 속이려는 말을 가려듣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 특히 상사일수록 조직의 리더일수록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구분할 줄 알아야 조직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다. "마음이 정한 사람은 그 말도 신중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면 그 말이 속되고 급하다"고 한다. 귀 기울여 듣고 현명하게 판단한다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7-03-16 이진호

[데스크 칼럼]대선, 5대 관전 포인트

'진보-보수정권 10년씩 주기'로 집권 성공'야권후보 경선'·'개헌 vs 호헌 싸움' 관심'反文세력' 스크럼 짤지… '다자구도' 주목헌법재판소가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인용결정함에 따라 조기 대선정국이 열렸다. 박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가결로 그날로 전직 대통령이 됐다. 헌재가 인정한 탄핵소추 사유는 박 전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지속적으로 숨기고 헌법수호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을 위해 기업의 재산권·경영자유를 침해했으며 청와대 문건 유출을 지시 방치해 공무원 비밀엄수의무도 저버렸다는 것이 핵심요지이다. 이에따라 60일간의 대선 레이스 총성이 울렸다. 여야 정치권은 사실상 5월 9일을 제19대 대통령 선거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선거일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결정한다.정치권은 지난 연말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대선경쟁이 갈수록 무르익어가면서 5대 관전 포인트가 국민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짧은 대통령선거 기간동안 관전 포인트가 어떻게 출렁거리고 어떤 이유로 용솟음 치는지 관심을 갖고 쳐다봐야 한다.가장 먼저 들여다 볼 대목은 '진보-보수정권 10년 주기설'이다. 박 전 대통령은 5년 만기를 채우지 못했지만 직선제 이후 보수측 노태우-김영삼 정권에 이어 진보측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10년을 집권했다. 이후 다시 보수측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들어섰다. 그래서 이번에는 진보측 인사가 정권을 잡을수 있는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진보는 분열로,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정치권의 속담이 떠오르는 대목이다.다음으론 '야권 대선후보 경선'이다. 야권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 합계가 60%가 넘어가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대선경쟁 후보인 문재인 전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빅3의 지지율이 50%를 넘는 현실을 반영하면 진보정권 수립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들의 관심도 당연히 민주당 경선에서 누가 승리를 쟁취해 낼지 주목을 끌고 있다. 당선가능성이 높다보니 국민참여 선거인단 규모도 이를 반영하듯 200만명이 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간 경쟁이나,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지사와 유승민 의원간 경쟁, 자유한국당의 대선 경쟁등은 국민들의 관심도에서 다소 멀어진 느낌이다. 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들의 대선후보 경선은 사실상 흥행에선 성공하기 어려운 형국이다.세번째의 관전 포인트는 '개헌 VS 호헌' 싸움이다. 대선전 개헌을 매개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탈당하면서 개헌론이 불붙고 있다. 중도·보수층이 개헌을 매개로 통합에 나서면서 김종인 전 대표와 손학규 전 지사,유승민 의원 등 대선주자들이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개헌이란 빅 텐트로 결집해 단일대오로 모이느냐가 관건이다. 문재인 전대표가 호헌에 가깝고 나머지 후보들은 개헌측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네번째로 점검해 볼 것은 여론조사 절대 강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반문재인'세력의 스크럼이 짜여질수 있느냐이다. 친문 패권주의로 불리는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은 확고부동한 3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외연 확장이 부족하다는 단점속에 견고한 콘크리트 지지층을 갖고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절대강호 문재인을 견제하기 위해 나머지 후보들간의 합종연횡이 이뤄질지 두고 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점검할 것은 양자대결이 아닌 '다자 구도'형성이다. 역대 대선은 대부분 보수-진보간 양자 대결구도였다. 그러나 이번엔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가장먼저 대선후보로 확정된 가운데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민주당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최종 결승선까지 완주할수 있는지 구경꺼리이다. 중도포기나 기권하는 정당 후보가 속출하지는 않는지 지켜보자.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정치권을 외면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그러나 내일의 희망을 위해선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들이 정치를 외면할때 그 밥에 그 나물들이 사리사욕을 맘껏 채운다. 국민들이 두눈 부릅뜨고 견제·감시에 나설때만이 후손에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줄수 있다. 그래야 박 전 대통령 같은 탄핵 국면을 다시는 만나지 않을수 있다./김학석 정치부장(부국장)김학석 정치부장(부국장)

2017-03-12 김학석

[데스크 칼럼]김종 전 차관과 어느 심사위원장의 차이

윗선 싫어한다고 '박태환 올림픽 포기' 종용美展 심사위원장, 화가와 사이 안 좋았지만뛰어난 작품에 흔들림 없이 '최우수상' 선정얼마 전 인천의 한 체육계 인사로부터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천시가 박태환의 재영입을 추진할 때였다고 한다. 그 체육계 인사는 당시 유정복 인천시장을 거들어 박태환의 인천시청 재영입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에게 문광부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의 요지는 '위에서 싫어하는데 왜 굳이 박태환을 영입하려느냐'는 것이었다고 한다. 김종 전 차관이 박태환에게 리우 올림픽 출전 포기를 종용한 사실이 이미 드러난 만큼 그 '윗선'은 짐작이 가능한 터다. 대통령이 문광부 관계자를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을 정도이니, 그 윗선의 수위는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여러모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한마디로 이 일화는 중앙의 스포츠 권력이 지역에까지 마수의 손길을 뻗쳐 스포츠는 물론 지방자치의 본질마저 훼손하려 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어쨌거나 눈 밖에 났다는 이유로 한 선수의 미래마저 짓밟으려 한 권력의 집요하고 추악한 이면이 드러났다는 사실은 적잖이 충격적이었다. 물론 이보다 더한 체육계 농단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웬만한 비리에는 '만성'이 돼 있었지만, 빗나간 권력의 속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정도면 복수를 조직의 행동강령으로 삼고, 끝까지 찾아가 무참히 제거해 버리는 영화 속 조폭과 무엇이 다른가. 이 대목에서 그 체육계 인사, 그리고 인천시가 '윗선'의 압력에 굴복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본다.박태환은 지난해 10월 전국체육대회에서 올림픽 메달권 기록에 근접하는 성적을 냈다. 이어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4관왕에 올랐고 12월 캐나다에서 열렸던 쇼트코스 세계수영선수권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앞서 뛰었던 올림픽에서의 초라한 성적표를 상쇄시키는 결과물들을 쏟아낸 것이다. 사실 올림픽에서의 부진은 김종 전 차관의 스포츠 농단과 맞물려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훈련에 매진해야 할 선수가 마음고생으로 시간을 보내야 했으니 성적이 좋았을 리 만무하다. 박태환은 인천시의 지원에 힘입어 올림픽 이후 이를 악물었고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다시 입증했다. 만약 인천시가 박태환을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이 걸출한 수영선수는 더 이상 물살을 가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 체육계 인사는 "요즘에서야 소신을 갖고 외압에 맞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그 인사의 얘기를 전하면서 김종 전 차관을 들먹이다 보니 예전에 책에서 접한 에피소드 하나가 떠오른다.한 미술대전에서 심사위원장이 출품작들을 둘러보며 심사를 할 때였다, 한 그림 앞에서 심사위원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출품자가 심사위원장과 사이가 안 좋기로 미술계에 널리 알려진 화가였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장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XXX"라는 욕설이었다. 이어 그는 "그림 하나는 잘 그린단 말야"라고 말끝을 흐리고는 다른 그림으로 눈길을 돌렸다. 주위 사람들은 그 화가의 입상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그 작품에는 '최우수상'이라는 리본이 달렸다.대통령 탄핵 선고일이 다가올수록 그 심사위원장과 김종 전 차관과의 간극이 더욱 심하게 느껴진다. 권력자들이 '공'과 '사'의 사이에서 흔들림이 없었던 심사위원장의 반의 반만 닮았어도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듯싶다./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17-03-08 임성훈

[데스크 칼럼]2017년 봄, 대한민국은 위기다

광장열기에 빌붙는 정치인·대권주자들욕먹을지라도 발길 돌리는 용기 보여야헌재 결정전 '승복' 약속 위기극복 첫발어둡고 음습한 기운이 대한민국을 짓누르고 있다. G2,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이 대한민국을 패권 관리의 척도로 삼아 맹렬하게 맞붙었다. 미국은 대한민국 남쪽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를 서두르고, 중국은 사드 배치 예정지 정밀타격까지 거론하며 대한민국을 적대적 수준으로 압박중이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를 비롯한 한국 기업의 중국내 경제활동을 마비시킨데 이어 자국민의 한국여행까지 봉쇄했다. 북한핵의 최대 피해자인 대한민국이 미국과 중국의 북핵 관리를 둘러싼 갈등에 짓눌리는 아이러니가 슬프다. 미 행정부가 한반도에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검토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G2 사이에서 대한민국이 고민해야 할 생존전략은 더욱 복잡미묘해지고 있다.대한민국에 깃든 불온한 기운의 발원지는 북한이다. 20대의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을 처단한 마수로 이복 형 김정남의 목숨도 거두었다. 권력의 장애물이라면 혈족의 목숨마저 거두는 결단은 그가 권력의 속성을 터득한 전제적 지도자라는 증거다. 그의 폭주가 취약한 정통성을 감추기 위한 만행이고, 결국 그 만행의 결과로 북한 엘리트들과 주민들이 그를 몰아낼 것이라는 낙관은, 그야말로 희망사항이다. 바다와 육지에서 대륙간탄도탄이 성공적으로 발사될 때마다 터트리는 김정은의 파안대소에 미국, 중국, 일본이 긴장하고 있다. 그는 20대의 철 없는 망나니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힘의 질서에 정통한 천부적 정치 승부사일지 모른다.김정은의 핵무장 질주와 이로 촉발된 대한민국에 집중된 불온한 국제정세로 모골이 송연해야 마땅한 상황이다. 위기의 관리와 극복을 위한 비상한 대응이 한창이어야 당연한 시국이다. 그런데, 정말 대단한 대한민국이다. 밖에서 몰아닥친 한파를 내부의 열기로 이겨내고(?) 있다. 탄핵정국의 열기가 국제정세의 한파를 녹이는 형국이다. 중국의 비이성적인 사드보복이 노골화된 지난 주말 각 정당은 중국에 자중을 촉구하는 형식적인 논평 한장으로 대응한게 전부였다. 대신 각당의 주요 대선 예비후보들은 촛불 민심과 태극기 군중이 벌이는 탄핵내전의 한복판으로 달려갔다. 예비후보들 대부분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민심과 이를 반대하는 민심의 충돌로 발생한 열기를 자신의 대권 에너지로 전환하려 기를 쓰고 광장을 찾는다. 광장행을 거부한 주자들도 있지만, 광장의 동력을 거부한 대가로 그들의 지지율은 남루하다.광장에서는 북핵, 사드, 중국의 도발, 일본의 망언, 국정교과서 등등 우리의 문제와 현안들이 정략적으로 해석돼 적대적 대치의 빌미로 전락한다. '촛불'도 대한민국을 위하고 '태극기'도 대한민국을 걱정한다지만, 정작 그들이 위하고 걱정하는 대한민국은 두동강의 위기를 향해 질주중이다.기사소설에 푹 빠져 자신을 편력기사로 착각한 돈키호테는 "약한자 가난한자를 돕기 위해 운명이 부여하는 그 어떤 모험에도 내 힘과 내 한 몸을 내던질 굳은 결의를 품고 모험을 찾아 고적한 들판을 헤매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을 로맨틱한 옛시절의 기사로 착각한 대가는 조롱과 수모 뿐이다. 광장으로 달려가는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모습에서, 과거의 기사도에 열광해 풍차에 돌진하는 돈키호테를 본다. 우리의 진보와 보수가 혁신없이 퇴행적인 편가르기로 내부 패권에 몰두하는 동안 북한은 핵무장을 완료했고, 중국은 중화주의를 재건해 우리를 속국으로 여기고, 미국은 동맹의 이익보다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이기적 국가로 변했고, 일본은 여전히 후안무치한 역사관으로 우리를 조롱하고 있다.돈키호테의 종자 산초 판사는 앞뒤 없이 질주하는 주인에게 "비겁함과 무모함 양 끝 사이 중간쯤에 용기가 있다"고 말한다. 위기의 징후들이 대한민국을 유령처럼 배회중이다. 광장의 열기에 빌붙는 대한민국 정치인, 대권주자들이 무모해 보인다. 비겁하다 욕먹을지라도 무모함의 끝에서 발길을 돌리는 용기를 보여줄 때다.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 전에 여야 정당과 대권주자들이 조건없이 모여 '헌재 결정 승복'을 약속하자. 그 약속으로 부터 위기 극복의 첫 발을 떼야한다./윤인수 편집국 국차장 (총괄부국장)윤인수 편집국 국차장 (총괄부국장)

2017-03-05 윤인수

[데스크 칼럼]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 두번 울리지 마라

배상금 생존자 1억·사망자 2천만원생사여부 따라 금액 다른것도 웃긴데6월까지 안 받으면 못준다니 협박인지한가지 묻고 싶은게 있다.일제강점기 일본에 의해 끌려가 일본군 위안소에서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여성이 가해자인 일본으로 부터 배상금을 받는 것이 잘못된 일인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그간의 삶과 역사적 인권적 차원에서 이들에게 제대로된 공식 사과와 법적배상이 이뤄져야 마땅하다.다 차치하더라도 노동권리로만 따져도 강제노동금지 규약 위반에 해당되는 사안인 만큼 적절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 실제 한국과 일본의 노동조합들은 국제노동기구(ILO)에 군위안부 동원이 ILO의 '강제노동금지규약' 위반이라는 문제를 제기한 바 있고, ILO에서는 '일본의 위안부 동원 및 착취가 ILO규약 위반이며,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을 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채택되기도 했다.얼마전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을 방문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취재 겸 종종 들르는 곳인데 할머니들의 안부를 묻다 전해들은 얘기에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내용은 이렇다. 이곳에 계신 할머니 한 분이 잠시 고향에 다녀오겠다 하셨다. 며칠 뒤 지방에 내려갔다 올라온 할머니의 얼굴이 유난히 어두웠다. 평소와 다른 모습에 이유를 여쭈니 대뜸 '미안하다'는 말부터 꺼내셨다고 한다.이곳 관계자는 자세한 얘기를 듣지 않고도 직감했다. 화해재단을 통해 돈을 받으셨구나.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에는 할머니가 가족들과 시내에 나가 식사를 하시겠다고 하셨는데 그날 재단관계자들을 만나 서류에 사인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때에도 할머니며 그 가족들이 미안하고 씁쓸한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나눔의 집의 경우, 생활중이신 10분의 할머니 중 4분이 재단이 주는 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문제는 이 돈이 일본의 진정성 담긴 공식사과를 통한 배상금이었다면 할머니들이 떳떳하게 수령하셨을텐데 아쉬운 대목이 많다. 지난 2015년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지 일년하고도 2개월이 지났다.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어떤 정부에서도 다루지 못하고 포기까지 했던 어려운 문제였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상의 걸 받아내서 제대로 합의가 되도록 노력한건 인정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합의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합의 과정에서 정작 피해당사자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입장은 반영되지 않아 당시에도 합의 무용론이 제기됐다. 일본 정부는 합의에 따라 내각 총리대신 명의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현하고, 10억엔을 출연해 위안부 피해자 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진정성이 의심된다. 지난해 10월 아베 총리에게 '위안부 피해자에 사죄편지를 보낼 가능성이 있느냐'는 한 일본 중의원의 질의에 그는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답해 논란이 된데 이어 최근에는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며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정말 이럴려고 합의한 것인가.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재단에서 개별적으로 주는 돈이 생존자는 1억원, 돌아가신 분은 2천만원이라고 얘길 들었다. 살았느냐 죽었느냐에 따라 금액이 다른 것도 웃긴데 올 6월까지 안 받으면 못준다고 하니 이건 협박을 하는 건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누가 죄인인가' 뮤지컬 영웅의 하이라이트 대목인데 자꾸 되뇌어진다. 일본군 위안부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의 눈에 눈물짓게 만드는 이, 진정 누가 죄인이란 말인가./이윤희 문화부장이윤희 문화부장

2017-03-01 이윤희

[데스크 칼럼]가해자를 '악마'라 해도 '위로'가 될 수 없다

아동 학대·살해·유기 해마다 늘어나정부, '아이문제 정책' 우선순위 놓고사회안전망 재정립등 빠른 실행 필요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 했다.하지만 현실은 우리를 배반하며 분노케 하고 좌절시킨다. 많은 어린 아이들이 세상과 제대로 공감을 나눠 보지도 못한 채 죽임을 당한다. 많은 아이가 보호받지 못하고 학대당하고 내팽개쳐진다.이천에 사는 20대 싱글맘과 외할머니는 세 살배기 여아가 잠을 자지 않고 보채는 등 말을 듣지 않는다며 지난 18·19일 이틀간 나무 회초리와 훌라후프 등으로 마구 때렸다. 여아의 몸 안에 상당량의 출혈이 발생했고 결국 전신 피하 출혈로 인해 목숨을 빼앗겼다.전남 광양에서는 2살 아들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20대 아버지가 지난 23일 경찰에 구속됐다. 20대 아버지는 지난 2014년 11월 아들을 훈육한다며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집에 이틀 동안 방치했다가 여수지역 바닷가에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며칠 사이에 언론을 장식하며 우리를 분노케 한 아동살해사건이다. 그 사이 경북 구미에서는 한 보육교사가 지난해 7월부터 2개월간 자신이 근무하는 어린이집 유아 7명을 상습적으로 폭행(아동학대)한 사실이 밝혀졌다.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지난 2014년 1만7천791건에서 2015년 1만9천214건으로, 학대로 숨진 아동은 2014년 14명에서 2015년 16명으로 각각 증가했고, '학대'·'살해' 모두 지난해에 더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된 상태다. 여기에다 또 다른 문제인 '영아 유기'도 2014년 76건, 2015년 42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109건으로 급증했다.영아나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학대·살해·유기 등은 그 특성상 드러나지 않거나 뒤늦게 밝혀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현실은 통계보다 훨씬 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많은 아이가 외지고 차가운 곳에 누워 있거나 매질에 눈물만 흘리며 견디고 있을 것이다.단적인 사례가 '원영이 사건'이다. 7살 원영이는 3개월여간 락스와 찬물로 학대당하고 매질 당하며 화장실에 갇혀 지냈다. 음식은 하루 한 끼만 주어졌고 한겨울에도 트레이닝복만 입고 지내다 결국 짧디짧은 삶을 마감했다. '원영이 사건' 이후 교육 당국은 초등학교 입학 대상 아이들을 특별 관리하기 시작했고 지난 10일 2차 예비소집일에 불참한 아이들에 대해 경찰과 함께 소재 파악에 나섰다. 이런 아이가 경기도에만 57명에 이른다.어른들은 가해자를 '악마'라고 비난하며 위안을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왜 자신에게 그런 불행이 닥쳐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결코 위로가 될 수 없다. '아이들의 비극'은 애완동물을 둘러싼 온갖 이야기가 쏟아지고, 지난해 새로 태어난 아이 숫자가 사상 최저를 기록하며 '인구절벽'이 현실화됐다는 우려와 '오버랩'된다.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다고 아우성치면서 태어난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정부는 지난해 3월 '올해를 아동학대 근절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원인과 진단, 대책은 이미 쏟아져나와 있다. 아이 문제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놓고 부모와 아이들에 대한 복지제도, 사회안전망 재정립, 관련법 개선 등의 과감한 결단과 실행이 필요하다./김순기 사회부장김순기 사회부장

2017-02-26 김순기

[데스크 칼럼]무엇을 해야 하는가? 근본부터 다시 생각하라

농·축산업 근간 유지 돈으로 대체 못해식량 자급률·외국산으로부터 시장 사수제값 받도록 유통구조 개선 정부가 할일이제 듣기도 보기도 어려운 말이 됐다. 그만큼 우리가 그들을 잊고 외면하고 있다는 뜻이다.'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는 한은 먹어야 하고, 그 먹는 것을 농업이 해결하니 농업과 농민이 천하의 근본이란 말은 틀림 없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에 이런 말을 꺼냈다가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런 고리짝 시대 이야기냐"고 핀잔을 듣기 딱이다. 하기는, 이제 이 말은 명절이나 전통놀이 행사 때에 겨우 볼 수 있는 잊혀져 가는 말이 됐다. 세상에 먹을 것이 넘쳐나 밥 굶을 걱정이 없다 보니 농업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진 탓이다.지금 우리 경제의 중심은 제조업이다. 뭐든 열심히 만들어 국내외에 팔고, 그렇게 들어온 돈이 돌고 돌아 경제가 굴러간다. 특히 제조업체가 많은 경기도, 항만과 공항이 있는 인천은 제조와 무역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제에서 제조업과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정부의 정책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쏠렸다. 무역장벽을 낮춰 수출을 늘리기 위해 해외 각 나라들과 부지런히 협정을 체결했다. 우리는 자동차와 반도체, TV를 팔아야 했다. 상대편은 우리나라에 농축산물과 지식시장을 내놓으라 했다. 비록 시차를 두고 내놓았지만, 우리는 결국 시장을 내줬다. 그러면서 정부는 "자동차와 반도체, TV를 팔아 번 돈으로 농업을 살리겠다"고 했다. 쌀 시장을 열겠다고 약속한 우루과이라운드에 따라 우리는 차근차근 외국쌀에 문을 열어 주었다. 가뜩이나 쌀 소비량이 줄어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미국산 소고기와 호주산 소고기, 프랑스·벨기에산 삼겹살도 시장으로 밀고 들어왔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시장은 차츰차츰 외국산 농축산물에 점령당해 갔다. 식탁에는 외국산 농축산물이 자연스럽게 놓여졌다.시장을 개방하면서 정부는 농축산업이 죽지 않도록 경쟁력을 높이고, 손해를 보는 만큼 보전을 해 주겠다고 했다. 작년에 쌀값이 폭락했다. 그 때문에 쌀 변동직불금으로 1조5천억원 가까운 돈을 농민들에게 나눠준다. 작년 11월에 나눠준 고정직불금에 다시 변동직불금을 얹어 쌀값 폭락분을 가까스로 메우게 됐다. 문제는 이런 지원금 정책이 이제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다. 작년분 쌀 변동직불금은 이미 세계무역기구(WTO)가 정한 한국의 농업보조금 상한선에 걸렸다. 내년에 쌀값이 더 떨어져 보조금을 더 줘야 하는 상황이 되어도, 더 많은 돈을 농민들에게 나눠줄 수 없게 됐다. 이쯤 되면 정부가 좀 더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쌀 농업을 비롯한 우리 농축산업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값이 폭등하자 곧바로 정부는 계란을 수입했다. 이어 닭고기 값이 뛰자 닭고기도 수입한다고 한다. 쌀값이 폭락하자 경지 면적을 줄이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장 닥친 것을 해결하고 보자는 식이다. 쌀값 폭락에 보조금으로 대처하는 것도 결국 눈앞에 닥친 것을 쉽게 해결하는 방식이다. '농자천하지대본'은 농업이 삶의 근본임을 되새기게 하는 말이다. 우리가 잘 모르고 지내는 사이에, 글로벌 식량 위기는 바로 눈앞에 닥쳐와 있다. 때문에 농축산업의 근간을 유지하는 것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무한한 가치를 지녔다. 식량 자급률을 지키고, 농축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외국산으로부터 우리 시장을 지키고, 제 값을 받도록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몫이다.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라고 하지 말라. 그것을 해야 제 일을 하는 정부다./박상일 경제부장박상일 경제부장

2017-02-22 박상일

[데스크 칼럼]반려동물 기르는 인구 1천만명 시대

해마다 8만마리 이상 버려지거나 길 잃어버려'등록제' 강화 등 제도장치 보완·책임의식 필요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 중 약 457만가구, 인구 1천만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다섯 가구 중 한 가구, 네 명 중 한 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났음에도 잘 키우던 반려동물을 길에 내다 버리는 '유기동물' 문제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정부 통계에는 해마다 8만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이 고의로 버려지거나(유기), 길을 잃고(유실)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아직도 재미삼아, 혹은 호기심으로 반려동물을 키웠다가 무책임하게 길에 내다 버리는 행위가 없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휴가철만 되면 반려동물의 유기가 더욱 심각해진다는 조사도 나와 있다.지난 2015년 유실·유기동물 처리비용은 128억9천만원에 달했다. 이 비용은 전년보다 23.5%나 늘어난 수치다.이처럼 반려동물 유기 행위가 계속되는 이유로는 양육자의 무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부 사람들은 비용부담을 이유로, 그리고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면서 병이 나거나 사고 등으로 불구가 될 경우 그동안 가족처럼 살아왔던 반려동물을 길에 내다 버리고는 한다.여기에 동물은 마음대로 버려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대신해서 키워줄 것이란 막연한 기대심리가 좀처럼 유기동물 개체수를 줄어들지 않게 하고 있다.동물보호단체들과 지자체, 일부 동물병원들이 나서서 반려동물 교육 및 유기동물 입양 캠페인 등을 벌이고는 있지만 아직 그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반려동물 문화 선진국들에서도 유기동물 문제가 발생하고는 있지만 이후 이들 동물에 대한 입양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고 배워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내에서도 이런 유기견들을 대상으로 한 입양활동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도 이달 중 전담 조직을 꾸려 보다 체계적인 관리와 산업 육성에 나서기로 했다.지난 2014년 의무화 된 '반려동물 등록제'로 인해 유기동물 개체 수가 다소 줄고 있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주변에는 버려진 유기동물(개, 고양이)들을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이에 '반려동물 등록제'를 더욱 강화하는 등의 제도적인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기 행위에 대한 적발과 처벌 수준강화 등 행정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등록대상도 현재 애완견에서 고양이 등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무엇보다 반려동물을 쉽게 사고팔 수 있는 문화를 개선하고 한번 입양하면 평생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반려동물 사육 인구 1천만명 시대'. 최근 '경찰청' 공식 페이스북에 가평경찰서 마스코트인 '잣돌이'의 입양 사연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1월초 가평경찰서 앞에서 서성이던 한 강아지를 의무경찰대원들이 발견하고 주인에게 찾아주기 위해 유기견센터로 보냈지만 주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14일 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켜야 한다는 센터 측의 지침을 알게 된 의무경찰대원들은 상의 끝에 결국 강아지를 입양키로 결정했다. 그리고 현재 '잣돌이'는 명예 의경으로 가평경찰서 앞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김신태 디지털뉴스부장김신태 디지털뉴스부장

2017-02-19 김신태

[데스크 칼럼]"하필(何必) 왜 불필(不必)입니까"

정치인들 얼마나 '쓸모없는' 존재인지 눈치 못 채선거때마다 출마자들 특권 내려놓겠다고 아우성'진정 '쓸모있음'은 비움에서 출발' 성철은 가르쳐김정남은 왜 하필이면 이 시점에서 독살을 당했을까. 김정남은 그렇게도 북한 측에 불필요한 존재였을까. 이 두 문장에서 쓰인 하필(何必)과 불필(不必)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우리가 자주 하는 말이다. 요즘 정치판에는 참 많은 군상이 등장한다. 대통령을 필두로 정치인은 필수이고 관료와 법조계 인사, 그리고 대학교수 집단까지. 돈이면 물불 가리지 않고 좇아가는 저잣거리 간상배나 진배없는 이들의 진면목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 장면을 연속극 보듯 해야 하는 우리에게 이들은 어김없이 우리의 눈과 귀를 괴롭혀 결국은 자괴감에 젖게 한다. 그러면서 드는 질문 하나, 저들은 꼭 필요한 존재일까. 그 질문을 하도 많이 하다 보니 요새는 '나는 필요한가'로 옮아가고야 말았다. 답을 못 내놓는 불초한 입장에서 스스로 묻고 답하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이 두 단어를 말하기 위해서는 성철 스님(1912~1993)을 이야기하여야 한다. 1957년 스님의 딸 수경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머리를 깎았다. 성철은 딸에게 법명을 내렸는데 바로 '불필(不必)'이었다. 딸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터. 쓸모없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었으니 그 맘이 오죽하였으랴. "하필 왜 불필입니까." 딸은 따지듯이 물었다. 이제 사바세계의 아버지가 아니라 산중의 스승이 된 성철은 답했다. "하필(何必)을 알면 불필을 알게 된다." '왜 꼭 필요한지'를 알면 '쓸모없음'을 알게 된다니, 세속에 찌든 우리야 도무지 알 수 없는 얘기다.성철은 산중으로 자신을 찾는 이들 누구에게나 삼천배를 시켰다. 노인이나 병자도 예외가 없었다. 절을 한다는 것은 자신을 낮춘다는 의미이다. 몸이든 마음가짐이든 내려놓는다는 점에서 절보다 나은 것이 없다. 삼천배를 하는 데 며칠이나 걸린 경우도 있었다. 죽음을 기다리는 폐병 말기 비구니가 있었다. 죽기 전에 스님의 법문을 꼭 듣고 싶었다. 성철은 죽게 생긴 이 환자에게도 삼천배를 요구했다. 걷지도 못하던 이 비구니는 이를 악물고 며칠이 걸려서 드디어 삼천배를 마쳤다. 그런데 웬일인가. 중증환자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이 비구니는 몇 달이나 계속해서 삼천배를 이어갔고, 마침내 그의 몸에서 폐병이 사라졌다. 아무 쓸모도 없을 때까지 모든 것을 내려놓는 삼천배의 그 과정에서 그 환자는 쓸모 있는 몸으로 다시 환생했다.우리 정치인들은 자신이 얼마나 쓸모없는 존재인지 전혀 눈치조차 못 채고 있다. 오죽하면 경제분야이고 사회분야이고 정치만 개입하지 않으면 다 잘 돌아갈 것이란 우스갯소리마저 나올까. 제일 꼴불견이 남들은 다 쓸모없다고 평가하는데 정작 자신은 엄청나게 쓸모가 많은 줄로 착각하는 사람들이다. 바로 우리 정치인들이다. 선거 때만 되면 국회의원 출마자들은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아우성을 친다. 특권도 그만한 쓸모가 있다면 얼마든지 누려도 된다. 문제는 그런 쓸모도 없는 존재들이 특권을 누리고, 그 특권에 기대어 더욱 쓸모없어지는 데에 있다.진정한 의미의 '쓸모 있음'은 아무것도 없이 비우는 데서 출발한다고 성철은 가르쳤다. 그 비움은 재물 욕심을 버림에 있다. 성철이 가난을 가르치면서 자주 인용했다는 경구는 매일같이 쓸모없는 정치판을 바라봐야 하는 오늘에 무척이나 쓸모 있게 다가온다. '지난해에는 송곳 세울 땅도 없더니 금년에는 송곳마저도 없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7-02-15 정진오

[데스크 칼럼]하던 거나 잘 하자

차별화 보다 평준화 추구하다 보면 망하는건 시간문제스타벅스에서 샌드위치 사라지지 않는건 불경기 증거출근 시간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들고 나서는 젊은 직장인들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바쁜 출근길 직장인들에게 '커피+샌드위치' 조합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좋고, 스타벅스도 아침 시간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기회다.원두커피가 인기를 끌면서 대형 고깃집을 비롯한 웬만큼 규모 있는 식당마다 원두커피 취급 공간을 늘리는 것을 보면 유행을 어설프게 따르는 한국판 한단지보(邯鄲之步)를 보는 듯하다. 남의 것 흉내 내다 제 것마저 잊어버리면 따라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최근 대형 음식점 중에 별도의 커피숍을 마련하거나 비싼 커피머신을 들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 중에는 까다로운 손님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바리스타를 고용하는 가하면 주인이 직접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는 곳도 있다고 한다. 고깃집 주인이 신선한 고기 찾지 않고 고급 커피 원두 구하러 다닌다면 망하는 건 시간문제다.특화한 제품으로 전문성을 키울 것인지, 다양한 상품군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출 것인지는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이다. 차별화라는 것이 오직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보니 불안한 마음에 평준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너무 하나의 제품에만 의지하는 것 아닌가. 다른 것도 좀 섞어 팔면 낫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남들도 하는데 나만 안 하는 것이 불안해 이것저것 손을 뻗다 보면 일의 근본인 줄기는 잊고 사소한 부분에만 사로잡혀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고깃집에서 커피로 매출을 올리겠다는 생각은 오만에 가깝다.차별화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오래된 맛집에는 식단 메뉴가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런 맛집에 가면 보통 "2그릇 주세요. 4명이요"라는 말만 하면 된다. 메뉴만 50개가 넘는 곳을 맛집이라고 평가하는 것을 듣거나 본적이 드물다. 맛집이라면 냉면이든, 해장국이든 한두 가지 음식으로 평가받는 곳이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이런 오래된 맛집에서는 인스턴트 커피 한 잔 얻어먹기 힘들다. 그런 거 찾지 말고 몸에 좋은 매실차나 누룽지탕 먹고 가라고 핀잔받지 않으면 다행이다.심장 수술하는데 성형외과 찾아가거나 감기 걸렸는데 산부인과 찾아가는 환자 없다. 특정한 병이나 질환을 집중해서 공부하고 경험을 쌓은 전문의를 찾아가야 제대로 치료받는 건 상식이다. 약점 살리겠다고 장점 죽이는 어설픈 평준화보다 '하던 거 잘하는 것'이 진정한 차별화 전략일 수도 있다.뉴욕타임스가 2008년 1월 '병든 스타벅스를 낫게 하려면(Curing what Ails Starbuks)'이라는 비판 기사를 여러 차례 실었던 것이 회자 된 적이 있었다. 기사의 내용은 "바리스타가 직접 에스프레소를 만들어주던 것을 버튼 하나로 커피를 퍼내기 시작했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끊임없는 상업성으로 채우고 말았다. 처음 스타벅스를 만났을 때의 그 새롭고 이국적인 공간과 향기, 그 소리를 잊을 수 없다. 제발 매장에서 에그샌드위치를 치워달라"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돈 버는 데 급급해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커피를 내달라는 얘기다.당시 뉴욕타임스는 미국 시민이 좋아하는 '문화콘텐츠'가 변질되는 것을 지키려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기사를 본 스타벅스 CEO인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는 "매장 수를 줄이고 아침 식사용 샌드위치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 일은 미국에서나 가능했던 모양이다. 한국 스타벅스에서 아직 샌드위치가 사라지지 않은 것 보면. 경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럴 땐 다른데 눈 돌리지 말고 잘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남는 거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7-02-12 이진호

[데스크 칼럼]코너링, 그리고 그들의 아들과 딸

이름 좋고 코너링 탁월한 운전병 '민정수석의 아들'수십억짜리 말타고 돈도 실력이라는 '가정주부의 딸'컵라면 남긴채 숨진 비정규직 청년보니 '가슴 먹먹''코너링'이 고도의 운전기술이라는 사실을 실감하는 요즘이다.회사가 새 건물에 둥지를 튼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지하 주차장에 진입할 때면 여전히 핸들에 긴장감이 전해진다. 쇼트트랙을 연상케 하는 나선형의 난코스(?)를 최대 일곱 바퀴를 돌아내려 가야 하는데, 운전에 몰입하다 보면 마치 레이스를 펼치는 드라이버가 된 듯한 기분이다. 문제는 규정속도를 잠깐이라도 어길라치면 바퀴와 경계석의 마찰음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법도 한데 바퀴의 스크래치는 늘어만 가니, 미숙한 운전실력을 탓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아직 벽에 페인트 자국을 남기지는 않은 만큼, 드라이버로서의 기본 테크닉은 갖추었다고 자위해 본다. 그런데 스물을 갓 넘은 청년이 코너링을 그렇게 잘한다고 하니 수십년 경력의 운전자로서 부럽기 그지없다. 북악스카이웨이 길에 코너가 많고 요철이 많은데도 굉장히 '스무스'하게 잘 넘어갔고 코너링도 아주 좋았다는 것이다. 이 정도 실력이면 이 청년은 카레이싱계의 테크니션이자, 베스트 드라이버가 아닐 수 없다.그런데 부러운 일이 또 있다. 이 청년의 이름 또한 아주 일품이라는 것이다.이 청년을 서울경찰청 차장 운전병으로 발탁한 모 경위는 "임의로 뽑은 5명 가운데 그 청년의 이름이 좋아서 운전병으로 선발했다"고 밝혀 특검팀의 감탄사(?)를 자아냈다고 한다. 일찍이 코너링 실력과 운전병으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갈파한 혜안에, 성명학적 근거까지 접목했으니 그 얼마나 치밀한 인재발굴의 전형인가.더 나아가 이 청년의 사례는 세월에 묻혀버린 유머까지 소환하고야 만다. 우리나라 병역제도에 '방위병'이라는 보충역 제도가 있던 시절이다. 부모를 잘 만나 군대에 가지 않는 병역면제자는 이른바 '신의 아들'로 일컬어졌다. 6개월 방위병은 '장군의 아들', 18개월 방위병은 '사람의 아들'로 불리었다. 18개월 방위에 이르러서야 신의 영역에서 드디어 소시민 영역의 실질적인 '인간계'(?)로 넘어온 것이다. 그러면 군복무기간을 꼬박 채우는 현역병은 뭐라고 불렀을까? 바로 '어둠의 자식들'이다. 웃을 일 하나 없는 세상에 다시 쓴웃음이라도 짓게 만드는걸 보면, 코너링으로 시작해 성명학으로 귀결되는 이 '발탁론'은 그 어느 작가도 흉내낼 수 없는 창조적 스토리텔링이 아닐 수 없다.이쯤에서 이 유머를 잇는 후속 버전이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코너링에 탁월하고 이름까지 좋은 운전병은 '민정수석의 아들'이다. 내친김에 조금만 더 '오버'해 보자. 수십억 원 짜리 말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돈도 실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처자는 누구의 딸일까? 정답은 '평범한 가정주부의 딸'이다. 대통령이 직접 제시한 모범답안이니 믿을 수 밖에….이들 아들과 딸은 지난해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비정규직 청년과 동갑내기다. 허기진 배 때우지도 못한 채, 찌그러진 컵라면 하나 달랑 남겨 놓은 이 청년은 '민정수석의 아들'도, '평범한 가정주부의 딸'도 아니었다. 그래서 가슴이 더 먹먹하다./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17-02-08 임성훈

[데스크 칼럼]약속어음 vs 현찰

정치권, 조기 대선 겨냥 표심잡기용 장밋빛 공약들재원마련 구체 계획없는 공약, 국민들이 심판해야대선열차 이행 가능한지 두 눈 부릅뜨고 골라타야대선이 임박해오고 있음을 온 국민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빠르면 벚꽃 필 무렵부터 늦으면 연말까지 기간도 정해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인용 또는 기각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모양새다. 한쪽은 조기 인용을 주장하고 또 다른 진영은 기각을 주장하며 주말마다 광장에서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조기 대선을 겨냥해 한치도 양보없는 대국민 민심잡기에 나섰다. 줄잡아 여야 정치권 등에서 20여명 정도가 사실상 출사표를 던졌다. 정치권 전체가 과히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지난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치러진 역대 6번의 대통령 선거보다 더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덩달아 제자·백가들도 주군을 옹립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면서 표심잡기용 장밋빛 공약 남발로 정국을 혼돈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중소기업을 위하고, 서민·자영업자를 위해, 학부모·학생들을 위해, 지역경제를 위해, 국가안보를 위해 등 전 국민 모든 계층·지역·세대를 위해 세금을 풀고 제도를 뜯어고치겠다고 각종 약속어음을 남발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만남부터 모병제 실시, 복무단축, 사교육 철폐, 수도이전, 아이 많이 낳기, 일자리 몇 백만개 창출, 규제철폐, 청년수당, 국민소득·토지배당 소득 등 듣기만 해도 국민 모두의 배가(?) 부를 지경이다.반면에 눈 씻고 찾아봐도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국민 희생을 강요하는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증세는 표가 안되는 것은 물론 날아갈 수도 있기 때문에 섣불리 내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재화는 유한하고 한정돼 있다. 지금도 예산은 늘 부족하다. 국민 숙원·현안 사업들이 예산 부족으로 늦어지고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새로운 복지와 정책에는 반드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세금을 신설하든지 기존 정책을 폐지해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없이 장밋빛 공약 남발로 표를 사겠다는 후보를 이제는 국민들이 심판해야 한다.역대 대통령들도 많은 공약을 발표했다. 약속어음을 받아 든 국민들은 5년 임기가 끝날 때마다 부도난 수표를 막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심지어 '747'이라고 듣기만 해도 기분좋은 '세계 7대 강국 국민소득 4만달러 7% 경제성장'이란 공약이 등장했었다.일각에선 공약을 믿지 않는 국민들을 겨냥, 주술에 가까운 '10년 주기설'도 등장했다. '6·10' 민주항쟁으로 쟁취한 헌법체제 속에 진행된 역대 대선결과, 처음에는 보수 우파 진영이 10년을 집권했다. 이후 진보 좌파 진영이 10년간 정권을 잡았으나 또다시 보수진영에 10년을 내주었다. 이로인해 정치권에선 10년 주기설이 정설처럼 퍼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시 진보진영 쪽이 대권을 잡을 것이라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여론조사 결과도 진보 인사들의 대국민 지지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진보측 대선후보들의 지지도가 50%를 훌쩍 넘고 있다. 반면에 보수 진영 후보의 합계 지지율은 고작 20%를 넘나들고 있다. 이를 반영해 시중 술자리에선 주관자가 술잔을 어디로 돌릴까를 고민하면서 우스갯소리로 '좌익척결 우익보강'을 외치고 있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정국의 민심을 술잔에 빗대서 좌우측으로 돌리는 씁쓰레한 현실이 서글프게 다가오고 있다.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 세대교체 등을 외치는 대선후보들이 저마다 통일한국 시대를 열겠다며 화려하게 치장한 대선 열차를 출발시키고 있다. 어떤 대선열차가 종착역에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는지 판단하고 승차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약속어음도 이행이 가능한 지 확인하고 승선해야 한다. 그동안 발행된 약속어음에 속지 말고 즉시 사용이 가능한 현찰인지 확인해야 할 시점이다. 개인적으로 어음보다 현찰이 좋더라./김학석 정치부장김학석 정치부장

2017-02-05 김학석

[데스크 칼럼]박근혜와 트럼프, 두 혼란의 사이

박대통령 둘러싼 갈등, 가치 중심적보다 지엽말단적트럼프와 반대진영 공방, 철저한 미국적 가치 중심미국에서 벌어진 정치혼란으로 전 세계가 시끄럽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벌어진 소동이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의 가치를 둘러싸고 현재권력 트럼프와 미래권력 민주당의 기 싸움이 팽팽하다. 양측을 지지하는 국민 여론도 양분됐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둘러싼 충돌인 만큼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다. 트럼프는 미국 제일주의라는 대선공약을 대담하게 실행하고 있다.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 유턴중이고, 멕시코 장벽 추진 의지를 재천명한데 이어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하늘길까지 봉쇄하고 나섰다. 국수주의적 백인들이 그를 지지하고 있다. 미국 진보세력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척 슈머 원내대표는 "이민자를 환영해 온 미국의 위대한 전통이 짓밟혔다"며 분루를 삼켰고, 샐리 예이츠 법무부장관 대행은 명령이행을 거부했다가 바로 해임됐다. 트럼프의 가치를 부인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연대도 점점 견고해지는 추세다. 미국은 바야흐로 트럼프의 미국과 반대진영의 미국으로 갈려 극심한 혼돈으로 치닫는 형국이다.대통령의 정치철학과 리더십을 놓고 한국과 미국에서 벌어진 정치·사회적 갈등. 공교롭지만 매우 주목할 만한 비교체험 주제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민망한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초래된 혼란의 양상은 비슷하다. 그러나 혼란의 출발이 다른 점을 음미하고 혼돈의 종결 과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두 나라가 겪는 정치·사회적 혼란의 기승전결을 견주어보면 우리의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지 싶어서다.우선 출발이 다르다. 혼란의 단초를 제공한 한국의 박근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다르다. 똑같이 선출된 권력임에도 박 대통령은 공적인 통치기구와 공론장을 외면한 채 비서실 실세 김기춘씨와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의존해 국정을 펼쳤다. 미디어와의 접촉을 단절함으로써 국민과의 소통을 외면했다. 청와대가 주도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실행한 블랙리스트 작성 사건에서 보듯이 음지에서 국정을 운영했다. 이와 달리 트럼프는 적어도 당당하다. 싸움꾼일지언정 양지를 피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적대적인 언론에 대항해 SNS 매체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한다. 공론장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이다.또 갈등의 전개 양상도 다르다. 박 대통령을 둘러싼 갈등은 가치 중심적이기보다 지엽말단적이다. 대통령의 비선 통치가 위헌인지 여부가 본질인데, 이를 놓고 다투기보다는 가십성 소재에 집착해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사실상 여론에 의해 정권은 사망선고를 받은 상황이고, 죽은 자에게 침을 뱉을 이유는 없다. 박 대통령을 누드로 등장시킨 '더러운 잠'은 불필요한 조롱이었다. 금도가 없는 조롱은 죽어가는 사람도 깨운다. 박 대통령은 본격적으로 반발하고 그를 지지하는 태극기 부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태의 진행은 점점 국가나 국민에게 수치스럽게 흘러가고 있다.트럼프와 그 반대진영이 벌이는 갈등의 전개는 다르다. 철저히 미국적 가치를 중심에 둔 충돌이다. 현재의 미국을 어떻게 볼 것인지, 미래의 미국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논란이다. 트럼프는 막 선출된 권력을 앞세워 자신의 공약을 정책으로 실현시키는 중이고, 미래의 권력인 진보진영은 연방정부에서, 주정부에서, 의회에서, 거리에서 항명하고 반대하고 시위한다. 말의 공방은 격렬하지만 어느 쪽이 더 미국의 가치를 대변하느냐는 본질은 벗어나지 않는다.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지만 시작과 전개가 다른 만큼 종결의 과정도 영향을 받을게 틀림없다. 바로 그 종결의 질에서 두 나라의 수준차이가 결정될 것이다. 눈여겨 볼 일이다./윤인수 편집국 국차장윤인수 편집국 국차장

2017-02-01 윤인수

[데스크 칼럼]스포츠는 쉬지 않는다

겨울농사 결과가 한해 결정짓는 스포츠 선수들프로야구·축구단 해외 전지훈련 체력·전술 다져설 연휴 다양한 경기로 국민들에 희망·용기 선사이제 곧 설날이다. 설날에는 떨어져 있던 가족과 친지들이 모인다. 그러나 스포츠 만큼은 설 연휴에도 쉬지 않고 돌아간다. 오히려 선수들은 더 바쁘다. 특히 올해는 국내 스포츠뿐만 아니라 야구 국가대항전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일본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남은 경기까지 굵직굵직한 대회가 이어진다.스포츠 선수들에게 있어 요즘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대부분 설날 하루만 쉬고 다시 본격적인 훈련에 대비한다. 이는 겨울 농사가 곧 한 해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종목들은 비시즌기간 따뜻한 남쪽 지방을 찾는다. 추운 날씨보다 더운 날씨에서 체력을 키우고 그 힘으로 한 해를 버텨내야 한다. 비시즌 기간인 겨울에는 체력에 큰 비중을 둔다.이 기간 대부분의 프로야구단은 미국 플로리다와 일본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미국 플로리다는 메이저리그 팀들을 비롯해 쟁쟁한 파트너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 프로구단들도 그곳으로 향한다. 각 팀 사령탑들은 연습경기를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고 베스트멤버를 구상한다. 이후 선수들은 시차 적응을 위해 일본으로 향한다. 일본에선 선수들의 기량에 대한 점검뿐만 아니라 옥석을 가려내는 게 훈련의 목적이다. 투수는 투수대로, 내야수는 내야수대로, 외야수는 외야수대로 상호 경쟁을 펼친다.프로축구단은 설날을 외국에서 보낸다. 12월 말~1월 초면 이미 외국으로 떠나 체력과 전술 훈련을 병행한다. 야구에 비해 프로축구 K리그는 3월에 경기가 펼쳐진다. 3월부터 11월까지 긴 레이스를 벌이기 위해선 축구 역시도 겨울 농사를 잘 지어야 한다. 야구에 비해 축구의 전지훈련 장소는 다양하다. 유럽과 일본뿐만 아니라 대만·태국까지 각기 다른 곳에서 굵은 땀방울을 쏟는다.아마추어 선수들도 동계 전지훈련은 필수적이다. 프로 스포츠와 다른 점은 훈련비가 적어 주로 국내에서 훈련한다는 점이다. 요즘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선수들을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는다. 대표적인 지방자치단체는 제주도와 전남 해남이다. 이들 자치단체는 대규모 체육센터를 지어놓고 상금이 걸린 대회도 개최하는 등 10~20개 종목 선수단 유치가 치열할 정도다. 1~2개월 장기 전지훈련은 그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시민들도 반기는 분위기다.이번 설 연휴에도 국내에는 풍성한 스포츠 행사가 이어진다. 민속씨름과 프로농구, 프로배구, 해외스포츠까지 나라가 어지럽고 비선 실세가 판을 치는 이런 상황에도 스포츠는 국민들에게 큰 희망과 용기를 준다.올해는 웃을 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 선수들이 '라이벌' 일본을 누르고 우승했다는 소식과 동계아시안게임 종합 2위 쾌거 등 즐거운 일만 있기를 바란다. 또 국내 처음으로 열리는 20세 이하 월드컵 축구대회 우승도 기다려진다. 스포츠는 쉬지 않는다. 스포츠만큼 정직한 것도 없다. 정정당당히 자신의 실력으로 싸우는 페어플레이는 스포츠에서만 통한다./신창윤 체육부장신창윤 체육부장

2017-01-25 신창윤

[데스크 칼럼]최순실과 그들이 찾아 준 수표 3장

김기춘·조윤선 나란히 구속 법조인 생리 떠올라대학때 산 법률서적 뒤적이다 10만원권 수표 발견기한 지나 못 쓴다면 누구에게 조력 구하나 걱정이제는 많은 국민이 변호인의 조력 없이도 검찰 수사나 법원의 재판에 임할 수 있게 된 듯싶다. 정말이지 법률 선진국의 문턱까지 왔다는 느낌이 확 든다. 이게 다 '선생님'으로 불렸다는 최순실과 그들의 덕분이다. 보통 사람들은 으레 검찰의 소환 통보만 받아도 다리가 후들거리게 마련이다. 이런 국민들에게 최순실과 그들의 사건 응대는 너무나 많은 법률정보를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앞으로는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검·경의 수사나 법원의 재판이 호락호락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몸이 피곤하거나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하면 수사에 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이미 알게 되었고, 헌재가 부르는데도 나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팁까지 받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나는 모른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이면 웬만한 조사는 통과 가능한 '전가의 보도'처럼 쓸 수 있다는 점도 각인시켰다. 앞으로는 '최순실은 되고 나는 왜 안 되느냐'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수사 대상자들이 늘어날지도 모른다. 검·경만 골치 아프게 생겼다. '최 선생님과 그들의 법률 강의'가 생각보다 더 오래간다면 변호사들마저 그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20여 년 전 법조 출입 초창기에 '미란다 원칙'이라는 다소 낯선 법률 지식을 알게 되었다. 법원 관계자에게서 보기 드문 판결이 나왔다는 얘기를 우연히 듣고 취재했던 바다. 경찰관이 범죄용의자를 연행하는 과정에서 그 이유와 변호인 선임권, 진술 거부권 등을 고지했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경우였다. 경찰 영화에 많이 나오는 그게 바로 미란다 원칙이란 거였다. 수사 과정에 흠결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판결이다. 명색이 법조 출입기자가 기본적인 것도 몰라서야 되겠냐는 생각에 법률 상식을 다룬 책부터 샀다. 요새 부쩍 그렇게 법률 지식에 다가갔던 기억이 새롭다.유명 법조인 출신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장관이 나란히 구속되는 것을 보고서는 그동안 가까이서 보아 온 일부 법조인의 생리 하나가 떠올랐다. 검사든 판사든 변호인이든 일부 법조인 중에는 잘못을 저지르면서도 자신은 죄를 짓지 않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유난히 짙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발부하면서 '범죄사실이 소명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법 위반 문제가 이처럼 소명, 즉 입증의 문제로 나아가면 더욱 그렇다. 나의 범죄를 너희가 입증하지 못하면 나는 무죄란 인식이 굳어 있다. 김 전 실장이 특히 그 경우에 속한다고 느껴진다.최순실도 김 전 실장도 특검 조사에 불응했던 지난 토요일에는 집안에 있는 몇 안 되는 법률 관련 서적을 빼놓고 이리저리 훑어보게 되었다. 잊고 있던 묵비권 얘기까지 나오니 그동안에는 보이지도 않던 법률 서적이 눈에 들어온 터였다. 대학 때 교양과목 이수를 위해 샀던 '법학개론'을 뒤적이다가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맨 뒷장에서 난데없는 10만 원짜리 수표 3장이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발행일이 20년이 다 된 것이었다. 그 수표는 어떻게 해서 그 책 속에 들어가 그렇게도 오랫동안 꼭꼭 숨어 있던 것일까. 정말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최순실과 그들이 아니었으면 그 수표는 영영 눈에 띄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이 일을 어찌해야 하나. 최순실과 그들에게 감사인사라도 전해야 하나. 혹시 은행 측이 기한이 오래전에 지난 수표여서 쓸 수 없다고 나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그때는 누구에게 조력을 구하나./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7-01-22 정진오

[데스크 칼럼]독도 소녀상과 연정

경기도의회 "부산 소녀상 철거 논란전 계획된 사안"연정 외치는 남지사 "독도·소녀상 구별" 어정쩡 입장공론화 거쳤는데 도지사 다른 목소리 연정의미 없어혼란스럽다 못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정유년(丁酉年) 새해 벽두가 시끌벅적하다. 420년 전 이순신 장군이 상유십이(尙有十二·저에게는 아직도 열 두 척의 배가 있습니다)를 외치며 300여 척의 대일본 군단을 명량 앞바다에서 수몰시키며 대승을 거둔 해이기도 하다. 운명의 아이러니인가? 최순실 비선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내환(內患)과 독도는 자기네 땅이라고 망언을 서슴지 않은 일본정부의 외환(外患)이 겹친 게 임진왜란 당시의 국내 정세 상황과 너무 닮아가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싸움에 우리 정부의 외교적 기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데도 서애 유성룡과 같은 대인이 없는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에 국민들은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그래도 촛불을 태워 광장으로 모여든 민심이 살아있고 외국 언론들이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힘이 바로 그 꺼지지 않는 촛불이라고 인정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최근 일본의 독도 영유권 망언은 뜻하지 않게 경기도의회 독도사랑·국토사랑회(회장·민경선 도의원)가 독도 소녀상 건립을 위해 지난 16일 도의회 로비에 모금함을 설치한 것이 발단이 됐다. 독도 문제와 위안부 문제가 별도의 이슈로 진행되는 와중에 '독도 소녀상'이라는 폭발력 강한 두 이슈를 한데로 묶은 대반격이 정부도, 광역자치단체도 아닌 광역의회에서 화두를 내던진 것이다. 그동안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연정 실험과 이를 둘러싼 도의회 정파 간 싸움 등에 지쳐온 터라 도의회의 독도 소녀상 건립 추진 발의 자체만으로 경기도민들의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다.하지만 지방의회에서 추진되는 독도 소녀상 설치문제가 일본의 망언 발언과는 별개로 독도와 위안부 문제를 합쳐서는 안된다며 내홍을 겪고 있다. 정작 독도를 지역구로 둔 경북도의회 의원들은 독도 소녀상 추진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울릉도(독도 포함)를 지역구로 둔 남진복(58·독도수호특위 위원장) 경북도의원은 "독도는 영유권 수호 차원이고, 소녀상은 위안부 문제인데 둘을 섞어 놓으면 각각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경선 도의원은 "독도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려는 계획은 부산 소녀상 철거 논란이 발생하기 전 공론화를 거친 일"이라며 장소의 적절성 논란은 충분한 대화로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문제는 연정을 외치는 남경필 도지사의 어정쩡한 입장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와 소녀상 설치문제에 대권후보로서 목소리를 높여오던 남 지사가 독도와 소녀상은 구별해서 봐야 할 중대사안이라며 경북도지사와 경북도의회와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외교적 민감한 사안이라 정부와 외교부가 직접적인 입장표명은 어렵더라도 남 지사는 경기도의회와 같은 목소리를 내야 옳다고 본다. 연정이 무엇인가? 도의회가 공론화를 거쳐 합의된 사안에 도지사가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연정의 의미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싶다. 지난 2005년 3월 일본 시마네현 지방의회가 매년 2월 22일을 다케시마(독도를 지칭하는 일본말)의 날로 제정해 한·일간 외교적 분쟁을 촉발했어도 아직까지 흔들림없이 매년 행사를 강행하는 것은 반면교사 삼을만하다. 정기열 경기도의회 의장은 다음 달 8일 시·도의회 의장단협의회에 독도 소녀상 설치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상정키로 하고 전국 시·도의회를 일일이 다니며 협조를 구하겠다고 로드맵을 제시했다. 나라를 지켜내고 애국심을 발휘하는 표현방식은 각자 다르겠지만 경기도의회의 독도 소녀상 설치 추진 어젠다의 동력은 어떤 이유로도 시들해져서는 안 된다./김성규 사회부장김성규 사회부장

2017-01-18 김성규

[데스크 칼럼]최순실과 경호실

'프리패스' 사실에 대통령 경호시스템 전면 개선 주장당연히 해야하지만 국가적 자산 일거에 날리면 안돼사극(史劇)을 보면 왕(王)을 호위하는 무사들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왕의 안위를 지키는 지금의 경호 요원이다. 시대마다 그 명칭은 달랐지만 예로부터 왕과 왕실의 경호 임무는 국가를 지탱하는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우리 민족의 경호역사는 그래서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깊다. 경호시스템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구촌에서 다자간 정상회의가 해마다 수차례씩 열리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우리나라 대통령은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 정상에 버금가는 최상의 경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식 경호'가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데에는 경호 실력과 시스템이 최상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개최된 APEC, G20, 핵안보정상회의 등을 통해 대통령 경호실의 경호역량은 외국 정상 경호팀 사이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경호 한류'란 용어까지 심심찮게 등장한다고 할 정도라고 한다.이러한 대통령경호실이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정 농단의 주범과 공범들이 청와대를 '프리패스'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국회의원뿐 아니라 유력 대선주자가 나서 대통령 직속기구에서 경호실을 떼어내는 등 대통령 경호시스템을 전면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경호 조직을 대통령 직속기구로 두는 것은 권위주의적 군사정권의 산물이라고 지적하면서 이에 동조하기도 한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경호실이 대통령 직속기구로 유지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0·26과 같은 대통령 위해 상황이 발생한 것도 아니고, 경호실의 존재 이유인 대통령에 대한 경호작전을 실패한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패스'에 대한 징벌적 조처로 경호실 시스템을 문제 삼는 것 자체가 고약하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의 대통령 경호는 국가안보 차원의 임무를 요구하고 있다. 군사적 위협이나 국제테러의 위협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유럽 등지의 경호시스템과는 차이가 있다. 이같은 특성을 감안해 경호실은 군경과 함께 경호작전을 실행하고 있고, 국정원·합참 등 16개 경호관계기관이 참여하는 대통령 경호안전대책위원회를 주관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대통령 직속기구인 경호실을 경찰 소속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경찰이 군경 통합 경호작전을 지휘하고, 다양한 경호관계기관을 통제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또 다른 체제 개편 방안을 이끌어 내야 하고, 실행하는데도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개편 과정에서 예상되는 관계기관 사이의 갈등은 또 다른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이영재 인천본사 경제부장대통령 경호시스템의 개편보다는 질적 향상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대통령경호실은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개입하거나 관여할 법적 권한이 봉쇄되어 있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시대를 지나 김영삼 정부가 문민정부를 천명하면서 대통령 경호실은 경호 업무를 전담하는 전문기관으로 탈바꿈했다. 그 이후 거듭된 노력은 대한민국의 대통령 경호시스템을 국제 경호 트랜드로 만들었고, '경호 한류'라는 국가적 자산을 일궈냈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를 접한 국민적 공분은 대통령을 탄핵 심판대에 올렸고, 정치권은 제2, 제3의 최순실 게이트를 예방하기 위해 법적 제도적 개선안을 찾는 등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가적 자산을 일거에 날려버리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이영재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7-01-15 이영재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