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칼럼]기운을 북돋아 주는 생선

임금님 수라상 올랐던 여러이름 가진 '조기'최근 40여년만에 인천 앞바다 모습 드러내작년 옹진위판량 74.4t… 2012년比 '50배'올해 추석엔 참조기로 풍성한 차례상 기대얼마 전 '인천 한세기'의 저자인 고(故) 신태범 박사가 남긴 자료를 보다 '굴비(1997년 3월)'라는 제목의 칼럼을 찾아보게 됐다. 개인적으로 대학에서 박사님께 '먹는 재미 사는 재미'라는 교양 강의를 들었고, 기자가 된 이후 '격동 한세기 인천 이야기'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던 터라 우연히 찾은 선생님의 글은 반가웠다. 당시 85세였던 신태범 박사는 글을 마치면서 이런 소원을 하셨다. "잿빛 껍질에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큰 손바닥 만한 알배기 참조기로 만든 굴비를 다시 한 번 먹고 떠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면서 1920년대 소학교 시절 굴비를 챙겨주시던 할머니를 회상했다. "밥상에 놓인 굴비를 들어 대가리를 떼어 낸 후 껍질을 벗겨 흰 살을 뜯어주신다. 남는 몸살과 알이 찬 뱃대기(3마리에 2마리는 알배기였다)는 따로 거두어 두시고 대가리에 있는 눈과 잔살 그리고 지느러미살을 골라 드신다. 나중에는 비늘을 긁어낸 껍질까지 밥을 싸서 잡수신다. 할머님께서 굴비 한 마리를 남김없이 다루시던 알뜰한 손놀림이 신기해서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조기는 머리에 돌 같은 것이 있다 해서 석수어(石首漁), 석어(石漁) 또는 노란 몸에 돌이 들어 있다고 황석어(黃石漁)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어느 날 영조가 조기를 좋아하는 것을 본 신하가 영조에게 "석어는 몸에 기운을 북돋아 준다고 조기(助氣)라고 한다"고 말한 이후 석어 대신 조기로 불렸다는 얘기도 있다.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조선 21대 임금 영조는 "조기는 민어보다 기름이 많지 않아 담백하다. 조기는 강화에서 난 것이 좋으니 그것을 인원왕후께 올리라"고 했다. 조기를 잘 씻어 염장했다가 채반에 말린 것이 굴비다. 굴비라는 이름은 고려시대 이자겸이 법성포 지역에 귀양을 갔다 말린 조기를 먹어보고는 임금께 진상하면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으로 굴비(屈非)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미 고려말부터 굴비가 임금의 수라상에 올라왔는데도 영조가 영광의 것보다 강화의 것이 더 좋다고 한 것은 아마도 보리밥에 물을 말아먹고,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을 정도로 기름진 음식보다 담백한 맛을 좋아하던 식성 때문으로 보인다.조기는 4월 말부터 5월 초에 서해 연안도서 해역으로 떼를 지어 북상한다. 칠산 앞바다와 연평 앞바다를 뒤덮다시피 밀려드는 조기를 그물로 건져 올린다. 40~50여년 전만 해도 이때면 전남 영광, 인천 연평도, 서울 마포에 조기 파시(波市)가 섰다고 한다. 신 박사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제철에나 한번 보게 되는 참조기를 두고두고 먹기 위해 장만하는 것이 굴비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조기철만 오면 선창에 나가 동 단위로 사다가 우선 조깃국으로 포식하고 절여서 말리는 중간에 구워 먹기도 하다가 바짝 말려 굴비를 만들곤 했다. 굴비는 생으로 뜯어 먹는 것이 상례고, 때로는 굽거나 쪄서 먹기도 했다. 기름지고 고소한 맛과 짭짤한 감칠맛이 나는 훌륭한 반찬이다. 이제 서해에 살던 참조기가 멸종되어 간 지 20년이 넘었고 짜게 절여 딱딱하게 말린 것도 아닌데 굴비라고 할 수 없다."70년대 이후 자취를 감췄던 조기가 최근 인천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획량이 최근 5년 사이 꾸준히 늘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옹진수협 위판량 기준으로 74.4t을 기록했다. 2012년 연평도 조기 어획량이 0.8t에 그친 것에 비해 50배 이상 증가했다. 2013년부터 '조기 어장' 부활을 위해 연평도 해역에 어린 참조기를 방류한 인천수산자원연구소의 노력 덕분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올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도 변함없이 올랐다. 게다가 올 추석은 전염병으로 더 우울해질 모양이다. 모처럼 인천 앞바다에서 잡은 실한 조기를 올린 차례상이라도 풍성해지길 기대해 본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20-09-16 이진호

[데스크 칼럼]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그리고 수인선

대부분 경인 구간이었던 서울외곽순환도로30여년만에 지역 정체성 살린 이름 되찾아수인선도 25년만에 협궤→광역철도 재개통서울중심 탈피 지방시대 공동발전 노선 기대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수도권에서는 모든 길이 서울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세계의 중심이었던 로마가 그랬듯이 서울 또한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인적·물적 자원의 중심지이니 이의를 달기 어려운 표현이다. 그런데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수도권의 교통망은 주로 중심(서울)에서 바깥으로 뻗어 나가는 방사형으로 설계돼 있다. 그런데 방사형 노선이 아닌 순환형 노선에까지 저변에 서울 중심적 사고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도로의 명칭을 통해 표면화된다. 단적인 예가 '고속국도 제100호선'이다.거의 모든 구간이 인천과 경기도에 걸쳐 있는 이 도로의 공식 명칭은 지난달까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였다. 총연장 127.8㎞ 구간 중 서울을 지나는 구간은 극히 일부인데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라는 이름은 무려 30여년 간 사용됐다. 이 도로명은 인천과 성남, 의왕, 안양, 군포, 안산, 시흥, 부천, 김포, 고양, 의정부, 남양주, 구리 등 경기도의 주요 도시들이 마치 위성처럼 서울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다시 말해 이들 도시의 이미지를 '위성도시'로 고착화하는 데 일조했다. 좀 거칠게 말해 이들 도시를 서울에 의존하는 변두리로 전락시킨 셈이다.경기도가 지난 2018년부터 서울외곽순환도로 명칭 변경을 정부에 꾸준히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이 도로는 지난 6월 국토교통부 도로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라는 새이름을 얻었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라는 새 도로명은 지난 1일부터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맞춰 도로 표지판도 바뀌었다.'교통이 편리하면 그만이지 이름이 뭔 대수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고속국도 제100호선'의 명칭변경은 단순한 '네이밍'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도시 정체성 측면에서 볼 때, 인천과 경기도권 도시들로서는 서울의 그늘에서 벗어난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로 바뀐 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단 몇 글자 바꾸는 일 같지만 변화의 결과는 상당히 클 것"이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감격'을 표한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그로부터 10여일이 지나고 경인지역 교통망에 또 하나의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수인선'이 기존의 협궤노선 폐선 이후 25년만에 광역철도로 탈바꿈해 완전개통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수도권의 교통망은 서울을 중심으로 짜여있다. 특히 광역철도는 모두 서울과 수도권을 잇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주요 철도의 이름은 서울 경(京)자로 시작한다. 이러한 교통 시스템 속에서 유일하게 인천과 경기도 도시를 연결하는 '신개념'의 철도노선이 바로 '수인선'이다. 이름도 수원과 인천의 첫 글자에서 따왔다. 물론 분당선과 직결운행체제를 갖추는 등 수인선 또한 서울로의 이동성을 염두에 두긴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인선'은 인천과 시흥·안산·수원 등 경기도 도시 간의 독자적인 연결성에 방점을 둔 노선이다. 그래서 수인선은 지방자치시대에 적합한 노선이라 할 수 있다. 경인지역 자치단체 및 시민들의 교류를 촉진하고 다변화시키는 데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인선 완전개통의 의미가 단순히 수도권 교통망을 확충한 것에 머물지 않는 이유다.이제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과 경기도의 중심도시인 수원 사이에 레일이 새로 깔렸다. 고속국도 제100호선도 제대로 된 이름을 찾았다. 수인선과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가 경인지역 도시들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더 나아가 공동발전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임성훈 인천본사 편집국장임성훈 인천본사 편집국장

2020-09-13 임성훈

[데스크 칼럼]누굴위한 중투위 심사인가

학교 설립이나 증축을 최종 승인하는 국가기관인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이하 중투위)의 판단이 옳은 것인가 아니면 지역 교육현안을 담당하는 경기도교육청의 행정 오류인가.경기도교육청이 올해 2차로 교육부에 신설이나 증축을 요청한 학교 7곳 중 3곳만 승인을 받아 절반 이상의 학교가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도시 개발이 많은 경기도에서 학교설립문제는 현안이 된 지 오래지만, 최종 단계인 교육부 중투위 심사에서 연거푸 떨어진 지역이 매번 발생하면서 '도시만 개발하고, 학교 설립은 어려워진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도교육청이 최근 교육부가 실시한 '2020년 정기 2차 중앙투자심사'에서 심사에 부친 학교 7곳 중 3곳만 승인을 받았다. 이 중 평택 고덕1초와 양주 옥정6초 2곳은 '적정'이고, 광명 도덕초는 개발 사업자 시행지와 공사비 증액 부분에 조합부담을 명시하는 조건으로 '조건부 승인' 의견을 받아 겨우 통과했다.반면 중투위 심사에서 떨어진 4개 학교는 신규 설립 수요 부족 등의 이유로 재검토·반려 의견을 받아 결국 탈락했다.특히 지난 2017년부터 중투위에 계속 상정한 시흥 대야3초는 지난해 반려 판정을 받았고 이번에는 재검토 의견을 받았다. 교육부는 타당성 조사 검토 보고서와 신청서의 내용이 달라 사업계획 확정 후 재상정하라는 의견을 냈다.문제는 택지개발과 학교는 공동 추진돼야 하지만 실정에선 그렇지 못하다는 데 있다.교육청 표현으로 이번 2차 중투위 심사 역시 '우선적으로 꼭 돼야하는 곳'에 집중하기 위해 전략을 썼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절반 이상이 '또' 탈락이었다.한 예로 시흥 목감1중의 경우 '시흥목감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으로 지난 2018년 조남중학교와 함께 개교 예정이었지만, 설립 수요 부족과 학구통합 이유로 연달아 중투위에서 탈락했다.이로 인해 목감지구 서쪽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30분가량 버스를 타고 등하굣길에 오른다. 조남중은 과밀학교 상태라 현재 리모델링을 통한 학급증설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시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분양 당시에 중학교 2곳이 생긴다고 했지만, 현재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한 꼴이 됐다"고 반발한다.현장 행정을 책임지는 지역 교육지원청도 교육부의 중투위 심사에 대해 신뢰를 하지 않는다.시흥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경인일보 취재에서 "목감지구만 보면 1만2천여가구가 입주했고 신도시로 영유아 발생률도 높아 신설 수요가 있다고 본다"며 "현장에서 생각하는 것과 교육부에서 생각하는 것이 많이 다른데, 교육부에서 승인을 내지 않아 신설 자체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이밖에 학구 분리 추진과 초·중 통합학교 설립 필요성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시화 MTV내 시화1초·중 통합학교 사례다. 초·중을 통합하는 새로운 학교 방식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도 고려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50분 걸려 통학하게 하는 것은 초등학생들에게 과도한 행정 결정이다.여기에 경기교육의 수장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역점사업인 의왕 내손지구와 부천 옥길지구 미래형 중·고 통합운영학교(예정) 2곳은 지난 6월 교육부가 특성화 학교 지정에서 부동의 의견을 내면서 이번 중투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도시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수요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면 교육부의 중투위 심사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지,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 제 3의 기관에서 따져보는 것은 어떨까./김영래 사회부장김영래 사회부장

2020-09-09 김영래

[데스크칼럼]바이오교육센터 최적지는 인천 송도

바이오시설 활용 인재 양성 국립교육기관아일랜드 10년전 'NIBRT' 설립 성공 정착정부도 '한국형 NIBRT'도입 교육센터 추진클러스터 구축 '준비된 인천시' 유치 마땅아일랜드 정부는 2011년 6월 NIBRT(National Institute for Bioprocessing Research and Training)를 설립했다. 첨단 바이오공정 시설을 활용해 인력 교육, 연구 솔루션을 제공하는 국립 교육기관이다. 한마디로 '바이오교육센터'다. NIBRT는 아일랜드 국민에게 교육을 통한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바이오 기업에는 양질의 전문 인력을 공급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과 함께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기도 한다.아일랜드 정부는 NIBRT를 설립하는 데 5천700만 유로(약 740억원)를 투자했다. NIBRT는 아일랜드 더블린대(University College Dublin) 캠퍼스에 있다. 박사 등 전문 강사와 운영 지원 인력 등 약 50명이 일하고 있다. NIBRT는 운영비의 90%를 자체 조달하고 있다. 유료 교육과정 운영과 연구개발 과제 수행을 통해 거둬들인 수익금을 운영비로 쓰고 있다. 유력 바이오교육센터이다 보니 바이오 기기 제조·생산 기업들이 자사 제품을 홍보하려고 실물 기부에 적극적이라고 한다.NIBRT는 현장 교육과 온라인 수업을 통해 매년 수천명의 인력을 양성한다. 교육 프로그램은 크게 '학위(석사·박사) 과정', '바이오 기업 취업 연계형 실무 교육', '바이오 기업 종사자 맞춤형 교육'으로 나뉜다. 학위 과정은 더블린대 등 아일랜드에 있는 대학(이론)과 NIBRT(실습)에서 진행하며, 수료 후 해당 학교의 학위를 받는다. 종사자 맞춤형 교육과정은 NIBRT에서 실습 중심으로 이뤄진다.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는 올해 7월14일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를 설립·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산업부는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수준의 시설을 구축하고, 복지부는 한국형 NIBRT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기로 했다.인천시는 인천테크노파크, 연세대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이 모여 있는 송도국제도시 바이오 클러스터에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업부와 복지부는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 설립·운영사업에 6년간 약 600억원을 투입해 연간 2천명의 전문 인력을 양성할 예정이다.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가 준 교훈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각국 국경이 봉쇄되자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특정 기업의 역량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쳤다. 부품 조달에 차질이 빚어졌고, 어렵사리 만든 제품도 수출하기 어려웠다. 코로나19 사태는 산업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는 계기가 됐다.인천은 송도를 중심으로 바이오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기초의학 및 의약품 연구개발부터 바이오 장비·소재 국산화, 창업, 펀드 조성, 대량 생산 등 모든 바이오 공정이 송도에서 이뤄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송도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능력은 56만ℓ로, 단일 도시 기준 세계 최대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각각 제4공장(25만6천ℓ), 제3공장(20만ℓ)을 완공하면 100만ℓ를 넘어선다. 이처럼 인천이 바이오 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췄지만, 전문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의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전문 인력 양성 시설·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10년 넘게 건의한 것 같다"며 "업계 건의 사항에는 인력 양성과 세제 혜택이 항상 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춘 인천 송도에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가 생긴다면 금상첨화다. 송도는 인천국제공항도 매우 가깝다. 한국을 아태 지역의 바이오 인력 양성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실현하려면 송도보다 좋은 곳이 없다./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20-09-02 목동훈

[데스크 칼럼]2차 재난금 갈등 그만 '보편적 지원' 급해

코로나 대유행 당장 지원해도 늦을 판에…방식두고 또 갈리는 정치적 논쟁 안타까워다양한 의견 이해하나 복지 아닌 긴급구호1차때 경제활성 효과… 늦을수록 반감될것2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또다시 시끄럽다. 거리두기 2.5단계로 한층 강화된 생활 지침으로 당장 지원을 해도 늦을 판에 지원 방식을 두고 1차 지원 때와 마찬가지로 엇갈리고 있다.언론들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 2위를 다투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미묘한 신경전으로 몰아가고 있다. 각자의 의견이 다를 뿐 민생 경제를 살리자는 의미는 같은데 정치권 갈등으로 몰고 가는 상황이 안타깝다.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힘들어하고 있는 엄중한 시기에 정부의 빠르고 정확한 결단이 필요한 때다. 이러한 논란은 더는 접어두고 실질적인 지원을 고민해 보는 것이 우선이다.국민들과 정치권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재난지원금을 복지의 개념이 아닌 긴급 경제 살리기로 생각해 본다면 보편적 지원의 효율성 등이 너 낫지 않을까 한다.지난 1차 때의 재난지원금을 살펴보자. 가정마다 지원금은 달랐지만 분명 슈퍼와 식당 등 소상공인들에게는 가뭄에 단비나 마찬가지였다. 모처럼 시장에는 활기가 넘쳤고, 가족들과 함께 외식을 하든 마트에서 고기를 사다 집에서 먹든 소비 진작에 큰 도움을 줬다. 지원금을 식당에서 사용하기 어려우면 배달음식이라도 시켜서 자금 회전을 도왔다.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기부금 처리되기 때문에 대부분 사용하기도 했다.선별지원은 지급 대상을 소득 계층별 차등을 주자는 것인데 이미 저소득층에게는 복지 차원에서 다양한 방식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기본 소득 이하일 경우 그 가족에게 지급되고, 일정 나이 이상일 경우도 복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진다. 하지만 현 상황은 다르다. 누구나 힘들지 않은 계층이 없다. 또한, 각 계층의 '살림살이'를 지원한다는 의미보다는 소비를 일으킨다는 의미가 더 크다. 복지는 복지대로 하되 소비 살리기를 복지차원이 아니라 따로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그동안 경기도에서 추진한 대부분의 정책은 보편적 지원이었다. 경제적 상황과 다르게 일정 나이가 되면 지원을 받거나, 혜택을 준다. 낸 세금과 관계없이 똑같은 금액의 지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누구도 불만이 없다. 특정 도민들에게만 지원되는 것이 아니기에 따질 것도 없다.마찬가지다. 전 국민에게 똑같은 금액을 나눠주면 불만은 덜할 것이다. 하지만 지원계층을 또다시 나누게 되면 '한끗' 차이로 탈락이 되는 국민과 그리고 다양한 생활 수준의 계층의 갈등은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이러한 것이 논란이 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고 살림살이가 넉넉하면 모르겠지만, 정부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매우 특수하다. 정부 지원금을 통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소비를 증진 시킬 때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말한 것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2차지원금을 준다고 나라는 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원 시기를 놓치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거리두기가 2.5단계로 되면서 소비 위축이 가장 우려가 되고 있다. 밤 9시면 식당 문도 열면 안 되고 남은 음식도 포장해야 한다. 수도권에서는 다중시설의 이용이 제한되면서 모든 소상공인이 힘들게 됐다. 소상공인만 힘든 것이 아니다. 기업들의 매출도 줄고 순번으로 재택근무까지 하게 되면서 그야말로 최악의 경제 상황을 맞게 됐다. 지원금 사용의 핵심은 사용장소와 사용 기간이다. 이미 국민들은 1차지원금 경험을 바탕으로 신청과 사용 방법 등은 익숙해져 있다. 사용하는 과정에 있어 코로나19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무조건 안된다는 방어적 정책보다 적기 적소에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1차지원때 분명 그 효과를 경험해 봤다. 물론, 2차 지원에 앞서 보완해야 할 부분은 과감하게 보완해야 한다. 늦으면 늦을수록 그 효과는 반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시간이 없다. 오락가락하다가 기회를 놓치지 말고 전 국민이 경제 살리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을 거쳐 재난지원금이 곳곳에 잘 뿌려질 수 있도록 과감한 정책이 필요할 때다./조영상 경제부장조영상 경제부장

2020-08-30 조영상

[데스크 칼럼]언행일치(言行一致)

4·15 총선 너나없이 공약한 '공공 배달앱'4개월 지난 지금 누구도 '말과 행동' 없어재난지원금 지원방법 논쟁도 실망스러워보편성 강조하더니 지금와서 딴말 아쉽다4개월 여 전 끝난 4·15 총선 정국에선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없었던 '말의 성찬'이 난무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언제 끝날지 모를, 미증유(未曾有)의 코로나19 쓰나미가 덮치면서 총선 주자들의 발을 묶다 보니 긴 호흡으로 차분히 준비했던 정책은 뒷전으로 밀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시류에 맞춰 즉흥적인 공약을 남발했다.압권은 배달 앱 1위 업체인 '배달의 민족'의 수수료 체계 변경이 큰 논란이 되자, 수원지역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이 너나없이 수수료 없는 공공 배달 앱을 총선 이후에 내놓겠다고 한 공약이다.안양지역 후보들 역시 안양지역 최대 번화가의 이름을 차용해 '배달 일번가'를 개발해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겠다고 공언했다. 안산지역 후보들 또한 전북 군산의 '배달의 명수'를 언급하면서 안산형 배달의 명수를 개발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수없이 많은 후보들이 공약했었다.4개월 여가 지난 지금, 그 어느 지역도 그 어느 의원도 '이후'에 대한 말과 행동이 없다. 몇몇 의원들에게 "현재 어떻게 되고 있느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다. 심지어 "임기 중에만 하면 되지 않겠나"라며 남 얘기하듯 한다.광복절 이후 현재도 진행형으로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김원웅 광복회장의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 역시 결코 뒤지지 않는다. 김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친일파와 결탁하면서 우리 사회가 친일 청산을 완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현충원에서 가장 명당이라는 곳에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던 자가 묻혀 있다"면서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반민족 인사 69명의 묘 이장을 골자로 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그의 이런 말(言)과 대학 졸업 후 박정희 정권이 유신을 선포하며 영구집권에 나선 1972년 공화당 사무처 공채에 지원 합격해 당료의 길을 걸었던 것, 10·26 사태를 통해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자 민주정의당으로 옮겨 조직국 부국장과 청년국장을 지낸 것, 그 후신인 한나라당 후보로 총선에서 나선 것 등 과거 행적과의 간극을 "생계형이었다"고 변명하는 것이 온당한가. 과거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를 패러디했던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혁신 LIVE' 유튜브 방송 진행 의원들이 자신들을 '독수리 5형제(남매)'에 비유하며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사용해 홍보물을 만든 것에 대해 "편 가르기 위해 말로만 반일을 외쳐댄다", "기모노 입고 노재팬이라고 한다"는 네티즌들의 비난에 대해서는 무슨 말로 해명할 것인가.코로나19 2차 대유행 조짐에 따른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이 다시 부상한 가운데 지원 방법을 둘러싼 여권을 비롯 정치권의 언행 불일치도 실망스럽다. 학생들에 대한 무상급식을 놓고 '선별적 복지', '보편적 복지' 논쟁 때 지금의 여권 인사들이 어떻게 말했는지, 불과 10년도 안된 이야기다.지난 4월 총선 당시에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여당 주요 인사들은 "지역·소득·계층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을 국가가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성을 강조했었다. 국가부채가 40%를 넘어선다고 지적하니 "국가부채가 40% 넘기면 무슨 일이 생기냐, OECD 평균 부채보다 한참 밑돈다", "전 세계 국가 부채비율이 110%고, 일본도 230%가 넘는다"고 말했던 사람들이 지금 와서는 전혀 다른 말을 한다.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까지는 기대 안 한다. 새털 보다도 가벼운 언행이 너무도 아쉬운 요즘이다./이재규 정치부장이재규 정치부장

2020-08-26 이재규

[데스크 칼럼]코로나 후폭풍, 문화계 대안이 시급하다

경기도 공연 올 매출 전년대비 97% '증발'종사자들 생계 막막 아르바이트·대리운전현장 관람 대신 비대면 온라인 채널 개설사실상 수익 어려워… 정부정책 전환 필요코로나19 장기화로 지역 문화계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가 주춤했던 5~6월 잠시 기지개를 켜는 듯했지만 최근 코로나19가 또다시 재확산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관광 분야 종사자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이미 쓰러진 지 오래고 일부 문화인들은 새로운 직업을 찾아 나서고 있다. 개인 극단이나 단체 등도 한계를 넘어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렀다.문화예술관광분야 종사자들의 경우 지난 2월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모든 프로그램이나 공연 등이 중단됐다. 6개월 이상 장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이들 업계·종사자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등 대응해왔지만, 그 후폭풍은 문화계에 영향을 미쳤다. 예정됐던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고 관련 종사자들은 일감이 끊겨 생계 위기마저 직면했다.23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의 종합 통계를 보면 코로나19가 시작한 지난 2월부터 22일 현재까지 경기도 공연 매출은 1억288만5천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억9천729만1천원에 비해 97.6% 감소했다. 장르별 매출액도 뮤지컬이 5천491만9천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30억6천753만8천원보다 98% 감소했고 클래식 공연도 3천501만7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억8천673만3천원에 비해 91%의 매출이 급감했다.특히 오페라는 매출조차 없고, 심지어 무용의 경우 -24만4천원으로 적자 매출이 발생했다.도내 공연 건수도 13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51건에 비해 75%가 감소했다. 뮤지컬이 255건에서 50건으로, 클래식이 126건에서 57건으로 각각 감소했고 국악(8건), 무용(4건), 오페라(2건) 등도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도내 상연횟수도 올해는 346회에 불과, 지난해 2천402회에 비해 86%가 감소하는 등 코로나19 여파가 지역 문화계를 암흑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뮤지컬만 204회 공연을 했을 뿐 클래식(59회), 연극(53회), 국악(17회), 오페라·무용(이상 5회), 복합(3회) 등은 예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상황이 이렇자 지역 문화계 종사자들의 고충은 더욱 심각해졌다. 한 공연 종사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 없어지자 생계가 막막해 낮에는 아르바이트로, 저녁에는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간다고 하니 문화계의 후폭풍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문화계가 탈바꿈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문화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온라인 생중계다. 오프라인 공연의 대안으로 '언택트'(비대면) 공연이 떠오른 것이다. 이는 국내 일부 대형 예술계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문화 콘텐츠와 IT기술 결합의 중요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K팝 한류를 개척한 SM엔터테인먼트는 이미 홀로그램·AR·VR(가상현실) 기술을 전략적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했고 세계적 음악가·예술단체들은 과거의 공연을 온라인으로 재생성해 판매하고 있다.지역 예술계도 새로운 언택트 공연이 시도됐다. 경기아트센터는 경기도형 문화뉴딜 정책의 구체화 방안으로 '방방콕콕, 예술방송국'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연예술인들을 위로하고 지원하고자 하는 도 문화예술정책의 일환인데, 8억5천만원 규모의 예산이 긴급 편성됐다. '방방콕콕, 예술방송국'은 단순히 예술인들의 공연을 촬영해주는 단발성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출연료와 제작비를 지급하는 등 직접적인 경제적 도움을 준다.경기도도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문화예술관광 분야 종사자들의 위기극복을 위해 긴급활동 지원, 취약근로자 보호, 공공시설 입주단체 임대료·사용료 감면 등 3개 분야에 총 103억원을 지원하는 '경기도형 문화뉴딜 프로젝트'를 시행했다.그러나 지역 문화계는 이와 같은 비대면 사회를 대비하는 문화 콘텐츠 창출에는 미비하다고 한다. 비록 민간 예술계에서 현장 관람이 아닌 월정액 및 1회 비용 지급 시 원하는 공연을 볼 수 있는 비대면 온라인채널을 개설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있지만 사실상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정부의 정책 전환도 필요하다. 당장 문화계를 살리는 것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이 반영돼야 한다./신창윤 문화체육부장신창윤 문화체육부장

2020-08-23 신창윤

[데스크 칼럼]빈대(부동산 투기세력)만 잡자

6·17부동산대책 인천 8개구 규제지역 묶여정부 '풍선효과 막겠다' 대책은 이해하지만아파트값 낮은 지역 현실 외면한 탁상행정애먼 실수요자 피해 최소화 동단위 지정을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으로 인천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강화군과 옹진군을 제외한 8개 구(區)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고, 이 중 연수구·남동구·서구는 투기과열지구에도 포함됐다. 문재인 정부가 비(非)규제지역으로 투기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를 막겠다며 내놓은 21번째 부동산 대책에서다. 고분양가 논란에도 청약 1순위 마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송도국제도시 일대(연수구)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광역급행철도(GTX)-B노선이 건설되는 남동구와 부평구, 검단신도시 등 개발 사업이 많은 서구도 규제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지만, 인천 10개 군·구 중 8개 구 전체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될 줄 몰랐다.부동산 규제지역은 분양권 전매 제한 및 대출 규제가 강화된다.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 조합원 분양을 받기 위해선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실수요자들은 6·17 부동산 대책으로 날벼락을 맞았다. 특히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을 치러야 하는 수분양자들은 은행으로 달려가 대출 한도를 문의해야 했다. 검단신도시 입주 예정자들은 집회를 열고 규제지역 지정 철회를 국토교통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반발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달 10일 '주택시장 안정 보완 대책'을 발표하면서 6·17 대책으로 규제지역이 된 곳의 아파트 수분양자에 대해 종전 대출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인천시의회는 규제지역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시의회는 '인천시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해제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결의문에서 "일부 지역의 가파른 부동산 가격 상승을 두고 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구는 도시와 농촌으로 이뤄진 도농복합지역인 데다, 검단신도시는 미분양관리지역에서 해제된 지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았다. 연수구, 남동구, 부평구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지만 서울과 경기도 주요 도시에 비하면 싸다. 동(洞)별 집값 차이도 심하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올 6월 인천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순서대로 나열해 중간에 있는 가격)은 2억9천980만원이다. 이는 서울(8억3천542만원)과 경기(3억8천만원)는 물론 전국 평균(3억5천54만원)보다 낮다.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동구와 미추홀구는 구(舊)도심으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주택재개발 등 도시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많을 정도로 노후화한 곳인데, 사업성 부족 등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오죽하면 인천시가 도시정비예정구역 직권 해제 절차를 진행했을까. 몇 개 구역이 분양에 성공하는 등 이제야 도시정비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는데, 갑자기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였다. 그러니 인천 구도심의 현황과 아파트 시세·변동률 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과도한 규제로 구도심의 부동산 거래 위축과 주민 재산권 침해가 우려된다.부동산 규제지역은 동별로 지정하는 것이 합당하다. 무소속 윤상현(인천 동구미추홀구을) 국회의원은 조정대상지역을 동 단위로 지정하고 분기마다 지정 유지 여부를 검토하는 내용의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교흥(인천 서구갑) 국회의원은 투기과열지구를 읍·면·동 단위로 지정하는 게 뼈대인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같은 당 인천 의원들과 함께 내놓았다. 인천시도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동 단위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치권에 개진하고 있다.'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있다.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고 주택시장을 안정화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투기 세력 잡으려다 애먼 실수요자가 피해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20-08-02 목동훈

[데스크 칼럼]목불인견(目不忍見)의 지방의회

내년이면 출범 30년 공자가 말한 '이립'인데후반기 원구성 나잇값도 못하는 행태 실망부천시의장은 절도피소 통보에도 선출강행與 경기도당·포천·안양·군포 등 물의 '개탄'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인 제9차 헌법 개정 당시 지방자치제도 역시 부활의 법적 기틀이 함께 마련됐다. 이후 1991년 지방의회 의원 선거가 실시됐고, 1995년에는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단체장+지방의회)가 실시돼 내년이면 지방의회가 30년에 이른다.공자(孔子)는 '논어 (論語)'에서 30세를 이립(而立)이라 했다. 스스로 주관을 확고히 세워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자기의 길을 간다는 뜻이다. 정부는 지난 2018년에 이어 지난 3일 국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제출해 여전히 미흡하지만,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최근 지방의회 후반기 원 구성 행태를 보면 과연 지방의회가 이립(而立)의 나이로 '제 값'을 하고 있는 지 의문이고, 의문을 넘어 실망이다.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은 최근 전국 최연소 의장인 손세화(35) 포천시의장을 비롯 박성민 광명시의장, 정문영 동두천시의장, 최숭태 연천군의장 등 4명을 제명했다. 후반기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해당(害黨) 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이들은 현재 중앙당에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또 이들의 의장 당선에 동조한 10명 이상의 의원들에 대해 전방위적인 조사도 진행 중이다.포천시의회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미래통합당 의원과 만나 의장단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광명과 동두천시의회 등도 차기 의장 내정이란 의원총회 결과에 불만족한 시의원들이 통합당과 무소속 등 야당 의원과 뜻을 모아 선거판을 뒤집었고 각각 의장과 부의장직을 나눠 가졌다.현금인출기(ATM)에서 다른 사람이 인출한 70만원을 가져간 혐의(절도)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현 부천시의회 의장은 의장직을 사퇴했다. 의장으로 선출된 지 16일 만이다. 의원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전 의장은 절도 혐의 말고도 사기 혐의로도 재판을 병합해 받고 있다. 그런데 부천시의회는 의장선출 5일 전인 지난달 25일 인천지검 부천지청으로부터 이 전 의장의 절도사건 피소 사실에 대한 기관 통보를 받고도 의장 선거를 강행해 비난을 받고 있다. 더 나아가 소속 의원이 19명(20명이었다가 이 전 의장의 탈당으로 1명 줄었음)으로 시의회의 절대 다수인 민주당은 후임 의장 선출을 놓고도 연이어 시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이뿐만이 아니다. 안양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사실상 기명투표' 파문이 정맹숙 의장 사퇴 문제 거론이라는 후폭풍으로 이어지고 있고, 군포시의회 한 의원은 군포시 등기대행 논란에 이어 수억 원대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눈을 돌려 전국을 봐도 경남도의회가 의장 불신임안 및 사퇴 결의안 제출로 파행 중이고 민주당 충남도당은 이연희 서산시의회 의장을 제명하는 등 전국 곳곳의 지방의회가 말썽이다. 눈 뜨고 볼 수 없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이요, 염치(廉恥)가 없어도 이 정도인가 라는 개탄이 앞선다."정당 민주주의라는 기초 원리를 떠나 뽑아 준 지역주민은 없고 자신들의 영달에만 초점을 맞춰 행동한 결과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모습은 30년이 아니라 60년이 지나도 요원할 것"이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정부가 제출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는 '정책지원 전문인력'과 '의회 사무처 소속 직원 임용권 부여' 등 지방의회 권한을 한층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반면, 윤리특위 및 윤리심사자문위 설치 의무화, 회의록 작성·공개 의무 신설 등 책임성과 투명성 강화 내용 등도 포함돼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방의회 30년, 이립(而立)을 기대해 본다./이재규 정치부장이재규 정치부장

2020-07-26 이재규

[데스크 칼럼]도민체전·대축전, 화합을 기대한다

경기장 시설 개·보수만 155억 들인 고양시코로나 확산 발목 취소 아닌 1년 연기 희망5개 지자체 협조 필요 '도체육회 노코멘트'상대방 배려 '역지사지'의 자세 보여줬으면고양시가 경기도체육대회(이하 도민체전)와 경기도생활체육대축전(이하 대축전) 개최를 놓고 경기도체육회에 1년 연기를 요청했다. 대한체육회가 제101회 전국체육대회를 포함해 제49회 서울 전국소년체육대회, 2020 전북 익산 전국생활체육대축전 등 종합체육대회를 모두 1년씩 순연하기로 확정하고 공문을 전국 시·도체육회 등에 배포했기 때문이다.당초 고양시는 올해 5월 '엘리트 스포츠 대제전'인 도민체전을, 9월에는 '생활체육인의 대축제'인 대축전을 잇따라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들 대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결국 발목이 잡혔다. 사람들이 모일 수 없는 상황에서 체육대회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고 결국 도민체전, 대축전 모두 직격탄을 맞았다.이런 이유로 고양시는 이미 준비한 대회를 취소하기보다 1년 연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전국적으로 종합대회가 연기되는 상황에서 도내 체육인들의 화합을 위한 대회가 취소된다면 고양시 입장으로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양시는 이번 도민체전을 위해 경기장 시설 개·보수에만 국비 5억8천만원, 도비 75억원, 시비 74억원 등 총 155억여원을 투입했다. 대축전의 경우 10월 전국체전 일정 등을 고려해 시기를 앞당겨 오는 9월에 추진하려 했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취소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06년 도민체전을 개최한 고양시는 14년 만에 이 대회를 다시 열어 인구 100만을 이룬 지자체의 발전 상황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려고 했다. 지난 5월 호수공원 일대 국제꽃박람회와 연계해 도민체전을 치르기로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로 대회는 취소됐다.이에 고양시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로 9월 대축전을 포함해 이미 취소된 도민체전까지 내년으로 미루자는 내용의 공문을 도체육회에 제출했다.이재준 고양시장도 "전국체육대회 순연 결정에 따라 고양시도 예산을 들인 도민체전과 대축전 등의 연기를 선택하게 됐다"며 "내년 도민체전을 준비 중인 파주 등 타 지자체에서 넓은 아량을 베풀어 우리 시를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하기까지 했다.그러나 도민체전과 대축전이 연기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도체육회의 도민체전 운영위원회의 구성과 타 시·군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년 예정된 도민체전과 대축전을 진행할 파주시를 비롯, 2022년도 도민체전 유치에 나선 용인·성남·가평, 2023년 도민체전 유치를 희망하는 오산시 등 5개 지자체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이와 관련 고양시는 파주시가 바로 옆 지자체이기 때문에 우리가 쌓아온 노하우를 공유하며 대회 지원을 보탤 수 있다고 공언한다. 또 내년 4월 도민체전 개막식에서 우리 시의 홍보 외에도 파주시의 발전 상황을 함께 내보낸다면 시너지 효과도 매우 클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도체육회는 현재까지 노 코멘트다. 그동안 도민체전과 대축전을 취소한 경우는 있어도 1년을 연기한 사례가 없어서다. 게다가 최근 도체육회 이사회에서도 산하 위원회 구성이 보류되면서 갈팡질팡한 상황이다.그렇다고 마냥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시의성이 필요한 사안이 검토를 기다리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해야 한다. 고양시도 타 지자체와 연기를 놓고 낮은 자세로 협조를 구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도민체전과 대축전은 그 지역을 알리는 촉매제이기 때문에 보다 사려깊은 마음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역지사지 정신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신창윤 문화체육부장신창윤 문화체육부장

2020-07-22 신창윤

[데스크 칼럼]마취제로 쓸 것인가, 환각제로 쓸 것인가

모바일·컴퓨터 게임에 푹 빠져사는 아이들부모들 걱정하다못해 '성적반영' 얘기까지스티브잡스도 중독우려 자녀 아이패드 금지첨단기술 '가치있는 삶에 사용' 결정지어야얼마 전 지인들과 식사를 하던 중 자녀들이 모바일기기에 매달려 산다는 넋두리가 이어졌다. 지난 겨울방학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겹쳐 집에만 있다 보니 아이들이 컴퓨터와 휴대전화기에만 매달려 산다는 푸념이었다. 중3 아들의 게임 실력이 프로게이머 못지 않다는 자랑(?)부터 신종 게임기와 신형 휴대전화기를 사달라고 떼를 쓴다는 이야기, 대학생 아들은 밤새 온라인게임을 하고 낮에는 잠만 잔다는 말들이 오갔다. 심지어 이 모든 일이 한 가정에서 벌어지기도 했다.일행 중 한 명이 "게임을 학교 과제로 내고 성적에 반영하면…"이라는 말을 꺼냈다. 골자는 이렇다. 아이들에게 매일 4~5시간씩 게임을 하게 하고 일정 수준의 단계 점수를 중간·기말 성적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하기 싫어도 억지로 해야 하고 학교 과제나 시험이라고 하면 아무리 재밌는 게임이라도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는 나름의 논리였다. 일행들은 "그럴듯한데"라는 반응이었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몇몇 일행의 눈빛에서 정말 학교에서 게임을 숙제로 내주었으면 하는 간절함마저 느껴졌다.자녀들이 모바일기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선 '애플'과 '트위터'의 창립자도 속사정은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스티브 잡스가 10여 년 전 뉴욕타임스 기자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아이들은 아이패드를 쓰지 않는다"고 한 말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트위터 창립자 중 한 명인 에번 윌리엄스(Evan Williams)도 어린 두 아들에게 책은 수백 권을 사주었지만 아이패드는 사 주지 않았다고 한다. 잡스와 윌리엄스는 한 번 경험하면 헤어나올 수 없는 효율적이고 중독성이 강한 매력적인 앱들이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미 알고 있었다.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마케팅 부교수이자 심리학과 겸임교수인 애덤 알터(Adam Alter)는 저서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에서 스티브 잡스의 판단을 이렇게 분석했다. "중독은 대개 그런 물질보다는 환경과 상황에서 비롯된다. 스티브 잡스는 이를 간파했다. 그가 자기 자녀들에게 아이패드를 금지한 것은 중독 물질과는 다른 온갖 장점을 가진 그 기기의 매력에 아이들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중략…) 중독자와 중독자가 아닌 사람을 가르는 명확한 선은 없다. 우리 모두 특정 기기를 사용하거나 앱을 즐기다가 중독될 수 있다."지나친 모바일기기 사용이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전 세계 수십억명의 사람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 실시간으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게시물을 올리며 '좋아요'를 갈망하고 있다. 모바일기기를 통해 알고 싶거나 알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일상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누군가를 관찰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나를 관찰하고 있다'는 얘기다. 내가 누구와 함께 어디에 가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잠자리에 들었는지, 결제는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취미 생활은 무엇인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투표는 누구에게 했는지까지 직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대중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만 찾아보면 된다.관종, 인싸, 셀럽에 관련한 이야기들이 수시로 나돌고 있는 모바일기기가 잠시라도 손에 없으면 불안해하거나 초조해 하고 심지어 폭력적인 증상을 보인다. 알코올이나 마약으로만 중독되는 게 아니다. 모바일기기 자체가 마약을 투약하는 주사기가 될 수 있다. '모바일 결핍 공포증(nomophobia : no mobile-phone phobia)'은 단순한 심리 상태로 볼 게 아니라 정신질환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우리는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모바일 중독의 시대를 살고 있다. 삶을 가치 있도록 사용할 수 있는 첨단기기를 정신을 좀 먹는 데 사용한다면 수술용 마취제를 환각용 마약으로 사용하는 것과 같다.기술은 발전하는데 그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수술용 마취제로 사용할 것인지 환각용 마약으로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20-07-15 이진호

[데스크 칼럼]'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단상

14개월 외면받다 무산… 정부 재추진 예고지자체간 특례시 설전·희망고문 등 우려속與 '전국자치분권 지도자회의' 재건 움직임21대 국회 슬기로운 의정생활로 답할 차례지난 5월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 회의실. 20대 국회의 마지막 법안소위는 21번째 안건인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끝내 상정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권한을 확대하고 중앙과 지방의 협력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1988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 추진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결국 무산된 것이다. 회의실 밖에 대기하고 있는 수원시를 비롯 수많은 관계 공무원들은 장탄식을 쏟아냈다. 지난해 3월 정부 주도로 발의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문 대통령이 직접 개정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할 정도로 정부가 공을 들여온 법안이다. 이에 정부는 20대 국회 폐회일인 5월 29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다시 입법 예고하고 지난 18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7월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그러나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희망 고문에 그칠 것", "중앙과 지방의 대등한 관계가 아닌 수직적 관계로 자치분권 흉내만 냈다", "지방자치단체 간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 간의 분열을 통해 정부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꼼수다" 등등…. 당장 '특례시'를 놓고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4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나머지 시를 '보통시'로 만들고 더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자체 간 갈등이나 분열을 초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또 "중앙정부로부터 지방분권을 강화해야하는데 경기도세(稅)를 이양받는 것은 집안끼리 '뺏어 갖기'하는 셈"이라고 반대했다. 도는 앞서 지난 10일 '특례시 명칭 변경', '특례시 재정 자치권 보장(도세 이양이 아닌 국세 이양·별도 특례시세 신설)' 등 2가지를 건의한 바 있다.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장인 안병용 의정부시장도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적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100만이 넘는 수원·고양·용인시는 '국세보다 도세 이양이 합리적'이라는 맞불 성격의 공동용역 결과를 내놓았다. 이들 3개 시는 경남 창원시와 함께 다음달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4개 대도시 시장·국회의원 간담회'를 개최하며 경기도 및 국회 압박에 나서고 있다.또 다른 목소리는 아직도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대등한 관계'가 아닌 '수직적 관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해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면서 단서 조항으로 '다만,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자치단체의 정책이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이같은 조항을 담은 것으로 이해되지만, 지방 자치단체로서는 저평가 받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개정안을 보면 중앙이 지방을 아직 '대등한 관계'로 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고 할 정도다.이와 함께 '여전히 희망고문에 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초 지난 1월9일 경북규제자유특구를 찾아 "지방이양일괄법과 지방자치법 개정이 국회를 통과하면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자율권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희망을 표출했다. 그러나 20대 국회는 법안을 상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 희망을 뭉갰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등 지방 4대 협의체가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국회는 개정안 제출 이후 14개월 동안 외면만 했다.지난 20일 세종시청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기초 지자체장, 광역·기초의원 등 회원 500여 명이 '전국 자치분권 민주지도자 회의' 재건총회를 열었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통과를 위해 2015년 만든 조직을 재건하는 총회다. 176석의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국회가 '슬기로운 의정생활'을 통해 답할 차례다./이재규 정치부장이재규 정치부장

2020-06-28 이재규

[데스크 칼럼]무덤에서 나온 글씨

최근 정우량 선생 묘소서 발굴 묘지 2기'동국진체' 완성한 조선후기 이광사 작품문화와 문명 발전시켜 온 기록의 힘 증명새로운 인천 문화정책 구현 가늠자 되길얼마 전 인천에서는 작지만 매우 귀한 발굴 작업이 있었다. 지난 6월 11일, 인천 연수구 동춘동 영일 정씨 묘역에서 묘지(墓誌) 발굴이 이루어졌다. 우의정을 지낸 정우량(鄭羽良, 1692~1754) 선생의 묘소에서 2기의 묘지가 나왔다. 옥으로 깎았으며 글씨는 붉은색으로 새겼다. 가로 37㎝, 세로 42㎝, 두께 9㎝ 정도였다. 이번 묘지 발굴이 눈길을 끈 것은, 인천에는 무덤 밖에 세우는 묘갈(墓碣)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적을 것도 없거니와 수령들의 선정비를 모아 놓은 비석군은 4곳이나 돼 유난히 많은데 무덤 속에 묻는 묘지는 거의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특히 정우량 선생 묘지는 그 글씨가 조선 후기 명필 원교(圓嶠) 이광사(李匡師, 1705~1777)의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묘지는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기록이자 기념물이다. 무덤 안에 묻는다는 점에서 묘소 앞에 세우는 묘갈과는 다르다. 수해로 인하여 묘역이 훼손되어 바깥의 석물들이 쓸려 내려갈지라도 끝까지 남아 묘소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게 하려는 목적도 묘지는 갖고 있다. 따라서 묘지는 무덤의 주인공 신원 확인을 위한 이중 장치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지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꾸민 묘갈은 묘소의 주인 행적을 약간이라도 과장하게 마련이지만, 땅속에 묻는 묘지는 죽은 이 스스로가 늘 보도록 한다는 점에서 매우 사실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묘지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자 기억의 동물이다. 사람들이 지난 일을 잊지 않는다면 머리 아프지 않고 두통 없이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 것인가. 사람이 잊지 않는다면 인공지능 컴퓨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시간이 흘러서 잊기도 하고, 일부러 체념하듯 잊기도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잊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기를 쓰고 잊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기도 한다. 글로 남기고, 기념물을 세우고 하는 게 다 그 일환이다. 까맣게 잊고 있던 것들도 예전에 쓴 일기 한 토막이나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보고 나면 영화처럼 생생하게 다시 펼쳐지기도 한다. 이게 바로 기록의 힘이다. 인간이 문화와 문명을 발전시켜 온 원동력이기도 하다.정우량 선생 묘지에 글씨를 쓴 이광사는 추사 김정희와 함께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명필이다. 이광사는 18세기 우리나라 문예부흥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서예에서의 동국진체를 완성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이광사 집안은 강화학파의 큰 줄기를 이룬다. 하곡 정제두에게서 이광사에게로 전해진 학맥은 한 집안 관계인 이건창, 이건승, 이건방 등으로 이어졌다. 그렇기에 정우량 선생 묘지는 그 자체로 강화학파의 정신과 인천의 명문가 집안 내력이 하나로 뭉쳐 있는 보석이라 할 만하다.묘지는 오랜 전통의 기록문학 장르이면서 기념물이다. 주로 옥돌을 깎아 만들었으며 내용은 죽기 전에 스스로 쓰기도 했고, 잘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그 대상이나 형식도 다양하다. 고려 시대 묘지를 보면, 딸이나 부인들의 것들도 많다. 당시의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천대받지 않았음을 이들 묘지를 통해서 확인할 수가 있다. 조선 숙종 시기 호위대장을 지낸 김주신(1661~1721)은 부모의 묘역에 묻은 묘지에 한글로 덧붙이는 말을 적어 넣기도 했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어 이 묘지가 드러났을 때 한글만 아는 농사꾼이나 나무꾼일지라도 부모의 묘소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려는 방비였다.정우량 선생 묘지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전문가들에 의해 곧 밝혀질 일이다. 이번 발굴이 우리 기록 문화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원교 이광사와 강화학파, 그리고 정우량 선생이 누구인지를 살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동안 인천은 문화 예술이 약하다는 소리를 달고 살았다. 이번에 무덤에서 나온 아주 작은 옥돌 2기가 그 긴 세월을 뚫고 새로운 인천의 문화 정책을 구현하는 가늠자가 되었으면 한다./정진오 인천본사 편집국장정진오 인천본사 편집국장

2020-06-21 정진오

[데스크 칼럼]그랜드투어(grand tour)

17세기 유럽 귀족 청년들 '견문유람' 관습현대적 의미 '패키지 여행'으로 발전 계기코로나사태 왕래 막히며 동양인차별 행태올 여름휴가는 우리문화·둘레길 탐방을…상업이나 군사적 목적이 아닌 인류가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에 나선 것은 17세기 말 영국과 독일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주로 재정적으로 풍요로웠던 영국과 독일의 귀족 출신 젊은이들이 유럽 일대와 멀게는 아시아 서쪽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때 생겨난 말이 '그랜드 투어(grand tour)다. 당시 유럽 귀족의 여행 목적은 여가나 휴식보다 견문을 넓히는 성격이 강했다. '그랜드 투어'의 최고 인기 여행지는 이탈리아였다. 유럽인들이 이탈리아를 최고의 여행지로 꼽은 이유는 르네상스 문화유산과 가톨릭의 본거지이기 때문이다.이화여대 남종국 교수는 공동 저서 '18세기 도시'에서 "거장의 걸작을 직접 느껴보려는 예술가들, 연구 자료를 찾으려는 인문주의자들, 영혼의 구원을 갈구하는 독실한 가톨릭 순례자들은 모두 이탈리아 여행을 간절히 꿈꿨다"며 "돈 많은 귀족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서 마차, 하인, 가이드, 숙소를 모두 제공하는 현대적 의미의 '패키지여행'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라고 했다. 18세기에는 로마, 파리, 베네치아, 밀라노를 모르면 영국 신사가 될 수 없었다고 한다.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 "영국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대학교에 보내지 않고 곧 그들을 외국에 여행 보내는 것이 점점 하나의 관습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이 여행을 통해 일반적으로 대단히 발전해서 귀국한다"고 쓰기도 했다.여행은 낯선 곳을 찾아가는 설렘과 기쁨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의도치 않게 전염병을 옮기는 수단이기도 했다. 인류·역사학자들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도착한 이후 한두 세기에 걸쳐 남북아메리카 인디언의 인구 중 최대 95%가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스페인 정복자들에게 희생된 남아메리카 원주민도 많았지만, 그들이 옮긴 질병(세균)에 희생된 원주민들이 더 많았다. 1520년 남아메리카 정복에 나선 에스파냐의 코르테스는 적은 수의 군대를 이끌고도 '천연두'로 아즈텍인들을 몰살시켰다. 코르테스와 함께 '천연두'에 감염된 노예가 멕시코에 도착하면서 유행병이 무섭게 퍼졌다. 당시 '천연두'만으로 절반에 가까운 아즈텍족이 몰살됐고, 인구 2천만명에 이르던 멕시코인은 한 세기만인 1618년 160만명으로 줄었다. 일부 백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몰살시킬 목적으로 천연두 환자가 쓰던 담요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후 1880년대 들어서 백인들이 아메리카에 자리 잡으면서 그들이 앓고 있던 병원균 중 하나인 '결핵'으로 원주민들은 연평균 9%라는 엄청난 비율로 죽어갔다.코로나19 발병 이후 상당수 나라가 급속도로 번지는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외국인 입국을 막았다. 이후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동양인에 대한 '코로나 인종차별'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영국 정부가 조사한 결과 동남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코로나19 발생 직후 21%가량 증가했고, 인종차별 사고 신고 건수도 전년도 동일 기간 대비 3~4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미국과 독일에서도 우려스러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18세기 영국과 독일의 젊은이들은 신사가 되기 위해 외국의 문물을 배우러 '그랜드 투어'에 나섰다. 일부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후손들은 자신의 나라를 찾은 동남아시아인들에게 꼴사나운 '코로나 인종차별' 행태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가 안정되더라도 해외여행은 예전처럼 활기차고 평화로운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극단적인 생각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새로운 전염병이 발병할수록 동양인을 차별하는, 백인들만을 위한 '그랜드 투어'나 '패키지여행'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심각한 코로나19 사태 속에 외국 관광객을 반겨주는 나라가 얼마나 되겠는가. 올 여름휴가는 '답사기행문'을 들고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돌아보거나, 산천 곳곳에 잘 정비된 아름다운 둘레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20-06-17 이진호

[데스크 칼럼]경기만 갯벌을 살리는 대안… 경기도 정책

시화호·화옹지구 대단위 간척·매립사업탓갯벌 망가지며 그 많던 어패류가 사라졌다경기도·일선지자체 예산 지원에도 역부족답은 물길살리기… 道 종합적인 대책 희망 경기만 갯벌이 망가졌다. 소금 한 줌이면 젓가락처럼 긴 맛조개를 한 솥 잡아 석쇠에 구워 먹었던 시절이 있었다. 20년 전쯤의 이야기다. 그러나 최근 갯벌에서 낙지 등 어패류를 잡아 아들, 딸 대학 보낸다는 그런 희망은 사라졌다.물길이 바뀌면서 나타난 문제다. 그 중심에 시화호가 있었다. 1994년 완공된 시화방조제. 1977년에 반월 신도시 건설 사업으로 탄생된 시화방조제(12.67㎞)는 1985년 시화지구 매립 추진 계획과 당시 경기도 시흥군 군자면과 화성군 대부면을 연결해 1억8천t의 담수호를 만드는 계획에 의거, 건립됐다.시화방조제 준공 당시 시흥시·안산시·화성시 일대의 농업 용지 확보, 공업 용지 확보, 담수 자원 확보에 커다란 성과를 이룰 토목 사업이라고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2000년대 시화호 오염이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됐다.1997년 3월 시화방조제의 배수 갑문을 개방해 해수까지 끌어들이는 대책이 나왔고 1998년 11월 시화호의 담수화 계획이 완전 백지화됐다. 2011년 시흥시와 안산시의 행정 경계 부근에 시화호 조력발전소를 건립, 발전을 개시했다.이후 현재 시화호엔 바닷물이 유입, 옛모습을 되찾았다.간척사업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준 사례가 됐다. 물길 변화로 갯벌이 죽어가기 시작한 것이다.또 다른 사례론 경기만 일원의 매립사업이다. 지난 1991년 화옹지구인 화성시 서신·우정·장안·남양·마도 일원 6천212㏊를 메웠고 1998년부터는 시화지구로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화성시 송산·서신면 4천396㏊에서 간척사업이 진행됐다.이후 1980~90년대 서해 갯벌에서 잡히던 망둑어류 1천763t, 낙지 263t은 현재 각각 65t, 90t으로 급감했다.수산자원 전문가들도 어종이 풍부하던 과거 모습이 사라진 이유로는 지난 1991년부터 서해안 일대에서 이뤄진 간척·매립사업을 대표적으로 꼽았다. '경기만'을 살리기 위해 경기도 등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했지만 망가진 갯벌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갯벌 현장에 답이 있었기 때문이다.물길을 트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이었던 것이다.인천 강화군 동검도는 50억원을 들여 2018년 1월 갯벌 생태복원사업을 완료했다. 동검도 인근 갯벌을 갈랐던 제방형태 연륙교 일부를 해수가 통하도록 교량 형태로 바꾼 것이다. 안산시 단원구 시화방조제 인근 갯벌도 조력발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해수가 유입되면서 숨통이 조금 트였다.시흥 월곶포구는 물길이 바뀌면서 항내 퇴적이 심각해 배없는 항구가 됐다.경기도가 대책을 내놨다. 지난 5월 말 경기만 일원을 어업·항만 등 용도 구역별로 구분, 체계적 관리에 나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책의 주요방안은 해양 공간의 용도 특성에 적합한 관리다. 어업활동보호구역의 경우 부가가치가 높은 양식 활동을 꾸준히 지원하고, 김포 등 북부접경 평화 생태권 등 생태·역사·문화 자원을 다각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안산과 화성 등 경기 서부연안 해양 레저권과 방아머리, 제부도, 궁평리 등 해수욕장과 바다 낚시터 등을 활용해 해양 레저 산업의 부흥을 위한 전략적 중심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지방에서도 역간척 등 갯벌 살리기에 나섰다. 취재현장에서 만난 어민들도 경기만 갯벌을 살리기 위해서는 물길뿐이라고 했다.이번 경기도의 정책이 경기만 갯벌에서 다시 낙지를 잡을 수 있는 대책이 되길 희망한다./김영래 사회부장김영래 사회부장

2020-06-14 김영래

[데스크 칼럼]'포스트 코로나' 시대 아파트

감염병 사태에 소비주체 온라인 무게 이동비대면·비접촉의미 언택트문화 일상 정착결혼기피·저출산… 대형아파트 찬밥 신세철통보안·방역에 '마음 닫힌 세상' 걱정돼아파트 단지 등 주택가에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장이 있다. 정해진 요일에 종이·플라스틱·비닐·캔·병 등을 내다 놓으면 다음 날 업체가 수거한다. 큰 종이상자는 테이프 등 이물질을 제거한 후 잘 펴서 차곡차곡 쌓아 놓아야 한다. 부피를 줄이는 방법이다. 종이상자를 펴는 것이 귀찮아 그냥 두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땐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일일이 펴서 정리한다.재활용 분리수거장을 관리하는 게 경비 아저씨 업무는 아니다. 내년부턴 경비 업무만 수행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들이 없으면 누가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관리할지 벌써 걱정된다.코로나19 사태로 달라진 점이 있다.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쿠팡 '로켓배송' 등 택배 종이상자가 많아진 것이다.대형 할인점에서 고객 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종이상자는 보기 어려워졌다.대형 할인점에서 포장용 테이프와 끈이 사라진 이유도 있겠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택배 방식의 물품 구매가 증가한 영향으로 보인다.최근 물류센터에서 잇따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택배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지만,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방식의 비대면(非對面) 소비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상가의 공급 과잉을 막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소비 경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추세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졌으니 말이다. 온라인 소비 시장이 확대되면서 오프라인 상가 수요는 줄고 기존 상가 간 경쟁이 더 심화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비접촉을 의미하는 '언택트(untact)' 문화가 일상생활 모든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는 대표적인 언택트 문화로 자리 잡았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등 일부 매장에서 제공했던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가 다른 분야에도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차에 탄 채 코로나19 검사를 받거나 물품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책을 빌리기도 하고 심지어 도시정비사업 조합원 총회에도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도입됐다. 해외에선 결혼식과 집회까지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열려 화제가 됐다.드라이브 스루가 어디까지 확산하고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관심이 쏠린다.사회 현상과 환경 변화는 주거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결혼 기피와 저출산 문제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소형 평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대형 아파트는 찬밥 신세가 됐다.미세먼지가 심각한 환경 이슈로 대두하자 건설사들이 아파트 단지에 미세먼지 저감 특화 설계를 도입하고 있다. '미세먼지 마케팅'에 나서는 것이다. 실내 공간에 환기 및 외부 공기 차단 시스템을 설치하는 건 기본이다. 외부에 미세먼지 측정 센서와 저감 설비를 설치하는 아파트 단지도 나온다.그렇다면 코로나19는 주거 문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우선 온라인 소비·수업과 재택근무에 조금이라도 장애가 없어야 할 것 같다.시스템 에어컨과 미세먼지 저감 장치에 이어 세균·바이러스 따위의 병원체를 없애는 설비까지 등장할 것이다. 머지않아 아파트 공용 현관문에 체온을 자동 측정하는 센서가 부착돼 '수상한 외부인'은 물론 '바이러스' 침입까지 방지할 날이 올 듯하다. 입주민 공용시설과 동선 설계도 대면·접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가족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대형 평형 수요가 증가하고, 생활 편의시설이 밀집한 도심보다 공원 등 녹지 공간이 많은 한적한 곳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언젠가는 무균실을 갖춘 고급 아파트까지 생길지 모른다. 철통 보안·방역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도 닫히는 건 아닌지 벌써 걱정된다./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20-06-07 목동훈

[데스크 칼럼]체육회 '법정 법인화'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우리 삶이 대변혁을 겪는 요즘 스포츠에서도 민간체육회장 시대를 열었다당면과제는 예산 지원을 안받는 자립 경영전국 시도협회 유기적체제 구축 결실 기대코로나19로 일상생활이 변한 요즘이다. 언제부터 아침 출근 시간에는 소지품을 챙기는 것보다 마스크를 찾느라 바빠졌고, 귀가 후에는 손 씻기와 손 소독제를 바르는 것도 잊지 않고 사는 세상이 됐다. 또 코로나19가 주춤하면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했지만, 생활 속 방역과 사람이 많은 곳에서의 마스크 착용 등 우리네 삶은 더 팍팍해진 느낌이다.이런 혼돈의 시기에 대한민국 스포츠도 사상 최초로 민간체육회장 시대를 열었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장이 맡던 회장직을 민간 선출직으로 바꾸면서 올해 첫 민간체육회장 시대를 연 것이다. 비록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닌 지자체 체육회장 선거관리위원회로 일원화되면서 준비도 소홀하고 규정도 미흡했지만 진통 끝에 민간체육회장 시대를 맞았다.경기도체육회를 비롯해 도내 31개 시·군체육회도 모두 회장을 뽑으면서 이제 당면 과제는 체육회의 자립 경영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언제까지 받을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체육회의 '법정 법인화'가 수면으로 떠오른 것이다.현재 도체육회 뿐만 아니라 대다수 시·도체육회는 예산 대부분을 해당 지자체로부터 받고 있다. 도체육회의 경우 1년 예산 약 500억원 중 450억원을 도가 지원하는 구조여서 자립도가 매우 낮다. 또 경기도사격테마파크, 경기도체육회관, 경기도유도회관, 경기도검도회관 등도 모두 도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하기 때문에 사실상 도체육회가 자립 경영을 할 수 있는 기반은 없다.게다가 민간체육회장 당선자가 해당 자치단체와의 연대를 잘 이뤄낸다면 예산을 지원받는 데 큰 문제는 없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임기 내내 불협화음에 따른 예산 부족으로 체육회 전반적인 운영에 지장을 받을 수도 있다.따라서 이번 민간체육회장 시대에는 체육인의 숙원 사업인 '법정 법인화' 작업을 이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도체육회를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체육회장이 법정 법인화에 목적을 두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법정 법인화가 되려면 집행부로부터 예산 자립 및 확보, 체육인 처우 개선 등을 위해 추가적인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한 법정 법인화 과제를 선행해야 한다. 물론 대한체육회는 예산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한 법정 법인화 전환을 최우선적으로 제안한 바 있다.다행스러운 것은 민간 체육회장들의 모임인 '전국시·도체육회장협의회'가 법정 법인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도체육회가 있다는 점이다. 도체육회는 그동안 '지방체육회 비영리사단법인 설립 추진 및 진행 절차' 등을 준비해왔고 이를 근거로 법정 법인화를 골자로 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추진 전략을 마련 중이다.또 '전국시·도체육회사무처장협의회'도 조만간 가동될 전망이어서 회장과 사무처장들의 유기적인 협조 체제도 구축한 셈이다.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려면 경기도 등 지방체육회의 법률적 독립성이 강화돼야 하고 재정 안정성과 정치적 중립성도 확보해야 한다. 더불어 주무관청의 지도 감독 등에 따른 행정개입 우려와 지방체육회와의 사업추진 협조도 필요하다.이제 첫 단추는 채워졌다. 체육계는 법정 법인화의 당면 과제인 자립 경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민간체육회장의 이득이 아닌 진정한 체육인들을 위한 지원 사업의 결실이 맺어지길 기대해본다./신창윤 문화체육부장신창윤 문화체육부장

2020-05-27 신창윤

[데스크 칼럼]그 섬, 물치도

영종도 오른쪽 끄트머리 앞 '작은 섬' 하나매입한 일본 사람 '작약도'로 지었다 전해져인천 동구, 작년부터 '지명 환원' 정당성 확보온전히 시민 품으로 돌려주기 머리 맞댈 때섬은 섬에서보다 섬 밖에서 보아야 제격이다. 인천 자유공원 정상에 있는 인천기상대 역사관 언덕에서 강화도 쪽을 바라보노라면 만석고가 넘어 영종도 오른쪽 끄트머리 앞에 작은 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작약도(芍藥島)다. 원래 이름은 물치도(勿淄島) 또는 무치도(舞雉島)였다고 한다. 자유공원 아래로 보이는 바다까지는 온통 공장의 플랜트 시설이 그득하고, 저 건너 영종도는 아파트 단지가 도배하듯이 차지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작약도는 사람 손이 안 타 보이는데 그게 오히려 위태롭기 그지없다.지난 21일 인천광역시지명위원회는 작약도란 이름을 물치도로 바꾸기로 하는 대단히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이는 올 하반기에 열릴 국가지명위원회를 거쳐야 최종 확정될 사안이지만 큰 문제 없이 통과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미 작약도가 속한 동구는 작년부터 '물치도 지명 환원 자문위원회'를 꾸려 작약도란 이름이 왜 물치도로 바뀌어야 하는지 그 정당성을 확보해 왔던 터다. 이를 토대로 동구지명위원회는 작약도를 물치도로 고칠 것을 의결하고, 이를 시 지명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일제 강점기 잔재를 정리하고 이를 통해 지역 정체성을 새롭게 세우자는 차원이었다.작약도란 이름은 그 섬의 모양이 작약꽃 봉오리처럼 생겨서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드론 촬영한 작약도의 모양은 남북으로 길쭉하다. 위에서 보면 전혀 작약꽃 같지가 않다. 자유공원이나 월미도 같은 데서 보면 둥그런 것이 조금은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기는 하다. 그런데 왜 작약도란 이름이 일제 잔재일까. 물치도란 이름이 작약도로 바뀐 것은 일본 관련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 섬을 처음으로 매입한 일본 사람이 작약도라고 이름을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인천항 개항 당시 일본인들은 인천을 작은 일본으로 개발하려는 야욕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청일전쟁(1894~1895) 승리 이후 노골화했고, 그 10년 뒤인 러일전쟁(1904~1905) 승리 이후에는 현실이 되었다. 일본인들은 월미도도 통째로 차지하려고 우리 정부 고위 관료들을 상대로 극심한 로비전에 나서는 등 난리를 부렸다. 그때 자료를 보면, 월미도에 몇 가구의 조선인 민가가 있었는지도 그들은 적시해 놓고 대책 마련을 강구하고 있었다. 일본인들이 월미도를 사들이려고 야단을 칠 때 작약도 매입도 염두에 두었을 게다. 작약도는 개항 당시 외세의 물결을 맨 앞에서 맞았다. 월미도와 영종도 사이의 항로로 강화도나 한강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작약도를 지나지 않을 수 없었다. 병인양요(1866)나 신미양요(1871) 때 프랑스나 미국의 군함들이 작약도를 거점으로 활용했다. 프랑스 군인들은 프랑스 함대 이름을 따서 '보아제 섬'이라 했으며, 미군들은 섬에 나무가 많다면서 '우디 아일랜드'라 했다. 이 섬에서는 실제로 조선시대 영종도 군영인 영종진에 나무를 공급했다고 하니 작약도에 산림이 울창하기는 했던 모양이다.물치도라는 원래 이름 되찾기에 나선 동구나 인천시에서 앞으로도 이 섬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일본인들의 이 섬 매입 경위도 속속들이 밝혀져야 할 문제다. 향토사가 이훈익 선생의 '인천지명고'나 초대 인천시립박물관장을 지낸 이경성 선생의 회고에 보면 일제 강점기 이 섬의 소유자는 '스즈키'였다고 나온다. 이 스즈키란 인물이 개항기 인천 각국 거류지 의회 의원 '스즈키 쇼(鈴木章)'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이런 일은 작약도란 이름이 왜 일제의 잔재인지를 말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작약도는 여러 기업체로 그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관광지로 삼으려고 노력했으나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게 흥하던 기업들도 오히려 작약도만 소유하면 망하는 일이 되풀이되었다. 어떻게 하면 물치도를 인천시민의 품으로 온전히 돌려줄 수 있을 것인가.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정진오 인천본사 편집국장정진오 인천본사 편집국장

2020-05-24 정진오

[데스크 칼럼]무관중 경기

전세계 셧다운 상황 韓 프로야구·축구 개막SK-한화 개막전 해외 언론 11곳 취재경쟁K리그1 37개국 생중계로 1900만명 지켜봐'랜선 응원'마저 다른나라선 부러운 눈길로코로나19의 팬데믹화로 전 세계의 모든 스포츠가 셧다운 된 상황에서 우리 프로야구와 축구 리그는 이달 초 개막했다.지난 5일 인천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는 리그 공식 개막전이었다. 경기장에 관중은 없었지만, 미국과 프랑스·영국 등 11개 해외 언론들이 취재 경쟁을 했다. 미국 ESPN과 일본 스포존은 자국에 생중계했다.그로부터 3일 후 프로축구 K리그1도 관중 없이 개막했다. 8~10일 열린 K리그1 1라운드 여섯 경기는 무려 37개국에 생중계됐으며, 방송과 인터넷으로 경기를 지켜본 전 세계 시청자가 1천9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무관중 경기'는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를 일으킨 팀에게 가하는 징계의 한 방안이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구단의 입장에선 입장료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팬에겐 경기를 직접 관람할 수 없는 페널티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처럼 무관중 경기는 선수보단 구단의 관리 미흡이나 팬들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그 책임을 묻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스포츠 팬들의 관심을 끌었던 비교적 최근의 무관중 경기들을 소환해본다.2012년 4월1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K리그 15라운드 인천과 포항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1983년 프로축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관중 없이 진행된 이 경기는 전 달에 열린 인천과 대전의 경기에서 발발한 양 팀 팬들 간 폭력사건에서 기인했다. 인천 마스코트가 도발했다는 이유로 대전 팬들이 경기장에 난입했고, 양 팀 서포터스 간 폭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사건을 막지 못한 관리 책임을 물어 인천 구단에 무관중 경기 징계를 내렸다. 리그 역사상 첫 무관중 경기의 결과는 1-1 무승부였다.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우리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10월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진행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3차전 북한과의 경기를 관중 없이 치렀다. 북한 당국이 모든 관중의 출입을 금지하면서 자발적 무관중 경기가 됐다. 더 문제가 된 것은 미디어의 경기장 입장도 허용되지 않아 중계는 물론 취재도 없었다는 점이다. 경기 결과는 0-0이었다.벤투호(號)는 지난해 11월14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진행된 조별리그 4차전도 무관중 경기로 치렀다. 레바논의 반정부 시위가 악화하자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제3국 개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경기 당일 AFC 측과 경기 감독관 등이 최종 회의를 한 후 무관중 경기를 결정했다. 이 경기도 0-0으로 비겼다. 극성스런 상대 응원단 없이 치러진 두 원정 경기에서 잇따라 득점 없이 비기자 축구 팬들의 원성은 극에 달했던 바 있다.1982년 출범한 우리 프로야구에서 올 시즌을 제외하곤 무관중 경기는 없었다. 150년 역사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2015년에서야 첫 무관중 경기가 나왔다. 그해 볼티모어지역의 대규모 폭동 사태로 흑인 소년이 사망한 사건이 원인이었다. 경기 도중 폭동의 재발을 우려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4월29일(현지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경기를 관중 없이 진행했다.올해 우리 프로야구와 축구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무관중 경기를 이어가고 있다. 선수들은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경기를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자신들의 역할을 더 잘해줘야 할 때다. 팬들 또한 랜선을 통한 응원이나마 할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해야 한다. 지금 전 세계는 리그를 진행하고 있는 우리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20-05-20 김영준

[데스크 칼럼]풍경 기억 상실

옛기억은 쉽지않다 느린 변화 탓 인식못해연평균 0.01도씩 지구 온도 상승 대표사례자연·인간 질병도 알아차렸을땐 이미 늦어우리사회에도 특정집단 악용 징후 큰 위협나고 자란 곳이라 하더라도 기록 사진이나 영상물을 보지 않고 20~30년 전 풍경을 정확하게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상징적인 건축물이나 구조물이 있었던 자리나 자주 다니던 대로변의 풍경이 어떠했는지 기억하는 정도다. 도시 풍경이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조금씩 이뤄지는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다 문득 "언제 이렇게 변했지" 하고 새삼스러울 때가 있다.변화가 매우 느리게 진행되면서 과거의 풍경이 지금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깨닫지 못하는 현상을 '풍경 기억 상실(landscape amnesia)'이라고 한다. 불규칙한 변동으로 인해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변화가 잘 드러나지 않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말하는데 정치학에서는 '잠행성 정상 상태(creeping normalcy)'라고 부른다.'총·균·쇠'로 잘 알려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앞서 출간한 '문명의 붕괴'에서 "경제, 교육, 교통 체증 등 어떤 문제가 매우 천천히 악화되고 있을 경우 한 해의 평균 수준이 그 전해에 비해 아주 약간 낮아졌다는 사실을 깨닫기 힘들며, 따라서 미세하지만 한 사람이 정상(normalcy)이라고 생각하는 기준도 매년 조금씩 변동하게 된다"고 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와 같은 변화는 사람들이 깨닫는 순간까지 수십 년간 계속 진행돼 어느 순간 몇십 년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상태였으며, 현재 정상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태가 사실은 악화된 상태임을 알게 되고는 갑자기 놀라게 된다"고 했다.매년 평균적으로 약 0.01℃씩 지구 온도가 상승해왔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확인하고 인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도 대표적인 '풍경 기억 상실' 사례다. 문제가 제기된 이후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지구 온도 상승이 일정하게 올라가는 것이냐, 일시적인 현상이냐' 등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구 온도 변화가 해마다 불규칙한 상승과 하강을 반복했기 때문에 미세한 차이가 누적돼 큰 차이를 보이기까지 단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사람에게 나타나는 질병도 이와 비슷하다. 암, 당뇨, 뇌·심혈관 질환 등 거의 모든 질병은 아주 서서히 진행된다. 잘못된 식습관이나 주변 환경, 스트레스 등이 신체에 충격을 주고 있지만, 워낙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일부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특정 질병으로 진단을 받을 때는 이미 상당기간 체내에서 보이지 않게 진행돼온 결과다. 바닷물이 밀려오면 신발과 옷이 젖을까 뒤로 물러서기를 반복하다 조금씩 옷이 젖으면 어느새 바닷물에 반쯤 잠겨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홀딱 젖어 난감한 상황에 처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한여름 분수대에서 뛰어노는 아이들도 처음에는 조심하는 듯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열이면 여덟아홉은 홀딱 젖고 정신 없이 논다.'풍경 기억 상실'은 주로 잘못된 일이 오랜 시간 조금씩 반복되는데 알아차리지 못하고 결국 큰 피해를 보게 된다는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이 현상은 자연이나 인간의 질병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우리 사회에서도 헌법적 가치를 무력화하고, 불건전한 사상이나 이념을 주입하기 위해 '풍경 기억 상실' 현상을 이용하려는 징후들이 보인다. 특정 집단이 추구하는 이념과 사상을 조금씩 흘려보내는 식이다.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 잠시 주춤했다가, 잠잠해지면 다시 고개를 들며 조금씩 수위를 높인다. 시간이 흘러 여론이 둔감해지면 마치 정당한 주장처럼 떠들어 댄다. 비판적 사고를 없애고 자신들의 이념과 정책을 관철하려는 교묘한 술책이다. 특히 교육과 안보 분야에 이런 현상이 나타날 때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멍이 들어서야 맞은 것을 아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20-05-13 이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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