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사간 잔혹한 내전… '주호민 사건' 왜 일어났나 발달장애 초등생 통합반서 학교폭력 접수피해아동 부모측, 분리조치·강제전학 요구특수교사가 조율 '개별화교육協' 열기로가해학생 등교거부하자 학부모 몰래 녹음교육協, 학폭심의위 변질 신뢰 깨지는 계기뚜렷한 매뉴얼 없이 학교장들 관행화 지적관리자 중재 뒷짐에 아동학대로 교사 신고사태 회복 마지막 골든타임마저 물건너가 이른바 '주호민 사건'으로 불리는 용인 장애아동·특수교사 간 정서적 학대 공방이 치열해질 때마다 강한 의문이 들었다. 이들이 치르는 지금의 여론전은 실상을 안다면 잔혹한 '내전(內戰)'이다. 이들은 왜 스승의 은혜를 배신한 부모와 제자에게 모진 말을 뱉은 매정한 스승이 돼버렸을까. 이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다양한 이들을 취재했고, 이를 통해 당시 상황을 교사와 부모의 입장에서 재구성했다. → 일지 참조·편집자 주■ 특수교사 곁에 아무도 없었다2022년 9월 5일. 용인 A 초등학교에 학교폭력 사안이 접수됐다. 발달장애를 지닌 민수(가명)가 통합반 친구(비장애아동) 앞에서 바지를 내렸다는 내용. 때마침 통합반 담임교사는 병가로 부재중이었다. 학교는 곧장 혜정(가명)씨를 불렀다. 혜정씨는 A 학교의 유일한 특수교사다. 특수반과 통합반을 오가며 수업을 듣는 민수를 잘 알고 있는 교사라는 게 불려온 이유다. 그렇게 혜정씨는 피해아동 학부모를 면담하는 자리에 참석해야 했다.피해 아동의 학부모는 민수가 벌인 일을 말했다. 통합반에서 생활할 때 일어난 일이라 혜정씨가 알 길이 없었다. 그럼에도 피해아동 학부모에게 민수가 발달장애 아동이며 장애로 인한 행동특성이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특수교사인 혜정씨가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하는 역할이라 여겼다. 간곡하게 설명했지만, 피해아동 학부모의 화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피해아동 학부모는 확실한 분리조치를 요구하며 분리가 안될 시 강제전학까지도 요구했다. 면담은 긴 시간 이어졌다. 그리고 민수의 통합반 수업시간을 최대한 조정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제자를 돕기위해 참석한 면담을 시작으로, 혜정씨는 어느새 이 사건의 주책임자가 됐다. 이번엔 민수 부모에게 학교폭력 신고가 접수된 것부터, 면담 내용 등을 설명해야 했다. 피해아동 학부모와의 면담도 계속됐다. 신고가 접수된 5일부터 14일까지, 장장 열흘간 양쪽 학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또 서로에게 전달하고 조율하는 일을 계속했다. 지난한 줄다리기 끝에 학교폭력심의위원회를 여는 대신, 9월 15일 개별화교육협의회를 열기로 했다. 열흘간 혜정씨의 고군분투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고군분투가 빚은 비극취재진이 만난 대다수 특수교사들은 이 '고군분투'가 문제의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시 혜정씨가 담당했던 A초 특수반은 법정인원 6명을 훌쩍 넘겼고 혼자 장애아동 8명을 가르치고 돌봐야 했다. 특히 통합반과 특수반을 오가며 수업을 듣는 민수 같은 장애아동은 가르치고 돌보는 정성이 배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경기도에서 10년차 특수교사인 A씨는 "교장과 교감, 통합반 담임교사와 관계를 잘 맺는 것부터 큰 과제다. 특수교사는 교무실에 자리도 없고 학사일정도 제때 공지를 못 받기까지 하는데, 교내 상황 파악을 못했다가는 자칫 아이 문제상황을 키울 수도 있고 결국 특수교사 책임으로 돌아온다"며 "아이의 적응을 생각하면 시간을 쪼개 (통합반을 오가며) 직접 알아보는 방법밖에 없다"고 토로했다.특수교사의 기본업무 자체가 과중한 상황에서 장애아동이 학교폭력사건에 휘말리면 특수교사가 받는 업무 하중은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하물며 혜정씨와 같은 고군분투는 학교현장에서 '비일비재'하다.가장 큰 문제는 특수교사가 온전히 장애아동의 편에 설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신고가 접수된 초기부터 학교 관리자와 통합반 교사가 주축이 돼 중재에 나서고, 특수교사는 민수를 대변하고 장애를 설득하는 데에만 역할이 부여됐다면 최소한 혜정씨가 고군분투하던 열흘 중에 민수 부모가 민수 가방에 녹음기를 몰래 넣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학교에서 우리 아이를 이해해주는 유일한 사람, 특수교사를 향한 신뢰에 균열이 일어난 것이다. ■ 교사마저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녹음기를 가방에 넣었다특수교사와 부모들은 서로를 향해 '긴밀하게 소통한다' '상호보완적 관계'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중증 자폐성 장애를 앓는 10살 아이의 엄마는 "부모들에게 특수교사는 '귀인' 같은 존재"라며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일이 부모도 힘든데, 그 힘든 과정을 함께 하며 긴밀하게 소통하고 우리를 이끌어준다. 그 고됨을 잘 알고 있어 선생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고맙다"고 표현했다.다시 사건으로 돌아가 학교폭력이 신고되고 개별화교육지원팀협의회(이하 개별화교육협의회)가 열릴 때까지, 열흘간 민수 부모 역시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신고 직후 민수가 좋아하는 통합반 수업을 약 2주간 받지 못하는 일시적 조치가 내려졌다. 이즈음부터 민수의 행동이 이전과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뜸 "잘못했어요"라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특정 어휘에 집착하는 경향도 심해졌다. 또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고, 배변 실수도 잦아졌다. 학폭사건 이후 '민수가 이해받지 못하면 어쩌지' 불안과 의심이 커지고 있는 와중이었다.13일. 등교를 앞둔 아침 민수는 급기야 학교에 가기 싫다며 강하게 저항했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괴로워하는 아이를 바라보면서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녹음기를 가방에 넣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둔갑한 개별화교육지원팀협의회특수교사, 부모들 모두 민수를 상대로 열린 개별화교육협의회는 사실상의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15일 개별화교육협의회에는 사건 발생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학교 관리자인 교감이 참석했다. 피해아동 부모가 민수와 분리를 요구했기 때문에 통합학급 수업 지원인력 배치, 통합교육 점진적 참여 확대, 통합교육 원상 복귀 후 외부 전문가 긍정적 행동지원, 성교육 진행 등 사실상의 학폭 처분조치가 결정됐다.수원시장애인부모회 소속 한 부모는 "개별화교육협의회는 아이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절차이지, 징계하는 기구가 아니다. 장애학생 학폭사건 관련 매뉴얼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의 특수성을 고려해 학폭위 대신 개별화교육협의회로 진행한다지만, 부모 입장은 그 협의회에서 이런 일을 다루는 상황 자체가 이례적으로 느껴지고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개별화교육협의회를 믿었던 부모 입장에선 신뢰가 완전히 깨지는 계기였을지 모른다. 이 지점에서 특수교사들은 학폭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개별화교육협의회가 변질되는 관행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정원화 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은 "개별화교육협의회는 학기마다, 때론 논의가 필요할 때마다 학생 개개인에 대해 교육계획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자리"라며 "아이가 평소와 다른 행동양상을 보이면 어떤 요인 때문인지 특수교사, 학교관리자, 장애아동 부모 등으로 구성된 개별화교육협의회가 원인과 대책을 같이 찾는다. 개별화교육협의회는 신뢰로 이뤄진 협력관계"라고 강조했다.하지만 학교폭력에 대해선 뚜렷한 매뉴얼이 없다. 그러다보니 민원과 책임을 피하고 싶은 학교관리자들은 특수교사를 종용해 개별화교육협의회로 선회하려 하고, 특수교사와 부모들도 혹시 하는 걱정에 관행을 따르고 있다는 게 특수교육계의 설명이다. 김정선 전국교원노동조합 특수교육위원장은 "통합교육이 안정화되려면 장애아동들도 학폭사안이 발생했을 때 원칙과 절차를 따라야 한다. 그 이후에 장애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개별화교육지원팀이 협의해 함께 교육을 고민했어야 맞다"고 지적했다.녹음 확인 후 민수 부모는 특수교사와 분리를 원했다. 경기도교육청에 절차를 문의했다. 교육청은 "아동학대는 최초 학대행위 발견자에게 신고의무가 있고 학부모도 해당되니 직접 신고를 해도 된다"고 답했다. 그래도 신고는 두려웠다. 교장을 만났지만 고소를 해야만 교사 분리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말뿐이었다. 결국 21일 민수 부모가 혜정씨를 아동학대로 경찰에 신고했다. 28일, 혜정씨는 학교에 교권보호위원회를 요청했지만 '(신고는) 학부모의 권리'라는 이유로 묵살당했다고 전해진다. 학교 측은 "요청을 거절한 일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 사건에서) 학교 관리자가 부모와 교사의 중재를 유도해야 하는데 오히려 고소를 이야기했다. 현재는 학교장과 자문해준 교육청은 쏙 빠져있다"고 꼬집었다. 그렇게 신뢰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 허무하게 지나갔다. /공지영·김산·이영선기자 jyg@kyeongin.com1일 웹툰작가 주호민씨가 자신의 자폐성 장애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가 유죄를 받은 선고 공판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회견을 하고 있다. 2024.2.1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웹툰작가 주호민씨 아들에 대한 아동학대 사건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30대 특수교사 A씨가 6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 수원법원종합청사 앞에서 항소장 제출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2.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특수교사와 학부모 간의 신뢰는 두텁고 매우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사진은 특수교사와 학부모의 모습. /경인일보DB기사 전문 온라인
■ 포천 이동갈비제대로 갈비 뜯으려면 포천으로 '이동'갈빗살에 칼집을 넣어 넓게 편 다음 양념장에 재워두었다가 숯불에 구운 것이 특징이다. 갈비와 갈비의 나머지 살을 이쑤시개에 꽂아서 만드는 이동갈비는 포천시 이동면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동갈비'라는 명칭은 30여 년 전부터 이동에서 이동갈비의 원조로 식당을 운영해 온 이영구 씨의 부친인 이인규 씨가 고장의 이름을 따서 '이동갈비'라고 이름 붙인 데서 유래했다.■ 용인 백암순대국속이 꽉찬 순대, 배가 꽉차도록 '든든'120년 역사가 있는 용인 백암면 5일장에서 시작됐다. 소를 팔고 돌아가는 헛헛한 마음을 달래주던 것이 순대국밥이다. 고기가 흔했던 백암장터의 아낙들이 모여 함께 순대를 만들고 돼지 국물을 부어 팔았던 것이 팔도 장사꾼들에 의해 전국으로 소문이 번지며 유명해졌다. 백암순대는 다른 지역의 순대보다 야채가 훨씬 많고 순대 소가 성글고 거칠었는데, 이는 아무리 소를 키우고 돼지를 쳐도 고기 한 점 맛보기 힘든 장터 사람들에게 고기 씹는 행복과 포만감을 느끼게 해 주기 위한 장터 인심이었다. 10여년 전 우시장은 사라졌지만, 백암순대의 명성만은 그대로 남아 순대 한 그릇에 행복해 했던 그 시절 낭만을 느끼게 해준다.■ 의정부 부대찌개무조건 숟가락 돌격 '의정부 상륙작전'그대로 해석하면 '군부대의 찌개'다. 한국전쟁 직후 모두가 어려웠던 시기였지만 전쟁을 위해 군부대만큼은 먹을 것이 풍족했다. 미군기지는 본국에서 보내온 음식이 넘쳤다. 핫도그와 깡통에 든 햄, 소시지는 한국인들에게 낯선 음식이었지만 가릴 것 없던 시절 우리 입맛에 맞춰 먹는 방법을 연구한 결과 탄생한 것이 부대찌개다. 처음에는 '부대'란 이름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어 공식적으로는 '명물찌개'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미군부대가 밀집돼 재료 구하기가 쉬웠던 의정부에서 가장 빨리 퍼졌고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간혹 부대찌개를 존슨탕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존슨 대통령이 미군기지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부대찌개를 맛보고 최고의 맛이라 호평했던 것이 유래라는 말도 있고, 미국에서 흔한 이름이 '존슨'이어서 그렇게 불렀다는 설도 있다.■ 양평 옥천냉면'평양'냉면과 다른 신세계 '양평'으로…1952년 황해식당으로 시작한 '옥천냉면'은 살얼음 동동 띄운 국물에 찰랑거리는 면발의 느낌이 좋아 지역 주민은 물론 관광객도 많이 찾는 냉면집이다. 한국전쟁 때 피란 온 고(故) 김순덕씨가 황해도식 냉면과 완자, 편육 세 가지 메뉴로 장사를 시작했고 지금은 지명에 따라 '옥천냉면'으로 부른다. 면발은 메밀과 고구마 전분을 섞어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돼지고기만을 사용해 오랜 시간 우려낸 육수는 잡내가 없어 깔끔함이 일품이다.■ 평택 간장게장이런 밥도둑, 우리집 냉장고에 무기징역간장게장은 한국의 전통적인 해산물 요리로 게를 간장과 함께 조리하는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다. 게를 간장과 함께 조리하면 게의 풍미가 더욱 돋보이고 간장의 진한 맛과 조화를 이뤄 한국의 대표 음식 중 하나다. 한국 음식의 오랜 역사와 해양문화 등이 깊게 연관돼 있는데, 기록으로 보면 조선시대(1392~1910년)에 처음 등장했다. 특히 평택을 비롯한 한국의 해안 지역에서는 신선한 게를 얻기 쉬워서 간장게장이 더욱 발전해 대를 잇는 간장게장 맛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주 천서리막국수매콤달콤 양념장, 보기만 해도 '막' 끌려여주 천서리의 막국수촌은 1987년 평안북도 강계 출신의 실향민이 터를 잡고 막국수 집을 열면서 형성됐다. 가게마다 양념장 비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달콤하면서도 칼칼한 매운맛이 천서리 막국수만의 특징이다. 테이블에 앉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면 육수가 담긴 주전자를 가져다주는데, 약간의 후추를 치고 뜨거운 육수를 호호 불어 마시면 진한 국물의 맛이 입맛을 돌게 한다. 천서리 비빔 막국수는 국수 밑에 양념장이 숨겨져 있다. 매콤한 양념의 맛은 상큼하고 시원한 백김치가 중화해 계절 가릴 것 없이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이천 쌀밥임금님께 올리던… '내가 조선의 쌀이다'예로부터 임금님께 진상하던 이천 쌀은 윤기 있고 밥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갓 지은 찰진 밥 한 그릇만 있어도 마음이 든든하고 별다른 반찬 없이 술술 넘어간다. 이천 쌀밥은 고슬고슬하게 잘 지은 밥이 일품이지만, 거기에 푸짐한 반찬까지 맛볼 수 있어 한식의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주 소머리국밥소머리 달여먹고 벌떡… '국밥달인' 인정1970년대 들어 새로 등장한 향토음식이다. 광주 소머리국밥은 역사가 짧아 다른 지역의 국밥처럼 시장과 같은 개연성은 찾기 어렵다. 1970년대 중반 곤지암에서 포장마차를 하던 한 부부가 있었는데, 병치레가 잦은 남편을 위하던 부인이 '소머리를 달여 먹이면 오장육부의 기능이 활발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편에게 끓여 먹인 것이 발전해 소머리국밥이 됐다고 전해진다. 부인은 남편의 건강을 찾아주기 위한 보양식으로 만든 소머리국밥을 포장마차의 메뉴로 손님에게 내놓았는데 반응이 좋아 지금의 소머리국밥 식당으로 발전했다. 1980년대 초부터 광주시 곤지암읍에 소머리국밥 식당이 하나둘씩 들어서면서 현재 곤지암읍 곤지암리 일대에는 소머리국밥 골목이 형성될 정도로 소머리국밥 식당이 성업 중이다.■ 수원 왕갈비(탕)'왕' 크니까 '왕' 맛있다… 갈비의 '왕'1940년대 수원에는 전국 3대 우시장 중 하나가 있었다. 수원 우시장은 연간 소 거래량이 2만마리가 넘을 정도로 성행했던 만큼 근처에는 자연스레 소 갈빗집이 생겨났다. 수원 왕갈비의 시초는 해방 후, 지금의 영동시장 싸전 거리에 문을 연 해장국집 '화춘옥'이다. 해장국에 넣어주던 소갈비를 소금으로 양념해 숯불에 굽자 신문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수원 곳곳에 '수원 왕갈비'라는 이름의 식당이 우후죽순 문을 연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수원시는 1985년 수원갈비를 고유 향토음식으로 지정했다.■ 대부도 바지락 칼국수'대부'도 '칼'국수… 어쩐지 쫄깃하더라대부도 앞바다에서 바로 공수해 온 해산물로 만드는 바지락 칼국수는 맛도 맛이지만, 철분과 비타민B가 풍부해 건강에도 이롭다. 부드러운 면발과 신선한 바지락으로 큰 그릇에 가득 담겨 나오는데, 당근과 호박, 바지락의 시원함이 어우러져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손님들을 사로잡는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바지락의 식감과 부드럽고 쫄깃한 칼국수 면발이 입안을 즐겁게 만든다. 광활한 바다를 보며 먹는 바지락 칼국수는 눈과 입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인천차이나타운 짜장면"와따 이 짜장 재밌네~" 웃기는 짜장짜장면은 장을 볶아 면과 함께 먹는다는 뜻이다. 짜장면의 뿌리는 인천의 화교들이다. 1882년 임오군란 때 제물포(인천)에 주둔한 청나라 군대를 따라온 군역상인 40여 명이 우리나라 최초의 화교들이다. 인천에는 산둥성 출신 중국인 노동자(쿨리)들이 진출했는데, 이들이 부두에서 일하면서 간편하게 먹을 음식이 필요했다. 중국에서 인천으로 온 화교들이 중국식 짜장면을 만들어 팔았고, 이후 한국인 입맛에 맞게 변형을 거듭해 오늘날의 짜장면이 됐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짜장면을 처음 판 곳은 1905년 인천차이나타운에 문을 연 중화요릿집 '공화춘'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인천차이나타운 곳곳에 중화요릿집이 성업하고 있다.■ 신포시장 닭강정신포시장엔 맛있는 거 옆에 맛있는 거인천차이나타운에서 개항장 거리를 따라서 걸으면 신포국제시장을 만날 수 있다. 신포시장 명물 '신포닭강정'은 커다란 솥에 특제소스를 버무려 튀겨 낸다. 부드러운 육질에 매콤달콤한 소스가 어우러져 다른 지역 닭강정과는 확실히 다른 맛을 낸다. 신포닭강정은 시장에서 곧바로 뜨겁게 먹어도, 집에 가져가서 식혀 먹어도 모두 매력적이다. 쫄면과 만두로 전국적 프랜차이즈로 확대된 신포우리만두 본점, 1978년 문을 연 신포순대, 공갈빵 등 신포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넘친다. 신포시장에서 닭강정을 먹으려면 어느 집이든 긴 줄을 서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강화 고려인삼거란이 고려한테 꼼짝 못한 이유가 혹시?강화 인삼은 고려 고종(1232년) 때부터 재배를 시작한 고려인삼의 혈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고려인삼은 원래 개성을 중심으로 재배됐다. 한국전쟁 이후 개성에서 인삼을 재배하던 농민들이 가까운 강화도로 피란을 오면서 1953년께부터 강화 고려인삼이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강화 고려인삼은 사포닌 성분이 많아 타 지역 인삼보다 효과·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강화군이 6년근 인삼의 주요 생산지로 자리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강화인삼농업협동조합, 강화고려인삼영농조합법인, 강화초지인삼영농조합법인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김성주·박경호기자 ksj@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지역 곳곳 핫플 누비니… 어랏, 하루가 짧네 [경기]안성 고삼호수, 몽환적 분위기 사진명소수원 서장대, 탁트인 시야 시내를 한눈에파주 심학산, 등반에서 일출까지 딱 30분고양 송포백송, 사시사철 푸른기세 간직여주 회양목, 300년 세월 견뎌낸 노거수 ①신비한 풍경 속에서 마주하는 해=안성 고삼호수안성 고삼호수는 당초 농업용수를 위해 1960년에 준공된 저수지이지만,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새벽 풍경이 신비로움을 넘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사진 애호가들이 즐겨찾는 명소다. 작은 언덕을 넘어 보이는 호수, 좁은 둘레길을 돌아서면 마주하는 호수는 마치 여러 개의 호수가 모인 듯 길과 방향에 따라 각각 다른 모습도 고삼호수의 매력이다. 주소: 경기 안성시 고삼면 봉산리 679②수원화성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곳=수원 서장대조선조 이태조가 '아름답고 사통팔달한 산'이라고 이름 붙인 팔달산, 그 중에서도 서장대는 팔달산 정상에 위치한 만큼 일출·일몰 명소다. 서장대에 오르면 동서남북으로 시야가 탁 트여 시 전체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고, 수원 시내와 화성행궁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와 도시의 아침이 깨어나는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단순히 일출뿐 아니라 우리 문화유산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다. 주소: 경기 수원시 팔달구 남창동 산 1-1③가볍게 다녀오는 해돋이=파주 심학산파주 심학산은 조선 숙종이 애지중지하던 학 두 마리가 도망쳤는데, 이후 학을 찾은 곳이라고 해서 '심학(尋鶴)'으로 불리게 됐다. 해발 194m이지만 등반에서 일출 감상까지 30분이면 충분하다. 서울과 고양, 파주, 김포는 물론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풍광까지 한눈에 담긴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의 물줄기와 임진강 하구의 철새들이 어우러진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져 깊은 사색으로 안내한다. 주소: 경기 파주시 산남동■ 강한 생명력에서 희망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①백송의 기품=고양 송포백송백송은 나무껍질이 넓은 조각으로 떨어져 전체가 흰빛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고양 송포 백송은 조선 세종(1418~1450) 때 김종서가 개척한 육진에서 복무하던 최수원이 고향에 돌아오는 길에 가져다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백송은 대체로 수령이 오래되고 햇빛을 많이 받을수록 줄기의 흰빛이 뚜렷해진다. 송포 백송은 다른 백송보다는 덜 흰빛을 띠지만, 가지가 무성하고 울창해서 기세가 상당하다.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사시사철 푸르른 모습이 희망을 준다. 주소: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1000-8②국내 최고 회양목=여주 효종대왕릉 회양목효종대왕릉 회양목은 천연기념물 459호로 지정됐다. 수령은 약 300년으로 추정된다.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생물학적인 가치가 큰 노거수인 데다, 1673년 조성한 효종대왕 영릉 재실과 오래도록 함께한 역사성이 크다. 사람들이 알아봐 주지 않아도 한자리를 지키며 300년 세월을 견뎌낸 효종대왕릉 회양목은 지금도 은은한 아름다움과 우아한 풍채로 그 자리에서 관람객들에게 용기를 전한다. 주소: 경기 여주시 세종대왕면 왕대리[인천]월미공원 양진당, 전통놀이 체험장 변신월미산 전망대, 인천대교까지 조망 가능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전통공예 체험도심관광 전통시장 기막힌 먹거리 투어시티투어, 온가족 인천 한바퀴 둘러보기 ■ 가족과 함께하는 전통문화 체험 나들이설 연휴 '가족 체험 나들이 명소'로 서울에 남산골 한옥마을이 유명하다면 인천에서는 월미공원이 있다. 월미공원 양진당은 설·추석 연휴 기간 민속놀이 체험장이 열리는 장소다. 월미공원에 있는 양진당은 경북 안동에서 풍산 류(柳)씨 시조 제사를 모시는 대종가를 재현한 것이다. 현재 안동하회마을에 가면 입암고택(立巖古宅) 현판이 걸린 집이 있는데, '입암'은 서애 류성룡 선생의 부친 류중영 선생을 지칭하는 것이다.이번 설 연휴에도 양진당 앞마당에서 전통놀이 체험장이 열린다. 부모, 자녀가 함께 제기를 차고 굴렁쇠를 굴리고 널뛰기를 벌이고 비사치기(돌치기)·투호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양진당에 찾아간다면 전통놀이를 한 다음 월미공원 산책을 권한다. 양진당에서 월미공원 정문 방향으로 가는 길은 창덕궁 후원 부용지, 전남 담양 소쇄원, 경북 영양 서석지 등을 본떠 만든 정원이 이어진다. '모조 정원'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가볍게 산책하며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월미공원에서 '월미산 전망대'를 빼놓을 수 없다. 서해와 인천항 내항(갑문), 중·동구 일대, 인천대교를 조망할 수 있다. 목재 계단 또는 경사가 완만한 산책로를 통해 3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한다. 노약자가 있어 걷기 불편하면 정문 쪽에서 출발하는 물범카를 이용하면 된다. 물범카는 하루 9~10회 4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이용요금은 왕복 1천500원(성인 기준)이다.연휴 기간마다 월미공원 방문객들은 교통체증과 주차난에 시달린다. 꽉 막힌 도로에서 시간을 보내기 싫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좋다. 경인전철 1호선 또는 수인선으로 인천역에 하차한 뒤 월미바다열차로 이동하면 된다.교통체증 없이 자가용으로 전통문화체험 나들이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미추홀구에 있는 인천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방문을 추천한다. 설 연휴 기간 중 9~1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전통공예 체험 행사가 열린다. '소금 만들기' '머리끈 만들기' '에코백 단청문양 그리기' '연필꽂이 제작' '손수건 수놓기' 등 9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날짜별로 체험 내용과 시간, 인원(선착순 20명)이 정해져 있으니 사전에 전수교육관에 문의하고 가는 게 좋다.■ 인천 도심 관광의 필수 코스, 전통시장 투어인천 각지에 있는 전통시장에 가면 지갑이 얇아도 부담 없이 풍성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온 가족이 모여 먹을 식재료를 집에서 가까운 시장에서 구입해도 된다. 설 연휴 기간 전통시장 주변 도로 주차가 허용되기 때문에 주차 걱정 없이 시장을 즐길 수 있다. 지역별 시장과 대표 메뉴는 ▲중구 신포국제시장(닭강정, 산동만두, 공갈빵) ▲연수구 옥련시장(왕만두, 족발, 생선회) ▲미추홀구 신기시장(손칼국수, 순댓국, 모듬전) ▲남동구 모래내시장(국수, 호떡, 떡볶이) ▲서구 가좌시장(꼬다리김밥, 수제어묵, 떡갈비) ▲부평구 부평종합시장(닭강정, 꽈배기) ▲계양구 계산시장(멸치국수, 숯불김, 치킨) 등이다.인천에 살면서도 인천을 제대로 알지 못한 시민들, 오랜만에 고향 인천에 찾아온 인천사람들, 타 지역 손님맞이를 준비하는 이들은 설 연휴에 인천시티투어를 타고 인천을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다. 가족티켓 한 장으로 온 가족이 탑승할 수 있는 설맞이 이벤트가 9일(금)과 11일(일) 적용된다. 인천지하철 1호선 센트럴파크역(송도동) 3번 출구 쪽에 있는 인천종합관광안내소에 방문해 가족관계증명서를 보여주고 가족티켓을 구입하면 된다. /김명래·김성주기자 problema@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수원 서장대에서 본 일출. /경기관광공사 제공파주 심학산에서 본 일출. /경기관광공사 제공고양 송포백송. /경기관광공사 제공여주 효종대왕릉 회양목. /경기관광공사 제공월미공원 양진당 투호놀이 모습. /인천관광공사 제공인천 미추홀구 신기시장 풍경. /경인일보DB인천시티투어 버스. /인천관광공사 제공
용솟음 치는 기세로… 푸르른 그대가 주인공입니다 ■ 쥐띠한 번 정한 목표 변동하지 말고 끝까지 한 우물 파도록=고진감래이다. 시험, 취업 등 준비기간에는 고통과 괴로움이 따르나 합격의 영예를 얻으니 고통은 일시에 사라지고 경사로운 일이 생기게 된다. 인내가 승패의 관건이 되니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의미 되새기며 내일을 위한 고통을 참아야 한다.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기회 놓칠 수 있으니 한번 정한 목표 변동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 다하며 주변 상황이나 변화에 신경 쓰지 말고 오직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면 반드시 소원 성취하게 된다. 길이 멀어도 서두르지 말고 끝까지 한 우물을 파라.■ 소띠개혁의 운기 강하니 과감한 행동·정리 이로워 =과감한 행동으로 일을 성취하는 격이니 매사 적극적인 노력과 사고방식이 성공의 승패임을 명심해야 한다. 옛것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니 처음에는 힘들고 낯선 일면이 많이 있겠으나 차츰 안정되어 원하는 목적 이루게 된다. 움직일 때 움직이고 길 나설 땐 과감히 행동해야 한다. 사람을 바꾸고 개혁하는 변화 운기가 강한 때이니 순간의 손실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정리하는 것이 이로운 길이다. 사업, 혼인, 시험 등에 좋은 결과 예상되니 희망의 등불을 켜고 당당히 길을 준비하라.■ 범띠의리와 신용이 성공의 열쇠이니 중도에 변하지 말아야=지나친 확장이나 투자로 어려움이 많아지고 마음고생이 따르는 한 해가 되니 무슨 일이든 분수에 맞게 능력 범위 내에서 계획하고 일을 추진함이 바람직하다. 이동 변동 등의 문제 신중히 결정하고 남의 말만 듣고 시작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자신의 책임 하에 일을 추진함이 좋다. 의리와 신용이 승패를 결정짓는 요인이 되니 한 사람을 정했으면 끝까지 의리 지키고 작은 이해나 오해 때문에 등 돌리고 쟁투하는 일 없도록 자제해야 한다. 시험, 학업 등에 상당한 발전이 기대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본다.■ 토끼띠자신의 이익보다 환경의 이해관계에 순응하는 것이 이로운 길=강하고 급한 성격 때문에 남과 부딪치고 충돌하는 일면이 많아지는 때이니 마음의 안정이 필요한 해로 물리적 충돌이나 극단적인 감정의 대립은 피하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 부부 이성 문제로 인한 다툼이 염려되고 특히 동업이나 공동사업 등에는 이익 없으니 아예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길보다 주어진 일에 최선 다하며 주변 환경의 변화에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는 것이 좋다. 순간의 손실이 있더라도 자신의 이익보다 주변의 이해를 먼저 헤아리는 마음이 필요하다.■ 용띠과도한 투자는 실패로 이어지니 안정적인 길 가도록=꽁꽁 얼어붙은 땅에 씨를 뿌리는 형상이니 투자 등의 문제는 여유를 두고 결정해야 후회 없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본다. 자신의 생각대로만 밀고 나가면 실패할 개연성이 크니 환경의 변화를 잘 살피며 자존심보다는 실리를 따라야 한다. 급료 생활이 좋고 사업 등은 불리하니 정도에 지나친 투자 투기 등은 자칫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급작스런 변동보다는 주어진 일에 최선 다하면 후반기부터 점차 안정되어 편안한 한 해를 보내게 된다.■ 뱀띠작은 선행이 큰 보답으로 돌아오니 명예로운 길이 열리고=주위 환경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답답한 형상이지만 평소 쌓은 은덕이 나타나 귀인 도움으로 어려움에서 탈출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이 나를 비방한다고 강하게 맞선다면 일이 수포로 돌아가니 사사로운 감정은 숨기고 주변 사람과 힘을 합치면 명예로운 길이 열린다. 중도에 어렵다고 변덕 부리면 모처럼의 운세가 사라지게 되니 은근과 끈기를 갖고 정진하라. 재물과 명예보다는 어떤 사람들과 교류하느냐에 성패가 걸려 있으니 좋은 인연을 만나야 성공한다.■ 말띠잦은 이해충돌로 마음근심 생기나 윗사람 섬기면 행운이 따를 수도=변화와 이동이 많아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본다. 직업 변동, 가택 이사, 여행 등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희망을 갖게 되나 이해충돌 대립의 암시가 있으니 자기중심 지키며 매사 신중하고 조심성 있는 행동이 요구되는 때이다. 약속이나 계약 등의 일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니 능력 밖의 일은 자제하고 감정적 대립보다는 화해와 타협의 길을 가야 한다. 연장자를 공경하고 윗사람을 잘 섬기면 행운이 따르니 불우한 이웃에 덕을 베푸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말라.■ 양띠사업·승진 좋은 결과 기대 확실한 길로 재점검 해야=나의 작은 희생과 정성이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타인이 감동을 하여 뜻을 함께하니 많은 인연을 만나고 주변의 협조와 지지로 소원을 이루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험 승진 등에 좋은 결과가 기대되니 한번 정한 목표 바꾸지 말고 끝까지 밀고 나가면 소원을 이룬다. 동업이나 협력을 통한 공동사업 등에 이익이 많아지나 지나친 투자나 투기 등은 자제해야 한다. 확실한 길도 재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남을 속이거나 치사한 방법을 쓰지 않는 것이 이롭다.■ 원숭이띠말 한마디에 천 냥 빚 갚을 수도 천 냥 빚을 질 수도=무엇보다도 독립심이 필요한 시기이니 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려는 습성 버리고 강력한 의지로 밀고 나가야 좋은 결과 있게 되고 편안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본다.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해도 실질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니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해결하는 습성을 길러야 한다. 이동 변동은 후반기에 가능하고 재물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니 과도한 욕심은 버리는 것이 이롭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고, 천 냥 빚을 질 수도 있으니 신중한 행동이 요구되는 때이다.■ 닭띠경우에 어긋나는 행동 관재 구설로 이어져… 후반기 운기 회복 성과 보여=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여 후회할 일 많이 생기니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뜻이 맞지 않으면 행하지 말아야 한다. 적과의 동침 불편한 관계 지속되나 쟁투하지 말고 목적이 성취될 때까지 참고 또 참아야 한다. 위험 분실 도난 등 공든 탑이 무너진다는 암시가 강한 때이니 남을 너무 믿지 말고 명분 없는 일에 지나친 개입은 자제하라. 직업문제 투자 등으로 고민 생기나 새로운 길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욕심내지 말고 정진하면 후반기부터 점차 운기가 회복되어 다소의 성과가 있겠다.■ 개띠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말라 재물 운기 상승… 덕 베풀어야=시빗거리가 많아지고 가족 친지 지인 등 주변 사람들과 불화 마찰이 염려되니 마음 바로 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사소한 일에 목숨 걸고 남과 대립하는 일은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피해와 상처를 남기게 된다. 남의 잘못을 너무 떠벌리거나 시비 가리는 일 즐겨하지 말라. 재물운기는 상승하니 주어진 일에 최선 다하면 금전 이익은 많아진다. 다소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도 먼저 손 내밀고 덕을 베풀면 더더욱 운세가 밝아지니 남 돕는 일 인색하지 말라.■ 돼지띠혼자의 힘보다는 협력해야 금전·명예이익 많아지는해=바른 마음과 지극한 정성으로 사람을 대하니 좋은 일이 생기고 금전 명예이익이 많아지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본다. 생각지도 않는 사람의 도움을 받게 되고 협력 협조의 조화 관계가 성립되어 운세를 더더욱 발전시키는 계기가 마련된다. 어려운 이웃에 관심을 갖고 온정을 베풀어라. 하나를 잃고 둘을 얻으니 하늘이 감동하여 천복을 내려줌이다. 가택 이사 직업 변동 등의 일이 있다면 방향 선택을 잘해야 하며 투기 등에는 불리하니 부정한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 7면서 계속([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 이준아 '하찮은 진심' ①)나같은 사람이 보이는 친절한 태도는 그냥 악함의 상징 같은 겁니다… 잘못되었습니까?감사가 끝나고 얼마 있지 않아 우부장은 이천에 소재한 식품공장으로 발령을 받았다그녀는 '김용문이 미쳤나 봐'를 외치며 점심을 먹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특식은 뭘까 <우하늘 부장의 녹취록 中>친절함과 다정함의 힘을 부릴 수 있는 사람들은 따로 있습니다. 나 같은 사람이 보이는 친절한 태도는 그냥 약함의 상징 같은 겁니다. 잘 보이고 잘 들리기 위해서는요, 더 날을 세워서 똑바로 꽂아야 합니다. 그게 잘못되었습니까? 그 날의 외근을 끝으로 밀키트 출시가 마무리되어 우부장과의 단출한 외출도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긴 시간 우부장이랑 붙어 다니느라 욕봤다며 앞다투어 나의 공을 치하해주었지만, 나로서는 상당히 께름칙한 마지막 장면으로 속이 후련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그의 성대모사를 하는 일도 줄어들었다. '어, 음, 저기 김이현씨는 그게 밥 한 공기 칼로리인 거는 알고 먹는 건가? 밥을 다 먹고 그걸 먹는다는 게 좀 그렇지 않나?' 김이현에게 아부성 바닐라 라떼를 건네며 짤막한 꽁트를 선보이긴 했지만, 그마저도 전처럼 반응이 크지 않아 민망한 뒤끝만을 남겼을 뿐이다.그리고 머지않아 김이사의 호출이 있었다. 처음으로 대면한 자리에선 시장에서 밀키트 반응이 나쁘지 않다며 최전선에서 일을 진행한 장본인이니 혹시 더 보태고 싶은 의견이 있는지 물어왔다. 최전선에서 일을 진행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우부장이라는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그 자리에 우부장은 불려오지 않았기 때문에 칭찬도 부담도 그저 내 몫이었다.정해진 업무를 따라가기에도 급급했던 주제에 의견이랄게 있을 리 만무했던 나는 이 기회에 SNS 홍보를 더 적극적으로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뻔하디뻔한 답을 내놓았다."음, 좋은 생각이네. 그래 이렇게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피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회사에 미래가 있어요. 그래, 우부장이랑 일해보니 어떻던가? 그 사람이 뭐랄까, 노멀하진 않잖아? 같이 일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어땠어요? "별 시답잖은 아이디어에 호평을 받은 것도 얼떨떨한 데다, 직속 상사에 대한 평가를, 그것도 임원에게서 대면으로 요구받는 상황에 뭐라고 대꾸를 해야 할지 뇌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데 김이사가 별안간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아, 걱정하지 말아요. 지금 내가 뭐 이간질을 하라는 게 아니고, 들리는 이야기들이 좀 있어서 확인해보려는 것뿐이니까. 계속 같이 다녀봤으니까 잘 알 거 아니에요. 거래처에서는 뭐 특별히 문제 같은 거 없었어요?"문제라, 그 문제가 단순히 기능적인 것을 칭하진 않는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우리 우부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페왕' (페이퍼의 왕, 서류와 절차에 누구보다 진심이라는 뜻이다) 이라 불릴 정도로 정해진대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별명에 깃든 것은 경외보다는 팔 할이 조롱이었다. 맡은 일에는 오차가 없었지만, 그 일 처리라는 것이 조직을 매끄럽게 굴리기 위함이라기보단 '예외적인 상황'에 대한 어떤 강박적인 거부감 같은 것에 기인한 것이라 오히려 상대방을 겸연쩍게 만들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직원들이 궁금해해서 그러는데 다 같이 먹어보게 추가 샘플 좀 더 주실 수 없냐는 갑의 애교 섞인 요청에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정해진 견본은 여기까지라서요, 제품 평가하기엔 그 정도면 된 것 같은데요', 로 말을 끊는 사람이었다. 오로지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전달할 때만 발휘되는 그 고도의 집중력은 상대방에게서 풍겨오는 당혹감, 어색해진 공기 따위를 파악하는 데에는 간데없이 사라져 숨이 막히는 건 늘 내 쪽이었다.그런 문제를 말하는 걸까, 그런 거라면 지금 당장 생각나는 일화만 해도 한 보따리인데, 근데 또 고작 그런 문제가 '문젯거리'가 되는 걸까, 생각이 폭주했다. 하지만 이후에 김이사가 제기한 문제라는 게 너무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 꼬리를 잇던 상념 덩어리들은 도화선을 잃은 폭탄처럼 머리 한구석을 차지한 채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사실은 우부장이…… 아, 나 이거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여직원들 사진을 자꾸 찍는다는 말이 나와서 그래. 그거에 대해선 뭐 아는 거 없어요? 김용문 사원이 친한 여직원들이 많다던데. 외근 나가서도 뭐, 여자들 몰래 찍고 그런 일 없었어요? 괜찮아요. 오늘 나온 이야기는 절대 밖으로 새 나가지 않을 테니까."사람이 좀 찌질하긴 해도 이렇게 끝도 없이 추잡하진 않았는데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혼란함이 나를 덮쳐왔다. 김이사는 내 표정에서 어떤 신호를 읽었는지 조용히 누군가를 호출했다. 어느샌가 사내 분위기와 겉도는 말끔한 정장 차림의 남자가 들어와 노트북을 펼치고 앉아있었다. 김이사는 '아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대답해요. 들리는 말로는 우하늘 부장이 김용문 사원의 외모나 학벌에 대해 공격적인 발언을 했다는데 맞나요?' 따위에 반박하기 힘든 질문들을 몇 개 던졌다."그게, 그런 말을 하시긴 했는데 공격적이라기보다는……""그러니까 했다는 말이죠?""네 뭐, 하시긴 했죠. 그렇긴 한데……."김이사의 연이은 강속구에 좀처럼 맥을 못 추고 있을 때 회심의 질문이 던져졌다."몰래 여자들을 촬영한다거나 성추행을 하는 장면을 목격한 적도 있고요?"김이사의 말투에서는 갈급함이 묻어나왔다. 하지만 나는 그 질문에 있어서만큼은 정확하게 힘을 주어 대답할 수 있었다."아니요, 본 적이 없습니다."나는 김이사의 결정적인 문제 제기에 힘을 실어주지도, 그렇다고 우부장을 제대로 대변해주지도 못한 채 찜찜하게 그 방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젊은 인재 운운하며 나를 환대하던 김이사의 태도는 인터뷰가 마무리되자 눈에 띄게 성의가 없어졌지만 내 미련한 머리는 예기치 않게 쏟아진 질문세례와 관련된 기억을 뒤지는 것만으로도 벅찼다.자리로 돌아왔을 때 홍대리는 카톡 창을 컴퓨터 화면에 버젓이 띄워놓고는 누군가와 이모티콘을 잔뜩 섞어 정신 산란한 대화를 이어가는 중이었다. 빠른 속도로 타이핑 하는 그녀의 가벼운 손가락을 보니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느릿느릿 스마트폰의 액정을 터치하던 우부장의 뭉뚝한 검지가 연상되었다.그리고는 퍼뜩 떠올랐다. 외근을 나간 날이면 주기적으로 시간이 뜬 배경화면을 캡처해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던, 이해할 수도 없었고 딱히 이해하려는 마음도 없었던 그의 기이한 행동이 말이다. <우하늘 부장의 녹취록 中>나는 다른 사람을 함부로 업신여기지 않습니다. 그런 행동도 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자리야말로 나를 업신여기는 것 아닙니까. 모든 것을 설명했는데도 자꾸 다른 답을 내놓으라고 하는 건 나를 얼마나 하찮게 여긴다는 뜻입니까. 김이사에게 강력히 문제제기를 한 사람이 다름 아닌 김이현이라는 소문이 삽시간에 회사 전체로 퍼졌고, 추잡할수록 달콤한 법인 모처럼의 사내 스캔들에 사람들은 애써 호기심을 감추려 들지도 않았다. 오직 단 한 사람, 우부장만이 외딴 섬처럼 자신의 일과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따라주는 술도 한 잔 안 받는 양반이 사진에는 또 조예가 깊으셨나 보지', 소문의 진위를 파악도 하기 전에 홍대리는 우부장이 멀찌감치 지나가기만 해도 신경질적으로 다리 위에 무릎담요를 가져왔다."근데 증거가 나왔어요? 사진이라던가….""그게 남아있겠어? 다 지웠겠지. 어쩐지 심심하면 찰칵찰칵 거리더라니, 그게 설마 진짜로 다리를 찍는 건 줄은 상상도 못했지. 그렇게 대놓고."그러니까 그렇게 대.놓.고 사진을 찍는 걸 누가 봤냐고, 정확히 피사체를 확인한 게 맞냐고, 나는 자칫 따져 물을 뻔했지만, 확신과 분노로 이글거리는 그녀의 눈을 보자 저절로 말이 꼴깍 넘어갔다.일각에서는 그동안 우부장에게 언어 성희롱을 당한 여직원들이 알게 모르게 많다며, 드디어 터질 일이 터진 거라고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정확히 누가 어떤 소리를 들었는지는 말해주지 못했다."그러지 말고 김용문씨도 이 기회에 인사팀에 신고해. 그동안 들을 소리 못 들을 소리 다 참아줬잖아."누군가는 짠하다는 듯 내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를 해주기도 했다. 나는 우부장을 둘러싼 폭풍전야 같은 현재 상황에서 내 위치가 어디쯤인지 단박에 가늠할 수 있었다. 끈 떨어진 우부장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면서 온갖 구박은 다 받고 클레임 처리까지 도맡아 해야 했던, 좋게 말해 성격이 동글동글한 거지 정곡을 찌르자면 살짝 '모자란' 캐릭터였다. 그러니까 내가 그렇게 열심히 우부장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내 치부를 드러냈을 때, 웃겨 죽겠다면서 깔깔거리던 그들의 마음속에선 '아이고 저 모지리, 좋댄다' 하고 있었던 거다. 적어도 같이 싸잡혀 한편으로 몰리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싶다가도 어쩔 수 없이 뒷맛이 씁쓸했다. 나를 대하는 김이현의 태도조차도 미묘하게 사무적으로 변해있었다.그 전까지는 우부장의 은근한 고립이 모종의 자유를 향한 고집처럼 느껴졌다면, 모두가 수군거리는 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소외감과 무지함이 그에게 덕지덕지 들러붙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 생각이 한번 자리를 잡자 어쩌다 그와 마주쳐도 전처럼 자연스러운 대응이 나오지 않았다.나는 내 보잘것없는 직장 내 동선과 그의 동선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는 중이었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는 탕비실, 점심 후 한두 시간 후 화장실로 이어지는 내 생체리듬을 그 역시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동선이 겹친다고는 해도 원체 동석을 꺼리는 성향이신지라 대화가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지만 전 같았으면 자연스러웠을 안부 인사조차도 얼굴 근육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그렇게 며칠이나 지났을까,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던 어느 날, 홍대리는 늘 그렇듯 지나가는 말로 '우리 점심 요 앞에 새로 생긴 파스타 집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갈래요?' 라고 물었고, 나는 입사 이래 처음으로 '네 저도 파스타 먹고 싶어요'라고 대답을 했고, 홍대리는 예상치 못한 나와의 합석에 잠시 당황을 했고, 그렇게 쥐꼬리만 한 밀가루면 주제에 한 그릇에 만 칠천 원에 육박하는 로제 뭐시기 파스타를 홍대리와 김이현을 포함한 네 명의 여직원들 사이에서 꾸역꾸역 먹게 되고 만 것이었다.메뉴를 고르고 각자의 컵에 물을 따르고 주문을 하는 동안에는 제법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파스타를 먹고 싶다니 의외였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느냐부터 주말에는 주로 뭘 하는지, 더 나아가서는 여자친구가 있는지 (이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김이현 쪽으로 시선이 향했는데 너무나도 순수하게 나 몰라라 하는 그녀의 표정에서 남아있던 일말의 희망마저도 와르르 무너짐을 느꼈을 뿐이고) 하는 내 신변잡기에 대한 다정한 질문들이 오갔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답하고 싶었지만 실제로 나는 파스타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주말에는 그저 게임이나 할 뿐이고, 여자친구는 있을 리가 없으니 답변이 시원찮을 수밖에 없었다.피차 어색한 시간을 뚫고 마침내 메뉴가 모두 나왔을 때, 나를 제외하고는 왜 모든 주문을 한 사람이 도맡아 했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샐러드, 피자, 파스타 두 종류를 가운데 놓고 사이좋게 나눠 먹는 그녀들 앞에서 나는 홀로 내 앞에 놓인 그 꾸덕한 면 덩어리를 해치울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할당된 관심은 일찌감치 모두 소진된 듯 어느 순간부터 내 존재는 거의 조형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다양한 주제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홍대리 옆자리에 앉은 자의 숙명으로 한 번씩은 다 귀동냥으로 들어봤음 직한 얘기들이라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주제가 우부장으로 옮겨붙자 더는 시큰둥할 수가 없었다."오늘이지 우부장 감사팀에서 면담 있다는 날이?""아니 그런데 우리 회사에도 감사팀이 있었어요?""목격자까지 나온 마당에 그냥 넘어갈 순 없었겠지. 김이사가 감사팀 비슷하게 TF팀을 만들었대. 이 기회에 사내 이슈들 뿌리 뽑는다고.""어떤 의미에서는 우부장 대단하네, 없던 감사팀도 만들고. 그나저나 이현 씨는 괜찮아? 목격자가 본 사진이 이현 씨 뒷모습이라며? 와 진짜 기분 더러웠겠다."김이현이 그렇죠 뭐, 짧은 대답을 끝으로 빙그레 웃었다. 김이현이 짓는 웃음의 종류를 -자랑은 아니지만- 줄줄이 꿰고 있는 나에게도 그 미소는 생소했다. 그리고 그 미소만큼이나 낯설었던 것은 내 마음속에 일렁이던 멀미 같은 불편한 감정이었다. <우하늘 부장의 녹취록 中>그것은 그저 내 개인의 실수였지 누군가를 해할만한 행동은 아닙니다. 제3자가 말을 이상하게 퍼뜨리기 전까지는 피해자가 피해자도 아니었어요.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이 있다면 나입니다. 오합지졸로 구성된 TF팀은 사건이 일단락되자마자 와해 되었고, 우부장의 녹취록은 허술한 보안으로 암암리에 이 부서에서 저 부서로 돌고 돌았다. 그 안에는 물증 없이 빈약한 목격담이 전부인 '몰카' 사건에 대한 짤막한 추궁과 그간 우부장이 보인 투박한 언사에 대한 꾸지람이 이어졌는데, 감사팀장을 맡은 김이사의 수족 중 한 명이 작정하고 우부장에게 불리한 증언들을 모아온 모양이었다. 그 안에는 '김용문 사원에 대한 습관적인 인신공격'도 한 문단을 차지하고 있었다.그런데 그 문제의 증언이란 것들이 막상 서면으로 옮겨 놓으니 어떤 결정적인 선을 넘는 것이 없었을뿐더러, 그동안 굳이 드러내지 않았던 불행이 면면한 우부장의 인생사만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고등학교 때 겪은 조실부모, 그 이후로 심각한 불안증을 앓게 된 여동생, 그런 여동생에게 정해진 시간마다 시계 화면을 캡처해 생사를 알려왔다는 진상은 여론 일부분을 동정표로 돌리기에도 충분했다. 조직에 남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를 두고 절규에 가까운 변을 내어놓는 우부장의 태도에 녹취록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감사팀장의 낭패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감사가 끝나고 얼마 있지 않아 우부장은 이천에 소재한 식품공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마지막 본사 출근을 앞두고는 그답지 않게 연차를 썼고, 다음 날 출근해 보니 그의 자리는 주인의 흔적 없이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은 이별인가 싶었는데 공장으로 근무지를 옮긴 지 한 달 만에 그에게서 문자가 왔다.-김용문 사원, 일이 많이 바쁘지 않으면 다음 주에 한 사흘 정도 여기 와서 내 일을 좀 도와줬으면 합니다. 본사에는 내가 직접 요청하겠습니다.-그리고 잠시 후 또 하나.-사흘은 4일이 아니고 3일을 뜻합니다. 저번처럼 헷갈릴까 봐 덧붙입니다.-그렇게 공장 근처 숙소에 짐을 풀고 그와의 협업에 들어갔다. 그는 명색이 '페왕' 답게 시스템 없이 마구잡이로 관리되던 온갖 실물 서류들을 분류해 데이터화 시키는 작업에 돌입한듯했다. 본사에서 떨어진 여러모로 불쾌한 사내가 벌이는 추가업무를 현장직에서 반길 리가 없었다. 우부장은 혼자서는 도저히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본사에서 잠시 빼 온들 큰 타격이 없을 나를 고른 것이다.그의 부름을 받고 꼬박 이틀을 먼지 쌓인 서류 뭉텅이들과 함께 쿰쿰한 냄새가 나는 사무실 안에서 노트북 타이핑 소리만으로 지새우고 있자니 조금 억울해졌다. 나는 그에게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제안을 할 수밖에 없었다."저기 부장님, 저 여기까지 왔는데 맛있는 것 좀 사주세요. 술도 좋구요."그의 대답은 의외로 빠르고 명쾌하게 돌아왔다."그래야죠. 당연한 얘깁니다."퇴근 후 말없이 나를 차에 태운 그는 근방에서 유명한 오리 주물럭집 앞에 잠시 정차하더니 미리 주문해 놓은 듯한 음식을 한 아름 포장해서 들고 왔다. '여기서는 술을 마시면 택시도 없고 대리도 부르기 어려우니 내 방에 가서 마십시다.' 나는 저녁 한 끼 얻어먹자고 들었다가 그의 사적인 공간까지 진출하게 된 형국에 목이 바짝 탔다. 그는 내 눈치를 슬쩍 보더니 어차피 내일이면 이곳에서의 일정이 끝나니 숙소에서 짐을 챙겨 오겠냐고 물었다."네? 그럼 부장님네서 자고 가라구요?"아뿔싸 지나치게 크게 놀라는 목소리였나, 싶어 그를 쳐다보는데 나보다 그가 더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하아……. 이래서 내가 이 회사의 빌런이라는 말이 나왔나 봅니다. 악당이라니, 좀 너무하다 싶었는데 김용문 사원 입장에서는 내가 악당이 맞겠네요."차 안의 공기는 분명히 바뀌어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물어도 좋을 때라고 나는 생각했다."왜 저한테 자꾸 그런 말들을 하셨어요? 솔직히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었거든요."그는 잠시 내 질문을 곱씹으며 운전에 집중했다. 하암, 곧이어 익숙한 낮은 기합 소리가 들려왔다."어, 음, 친구가 자꾸 멋있는 옷인 줄 알고 너무 우스꽝스러운 짝퉁을 입고 다닌다고 칩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그게 기분 나쁠까 봐 말을 안 해줘요. 뒤에서 조롱을 당하든 말든 하기에 좋은 소리는 아니니까. 그런데 나는 말을 해주는 사람입니다. 창피는 나한테만 당하면 되지 그 이후가 좋아지잖아요."그 뜻이 아닌 줄 알면서도 나는 나도 모르게 입고 있는 옷을 살폈다. <김용문 사원의 진술 中>평소에 충고를 조금 과감하게 하시는 편이긴 하죠. 그게 인신공격처럼 느껴진 적이 있냐는 말씀이시죠? 그게, 물론 기분이 좋진 않지만 그렇다고 또 뭐 대단히 우울해지고 이런 것도 아니라서…. 네? 아 정확히 네, 아니오로 말하라고요. 네, 아, 아니요. 저는 솔직히 지낼만했습니다만. 우부장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빌런이 등장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우부장과는 정확히 반대되는 사람이었는데 말이 지나치게 많았고, 지나치게 눈치를 보고, 지나치게 꼰대가 되기를 꺼린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요즘은 라떼라떼 하면 안 되잖아요. 그렇죠? 내가 이래 봬도 낄끼빠빠를 잘해요."그가 어디서 주워들은 때 지난 줄임말 같은 걸 입에 올릴 때마다 모두가 극도로 민망해 했지만 그렇게 눈치를 보면서도 그런 분위기는 또 용케 감지를 못하는 것이 신기했다. 새로운 사냥감을 문 홍대리는 누가 보면 그와 사랑에 빠지기라도 한 것처럼 매일같이 그의 웃기지도 않은 말들을 나에게 속닥거리며 전해주었다."너무 웃기지 않아? 용문씨는 아직 김팀장님이랑 말 안 해봤어?""네, 아직이요.""어디 요즘 애들 쓰는 은어 사전 같은 거 넣어뒀나 봐. 매일매일이 새로워. 배운 거 써먹고 싶어서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니까?""아, 그래요?"그녀는 부쩍 심드렁해진 내 태도에 잠시 눈알을 굴리며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한결 서늘해진 목소리로 물었다."용문 씨, 요즘 나한테 뭐 서운한 거 있어요? 사람이 말을 하는데 쳐다를 안보지?"직장 선배에게 그런 말을 들으면 식은땀으로 등어리를 잔뜩 적실 줄 알았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머릿속이 시원하게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온화하게 웃으며 그녀와 시선을 맞추었다.그리고 하암, 기합 한 번."음, 그럴리가요 선배, 그냥 좀 시끄럽달까요. 일에 집중하고 싶어서요."잠시 후 점심시간이면 그녀는 친애하는 동료들과 함께 '김용문이 드디어 미쳤나 봐'를 외치며 파스타인지 떡볶이인지를 먹겠지.그러거나 말거나, 오늘의 구내식당 특식은 뭘까,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끝>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 전세사기 'OUT'… 서민 주거 안정에 최선 전월세 계약시 공인중개사 인적 정보 기재 의무화임대보증 가입요건인 전세가율 100% → 90% 줄여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면제, 3천만원 → 8천만원# 육아장려 정책 강화… 신혼부부 혜택 'UP'2월부터 출산가구에 주택구입·전세자금 융자 지원신혼부부, 양가로부터 3억까지 받아도 증여세 면제상반기중 주택청약 횟수도 부부 합산 2회로 늘어나# 복지 사각지대 해소… 흉악범죄·마약 퇴치청년우대형 청약저축 비과세 적용기한 2년 더 연장노인 기초연금 지급 인원·일자리·돌봄사업비 확대중증장애인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소득 기준도 폐지'묻지마범죄 꼼짝마' 경찰 모두에 저위험 권총 지급마약재활센터 17곳으로… 24시간 상담콜센터 신설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나고,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인 저출산·고령화 문제에서부터 일상을 위협하는 묻지마 범죄, 마약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분야에 걸쳐 정책과 제도가 달라졌다.■ 저출산·고령화 해결을 위한 정책2월부터 신생아 출산 가구에 주택 구입과 전세자금 융자가 지원된다. 결혼에 소극적인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신혼부부가 양가로부터 총 3억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고 결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공공·민간주택에 대한 신생아 특별공급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신생아 특례 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이 신설되는 데,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내 출산한 무주택가구(2023년 출생아부터 적용)를 대상으로, 1.6%의 금리부터 시작된다. 정해진 금리는 5년간 고정된다. 다만 연 소득 1억3천만원 이하의 자격 기준이 있다.전세자금 대출은 자산 3억6천100만원 이하, 연 소득 1억3천만원 이하, 연 1.1~3.0% 금리로 최대 3억원까지(보증금 수도권 5억원·지방 4억원 이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추가 출산 시 1명 당 0.2%p의 추가 금리 인하 혜택이 있다.신혼부부가 자립을 위해 양가에서 총 3억원까지 증여세 없이 결혼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는데, 올 1월 1일 증여분부터 적용되며, 혼인 신고일 전후로 각 2년 내 증여받는 경우에 한해 결혼자금 증여 공제가 가능하다.이밖에도 신혼부부 특별공급 개별 신청도 허용된다. 상반기 중에 신혼부부의 주택 청약 횟수를 기존 부부 합산 1회에서 부부 각각 1회(총 2회)로 늘린다. 정부는 규칙 개정이 필요해 3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하반기에는 출산·양육을 위한 주택 취득에 대한 취득세 감면도 신설, 출산 자녀와 함께 거주할 목적으로 주택을 취득할 경우 취득세가 500만원 한도 내에서 100% 감면된다.■ 전세 불안 등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지난해 전세 사기로 많은 세입자들이 고통을 겪었다. 정부는 이달 중 도입을 목표로 전월세 계약시 중개한 공인중개사의 이름과 사무실 주소, 전화번호 등 인적 정보 기재를 의무화하고, 허위 정보 신고 시에는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되레 전세 사기에 이용됐다는 지적을 받은 등록임대사업자의 임대보증금 반환 보증 가입 요건도 7월부터 강화, 등록임대사업자의 임대보증 가입 요건인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이 100%에서 90%로 줄인다. 기존 등록 임대주택은 2026년 6월 30일까지 적용 유예된다. 임대보증은 민간임대주택법에 따라 등록임대사업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실질적 피해 구제를 위해 전세 사기 피해 주택 5천호도 매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재건축과 관련해서는 초과이익 부담금 면제 기준과 부과 구간 단위 완화 제도를 3월부터 도입, 시행한다. 부담금 면제 기준을 현행 3천만원에서 8천만원으로 높아지고, 부과 구간도 2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완화한다. 재건축 부담금 부과 개시 시점도 조합설립 추진위 승인일에서 조합 설립인가일로 미뤄졌다.입주자대표회의 투명성 강화 등을 위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주택 층간소음관리위원회의 의무적 구성도 내년 달라지는 제도 중 하나다.■ 다양한 계층에서 확대되는 복지 정책육아 장려를 위한 육아 관련 금전 지원과 근로시간 단축·휴가 지원 등의 혜택도 늘어난다. 육아휴직 유급지원 기간은 기존 12개월에서 18개월로, 중소기업 근로자의 배우자 출산 휴가 급여 지원도 기존 5일에서 10일로 늘어난다. 영아기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 사용 시 '맞돌봄 특례 지원'도 확대돼 최대 6개월 간 월 45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12세 이하 자녀를 키울 경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확대 혜택을 최대 36개월, 주 10시간 내 100% 급여지원을 받을 수 있다. 0~1세 자녀 양육 가구에 대한 부모 급여는 0세의 경우 월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1세는 월 35만원에서 50만원으로 늘어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방침이다.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더욱 강화됐다. 주택 청약과 관련해 청년우대형 주택청약종합저축 비과세 적용기한이 연장된다. 연 최대 3.3%의 우대 금리를 적용하는 청년우대형 주택청약종합저축 비과세 적용기한이 2년 더 연장된다.총 급여액 3천600만원 또는 종합소득금액 2천6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인 청년은 500만원 한도로 청년우대형 주택청약종합저축 이자 소득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청년의 경우 국가 기술자격시험에 응시하면 매년 3회까지 50% 할인이 가능하고 청년 우대 교통카드 K-패스가 도입돼 매달 교통비의 30%를 환급받을 수 있다.가족을 부양하는 '가족 돌봄 청년'을 위한 가족돌봄 바우처(월 70만원) 기간도 기존 6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한다.저소득층 생계급여도 늘어난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월 162만원에서 183만원으로 12.9%가 인상되고 선정 기준도 중위소득 30%에서 32%로 확대된다. 중위소득 50% 이하 계층에 대한 교육급여 지원금도 초중고 각각 46만원·65만원·72만원이 추가된다.노인 기초연금 지급인원도 기존 665만명에서 700만명으로, 노인 일자리수는 기존 88만개에서 103만개로 증가한다. 노인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비는 기존 35억4천만원에서 68억8천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리고 중점 돌봄 독거노인 돌봄서비스도 월 평균 16시간에서 20시간으로 는다.중증장애인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대상을 늘렸다. 기존에는 부양의무자의 소득때문에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본인 가구의 소득과 재산만 따져 지원받을 수 있다. 장애인 연금은 기존 40만3천원에서 41만4천원으로, 장애인 취업성공패키지 예산은 201억원에서 246억원으로 늘렸다.내년 최저시급은 9천860원으로 주 근로시간 40시간 기준 월 환산액은 206만740원이다. 이에 따라 실업급여 하한액은 기존 6만1천568원에서 6만3천104원으로 오른다.농업인에게 지원되는 정부보조금, 소규모 농어업인 직불금 단가는 12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농양식어업희망자는 양식장 임대로 50%를 정부에서 지원한다.소상공인과 관련해선 취약차주 고리대출을 저리 정책자금으로 대환하는 정책이 시행돼 1인당 5천만원을 4%대 금리로 사용할 수 있다.■ 이밖에 달라지는 정책은지난해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묻지마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공권력 강화도 올해 달라지는 것 중 하나다. 기존 경찰관 3명에게 1정의 저위험 권총이 지급됐으나, 올해부터는 한 명당 1정씩 지급해 흉악 범죄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아울러 날이 갈수록 빈번해지는 마약류 범죄를 막기 위해 마약중독재활센터를 17곳으로 확대하고 24시간 마약상담콜센터를 신설하는 등 일상이 위협받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우하늘 부장의 녹취록 中>그러니까 말하자면 그냥 나는 그런 톱니바퀴라는 겁니다. 조직을 톱니바퀴에 곧잘들 비유하잖아요. 나는 말이에요, 좀 녹슬고 삐걱거리긴 하지만 어쨌든 필요한 톱니바퀴라는 거죠. 거슬린다고 무작정 빼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다른 톱니바퀴들이라고 무사할 것 같습니까? 우하늘 부장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하는 중년의 남자였다. 원래 말이 많은 사람이라면 또 허둥지둥 떠들다가 실언을 했겠거니 무시하면 그만이었지만 그의 경우엔 상당히 뜸을 들여서 한다는 말이 그 지경이라 더 문제가 컸다.나는 그를 심층-이라고는 하지만 한참 철 지난 압박 면접을 어설프게 흉내 내려다 참혹하게 실패 한 중소기업의 민낯이라 할 수 있는-면접자리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나와 한 방에 들어간 지원자들은 모두 네 명이었는데 하나같이 표정에서 여유가 묻어나와 나는 질문이 시작되기도 전에 진 기분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도대체 왜 여기에 지원한 걸까 싶은 스펙들이 면접관의 입을 통해 하나씩 드러났다. 이를테면 '어학연수를 통해 언어 말고도 그 나라의 식문화를 많이 접했다고 되어있는데, 그때 그 경험을 제품개발에 활용한다면?' 같은 식이었는데, 나에게는 그렇게 엮을 만큼 특별한 이력이랄게 없어서 질문의 뉘앙스가 이상하게 뒤틀렸다."여기 보면 공백 기간에 사진 동아리 활동을 길게 했는데, 그 시간에 다른 역량을 키워볼 수도 있지 않았어요?"그것은 숫제 질문이라기보단 추궁에 가까웠다. 나로서도 그다지 떳떳할 수가 없었던 이유는 좋게 포장해 동아리 활동이라고 했을 뿐 실상은 썸타던 (혹은 타고 있다고 굳게 믿었던) 여자애한테 홀려서 무보수로 걔 쇼핑몰 사진을 찍어주러 다녔던 시기인지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었는데 사진이 좋은 매개체였습니다', 제법 괜찮은 임기응변이었다고 자위하기도 잠시, '우리가 식품회사인데, 자소서 대충 봐도 식품에 대한 인사이트가 전혀 없는데, 지금이라도 보탤 말이 있어요?'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는 드디어 망했구나 싶었다. 그때 끼어든 사람이 우부장이었다. "어, 음, 저기 근데, 사실 우리 회사가 일 순위라서 다니는 사람은 없지 않아요? 다른 데를 도저히 못 넘어가니 어영부영 오게 되는 거지요. 그러니 우리도 그렇게 골라서 뽑을만한 처지는 못 된다 이거지요."때아닌 구원투수의 등장에 모든 지원자의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었다면 나를 제외한 다른 지원자들의 얼굴엔 혐오랄까, 경멸이랄까, '이 회사 정말 싫다'라는 무언의 강렬한 깨달음 같은 것이 동시에 떠올랐다는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건 그의 말을 대하는 다른 면접관들의 태도였다. 그렇게 깔끔하게 무시할 바에야 도대체 그를 왜 거기에 데려다 놓았을까. 그 자리에 있던 지원자 중 최종적으로 입사가 결정된 사람은 나뿐이었는데, 아무래도 나를 제외한 지원자들이 모두 구직의사를 철회하지 않았나 싶다. 그는 각오한 대로 상대방의 불쾌지수를높이는 데 범상치 않은 재주가 있었다용문님이 우부장님 흉내를 그렇게잘 낸다면서요? 우리도 좀 보여줘 봐"아니 이름은 또 왜 그렇게 쓸데없이 청순해? 그 얼굴에 하늘이란 이름이 가당키나 해?"옆자리에 앉은 홍대리는 그의 이름을 두고 자주 불만을 내비쳤다. 그녀가 총애하는 남자 아이돌의 활동명이 '온하늘'이었는데 그는 '우하늘'이었기 때문이다. 다방면으로 불쾌한 중년의 남자가 그녀의 최애와 같은 이름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그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나는 무조건 그녀의 푸념에 장단을 맞추어 주었다. 그렇게 한바탕 쏟아붓고 나면 그녀의 기분은 눈에 띌 정도로 회복이 되어 있었고, 입사 오 년 차인 그녀의 기분이 나아진다는 것은 이 년 차인 나의 정시퇴근 확률 역시 높아진다는 신호였다.그해 여름, 신규 밀키트 라인의 최종승인을 앞두고 부장급인 그는 거래처로 외근을 나갈 일이 많아졌다. 그를 따라다니며 자료를 챙기고 회의록을 작성할 직원이 필요했는데 모든 여직원이 노골적으로 그를 회피한 덕에 부서 내 유일하다시피 한 남자직원인 내가 그의 보필을 떠맡을 때가 많아졌다.그는 각오한 대로 상대방의 불쾌지수를 높이는 데 범상치 않은 재주가 있는 사람이었다. 면접 이후로는 딱히 부딪힐 일이 없기도 했고, 어쨌거나 가장 곤란한 자리에서 간접적인 도움을 받은 적도 있는지라 개인적인 억하심정은 없었는데 장시간 밀착해서 다니다 보니 역시 소문대로 밉상이구나 싶었다. 그는 스몰토크 따위는 개나 줘버린 듯 내내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도 불현듯 하던 일을 멈추고 무슨 계시라도 받은 사람처럼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는 했다."어, 음, 용문씨는 사실 여자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타입은 아니야, 그건 본인도 잘 알지? 멀끔하고 세련되게 잘 생겨서 이름이 용문이면 그건 매력적인 반전이지만, 그러니까 음, 용문씨처럼 용문이처럼 생겨서 용문인거면, 그건 그냥 용문인거지."가뜩이나 덥고 습한 날씨에 느닷없이 투하되는 그의 팩트폭격을 듣고 있자면 이게 과연 현실인가 싶을 만큼 정신이 아득해졌다. 와, 진짜 저렇게까지 말한다고? 살면서 대단히 의로운 어른을 만난 적도 없지만 이렇게까지 엉망진창인 어른도 본 적이 없던 나는 어떤 면에선 그와 함께할 외출이 기대되기도 했다. 그러니까 그는, 하는 일도 별 볼 일 없고, 하는 일 외의 시간도 지루한 무성영화 같기만 한 내 일상에 유일하게 컬러풀한 에피소드가 되어 준 것이다. 나는 속으로 부글부글하면서도 회사로 돌아가 동기인 김이현에게 짓밟힌 나의 자존감에 관한 이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싶어 안달이 났다.김이현은 원래도 잘 웃어 주는 편에 속했지만, 특히나 우하늘 부장과의 일화에는 그녀가 정말로 재미있을 때만 짓는 특유의 표정을 가식 없이 보여주곤 했다. 큰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입술을 꾹 다물고 '푸흐흐' 바람이 터져 나오는 소리와 함께 한껏 반달이 되는 그녀의 눈은 우부장으로부터 당하는 모욕이 고맙게 느껴질 정도로 내 마음을 단숨에 녹여버렸다. '용문님은 말을 진짜 재미있게 해요.' 그러면서 내 어깨나 등을 가볍게 쳤는데, 우습게도 그 시간이 내가 회사에 다니며 월급날을 제외하고 보람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유일한 때였다.지루하고도 지난한 일들이 매일같이 반복되는 회사에서 그녀에게만큼은 마주치면 그저 즐거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우하늘 부장이 나에게만 친히 말로 내려치는 강펀치는 그녀를 웃게 하는 나만의 치트키가 되었다. 인간으로서의 내 존엄성쯤이야 내던지는 일은 문제도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우하늘 부장의 말투나 표정, 손짓까지도 제법 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게 되었는데, 장소가 장소이다 보니 오며 가며 엿보는 사람들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렇게 김이현만을 위한 막간 쇼로 시작이 되었던 내 장기는 알음알음 유명세를 타기에 이르렀다."용문님이 우부장님 흉내를 그렇게 잘 낸다면서요? 우리도 좀 보여줘 봐."사람들의 반응은 그가 일장연설을 시작하기 전 내뱉는 특유의 기합 소리와 말머리에 '어, 음' 하고 뜸을 들이는 화법, 그리고 내 이름 '용'자에 힘을 주어 말할 때 목소리가 살짝 뒤집히는 부분에서 가장 열광적이었다. 그를 지나치게 희화해 버린 건 아닐까 일말의 주저함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나에 대한 인신공격이 주 내용이니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했다. 나의 찌질함을 주제 삼아 우부장의 목소리를 빌려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무엇보다도 김이현을 웃게 하는) 일상 속 소소한 변주곡은 두어 달 지속되는가 싶더니 대규모 회식 자리를 맞이하여 어떤 전환점을 맞이하였다.그는 항상 회식 초반에는 본인 앞에 놓인 음식만을 천천히 음미했다. 메뉴가 싸구려 냉동 삼겹살이든, 고급 참치든지 간에 그는 일단 그날의 음식에 몰두했는데, 마치 그 시간에 주어진 사명은 오직 영양분을 섭취하는 데 있다는 듯한 진중한 표정이 압권이었다. 한창 술자리의 흥이 달아오르며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져도 간간이 입술만 씰룩거릴 뿐 제 페이스대로 식사를 모두 마치기 전까진 절대로 그 분위기에 동참하지 않았다. 당연히 건배에도 관심이 없었고, 알아서 제 잔을 채워 이따금 목을 축이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분위기가 가라앉고 각자의 친분 정도에 따라 삼삼오오 모여 대화가 깊어지기 시작하면 그제야 슬그머니 탐색에 나섰다. 한 손엔 제 몫의 술병을, 다른 한 손엔 잔을 가볍게 쥐고 스윽, 그가 나타나는 자리에는 별안간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될 정도로 강력한 존재감이었다.그 날은 대형마트와의 거래성사를 축하하는 자리답게 웬만한 회식은 얼굴만 비추고 마는 김이사까지도 제법 늦게까지 남아있던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아무리 우부장이라도 설마하니 김이사가 사원급들을 모아놓고 한창 훈화 말씀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불가침영역까지 넘보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김이사는 진즉부터 에이스인 김이현을 옆자리에 앉히고 연신 건배를 권하고 있었다. 나는 그 날따라 유독 얇은 치마를 입고 온 그녀의 허벅지가 신경 쓰였는데 그렇다고 계속 쳐다보고 있자니 그건 더 오해를 살만한 일이라 의식적으로 시선을 김이사의 미간으로 모으는 중이었다. 취한 간부는 누구보다도 대하기가 어려운 존재인 법. 눈치를 봐서 김이현과 자리를 바꿔 주고 환심을 좀 사볼까 싶었건만, 액션 없는 마음만 앞서나간 사이 김이사는 눈에 띄게 취기가 오르는 중이었다. 김이사의 행동이 아슬아슬 선을 넘나들고 있었다. 김이현에게 업무상 애로사항은 없는지, 술잔은 왜 비우지 않는지 재차 질문하며 안 그래도 가까운 거리를 자꾸만 좁혀들기 시작한 것이다.나는 언제나 그랬듯 제때 엉덩이를 들지 못한 스스로의 아둔함을 자책했다. 지금 끼어들었다간 십중팔구 김이사가 넌 뭐냐며 도끼눈을 뜰 텐데, 김이현을 구하고 김이사의 미움을 살만큼 우리가 각별한 사이인지, 아니 그것보다도 김이현이 지금 곤란한 상황이 맞기는 한 건지, 어쩌면 그녀는 영향력 있는 이사와의 내밀한 시간을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아니 근데 김이현이 그런 캐릭터였나, 나 홀로 마음이 널을 뛰었다. 게다가 원래도 표정관리를 잘 하는 김이현이 시종일관 웃는 얼굴이어서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때 나타난 사람이 바로 우부장이었다. 꼭 봐야 할 용건이 있는 사람처럼 진지한 얼굴을 쑥 내밀어서 김이현과 김이사는 물론 그들을 예의주시하던 나까지도 움찔했다."음, 저기 김이현 사원, 고맙다는 말을 좀 하고 싶은데. 김용문 사원 말로는 김이현 사원이 이번 계약 건 백업을 그렇게 야무지게 해줬다고."별안간 김이현을 사이에 두고 김이사와 우부장이 나란히 술잔을 받쳐 든 진풍경이 펼쳐졌다. '아 네', 김이현이 우물쭈물 건배하는 시늉을 하며 잔을 들자 채 비우지 못한 소주가 찰랑거렸다. 우부장은 '아니 음, 나는 그냥 수고했단 말 하려고', 하며 건배를 거부하는 듯 애매한 손길을 보이더니 다시 느릿느릿 일어섰다. 하지만 김이현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우부장의 손에 들린 소주병을 가볍게 낚아채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러지 마시고 부장님은 제가 한 잔 따라드릴게요."그 말에 우부장은 정지버튼이 눌린 사람처럼 우뚝 멈춰섰다. 그러더니 하암, 짧은 들숨을 내뱉었다. 그 일련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어, 음, 나는 여직원한테는 술 안 받습니다. 괜한 오해사는 짓은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김이현씨도 술이나 따르자고 입사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내 술은 내가 알아서 마십니다."그러고는 마치 짱짱하게 감긴 태엽이 풀린 목각인형처럼 뚜벅뚜벅 속도를 높여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그와는 대조적으로 어정쩡하게 소주병을 들고 선 김이현과 이제껏 김이현이 주는 술을 연거푸 들이켜던 김이사의 주변은 찬물을 끼얹은 듯 정적이 흘렀다. 김이사는 우부장이 쏟아 낸 말들을 미처 다 소화 시키지 못한 표정으로 잠시 옷매무시를 가다듬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예열이 끝난 솥처럼 화르르 얼굴이 달아올랐다."어이 우부장, 그거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인가?" <우하늘 부장의 녹취록 中>내가 하는 말들이 조직에 해를 끼칠 만큼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마음에도 없는 말을 진실이랑 구분도 못 하게끔 주고받는 게 더 큰 골칫거리지요. 나는 그 부분에 있어서는 당당합니다. "내가 그동안 아슬아슬하다 했어. 아니, 아무리 입사동기라지만 그래도 이사가 바로 옆에 있는데, 우부장님 진짜 미친 거 아니야?"다음 날 아침부터 한껏 들뜬 표정의 홍대리가 출근하는 나를 붙들어 세웠다. 컨디션 난조를 핑계로 회식에 불참하더니 언제 또 소식은 전해 들었는지 더 자세한 자초지종을 졸라댔다.나는 김이현을 집요하게 관찰하던 내 시선은 쏙 빼놓고 철저히 그저 조금 가까이 앉아있던 제3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달했는데, 우부장이 김이현의 술을 거절한 부분에 다다르자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그가 가진 특유의 억양과 제스처를 섞어 말하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야기의 절정에서 홍대리의 얼굴에는 묘하게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아프다더니, 우부장의 기행이 그녀의 명약이라도 되는 듯했다."와, 오늘 거 역대급인데? 용문님 방금 진짜 우부장 같았어."홍대리는 자꾸 친한 동료들을 불러모아 한 번만 더 보여달라며 나를 부추겼다. 전과는 다르게 부쩍 난처함을 느끼긴 했지만 모처럼 몰두할 화젯거리가 생긴 홍대리의 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눈치였다. 부장님은 제가 한 잔 따라 드릴게요…음, 나는 여직원한테는 술 안 받습니다우부장의 변함없는 꼰대 밉상 언사에놀랍지도 않구나… 암요, 제 주제에 무슨문제는 나에게도 있었다. 청중의 열기가 달아오를수록 자꾸만 나도 모르게 최선을 다해 모사하고 마는 것이었다. 우부장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 한 줌이 더해져 전과는 다르게 영 개운치 않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진 않았다. 얄팍하게 쌓아 올린 죄책감 따위는 우부장의 변함없는 꼰대 밉상 언사에 바스스 재가 되어 흔적도 없이 흩어졌기 때문이다."어, 음, 김용문씨 말이야, 혹시 3년 차에 이직 생각하고 있으면 그 맘 접는 게 나을 거야. 3년차가 금값이라는 말도 사람 나름이지 용문씨 같이 애매한 스펙은 힘들어. 김이현이, 그래 김이현이 정도면 충분히 점프할 수 있지. 용문씨는 사실 남자가 너무 없어서 뽑힌 거지 점수로 나래비 세웠음 어림도 없었어요. 이런 회사지만, 조금 더 진득하게 붙어 있다 보면 길이 좀 보이겠지."이제는 놀랍지도 않구나, 그날도 나는 이를 악물고 암요, 제 주제에 무슨 이직을요, 성의 없이 대답했다. 그는 내 대답이야 아무렴 어떻냐는 듯 자신의 충고에 만족한 얼굴로 이미 저만치 앞질러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의 뒤통수에 대고 한바탕 욕을 퍼붓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김이현에게 오늘 있었던 일만큼은 말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밝은 이직 전망과 상대적으로 빈약한 내 장래를 '굳이' 상기시킬 필요는 없지 않은가.그런 생각을 하며 애써 우부장을 따라잡을 것도 없다 싶어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앞서 걷던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누가 봐도 쩔쩔매고 있는, 너무나도 낯선 그의 표정에 직감적으로 뭔가가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혹시 계약이 문제가 생겼나? 그렇다면 그 안에는 분명 내 실수도 있을 거라는데 까지 생각이 미치자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빨라졌다.한달음에 그의 곁에 다가갔을 때, 내 우려와는 달리 그는 지극히 사적인 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오빠가 깜빡했어…. 그래…. 미안해…. 우부장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힘없는 단어들의 파편들이 맥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곧이어 그의 갈 곳 잃은 눈동자가 내 눈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키가 생각보다 작구나, 나는 고작 그런 생각을 했다.서로의 시선이 부딪히고 꽤 시간이 흘러서야 겨우 딴청을 피울 정신을 차렸고, 그 역시 다급히 도보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럴 때 담배라도 태울 줄 알면 좀 덜 민망하려나, 나는 군대에서도 생각해보지 않은 때아닌 흡연 욕구를 느끼며 앱으로 택시를 호출했다. 그의 통화가 끝남과 동시에 기사가 배정되었다는 알림이 떠서 자연스럽게 침묵을 깰 수 있었다."택시 말이에요, 오늘은 일반호출로 불렀는데도 금방 잡혔어요. 정산 올릴 때 눈치 좀 덜 봐도 되겠는데요."택시비 정산 같은 사소한 문제로 눈치를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나는 되는대로 지껄였다. 그 역시 음, 하고 짧게 반응할 뿐이었다.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내내 말이 없던 그는 (물론 평소에도 다정하게 수다나 떠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회사에 도착하기 직전에 간단한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평소의 일장연설과는 다르게 내가 아닌 허공을 보며 날려버리 듯 한 말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사납게 내 머리를 휘저었다."어, 음, 저기, 조금 전에 그 통화는 흉내 내지 말아줄래요? 다른 건 다 따라 해도 상관없어, 얼마든지 재미 봐요. 조금 전 것만 잊어주면 좋겠는데."'하암'. 그는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특유의 기합 넣는 소리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보통 때라면 그 소리 뒤에 오는 말들이 견딜 수 없었겠지만, 그때만큼은 그 소리 뒤에 이어지는 고요가 나를 더 괴롭게 했다. → 8면에 계속([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 이준아 '하찮은 진심' ②)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소감] 이준아 소설을 좋아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래서 열심히 읽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쓰고 또 쓰다 보면 도대체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나 싶은 순간들을 가끔(사실은 자주) 맞닥뜨린다. 그래도 결국엔 좋아하는 마음으로 귀결된다. 이 지경쯤 되니 이것도 일종의 광기 어린 '덕질'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오늘만큼은 나는 성공한 덕후다.나에게는 덕질을 공유하는 소중한 글쓰기 친구들이 있다. 내가 쓴 소설을 진지하게 읽어주는 최고의 독자이자, 신나게 뼈를 때려주는 독한 멘토이자, 장차 라이벌이 될 동료 덕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담야, 소란, 안틱, 장수. 실명도 아닌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를지언정 인생의 엑기스 만큼은 공유하는 참으로 신기한 인연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큰 사고는 안 쳐도 당최 속을 알 수 없어 키우기 쉬운 딸은 아니었을 텐데, 적당히 내려놓고 갈 길 가게 지켜봐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자매님을 비롯해 자기 일처럼 뿌듯하게 여겨준 친구들도 고맙다. 내 인생을 더 벅차고 두렵게 만들어준 나의 소우주, 나의 딸 나은, 소설이 뭔지 알만한 나이가 되면 엄마가 왜 이따금 예민했었는지 부디 이해해주길.그리고 나만의 작은 세상을 더 단단히 움켜쥘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또 사랑해준, 이제는 또 다른 나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나의 남편 원동건, (비록 가끔은 죽도록 밉지만) 이 기쁨의 절반을 똑 떼어 그에게 주고 싶다.생업과 생활 틈틈이 억지로 소설을 욱여넣어 가며 영위해온 노력이 조금은 인정받은 것 같아 행복하다. 당선 전화를 받고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부끄럽게도. 거창한 소감을 쓰기가 민망할 만큼 앞으로 더 큰 좌절과 막막함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써야지 어쩌겠는가. 나는 소설이 좋다.도대체가 프로필로 쓸만한 사진이 없어서 동네 스튜디오에 가서 난생처음 세미프로필이라는 걸 찍었다. 사진 한 장에 3만5천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한 이상 천년만년 써먹을 심산이다. 부디 써먹을 기회가 많기를 간절히 빌어본다.이준아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소감] 김문자 당선 소식은 폭풍입니다.한자리에 있지 못하게 만들고 무장해제 시킵니다.헤실헤실 나오는 웃음은 눈이 되어 쌓입니다.지금도 웃음은 눈으로 내립니다.칼 조세프 쿠셀 말처럼 내가 웃어야 거울이 웃는다는 걸 보았습니다.여고 시절 시를 품고만 있었지 싹을 틔울 줄 몰랐습니다.품고 있던 시는 나를 천천히 깨웠고 시로 이끌어 주었지만온 마음을 주어야 자라는 아이들이 곁을 비우면서꺼내지 못하고 숨겨둔 시가 조금씩 올라왔습니다.이별은 만남이고 만남은 다시 이별이며 하나를 버리면 하나가 어떤 형태로든 들어온다는 걸 알고처음 시를 품었던 마음으로 시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싶었습니다.어떤 인연으로 이담하 선생님을 만나면서 시는 온 천지에 있는 걸 느꼈습니다.선생님의 격려와 때로는 신랄한 시평으로 기초부터 시의 확장과 사물을 다르게 보는 힘을 길렀습니다.당선 소식에 저보다 더 좋아하시는 이담하 선생님,몇 년 전 별이 되신 아버지,시인이라는 이름을 주신 경인일보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늘 재깍거리는 시의 시계를 보며 좋은 글로 빚진 자의 삶을 살겠습니다.하늘의 아버지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김문자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 구효서 소설가·최수철 소설가" 올해 응모작들은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 중, '하찮은 진심', '점프, 지송', '나비의 무게', '슬러지', '사운드 아일랜드'가 본심에 올랐고, '하찮은 진심', '점프, 지송'이 최종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우선, '점프, 지송'은 그룹사운드가 공연을 벌이는, 현장감 넘치는 방송 녹화 무대로 독자들을 초대한다.인물들의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묘사의 힘과 반어법을 통해 유머 감각을 발휘하는 서술의 능력 등등이 이 소설의 장점이다. 흥미롭게도 작품 속에서 일인칭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방탕함'이라는 다소 가벼운 주제를 담고 있었지만 일관성이 있었고 그래서 깊이가 생겼다." 우리는 그 말에 대략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 다만 '깊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재고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한편, '하찮은 진심'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게 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의 어려움'이라는 주제를 진지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한 중소기업의 우하늘 부장이라는 중년 남자는 꼭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굳이 뜸을 들이면서까지 하고, 상대방의 불쾌지수를 높이는 데 범상치 않은 재주가 있고, 분위기에 동참하지 못하고, 자신의 원칙 앞에서 비타협적이고, 그런가 하면 불필요하게 날을 세워서 엉뚱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이다.소설은 그 사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일화들을 들려주면서 그의 말과 행동이 가지는 역설의 의미를 펼쳐나간다. 그의 곁에서 부하 직원이자 화자인 김용문은 자신을 한낱 하찮은 톱니바퀴라고 여기며 우 부장을 놀리고 흉내내는 것을 일삼는다.그러나 차츰 그는 우 부장을 닮아가면서 사회라는 조직 안에서 자신의 진정한 자리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데, 여기에 이 글의 주제 의식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회사 감사팀 녹취록에서 우 부장과 화자의 진술을 발췌하여 각 단락 앞에 배치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야기 형식에 대한 이러한 참신한 시도 또한 이 신진 작가의 역량을 느끼게 하는 점이다. 앞으로도 이번 소설에서 보여준 면밀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인간 삶의 소소하면서도 소중한 진실을 우리에게 들려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