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 이런 나라는 없다

입력 2024-03-10 21:11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3-11 18면
출산율 0.72명 OECD 압도적 꼴찌
초교 신입생은 사상 첫 '30만명대'
돈으로 인구 증가 발상 '몽상'일뿐
日다케오시처럼 공동체 활성 초점
좋은 일자리·정주환경 개선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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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
총선이 다가오면서 모든 관심사는 정치다. 공천 관련 소식이 연일 언론을 도배한다. 언론은 거대 양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감동 없는 공천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여당에서 3선 이상 컷오프는 단 한명에 그쳤다. '고인 물 공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자멸에 가까운 공천으로 연일 혼란스럽다. 공천 결과는 친명과 비명계로 확연히 나뉜다. 대표와 당에 조금이라도 쓴 소리했던 이들은 모두 날아갔다. 반면 지도부는 23명 중 21명이 경선 없이 본선으로 직행했다. 누가 보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친명횡재'와 '비명횡사'는 두고두고 상처로 남게 됐다.

정치 기사 홍수 속에서 두 가지 보도가 눈길을 끈다. 세계 최저 출산율과 100년 학교가 사라진다는 보도다. 저출산은 한국사회가 직면한 '회색 코끼리'다. 그런데 선거에 매몰된 나머지 위기를 실감하지 못한다. 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72명이다. 전년 0.78명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평균 출산율 1.58명이다. 한국 0.72명은 OECD 평균의 절반도 못 미치는 압도적 1위다. 출산율 0.7명대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제외하면 한국이 유일하다. 더구나 지난해 4분기는 0.65명으로 사상 최저다. 올해 0.6명대 출산율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지난해 신생아는 23만명에 그쳤다. 1974년 92만명과 비교하면 50년만에 4분의1로 줄었다. 30년 뒤 전체 인구는 3천만명으로 쪼그라든다. 산업현장 노동력은 물론이고 병력자원마저 적정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대학은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전국 초등학교 신입생은 사상 처음 30만명대(36만9천441명)로 줄었다. 전체 6천175개 초등학교 중 157곳은 신입생이 한 명도 없어 입학식을 하지 못했다. 100년 학교도 사라진다. 100년 이상 초등학교 780개 중 전교생 60명 이하 폐교 위기 학교는 39%, 301개교에 달한다. 지역공동체가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지구상에 이런 나라는 없다.

정부는 지금까지 저출산 정책에 300조원을 투입했다. 계속되는 출산율 하락을 고려하면 백약이 무효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근본 대책은 못 된다. 기초단체마다 앞다퉈 지원하는 출산장려금은 제 살 깎기나 다름없다. 보조금으로 출산율을 올리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지속하기도 어렵다. 돈으로 인구를 늘리고 출산율을 올리겠다는 발상은 몽상에 가깝다. 이제는 출산율 감소를 인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주환경을 개선하고 생활 인구를 늘리는 게 급선무다. 거주하는 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관점을 바꾸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일본 사가현 다케오(武雄)시는 좋은 사례다. 인구 5만명에 불과한 다케오 또한 인구감소에 처한 소도시다. 다케오시는 인구유치 정책을 포기하는 대신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대안으로 제시된 게 도서관이다. 도서관을 지역 커뮤니티 중심으로 만드는 구상을 실행에 옮겼다. 도서관 내부 또한 이에 맞게 설계했다. 1층에는 스타벅스 커피숍이 입점했다. 주민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생활 잡화를 구입하고 수다를 떤다. 도서관은 사랑방 역할을 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매년 다케오도서관을 찾는 관광객만 200만명에 달한다.

보조금 정책은 한계가 있다. 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지원했던 기업유치 보조금도 마찬가지다. 가동을 중단한 군산 대우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은 반면교사다. 유치 당시 전북도와 군산시는 이들 기업에 각각 300억원대 보조금을 지원했다. 이들 기업이 활황일 때 군산경제는 활기찼다. 하지만 두 기업이 가동을 중단하자 지역경제도 곤두박질쳤다.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경제가 처한 현실이다. 지방자치단체 재정 형편상 600억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그 돈을 지역중소기업에 집중하는 게 나았다. 총선이 끝나면 인구소멸과 지역을 돌아보길 바란다.

/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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