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데스크 칼럼]막바지 무더위

한달 넘도록 끔찍한 '폭염'과 '여름 가뭄'찬바람 불면 '언제 그랬냐'는듯 잊지 말고내년 예산에 대비책 충분히 반영하길'닥치면 허둥대는 모습' 이제는 끝내야어젯밤에도 열대야와 전쟁을 했다. 밖에서 들어오는 공기는 후텁지근하고, 집안은 온통 달궈져 벽이고 침대고 모두 뜨끈뜨끈하니 배겨낼 방법이 없다. 에어컨 바람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틀어놓고 잘 엄두를 못 내다보니 밤마다 더위와의 싸움이다. 선풍기를 틀어놓고도 모자라 아이스팩을 천으로 둘둘 말아 끼고 있었지만, 결국은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아침을 맞았다. 또 하루 '극기훈련'을 한 기분이다.이번 여름은 얼마나 더웠던지, 휴대폰 배터리가 다 부풀어 올랐다. 잘 되던 기능이 갑자기 안돼서 '왜 이러지?' 하고 휴대폰을 살펴보니 얇은 배터리가 배를 '불룩' 내밀고 있었다. 들어보니 여기저기 이런 '더위 먹은 배터리'가 많아서 배터리 주문도 갑자기 늘었고, 휴대폰이 고장이 났다며 AS센터를 찾은 고객도 많았다고 한다. 배터리뿐이랴. 달리던 값비싼 승용차에서 불이 났다는 얘기를 올여름처럼 많이 들었던 적도 없는 것 같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인 BMW는 아예 '긴급점검 미이행 차량 운행중지'라는 철퇴를 맞았다. 하도 불이 났다는 기사를 많이 봐서 차를 몰고 다니기가 겁이 날 지경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역시나 기록적인 더위가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 많으니, 올여름 무더위가 남긴 또 하나의 '진기록'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다행히 이제 그토록 지긋지긋했던 폭염의 끝이 보인다고 한다. 벌써 8월 중순을 지나고 있으니 무더위의 '피크'가 끝날 때도 됐다. 사실 아침에는 살살 찬바람이 돌기도 해서 조금은 숨통이 트이고 있는 중이다. 한 열흘쯤 있으면 언제 더웠냐는 듯 선선한 바람이 불 것이고, 한 달 넘게 이어졌던 기록적인 폭염에 대한 기억도 낙엽 지듯 가을바람에 지워질 터이다. 아마 그때쯤이면 다가올 추위가 더 걱정이 될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아무것도 잊지 않는다면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다고 한다. 그 많은 기억들을 고스란히 떠올리며 다닌다면 아마 '정신 나간 사람'처럼 될 것도 같다. 하지만 너무 빨리 너무 쉽게 잊는 것도 문제다.올여름 그렇게 끔찍한 폭염을 겪으면서 "여름마다 폭염이 되풀이될 것이다. 폭염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을 정말 수도 없이 했다. 폭염 같은 광범위한 자연 재해에 대한 대처라는 게 금방 '뚝딱'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미리미리 크게 대비를 해놔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걱정이다. 올여름 폭염이 딱 끝나는 순간, 정말 언제 그랬냐는 듯 까맣게 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작년 봄, 우리는 '수십 년 내 최악'이라는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그때 똑같이 말했다. "봄마다 가뭄이 되풀이될 것이다. 가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예상대로 올해도 가뭄이 극심하다. 봄 가뭄이 아니라 여름 가뭄으로 옮겨온 것이 다르지만, 한 달 넘게 목타는 가뭄이 이어져 저수지가 마르고 녹조가 번지고 있는 상황은 별다르지 않다. 이쯤에서 한번 묻고 싶다. 작년에 그토록 강조했던 가뭄 대책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실현이 되었거나 진행되고 있느냐고. 자연의 힘은 참 무시무시하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경제력을 갖고 있어도 자연재해를 온전히 막아내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막을 수 없다면 미리미리 대비하여 피해를 줄이는 것이 올바른 지혜다. 이제 가을이 오면 내년 살림을 짜는 '예산 시즌'이다. 부디 내년 예산에는 가뭄과 폭염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반영해 미리 대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지나가면 까먹고 닥치면 허둥대는' 모습은 이제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2018-08-15 박상일

[발언대]물놀이 5가지만 기억하자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되면서 많은 사람이 여름철 더위를 나기 위하여 계곡이나 바다 등 물놀이 현장을 찾고 있다.계곡, 하천, 강 등 여름철 물놀이 장소가 많은 우리 가평지역에도 예외 없이 피서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 가평군에서 여름철 물놀이 중 소중한 목숨을 잃은 사람은 12명이나 된다. 지난달 26일에는 관내 북한강에서 수상레저를 즐기던 중 실종되었던 남성이 숨진 채로 발견되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였다.이러한 안타까운 사고 뒤에는 항상 '이것만 잘 실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앞선다. 물놀이 사고 예방을 위한 '보고-입고-쉬고-알리고-던지고'라는 중요한 5가지 안전 수칙을 제시해 본다.첫 번째, 준비운동을 하고 식사 전후로는 물놀이를 하지 않으며 수심을 확인한다(보고). 두 번째, 구명조끼는 항상 착용하며 자신의 몸에 알맞게 조절한다(입고). 세 번째, 자신의 수영 실력을 과신하여 무리한 행동은 하지 않고 장시간 수영을 삼가며, 수영 도중 몸에 소름이 돋고 피부가 당길 때는 몸을 따뜻하게 감싸고 휴식을 취한다(쉬고). 물에 빠진 사람을 발견하고 이를 구조하는 과정에서도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네 번째, 물에 빠진 사람을 발견하면 주위에 소리쳐 알리고 구조에 자신이 없다면 함부로 뛰어들지 않는다(알리고). 다섯 번째, 수영에 자신이 있더라도 될 수 있으면 주위의 물건들(장대, 튜브, 스티로폼 등)을 이용한 구조를 한다(던지고).안전 수칙은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으로 거창하거나 어려운 것이 없다. 쉽게 지킬 수 있고 작은 관심이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실천 가능한 내용이다. 물놀이할 때는 '보고-입고-쉬고-알리고-던지고' 5가지 안전 수칙을 유념해 둔다면 시원하고 즐거운 여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안병임 가평경찰서 경비계장안병임 가평경찰서 경비계장

2018-08-15 안병임

[참성단]안희정 재판의 '정조(貞操)' 논란

여비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됐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 사이의 위력관계는 인정하나, 안 전 지사의 위력행사는 증명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반향과 후폭풍이 엄청나다. 여성단체의 반발과 저항이 예사롭지 않다. 한 여성단체의 집회에서는 '사법정의는 죽었다'는 피켓이 등장했고 "안희정이 무죄라면 사법부는 유죄"라는 주장이 터져나왔다. 미투 운동의 종결지여야 할 법원이 '성폭력 관련 사법논란'의 진원으로 주목받는 양상이다.'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는 법언 그대로 안희정 사건 1심 재판부의 판결은 존중해야 한다. 다만 피해자 김지은씨가 1심 판결에 대한 입장문에서 "재판정에서 피해자다움과 정조를 말씀하실 때 결과는 이미 예견되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주장한 대목이 마음에 걸린다. 여성단체는 "지난 7월 6일 비공개 피해자 심문에서 재판부가 김씨에게 '정조를 지키지 않고 뭘 했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더 구체적인 내용을 밝혔다.김씨와 여성단체의 전언대로 재판부의 '정조' 발언이 사실이라면, 1955년 박인수 사건 1심 판결문이 저절로 떠오른다. 박인수는 해군대위를 사칭해 70여명의 미혼 여성을 농락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장은 "법은 정숙한 여인의 건전하고 순결한 정조만을 보호할 수 있다"며 혼인빙자 간음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여성에게 정조를 지킬 의무를 강제했던 유교문화가 정정했던 50년대의 판결이었다. 1994년 성폭력방지법 제정과 함께 '정조'라는 단어는 법전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2018년 법원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에게 '정조' 운운 했다면 시대착오적이다. 한국 남성들은 박인수 재판에서 '보호 가치가 있는 정조만 보호한다'는 1심 무죄판결만 기억하지만 항소심 판결은 달랐다. "댄스홀에 다닌다고 해서 모두 내놓은 정조가 아니다"며 "고의로 여자를 여관에 유인하는 남성이 나쁘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박인수는 간음죄로 1년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은 상고 기각으로 이를 확정했다.피해자 김 씨의 의지와 여성들의 반발여론을 감안하면, 안 전 지사에게 4년을 구형했던 검찰의 항소는 당연해 보인다. 2심 재판의 판결이 주목된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8-08-15 윤인수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위군자유: 군자다운 선비가 되어라

공자가 제자인 자하(子夏)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군자다운 선비가 되고 소인 같은 선비가 되어서는 안 된다.[女爲君子儒, 無爲小人儒] 진정한 선비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인데 과연 진정한 선비란 무엇일까? 선비 '유(儒)'자 속에서 찾아본다. 유(儒)는 '수인(需 )'으로 주역 64괘에 들어있는 수괘(需卦- )에서 본래의 깊은 의미를 만날 수 있다. 需卦는 물 기운이 하늘위에 있는 형상으로 하늘위에 물 기운이 형성되어있는데 아직 내리고 있지 않아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는 상이다. 생물이 비를 기다리며 살기에 수(需)란 일차적으로 '기다림'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이 모두들 기다리는 사람이 군자다운 선비의 첫 번째 조건이다. 그럼 두 번째 조건은 무엇일까? 역에서 상중하(上中下)의 천지인(天地人)은 상천(上天)과 하지(下地) 중인(中人)이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동양에서 오랫동안 천지의 가운데 있는 존재라는 우주적 위상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사람자체가 가운데라는 '중(中)'이란 의미를 지닌다. 도상(圖象)으로 가운데에 위치한다는 쉬운 의미에서 중용, 중심, 근본 등등의 깊은 철학성으로 확충되면서 유학의 중(中)사상은 발전을 거듭해간 것이다. 동양철학의 핵심사상의 중(中)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결론적으로 이 시대에 맞는 중용을 행하면서 동시에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사람이 바로 선비[儒]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8-15 철산 최정준

[경제전망대]다시 보는 자영업

실업률 높아 사회적으로 문제될 땐자영업의 '실업 흡수' 활용할 필요인천은 대형소매점 빠른 증가로실업률과 자영업비율 증감 '대칭'市가 어떤 대책 내놓을지 궁금하다지난달 하순 금년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되고 나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대통령은 하반기 중 경제구조개혁과 경제활력 제고에 정부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특히 자영업문제를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덧붙여 자영업문제는 우리나라만의 특수성으로 독자적인 정책영역으로 볼 필요가 있어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하였다. 이 달에 들어서는 부평에서 자영업을 해왔던 인사를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으로 임명하였다.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하지만 그동안 인천에서 영세서민의 자영업 창업을 지원해 왔던 입장에서 보면 자영업이란 말이 누구나 알고 있는 쉬운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많은 오해와 함께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우선, 자영업은 법률이나 경제, 경영용어가 아닌 통계상의 용어이다. 자영업을 따지기에 앞서, 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와 실업자로 구분된다. 취업자는 다시 임금을 받는 임금근로자와 그렇지 못한 비임금근로자로 나누어진다. 비임금근로자 중에서도 스스로 자기를 고용한 자가 자영업자이다. 그래서 자영업자를 영어로는 self-employed라고 한다. 자영업자 곁에서 임금도 받지 못하며 일을 돕는 이는 무급가족종사자로 구분한다. 광의의 자영업자는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를 더한 비임금근로자를 말한다. 그러니 자영업자는 취업자와 실업자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이 자영업자가 하는 사업이 자영업이다.따라서, 자영업은 기업규모에 따른 분류가 아니다. 기업은 매출액, 자산규모, 종업원수 등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구분되고, 중소기업 중 업종별 평균매출액을 기준으로 소기업이 분류된다. 소기업으로서 상시종업원수가 5인 미만인 사업자(일부 업종은 10인 미만)를 소상공인으로 구분한다. 5인 이상의 종업원을 거느린 자영업자도 있으니 자영업자라고 모두 소상공인은 아니다.아울러, 자영업자 중 농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약 30% 정도는 사업자등록증이 없다. 절반 정도는 산재보험에, 4분의 1 정도는 국민연금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으니 기업으로 보기 어렵지만 분명히 직업을 가지고 근로하고 있어 단순히 가계나 개인으로 분류할 수도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자영업자가 잘 망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자주 일을 하지 않고 쉬는 것도 아니다. 기업생멸 통계상 학교 정문에서 문방구를 팔다 뒷문으로 옮겨가 호떡을 팔게 되면 주인이 같아도 하나는 폐업이 되고 하나는 창업이 된다. 자연히 자영업 폐업률이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같은 통계청의 부가조사결과를 보면 자영업자의 근속기간은 평균 13년 11개월이다. 무급가족종사자는 16년 11개월이나 된다. 근속기간으로 보면 대기업 직원이 전혀 안 부럽다. 업종과 장소가 자주 바뀌어서 그렇지 정말 망해서 쉬는 것이 아닌데도 자영업은 잘 망한다고 지원에 인색한 정부가 야속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취직을 못하니 할 수 없이 자영업을 한다는 것도 편견이다. 통계상 자영업을 시작한 지 2년 이내인 새내기의 70% 이상이 자신만의 사업을 직접 경영하고 싶어서 도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임금근로자로 취업이 어려워서 자영업을 택하는 경우는 16%에 불과하다. 보다 긍정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인 자영업 창업지원이 필요한 이유이다.자영업 비율은 낮은 것이 좋다는 생각도 꼭 맞는 것은 아닐 수 있다. 물론 대체로 선진국일수록 자영업 비율이 낮다. 우리나라에서도 산업구조가 고도화된 시·도일수록 자영업비율이 낮게 나타나고 장기적으로도 자영업 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그러나 자영업은 실업을 흡수하는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실업률이 높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때에는 자영업의 실업 흡수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특히, 인천의 경우 대단위 아파트 건설과 급속한 인구증가가 대형소매점의 빠른 증가와 함께 이루어져왔다. 이에 따라 대형소매점이 주변의 자영업을 대규모로 흡수하여 자영업비율(2017년 중 14.5%)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도시가 되었다. 이와 동시에 대형소매점의 자영업 흡수는 그만큼의 실업증가를 가져와 그동안 실업률 증감과 자영업비율 증감이 정확히 대칭되는 문제점을 보여 왔다. 이제, 인천시의 자영업 대책을 보고 싶다./김하운 (사)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이사김하운 (사)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이사

2018-08-15 김하운

[경인칼럼]경제논리와 개혁의 실종

7개월째 고용대란 지속 '경제 최악' 평가'정부 소득주도' 혁신성장에 밀렸기 때문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면 교집합 만들어야'진정성 있게 야당 설득'하는 정치가 필요지방선거가 끝나고 문재인 정부 2기가 들어선 이후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여야의 공수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의 지방선거에서의 참패는 박근혜 탄핵과 적폐청산의 연장에서 치러진 선거의 성격상 예견된 결과였다. 촛불로 상징되는 국민의 요구에 의해 탄생한 정권에게 우선 요구되었던 것은 적폐청산이었다. 이는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라는 시대적 당위와 맞닿아 있었다. 새 정권 출범 후 적폐수사는 지지율 고공행진의 원동력이었다.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또한 중대한 변화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보수 정권에서의 불법과 반헌법 행위에 대한 사법 단죄의 다른 한 편에는 당면한 경제악화와 일자리 문제 등의 민생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과제가 놓여있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적폐청산과 남북 관계 개선은 부차적 문제로 전락하고 만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소득주도 성장은 혁신성장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7개월째 고용대란이 지속되고 있고, 설비투자와 각종 경제지표 악화에서 보듯이 경제는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체감경기는 더욱 심각하다. 재벌개혁이라는 정권의 목표는 대기업의 고용창출과 투자의 필요성 때문에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집권세력 내부도 분열의 조짐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친문경쟁구도 이지만, 권력의 속성상 권력 내부의 분화도 불가피하다.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재벌문제 등 해법의 차이로 집권당에 비판의 날을 세운다.상황은 가변적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촉발된 자영업자와 노동자와의 갈등의 이면에 똬리 틀고 있는 기득권의 구조적이며 압도적 우세는 가려지고 있다. 보수진영과 보수야당은 선거 이후에 전열을 정비하고 민생을 고리로 총공세로 나오고 있다. 사회적 불평등 완화와 격차 해소 등 사회구조의 혁파를 지향했던 촛불혁명의 동력은 소진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가 보수와 진보 양쪽으로부터의 협공으로 식물정권이 된 전철을 상기해야 한다. 민생과 재벌개혁이 적대적이어서 안되고, 사회적 부조리와 부패의 해소가 경제악화의 주범일 수는 더욱 없다. 그러나 분명한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사회경제적 개혁은 경기침체의 주범이고, 재벌개혁은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창출에 부정적이라는 '경제논리'는 한국사회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강고한 프레임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개혁적 프로그램을 가동조차 하지 못했다. 이륙도 하기 전에 활주로에서 적의 기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전폭기의 형국이다. 여소야대라는 정치공학 탓도 있다. 그러나 높은 지지율에 취하여 협치와 협력이라는 정치의 기술을 터득하지 못한 책임이 더 크다.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과 헌법유린에 아직도 반성하지 않고 참회록을 쓰지 않는 자유한국당은 비상대책위를 출범시키고 국가주의라는 프레임 전환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여전히 한국당은 심판의 대상일지 모르나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안겨준 것으로 유권자의 일차적 심판은 끝났다. 이제 모든 공격의 대상은 여권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개혁과 민생의 조화라는 고도의 정치기술과 철학이 필요하다. 경제악화는 개혁의 추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개혁의 실종에서 온다는 논리는 기득권의 강고한 반격과 민생의 악화가 맞물리면서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항상 프레임 전쟁에서 패하는 역사의 데자뷰다. 일방으로 쏠려서는 안된다. 경제가 어렵다고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휴지통으로 들어간다면 자영업자와 중산층 이하의 서민의 삶은 나아지는가. 각기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을 모두 만족시키기 어렵다면 최소한의 교집합을 만들어 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 역시 정치가 해결할 일이다. 이의 운용은 집권연합의 몫이다. 야당을 진정성 있게 설득한다면 상충하는 보수와 진보 논리의 최대공약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집권세력의 위기가 개혁의 실종으로 연결될 수 있는 중차대한 시기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2018-08-14 최창렬

[노트북]광역버스 논란의 중심에 '서민' 있어야

새벽까지 다니던 '삼화고속'이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인천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한 그때가 그랬다. 서울에 가면 도통 인천으로 돌아오고 싶지가 않았다. 인천행 전철 막차를 타려면 늦어도 밤 10시 30분이면 일어나야 했다. 동기들과 술 몇 잔을 비우다 보면 이 막차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전철은 끊겼는데 삼화고속 광역버스는 야속하게도 새벽 1시까지도 인천행 경인고속도로를 달렸다. "엄마, 막차를 놓쳤어. 친구 집에서 자고 갈게"란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삼화고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울~인천을 40여 년간 잇던 삼화고속은 지난해 적자 등을 이유로 광역버스 운행을 중단했고 지금은 다른 광역버스 업체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광역버스는 서울에서 낮 전부를 보내도 각자 다른 이유로 밤은 허락받지 못한 인천 시민들의 애환이 서린 교통수단임은 여전히 변함없다.최근 인천이 광역버스 문제로 떠들썩하다. 광역버스 8개 업체 중 6개 업체가 준공영제 도입을 요구하며 19개 노선 폐선 신청을 했다. 인천시는 교통 복지 차원에서 일부 재정 지원에 공감하면서도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1천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만큼 광역버스까지는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체도 더 이상은 어렵다며 21일부터 운행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정부는 "광역버스는 지자체 소관"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광역버스 논란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만 더 '서민'을 향했으면 좋겠다. 서울에선 집 한 채 구하기 어려운 직장인, 자기 차를 사서 유지할 형편이 사치인 청년과 노인, 학원과 대학이 몰린 지역으로 내몰리는 학생들이 광역버스의 주 이용객이다. 이들이 바로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사람들이다. 원칙만을 고수하는 지자체와 지자체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 운행 중단을 선포한 업체 모두가 야속하다. 지금 당장 수습을 하더라도 좀 더 멀리 보고 장기적인 대책과 구조적 개선을 위한 노력에는 서로 배려와 양보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인천시민에게 광역교통은 곧 서민 복지이자 우리나라 경제의 원동력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say@kyeongin.com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2018-08-14 윤설아

[기고]'아일라'를 아십니까?… 전쟁의 아픔 속 피어난 우정

한국전쟁때 터키군인이 고아가 된5살짜리 소녀를 만나 보살피다헤어진뒤 60여년만에 재회하는 실화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명소로'앙카라학교 공원' 재탄생하길 기대최근 터키 영화 '아일라'가 개봉했다. 한국전쟁 당시 파병되었던 터키군인이 고아가 된 5살 어린 소녀를 만나 딸처럼 보살피다 헤어진 뒤 60여 년 만에 재회하게 되는 감동 실화이다. 터키를 우린 '형제의 나라'라고 부른다. 한국전쟁에 우방국으로 참전했고, 한국에서 고아들을 보살피며 '앙카라 고아원'을 운영하며 우정을 나눴다. 바로 '아일라'의 감동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고아원이 운영되었던 수원시 서둔동이다. 서둔동 주민들과 고로(古老)들은 앙카라를 기억하고 있다.1950년 6월 25일 새벽, 한반도는 포탄 소리와 함께 전쟁의 회오리에 휘말렸다. 우린 지금도 휴전 상태로 민족분단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은 세계를 놀라게 했고, 평화로 가는 길을 열기 시작했다.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고 분단을 극복해야 한다는 염원이 반영된 결과이다.한국전쟁 당시 터키군 1개 대대가 현 농촌진흥청 안 우체국이 있었던 건물 내 주둔하였다. 당시 서둔동 일대는 전쟁을 피해 내려온 이북 출신의 피란민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 속에는 피란길에 부모를 잃은 640여 명의 고아들이 있었고,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인근 가건물에 아무렇게나 살고 있었다. 이때 이곳에 주둔하고 있던 터키군은 자신들의 수도인 앙카라(Ankara)에서 이름을 딴 '앙카라고아원'을 전쟁 중이던 1952년 5월에 설립하였다. 터키군인들은 허기와 굶주림에 시달리던 한국 어린이들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가르쳤다. 이후 앙카라고아원은 터키군이 본국으로 돌아간 1966년까지 14년 동안 운영되었다.이후 민족상잔의 비극을 고스란히 간직한 앙카라고아원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이름이 될 뻔했다. 하지만 2006년 과거 고아원이 있던 자리(서둔동 45-9번지 일대)에는 고아원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건립 기념비가 세워졌고, 현재는 서호초등학교 앞 앙카라학교 공원으로 옮겨져 있다. 수원시가 한국전쟁 당시 터키군의 인도적 활동을 기리고 앞으로 터키와의 우호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앙카라학교 공원을 조성하여 기념비를 이곳으로 옮긴 것이다. 또한 수원시는 앙카라고아원이 있던 근처의 길을 '앙카라 길(Ankara-gil)'이라고 명예도로명을 부여하였다.앙카라학교 공원은 지난 2013년 6월 25일 개장식을 가졌다. 공원 개장식에는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하여 나지 사르쉬바 주한터키대사, 시·도의원과 앙카라고아원 출신 인사 등 100여 명이 참석하였다. 특히 앙카라고아원 출신의 브라스 밴드 등이 축하공연을 해 행사의 의의를 더했다. 이날 앙카라고아원 출신들의 모임인 '형제회'가 앙카라학교 공원 개장식에 참가했는데, 소년·소녀에서 노인이 된 앙카라 형제회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오랜만의 만남에 60여 년 전의 사진을 돌려보면서 당시를 회상하였다. 이들은 사실 살아오면서 자식을 키우고 사회에 독립시키기까지 자식들에게 누가 될까, 사회적 인식도 곱지 않아 '고아'라는 모습을 숨기고 살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고향이 되어버린 서둔동을 찾아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던 서글픈 사연들이 있었다.터키에서 개봉하여 많은 이들에 감동을 주었던 '아일라'를 보면서 '앙카라 고아원'을 생각해 본다. 현재 서호초등학교 앞의 앙카라학교 공원은 전쟁의 참상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슬프고 힘들었던 시절을 기억하고, 우리를 도왔던 우방국들과 함께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곳이다. 또한 얼마 전 '앙카라 고아원'이 있던 서둔동의 자리에 옛 건물이 남아있음도 지난 기억 속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일라'를 보면서 지난 역사를 되새기고, 터키와의 우정을 기리며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명소로 '앙카라학교 공원'이 다시 태어나길 기대해 본다./이동근 수원시 학예연구사이동근 수원시 학예연구사

2018-08-14 이동근

[수요광장]황현산 비평을 기억하며

선생은 문학 자체를 들여다보고자신만의 문장·흐름·체온으로 표현사회·역사적 맥락 품었음을 알기에미학적 고투 산물임을 이해한 만큼누구보다도 상황의 독법에 공 들여황현산 선생이 지난 8일 별세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을 지낸 분이지만 우리에게는 비평가로, 번역가로, 산문가로 깊이 남을 분이다. 요즘 팔순 넘어서도 열정적인 문필 활동을 펼치시는 분들이 많은데, 70 초반이신 선생의 타계는 애석하기 짝이 없다.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2013)가 유례없이 젊은 층의 호응을 얻었고, 트위터나 칼럼들을 통해서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필치를 선생은 세상에 깊이 남겼다. 지난 6월 펴낸 산문집 '사소한 부탁'은 결국 유작이 된 셈인데, 거기서도 선생이 보여준 해박하고 단정하고 날카로운 식견과 통찰과 문장은 우리 산문 문학의 한 정점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스스로는 부정했지만, 선생의 탁월한 경륜과 심오한 철학이 새로운 차원의 산문 읽기 경험을 허락한 것이다.그러나 무엇보다도 선생은 '비평가'로 남을 것이다. 황현산 비평의 개성은, 텍스트의 기표와 흐름과 궁극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따라잡는 미학적 집념과 성실성에서 비롯한다. 선생의 비평은 텍스트에 대한 평면적 해석에 머무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 동어반복에 가까운 해설 편향의 비평 풍토에서도 선생은 거리가 멀다. 섣부른 논쟁 위주의 비평 관행에서도 선생은 자신을 고독하고도 서늘하게 지켜가는 파수꾼이자 불침번임을 자임하였다. 그만큼 선생은, 문학 자체를 들여다보고 그것을 자신만의 문장으로, 흐름으로, 체온으로 감싸 안아 표현한 비평가였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이 선생을 문학지상주의자로 만들지는 않는다. 선생은 누구보다도 상황의 독법에 공을 들이는 비평가였고, 문학이 미학적 고투의 산물임을 이해하는 만큼, 문학이 사회 역사적 맥락을 품고 있는 실체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선생은 텍스트를 상황의 평면적 반영으로 보는 시각에서 자유로운, 큰 품과 눈을 가졌던 비평가였을 뿐이다.천천히 선생의 노작 '우물에서 하늘 보기'(2015)를 펼쳐본다. 여기서도 선생은 개개 시편에 담긴 주제와 방법과 시선과 그늘까지 읽어내는 열정을 마다하지 않음으로써, 텍스트에 새겨진 정서가 존재의 본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사회적 맥락에서 분출되는 것임을 설명하였다. 그래서 시인들의 눈물과 울음의 미학을 구조 차원이든 성정 차원이든 모두 선명하게 규명해내면서, 그 정서적 조건들을 앙양해내는 시인들의 고유한 언술 방식에 대해서도 눈길을 늦추지 않았다. 더불어 선생은 상호텍스트적인 문법들을 다양하고도 꼼꼼하게 파악하고 설명해냄으로써 풍요로운 시 읽기의 한 전범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처럼 단단하고 물샐 틈 없는 선생의 연금술이야말로 우리 비평의 한 진경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거기 실린 몇 마디에 귀 기울여보자.아름다운 것은 슬픈 것에서만 찾을 수 있었다. 슬픔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거기에 원한이 섞여 있지 않아야 하겠지만, 함께 울자고 말할 수도 없고 편히 가라고 말할 수도 없다. 가슴에 묻자니 가슴이 좁고 하늘에 묻자니 하늘이 공허하다. 이 언어의 무능함과 마음의 무능함이 대낮에 두 눈을 뜨고 그 수많은 생명들을 잃어버린 한 나라의 무능함과 같다. 잘 가라, 아니 잘 가지 말라. 이렇게 쓰는 만사(輓詞)가 참으로 무능하다.슬픔을 아름다움의 결정으로 이해한 이들은 심미주의자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현산 선생은 우리 시대의 비극 앞에서, 맑고 순결한 슬픔이 아니라, '만사'라고 불러야 할 상실감이 온통 그 슬픔을 감싸고 있음을 증언한다. 그만큼 선생은 자신의 현실인식을 꾸준히 심화하면서, 언어예술로서의 시를 읽어내는 충실성을 동시에 예각화해갔다.우리는 가끔씩, 황현산 비평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텍스트의 상황과 심연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기회와 욕구를 얻어왔다. 이제 그러한 비평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비평이 텍스트의 우호적 후경에 머물지 않고 경험적 지남(指南)이 되기도 하는 장면을, 선생은 여러 번 선사해주지 않았던가. 못내 그리울 것이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18-08-14 유성호

[참성단]광복절 아침에

광복절 아침이다. 73년 전 어린 소년의 눈에 비친 광복 그날의 풍경은 이랬다. "그때, 분명 그때, 뜰에는 이상한 여름꽃들이 피어 있었다. 하지만 원추리와 능소화 같은 낯선 꽃들이 우리를 그렇게 놀라게 한 것은 아니었다. 8월의 하늘을 향해 마치 용(龍)의 비늘처럼 번득이며, 솟구치는 한 폭의 깃발이 있었다. 성조기도 아닌, 유니언 잭도, 청천백일기도 아닌, 더더구나 일장기도 아닌, 처음으로 보는 그 깃발이 우리들의 어린 가슴을 북처럼 자꾸 두들기고 있었다."벼락같이 다가온 해방. 처음 태극기를 보았을 때의 감흥을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 이어령은 이렇게 썼다. 태어나서 처음 본 이상야릇한 깃발이었지만 무엇이 어린 가슴을 두드렸다. 비단 이어령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73년 전 오늘 그 또래들에게 해방이 준 선물인 '태극기와의 조우'는 그런 흥분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오늘은 광복 73주년이다. 하지만 10년째 계속되고 있는 건국을 둘러싼 논쟁으로 '광복절'은 이제 공휴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소년 이어령과 그 또래의 가슴을 두드렸던 환희의 '그날'이 아니다. 그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 토론회- 건국일 끝장토론'까지 열렸다. 우파 진영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정부가 탄생한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좌파 진영은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주장한다. 양측의 격앙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사실 내년이 더 두려워진다. 이미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 건국일이라고 선언한 상태다. 정부는 내년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펼칠 모양이다. 그러니 진보와 보수의 충돌은 불을 보듯 뻔하다. 도산 안창호의 나라 사랑은 철저한 자기반성에서 시작된다. "우리나라를 망하게 한 것은 일본도 아니요, 이완용도 아니다. 망하게 한 책임자가 누구냐. 그것은 나 자신이다. 내가 왜 일본으로 하여금 손톱을 박게 하였으며, 내가 왜 이완용으로 하여금 조국 팔기를 용서하였소! 그러므로 망국의 책임자는 나 자신이다." ' 겨레의 스승' 도산 안창호는 망국의 원인을 그 누구의 탓으로 돌리려 하지 않았다. 모두 우리 책임이라는 것이다. 광복절 아침, 좌·우를 향해 "정신 차려라!" 소리치는 도산의 호령이 귓가를 두드리는듯하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08-14 이영재

[발언대]항우(項羽)의 후회 깊은 눈물을 잊었는가

초한지에서 가장 슬픈 장면을 뽑는다면 한신(韓信)과의 해하(垓下) 전투에서 패색이 짙어진 항우가 사랑하는 여인 우희의 자결을 앞에 두고 해하가(垓下歌)를 슬피 읊었던 장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나는 역사의 가르침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 순간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있다. 현재 우리네 삶은 무엇인가를 잊고 당장에 자신들의 이권에 눈이 멀어 더욱 소중한 것을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한번 되돌아볼 필요성을 느낀다.최근 충북 제천시 스포츠 센터 및 경남 밀양 세종요양병원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하여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을 여러분들도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이제는 그동안 얽혔던 끈들을 한 가닥 한 가닥씩 풀어내야 할 때이며, 그 출발점이 '국가 화재안전특별 조사'의 시행이라고 생각한다. 매번 대형사고 후 정책결정이 이루어지는 등 지금까지 우리가 자신하던 안전의 현주소는 그렇게 진행되어왔다. 이제 우리는 안전관리의 큰 밑그림이 필요할 때이며 이에 따라 시행하는 국가 화재 안전특별조사를 토대로 안전한국 100년 대계의 큰 뜻을 이루어야 할 시점에 서있다.안산소방서는 연일 폭염특보의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소방·건축·전기·가스 경력직 등 각 분야별 전문가 11개조 38명으로 구성된 국가 화재안전조사반을 편성하여 건축물에 대한 종합적인 특별조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이번 국가 화재안전특별조사는 내 가족을 위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필수 불가결한 행정으로 생각하여 안산시의 소방안전이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되지 않도록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와 뜨거운 격려가 필요하다./이정래 안산소방서장이정래 안산소방서장

2018-08-13 이정래

[특별기고]새로운 인천특별시대, 시민이 시장입니다

작은 사업이라도 市가 독단적 결정 안하고시민에게 묻고 지혜 모으는 소통행정 펼것서로 공감하는 객관적 지표로 정책 수립도"희망찬 여정 함께할 300만이여 응답하라"'시민이 주인인 새로운 인천특별시대'. 지난 7월 출범한 민선7기 시정 철학입니다. 취임 첫날 300만 인천 시민들께 시민이 주도적으로 시정에 참여하는 '시민특별시'를 약속드렸습니다. 시민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일자리, 복지, 원도심 발전 등 시정의 중심에 시민을 모시겠다는 제 소신을 담은 것입니다.우선 작은 것부터 시민 입장에서 생각하고 바꿔나가려 합니다. 얼마 전 시민들과 함께 한 행사에서는 단상에서 내려와 객석에서 축사를 했습니다. 인천의 주인인 시민 여러분과 눈높이를 맞춰 소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기존에 보고식으로 진행됐던 형식적인 회의도 없애고 시장실이 아닌 각 실국에서 직원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며 시민들을 위한 정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직원들도 시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시민 입장에서 꼭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시민을 위한 폭염대책을 정비해 무더위 속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을 위한 지원책을 시급히 시행하기로 하고, 직원들이 직접 무더위쉼터가 안전하고 쾌적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현장에 나가 살폈습니다. 시가 단독으로 결정하던 기존 방식을 버리고 아무리 작은 사업도 시민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지 여러분께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한 번 더 고민하고 있습니다.또 우리 인천시는 시민들께 묻고 함께 지혜를 모으는 소통 행정을 펼칠 것입니다. 소통(疏通)은 서로의 뜻이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는 의미이지요. 시민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의견의 합을 이루는 진정한 소통을 한다면 묵은 현안도 깨끗하게 해결될 거라 믿습니다. 시 홈페이지에 '시민시장실'이 항상 열려있고, 시민이 직접 정책에 참여하는 위원회 등 다양한 통로를 마련 중입니다. 시민과 온·오프라인에서 수시로 소통하며, 시민께 길을 묻고 깨알 같은 시민들의 아픔도 함께 나누겠습니다. 중요한 정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들이 직접 결정하는 공론화의 장도 올해 안에 완성됩니다. 시장만 알고 정작 시민은 모르는 깜깜이 행정은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시청 앞 미래광장도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는 열린 광장이자 편하게 쉴 수 있는 여러분의 공간으로 돌려드리겠습니다.이와 함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를 세워 정책을 수립하는데 활용하고자 합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지표가 될 수 있는 통계를 구축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일자리, 교통, 관광 등의 정책 수립 과정에 활용해 보고서 성과와 민생현장 사이의 온도차를 줄여가겠습니다. 보여주기식 지표가 아닌 시민의 삶을 그대로 반영하는 지표를 개발해 사업 결과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습니다. 긍정적인 지표는 시민들에게 적극 알리고, 시민 요구에 부합하지 못한 부분은 이해를 구하겠습니다. 제 집무실에는 '시민이 시장입니다'라는 문구와 제가 청와대 인사수석 시절 노무현 前대통령과 찍은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사진을 보며 제 정치적 스승인 故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 목소리에 응답하지 않는 정치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말씀을 항상 되새깁니다. 민선7기 인천시는 시민 한분 한분의 목소리를 잘 새겨듣고 시정에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천의 시장인 시민 한분 한분을 섬기고, 인천의 시정을 혁신해 모든 정책의 중심에 시민이 있게 하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시민이 주인인 새로운 인천특별시대'를 향해 쉬지 않고 달리겠습니다. 이 희망찬 여정에 인천 시민 모두 동참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모든 것의 성공 여부는 시민 여러분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이 글을 빌어 300만 인천 시민들을 향해 크게 외쳐봅니다."응답하라 300만 인천 시민들이여."/박남춘 인천시장박남춘 인천시장

2018-08-13 박남춘

[참성단]문재인 정부와 연금 개혁

정부가 지난 주말 국민연금 개선방안을 슬쩍 흘렸다가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 혼비백산, 일요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출근해 "정부안이 아니다"고 발뺌하는 소동을 벌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비난성 청원으로 도배됐다. 국민연금 폐지 주장 부터 '죽기 전에 받아볼 수 있는거냐'는 조롱이 넘쳤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국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국민연금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직접 진화에 나서야 했다.분명한 건 국민저항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제도 자체는 유지해야 하고, 유지하려면 개선과 개혁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635조원의 기금은 세계 3위 규모이지만, 기금고갈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이 5년마다 70년 후의 연금재정을 감안해, 수령 시기와 금액을 조정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군다나 저출산, 저성장 추세가 완연한 우리사회는 연금재정 고갈 시한이 단축되면서 보험료 인상, 가입연령 상향, 수급개시 연장이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다.문제는 성난 민심이라는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에 있다.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연금개혁에 딴죽을 걸었던 정부·여당이 이제 '방울 술래' 순서가 됐다. 그런데 정부는 그동안 연금 개혁 보다는 국민연금을 통한 대기업 경영 감시방안을 고민했다. 정작 기금을 살찌울 기금운용본부장은 1년째 공석이고 운용수익률은 역대 최악이다.독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네번의 결혼으로 반지의 제왕이라는 비아냥을 샀지만, 독일 경제호황의 기반을 마련한 정치력으로 유명하다. 98년 총리 취임이후 7년간 노동자 해고 제한 규정 완화, 연금수령 연령 연장, 의료보험 본인부담 확대 등 경제개혁 조치를 밀어붙였다. 그 대가로 그는 정권을 잃었지만, 독일경제는 통일 후유증을 털고 다시 비상했다. 올 초 방한 때는 "지도자는 선거에 패배하더라도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잃을 각오로 국민연금 등 4대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에 매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구보수 궤멸과 사회개혁을 위한 20년 집권설이 회자되는 상황에서, 연금개혁에 정권을 걸수 있을지 궁금해서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8-08-13 윤인수

[시인의 꽃]꽃덤불

태양(太陽)을 의논(議論)하는 거룩한 이야기는항상 태양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달빛이 흡사 비오듯 쏟아지는 밤에도우리는 헐어진 성(城)터를 헤매이면서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오롯한 태양을 모시겠느냐고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가슴을 쥐어뜯지 않았느냐?//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버린 벗도 있다.그러는 동안에 멀리 떠나버린 벗도 있다.그러는 동안에 몸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그러는 동안에 맘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서른여섯 해가 지나갔다.//다시 우러러보는 이 하늘에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오는 봄엔 분수(噴水)처럼 쏟아지는 태양을 안고그 어느 언덕 꽃덤불에 아늑히 안겨보리라.신석정(1907~1974)날이 아무리 뜨거워도 이와 같이 뜨겁게 달아오른 날이 있었겠는가. 일제강점기 35년 억압과 수탈의 폭염 속에서 '민족의 태양'을 다시 찾은 날 '그 어느 언덕'에서나 '거룩한 꽃덤불'로 피고. '그러는 동안'에 자신이 자신을, 서로가 서로를 '잃어버린' '떠나버린' '팔아버린' 수많은 것들을 생각하면, 왜 8월이 "분수(噴水)처럼 쏟아지는 태양" 볕에 그을려 있는지 알 것도 같다. '다시 우러러보는 이 하늘가'에서 평화와 자유 평등의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오롯한 태양'을 저마다 모시고, 이 강산을 푸르게 해야 할 책무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반만년 역사의 꽃씨' 속에서 나온 '꽃덤불'이기 때문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8-13 권성훈

[전호근 칼럼]어느 가족이 본 '어느 가족'

'혈연 아닌 서로 필요해서 산다'는영화속 다섯명의 주인공들마지막 장면에서는 서로를 위해자신이 가장 소중한 것을 준다내가 본 '유일한' 가족 영화였다며칠 전 가족과 함께 집 근처 영화관을 찾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을 보기 위해서다. 당초 식구 넷이 다 같이 편안하게 즐길 만한 영화로는 적당치 않을 수도 있겠다는 일말의 염려가 없지 않았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지만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기에는 적잖이 불편한 장면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가족 모두 어엿한 성인인데다 의견 일치가 쉽지 않은 우리 가족의 특성상, 모처럼 같이 영화를 보기로 한 드문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가족 간 의견 일치가 어떻게 쉽지 않은지 궁금해하실 분이 계실 것 같아 잠시 옆길로 새자면, 우리 가족은 좋아하는 음식도 각기 다르고, 독서나 음악 취향도 모두 다르며 세대 차이도 꽤 심각한 편이다. 무엇보다 밥상머리 대화에서 다른 사람 이야기는 잘 듣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끝까지 해대는 통에 번번이 논쟁이 일어나 서로 얼굴 붉히기가 십상이다.이처럼 모래알 같은 가족이 한 명의 반대도 없이 '어느 가족'을 보는 데 찬성했으니 영화를 보기도 전에 고레에다 감독의 위대함에 고개가 숙여졌다.'어느 가족'은 원제가 '만비키 가족(万引き家族)'이다. '만비키'는 물건을 사는 척하면서 훔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원제를 우리말로 옮기면 '좀도둑 가족' 정도가 된다. 제목만 놓고 보면 가족 영화가 아니라 오히려 가족파괴 영화라 해야 할 것이다. 세상의 직업으로 간주할 수 없는 도둑들의 이야기가 어찌 가족 영화일 수 있단 말인가.게다가 주인공들 중 사회가 용인하는 정상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가족 구성원 중 남편 역할을 하는 오사무는 아이를 시켜 가게의 물건을 훔치게 하고 때로 자동차의 창문을 부수고 직접 물건을 훔치기도 한다. 아내 역할을 하는 노부요는 세탁소에서 일하지만 세탁물에 잘못 딸려온 고객의 물건을 수시로 훔친다. 딸 역할을 하는 아키는 유사 성행위 업소에서 일하며 돈을 번다. 할머니 하츠에는 전 남편이 남겨준 연금으로 생활하지만 생전의 남편과 정상적인 관계가 아니었다. 아들 역인 쇼타는 책가방을 메고 다니지만 학교에 다니지 않으며 책가방 안에는 책 대신 훔친 물건이 들어있다. 새로 가족의 일원이 된 유리는 오빠인 쇼타를 따라 가게에서 물건 훔치는 법을 배운다.이들은 혈연 유대가 아니라 서로의 필요에 따라 함께 살게 된 것일 뿐이다. 할머니는 돌봄이 필요하고 다른 사람은 할머니의 연금에 의지하여 생활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함께 모여 살게 된 이유는 가출이나 버려짐 또는 유괴의 결과일 뿐이다. 그러니 사회의 기준으로 보면 이들을 가족이라 할 수 없다. 그런데 그들이 세상 사람들이 '내다 버린' 가족의 가치를 가장 잘 지키고 있다면?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러 할머니 하츠에가 죽자 두 부부는 연금을 계속 타기 위해 할머니의 시신을 몰래 땅속에 파묻는다. 나중에 경찰이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추궁하자 노부요는, 자신들은 '버린 것'이 아니라 '주운 것'이라며 버린 사람은 따로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이 질문은 관객에게 그대로 꽂힌다. 내가 바로 노부요가 말하는 그 '버린 사람'은 아닌가.주인공들이 함께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장면은 특히 인상 깊다. 그들은 불꽃은 보지 못하고 지붕 너머로 폭죽 소리만 들을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여느 가족보다 더 아름다운 불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이 장면은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있다는 걸 암시한다. 가족은 그런 것이다.할머니가 해변에서 놀고 있는 다섯 명의 가족을 바라보며 입술만 움직여 말하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물론 말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쇼타가 입술을 움직이는 장면과 함께, 들리지 않아도 들을 수 있다는 걸 암시한다. 가족은 그런 것이다.영화의 막바지에서 두 부부는 자신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쇼타에게 내어준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들의 아들로 여겼던 쇼타 그 자신이다. 노부요는 쇼타에게 친부모를 찾을 수 있는 단서를 알려준다. 그리고 오사무는 자신의 본명과 똑같은 이름을 지어준 아들 쇼타에게 이렇게 말한다."아빠는 이제 아저씨로 돌아갈게."주인공들은 가족을 위해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준 것이다.'어느 가족'은 '훌륭한' 가족 영화가 아니라 내가 본 '유일한' 가족 영화였다./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018-08-13 전호근

[데스크 칼럼]논란되고 있는 학생선수 학습권보장

최저학력제 채우기 위해 낯선 환경서 수업선수들에 도움 안되고 학부모들 반발만 사그들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 도입된다면 어렸을때부터 체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어학생 선수들의 운동권 보장 문제는 수년 전부터 체육계와 교육계의 공통된 관심거리다. 경기도교육청은 학생 선수들의 기초학력 증진을 위해 지난해부터 최저학력제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도교육청이 시행하고 있는 최저학력제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국어와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중 한 과목이라도 소속 학교의 해당 학년 교과별 평균성적을 기준으로 일정 수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다음 학기 전국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초등학생은 평균 성적의 50%, 중학생은 평균성적의 40%다. 고등학생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강좌를 들으면 학교장의 판단하에 대회 출전이 가능하다.사실 최저학력제 도입이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과 운동선수가 꿈인 청소년들 간에 학습차를 사실적으로 평가하고 있는지는 고민해 볼 문제다.모든 일반학생들에게 적용될 수는 없지만 많은 학생들이 영어와 수학은 학교 수업 외에도 추가적인 교육을 위해 사설기관의 강좌를 듣는다. 이런 사설기관에서 또는 학교 수업 외에도 자율적으로 공부를 하는 학생들과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운동을 하는 학생들이 같은 평가 기준으로 서열을 매겨 결정하는 최저학력제는 운동하는 청소년들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인성이 바른 청소년을 육성하기 위함이라면 국어와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개 과목 중 몇몇 과목 대신 인성 교육을 위해 윤리나 한국인으로서 뿌리를 알 수 있도록 역사와 같은 과목을 추가하는 것을 어떨까 제안해 본다.2 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위해 국가대표로 발탁된 청소년 선수들이 진천선수촌에 합류하면서 발생한 문제는 수업 참여 문제였다. 지금도 학생 선수들은 정규 수업에 참가하기 위해 진천선수촌 부근의 학교에 등교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낯선 환경에서 오로지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해 자신이 그동안 배워왔던 교육 과정과 다른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수업 참여가 학생 선수의 학습권 보장과 정서적인 안정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든다.학생 선수들과 부모, 지도자들은 교육당국의 최저학력제를 비롯한 학습권 보장 방침에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 선수라는 특수한 상황에 맞는 교육 정책이 아닌 일반 학생과 똑같은 시각에서의 정책이 수립됐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교육계는 그렇지 않다. 대학을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정이 있듯 운동선수는 운동선수에 맞는 교육과정을, 예술가를 꿈꾸는 학생에게는 그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이 도입된다면 어렸을때부터 좀 더 체계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교육정책은 정책 수혜자인 학생 선수와 부모 모두에게 반발을 사고 있다.보편적인 시선에서 학생선수들을 바라보지 않고 학생선수의 입장에서 이들이 필요한 게 무엇인지 바라봐준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지 의문이 든다.운동선수도 학생이라면 교육에 참여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운동선수가 꿈인 학생들에게 그들에게 맞는 교육과정이 제시됐고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김종화 문화체육부장김종화 문화체육부장

2018-08-12 김종화

[열린글밭]인천광역시 중구 월미도와 개항장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도시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응축이다. 유리한 자연환경에 복잡한 사회가 자리 잡는다. 그래서 온갖 것들이 뒤섞여 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장소들이 모여 도시를 이룬다. 인천광역시 중구는 다양한 요소들이 균형감 있게 공존한다.중구는 오늘날의 모습과 근대의 모습이 함께 있다. 바다를 사이로 영종하늘신도시와 인천역 일대 원도심이 마주한다. 인천국제공항은 화려하고 인천항은 세월이 느껴진다.지나간 역사대로 중구에는 중국과 일본의 흔적이 남겨져 있고 그 속에 서양의 양식도 함께 있다. 차이나타운과 개항장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이 근대에 제각기 치열했음을 보여준다. 일본은 인천을 개항했고 은행과 관청을 지었다. 식량과 자원이 배에 실리고 바다를 건너갔다. 그리고 서양문물과 공산품이 도착했다. 중국에서 온 사람들은 무리를 짓고 자신들의 영역을 지켰다. 우리나라는 조금씩 설자리를 잃어갔다. 부산하고 첨예한 시간들이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오래된 건물들이 남았다. 잘 보존된 건물들은 나름의 용도를 찾아서 전시관, 사무공간으로 쓰인다. 그리고 한국전쟁이나 화재로 그렇지 못한 건물들도 있다. 중구의 편치 못한 역사에는 또 다른 어려움이 이어진다. 인천광역시의 내부와 외부의 상황 때문에 중구는 다시금 변화해야만 한다. 새로운 항구의 건설은 중구가 기존의 인천항이 만들어준 정체성을 상실함을 의미한다. 중구에 여가를 즐기러 오던 사람들은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더 먼 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영종하늘신도시가 성공적이라면 고급화된 신도시와 침체된 원도심으로 분열된 도시가, 그렇지 못하다면 쇠락하는 도시가 중구의 미래일지 모른다.지금의 중구에는 올바른 도시 변화의 방향과 속력이 필요하다. 이익만을 노리는 투기, 무관심한 방치, 서투른 재개발은 모두 피해야 할 장애물들이다. 성숙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만이 중구에 올바른 변화를 부를 수 있다.근대에 들어서며 우리나라와 인천이 겪은 변화는 갑작스러웠고 외부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중구는 혼란스러운 역사를 다양성으로 바꾸고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있다. 어우러지는 문화와 자연이 중구를 지탱하고 돋보이게 할 역량이다. 이제는 그곳에서 주체적인 역사가 쓰일 차례이다./최준규 부천시 원미구최준규 부천시 원미구

2018-08-12 최준규

[참성단]바닥신호등

지하철을 타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목을 내밀어 스마트폰을 보는 자세가 마치 거북이 같다. 오랜 시간 이런 자세를 취하다 보니 거북이 목처럼 목이 앞으로 구부러져 '거북목 증후군'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는 사람들도 꽤 많다. 이들을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인 '스몸비족'이라고 한다. 스마트폰에 정신 팔려 주변을 인지하지 못한 채 걸어가는 좀비에 빗댄 말이다. 스몸비족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가 하면, 육교에서 굴러떨어지거나 지하철과 플랫폼 사이에 발이 끼여 골절되는 상처를 입기도 한다. 요즘은 '로드 킬' 당하는 고라니를 빗대 스마트폰을 보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스몸비족을 '폰라니(스마트폰+고라니)'라고 부른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본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시는 건널목을 건너면서 스마트폰을 보다 적발되면 15달러에서 최대 99달러까지 벌금을 물린다. 수원시와 용인시 등 일부 지자체들이 사거리 건널목에 바닥 신호등을 시범 설치했다. 스몸비족의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에 정신 놓지 말고 바닥신호등을 보고 길을 건너라는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중독이 사회문제가 된 마당에 많은 예산까지 들여가며 바닥신호등까지 설치하는 친절을 베풀어야 하느냐는 부정적인 여론도 만만치 않다. 지자체가 스마트폰 중독을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하철에는 시력보호를 위해 조명등을 설치하고, 덜컹거림을 방지하기 위해 완충용 좌석까지 설치해주라는 조롱 섞인 말도 들린다. 스마트폰 중독의 심각성은 많은 연구결과가 입증하고 있다. 2011년 데이비드 레비 미 워싱턴대 교수는 SNS 등 디지털에 중독됐을 때 사람의 뇌는 생각 중추인 회백질이 줄어들어 튀어 오르는 팝콘처럼 즉각적인 자극에만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술과 담배의 중독성보다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서구에선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줄여 오프라인의 여유를 찾자는 '디지털 디톡스(detox·해독)운동'이 확산일로다. '스마트폰을 두고 떠나자'는 디지털 디톡스 여행도 유행이다. SNS는 편리한 의사소통의 한 수단일 뿐, 삶 자체가 될 수는 없다. 나름의 절제와 경각심이 필요하다. 일과가 끝나면 일체의 정보화 기기를 꺼버리는 '디지털 다이어트'를 해보면 어떨까. /이영재 논설실장

2018-08-12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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