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오고 있다

자원확보 위한 '자원개발'때를 놓치면 엄청난 손실 초래우리에겐 생존과 직결된 문제그나마 있는것도 팔고 있어후유증 겪기전에 적극 투자해야전 세계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지난 1년간 대략 20조 달러를 쏟아부은 결과, 드디어 경기회복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국제 원자재와 원윳값이 상승 랠리를 하고 있다. 특히 유가는 코로나19 전보다 높은 60달러를 돌파했다. 지난달 24일 서부텍사스산 원유 3월물은 하루 전보다 배럴당 6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13개월 만에 최고가이고, 올 들어 24% 상승한 것이다.올해 경기 회복이 이어질 경우 새로운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슈퍼 사이클은 상품가격이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말한다.미국 CNBC에 따르면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앞으로 10년간 철광석, 구리, 니켈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도래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원자재 슈퍼 사이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0년대 중반에도 나타났다.최근 강력한 경기부양에 나선 중국은 원자재 확보를 위해 세계 광물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자원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1월15일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희토류 채굴부터 수출까지 모든 단계를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가이다.미국에서 쓰는 희토류의 80%가 중국에서 수입된다. 미국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안보팀과 경제팀에 희토류, 반도체, 배터리 등의 해외 의존도 점검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했다. 미 정부는 특정 원자재가 특정 국가에 의해 독과점됐다고 판단되는 경우 교역 대상 변경과 자원개발을 통해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니켈 가격이 지난달 24일 기준 t당 1만8천879달러를 기록했다. 니켈이 1만8천 달러를 돌파하기는 2019년 9월 이후 처음이다. 크게 하락했던 지난해 3월의 1만1천55달러 대비 63.3% 급등했다. 또 실물경기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구리 가격은 더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말 t당 4천617달러로 최저점을 찍었다가 최근 반등해 8천 달러를 넘어섰다. 철광석 가격의 경우 지난달 26일 중국 수입 기준으로 t당 166.88달러에 거래돼 두 달여 전보다 26.8% 올랐다.원자재 가격 상승은 코로나19 회복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글로벌 공장 셧다운(일시 가동중단) 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이로 인해 공급과 수요 모두 위축되며 가격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분위기였지만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사태가 완화되면서 수요가 오른 것이 원가 상승의 배경이다. 이미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공급 물량이 코로나19 회복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정부가 지난달 10일 원자재 수급 관련 비상대책 회의를 열고 가격 동향과 대응 방향을 점검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별로다.박근혜 정부 이후 지난해 말까지 자원공기업의 자원개발 투자는 거의 제로 수준이다. 정부가 해외 자원개발 기업에 빌려주는 융자금을 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총 1천890억원이 지원되었는데, 그 후 2013년부터 2019년까지는 994억원으로 2.5배가량 축소됐다.자원확보를 위한 자원개발은 때를 놓치면 엄청난 손실을 초래한다. 그래서 자원개발은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자원이 없는 우리에겐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오고 있는데 우리는 그나마 있는 것도 팔고 있다. 그 후유증은 반드시 올 것이다./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2021-03-04 강천구

[풍경이 있는 에세이]텀블러라는 작은 실천

플라스틱 대체 친환경제품 '인기'쓰레기 줄인 사례 공유 캠페인도소비자 의식 바뀌자 기업들 응답개개인 달라지면 큰 변화 만들어 당신의 작은 실천 미리 응원한다외부 미팅이 두 건 있는 쌀쌀한 겨울날이었다. 후배와 함께 첫 미팅 사무실에 도착하자 상대방이 차를 권한다. 종이컵과 함께 내민 티백을 살펴보던 후배가 텀블러를 꺼내며 "저는 여기에 마시겠다"며 양해를 구한다. 후배가 환경에 관심이 많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텀블러를 갖고 다니며 쓴다는 건 그때 처음 알았다. 어쩌면 어색할 수 있는 외부 미팅 자리에서도 스스럼없이 쓰는 것이 조금 놀라웠다. 상대방도 "요즘 이런 분들 많은데, 역시 젊은 세대답게 멋있다"며 화답한다. 자신도 일회용 컵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고 고백하면서…. 다음 미팅 장소인 커피전문점에서는 텀블러 할인을 받았다. 그 미팅에서 만난 분도 텀블러를 챙겨다니는 후배를 칭찬하며 "자신도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겠다"고 웃었고, 미팅은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됐다. 늘 그렇게 텀블러를 갖고 다니는지 묻자 후배는 개인적으로 외출할 때도 갖고 다닌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점심 먹으러 갈 때 주머니 같은 걸 챙겨나가는 걸 봤던 기억이 난다.몇 번 갖고 다니다 선반에 고이 모셔져 있는 내 텀블러처럼, 바쁜 일상에서 환경적 실천을 의식하거나 생각하면서 행동하지 않으면 몸은 편한 걸 찾게 마련이고, 편하게 쓰다 보면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그나마 장바구니를 챙겨서 갖고 다니는 것이 요즘 내가 하고 있는 소소한 실천이다. 쓰지 않을 때는 착착 접어 주머니나 가방 한구석에 넣어두고, 쓸 일이 생길 때마다 꺼내 쓰는데 꽤 유용하고 편하다. 그에 비하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잔뜩 나오는 배달 음식을 줄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냉장고 속 남은 재료 활용하기, 손수건 이용하기, 플라스틱 빨대 사용하지 않기 등은 생각보다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다.전문가들은 '쓰레기 0'을 위해 실천해야 할 '5R'로 필요 없는 물건을 거절하고(Refuse), 쓰는 양은 줄이며(Reduce), 일회용 대신 여러번 쓸 수 있는 제품을 사고(Reuse), 재사용이 불가능하면 재활용으로 분류하며(Recycle), 나머지 썩는 제품은 매립한다(Rot)를 꼽는다.전 세계에서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업체 1위로 꼽히는 코카콜라는 최근 페트병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종이병을 개발했다. 한해 300만t의 플라스틱을 배출해 '세계 최대 오염원'이라고 불리고 있는 오명을 벗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주류 회사들도 유리병과 비닐 라벨지를 줄이기 위해 종이병을 개발 중이며, 유리나 플라스틱 용기 대신 종이 패키지 화장품을 출시한 회사도 등장했다. 매번 플라스틱 용기를 교체해야 하는 액체 대신 고체로 만들어져 쓰레기 발생량을 줄일 수 있는 '샴푸바'와 '설거지바'도 인기다. 다양한 리필 상품과 무포장 제품을 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 숍 '알맹상점' 등과 같은 가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SNS에서는 밀레니얼(MZ) 세대를 중심으로 일상에서 쓰레기 발생을 줄인 자신만의 사례를 공유하는 캠페인 '제로웨이스트 챌린지'가 한창이다.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는 환경 캠페인으로 용기를 내서 시장이나 음식점에 직접 용기를 들고 가 플라스틱 포장이나 비닐 없이 용기에 물건을 담아오는 '#용기내 챌린지'도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소비자가 다회용기를 직접 들고 가기 때문에 불필요한 일회용품 낭비를 줄일 수 있을뿐더러 위생적이다. 이런 캠페인과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에 빠르게 응답 중인 한국 기업들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밀봉된 캔을 덮은 뚜껑은 불필요한 플라스틱 쓰레기"라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CJ는 스팸의 노란 플라스틱 뚜껑을 없앴고, 매일유업은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빨대 반납 운동'에 화답해 우유팩에서 빨대를 제거한 제품을 내놓았다. 애초에 재활용되지 않는 제품을 생산하지 않도록 기업의 변화를 요구한 소비자에게 기업이 적극적으로 응답한 셈이다.한 사람이라도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 그 한 사람을 보고 또 한 사람이 바뀌는 것, 작은 것일지라도 이런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가 모여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터다. 이 글을 읽고 시작할지도 모를 당신의 작은 실천을 미리 응원한다./정지은 문화평론가정지은 문화평론가

2021-03-04 정지은

[참성단]교복 은행

1970년대, 시골 중학교 새내기들의 교복은 몸집보다 훨씬 컸다. 바지는 헐렁했고, 품이 큰 웃옷은 꺼벙했다. 가난한 농촌 가정에서 자녀들 교복은 큰 부담이었다.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기, 딱 맞는 옷은 가성비가 떨어지기 마련. 무조건 한두 치수 큰 교복을 사 자녀에게 입혔다. 외모와 복장에 민감할 나이지만 비슷한 처지였기에 창피한 줄 몰랐다.고등학교 시절, 여름 하복은 청색 계열이었다. 다른 학교에 비해 촌스럽지는 않았으나 모자가 맘에 들지 않았다. 검은색 빵떡 모자였는데, 다른 동급생들도 교문을 나서면 가방 속에 처박았다. 선생님들이 아무리 쓰고 다니라 해도 따르는 학생은 드물었다. 등교할 때 잠깐 쓰는 애물이었으나 그렇다고 집에 두고 오면 혼쭐이 나기에 꼭 챙겨야 했다.1886년 이화학당 재학생들이 다홍색 무명천으로 된 치마저고리를 입고 다녔다. 우리나라 교복의 시작이라고 한다. 10여 년 뒤 배재학당에서 남학생들이 처음 교복을 입게 됐다. 서양식 교복의 첫 수혜자는 1907년 숙명여학교 학생들이었다. 자주색 원피스와 분홍색 교모가 특징으로, 유럽풍 양장 형태다. 하지만 지나친 파격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3년 뒤 다시 자주색 치마저고리로 교체되는 수모를 겪었다.신학기를 맞아 중고 교복을 싼 가격에 판매하는 교복 은행이 인기몰이 중이다. 졸업생들의 교복을 기증받아 신입생이나 재학생들에게 저렴하게 파는 교복 물려주기 사업이다. 재킷은 5천원 안팎, 셔츠와 넥타이 등은 3천원 선에 살 수 있어 수요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경기도 내에만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교복 은행이 18곳에 달한다.형제자매가 많은 50·60대는 형님과 언니 교복을 물려받아 입는 게 자연스러웠다. 새 학기에 교복 사달라고 조르면서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생떼를 썼다. 변변한 교복 한 벌 사주지 못하는 엄마의 속은 어떠했을까. 자식을 키우고서야 가슴 한구석 찌릿해진다.교복 은행의 성장엔 코로나19가 한 몫 단단히 했다고 한다. 몇 번 입지 않아 새것 같은 교복이 수두룩하다. 후배들에게 물려주자는 선배의 사랑이 애틋하다. 학부모와 학생도 스스럼없이 중고 매장을 찾아 맘에 드는 옷을 고른다. 어린 시절, 새 교복이 뭐라고 엄마의 마음을 후볐는지. 유년(幼年)의 기억이 때론 불편하다./홍정표 논설위원

2021-03-04 홍정표

[오늘의 창]가덕도 신공항과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은 다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민간 항공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상황인데, 최근 국내 최대 이슈는 아이러니하게도 신공항 건설이다.대통령이 직접 주도하는 가덕도 신공항은 일사천리다. 올해 추석 전에 사전 타당성 조사를 마무리하고 2024년 초에는 착공하겠다는 계획이 공개됐다. 특별법이 통과돼 예비타당성 조사도 받지 않아도 된다. 2030년 부산 엑스포 개최 이전 해인 2029년에는 완공되도록 하는 게 정부와 여당의 로드맵이다.김해국제공항 포화 및 노후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동남권 신공항을 만들자는 주장에서 시작돼 부산은 물론 울산·경남까지 가세해 가덕도에 부울경 거점 신공항 유치 일보 직전 상황까지 맞이했다. 아직 여러 이견이 많지만 해당 지역은 환영 분위기다.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기남부권에서도 신공항 유치 제안이 시작돼 한쪽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가덕도와 다른 점은 신공항 사업에 대한 제안 주체 그리고 지역 분위기다. 일명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으로 불리는 경기남부 신공항은 화성시 화옹지구에 군 공항과 합쳐진 국제공항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가덕도처럼 유치전이 있을 만도 한 데, 유치를 주장하는 것은 정작 화성시가 아닌 수원시고 화성시는 오히려 이를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반대하고 있다.반대 이유는 이렇다. 수원 군 공항 화성 화옹지구 이전이 지역민 반대로 사실상 무산되자 통합공항이라는 그럴듯한 논리를 만들어, 화성 동·서 간 주민 및 화성·수원 간 주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 화옹지구는 인천공항과 근거리여서 경제성도 없고 지방공항을 활성화하려는 현 정부의 방향도 덧붙여 설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좋은 국제공항이라면 화성이 아니라 수원이 유치하라는 가시 돋친 말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수원시는 군 공항 이전을, 화성시는 막아내야 하는 입장이다. 양 시 간의 의견이 조율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다. 상황이 이렇다면 군 공항 이전 문제는 통합국제공항 등의 거품을 걷어내고, 정해진 법과 제도대로 하는 게 맞다. 원칙대로만 한다면, 양 시 간의 비생산적인 갈등과 반목도 조금은 사그라질 것이다. /김태성 지역사회부(화성) 차장 mrkim@kyeongin.com김태성 지역사회부(화성) 차장

2021-03-04 김태성

[춘추칼럼]누가 먼저

'더 가치있는 생명' 누구도 판단할 권리 없어코로나 백신 접종… 관심도 많고 말도 무성희생자 줄이고 효율성 따져 순서 정했을 것양 충분한 만큼 기다렸다 빠짐없이 맞아야대학 시절 어느 교수님이 이런 질문을 하셨다. "배가 난파되었는데 하나뿐인 구명보트에는 2명만 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배우자, 아들, 나 이렇게 네 명이 남았습니다. 누구를 구명보트에 태우겠습니까?" 많은 의견이 다양한 이유와 함께 나왔다. 심지어 "아무도 타지 말고 온 가족이 같이 죽자"라는 주장까지.10여년 전 의료 수준과 장비가 극도로 열악한 나라에 국내 모 투석회사가 혈액투석기 2대와 관련 물품을 무상으로 지원한 적이 있었는데, 혈액투석이 낯선 그 나라 의사들에게 의료 기술 전수를 위해 방문한 적이 있었다. 투석기가 2대밖에 없는 그 병원에서는 1주일에 세 번씩 평생 투석을 해야 하는 말기신장병 환자 대신 1~2주 정도만 투석으로 버텨주면 콩팥 기능이 회복되어 살아날 수 있는 급성신손상 환자에게만 투석 치료를 하고 있었다. 제한된 의료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궁여지책이었던 셈이다.전방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대량 전상자 분류는 의무부대의 가장 중요한 훈련 중 하나였다. 전쟁으로 많은 병사가 다치거나 죽은 상황에서 군의관과 위생병은 전장을 누비며 환자들에게 빨강, 노랑, 초록, 검정 표식을 달아줬다. 빨간색은 빨리 치료하면 살 수 있지만 위중한 환자, 노란색은 위독하진 않으나 조기 치료가 필요한 상태, 초록색은 가벼운 부상, 그리고 검은색은 적극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이 어렵거나 이미 사망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 우선순위 표식을 보고 환자를 후방으로 옮겨서 치료하는데, 이 중증도에 따른 치료 우선순위 분류법을 '선별'을 의미하는 트리아지(Triage)라고 부른다. 트리아지는 1797년 프랑스 나폴레옹 군대 군의관이던 도미니크 장 라레가 전쟁터 부상병을 치료 가능한 곳으로 빨리 수송하기 위해 '날아다니는 구급차(Ambulance volante)'라는 이름을 가진 '비록 날 수는 없었지만 날듯이 빨리 후방으로 환자를 옮기는' 마차 형태의 운송 수단과 함께 처음 도입하여 수많은 생명을 살렸고, 현재 많은 응급실과 재난 현장에서 이 분류법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고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코로나19 대유행으로 환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의료 장비와 침상, 인력이 바닥난 나라 의사들은 끔찍한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누구에게 인공호흡기와 중환자실을 우선 배분할 것인가,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포기할 것인가? 환자로 넘쳐나던 일부 병원에서는 실제로 나이가 많거나 아주 위중한 환자는 인공호흡기 대신 산소만 공급받기도 하였다. 인력과 장비가 충분하다면 누구도 포기하지 않고 살리는 것이 마땅하지만 중환자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자원과 인력 한계로 모든 환자에게 같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는 생존 가능성이 큰 환자에게 치료를 집중함으로써 최대한 많은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선택적 의료 배급(rationing care)'을 선택한 것이다.하지만 누구 생명이 더 가치 있다고 판단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평소 생명 존중을 최상의 가치로 삼던 의사들이다 보니 살릴 자와 죽을 자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단을 내리기 괴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최상의 결과를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다. 회생 가망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 쏟을 시간과 인력, 장비를 살릴 수 있는 환자에게 더 집중하여 최대한 많은 생명을 구하려는 '최대 다수의 최대 구명', 즉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추구'라는 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주장한 공리주의의 재난 버전이라고나 할까.지난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누가 먼저 맞을 것인가, 어떤 백신이 내게 돌아올까 관심도 많고 말이 무성하다. 백신 접종 순서는 희생자를 최소화하면서도 빠르고 효율적으로 코로나19를 물리치는 방향으로 정해졌을 것이다. 백신 접종 순위에 빨강, 노랑, 초록 표식은 있어도 검은 표식은 없다. 전 국민에게 돌아갈 충분한 양이 확보되었다고 한다. 내 순서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빠짐없이 맞는 일만 남았다./김성호 대구파티마병원 신장내과 과장김성호 대구파티마병원 신장내과 과장

2021-03-04 김성호

[기고]인구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

합계 출산율 0.94명·65세 이상 노인 12.5%최대 현안 저출산 2019년 경기도 성적표다노인 인구도 내년 고령·2028년 초고령사회업무 연찬에도 속수무책 장기·복합대응 필요합계출산율 0.94명, 65세 이상 노인인구 12.5%. 경기도가 2019년 말 받아든 인구 관련 성적표다. 이는 전국의 0.92명 및 15.5%에 비하면 양호한 수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가지고 위안으로 삼을 수는 없다. 만 15세에서 49세까지의 가임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초저출산의 단계에 해당하는 1.3을 넘어서서 1을 밑돈다는 것은 앞으로의 인구 전망을 무척 어둡게 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경우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된다는 문제도 있다. 고령인구가 14%를 넘어서면 고령사회이고 20%를 넘어서면 초고령사회인데, 지금의 추세라면 경기도는 2022년에 고령사회, 2028년에 초고령사회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또 경기도는 서울과 달리 도농복합도시와 낙후지역이 혼재돼 있어 수도권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접근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노인인구에 대한 주출산연령인구(20~39세 여성)의 비율이 0.5에 이르지 못해 지방소멸 위기상황으로 접어든 지역이 서울에는 없지만, 경기도에는 2020년에 5개 시·군이 있다. 경기도 인구 문제는 이렇듯 단순히 저출생에 국한되지 않고 복합적인 성격을 띤다.지난해 7월10일 인구정책담당관으로 발령받은 후 인구 관련 서적만 9권을 읽었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참고하는 것이 정책 추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에 따른 도의 시행계획과 2018년에 수립한 인구정책 5개년 계획도 살펴봤다. 매주 금요일 직원들과 함께 토론회도 가졌다. 발제자가 기존의 연구보고서나 책들을 요약해 발표하면 전 직원이 각자의 의견을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사이사이에 전문가 발표도 포함해 직원들의 안목을 넓히고자 했다.최근에는 내가 '경기도 인구정책담당관의 역할과 기능'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인구사업팀의 명칭과 사무가 부합하지 않고 인구사업이 부서 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불분명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직원들과 의견을 나눈 후 내린 결론은 현재의 인구사업팀을 인구변화대응팀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고령화 및 지방소멸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도록 변화를 주자는 것이었다. 또 현재 인구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므로 인구 관련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로 했다. 도내 대학에 위탁해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고 도와 시·군의 인구정책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도 도출된 결론 중 하나다.그런데 업무 연찬이 깊어질수록 발견하게 되는 것은 인구 문제는 특단의 대책이 있는 것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예산 심의 시 이어진 의원들의 질타는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인데도 특별한 대책이 없다는 것과 예산의 규모가 작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구문제는 어떤 특별한 정책 한두 가지로 성과가 날 수 없으며 단기간에 효과를 보여줄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그 원인도 다양할뿐더러 가치관의 변화 등 난제가 도사리고 있어서 사력을 다해 출생률을 높이려고 한다고 해서 해소되는 문제는 아닌 것이다.최근에 출판된 '세계미래보고서 2021'을 보면 코로나로 비대면 사업 내지 재택근무가 필수가 된 이후 강남 사무실의 공실률이 20%에 이르는 등 도심 밀집도는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그렇다면, 인구 문제의 한 부분으로 거론되는 도심 집중화 내지 지방소멸 문제가 해소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다. 물론 그것으로 자동 해소되리라는 전망은 지나친 낙관주의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 볼 수는 있을 것이다.그렇더라도 지금 최대의 현안인 저출생 문제는 참으로 어려운 숙제로 남는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인구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이 아니므로 조급성을 떨치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물론 방향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김향숙 경기도 인구정책 담당관김향숙 경기도 인구정책 담당관

2021-03-03 김향숙

[노트북]90년대생 신입사원의 종말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인 2020년 1월 경인일보에 운 좋게 입사했다. 최근 고용동향을 보면 그때 한 달만 늦었더라도 평생 정규직이 되지 못했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의 신규 취업자 수는 100만명 가까이 감소해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같은 달 경기도 실업자 수는 36만4천명으로 광주시 전체 인구에 육박했다. 한 대학 교수는 코로나19로 특정 세대가 채용시장에서 붕 떠버리는 '세대 공백'을 우려했다.세대 공백 우려는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한 취업정보사이트에 따르면 경기 침체 등으로 대·중견기업 1천468곳 중 89%가 올해 상반기 채용을 확정하지 못했다. 당초 2020년부터 2025년 전후 입사 예정이었던 1990년대생 신입사원이 종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조심스레 나온다. 이는 결코 가볍게 넘겨선 안 되는 일이다. 한국에서 취업이 늦은 청년이 감수해야 할 금전적 손해는 막대하다. 1년 치 소득을 3천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취업이 3년만 늦어지더라도 1억원 가까이 손해 보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결혼과 내 집 마련도 덩달아 몇 년씩 밀린다.단지 1990년대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한 세대가 이러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조금 무책임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크지 않은 사회였다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한국사회는 그렇지 않다. 2019년 기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는 143만6천원에 이른다. 근속 1년 차와 30년 차의 임금격차는 2016년 기준 3.28배로 미국(5.08배)과 칠레(4.72배)에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호경기에 그야말로 운 좋게 정규직에 진출한 기성세대가 1990년대생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뉴딜 일자리, 노사정 대타협, 지역경제 활성화 등 진영에 따라 답은 여러 가지로 갈리겠지만 미래 세대를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대승적으로 결단해야 한다. /이여진 경제부 기자 aftershock@kyeongin.com이여진 경제부 기자

2021-03-03 이여진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동성상응: 같은 소리는 서로 호응한다

학문은 시대의 연구성과에 따라 꾸준히 재해석될 수 있다. 3천년 전의 고전에 써 있는 글도 지금 시대에서 재해석해볼 수 있다. 시골 새벽 장닭이 홰를 치면 이웃의 닭들이 따라서 꼬꼬댁거린다. 한 마을에 밤중 어느 집의 개가 짖어대면 이웃의 개들이 따라서 짖어댄다. 주역에서는 이 원리의 원초적 현상을 자연에서 찾았다. 번개가 번쩍 하고 치면 이어서 천둥이 우르릉 쾅쾅하고 뒤따라오는 현상을 가지고 동성상응을 해석하기도 한다. 사실 번개와 우레는 일체의 두 현상이다. 하나는 빛으로, 하나는 소리로 나타나지만 그 자체는 일시에 벌어진다.현대는 과학의 시대이다. 그 가운데 양자역학의 시대라고 할 만큼 그 분야의 많은 성과를 이루어냈다. 양자의 정보가 거리에 관계없이, 지체없이 연결되는 현상을 양자얽힘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동기상구(同氣相求)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 이런 현상은 이 우주와 물질의 실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알고 보면 본질적으로 동일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 기운과 울림을 거리와 관계없이 시차 없이 공유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미시세계에서 밝혀진 과학적 이치를 인간의 마음의 세계와 연관해서 연구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분위기이다. 물심양면의 세계에서 과학과 철학이 만나는 시대가 열렸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1-03-03 철산 최정준

[경제전망대]인천 스타트업파크

코로나에도 작년 창업 역대 최대치디지털 전환 ICT·온라인에서 주도세계 주요국 다양한 제조혁신 육성한국도 1호 인천 스타트업파크 개소 창업벤처 협업 허브 새미래 부푼 꿈지난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0년 창업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창업기업이 148만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모든 산업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정보통신기술(ICT)업종의 창업이 늘었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비대면 온라인 창업이 늘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불황이 지속하는 가운데 창업기업이 늘어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청년과 중장년층을 막론하고 취업 또는 창업이 안정적인 개인의 삶과 건강한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요소임에 두말할 나위가 없다.세계 주요국들은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위기가 맞물리면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나름대로 제조혁신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시행하고 있다. 유럽 선진국들의 제조혁신 프로그램으로는 제조업을 더 스마트하게 하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정책,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중소기업의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프랑스의 라프렌치테크, 그리고 영국의 스케일업 육성정책이 대표적이다. 전통적인 중소제조업의 혁신을 지속하면서 새로운 창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식이다.우리나라도 미국의 실리콘밸리, 프랑스 스테이션 에프(Station F)와 같이 창업 벤처 생태계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개방적 혁신공간으로 스타트업파크(Startup Park)를 지역별로 조성하고 있다. 2019년 7월 전국 14개 지자체가 열띤 경합을 벌인 끝에 인천이 대한민국 1호 스타트업파크 조성지로 선정되어 1년여 만의 새 단장을 마치고 지난 2월25일 개소식을 하였다. 폐쇄된 기차역을 세계 최대의 스타트업 캠퍼스로 만든 프랑스의 스테이션 에프처럼 인천은 10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투모로우시티라는 복합문화공간을 리모델링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스타트업 복합지원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스타트업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첫째는 창의적인 업무공간이고 둘째는 충분한 자금지원이다. 선진국에서 성공한 창업지원 허브들은 기업가, 연구자, 기술자, 액셀러레이터(AC), 벤처캐피탈(VC)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출범을 알린 인천스타트업파크도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젊은 창업가들에게 첫째, 창의적인 업무와 소통의 공간을 제공하고 둘째, 인공지능과 5G 기술을 이용한 실증의 공간을 제공하는 한편 셋째, 전문적인 기술과 충분한 자금이 뒷받침되도록 실질적인 기업지원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제공해 나갈 예정이다. 인천스타트업파크의 업무공간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 작년부터 창업기업의 입주가 시작되어 공공부문이 선도하는 인스타I에 40개의 기업이, 민간이 주도하는 인스타II에 37개의 기업이 입주를 완료하여 현재 77개의 창업 기업들이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그중 하나인 에스티에스바이오는 밀폐형 약물 전달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신생 바이오기업인데 인천스타트업파크의 실증상용화 지원사업을 통해 짧은 기간 내에 인천 소재 대학병원과 임상을 진행하였고, 10억원에 가까운 투자유치에 성공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이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인천스타트업파크는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들이 실증과 투자와 글로벌화를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인천은 대한민국의 관문으로서 국제공항과 항만에서부터 산업단지, 대학, 연구소와 송도-청라-영종도를 잇는 우리나라 최대의 경제자유구역을 가지고 있으며, 스마트도시 기반시설 등 특화 실증자원을 풍부하게 가진 도시다. 더 나아가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 종합병원, 바이오 인력 양성센터를 두루 갖춘 세계 제1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도시로서 세계적인 바이오 혁신 클러스터로 발돋움하고 있다. 우리는 디지털 전환이 급속히 이루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그에 더하여 코로나19 위기가 상존하고 있는 엄중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인천시는 민간 운영사로 공동참여하고 있는 셀트리온 그룹, 신한금융 그룹과 함께 인천스타트업파크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하고 바이오융합 분야를 중심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지원 허브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꿈꾸는 창업가 모두에게 인천스타트업파크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기회의 장을 제공해 나갈 것이다./서병조 인천테크노파크 원장서병조 인천테크노파크 원장

2021-03-03 서병조

[참성단]'윤석열 시즌2'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한 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검찰 인사로 모욕을 주고, 측근들을 좌천하고, 결국 징계위원회를 열어 2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윤 총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반격했고, 법원은 징계 효력을 정지시켜 윤 총장의 직을 유지시켰다. 이로써 '윤석열 시즌1'은 윤 총장의 완승으로 끝났고, 이 과정에서 차기 대선주자 1위로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윤석열 시즌2'가 시작됐다. 이번엔 여당 내 검찰폐지론자들이 윤석열을 소환했다. 이들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법안 발의를 밀어붙이고 있다. 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엔 부패, 선거, 경제 등 6대 범죄수사권만 남았다. 이마저 박탈하겠다는 얘기다. 소위 '검수완박'이고, 사실상 검찰청 폐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전언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도 '속도 조절'을 요구했는데 아랑곳하지 않아 레임덕 논란이 일었다.윤 총장의 반격은 신속하고 전면적이다. 자신에 대한 징계는 법원의 판단에 맡겼는데, 검수완박 정국에 여론전을 불사하고 나섰다.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다면 100번이라도 걸겠다"며 검수완박을 정면으로 반대했다.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고 헌법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어제 대구고검 앞에선 '검수완박'을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규정했다. "권력층의 반칙에 대응하지 못하면 공정과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며 국민에게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시라"고 부탁했다.'윤석열 시즌1'이 막을 내린 신년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은 30.4%까지 치솟았다(리얼미터). 하지만 드라마 종영으로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 시청자들의 관심도 멀어졌다. 그 자리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독차지했다. 학습효과일까, 여권 인사들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일부 강경파 인사들은 독설을 날리지만, 때리면 때릴수록 커졌던 '시즌1'의 악몽이 재현될까 조심하는 분위기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법치(法治)로 포장된 검치(檢治)를 주장하면 검찰은 멸종된 검치(劍齒) 호랑이가 될 것"이라고 윤 총장을 비난했다. 하지만 '검수완박' 주문으로 멸종된 검치 호랑이의 유전자를 깨워 정치판 한가운데 세운 건 여당이다. '윤석열 시즌2'의 전개가 궁금하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1-03-03 윤인수

[기고]'포스트 코로나19'에 대응한 오산복지의 새 도전

지구촌 뒤 흔들었던 '감염병'백신접종 본격화로 연내 종식 희망그러나 경제·사회 양극화로 더욱 어려워 질 시민들 이후의 삶소외 없게 사전대비… 행·재정 집중터널 끝이 보인다.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가 이제 백신 접종이 본격화함으로써 올해 안에 종식될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하지만 '포스트 코로나19'로의 길 역시 여전히 험난하다. 모든 면에서 우리의 삶은 이전과 같지 않고 경험하지 못한 뉴노멀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가장 걱정되는 것은 경제 양극화, 사회 양극화로 더욱 어려워진 사람들의 삶이다. 정부가 국가 재정을 총동원해 3차·4차 재난지원금 지원에 나서는 것도 이런 후유증을 줄이기 위함이다.중앙정부와 함께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서 함께 분투해온 오산시도 어려워진 시민의 삶에 대한 고민은 같다. 사태극복을 위해 가용재원을 모두 투입해 재난지원금을 투입해 왔지만, 올 한 해도 내내 시정의 최우선 과제는 시민들의 삶과 복지가 될 수밖에 없다.다행히, 오산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전체 시민의 복지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정책을 추진해왔다. 시청과 시민, 지역공동체와 봉사단체가 유기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단 한 명도 복지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왔고 큰 성과도 거뒀다.오산시가 펼쳐온 복지정책의 첫째 방향은 말 그대로 시민의 삶 그 자체에 밀착한 복지다. 다른 지자체들도 맞춤형 밀착형을 추구하고 있지만, 오산은 시스템적으로 더욱 강력하고 정밀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어 복지 사각을 해소한다.적극적으로 맞춤형 수급자를 발굴하고 자산형성 지원으로 탈빈곤을 유도하고 자립기회를 제공한다.둘째로는 노인·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돌봄체계가 매우 강력하다. 26개 분야 200여 개 수요처에 70명의 봉사단이 곳곳을 누비며 사각을 찾아낸다. 어르신 복지의 모든 것을 제공할 오산시니어클럽이 추진되고 장애인을 위한 돌봄시설도 완공단계에 있다.셋째, 출산·보육·교육 등 보편적 복합적 복지 수준을 높이는데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 오산시는 혁신교육도시의 모델이면서 출산과 보육에서도 손꼽히는 최고의 리더 도시이다. 공보육과 지역 돌봄체계 등에서 가장 선진적인 정책들을 가장 먼저 훌륭하게 시행해왔다.넷째, 교육을 통해 도시발전에 성공한 교육도시답게, 오산시는 교육을 통한 보편적 복지를 강력히 실현한다. 오산의 아이들은 누구나 보편적 학습과 함께 문화 예술, 학습과 일 병행, 1악기 1체육, 돌봄 등의 기회를 누린다. '교육이 최고의 복지'라는 말처럼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 희망을 살리고 이를 통해 미래 복지를 실현해 나간다.오산시는 지난 10년간 축적해온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보건복지부 복지행정대상을 받는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오산시가 복지분야에서 받은 상은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다함께 돌봄사업, 기초생활보장, 온종일돌봄, 복지사각 발굴 등 10여 개에 이른다.코로나19 사태는 백신 접종 본격화와 함께 늦어도 연말까지는 사실상 종식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 상황이 다소 나아질지는 모르지만, 이후 필연적으로 닥쳐올 것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 '부익부 빈익빈'이다.중앙정부도 양극화 극복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지만, 복지 최일선에 서 있는 오산시도 지금까지의 복지 정책을 재검토하고 모든 행정·재정력을 집중하여 코로나19 후유증을 극복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단 한 명의 시민도 소외되지 않고 다 함께 희망을 향해 나아가도록 할 것이다./곽상욱 오산시장곽상욱 오산시장

2021-03-02 곽상욱

[수요광장]반갑다, 추신수!

프로야구의 시작… 3월, 봄이 왔다올해 수도권 팬들에게는 더욱 특별추신수 품은 인천 '신세계' 펼치고수원 'kt'는 강팀 반열에 오를 기회연고팀 간 '수인선더비' 발전했으면3월이다. 봄은 왔다. 그러나 봄의 활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모일 수 없고 상가(商街)는 일찍 철시한다. 그렇지만 봄과 함께 야구도 온다. 야구팬들의 일년은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시작한다.작년의 야구는 아쉬움이 많았다. 대부분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열렸다. 올스타전이 취소되었다. 포스트 시즌도 서울의 돔구장에서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全) 경기를 소화한 것은 대단한 성과다. 미국과 일본은 게임 수를 축소했다. 야구는 역사와 전통을 소중히 여긴다. 매 시즌 조건이 동일해야 한다. 시즌별로 경기 수가 달라지면 기록의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수도권 야구팬들에게 2021년은 특별하다. 우선 '인천 SK'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인천의 '신세계'가 펼쳐진다. 지난해 성적이 부진했던 SK는 일찌감치 사장과 감독을 교체하고 2021년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야구단의 주인이 아예 바뀐 것이다. 이어서 지난달 23일에는 추신수 선수 영입을 발표했다. 코리안 메이저리거를 대표하는 투수가 박찬호라면 타자는 추신수다. 그는 연봉과 성적이 메이저리그 상위권인 현역 선수다.부산 출신의 추신수 선수가 왜 인천 연고팀에서 활동할까. 프로야구 선수들의 노동시장이 일반인과 다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는 독점 성격이 강한 독특한 비즈니스다. 각 팀의 목표는 우승이지만 팀 간의 전력이 불균형하면 팬들은 흥미를 잃는다. 전체 리그의 활성화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야구단의 사업권 보호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선수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제한된다. 드래프트 제도(신인선수 선발 시에 성적의 역순으로 구단이 선수를 지명), 보류선수 조항(구단의 동의 없이 다른 구단으로 이적(移籍)이 불가능한 선수)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 2007년에는 당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특별 드래프트가 이루어졌다. 이들이 국내로 돌아올 경우, 선수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소속 구단을 정해 놓았다. 광주 출신의 김병현 선수가 서울 연고의 히어로즈에 입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때 추신수 선수는 SK의 지명을 받았다. 그 권리를 신세계가 승계했다.추신수 선수의 활약을 가까이서 자주 볼 수 있는 인천의 팬들은 행복하다. 작년에 김광현 선수를 내준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팀 전력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신세계의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로 출발하는 신세계가 인천의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을 선사했다고 할 수 있다.수원의 kt도 금년이 중요하다. 연속해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강팀의 반열에 오른다.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하고 팬층도 확대된다. 반면에 성적이 부진하다면 한 시즌 '반짝'한 팀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kt는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배출했다. 이 둘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로하스 주니어는 일본 한신(阪神) 타이거스로 이적했다. 신인선수는 2년 차에 부진하다는 징크스도 있다. 새로 보강된 전력도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지만 신생팀의 티를 벗고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선수들의 경험과 자신감은 큰 자산이 되었다. kt야구단의 역량과 리더십을 진정으로 평가받는 한 해가 될 것이다.현재 kt는 울산에서 동계훈련 중이다. 신세계는 제주도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오는 20일부터 시작하는 시범경기를 통해 겨울동안 준비한 것을 최종 점검하고, 4월3일 개막전에 맞춰 팬들에게 최선의 기량을 선보인다.2021년. 인천과 수원 야구팬의 기대는 높다. 더 나아가 수원과 인천 연고팀의 대결이 수인선(水仁線) 더비로 발전하면 좋겠다.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의 매치, 서울의 LG와 두산의 라이벌전처럼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간다면 팬들의 관심은 더 높아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단, 선수들의 노력은 물론 미디어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kt와 신세계의 첫 대결은 4월27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지겨운 역병(疫病)이 빨리 물러가고 추신수 선수를 경기장에서 직접 볼 수 있으면 야구팬들은 더 행복할 것이다./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2021-03-02 이영철

[참성단]편의점 소녀와 치킨집 사장님

세상이 각박할수록 작은 성냥불 같은 선행이 온 세상을 따뜻하게 데운다. 20년 넘게 연말이면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에 거액의 이웃돕기 성금을 놓고 가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이제 전설이 됐다. 몇 해 전 양심 없는 도둑 2명이 전주 키다리 아저씨의 성금을 훔쳐간 사건이 발생했지만, 선행의 훈기만은 훔칠 수 없었다.최근 온라인을 통해 알려진 선행이 화제다. 선행은 작았지만 감동은 묵직하다. 하남시의 한 소녀는 편의점에서 만난 소년이 잔액이 부족해 물건값을 치르지 못하자, 대신 결제해 준 것은 물론 매주 토요일 만나 먹고 싶은 것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소년의 어머니가 너무 고마워 페이스북에 사연을 올렸다. 남편과 사별한 뒤 외벌이로 소년을 어렵게 키우던 어머니는 소녀의 성의를 갚겠노라 사연을 알렸다.소녀가 용기를 내어 답했다. "혹시 어머님이나 아가나 제가 하는 행동이 동정심으로 느껴져서 상처가 될까 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낯선 이의 호의를 받은 상대의 감정까지 배려하는 성숙한 인격이 더욱 감동적이다. "하남에서는 어머님과 아들분들이 상처받는 일이 없으시길 바란다"는 말에는 공동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스며있다. 나이도 학년도 모르는 어린 소녀에게 제대로 한 수 배운 기분이다.1년 전 선행이 알려져 홍역을 치른 홍대 치킨집 사장의 사연도 훈훈하다. 돈이 부족한 형제들에게 공짜 치킨을 대접한 사연을 고등학생 형이 프랜차이즈 본사에 편지로 알려 세상에 드러났다. 형제들과 대화도 나누고 어린 동생이 찾아올 때마다 치킨을 대접하고 머리도 깎아주었단다. 이 사연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쇄도한 주문을 소화하지 못해 임시 휴업을 단행했다고 한다. 형제들 대신 보통 사람들이 치킨집 사장을 돈으로 혼쭐을 내주었다니, 그래도 살만한 세상 아닌가.하남 편의점 소녀나 홍대 치킨집 사장이나 언론 매체의 인터뷰 요청을 한사코 거절했다고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선행으로 세상에 알려지는 일이 민망했을 법하고, 자신들을 시끄럽게 칭찬하는 사회가 이상할 수도 있겠다. 세상에 작은 선행을 선물하는 편의점 소녀들과 치킨집 사장들이 넘쳐난다면, 세상이 바뀔 수도 있겠다.전주 키다리 아저씨를 본받아 전국에서 키다리 아저씨가 속출했었다. 선행 팬데믹이 코로나만큼 강력하길 바란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1-03-02 윤인수

[오늘의 창]얼굴 없는 천사의 안타까움

지난달 28일 하남시에 사는 두 아들의 엄마가 한 소셜미디어 네트워크(SNS)에 애타게 얼굴 없는 천사를 찾는 글을 올렸다. 남편과 사별하고 고향인 하남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그에 따르면 얼굴 없는 천사가 편의점에서 돈이 부족했던 작은아들에게 먹을 것을 사주고 다시 만날 약속까지 했다고 소개했다.아이 엄마가 자신을 찾는다는 것을 알게 된 얼굴 없는 천사는 "예쁜 아기인데 눈치를 너무 많이 봐서 제 마음대로 아이가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음식과 과자 등을 골랐다"며 "하남에서는 어머님과 아드님들이 상처받는 일이 없으시길 바란다. 이웃 주민으로서 챙겨드릴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챙길 테니 꼭 제 번호로 연락을 주시기 바란다"고 답글을 올렸다.언론을 통해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포털엔 수많은 댓글을 통해 얼굴 없는 천사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얼굴 없는 천사에겐 부담이 되고 그만큼 꼬마 아이와의 약속도 지키기 어렵게 되지 않을까 한편으론 걱정이 든다. 더욱이 얼굴 없는 천사는 아이에게 상처가 남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그동안 키다리 아저씨, 얼굴 없는 천사 등 많은 미담사례와 비교해 볼 때 이번 얼굴 없는 천사에 대한 관심이 과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왜 그럴까? 밤이 깊어질수록 별이 더 빛나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현실의 어둠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 아동학대, 4·7재보궐선거 등 수많은 뉴스 중에서 우리를 즐겁게 해 준 뉴스는 막상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가 마음껏 웃을 일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새벽이 깊어질수록 아침이 일찍 오는 것처럼 수많은 얼굴 없는 천사들이 깊은 밤 밝게 세상을 비춰 아침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웃음을 전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문성호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moon23@kyeongin.com문성호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2021-03-02 문성호

[경인칼럼]아모르 파티

코로나로 졸업생들과 작별인사도 못했는데최악의 고용 상황, 취업 근황 묻기가 두렵다AI로 고용 흡수력 더 위축·우울증은 급증세그럼에도 '화산 기슭에 집을' 불굴 도전 기대신학기가 시작되었지만 대학캠퍼스는 스산하다. 해동이 덜 된 응달의 냉기는 더 차갑게 느껴진다. 새내기들로 소란해야 할 때이나 2년째 비대면 개강을 맞으면서 강의실마다 인적이 끊긴 탓이다. 작년 하반기에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질 때만 해도 금년 봄부터는 캠퍼스가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점쳐졌는데 지금은 대면강의의 2학기 재개 여부조차 불투명하다.지난달에 졸업한 제자들과 작별 인사도 못했다. 올해 졸업생들의 근황이 특히 궁금하나 취업 여부를 묻기도 두렵다. 매년 이맘때면 서울 강남으로 출근하는 수많은 새내기 직장인들로 부산하던 지하철 2호선 인근의 원룸타운도 코로나19로 '춘래 불사춘'인 지경이다.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금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 수는 157만명으로 1999년 6월 관련 통계기준 변경 이후 1월 기준 최대이다. 지난 2월의 취업자는 2천581만8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8만2천명이 줄었는데 감소폭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월(128만명)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크다. 모든 연령층에서 취업자가 감소했지만 20, 30대 취업자 감소가 특히 두드러졌다. 30대 중반의 한 직장인의 평가이다."30, 40대 직장인들은 어느 정도 경력이 쌓여 직업 자체가 없어지거나 기업이 망하지 않는 한 계속 근무가 가능해 코로나19의 영향을 덜 받지만 20대는 대부분 미숙련 노동자들이어서 해고 1순위를 차지한다."청년들의 아르바이트 자리도 크게 위축되었다. 지난달 초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전국의 청년구직자 1천5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9명이 알바 보릿고개를 호소했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진 젊은이들이 '고수익 보장', '단순 업무'라는 유혹의 덫에 걸려 보이스피싱 같은 사기 범죄에 연루되어 전과자로 전락하는 사례까지 늘고 있다. 나이가 어릴수록, 여성일수록 알바 구하기가 더 어렵다.20대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20대에서 우울증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해서 30~40대를 추월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대 우울증 환자가 2016년 6만5천104명에서 2019년 12만1천42명으로 4년 만에 두 배가량 증가했다. 작년 상반기의 전년 동기 대비 우울증 환자 수 증가율은 20대가 78%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우울증은 마약중독, 자살과 함께 대표적인 선진국 질병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때문이다. 세계화와 자동화, 디지털화는 설상가상이어서 산업 전반에서 구조조정이 일상화된 것이다. 지난 1월 한국은행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국내 산업현장에 로봇이 빠르게 증가해 한국은 로봇밀집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경쟁국에 비해 일자리와 실질임금이 더 크게 줄 수밖에 없다.인공지능(AI)의 가세로 고용흡수력은 더 쪼그라들었다.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공지능을 기후변화와 유전자변형 바이러스, 갑작스러운 핵전쟁과 함께 인류를 위협할 네 가지 위험요소의 하나로 꼽았다. 조셉 슘페터가 지적한 '창조적 파괴'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미국에서 대학졸업장의 투자수익률은 1987년의 12.5%에서 2015년에는 6.7%로 한 세대 만에 반토막이 났다. '코로나 블루'는 설상가상이나 한국의 청춘들이 더 혹독하게 느낀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1대 99' 사회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도 부모세대처럼 결혼하고 자녀들을 키우며 내 집을 마련할 자신이 없는 것이다. 1990년대 및 2000년대 초반 출생의 Z세대에 회자되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에는 모골이 송연하다.발터 샤이델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역작 '불평등의 역사'에서 "우리는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항상 비명과 울음 속에서 태어났음을 기억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경각심을 환기했다. 극소수 금수저 이외의 모든 이들은 탄생과 함께 삶의 고해(苦海) 속에 내던져진다는 의미이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청춘들에게 '아모르 파티'(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를 강조하며 "베수비오화산 기슭에 당신의 집을 지으라"고 불굴의 도전정신을 당부했다./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2021-03-02 이한구

[참성단]3·1절 태극기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으나/ 나라를 잃은 고통은 견딜 수가 없다/(중략)…나라를 위해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 나의 유일한 슬픔이다. 대한독립 만세/ 대한독립 만세'.유관순 열사는 탑골공원과 남대문에서 3·1 만세운동에 참여했다. 다니던 이화학당에 임시휴교령이 내리자 고향인 천안으로 가 아우내장터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서대문형무소에서 일제의 무자비한 고문으로 18세 나이에 순국, 국민 누나로 추앙된다.3·1운동은 일제의 강압 통치에서 벗어나 자주독립을 쟁취하려 분연히 일어선 한민족의 의거(義擧)다. 전국 1천500여단체, 참가 인원 200여만명, 사망자 7천500여명, 부상자 1만6천여명, 체포자 4만7천여명이었다. 방방곡곡 거리는 온통 태극기 물결로 뒤덮였다.국기(國旗) 제정은 1882년 체결된 조미수호통상조약 조인식이 시작점이다. 어떤 형태인지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 같은 해 수신사로 일본에 가던 박영효가 배 위에서 태극기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다음 해인 1883년 5월 고종은 국기로 제정·공표했다. 이후 국민들과 멀어졌으나 3·1 만세운동을 통해 민족 정신의 상징이 됐다.태극기가 다시 거리로 나선 건 2002 한일월드컵대회를 통해서다. 광화문 거리에 내걸린 대형 걸개는 승리를 향한 국민 염원이었다. 태극 문양을 형상화한 의상과 모자가 유행했고, 벼락스타가 탄생했다. 기쁨과 환호, 좌절과 탄식의 순간에도 저마다 태극기를 흔들며 서로를 축하하고 위로했다.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전후로 태극기를 보는 시각이 갈리게 됐다. 탄핵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을 덮으면서다. 태극기가 보수와 진보를 가르고, 특정 세대를 지칭하는 도구가 됐다. '극우'의 전유물로 각인되면서 다른 쪽 사람들에게 기피의 대상으로 전락했다.3·1절 102주년 기념일에 종일 비가 내렸다. 가뜩이나 보기 힘든 태극기 몇 개, 거리에 걸렸을 뿐이다. 괜한 오해를 살지 몰라 국기 게양이 꺼려진다는 가정도 있다. 거센 빗줄기에 흠뻑 젖은 태극기가 기운을 잃고 축 늘어졌다. 깃대도 무겁다며 버거워한다. 나라의 얼굴이고, 민족의 정신이어야 할 대한민국 국기가 왜 이리 서러운가. /홍정표 논설위원

2021-03-01 홍정표

[시인의 꽃]목련

뒤돌아보면 없었다 //이 계절의 끝에서 / 나는 무엇을 기다리는 걸까 //유배된 두 손을 펼치면 //황홀한 불화 / 황홀한 붕괴 //노래하던 새가 목을 꺾고 / 부드러운 물고기가 초록 거품을 토하는 / 말하자면 세상이 끝나는 줄 모르는 아이처럼 / 목련이 떨어지는 풍경을 본다 //사랑이라는 말을 발음하면 / 서로의 몸을 핥는 고양이 //이곳에서도 나는 아름답지 못했다 //성실하게 성장하고 / 과묵하게 작별할 수 있다면 / 겁 없이 사랑할 수 있을 텐데 //눈을 뜨면 낯선 곳에 앉아 / 숲과 안개를 그려 넣는 사람아 //박은정(1975~)어떤 사상이나 예술에서 혁신적이고 급진적인 것을 '전위적'이라고 한다. 전위적인 것은 다른 존재들보다 앞서 가는 것으로 먼저 길을 내는 존재다. 마치 목련꽃 같은 것으로 다른 꽃보다 빨리 그 모습을 말하자면 봄의 전령사로서 보여준다. 3~4월에 개화하는 목련꽃은 '이 계절의 끝에서' 다른 꽃들이 피어났는지 뒤돌아보지 않고서 개화한다. 그것도 잎보다 꽃을 먼저 매달고 겁도 없이 10m 높이에서 무엇을 기다리는 듯 허공에 멈춰 있다. 게다가 일찍 반응하는 것이 빨리 소멸하듯이 '황홀한 불화'같이 '황홀한 붕괴'처럼 목을 꺾는 목련. 말보다 앞서 행동을 보인 것이다. 이별을 두려워하는 당신도 목련과 같이 '과묵하게 작별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전위적인 사랑도 이와 같이 '겁 없이 사랑'하는 것이니. 목련 꽃말같이 고귀하다는 것은 이러한 용기가 뒤따라야 하는 법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1-03-01 권성훈

[이명호 칼럼]일하는 시간 줄이기가 복지

취업자 1인 年노동시간 1993시간OECD 평균보다 '260시간' 많아현명한 사회는 일하는 시간 줄여복지비 지출은 줄이고 생산성과행복을 늘리는 선택을 할 것이다조삼모사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원숭이를 기르던 노인이 식량이 부족해지자 아마 원숭이에게 아침과 저녁으로 4개씩 주던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기로 했다. 원숭이가 아침에 4개 먹던 것을 3개 준다고 반발하자 노인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주기로 하니 원숭이가 만족해했다는 이야기다. 합은 7개로 똑같은데 먼저 4개를 준다는,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에만 급급하는 어리석음을 꾸짖고 있다. 그럼 우리 인간은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주던 것을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는 것으로 바꿔도 합이 7개로 같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할까? 아마 많은 사람들은 바뀌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침에 1개 덜 받았는데 저녁에 1개 더 줄 것인지 불안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신뢰의 정도에 따라 변경을 수용하는 정도가 차이가 날 것이다.이 비유를 이렇게 대치해보면 어떨까. 한 사회에 일할 수 있는 사람이 10명이 있다. 그런데 8명만 취업자이고 하루에 10시간 일한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80시간의 생산활동이 이뤄진다. 취업자 8명에게서 세금 1씩 걷어 일이 없는 빈곤한 2명에게 4씩 생계 보조금을 준다. 그런데 한 노인이 다르게 바꾸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취업자 8명이 10시간씩 일하던 것을 8시간 일하는 것으로 줄이고, 나머지 2명도 8시간 일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10명 모두 8시간 일하게 되어 사회 전체적으로는 동일하게 80시간의 생산활동이 일어나 경제 규모는 변동이 없다.이전의 취업자는 소득이 10에서 8로 줄지만 일이 없던 2명의 복지비로 나가던 세금 1이 줄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1만 감소한다. 일이 없던 사람도 복지비로 4를 받던 것에서 일해서 8을 받을 수 있어 행복하다. 이전의 취업자는 소득이 10에서 9로 줄었지만, 노동시간이 2시간 줄어 시간적 여유를 얻게 된다. 소득 1을 줄여 2시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는 2배가 된다. 2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자녀와 함께 놀거나 공부를 가르치면 가족도 화목해지고 자녀들도 행복해할 것이다. 학원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일이 없던 2명이 일을 하면 그 가족과 자녀들도 행복해할 것이기 때문에 사회 전체의 행복은 증가한다.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총 노동시간은 80시간으로 같지만, 취업자가 2명이 증가하여 그만큼 사람들의 교류에서 생겨날 새로운 아이디어도 2개 더 늘어나고, 8명의 경쟁에서 10명의 경쟁이 되어 더 뛰어난 인재를 발굴할 수 있다. 취업자도 과로하지 않고 일과 생활, 휴식의 밸런스를 유지하여 실수와 사고가 줄고,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전 취업자는 줄어든 1의 소득을 만회하기 위해서 더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을 하게 된다. 결국 기업의 생산성은 증가하게 된다.이것이 노동시간이 적은 선진국이 계속해서 잘 사는 비결이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취업자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1천993시간으로 OECD 평균대비 260시간 많다. 미국 1천780시간, 일본 1천680시간, 독일 1천390시간이다. 선진국 대비 노동시간이 긴 만큼 노동생산성은 더 낮아지게 된다. OECD 주요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US달러, 2018년 기준)은 한국 39.6, 일본 45.9, OECD 평균 53.4, 독일 66.4, 미국 70.8달러이다. 노동시간이 적어지면서 노동시간당 일의 강도, 집중도가 증가하여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일부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일해야 하고 노동시간이 줄면 안 된다고 말한다. 여전히 이런 생각이 든다면 앞의 조삼모사, 8명 10시간 노동과 10명 8시간 노동의 의미를 다시 보기 바란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노동시간 총량은 같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취업자 1인당 노동시간이 긴 것이 문제다.기본소득 대 신복지체제를 둘러싼 논쟁에 더하여 복지비가 늘면 세금이 는다고 반대한다. 현명한 사회는 일하는 시간 줄이기로 복지비 지출은 줄이고 생산성과 행복을 늘리는 선택을 할 것이다./이명호 (재)여시재 기획위원이명호 (재)여시재 기획위원

2021-03-01 이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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