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참성단]존엄사 권리

중증환자에게는 '죽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잭 케보키언이란 의사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죽음의 의사(Dr. Death)'로 불렀다. 1990년부터 98년까지 중증환자 130명을 '죽음의 길'로 인도했기 때문이다. 그중엔 3~5년 더 연명할 수 있는 50대 알츠하이머 환자도 있었다. 고통의 눈물을 흘리는 환자의 몸에 그는 기꺼이 약물을 투입했다. 하지만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의 안락사 장면을 CBS 대표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제공한 게 문제였다. 법원은 '2급 살인죄'로 그에게 10~25년 징역형을 선고했지만, 미국 내에서 안락사에 대한 격렬한 논쟁을 촉발했고 이 덕분에 오리건, 몬태나, 워싱턴주가 존엄사를 합법화했다.소생 불가능한 중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계속 해야 하느냐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국내에서 존엄사 즉 '연명치료'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킨 것은 2008년 '김 할머니 사건'이다. 김 할머니는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뇌 손상으로 식물인간이 됐다. 가족들은 병원 측에 연명치료 중단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2009년 5월 희망이 없는 연명치료를 환자 측이 중단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하지만 논의과정이 길어지면서 '연명의료결정법 (존엄사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건 이보다 늦은 2018년 2월이었다. 이후 연명 의료를 거절한다는 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지난해 말 53만667명에 달했고 이 중 8만3명이 자기결정권에 따라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존엄사를 맞았다.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연명치료에 집착하기보다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탓이다.그제 경인일보는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혀두는 '사전 연명의료의향서' 제도가 최근 노인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유행처럼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통스러운 삶을 연명하는 불치병환자로 무의미한 치료를 하면서 가족에게 고통을 주느니 사리판단이 가능한 지금, 생명에 대한 결정권을 본인이 직접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등록기관이 전국적으로 396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신문은 '노년의 슬픔'을 안고서 등록기관을 찾는 노인들을 가리켜 '존중받지 못하는 '존엄사권리''라는 서글픈 헤드라인을 달았다. '어떻게 삶을 잘 마무리할 것인가'는 우리 인류의 영원한 숙제다. /이영재 논설실장

2020-01-16 이영재

[풍경이 있는 에세이]사과하세요

세탁소·인터넷쇼핑몰 잇단 실수에의례적 "죄송해요"조차 없어 찜찜잘못은 있어도 잘못한 사람은 없어'사과의 멸종' 냉엄한 세상 생존전략죄책감·부끄러움 희석 결과 아닐지세탁물을 맡긴 지 열흘이 지났지만 세탁소에선 연락이 없었다. 평소라면 '세탁물 찾아가세요'하는 메시지가 몇 번은 왔을 텐데, 이상하네. 전화로 문의하자 "아, 그 옷? 진작 다 됐어요" 한다. "왜 문자가 안 왔을까요?" 물으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글쎄요. 가끔 그런 일이 있더라고요" 한다. 덧붙이는 어떤 말도 없다. 의례적인 "죄송해요" 정도는 기대했는데. 좀 따져 묻고도 싶었지만 별일도 아닌데 싶어 "알겠습니다" 하고 말았다.인터넷 쇼핑몰에서 운동화를 산 뒤 반품 신청을 했다. 쇼핑몰에서 보내온 메시지에 따라 택배회사에 전화를 걸어 회수 요청을 했는데 뜻밖에도 일이 복잡해졌다. 택배회사가 엉뚱한 곳으로 가 엉뚱한 물건을 회수한 것. 어떻게 이런 일이?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알고 보니 내가 받은 메시지에 송장 번호가 잘못 기재돼 있었던 것이다. 쇼핑몰과 어렵사리 통화가 되었으나 "아, 저런…" 할 뿐. 이 사고는 쇼핑몰과는 무관한 운동화 판매업체의 과실이라고 선을 긋는 듯했다. "그럼 지금 확인된 송장 번호로 다시 회수 요청을 하면 되나요?" 그뿐인가요? 그런가요? 그렇군요. 잘못은 있었으나 잘못한 사람은 거기 없었다.최근 이런 식의 찜찜한 일들을 연거푸 겪은 뒤 나는 화가 좀 났다. 분명 뭔가 이상해. 그 누구도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만 하잖아. 미안하단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은근슬쩍 사과를 회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미안을 말하는 순간 실로 엄청난 재앙이 일 것처럼. 나는 모르는 어떤 매뉴얼이 그들 사이에 있는 건지? '사과는, 사과만은 절대 해선 안됩니다. 사과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거예요.' 요상한 경고를 받기라도 한 것 같다. 하긴, 길을 걷다 어깨를 슬쩍 부딪혀도 "아, 죄송합니다" 대신 쌍욕부터 날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소한의 예의를 기대하는 것조차 지금은 무리일까. 미국에 사는 친구에게 토로하자 이런 얘기를 들려준다. "6년 전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말이야. 유학생 선배들이 일러준 팁이 있어. 운전하다 작은 접촉사고를 내더라도 '아임 쏘리'가 아니라 '아 유 오케이?'로 시작하라는 것. '쏘리' 하는 순간 상황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거지." 한국에서 하듯 사과를 남발했다간 호구가 되기 십상이라고. 친구가 전제한 바와 달리, 이제 한국에서도 '아임 쏘리'를 듣기란 어렵게 되었다. 앞으로는 더더욱 사과가 귀해지겠지. 멸종 위기에 처한 사과. '사과의 멸종'은 냉엄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너도 나도 익힐 수밖에 없었던 일종의 생존 전략과 유관한 것일까. 얕잡아 보이지 않기 위한 처세이기 이전에 죄책감이나 부끄러움 같은 고유의 감정들이 점차 희석된 결과는 아닐까. 최근 본 영화 '경계선'의 황량한 풍경이 떠오른다. 영화는 루이비통을 메고 이케아로 집을 꾸민 채 그럴듯한 일상을 영위하지만 정작 그 내면은 죄와 병으로 일그러진 인물들을 비춘다. 그들 깊은 곳에 자리한 죄책감, 수치심, 분노를 감지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인간 자신이 아니라 '트롤'이다. 트롤의 입장에서라면, 죄책감과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인간, 그 인간다움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겠다. 몇 년 전 봤던 영화 '만추' 생각도 난다. 거기 이런 장면이 있다. 남자 주인공은 식사를 하다 말고 느닷없이 화를 내며 옆 사람에게 주먹을 휘두른다. 놀란 여자 주인공이 달려와 무슨 일이냐 묻자 그는 말한다. "이 사람이 내 포크를 썼어요, 내 포크를. 그런데 사과도 안 하잖아요. 이래도 되는 거예요?" 그러자 잠시 주춤하던 여자 주인공 역시 같은 편이 되어 "사과해요. 포크 쓴 거 사과하라고요" 소리친다. 당황한 옆 사람은 결국 "미… 미안해" 용서를 빈다. 너무 늦은 용서를. 물론, 이 속에는 숨은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정말이지 실수로 남의 포크를 사용했을 뿐이라 해도 적절한 사과를 건너뛰어선 안된다. 우리 포크는 생각보다 예민하고 또 날카롭다./박소란 시인박소란 시인

2020-01-16 박소란

[기고]새우타워, 인천의 머라이언 될 수 있다

인천 대표관광지 소래포구에는먹거리는 있지만 볼거리가 없어6월이면 5부두에 포구 특산품인새우 상징하는 20m 높이의'새우타워'가 생긴다싱가포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머라이언'이다. 이것은 머리는 사자이고 몸은 물고기인 상상의 동물인데, 인어(mermaid)에 사자(lion)를 합성해 만든 말이다. 싱가포르 전역에 7개의 머라이언 조각상이 있는데, 이 중 센토사섬 머라이언이 가장 크다. 전망대로도 이용되고 있는 이곳에선 저녁 무렵 레이저쇼가 펼쳐지기도 해 싱가포르의 명물 역할을 해 왔다. 이 상징물 하나가 싱가포르를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해 온 셈이다. 세계 주요 도시를 가보면 그 지역을 대표하는 조형물이 하나씩은 있다. 하지만 모든 조형물이 처음부터 그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파리 에펠탑도 건립 당시에는 많은 이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탑은 처음 지어졌을 때 수많은 이들로부터 외관이 흉물스럽고 거슬린다는 비난을 받았다. 에펠탑을 싫어했던 소설가 모파상은 점심을 의도적으로 에펠탑 안에 있는 식당에서만 해결했다고 한다. 당시 이곳이 파리에서 유일하게 에펠탑 외관을 볼 수 없는 곳이란 이유 때문이었다.우리나라 정부나 지자체들도 그 지역 랜드마크 역할을 할 수 있는 조형물을 만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조형물은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지역을 대표하지 못하고 엉뚱한 조형물을 세웠단 지적들이 많았다. 이들 대부분은 건립 전 여론 수렴이나 전문가 의견을 생략한 채, 일단 만들어놓기만 하면 방문객이 줄을 이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실패했다. 여기에 그 지역 색채나 역사적 맥락과 관계없는 조형물을 만들어놓은 것도 국민의 부정적 시각을 더했다.인천 남동구에서 대표적 관광지로 꼽히는 곳이 소래포구다. 이곳에는 최근 연평균 600여만명이 찾을 정도로 수도권의 관광명소가 돼왔다. 새우와 꽃게 등 풍부한 해산물로 유명한 곳이지만, 정작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겐 해산물 구입과 식사 외에는 마땅히 즐길 거리가 없는 실정이다. 관광객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은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소래포구에는 식(食·먹거리)은 있지만 그 이후 경(景·볼거리)이 없다는 것이다. 상인들 사이에서도 포구 인근에 산책로를 조성하거나 지역을 상징할만한 조형물이 있다면 훨씬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것이란 제안도 많았다. 2019~2020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만큼, 이제라도 지역을 대표할만한 조형물이 필요하단 것이었다.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남동구에선 소래포구를 대표할 만한 조형물을 세우기 위한 작업을 해왔다. 조형물에 대한 외부 디자인 공모에선 새우모양을 띤 조형전망대가 최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이제 오는 6월이면 소래포구와 인접한 5부두 약 845㎡의 공간에 소래포구의 특산품인 새우를 상징하는 20m 높이의 '새우타워' 가 생긴다. 타워에는 전망대와 해변카페, 휴게공간도 들어선다. 인근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걱정하는 취침권 방해 문제도 밤 9시 이후 야간조명을 끄기로 해 주민들과의 갈등은 원만히 해결됐다. 새우타워 옆 해오름공원 호수 주변 산책로도 정비해 주민들에게 여가와 건강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그 지역을 대표할 수 없거나 유동인구가 적은 곳에 설치된 것, 지역주민이 반대하는 조형물은 분명 문제의 소지가 높다. 조형물을 설치할 주체가 충분히 지역 여론을 수렴해야 하고 치밀한 준비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쳤음에도 무작정 반대만 한다면, 당장 예산절감은 하겠지만 길게 봤을 때는 지역경제뿐 아니라 관광자원 활성화에도 이로울 게 없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소래포구 어시장 현대화 사업과 함께 국가어항 지정으로 소래포구 개발이 완료되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급증할 것이다. 여기에 새우타워도 관광객들이 소래포구를 찾게 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나는 믿는다. 새우타워라고 해서 싱가포르 머라이언 만큼 인기를 끌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을./이강호 인천광역시 남동구청장이강호 인천광역시 남동구청장

2020-01-16 이강호

[노트북]'잠깐이면 되겠지' 소화전 주정차 이제 그만

"회사 앞이어서 세워놓은 건데 주정차 금지구역인지 몰랐습니다." 최근 인천지역의 소방용수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 문제를 취재하다가 만난 운전자에게 들은 말이었다. 그가 주차해 놓은 곳 바로 옆에는 소화전이 설치돼 있었고, 인도와 차도 사이 연석에는 '소방시설 주정차금지' 문구가 적혀 있는 적색 노면 표시가 있었다. 조금만 살펴봐도 주정차 금지구역인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었다. 며칠이 지나고 다시 찾은 그곳에는 다른 차량이 똑같이 주차하고 있었다. 소방용수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는 길을 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소화전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적색 노면 표시는 정부가 소방용수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치하도록 한 안전표지다. 신속한 소방활동을 위해 필요한 곳을 우선으로 적색 노면 표시를 하고 있다. 연석 등에는 눈에 잘 띄는 적색 노면 표시, 도로에는 '소화전 주차금지'라는 노란색 문구가 크게 적혀 있지만, 운전자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하다. 소화전 등은 화재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필요한 중요시설이다. 화재 진압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화재현장을 다니며 찰나의 순간 불길이 크게 번지는 상황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일각을 다투는 화재현장에서 물 공급을 방해하는 불법 주정차는 '재난'과 같다. 운전자들은 "잠깐이면 되겠지"라며 자신이 조금 더 편하기 위해 불법 주정차를 한다. 단속에 걸리지 않고, 과태료만 내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게 재난이다. 자신과 가족, 이웃 등 누구나 소화전 주변 불법 주정차한 차량으로 재난 속에 갇힐 수 있다. 안전문제는 조금씩 양보하다 보면 끝이 없다. 큰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소화전 불법 주정차에 대한 운전자들의 의식 개선은 물론 지자체, 소방당국 등 단속 주체의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하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20-01-16 김태양

[춘추칼럼]남측은 독자성을 강화하고 북측은 경직성을 탈피해야 한다

북한 '통미봉남' 전략 정세 반전 효과 미미올해 자력갱생·전략무기 '정면돌파전' 내놔文대통령, 신중 대응·선순환구조 발전 강조北 국제사회 일원화 남북관계 뒷받침 필수얼마 전 국내외 학자들과 현 한반도 정세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지난해부터 학자들의 최고 관심사는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하겠느냐는 것과 남북관계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느냐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4·27 판문점 선언과 2019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였다. 그리고 그동안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이러한 북한의 핵폐기 의사를 전제로 전개되어 왔다. 그러나 핵 폐기의 순서, 방식 등 구체적인 협상에 있어서는 북미 양국은 서로가 만족할 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디테일의 악마는 존재했고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로 나타났다. 지난해 북한은 각종 미사일 발사를 통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실무협상을 거부하면서 미국의 결단을 압박했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은 없었다.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를 풀어보려던 북한은 지난해 완전히 '통미봉남'으로 돌아섰다. 자신들이 주도권을 갖는 데 있어 한미관계를 벌리고 우리를 초조하게 하면서 미국과의 담판에 올인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를 결산하고 올해를 전망해 보건대 북한의 전략은 그다지 정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반전시키는 데에는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연말 시한을 설정했지만 미국의 유연한 조치를 이끌어 내지 못했고 남북관계 역시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북한이 내놓은 것이 '정면돌파전'이다. 북한이 예고한 새로운 길은 제재해제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며 제재가 계속되더라도 버티는 자력갱생식 경제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방력은 계속 강화하여 전 세계가 깜짝 놀랄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해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겠다는 것도 지난 당 전원회의 결과에 나타난 북한의 전략인 것으로 분석된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반응은 없지만 '선미후남'의 기조는 계속해 나가겠다는 것이 김계관 담화에서 밝힌 내용의 일부이다.그리고 이러한 북한의 입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북한의 핵포기 불가론과 남북관계 단절, 대북정책의 실패로 연결시키려 한다. 물론 올 한해도 매우 불투명하고 유동적인 상황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오랜 북한의 협상전략이나 최근 일련의 행보로 볼 때 북미대화와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우선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 포기를 우선 조건으로 내걸고 있지만 연말연시 레드라인의 경계선을 넘지 않았고 북미대화를 중단하겠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밝힌 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 축하 친서를 보냈고 북한이 즉각 반응을 보인 것도 북미 정상 간의 신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이다. 통상 신년사를 통해 대남정책의 기조를 공표하던 것을 생략하고 정세변화를 관망하고 있다. 북한은 대남 선전매체를 통해 대남비난을 하고는 있으나 당국의 공식입장은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 수준에 비하면 수위 조절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신년사와 이번 신년기자회견에서 차분한 정세판단과 신중한 대응을 강조했다. 남북관계가 쉽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도 북미 간 교착국면을 해소하는 데 있어 우리의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하였다. 제재 국면이지만 남북 간 할 수 있는 협력을 전개하면 북미대화의 긍정적인 여건이 조성될 수 있음을 설명하면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선순환 구조로 발전되어야 함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 역도 및 탁구 선수권 대회 초청, 올림픽 단일팀 구성, 남북 철도 도로 연결, 비무장지대의 국제 평화지대화 및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개별관광 등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독자적 영역의 협력 사업들을 제안하였다.문 대통령의 제안은 대부분 남북 간 이미 합의 사항이라는 점에서 의지만 있다면 이행이 어렵지 않다. 한미공조를 저해하거나 대북제재에 정면 위반되는 것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남북 간 합의에 의해 독자적으로 가능한 부분부터 시작해서 분위기를 만들고 영역을 넓혀나가자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들이 마치 제재나 한미관계를 훼손하면서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이 아님을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호응이 중요하다. 경직성을 탈피하여 우리 대북정책 기조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길 바란다. 북한이 북미관계를 정상화시키고 정상국가로서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탄탄한 남북관계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20-01-16 양무진

[오늘의 창]공부 못한다고 함부로 대하면 안된다

2020학년도 인천지역 평준화 일반고 고입 전형에서 312명의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탈락해 특성화고나 섬지역 학교로 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전체 지원자의 1.7%의 비율인데, 탈락 학생과 그 학부모의 마음고생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깊은 고민에 빠져있을 게 분명하다.학령인구는 꾸준히 감소했고 학교가 없어졌다는 말도 듣지 못해 탈락자가 계속 생기는 것이 납득이 안됐다. 2015년과 2019년 교육통계를 비교해 확인해봤다. 인천 고교 학생 수는 2015년 9만8천764명에서 2019년 7만8천401명으로 2만363명(20.6%)이 감소했고, 학교 수는 2015년 123개교에서 125개교로 2곳(1.6%)이 늘었다. 교원 숫자도 7천683명에서 7천694명으로 11명(0.1%) 증가했다. 교사와 학교가 늘고 학생이 2만여명이나 줄었는데 탈락자가 계속 나오는 걸 보면 학급당 인원이나 정원을 줄였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 한 학급당 인원은 2015년 29.2명에서 2019년 24.01명으로 17.7%가 감소했다. 그런데 탈락학생 비율은 2015년 2.4%(545명), 2016년 0.9%(209명), 2017년 1.8%(373명), 2018년 1.9%(332명), 2019년 1.2%(229명)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매년 일정비율 학생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인천시교육청이 성적 하위 1% 학생을 학교 경영을 위해 희생시키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아쉬운 것은 교육청을 비롯한 지역사회가 이를 해결하려는 문제의식과 진정성 있는 고민, 노력 등이 너무나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당장 내년부터 고등학교 모든 학년으로 무상교육이 확대된다. 고교교육도 사실상 의무교육화하는 중이다. 학생이 공부를 못한다고 배움과 진로선택의 기회를 교육청이 박탈하고, 학생을 학교 경영에 희생시켜선 안 된다. 공부 못하는 1% 학생을 함부로 대하는 건,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의 교육철학과 맞지 않는 것이다. /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ksh96@kyeongin.com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20-01-15 김성호

[기고]유커 5천명 그리고 청년 MICE

中 건강식품업체 이융탕 직원 인천나들이사드 사태이후 줄어든 단체관광객 증가세공항·호텔 인프라… 청년기 맞은 '마이스'시진핑 방한계기 지식형 미래산업 도약을마이스(MICE) 유치 업무의 특성상 많은 사람을 접하고 명함을 전하다 보면 마이스가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분들이 있다.MICE는 기업회의(Meeting), 기업 포상관광(Incentive travel),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약자로서 알기 쉽게 비즈니스 관광산업이라고 말씀드린다. 2020년 새해부터 우리 인천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중국의 건강웰빙식품 판매업체인 이융탕(溢涌堂) 임직원 5천여명이 단체포상관광으로 인천에서 5박 6일 동안 경영전략·신제품발표회를 겸한 기업회의를 진행했다.이러한 중국의 단체 포상관광은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갈등 이후 한국을 찾은 중국 단체관광객 중 최대 규모였다. 약 40대의 항공편으로 입국한 이융탕 임직원들은 지난 9일 134대의 버스를 이용해 기업회의 메인 행사장인 송도컨벤시아에 질서정연하게 입장했다.인천시가 중국 관광객(유커)들을 위해 준비한 1만5천병의 미추홀참물은 1시간도 되지 않아 동났고 당일 저녁에 뷔페식으로 약 5t의 음식물이 소비됐다. 만찬 직후 환영행사에서는 한류 스타 황치열과 이정현의 초청 공연도 펼쳐져 임직원들은 다양한 문화행사를 즐기며 화합과 결속을 다졌다.한편 인천시는 지난 8일 5천 유커들을 환영하기 위해 송도 현대아울렛에 있는 트리플스트리트 유니언 스퀘어를 '이융탕 거리'로 명명하고 대규모 환영행사를 개최했다.이융탕 푸야호 회장은 행사 도중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은 음식 등 문화가 중국과 비슷해 만족한다. 특히 인천은 공항과 가깝고 대규모 호텔과 컨벤션센터가 있어 만족스럽다"고 밝혔다.푸야호 회장이 언급한 대로 이번 이융탕 기업회의는 임원들이 한국관광공사 측의 안내에 따라 서울 및 경기 등 수도권 일대를 모두 답사한 후 자체적으로 인천을 선택한 거였다. 아울러 시와 인천관광공사의 유치를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인천 마이스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인천국제공항은 지난해 7천117만명의 공항 이용객과 전년대비 4.4% 늘어난 2조7천690억원의 매출액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이와 함께 눈여겨볼 부분은 사드 사태 이후 급감한 유커들이 다시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800만명에 이르던 유커들은 사드 사태 이후 절반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약 500만명을 넘겼으며 중국과 인천국제공항의 항공 노선은 일주일에 약 550여편에서 600편으로 증편될 예정이다.우리나라 국민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매우 다양하지만, 여전히 중국은 한국의 교역·투자·관광분야에서 제1위 국가임은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 지표이다. 특히 인천은 지난해 개통한 크루즈 터미널과 함께 금년 7월에 개장하는 인천국제여객터미널이 중국 단체관광객을 맞이하기에 최적의 조건과 월등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 시의 마이스 산업의 현재는 어떠할까? 지난해 11월 출범한 인천 관광·마이스포럼의 위원분들은 "현재 인천의 마이스는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열혈청년이다"라고 밝혔다.인천국제공항을 약 30분 거리에 두고 있고 송도컨벤시아를 중심으로 도보 10분 거리에 6개 호텔에 약 1천950개의 객실이 있다.특히 현재 건설공사가 한창인 영종도의 시저스 코리아와 인스파이어 복합 리조트는 약 3천 객실을 추가해 복합리조트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것이다.잠재적 성장력 측면에서 열혈청년으로 보아도 되고 청년 마이스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우리 인천은 지식집약형의 유망한 미래산업이며 환경파괴가 없는 무공해 산업인 마이스산업과 관광산업을 통해 우리의 잠재력을 일깨워갈 것이다.금년도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방한과 함께 한한령의 완화 또는 해제가 동반된다면 청년 마이스의 도약으로 인천이 좀 더 앞서 나갈 수 있으리란 기대를 새해에 가져본다./김충진 인천광역시 마이스산업과장김충진 인천광역시 마이스산업과장

2020-01-15 김충진

[참성단]'배드 파더스'와 '페인트'

양복을 입고 뒷짐을 지고 있는 한 남성을 배경으로 '양육비 미지급'이란 붉은색 글씨가 선명하다. 이혼 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온라인 웹사이트 '배드 파더스'의 초기 화면이다. 화면을 내리면 이른바 '나쁜 아빠'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등 신상정보가 줄줄이 뜬다. 이들의 신상을 공개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이트 운영진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개인의 명예 보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한 판결이다. 실제로 이 사이트로 인해 현재 113건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해결됐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이희영 작가의 '페인트'라는 소설이 떠오른다. 국가에서 버려진 아이를 키워 주는 양육 공동체가 실현된 미래 사회가 소설의 배경이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국가에서 설립한 'NC 센터'에서 19세까지 생활할 수 있다. 그 전에 입양을 원하는 부부가 나타나면 가정을 꾸릴 수 있는데, 아이들이 직접 부모를 선택한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소설 제목인 '페인트'는 아이가 부모를 선택하기 위해 실시하는 면접(parent's interview)을 뜻하는 소설 속 아이들의 은어다. 선택받은 부모는 각종 혜택을 받는 대신 제대로 아이를 키우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주인공 '제누 301'의 페인트 과정을 통해 좋은 부모란, 나아가 가족의 의미란 무엇인지를 청소년의 시선에서 질문하는 작품이다.이 소설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소설과 현실 사이에서 뭔가 교집합의 빗금이 읽히기 때문이다. 우선 소설 속에서 정부는 아이를 잘 낳지 않고, 낳아도 키우지 않으려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해지자 국가의 사활을 건 프로젝트로 NC센터를 설립한다. 저출산에 부모의 자녀 방임, 학대 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과 비슷하다. 또 이번 판결은 기본적으로 당연히 해야 할 부모의 도리마저 사회 시스템의 통제 영역으로 들어왔음을 시사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소설에서도 아이를 육체적· 정서적으로 돌보고, 아이를 입양한 부모가 제대로 아이를 돌보는지 감시하는 주체는 시스템이다.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수하는 게 우리네 부모의 모습이었다. 인류의 소중한 가치 중 하나인 부성애마저 시스템이 강제해야 하는 과정을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임성훈 논설위원

2020-01-15 임성훈

[경제전망대]스마트시티, 대한민국의 중추적인 성장동력이다

ICT·4차산업 바탕 지속가능 도시국내 150조·세계 1700조 거대시장정부 주도 구축 해외경쟁력 '한계'삶의질 향상 융·복합 솔루션 개발국가·기업 차원 글로벌 선점 기회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글로벌 경제의 핵심 주체로서 대한민국은 4차산업 혁명시대에서도 선도국가로서의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ICT기술과 도시개발 경험이 융합된 스마트시티 분야가 대한민국 성장동력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도시의 경쟁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건설·정보통신기술 등을 융·복합해 건설된 도시기반시설을 바탕으로 다양한 도시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를 의미하며, 이미 글로벌 선진국을 중심으로 거대시장이 형성돼 다양한 형태의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스마트시티의 시장 규모는 국내 150조원(삼정KPMG), 세계 1천700조원 및 연평균 성장률 10% 이상(프로스트앤설리반)으로 전망되고 있다.유럽의 경우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등이 개방 데이터 정책 하에 환경·교통 중심으로 스마트시티 정책을 추진해왔다. 미국은 2015년도 스마트시티 이니셔티브를 발표해 교통혼잡 해소, 경제성장 촉진, 기후변화 대응 등 지역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아시아의 경우, 일본·중국·인도 등이 정부 주도의 도시 경쟁력 향상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 2008년 동탄·흥덕 선행 2기 신도시개발 등 스마트시티의 전신인 유비쿼터스 도시(U-City) 개발을 시작으로 확산되어 왔다. 최근 들어서는 2018년 상반기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세종시 5-1 생활권'과 '부산에코델타시티'를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선정하여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스마트시티를 구축하고 있으며, 김포 향산2지구 등 민간에서의 스마트시티 추진사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해서는 4차산업 기반의 다양한 주요 기술분야가 접목되어 진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블록체인, 가상현실 등의 지능정보기술과 리빙랩, 주민참여, 주민테스트 등의 시민중심, 그리고 오픈데이터, 빅데이터 등의 데이터 활용이라는 핵심 키워드로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 및 유럽 국가들에 비해 ICT기술, 도시개발 경험과 행정전산화 수준면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새로운 수출시장 개척과 신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분야이다.다만, 그동안 추진되어왔던 대부분의 스마트시티는 정부 주도로 대형 건설사 또는 통신사들이 계획과 구축을 담당하다 보니, 장기적이고 혁신적 아이디어가 리드하기 보다는 사전에 계획된 예산과 설계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관련 솔루션기업 들도 발주처의 물량을 따내는 도급형식이나 단기적인 입찰경쟁에 치우치다 보니 중장기적인 수요처 확보의 어려움과 R&D 투자의 동력이 떨어져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가 어려웠다. 앞으로는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의 도시경쟁력 향상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그리고 글로벌 스마트시티 분야에서의 대한민국이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당분간은 정부주도의 하향식 접근도 필요하지만, 도시들의 특성과 상태를 반영하고 도시 구성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사용자(시민) 중심의 상향식으로 도시 문제를 스마트하게 해결해나가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스마트시티의 서비스 모델은 ISO기준으로 60가지로 분류된다. 관련 기업들도 과거 유비쿼터스 시티(U-City) 시각에서의 단편적인 솔루션 제공 수준을 벗어나 도시문제 해결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보다 융·복합적인 솔루션과 서비스 개발에 눈을 돌리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있는 분야를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스마트시티 글로벌 시장은 고도화를 위한 진입단계에 있으므로, 세계적인 도시화 추세와 기존 도시들의 재생사업 등 성장 잠재력 면에서도 국가적인 차원, 민간기업 차원에서 모두 관심을 갖고 기회를 선점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최영식 쉬프트정보통신(주) 대표이사·(사)판교1조클럽협회장최영식 쉬프트정보통신(주) 대표이사·(사)판교1조클럽협회장

2020-01-15 최영식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절이제도: 마디로써 법도를 짓는다

길이나 부피나 무게 등의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단위를 도량형(度量衡)이라 한다. 도(度)는 길이를 재는 자이고, 양(量)은 부피나 그것을 재는 되, 형(衡)은 무게나 무게를 재는 저울을 지칭한다.일상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단위는 말 그대로 공통적으로 균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흔히 하는 '이중 잣대'라는 표현처럼 잣대의 단위가 다르면 여러 가지 불편하고 불공평한 문제가 발생한다.그래서 재는 기준이 되는 단위가 다르면 불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산상 피해나 인명의 피해 등 심각한 일까지 벌어질 수 있다. 진시황이 독재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사람들이 인정하는 공적으로 단연 도량형의 통일을 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주역에서 그 기준을 말해주는 괘가 절괘(節卦)이다. 절(節)은 마디이다. 마디를 정할 때 균일하긴 해야지만 획일적이면 안 된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한의학에서 인체의 혈 자리를 잡을 때 사용하는 촌(寸)도 손가락의 작은 마디이다.그런데 사람의 신체는 각각의 사이즈가 있어서 다윗과 골리앗의 마디를 획일적인 거리로 정할 수 없다. 어린이나 작은 키의 소유자는 마디가 그만큼 작을 것이고 성인이나 큰 키의 소유자는 그만큼 마디가 클 것이다.국가도 마찬가지이다. 각종 제도(制度)를 신설하거나 고칠 때는 자기 나라에 알맞은 마디가 무엇인지를 고려해야지 무작정 다른 나라의 제도를 카피해서 붙여놓으면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다. 그 알맞음을 보여주는 상이 못 위에 알맞게 차있는 물이다. 못은 자연적 그릇이니 그릇에 맞는 제도만이 국민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니 각종 규제도 마찬가지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1-15 철산 최정준

[참성단]출판기념회

우리 국민의 독서율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한국 성인 10명 가운데 4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치고 너무 낮은 독서율에 외국인들은 의아해 한다. 그런 나라에서 이맘때가 되면 사람들이 떼로 몰려와 책을 사고파느라 북새통을 벌이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4·15총선을 앞두고 전국을 들썩이게 하는 정치인 출판기념회 때문이다. 선거법상 총선 D-90일이 되는 16일부터는 국회의원과 예비후보들의 출판기념회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오늘이 그 마지노선이다. 국회의원은 연간 1억5천만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후원금 모집이 가능하다. 그러나 출판기념회의 수익은 후원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횟수와 한도제한도 없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할 의무도 없다. 그러다 보니 출판기념회가 정치자금 모금 행사로 변질한 지 오래다. 출마자에게 '눈도장'을 찍거나 이른바 '보험'을 들어야 하는 이들에겐 출판기념회 초대장은 '청구서'나 다름없다. 유명 정치인의 경우 적게는 1억~2억원, 많게는 10억원이 넘게 책이 팔린다고 한다. 일반 서점과 다른 것은 정가 1만5천원의 책이 10만원에, 때로는 100만원에 팔린다는 점이다.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처음부터 책 읽기가 목적이 아니다. 그래서 책이 엉성하다. 물론 정성이 가득 담겨 있는 책도 있지만, 대부분은 함량 미달이다. 선거를 앞둔 출판기념회의 경우는 급조해서인지 특히 그렇다. 자화자찬 수필이 주류여서 읽는 것도 고역인 경우가 많다. 찾는 이들 역시 '얼굴도장 찍기'가 목적이라 책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방명록에 서명한 후 봉투를 전달하고 책을 한 권 받아들지만,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허망한 출판기념회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정치인의 책은 보좌관이 써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대필 작가가 맡는다. 좀 알려진 작가는 한 건당 2천만원, 무명작가는 500만원 정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용도 투철한 국가관을 바탕으로 고난을 이겨낸 인간승리가 주를 이룬다. 여기에 희망과 비전을 첨가하면 '뚝딱' 한 권의 책이 완성된다. 원래 출판기념회는 집필의 산고와 출간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소박한 뜻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숭고한 뜻이 온데간데없다. 책 한 권 만드는데 3m짜리 나무 한 그루가 사라진다는 걸 정치인들은 알고 있을까. /이영재 논설실장

2020-01-14 이영재

[수요광장]亞 최초 동계유스올림픽 유치 '2024 강원유스올림픽'

IOC 개최지 결정방식 변경이후처음으로 신규규정 적용한 사례평창 올림픽레거시 활용 큰 의미대표단, 남북공동개최 의사 밝혀'2032년 공동유치' 마중물 되길대한민국이 아시아 최초 동계유스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지난 10일 스위스 로잔 스위스테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35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IOC 위원들의 투표를 통해 유효표 총 81표 중 찬성 79표, 반대 2표로 2024 동계유스올림픽 개최지를 강원도로 확정했다. 스포츠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스포츠 강국을 넘어 스포츠를 통해 올림픽 정신과 다양한 가치를 전파하는 스포츠 선진국으로 한 단계 나아갔다. IOC는 지난해 6월 제134차 IOC 총회에서 올림픽 개최 7년 전에 차기 대회 유치도시를 결정하던 기존 방식을 시기에 상관없이 결정할 수 있고, 도시만 유치 후보로 나서던 것에서 벗어나 개최지를 지역의 개념으로 확대하여, 새로운 개최지 선정 절차인 '미래유치위원회(Future Host Commission)'를 통해 결정하는 새로운 규정을 적용하였다. IOC는 그동안 대회유치를 희망한 후보국 중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올림픽 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강원도가 타당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협상과 노력으로 마침내 2024 동계유스올림픽 유치라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이로써 이번 유치는 IOC가 올림픽 개최지 결정 방식을 바꾼 후 처음으로 새 규정을 적용한 사례가 되었다. 이날 총회에선 필자를 비롯한 정부 대표인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겸 IOC 위원, 최문순 강원도지사, 차준환 피겨스케이팅 선수, 강원도 학생 최연우양이 함께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단독 후보였지만 '함께 즐기며 경쟁하고, 함께 성장하는 대회'라는 주제로 각계 전문가와 정부, 국민이 한마음으로 우리의 의지를 잘 표현하여, IOC 위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유스올림픽은 전 세계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우정과 화합을 통한 올림픽 정신을 전파하고자 2010 싱가포르 하계유스올림픽을 시작으로 동·하계 올림픽을 각각 4년마다 개최하고 있다. 유스올림픽은 15~18세 전 세계 스포츠 꿈나무들이 경쟁을 통해 도전과 페어플레이 정신, 배려를 배우고 성인 올림픽의 꿈을 키우는 무대이다. 동계유스올림픽은 2012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회를 시작으로 2016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2020 스위스 로잔 대회까지 모두 유럽에서 개최됐으며 대한민국 강원도는 아시아 최초의 동계유스올림픽 개최지가 되었다.이번 동계유스올림픽 유치는 단순히 국제스포츠이벤트 유치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18 평창의 영광을 이어 올림픽 레거시를 활용한다는 점에 그 의미가 크다. 우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이후 대회 개최의 영광에서 끝내지 않고, 올림픽 레거시 활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동계유스올림픽은 올림픽 시설 재사용을 통한 스포츠 레거시의 활용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올림픽 정신 함양을 할 수 있는 현장 교육의 장으로써 사회적 레거시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어 올림픽 레거시 활용의 큰 역할을 해낼 것이다.또한, 우리 대표단은 여러 가지 여건이 가능하다면 2024 동계유스올림픽도 남북 공동 개최로 치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IOC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필자는 이번 2024 동계유스올림픽이 침체된 남북 체육 교류의 물꼬를 트는 기회가 되어 다시 한번 스포츠를 통한 평화를 실현하고, 나아가 2032 남북 공동올림픽 유치의 마중물이 되는 의미 있는 이벤트가 되기를 바란다. ―2020 유스올림픽 개최지, 스위스 로잔에서/유승민 IOC 선수위원·대한탁구협회장유승민 IOC 선수위원·대한탁구협회장

2020-01-14 유승민

[기고]3기 신도시! 경기도의 역할

'교통·자족' 새로운 콘셉트 적용투기목적 아닌 주거기능 적합한공공임대·미래형 주택 건설 필요부족한 SOC시설 등 꼼꼼히 살펴'경기도형'으로 조성되어야지난 8일 경기도·경기도시공사가 3기 신도시 과천지구·하남교산 조성사업 참여지분을 각각 45%, 35%로 최종 확정했다. 이로써 정부의 3기 신도시 조성계획 발표 이후 1년 넘게 이어졌던 도·도시공사와 국토교통부·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참여비율 줄다리기'가 마침표를 찍게 됐다. 경기도는 3기 신도시 사업으로 확보되는 도의 주택 물량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만큼 도가 개발에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최대 50%' 지분을 국토부와 LH에 요구해왔다. LH 주도로 시행되던 기존 신도시 사업들의 개발이익이 도내에 재투자되기보다는 다른 지역 개발사업에 투자된다는 전문가 의견과 본 의원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지난해 5월 3기 신도시 제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사업시행에 있어서도 경기도시공사가 일정한 지분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당초 도·도시공사가 목표했던 과천지구 50%, 하남교산 40%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동안 20% 미만의 사업 지분 참여로 형식적인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데 그쳤다면 이번엔 참여 비율 확대로 '경기도형 3기 신도시' 조성이 가능하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1·2기 신도시는 높은 인구밀도에 주택위주의 평면계획으로 베드타운화 양상이 불가피했다면, 3기 신도시는 경기도민이 여러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 '교통, 자족'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조성되어야 한다. 정부가 2018년 9월 수도권에 30만호, 경기도에 24만호 공급을 발표했을 당시 경기도가 정부 정책에 협력 입장을 밝힌 이유는 '도민의 장기간 안정적인 주거권 보장'과 '도민 맞춤형 주거환경 조성'때문이었으며, 기존 1·2기 신도시의 전례를 교훈 삼아 3기 신도시의 직주근접화에 지방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경기도의회는 지난 1년여간 지방정부의 최대참여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정부는 지방의 역할과 지방의 높은 참여 비율에 의구심을 가졌다. 이에 도의회는 3기 신도시에 대한 경기도 철학을 집행부와 고민하고 지난해 9월 '경기도시공사, 3기 신도시 참여 지분 확대건의안'을 국회 및 국토교통부에 전달하였으며, 실행기관인 경기도시공사 참여에 최대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의회 심의 등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들로 경기도시공사가 LH와 공동시행하는 과천지구에 45%, 하남교산에 35%의 참여비율을 결정하였다. 기존 신도시 주택공급정책 역사에 있어 최고의 성과라 할 수 있다.이제 시작이다. 3기 신도시도, 경기도도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3기 신도시는 어떻게 만들 것인지 모든 기관이 고민하고 있다. '광역, 초연결, 혁신, 일자리, 친환경, 포용' 등 여러 과제들을 각계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다. 신도시의 패러다임 대변화를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기존 신도시와 달리 중앙정부·지방정부와 더불어 다양한 민간 전문가, 도민이 함께 고민한다면 기대해볼 만하다. 경기도의 주거정책 대전제는 3기 신도시의 '공공성과 본연성'이다. 투기 목적이 아닌 주거기능에 충실한 공공임대주택 확대, 급변하는 가구변화를 고려한 미래형 주택, 개발이익에 대한 지역 내 재투자, 공공건설 분양원가 공개 확대, 공공중심의 자족기능 강화, 생활SOC 공급 등이다. 3기 신도시 등 7개 대규모 택지, 16개 중소규모 택지의 지역여건이 모두 다르다. 부족한 SOC시설부터 지역의 주력 산업, 필요한 임대주택의 유형 등을 꼼꼼히 살펴 경기도형 신도시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또한 3기 신도시 조성에 있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해당 지역 내 전면수용방식 사업으로 인한 도민의 불안감, 기존 1·2기 신도시와 원도심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상실감이다. 도의회는 현장에서 직접 지역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며 도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갈 것이다. 경기도는 1만186.6㎢ 면적으로 전국의 약 10%를 차지하지만 31개 시·군이 각기 다른 도시 색을 가진 우리나라의 축소판이다. 서울시나 인천시처럼 획일적인 주택정책은 불가하다. 다양한 지역특성화 개발 고민들로 앞으로의 숙제가 많다. 향후 10년간의 3기 신도시 역사를 시작하는 올해, 도민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경기도, 경기도의회가 신도시 조성에 협력해나갈 것이다./이필근 경기도의원·도시환경위원회 (더불어민주당·수원1)이필근 경기도의원·도시환경위원회 (더불어민주당·수원1)

2020-01-14 이필근

[생활법무카페]법무사 vs 변호사

"법무사와 변호사는 뭐가 달라요?" 이렇게 묻는 사람들도 꽤 있다. 업무영역은 똑같다. 확실히 다른 점은 변호사는 모든 법정에 출석할 수 있지만 법무사는 단독재판장의 허가에 의하여 제한적으로 출석할 수 있을 뿐이다. 변호사는 법정에 출석하는 사건마다 불리는 이름이 다르다. 민사·가사사건의 경우 대리인, 형사사건의 경우 변호인, 소년사건의 경우 보조인으로 부른다. 대리인인 경우 변호사가 당사자 없이 법정에 출석하고, 변호인·보조인인 경우에는 당사자와 함께 출석한다. 법무사는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를 작성, 접수해주고 당사자만 법원에 출석한다. 신청사건(가압류·가처분 등 보전처분사건), 소송사건, 집행사건(경매·추심 등)으로 나뉜다. 생선에 비유하자면 '신청'은 머리부분에, '본안'은 몸통부분에, '집행'은 꼬리부분에 해당한다. 이 중 신청과 집행과 소송사건이 아닌 비송사건은 서류재판인 경우가 많아 법무사가 주로 처리해왔고 본안 소송 사건은 법정에 출석할 수 있는 변호사가 주로 처리해왔다.그런데 20년 전 변호사는 약 5천명으로 당시 6천여명인 법무사보다 적었는데, 현재 변호사는 로스쿨제도 도입으로 2만1천명이상으로 늘어나 법무사 7천여명보다 3배가 넘다 보니 변호사가 담당하는 사건이 전통적으로 법무사가 해오던 신청, 집행, 비송사건까지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법무사와 변호사가 특히 다른 것은 수임료에 있어서 약 5~10배 정도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법정에 혼자 출두하여 소송을 이어가기 어려운 분들에게는 변호사를 선임할 것을 권유하나 변호사 숫자의 기하급수적 증가 이외에도 법률시장에 몰아닥친 불황으로 인한 수임료 부담, 인터넷 발달과 법원의 정보제공도 확대 등으로 인한 나 홀로 소송 증가 등의 이유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같은 이유로 법무사에게 사건을 맡기는 경우도 줄어들고 있다.요즘도 동창회에 나가면 은퇴한 친구들이 "넌 참 좋겠다. 평생 직업이 있으니"라고 부러워할 때마다 "글쎄? 그건 옛날 얘긴데…"하고 말꼬리를 흐린다./이상후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이상후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

2020-01-14 이상후

[경인칼럼]새 경제거인의 조건

산업화시대 이끈 전설들 청춘들에 롤 모델재벌 창업자 경영스토리 '슈퍼맨'으로 묘사탁월한 경영자 불구 밀레니얼들에겐 좌절만신자유주의 카오스 재연… '新전설시대' 고대미국판 '88만원 세대' 탄생을 예고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 직후인 2008년 11월 5일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세계 최고(最古)의 경제학 전당인 런던정경대학(LSE) 신축건물 준공식에 참석했다. 여왕은 그 자리에 참석한 세계 일류 경제학자들에게 "왜 금융위기가 발생했나?"라고 물었지만 모두 꿀 먹은 벙어리였다.2011년 4월 미국 최고의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주목받지 못했던 선배 학자들로부터 금융위기 원인을 찾았다고 실토했다. 찰스 킨들버거 미국 MIT대 교수는 1978년에 유명한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를 저술한 경제사학자였다. 하이먼 민스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는 1990년대 말에 과도한 부채가 자산가치 폭락으로 금융위기를 초래한다는 '금융불안정 가설'을 발표했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영국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월터 배젓은 1873년에 저술한 '롬바드 스트리트'에서 유럽 사람들을 경악게 했던 1866년 금융위기를 분석했다. 이 책이 특히 주목되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가 이보다 142년 전에 발생한 신용공황의 복제판이었다는 점이다. 1866년의 영국 오버랜드거니와 2008년의 미국 리먼브라더스는 각각 은행에서 대출받은 단기자금으로 돈놀이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에게 부채 폭탄을 안겼다가 막대한 규모의 혈세(血稅)만 낭비했다. 월터 배젓은 "부도덕한 기업이 악(惡)의 뿌리"라고 결론 냈다.새해 경제전망 기사들이 눈길을 끈다. 서민들의 팍팍한 살림살이가 금년에는 나아질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미국 대선과 중국의 저성장 우려 등 복병이 도사려 예단은 금물이나 작년 세계경기가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올해는 약간 나아질 수도 있어 보인다. 한국경제가 관건이다. 국내외 기관들은 금년 경제성장률이 작년보다 개선될 것으로 점치나 조족지혈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경제가 장기부진에서 헤어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 기업가정신도 바닥이다. 빈곤의 악순환 시절에 무(無)에서 풍요를 키운 경제 거인들이 그립다.지난달 6일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제1회 상전(象殿)유통학술상 시상식이 열렸다. 위기에 직면한 국내 유통산업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한국유통학회와 롯데그룹이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을 재조명했다. 신 명예회장은 귀신보다 무서운 가난의 굴레를 벗고자 19세에 일본에 건너가 고생 끝에 롯데껌을 롯데그룹으로 키워냈으며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를 계기로 한국에 또 하나의 롯데를 만들어서 국내 재벌 5위의 대기업집단으로 부상시킨 살아있는 전설이다. 인류의 과거는 지식의 보물창고이자 가장 생동감 있는 교육공간이다. 런던정경대 모건 위첼 교수는 자신의 경영사 강좌를 수강하는 예비창업자들에게 "CEO가 되려면 경영전문대학원(MBA) 진학보다 역사 공부"를 당부했다. 산업화시대를 이끌어온 전설들의 리얼한 경영경험은 야심찬 청춘들에 롤 모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경영학의 큰 스승 피터 드러커는 한국과 이스라엘의 기업가정신을 극찬했다. 중국인들은 역사를 거울로 간주했다. 당면한 상황을 과거 사실에 비추어 판단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내의 재벌 창업자 경영스토리를 접하면 보통사람들은 감히 흉내낼 수도 없는 슈퍼맨으로 묘사되어 교과서로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엄청난 카리스마에다 혹독한 갑(甲)질과 신비주의는 압권이었다. 탁월한 경영자임은 분명하나 밀레니얼들에게 좌절만 안길 뿐이다.'가구왕' 잉바르 캄프라드의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리더십을 그린 '이케아 스토리'가 돋보인다. 독일 귀족가문의 후예인 창업자 잉바르는 어두운 가족사를 가감 없이 드러냄은 물론 1만원도 안되는 우표 살 돈을 분실했다며 여직원을 혼낸 구두쇠였다. 한 푼이라도 비용을 줄여 판매가를 낮추려는 배려 때문이었다. 또한 임직원들을 자신의 피붙이처럼 대하는 진솔한 가족경영으로 이케아를 세계 최고 기업으로 키워냈다. 신자유주의가 윤리에 기초한 자본주의질서를 파괴하면서 카오스가 재연되고 있다. 새로운 전설시대를 고대한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20-01-14 이한구

[자치단상]왕송호수와 정원박람회

철새도래지로 주말엔 학생들 생태학습 명소레일바이크·철도박물관 등 관광객 줄이어'10월박람회' 새 패러다임·시민참여로 준비의왕시·레솔레파크 널리 알리는 계기 기대의왕에서 고도가 가장 낮은 저지대에 위치한 왕송호수는 제방 길이 640m, 높이 8.2m의 저수지로 1948년 1월에 축조됐다. 왕송호수의 명칭은 축조 당시 행정구역인 수원군 일왕면과 매송면에서 한 글자씩 따서 만들어졌다.수면이 넓어 붕어, 잉어 등의 물고기가 많고 청둥오리, 원앙, 딱따구리, 박새와 같은 겨울 철새들과 해오라기, 뻐꾸기, 두견이, 꾀꼬리와 같은 여름 철새, 도요새, 종다리, 멧새 등 나그네새까지 머무르는 철새도래지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주말이 되면 생태학습을 위해 학생들도 많이 찾는 명소이다. 왕송호수에서 관찰할 수 있는 새의 종류는 130여 종에 이르러 수도권에서 찾아보기 힘든 생태호수이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충분히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호수 주변으로는 레솔레파크(왕송호수공원)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는 호수를 뜻하는 '레이크(lake)'와 소나무, 태양(Sol)을 의미하는 '솔' 그리고 철도의 역사가 깃든 장소로서 '레일(rail)'의 의미가 담긴 이름이다. 레솔레파크에는 국내 유일의 호수 순환 '의왕레일바이크', 스릴 넘치는 짚와이어 '의왕스카이레일', 쾌적한 시설의 '왕송호수 캠핑장', 자연학습공원, 조류생태과학관, 철도박물관 등 다양한 매력과 특징을 갖춘 시설들이 연계돼 하루 평균 5천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아름다운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다.이러한 왕송호수를 품은 의왕시 레솔레파크에서 오는 10월 '제8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개최된다. 도시공원 리모델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시민이 직접 만들고 유지·관리하는 시민참여중심의 정원문화 장려 및 정원문화박람회의 표준을 개발해 도시정원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박람회 주제는 '정원으로 떠나는 소풍여행 레솔레파크'로 정했는데, 총 26개소(쇼가든 6, 리빙가든 8, 시민가든 12)에서 다양한 전시정원을 선보이게 된다. 또한, 정원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부스와 산업부스를 운영하고, 정원 관련 콘퍼런스와 문화예술 공연 등 부대행사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더불어 시민정원사와 함께 시민참여형 정원박람회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이번 박람회를 준비하면서 크게 주안점을 둔 부분은, 관람객의 이용패턴을 고려한 효율적이고 편리한 전시공간과 동선을 배치하고, 레솔레파크의 지형을 최대한 보전하여 자연경관과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공간을 계획했다. 또한, 의왕의 특색을 살린 공간별 상징적 요소를 배치하여 의왕의 추억이 될 수 있는 랜드마크적 공간계획으로 지역 커뮤니티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심미적 기능과 사회적 필요도의 정원 기능을 구사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문화 정원을 제시, 추억이 될 수 있고, 축제가 될 수 있는 낭만 문화 정원을 선보이고자 한 것이다.시에서는 그동안 성공적인 박람회를 개최하기 위해 타 지역에 벤치마킹을 다녀오고 관계자 회의를 여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는 기본 및 실시설계가 완료된 상태로 오는 3월부터 6월까지 기반기설 공사를 실시하고, 6월 이후부터는 작가 공모와 함께 정원을 조성하게 된다.이번 박람회 기간 동안 전국에서 70여만 명이 의왕시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며,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전망이다. 앞으로 경기정원문화 박람회가 시민, 단체, 학교 등이 참여하는 참여형 박람회로 거듭나 일상에서 함께하는 정원문화를 확산시키고, 의왕시와 레솔레파크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김상돈 의왕시장김상돈 의왕시장

2020-01-13 김상돈

[오늘의 창]'백승수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

요즘 TV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인기가 뜨겁다. 화제의 중심에는 백승수 단장이 있다. 비야구인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극복하며 만년 꼴찌인 팀을 정상화시키는 그의 캐릭터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짜릿함을 넘어 희열마저 느끼게 한다. '백승수 리더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팀 내 간판타자인 임동규를 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완벽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그동안 아무도 인지하지 못한 임동규의 문제점을 짚어내며 내부 직원들을 설득했다. 그러면서 임동규의 공백을 대체할 확실한 카드(강두기 영입)까지 제시하며 외부의 반발 여론까지 모두 잠재웠다. 그의 철두철미한 사전 준비와 치밀한 전략은 곧 그를 향한 신뢰로 쌓였다.최근 1호선 급행 전철 개편 이후 승객들의 반발이 거세다. 급행 운행을 확대해 더 많은 이용객들의 편의를 늘린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 이면의 역효과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검토 과정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월 중순 이번 급행 전철 확대로 국민 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수도권 통근자들의 핵심 교통수단이었던 서울역 급행 노선이 폐지되는 점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도 대안도 없었다. 결국 통근시간은 늘어났고 이용객들은 연일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의 반발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반발 여론이 들끓자 한국철도공사는 긴급 TF팀을 꾸려 대안 마련에 나섰고, 결국 개편 열흘만에 기존 서울역 급행 일부 노선을 임시로 복원했다. 이용객들은 한편으론 다행이라면서도, 이럴 거면 왜 없앴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보이고 있다. 신뢰를 주지 못한 데 따른 결과다.백승수 단장은 단순히 임동규를 내보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만큼 손실된 팀의 전력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전략도 동시에 세우면서 구체적인 해법을 찾았다. 국가의 정책을 계획하고 시행함에 있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선 반드시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대중교통과 같이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부분이라면 더더욱이 그렇다./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차장 homerun@kyeongin.com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차장

2020-01-13 황성규

[참성단]'진중권 호루라기'

1980년대 대학가 운동권에 주체사상을 전파한 '강철서신'의 필자 김영환은 북한 대남방송과 일본에서 출간된 서적을 통해 주체사상에 입문한 자생적 주사파였다. 민족해방(NL) 계열 운동권의 핵심이자 주사파 이론의 대부인 그는 두 번의 밀입북을 통해 조선노동당에 가입하고 '관악산 1호'라는 암호명과 공작금을 받아와 민주민족혁명당(민혁당)이라는 지하당을 조직한다.김영환은 북한 주체사상연구소 학자들과의 토론 끝에 주체사상에 대한 회의감도 함께 가져왔다. '당과 수령의 오류를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느냐'는 요지의 그의 질문에 북한 학자들은 대답하지 못했다고 한다. 주체사상 이념에 경도된 남한 청년이 주체사상의 성지에서 주체사상의 모순에 직면한 것이다. 주체사상의 무오류성에 환멸을 느낀 그는 결국 1997년 민혁당을 해산하고 북한 민주화를 위한 시민운동가로 전향한다.최근 정치권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가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조국 사태 이후 정권과 여당과 진보지식인의 위선을 신랄하게 비판 중이다. 진중권은 문재인 정권의 탄생을 기원하고 성공을 지지했던 진보진영의 '내부자'였다. 그런 진중권이 유시민의 조국 옹호를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체주의 선동의 언어'라고 직격했다. 그에게 조국은 더 이상 친구 '국'이가 아니라 타락한 진보지식인의 전형이다. 서초동 조국기 부대를 네오 나치에 비유했다. 정의당을 탈당하고 당이 준 감사패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정권의 검찰 학살을 비난하고, 윤석열을 지지한다. 그를 향해 진보진영은 배신감을 토로하고, 보수진영은 전향의 가능성을 엿본다.그러나 진중권은 뼛속까지 진보다. 그는 진보의 가치와 정의를 오염시키는 위선, 허위, 아류와 싸우는 것이지 진보의 가치는 소중하게 여긴다. 진중권은 이익을 위해 가치를 포기하는 진보를 가짜로 규정하고 내부에서 봉기한 것이다. 진짜가 배신할 이유가 없고, 보수 전향은 어불성설이다. 김영환은 토론 자체가 봉쇄된 주체사상의 전체주의에 절망해 전향했지만, 진중권은 진영내부의 토론을 원한다.진중권은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궁핍해진 진보적 가치와 정의의 위기를 알리는 호루라기 역할을 자처한 것으로 보인다. 진보 정권에겐 다행한 일이다. 박근혜 정권과 보수세력은 호루라기가 없어 철저히 망했다. /윤인수 논설위원

2020-01-13 윤인수

[시인의 꽃]꽃

꽃은 누가 죽어가는 시간에 피어나는 것일까, 그 사람이 힘없이 손짓하던 부름을 말하지 못한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여, 피어나는 것일까. //꽃이 피는 시간에 그 주위에서 일어나는 바람은 또 무엇일까, 꽃 가장이를 예감처럼 돌다가 사라지는 빛은…//아, 꽃은 결국 무슨 뜻으로 저리도 선명한 빛깔로 내게 다가오는가. 이수익 (1942)한 사람이 태어나면 별 하나가 생기고, 그 사람이 죽으면 그 별도 같이 소멸한다고 할 때 우리는 저마다 별 하나씩을 가졌다. 하늘에서 빛나는 별은 멀어서 모두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의 모습처럼 빛나는 정도도, 크기도, 생김새도 다르다. 이처럼 하늘에 자신의 삶과 같이 하는 것이 '하늘의 별'이라면 반대로 '땅의 꽃'은 누가 태어날 때 시들고 '누가 죽어가는 시간에/피어나는' 것이다. 사람의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저 별과 달리, 이 꽃은 죽은 자가 '말하지 못한 하고 싶은 말을' 전수하기 위해서 피어나는 것. 그래서 '꽃이 피는 시간에' '그 주위'를 맴도는 '바람'과 '꽃 가장이'를 비추는 '빛'은 그렇게 죽어간 영혼이 마지막 머물다 가는 자리인 것, 꽃이 '저리도 선명한 빛깔로 내게 다가오는' 것은 차마 돌아가지 못한 가운데 생애 마지막 아름다움을 남기고 떠나고 싶어 하는 '망자의 말'인 것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0-01-13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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