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참성단]책 구매 인증 시위

이달 초 느닷없이 '김지은입니다'가 온라인 서점 알라딘 종합 인기도서 1위, 교보문고 일간 베스트 정치·사회 분야에 1위를 차지했다. 이 책은 안희정 전 충남 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가 성폭력 피해를 세상에 알리고 대법원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아내기까지 장장 544일간의 행적을 기록한 것이다. 그런데 출간한 지 4개월이 지나서야 뒤늦게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누구도 예상 못 한 일이었다.이유가 있었다. 지난 5~6일 치러진 안 전 지사의 모친상에 문재인 대통령이 조화를 보내고 이낙연 등 유력 정치인들이 조문한 것에 대한 2030 여성들의 분노가 김 씨의 책 구매로 이어진 것이다. 일종의 시위였던 셈이다. 성폭력 가해자에게 살아 있는 '권력'이 거리낌 없이 조화를 보내거나 앞다퉈 상가에 집결하면서 피해자인 김씨가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2030 여성들이 격려 차원에서 '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구매자의 대부분이 30대 여성(33.9%)과 20대 여성(24%)이었다. 이들은 트위터 등 SNS에 해시태그 '#김지은입니다'를 달고 책 구매를 인증하는 게시물을 올리며 책 구매를 독려했다. 최근 이런 구매 인증 시위가 또 일어났다. 이번에는 정세랑의 소설 '시선으로부터,'다. 이 책은 공교롭게도 성추행으로 고소당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 이후 피해자를 향해 쏟아지는 2차 가해가 소설의 내용과 유사하다는 얘기가 퍼지며 온라인 서점 예스24 종합 순위 34위로 오르는 등 매출이 크게 늘었다. 이번 역시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 여성과 연대(連帶)하려는 2030 여성들이 이 책으로 구매 인증시위를 펼치는 까닭이다. 이들은 성희롱을 당했던 기억을 공유하고, '#박원순_시장을_고발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라는 해시태그를 한 사람에게 책을 무료로 보내주기도 한다. 도서관에 이 책을 희망도서로 신청하는 경우도 꽤 있다.소설 속의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가해였다"는 문장은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구며 2030 여성들을 한데로 묶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책 구매 인증시위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호의적이다. 이제 '촛불'을 들어야만 저항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책을 구매해 읽으며 응원한다"는 책 구매 인증 시위가 바야흐로 신세대들의 새로운 저항 수단으로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이영재 주필

2020-07-14 이영재

[자치단상]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이전, 목적 부합 동두천으로

국토균형발전 2007년 도입 불구관련 시설은 경기남부 편중 접경지 낙후·인구 감소 우리시 미군공여지 42% 비교우위 호기道 5개기관 분산 발표 최적지 기대균형발전은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실현해 나가야 할 목표이다. 정부에서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 지방이전이라는 물리적 방법을 2007년부터 추진해 왔다.특정지역에 집합돼 있는 인적·물적·경제적 자원을 분산시키는 것은 골고루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데 가장 효율적이다.경기도는 1천370만여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으나, 75%가 남부지역 거주민이다. 인적·물적·경제적·사회적 자원이 경기 남부지역에 밀집돼 있다는 방증이다.도는 균형발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남과 발전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아마도 경제적 여건과 규제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동두천은 수도권이지만 지역의 발전을 나타내는 대부분 지표가 도내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재정자립도 또한 도내 최하위이다. 시민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 설치도 중앙정부나 도 지원 없이는 추진하기 어렵다.여기에 수도권 이외 자치단체와 비교했을 때도 재정자립도는 하위권에 머무른다. 전국 75개 도시와 비교했을 때 동두천의 재정자립도는 65번째이다. 정부에서 균형발전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도시보다도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두천은 다른 지자체보다 비교 우위에 놓인 것이 있다. 바로 주한미군 공여지이다. 도시 전체면적의 42% 땅을 주한미군에게 제공하고 70여년을 대한민국 안보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다른 도시와 비교하여 더 낙후된 동두천시가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져왔다고 해도 과장된 표현은 아닐 것이다. 안보를 책임져 온 대가는 낙후, 군사도시 등 부정적으로 표현되고 있고, 정주 여건은 개선되지 않고 지속적인 인구 감소가 현실이다.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두천에 민선 7기 출범 이후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이라는 이재명 도지사의 정책이 동두천에서 실현돼 가고 있다.2018년에는 제1회 경기도민의 날을 반환 공여지인 동양대학교에서 개최하여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한 것에 대한 인정감을 부여하였다.또한 20년 넘게 시민들을 괴롭혀 왔던 신시가지 악취 문제가 주 악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돈사 폐업이라는 대책 추진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동두천이 시로 승격된 후 40년이 다 되도록 경기도 관련시설이 없었으나 올해부터 경기북부 어린이박물관을 경기도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 박물관은 동두천에 설치된 최초의 경기도 시설이다. 그러나 도의 특별한 배려로 많은 분야에서 활력을 얻어가고 있지만 아직 어려움이 많다.최근 경기도에서는 경기 남부에 집중된 도 산하기관 분산 배치를 통해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부족한 행정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공모방식으로 일자리재단 등 5개 공공기관을 이전한다고 발표했다.동두천시도 TF팀을 구성하여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유치에 노력하고 있다. 동두천은 도내 공공기관 이전대상지역 최적지라고 판단된다.동두천에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목표인 균형발전을 빠르고 쉽게 달성할 수 있다.동두천에 도 산하 공공기관이 이전되어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이라는 이재명 지사의 정책과 '공정한 세상을 만든다'는 철학이 빛을 발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최용덕 동두천 시장최용덕 동두천 시장

2020-07-14 최용덕

[수요광장]내 편 네 편 가르지 말아야

최근 생을 마감한 두 명망가를 두고진영논리로 민심 갈리는 안타까움조국·정의연 사태 때와 다를바 없어법정스님·김수환추기경 행보 반추지금은 다툼이 아닌 국민단합 중요'이판사판(理判事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저것 물불 안 가린다는 뜻으로 쓰이지요. 불가(佛家)에서 나온 말입니다. 스님은 '이판승'과 '사판승'으로 나누는데, 경전을 연구하고 강론하며 수행하고 포교하는 스님이 이판승이고, 사찰의 살림살이를 꾸려나가고 종무를 돌보는 스님이 사판승입니다. 이판승의 꼭짓점은 종정이고, 사판승의 꼭짓점은 총무원장이지요. 가끔 이판과 사판을 두루 거친 스님도 있습니다. 이판이 없으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을 수 없고, 사판이 없으면 가람을 존속시킬 수 없지요. 이판과 사판은 서로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고 동반자라는 방증입니다.살아보니 세상사는 일이 수학문제처럼 완벽하게 풀리지 않고 완벽한 사람도 없습니다. 비구승이나 대처승이나 추구하는 진리와 궁극적인 목표는 크게 다르지 않지요. 기독교, 불교, 천주교도 추구하는 길이 다를 뿐 궁극적인 지향점은 같다고 봅니다. 비슷한 시기에 선종과 입적을 하신 종교지도자로 한 시대의 큰 스승이셨던 김수환 추기경님과 법정 큰스님은 걸어온 길이 다르지요. 추기경님이 열 살이 더 많아 나이 차이가 있고, 출신도 영·호남으로 다릅니다. 종교 역시 천주교와 불교로 다르니 당연히 삶의 철학이나 추구하는 가치관과 방향이 다르고, 견해 차이도 있었을 겁니다.그런데 두 분의 인연은 길동무처럼 오랜 세월 교감하며 각별하게 이어졌지요. 특히, 두 분은 개인적인 친교를 넘어 한국 사회에서 종교 간 벽을 허무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법정 큰스님이 길상사 개원 법회를 열었을 때 김수환 추기경님이 참석해 축사를 해 주었지요. 법정 큰스님은 그해 성탄절 때 성탄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명동성당에서 특별강론을 했습니다. 추기경님이 선종하자 큰스님은 언론에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는 시(詩)를 기고하기도 했지요. 두 분의 깊고 넓은 생각과 넉넉한 행보는 아름다운 우정이자 격 높은 어른의 품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최근 생을 마감한 두 명망가의 죽음을 두고 민심이 갈리는 안타까운 일이 생겨났습니다. 진영논리(陣營論理)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이 전혀 다르게 나타난 것이지요. 자신이 속한 진영의 죽음은 미화시키고 상대진영의 죽음은 폄훼하는 이분법적인 행태를 보인 것입니다. 내 진영의 이념만 옳고 상대 진영의 이념은 그르다는 논리는 위험한 발상이지요. 답을 정해놓고 꿰맞추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을 포함한 사회전체가 진영논리에 갇혀있는 건 불행한 일이지요. 내편이라고 다 옳은 게 아니고 상대편이라고 다 그른 것도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세간에 진영논리가 극명하게 대두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였지요. 그리고 조국사태 이후 촛불 행렬이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눠지고 상반된 주장이 첨예하게 펼쳐졌습니다. 정의연 사태를 두고도 진영에 따라 주장하는 논리가 상반되고 있지요. 분명한 것은 답을 정해놓고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진영논리에 갇혀 내 편 네 편 가리면 우리의 내일은 크게 기대할 게 없어지지요. 현상을 현상 그대로 보는 게 중요합니다. 좌파, 우파, 극우니 빨갱이니 하는 진영논리가 사라지지 않는 한 밝은 미래는 없습니다.살다 보면 죽자 살자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사람이 있지요. 다 부질없는 일입니다. 사는 일이 그리 쉽고 간단하게 풀리지도 않고 100% 옳은 일도 없지요. 정치적·이념적으로 편을 가르고, 지역별로 나누어 편향적으로 흘러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일입니다. 지금은 내 편, 네 편 아옹다옹 다툴 때가 아니라 외환 위기나 코로나19를 극복하며 보여준 국민적 단합이 중요하지요. 김수환 추기경님과 법정 큰스님의 큰 사랑과 자비의 행보, 그 가르침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편 가르지 말고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살아야 사랑과 평화가 온다는 것 아니겠는지요./홍승표 시인홍승표 시인

2020-07-14 홍승표

[오늘의 창]오빠의 증언, 오빠가 모은 증거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겨울날 아침, 귀가한 오빠는 거실에서 자고 있던 여동생을 발견했다. 그런데 동생의 얼굴에 폭행당한 흔적으로 보이는 멍든 자국과 입술이 터진 자국이 있었다. 동생은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말도 잘 못하고, 온전히 정신을 차리지도 못했다. 오빠는 '무슨 일을 당했구나' 직감했다.지난 8일 오후 인천지법 317호 법정에서 열린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3차 공판을 방청했다. 가해자들이 범행을 저지르고도 길거리에서 피해자를 마주치게 한 관련 당국의 안이한 대처 등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게 해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4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사건이다.이날 공판에서는 증인신문이 있었다. 앞의 내용은 이날 증인으로 나선 피해자의 친오빠 A(20)씨가 법정에서 울먹이며 증언한 범행 직후 아침 상황이다. 동생이 성폭행당한 사실을 알았다. 세상의 어느 오빠가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 있을까.이때부터 A씨는 동생이 누구와 술을 마셨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추적해 가해자를 찾고 경찰에도 신고했다. A씨는 동생의 산부인과 진단서를 받고 나서 피해를 확신했다고 한다.A씨는 사건 이후 인천의 한 원룸에서 가해자인 B(14)군과 C(15)군을 만나 범행에 관한 얘기를 듣고 녹취했다. 당시 A씨는 지인인 남성 2명과 함께 원룸을 찾았다. 법정에서 튼 녹취에는 가해자들이 범행 등을 털어놓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피해자 오빠 A씨는 이렇게 증거를 모았는데도,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들은 부실 수사 의혹으로 현재 감찰받고 있다.범행을 부인하는 가해자 1명의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A씨가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진술을 받았다면서 녹취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가해자 측은 A씨와 지인들을 감금죄 등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A씨가 동생의 성폭행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모은 증거가 불법적인지 아닌지가 이번 사건의 또 다른 쟁점이다.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20-07-14 박경호

[경인칼럼]진영(陣營)에서 연대(連帶)로

지구촌 좌우 이념은 정체성으로 대체 뚜렷한국사회 혼돈 천박 자본주의 질서 재생산박원순 죽음놓고도 대립 중첩된 갈등 반영포스트 코로나시대 진영 초월한 연대 절실정체성 개념은 1950년대에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에 의해 대중화되었고 정체성 정치는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문화정치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정체성은 내적 자아의 가치나 존엄을 외부로부터 구분짓기 위한 개념이다. 정체성 정치는 민주화나 사회적 변혁을 위한 투쟁 등의 정치투쟁들의 상당 부분과 연관되어 있다.20세기 서구 정치에서는 주로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좌우의 스펙트럼이 형성됐다. 좌파는 더 확실한 평등을 요구하고, 우파는 더 많은 자유를 요구했다. 물론 재분배와 사회보장을 지향하는 좌파와 정부의 크기를 줄여 경제적 간섭을 최소화하고 민간 영역을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우파의 구분은 여전히 유효하다.그러나 세계적으로 좌우의 이념적 차별성은 정체성을 중심으로 한 스펙트럼으로 대체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좌파는 경제적 차원을 넘어서 성소수자, 이민자, 여성, 히스패닉, 난민 등 다양한 소외집단을 보호하는 데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파는 인종, 민족, 종교 등에 연결된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는 쪽에 초점을 맞춘다.한국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도 복잡하게 분화하고 있다. 동성애, 젠더, 세대 등이 주요한 갈등으로 부각되면서 기존의 전통적 갈등축과 중첩되면서 사회는 지향과 목적을 상실하고 있다. 경제와 안보의 전통적 대립은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 등의 전통적 갈등과도 여전히 중첩되어 있다. 친일과 반공도 쟁점축이다. 그렇다면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이슈는 무엇인가. 사회의 갈등축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가. 보수와 진보의 경쟁인가. 자유와 평등의 충돌인가.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질서는 계층에 관계없이 무한경쟁과 물질에 포획된 천박한 자본주의 질서를 재생산하고 있다.다원화된 사회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시민지성을 통해 공론이 형성되어 사회의 가치관으로 정립된다면 소수는 소수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속한 집단과 위상에 따른 정체성이 사회적 갈등의 증폭을 결과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이다.지난 21대 총선이 끝나고 국회는 본격적인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7·10대책이라 불리는 고강도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으나 소기의 정책성과를 거둔다고 낙관할 수 없다. 법무부와 검찰의 대립이 일단락됐다고는 하지만 친여권 인사나 청와대 관련 수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과 관련하여 갈등 요인은 상존한다.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대립도 진영논리와 한국사회의 중첩된 갈등을 반영하고 있다. 내년 4·7 보궐선거는 대선 전초전의 성격을 띠게 될 것이고 대선의 보수·진보의 갈등이 1년 앞당겨진 정치현실에서 다시 정치공학이 난무할 것이다.포스트 코로나의 시대변화에 대한 대책은 내실이 외관을 따라가지 못한다. 진영간, 세대간, 경제 계급간 갈등이 내재화된 데다가 젠더와 정체성 정치가 또 다른 적대의 축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이 내면화하고 일상화된 사회에서 구성원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기 어렵고 지속가능한 발전도 불가능하다.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전방위적 대립, 각 층위 마다 얽혀있는 갈등구조를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가 정치의 핵심 의제가 되어야 한다.선거민주주의를 가장한 정당의 집단이기주의는 어느 진영이 승리하든 시민들의 삶의 영역에서 제기되는 의제와 이슈들을 해결할 능력을 제시하지 못한다. 한국정치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일하는 국회법'이라는 허구가 아니라 사회가 안고 있는 고민에 대한 인문학적이고 철학적 성찰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수준에 이를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다.대격변과 무질서는 아니지만 사회적 가치와 합의의 모색의 부재에서 한국사회는 지향을 상실하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이라는 말이 얼마나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사회는 소외되고 배제된 자들을 보호해야 하지만 동시에 숙고와 합의를 통해 공동의 가치를 지향할 수 있어야 한다. 진영과 정체성을 뛰어넘는 연대와 유대가 절실하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

2020-07-14 최창렬

'역병(疫病:감염병)'과 '한의약'

모든 의학의 역사는 역병과 투쟁의 역사다. 한의학 역시 역병(疫病), 즉 감염병의 실체를 밝히고 적절한 방역(防疫)의 방법을 찾고, 감염병의 예방과 치료를 연구하며 발전해 온 의학이다.작년 연말부터 중국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와 전세계를 힘들게 했던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잠잠해지나 싶더니 다시 끊이지 않고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이 코로나19 역시 새로운 역병(疫病)이다. 역병의 창궐은 재난상황이다. 재난 앞에서 인류는 모든 정보를 교류하고 힘을 합하여 대응해야 한다.필자도 '코로나19 한의전화진료센터'에 봉사자로 참여하여 외국인환자도 비대면진료하고 여러환자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본인이 참여한 서울진료센터에서는, 하루 평균 20여명의 한의사와 20여명의 한의대생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많은 코로나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5월말 기준으로 전체코로나 환자의 20%이상이 한의진료를 경험하게 되었고, 만족도 또한 매우 높게 나왔다. 코로나 19의 한의진료는 WHO의 권고사항이다. WHO는 2020년 2월에 에볼라 치료제로 유명한 렘데시비르, 신종플루때 나왔던 아비간,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퀴닌, 코로나19를 극복한 사람들의 혈장을 이용한 혈장요법과 더불어 각국의 전통의학을 Immediate Therapeutics로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는 코로나 19에 대한 진료매뉴얼과 진료지침서를 만들고 시시각각 업데이트하면서 이에 대응하고 있다. 실제 양한방 협진 체제가 잘 운용되는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에 한의학적 치료를 가미해 많은 효과를 내고 있으며, 보고에 의하면 85%의 확진자들에게 한약을 투여해 완치 기간을 앞당기고 있다.한의학은 인류의 오랜 질병의 역사와 함께해 왔고 역병(감염병) 치료를 위한 많은 솔루션을 축적해 왔다. 이미 후한(後漢)시대 장중경의 상한론(傷寒論)과 청대(淸代)의 온병학(溫病學)을 위시해 많은 의서를 통해 역병의 생성과 그 발전, 소멸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해, 역병의 기전은 물론 상세한 치료법까지 모두 구축해 놓고 있다. 그리고 현대한의학에서는 각 한의과대학의 예방한의학교실과 호흡기내과학교실에서 학부과정은 물론 대학원 박사과정, 한방병원의 전문의과정까지 개설되어 예방한의학 전문가와 감염병 전문한의사를 양성 배출해오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마저 일부 의사단체의 직역이기주의로 인해 정부의 감염병 대응지침에 한의사 전문가들의 참여가 배제된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다. 그나마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한의사 역학조사관을 임명하여, 심층 역학조사는 물론 검체채취에도 참여하고 있지만, 질병관리본부의 이기적인 대응지침으로 인해 격리중인 환자의 치료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재난 앞에 직역이기주의는 죄악이다.한의학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계속된 감염병의 역사속에서 그 역할을 내려놓은 적이 한번도 없다. 항상 감염병과 싸우면서 더 나은 방법을 찾아왔다. 한의학은 이번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해서 감염병과 싸울 것이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건강을 지킬 것이다. /경기도한의사회장 윤성찬(한의학박사)

2020-07-14 윤성찬

[참성단]수난받는 존 웨인

80이 넘은 '올드팬'들은 존 웨인이나 게리 쿠퍼가 풍긴 물씬한 '사내 냄새'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평원을 질주하는 마차. 험산 준령을 넘나드는 말 탄 사나이. 그들의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진한 땀방울. 백인 우월주의가 밑바닥에 짙게 깔렸었지만, 그걸 따질 겨를 없이 서부영화의 황금시대는 배우와 관객이 서로 뒤엉키며 그렇게 지나갔다.서부영화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마을을 지키는 보안관과 떠돌이 총잡이와 시시껄렁한 악당들이 등장하는 서부영화.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선한 눈매를 갖고 있을뿐더러 대체로 말이 없다. 왜 그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떠도는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다만 지독한 악당이 선량한 마을 사람과 힘없는 농장주를 못살게 굴 때 비로소 총을 잡는다. 총구에 불이 번쩍하면, 악당들은 속절없이 쓰러지고 만다. 권선징악은 물론, 악당은 지옥으로다. 무지렁이인 줄만 알았던 그는 가벼운 미소만 남긴 채 홀연히 떠난다. 홀로된 농장 여주인의 애틋한 눈빛도 외면한 채.인디언과 제7 기병대가 등장하는 서부영화는 상황이 좀 다르다. 총을 쏘고 괴성을 질러대며 달려드는 인디언들. 위기의 순간이면 트럼펫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기병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인디언들. 그때는 몰랐다. 미국의 역사를 뒤집으면 인디언 멸망사가 된다는 걸. 이런 부류의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배우는 단연 존 웨인이었다. 195㎝에 몸무게 102㎏의 건장한 체격, 그야말로 '남성성의 상징'이었다. 서부극의 단역이나 조연에 불과했던 그가 스타 반열에 오른 건 불세출의 감독 존 포드를 만나면서였다. 1939년 '역마차'에 출연하면서 만인의 스타가 됐다.사후 40여년이 지나 기병대장 존 웨인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생전의 인터뷰, "나는 흑인들이 교육을 받아 책임감을 가지게 될 때까지는 백인들이 여전히 우월하다고 믿는다. 무책임한 사람들에게 리더십과 판단력이 필요한 지위와 권위를 주다니, 그건 안될 말이다"는 빙산의 일각이다. 그는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였다. 오렌지카운티 존 웨인 공항의 이름 변경과 동상 철거에 이어 명문 LA USC 영화 대학원 내에 있는 그의 동상마저 곧 철거된다고 한다. 조지 루카스가 졸업한 미국 최고의 영화학과에 있던 동상이라 상징하는 바는 크다. "그때는 그런 시대였어"라는 말이 통용되지 않는 세상이다. /이영재 주필

2020-07-13 이영재

[이남식 칼럼]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나라

지나친 개입으로 부동산광풍 시작아직도 '세금으로 해결' 망상 빠져결국 도심공급 늘어나야 가격 안정국민들 권한 위임 받은 정치·행정시장기능 회복되도록 심기일전을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이 없는 삶을 살면서 과거의 삶이 얼마나 귀중했는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모든 뉴스 매체에서는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부동산 광풍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정말 아파트 한평(3.3㎡)이 1억원을 넘고 엄청난 부동자금이 투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몰려드니 21번의 대책이 아무 소용이 없는, 그리고 더 높은 강도의 대책이 발표되는 가운데 그저 오랫동안 한곳에 살아온 분들에게도 천문학적인 보유세나 종부세가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닌 패닉에 빠지게 되었다.2017년 이 정부의 출범 이후 부동산에 대한 징벌적인 정책을 강력하게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오늘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간단치 않은 일이나 돌이켜보면 징벌적인 의도를 가지고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함으로써 일을 그르치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구체적으로 정확한 경제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은 아니나 강남의 아파트 재개발로 인하여 큰 수익을 얻게 되자, 재개발 가능 아파트에 대한 투자로 가격이 오르고 2만~3만가구의 재개발로 인한 이주세대가 전세금을 올리는 상황에서 정부정책의 출발은 재개발을 막아 투기를 원천 차단하겠다 하였으나 오히려 공급이 줄어 가격 상승을 촉발하였고 도심이 아닌 외곽지에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2019년에만 45조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리고, 이는 다시 부동산시장의 시드 머니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실제적인 부동산의 가치와 가격 사이에 괴리 (decoupling)가 엄청나게 발생되는 투기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가격을 억제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한다 하니 공급이 더욱 위축되고 가격이 오르니 너도나도 저금리에 빚을 내어서라도 아파트를 사려는 심리가 발동된 것이다. 시장의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인 가격 결정기능이 지나친 정책적 개입으로 말미암아 군중심리가 작용하여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박병석 국회의장께서는 40년간 서초동의 아파트에서 그냥 사셨다. 그런데 65평쯤 되는 아파트의 현재 시세가 60억원이라고 나오고 재개발 입주 시에는 95억원에서 100억원의 가격이 된다는데 이는 당신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이루어졌으니 억울하실 만하다. 그러나 정치가 지나치게 모든 부분에 개입함으로써 만들어진 부동산 광풍에 대하여 정치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우실 수 없을 듯하다. 도저히 정상적이지는 않은 상황인데 아직도 당국자들은 도심의 공급을 늘릴 생각은 안하고 세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망상에 빠져 있다. 물론 도심 과밀화의 문제가 있다. 따라서 도심재개발을 허용하되 일본처럼 주차장이 없는 아파트를 도심에 만들어 젊은층에게 보다 싸게 주거 제공을 하고 인근의 사무실로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출퇴근할 수 있도록 교통수요를 줄이면 과밀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다. 결국 공급이 늘어나야 가격이 안정되지 않겠는가? 지금처럼 가면 국회의장처럼 한곳에서 그냥 오래 살던, 특히 은퇴자들은 세금 폭탄 속에서 매우 암울한 노후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은행금리도 1%대이고 수입도 없는데 집을 가졌다고 세금폭탄만 맞을 것이니 말이다. 관계 당국의 엇박자 처방이 증폭되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 시키는 것이 모바일 앱들이 아닌가 한다. 실제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파트 전체 단지 중에서 한 두 채인데 이러한 가격이 금방 아파트 전체의 가격으로 알려지고 그 가격 이하로는 팔지 않으려는 심리가 작용하여 실제 가치와 가격 사이의 괴리를 키우고 있지 않은가 한다. 또 다른 디커플링의 현장이 증시가 아닌가 한다. 기업의 영업성과나 미래가치와는 무관하게 투기적인 상황이 전개된다면 이 또한 향후 대폭락의 과정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되지 않을까 한다. 성실하게 일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보상받는 사회가 아닌 투기에 동참하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를 아무도 바라지 않는다. 대체 정치란, 그리고 행정이란 무엇인가. 백성들이 편안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많은 권한을 위임해준 것이 아닌가. 이제 정책이 해결할 수 있다는 망상을 버리고 시장기능이 회복되도록 심기일전해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

2020-07-13 이남식

[윤인수 칼럼]백선엽, 박원순이 남긴 질문

하루사이 유명 달리한 진보·보수진영 명사집권여당, 朴시장은 功·白장군엔 過 부각여성계·野 반발 부르고 국민통합기회 날려文정부·與 최종답안 국민·역사가 지켜볼것공교롭다. 진보와 보수 진영의 두 명사가 하루 사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장맛비 속에 어제 진보 진영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서울시장장으로 영면에 들었다. 한국 시민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내일엔 보수진영의 백선엽 장군이 육군장으로 대전 현충원에 안장된다. 6·25 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지켜 낸 호국 영웅이다. 광화문 광장엔 두 사람의 빈소가 나란히 차려졌다. 박 전 시장의 빈소는 서울시가, 백 장군의 빈소는 보수 청년단체가 세웠다. 조문객은 진영으로 분리됐다.박 전 시장과 백 장군의 죽음엔 얼룩이 묻었다. 박원순의 얼룩은 개인적이다. 죽음의 방식과 여비서 성추행 의혹이다. 그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성추행 고소를 덮었다. 백 장군의 얼룩은 역사적이다. 일제의 간도특설대 복무 이력으로 전쟁 영웅의 고별 행보가 어지러워졌다. 두 사람의 죽음에 대한 정권의 태도가 중요했다.청와대는 두 죽음에 모두 입을 닫았다. 대신 집권여당이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장례에 거당적으로 참여해 박 전 시장의 공(功)을 앞세웠다. 당 홈페이지 전면에 추도 성명을 내걸었고, 거리 곳곳에 '님의 뜻을 기억하겠습니다'는 추모 현수막을 걸었다. 백 장군에겐 침묵으로 과(過)를 부각했다. 신분을 숨긴 당 관계자는 "백 장군이 4성 장군으로서 한국전쟁 때 공을 세운 것은 맞으나 친일 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박 전 시장의 개인적 얼룩엔 관대했고, 백 장군의 역사적 얼룩엔 엄정했다. 정권이, 집권여당이 정 반대의 선택을 했다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여당은 박 전 시장의 죽음을 선양함으로써 여성계와 야당의 반발을 불러오는 정치적 분쟁을 일으켰다.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 자체는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공인의 선택으로 합당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남겨진 성추행 고소인이 논란의 핵심이다. 피고소인 박 전 시장은 죽음으로 책임을 졌지만, 동시에 젊은 여성 고소인을 그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할 처지에 남겨 놓았다. 여당이 그의 죽음을 애통해 할수록 성추행 고소인을 향한 2차 가해는 독해졌다. 집권여당이 '가해'와 '피해'를 역전시킨 셈이 됐다. 50만명 이상이 서울시장장 반대 청원에 동참한 건 비정상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정권과 집권여당은 백 장군의 죽음엔 침묵함으로써 역사적 화해와 국민적 통합의 기회를 걷어차 버렸다. 백 장군이 이승에 남긴 백년 행적은 두개의 역사적 공간으로 이어진다. 식민지 공간에서 그는 일본의 괴뢰정부인 만주국이 설립한 봉천군관학교를 졸업하고 1943년부터 3년간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했다. 일제의 군인으로 독립운동가들과 맞섰다. 식민지 공간에서 그는 민족에 죄를 지었다. 역사는 그랬던 그를 전혀 다른 공간에서 부렸다. 6·25 전쟁 공간에서 그는 낙동강 전선을 지켜냈다. 그 전선이 무너졌으면 지금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는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일지도 모른다. 이 공간에선 대한민국이 그에게 큰 빚을 졌다.일제의 장교로 독립을 방해한 죄와 대한민국의 장군으로 나라를 구한 공로가 충돌하는 백 장군의 인생 행로는 우리 사회 진영 대립의 역사적 연원을 보여준다. 역사의 표류자 백선엽을 진보는 일제 장교 백선엽으로, 보수는 대한민국 장군 백선엽으로 분절했다. 대한민국 역사의 맥락을 잇는 정권과 집권여당이라면 백 장군의 죽음은 소중한 기회였다. 분절된 그의 삶을 이어줌으로써 단절된 역사에 갇혀 대립하는 진영을 화해시키고 통합시킬 메시지를 발령할 수 있었다. 대통령이, 집권여당이 '식민시절의 죄과는 역사의 심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나, 대한민국을 지켜 낸 공로는 동작동 국립현충원의 전우와 함께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정도의 언급만 했어도, 국민은 다른 차원의 시대를 예감했을 것이다.역사는 백선엽과 박원순의 사망을 통해 정권에 질문을 던졌다.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은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최종적으로 어떤 답안을 작성할지 국민과 역사가 지켜볼 것이다./윤인수 논설실장윤인수 논설실장

2020-07-13 윤인수

[노트북]비정규직과 공정성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의 증가'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시점은 IMF 사태를 겪은 이후라고 알려졌다. IMF 이전에도 일용직 등 전일제가 아닌 고용 형태가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정부가 비정규직의 종류 등을 분류하고 관련 통계를 조사하기 시작한 시점이 2000년대 초반인 점을 고려하면 IMF 이후 고용 시장의 유연화가 본격화된 셈이다. 한국에서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난 배경에는 경제위기 등의 구조적 원인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의 비정규직은 외국과 다른 특징을 보인다. 임금 등 처우와 관련한 정규직과의 격차가 도드라진다. 통계개발원의 2018년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54.6% 수준이다. 영국과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시간제 일자리의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전일제 근무를 희망하는 비자발적 시간제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한다. 반면 한국의 비자발적 시간제 비율은 49.8%(2017년)였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 그러나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로 정규직 전환 정책은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고 말았다.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사례를 취재하면서 논란의 초점이 '개인'에게 맞춰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비정규직들의 삶을 상대적으로 평가절하하는 여러 언행들은 정도를 벗어난 수준이었다.작금의 논란을 떠나 공공과 민간을 구분할 것 없이 사용자가 '싼값'에 비정규직을 써왔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과거 인천공항공사 전체 인력의 85%가량도 외주화 됐었다. 정책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정규직 전환이 기울어진 고용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형평에 어긋났다면 비정규직이라는 존재는 과연 공정한 것인가.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야 할 때다. /배재흥 정치부 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정치부 기자

2020-07-13 배재흥

중증 척추협착증 환자, 초기 치료 놓치면 허리척추수술까지 고려할수도

척추협착증은 주로 50대 이후에 노화가 원인이 돼 발생한다. 척추관 주변의 뼈, 인대 등의 조직들이 노화로 인하여 두꺼워지거나 비대해지면서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을 압박하는 것이다. 척추협착증은 허리통증 및 하지방사통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 증상은 허리디스크와 유사해 일반인들은 두 질환을 혼동하기 쉽다. 차이점이 있다면 척추협착증은 허리를 뒤로 젖혔을 때 통증이 느껴지는 반면 허리디스크는 허리를 구부렸을 때 통증이 악화된다. 또 척추협착증은 오래 서있거나 걸을 때 허리부터 다리까지 통증이 나타나며 이때 자리에 앉거나 눕는다면 통증이 바로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척추협착증은 초기 치료가 관건이다. 제때 치료를 진행한다면 척추협착증 환자 열명 중 아홉 명은 비수술치료로 호전이 나타난다. 통증이 심하다면 신경 주사를 통해 부어있는 신경을 가라앉히는 시술을 진행한다. 만약 통증이 극심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고, 짧은 보행도 어렵다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배뇨기능 장애 및 발바닥 감각 이상 등의 중증 증상을 보인다면 허리척추수술이 필요하다. 잠실 선수촌병원 신경외과 이동엽 원장은 "척추협착증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30분 정도의 보행조차 힘들어진다. 엉덩이가 쏟아지는 느낌이 들거나 다리가 저려서 한 걸음도 떼기가 어렵다. 이때 5분이라도 앉아서 휴식을 취하면 증상은 금방 완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척추협착증으로 인한 허리척추수술 후에 재발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술 후 수술한 부위가 약화되면서 척추전방전위증 또는 척추불안정증이 생기는 경우가 드물게 나타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재발을 피하기 위해서는 척추건강에 도움이 되는 걷기 운동이나 실내자전거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선수촌병원 이동엽원장.

2020-07-13 김태성

[참성단]사라진 老兵

6·25 전쟁의 최대 격전지로는 1950년 8월1일부터 9월24일까지 55일간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와 학산리 일대에서 벌어진 다부동 전투를 꼽는다. 우리 군과 미군의 첫 연합작전이라 그 의미는 크다. 광복절을 부산에서 치르겠다는 김일성의 호언에 인민군의 공세는 격렬했고, 패배하면 전쟁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여서 우리 군 역시 방어에 사활을 걸었다. 그날 우리가 졌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다. 그때 그 전투의 지휘관은 백선엽 1사단장이 있었다. 극도로 사기가 저하된 사병에게 백 사단장의 그 유명한 말 한마디, "내가 등을 돌리면 나를 쏘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가 고지로 뛰어오르자 병사의 사기가 높아졌다. 그의 그런 호기로움에 미군의 막강 화력까지 더해져 마침내 승기를 잡았다. 당시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던지 우리 군 2천300명, 미군 1천200명, 인민군 5천700명의 전사자가 발생했다.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가 뒤집히자 백 장군의 1사단은 가장 먼저 평양에 입성하는 부대가 됐다. 백 장군은 1952년 32세로 최연소 육군참모총장이 됐고 이듬해 대한민국군 최초의 4성 장군에 올랐다. 정전 회담 때는 한국군 대표로 참가했다. 백 장군은 1959년 합참의장을 지낸 뒤 1960년 5월 31일 예편했다. 그 후 프랑스, 캐나다대사와 교통부 장관을 두루 거쳤지만, 일체의 정치 활동은 하지 않았다. 다부동 전투의 영웅이자 창군 원로인 백선엽 예비역 대장이 지난 10일 별세했다. 향년 100세.백 장군은 '한미동맹의 상징'이다. 우리보다 미군들로부터 더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지난해 11월 99세 백수(白壽 )기념 잔치도 미 8군이 준비했다. 그날 백 장군 앞에서 무릎을 꿇어 예의를 다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의 모습은 우리에게 긴 여운을 남겼다. 부음을 접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진심으로 그리워질 영웅이자 국가의 보물"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그러나 정작 우리 정부의 백 장군에 예우는 너무도 인색하다. 백 장군이 친일 전력이 있다는 일부 정치권의 극렬한 반대에 서울 현충원 대신 대전 현충원 장군 2 묘역에 안장된다. 더불어 민주당에선 백 장군의 죽음에 그 어떤 성명서도 내놓지 않았다. 국론은 또 반으로 갈라졌다. 그럼에도 죽지 않고 사라진 노병은 하늘에서도 우리 조국을 지켜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영재 주필

2020-07-12 이영재

[월요논단]서울을 재편해야 미래가 있다

또다시 발표된 강력한 부동산정책그러나 반복된 실패사례만 떠올라행정구역 재편외엔 다른방법 없어지방·수도권 없앤 메가시티 조성 등공급부족·공유해법 특권 다 바꿔야또다시 강력한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었다. 종부세와 양도세의 중과가 그것이다. 코로나19의 암울한 상황에서도 부동산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징물이 되었다. 그 많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이 집을 갖는다는 희망조차 이룰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서울의 집값을 보면서 출퇴근의 어려움을 감내하거나 요령 있게 갭 투자를 못한 현실을 탓하기도 한다. 공직자나 교수들이라도 지역에 거주해야 한다는 주장도 서울 부동산의 불패 앞에서 무력화되었다. 서울에 집이 있다는 이유로, 지방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부의 차별이 일상화된 사회다.묻고 있다. 노동은 무엇인가. 공정한 미래사회는 기대할 수 있는가. 왜 정부의 정책은 항상 뒷북이라는 비판을 받는가. 반복되는 정책실패는 역설적이게도 법치주의와 행정의 현실에서 찾을 수 있다. 행정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조직법적 근거와 처분의 근거 법률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고 해도 국회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국회의 구조는 대립적이다. 공익과 사익의 조정도 언제나 충돌한다. 그 시간과 틈새를 이른바 꾼들은 정확히 파악하고 움직인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득이다. 공직자와 같은 공익의 잣대도 필요 없다. 없는 자를 배려해야할 도덕적 의무도 찾기 어렵다.재개발, 재건축, 대형공사, 펀드, 주식, 비트코인 등 돈이 있는 곳을 헤집고 다닌다. 공직자들은 법의 잣대로 판단하지만 꾼들은 돈이 되는 방식에만 몰두 한다. 나름의 경험법칙과 판단력도 갖고 있다. 부동산과 펀드 등에 전문가에 비견할 만한 지식으로 무장한다. 구글이나 빅 데이터를 통해 매일 세상을 꿰뚫어 본다. 공직자가 세종청사에서 대책을 만들어, 여의도 국회를 거쳐, TV 앞에 설 때면 그들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이후다. 그래서 일까. 성공적인 정책으로 남은 기억이 별로 없다. 과거의 모든 정부가 반복한 저출산 대책이나 지방분권의 실패사례가 자꾸 떠오른다.정부의 반복되는 정책 실패를 보면서 꾼과 공직자들의 차이를 다시 생각한다. 꾼들은 왜 정부보다 앞설까. 정부가 쳐놓은 그물을 피할 수 있을까. 그것은 정부나 공직자가 문제의 본질과 현상을 소홀히 하는데서 시작된다. 서울은 모든 것을 갖고 있다. 누구든지 서울에 살고 싶어 한다. 서울은 세계적인 도시이다. 그러나 주택의 공급은 부족하다. 당연히 주택을 중심으로 불로소득이 창출된다. 불로소득은 서울집중을 더 가속화한다.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땜질식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모두가 코로나19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기득권 시각으로 서울을 보면 답이 없다. 대한민국의 시각으로 서울을 봐야 한다. 서울의 부동산 대책은 서울이 없어야만 가능하다. 이미 서울의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수많은 정책과 논쟁들이 제안되었다. 행정구역에 대한 과감한 재편이 없는 한 어떤 정책도 실패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때다. 서울과 경기 그리고 인천을 하나의 메가시티로 재편하는 발상의 전환과 실천이 필요하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벽도 허물어야 한다. 지방과 수도권이라는 낡은 2분법도 없애야 한다. 수도권만이 아니라 부울경도 호남권도 재편해야 한다.교통, 철도, 공항, 상하수도, 폐기물, 문화, 교육, 복지 등에 대한 공유와 연계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공급부족과 공유의 문제는 서울의 재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재택근무의 경험을 통해 재구조화를 준비하고 있다. 구글이 재택근무하면서 주변의 집값들이 하향한다는 미국의 뉴스도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사회에 기존의 삶과 국가구조에 대한 전면 재편을 요구하고 있다. 행정구역의 혁신적 개편과 산업구조의 재구조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학교나 대학을 졸업해도 갈 곳이 없는 사회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영끌'로 아파트 투기에 나선다는 국가에 무슨 희망이 있는가. 서울의 특권을 전면적으로 재편하는 혁명적 발상과 그 실천이 필요한 때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0-07-12 김민배

[손경년의 '늘찬문화']예술이라는 '언어'로 소통하기

16일까지 'BIFAN' 반갑다엄격방역 제한관람 영화 집중하게일어난 일 아닌 일어날 법한 일 담은문화·예술은 역사보다 더 철학적소통 어려운 시대 긍정의 가치경험영화 '컨택트(원제 Arrival)'는 기존의 에스에프 영화가 보여주는 접근방식과 좀 다르다. 내용을 보면, 지구에 12개의 비행물체가 느닷없이 나타났고, 세계의 나라들은 외계인의 방문 목적을 알아내기 위해 언어학자 루이스를 보내며, 루이스는 외계인과의 대화를 시도, 결국 무기를 주겠다는 그들의 말을 이해하였고, 무기는 그들의 '언어'였다. 그리고 그 '언어'는 미래를 볼 수 있는 힘을 갖게 한다. 시작과 끝 그리고 과거, 현재, 미래로 진행되는 선형적인 형태의 지구 언어와 달리, 외계인의 '언어'는 과거, 현재, 미래가 원형으로 연결, 공존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어서 '언어'를 얻은 루이스는 현재에서 미래를 보고 과거에서 문제를 해결하여 인류의 파국을 막는다. 그리고 자신의 불행한 미래를 보았으나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언어'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의사소통이다. '컨택트'를 보면 지구인이 외계인과 소통이 되지 않자 여러 가지 상상을 하면서 두려움과 긴장,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소통이 부재하게 되면 개인 간의 갈등, 사회의 혼란, 국가 간의 전쟁 등으로 표면에 드러난다. 사실 외계인과의 소통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끼리, 같은 습관과 생활양식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소통 부재로 인한 갈등과 혼돈이 늘 있었다. '같은' 것이라고 여겼던 것은 사실 '같지 않음'이었고, 그렇게 많이 발화된 말들은 소통을 위한 노력이라기보다 위계를 만들고 존엄을 훼손하는 도구로 쓰인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문화예술계가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는 요즘, 지난 7월 9일 시작해 16일까지 이어질 제24회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BIFAN)가 참으로 반갑다. 화려한 레드카펫과 부대행사는 없었지만 엄격한 방역과 거리두기 제한 관람으로 오롯이 영화에 몰두함으로써 영화제의 본질이 무엇이었던가를 되새김해보는 계기가 된 듯하다. 오랜만에 영화관 객석에 앉아 보게 된 한 편의 영화는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진다. 야마모토 타츠야 감독의 '노사리:순간의 영원'은 '활발'했던 도시의 과거와 텅 빈 아케이드 거리의 불안정한 청년들의 현재, 그리고 '당연한 것'은 잃어버리고 난 다음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진짜'가 사라졌을지라도 사람은 '모조품'을 통해 살아 나갈 수 있다는, 다소 쓸쓸한 '소멸도시'의 풍광을 그려내면서 사람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고민한 작품이었다.아리스토텔레스는 문학과 예술이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라고 말한다. 역사는 '일어난 일들'을 보여 주지만, 예술은 인간의 삶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예컨대 예술작품을 만나면 우리는 스스로 의문을 가지면서 '일어날 법한 일들'에 주목하게 되고, 뒤이어 정치와 사회적 현상에 관심을 두는 계기를 얻는다. 향유자의 감성과 창작자의 상상력이 만나 소통을 하는 것, 다시 말해 예술이라는 '언어'로 소통을 하면 개인적 삶, 국가와 사회, 계층과 계급 등의 큰 사안들이 서로 분리되어 이해되지 않도록 도움을 받으며,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현재 상황에서 나와 같은 방식으로 혹은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최근 우리의 하루하루 삶은 매우 구체적인 상황에 있다. 코로나19의 시기에 '예술을 통한 소통'을 갈망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요청과 다수의 생명과 연동되기 때문에 다중이 모이는 장소를 폐쇄해야 한다는 '방역의 요구'를 동시에 들어야 하는 공공문화시설 운영자는 어떤 언어로, 누구와 소통해야 할 것인지 짚어봐야 한다. 동시에 좀 더 중장기적 관점으로 시야를 넓혀, 지금까지의 문화예술의 생산 및 소비의 방식을 '개인적 계산보다는 공동작업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며, 지속적인 대화와 비교, 풍부한 맥락 검토 등을 통해 세상과 사람에 대한 내러티브 속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경험을 의미'하는 웨인 부스(wayne Booth)의 '공동-추론(co-duction)' 방식으로 재구조화할 필요도 느낀다. 어쨌거나 우리는 소통의 어려움을 느끼는 시대일수록 영화나 연극, 콘서트와 무용 그리고 문학과 전시를 통해, 소통의 왜곡과 변형을 그나마 본래의 뜻으로 돌려줄 수 있는 것이 예술이라는 믿음을 쉽게 버리지 못할 것이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20-07-12 손경년

[자치단상]'어르신 행복특구, 남동구'를 위한 첫걸음

25년후엔 인구 25%가 노인인 초고령 사회區가 지향 노년 모습은 인생선배 'Know人'현실대비 고민중 인복시민단 시범사업만나 핵심은 '노인주체 복지공동체 형성' 새모델통계청에 따르면 25년 후 우리나라는 인구의 5분의 1이 노인이 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 한다.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 속도이다. 하지만 제어장치가 풀린 고령화 속도에 비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고독과 노인에 대한 인식 변화다. 국가는 고령사회에 대비해 빈곤과 질병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기초연금, 일자리, 장기요양보험 등을 시행해오고 있으나 3대 노인문제 중 하나인 고독과 노인에 대한 인식제고에 대해서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퇴직과 자녀의 결혼 그리고 배우자의 사별 등으로 인해 사회적 고립이 찾아오고 또 한편으론 경제생산 주체에서 물러나다 보니 노인의 부양이 사회적 부담이 돼 노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보다는 부정적 인식이 더 크고, 또한 일평생 가족을 부양하고 사회를 지켜왔음에도 이에 대한 자부심보다는 육체적 정신적 무기력함이 더한 것으로 다가온다. 누구나 노인이 될 수밖에 없고, 피할 수 없는 것이 노년의 삶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안전하고 인간다운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아프리카 격언 중에 "노인 한 명이 사라지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란 말이 있다. 노인은 그 자체로 '지식과 지혜의 보물창고'란 뜻이다. 나보다 먼저 세상을 경험하며 삶 속에서 앎을 체득한 '노인(Know人)'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더 이상 노인을 돌봄과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자존감과 존엄성을 가지고 자아실현을 하며 살아가는 독립적 주체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란 울타리 안에서 자신을 스스로 돌보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나아가 더 먼저 인생을 살아온 선배로서의 책임과 지혜를 다하기 위해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변화를 추구하는 노인세대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이것이 바로 남동구가 지향하는 노년의 모습이다. 이처럼 남동구가 지향하는 바는 명확한데, 구청장으로서 이를 어떻게 현실로 만들어 갈 것이냐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었다. 다양한 관계자와의 소통을 통해 실마리를 찾으려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인복시민참여단 시범사업을 만나게 됐다. 인복시민참여단 시범사업은 인천시 복지비전인 '인복드림(당당하고 풍요로운 인천복지드림)'을 실현하는 핵심 사업으로 시민이 학습과 토론을 통해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인천복지재단이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5월 수행기관을 공모해 인천시 기초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남동구만 해당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특히 남동구는 인천에서 유일하게, 전국에서도 몇 안 되는 동행정복지센터의 모형을 갖고 있는데 관내 전체 20개 동행정복지센터 모두에 방문보건복지팀을 배치한 것이다. 이런 특징을 살려 가정방문을 통해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찾아내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저소득 독거노인으로, 말 그대로 고독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는 노인들로 이 중 고립이 깊거나 교육참여가 가능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인복드림의 선배시민교육'을 통해 돌봄의 대상에서 주체로의 변화를 도모하며, 또한 자조모임(동아리)을 조직해 사회적 유대관계를 유도함과 아울러 공동체 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노인에 대한 인식 전환은 곧 복지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어르신 행복특구, 남동구의 최종 목표는 노인이 복지의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되는 복지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복시민참여단 시범사업은 남동형 노인 돌봄 모델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곳곳에서 마을을 돌아보고 어른으로 역할을 하게 될 남동구 선배시민들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고 기대된다. 남동구 20개동 400명 남짓에서 시작되는 변화는 300만 인천시를 복지특별시로 변화시키는 나비효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 자부한다./이강호 인천 남동구청장이강호 인천 남동구청장

2020-07-12 이강호

[오늘의 창]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길

경기도와 더불어 전국에서 가장 큰 광역단체인 서울시가 돌연 수장을 잃었다. 그가 유명을 달리한 지 수일째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서울시를 이끌어온 그의 갑작스러운 부재가 한동안 서울시정 전반에 큰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견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제로페이, 그린벨트 유지 등 '박원순표 정책'이 표류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그에 앞서 부산시가 시장의 중도 하차 사태를 겪었다. 마찬가지로 굵직한 공약들이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산시도, 서울시도 새 수장을 선출하는 내년 4월 보궐선거까지 권한대행 체제여야 한다. 내년에 선출된 시장이 새 체제를 꾸린다 해도 그다음 해 6월에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불과 1년 뒤 다시 새로운 인사에게 자리를 넘겨야 할 수도 있다. 혼란은 애꿎게도 시민의 몫이다.수장의 공백을 우려해야 하는 것은 경기도도 예외는 아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명 도지사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가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이르면 최종 선고가 16일, 늦어도 연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선무효를 결정한 항소심 판결이 흔들리지 않으면 전국 최대 광역단체인 경기도 역시 수장 부재에 따른 혼란이 불가피하다.지방자치체제가 단단해질수록 각 지방정부 수장의 리더십이 갖는 무게도 커지고 있다. 논란도 적지 않았지만 이 지사 취임 후 경기도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최근 정치권에서 '사냥꾼'으로 비유되는 이 지사의 행동력이 그 중심에 있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벌써부터 대선의 전초전이 될 내년 4월 보궐선거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경우에 따라 사이즈를 한층 키운, '슈퍼 재보선'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차기 대선에 대한 표심의 향방을 엿보는 선거가 될 터지만 1천360만 도민의 혼란을 밑바탕 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극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 /강기정 정치부 차장 kanggj@kyeongin.com강기정 정치부 차장

2020-07-12 강기정

틀니 불편함 해소한 임플란트틀니도 있다

노화가 진행되면 신체 장기도 함께 노쇠해지는데 자연스럽게 치아와 잇몸도 약해지게 된다. 치아의 상실도 진행되는데, 치아가 모두 상실되거나 한 개도 남아있지 않은 경우까지 발생한다. 이런 경우 틀니가 필수 선택이었지만, 최근에는 임플란트로 해결하는 임플란트 틀니를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치아 전체가 상실되면 발음이나 심미성·저작력 등의 다양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기존에 주로 사용되던 틀니는 한계성이 분명해 환자의 불편함이 많았기에 이를 대체할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 임플란트틀니는 전체 임플란트를 식립하지 않고 가능한 최소한의 임플란트를 식립해 그 위에 맞춤형 틀니를 고정시키는 방식이다.임플란트가 틀니를 단단하게 고정시켜주기 때문에 기존 일반 틀니의 불편한 점을 개선하면서 임플란트의 장점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퍼스티지치과 김강열 대표원장은 "일반 틀니의 유지력이 떨어졌거나 약한 고정력 및 저작력으로 일상 생활에서 많은 불편함을 느꼈거나 전체 임플란트의 수술 과정과 비용이 부담스러운 경우, 다수의 치아를 상실했거나 무치악인 경우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임플란트 틀니의 고정력은 우수한 편이라 틀니처럼 헐거운 현상이 거의 없고 흔들림이 적어 생활을 하는데 불편함이 많이 줄어들 수 있다. 또한 단단하거나 질긴 음식도 보다 편안하게 씹을 수 있고 전체 임플란트와 기능적인 면이 거의 흡사하지만 비용은 더 저렴해 부담을 낮출 수도 있다. 일반 틀니가 이물감이 심해 착용감이 불편했다면 임플란트 틀니는 이물감이 적고 착용감이 보다 편안하며 잇몸에 의존하지 않고 임플란트에 의존하기 때문에 잇몸뼈에 무리가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

2020-07-11 김태성

"하지정맥류 발병률, 여성이 더 높다… 치료시기 중요"

하지정맥류는 다리에 혈액이 역류하며 발생하는 질환이다. 정맥 내부에 있는 판막이 손상되면서 심장으로 가는 혈액이 역류해 정맥이 늘어나 피부 밖으로 보여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하지정맥류는 여성 환자의 발병률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2019년 하지정맥류 성별 및 연령별 발생 현황을 살피면 남성 환자에 비해 여성 환자의 발병률이 월등히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하지정맥류 환자 21만6천127명 가운데 여성 환자가 14만7천546명으로 전체의 68%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여성 환자 중에서도 40~50대 여성의 비중이 높다. 40~49세 구간에서 남성 환자가 1만1천143명인 데 반해 여성 환자는 3만851명이며 50~59세 구간에서는 남성 환자가 1만6천826명이지만 여성 환자는 4만5천30명에 달한다. 이처럼 남성에 비해 여성의 하지정맥류 발병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때문이다. 에스트로겐은 정맥을 확장시켜 체내 혈액량을 증가시키는데, 이때 정맥을 넓히는 작용이 하지정맥류 발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나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신체 모든 부위는 노화에 따른 영향을 받게 되는데, 정맥 또한 나이가 들수록 탄력이 떨어지고 판막이 약해진다. 이 때문에 하지정맥류가 여성에게서, 또 40~50대 중년층에서 발병률이 높은 것이다. 이처럼 여성에게 하지정맥류 발병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들이 증상을 방치하곤 한다. 이는 하지정맥류 증상이 종아리 부종이나 다리 피로감, 다리 저림 등 일상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가벼운' 증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하지정맥류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다리에 혈관 돌출이 없으면, 하지정맥류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혈관 돌출이 없더라도 다리 쥐내림이나 무거운 다리 증상이 지속되면 '잠복성 하지정맥류'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하지정맥류 치료 시기를 놓쳤을 때다. 센트럴흉부외과의원 김승진 대표원장은 "하지정맥류를 방치할 경우 다리 통증은 물론 종아리 피부의 변색 및 궤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중증으로 진행되면 치료에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만성정맥부전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며 "하지정맥류 초기에는 모세혈관 확장증을 치료하는 혈관경화요법 등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다. 다만 상태가 악화될 경우 근본적 치료를 위해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

2020-07-10 김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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