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요논단]경제 정책과 결정 장애

정부 지지율 떨어진 것 우연 아냐최저임금등 '선제대응 실패' 축적인천현안 GM도 '검토 중' 답변뿐경제정책 뒷북, 일자리 작동 안돼'결정 장애, 불황 주요인' 직시해야짬뽕·자장면·탕수육.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점심 때마다 고민한 경험들이 있다. 그러한 '결정 장애'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메뉴가 '짬자탕'이다. 짬뽕·자장면·탕수육이 각각 3분의 1씩 나오는 메뉴다. 물론 한 가지를 먹는 것보다는 비싸다. 하지만 모두를 먹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크다. 이러한 융합은 결과 때문에 망설이는 결정 장애를 해소시켜주는 동시에 복잡한 현대인들의 과도한 욕망을 적절히 조절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책 결정에서 이러한 방식을 도입할 수는 없는가. 각종 현안들에 대해 이런저런 제안들을 하지만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안일수록 시간이 더 걸린다. 물론 관련자의 과도한 욕심이나 이해충돌도 주된 원인이다.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들이나 감사와 징계를 꺼리는 공무원들은 문제가 폭발하기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결단의 타이밍을 실기하는 순간 결정 장애의 후폭풍이 작동된다. 문제가 커지고 나서야 그때 결정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후회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민선 7기인 지자체에서도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비정규직, 청년실업, 자영업, 명예퇴직으로 불리는 어두운 그림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압도적이던 지지율이 45%대로 떨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가상화폐, 최저임금, 아파트 가격 폭등과 미분양에 이르기까지 선제대응에 실패한 사례들이 축적된 결과다. 남북관계를 제외하면 초라한 성적표이다. 경제가 불안한 것은 과감한 정책으로 국민의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정책, 책임을 두려워하지 않는 장관이 없기 때문이다. 개인 주식 투자자들은 공매도 폐지를 주장한다. 그런데도 다른 나라에도 있다는 한심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부터 수정할 것인가 하는 고민조차 없다. 국민들이 묻는다. 금감원과 금감위는 누구를 위한 기관인가. 미래의 산업이라던 바이오나 제약 산업에 대한 대처도 마찬가지다. 인천의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회계 등의 위법을 넘어 검찰까지 나서고 있다. 바이오나 제약의 경우 개발에 수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의 리베이트 네트워크를 뚫기도 어렵다. 국가핵심기술을 지정할 때에도 바이오와 제약의 경우 해외기술이전에 예외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던 이유다. 그런데도 미래 산업과 일자리 그리고 해외수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장관들의 목소리가 없다. 무엇을 먼저 하고 나중에 해야 하는지 부처 간 손발이 엇갈리고 있다. 받아 적기에만 열심이었다던 박근혜 정부의 장관들과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나.인천의 현안인 GM대우를 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GM이나 자동차 산업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연내 3억7천500만 달러를 투입해야 하는 산업은행이나 정부가 국민들에게 설명한 내용은 없다. GM의 법인분리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 그나마 희망이다. 향후 어떻게 될 것인지. GM의 R&D가 지향하는 것이 전기차인지 수소차인지, 부품회사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남동공단의 현장은 절박하게 외쳐대고 있다. 그런데도 GM의 사업계획서를 전문기관이 검토 중이라는 답변뿐이다.인천항만의 물동량에서 GM대우와 중고자동차를 무시할 수 없다. 평택항이나 당진항으로 이전소식이 나올 때마다 인천항만은 요동을 친다. 송도에 중고차 단지가 위법을 감수하면서 버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을 일자리와 지역경제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할 수는 없는가. 차라리 유원지 기능을 폐지하고, 밀폐형의 클린 중고차단지를 만들 수는 없는가. 당진항은 되는데 인천항은 왜 안되는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밖은 춥다. 트럼프와 시진핑으로 대변되는 세계경제는 한 치 앞이 어둠이다. 그런데도 정부 부처들은 집토끼를 잡는데 더 열심이다. 도대체 무엇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인가. 위법으로 처벌받아야 할 사람과 기업들을 부도로 몰아가는 것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경제정책이 극단적이거나 뒷북치는 사회에서 투자와 일자리는 작동되지 않는다. 정책의 성패는 타이밍이 생명이다. 정책을 둘러싼 '결정 장애'가 지지율 하락과 경기침체의 주된 요인이라는 점을 직시하기 바란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8-12-16 김민배

[조성면의 '고서산책']식민지 조선을 관광(觀光)하다 ― '조선명승시선'

20여 쪽에 달하는 서문에운양 김윤식 기념 휘호와 낙관한일병탄 투표 '不可不可' 적어일제, 부득이한 찬성 해석운양의 진짜 뜻 '절대 반대'고서를 오래 접하다 보면 '촉'―곧 지책지감(知冊之鑑) 같은 것이 생긴다. 보는 순간 그냥 감이 오는 것이다. 나루시마 사기무라(成島鷺村)의 '조선명승시선(1915)'도 그런 책이다. 조선의 명승지 1천723곳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한국의 한시를 덧붙인 관광문학 앤솔로지 또는 시선집을 겸한 관광안내서다. 물론 이는 정복자 일본인을 위해 제국의 시선으로 조선의 명승들을 재구성한 것이다. 지금부터 십수 년 전 수도권의 한 헌책방에 들렀다 한 뼘 크기의 작은 책자를 보자 바로 '촉'이 왔다. 일본어로 된 책이니 '돈'은 되지 않겠지만, 자료적 가치가 있어 '물건'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 특유의 꼼꼼한 정리에 경탄하면서 일본인의 손으로 정리한 책으로 우리 문화자원을 공부해야 한다는 기묘한 열패감 속에서 아주 헐한 가격에 책을 구입했다. 물건답게 인천 6곳, 수원 32곳 등 경기도 지역의 명승지 284곳과 전국의 명승지들이 잘 정리돼 있었고, 20여 쪽에 달하는 서문에는 뜻밖에 운양 김윤식(1835~1922)의 기념 휘호와 낙관도 들어가 있었다. 운양은 누구인가. 그는 대한제국기의 문신이며 온건개화 노선인 동도서기론자였다. 연암 박지원의 손자 환재 박규수에게 학문을 배웠다. 친일 행보를 보였으나 1919년 총독부에 '독립청원서'를 제출하고, 학교설립운동을 전개하는 등 민족운동을 전개하다 작위를 박탈당하는 등 양심과 기개를 보여준 참회귀족이었다. 운양과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다. 경술국치 직전 대한제국의 중신들이 모여 한일병탄의 가부(可不)를 묻는 투표를 했다. 모든 중신들이 '가'에 표를 던졌으나 운양만은 불가불가(不可不可)라고 적었다. 논란 끝에 일제는 이를 불가불(不可不) 가(可) 곧 부득이한 찬성으로 해석했으나 후일 운양은 '불가불 가'가 아니라 자신의 입장은 절대반대인 '불가' '불가'였노라 말했다. 대세가 기울고 나라가 망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언어적 기지를 발휘하고 겸하여 대한제국 문신으로서의 자존심도 지키는 보신의 마키아벨리즘을 보여준 것이다. 오늘날 우리 정치 현실에서 과연 운양 같은 고품격의 정치수사를 구사하는 정치인을 만나볼 수 있을까. 운양의 마키아벨리즘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조선명승시선'에 운양은 기방풍아(箕邦風雅)란 글을 남긴다. 은연중에 우리는 일본의 식민이 아니라 기자의 나라 후손이라는 유학자의 꼬장꼬장한 자존과 의식세계를 드러낸 것이다. 더 압권인 것은 휘호의 말미에 음각인(陰刻印) 양각인(陽刻印)의 순으로 찍는 낙관의 순서를 뒤바꿔 양각을 먼저 찍고 음각을 나중에 찍는 방식으로 일본에 대한 못마땅함과 비틀린 심사를 표현했다. 이를 우연한 실수로 보기는 어렵다. 대한제국 말기를 대표하는 문신이며, 숱한 글을 써왔을 운양이 공식적인 글에 서예 하는 사람이면 초보자도 다 아는 이 기초상식을 몰랐을 리 없기 때문이다. '조선명승시선'을 구입한 이유는 1905년부터 1915년까지 10년간 조선의 산천을 누비고 2천여 곳의 명승지를 유람하고 1천723곳의 자연자원과 인문자원을 모두 기록으로 남긴 나루시마의 장인정신에 반해서가 아니다. 또 수원·인천 등 경기도 지역의 문화유산과 관광자원을 탐구하고, 지역학을 연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료여서만도 아니다. 우리가 식민지로 떨어졌으나 기자의 나라이며, 힘으로는 졌으나 정신으로는 굴복하지 않았다는 문신의 자존이 행간 속에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고서가 오래되고 희귀하다고 해서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지난날의 옛 책을 통해서 선인들의 정신과 대화하고 그들이 남긴 메시지를 읽으며 시공을 뛰어넘는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고서수집이 갖는 또 다른 재미이다./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팀장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팀장

2018-12-16 조성면

[참성단]민간 우주 여행시대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하자 세계가 깜짝 놀랐다. 소련은 그로부터 한 달 뒤, '라이카'라는 이름의 개를 태운 스푸트니크 2호를 또 발사했다. 미국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제2의 진주만 폭격'이라는 말도 나왔다. 늘 소련을 깔보며 모든 분야에서 한 수 위라고 자부했던 미국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1961년 4월 소련은 유리 가가린, 즉 인간을 태운 유인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쏘아 올린 것이다. 보스토크 1호는 301㎞ 상공에서 시속 1만8천마일의 속도로 1시간 48분간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우주에서 가가린은 "지평선이 보인다. 하늘은 검고 지구의 둘레에 아름다운 푸른색 섬광이 비친다"는 역사적 메시지를 보냈다. 온 세계가 '가가린 신드롬'에 빠졌다. 화가 난 존 F.케네디 미 대통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 "1960년대가 끝나기 전, 미국인을 달에 착륙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우주가 미소 냉전의 각축장이 되는 순간이었다. 미국은 NASA를 창설하고 무려 40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 마침내 60년대를 5개월 남긴 1969년 7월 20일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내디뎠다. 그는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라는 멋진 말도 남겼다. 미·소간 냉전이 끝났지만, 국가 간 우주 경쟁은 그대로 민간기업으로 옮겨졌다.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버진 갤럭틱,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의 블루 오리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스페이스X가 치열한 상업 우주 비행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브랜슨 회장이 먼저 웃었다. 지난 13일 버진 갤럭틱의 '스페이스십 투'가 지구와 우주의 경계인 상공 50마일(약 80.4672㎞)을 넘어선 82. 7㎞까지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브랜슨 회장은 "우리는 오늘 사상 처음으로 민간 승객을 싣고 우주에 닿았다"며 "우주개발의 새 장을 함께 연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여행용 민간 우주선이 인간을 태우고 우주에 도달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비행에서 버진 갤럭틱은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고, 우주에서 보는 둥근 형태의 지구 표면인 만곡면을 관측하는 데도 성공했다. 인류의 도전은 끝이 없다. 이제 인간의 우주여행이 실현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바야흐로 민간 우주 여행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12-16 이영재

[데스크 칼럼]작약도의 운명

한때 전국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았지만어느 개인에게도 소유 허락하지 않은 섬인천시, 해양 친수공원으로 조성 청사진'작지만 커다란 공공재'로 쓰일 운명인듯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이면서 사람에 얽힌 이야기를 가장 많이 간직한 섬을 꼽으라면 단연 인천의 작약도(芍藥島)가 아닐까. 해방 이후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이 이 섬을 소유하려 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서 오히려 자신이 망하고 말았다. 서구세력의 한반도 침략 시기, 그 풍랑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섬이기도 하다. 사람으로 치면 기구하고도 사나운 팔자라고 할 수 있다. 작약꽃처럼 생겨서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는데 실제로 보면 생김새가 꼭 작약 같지는 않다. 원래 이름은 물치도(勿淄島)였다고 한다. '문둥이 시인' 한하운(1919~1975)도 작약도에서 시를 쓰고는 했던 모양인데 작약도에 작약꽃이 없음을 아쉬워했다. '작약꽃 한 송이 없는 작약도에/소녀들이 작약꽃처럼 피어.//갈매기 소리 없는 서해에/소녀들은 바다의 갈매기.' '한국문학' 1977년 6월호에 실린 한하운 시인의 '작약도-인천여고 문예반과'란 제목의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개인 혼자서 소유하기엔 벅찬 물건이 있다. 그걸 흔히들 공기(公器)라 한다. 공공의 기관도 그렇고, 자연유산도 그렇다. 덩치의 크고 작음에 따라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공공의 이해와 직결되거나 역사적으로 긴요한 역할을 해 왔을 때 그것을 누구 혼자서 독차지할 수는 없을 터이다. 작약도의 소유권 변동을 훑어보면 그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대개의 섬이 그렇듯 작약도 역시 국가 소유였다. 영종진(永宗鎭)에 땔나무를 공급하던 수목지였다고 한다. 일제시기에는 스스기라는 일본인의 소유가 되었다. 처음으로 개인에게 넘어간 거였다. 해방 후 이종문이라는 사람이 이 작은 섬에 살면서 고아원을 세워 운영하기도 했는데 6·25 전쟁으로 폐쇄됐다. 전쟁이 끝난 뒤 성창희라는 이가 불하받았다가 문제가 되었으며,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이 가졌다가 한보가 부도가 났다. 1996년 인천의 해운업체 원광이 소유해 해상 관광단지를 건설하려다가 원광이 부도가 났다. 2011년에는 진성토건이 매입해 개발 구상을 발표했으나 진성토건 역시 망하고 말았다.향토사가 이훈익(1916~2002) 선생의 '인천지명고(仁川地名考, 1993년)'에는 인천의 주요 관광지 12곳을 싣고 있는데, 그중에 작약도가 들어간다. 자유공원, 수봉공원, 월미도, 연안부두, 작약도, 송도유원지, 소래포구, 화도진공원, 율도, 삼목도, 을왕리해수욕장, 무의도해수욕장 등 12곳이다. 25년이 지났을 뿐인데 송도유원지와 율도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 작약도 역시 오가던 뱃길이 끊긴 지 오래다. '인천지명고'는 작약도의 지명 변화와 소유권 변동 사항을 설명하면서 "(지금은) 그 경관과 피서지로서 경향각지에서 관광객이 수없이 찾아들고 있다"고 했다. 전국에서 찾아올 정도로 유명했다니 그때 인천에 살지 않았던 사람 입장에서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인천시가 마침 주인 없는 섬 작약도를 해양 친수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한다. 진성토건 채권단 손에 넘어가 있는 섬을 2020년까지 매입해 친수공간으로 꾸미겠다는 게 인천시 구상이다. 행정구역상 인천시 동구 만석동에 속해 있는 작약도는 공유수면 4만9천615㎡, 육지면적 7만2천924㎡ 총 12만2천538㎡ 규모다. 작약도는 1866년 병인양요 때는 프랑스식으로, 1871년 신미양요 때는 미국식으로 불렸다. 작약도는 이미 국제적으로 이름이 날 만큼 난 섬이다. 작약도는 이훈익 선생이 책을 낼 당시만 해도 전국에서 관광객이 수없이 찾아들었다는 섬이다. 앞으로 다시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작약도는 그러나 어느 개인에게는 소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작지만 커다란 공공재로 쓰이는 게 작약도의 운명이 아닌가 싶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8-12-16 정진오

[발언대]수험생들 행복할 수 있는 진로를 찾자

지난 12월 5일 2019학년도 수능시험 결과가 발표 되었다. 점수가 이미 정해졌으면 자신의 적성과 장래 희망, 진로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몇몇 좋은 대학만을 목표로 탐색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자기 적성이나 장래 희망, 인생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못하고 소중한 시기를 흘려보낼 수 있다. 대학 졸업장만으로 직장을 구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지 않은가. 특히 무언의 압박이 가미된 부모 입장의 진로 선택은 자기 적성과 재능을 간과하게 되어 시간이 흐른 후에 후회할 수도 있다. 나는 원래 국문학을 하고 싶었다. 허나 '취직도 안 되는 과에…'라는 반대에 부딪혀 포기하고 그 당시 청문회로 인해 인기 있던 정치외교학과를 반항심으로 선택했다. 그동안 내 삶의 대부분은 정치학 전공과는 먼 일을 하며 살았다. 교육을 업 삼아 18여 년을 살았으며 지금은 꽃과 나무와 함께하는 일을 하며 간간이 잡글도 쓰며 살아간다. 나는 글 쓰는 일이 참 좋다. 이 좋아하는 일을 '왜 이제서야?'라는 생각에 그때 우겨서라도 국문과를 선택하지 않은 것을 가끔 후회해 본 적이 있다. 결국 돌아 돌아 이렇게라도 글쟁이 코스프레 하며 살게 되니 참 다행이란 생각이다. 이런 내 경험이 이번 수능 본 수험생과 부모들에게 반면교사가 되었으면 한다.재직하는 학교에 다니는 두 딸을 위해 시험문제 유출의혹을 받고 있는 쌍둥이 아빠 사건이 시끄럽다. 교사는 구속되었고 두 딸들도 퇴학처분이 되었다니 여러 생각이 든다. 대학서열중심, 경쟁 중심의 사회 분위기와 부모중심의 잘못된 교육관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이의 미래를 미리 규정지어 버리는 일, 부모로서 아이의 재능을 제대로 보지 못해 바른길로 인도하지 못하는 것도 넓은 의미로 폭력일 수 있다. 비단 쌍둥이 아빠 문제로만 넘길 수 없는 이유다.불수능을 통과하자마자 이리저리 뛰어다닐 수험생들에게 응원을 보내며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고 싶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부모가 원하는 대학, 명문 대학 입학만을 선택하지 말고 내 인생이 진짜 행복 할 수 있는 진로를 찾아 선택하길 바란다./전병호 생각공작소 소장전병호 생각공작소 소장

2018-12-16 전병호

[기고]자영업 경영과 기업가정신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백년가게를 선정하여 각종 지원과 홍보를 해준 덕에 매출이 2~3배 상승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소규모 점포에서 가업을 승계했거나 30년이상 장사를 한 백년가게 자영업자가 총 48개라고 한다. 소상공인의 생애주기가 5년이라는 통계에 비추어보면 6배가 넘는 세월 동안 지속경영(sustainability management)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유럽의 대형제조업에서 출발한 기업가정신은 가치관과 기업가적 태도, 혁신적 도전정신을 경영모델로 삼았지만 사회가 다양화되면서 이젠 소상공인 자영업자도 이런 형태의 경영모델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주도의 백년가게를 선정하여 지원하는 정책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장수기업 2만8천개 중 150년 이상된 기업 중 소매업 등을 중심으로 3천500여개가 존재함은 그들만의 특별한 기업가정신이 있음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광복 이후, 본격적인 산업생산을 했던 대한민국은 소규모 점포 즉, 자영업자는 먹고사는 생계형으로 출발하여, 전체인구의 14%인 700만명이 존재하고, 가족까지 포함하면 2천만명에 달하는데, 글로벌 시대와 사회의 다양성으로 인해 경쟁논리에 의해 변해가면서도, 묵묵히 생계를 넘어 기업경영으로 성장하는 자영업자가 많다는 것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작금의 자영업 창업의 현실은 묻지마 창업, 자존심 창업, 무작정 창업에 힘입어 매년 창업자수보다 폐업자수가 더 많아지는 기이한 현상까지 접하면서 창업정신무장은 필수사항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에 전 재산을 투입, 고금리 대출, 그리고 외상으로 식당점포를 오픈했는데, 힘들어서, 휴일은 쉬어야, 매장직원을 늘려서 등 남탓 하더니 오픈 2주 만에 폐업을 결정했다는 기가 막히는 사실을 접하면서, 심각한 자영업창업의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씁쓸한 사례로 숙연해진 적이 있었다.한편, 매장에 화재가 났는데도 그 다음날 영업을 강행한 자영업자도 있다. 불에 탄 공간은 천막을 치고, 모든 집기 등을 밤새 정리하여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다음날 정상영업을 한 자영업자, 몸이 아파 입원을 했음에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툴툴 털고 영업현장으로 나가 가게 문을 여는 자영업자 사장님도 있다. 이유는 우리 사정을 모르고 먼 길에서 찾아와주는 단골고객에게 불편함이 없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영업자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철학이자 기업가정신인 것이다.외식업을 예를 들자면, 점포사장의 입장에서는 홀 공간은 손님들의 것이다. 그 공간을 잠시 빌려준 대가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친절한 서비스를 해준다면 손님은 감동할 것이기에 항상 청결한 환경과 정갈한 음식은 기본이고, 손님 입장에서 누가 종업원이고 사장인지를 모르게 움직여준다면 매출과 직결되는 성공한 자영업자가 될 것인데 우린 그것을 잊고 장사를 하고 있는건 아닌지 반성해보아야 한다.흔히들 장사는 노동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노동을 하지 않고 돈을 벌겠다 한다면 풍부한 아이디어로 사업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 그 차이점이다.자영업경영을 위한 기업가정신은 나 자신과의 경쟁, 시간관리 능력, 묵묵한 인내력, 풍부한 창의성, 적절한 모험심, 유머감각, 정보를 다루는 능력,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창의성, 의사결정 능력, 도전정신 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줄 서서 손님이 기다리는 매장을 부러워 말고 내가게 내 점포를 손님이 줄 서는 가게로 만들고자 하는 욕심 정도는 있어야 자영업 경영을 할 수 있는 자격이 될 것이다.열정과 각오 없이 창업 말고, 창업하면 반드시 성공하라는 말이 있다. 경제 하락 탓, 정부 지원 탓 말고 자신만의 특별한 기업가정신을 터득한다면 당신은 이미 성공한 자영업경영자로 되어있을 것이다./김순태 경기소상공인협동조합 협업단회장김순태 경기소상공인협동조합 협업단회장

2018-12-13 김순태

[참성단]지상파 TV 중간광고 허용

가상광고는 화면에 CG 기술을 이용해 가상이미지를 덧씌워 내보내는 것으로 '버추얼 광고'라고도 한다. 가령 야구경기를 중계하면서 야구장 안에 특정 회사의 로고를 노출하는 식이다. 가상광고는 보고 싶지 않아도 경기를 보는 동안에는 어쩔 수 없이 봐야 한다. 지금 KBS를 비롯해 지상파 방송들은 이 가상광고를 일상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정부에 종합편성채널, 예능채널과의 형평성을 제기하며 '중간광고' 허용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노무현 정부는 지상파방송을 크게 지원했다. 2005년 12월 4개 채널 (KBS1·KBS2·MBC·SBS)에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낮 방송 허용이라는 큰 선물을 안겼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청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하고 공익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낮 방송으로 그동안 소외된 프로그램이 전파를 탈 수 있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하지만 지상파의 낮 방송은 오락프로 비중이 50%를 넘었고 재탕 방송이 주를 이뤘다. 시청률도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낮 방송 편성으로 방송사 조직은 비대화 됐다.문재인 정부도 지상파방송에 우호적이다. 마침내 지상파의 '중간광고'요구를 들어줄 모양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해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지상파 프로그램에 '중간광고'가 허용된다. 지금의 광고로도 공영방송으로서 정체성이 애매하다는 비판을 받는데 중간광고까지 하게 되면 KBS를 공영방송이라 부르기 민망해질 것이다. 연간 수신료 6천억원에도 KBS의 경영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매출액은 2015년 1조5천462억원에서 2017년 1조4천326억원으로, KBS2의 시청률 또한 2015년 5.6%에서 2017년 5.0%로 하락하고 있다. 광고수입도 2015년 5천25억원에서 2017년 3천666억원으로 2년 사이 27% 감소했다. MBC SBS도 크게 다르지 않다. 종편과 예능채널, 최근엔 유튜브에 시청자를 빼앗긴 탓이 크지만 방만한 경영도 무시할 수 없다.진부한 콘텐츠와 특정 이념에 편향된 프로그램들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자초한 것도 방송사 책임이다. 최근 'KBS 수신료 거부운동'도 그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중간광고가 시작되면 시청률은 더 하락할 지도 모른다. 시청률 하락이 다시 광고부진을 부르는 악순환은 계속된다. 그때 가선 뭐라 할 것인가. /이영재 논설실장

2018-12-13 이영재

[풍경이 있는 에세이]등명락가사, 대관령 옛길을 따라

괘방산 자락 중턱에 자리한 사찰평일이라 스님도 불자도 안 보이고목탁소리 없이 고즈넉하기만정동진 해 지는 검푸른 바다 보다가끝내 강릉 커피거리는 찾지 않았다지난 가을은 미세먼지와의 전쟁이었다. 언제부터 우리는 이런 고민에 봉착하게 되었을까. 서울경기를 벗어나 강원산골에 살면서도 미세먼지 걱정을 하게 되다니, 숲으로 산책을 나갈 때만이라도 좋은 공기를 마시고 싶은데 시야가 흐리니 쾌적한 느낌이 나질 않는다. 그러나 오늘은 기어이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가 되지 않으려고 새로운 바람을 찾아 집을 나섰다.대관령 정상 해발 865m의 기념비와 표지석이 있는 자리에 서면 강릉시내와 경포호, 동해가 한눈에 펼쳐진다. 정상에 서서 찬바람에 흠뻑 취해보고 옛길을 따라 대관령고개를 넘는다. 낙차가 심해 구비가 급하고 아기자기한 길을 들자면 이 길만 한 곳도 없으리라. 가는 길에 노송이 아름다운 사찰 보광사로 향하는 표지판이 유혹을 했으나 바다가 그리웠으므로 나는 등명락가사로 향한다.대관령을 내려와 남강릉 IC를 벗어나 다시 동남쪽 우회도로를 진입한다. 푸른 바다를 보니 절로 가슴이 열리고 호흡이 후련해진다. 바닷길로 들어서서 얼마 안 가 휴게소와 연결되어있는 통일공원에 잠시 정차했다. 이 길을 갈 때마다 쉬어가는 곳으로 언덕 위에서 푸른 동해를 관망할 수 있는 이곳은 에메랄드 빛 바다를 조망하기 좋은 첫 번째 유혹의 장소다. 차 한 잔으로 휴식을 취한 후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가면 있을 등명락가사는 강릉의 동남쪽 임해자연휴양림을 지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쪽 산중턱에 포근히 자리를 잡고 있다.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느긋한 경사면을 걸어올라 사찰에 닿으니 뒤로는 괘방산자락이 앞으로는 푸른 동해가 펼쳐져 시야가 트여 날 듯한 기분이다.경포대나 오죽헌은 말할 것도 없지만 강릉 하면 지방 특유의 문화유적이 있는데 객사문, 칠사당, 강릉 향교를 꼽을 수 있다. 객사문은 중앙의 관리가 지방 출장 시 이용하던 숙박시설이며, 칠사당은 관찰사나 원이 백성을 다스리던 관아였고, 강릉 향교는 성균관 입성 전 지방 유학생이 거쳐야 할 일종의 교육기관이었다. 객사문과 칠사당이 남아 있는 용강동과 명주동은 지금도 행정의 중심지이며, 강릉 향교는 명륜고등학교 안에 있다. 다음으론 불교 문화재로 보현사와 굴산사터, 신복사터, 한송사터 같은 사찰 및 절터가 대표적인데, 특히 굴산사터의 당간지주는 국내에 현존하는 당간지주 중 최고다. 그 큰 돌을 거침없이 다룬 솜씨는 볼 때마다 놀랍다. 신복사터, 한송사터에 있는 석탑과 석불좌상은 강릉 지방에서만 볼 수 있다.등명락가사는 괘방산 중턱에 있는 사찰로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절을 짓고 이름을 수다사라 했다. 고려시대에는 등명사가 중창되어 많은 스님들이 수행 정진한 사찰로 알려져 있으며, 조선 초기에 숭유억불정책으로 인해 한양에서 정동에 위치한 등명사는 유생들의 상소에 의하여 폐사되었다고 한다. 그 후 낙가사란 이름으로 암자를 짓고 중창불사를 시작하여 오늘날 등명락가사가 되었다. 명사 오층석탑이 연화무늬로 장식된 기단 위에 세워져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으며, 또한 수중사리 탑이 바다에 모셔져 있다는 설이 전해져 오기도 한다. 짧은 해 때문인지 평일 오후라 그런지 법당엔 경을 읽는 스님도 절하는 불자도 없고 뜰도 휑하니 비어 있다. 파도소리와 바람소리는 있는데 사찰에 목탁소리가 없으니 고즈넉하기보다 허전하기 짝이 없다. 대관령 옛구비를 설레는 마음으로 내려가 그곳에 서면 뭔가 위안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스산하고 쓸쓸하기만 할 뿐. 나는 홀로 절마당을 서성거리다 바닷바람에 옷깃을 여미고는 발길을 돌린다. 거기서 남으로 조금만 더 가면 영화 모래시계로 유명한 정동진이다. 정동진은 예전에 친구와 청량리에서 밤새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달리고 달려 새벽에 정동진역에 내려 한 해의 첫 일출을 보던 명소다. 그때의 낭만은 사라지고 없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모래시계를 상상하며 정동진으로 모여든다. 강릉 하면 이제 여행자들은 커피거리를 가장 먼저 떠올리며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음미하기 위해 전국각지에서 먼 길 마다않고 달려오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나는 정동진에서 해가 저무는 검푸른 바다를 한동안 바라보다 저녁을 맞았고 끝내 커피거리는 찾아가지 않았다. 대신 초당으로 가 따끈한 순두부로 언 몸을 녹이고 대관령으로 되돌아왔다. 등명락가사도 강릉바다도 모두 그대로 두고./김인자 시인·여행가김인자 시인·여행가

2018-12-13 김인자

[발언대]'화목보일러 안전사용' 화목한 가정 지키자

양평군은 겨울이 유난히 추운 지역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주택이나 작업장에서의 화목보일러 사용이 많아진다. 농촌지역 서민들에게 겨울철 유류 난방비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나무를 난방용으로 사용하게 되면 전기나 기름을 연료로 사용하는 보일러에 비해 최대 60% 정도의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지역적으로도 나무를 쉽고 편하게 구할 수 있기에 양평에서는 화목 보일러의 사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난방기기 화재 중 화목보일러로 인한 화재 건수는 전체 716건 중 166건으로, 난방기기 화재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원인으로는 보일러 가열에 의한 것이 29%로 가장 많으며 화목보일러 주변 가연물로의 착화 24%, 불티의 비화 15% 등으로 대부분이 부주의에 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음은 화목보일러의 안전사용법이다. 첫째, 보일러를 규격에 맞게 설치해야 한다. 화목보일러의 경우는 온도 조절 장치가 없는 것이 많기 때문에 과열에 주의해야 한다. 보일러 설치 시 벽과 천장 등으로부터 1m 이상, 연료(땔감)는 최소 2m 이상 간격을 두어야 한다. 또한 지정된 연료만을 사용해야 하며 연료 투입 후에는 꼭 투입구를 닫아주어야 한다. 둘째, 연소실은 3~4일에 한 번씩, 연통은 3개월 주기로 청소를 해야 한다. 양평군 내 주택화재 출동 중 연통 과열로 인한 보일러화재가 상당부분 증가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확인해 보면 연통 내 찌꺼기들이 꽉 차있어 과열로 인해 착화되어 불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셋째, 목재와 유류를 혼재해서 사용하는 화목보일러의 경우에는 과열 시 위험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화목보일러의 올바른 사용법과 주기적인 관리, 스스로 위험요인을 재차 확인하는 안전습관으로 내 가정을 지킨다는 것 명심하고, 적극적인 안전수칙을 준수해 주길 바란다./조경현 양평소방서장조경현 양평소방서장

2018-12-13 조경현

[춘추칼럼]연내 답방 무산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

철도연결 착공식 준비·남북 교류 확대 등비핵화 협상 진전위해 기초다지기 지속돼야신년초 성사땐 내년 남북관계 훈풍 기대기싸움 말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 이끌어야김정은 위원장의 연내답방은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연내답방과 관련 진척사항이 없으며 서두르거나 재촉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침묵이 계속되고 있고 이제 연말도 절반이 지나간 만큼 경호, 의전 등 물리적 시간도 부족해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연내에 답방을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첫째, 비핵화 부문에서 아직 북미간 기싸움이 지속 중이다. 이러한 교착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9·19 평양정상회담에서는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기, 상응조치에 따른 영변 핵시설 폐기와 같은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 북미간 신뢰의 접점을 찾기 위한 우리의 중재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북한이 미국에 대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북미 고위급회담이 무산된 이후 북미 실무자간의 접촉 움직임은 있으나 특별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교착국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필수다. 북한으로서는 남북정상회담 보다는 북미정상회담에 올인해야 할 상황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을 하더라도 비핵화와 관련된 합의를 이뤄야 하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둘째,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현재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은 국면이다. 올해 이미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많은 사항에 합의하였다. 물론 그 합의사항들은 착실히 이행되고 있다. 남북 정상간 만남이기 때문에 새로운 비전과 사업들을 제시하여야 하는데 북핵협상의 지연에 영향을 받고 있다. 남북이 새로운 합의를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고려한 듯하다.셋째, 준비기간의 부족이다. 준비기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돌발 상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관련되어 우리 사회의 큰 이슈가 되어있다. 국민 60~70%가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환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견해도 있다. 북한 지도부의 입장에서 볼 때 지금 서울을 방문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고민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이나 이용호 외무상 등 북한 고위층의 외부 출장도 변수로 작용한 듯하다.결론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올해 답방은 어렵지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년 초에 반드시 개최되기를 기대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의사와 자신감을 거듭 내비치고 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북미간 대화의 모멘텀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다행이다. 김 위원장의 답방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 전에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입장에서 내년도 신년사를 통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밝히고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이를 재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정상회담이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하여 제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것이 바로 2차 북미정상회담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G20 계기 한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을 하게 되면 자신의 우호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달라고 요청한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도 우리를 통해 미국의 의사를 탐색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한편 우리가 비핵화 협상의 진전에 대비하여 남북관계의 토대를 닦는 일은 계속해야 한다. 철도연결에 대비하여 착공식을 준비하는 것, 제 분야의 남북관계를 확대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같은 인도적 사안의 협의,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남북간 사회문화분야 교류도 지속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남북정상회담은 반드시 개최되어야 한다. 신년 초에 개최된다면 내년도 남북관계의 훈풍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올 한해 남북관계는 무수한 도전과 기회 속에서 비교적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3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두 정상간 신뢰의 기반이 쌓이고 이러한 신뢰의 바탕 아래 남북간 합의사항이 지켜지고 있다. 남북대화에서 비핵화 합의까지 이뤄낸 것도 이러한 신뢰에 기반한 것임은 자명하다. 이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우리가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활용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간이 많지 않다. 과거처럼 주저하거나 기싸움을 해서 시간을 낭비한다면 더 이상 이러한 기회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내년 초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을 하여 이러한 기회가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12-13 양무진

[참성단]세비·의정비 논란

국회의원들이 성난 민심에 화들짝 놀라 전전긍긍이다. 국회의원 세비 인상액을 포함한 새해예산안을 통과시킨데 대해 국민들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인상률은 1.8%로 높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국민은 이마저도 아깝게 여겨 화를 내고 있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오른 '셀프인상을 즉각 중단하십시오!!' 청원에는 12일 오후까지 19만명에 가깝게 참여인원이 몰렸다. 청원게시판에서 '국회의원 세비'를 검색하면 국회의원 세비를 아까워 하는 청원과 제안이 1천건에 달할 정도다.국회의원 세비만 문제가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지방의원 의정비 인상에 저항하는 시민운동이 뜨겁다. 지난 10월 지방의원 월정수당을 지방의회가 자율적으로 인상토록 지방자치법 시행령이 개정되자 전국 광역·기초 지방의회가 일제히 의정비 인상에 나선 것이 동티가 났다. 지방의원 의정비는 정액으로 정해진 의정활동비(연간 광역의원 1천800만원, 기초의원 1천320만원)에 월정수당으로 구성된다. 행안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 광역의원 평균 의정비는 5천734만원, 기초의원은 3천858만원이다. 국내외 출장여비와 기타 의회운영 공통경비는 별도다. 전국 지방의원들이 4천명이 넘는다.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용인이 피고용인의 임금에 분노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밥 값을 못할 때다. 국회의원의 세비와 지방의원 의정비 인상에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무능을 향한 오래된 불신이 세비와 의정비 지급의 정당성을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보수를 없애거나 최저임금 혹은 일당제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마당에 세비·의정비 인상이라니, 언감생심이다.국민이 화나는 건 무능한 국회의원·지방의원을 해고할 방법이 없고, 선거로 바꿔봐야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에 변화가 없는 점이다. 그렇다고 국회와 지방의회를 아예 없앨 수도 없는 일이니 답답한 노릇 아닌가. 결국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이 스스로 밥값을 해야 해결될 문제다. 국회의원은 권력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부역하고, 지방의원은 공천권력이 아니라 자치단체 주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변하지 않으면 세비·의정비는 눈칫밥이다. 눈칫밥이라도 먹겠다면 국민 눈치라도 제대로 보든지. /윤인수 논설위원

2018-12-12 윤인수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부지소향: 향할 바를 알지 못함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고민이 많을 시기이다. 이 시기에 선택을 잘해야 한다. 필자도 청소년기를 돌이켜보면 후회가 많다.어느 정도 판단력이 있어도 자신에 관한 판단은 늘 어렵다. 더군다나 아직 철이 없을 때니 더욱 그렇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속담이 있다. 그래서 주위에 상의도 하고 상담도 해본다. 이는 곧 인생의 방향에 관한 문제이다. 방향은 자신의 주관적 욕구나 객관적 환경과 맞물려 돌아간다. 그러므로 어느 방향으로 갈까를 결정함에 있어 먼저 자신의 욕구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그것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또한 객관적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소원이 있어도 그것을 이루기 위한 여건이 당장 갖추어지지 않으면 욕구와 환경 간에 괴리가 커져서 틀어질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조금 늦더라도 방향을 제대로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전역에서의 한 걸음이 결국 서울역과 부산역이라는 남북의 종착지로 달라지기 때문이다.또 하나는 방향을 정했다 하더라도 반드시 고정된 것은 아니고 삶의 과정에서 다른 방향으로 변경할 수 있다. 고인들은 인생의 추구하는 방향을 정함에 있어 늘 두 가지를 고려하라고 하였다. 하나는 현실적으로 운용하는 경제의 문제이고 하나는 자신의 본래성을 돌아보는 마음의 문제이다.맹자는 이를 두고 항산(恒産)과 항심(恒心)으로 표현하였다. 생존과 윤리가 둘 다 건강한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라는 의미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12-12 철산 최정준

[경제전망대]평판경영과 존경받는 기업

지속가능 경영에 필요한 내외부 '평가'국내 기업 경영진들 중요성 인식 저조시장 넓게 보고 세계로 도약해야할 때좋은 기업 많아지는 튼튼한 경제 기대경영학원론에 '계속기업(going concern)'이란 용어가 있다.즉 구성원이나 소유자인 기업가와는 별도로 계속적인 생명체로의 조직체의 개념이며, 채산이 맞는 사업을 활발히 전개해 이익을 창출하는 유망기업을 의미하는 말이다. 불량, 부실기업 또는 좀비기업과 대치되는 용어다. 지속가능 경영이 필수다.그러기 위해서는 사회로부터의 좋은 평판을 받는 것 또한 중요한 경영전략이다. 기업의 평판은 어느 한 기업이 사회구성원들로부터 얻는 '명성(reputation)'을 의미 한다. 존경받는 기업이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다.기업평판은 기업의 여러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야 가능한 것이며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혁신을 통한 초일류 경쟁력을 바탕으로 탁월한 경영성과를 내고 이를 기반으로 사회친화적인 활동을 전개하여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키는 기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세계적인 경제전문지 포츈(Fortune)은 혁신능력, 경영의 질, 구성원의 능력, 재무건전성, 자산운용, 장기투자의 가치, 사회적 책임, 제품과 서비스의 질 등 8가지 요소들을 지수화해 기업의 평판을 측정한다.이 전문지는 앞의 8가지 요소들을 기준으로 매년 세계기업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순위에 따라 기업의 가치가 시장에서 결정되기도 한다.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내외부로부터의 '평판'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기본적으로 조직의 내부 및 외부적 시각을 평가하고 지수화해 측정하며 관리한다. 인식적 측면이 강조된 평판은 곧 '무형적 자산가치'와 관계가 깊다. 조직의 이해관계자들과 고객들은 평판과 같은 무형의 자산에 영향을 받아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고 충성도를 가진다. 조직을 후원하고 지지하는 데도 이러한 무형자산의 힘이 크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판이 기업의 자산가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발휘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기업들을 대상으로 평판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의 오너나 경영진들에게는 아직도 평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다.한 연구에 의하면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기업 고유의 경쟁력과 성과특성, 경영진의 능력 등 세가지 요인에 의해 평판이 결정되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경주 최 부잣집의 사례는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의 사전적 의미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와 명성에 걸 맞은 책임'을 말하며,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된 말이다.우리 나라로 말하면 세속적 이익보다 대의명분과 의리를 위해 목숨까지도 버리는 '선비정신'과 비견된다. 경주 최 부잣집이 보여준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이 시대에 우리 기업들이 본받고 실천해야 할 덕목이다. 12대 동안 만석지기 재산을 지켰고, 학문에도 게을리 하지 않아 9대에 걸쳐 진사를 배출했고, 구한말 일제 강점기에는 재산을 털어 독립자금으로 내놓았다는 훌륭한 가문이다. 300여년의 부는 물론 진정한 평판과 명성을 유지 할 수 있었던 비법이기도 한 최 부자 가문의 육훈(六訓)을 음미해 보자.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 말라.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시집 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게 하라.오늘날의 기업경영에 꼭 필요한 도덕과 윤리의 모범으로 삼았으면 한다. 빈부격차와 인간을 도외시하고 과정보다는 오로지 능률과 성과에만 올인하는 천민자본주의와 아직도 잔재 돼 있는 실패한 신자유주의의 병폐를 극복할 수 있는 훌륭한 본보기다. 이젠 내부의 갈등과 반목으로부터 외부로 눈을 돌려 고객, 즉 시장을 보고 더 넓게는 세계를 향해 도약할 준비를 해야 할 때다.어느 재벌 총수가 남긴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말을 되새겨 볼 일이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의 극대화라고 하지만 이윤의 사회환원 또한 기업의 책임이며, 지금의 어려운 경제를 살리고 다 같이 함께 잘살 수 있는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좋은 평판으로 존경받는 기업이 많아지는 튼튼한 나라경제를 기대해 본다./이세광 GWP Expert 조직문화연구소장이세광 GWP Expert 조직문화연구소장

2018-12-12 이세광

[오늘의 창]공부하기 좋은 도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다. 지저분한 개천에서 신성한 동물로 여겨지는 용이 나온다는 것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훌륭한 사람이 나온다는 속담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 속담은 쓰이질 않고 있다. 초등학교 학력으로 대기업 총수가 되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서 어렵게 공부하며 사법고시에 합격해 판·검사가 되는 모습은 이젠 TV속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이야기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요즘엔 '할아버지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다고 한다. 사교육에 워낙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 사교육 외에도 교복과 동기부여를 위한 진로 탐색 체험 등 부수적으로 소요되는 학비가 너무나 많다.이러한 여건 속에서 안산시가 학생들이 잡생각을 하지 않고 공부만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나섰다. 모든 학생이 경제적 부담을 갖지 않고 안정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편적 교육복지 실현에 다가서고 있다.먼저 안산시는 신입생들의 가장 큰 부담이 되는 교복 구입비를 전액 지원한다. 중학교 신입생들의 교복은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의 일부 지원을 받아 지원하고, 고교 신입생들은 시가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진정한 보편적 복지를 위해 안산시에 주소를 두고 있지만 다른 지역 학교에 다니는 학생, 대안학교 학생에 대한 교복지원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또 대표적 다문화도시인 안산시의 특성을 감안해 전국 최초로 외국인 아동들의 누리과정 학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안산시에 거주하는 학생 대부분이 차별 없이 같은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내년 청소년재단을 출범하고, 청소년들의 적성과 흥미를 개발할 수 있는 현장직업 체험공간을 확대하고, 수시로 전문가들과의 만남도 주선하기로 했다. 모든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진로선택과 학업에 대한 동기부여를 명확하게 심어준다는 계획이다."학생들의 안정된 학교생활 보장도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다"는 윤화섭 안산시장의 말이 할아버지의 경제력처럼 든든하고, 앞으로의 안산시 교육정책을 기대하게 만든다. /김대현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kimdh@kyeongin.com김대현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2018-12-12 김대현

[데스크 칼럼]'송구영신'은 드뷔시와 함께

서양음악사 큰 획… 올해 '서거 100주년'당대 미술·시 경향 작곡 자양분으로 사용'낡은 음악' 거부 자신만의 양식 만들어 내신년, 교향시 '바다 위의…' 들어보길 추천'인상주의 음악의 선두주자이자 완성자'로 서양음악사에 큰 획을 그은 프랑스의 작곡가 드뷔시(C. A. Debussy·1862~1918)의 '서거 100주년'인 올해가 저물고 있다.메이저 음반사들은 지난해부터 기념 음반들을 출시해 위대한 작곡가를 추억했으며, 그에 따라 라디오 방송에선 드뷔시의 작품이 자주 선곡됐다. 국내 연주단체와 연주자들로 구성된 모임들도 추모 음악회를 열고 드뷔시의 작품 세계를 조명했다.인천에선 그에 관한 연주회가 없었다. 인천시립교향악단은 올 한 해 동안 '작곡가 시리즈'를 이어갔는데, 정작 드뷔시는 다루지 않았다. 예술감독의 부재(지난 10월 이병욱 예술감독 부임)에 따라 객원 지휘자제의 운영으로 인해 적극적 기획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이해하며, 글로 나마 드뷔시를 조명해 본다.19세기 말 프랑스에는 미술의 인상주의와 시의 상징주의 경향이 활발히 일어났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사물과 대상을 보이는 대로 정확하게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 '빛'에 따라 달라지는 순간을 표현했다. 때문에 '인상. 해돋이'로 유명한 모네는 같은 성당의 그림을 아침, 점심, 저녁의 각기 다른 빛 속에서 그렸다고 한다. 인상주의 작품에서 틀 잡힌 구도나 대상물의 형태, 그림의 메시지 등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린 시절 화가를 꿈꿨던 드뷔시는 당대 미술과 시의 경향을 작곡의 자양분으로 사용했다. 최초의 인상주의 음악인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1894년)은 드뷔시의 개성적 양식을 확립한 출세작이다. 프랑스 상징주의 시의 대표주자 중 한 명인 말라르메가 쓴 시 '목신의 오후'의 의미를 음악으로 표현했다. 20세기 초반 프랑스에서 문학사가이자 평론가로 활동한 랑송은 말라르메에 대해 이와 같은 언급을 했다. "기존의 문장 구성법을 깨뜨려 그 문장들에 얽혀있는 일상적 관념과 연상을 떼어 버린다. 이를 통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사물의 이상화된 개념을 암시하게 될 것이다."당시 말라르메의 집에선 예술가들의 모임이 종종 열렸다. 이 모임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진 드뷔시는 음악에서도 정해진 규칙과 화성에서 벗어나 감각을 표현했다. '화성은 장음계와 단음계에 기초하며, 그 유기성은 5도 하행하는 중심음(근음) 진행에서 생긴다. 이끔음(Leading Note)과 불협화음의 해결은 화성의 유기성을 강화한다.' 조성 어법에서 근간이 되는 요소들이다. 주로 18~19세기 서양 고전음악을 들으면서 느끼는 긴장과 이완 등 감각적 측면에서부터 주제의 제시와 전개, 절정, 해소에 이르기까지 진행되는 작품의 구조에도 관여하는 것들이다. 드뷔시는 이러한 요소들과 결별한다. 대신 옛 중세 선법과 5음음계, 온음음계,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접한 자바음악 등 서양의 장단조와는 다른 음계로 대체한다. 앞서 제시한 랑송의 말라르메에 대한 언급을 드뷔시에 관한 것으로 대체한다면 "기존의 장단조에 기반한 음악 구조를 깨뜨려 그 음악들에 얽혀있는 일상적 관련과 연상을 떼어 버린다" 정도가 될 것이다. 뻔한 연상을 일으키는 '낡은 음악'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음악 양식을 창안한 것이다. 19세기 음악의 정점에 있는 바그너는 음악과 연극, 이야기를 하나로 결합한 자신만의 예술을 펼쳐 보이기 위해 조성음악의 표현력을 극한까지 활용했다. 이어진 드뷔시의 시도는 20세기 초반에 의식적으로 무조성을 추구하며 새로운 음악을 찾으려는 사조의 출현을 이끈다.2019년 신년 해맞이는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1905년) 중 첫 곡인 '바다 위의 새벽부터 정오까지'를 들으며 해와 바다의 빛과 기운을 한껏 받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18-12-12 김영준

[수요광장]스포츠 영웅들, '희망'의 상징에서 '실직자' 신세로

힘든 시기 이겨낼 용기준 선수들 투혼은퇴하면 영광 사라지고 재취업 힘들어59.9% 비정규직… 35.4%는 실업 상태체육인들의 제2의 출발 지원·기회 줘야1998년, IMF가 터지며 대한민국은 좌절감에 빠져있었다. 이때 우리 국민에게 다시금 용기를 갖게 한 사건이 있다. 바로 골프 박세리 프로의 세계정복이다. 호수에 맨발로 들어가 투혼을 발휘하는 모습은 가슴에 불을 지폈다. 그것도 골프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세계제패였기에, 온 국민은 한 줄기 희망을 봤다. 스포츠와 우리 운동선수들은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투지를 불어넣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은퇴를 하면 선수 때의 환희와 영광은 사라진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그 자리를 메운다. 김영주 국회의원이 대한체육회로부터 받아 공개한 작년도 자료에 의하면, 은퇴 선수의 35.4%가 실업 상태이다. 취업한다 해도 59.9%는 비정규직이고, 월수입이 2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38%에 달한다. 한 분야에서 20~25년이나 활동해도, 재취업은 어렵고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월수입은 최저임금 수준이라는 통계다. 이것이 체육인들의 현실이고 아픔이다.선수 생활은 어느 직종보다도 치열하다고 단언한다. 필자 경우엔, 8세의 어린 나이에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15세에는 본격적으로 선수촌에 들어갔다. 선수촌 생활은 군대를 상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새벽 6시에 기상해 시작하는 훈련이 야간 시간까지 빈틈없이 이어진다. 33세에 은퇴할 때까지 25년이란 세월을 온전히 운동에 쏟았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25년은, 일반적인 회사에 입사한 평사원이 승진을 거듭해 회사의 별인 임원이 될 때까지 필요로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수의 경력 끝에 임원 승진이라는 달콤한 열매는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보통은 연차가 높아질수록 직급과 호봉, 연봉이 함께 오른다. 운동선수는 연차가 지날수록 잦은 부상에 시달리고 기량은 쇠퇴한다.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전성기를 기다리며 버틴다. 전성기가 한번 온다 해도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며 수많은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경우에도 25년 선수 생활 중 전성기는 약 7년여에 불과했다. 선수로서의 삶도 만만치 않지만 언제나 마음 한편에는 은퇴 시기를 염두에 둬야 한다. 60~65세에 퇴임하면 되는 일반 직장인들과 달리 운동선수의 은퇴는 그보다 30년 이상 앞서기 때문이다. 심지어 은퇴 연령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이상헌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에 은퇴하는 선수의 수도 2015년엔 83.8%였는데, 이듬해에는 85.4%가 되더니, 작년인 2017년엔 87%에 육박했다. 2년 사이에 3.2%p나 증가한 수치다. 그렇다고 은퇴 준비를 마음 놓고 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은퇴 전에 경력 전환에 대비할 여유를 갖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선수촌의 일정은 취업준비를 위한 여분의 시간까지 제공하지 않는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번엔 운동 외의 곳에 한눈을 팔 심리적 여유가 없다. 뒤늦게 전성기가 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며, 무엇보다 마지막까지 코치 진과 팀에게 짐이 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남은 희망은 그동안의 선수 경력을 살려 스포츠 분야로 재취업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공한 운동선수 현황은 낭만적이지 않다. 은퇴 후 스포츠 관련 분야 취업자는 불과 22.7%에 그친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동안 해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기술과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선수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대한체육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은퇴선수 지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1년여 전에 체육인진로지원통합센터를 열었다. 그러나 73.6%의 선수들은 이런 프로그램의 존재조차 몰랐다. 아는 사람들 중에서도 실제 참여로 이어지는 경우는 10%에 그쳤으니 선수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은 아니다. 수많은 재취업 프로그램 속에서도 선수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IOC에서도 2005년부터 체육인들의 성공적인 경력전환을 위해서 선수 경력 프로그램 (Athletes Career Programme: ACP) 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엔 ACP의 강사로 선발되어 이탈리아 로마로 향했다. 4일간의 교육을 수료하였고 지난 11월에는 우리나라 은퇴 체육인들 40명을 대상으로 제1회 ACP를 진행했다. 체육인들의 네트워킹 확장, 효과적인 학습과 운동 계획 수립, 이력서 작성, 면접 기술 강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참가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이런 혜택을 "더 많이 받고 싶다"는 것이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다시 글의 처음인 IMF로 돌아가 보자. 수많은 실직자가 있었고 조기 은퇴가 만연했다. 그러나 아무도 실직을 개개인의 무능으로 돌리지 않았다. 구조적인 문제이자 국가적인 위기로 봤다. 국민이 다시 일어날 수 있을 때까지 각종 지원이 쏟아졌다. 어쩌면 이렇게 인식했기 때문에 국민들은 경제 위기 수렁에서 나올 수 있었다. 지금이 은퇴선수들에겐 IMF이다. 체육전공자들의 고질적인 취업난을 개개인의 힘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한때 그들에게 보냈던 '뜨거운 박수'를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희망'의 상징이고 '용기'의 아이콘이었다. 체육인들이 제2의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조금의 지원과 기회가 제공된다면, 이들은 은퇴 후에도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던 당당한 모습으로 사회의 일원이 될 것이다.유승민 IOC 선수위원

2018-12-11 유승민

[기고]속도를 낮추고 자주 살피는 안전운전은 기본

아시다시피 현대 도시생활의 없어서는 안 될 교통의 순기능의 반대편에는 교통사고, 혼잡, 공해 에너지 문제 등 다양한 역기능도 존재한다. 특히 교통사고의 경우 운전습관의 작은 차이로 교통과 고통으로 가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가 주거와 상업 혼용지구로 이루어진 도로를 운행하는 경우 보행자나 자전거와 접촉빈도가 높은 만큼 교통사고 위험도 높아서 항상 속도를 낮추면서 자동차 전후방은 물론 주변을 자주 살피는 운전 습관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도 보행자 교통사망자 감소를 위해서 속도하향(50-30㎞/H)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도심 몇 곳에서 시속을 10㎞ 낮추어 운행해 보아도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실험결과가 연일 보도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도심교통에서 많은 운전자들이 사람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가치보다 자동차 연비의 경제성에 무게를 두고있어 실천하는 이가 적다. 운전에 관계되는 정보의 90% 이상을 시각에 의존하여 주행정보를 입수하여 판단하고 조작하는 운전자가 속도를 높이면 운전자의 시야는 그만큼 좁아진다. 특히 야간운전 중에는 시각정보가 충분하지 못하여 상황판단 오류를 범할 확률이 높아 주간보다 낮은 속도로 주행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야간에는 보행자가 적다는 이유로 주간보다 빨리 달리는 경향마저 보인다. 실제로 우회전 시 일단 멈추고 운전자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고 나서 주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한번 쳐다보고 속도도 별로 안 줄이면서 우회전하다 보행자를 위협하거나 사망자 사고를 내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운전자 좌석에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 사람이나 자전거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운전자 본인이 한번 살펴서 사람이 없다고 확인한 결과를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큰 자동차일수록 사각지대도 넓은 만큼 속도를 줄이고 한두 번만 더 살피는 안전 운전습관은 한 번에 보아서 보이지 않았던 보행자나 자전거가 (상호간의 이동위치가 변화하면서)자동차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 보일 수 있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기본자세이다. 1988년 국제교통안전학회지(이순철 공저)에 실린 내용을 일부 발췌 소개하면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 운전자가 좌우를 몇 번 확인하고 회전하는지 한국(서울, 부산), 일본(도쿄, 오사카), 캐나다(토론토, 몬트리올) 3개국 6개 도시 운전자의 운전행동을 비교한 국제조사 결과, 캐나다의 경우 좌우회전 시 3.3회(몬트리올 3.4, 토론토 3.3), 일본의 경우 2.6회(도쿄A 3.0, 도쿄B 2.6, 오사카 2.5) 인 반면에 한국의 경우 1.5회(서울 1.6, 부산 1.4) 정도 좌나 우를 확인하는 정도로 매우 낮은 결과를 나타냈다. 그사이 세월이 흘러 교통환경도 많이 변화되었지만 우리나라 운전자는 여전히 1∼2번도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운전습관을 버리지 못해 교통문화 후진국에 머무르고 있다고 본다. 캐나다 운전자가 3∼4번, 일본도 2∼3번 살피는 조심성이 자동차의 사각지대에 숨겨져 있는 위험요인을 적극적으로 발견하려는 운전습관으로 이어져 교통사고 예방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운전정보를 입수하는 인간의 눈이나 귀는 기계와 달라서 집중하지 않으면 보아도 본 게 아니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 기계로 녹음해도 알아내기 어려운 시끄러운 전차나 시장에서도 자식의 울음소리를 알아채는 어머니는 아이에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처럼 운전할 때 집중해야만 비로소 관련정보가 인지되고 뇌에서 처리되어 올바른 판단과 조작이 가능해진다. 운전경험이 적거나 잘 아는 지역이라 방심한 운전자일수록 보아야 할 곳을 한두 번도 제대로 보지 않고 정작 교통사고가 나면 재수나 운이 없다고 원망한다. 저녁이 일찍 찾아오는 겨울에 들어선 만큼 속도를 줄이고 두세 번 아니 가능하면 자주 자동차 주변을 살피는 습관이 안전운전의 기본이라고 강조하고 싶다./박상권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교수(부장)박상권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교수(부장)

2018-12-11 박상권

[참성단]단식의 정치학

1983년 5월 18일 YS는 5·18 3주년을 맞아 민주회복, 정치복원 등 민주화를 위한 전제조건 5개 항을 내걸고 단식에 들어갔다. 보도통제로 국내에선 기사화되지 않았다. 5월 25일 단식으로 몸무게가 14kg이나 빠지는 등 건강이 악화하자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5월 29일 병상을 찾은 권익현 민정당 사무총장에게 "나를 해외로 보낼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나를 시체로 만든 뒤에 해외로 부치면 된다"고 했던 말은 지금 들어도 처연하다. 단식은 23일이 지난 6월 9일까지 계속됐다.1990년 10월 평민당 총재였던 DJ도 64세의 나이로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 및 내각제 포기를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갔다. DJ의 13일간의 단식은 이듬해 지방의회 선거 시행으로 이어졌고, 1995년 전면적인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됐다. 지방자치제가 DJ의 단식 투쟁의 산물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의원 시절,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단식을 만류하러 갔다가 동조 단식에 들어갔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이었다. 하지만 의원 수가 130석의 거대한 야당의 계파 수장이 국회에서 문제를 풀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고 해서 큰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단식은 8일 만에 싱겁게 끝났다. 이밖에도 단식을 경험한 정치인들은 무수히 많다.인도의 양심이자 정신, 마하트마 간디의 단식은 역사적으로 뿌리가 있는 투쟁방식이었다. 평생을 비폭력 자치·독립운동을 펼친 간디가 단식투쟁을 펼치자 윈스턴 처칠은 "굶어 죽었으면 좋겠다"는 악담을 퍼부었다. 하지만 간디는 "나의 육체를 깔아뭉갤 수는 있지만 영혼은 결코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정치인의 단식은 우리 정치 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됐을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특히 거물 정치인 YS, DJ 단식의 경우 외신의 관심도 높았고, 무엇보다 국내 여론의 지지는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정치환경은 그때와 크게 바뀌었다. 72세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이 단식으로 대통령제 직선제와 지방자치를 이뤘다"며 "제왕적 대통령제, 승자독식 양당제의 폐단을 바로잡겠다"면서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소속의원들의 탈당설이 커지는 상황에서 선거구제 개편마저 관철하지 못할 경우 손 대표의 입지가 크게 좁아질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손 대표의 단식은 그의 마지막 정치적 승부수가 될지도 모른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12-11 이영재

[경인칼럼]끓는 물속의 개구리

전쟁 폐허서 '한강의 기적' 만든 한국인도전 엔진 멈추고 계산적 사업가만 넘쳐정당정치에 이데올로기 대신 도덕적 해이좌면우고의 '황금돼지 해' 되길 기대한다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의 돌연 사퇴 발표가 보름이 지났지만 여전히 화두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외 62개 계열사의 자산총액이 10조8천400억원이며 매출액 9조740억원에 당기순이익 570억원의 창업 3대 대물림 재벌인데다 이 회장은 1996년에 총수직에 오른 이후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도록 큰 무리 없이 경영을 해온 때문이다.특히 그가 20년 동안 공을 들여온 세계최초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가 결실을 맺고 있어 더 의아하다. 인보사는 지난해 국내 허가획득 이후 중국, 홍콩,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에 제품 수출은 물론 지난달에는 글로벌 제약사인 먼디파마와 6천677억원의 기술수출 계약까지 체결했다. 4대강 사업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개연성이 큰 데다 고(故) 장자연 사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내리는데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말들도 나온다. 그러나 필자는 그의 회장직 퇴임사에 주목했다. 이제는 편히 쉬어도 흉이 될 것이 없는 이순(耳順)의 나이에 금수저를 내던지고 새로 창업에 도전하겠다니 말이다. 어떤 사업을, 어떻게 시작할지가 관건이나 만일 창업에 성공한다면 그는 국내 최고의 늦깎이 창업기업가로 기록될 것이다. 현재까지 가장 늦은 나이에 창업해서 성공한 사례는 고(故) 조홍제인데 그는 56세에 사업에 착수해서 효성그룹을 완성했다. 1996년 미국의 경제전문지 '잉크' 편집장이 경영학의 큰 스승인 피터 드러커에게 "세계에서 기업가정신이 가장 충만한 나라가 어디냐?"고 물었다. 드러커 교수는 "의심할 여지없이 한국이다. 40년 전만 해도 한국에는 어떤 산업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 각국은 산업혁명 이후 200년 만에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한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것이다. 한국인의 성공신화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는 '무모한 도전'이었다.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의 도전 엔진이 멈춰버렸다. 시간이 아깝다며 햄버거로 한 끼를 때우고 밤을 낮 삼아 세계시장을 누비던 경영자들 대신 꿀단지만 지키려는 계산적인 사업가들만 수두룩하다. 2015년 KBS 방송문화연구소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는 한국경제가 역동성을 상실했다는 사실에 공감을 표명했다. 그리고 경기침체 극복과 경제활성화가 한국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지목했다. 한 나라의 경제역동성을 측정하는 보편적 도구는 '기업교체율'이다. 전체 기업수에서 신생기업과 퇴출기업이 각각 차지하는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역동적이다. 2015년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 국내 제조업의 기업교체율은 2002년 30%에서 2011년에는 19%로 하락했다. 과거에는 10대 기업의 80%가 새로운 기업으로 교체되었지만 1980년대 이후부터는 10대 재벌 순위가 거의 불변이다. 경제성장률은 1960~70년대의 연평균 7% 이상에서 최근 5년 동안에는 3% 미만으로 반 토막 났다.기업가정신지수도 1976년의 150에서 2013년에는 66으로 급락했다. 2016년말 세계 기업가정신 발전기구(GEDI)에 따르면 한국은 OECD 회원국 34개국 중 23위로 중하위 수준이다. 일본은 25위를 기록했다. 기업가정신이란 기업가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사업기회에 도전하는 혁신행동으로 경제성장의 견인차이다. 20세기 초 독일의 경제학자 베르너 좀바르트는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기업가들의 모험정신이 쇠퇴한다며 자본주의의 장래를 우려했었다. 그러나 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2배 이상인 미국의 경우 최근 경제성장률이 우리나라를 능가했을 뿐 아니라 기업가정신지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유권자들의 표만 의식한 역대 국내 정부들의 천편일률적인 '좌향좌' 지속에 기인한 바 크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개발독재와 정경유착 때문이나 결과적으로 국내 정당정치에는 이데올로기 대신 도덕적 해이가 자리 잡았으며 5천만 국민 모두는 '끓는 물속의 개구리' 신세가 되고 말았다. 2013년에 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회원국 중에서 가장 빠르게 둔화되는바 이런 추세라면 2030년대 후반에는 0%대로 추락할 것이라 경고했다. 좌면우고(左眄右顧)의 '황금돼지 해'를 기대한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8-12-11 이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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