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

[이슈&스토리]'산입범위 확대' 개정안 국회 통과… 여전히 거센 후폭풍

뜨거운 최저임금 '각기 다른 셈범'

최저임금 25% 초과 상여금·7% 초과 복리후생비도 최저임금 포함
노동계 "기존 인상 효과보다 최대 51.3%나 임금 축소" 거센 반발
소상공인 "연봉 2400만원 이하 해당사항 없어… 실효성 떨어진다"
중소기업 "대기업과 임금격차 다소 줄일 수 있을 것" 긍정적 평가
재계 "진일보한 측면 있지만… 실질적 개선 효과 기대할 수 없어"
산입범위 논란 국회 통과 했지만 산 넘어 산, 속도 조절 관건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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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다룬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의가 2라운드에 돌입했다.

하지만 개정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두고 여전히 후폭풍이 거세다.

찬·반 논쟁을 넘어서서 노동계와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기업 등 경제 단체들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관해 각각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통과하는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다룬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에서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는 모습. /연합뉴스

# 개정된 최저임금 산입범위 핵심은?


이번에 통과된 산입범위 확대의 핵심은 숙식비와 상여금 등 각종 수당을 산입범위에 추가한 것이다.

그동안 최저임금은 총임금에서 기본급, 고정적인 직무수당만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됐다. 이번에 통과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는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식비, 교통비 등) 일부가 포함된다.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 대비 25% 초과분과 복리후생비 7% 초과분이 해당 대상이다. 또 연차별로 그 비율이 단계적으로 축소돼 2024년 이후에는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모두가 최저임금에 포함됐다.

이밖에 사용자가 개정법에 따라 상여금 등 1개월을 초과하는 주기로 지급하는 임금을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는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동의가 아니라 의견만 청취해도 가능하도록 했다.

# 경제 단체들 각양 각색의 반응들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경제 단체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다.

'개악 최저임금법 폐기!'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에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노동계 - '최저임금 개정안은 최저임금 삭감법'


가장 반발이 심한 단체는 노동계다. 노동계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노동자의 실질 임금을 줄이는 '최저임금 삭감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향후 열릴 최저임금위원회 불참을 결정했으며, 민주노총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까지 요구하면서 청와대 앞 농성과 촛불 행진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3일 민주노총이 발표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임금삭감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15%로 가정했을 때 기존의 최저임금 인상 효과보다 최대 51.3%(현행+정기상여금+급식·통근비)까지 임금이 축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기본급 157만원, 복리후생비 27만원(식대 12만원+교통비 5만원+ 가족수당 10만원)을 받는 노동자의 경우 2019년 최저임금이 10% 인상(월 173만원) 된다고 보면, 사업주는 현행 산입 범위 기준으로 월 16만원 인상된 월 193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산입범위가 확대되면 복리후생수당 27만원 중 11만원을 제외한 16만원이 산입범위에 포함돼 기준임금은 173만원(기본급 157만원+산입금액 16만원)이 된다.

따라서 사용자는 의무적으로 올려야 하는 인상액을 기대할 수 없게 되며 임금 동결 가능성이 커진다.

■ 소상공인 - '실효성 떨어져'

올해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던 소상공인들은 산입범위 확대 논의에 주휴수당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주 15시간 이상 근로자에게 1주일에 1일분 이상의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2018년 최저임금은 시급 7천530원이었지만 주휴수당을 더하면 사실상 9천45원을 지급하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에 따른 혜택은 영세한 소상공인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산입범위 문제가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일로 평가된다"면서도 "전반적으로 연봉 2천400만원 미만의 근로자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며 "단기 근로가 많은 소상공인 업종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아 최저임금의 영향이 가장 큰 소상공인들에게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 중소기업계 - '충격 완화될 것'

중소기업계는 산입범위 조정으로 업계의 충격이 완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영세 중소기업계가 줄곧 요청했던 숙식비 등 복리후생비 및 정기상여금을 단계적으로 인정해 줬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불합리한 제도로 발생한 각종 부작용을 줄이고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를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일정 한도 이상의 월 정기상여금만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것은 당장 올해 고율 인상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영세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바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최저임금제도는 더욱 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임금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최저임금 제도와 수준을 논할 때에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위원회 모두발언하는 김영주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의 발언 모습. /연합뉴스

■ 재계 - '개선 효과 미미'


대기업들은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실질적인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매월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일부 복리후생 수당을 한 번에 일괄 포함하는 내용이었던 TF 권고안과 달리 이번 개정안은 최저임금 대비 정기상여금은 25% 초과분, 복리후생비는 7% 초과분에 한해서만 먼저 산입범위에 포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노조가 없는 기업은 정기상여금과 숙식비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지만, 노조가 있는 기업은 여전히 노조 동의 없이는 정기상여금 지급 방식을 변경할 수 없어 산입범위 개선 효과가 미미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 근로자가 여전히 혜택을 보는 불공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대기업이나 노조가 있는 기업의 직원이 중소·영세기업 직원보다 임금 인상 혜택을 더 많이 받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경총은 "현재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의 기저에는 우리나라의 복잡한 임금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며 "경총은 입법 이후 개정된 산입범위가 기업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해 최저임금제도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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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최저임금 결정 이슈는 '속도조절'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의 첫 단추로 평가됐던 산입범위 논란이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최저임금 인상의 최대 이슈는 '속도 조절' 여부로 넘어왔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내걸었고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상 최대 인상 폭인 16.4% 인상을 단행했다. → 그래픽 참조

정부는 올해 초 최저임금 여파를 상쇄하기 위한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설했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상승이 각종 외식물가 상승과 고용 축소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호소하고 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월 30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시한은 6월 28일이다. 최저임금 고시를 8월 5일까지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결론이 나야 한다.

/이원근·조윤영 기자 lwg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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