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 대우자동차와 한국GM

인천시민 30년간 '대우자동차' 관심·사랑 베풀어
이젠 '한국GM'이 지역발전 실질적 결과 내놔야
'향토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지 반성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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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인천본사 경제부장
IMF의 여파로 인해 향토은행인 경기은행이 1998년 6월 퇴출됐다. 은행 퇴출직전 위기를 감지했던 언론사들과 지역 정·재계와 관계 및 시민들은 '경기은행 퇴출 저지'를 위한 대대적인 시민운동에 돌입했다. 하지만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고 결국 1969년 인천은행으로 시작, 지역경제의 큰 버팀목이었던 경기은행은 탄생한 지 30년도 안돼 사라졌다.

다음 해 경영난에 처한 대우자동차 살리기 운동은 그래서 더욱 절실했던 기억이 난다. 1999년 9월 대우차 본사가 있는 인천시 부평구는 대우자동차 살리기 운동 선포식을 가졌다. 행사에 참석한 공무원과 구의회 의원, 대우자동차 간부 등 500여명은 '대우자동차 살리기'란 문구가 적힌 어깨띠와 리본 등을 착용하고 부평역∼대우자동차를 행진하며 가두캠페인을 벌였다. 대우자동차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택시회사나 화물운송업체, 지역 내 기업체 등에 대우차를 우선 구매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철역이나 시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는 대우차를 돕자는 내용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



2000년 3월 대우자동차는 결국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그러자 인천시민들은 또 나섰다. 같은 해 6월 당시 최기선 인천시장을 공동의장으로 하는 인천지역 자동차산업 살리기 범시민협의회는 '대우자동차 살리기 범시민 운동'을 시작했다. 인천 전역에서 대우자동차 살리기 100만 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대우자동차 사주기'에 돌입했다. 2001년 대우자동차가 미국의 자동차 업체인 GM에 매각돼, 'GM대우'로 재출범한 이후에도 대우살리기는 계속됐다. 인천 정치권도 나서 2008년에는 정부가 GM대우 등에 대한 조속한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는 간담회를 여는가 하면 인천시는 '전 시민 대우차 사주기 운동 결의문'을 다시 한 번 채택했다. 시 산하 구·군과 지방공기업 등 공공기관은 업무용 차량을 GM대우차로 구입하도록 의무화했다. 지역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시민운동을 이끌었다. 하지만 'GM대우'는 2011년 3월 '한국GM'으로 회사명에서 대우를 지웠다.

어제(5월 11일) 한국GM이 생산하는 쉐보레 부품 등을 공급하고 있는 협력사 모임인 협신회가 인천시청 앞 광장에서 '쉐보레'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가졌다. 협신회는 인천 제조업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GM의 쉐보레가 지역에서의 차량보유율이 10% 수준에 그쳐, 울산이나 경남지역에서의 현대자동차 점유율 67%이상에 비해 극히 적다고 했다. 그리곤 "우리들이 만든 완벽하고 결점 없는 쉐보레 차를 꼭 사달라"고 호소했다. 1999년 시작된 대우차 살리기 시민운동을 다시 보는 듯 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한국GM 제임스 김 사장과 유정복 인천시장, 이강신 인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주요 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인천지역 공동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주요 내용은 어쨌든 한국GM 차량 판매 확대를 촉진하자는 것이다. 제임스 김 사장은 "지역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이번 협약에) 참여하는 만큼 내실 있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천시민들은 30년 세월 동안 '차 사주기 운동'을 펴면서 '대우자동차'에 대한 한결같은 관심과 사랑을 베풀었다. 이젠 한국GM이 밝힌 지역발전이라는 공동목표에 걸맞는 실질적인 결과를 내놔야 할 때다. 과연 한국GM이 인천시민들의 마음 속에 '향토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지 반성하면서 말이다.

/이영재 인천본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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