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신구 화재로 들통난 국가신경망 안전불감증

현대는 광케이블로 연결된 초고속 정보통신 시대다. 케이블망에 이상이 생기면 초연결 네트워크가 붕괴되면서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정보통신 기반시설인 통신케이블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관리될 것이라는 신뢰는 상식적이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 발생한 KT 통신구 화재는 이같은 상식적 수준의 신뢰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24일 화재가 발생한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의 화재 대응 설비는 달랑 소화기 1대였다. 이 지하 통신구는 전화선 16만8천회선, 광케이블 220조(전선 세트)가 설치된 통신 기간시설이었다.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관할 구역인 중구, 서대문, 마포, 용산 지역의 통신은 먹통이 된다. 이 처럼 중요한 통신 기간시설에 대한 KT의 안전 대책이 소화기 1대였다니, 황당한 안전불감증에 분노가 치민다.

이번 화재로 통신구 관할 구역내 KT통신망은 먹통이 됐다. 편의점을 비롯한 모든 상점에서 카드결제가 안돼 상인들과 소비자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통신 두절로 인해 시민들이 겪은 일상의 불편과 혼란은 총량을 가늠하기 힘들다. 그나마 관공서, 기업, 금융기관 등이 휴무였던 주말이어서 다행이었다. 만일 평일이었다면 대규모 업무마비와 금융중단 등 상상을 초월하는 통신대란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초연결 사회의 특성상 한 구역의 혼란은 국가 전체로 확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화재로부터 통신구 안전을 확보할 제도적 장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좁은 통신구는 그 안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람이 들어가서 해결할 수 가 없다. 화재를 예방하려면 반드시 스프링클러와 같은 자동 진화설비가 작동해야만 한다. 그런데 소방법은 통신구가 500m 이상일 때만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진화할 수 없는 구조물에서 길이 기준을 적용하는 발상 자체가 어처구니 없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수백㎞에 깔린 통신구 상당 구간이 소화기로만 관리되고 있다면, 사실상 화재예방에 손을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통신망은 국가신경망이다. 통신망이 무너지면 국가 경제가 초토화되고 국민 일상이 마비된다. 통신업체의 내규에 안전 관리를 맡기는 건 말이 안된다. 안전관리체계를 국가기반시설급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또한 통신장애로 인한 민간 피해보상을 확대해 통신사의 안전불감증을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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