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절차 무시한 인천시의회의 '정책보좌관 예산'

시·도의회의 정책보좌관제 도입은 그야말로 숙원이다. 국가 총지출 가운데 지방지출이 늘어나는 추세이며 국가사무의 지방이양 확대로 관련 업무도 크게 늘고 있다. 시·도의회는 이런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시·도 집행부를 견제하기는커녕 거수기 노릇만 열심히 하고 있다는 비아냥거림을 낳고 있다. 다행히 지방분권을 약속한 현 정부와 여당은 지난 10월 시·도의회 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정책지원 전문인력, 즉 정책보좌관을 둘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시·도의회마다 재적의원 수만큼 보좌관을 둘 수 있으며, 의회사무처에 대한 인사권도 독립시키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이 개정안은 현재 입법예고 중이다. 아직 개정안이 정식으로 공포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인천시의회 운영위원회가 내년도 의회사무처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정책보좌관 도입 예산을 제멋대로 편성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관련 법 개정안이 공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예산 8억4천259만원을 끼워 넣었다. 그것도 의회사무처가 편성해 상임위에 제출한 것이 아니라 상임위가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직접 편성했다. 예산편성 권한이 없는 시의원들이 정책보좌관 채용 예산안을 '셀프 편성'한 것이다. 시의회 측은 개정안이 입법예고를 거쳐 정식 공포된 이후부터 정책보좌관 채용에 들어가 실제 배치하는 데까지 1년 이상 소요될 수 있어 미리 내년 예산에 반영시켰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법과 절차를 잘 지켜야 할 시민대표들이 앞장서서 무법한 일을 저질렀다는 점에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번 일이 "의회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자 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인천지역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은 전적으로 옳다. 어떤 시민사회단체는 "비용이 수반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까지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관련 법 개정안이 아직 확정 공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행됐다는 사실에선 말문이 막힌다. 만에 하나 입법예고 기간 중 어떤 돌발변수에 의해 개정안이 예정대로 공포되지 않는다면 시의회는 법적 근거가 없는 예산을 불법적으로 편성한 꼴이 된다. 그동안 많은 국민들이 시·도의회의 정책보좌관제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정작 시행에는 지지를 보내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지 시·도의회 스스로 제대로 들여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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