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2019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에 부쳐

권순부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권순부

입력 2019-05-14 20: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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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부 정의당 성소수자위원장,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했다. 오랜 편견과 오해의 역사를 되새기며 해마다 이날을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DAHOBIT: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Biphobia and Transphobia, 이하 아이다호)로 기념한다. 올해 아이다호의 열쇳말인 평등과 안전을 통해 한국 사회 성소수자 권익이 어디쯤 왔는지 돌아본다.

평등이란 권리나 의무 등이 차별 없이 고른 상태라고 한다. 예컨대 성소수자 커플의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얼마만큼 보장되었는지는 우리 공동체의 평등과 관련한 문제다. 또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동성애자 군인을 잠재적 범법자로 규율하는 군형법 제92조의6은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얼마나 차별받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외에도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합리적인 근거 없이 공공기관이 시설사용을 거부(서울 동대문구의 퀴어여성생활체육대회 대관거부 등)한다든지, HIV감염인이 의료기관으로부터 부당하게 진료를 거부당한다면 한국 성소수자에게 평등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과제다.

안전이란 위험이나 사고의 염려가 없는 상태라고 한다. 안전은 시민의 건강이나 생명과 연관되므로 보다 기초적인 권리인데, 성소수자의 경우 이조차 위협받는 경우가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인천에서 열린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벌어진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범죄(특정 소수자 집단에 대한 증오를 동기로 하는 범죄)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성별 표현이 다르다는 이유로 화장실 사용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성소수자도 많다.

안전이라는 미명 아래 많은 국민의 권리가 후퇴했던 역사를 기억하며 한 마디 보탠다. 공동체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존재들(빨갱이, 성소수자, 난민 등)을 '위험요인'으로 낙인찍고, 공포와 불안을 악용하려는 '혐오의 정치'를 멈춰야 한다. 안전은 어느 정치세력이 독점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결국 누구도 배제될 필요가 없는 공간이야말로 모두에게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오는 5월 17일 저녁 7시, '성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 행동'은 '평등과 안전이 빛나는 밤'을 위해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집회를 연다. 모두에게 평등하고 안전한 공동체를 염원하는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 드린다. 혐오와 차별에 맞서 평등과 안전을 빛내자!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자유롭고 평등하다. 안전한 삶은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다. 안전은 통제와 억압으로 보장될 수 없으며,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유, 평등, 연대 속에서 구현되는 인간의 존엄성이야말로 안전의 기초이다. 우리의 존재가 오직 이윤 취득과 특권 유지의 수단으로만 취급되고 부당한 힘이 우리의 권리와 삶의 안전을 위협할 때 우리는 이에 맞서 싸울 것이다." ('존엄과 안전을 위한 4·16 인권선언' 부분).

/권순부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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