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일으키는 산바람
구름 띄운 하늘 저어가다
이슬 맺힌 눈물꽃
흔들리는 한해살이풀
어디선가 누구를 향해
피는 줄도 모르고
은은한 산자락
내려앉은 그림자 드리우고
평생 한구석을 지키며
이름짓지 않는 사람이 실문 닫고
한 칸 어둠 속에서 내다보는 세상살이
은자의 꽃
최동호(1948~)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은자의 꽃' 역시 은인이 흐트러짐 없이 피워낸 '무위의 꽃'으로서 실재 꽃이 아닌 속물적인 본성을 버린 '마음 꽃'이다. 그것은 사람의 숲에서 '이슬 맺힌 눈물꽃'으로 고독하게, 은둔자의 '흔들리는 한해살이풀'처럼 '어디선가 누구를 향해 피는 줄도' 모르게 피어있다. 요컨대 '은은한 산자락'에서 어느 누구의 관습 없이 '내려앉은 그림자 드리우고' 그렇게 '평생 한구석을 지키며' 서 있다. 또한 '이름'도 없이 귀를 닫은 '실문'처럼 있기에 '은자의 꽃'은 복잡한 '세상살이' 가운데 '한 칸 어둠 속에서'도 세계를 볼 수 있으며, 허공 속에서 허공을 감각할 수 있는 것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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