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사과와 반성이 없는 적대적 공존의 정치

최창렬

발행일 2019-10-23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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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보다 '조국수호' 방점 서초동집회
국론분열 아니라는 대통령, 사태 더 악화시켜
집권당·내각 사과후 인적쇄신 민심다가가야
박근혜탄핵 인정않는 한국당 전철 밟지않길


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광장민주주의와 촛불민심은 헌법을 농단하고, 권력을 사유화한 정권의 응징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었다. 한국사회에 광범하고 깊숙이 내재한 사회적 부조리와 불평등, 부정의를 척결하고 양극화를 고착화하는 사회구조의 근본적 변화에 대한 요구가 촛불로 표출된 것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득표율은 41% 였으나 임기 초기 정권 지지율이 70%에서 80%를 넘나든 것은 보수·진보의 이념적 구분과 진영의 논리가 개입될 공간이 없을 정도로 정권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지지율은 반토막이 났다. 원인이 무엇일까. 촛불시민이 요구하는 사회개혁에 대한 기대의 포기, 불신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당·정·청의 집권연합은 검찰개혁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 4월의 패스트트랙 정국 때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찰개혁안에는 여당의 주장으로 특수부 폐지 또는 축소가 빠졌다. 오히려 특수부 폐지·축소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요구했다. 그러나 22일 단행된 특수부 폐지·축소는 여권이 검찰개혁의 핵심의제로 들고 나오며 이뤄졌다. 검찰개혁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은 없다.

검찰개혁은 정치·교육·경제·노동·복지 등을 포괄하는 사회개혁의 하부단위다. 정권이 개혁을 기치로 내세우고 이를 통해 선거승리와 정권재창출을 시도하는 건 자연스런 정치공학이다. 그러나 정치문법에 의거한 셈법을 넘어 시민의 의사와 괴리된 과도한 시도는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에 한국당은 참여하지 않았고, 검찰개혁 등 사법개혁안 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먼저 처리하기로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 여당 등 집권세력은 사법개혁안을 먼저 처리하겠다고 한다. 사정변경의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개혁은 조국 사퇴 전에는 그를 지키기 위한 명분과 대의로, 사퇴 이후에는 사태의 책임을 모면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동원되는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검찰개혁은 시대정신이고 당위이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는 보다 깊은 논의를 통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담보하기 위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합의가 전제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 한국당이 이에 반대하는 것도 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조국 사태는 상식과 합리의 영역에서 과도한 프레임이 설정된 사례다. 검찰의 과잉수사의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불과 석달 전인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듣기 민망할 정도의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여당 국회의원들의 입에서 '검란', '윤석열의 난' 등 저주에 가까운 검찰비난이 쏟아진 것은 정권의 이해에 부합하기 위한 논리 비약이다. 검찰은 개혁에 저항하는 수구기득권이 됐고, 재벌개혁과 노동개혁, 교육개혁 등의 의제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서초동 촛불집회는 검찰개혁보다 조국수호에 방점을 찍었었다. 조국 이후 검찰개혁의 무대가 여의도로 옮겨온 것이 이를 방증한다. 노무현과 문재인, 조국이 등치되는 정치문법에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노무현을 지키지 못했다는 진영의 강한 트라우마가 작용하고 있다. 검찰개혁에 동의하지만 이를 조국만이 해 낼 수 있다는 비상식에 동의하지 못하는 시민들, 조국 퇴진에 공감하지만 박근혜 탄핵 무효나 석방을 받아들일 수 없는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는 광장정치의 희생양이다.

서초동과 광화문의 양극에서 대치하는 모습에도 국론분열이 아니라는 대통령의 인식은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문재인 정권이 레임덕을 겪지 않으려면 진영내의 폐쇄성과 경직성을 떨쳐내야 한다. 권력내부에 건강한 긴장과 견제가 작동하지 않을 때 정권의 위기가 오는 법이다. 집권당, 내각 모두 정식으로 국민에 사과하고 인적쇄신으로 민심에 다가가야 한다.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周 亦能覆周·물은 배를 띄우지만 뒤집기도 한다)'란 말에서 보듯이 민의를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박근혜 탄핵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 한국당의 전철을 민주당이 밟지 않기 바란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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