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언행일치(言行一致)

4·15 총선 너나없이 공약한 '공공 배달앱'
4개월 지난 지금 누구도 '말과 행동' 없어
재난지원금 지원방법 논쟁도 실망스러워
보편성 강조하더니 지금와서 딴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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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규 정치부장
4개월 여 전 끝난 4·15 총선 정국에선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없었던 '말의 성찬'이 난무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언제 끝날지 모를, 미증유(未曾有)의 코로나19 쓰나미가 덮치면서 총선 주자들의 발을 묶다 보니 긴 호흡으로 차분히 준비했던 정책은 뒷전으로 밀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시류에 맞춰 즉흥적인 공약을 남발했다.

압권은 배달 앱 1위 업체인 '배달의 민족'의 수수료 체계 변경이 큰 논란이 되자, 수원지역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이 너나없이 수수료 없는 공공 배달 앱을 총선 이후에 내놓겠다고 한 공약이다.

안양지역 후보들 역시 안양지역 최대 번화가의 이름을 차용해 '배달 일번가'를 개발해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겠다고 공언했다. 안산지역 후보들 또한 전북 군산의 '배달의 명수'를 언급하면서 안산형 배달의 명수를 개발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수없이 많은 후보들이 공약했었다.



4개월 여가 지난 지금, 그 어느 지역도 그 어느 의원도 '이후'에 대한 말과 행동이 없다. 몇몇 의원들에게 "현재 어떻게 되고 있느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다. 심지어 "임기 중에만 하면 되지 않겠나"라며 남 얘기하듯 한다.

광복절 이후 현재도 진행형으로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김원웅 광복회장의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 역시 결코 뒤지지 않는다. 김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친일파와 결탁하면서 우리 사회가 친일 청산을 완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현충원에서 가장 명당이라는 곳에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던 자가 묻혀 있다"면서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반민족 인사 69명의 묘 이장을 골자로 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의 이런 말(言)과 대학 졸업 후 박정희 정권이 유신을 선포하며 영구집권에 나선 1972년 공화당 사무처 공채에 지원 합격해 당료의 길을 걸었던 것, 10·26 사태를 통해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자 민주정의당으로 옮겨 조직국 부국장과 청년국장을 지낸 것, 그 후신인 한나라당 후보로 총선에서 나선 것 등 과거 행적과의 간극을 "생계형이었다"고 변명하는 것이 온당한가.

과거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를 패러디했던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혁신 LIVE' 유튜브 방송 진행 의원들이 자신들을 '독수리 5형제(남매)'에 비유하며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사용해 홍보물을 만든 것에 대해 "편 가르기 위해 말로만 반일을 외쳐댄다", "기모노 입고 노재팬이라고 한다"는 네티즌들의 비난에 대해서는 무슨 말로 해명할 것인가.

코로나19 2차 대유행 조짐에 따른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이 다시 부상한 가운데 지원 방법을 둘러싼 여권을 비롯 정치권의 언행 불일치도 실망스럽다. 학생들에 대한 무상급식을 놓고 '선별적 복지', '보편적 복지' 논쟁 때 지금의 여권 인사들이 어떻게 말했는지, 불과 10년도 안된 이야기다.

지난 4월 총선 당시에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여당 주요 인사들은 "지역·소득·계층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을 국가가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성을 강조했었다. 국가부채가 40%를 넘어선다고 지적하니 "국가부채가 40% 넘기면 무슨 일이 생기냐, OECD 평균 부채보다 한참 밑돈다", "전 세계 국가 부채비율이 110%고, 일본도 230%가 넘는다"고 말했던 사람들이 지금 와서는 전혀 다른 말을 한다.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까지는 기대 안 한다. 새털 보다도 가벼운 언행이 너무도 아쉬운 요즘이다.

/이재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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