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복지 사각지대가 낳은 아동학대 비극

인천의 한 모텔에서 뇌출혈 상태로 발견된 생후 2개월 여아 사건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A양은 올해 2월 인천 부평구 한 모텔에서 태어났다. A양의 엄마는 지적 장애 등급을 받은 장애인이다. 20대 아빠가 홀로 돌보던 A양은 지난 13일 모텔에서 뇌출혈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A양의 아빠는 경찰 조사에서 "화가 나서 아이를 던졌다"며 학대 행위를 자백했다. A양이 자꾸 울자 홧김에 아이를 던졌고, 나무 탁자에 머리를 부딪쳤다고 한다. 아동 학대 혐의 일부를 인정한 셈이다. 아빠의 잘못된 행동으로 비극이 발생했으나 이 사건을 일반적인 아동 학대로만 보긴 어렵다. 복지 안전망의 사각지대가 A양의 비극을 낳은 것이다.

A양 가족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긴급생계지원을 받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지냈다. 살던 빌라에서 쫓겨나 모텔을 전전했다. A양의 엄마는 지인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빠가 홀로 A양과 A양의 오빠(2)를 돌볼 수밖에 없었다. 두 아이를 맡길 곳을 찾아봤지만 쉽지 않았다. A양의 아빠가 그나마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은 24시간 운영하는 어린이집뿐이었는데, 인천엔 8개밖에 없다고 한다. 남동구 행정복지센터가 지원 방안을 마련하던 중 이 같은 비극이 발생했다. 우리 사회가 A양 가족에게 도움의 손길을 조금만 일찍 내밀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테다. 사건 발생 이후 A양의 오빠는 보육원으로 보내졌다고 한다.



우리는 아동 학대 사건 언론 보도를 자주 접한다. 아동 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신고 건수가 늘고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참혹한 아동 학대가 근절되지 않고 되풀이되는 건 매우 참담하며, 우리 사회의 노력이 부족한 듯하다. 모텔에서 태어나 모텔에서 뇌출혈 상태로 발견된 생후 2개월 A양. 재판을 받고 있거나 받게 될 엄마와 아빠. 가족과 떨어져 보육원에서 생활하게 된 A양의 오빠. 정부와 지자체는 이 같은 비극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손질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또 긴급생계(돌봄)지원 확대 등 아동 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현장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 A양의 비극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챙겨야 할 것이 아직 많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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