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농지법은 무엇을 지켜내려 하는가

농지는 농사 기피 등으로 가치없는 땅 변모
도시인이 가끔이든 오래든 산다면 환영할 일
공직자 불법·일반 구입 버무린 지적이 문제
정책이 잘못된 양 언론·정치권 또 졸속대응

모세종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모든 것이 세계의 룰 속에서 이루어지면서 자국만을 보호하는 제도는 붕괴의 길을 걷고 있다. 그래도 먹고사는 문제인 농업만큼은 유사시를 대비해야 한다 하여 일정 부분 국가의 보호 영역에 두고 있다. 하지만 식량 자급을 위한 것은 아니다. 자급자족의 개념이 한 국가에서 전 세계로 그 영역이 확대된 셈이다.

농업보호와 농민생활의 안정을 위해 정부가 세금을 투여하며 여러 정책을 펴왔지만, 선호도 및 경쟁력 저하로 농업 인구는 크게 줄었다. 농지 또한 예전처럼 농업용으로만 보전할 수 없어 필요한 부분만을 잘 지켜내고 나머지는 용도를 바꿔 활용해야 할 상황이다.

최근 농지를 비농인들이 불법으로 매입했다며 부조리라도 들춰낸 듯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민도 아니면서 농사도 짓지 않을 땅을 샀다는 것이다. 변화에 발맞춰 적절히 대응해 온 그간의 농지 정책에 큰 잘못이라도 있었다는 듯이 언론과 정치권이 또다시 졸속대응에 나서고 있다.



과연 농지는 누가 팔고 누가 산 것이며 누가 이를 허락한 것인가? 농민이 경작을 포기한 농지를 비농인에게 판 것이고, 정부는 세금을 징수하며 그 거래를 허가한 것이다. 일부 농지의 용도변경도 가능토록 하여 매매를 통한 농지의 다양한 활용을 유도했을 것이다. 힘들고 수익도 나지 않을 농사일인데 경작도 못 할 농지를 놀리느니 적당한 가격에 팔 수 있다면 파는 것이 최선이다. 농지는 농민이 사면 좋겠지만, 경작하지도 않을 농지를 경작하지도 않을 다른 농민이 비싼 값에 살 리는 없다. 농지가 비싸졌다면 비농인들이 비싼 값에 구입한 것으로 농민이 손해본 일은 아니다.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구입 용지에 농지가 들어있다 하여 대통령이 농사를 지었느니 어쨌느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생트집이다. 농민이 농사짓지 않겠다며 판 농지를 비농인에게 농사지으라 강요할 명분은 없다. 가끔 내려가서 하는 체험, 주말농장이 국가가 지켜내야 할 농업일 수는 없다. 농지법, 개선되어야 한다.

줄었던 농지도 필요하면 다시 확대될 수 있다. 농지 없는 농업도 가능해져, 건물 내에서도 농사를 짓는 시대이다. 농지로 개발한 드넓은 간척지도 다른 용도로 전환되고 있다. 농지 부족으로 농사를 못 지어 한국인의 식탁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농사기피와 이농현상이 한계치를 넘어 농지는커녕 대지마저도 가치 없는 땅으로 변하고 있는 우리네 시골 모습이다. 한 사람이라도 농촌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지자체의 노력이 가상할 정도이다. 그런 농촌에 도시 사람이 돌아와 농지에 전원주택이든 농막이든 집이라도 짓고, 가끔이든 오래든 살게 된다면 박수치며 환영할 일이다.

공직자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있어서는 안 될 불법 행위와 거래시장 유지에 오히려 있어야 할 일반 행위를, 비빔밥처럼 버무려 농지 문제에 큰 부조리가 있다는 듯한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 한국의 농업과 농지의 전반적인 상황을 들여다보고 말하라.

국민 누구나 어떤 곳에서든 법에 따라 토지를 매입하고 허용된 범위 내에서 이용하면 된다. 오히려 이에 불편함이 있으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일이다. 모든 국민이 서울의 아파트만을 고집하는 시대에 농지든 임야든 시골에 집 짓고 산다는데 장려할 일이다. 코로나19 시대의 장기화와 서울 아파트값 상승 대란으로, 스트레스에 둘러싸인 도시의 삶에서 탈출하여 시골을 택하는 국민이 있다면, 그에 필요한 법과 제도를 보완해 도와줘도 시원찮을 판이다.

상업지를 장사할 상인만이 갖지 않듯이, 농지 또한 농사 지을 농민만이 가질 필요는 없다. 빈 가게에 장사를 강요하지 않듯이, 빈 농지 또한 농사를 강요할 필요는 없다. 정비할 사항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무슨 사건 하나만 발생하면 그를 침소봉대하여 그간의 사정은 외면하고 부정만 하는 뿌리 깊은 악습은 없어져야 한다.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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