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마켓내 조병창 결국 철거… 공공 갈등 중재 못한 인천시

입력 2022-11-08 20:55 수정 2022-11-08 21:57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1-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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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3일 오후 인천시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 조병창 병원 건물(사진 왼쪽 하단)과 일대 모습. /경인일보DB
 

인천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에 있는 옛 조병창(무기제조공장) 병원 건물이 결국 철거된다.


보존과 철거를 두고 이어진 지역사회 갈등은 끝내 봉합되지 않았고, 인천시는 공공갈등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8일 인천시에 따르면 국방부가 조병창 병원으로 쓰이던 건축물 철거를 시작했다. 국방부는 현재 조병창 병원 건물 내부의 석면을 제거하고 있으며, 오는 30일까지 철거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국방부, 30일까지 작업 마무리 계획
'토양 오염' vs '역사 보존' 갈등 속

조병창 병원건물은 현재 토양 오염 정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캠프 마켓 B구역에 있다. 이 건물은 일제가 대륙 침략을 위해 1939년 세운 조병창의 병원으로, 해방 이후에는 미군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와 인천시가 지난해 6월 조병창 병원 건물을 철거하기로 방침을 정한 이후 지역사회에서 보존과 철거를 두고 갈등이 시작됐다. 국방부는 조병창 병원 건물의 경우 철거가 불가피할 정도로 토양오염이 심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역사·문화계는 조병창 병원 건물의 역사성과 문화재적 가치를 고려해 철거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주민 의견 역시 엇갈렸다.

이에 인천시는 1년여간 결정을 미뤄왔다. 보존·철거 여부는 인천시가 만든 '캠프 마켓 시민참여위원회'에서 많이 논의됐는데, 1년 넘게 논쟁만 벌인 셈이 됐다. 인천시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것이다.

국방부의 이번 철거는 올해 9월 방침이 정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9월 중순께 인천시와 국방부, 문화재청이 모여 '철거' 쪽으로 내부 협의를 거쳤다는 게 인천시 설명이다. 이들은 토양 오염 정화를 위해선 건물 보존이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인천 지역사회에서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천시·국방부·문화재청은 철거 방침을 정했고, 이 같은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이다. 그런 탓에, 올해 9월30일 인천시의회 의원총회의실에서는 조병창 병원 건물 보존 여부에 관한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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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미군기지 캠프마켓 B구역에 위치한 조병창 병원 추정 건물 일대 전경. /경인일보DB
 

조병창 병원 건물 철거에 반대하는 한 문화계 관계자는 "조병창 건물을 보존한 상태로 토양 오염을 정화하는 건 비용의 문제일 뿐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다"며 "캠프 마켓 시민참여위원회 활동이 올 8월에 끝났다. 인천시는 시민과의 소통 창구도 없는 상태에서 철거 방침을 정하고 지역사회에 알리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1년여 논쟁 끝에 사회적 합의 실패
"비용 문제일 뿐 의지가 없다" 비판


인천시는 조병창 병원 건물이 역사성이 있어 보존할 가치가 있다면서도, 이 건물 땅에 대한 오염 정화작업이 필요해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인천시는 문화재청과의 협의를 통해 조병창 병원 건물에 대한 기록화 작업을 진행하고 일부 벽체를 보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B구역 토양 오염 정화 이행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병창 병원 건물과 관련해 갈등을 이어가는 게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국방부·문화재청과 함께 판단했다"며 "조병창 본부 건물 등이 남아있는 D구역에 관한 사항은 시민과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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