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인터뷰…공감] 활동가에서 행정가로 변신한 이찬영 인천 부평구문화재단 대표이사

"재단 문턱이 닳아 없어지도록… 예술가들의 '플랫폼' 됐으면"
입력 2023-01-24 20:27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1-25 14면

이찬영 부평구문화재단 대표이사 (9)
이찬영 부평구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지난 20일 대표이사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부평구문화재단이 시민과 함께할 수 있는 '판'을 계속 열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풍물패의 책임자로 또 문화예술분야 사회적 기업의 리더로 활동해온 활동가가 문화예술 행정가로 변신했다. 2개월 전부터 인천 부평구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는 이찬영(51) 대표이사의 얘기다.

설 연휴 직전에 부평구문화재단 대표이사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30년 가까이 풍물패 책임자·사회적 기업 리더 수행
자유롭게 움직이던 시절과 달라… 말과 행동 '신중'
지속 가능한 '문화도시 부평' 만들어가는 코어 역할
문 활짝 열고 민간 영역 기획자·활동가와 소통할 것


- 대표이사 취임 후에 크고 작은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요.


"말이 좀 조금 조심스러워졌어요(웃음). 저는 주류와 거리가 멀었죠. 주로 진보적인 곳에서 쓴소리를 내는 입장에 있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막말'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편하게 거침없이 얘기하는 편이었는데,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재단이라는 곳에 제가 몸담고 '공공성'을 가진 조직의 리더를 맡았으니까요. '이건 제 개인적인 입장'이라는 전제를 한 후 얘기를 하게 됐어요. 그게 가장 크게 달라진 변화일까요.

'양복도 입으시네요' '넥타이도 매시는군요'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주변에 많이 알리지 않았던 이유도 있을 것 같고요."

- 그동안 현장에서 활동했는데 공공기관의 대표이사로 일하면 답답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동안 자유롭게 살았죠. 생각한 대로 몸이 움직이는 편이거든요. 공공영역에 있다 보니 민간단체에서 일하던 시절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어요. 제가 움직이려면 관련 근거나 규정이 있어야 하죠. 자유롭게 움직일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 그 감정을 요약하면 '어색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넓은 방에 혼자 있는 것도 어색합니다.(웃음)

민간단체에 있을 때는 사무실에 직원이나 활동가와 항상 같이 있었죠. 방이 따로 없었어요. 10명 넘게 근무할 때도 한 사무실에서 다 같이 일했으니까요. 그냥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하고 소통이 가능했는데, 좀 다르네요. 지금은 '키폰'에도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그동안 직함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 문화예술단체, 마을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이어왔는데, 시간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대표이사 취임 후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활동의 폭이 좀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제가 부평구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이런저런 직책과 회의 등을 정리하고 보니까 26개 정도 되더군요. 그 많은 것들을 정리하고 나니 시간이 좀 생겼죠.

크게는 인천 사회적경제네트워크 관련 상임대표 직을 모두 다 내려놨죠. 그리고 인천민예총을 중심으로 관련 지역의 시민사회 단체 활동, 또 지역 마을 공동체나 마을 교육 등도 모두 정리했어요. 그래서 시간이 많이 생겼습니다. 남은 시간은 재단 업무를 파악하는 데 모두 썼습니다."

-활동해온 수많은 조직을 떠나야 했는데, 공공영역으로 발을 들이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도 있지 않았나요.


"제가 기초문화재단 대표이사로 간다는 것에 사실 딱 한 분이 걱정을 하셨어요. 누가 들으면 거만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부분인데, 제가 가지고 있는 지역 문화운동에서의 역할은 '네트워크', 즉 '고리' 역할을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문화정책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평화' 이슈 등을 이끌고, 노동문화제 등 중요한 사업들을 많이 해왔죠. 또 노동운동 민주화 운동을 했던 선배들도 불러 모으고, 꼭짓점에서 활동했던 사람이 사라졌다는 점을 걱정하시더라고요. 남들은 다 축하한다고 했지만, 그 선배님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 그분의 걱정은 정확히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지역의 민간 문화예술분야의 기반이 약하다는 점 아닐까요. 그 선배도 잠시 공공영역에서 일하고 복귀하려고 했는데, 공공에서의 활동을 끝내고 돌아보니 돌아갈 조직이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다시 돌아와 무엇을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더라고 했어요.

민간을 지탱했던 힘이 아직은 약한데, 그 역할을 해보려 노력하던 사람이 나가니 걱정을 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을 잘 고민하고 정리를 잘해가면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충고를 해주셨습니다. 또 공격을 받기도 쉬운 자리에 있다는 점도 그렇고요."

이찬영 부평구문화재단 대표이사 (7)

-재단은 어떤 곳인가, 재단의 활동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부평구문화재단의 영역이 매우 넓습니다. '3본부', '1위탁', '1센터' 등인데, 꼭 문화예술분야뿐 아니라 도서관, 성문화, 청소년 등 다양해요. 담당 구청 부서만 해도 문화예술분야, 평생학습, 여성가족, 경제 등으로 광범위합니다. 기초문화재단치고는 영역이 넓고 인원도 많고 그런 편입니다.

제가 있는 동안 민간영역의 기획자나 활동가들이 재단 사람들과 많이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부평구문화재단을 찾아왔으면 좋겠고, 대표이사 방도 활짝 열어놓을 것입니다. 부평구문화재단이 우리 말로 '사랑방',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면 '플랫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부평구문화재단은 계속 이어갈 거니까요. 재단이 문화예술의 '플랫폼'이 돼서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기 2년 동안 문화재단에 계시는 직원분들과 이야기하겠죠.

그리고 기초자치단체의 '문화정책'에 있어 분명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이사가 바뀔 때마다 재단의 방향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재단이 가야 할 길을 분명하게 만드는 역할을 재단 구성원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힘들겠지만 지속 가능한 문화도시 부평의 문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핵심 코어가 재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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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부평구 주민과 예술인에게 드릴 인사는.


"인천 기초문화재단 중에는 인천에서 제일 먼저 생겼던 부평구문화재단입니다. 그 부평구문화재단의 대표이사를 맡아 새롭게 일하고 있습니다. 부평구문화재단이 시민과 함께할 수 있는 '판'을 계속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앞으로 더 많이 만나서 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까 정말 잘 지켜봐 주시고요.

특히 재단의 문턱이 닳아 없어지도록 많은 시민이, 예술가가 오셔서 이야기하고 같이 고민하고, 우리 사회가 문화로 지속 가능할 수 있는 그런 품격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과 함께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글/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이찬영 대표이사는?

▲1972년 충북 제천 출생, 부천고, 인하대 법학과, 인천대 문화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2022 인천시사회적기업협의회 대표, (사)인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2021~2022 부평구축제위원회 기획단장
▲2019~2022 (사)인천민예총 부이사장
▲2018~2020 인천문화재단 이사
▲2011~2022 문화예술사회적기업 인천자바르떼 대표
▲2010~2014년 풍물패 더늠 대표, 더늠 기획실장(1998~2006년), 기획지도위원(1994~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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