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세월호를 기억하는 다큐멘터리 '장기자랑'

얘들아, 제주에 왔어… 아이들의 꿈 따라간 맘
입력 2023-04-12 19:01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4-1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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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16일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침몰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고등학교 학생 250명을 포함하여 총 304명이 사망했다.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장기자랑'은 누구나 다 아는, 이 비극적인 이야기 속, 그러나 아무도 알지 못하는, 아니 관심조차 없었던 희생자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정확히는 이 세월호 희생자와 생존자 가족으로 구성된 극단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에서 활동하는 엄마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비춘다. 세월호 엄마들은 2015년 첫 공연을 시작으로 극단을 만들었고 전국에서 약 200차례의 공연을 마쳤다.

'4·16극단' 엄마들 이야기 유쾌하게 담아
'피해자 다움' 의식했던 자신 돌아보게 돼
"이름 한번이라도 더…" 실제 학생역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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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장기자랑'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

2014년 이후 나는 '세월호'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경직되는 경험을 하고는 했다. 혹여라도 나 자신이 세월호를 대하는 '정치적 올바름'에서 벗어나 있는 건 아닌지, 내 얼굴 표정을 가다듬고 옷매무새를 고치는 등 끊임없이 나 자신을 검열하고는 했다.



영화를 보려고 극장 의자에 앉아있던 순간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모르게 잔뜩 긴장한 채 등받이에 등을 편하게 붙이지 못하고 작품을 감상하려 했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는 이러한 나의 태도가 큰 실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저 예의 바르게 '정치적 올바름' 따위를 고민하는 체했던 나와 비교하면 자식을 잃은 당사자인 부모는 얼마나 난처하고 어려웠을까.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적당히 체면이나 차리려는 태도가 오히려 희생자 가족에게 '피해자 다움'을 강요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작품은 퍽 유쾌하다. 엄마들은 작품 앞에서 오롯이 연극배우가 되어 웃고 울고 떠들고 한바탕 춤을 추기도 한다. 심지어 주연 배역을 서로 노리며 원색적인 갈등을 빚는 엄마들의 모습은 우리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작품을 연출한 이소현 감독의 말처럼 "유가족의 고통을 소모"하려 하지 않고 더 내밀하게, 가까운 이웃으로 엄마들을 볼 수 있게 된다.

필름 속 엄마들이 준비하는 연극 '장기자랑'은 다가온 수학여행에서 선보일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인데, 엄마들의 배역은 바로 하늘로 떠나 보낸 자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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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장기자랑'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던 예진이의 엄마는 예진이를 꼭 닮은 반장 '조가연' 역으로, 만화 원피스를 좋아한 동수의 엄마는 동수가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 '루피'가 되고, 수학여행길에도 '고데기'를 챙겼던 멋쟁이 순범이의 엄마는 연극의 감초 역할로 무대에 선다.

랩을 달고 살았던 영만이의 어머니도, 극단의 정신적 지주인 수인 엄마도, 가장 늦게 극단에 합류한 윤민 엄마도, 생존자 애진이의 엄마도 함께 무대에서 활약한다. 엄마들은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이름이 한 번이라도 더 불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 무대에 서는 것을 행복해했다.

다큐멘터리 속 수인 엄마의 설명이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이 연극의 가장 좋은 점은 뭔지 아세요. 우리 아이들은 제주도에 도착을 못했지만, 이 장기자랑 안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다 같이 제주도에 도착하게 된다는 겁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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