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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 '통합 첫걸음'… 인천최초 동구장애인체육회 1월 출범

입력 2023-12-13 20:35
지면 아이콘 지면 2023-12-14 19면
장애인 생활체육 프로그램 적고 질 떨어져
아동·체육인들 마음껏 자신 펼칠 장 만들것
지속가능 훈련·교육 위해 전문지도자 배치
기량좋은 선수 市체전·패럴림픽 참여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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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진 인천 동구청장
날이 쌀쌀해지는 요즘 뜨거운 국밥이 간절히 생각날 때가 있다. 국밥에는 깍두기다. 뜨거운 국물에는 시원하면서도 양념이 진하게 밴 깍두기가 제 맛이다.

맛있고 영양 높은 깍두기에도 부정적인 의미는 있다. '깍두기'는 놀이에 제대로 속하지 못한 채 덤으로 같이 노는 상태를 뜻하는 은어로 쓰인다.



수년 전 일이다. 함께 국밥을 먹던 지인은 자신의 아이가 학교 체육시간마다 '깍두기'가 된다고 했다. 지인의 아이는 일반학교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이다. 운동을 좋아하고 적극적인 성격이라고 했다.

그런 아이가 체육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하지 못하고 단체 경기에서 매번 심판을 본다. 정상인 친구들과 함께 평가받는 체육 실기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다.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실기 평가에서 항상 낮은 점수를 받는다고 했다. 아이는 체육 활동에 대한 흥미를 아예 잃었다.

아이의 좌절은 듣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구청장이 되어서도 '깍두기'라는 단어는 가슴에 돌덩이를 얹어놓은 듯 잊히지 않았다. 운동을 즐기지만 참여하기 힘들었던 장애인들의 좌절감을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인천 동구는 내년 1월 인천 지역 최초로 기초자치단체 산하에 장애인체육회를 만들기로 했다. 장애인 체육에 대한 관심과 저변 확대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장애를 가진 체육인들이 마음껏 자신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한다.

동구에 사는 장애인은 4천691명이다. 동구 전체 인구 6만명의 약 7.8%에 해당한다. 현재 동구 내 장애인주간활동센터 2곳과 초등학교 4곳 등 총 6곳에서 장애인 생활체육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동구의 장애인 생활체육 활동은 시설별로 프로그램이 많지 않아 다양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1개로 제한되고 인원 모집도 적다. 또 구도심 특성상 인천시장애인체육회의 지원이 어렵고 장애인들의 접근성도 떨어진다. 장애인 생활체육 지도자의 잦은 교체로 프로그램의 질과 양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체육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애인 경기대회 활성화와 국제대회 확대 ▲우수 선수 발굴을 통한 저변 확대 ▲전문 장애인 체육지도자 육성 ▲장애인 선수 훈련시설 확충 등이다. 동구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체계적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동구장애인체육회가 설립되면 주도적으로 장애인 체육을 지원할 수 있다. 전문적이고 지속 가능한 훈련·교육을 위해 장애인 생활체육 지도자를 배치할 계획이다. 장애인 생활체육교실을 운영하고 동호회 지원을 통해 생활체육을 활성화한다. 또 장애인들이 많이 도전하는 종목을 육성하고, 관련 단체들을 중점 관리할 방침이다.

운동에 관심이 있는 장애인이 생활체육에 입문하면 동호회에서 운동을 배우게 된다. 실력을 닦은 선수는 전문 체육선수로 발굴돼 지원받고, 전문 지도자의 지도를 받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원 속에서 실력을 닦은 선수들이 참여하는 '장애인체육대회' 개최도 계획 중이다.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인천시장애인체육대회 선수로 파견하고 나아가 장애인올림픽인 패럴림픽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동구에서는 열정 넘치고 운동을 사랑하지만 소외된 '깍두기'는 없어질 것이다. 장애인과 약자를 향한 동행이 있을 뿐이다. 동구가 먼저 한발을 내딛는다.

노적성해(露積成海). '이슬방울이 쌓여 바다를 이룬다'는 뜻이다. 장애인들을 향한 우리 모두의 마음이 이슬같이 모여 큰 바다가 되도록 동구가 '마중물'이 되려 한다.

인천 10개 군·구가 함께한다면 인천에 더 이상 '깍두기'는 없다.

/김찬진 인천 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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