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함께… 인천 구석구석 풍경 담아"

입력 2023-12-27 18:55
지면 아이콘 지면 2023-12-28 15면

[인터뷰] 커뮤니티 판화전 '우리 마을에는…' 여는 윤종필 작가


적게는 7명 많게는 30명 10주간 만들어
인현동 화재참사 등 잊혀진 시간도 새겨
"10개 군·구 모두 지역색 담는 시도해볼것"

윤종필
지난 26일 커뮤니티 판화전 '우리 마을에는…' 전시장에서 만난 윤종필 작가. 인천 서구를 담은 작품 '서곶연대기'(2021, 122×488㎝) 앞에 서 있다. 2023.12.26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2017년부터 인천을 기반으로 '커뮤니티 판화'(Community printmaking) 작업을 이어 가고 있는 윤종필 작가는 지역 공동체를 단단하게 다지는 매개로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이달 31일까지 인천 중구 인현동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가온갤러리에서 여는 윤종필 커뮤니티 판화전 '우리 마을에는…'에 걸린 가로 2.44m 세로 1.22m짜리 대형 판화 작품들은 그의 고민에서 나오게 된 결과물이다.

윤 작가 개인의 작품이 아니라 적게는 7명, 많게는 30명 이상 시민의 참여와 협력으로 창작된 작품들이다.



"커뮤니티 판화는 예술가와 시민 모두가 참여해 만드는 작품입니다. 작업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조사와 답사를 통해 지역에 대해 학습하고, 그 지역의 어떠한 모습을 작품에 담을지 토론합니다. 드로잉하고, 판화를 구성하는데, 저는 그 과정에서 약간의 도움만 줍니다. 완성된 그림을 빔 프로젝터로 벽면에 띄워 목판에 옮기고 나서 판각합니다."

윤종필
윤종필 作 하늘 열린 땅-강화, 2023, 목판화에 부분 채색, 122×244㎝. /윤종필 작가 제공

이렇게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보통 10주가 걸린다. 그 시간 동안 작업에 참여한 시민들은 지역 공동체의 문화와 역사를 공유하고, 판화로 새긴다. 올해 작업한 '하늘 열린 땅-강화'에는 단군 신화와 마니산 참성단, 고인돌, 이양선과 돈대(병인양요·신미양요), 고려산 진달래 등 강화도를 상징하는 것들이 들어 있다. 참여자들의 소통과 상호 작용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선 그동안 작업한 인천 10개 군·구 풍경을 모두 보여준다.

"커뮤니티 판화는 대안적 예술 활동을 고민하던 중 뜨개질 가게 풍경에서 착안했습니다. 뜨개질 가게에서 사람들이 목적이 있다기 보단 그냥 둘러앉아 일상에 대해 도란거리며 무언가를 만드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대형 판화 작업을 하면서 공동체가 형성하는 입구까지 가도록 돕자는 생각에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판화는 생활 속 예술 활동의 접근을 쉽게 하고, 긴 시간 판각하는 몰입과 성취감을 만듭니다."

인천 10개 군·구 풍경을 나타내는 작품이 다소 상징적이라면, 동네별 작품은 세밀한 풍경을 기록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재개발 사업으로 사라진 미추홀구 주안3동의 모습을 12명이 파고 찍은 '동네, 살아지다'는 사라진 동네 슈퍼마켓과 목욕탕, 옛집과 사자머리 대문 고리, 주민들을 새겨 기억했다. 이런 작품들은 아카이브 성격도 띤다.

2020년 지역 고등학생들이 참여해 1999년 '인현동 화재 참사'와 코로나19의 재난 풍경을 담은 '기억하라! 인현동1999로부터 코로나19까지 생명, 평화, 안전을…'은 잊힌 시간을 새기는 과정이었다.

윤종필
윤종필 作 주부토 계양, 2023, 목판화, 122×244㎝. /윤종필 작가 제공

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장은 윤 작가의 이번 전시에 대해 "예술의 사회적 실천이 어느 정도까지 넓고 깊게 펼쳐지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라며 "급속도로 미술시장 중심의 상품화 과정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미술계 지형도를 생각할 때 대안적 예술 활동으로 주목할 만하다"고 평했다.

"인천 10개 군·구를 모두 판화로 찍었으니, 동네별로 세밀한 모습을 담는 작업 외에도 앞으론 접근 방식을 달리해 볼 생각입니다. 하나의 풍경이더라도 지역색을 담아낼 수 있는, 예를 들면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의 시선에서 본 전경 같은 것을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200명 가까이 판화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더 많은 시민에게 작품을 공유하고, 참여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윤 작가는 프랑스 그르노블예술대학교와 쌩떼티엔느예술대학교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2009년부터 인천에서 커뮤니티 아트(Community art) 프로젝트 '꾸물꾸물문화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커뮤니티 판화 또한 꾸물꾸물문화학교 프로젝트의 하나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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